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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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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경영’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인사 전략[대신경제연구소 ESG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우리가 당면한 인구 문제는 이제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가 됐다. 작년 5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열 곳 가운데 일곱 곳(68.3%)은 이대로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유지되면 조만간 인력 부족, 내수기반 붕괴와 같은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기업 또한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이 실시한 ‘인구경영 우수기업 기초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국내기업 중 자산규모 상위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에서 기업들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2점에 그쳤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인구위기 대응 수준이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 해당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기업들의 공통점은 법정 출산휴가 기간이나 육아휴직 기간을 초과해 보장하는 등 법적 의무를 넘어선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다수 기업의 인구경영 행보는 ‘법적 의무사항 준수’에서 그친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 육아지원제도·유연근무제도 공개 의무…“규제 아닌 기회”기업들의 육아지원 정책과 관련해 올해부터 추가되는 제도가 있다. 기존의 육아지원 3법인 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에 더해, 2024년 말 사업연도부터 상장기업은 사업보고서에 육아지원제도와 유연근무제도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서식이 추가됐다.이를 통해 표준화된 양식과 기준을 적용해 기업 간 비교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새로운 기업 평판과 유무형 자산 생성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육아휴직 사용률이나 유연근무 활용률이 높은 기업은 인재들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고, 이들 지표가 ESG투자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정부는 재정부담이 큰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당근책도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육아휴직자의 대체인력을 채용할 경우 지원금을 전년 대비 상향하고, 유연근무 장려금 지원요건은 완화하며 일·생활 균형 인프라 투자비 지원은 늘리는 등 올해 들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의 지원책을 적극 활용해 직원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인구경영’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인구정책의 성공은 정부·기업·교육계·국민 인식 개선 등 사회 전반의 협력과 합의가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변화는 가능하다. 과거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기업들의 생산성 저하 우려가 컸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돼 있다. 기업의 인구경영 정책도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앞서 소개한 한미연의 인구경영 평가 결과를 다시 살펴보면, 13개 산업 중 가장 우수한 산업은 ‘정보통신업’이다. IT·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산업 특성상 개인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이직이 활발해 복지정책 수준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보도된 게임회사 크래프톤의 출산 장려금 1억원 지원 정책 발표는 이러한 산업 특성을 반영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출산∙육아 장려에 소요되는 비용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수 인재의 이탈을 막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가족친화적 기업 이미지 구축을 통해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지역사회 보육시설 지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면서 잠재적 고객을 확대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인구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인구경영을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4.07 09:00

3분 소요
맞벌이부부 육아휴직 합산 최대 3년...23일 시행

정책이슈

맞벌이부부가 합산 최대 3년의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법안이 오는 23일 시행된다. 11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개정된 육아지원 3법의 후속 조치로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대통령령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육아지원 3법 개정안에는 육아휴직 및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연장 등에 관한 내용을 담겼고, 이번 국무회의에서는 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사항 등을 의결했다.이에 따라 23일부터는 육아휴직 기간이 현행 총 2년에서 부모별 1년 6개월씩 총 3년으로 확대된다. 연장된 기간의 육아휴직 급여 또한 최대 160만원이 지원된다.사용 기간 분할은 2회에서 3회로 늘어난다. 부모가 육아휴직을 각 3개월 이상 사용하는 경우에 1년 6개월씩으로 늘어나며, 한부모 가정이나 중증 장애아동의 부모는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더라도 육아휴직을 1년 6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배우자 출산휴가도 현행 출산 후 90일 내 1회 분할 10일에서 120일 내 3회 분할, 총 20일로 늘어난다.난임치료 휴가는 현행 3일(유급 1일)에서 6일(유급 2일)로 늘어난다. 난임치료 휴가는 1일 단위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중소기업 근로자는 유급인 최초 2일에 대해 정부가 급여를 지원해 휴가 사용에 따른 부담을 줄인다.또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현행 '12주 이내 36주 이후'에서 '12주 이내 32주 이후'로 확대하고, 조기 진통·다태아 임신 등 고위험 임신부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임신 전체 기간에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2025.02.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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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두고 11년 만에 대법원 판결 바뀐 이유[공정훈의 공정노무]

전문가 칼럼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는 대법관 전원일치로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재정립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른바 ▲재직자 조건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반적인 근로자나 사업주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통상임금의 의의와 기능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고 ▲재직자 조건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통상임금의 의의와 기능은?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노ㆍ사간에 근무하기로 약정한 소정근로시간만 근로해도 정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 지급하거나 일정 기준을 충족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이라고 한다.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사용 연차수당, 해고예고수당, 휴업수당 등 각 종 수당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 임금으로 기능하므로 통상임금 변동은 노ㆍ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이와 관련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지급되는 임금의 경우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예를 들어 ▲재직자 조건부 상여금과 같이 ‘지급일 당시에 재직하고 있어야 상여금을 지급한다’ 와 같은 추가 조건이 부가되어 있으면 해당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전에 근로하였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상여금을 지급하는 날에만 근무하면 지급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조건부 상여금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일정 근무일수를 채워야 하는 이른바 ▲근무 일수 조건부 임금의 경우에도 통상임금으로 산정되는 연장근로를 제공하기 이전에 그 근무 일수 충족 여부가 미리 확정되지 않으므로 연장근로수당 산정 기준인 통상임금이 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19일 변경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위와 같은 조건부 상여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즉,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상관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직자 조건부 상여금의 경우 소정근로를 제공하였음에도 지급일 당시에 재직하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소정근로 대가성과 통상임금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그 조건이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추가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 결국 성과와 관련 없는 추가 조건을 통해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임금은 앞으로 소정근로만 하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취지이다. 다만 근로자의 근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여전히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소정근로를 제공하고 추가적으로 일정한 업무성과나 평가결과를 달성해야만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로 근로자는 그 동안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았던 ▲재직자 조건부 상여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앞으로는 통상임금에 포함되므로 통상임금으로 산정되는 각 종 수당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사용자에게는 추가되는 인건비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는 수많은 근로자가 있으므로 인건비 부담 측면에서 기업에게 미칠 파급력은 매우 클 것이다. 변경된 대법원 판례도 이와 같은 파장을 의식하여 “변경되는 판례에 대한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새로운 판례의 소급적 관철 필요성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통상임금 판단에 관한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사업주들의 면밀한 노무관리가 더욱 필요해진 시점이다.공정훈 노무법인 수 서울(광명)지사 대표 노무사(cpla1220@다음)

