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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10년… 피크 코리아와  슈퍼 에이지 [스페셜리스트 뷰]

증권 일반

한국 경제에 대한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13년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가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로 묘사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왔던 사례가 기억난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수년간 한국 경제는 대중국 수출 부진으로 성장률 둔화와 박스피(박스권+코스피)라는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2013년 뜨거운 물 속의 개구리로 지칭되던 한국 경제가 이제는 ‘피크 재팬’과 ‘피크 차이나’에 이어 ‘피크 코리아’(Peak Korea·한국 경제 성장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현상)를 우려해야 하는 국면까지 이르렀다. ‘파이낸셜 타임즈’(FT)마저도 ‘한강의 기적은 끝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가 직면해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다룬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의 모습이 역동경제에서 피크 코리아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물론 피크 코리아 리스크는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수년간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누적된 결과물이다.왜 이 시점에 피크 코리아를 고민할까가장 먼저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특징인 수출주도 성장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저성장 고착화도 있지만 이전과 달리 글로벌 내 다양한 갈등이 잇따르고 있음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중 패권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자국 우선주의, 부의 불평등 심화에 따른 사회갈등 등 지구촌에 다양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 및 산업은 여타 국가보다 글로벌 경제가 안고 있는 리스크에 빠르고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구조라는 것이 큰 고민거리다.글로벌 수요와 투자의 구조적 변환도 우리에게는 악재다. 국내 수출과 산업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업종에 강점을 지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타 중후장대 산업이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주요국 증시가 인공지능(AI) 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그 이유 역시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에 한국 경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피크 차이나도 한국 경제에 악재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는 있지만 단기적으로 탈중국은 쉽지 않은 과제다. 중국 수출 감소분을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로 메우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과 한국 산업간 관계 변화 역시 한국 경제의 저성장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과 중국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 즉 경쟁관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대외적 요인과 더불어 전 세계 1위 수준의 대내 리스크도 피크 코리아를 압박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성큼 다가선 인구사이클, 한계에 이르고 있는 부채 리스크, 사회적 갈등 심화와 함께 취약한 내수 기반 등은 피크 코리아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주요국 정책기조 전환에서 소외된 한국피크 코리아 리스크와 관련해 최근 주목되는 이슈는 미국 등 주요국의 경제 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한국의 더딘 그리고 미온적인 대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양 축의 통화정책과 각종 재정 부양 정책을 동원해 총수요를 자극하면서 그나마 저성장 경제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총수요 정책은 한계에 부딪혔다. 돈 풀기 정책은 모든 경제주체에 막대한 부채를 유발시켰고 고금리 현상마저 나타나면서 한계에 이르렀다. 그동안 초완화 정책의 마지막 보루였던 일본마저도 긴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서 총수요 정책의 종료가 확인되고 있다.이에 미국 등 주요국은 생산능력 확대와 더불어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생산요소(노동·자본·기술) 향상을 위한 공급 혹은 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공급 정책 강화 배경에는 기술혁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중 패권 경쟁 격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리쇼오링(Reshoring·해외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이동하는 현상), 니어쇼오링(Nearshoring·기업의 생산이나 서비스 업무를 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로 이전하는 전략) 등에 기반한 자국 산업 육성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기술혁신 사이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재정 정책 초점을 총수요 확대보다 제조업과 같은 산업 육성 등 공급 확대에 두기 시작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일본 경제와 정책 역시 미국과 맥을 같이한다. 공급경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기시다 내각의 신자본주의 5대 중점 전략인 ▲인재 ▲과학기술 및 혁신산업 ▲스타트업 ▲녹색전환 ▲디지털전환 역시 생산요소의 질적 및 양적확대라는 공급경제 정책이 기저에 깔려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은 미국과 분업적 산업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정책에 편승하고 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 중심에는 국가 자본주의가 있다. 해석이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생산요소, 즉 노동·자본 및 토지 그리고 기술(데이터)을 국가 통제 하에 두고 기술혁신 관련 공급 능력과 생산요소 향상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기조로 해석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행전략이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고품질발전이다.문제는 한국 경제 및 산업의 경우 2010년대에 들어 공급능력 확대 정책보다는 글로벌 총수요에 기반한 수출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을 유지하면서 최근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정책 패러다임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제조업의 위기이자 피크 코리아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 차이나 쇼크 가시화논란이 있겠지만 중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은 한국 경제에 그 동안 실보다 득이 돼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중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소위 차이나 쇼크를 한국 경제가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하고 있다. 우선, 흔들린 한중 교역구조가 다시 복원되기 쉽지 않다. 중국이 안고 있는 각종 구조적 리스크로 중국 경제의 빠른 정상화를 바라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미국의 ‘대중 칩(Chip·반도체) 포위망’ 강화 움직임은 가뜩이나 꼬여 있는 한중 무역을 더욱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한중 교역이 자칫 피크 코리아에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중국 내 한국산 제품의 수요 둔화는 교역구조 측면에서 한중간 분업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중간재와 자본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최종 완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던 구조가 약화됐다. 이를 반영하는 것이 대중국 중간재와 자본재 무역수지다. 대중국 중간재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됐고, 자본재 무역수지는 이미 적자로 전환됐다. 반면 한국의 중국산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한국 제품과 경합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한중간 산업구조가 보완적 관계에서 경쟁관계로 전환되면서 한국 경제가 받게 될 충격이 더욱 커질 것 이다.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침투도 심상치 않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지난해부터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시장 점유율이 무섭게 상승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올해 2월 기준 818만명으로 지난해 2월 대비 약 130% 증가했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테무 앱 사용자수는 1년도 안돼 581만명에 이르고 있다. 중국의 초저가 공세가 한국 내수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음은 한국 수출 기업은 물론 내수 기업에도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소비가 주로 이커머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한국 침투가 또 다른 차이나 쇼크를 촉발할 전망이다. 중국 성장률 둔화 등으로 한국 수출 및 산업이 차이나 쇼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산업 발전 혹은 경쟁력 강화가 한국 경제에 제2의 차이나 쇼크를 유발할 위험은 이미 현실화됐다. 너무 빠른 인구절벽 리스크…곧 내수절벽피크 코리아 리스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근거가 극단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인구 사이클이다. 한국 인구 사이클에 대한 비관론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한국 인구절벽 시 나리오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주요 선진국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되는 현상인 ‘초고령화’ 시대, 즉 슈퍼 에이지(Super Age)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장래 한국 인구사이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한국 인구 비관론을 얘기할 때 단골 메뉴는 고령화 속도지만 이보다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과 관련해 주목할 데이터는 신생아 수다. 결론적으로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고 있다. 2022년 출생아 수는 25만명에 불과하다. 1970년 신생아 100만명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더욱이 신생아 수 감소세가 2010년대 중반부터 가파르다. 2016년 40만명이었던 신생아 수는 3년 만인 2019년 30만명으로 10만명 줄어들었다. 또 3년 만에 25만명(2022년)으로 감소했다. 신생아 절벽 사이클은 이미 시작됐다. 이처럼 한국의 초저출산이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국 인구 감소 전망은 시나리오로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한국 인구고령화의 주요 요인인 초저출산 현상의 배경에는 각종 경제적·사회적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득(고용) 불안, 높은 주택가격에 따른 주거 불안, 양육환경과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결혼·출산 연기 및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 우스갯소리지만 이전 세대에 자녀는 필수 소비재였지만 현 세대에게는 사치재라는 말이 있다. 