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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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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일본프로야구 구단의 혁신

국제 이슈

올해 일본프로야구의 최종 우승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차지했습니다. 호크스는 지난 6년 동안 재팬시리즈 우승 3번, 리그 우승을 4번이나 휩쓸며 명실상부한 최강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호크스는 원래 강팀이었지만, 이 같은 저력을 보여준 것은 근래 들어서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04년 파산 위기에 빠진 다이에로부터 구단을 사들여, 꾸준한 지원과 기다림으로 호크스를 강팀으로 길러냈습니다.일본프로야구는 전통적으로 철도회사와 언론사들의 주무대입니다. 12개 구단 가운데 철도회사와 관련된 구단은 6개며, 언론사와 관련된 곳도 3개나 됩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 IT기업들로 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경제가 노화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구단주들의 위상은 감소한데 비해 신흥 IT기업들은 승승장구했죠. 이를 바라보는 일본 야구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있느냐’ ‘자금력은 되느냐’ 등등. IT기업에 구단을 넘겨줄 바에는 차라리 구단 수를 줄이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이런 분위기 속에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지난 2013년 재팬시리즈를 제패하며 강팀 대열에 동참했고,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도 팀의 기본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습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막대한 돈으로 팀 순위를 유지하는 데 비해, 이들 팀들은 신인 선수를 육성해 짜임새 있는 타선과 선발진을 구축했습니다. 세이버매트릭스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죠. 이 덕에 호크스와 골든이글스가 속한 퍼시픽리그는 이제 센트럴리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환경, 시스템에 배타적이게 마련입니다. 오랜 기간 맞춰온 시스템을 바꾸는 데 따르는 여러 충돌과 비용을 걱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세상이 변하는데 나만 바꾸지 않는다면 도태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많은 국내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와 시스템 혁신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일본프로야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만 부르짖다 한동안 침체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IT기업들을 수혈하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만이 기업의 영속적인 활동을 보장하지 않을까요?-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2015.11.23 11:12