2025.01.28 09:50

3분 소요
임신 초기 유·사산 휴가 5일→10일로 확대…내년 2월 시행

정책이슈

임신 11주 내 유·사산 휴가 기간이 현행 5일에서 10일로 확대된다.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및 근로기준법(육아지원 3법) 하위법령 일부 개정령안을 12월 30일까지 입법예고한다.이번 개정안에는 올해 9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2월 23일 시행될 예정인 육아지원 3법의 세부 사항과 임신 초기 유·사산 휴가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먼저 고령 임신부의 증가로 유·사산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임신 초기 유·사산 휴가 기간을 현행 5일에서 10일로 확대한다.이는 지난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으로, 정부는 유·사산을 겪은 여성 근로자가 기존 5일 휴가로는 건강을 충분히 회복할 수 없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다음으로 중증 장애아동·미숙아·고위험 임신부 등 육아지원 3법 개정안에 나오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개정된 육아지원 3법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은 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에만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되나 한부모나 중증 장애아동의 부모는 이런 조건 없이 연장이 가능하다.중증 장애아동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중증)'로 규정했다.현행 90일인 출산 전후 휴가는 미숙아가 출생 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 100일로 늘어난다.미숙아는 임신 37주 미만의 출생아 또는 체중이 2.5㎏ 미만인 영유아, 입원 시점은 출생 후 24시간 이내로 규정했다.끝으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고위험 임신부는 다태임신, 당뇨병, 출혈 등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사업'(복지부)의 대상인 19가지 위험 질환을 진단받은 임신부로 한정했다.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부모가 함께, 부담 없이 일·육아 지원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서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지원이 더 필요한 분들을 세심하게 살펴 제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4.11.20 11:01

2분 소요
인구축소시대, 기업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순화동필]

전문가 칼럼

대형 설계사무소에 다니는 30대 남성 직장인 A씨는 10월 예정인 배우자의 출산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3개월간 육아휴직을 내고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고 싶지만,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 신청조차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료가 출산 예정일을 물었을 때, “남자가 애 낳냐?”며 남성의 육아참여를 매우 대수롭지 않게 평가한 직속 상사의 반응이 떠올라 아직 출산휴가에 대한 얘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한 상황이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노동자에게 보장된 권리이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과감히 육아휴직을 신청하더라도 복직 후 고용 유지 가능성은 미지수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각종 저출산 대응 정책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한 이유다. 정책이 실행되는 현장, 즉 기업의 운영 시스템과 관리자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기업 인구위기 대응 점수는 낙제점최근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 주체로서 정부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다수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은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수준이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지난해 개발한 인구위기 대응 기초평가 지표를 활용해 국내 기업 300곳을 평가한 결과,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 기준 55.5점에 그쳤다. 합격점의 기준이라 볼 수 있는 80점을 넘은 곳은 단 5곳뿐이었다.조사 대상은 제3자 검증이 완료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국내 기업 중 자산 규모가 높은 순으로 선정했다. 평가 체계는 ‘출산·양육 지원’, ‘일·가정 양립 지원’, ‘출산친화 기업문화 조성’, ‘지방소멸 대응’ 4개의 영역으로 구분되며, 9개의 평가항목과 17개 평가지표의 하부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같이 공개된 출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의 출산·육아 지원 정책 보유 및 제도 운영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최고점은 85.3점, 최저점은 16.2점으로 기업 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17개 지표 평가 결과, 삼성전기가 1위를 차지했으며 롯데정밀화학이 83.8점,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KT&G가 80.9점으로 뒤를 이었다. 17개 평가지표 중 가장 점수가 낮은 지표는 배우자의 출산·양육 지원 관련 지표다.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는 300개 기업 중 211곳이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 법적 의무기간인 10일을 보장하고 있다. 반면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여 운영하는 기업은 16곳에 불과하다.출산·양육 지원의 핵심제도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각각 1953년 ‘근로기준법’과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두 제도 모두 도입 당시에는 이용 대상을 여성 근로자에게 한정했다. 그러나 1995년 육아휴직 신청자 대상에 배우자를 포함하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됐고 배우자의 출산휴가는 2007년 동법 18조의2에 신설됐다.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지 40년 가까이 지나고 있는 시점이지만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며, 전혀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20%에 달한다(고용노동부(2023),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42.6%)’,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24.2%)’, ‘대체인력 확보의 어려움(20.4%)’ 등이 꼽혔다. 즉, 법적으로 보장하는 육아휴직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직장 내 ‘눈치‘인 셈이다. 특히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인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많은 남성들이 아버지로서의 권리인 육아휴직을 포기하게 만든다.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육아휴직통계 결과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여성 육아휴직자의 3분의1 수준이다. 계속해서 이 차이는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 쪽에 더 많은 육아책임이 쏠려 있는 육아휴직 불균형은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 배우자의 적극적인 육아참여를 기대하는 젊은 여성들의 가치관과 주양육자로서 참여하고자 하는 젊은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 산 넘어 산육아휴직은 사용 자체도 걸림돌이 많지만, 육아휴직 후 복귀는 실질적인 어려움의 시작이다. 1년 정도의 업무공백기를 마치고 복귀하는 근로자는 대부분 변화한 근무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빠르게 이전 업무 능률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복귀 온보딩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동료와의 갈등이 깊어지거나 고과평가,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육아휴직 근로자의 업무 공백을 남은 동료가 떠안게 되는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이 개인단위로 파편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4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모성보호 익명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220건이며 이 중 가장 많이 신고된 내용은 육아휴직(90건)과 관련한 신고다. 위반행위 유형별로 살펴보면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불리한 처우(47건)가 가장 많았고 이어 제도 사용방해(23건), 승인거부(13건)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43만여개의 사업체 중 약 30%만이 육아휴직기간 전체를 승진소요기간에 산입하고 있다.출산을 포기하는 개인에게는 ‘국가소멸 위기’라는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출산을 선택하는 개인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은 왜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가? 정부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거나 어렵게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후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특히 중소·영세기업에서 자주 발생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중소기업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은 복귀 후 1년 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 육아휴직자 퇴사율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남녀 모두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 필요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핵심인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동료 또는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육아휴직은 더 이상 여성 근로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재 여성 근로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육아휴직 제도를 남성 근로자로 확대 운영하고 남녀 구분 없이 육아휴직을 의무화해야 한다. 양육자의 역할을 여성에게 국한하지 않고 남녀 모두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특히 인사권을 가진 기업 관리자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장애인인식 개선교육 등과 같이 대응 매뉴얼을 개발하여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성과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법규에서 금지하고 있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리한 처우’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불리한 처우가 있더라도 실제 당사자의 육아휴직으로 인한 것인지 인사권자의 정당한 평가인지 밝히기 어렵다. 따라서 육아휴직 복귀자들에 한해 평가유예기간을 부여하거나 휴직 이전 특정 기간 동안의 평가를 적용하는 등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한편 휴직자의 대체 업무 수행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육아휴직 당사자는 휴직 기간동안 동료에게 업무를 떠넘겼다는 마음의 빚을 지게 되고 동료는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나?’라는 불만이 쌓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육아휴직 중인 직원 업무를 대신해주는 동료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수당 규모는 휴직 사원의 직무와 휴직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7월 육아휴직 응원수당 제도를 신설한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올해 4월까지 약 9천명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우리나라도 올 7월부터 육아기 단축업무 분담 지원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한 직원의 업무를 분담한 동료 직원에게 사업주가 먼저 금전적 보상을 하고 정부가 월 최대 20만원까지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원금 규모가 제한적이고 중소기업에 한해 시행되고 있으나 육아휴직제도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마지막으로 육아휴직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경직된 기업문화나 주요 업무 배제 등으로 인해 어렵게 업무에 복귀한 육아휴직 사용자가 노동시장에서 비자발적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은 출산율 제고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경력단절은 향후 노동시장에 재진입 시 임금 격차를 가져오기 때문에 출산 대신 경력을 선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안정적인 고용 및 복직 환경은 근로자의 커리어 유지에 중요한 디딤돌이 되며 기업 입장에서도 우수 인재를 계속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의 적극적인 육아친화정책이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인다 사업주 입장에서 육아휴직을 포함한 관련 지원제도의 확대는 재무적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러한 노력이 기업경영에도 도움이 될까?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육아휴직 활용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 활용이 늘어날수록 1인당 매출액에 긍정적인 효과(+5.7~6.9%)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인력이 기업의 육아휴직 제도 활용 여부에 따라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 육아휴직 활용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우수 여성인력 확보에 유리하고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또한 Bennett et al.(2022)은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기업의 생산성이 약 5%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가족친화적 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육아휴직이 기업경영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출산·양육 지원제도는 단순한 시혜적 차원의 복지제도다 아니다. 오히려 생산성 제고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육아휴직제도는 업무 공백과 대체인력 탐색비용 등을 가져오고 대체인력이 기존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할 경우 단기적으로 기업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수 인력 확보, 인적 자원 투자 회수 등을 통해 기업 성과를 향상시킨다. 따라서 기업 내 최고인구책임자(CPO)와 같은 인구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하여 적극적으로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다. 정권과 관계없이 국가가 인구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재정여건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도 인구위기 대응에 동참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보완한다면 동료의 임신과 출산을 마음껏 축하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024.10.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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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부부 합산 '최대 3년' 쉰다...출산휴가도 확대