자녀 출생과 양육에 드는 과도한 경제 그리고 인적 비용이 자녀를 기피하게 하는 안타까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2018년을 기점으로 이미 고령사회의 문턱을 넘어섰고 이후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이다.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46년께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일본마저 앞서게 된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인구 고령화 속도라는 점에서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고 예측도 쉽지 않다. 참고로 고령사회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을, 초고령사회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할 때 이르는 용어다.인구 고령화 리스크를 얘기할 때 일본의 사례를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일본 장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이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도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다. 인구 고령화가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더불어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하락 그리고 정부 부채 급등이 일본 경제 잃어버린 30년의 결정적 이유로 작용한 것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독일 등 유럽국가의 저성장 추세와 정부 부채 급증 역시 고령화 추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의 사례를 비춰볼 때 한국 경제 역시 인구 사이클에 따른 성장률 둔화 압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령화 수준보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 속도다.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데 15년 정도가 소요됐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동 기간이 7년에 불과할 전망이다. 당장 내년인 2025년에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더욱이 향후 5년마다 한국의 65세 이상 비중은 5%씩 증가하는 유례를 찾기 힘든 고령화 속도를 기록할 것이 자명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에 대한 노동투입의 기여도가 2011~2015년 0.7%포인트(p)에서 2016~2020년에는 0.2%p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1~2022년에는 -0.2%p까지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 사이클이 성장에 기여하기보다 성장을 잠식하는 생산요소가 된 것이다.물론 일본 고령화 사례를 한국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일부 한계도 있다. 일본 경제 구조는 기본적으로 내수 중심이지만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적 구조이다. 인구에 큰 영향을 받는 내수보다 해외 수요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 구조가 인구 고령화 충격을 일부 상쇄시켜 줄 여지는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이전과 달리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고 공급망 이분화 그리고 중국의 추격 등 한국을 둘러싼 수출 환경은 우호적이지 못하다. 결국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 수출 둔화 리스크와 인구 충격에 따른 노동기여도 추락은 시간이 갈수록 피크 코리아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K-부채 리스크도 피크 코리아 위험 높여 2000년 이후 부채 사이클을 보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기간이 3차 가계 부채 급증 국면이다. 부채를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2000년 이후 K-부채 사이클은 수출경기와 부동산 가격이 운 좋게 맞으면서 사후적 평가지만 좋은 부채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K-부채 사이클이 한계를 맞이하고 있고 과거와 달리 경제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더 이상 조력자 역할보다 악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부채 사이클의 좋은 측면은 사라지고 나쁜 부채 리스크만 부각되는 현실은 피크 코리아 리스크마저도 덩달아 높이고 있다. K-가계 부채의 청구서를 우려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가계부채 규모이다. 한국 가계 부채 순위가 빠르게 상승 중이다. 2010년 주요 43개국 중 14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던 K-가계 부채 순위가 2020년에는 7번째를 기록했다. 그리고 2022년 4분기 기준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5%로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K-가계 부채의 또 다른 위험은 물가와 금리의 패러다임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중물가-중금리’는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무엇보다 중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가 고용절벽과 자산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부채 리스크 현실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피크 재팬 사례에서도 알고 있듯이 피크 재팬은 부채 버블에서 비롯됐고, 현재 진행형인 피크 차이나도 부동산 부채에서 촉발됐다. 그리고 피크 USA는 아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역시 서브프라임발 가계 부채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피크 차이나를 제외하고 부채 리스크의 도화선은 영원할 것 같았던 저금리 환경 파괴에서 비롯됐다. 한국 정책당국도 부채를 통한 부양에 더 이상 나설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다. 오히려 K-가계 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다행히 가계 부채 관리 혹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피크 코리아를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과도한 부채사이클의 종착역은 자산가격 급락을 동반한 부채사이클 경착륙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중물가-중금리 패러다임 지속은 K-가계 부채의 경착륙과 이에 동반한 피크 코리아 위험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회적 갈등 비용도 무시하면 안 된다한국 경제와 사회가 안고 있는,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피크 코리아 요소는 ‘갈등’이다. 체감적으로 한국 내 갈등 정도는 근래 들어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이념·젠더·세대·소득·교육 등 사회 각 부문에 걸쳐 갈등이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이 갈등 문제에 있어 전 세계 상위 수준에 위치해 있음은 각종 자료와 지표를 통해 설명되고 있다.2021년 영국 킹스컬리지가 발간한 보고서(Cultural wars around the world: how countries perceive divisions, 2021)에 따르면 한국은 12가지 갈등 항목 중에 7개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사실상 조사대상 17개국 중 한국 국민들이 느끼는 갈등 정도가 가장 심한 것이다. 갈등지수뿐만 아니라 체감적으로 갈등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을 부채질하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 여타 선진국보다 소득불균형이 심각한 국가다. 2021년 OECD의 소득불균형 지수를 보면 한국이 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소득불균형 지수를 보이고 있다. 부의 불평등 혹은 소득불균형도 문제지만 부가 세습되면서 소득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준 피상속인이 4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간 부의 격차 그리고 일자리 혹은 고용갈등도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갈등이다. 갈등 해소를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허비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자원 배분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의대 진학이 어느 학과 진학보다 각광받고 있는 현상은 사회갈등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사회갈등지수가 전 세계 상위권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다면 제 발로 피크 코리아 국면에 진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 세계 주요국은 저성장 국면에서 좀 더 큰 성장의 파이를 차지하는 동시에 공통 문제인 고령화·부채 리스크 등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생산요소(노동·자본·기술) 향상과 관련한 무한 정책 경쟁에 돌입했다. 그 중심에는 기술혁신 사이클이 있지만 승자 독식의 게임 법칙이 지배하는 기술혁신 특성상 글로벌 기업간 및 국가간 치열한 생존게임은 격화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생산요소 우위 경쟁과 생존게임에서 한국이 지금처럼 밀려난다면 피크 코리아를 정말 피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는 여타 주요국과는 달리 구조적 리스크로 인한 내수 절벽이라는 잠재적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 피크 코리아의 돌파구이자 장애물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디지털 관련 인프라, IT 산업 및 디지털 문화에 쉽게 순응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생산요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잠재력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급속히 확산하는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 국면에서 한국은 그래도 주요국과 어느 정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가별 혁신 순위에서 한국이 밀려나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디지털 관련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 붐이 시작된 2010년 중후반부터 관련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률을 지지해주었다. GDP 대비 설비투자(유형자산 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무형자산 투자)도 이미 역전됐다. 미국 내 모든 투자가 무형자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불안하다. 설비투자 부진 속에 딱히 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강한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AI 등 디지털 산업이 자칫 잘못하면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이 아닌 갑자기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될 처지에 직면해 있다.결론적으로 피크 코리아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경제 주체들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산업 및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변화 시대에서 확고한 입지를 빨리 찾는 것이 급선무다.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요소의 질적·양적 개선을 병행하는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 기회는 남아 있지만 이를 서둘러 활용하지 못하면 새로운 기술혁신 시대에서 피크 코리아 늪에 빠져 허덕일 것이다. 박상현 전문위원은_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수석 이코노미스트(Chief Economist)이다. 성균관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졸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우경제연구소 해외지역팀, 루마니아 대우은행,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쳤다. 현대중공업 외환정책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경제흐름을 꿰뚫어 보는 금리의 미래 (2018년),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 (2020년) 등이 있다.