2분 소요
류현진 성격·건강·가족 2년간 검증

헬스케어

도박이 대박 평가로 바뀌어 … “류현진 헐값에 얻었다” 지적도 ‘2573만7737달러(약 280억원), 입찰 팀은 LA 다저스’. 많은 야구팬의 관심을 모은 류현진 선수의 포스팅 결과가 지난해 11월 10일 발표됐다. 결과를 접한 팬들은 두 번이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가격에 놀랐고, 입찰권을 따낸 팀이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라는 사실에 더 놀랐다.우여곡절 끝에 류현진은 LA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6년간 연봉 3600만 달러에 류현진의 원 소속팀 한화 이글스가 가져갈 포스팅 금액 2570만 달러를 합하면 6000만 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이었다.계약을 지켜본 미국 현지 언론의 평가는 냉정했다. ‘다저스가 검증이 되지 않은 야구 변방 리그의 선수에 무모한 도박을 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류현진이 러닝 훈련에서 체력 문제를 드러냈을 때, 흡연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냉소적 기사까지 등장했다.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비판의 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연습 투구를(선발 투수는 다음 등판 이틀 전에 약 50개 정도를 던지는 훈련을 한다) 거르는 류 선수의 사소한 습관까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도박이 대박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즌이 시작되자 류현진은 거짓말처럼 딴 사람이 됐다. 6월 6일까지 총 11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승 2패, 방어율 2.89의 성적을 올렸다. 총 71과 3분의 2 이닝을 던졌고, 탈삼진 67개를 잡아냈다. 모든 기록이 상위권이다. 무엇보다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한 경기를 제외하고 10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던졌다. 팀의 연패를 끊거나, 연승을 이어가는 활약은 팀의 에이스급 투수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다.5월 29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도 기록했다. 지금까지 성적만 꾸준히 유지해도 다저스는 투자 금액을 훨씬 웃도는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무모한 도박으로 평가 받은 선수 영입이 위기의 팀을 구하는 묘수가 됐다.다저스가 류현진에게 쏟아 부은 돈은 650억원이 넘는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선수를 영입할 때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한다. 류현진에게도 그에 걸맞은 검증 절차를 거쳐 투자했다. 미국 LA타임즈는 시즌 초 류현진의 영입 과정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다. 기사에는 본 릭 라가조 스카우팅 부사장, 밥 엥글 해외스카우트 부사장, 로건 화이트 스카우팅 디렉터, 팻 캘리 아시아 태평양 스카우팅 디렛터, 제이미 스토빅 스카우트 그리고 안병환 다저스 한국 담당 스카우트가 소개됐다.한 선수를 영입하는데 투입된 전문가만 6명이나 된다. 이들은 선수의 실력·성장 잠재력·상품성·성격·가족관계·건강·사소한 습관과 스캔들까지를 면밀하게 조사했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다저스는 2년 전부터 류현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리포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리그(KBO)에 관심이 적은 메이저리그 구단과 미국 언론에 류현진은 검증되지 않은 갑자기 튀어나온 투수였다. 그러나 다저스 입장에서는 이미 투자 가치가 높은 선수였다.철저히 데이터 분석 후 영입물론 좋은 선수라고 무조건 영입하진 않는다. 팀의 사정과 적정한 가격을 따져서 투자를 진행한다. 류현진의 포스팅이 한창 화제가 된 지난해 10월까지도 다저스는 류현진 영입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저스에는 이미 5~6명의 선발 투수를 보유했다.