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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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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클스턴 전 F1 회장 내놓은 69대 경주차 매물 ‘8866억 원’ 추산

자동차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을 2017년까지 이끌었던 ‘억만장자’ 버니 에클스턴(94·영국)이 모터스포츠의 전설들이 직접 몰았던 ‘경주용 자동차 콜렉션’ 69대를 매물로 내놨다.영국 공영방송 BBC 등 외신들은 2일(한국시간) “에클스턴 전 F1 회장이 미하엘 슈마허(독일), 니키 라우다(오스트리아), 넬슨 피케(브라질) 등 모터스포츠 레전드들이 직접 몰았던 경주차들을 팔기로 했다”고 전했다. 올해 94살인 에클스턴 전 F1 회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사들인 경주차들은 환상적이고 역사적인 데다 희귀한 예술 작품”이라며 “모든 경주차를 사랑하지만 내가 사라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깊이 생각해봤다. 그래서 경주차들을 매물로 내놨다”고 밝혔다.그는 “오랫동안 모은 경주차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싶다. 내가 없을 때 나의 아내가 차를 처분하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1930년생인 에클스턴 전 회장은 1978년부터 2017년까지 40년간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경주 대회인 F1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에클스턴 전 회장이 매물로 내놓은 69대의 경주차는 시장 가치로만 총 5억 파운드(약 886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물로 나온 경주차에는 슈마허, 라우다, 마이크 호손(영국)이 F1 그랑프리에서 우승할 때 직접 몰았던 페라리와 피케, 카를루스 파치로스 파시(브라질) 등이 탔던 브라밤 등이 눈길을 끈다.더불어 1958년 영국 최초의 F1 그랑프리 우승을 맛봤던 스털링 모스의 ‘밴월 VW10’ 모델도 매물에 포함됐다.

2024.12.02 22:34

2분 소요
CES 이어 F1·슈퍼볼까지…카지노시티 라스베이거스는 ‘무한변신’ 중 [E-마이스]

전시

‘반박 불가’ 세계 최고의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도시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가 ‘비즈니스 이벤트’에 이어 ‘스포츠 이벤트’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 그랑프리’(F1 Grand Prix)와 세계 최대 프로 스포츠 이벤트인 미국 내셔널풋볼리그(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Super Bowl)을 연달아 개최하면서다.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F1 그랑프리’(11월 18일)를 시작으로 최근 막 내린 ‘CES 2024’(1월 9~12일), 오는 2월 11일 슈퍼볼까지 이어지는 약 90일이 세계적인 이벤트 도시로써 라스베이거스의 저력과 무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쇼타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홍보·마케팅 전문회사 알앤알 파트너스는 “20년 전만 해도 라스베이거스는 슈퍼볼 광고를 사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도시”라며 “슈퍼볼의 최종 승자는 바로 라스베이거스”라고 평가했다.F1 그랑프리 개최로 400억원 넘는 세수 올려메가 스포츠 이벤트 도시로써 라스베이거스의 가능성은 도시 역사상 처음 열린 F1 그랑프리를 통해 증명됐다. 글로벌 게임·스포츠 컨설팅 회사 비글로벌은 “라스베이거스가 준비기간이 1년 4개월 불과했던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무엇이든, 모든 것으로 수용할 수 있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 도시임을 증명해 냈다”고 평가했다.호텔·리조트가 밀집한 스트립 도심 한복판에 조성한 서킷(6.2㎞)에서 열리는 대회를 보기 위해 국내외에서 라스베이거스로 모여든 인원만 32만 명. 스트립 일대 호텔·리조트는 평소보다 35% 비싼 가격에도 예약이 물밀듯이 몰리면서 비수기인 11월에 연중 최고 실적을 올렸다. 라스베이거스가 F1 그랑프리 개최로 거둬들인 객실세, 게임세 등 세수만 3000만 달러(404억 원)에 달한다. 시장분석 회사 어플라이드 애널리시스는 F1 그랑프리 개최로 라스베이거스가 누린 경제적 효과가 최소 13억 달러(1조750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대회 전후로 3주간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엑스(X)에만 연평균 45억 건의 10배가 넘는 486억 건의 라스베이거스 관련 콘텐츠가 올라오면서 누린 역대급 홍보 효과까지더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스티브 힐 라스베이거스 관광청(LVCVA) 대표는 “F1 그랑프리는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라스베이거스 재정에 최고의 한 주를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2020년 개장한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 다음 달 11일 열릴 슈퍼볼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 도시 이미지를 완성할 ‘화룡점정’으로 기대를 모은다. 션 맥버니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최근 “슈퍼볼은 단순한 스포츠 게임 그 이상”이라며 “17년간 라스베이거스에서 비즈니스를 했지만 슈퍼볼은 지금까지 겪어 본 그 어떤 이벤트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르다”고 말했다.LVCVA는 슈퍼볼 기간 F1 그랑프리와 비슷한 30만 명 안팎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목 인기와 인지도 등을 감안할 때 경제적 파급효과는 F1 그랑프리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초부터 슈퍼볼이 열리는 기간 하루 호텔 객실료는 평균 555~1030달러(75만~140만원)로 치솟은 상태다.전문가들은 슈퍼볼이 주말 이틀간 최소 13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지역에 안겨다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티브 힐 LVCVA 사장은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슈퍼볼 기간 1600대가 넘는 개인 제트 전용기 착륙이 예정돼 있다”며 “라스베이거스가 지금까지 슈퍼볼의 흥행 역사를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풋볼 이어 농구·야구·아이스하키로 종목 확대주목할 대목은 라스베이거스가 선보이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심 한복판을 사흘간 전면 폐쇄하는 승부수를 과감히 던지며 유치한 F1 그랑프리는 2032년까지 최소 10년 개최권을 확보한 상태다. F1을 소유한 리버티 미디어가 지난해 손수 5억 달러(6733억 원)를 들여 스트립 인근 코발 레인에 대회 운영본부인 패독(Paddok)을 건립하면서 당분간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는 ‘붙박이’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슈퍼볼은 매년은 아니지만 수년 단위로 개최권이 주어지는 개최 도시 정기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슈퍼볼이 다른 도시를 순회하는 동안 대체 이벤트로 NFL 올스타 경기 ‘프로볼’(Pro Bowl)도 선점해 놨다. 2020년 슈퍼볼 유치를 목표로 오클랜드를 연고지로 사용하던 레이더스(Raiders)를 유치한 라스베이거스는 2022년과 2023년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NFL 스타플레이어가 총출동하는 프로볼을 2년 연속 개최했다.풋볼에 이에 농구, 아이스하키, 야구, 축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기 위한 ‘이력 쌓기’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미국농구협회(NBA) 컵대회인 인시즌(In-Season) 토너먼트가 처음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올 6월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드래프트 행사에 이어 브라질 국가대표팀이 포함된 코라 아메리카 축구 경기가 예정돼 있다. 지역 연고 프로 농구팀과 야구팀을 유치하기 위해 스트립 남쪽에 최대 2만 명을 수용하는 스포츠 단지와 3만 석 규모 돔 야구장 건립도 추진 중이다.스포츠 이벤트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키워줄 컨벤션센터, 호텔 등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는 2025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올해부터 6억 달러(8080억원)를 투입, 노스홀과 센트럴홀 보수공사를 시작한다. 이 공사가 끝나면 LVCC는 미국 내에서 시카고 맥코믹 센터(25만㎡) 다음으로 큰 규모(24만㎡)의 센터로 올라선다. 베네치아 컨벤션 엑스포센터와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도 올해 1억~2억 달러(1350억~2700억 원)를 들여 대대적인 시설 개보수를 진행한다.LVCVA에 따르면 지난해 라스베이거스는 퐁텐블로, 듀랑고 등 9개 신규 호텔이 개장하면서 가용 객실은 4687개, 회의 시설은 5만3000㎡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라스베이거스 리뷰 저널은 최근 “올해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전시컨벤션 행사 참가자가 역대 최대였던 2019년 665만 명을 웃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01.27 13:00