2024.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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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美 대선과 고조되는 불확실성…이면의 기회는 [스페셜리스트 뷰]

은행

올해는 역사에 남을 ‘선거의 해’다. 전 세계 76개국에서 42억명이 선거를 치르게 될 예정으로 선거 결과에 따라 각국의 정책 기조가 여러 분야에서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 대선이 전 세계의 가장 큰 관심을 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중국-대만 갈등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 대선 결과는 앞으로 4년간 글로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경선에서 다른 대선 주자들을 압도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여론조사 결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앞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81세라는 고령 리스크가 가장 큰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을 대체할 인물 역시 부재한 상황이다. 이번 미 대선은 이변이 없는 한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재대결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트럼프 시즌2 현실화, 확신은 이르다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는 점점 더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시점에 지지율이 높다 하더라도 향후 당선을 담보할 수는 없다.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간접선거 제도를 갖고 있다. ‘선거인단’과 ‘승자독식’에 의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각 주에서 주민 표심을 대변할 선거인단을 먼저 선정하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각 주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해당 주 모든 선거인단의 표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선거가 진행된다. 미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유권자 투표가 아닌 선거인단의 과반수, 즉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크고 작은 주들이 뭉친 연방국가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대중적 인기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지율 우위를 보이고도 대통령 당선에 실패한 사례가 나타난다. 현재 주요 조사기관들의 주별 선거인단 전망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양당 모두 추가적인 선거인단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6개 경합주의 결과가 결국 대선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요 경합주는 펜실베니아(선거인단 19명), 조지아(16명), 미시건(15명), 애리조나(11명), 위스콘신(10명), 네바다(6명) 등이다. 해당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이러한 우위는 대선일까지 뒤바뀔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또한 대선 결과와 함께 상·하원을 어느 정당이 지배할지 여부도 매우 중요하다. 의회 구도에 따라 대통령 정책 추진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의회의 경우 상원은 민주당, 하원은 공화당으로 지배력이 분산돼 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재집권과 함께 상·하원 모두를 공화당이 장악할 경우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추진하는 시나리오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의 공화당 최종 후보 선출과 관련한 가장 큰 변수로는 사법 리스크를 들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독려 등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됐고, 성추행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 배상과 명예훼손 소송 등 다수의 민사 재판에도 휘말려 있다. 이 중 11월 대선 출마 자격 문제를 놓고 피선거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앞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내란범의 공직 수행을 제한하는 수정헌법 제14조 3항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콜로라도주 프라이머리(예비 선거) 참여 자격을 박탈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1·6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에 가담했다고 본 것이다. 수정헌법 제14조 3항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 측 인사들이 공직을 맡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대통령 후보 자격 판단 문제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 조항이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는지가 핵심이다. 트럼프 측이 이에 항소함에 따라 현재 연방대법원 판결이 남았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인용할 경우 콜로라도주는 물론 다른 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출마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다만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9일 구두변론절차를 진행한 가운데,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관들이 전반적으로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대선 후보 자격 박탈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9명의 법관으로 이뤄진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3명은 트럼프가 임기 시절 임명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 유지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지지층 결집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선거 판세의 핵심인 경합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가 압도적으로 벌어져 있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의 판결이 상황을 반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트럼프 vs 바이든, 정책의 공통점과 대척점 11월 미 대선 전까지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선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변함이 없을 정책 교집합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공통 분모는 ‘미국 우선주의’다. 미국 내부 불만을 외부로 투사하려는 시도와 함께 중국 견제, 자국 내 인프라 투자 등 정책 기조는 이번 대선에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를 실행하기 위한 방법론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바이든은 동맹의 틀 하에 미국 리더십을 강조해 오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다면 기존 대외정책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반면 트럼프는 주요 상대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이나 징벌적 관세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트럼프 1기’ 경험을 토대로 미국 이익을 담보하기 위한 정책들을 보다 공세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재선 공약으로 ‘어젠다 (Agenda) 47’을 내놓으며 무역, 외교, 국방 등 전 분야에서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재임 시 경제적으로 가장 큰 정책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첫째로는 대외 통상이고, 다음으로 에너지 산업을 꼽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역적자가 미 경제 만병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임기 동안 소강 상태에 접어든 관세전쟁이 재차 심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더불어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적용하겠다는 점도 전 세계 우려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대미 무역흑자가 크거나 환율 조작 시도 및 불공정 무역 관행 등을 이유로 모든 국가에 대해 10%의 추가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경우 기존 미-중 무역분쟁 구도가 미국-전 세계 간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책 기조도 현 바이든 행정부와 극명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해 지속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천연가스 시추 및 개발 등 전통 에너지 산업 지원을 강화하는 반면 ▲전기차 전환 정책 중단 ▲IRA 보조금 제도 중단 ▲파리기후협정 재탈퇴 등 바이든 정부의 그린뉴딜을 정책 백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글로벌 탄소중립이라는 장기 방향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에 역행하는 트럼프 정책 대응은 에너지 산업 전반에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추진에 대해 제동을 걸 요인들도 존재한다. 과거 트럼프 1기 공약 이행률은 다른 대통령 대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선거 공약 자체가 매우 급진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격적인 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의회의 초당적 합의 역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기 언급한 상·하원 선거 결과도 중요할 것이다. 