거기다 FA 투수 최대어라 불리는 잭 그레인키의 영입을 노리던 터라 상대적으로 류현진에 대한 관심이 작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바뀐 구단주가 적극 나서면서 다저스도 뒤늦게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이미 선수를 충분히 분석한 상태였다. 최종 결정만 다른 구단에 비해 조금 늦게 한 것이다.다저스의 늦은 결정이 오히려 류현진 영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민 해설위원은 “스카우터 사이에서 ‘시카고 컵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류현진을 영입하려는 구단’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며 “당시 국내에서는 1000만 달러, 어떤 사람은 500만 달러를 거론했지만, 스카우트들은 2000만 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다저스는 이 모든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민해설의원의 말 대로라면 컵스와 레인저스는 입찰금액을 놓고 치열하게 눈치 작전을 펼쳤다. 그 틈에 다저스는 두 구단이 적어낼 입찰금액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류현진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따냈다.선발투수가 넘치는 다저스는 왜 류현진이라는 선발 자원을 영입했을까. “다저스는 우승이 목표인 팀이다. 6~7명의 선발투수가 있어도 더 완벽한 투수라는 확신이 있으면 영입하는 게 맞다. 남는 투수는 예비전력으로 둬도 되고 여차하면 트레이드 카드로 쓰거나 다른 구단에 팔면 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다저스는 시즌 개막 일주일 만에 선발 투수 후보인 애런 하랑을 콜로라도 로키스로 보내면서 라몬 에르난데스라는 베테랑 포수를 받아 팀 전력을 강화했다.이후 다저스 선발진은 부상으로 잇따라 무너졌다. 노장 테드 릴리와 채드 빌링슬리가 부상으로 시즌 시작 때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FA 최대어 잭 그레인키는 경기 도중 상대편 타자와 몸싸움을 벌이다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3선발인 조쉬 베켓마저 지금은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거른다. ‘류현진이 없었다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다.마케팅 요소도 고려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다. 해외의 많은 프로 야구·축구팀이 마케팅 측면에서 아시아 선수를 영입한다. 하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프로축구 퀸스파크레인저스가 박지성과 윤석영을, 아스널이 박주영을 영입했지만 돈만 탐낸다는 모습을 보여 국내 팬들의 인심을 잃었다.이에 비해 다저스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다. 1990년대 일본 투수 노모 히데오와 한국 박찬호를 통해 아시아 마케팅의 효과를 절감했다. 이후 구로다(투수)·사이토(투수) 등 일본선수가 다저스 소속으로 있었다. 현재 기아 타이거즈에서 뛰는 서재응(투수)·최희섭(내야수)도 한 때 다저스에 몸을 담았다. 그만큼 수익을 올리고, 팬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류현진 마케팅에서 그 진가가 발휘됐다.인기가수 싸이와 아이돌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티파니가 다저스타디움에 초청을 받았다. 한국인의 날을 만들어 다양한 이벤트도 펼친다. 이는 국내 기업의 광고가 몰리는 성과로 나타났다. LG전자·현대자동차·넥센타이어·화이트진로·오리온 등의 기업이 다저스타디움에 광고를 한다.마케팅 효과는 짭짤한 덤“많은 사람들이 류현진이 좋은 대우를 받고 메이저에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성적을 보면 오히려 LA다저스가 류현진을 헐값에 얻었다. 한 시즌 10승에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할 수 있는 투수를 6년간 보유하면서 6000만 달러를 내라고 하면 모든 구단이 서로 뛰어들 것이다. 류현진은 성공한 투자다.” 허구연 해설위원이 내린 결론이다.