4분 소요
F1 자동차 경주의 미래는 3D 프린팅

자동차

시즌 당 80%가 교체되는 자동차 부품의 생산 속도가 승패 좌우… 부품 제작에 드는 막대한 노동과 시간 줄일 수 있어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에선 랩타임(트랙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과 무엇보다 중요한 출발 위치(starting grid)가 몇 분의 1초 차이로 갈린다. 이처럼 아슬아슬한 자동차 경주에서는 트랙 안팎에서의 속도가 승패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수십억원짜리 F1 레이스카를 움직이는 기술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지만 주요 부품의 설계와 제작에는 몇 일, 몇 주 때로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팽팽 돌아가는 자동차 경주 스케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기업 맥라렌의 기술센터(Technology Center)에는 그들이 자부하는 3개 축이 있다. 레이싱·자동차·응용기술이다. 자동차와 응용기술은 일반 도로주행차·헬스케어·에너지·사물인터넷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갔지만 레이싱 유산은 맥라렌 브랜드의 모든 측면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최근 IB타임스가 영국 서리의 워킹에 자리 잡은 세련되고 공상과학 같은 맥라렌 본사를 찾아갔을 때 대변인은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의 핵심은 레이싱이다”고 말했다. 그런 레이싱 정신은 공급망까지 뻗어 있다.“오늘날 최대의 도전과제 중 하나는 가장 짧은 시간에 아이디어를 레이스 트랙에서 사용되는 실제 부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맥라렌 레이싱의 닐 오틀리 디자인·개발팀장은 말했다(맥라렌 내에서는 아일톤 세나와 미카 하키넨 같은 전설적인 F1 레이서들이 활약했던 팀의 전성기 때 30년에 걸쳐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여러 차례 일궈낸 중요한 인물이다).이런 배경에서 3D 프린팅이 주목 받고 있다. 맥라렌의 워킹 본사에선 매주 6000개 정도의 부품이 생산되는데 견본 테스트, 파손된 부품의 교체, 레이스 전 마지막 순간에 최종 완성차의 성능개선을 위한 것이다. F1은 ‘시제품 스포츠(prototype sport)’나 다름없다. 챔피언십 한 시즌에 걸쳐 차마다 무려 80%의 부품이 교체된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선 다른 팀에 비해 조금이라도 우위를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결정적인 변수이기 때문에 콘셉트·설계·제작 간 지연시간을 최소화하는 3D 프린팅 기술은 F1 엘리트에겐 거부하기 힘든 카드다.지난 4월 7일 맥라렌 레이싱은 3D 프린팅 목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최근 생산시간 단축을 위해 유명 3D 프린팅업체 스트라타시스와 체결한 파트너십의 결과였다. 현재 진행 중인 2017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맥라렌 혼다 자동차들의 시제품과 주요 부품에 스트라타시스의 열용 해적층법(FDM)과 폴리젯 프린팅 기술이 적용된다. 한편 지난 4월 16일 바레인 그랑프리에는 스트라타시스의 유프린트 SE 플러스(uPrint SE Plus) 프린터가 사상 최초의 트랙사이드 3D 프린터로 모습을 드러냈다.3D 프린팅 기술을 채택하는 레이스팀은 물론 맥라렌뿐이 아니다. 페라리가 지난 1월 그 기술을 논의했고 2014년에는 레드불 레이싱의 대변인이 “3D가 분명 F1의 미래”라고 호언했다.그런 거창한 주장 외에도 맥라렌은 실제로 영국 본사에 자체 제작 목적으로 약 14억4000만원 상당의 3D 프린팅 장비를 들여놓았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이용해 더 큰 부품들(대표적으로 F1 자동차 차대와 서스펜션의 주요 부분)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핏스톱(레이스 중 정비 목적의 정차) 프린터’는 사이즈 제약으로 인해 더 작고 비중 낮은 부품들만 생산할 수 있다. 더 큰 장치들은 모두 영국에서 모니터가 이뤄진다. 뒷날개 플랩도 분명 시선을 사로잡고 인상적인 볼거리지만 “장기적인 생산방식으로 선택한 날개제작 방법이라기보다는 단기적 성능향상을 위한 편법”이라고 오틀리 팀장은 해명했다.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레이서의 안전이다. 3D 프린트 탄소섬유는 사용 가능하고 맥라렌에서 활발히 생산되지만 용도가 제한적이다. 부품을 만들 때 전문가들이 그 소재를 특정한 방식으로 엮지 않으면 충격을 받을 경우 쭈그러지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노즈콘(nose cone,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원추형 앞부분)과 서스펜션 암(suspension arm, 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부품)주위다. 서스펜션 암은 시속 320㎞의 속도로 질주할 때 날개와 타이어 접지력으로 생기는 엄청난 하방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스트라타시스의 응용 엔지니어 매트 존스는 “트랙을 돌 때 부품이 받는 부하에 좌우된다”며 “대다수 작은 부품은 부하가 약해 견뎌내기 쉽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현재의 3D 프린팅 기술로 그 정도 정확성을 기하기는 어렵지만 더 큰 부품 개발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존스 엔지니어는 “(맥라렌 팀이) 전통적인 공정으로 만들 수 없는 부품을 탄소섬유로 제작해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시제품 제조 기법이 많다”며 “따라서 3D 프린트로 더 큰 부품들을 제작해 차에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새 디자인 개발에는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맥라렌 레이싱에는 매주 6000개 부품의 제작에 드는 막대한 노동과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능력이 승리에 필수적이다. 그에 따라 3D 프린팅이 전 세계 비밀 레이싱 실험실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올리버 크래그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7.04.30 19:20

