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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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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기술 중국에 유출…전직 LG디스플레이 직원 기소

산업 일반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양산 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전직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최근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전직 팀장급 직원 A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0월, 2021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의 설계 도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중국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20년 10월 퇴사 후 이듬해 3월 중국의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로 이직하면서 범행을 시작했고 이직 후에는 당시 LG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하던 직원 등과 공모해 대형 OLED 양산 기술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LG디스플레이에서 약 20년간 OLED 등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기술유출 사건 수사는 국가정보원이 경찰에 첩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A씨를 포함한 전현직 LG디스플레이 직원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씨와의 공모관계 등을 가려 1명은 ‘혐의없음’ 처분했다.LG디스플레이 측은 “퇴사자 모니터링 과정에서 정보유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며 “보안 관리와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며,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등 자사의 정보를 유출하려는 시도에 대해 형사처벌을 원칙으로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8.20 18:11

1분 소요
“기술유출 계속되면 삼성 미래에도 심각한 영향 미친다”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보안최고책임자 신원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면 정보보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이의 이름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자 주> “기술 유출이 계속되면 세계 최고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삼성의 미래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국가 핵심기술인 만큼 국가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우려가 큽니다.”삼성전자 정보보호센터 김성원(가명)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의 정보보호센터는 삼성전자의 정보보안을 책임지는 핵심 조직이다. 김 부사장은 이 센터의 최고 책임자다.삼성전자 보안 최고 책임자가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 유출 10곳 중 9곳 중국…삼성전자 주타깃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산업기밀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총 117건에 달한다. 매달 1.6건꼴이다. 그중 36건은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사례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기술 유출 사례 중 92.3%는 중국기업들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요 타깃은 삼성전자다. 후발주자인 중국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사례는 부지기수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이직을 위해 최신 반도체 초미세 공정과 관련된 국가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 등이 담긴 파일들을 유출하다가 적발됐다. 이 직원이 빼돌리다 적발된 자료에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두 기업만 대량생산에 성공한 최첨단 3나노 공정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최근에는 삼성전자 출신 전직 임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의 공정 배치도와 설계도면 등을 중국 기업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계열사나 협력사가 보유한 기술이 타깃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5월에는 삼성전자 계열 장비회사 '세메스'에서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빼돌린 연구원들이 적발됐다. 삼성전자는 적발된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부사장은 "기술 유출 시도의 경우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이뤄진다"며 "여럿이 조직적으로 기술 유출을 시도하는 경우는 발견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공식적인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사건들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기술 유출로 반도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위태 삼성전자가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기술 유출이 계속되면 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김 부사장은 "삼성의 반도체 기술들이 기업 외부로 유출된다면 수십 년간 연구 개발에 투자한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삼성의 경쟁력과 미래 성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반도체 기술은 국가 핵심 기술인 만큼 기술 유출은 삼성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근간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기술 유출을 계속 방치하면 삼성전자가 세운 '반도체 지위국'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김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고 관련 생태계를 형성하는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우위는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기업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계속되는 기술 유출은 경쟁국들이 기술격차를 단번에 줄이기 위해 위법과 탈법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탓이라는 게 김 부사장의 진단이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공장 건설과 반도체 생산을 통해 획득한 시행착오와 기술 노하우를 토대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경쟁력 확보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며 "이를 손쉽게 얻는다면 시간, 인력,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기술 유출 당사자는 금전적 보상이나 파격적인 연봉과 직급을 보장하는 이직 등의 유혹에 흔들리면서 유출 시도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도적 뒷받침 따라야 기술 유출 근절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방지책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기술유출의 심각성과 법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보안 교육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기밀 유지 및 기술 유출 방지에 관한 서약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한다. 또한 중요 데이터에 접근하는 권한을 엄격히 통제하고, 외부로부터의 무단 접근을 방지하는 한편 외부의 해킹 공격 대응 및 악성코드 예방을 위해 각종 보안장비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여기에 기술 유출을 감지하기 위한 사전 모니터링 체계도 갖춰 기술 유출 사례를 인지하면 신속히 초동 조치가 가능하도록 전담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이처럼 기술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기업 자체적인 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항시 기술 유출에 대한 위협을 경계하고 있지만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기술 유출을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며 "기업이 자체적인 예방 조치를 취하는 한편, 국민의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동반된다면 기술 유출 시도를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형법을 개정, 산업기술 유출 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김 부사장은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적절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면 기업과 국가의 기술 보호에 대한 시그널 중 하나로 인식돼 잠재적 기술 유출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기술 유출을 예방하려는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에 더해 제도적 뒷받침과 국민들의 관심이 동반돼 기술 유출 시도를 줄이고 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08.21 08:00