2013.06.11 16:31

5분 소요
Sports Biz - 한국 스포츠계 최고 수출품 나왔다

산업 일반

이적료·연봉 더하면 5000만 달러 계약 전망…LA지역 한인 마케팅에 유리 미국 메이저리그의 다저스가 경쟁입찰(포스팅 시스템)에서 2573만 7373달러33센트(약 280억원)를 써내 류현진(25·한화 이글스)과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다저스의 응찰액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러나 이건 다저스가 한화 구단에 주는 이적료일 뿐이다. 류현진과 연봉 계약은 별개로 진행된다. 류현진은 4~5년 총액 2500만 달러(약 272억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류현진을 얻기 위해 다저스가 지불하는 총액은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셈이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가장 비싸고 화려한 수출품인 류현진의 가격은 어떤 구조를 통해 정해졌을까. 한국 프로야구 재평가포스팅 시스템은 선수가 국내외 모든 구단과 계약할 수 있는 FA(프리에이전트)가 되기 전, 소속 구단의 동의를 얻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는 입단 후 9년이 지나면 FA가 되고 7·8년차에는 포스팅을 통해 해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포스팅을 통해 국내 선수와 계약한 메이저리그 팀은 없었다. 굳이 이적료를 지급하면서까지 데려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심지어 FA라 해도 메이저리그에 곧바로 입성한 경우는 없었다. 박찬호(한양대→다저스), 김병현(성균관대→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은 프로야구 입단 전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갔다. 프로 선수들은 이상훈(LG 트윈스→주니치→보스턴 레드삭스)이나 구대성(한화→오릭스→뉴욕 메츠)처럼 한국 야구보다 한 수 위의 일본 무대에서 검증을 받은 뒤에야 메이저 무대를 잠깐 밟았다.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 공급처가 아니었다. 미국은 아시아 시장에서 ‘일본산’만 구입했다. 일본 교타자 이치로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했을 때 포스팅 금액이 1312만5000달러였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격왕에 오르자 일본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입찰은 더 활발해졌고, 2006년 보스턴이 오른손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이적료 5111만1111달러11센트를 주고 데려오면서 과열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마쓰자카가 최근 3년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자 아시아 선수에 대한 수요는 확연히 줄었다. “아시아 선수는 체력이 약하고, 미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비관론이 생겼다.반대로 한국 야구는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2009년 준우승, 그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내자 메이저리그는 한국의 몇몇 선수들을 월‘ 드클래스’로 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첫 번째가 왼손 에이스 류현진이었다. 마침 2012년 메이저리그에는 아시아발 훈풍이 불었다. 지난 겨울 텍사스가 이적료 5170만3411달러, 6년 총 연봉 6000만달러 등 총액 1억1170만3411달러를 주고 영입한 오른손 투수 다르빗슈 유가 16승9패 평균자책점 3.90을 거두며 미국 무대에 연착륙했다.영입비용을 너무 많이 썼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텍사스는 만 26세의 젊은 에이스를 얻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게다가 대만 출신 첸웨인의 활약이 일본 외 아시아 시장을 다시 보게 한 계기였다.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FA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한 왼손 투수 첸웨인은 데뷔하자마자 12승11패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했다. 연봉도 상대적으로 낮은 3년 총액 1130만 달러다. 메이저리그가 아시아 선수에게 다시 눈길을 돌릴 때 류현진이 마침 시장에 나왔다. 수 차례 국제대회를 통해 류현진은 충분한 경쟁력을 이미 입증했다.류현진을 얻기 위해 몇몇 구단이 포스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다 해도 예상 낙찰금은 500만~1000만 달러 안팎이었다. 