4분 소요
‘1.58초’ 단축에 공들인 3년

산업 일반

윌리엄스 F1 팀, 착용형 생체측정 기술과 빅데이터 활용해 바퀴 4개 교체에 걸리는 시간 3.5초에서 1.92초로 줄여 1.92초―. 지난 6월 아제르바이잔 바쿠 시티 서킷에서 열린 2016 유럽 그랑프리에서 윌리엄스 포뮬라원(F1) 팀이 바퀴 4개를 갈아끼우는 피트스톱(pitstop: 경주 중 재급유, 타이어 교체, 장치 조정을 위해 잠시 정차하는 것을 말한다)에 걸린 시간이다.1.92초는 F1 경주에서 피트스톱 최고 기록이다. 피트스톱 시간을 3.5초에서 1.92초로 당긴 것은 그 차이가 눈 깜빡할 사이에 불과하지만 3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과 착용형 생체측정 모니터의 개발, 첨단 연출, 매 시즌 수천 번에 이른 연습의 결과다.2013년에만 해도 윌리엄스 팀의 피트스톱 시간은 가장 느린 편에 속했다. 바퀴 4개를 3.5초만에 갈아끼우는 것만해도 대단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윌리엄스 팀은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피트스톱을 할 때마다 천금 같은 시간을 낭비했다. F1 경기에선 대단히 큰 결점이다. 그래서 윌리엄스 팀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시작했다.생체측정 기술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의 도움이 컸다. 윌리엄스 팀은 300개의 센서가 경주 1회 당 차량에 관한 데이터를 60기가바이트(GB)나 생산하지만 정비사들이 그런 자료는 거의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랩타임을 100분의 몇 초 줄이기 위해 경주차의 모든 측면이 기록되고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되지만 피트의 정비사는 아무런 생각 없이 타이어를 교체한다. 뭔가 잘못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석하는 시스템은 아예 없었다.윌리엄스 팀은 그 문제를 해결하고 과거의 우승 영광을 되찾기 위해 겜마 피셔를 발탁했다. 피셔는 ‘인적수행(human performance)’ 전문가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피트의 정비사들이 팀 내부의 소팀이라면 피셔는 그 정비사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치하는 감독이다.윌리엄스 공장에서 피셔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F1 경주 일정은 아주 빡빡하다. 연간 경주가 21차례나 되고 테스트가 5회, 거기다 장거리 비행과 하루 18시간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 따라서 신체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된다. 나스카르 같은 경주는 전문 피트 요원이 따로 있지만 F1 경주에선 실제 정비사가 피트를 맡아야 한다. 대개 그들은 과로로 지쳐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 따라서 우리는 피트스톱 시간을 2초 아래로 줄이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영국 옥스퍼드셔의 윌리엄스 공장과 각 서킷에서 피트 정비사는 피트스톱을 신속히 처리하고 뭔가 잘못됐을 때 침착하게 대처하기 위해 정신적·심리적 훈련을 받아야 한다. 윌리엄스 팀도 다른 팀처럼 계약에 따라 일주일에 여러 차례 체육관에서 운동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경주 동안 매번의 피트스톱은 카메라 3대로 기록된다. 피셔는 각자가 맡은 일을 신속하고 정확히 할 수 있도록 코치하기 위해 그 영상을 철저히 검토한다. 연습할 때는 각자 헬멧에 액션 카메라 고프로까지 부착해 전 과정을 촬영하지만 실제 경주에선 카메라 장치 착용이 금지된다.그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셔는 피트 정비사에게 자세와 새 타이어를 잡는 방법 등을 바꾸라고 조언할 수 있다. 그녀는 정비사가 차고에 있는 좌석에서 피트레인까지 이동하는 동선도 살핀다. 순간적으로라도 신경 쓰이게 하는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서다. 모든 피트스톱과 동작은 최대한 간단하고 효율적이도록 철저히 사전 연출된다.피트 정비사는 심박, 호흡률, 동작, 스트레스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가슴에 피트니스 트래커를 착용한다. 그 데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버에 올려져 IT 회사 애버네이드가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디지털 대시보드로 윌리엄스 팀에 전송된다. 심박과 스트레스 수준의 급속한 상승(주로 느린 피트스톱 다음에 생기는 현상이다)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표시다.공장에서 윌리엄스 팀은 피트스톱에서 정비사 각자에게 바퀴가 어떻게 접근하는지 시뮬레이션하는 테스트 장비를 개발했다. 정비사 3명(떼어내고 붙이고 고정시키는 데 각각 1명씩 필요하다)이 타이어 교체를 위해 대기하는 곳으로 타이어가 부착된 바퀴 허브를 유압 장치를 이용해 6m 이동시킨다. 그 장치는 각 바퀴를 담당하는 4개의 소팀 각각을 테스트하도록 설정될 수 있다. 드라이버가 너무 빠른 속도로 차를 몰고 들어와 정해진 위치를 놓치면 전체 팀이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가정해 그 장치가 움직이는 속도와 멈추는 장소를 컴퓨터로 자동 조정한다.윌리엄스 팀의 정비사들은 서킷과 공장에서 매 시즌 약 2000번의 연습을 한다. “경주의 승패는 기본적으로 피트스톱으로 결정된다”고 피셔가 말했다. “피트 정비사는 신체적으로도 강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사소한 실수도 해선 안 된다는 스트레스와 압박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세계의 언론이 지켜본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심적 부담이 아주 크다.”피셔는 자신이 처음 윌리엄스 팀에 왔을 때를 돌이키며 “3년 전엔 우리의 잠재력이 얼마나 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엔 피트스톱 3초로 만족했다. 2초 아래로 당기라는 얘기를 하면 조롱 받았다. 하지만 1년도 못 가 우린 늘 어떻게 하면 2초 이하로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윌리엄스 팀은 올해 처음으로 피트스톱 2초 미만을 달성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 서킷에서 열린 2016 유럽 그랑프리에서 1.92초에 바퀴를 갈아 세계 기록을 세웠다. 드라이버 없이 서 있는 차를 대상으로 하는 연습에선 윌리엄스 팀이 1.25초까지 시간을 줄일 수 있다.피셔는 내년에 더 크고 무거운 타이어가 F1 경기에 도입되면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약 2.5㎏이 더 무거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제조사 피렐리는 아직 그런 사실을 각 팀에 확정해서 통보하지 않았다.피셔는 매 경기에서 어떻게 피트스톱이 분석되고 개선되는지 이렇게 설명했다. “경주 후 데이터와 동영상으로 피트스톱의 모든 요소를 검토할 때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철저히 점검한다.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당시에는 정비사들이 알지도 못한다. 다음 경주가 다가오면 우리는 함께 모여 동영상을 보고 데이터를 검토하며 오류의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최선의 방안을 찾는다.”피셔는 윌리엄스 팀이 지금으로선 생체측정, 착용형 기술로 할 수 있는 일의 표면만 건드리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겉만 핥는 식이다. 우리는 이번 겨울 동안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패턴을 찾아내고 바람직한 피트스톱과 지양해야 할 피트스톱을 이끌어내는 생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계획이다. 착용형 기술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서 앞으로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도구다.”- 앨리스테어 찰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6.12.26 11:14

5분 소요
경매 사상 최고가의 클래식카는?

산업 일반

톱10 중 9대는 페라리로 모두 1950~60년대 제작됐으며 1700만 달러 이상에 낙찰 최근 부가티의 200만 파운드짜리 시론과 레드불 F1-애스턴마틴의 합작으로 제작된 300만 파운드짜리 AM-RB 001이 사상 최고의 고가 자동차로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클래식카 경매 기록을 잠깐 살펴봐도 1950∼60년대 제작된 경주차들의 낙찰가에 비하면 그 정도는 푼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경매에서 사상 최고가로 팔린 클래식카 톱10 중 9대가 페라리다. 그중 6대는 1960년대 제조된 것이며, 전부 다 지난 3년 동안 경매됐다. 클래식카 가격 거품은 여전히 터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매 사상 최고가 톱10을 살펴본다(여기서는 미국 달러로 가격을 표시한다). ━ 10. 페라리 250 GT SWB 캘리포니아 스파이더(지난 3월 경매, 낙찰가 1716만 달러) 1961년 제작된 모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 중 하나로 널리 알려졌다. 경매된 이 캘리포니아 스파이더(차대 번호: 2871)는 이런 스타일로 한정 제작된 37대 중 하나다. ━ 9. 페라리 250 LM(지난해 8월 경매, 낙찰가 1760만 달러) 페라리가 제조한 LM 32대 중 23번째로 1964년 제작됐으며 1966년 영국 모터쇼에 전시됐다. 1960년대에 영국인의 손에 넘어갔다가 일본 마쓰다 컬렉션으로 보내졌다. ━ 8. 페라리 375 플레스 스파이터 콘페티지오네(2014년 7월 경매, 낙찰가 1840만 달러) 2014년 굿우드 스피드 페스티벌에서 경매됐으며 페라리가 설립된 지 15년 만에 제작됐다. 페라리 공장팀이 경주에서 사용해 1954년 밀레밀리아에서 2위에 올랐다. ━ 7. 페라리 250 GT SWB 캘리포니아 스파이더(지난 2월 경매, 낙찰가 1850만 달러) 한정 제작된 SWB 캘리포니아 스파이더 37대 중 하나(차대 번호: 2935)로 먼지투성이 헛간에서 낡은 잡지와 신문 더미에 40년 동안 덮여 있다가 발견돼 클래식카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 6. 페라리 275 GTB/C 스페시알레(2014년 8월 경매, 낙찰가 2640만 달러) 1965년 제작됐다. 페라리 측이 실제보다 무게가 더 많이 나가는 것으로 신청해 실격으로 르망 경주 출전이 금지됐다. 나머지 2대는 개인 소장품으로 판매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5. 페라리 275 GTB/4 나트 스파이더(2013년 8월 경매, 낙찰가 2750만 달러) 1967년 제작된 10대 중 하나다. 모두 페라리 북미경주팀의 의뢰로 제작됐다. 그들은 275 GTB/4의 컨버터블 버전을 원했다. 1968년 스티브 매퀸이 주연한 영화 ‘화려한 패자’에 등장했다. ━ 4. 페라리 290 MM(지난해 12월 경매, 낙찰가 2805만 달러) 전설적인 F1 레이서 후안 마누엘 판히오의 1956년 밀레밀리아 경주를 위해 제작된 12기통 엔진 경주차(차대 번호: 0626)다.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차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 3. 메르세데스-벤츠 W196(2013년 7월 경매, 낙찰가 2960만 달러) 이 목록에서 유일하게 페라리가 아닌 차로 1954년 제작된 해에 판히오가 몰아 프랑스 F1 그랑프리에서 우승했다. 보관 상태가 좋지 않지만 같은 모델 중 회사나 박물관이 소유하지 않은 제품으로는 유일하다. ━ 2. 페라리 335S(지난 2월 경매, 낙찰가 3571만1359달러) 1957년 제작된 차로 같은 해 밀레밀리아 경주에서 2위에 올랐다. 그 후 페라리 공장에 들어가 400마력, 300k/h 성능으로 개조됐다. 1958년 개인 수집가에게 팔린 뒤 같은 해 쿠바 그랑프리에서도 우승했다. ━ 1. 페라리 250 GTO(2014년 8월 경매, 3811만5000달러) 1962년 페라리가 39대로 한정 제작한 250 GTO 중 하나로 각종 경주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 1965년 이탈리아의 사업가가 요즘 돈으로 약 3만 달러에 구입해 경주에 참가했다가 박물관에 보관됐다.