정책이슈

국회 본회의에서 모성보호3법이 통과되면서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이 6개월 늘어난다. 배우자의 출산휴가 기간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린다. 여성 근로자가 임신 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는 기간도 확대된다.임산부 출산 휴가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 맞벌이 부부 육아휴직 기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모성보호3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04명 가운데 찬성 203명, 기권 1명으로 의결됐다.개정안은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10일에서 20일(출산한 날부터 120일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음)로 확대했다. 또 이 출산휴가의 분할사용 횟수를 3회로 늘리고 휴가 사용절차도 청구에서 고지로 바꿨다.맞벌이 부부 육아휴직 기간은 인당 1년(부부 합산 2년)에서 1년 6개월씩 부부 합산 3년까지 확대된다.개정안은 남성의 육아참여 확대를 위해 부모가 모두 근로자인 경우 같은 자녀를 대상으로 각각 육아휴직을 3개월 이상 사용하거나 한부모 근로자 또는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부모의 경우 육아 휴직을 6개월 이내에서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활성화를 위해 대상 자녀 연령을 현행 8세에서 12세로 연장했다.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 자녀의 나이 및 학년을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인 경우에서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인 경우로 확대했다. 육아휴직 미사용 기간의 두 배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에 가산하도록 했다.해당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4개월 후 시행된다.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07명 가운데 찬성 207명으로 가결됐다.개정안은 여성 근로자의 1일 2시간 근로시간 단축 사용 기간을 현행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서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로 확대했다. 근로자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는 경우 출근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2024.09.2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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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범위) 제1항에는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률인 셈이다. 다만, 제2항에서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단서 규정을 뒀다. 5인 미만 사업장도 제2항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의 법조항이 일부 적용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업주 입장에서는 근로기준법 기준이 애매모호할 수 있다. 오늘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법 규정들을 소개한다. 5인 미만 사업장, 어떤 법 적용 받나근로조건의 명시, 해고예고, 휴게, 주휴일, 출산휴가 등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다만 부당해고, 근로시간 제한, 시간 외 근로 가산수당 등은 5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된다.5인 미만 사업장에 부당해고가 성립되지 않는 이유는 영세한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함으로 판단된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한달 전 해고예고는 해줘야 하며, 즉시 해고 시에는 30일치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은 1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정근로시간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1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연장근무나 휴일근무를 시킬 경우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며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은 당연히 지급해야 한다. 5인 이상 사업장은 1일 8시간 또는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의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에 대한 수당을 시급의 1.5배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지급의무가 없어 근로한 시간에 대해서 시급의 1배수로 계산해 지급하면 충분하다.또한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유급휴가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할 필요가 없으며,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지급해야하는 연차수당 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참고로 경조사휴가, 하계휴가는 법정휴가가 아니고 회사에서 임의로 정하거나 노사 합의 하에 규정하는 약정휴가여서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근로가 이뤄지지 않을 때, 사용자는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46조 적용이 되지 않으므로 휴업수당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사업장 내에서 적절한 노무관리와 근로조건 최저 기준 보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우선으로 상시근로자 수를 파악해야 한다. ‘상시근로자’란 사업장에서 통상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를 말하며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등 고용된 형태와 상관없이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를 뜻한다. 흔히 말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상시근로자 수에 포함된다.(단, 파견, 용역근로자 제외)회사와 근로자 모두 상시근로자 수와 그에 따른 법 적용범위를 충분히 이해한 후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준수한다면 노사 분규와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러면 불필요한 비용감소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화합을 통한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노무법인 수 서울(광명)지사 대표 공정훈 노무사(cpla1220@다음)