또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경우 이미 상당한 규모의 민간 투자가 진행돼 있고, 일자리 제고 효과 등도 확인된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이 전면으로 부정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극단적 정책이 재현될 우려가 커짐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사전에 이를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공식 평가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재집권 시 EU에 가할 수 있는 징벌적 무역 조치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한국 역시 미 대선 결과가 국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대비하기 위해 올해 3~4월경 범정부 대응조직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협정 유효기간이 2년 가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을 서둘러 추진한 점도 트럼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미 대선 결과는 전 세계 정치, 외교뿐 아니라 경제 및 금융시장에도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관심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미 대선 이벤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3월부터 점증할 가능성이 높다. 16개주에서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3월 5일) 이후 선거 판세에 대한 윤곽이 더욱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미 선거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대선이 있는 해가 대선이 없는 해에 비해 변동성이 높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11월 대선을 2~3개월 앞둔 시점부터 변동성이 유의미하게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대선 이슈에 유의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높은 수준의 변동성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는 미래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간다는 점에서 투자 역시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후보로부터 수혜를 얻을 수 있는 업종과 종목들 중심으로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을 취해야만 확률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트럼프 당선 시 AI 투자 호재로최근 사례인 4년 전 미 대선 국면을 복기해 보면, 당시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아가기 시작할 때부터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보였다. 대선 승리를 확정한 후에도 단기간 추가 상승을 유지했다. 이듬해 취임 시점부터는 기대감이 소멸되며 하락세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정책 수혜가 부각되는 업종 역시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올해 3월부터 11월 사이, 즉 선거를 치르기 이전까지가 대선과 연관성이 높은 업종에서 적극적인 알파를 창출할 수 있는 구간이 될 수 있다. 물론 변동성이 높게 유지되는 국면에서 투자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예측이 어려운 정치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은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 투자를 낚시에 비유하자면, 물고기가 모일 수 있는 좋은 포인트에 가야 한다. 확률적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투자 대상을 찾는 것이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투자 아이디어에 부합하는 영역으로 ‘인공지능(AI)’을 꼽을 수 있다.지난해부터 활용성과 수익성을 증명하기 시작한 AI 분야는 올해도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현재 우위를 보이는 트럼프 당선이 AI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AI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해 AI 업계 반발을 샀다. 반면 트럼프는 규제 완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기업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고, 전반적인 실적 기대감 상승을 이끌 수 있다. 아울러 기업들의 중장기 펀더멘털(경기 및 기업이익) 개선을 뒷받침하며 주가 부양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과거 트럼프 임기 시절 나타난 AI에 대한 연구개발(R&D) 확대와 규제 완화 공약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 당선 가능성 상승은 미국의 AI 산업 육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AI 분야는 트럼프 재집권을 가정하더라도 미래에 투자하는 주요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美 대선의 승부처는 결국 ‘경제’ 주요 언론이 보도한 미 유권자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 대선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인은 ‘경제’다. 과거에도 물가나 실업률이 급증하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심화된 경우, 집권당이 교체되었던 사례를 상당수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미 유권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과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중 확인되는 미국 내 경제 상황은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상반기 중 미국 내 인플레이션 상황이 더욱 뚜렷하게 개선되고 이러한 변화를 미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에 트럼프에게 유리한 판세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측은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확대 등을 민주당에 대한 공격 포인트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를 주장했다. 감세 등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부를 확대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 정부에 비해서는 제한적인 재정집행 기조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반면 민주당은 정부와 민간 균형과 견제를 강조했다. 증세를 통해 정부 부채 및 계층 간 갈등 해소, 분배 문제 해결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미 재정적자 불안은 해소되지 못할 수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으로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전년 대비 23% 증가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도 6.3%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바이든 정부는 ‘부자증세’를 통해 이러한 적자 폭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하겠지만,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 반발로 마찰을 겪는 것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두 후보 모두 ‘경제’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다룰 것은 명확하나 경제 정책에 대한 접근 방식은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정정책 확대 기조를 주장하는 바이든과 재정건전성 및 감세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립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미 경제지표와 더불어 재정정책이 화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미국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승기를 잡느냐에 따라 자산별 성과 차별화가 심화할 수 있고, 의회 구성 등에 의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시장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에겐 어느 한쪽에 강하게 베팅을 하기보다 여러 경우의 수를 열어두는 유연함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트럼프는 집권 1기보다 더욱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시즌2를 예고하고 있다. 사전에 기민하게 대응할수록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과거 경험을 통해 트럼프 정부 성향을 시장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리스크는 예측이 불가능한 블랙스완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초기에는 전면적 무역전쟁 가능성을 시장이 낮게 평가하다가 뒤늦게 우려를 반영한 바 있다. 지금은 재집권 이전부터 각국 대비가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가 야기할 리스크는 단기적 마찰과 완화를 반복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현재까지 미 대선과 관련된 각종 예측에서는 트럼프 우위가 나타나고 있지만, 주력 매체들의 예상이 모두 빗나갔던 사례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본다. 11월까지 미 대선의 시장 영향력은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투자 관점에서 핵심 결론은 우선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을 비롯해 잠재적인 정치 리스크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이 모두가 패자가 되는 극단의 상황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변동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은 영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AI 분야가 주요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결국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보다 기회 요인 역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더라도 대선 시한은 정해져 있다. 양호한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 역시 유지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시장에 악재로만 머물지 않고, 파급력 약화와 함께 상승 발판이 되기도 된다. 미 대선이라는 가까워진 ‘불확실성’이 멀리 보면 ‘기회’라는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홍동희 부장은_2008년 SC제일은행 프라이빗뱅킹사업부 내 전략 및 기획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4년 이후 SC제일은행 투자전략가 역할을 10년 이상 수행해 왔으며, 현재 투자전략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 내 전세계 52개국 투자전략가와 협업해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하는 등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2024.03.