2016.08.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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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 시대가 왔다”

산업 일반

영원한 2인자 자메이카 스프린터 요한 블레이크의 저주가 마침내 풀렸다. 이제 올림픽에서 우사인 볼트만 꺾으면 된다 요한 블레이크는 미국인 스프린터 타이슨 게이와 함께 세계가 인정하는 두 번째로 빠른 사나이다. 평생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를 옆 레인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와 함께 훈련하면서, 틈날 때마다 군중이 그에게 몰려들 때, 수시로 자신을 추월해 결승선을 향해 달려 나갈 때의 볼트를 지켜본다.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볼트에게서 시선을 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볼트는 자신만만하고 매력적이고 상상을 초월하게 빠르다. 어쨌든 그는 초인적인 스피드의 달리기를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워 보이게 한다. 그런 재능에 플레이보이 라이프스타일까지 즐긴다(2012년 런던 올림픽 100m 경주에서 우승한 뒤 새벽 3시에 자기 침실에서 스웨덴 여자 핸드볼 팀 선수 3명과 함께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블레이크는 그런 환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단거리 경주는 그가 가난에서 탈출하는 열쇠였다. 그는 달리기가 쉬운 척하지 않는다. 쉬지 않고 훈련한다. 체육관이나 트랙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시간낭비라고 믿는다. “내가 잠자는 동안 촌음을 아껴가며 더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도 있을 것”이라며 “남보다 연습량이 적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블레이크와 볼트는 서로 뒤를 봐주는 친구다. 블레이크보다 세 살 많은 볼트는 ‘간지’ 나는 형이다. 키가 작고 땅딸막한 체구의 블레이크는 항상 형을 따라잡으려 애쓰는 볼품없는 동생이다. 그러나 형도 이제 나이 30이 다 돼간다. 리우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가만히 앉아 볼트가 물러나기만 기다리진 않는다. 오는 8월 14일 모든 게 뜻대로 된다면 남자 100m 결승에서 볼트와 맞대결한다.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를 꺾을 마지막 기회다. 그리고 블레이크는 이번엔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블레이크는 1989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자메이카 북서부 해안 도시 몬테고 베이에서 셜리와 베다 블레이크 부부의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9식구가 2칸방 집에서 살았다. 화장실은 이웃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용이었다. 전기는 전봇대에 선을 연결해 불법 도용했다.그는 “침대가 2개밖에 없고, 창문은 깨지고, 바닥은 부식돼 생활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빗물 새는 방에서 모두가 한 침대에 붙어 잤다. 제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든 나날이었다.”아버지가 바텐터와 재단사로 일했지만 벌이가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블레이크는 종종 학교를 빠지고 푼돈 벌이에 나섰다. 빈 병을 수거해 고물상에 내다팔거나 이웃집에서 품팔이를 했다. 교회에 손을 벌려야 할 때도 있었다.초등학교 시절, 너무 가난해 왕따를 당했다. 급우들이 그를 조롱했지만 블레이크에겐 그들에게 없는 재능이 있었다. 번개처럼 달리는 특출한 능력이었다. 중학생 때, 오닐 앵클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의 크리켓 경기를 보러 운동장으로 나왔다. 13세의 블레이크가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고는 크리켓을 하기에는 아까운 재능이라고 판단했다. 뛰어난 육상부가 있는 세인트 자고스 고등학교 입학을 권유했다. 자메이카 반대쪽 160㎞ 떨어진 학교였다.블레이크는 그 학교에 입학해 코치와 함께 생활하며 곧바로 탁월한 재능을 과시했다. 17세가 되던 2007년 100m 달리기에서 10.11초로 자메이카 주니어 신기록을 수립했다(당시 세계 기록은 그 전해 블레이크와 같은 자메이카 선수 아사파 파웰이 수립한 9.672초였다). 다음해 자메이카 최대 육상대회에 출전했다. 챔프스로 불리는 이 대회는 자메이카에선 올림픽과 거의 동등한 지위를 누린다. 주요 언론매체 1면에 실리고, 3만50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이 대체로 만원을 이룬다. 관중은 주로 단거리 선수들을 보러 경기장을 찾는다. 단거리 경주는 인구 300만 명도 안 되는 자메이카가 자랑하는 국민 스포츠다. 2008년과 2012년 올림픽 때 자메이카 선수들이 100m와 200m 레이스의 금메달을 거의 휩쓸었다. 2012년 대회 여자 200m 경주만 예외였다.블레이크는 챔프스 대회의 16~19세 100m 레이스에서 우승했다. 당시 자메이카 최고 스타 육상 선수이자 세계에서 둘째로 빠른 사나이였던 전 챔프스 우승자 볼트도 그날 군중 속에 있었다. 볼트는 블레이크의 경주가 끝난 뒤 그에게 몇 가지 친절한 조언을 했다. 블레이크는 볼트가 자신을 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때의 고마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며 “그는 그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라고 말했다.볼트의 코치는 블레이크에게 볼트를 비롯해 자메이카의 다른 정상급 스프린터들과 함께 훈련을 받아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최고의 선수들과 달리게 됐지만 여전히 소심하고 불안정한 십대였다. 국제 대회 데뷔 첫해 성적이 엉망이었다. 너무 긴장해 다리가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출발선에서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고 돌이키며 “심판이 ‘출발’이라고 외칠 때 나는 ‘준비’ 자세에 있었다”고 말했다.다음해 블레이크의 코치는 좀 더 수준 낮은 경주에 그를 내보내 자신감을 회복시켰다. 그것이 주효했다. 2009년 7월 10일, 로마 대회에서 9.96초를 기록했다. 당시 100m를 10초 이내에 주파한 최연소 선수가 됐다. 한 주 뒤 그 기록을 9.93초로 더 끌어내렸다.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미지를 일신했다. 언젠가 볼트가 인터뷰 도중 “요한 블레이크를 주목하라. 야수처럼 달린다”고 말했던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소심한 19세 청년에게 그 말은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 약한 모습을 감추는 가면 역할을 했다. 그는 스스로를 야수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주 중 지금은 잘 알려진 낮은 포효를 내뱉었다.관중은 그 땅딸막한 체구의 자메이카 선수를 알아보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블레이크는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를 전적으로 받아들여 머리카락과 손톱을 길게 기르고 두툼해진 어깨 주변 피부에 튼살이 생길 때까지 몸집을 키웠다. 2014년 스위스에서 열린 한 경주에선 얼굴에 검정 줄무늬를 칠하고 입에는 가짜 송곳니를 달고 트랙에 나섰다.매니저는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며 손톱을 깎으라고 했지만 블레이크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선수생활 중 처음으로 사람들이 그를 볼트의 대타로 보지 않게 됐다. ‘야수’는 무적이라고 그는 믿었다.지난 5월의 어느 우중충한 월요일, 블레이크는 물리치료사이자 친구인 숀 케틀과 함께 미니밴을 타고 뮌헨으로 향했다. 우리는 독일을 순회하는 6일간의 여행을 절반쯤 마친 참이었다. 이틀 전 헤르초게나우라흐 마을에서 100m 경주에 출전한 블레이크는 한껏 들떠 있다. 소규모 레이스에 2류급 대회였지만 낮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10.03초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케틀이 몸 근육에 관한 책을 읽는 동안 블레이크는 장난기 어린 질문을 계속 퍼붓는다. “페니스에는 어떤 근육이 있지?” 케틀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배꼽을 잡고 웃는다. 일하기는 글렀다고 판단한 케틀은 블레이크에게 대퇴사두근(quadriceps femoris)에 관해 알려줬다. 넓적다리 뼈의 앞면과 측면을 덮는 4개의 두툼한 근육이다. 블레이크 같은 일류 단거리 주자들은 드라이브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퇴사두근이 매우 강하다. 드라이브 단계는 주자가 출발대(starting blocks)에서 뛰쳐나갈 때 비행기의 이륙과정처럼 보이는 전력 질주의 첫 부분이다. 대퇴사두근은 다리를 앞으로 내뻗고 발이 지면을 밟을 때 충격을 흡수하는 근육이다. 이 과정은 또한 햄스트링(허벅지 뒤쪽의 대퇴이두근)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사두근이 다리를 구부리면서 햄스트링을 갑자기 위축시킨다. 케틀은 “스프린터가 입는 부상은 크게 두 가지”라며 “햄스트링과 허리”라고 말했다. 헤르초게나우라흐를 떠난 뒤 처음으로 블레이크가 입을 다물었다. 과거의 햄스트링 파열을 떠올린 듯하다.첫 부상은 2013년 자메이카에서 레이스하던 중이었다. 블레이크의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이 파열되면서 몇 주 동안 훈련을 중단했다. 블레이크는 훈련을 못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의사의 지시를 어기고 계속 운동했다. 한쪽 다리를 다쳤다 해도 다른 쪽 다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요즘 그의 의료팀은 그때의 과도한 훈련이 그쪽 다리에 너무 많은 부담을 준 듯하다고 말한다. 2014년 7월 11일 블레이크는 비교적 소규모 대회인 글래스고 그랑프리에 출전했다. 스타트가 늦었고 금방 뒤떨어졌다. 60m 지점부터 상체가 뒤로 기울기 시작했다. 몸의 추진력을 떨어뜨리려 애쓰는 동안 두 다리는 맹렬히 펌프질하고 있었다. 앞으로 뻗은 오른쪽 다리가 땅에 박힌 듯 고정되더니 몸이 그 위로 기울어졌다. 그는 두 팔을 휘두르면서 고꾸라지며 레인에 그대로 얼굴을 박았다. 블레이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뼈에서 근육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너무 빨리 달리고 있어 몸을 던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자기공명영상(MRI) 스캔 결과 좌골(골반 아랫부분)의 햄스트링이 떨어져 나갔다. 다시 붙이려면 수술이 필요했다. 며칠 뒤 룩셈부르크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이 회복하려면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알려줬지만 몇 달이 지난 뒤에도 정상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어떤 날은 컨디션이 좋은데 어떤 날은 마치 깡총거리며 달리는 느낌이었다”며 “체력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블레이크가 말하는 건 다리뿐이 아니다. “어떤 사고를 당하면 심리적으로도 타격을 받아 재활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훈련을 재개했을 때 햄스트링이 다시 파열될까봐 겁을 먹어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블레이크가 몸에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애쓰는 동안 볼트가 목에 거는 금메달은 갈수록 늘어났다. 그는 2014년 8월 영연방경기대회에서 자메이카 100m 계주팀의 일원으로 37.58초의 대회 신기록을 수립했다(런던 올림픽 때는 블레이크가 세 번째 주자로 나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같은 달 하순, 볼트는 폴란드에서 열린 실내 100m 스프린트 대회에서 9.98초로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1년 뒤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선 100m와 200m 레이스 모두 금메달을 휩쓸었다.블레이크는 베이징 대회에 출전하는 자메이카 대표팀에도 선발되지 못했다.블레이크는 자신처럼 튼튼한 몸은 망가지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의 계시’를 통해 답을 얻었다고 한다. 주님 찬양을 중단했기 때문에 벌 받았다는 하느님 말씀을 들었다고. 운동에 정신이 팔려 교회에 발길을 끊었었다. “하느님이 말씀하시길, ‘요한, 네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두 내 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됐다.”블레이크는 요즘 자신의 시련이 모두 하느님의 계획하신 일이었다고 믿는다. 그 계획은 지난 4월 자메이카인 목사 앤드류 스콧을 만난 뒤 윤곽이 뚜렷해졌다. 스콧 목사는 미래를 예측하고, 병자를 치료하고, 사람들을 악령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목사는 블레이크에게 성경을 읽고, 교회에 꼬박꼬박 나가고, 하느님을 찬양하라고 권유했다. 그대로만 하면 올림픽 우승으로 보답 받게 되리라고 블레이크는 확신했다.목사가 블레이크에게 제시한 마지막 계명은 야수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에선 인류를 파멸시키러 오는 두 짐승을 언급한다. 성경에 따르면 그중 하나가 사람들의 오른손이나 이마에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을 상징하는 숫자’를 나타내는 표시를 하게 만든다. 목사는 블레이크가 스스로 짐승 이름을 받아들임으로써 악마를 불러왔다고 말했다.그 말에 기겁한 블레이크는 야수라는 닉네임을 버리고 손톱을 깎고 튀는 행동을 중단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많은 팬이 실망하겠지만 그것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콧 목사는 악마의 저주를 푼다. 믿음이 없으면 허황되게 들리지만 그가 악령을 쫓아낼 때 나를 내리누르던 하중이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몸이 가볍다.”블레이크는 오는 8월 14일 마침내 볼트를 앞지를 만큼 빨라질 것이라고 호언한다. “4년 동안, 아니 평생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 이젠 내 시대가 왔다.”- 미렌 기드 뉴스위크 기자