2024.06.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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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승리로 끝난 제22대 총선…향후 한국 사회의 변화는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완승이고 국민의힘의 참패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패배다. 선거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 그대로 나왔다.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약 36% 정도 되는데 여기에 국회의원 의석수 300명을 곱하면 국민의힘이 확보한 의석수와 거의 일치한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기에 정부의 심판 성격이 강한 선거였다.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나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비상시기’라는 점이다. 비상시기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였다. 만약에 한동훈 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바로 임명하지 않고 총선이 끝나고 난 이후에 인사 결정을 했더라면 총선 결과가 달랐을까.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이 논란의 발단이 된 그 회식을 가지 않았다면 총선 결과는 어땠을까. 문제의 875원 대파를 윤 대통령이 마트에서 손에 쥐고 들지 않았다면… “국정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 위해 최선 다할 것”윤 대통령이 총선 다음 날인 4월 11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전한 총선 패배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는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였다. 4·10 총선 당일부터 공개 일정 없이 숙고를 거듭했던 윤 대통령은 이 56자 입장문을 밝힌 뒤 침묵했다. 국정 쇄신의 하나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및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이 지난 11일 사의를 표명했다. ‘불통 리더십’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감안해 윤 대통령이 발표할 국정쇄신안에는 소통 강화 방안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 조직 개편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지난 1월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한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한 입장도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나오는 목소리의 핵심이다.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민 질책을 정말 겸허하게 받아들여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대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결정적으로 두드러졌던 문제는 소통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의대 정원 확대 이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끝까지 부담을 주었던 이슈가 ‘의정 갈등’이었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은 선거 후반부 집권 여당이 반등하는 국면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특히 최소 2000명까지 정원을 늘리겠다는 보건 당국의 방향과 대통령의 의지가 잘못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대통령의 의지대로 의대 정원수를 2000명으로 늘리고자 했다면 미리 의료계와 소통하는 노력을 파격적으로 전개했다면, 의대 정원 갈등은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될 수 있었다. 대화 없는 의대 정원 확대…총선 결과 판가름 선거 이후 각 언론사가 내놓았던 판세 예측과 최종 결과를 보면 한 위원장이 왜 3월 초부터 4월 초 한 달 동안 유세 메시지가 변해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4월 들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메시지는 절박하고 격해지기 시작했다. 총선 하루 전 마지막 유세에선 “저는 억울하다”, “피눈물이 난다”, “정말 딱 한 표가 부족하다”는 절규가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게시된 최종 성적표를 보면 지역구 총 254개 의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61석이고 국민의힘은 고작 90석에 그친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더 비참하다. 서울에 걸린 48개 의석 중에서 37개는 더불어민주당 당선 지역이고 고작 11개 지역만이 국민의힘이다. 경기도는 총 60개 의석 중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부분인 53석을 석권하고 국민의힘은 겨우 6개 의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당선되어 정치 입문한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행운을 안았다. 대전은 모두 7개 지역구가 있는데 국민의힘이 단 한 석도 가져오지 못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그냥 한 번의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와 윤 대통령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총선 결과에 따른 윤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지난 4월 10~1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을 파악해 보았다. 먼저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최선’, ‘논란’, ‘압승’, ‘갈등’, ‘비판하다’, ‘우려’, ‘외면하다’, ‘위기’, ‘막말’, ‘희망’, ‘분노’, ‘의혹’ 등으로 나타났다.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최선’, ‘호소하다’, ‘독려하다’, ‘실망스럽다’, ‘범죄’, ‘위기’, ‘탄식’, ‘의혹’, ‘논란’, ‘긴장’, ‘패배’, ‘막말’, ‘긴장’ 등으로 나왔다. 압승이라는 연관어는 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이 압승했다는 의미로 이해되는데 이 연관어를 제외하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부정적인 감성 연관어로 도배되어 있다.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 분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긍정 감성 비율은 36%, 부정 62%로 나왔고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긍정 감성 비율은 33%, 부정 감성 비율은 54%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은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하고 한동훈 위원장의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 역시 윤 대통령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한동훈 효과’ 있었지만…한계 드러내며 좌초 ‘한동훈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여의도 정치권 문법이 아닌 5000만 국민 문법을 표방하면서 많은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계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 맞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거나 완전히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없는 한 위원장의 파괴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실제로 3월 초순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의 ‘비명횡사, 친명 횡재’ 공천 파동으로 인해 국민의힘이 선거 반사 이익을 가져갔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황물의(이종섭·황상무·물가·의대정원) 이슈가 터지면서 그리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지역구 몇몇 후보와 비례 정당 투표 후보자 선정에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동훈 후광 효과는 한풀 꺾여버렸다. 무엇보다 총선 참패의 결정적 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었다.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5~29일 실시한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6.3%에 머물렀다. 부정 평가는 더 내려가 60.7%로 나왔다. 리얼미터의 대통령 긍정 지지율 36%를 국회의원 수 300명과 곱하면 정확하게 108석 당선자가 나오는 것만 보아도 대통령 지지율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총선 과정에서 그리고 총선 결과로 한국 사회의 이념적 갈등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정권 심판’이 지배한 선거였다는 점은 보수와 진보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지점에서 앞으로 여야 간 대치 상황이 경제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극도로 높아졌다. 총선 결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임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의회 권력을 얻는 데 실패한 집권 여당과 윤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우군은 이제 국민뿐이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 가시밭길 예고 국민 여론을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지표가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다. 현재 30%대의 낮은 지지율에 갇혀 있는 긍정 평가를 50% 이상 확보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되기 힘들다, 새 국무총리를 임명해도 여론을 동반하지 않으면 192명의 범야권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후보자를 인준해 줄 리 만무하다. 민심은 천심이고 천심은 민심이다.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최고의 해결책이다.정치적 지형보다 더 크게 관심이 가는 쪽이 경제다. 108석의 집권 여당과 192석의 야권 지형은 22대 국회의 기본적 성격을 설명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의회 비중이 축소된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경제 혁신 과제들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 모양새다. 먼저 ‘민생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다양한 민생 정책의 주제별 토론회를 개최했다. 3개월 정도 민생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국민 경제 활동과 산업 구조 개편에 지대한 영향을 줄 많은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가 열린 22곳을 오간 거리는 총 4970㎞나 된다. 서울과 부산을 약 여섯 번 왕복하는 거리다. 대통령실은 “정책 개선까지 걸린 최단 시간은 3시간”이라고 했다. 10차 토론회 때 “미성년자가 고의로 음주 후 자진 신고해 영업 정지를 당했다”는 한 소상공인의 사연에 윤 대통령이 즉각 지시를 내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시간 만에 조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민생토론회는 애초 구상했던 전국 순회 부처별 업무보고 대신 기획됐지만 윤 대통령이 지역 맞춤형 개발 약속을 쏟아내면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1월 10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본격화와 철도·도로 지하화 추진(1월 25일), 그린벨트 해제(2월 21일) 등이 토론회에서 강조된 대표적 지역 숙원 사업이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민생 토론회에서 약속한 정책의 예산을 다 합하면 900조원이나 된다면서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총선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데 국회 예산 심의에서 거대 양당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반대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거 과정에서 반대했고, 지지층들의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정책 계획을 윤 대통령이 민생 토론회에서 쏟아냈지만 정작 국회의 심의를 통과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어려울 것 두 번째 우려되는 문제는 ‘경제적인 이념 편향성’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선거 기간 내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지나치게 친기업적이며 일반 노동자들 즉 근로자들의 노동 인권은 깡그리 무시당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노동 개혁도 시장 유연성을 강조하기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등의 근로자 중심 법안에 더 무게가 실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월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생업에 쫓기는 영세 기업인들과 소상공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살필 겨를조차 없다”며 “5000여 명의 중소기업인들이 광주에 모여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외쳤는데, 그 호소를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에서 민생 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노동 개혁을 다시 꺼내 들고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화해 기업들이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게 만들고, 정치권은 단단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노동시장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임금체계는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성과 중심으로, 근무시간과 유형은 산업별·기업별 특성에 따라 유연근무·재택근무·하이브리드 근무 중 선택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 또한 총선 참패로 국회에서 거대 야권이 수용할 리 만무해졌다. 민주당은 “이미 시행된 법(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하는 것은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안전보건체계 구축 등 보다 강화된 노동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근로 시간 개편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주 최대 69시간' 개편안이 논란이 되자 현행 '주 52시간'의 틀은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따라 유연화를 골자를 하는 근로 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근로 시간 유연화는 근로기준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각을 세워온 초거대 야당이 이를 쉽게 허락할 리 없다. 특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된 노란봉투법 재추진 가능성도 커졌다. 민주당은 총선 전부터 노란봉투법 재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노란봉투법은 단체교섭 대상을 원청으로 확대하고, 쟁의행위(파업)를 이유로 한 회사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내용이 골자다. 윤 대통령 주도 부동산 정책 브레이크 걸릴 것 부동산 및 금융 활성화 정책 역시 총선 결과로 변화가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 중인 부동산 공급,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 혜택 그리고 금융투자세 폐지 등 증시 활성화를 위한 추진 계획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주도로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위기다. 오는 5월 개원하는 22대 국회도 지난 21대처럼 ‘여소야대’ 지형이 펼쳐지게 된다. 주요 정책 상당수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힌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는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핵심 정책인 데다 폐지 자체를 두고도 문제 제기가 있는 상황이어서 야당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주식 시장 활성화 방안의 하나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부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상품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연간 기준 수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양도차익에 대해 20%를 과세한다.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권 당시 2023년 시행을 목표로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합의로 오는 2025년까지 시행이 한차례 유예됐다.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큰손들이 증시를 이탈하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게 된다는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고소득층을 위한 ‘부자 감세’라며 2025년 예정대로 시행을 강조하고 있다. 예정대로 금융투자소득세는 2025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이란의 이스라엘 폭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지속되고 있는데 여소야대 국회가 정치적 쟁점화가 될 경우 국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 특검법, 해병대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강력한 수준의 특검법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추미애 당선자(6선, 더불어민주당)가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 물망에 오르고 있다. 추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추윤갈등’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22대 국회가 많은 걱정과 우려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국회가 여야 이념 전쟁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그리고 가뜩이나 불안한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엄중한 경고뿐이다. 배종찬 연구소장은_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연구팀장으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상무이사)을 역임한 여론조사 전문가다. 미국·일본·중국에서 연구한 경험이 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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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해, 트렌드를 알면 돈이 보인다 [스페셜리스트 뷰]