11월 초 포스팅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과 미국 전문가들의 전망이 그랬다. 결과는 놀라웠다. 다저스가 25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베팅했고, 2000만 달러 이상을 써낸 또 다른 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000만~1500만 달러에 응찰한 서너 구단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모두가 의문을 품었다. 과연 다저스는 합리적인 결정을 한 것인가. 미국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투수 영입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오버페이한 건 아닌가. 다저스가 예상보다 많은 액수를 베팅한 건 틀림 없지만 내부적으로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 류현진에게 베팅한 결정적인 요인은 물론 상품 자체, 즉 류현진의 기량이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극심한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왼손 투수는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올해 FA 시장에는 눈에 띄는 왼손 투수가 없어 류현진이 반사이익을 누리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올 시즌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10여 명이 몰려 들었던 이유다. 또 여러 구단은 포스팅에 나서기 전 국내 야구기록 분석업체로부터 류현진의 투구분석 자료를 구매했다. 스카우트 눈으로 본 류현진의 기량을 객관적 수치로 검증하기 위해서였다.이전까지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나선 한국 선수는 네 명이었다. 1998년 이상훈(60만 달러), 2002년 임창용(65만 달러)·진필중(2만 5000달러) 등은 입찰금이 너무 낮아 소속 구단이 이적을 불허했다. 세인트루이스 마이너리그와 2009년 계약한 최향남(101달러 낙찰)은 특수한 경우다. 과거 메이저리그는 이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기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포스팅은 선수의 미래가치를 가늠해 입찰하는 제도다. 적정가를 산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쟁 팀의 응찰액도 예상하기 힘들다. 적극적인 수요자라면 높은 금액을 써낼 수밖에 없다. 다저스가 그랬다. 마침 다저스 구단의 자금흐름이 긍정적이었다. 5월 미국 프로농구 스타 출신인 매직 존슨이 이끄는 구겐하임 베이스볼 매니지먼트사가 다저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했다.매각대금이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이었다. 구단주가 다저스는 전력 보강을 위해 보스턴으로부터 애드리안 곤살레스, 칼 크로포드, 조시 베켓 등을 데려왔고 이들의 잔여연봉 2억6000만 달러를 떠안았다. 다저스의 내년 페이롤(선수들 연봉의 총합)은 2억 달러가 넘을 전망이다.메이저리그 왼손 투수 품귀현상다저스에는 올 시즌 10승 이상을 거둔 선발투수가 5명이나 있지만 마운드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14승을 거둔 클레이튼 커쇼(24)와 10승을 기록한 채드 빌링슬리(28)를 제외하면 모두 30대 노장이고 부상 경력까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는 젊고 뛰어난 선발 투수를 얻기 위해서는 연평균 1000만 달러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올해 다저스 선발진의 평균 연봉도 1000만 달러에 가깝다. 류현진이 선발 5명 가운데 평균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면 5년간 5000만 달러를 주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니다.뿐만 아니라 류현진에게는 부가적인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저스는 최근 전 경기 독점 중계권을 주는 대가로 FOX 및 타임워너케이블과 5년 25억 달러 수준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빅딜을 앞둔 지금 다저스에겐 지출 관리보다 팀 브랜드 가치 향상이 훨씬 더 중요하다. 스타를 끌어 모아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좋은 성적을 올려야 다저스 브랜드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한인이 많은 LA 지역에 ‘다저스 류현진’은 꽤 매력적인 신상품이다. 그가 1996~2001년 박찬호처럼 다저스 선발 투수로 활약한다면 막대한 경제효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경우 류현진 가치는 연 1000만 달러를 쉽게 넘을 수 있다. 다저스는 다각도로 류현진의 몸값을 계산해 베팅한 것이다.