2016.08.08 09:59

8분 소요
정영재·김원의 스포츠 & 비즈(6)

전문가 칼럼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 F1은 자동차 레이서들에게 꿈의 무대다. 일본은 벌써 21명의 F1 드라이버를 배출했다. 한국은 언제쯤 F1 드라이버가 나올 수 있을까. 영국의 자동차 경주 팀인 매너 레이싱(Manor racing)에는 리오 하리안토(24)라는 인도네시아인 드라이버가 있다. 하리안토는 올해 포뮬러원(F1) 그랑프리에 참가하는 유일한 아시아인 드라이버다. 그가 올해 초 매너 팀과 계약하자 미국의 CNN 방송은 “인도네시아 드라이버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하리안토는 인도네시아에서 국민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일본의 나카지마 사토루(63)는 1987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F1 무대를 밟았다. 일본은 사토루 이후 지금까지 21명의 F1 드라이버를 배출했다. 스즈키 아구리(56)는 90년 일본 그랑프리에서 3위에 오르며 일본인 가운데 처음으로 포디움(1~3위가 오르는 시상대)을 밟았다. 이후 2004년 미국 그랑프리에서 3위에 오른 사토 타쿠마(39)와 2012년 일본 그랑프리 3위 고바야시 카무이(30) 역시 시상대에서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아직 F1 드라이버가 나오지 않을까. ━ ‘8조원의 게임’ 모터스포츠의 꽃 F1 모터스포츠는 전세계 수억 명의 팬을 가진 인기 스포츠다. ‘모터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F1 외에도 나스카(NASCAR), 인디카(Indycar), 세계내구챔피언십(WEC),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등 대회 종류도 많다. 르망24시(WEC), 몬테카를로 랠리(WRC), 모나코 그랑프리(F1), 인디500(인디카), 데이토나500(나스카) 등 풍부한 역사와 스토리를 갖춘 단일 경주들은 레이싱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겨루고 우수성을 인정받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모터스포츠에 투자한다. 특히 세계에서 손꼽히는 메이커들은 매년 2000억~5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지난해 말 토토 볼프 메르세데스 팀 대표는 “F1 팀 운영을 통한 벤츠의 브랜드 노출 효과는 30억 달러(3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마케팅을 위해 거액을 기꺼이 지불한다. 스폰서십 컨설팅 업체 IE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모터스포츠 스폰서십 총 규모는 54억30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포츠 마케팅을 배우려면 모터스포츠를 보라’는 말처럼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 기법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모터스포츠 가운데 전세계 5억2500만 명이 시청하는 F1은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릴 만큼 관심이 높다. F1에서 F는 ‘포뮬러(formula)’, 즉 규정을 의미한다. 여러 대회의 규정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1’은 최고의 대회라는 의미다. 대회에 출전하는 차는 운전석 덮개가 없고 바퀴가 차체 밖으로 튀어나온 경주용 오픈 휠(open wheel) 차량이다. 첨단 자동차 기술이 집약돼 있기 때문에 ‘머신(machine)’이라고도 불린다. 머신의 평가액은 대당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세 차례(2008·2014·2015년) F1 월드챔피언(시즌 포인트 종합 1위)에 오른 루이스 해밀턴(31·영국)이 2014년 주행한 머신의 평가액은 230억원에 달한다. 머신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불과 2.5초, 시속 200km에서 정지 상태까지 1.9초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순발력이 좋다. 최고의 스피드를 내는 데 최적화 됐다.1950년 시작한 F1은 산업적 가치도 크다. 지난해 영국의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F1의 경제적 가치는 50억 파운드(약 7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F1은 1년 동안 11개 팀 소속 드라이버들이 전세계 21개국을 돌며 그랑프리 대회를 치러 순위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F1 팀을 운영하는 회사는 벤츠·맥라렌·르노·혼다·페라리(이상 자동차 제조사)와 하스(부품사), 레드불(음료 회사) 등으로 업종이 다양하다.레드불은 11년 전인 2005년 레드불 레이싱 팀을 시작한 이후 매출이 2배(66억 달러, 약 7조6000억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F1 참가로 큰 효과를 본 레드불은 또 다른 F1 팀인 스쿠데리아 토로 루소 팀도 이듬해 창단해 운영 중이다. 스폰서로 참여하는 기업은 기술 파트너(자동차 회사·타이어·부품·텔레매틱스 업체)와 일반 스폰서(전자·IT·금융·소비재 등)로 나뉜다. 참여 기업 숫자가 300개에 이를 정도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F1은 호스팅(대회 개최) 권리를 판 돈과 방송 중계권료를 합쳐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2013년 기준 두 항목의 수입은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였다. 경기장 광고, 입장 수입 등을 모두 포함하면 17억 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순이익(profit)도 5억3000만 달러(약 6100억원)나 된다.상금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총 상금액은 8억 달러(약 9200억원)였다. 5년 전에 비해 46.6%가 증가한 것이다. 이에 맞춰 각 팀들의 운영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 팀에 스태프만 300~500명이 있다. F1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30개국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5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 F1 드라이버로 가는 길, ‘사다리 오르기’ F1은 자동차 레이서들에게 꿈의 무대다. F1의 각 팀에는 2~3명의 드라이버가 소속돼 있다. 매년 20명이 조금 넘는 선수들만 F1 그랑프리에 참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F1 드라이버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선수 개인의 실력뿐만 아니라 운·자본·저변 등 모든 요소가 갖춰져야 F1 드라이버로 세계 무대를 질주할 수 있다.F1에서는 7번이나 월드챔피언에 오른 미하엘 슈마허(47·독일)가 2012년 은퇴한 이후 해밀턴 시대가 열렸다. 해밀턴은 2008년에 이어 2014년과 2015년 연속 월드 챔피언에 올랐고, 지난해 메르세데스 팀과 3년간 총액 1억4000만 달러(약 1603억원, 2016시즌부터 적용)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포브스 자료에 따르면 해밀턴은 지난해 상금·연봉 등으로 4600만 달러(약 527억원)을 벌어들여 세계 스포츠 스타 가운데 11번째로 많은 수입을 올렸다.최초의 흑인 F1 드라이버인 해밀턴은 ‘F1의 타이거 우즈’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그는 8살 때부터 카트를 타기 시작했다. 카트란 카 레이싱 입문을 위해 만든 소형 경주용 차량을 말한다. 카트를 탄 지 2년 만에 해밀턴은 두각을 나타냈다.해밀턴은 95년 유로 오토스포츠 시상식장에서 ‘F1의 대부’라 불리는 론 데니스(59·영국) 맥라렌 회장을 만난다. 그리고 2년 뒤 유러피언 카트 챔피언십을 평정한 해밀턴은 ‘맥라렌 영 드라이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해밀턴이 2007년 F1에 데뷔할 때까지 맥라렌은 그에게 500만 파운드(약 74억원)를 지원했다. F1 드라이버 대부분은 해밀턴처럼 조기 교육을 받는다.유럽에서는 이르면 세 살부터 카트 운전대를 잡는다. 7~8세가 되면 대회에 참가하고, 꾸준히 쌓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15세 전후로 포뮬러 포드 등 주니어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여기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은 르노·맥라렌·페라리·로터스 등에서 운영하는 ‘영 드라이버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돼 집중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 이후 F3(F1의 3부리그 격), GP2 등 단계를 거쳐 F1에 입성하는 구조다. 