정책이슈

2024년은 지켜보는 재미가 아주 큰 해다. 변화와 변수가 많고, 위기와 기회도 많은 해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물론 어설픈 희망은 경계한다. 분명 위기에 빠질 한국 기업이 많을 것이다. 위기를 겪지 않는 게 핵심이 아니라, 위기에 잘 대응하고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트렌드를 살피는 것은 변화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청룡’의 해 2024년 한국 사회를 이끌 주요 트렌드와 함께 한국 기업의 경영 트렌드와 경영자가 되새겨야 할 생각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관전 포인트 1. 올드머니, 그리고 AI가 촉발할 일자리 위기2024년 주목할 트렌드 키워드로 ‘올드 머니’(OLD MONEY)가 있다. 졸부가 아니라 대대로 물려받은 부를 토대로, 예술에 투자하고, 문화 자산도 쌓고, 사회적 책임과 기부에도 적극적인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 그들의 소비와 패션·취향·욕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드머니 룩으로 꼽히던 패션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테니스·골프·승마 등 올드머니가 좋아하던 스포츠가 대중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위스키 소비가 커지고, 미술 아트마켓에 2030대의 진입이 늘어나고 있다. 기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등의 변화가 이어진다. 미국에서 먼저 Z세대들 사이에서 바람이 불었고,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바람이 이어져 2024년 우리의 의식주와 라이프·소비·비즈니스에서 아주 중요한 코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올드 머니 패션을 따라 하는 유행이 아니다. 부자가 되기가 점점 어려워진 세상, 부자는커녕 자기 부모보다 생애 소득이 적어질 수 있는 Z세대가 받아들인 욕망에는 다 이유가 있다. 모두가 부자를 꿈꾸고, 성공을 꿈꾸는 시대에는 뉴머니, 즉 졸부가 보편적 욕망이 됐다. 하지만 이젠 성공한 회장의 자서전도 잘 팔리지 않는 시대다. 누군가의 부와 성공을 부러워하고 따라 하기보다, 취향과 경험을 쌓으며 윤택한 라이프를 누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부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전방위적 트렌드 변화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부부가 각자 집에서 산다는 ‘각 집 살이’도 대두된다. 엄밀히 세컨드하우스를 가지고, 삶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여유로운 부부들 얘기다. 별장을 가지는 문화가 부자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 중산층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중장년 사이에서 각집살이, 전원주택이자 세컨드하우스가 욕망으로 부각된다. 이미 2023년에 다수의 대기업이 모듈러 주택 시장에 진입했고, 2024년 본격적인 시장으로 전개되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집이 바뀌는 건 의식주 모든 욕망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한국 사회에서 경제력 있는 노인들을 대응하는 시장은 2024년에 더 주목해야 한다. 빈곤 노인층을 대응하는 건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고, 경제력 있고 유능한 노인층을 일컫는 ‘스마트 그레이’를 대응해야 하는 건 기업의 몫이다. 출생인구가 줄고 학령인구가 줄어도 유아시장 및 사교육 시장은 더 커졌다. 이렇듯 같은 트렌드에서도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다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가속화되는 2024년에는 식문화 트렌드에 미칠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 수산물 소비가 많은 한국인의 밥상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노르웨이 수산청은 한국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초래한 수산물 소비 변화도 누군가에겐 비즈니스 기회다. 2024년 여름도 역대급 더위가 예상되는데, 기후위기 가속화로 폭염경제가 확대되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확산되는 강한 리더십과 노동 생산성 문제가 한국에 어떻게 전개될지, Z세대가 가진 실업에 대한 태도 변화, 술에 대한 태도 변화, 얼리 안티에이징(early antiaging) 욕망은 다른 세대와 한국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과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지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AI가 본격적으로 사업적 가치를 증폭시켜가며 부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과, AI가 촉발시키는 일자리 위기와 노동 혁신이 어떤 변화를 만들지도 2024년 관전 포인트다. 관전 포인트 2. 트렌드 불확실성 증폭하는 2024년 중대 변수 ‘선거’ 앞서 제시한 트렌드 이슈들의 속도에 영향을 줄 변수가 바로 선거다. 2024년은 선거의 해다. 이해 충돌의 해이면서 갈등이 심화하는 해다. 선거는 기업에 가장 큰 변수다.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중 하나가 정치이고 정책이고 예산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중단되거나, 원치 않던 상황이 새롭게 대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로선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선거 추세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한국은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결과에 따라서 정국은 아주 복잡해지고 갈등도 심화한다. 미국은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바이든의 재선 여부에 따라 미국 경제·산업·국제 정치는 아주 복잡해질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전쟁의 결과나 양상에 따라 선거의 향방도 바뀌고, 이것이 단지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최다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도 총선이 있고, 영국과 이란도 총선이 있다. 대만 총통 선거, 몽골 후랄 선거가 있고, 핀란드·멕시코·우루과이·인도네시아·스리랑카·페루 등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유럽 의회 선거도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사회·정책·경제·규제 등 아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승자독식이라는 선거의 속성상,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와 가짜뉴스가 난무할 가능성도 높다. AI의 역습을 가장 실감하는 사건이 생길 여지도 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극대화되는 시점이고, 변화도 그만큼 많아진다. 경영자라면 자사와 연관되는 정치적 변수가 등장하는 것에 대한 긴밀한 파악과 대응이 필수다. 워낙 많은 변수가 동시다발로 나올 수도 있기에, 예상 못 한 변수도 만날 수 있고, 유능한 경영자가 더 돋보이는 시기다. 반대로 유능하지 못한 경영자가 기업에 해를 끼치는 것도 많아질 2024년이다. 위기 상황은 실력자를 검증해 주는 시험대다. 관전 포인트 3. 법·제도가 뒷북? 