4분 소요
전경련 “韓 산업기술 유출 범죄, 35%가 무죄”

산업 일반

반도체 등 첨단기술 우위 선점을 위한 국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보호를 위한 대응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로열티 확보 등 기술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첨단기술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7일 밝혔다. 전경련이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의뢰해 받은 ‘기술 유출·침해행위에 대한 처벌법규 및 양형기준의 검토와 정책과제’ 연구를 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관련 재판의 경우 전년 대비 2배(14건→33건)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산업기술 유출범죄 74%는 무죄(34.6%)와 집행유예(39.5%)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규정 수위는 주요국과 비슷하지만,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법정형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기술 보호 관련 법률인 산업기술보호법은 2019년 8월 개정을 통해 벌칙 규정의 법정형을 상향했다.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15억 원 이하의 벌금 병과가 신설했다. 국가 핵심기술 외의 산업기술을 해외에 유출할 목적으로 침해한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기술의 국내 유출은 기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법원이 실제 판결을 내릴 때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침해행위’를 적용해 판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로 기술 유출을 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제2 유형으로 기본 1년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제시하며, 가중 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 이는 산업기술보호법상의 해외 유출 처벌 규정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기술유출과 침해에 따른 피해액 산정을 위해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 설치해 법원의 양형기준과 배상액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유출 사건은 개발 중이거나 시장에 출시 직전인 제품과 관련된 기술들이 많아 피해액을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술유출은 개인의 윤리적 책임과 위법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산업 발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강조하며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와 경각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0.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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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침해 무혐의’ 대웅제약 “메디톡스에 법적 책임 물을 것”

바이오

검찰로부터 ‘영업비밀 침해’ 의혹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대웅제약이 이 같은 의혹을 주장한 메디톡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8일 밝혔다. 대웅제약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애초에 영업비밀 침해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나보타는 대웅제약이 자체 균주와 기술로 개발했음이 명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는 지난 2017년 1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등을 상대로 고소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건에 대해 지난 4일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앞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가 개발한 보톨리눔 균주 기술을 빼돌린 뒤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2017년 고소했다. 메디톡스 측은 연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전 직원이 대웅제약과 자문 계약을 맺고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해 대웅제약 본사와 연구소, 공장 등을 압수 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확보한 자료와 관련 직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나 제조공정 정보가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대웅제약은 “검찰이 4년 여에 걸친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마침내 진실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측은 이번 처분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오류를 정면으로 뒤집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ITC는 2020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21개월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제 나보타(미국명 주보)의 미국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다. 이 결정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와 메디톡스,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간 합의가 이뤄지며 무효화됐다. 대웅제약 측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만큼 소송을 제기한 메디톡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측은 “소송 과정에서 메디톡스가 질병관리청, 식약처 등에 수많은 위조, 허위 서류를 제출했음을 확인했다”며 “이를 관계당국에 즉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최윤신 기자