최고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단계를 차례대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사다리(ladder) 오르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 모터스포츠의 박태환·김연아가 나오려면? 국제자동차연맹(FIA)은 카트 대회를 관장하는 CIK-FIA를 두고 세계 대회를 개최하며 카트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OTK그룹(이탈리아)은 세계 최대 카트 제조업체다. OTK그룹이 운영하는 카트 팀인 토니카트는 이 대회에 가장 많은 선수를 출전시켰다. 토니카트는 1958년 창단해 최근 10년간 6명의 카트 세계 챔피언을 배출한 명문 팀이다. 이 팀은 1년에 300만 유로(약 38억원) 이상의 예산을 대회 참가와 선수 육성에 쓴다. 그러나 대회 참가비는 선수들이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유럽에서 열리는 4일짜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1인당 2000만원 이상 든다. 39개국 51명이 참가한 카팅 아카데미 트로피 대회에는 한국의 이찬준(14·서초중)도 도전장을 내밀었다.2014년 시작된 아카데미 트로피는 각국 자동차경주협회(ASN)가 추천한 만 13~15세의 카트 선수(국가 당 최대 2명)들이 참가하며 1년에 세 차례 대회를 연다. 이찬준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을 대표해 아카데미 트로피에 참가했다. 그는 지난 4월 프랑스 에쎄에서 열린 대회 첫 라운드에서 준결선 4위, 결선 7위에 올라 포인트 11점을 얻었다. 모터스포츠의 불모지 한국 출신 선수가 종합 순위 7위에 오르자 CIK-FIA에서는 대회 소식지에 이찬준의 사진을 실어 비중 있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찬준은 이번 대회 준결선에서 다른 차량과 충돌하면서 페널티를 받았고, 결선에서 32명의 참가자 중 25번째로 출발선에 서는 악재 속에 최종 순위 15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이찬준은 6월 12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 카트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 2년째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로부터 대회 참가비와 항공비 등을 지원받았다. 7살부터 카트를 탄 이찬준은 한국인 최초의 F1 드라이버를 꿈꾸고 있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5월 현재 국내에 등록된 자가용(영업용·관용 제외) 대수는 1996만대를 넘어 세계 15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1.55대로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러나 국내에서 모터스포츠는 찬밥 신세다.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전남 영암 KIC에서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개최하며 모터스포츠 붐이 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막대한 적자만 안고 계약 기간 7년을 채우지도 못한 채 2014년부터 대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 국내 기업 등의 도움이 절실 대회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KARA가 공인한 국내 성인 모터스포츠 대회는 4개에 불과하다. CJ그룹이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2006년부터 스톡카(stock car) 경주인 슈퍼레이스를 개최하고 있다. 스톡카는 일반 승용차를 개조해 만든 1인승 레이싱 카로 일반 차량과 외피만 같고 별도의 프레임과 엔진으로 제작한다. 슈퍼레이스는 아시아 유일의 스톡카 레이스로 자리를 잡았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대회를 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를 개최하고 있고, 금호타이어(엑스타 슈퍼챌린지)·넥센타이어(넥센 스피드 레이싱)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회를 후원한다. 몇몇 비공인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그러나 척박한 환경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KARA는 올해부터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5라운드)을 개최하고 유망주의 해외 대회 출전을 지원하면서 미래의 F1 드라이버 육성에 나섰다. 이찬준이 첫 수혜자인 셈이다. 국내 모터스포츠 시장이 크지 않지만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KARA의 노력으로 국내 공인 팀(53개), 공인 경기(45개), 공인 경기장(5개) 등이 계속 늘어나는 등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두 차례나 유럽 카트 챔피언을 차지했던 마크 로스는 영국 출신 F1 드라이버 젠슨 버튼(36)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포트투갈에서 만난 로스는 “레이스에 대한 관심과 열망, 그리고 일주일에 4번 이상 실전 주행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이 갖춰진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F1 드라이버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F1 코리아 그랑프리 심사위원을 맡았던 장성국 한라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역시 “충분한 지원만 받을 수 있다면 국내 선수들도 세계 무대에서 뛸 만한 기량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이찬준의 아버지 이동원 씨는 “협회의 지원으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이의 도전 의지가 강하고, 가능성이 보여 계속 지원을 해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내년쯤 1년에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네덜란드 카트 스쿨 유학을 보낼 계획도 갖고 있다. 이씨는 “카트 단계를 잘 넘어선다 해도 내 힘으로만 끝까지 지원할 수는 없다. 수영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박태환이 나왔고, 피겨에서 김연아가 탄생한 것처럼 모터스포츠의 박태환, 김연아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임채원(32·현대자동차)은 2013년 한국인 최초로 F3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F1 드라이버가 탄생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당시 그는 “드라이버 한 명이 F1에 진출하기까지는 수십억 원이 드는 게 보통이다. F1은 하루 테스트를 받는 데만도 1억5000만원이 든다. 그래서 F1 팀들은 드라이버를 뽑을 때 얼마나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지를 따진다”며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올라오기는 했는데 올라갈수록 현실의 벽이 높게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임채원은 현재 F1의 꿈을 잠시 접고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랠리 챔피언십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일본의 혼다·닛산·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모터스포츠 팀을 운영하고, 많은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한다. 일본 내 포뮬러 대회를 후원하고, 유럽 메이커들처럼 유소년 카트 선수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직접 F1팀을 운영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일본에는 51개의 공인 카트 경기장이 있을 정도로 저변도 탄탄하다. 인도네시아 F1 영웅 하리안토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보증과 지원을 받아 올해 매너 레이싱에 입단할 수 있었다. 장성국 교수는 “한국이 정상급 드라이버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정부 차원의 후원이 필요하다”며 “F1 드라이버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동시에 국내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재 선임기자·김원 기자