법·제도에서 기회 찾는 인사이트 필요 경영자라면 법·제도가 새로운 사업의 발목을 잡거나, 뒷북을 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 이런 경험이 아주 많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경영자의 관성 속에 법·제도가 걸림돌이 되고, 뒷북만 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항상 법과 제도는 과거에 만들어졌고, 새로운 사업과 기술은 미래를 지향하다 보니, 과거나 미래를 담아내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하지만 수십 년에 한 번씩은 법·제도가 뒷북이 아닌 ‘앞북’을 칠 때가 있다. 이때가 비즈니스의 판도가 바뀌는 시기이고, 누군가에겐 기회지만 누군가에겐 심각한 위기가 닥친다. 바로 지금이다. 2024년에도 앞북 치는 걸 많이 목격할 것이다.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만들어지는 법과 제도 중에서 ‘탄소 감축’ 및 ‘기후 위기’가 반영되는 것들이 많다. 기존 산업에 위기를, 탄소 감축에 부합되는 새로운 산업에 기회와 미래를 안겨준다. 유럽연합(EU)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신차 판매 금지 시점을 2035년으로 정한 것도,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되는 것도 결국 탄소 감축 때문이다. 탄소 감축 이슈만 없다면 내연기관차를 버릴 필요는 없다. 프랑스에서 2023년 5월,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국내선 비행기 취항이 금지되는 법이 만들어진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법 때문에 저비용 항공사이자 항공산업으로서는 아쉽겠지만, 기차 산업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받고,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조선 빅3가 11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한 것도, 수주 실적이 확대된 것도 엄밀히 탄소 감축 때문이다. 해운사를 통제하는 UN산하 국제 해사기구가 탄소 감축에 대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전 세계 해운사들이 저탄소 선박 발주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빅3 조선사가 저탄소 선박 건조에 경쟁력을 확보해 둔 덕분이다. 국내 기업 중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조선업계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ESG(특히 E)가 평판 관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R&D와 비즈니스 전략에 적극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글로벌 탄소 감축 패러다임이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게 하고, 이런 흐름에 적극 대응한 기업들이 어떤 기회를 누리는지 인식해야 한다. 부디 ESG 경영한다면서 쇼만 하는 경영자는 반성하기를 바란다. 돈만 쓰는 게 아니라, 돈을 버는 게 ESG 경영이라는 인식이 리더에겐 필요하다. 경영자들은 자신이 속한 산업에서 탄소감축 기조에 따라 어떤 새로운 법과 제도가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 혹은 준비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미 방향은 정해졌다. 관전 포인트 4. 결국은 클린테크…바뀌는 법·제도 수혜자 정해져 있어 뉴욕시는 2024년 1월부터 7층 이하 신축건물을 지을 때 난방(열)과 온수를 위한 천연가스 사용이 금지된다. 2021년에 만든 조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조리기기와 난방기기를 금지하는 이유는 탄소 감축 때문이다. 뉴욕시뿐 아니라,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 에서 관련 법과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 결국 가스레인지나 가스스토브 시장은 죽고, 인덕션·전기레인지 같은 시장은 더 커진다. 탄소 감축이 목적인 법·제도지만, 결과적으로 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이건 소비자의 변심도 아니고, 기술력의 문제도 아니다. 단지 법과 제도 때문이다. 어떤 사업을 접을지, 어떤 사업을 벌일지, 투자를 더 할지 이런 판단을 할 때 시장과 소비자의 트렌드만 볼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트렌드도 봐야 한다. 우리가 살아갈 집과 건물도 탄소 감축을 중심으로 변화한다.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신축 건물에서 에너지 효율성과 탄소 감축에 대한 법·제도는 계속 나오고 있고, 노후 건물이나 기존에 있던 건물에 대한 법·제도도 계속 나온다.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건물 리노베이션(Renovation) 을 요구하고,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건물은 징벌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이미 뉴욕시는 2020년 징벌세 법안이 통과됐다. 건물주로선 돈을 써서라도 의무적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 전 세계에 확산할 법·제도다.캘리포니아 주의회가 2023년에 통과시킨 법안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선 2024년 1월부터 트럭 운송회사와 트럭 소유주들은 단계적으로 전기차 트럭으로 전환을 시작한다.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전환되겠지만, 나중에는 아예 트럭 중 내연기관 트럭은 판매를 금지할 것이기에 결국은 미래에 모든 운송 트럭은 전기차가 된다. 당연히 이런 차량을 충전하고 관리·정비할 곳도 필요하다. 그래서 발 빠른 사업자들이 큰 부지를 확보에 트럭을 위한 충전설비와 차량 유지보수, 청소까지 포함한 시설을 만들고 있다. 법·제도의 방향을 알고 있는 경영자들이 이렇게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다.그동안 법과 제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성격으로만 접근했다면, 이제 법·제도를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창구라는 성격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로펌들도 ESG 사업을 다들 벌이면서 기업들이 가진 ESG 지표 작성의 문제나 풀어주고, 평판 관리에 대한 문제가 리스크 관리만 해줄 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감축을 위해 어떤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우리의 의식주와 일상적 비즈니스 기회를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분석하는 정보를 더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들도 그것을 요구해야 하고, 법·제도를 만드는 정치에서도 이점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기존에 해왔던 수많은 사업을 새롭게 전환하는 변화의 중심축이 될 법과 제도, 바로 지금이 법·제도가 뒷북이 아닌 앞북을 칠 수 있는 시기다. 그만큼 탄소 감축과 기후 위기 관련한 변화는 지구와 환경을 위한 거창한 ‘명분’ 이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라는 현실적인 ‘실리’를 따져보는 게 경영자의 일이다. 참고로 LG그룹의 임원 인사에서 AI·바이오·클린테크·소프트웨어 등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에서 미래 먹거리로 강조된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R&D 승진이 많았고, 그중 클린테크 분야가 2/3 정도 차지했다. 다른 대기업에서도 클린테크에 대한 투자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탄소 감축과 기후 위기가 초래한 비즈니스 기회이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 5. 