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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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의 초대형 철퇴 맞은 바이낸스…업계는 오히려 환영?[위클리 코인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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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코인리뷰는 한 주간의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을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너무나도 복잡하게 흩어져있는 시장의 정보를 ‘코인러’ 여러분께 정리해 전달 드립니다. 지난 일주일에 대한 리뷰이므로 현재 시세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지난 22일, 우리시간으론 자정 즈음 전 세계 1위 코인거래소 바이낸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응징을 당했다는 엄청난 소식이 전해졌다. 미 법무부는 바이낸스에 은행법과 국제법 위반 등 혐의의 대가로 약 5조5000억원의 천문학적인 벌금이라는 선물(?)을 내렸다. 여기에 바이낸스의 수장인 창펑 자오(CZ)의 사임까지 더해 합의가 마무리됐다.당연히 시장은 바이낸스 여파에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오후 들어 시세는 매우 빠르게 원상복구됐다. 투자자들이 이번 사건이 큰 악재가 아닌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본 것이다. 실제 전문가들도 이번 합의는 업계가 성숙하고 안정적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했다.폴 그레왈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X를 통해 “암호화폐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성장하는 시장을 만들려면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완 비트코인의 샘 칼라한 수석 애널리스트는 “업계가 더 깨끗해졌다”며 “또한 바이낸스가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시장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업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주간 코인 시세: 바이낸스 충격 금세 회복했다…횡보세 유지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0~24일 비트코인 가격은 최저 4634만6218원(22일·수요일), 최고 4981만9700원(24일·금요일)을 기록했다.이번 주 비트코인 가격은 4700만~4800만원대를 유지하다가 22일 미국 정부의 바이낸스 제재 소식에 급락했다. 이날 오전 2시께부터 떨어지다가 오전 8시 30분께 4700만원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곧바로 회복세를 보여 23~24일에는 바이낸스 소식 이전보다 오히려 약간 높은 시세를 형성했다. 다른 주요 알트코인들도 비트코인과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였다. 지난 24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이더리움과 에이다는 일주일 전보다 각각 4%, 4.46% 올랐다. 리플은 같은 기간 0.65% 소폭 하락했다. 솔라나와 도지코인의 경우 각각 4.64%, 6.6% 떨어졌다.주간 이슈: ‘5.5조 벌금 폭탄’ 맞고 물러난 CZ…바이낸스의 미래는?글로벌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창펑 자오(CZ)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고 사임하기로 했다. 이는 자오 CEO가 돈세탁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데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637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메릭 갈랜드 미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벌금을 낸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구체적으로 바이낸스는 미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등록하고 효과적인 자금세탁방지제도(AML)를 운용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바이낸스는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 카삼 여단’과 ‘이슬라믹 지하드’(PIJ),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IS) 등 테러·범죄 단체와 의심되는 거래를 미 금융당국에 보고하거나 방지하지 못했다.또 바이낸스는 미국 고객이 이란, 북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등 제재 대상 지역에 있는 사용자와 거래하는 것을 중개한 혐의를 받는다. 미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이런 제재를 위반한 암호화폐 거래가 총 166만여 건, 금액으로는 7억 달러(약 9057억원) 상당 일어났음을 파악했다. 특히 바이낸스를 통한 북한과의 거래 중개는 총 80건, 437만 달러(약 56억원) 수준으로 나타나 대북 제재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오 CEO는 이같이 실정법을 위반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직위에서 물러나고, 바이낸스 또한 미국 내 사업을 전면 철수하기로 했다.자오 CEO는 X(구 트위터)를 통해 “내가 실수했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커뮤니티, 바이낸스 그리고 나를 위한 최선이다. 바이낸스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니다”며 “바이낸스의 주주이자 전 CEO로서 미국의 프레임워크(작업 구조)에 따라 기업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물러난 자오 CEO의 자리에는 리처드 텅 바이낸스 지역시장총괄이 앉게 됐다. 텅 신임 CEO는 X를 통해 “새로운 CEO 역할을 맡게 된 건 영광이며 겸허한 마음이다”며 “바이낸스의 핵심 사명인 ‘화폐의 자유’를 달성하면서 이해관계자의 기대에도 충족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주간 인물: FTX 설립자 샘 뱅크먼, 구치소에선 ‘고등어’로 돈놀이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구치소에서는 ‘고등어 절임’을 화폐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메트로폴리탄구치소에서 법원의 형량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뱅크먼-프리드의 근황을 전했다.구치소는 뱅크먼-프리드에게 채식주의자용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8월 뱅크먼-프리드는 배심원단의 평결을 앞두고 채식주의자용 식사를 주지 않아 빵과 물로만 연명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그런데 뱅크먼-프리드는 채식주의자용 식사 제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구치소 매점에서 판매하는 고등어 절임 팩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식사용이 아니라, 고등어 절임이 구치소 수감자 사이에서 화폐 대용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뱅크먼-프리드는 유죄평결을 받기 전에도 동료 수감자에게 이발을 부탁한 뒤 고등어 절임으로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WSJ은 “미국 수용시설에선 전통적으로 담배가 화폐 대용으로 사용됐지만, 당국이 수감자들의 흡연을 금지한 이후 매점에서 판매하는 고등어 절임이 새로운 거래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유죄가 선고된 유명인들에게 수감생활을 조언하는 컨설턴트인 빌 버로니 변호사는 뱅크먼-프리드가 향후 형량이 선고된 뒤 연방 교도소로 이감될 때도 고등어 절임을 지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로니 변호사는 “교도소에서는 고등어 절임 화폐 시스템이 암호화폐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한편 뱅크먼-프리드는 구치소 교도관들에게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조언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법원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돈세탁 등 모두 7개의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이 내려진 뱅크먼-프리드에게 내년 3월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다. 최대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주간 거래소: 줄줄이 문 닫는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최근 캐셔레스트·코인빗 등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의 급작스러운 영업 종료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이용자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코인마켓 거래소 캐셔레스트는 지난 13일 거래지원 종료 후 오는 12월 22일 출금지원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이어 다른 코인마켓 거래소인 코인빗 역시 16일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지난 21일 금융위원회는 “최근 몇몇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영업 종료에 따른 피해 우려가 있다며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 이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또 금융위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영업 종료 방침을 결정해도 사업자 지위가 유지되는 한 특금법 및 이용자보호법상 의무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사업자는 영업종료 공지 전 고객 사전공지와 함께 이용자 예치금·가상자산 출금 지원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업무처리절차를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영업종료일 최소 1개월 전에 종료 예정일, 이용자 자산 반환 방법 등을 홈페이지 및 이용자에 개별 공지하고 신규 회원가입 및 자산 입금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용자 역시 가상자산사업자 영업 현황 등을 확인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영업이 종료된 경우 보유자산을 즉시 반환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사업자의 고객자산 반환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현장 점검 등을 적극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3.11.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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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기업, 건설업 위기에도 ‘탄탄대로’…매각 속도 붙나 [이코노 리포트]