2016.07.28 15:15

9분 소요
마세라티 최초의 SUV 르반떼 시승기

자동차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명차 마세라티가 최근 브랜드 최초의 SUV인 르반떼(Levante)를 선보였다. 개발 기간만 10년이 걸렸다는 르반떼를 이탈리아 현지에서 시승했다. 마세라티는 그동안 콰트로포르테나 그란투리스모, 기블리 같은 스포츠 세단만 만들어 왔다. 그래서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세라티가 최초의 SUV인 ‘르반떼’를 론칭한 건 자동차 업계에서 화제였다. 르반떼는 아랍어로 ‘지중해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이다. 따뜻하지만 힘찬 성격을 갖고 있다. 마세라티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도 그 바람이 불길 기대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타비아노 인근에서 르반떼를 시승했다.마세라티는 시승 행사에 글로벌 20여개 언론 매체 자동차 전문 기자단을 초청했다. 한국에선 본지와 경제지 1곳, 자동차 전문잡지 1곳을 초청했다. 그리곤 이탈리아 파르마 인근 타비아노의 한 고성(古城)에서 르반떼를 공개했다. 1914년 마세라티를 창업한 알피에리 마세라티가 이곳 인근에서 처음 만든 자동차를 시험 주행했기 때문이다. 마세라티가 르반떼 론칭에 얼마나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썼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제원을 살펴봤다. 가솔린·디젤 6기통 3000cc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디젤 모델은 최고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61.2㎏f·m의 성능을 낸다. 고성능 가솔린 모델인 르반떼s는 최고 출력 430마력, 최대 토크 59.1㎏f·m의 성능을 자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데 5.2초~6.9초가 걸린다. 복합 연비는 L당 9.2~13.9㎞이다(유럽 기준). ━ ‘삼지창’ 엠블럼 & 미끈하게 잘 빠진 외관 마세라티는 주행 성능보다 유려한 디자인과 폭발적인 엔진 배기음으로 알려졌지만 전통있는 스포츠카 브랜드이기도 하다. 1939년 세계 자동차 경주대회인 인디애나폴리스 500레이스에서 이탈리아 업체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1957년까지 23개의 챔피언십과 32개의 F1 그랑프리 대회에서 500여 차례 우승한 기록도 갖고 있다.미끈하게 잘 빠진 유선형 외관 디자인이 르반떼란 이름과 잘 어울리는 듯 했다.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삼지창’ 엠블럼이 자리잡은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눈에 확 들어왔다. 마세라티 매니어들이 가장 흥분하는 포인트다. 페데리코 란디니 르반떼 개발 총괄은 “볼로냐의 조각상인 바다의 수호신 ‘포세이돈’이 들고 있는 삼지창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플라스틱으로 마감한 엠블럼이 ‘명차’의 품격과 다소 거리감있게 느껴졌다. 그릴 안쪽이 닫혀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마세라티 측은 천천히 달릴 땐 그릴을 닫고, 빠르게 달릴 땐 그릴을 열어 주행 성능을 높여준다고 소개했다.길고 당당한 차체는 그동안 마세라티 브랜드의 특징이기도 했다. 르반떼도 여지없이 마세라티의 DNA를 물려받았다. 전장(길이) 5m, 휠베이스(축간거리) 3m에 이르는 중형 SUV의 위풍당당함이 느껴졌다. 요즘 유행하는 자동차 디자인처럼 차체 옆을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선이 없는 게 오히려 여유롭게 비쳤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경쟁차보다 크고 여유로운 느낌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앞바퀴 휀더 뒤 물방울처럼 이어진 3개 ‘사이드 벤트(공기 구멍)’도 마세라티의 트레이드 마크다.시승 차량은 르반떼 디젤. 운전석에 올라 고유의 삼지창 엠블럼이 박힌 운전대를 감싸 쥐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협업해 만들었다는 가죽 질감이 매끄러웠다. 눈을 가까이 대니 가죽 숨구멍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코를 가까이 가져가니 인조가 아닌 천연 가죽 고유의 은은한 향기가 풍겼다. 전면 엔진 보닛과 천장을 잇는 A 필러 안쪽 부분까지 명차답게 맨질맨질한 ‘스웨이드’ 소재로 마감했다. 란디니 총괄은 “미국·독일·일본 자동차 브랜드와 달리 디자인·개발·생산 모두 이탈리아에서 진행한 ‘메이드 인 이탈리’ (Made in Italy) SUV”라고 설명했다.내부는 오히려 무난한 느낌을 살렸다. 카이엔처럼 가운데 조작부 위 동그란 아날로그 시계를 배치했다. 최근 출시한 차들처럼 가운데 터치 스크린이 크거나 하진 않다. 다만 뒷좌석 안쪽 창문 선바이저(햇빛 가리개)를 버튼을 조작해 자동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시승 구간은 총 185㎞. 창업자인 알피에리 마세라티가 처음 개발한 차인 ‘티포 26’을 타고 달렸다는 산 등성이길이 하이라이트다. 낮은 경사로 30분 가까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올라야 한다. 시승 내내 이탈리아 북부 특유의 넓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급경사와 자갈밭이 이어지는 오프로드(험로) 코스도 포함됐다.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일반 차량의 ‘스포트’(sport) 모드를 넘어선 ‘미친’(insane) 모드로 달리자 속도계 눈금이 쭉쭉 올라갔다. 시속 200㎞를 금세 주파했다. 시동을 걸 때 특유의 ‘우르릉’하는 엔진 배기음이 여전했다. 이 소리를 내기 위해 마세라티는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를 자문 위원으로 초빙해 소리 조정 작업을 한다. 다만 200㎞를 넘자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도 좀처럼 속도계 눈금이 올라가지 않았다. ━ ‘오프로드’ 기능을 200% 만끽한 주행감 달리는 동안 소음·진동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르반떼엔 문짝 유리창 위로 천장과 닿는 부분에 철제 빔이 없다. 스포츠 쿠페가 이런 디자인을 많이 쓴다. 마세라티는 풍절음(공기소음)을 없애기 위해 두껍게 이중으로 이어 붙인 유리를 적용했다.하이라이트는 4륜구동의 장점을 십분 느낄 수 있는 오프로드(험로) 주행이었다. 르반떼의 주행 모드에는 ‘오프로드’가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차체가 지면에서 높아진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앞뒷바퀴 구동력을 50대 50으로 배분하는 식으로 바뀐다. 여기까진 다른 명차에도 종종 있는 기능이다.하지만 실전에서 무늬가 아닌 진짜 ‘오프로드’ 기능을 200% 체감했다. 경사 40도 흙비탈길을 시속 10~20㎞로 거침없이 오르내렸다. 흙바닥을 오르는데도 바퀴가 헛돌지 않고 거침없었다. 억지로 오르기 위해 가속 페달을 꽉 밟거나 멈췄다 다시 오를 필요도 없었다. 그저 원하는대로 밟는 만큼 올라갔다.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어떤 의미인지 알 터다. 내리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뒷좌석 동승자는 “어? 어? 이야~”하는 탄성을 연발했다.시승을 마친 계기판이 205㎞를 달렸다고 알려줬다. 평균 연비는 L당 8.8㎞. 고속 주행을 반복한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수준이었다.명차 브랜드도 마세라티처럼 잇달아 SUV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영국의 자부심’으로 불리며 고가의 스포츠 세단을 주로 만들어 온 재규어는 브랜드 최초의 SUV ‘F-페이스’를 올해 중 선보인다. 초호화 세단을 고집해 온 벤틀리는 ‘벤테이가’를 출시할 계획이다.현대차 제네시스도 2020년까지 SUV 출시를 공언했다.마세라티가 2013년 국내에 기블리를 처음 선보였을 때 자동차 매니아들은 무시할 수 없는 가격(1억900만~1억3500만원)인데도 명품 브랜드가 ‘보급형’ 스포츠카를 선보였다며 떠들썩했다. 르반떼는 마세라티가 선보인 ‘SUV의 기블리’라고 보면 될 것이다. 운전하기 편하고 빨리 달리는, 그러면서도 이탈리안 종마의 감성을 놓치지 않은 SUV 말이다. 마세라티는 르반떼를 출시하며 ‘강남 SUV’로 불리는 포르쉐 카이엔을 경쟁자로 꼽았다. 국내엔 10월 출시 예정이다. 예상 판매 가격은 1억1000만~1억4270만원. 란디니 총괄은 “명차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쉽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SUV”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마세라티가 르반떼를 두고 ‘마세라티의 SUV’(The SUV of Maserati) 대신 ‘SUV의 마세라티’(The Maserati of SUV)라고 부르는 건지도 모르겠다.- 타비아노(이탈리아)=김기환 기자