2024년 대기업 인사 핵심 키워드 ‘위기 대응’과 ‘구조조정’인사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단순히 사람만 바꾸는 게 아니라, 경영의 방향이자 전략을 드러내는 것이다. 주요 대기업의 2024년 사장·임원 인사의 주요 트렌드를 5가지 키워드로 요약하면, ▲세대교체 ▲기술 인재 우대 ▲성과주의 강화 ▲다양성 기조 확대 ▲임원 축소다. 그런데 5가지 키워드는 모두 한 가지로 귀결되고 있다. 바로 ‘위기 대응’이자 ‘구조조정’이다. ‘젊은 리더를 과감히 발탁’ 한다는 ‘세대교체’에서 핵심은 나이가 아닌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기술분야의 R&D’ 인재 중심의 교체, 성과를 내는 능력 위주의 교체다. 물론 오너 3~4세가 경영 일선으로 더 약진하는 인사를 낸 대기업도 많았다. 이를 세대교체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편승하려는 경우도 있어서 세대교체 화두가 이번에 더 많은 기업에서 전방위적으로 나오긴 했다. 분명한 것은 불확실성이 초래한 위기 상황에서 대응은 빠르고 과감해야 한다.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인적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시기다.인사 결과를 소개하며 30대 상무, 40대 부사장, 50대 사장이 나온 것을 것을 강조하기도 하던데, 자칫 ‘나이’에 포커스를 맞추기 쉽지만, 엄밀히 그들은 ‘능력’과 ‘성과’를 확실히 보여줬기에 연차와 나이와 무관하게 발탁된 것이다. 나이가 젊다고 발탁된 게 아니다. 다양성 기조 확대로 여성과 외국인 임원이 늘어나는 것도 엄밀히 따지만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면 성별과 피부색을 따지지 않고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단순한 소수자 배려 차원이 아니다. 다양성 기조는 수년 전부터 계속 확대했고,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 흐름이 이어지기 위해서라도 결국은 능력주의, 성과주의 기조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것을 반대로 보면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임직원들은 과감히 퇴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대기업에서 임원 축소 경향도 드러났는데, 이건 단지 임원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조직 효율성·생산성 강화와 직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한국에서 노동생산성이 낮은 문제는 계속 미루기만 했지만, 이제 해결하고 넘어갈 문제다. 조직에서도 2030 세대가 수평화를 지향하고, 4050 세대가 수직화에 익숙하다. 이런 차이 때문에 조직의 세대갈등이 대두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세대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직장관·노동관의 차이, 즉 바뀐 사회와 산업에 따른 차이다. 수평화는 서로 편하게 맞먹자는 게 아니라 연차와 상관없이 능력대로 평가하고 보상한다는 의미다. 사장·임원 인사에서도 능력과 성과가 핵심 이슈인 것처럼,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결국 과감하게 결단하고 대응하는 강한 리더십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변화에는 저항도 반발도 따른다. 리더가 욕먹는 것이 두려워 소극적으로 일한다면, 그건 무능이다. 한국 기업에게 닥친 불확실성과 위기 상황을 풀어갈 원동력은 유능한 경영진이다.관점 포인트 6. 미국에서 확산 중 급여투명화법, 한국 기업에 큰 영향미국의 51개 주 중에서 가장 GDP 규모가 큰 톱 10 주 중 4개 주에서 급여투명화법(Pay Transparency Law)을 시행하고 있다. GDP 규모가 압도적 1위 캘리포니아가 2018년 이 법을 가장 먼저 만들었다. 그리고 3위인 뉴욕, 5위 일리노이, 공동 9위 워싱턴이 이 법을 시행 중이다. 공동 9위인 뉴저지는 법을 도입 예정이고, 7위인 오하이오는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이들 6개 주의 GDP 총합이 미국 전체 GDP의 1/3 정도다. 급여투명화법을 시행 중인 10개 주, 법을 도입 예정인 14개 주를 다 합치면 미국 GDP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법 시행과 도입 예정인 주가 대거 늘어난 것은 2022~2023년이고, 2024년에도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아울러 2023년 3월에 미국 의회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급여 형평성 법안으로,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 FLSA)을 개정해 공개 직책의 임금 범위(wage range) 공개를 의무화하는 ‘급여 투명화법’(Salary Transparency Act)이 발의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모든 고용주는 모든 고용과 승진 등에서 임금 범위를 공개해야 한다. 개별 주에서 법안이 계속 확산되는 데다, 연방 정부에서도 논의가 확대되고 있기에 미국에서 급여 투명화법은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으로 인해, 기업에서 같은 역할(업무)을 하면서 인종·성별·나이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급여가 다르다면 그건 불법이 된다. 벌금이 부과되고 기업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같은 역할을 하더라도, 능력 차이나 성과에 따라서 급여 차이가 나면 문제 되지 않는다. 사실 이 법이 다양성· 평등성·포용성의 일환이지만 궁극적으로 성과주의·능력주의 강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크다. 급여 격차를 만드는 유일한 이유는 능력 차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해고의 자유가 있는 대신, 능력에 따른 우대도 확실하다. 급여투명화법은 약자 보호가 목적이 아니다. 엄밀히 능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목적이다. ESG 경영을 ‘착한’ 기업 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영자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착한 게 아니라, 기업에게 닥칠 리스크를 없애고 계속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합리적’ 기업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단이다. 결단을 위해선 발 빠른 정보 파악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관성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트렌드에 민감한, 트렌드 인사이트를 가진 경영자들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트렌드 분석은 트렌드 변화의 이유, 흐름의 방향을 찾는 것이다. 그 속에서 나올 기회나 위기를 가늠하는 일이다. ‘무엇이 트렌드다’가 아니라, 그것이 왜 트렌드가 되었고, 어떤 기회가 있다를 찾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탈 관성’이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지식으로 배웠던 익숙한 것들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이 증폭된 2024년, 과감히 버리고, 과감히 결단하는 경영자들이 많아지기 희망한다. 필자는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정부기관에서 3000 회 이상의 강연과 워크숍을 수행했고, 트렌드 전문 유튜브 채널 ‘김용섭 INSIGHT’를 운영한다. 저서로 ‘라이프 트렌드 2024 : OLD MONEY’, ‘라이프 트렌드 2023 : 과시적 비소비’, ‘ESG 2.0’,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언컨택트’ 외 다수가 있다.