산업 일반

진흥기업이 건설경기 악화 속에서도 호실적을 바탕으로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효성중공업이 지속적으로 진흥기업에 대한 매각 작업을 추진해온데다 실적과 재무안전성 모두 우수한 만큼 시장에서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다만 건설업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효성중공업이 당분간은 신중론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진흥기업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지만 진흥기업이 워크아웃을 마친 지난 2018년부터 시장에서 매각설이 꾸준히 거론됐던 만큼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장 진흥기업의 상황만 놓고 보면 매각설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흥기업은 지난 2018년 워크아웃 절차를 마친 이후 관급공사를 중심으로 수주 물량을 따오며 꾸준한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주택 부문에서도 효성중공업의 ‘해링턴플레이스’를 통해 고급화를 꾀하며 재개발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진흥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매출도 2823억원에서 3249억원으로 15%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불확실성 확대로 원재료값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수익성 보존에 성공하며 성장을 이어간 것이다. 실제 같은기간 진흥기업의 매출원가는 2502억원에서 2899억원으로 늘었으나 매출 증가폭이 이를 상쇄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재무건전성 역시 업계 평균 이상을 유지하며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진흥기업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95.6%로 지난해 말 101% 대비 5.4%p 하락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부채비율이다. 차입금 비율도 양호한 수준으로 상반기 기준 6.6%를 기록했다. 통상 시장에서 30% 이하를 적정 비율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흥기업의 외부 자본에 대한 의존도는 낮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건설업을 비롯한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진흥기업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중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건설사 인수에 대한 위험부담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매각하는 입장에서도 제값을 받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효성중공업이 진흥기업 매각에 신중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초부터 중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는 업체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75위인 대우산업개발은 지난달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시공능력평가 113위인 신일도 지난 5월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진흥기업 역시 수주잔고가 매년 줄어드는 추세로 올해 상반기 기준 3조원(2조893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한편 진흥기업은 지난달 27일 매각설과 관련해 최대주주인 효성중공업이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공시한 바 있다.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진흥기업을 981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진흥기업에 대한 효성중공업의 지분은 48.19%다.

2023.10.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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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라 괴롭다는 샘 뱅크먼…FTX 투자자들은?[위클리 코인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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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코인리뷰는 한 주간의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을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너무나도 복잡하게 흩어져있는 시장의 정보를 ‘코인러’ 여러분께 정리해 전달 드립니다. 지난 일주일에 대한 리뷰이므로 현재 시세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지난해 코인 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한 ‘FTX 사태’의 장본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때아닌 ‘채식주의자’로서의 고통을 호소했다. 구치소에서 채식을 제공하지 않아 오로지 빵과 물만 먹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때 ‘킹 오브 크립토’(암호화폐의 왕)로 불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했던 그의 과거와는 다르게 매우 궁색한 듯하다. 코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디서 반찬 투정이냐’며 거센 비판이 일어났다. 설령 그가 진짜 채식주의자라고 해도 FTX 이용자들과 코인 투자자들이 받은 고통보다 클까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주간 코인 시세: BTC, 3500만원도 힘드네…알트도 지지부진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1~25일 비트코인 가격은 최저 3430만7801원(23일·수요일), 최고 3558만9664원(24일·목요일)을 기록했다.이번주 비트코인 가격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주초 3500만원 전후를 오가던 가격은 23일 오전 6시께 3430만원대까지 떨어졌으나 다음날인 24일 오전 5시께엔 3550만원까지 오르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어 다시 3500만원선 밑에서 가격을 형성했다. 다른 알트코인들도 비트코인처럼 지루한 장세를 나타냈다. 지난 25일 오후 4시 45분 기준 이더리움, 에이다, 도지코인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각각 2.68%, 1.08%, 0.41% 하락했다. 리플의 경우 지난 주말 큰 하락분 때문에 0.23% 소폭 상승했다.주간 이슈①: FTX 창업자 샘 뱅크먼, 감방에서 빵과 물로 연명암호화폐 사기 등 혐의로 수감 중인 코인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구치소에서 빵과 물로만 버티고 있다고 그의 변호사가 주장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 측 변호사는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심리에서 구치소가 채식을 제공하지 않아 “그는 말 그대로 빵과 물로 연명하고 있다”고 호소했다.또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아데랄(암페타민)을 제공받지 못했고, 항우울제 엠삼도 떨어져가고 있어 재판 준비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심리를 맡은 치안판사 사라 넷번은 이와 관련해 교정 당국에 “뱅크먼-프리드의 의약품 문제 해결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이어 “구치소에서 채식주의 식단이 제공되고 있는 건 합리적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비건(완전 채식) 식단이 가능할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교정 당국도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수감자들은 적절한 건강관리, 의약품, 식사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한편,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위험관리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기 등의 혐의는 줄곧 부인해왔다. 이날도 그는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그는 작년 12월 FTX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고, 검찰이 보석 취소를 요구하면서 이달 초 다시 수감됐다.그에 대한 정식 재판은 오는 10월 시작된다.주간 이슈②: 美법무부, 러시아 금융제재 위반으로 바이낸스 조사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미국 정부의 수사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이 같은 혐의로 바이낸스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은행 계좌의 루블화 예금이 바이낸스를 통해 대량으로 암호화폐로 전환됐다. 복잡한 중간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은행의 예금이 암호화폐로 전환된 것은 국제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시각이다.또한 바이낸스는 회원끼리 루블화를 암호화폐로 바꾸는 거래도 막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루블화를 암호화폐로 바꾸는 개인 간의 거래가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수법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매달 평균 4억2800만 달러(약 5730억원) 상당의 루블화가 개인 간의 거래에서 암호화폐로 환전됐다.개인 간의 거래는 바이낸스와 같은 거래소가 직접 개입하지는 않지만,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돕고 수수료를 받는다. 바이낸스는 개인 간 거래에서 자금 이체와 암호화폐 전달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에스크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바이낸스 측은 “개인이나 단체, 국가 등에 대한 국제 금융제재를 준수하고 있다”며 “제재 명단에 오른 개인이나 단체는 바이낸스에서 거래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주간 전망: BIS “암호화폐, 개도국 금융위험 오히려 증폭 우려”금융 관련 여러 문제를 간단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 암호화폐가 개발도상국에서는 오히려 금융 위험도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3일 로이터통신은 금융기구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의 미래’로 주목받던 암호화폐가 애초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BIS는 “암호화폐도 다른 모든 자산과 마찬가지로 위험도와 규제의 관점에서 평가돼야 한다”며 “개도국 시장의 성격, 구조, 구성, 작용 등에서 비롯되는 암호화폐의 취약성과 위험도는 다중적”이라고 밝혔다.이에 보고서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위해 금지, 억제, 규정 도입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역외에서 익명으로 작동하는 암호화폐 시장의 성격을 고려할 때 완전한 금지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또한 보고서는 “(암호화폐 완전 금지 시 개도국의) 정책입안자들은 반대로 시장에 대한 모든 시야를 잃게 되고 시장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은 더 낮아지게 된다”며 “암호화폐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온갖 혁신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편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는 지난 2021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바 있다.

2023.08.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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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정비사업’…불황에도 수주경쟁 여전한 까닭은?