2016.05.26 17:02

5분 소요
올여름 ‘다리 아픈 배낭여행’을 떠나자

전문가 칼럼

축구·테니스부터 비욘세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콘서트까지 유럽의 스포츠와 문화행사 등을 총망라했다 여름은 유럽을 여행하기에 늘 좋은 계절이다. 올해는 특히 콘서트와 스포츠 행사가 넘쳐난다. 이런 행사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나 그들의 부모에게 똑같이 매력적이다. 뉴스위크가 5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를 세 시기로 나눠 문화와 스포츠 행사를 중심으로 한 유럽여행 계획을 짜봤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부터 비욘세까지 두루 섭렵한다. 우리는 이 여행에 ‘다리 아픈 배낭여행’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50대 중년뿐 아니라 20대 젊은이에게도 매력적인 여행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 여행 1(5월 28일~6월 5일 5월 28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이탈리아 밀라노)스페인의 아틀레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가 최근 3년을 통틀어 두 번째로 결승전에서 만난다. 2년 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는 약체 아틀레코가 종료 직전까지 1대 0으로 앞서 가다가 후반 48분 레알에 동점골을 허용한 후 연장전에서 잇따라 3골을 잃어 4대 1로 패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다.5월 29일: 모나코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대회(모나코) 밀라노에서 모나코까지 자동차로 3시간 남짓밖에 안 걸린다. 포뮬러1 자동차 경주대회를 보면서 프렌치 리비에라의 고급스런 분위기를 즐겨보자.6월 1일: 라디오헤드 콘서트(프랑스 리옹)‘로큰롤의 미래’로 불리던 라디오헤드가 5년 만에 앨범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라디오헤드의 9집 정규 앨범 ‘A Moon Shaped Pool’을 ‘참을성 있는 완벽주의’로 묘사했다. 리옹은 모나코에서 북쪽으로 500㎞만 가면 되니까 코트다쥐르 지방에서 하루나 이틀을 더 즐길 수 있다. 톰 요크가 이끄는 이 밴드는 거의 2년만에 순회공연에 나선다.6월 3일: 아델 콘서트(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난해 여름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뮤지션은 테일러 스위프트였다. 하지만 올여름엔 영국의 아델이 그 자리를 차지할 듯하다. 아델의 히트곡 ‘헬로’는 유튜브 조회 수 15억 건을 돌파했으며 오는 6월 3일 1만7000석의 암스테르담 지고 돔에서 열리는 콘서트 티켓은 5월 초순에 매진됐다.6월 4일: 프렌치 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전(프랑스 파리)이전 네 번의 결승전 중 두 번을 우승한 마리아 샤라포바는 금지약물 멜도니움 복용으로 출전 여부가 불확실하다. 한편 지난해 7월 윔블던 이후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세레나 윌리엄스는 그랜드 슬램 통산 우승 21개로 여전히 슈테피 그라피가 세운 기록에 하나가 못 미치는 2위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윌리엄스는 2013년과 2015년 프렌치 오픈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6월 5일: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E스트리트밴드 콘서트 (영국 런던)미국인 사이에서 보스(The Boss)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지난 4월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1980년 앨범 ‘The River’에 수록된 노래를 다 부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공연에서도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생각이다. ‘The River’에는 우울한 곡이 많아 초여름 웸블리 스타디움에 모일 청중과는 잘 안 어울린다. ━ 여행 2(6월 16일~28일) 6월 16일: UEFA 유로 2016 잉글랜드 대 웨일즈 (프랑스 랑스 아글로)유로 2016은 유럽판 월드컵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이 대회 역시 4년에 한 번 열리지만 월드컵 참가국은 32개국인 반면 여기엔 24개국만 참가한다. 잉글랜드와 웨일즈는 팬들이 오는 7월 10일 파리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보고 싶어 하는 팀은 아닐지 모르지만 양팀의 라이벌 의식이 대단해 경기가 흥미진진할 듯하다. 최고 선수는 웨일즈의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소속)이다.6월 17일: 리한나 콘서트(네덜란드 암스테르담)리한나의 최신 앨범 ‘Anti’ 홍보를 위한 순회공연(Anti World Tour)의 유럽 첫 무대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호제이 콘서트에서 그녀는 히트곡 ‘Umbrella’의 단축 버전을 불러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6월 21일: UEFA 유로 2016, 스페인 대 크로아티아 (프랑스 보르도)스페인은 지난 2번의 유럽 토너먼트와 2010 월드컵에서 우승했지만 이번엔 벨기에와 독일에 이어 세계 랭킹 3위로 출발한다. 어쨌든 보르도 지방에 간 김에 포도원 투어도 놓치지 말자.6월 22일~26일: 글래스턴베리 축제(영국 필튼)영국 여름 축제의 대부 격인 글래스턴베리 축제는 1971년 시작됐다. 제1회 때는 데이비드 보위가 공연했으며 올해는 아델과 벡, 콜드플레이, 뉴오더 등 유명 뮤지션과 밀레니엄 세대가 좋아하는 밴드 오브 호시즈, 바스티유, 엘리 골딩, 루미니어 등이 출연한다.6월 27일: 윔블던 테니스 대회 개막(영국 런던) 초여름 햇볕 좋은 날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앤드 크로켓 클럽’만큼 멋진 스포츠 행사장이 또 있을까? 핌스(영국의 피크닉 음료)를 마시면서 잔디밭 위를 걷는 기분은 최고다. 센터 코트 입장권을 못 샀다면 헨먼힐(센터 코트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괜찮다.7월 28일: 비욘세 콘서트(영국 선더랜드)최근 6집 정규 앨범 ‘Lemonade’를 발표한 비욘세의 ‘포메이션 월드 투어’는 올여름 가장 성공적인 콘서트가 될 듯하다. 인기 절정의 비욘세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몇몇 콘서트에서 멋진 공연으로 청중에게 큰 놀라움을 선사했다. ━ 여행 3(7월 2일~11일) 7월 2일: 투르 드 프랑스 자전거 대회 스테이지 1 (프랑스 몽생미셸)올해로 103회째를 맞은 이 유명한 자전거 대회는 처음으로 노르망디 지방의 몽생미셸에서 시작한다. 총 188㎞ 구간을 달리는 이 대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상륙 지점 중 하나였던 유타 해변에서 끝난다. 7월 5일: 콜드플레이 콘서트(덴마크 코펜하겐)아직 코펜하겐에 가보지 않았다면 콜드플레이의 콘서트와 상관없이 한번 가볼 만하다. 크리스 마틴이 이끄는 이 밴드가 이번 순회공연을 끝으로 해체한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돈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1981년 롤링스톤즈를 둘러싸고도 비슷한 소문이 돌았지만 아직 건재하지 않은가.7월 9일: 윔블던 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전(영국 런던)이때쯤이면 세레나 윌리엄스는 그랜드 슬램 최다 우승으로 슈테피 그라프를 뛰어넘느냐(23승) 동률 1위(22승)를 이룩하느냐, 둘 중 하나로 목표를 좁히게 될 듯하다. 어쩌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세레나가 왜 저러지?’ 하는 한숨을 자아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7월 10일: 유로 2016 결승전(프랑스 파리)주최국 프랑스가 결승전에 진출할 확률은 높지 않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팀은 2014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이나 준준결승에 진출한 벨기에다. 아니면 영국에 남아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할지 지켜보는 것도 괜찮다.위 여행 중 하나를 택한다면 경비는 많이 들겠지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존 월터스 뉴스위크 기자

2016.05.1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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