2024.01.01 07:30

12분 소요
2024년 바뀌는 고용 관련 제도는 뭐가 있나…6+6 부모육아휴직제 눈길

산업 일반

내년부터 고용제도에 여러가지 변화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부모육아휴직제도와 유연근로 장려금 등 육아 관련 제도가 확대된다는 점이다. 우선 최저임금이 1월 1일부터 인상된다. 올해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됐다. 주 40시간 기준 월 환산액은 206만740원이다.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고용 형태나 국적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적용된다. 육아휴직 제도도 확대된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육아하는 문화 확산을 위해서 시행했던 ‘3+3 부모육아휴직제’는 ‘6+6’으로 확대 시행된다. 생후 18개월 내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처음 6개월 동안 육아휴직 급여가 상향 지급된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부부 합산으로 최대 3900만원의 육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사업주는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을 받는다. 사업장 주 평균 실근로시간(소정근로+연장근로시간)을 2시간 이상 단축한 사업주가 대상이다. 장려금 액수는 지원 인원 1인당 월 30만원이다. 지원 대상 근로자의 30%, 최대 100명까지 지원한다. 또한 육아해야 하는 근로자가 재택·원격·선택근무 등의 유연근로를 활용하면 정부는 장려금을 월 10만원 추가해 지원한다. 소규모 사업장의 육아기 근로자의 시차 출퇴근의 경우에도 사업장 장려금을 지원받는다. 34세 이하 청년이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응시하면 응시료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1인당 연 3회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 상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연 매출 1억5000만원 미만 자영업자만 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1월부터 연 매출 4억원 미만 자영업자까지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취업취약계층의 취업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기존 18~34세에서 2월 9일부터 15~34세로 확대된다. 건설 근로자의 출퇴근 기록을 기록해 퇴직공제부금 신고 누락을 막는 전자카드제도가 1월 1일부터 모든 건설공사(공공 1억원, 민간 50억원 이상)로 전면 확대 시행된다.

2023.12.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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