부동산 일반

“국내 건설사들은 IMF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다 겪었다. 몇 년 만 버티면 지금의 불황이 지나고 다시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을 알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버틸만한 체력이 충분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건설사들의 기대감이 장밋빛 환상만은 아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올 하반기 들어 시공사들의 주택사업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 7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올해 들어 최고치인 93.2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전월 대비 21.1p 상승한 100.8을, 서울은 22.5p 오른 110.0을 기록했다. 지수가 95~105 사이면 ‘보합’, 105~115에 속하면 ‘보합-상승’ 즉 강보합 상태로 본다. 서울 부동산시장 여건이 상승국면 직전 단계에 접어들며 급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는 뜻이다.같은 기간 주택건설수주지수 역시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공공택지나 민간택지 사업 수주보다 재건축, 재개발 수주지수가 큰 상승폭을 보였다. 7월 재건축, 재개발 수주지수는 각각 96.4, 94.8로 전월 대비 10.0p, 8.4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주산연은 “2022년 7월 당시 금리인상과 자금조달지수의 대폭 하락으로 사업전망이 좋지 않았던 주택사업이 점차 회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서울의 경우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시행됨에 따라 재개발 및 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당겨져 시공사들의 업황은 긍정적인 전망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부족한 신규 주택, 살 사람은 산다지금의 현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고질적인 택지부족 문제와 수년간 이어진 규제 드라이브로 신규 주택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평균연식은 22.4년으로 대전광역시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직방이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금리인상 및 분양가 상승 흐름에도 지난달 서울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01.1대 1을 기록했다.택지공급이 없는 서울에선 이 같은 주택공급 대부분이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나온다. 이에 따라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한 일반공급 물량이 소수에 그치며 수요자 간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개포, 반포 등 강남권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끝나고 도시정비시장의 주류가 일반공급이 더욱 적어질 수밖에 없는 중층 재건축으로 넘어가면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나 대기수요가 풍부한 서울에선 사실상 미분양 리스크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건설사 입장에서 주택사업은 공사 난이도가 높은 해외 토목·플랜트 사업과 함께 여타 개발사업 대비 사업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정비사업 시공을 맡게 되면 직접 개발시행을 하지 않고 공사비를 받기 때문에 전체 가구 수 대비 조합원 분양분이 많을수록 오히려 리스크가 적은 구조다. 본격적으로 이주 및 공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사업 진행 조달 비용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매출 대비 이익률이 높지 않더라도 1군 건설사들은 앞 다퉈 서울 핵심지 정비사업 수주에 뛰어들고 있다.정비시장 휩쓴 공사비 갈등, 바닥쳤나‘둔촌주공 사태’로 불거졌던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 문제도 장기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 인상의 주 원인이던 철근 콘크리트 등 자잿값이 본격 하락세를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로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t당 100만원을 돌파했던 철근시세가 최근 88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달부터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가 코일철근 제품을 본격 선보이며 철근 공급이 늘면서 가격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 공사비에 대한 시장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다. 국토부가 정기공시하는 기본형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을뿐 아니라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개한 공공분양 아파트 공사비 역시 3.3㎡ 당 7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민간 정비사업 공사비는 3.3㎡ 당 최소 800만원은 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국토부는 지난 3일부터 행정예고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일부 개정안을 통해 공공이 아닌 민간공사 계약에 대해서도 물가변동 흐름이 공사비에 명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보완할 계획을 밝혔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계약체결 후 90일 이상 경과된 잔여공사에 대해서는 기존 공사비 산출 내역서에 명시된 품목, 비목뿐 아니라 비목군 및 지수를 확대 반영해 해당 비용의 상승분이 잔여공사 계약금액의 3% 이상일 때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계약금액을 조정할 때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4조에 의해 산출된 품목조정률 또는 지수조정률을 활용하도록 명시한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민간건설공사의 물가변동은 세부기준이 불명확해 계약당사자간 이견이 발생하거나 수급인의 적극적인 물가변동 반영 요청에 제약이 있다”면서 “물가변동 조정방법을 명확화하고, 조정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민간건설공사 물가변동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08.14 08:00

4분 소요
당장 성과는 부진해도..멀리 보면 ESG채권 '투자대안'

증권 일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은 자본시장의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ESG채권의 연간 발행량이 감소하는 등 수요와 공급이 위축되고 있어 당장은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지속가능연계채권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시장에 나오면서 장기적으로는 ESG채권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IB업계에 따르면 국내 ESG채권 발행량은 지난 2021년 정점을 기록한 뒤 2022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ESG채권은 약 52조원이 발행된 반면 다음해인 2022년에는 38조원으로 발행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업계에선 연간 발행량 감소로 ESG채권 투자 분위기가 사그라들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2022년 정권교체와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ESG금융이 약화됐다”며 “2023년 5월 기준 ESG 채권 발행량은 13조원 규모로, 발행량은 2021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ESG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시장 전반이 위축되면서 ESG채권 시장도 덩달아 위축된 것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기조 때문에 작년 채권 시장 자체가 미약했다”며 “신규 프로젝트나 시설 자금 용도로 ESG 채권을 발행하기엔 아직 금리 수준이 부담될 것”이라고 밝혔다.ESG 투자를 선도해온 유럽 등 글로벌 시장도 국내와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 세계적으로 ESG채권은 8207억 달러가 발행돼 전년 대비 27.9% 줄어들었다. ESG채권이 처음 발행된 2007년 이후 발행량이 감소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ESG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 역시 낮아졌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ESG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ESG에 신경 쓸 여력이 줄었단 분석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이 어렵고 채권형 펀드 설정도 잘 안 되다 보니 ESG 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지속가능연계채권 등 다양해진 ESG채권…“장기적으로 바라봐야”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주춤했던 ESG채권 시장은 하반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현대캐피탈은 이달 국내 최초로 원화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을 발행했다. 다양한 종류의 ESG채권이 자리잡으면서 추후 ESG채권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IB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이 발행한 SLB는 지난 7월 12일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SRI)채권 플랫폼에 국내 최초로 상장됐다. 현대캐피탈은 키움증권과 KB증권을 공동대표 주관사로 교보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를 인수단으로 선정했다. 발행 규모는 ▲1년6개월물 800억원 ▲2년물 700억원 ▲3년물 600억원 ▲4년물 100억원, 총발행액은 2200억원이다.SLB는 ESG 채권 중 하나로 발행사가 사전에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하고 달성하면 금리 인센티브를 받는 채권이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ESG채권은 ESG 관련 프로젝트에만 자금을 써야 했지만 SLB는 목표 달성과 관련된 경영 전반에 사용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친환경 차 할부 비중 확대’를 SLB 발행의 지속가능성과 목표로 설정했다.이 가운데 추후 다른 기업들의 SLB 발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최근 몇몇 기업들이 SLB 발행 준비를 위해 신용평가사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SLB를 발행하는 등 첫 번째 사례가 생기면서 다른 기업도 SLB 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속가능연계채권 관련 보고서를 통해 “SLB의 국내 도입은 녹색채권 발행과 민간기업 참여가 부족한 국내 ESG채권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며 “발행을 계획하는 국내 기업은 명확한 ESG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그린 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올바른 채권 설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공기업들도 올해 ESG채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6월 27일 3억 달러(약 3900억원) 규모의 해외 ESG채권을 발행했다. 같은달 26일 국가철도공단은 환경부·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에 맞춰 3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ESG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공기업 등에서 ESG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ESG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과 국내 관련 업종의 성장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3.07.22 11:20