2012.11.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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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의 감성경영] 경영은 한국 야구처럼 하라

산업 일반

벚꽃이 만발하다. 아름다운 벚꽃 향기에 마음껏 취하고 싶은 계절이 온 것이다. 흔히 벚꽃은 ‘사쿠라(さくら)’라고 해 일본의 국화(國花)라 알려져 있으나 사실 일본의 국화는 국화(菊花·Chrisanthemum)다. 우리 국화가 무궁화라면 민족의 꽃은 진달래인 것과 같다. 한국인을 대표하는 고전은 역시 이다. 가족주의로 상징되는 한국인의 키워드는 효(孝)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세 봉건영주시대를 겪은 일본은 집단주의가 근간이며 키워드는 충(忠)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고전은 (忠臣藏·주신구라)이다. 이는 자신의 주군(오야붕)이 당한 수모를 가슴 속에 새기고 있던 47인의 무사가 십수 년 후 모여 복수를 하고 집단자결한다는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양국의 이런 근본적인 차이는 그대로 기업경영에도 이어져 왔다. 한국의 재벌이 일본의 재벌 시스템을 모방했지만, 그 운영은 일본과 달리 가족들이 맡아서 하는 구조도 바로 문화적 전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일본 직장인은 ‘사축(社畜)’이라 불릴 정도로 일본식 경영은 조직의 안정과 충성을 기본으로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식 경영은 럭비에 비유돼 왔다. 럭비는 개인기보다는 보스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워크의 경기다. 이에 따라 조직의 단결력은 매우 높으나 개인의 창의성과 개인기는 약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구를 대표하는 미국 경영은 야구에 비유된다. 야구 경기는 개인마다 포지션이 있는 과학적 경기이며, 감독의 전략과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큰 영향을 미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Intel)이 그러하다. 이에 따라 럭비형 경영의 단점과 야구형 경영의 단점을 상쇄하고 양 방식의 장점만을 결합한 것이 모든 경영방식의 꿈이었다. 요컨대 개인기도 뛰어나며 팀워크도 강한 모델이 그것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두고 동양식 협력(cooperation)과 서구식 경쟁(competition) 모델을 결합한 ‘코피티션(coopetition)’이란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근대 기업경영은 이런 일본식 경영의 모방에서 출발했다. 그 결과 우리 기업들의 경영방식은 사장·부장·대리 등 직명에서부터 내부 경영관리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일본형 체질에 젖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후 우리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급속히 미국식 경영의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됐다. 반세기를 유지해 온 연공서열 제도가 문을 닫고 능력제·실적급·팀제·성과평가 등을 도입해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게 됐다. 최근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본선에서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야구 대표팀이 일본을 연파하고 야구의 종주국이자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미국 대표팀을 이긴 것이다. 축구에 비유한다면 우리가 브라질을 이긴 것과 다름없다. 한국 선발진 10명의 연봉은 미국 선발진의 연봉 879억원의 불과 20분의 1밖에 되지 않은 수준이었다. 보기에 따라 이번 야구 경기는 사실상 축구 월드컵보다 훨씬 더 값진 의미가 있으며, 경영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원래 경영의 3박자는 전략, 시스템 그리고 문화다. 우선 무엇보다 ‘재활공장장’이라 불리는 김인식 감독의 신뢰의 리더십을 축으로 투수 교체와 타선 정렬 등 정교한 전략, 선동열 등 코칭 시스템 그리고 박찬호를 비롯한 해외파와 국내파들의 의기 투합, 단결에 이르기까지 기업경영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가장 완벽한 수준을 보여 준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계 경영방식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의 단점을 극복하고 모든 경영의 이상적인 모델을 세계에 제시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세계적 수준에 오른 기업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초에는 세계 최고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고위 임원들이 우리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입국한 바 있다. 조선업을 보면 세계 1위부터 7위까지 조선소가 전부 한국 기업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우리 기업도 더 이상 남의 흉내만 내거나 배우기만 할 시대는 지났다. 이제 우리의 경영철학과 방식을 세계에 알리고 전파할 때가 됐다. 연예인들이 만든 한류 열풍, 축구인들이 만든 세계 4강…. 야구 선수도 했는데 기업인들이라고 왜 못하겠는가.