3분 소요
‘라면값’에 경고 날린 정부…고심하는 라면업계 “가격인하 시기 검토중”

유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발언에 국내 라면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정부 압박에 소비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 모색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국제 밀의 추가 가격 인하 요인은 없고, 원·부자재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며 하소연하고 있다.국제 밀 가격 반토막...정부 “라면값 내려야” 압박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해 9, 10월 (라면값이) 많이 인상됐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1년 전보다 약 50% 내려갔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하락에 맞춰 적정하게 판매가를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면과 같은 품목은 시장에서 업체와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가 개입해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소비자단체에서 적극 나서 견제하고 압력을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이는 국제 밀 가격이 최근 절반 수준으로 내려간 것을 라면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라면업계는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제품 가격을 인하한 후 현재까지 한번도 가격을 내린 적이 없다. 당시에도 정부가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자 라면업체를 비롯해 식품업계 전반이 대거 가격을 내렸다.지난해 9~11월에는 농심, 오뚜기 등 라면 제조사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라면 판매 가격을 9.7~11.3% 올린 바 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주요 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다. 오뚜기 역시 지난해 10월 라면류 출고가를 평균 11.0% 올렸다. 이어 삼양식품도 지난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도 라면 값의 상승폭을 보여준다. 지난달 라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지난해 5월과 비교해 13.1% 상승했다. 라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3.5%에서 지난해 10월 11.7%로 오른 뒤 11월(12.6%), 12월(12.7%), 올해 1월(12.3%), 2월(12.6%), 3월(12.3%), 4월(12.3%)에 이어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10%를 웃돌았다. 등 떠밀린 라면업계, 가격 인하 검토...“원가 부담은 여전히 높아” 라면업계는 추 총리의 발언에 우선 소비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가격 인하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다만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가격 인하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과 농심 역시 “현재 가격 인하 계획은 없지만 국민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밀 가격 외에 원료비,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 비용 증가로 라면업계도 가격 인하가 쉽지않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원가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국제 밀 가격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최근 다시 격화해 반등 추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평소와 비교해 밀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월 국제 밀 선물 가격은 톤(t)당 276달러로 지난해 5월 가격(419달러)보다 떨어졌으나 여전히 평년(201달러)보다는 높다. 국제 곡물가 상승, 환율 등의 요인으로 크게 올랐던 밀 가격은 지난해 6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이 타결된 이후 내렸다.농심 관계자는 “원재료값과 인건비, 물류비 등 원가 부담이 여전히 높다”라며 “밀가격 뿐만 아니라 라면을 제조하는데 들어가는 전분, 야채류 등 전반적으로 모든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3.06.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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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韓 세계수출시장 점유율 2.7%…“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저”

산업 일반

지난해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16일 세계무역기구(WTO)와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출액은 24조9044억8900만달러이며, 이 가운데 한국의 수출액(6835억850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2.74%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2020년 2.90%에서 2021년 2.88%로 떨어진 데 이어 2년 연속 하락한 것이다.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4년(3.02%) 처음으로 3%를 넘은 이후 2018년(3.09%)까지 5년 연속 3%대를 기록했다. 2017년(3.23%)에는 점유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된 2019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2.85%→2.90%→2.88%→2.74%)으로 2%대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해(2.74%)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의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겪은 2008년(2.61%) 이후 최저치로 내려왔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 무역이 확산된 것과 더불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 점유율이 0.1%포인트 하락할 경우, 약 14만개의 일자리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한국의 최대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0.9%까지 올랐다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17.3%→19.4%→19.9%→18.9%) 2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1∼3월에는 비중이 13.6%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무역적자도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해 477억8400만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3개월(1~3월)간 집계된 적자규모는 224억100만달러로 작년치의 46.9% 수준에 이르렀다.

2023.04.16 11:33

2분 소요
“정부 PF 보증한도 20조 불과…분양률 높이려면 한도 높여야”

부동산 일반

정부가 주택 시장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제공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한도 규모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분양 주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고금리,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지난 2월 28일 열린 주택시장 위기 대응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책 지원 방안’ 발표를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기존 PF 대출 보증 발급 한도를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주택금융공사(HF)도 5조원으로 공적 PF 보증 규모를 확대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은 한 사업장마다 3000억~4000억원 정도인데 정부의 15조원 규모 PF 보증으로는 40~50곳 정도를 지원하는 것에 그친다”고 분석했다.김 실장은 정부가 지난해 9월 레고랜드로 인한 금융 시장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신속히 개입하면서 금융 시장 불안이 부동산 시장으로 이어지는 리스크는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주택개발사업 등 부동산사업에서 미분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시행사가 어려움을 겪으면 금융 시장에 악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는 금융 시장에 리스크가 컸다면 올해는 부동산 실물 시장 리스크가 커졌다”면서 “특히 지방에서 추진한 PF사업, 분양사업 부실 문제가 조만간 계속 터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주택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분양률을 높여야 하는데 공공과 민간이 모두 힘을 합쳐 극복해야 한다고 김 실장은 강조했다. 시행사들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와 투입비용이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크게 조정해 수요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김 실장은 “최근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국민 정서상으로는 주택 보유를 실거주용보다는 투자자산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 규제 완화만으로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PF 보증 한도는 미분양이 늘어나고 잔여공사비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또 건설사들이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김 실장은 주장했다. 그는 “건설사에 대한 간접적인 유동성 공급은 있지만, 직접적인 지원은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2012년 미분양 문제가 심각했을 때는 정부가 공사비 채권을 담보로 대출 보증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실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개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은 대출 만기 연장을 유도하고 신규 자금 지원을 통해 미분양 해소를 도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1조원 규모의 부실 PF 매입 적립 펀드 조성을 추진하는 등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주택 시장 위기는 민간 사업자들이 과도하게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초래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과도한 부동산 규제를 통해 가격등락폭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후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이 ‘주택시장 전망과 과제’를 발표했으며 한만희 전 국토교통부 차관의 사회로 김효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영훈 대광이엔씨 대표이사 등이 토론을 벌였다.김학용 의원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에도 1년 주택거래량이 80만가구 였는데 지난해 거래량은 54만가구에 불과 했다”며 “가파른 고금리로 인해 심각한 주택시장의 위기가 도래한 만큼 건설업계와 서민들의 실질적인 피해가 없도록 정부에서 긴급 처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인플레이션, 그에 따른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주택업계가 유난히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며 “국회와 정부, 협회, 업계가 한 마음으로 주택시장 연착륙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03.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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