2006.05.10 16:48

3분 소요
르포/新 중동 특수 쿠웨이트 현장… 모래밭 파헤치면 달러가 ‘펑펑’

산업 일반

원유 처리 후 남은 가스를 태우면서 생겨난 석유화학 플랜트의 불기둥, 현장에서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다. SK건설이 2003년 6월 착공에 들어간 ‘원유집하시설 화재복구 현장’. 군사 시설처럼 경계와 안전 관리가 삼엄하다. 국가 전략시설이기 때문이다. 쿠웨이트시티에서 이라크로 가는 유일한 도로인 ‘압달리 로드’. 이 길을 따라 북쪽으로 90㎞ 정도 달리다 보면 거대한 석유화학 플랜트가 눈앞에 펼쳐진다. SK건설이 2003년 6월 착공한 ‘원유집하시설 화재복구 현장’이다. 2002년 1월 큰 화재가 발생해 망가진 시설을 우리 업체가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있는 곳이다. 기자는 5월 말 중동 건설붐을 선도하고 있는 이곳을 찾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모래와 풀뿐인 사막. 이곳에 우뚝 솟은 플랜트를 맞닥뜨리면 마치 오아시스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차에서 내리니 섭씨 45도를 넘는 후끈한 열기에 숨이 콱 막힌다. 공장 너머로 보이는 10여 개의 아름드리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가 치솟아 주위 하늘을 뒤덮고 있다. “처리하고 남은 가스를 태워 없애는 중”이라는 게 현지 근로자의 설명이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려 했지만 견디기 힘든 열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었다. 개더링센터(Gathering-center)라는 이 시설은 수십 개의 유정에서 나오는 원유를 모아 물과 소금을 분리한 뒤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 압축 시설로 보내고 있었다. 원유를 캐내는 과정에서 시추 다음의 두 번째 작업에 해당한다. 추장현 현장소장은 “개더링센터는 수백 개의 파이프라인이 사막 아래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땅밑 공사가 중요하다”며 “지하 매장물에 대한 완전한 파악이 이뤄져야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군사 시설 같은 건설 현장 SK건설의 공사 현장은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OC)의 관리구역 안에 있다. KOC는 쿠웨이트 전 국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을 관리한다. 눈에 보이는 사막 곳곳에는 야적장과 플랜트 시설이 들어서 있고 군데군데 거대한 ‘석유 늪’이 조성돼 있다. 그러다 보니 1년 내내 석유 냄새가 진동해 코를 막지 않고는 거리를 나다니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한국에서 온 근로자들의 땀방울이 곳곳에 배어 있다는 생각에 내색할 수가 없었다. 열사의 지역에 건설 붐은 이렇게 불고 있었다. 특히 이란·쿠웨이트 등이 건설 물량을 대폭 늘리면서 ‘신중동 건설 붐’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쿠웨이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건설업체의 실적은 단연 돋보인다. 최근 현대건설이 3억9000만 달러 규모의 ‘에탄 회수처리시설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SK건설도 12억 달러(1조2000억원) 상당의 ‘원유집하시설 공사’를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SK건설 쿠웨이트 현장의 경우 선발대 30명이 이미 도착해 사전 준비작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계약금액으로만 따진다면 국내 건설업체가 외국에서 수주한 공사 중 최대 규모라고 할 만큼 큰 공사여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SK 측은 설명했다. 선발진 대부분은 디자인·설계 관련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공사 현장을 직접 누비면서 시설설계를 위한 기본적인 디자인 작업을 맡을 것이라고 했다. 회계 담당자로 선발대에 합류한 SK건설 김신 과장과 함께 미래의 공사 현장 중 한 곳을 찾았다. 쿠웨이트시티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1시간 정도 달려 석유화학 플랜트 같은 곳에 도착했다. 군사 시설을 방불케 할 만큼 경계와 안전 관리가 삼엄했다.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고 소총을 든 병사들이 검문·검색을 했다. 그때마다 취재진은 방문 허가서와 여권·비자를 보여줘야 했다. 쿠웨이트로선 국가 전략시설에 해당하는 만큼 철저한 안전관리가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넓게 펼쳐진 1층 높이의 건물에 들어서 좁다란 복도를 따라 통제실로 들어갔다. 대규모 시설에 비해 통제실은 다소 소박했다. 사무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모니터엔 이곳 시설 곳곳에 설치된 CCTV로 현장 직원들의 모든 작업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위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를 모아 가스 압축 시설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이곳 관계자가 설명했다. 실제로 원유집하시설에서 어떻게 석유를 모으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허가하지 않아 아쉬움만을 남긴 채 그냥 되돌아 왔다. 김 과장은 “이곳에 도착한 지 보름 정도 됐지만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며 “회계 책임자로 왔기 때문에 작업이나 현장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제반 여건을 준비하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음식,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것인가요? 김치 하고 밑반찬이 한국에서와 거의 차이가 없네요.” 공사 현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SK건설 공사현장 본부에서 일행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쌀밥과 된장국이 준비돼 있었다. 한국을 떠난 지 4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이 한국 음식이 정겹게 느껴졌다. 중동 전략도 달라져 회사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직원의 복지 생활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군인 정신’으로 일하던 과거와 달리 쿠웨이트처럼 기후는 물론이고 음식도 안 맞고 술 반입도 안 되는 곳에는 직원들이 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진과 동행한 SK건설 유지호 상무는 “옛날처럼 ‘애국심’으로 무조건 일하라고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음식과 여가 등 기본적인 생활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이곳에서 일하려는 직원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근로자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다. 월급도 한국에서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이 받고 휴가도 정기적으로 보장되지만 보고 싶은 가족 때문에 모두 빨리 돌아가고 싶어한다. 이곳에 파견된 지 2년2개월이 됐다는 강봉효 과장은 “결혼한 지 1년 만에 여기 왔는데 아내에게 미안하기만 하다”며 “공사가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올해에는 귀국해 가족과 재회할 예정인데 생각만 해도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건설 업체의 중동진출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중동 건설 시장은 과거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수익을 보는 기업이 거의 없어 ‘건설업체의 무덤. 웃고 왔다 울고 간다’고 할 정도로 공사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으로 불려왔다. 공사 내용도 70∼80년대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주하는 공사들은 플랜트·석유생산시설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에 SK가 따낸 공사도 석유화학 플랜트 시설이다. 또 과거와 같은 ‘제 살 깎아먹기’식의 과다한 출혈 경쟁도 많이 사라졌다. 무조건 한다는 ‘막무가내’식 공사가 아니라 할 수 있는, 할 만한 공사’에 국내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얘기다. 현지에서 만난 SK건설 손관호 사장은 “앞으로 4∼5년 정도는 신중동 특수가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전략적 사고를 통해 회사의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5.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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