2022.02.08 14:18

2분 소요
'호재일까, 악재일까?' 쌍용차 인수하는 에디슨모터스에 쏠리는 눈

자동차

자본잠식 상태로 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밝고 있던 쌍용자동차가 새 주인을 찾으며 인수기업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인수기업인 에디슨모터스가 국내 업체라는 점에서 일명 ‘먹튀(자신만의 이익을 챙긴 뒤 빠지는 행위를 나타내는 속어)’ 논란은 잠잠할 수 있으나, 쌍용차와 인수기업 규모를 비교했을 때 당분간 ‘고래를 삼킨 새우’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20일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과 함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법원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으로 지난 9월 15일 사모펀드 KCGI,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이뤄 쌍용차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경쟁사는 이엘비앤티(EL B&T) 컨소시엄으로 최초 인수제안서에서 에디슨모터스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으나 이달 법원이 요구한 자금증빙과 경영정상화계획 등을 제출하지 못하면서 평가에서 제외됐다. ━ 국내 전기차 기업 인수…새 출발엔 ‘플러스’ 국내 4륜구동(4WD)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의 선두주자였던 쌍용차는 지난 20여년간 주인이 수차례 바뀌며 혼란의 시기를 보냈다. 업계에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우자동차를 거쳐 2004년 10월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사건을 그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해당 매각 건은 2004년 당시부터 국내에서 기술유출 논란이 있었고 이는 점차 사실로 나타났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 인수 이후 신차 개발을 중단한 상태에서 디젤하이브리드카 기술 유출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9년 1월 금융위기로 인한 유동성 문제로 상하이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이는 ‘먹튀’ 문제로 비화됐다. 이에 이어 2011년 새 주인이 된 마힌드라 역시 약속했던 투자계획을 철회하면서 다시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새 인수기업 에디슨모터스는 서울시에 전기버스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로 ‘외국 자본’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다. 해당기업은 2017년 한국기업 ESS에 매각된 바 있다. 요즘 대세인 전기차를 주업종으로 한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에디슨모터스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전기버스를 상용화한 데 이어 2022년까지 10종,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 역시 전기차 기업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 대기업 삼킨 중소기업…상생 가능할까 그러나 중소기업인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부분에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쌍용차가 약 8000억원 부채로 인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연매출 3조원, 직원 4500명 규모의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900억원으로 쌍용차의 1/30 수준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 정밀실사 및 본계약 이후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의 산적한 난제를 감당해야 한다. 올해 쌍용차의 1분기 영업적자만 847억원이다. 2009년 ‘쌍용차 사태’를 겪으며 구조조정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 노조와 원만한 협의를 이루는 것도 과제다. 현재 에디슨모터스측은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쌍용차를 조기에 회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이번 쌍용차 매각 건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면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자자와 정부, 기업, 노조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10.21 11:55

2분 소요
“설계도 CD로 만들어져 새 나가”

산업 일반

생사의 갈림길에 선 쌍용자동차 지원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난항이다. 한국 정부는 쌍용차의 대주주 상하이자동차가 먼저 자금 지원을 하라는 입장이다. 반면 상하이차는 먼저 구조조정을 하고,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쌍용차 불법 기술유출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쌍용차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쌍용차 ‘기술유출 의혹 사건’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쟁점1 불법 유출이냐, 단순 이전이냐 쌍용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쌍용차 영업소에서 직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쌍용차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상하이차로 넘어간 쌍용차의 핵심기술이 과연 불법 기술유출이냐, 아니면 단순한 기술이전이냐다. 둘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 상하이차가 쌍용차 기술을 가져가면서 정당한 기술이전비를 지급했다면 불법 기술유출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기술이전비 지급이 없었다면 불법 기술유출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상하이차와 쌍용차는 기술이전과 관련해 명문 규정을 만들었다. 기술이전비용으로 상하이차가 120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렇다면 상하이차는 기술이전비용을 지급했을까? 쌍용차 노조가 주장하는 기술이전(유출) 사례는 소형 레저형 신차 ‘C200(프로젝트명)’ 기술 등 여러 개다. ‘L프로젝트’의 일환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웨 개발 과정, 사업구상 초기 단계에서 무산된 S프로젝트의 수립 과정에서 쌍용차의 핵심기술이 이전됐을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차는 기술이전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상하이차가 그나마 지급한 ‘카이런 라이선스 계약금’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카이런의 기술개발비용은 4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상하이차가 쌍용차에 지불한 라이선스 계약금은 240억원에 불과하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는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핵심기술을 불법적으로, 게다가 헐값에 유출했다”며 “순수한 의미의 기술이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쟁점2 불법 유출 정황 있나 없나 상하이차에 인수된 직후 쌍용차는 핵심기술의 불법 또는 편법 유출을 막기 위한 나름의 제도적 방안을 만들었다. 쌍용차 연구개발인력이 중국인 연구원과 1 대 1로 만날 수 없는 규정을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와 상하이차의 연구원이 만날 땐 반드시 또 다른 한국 직원이 포함돼야 한다. 이를테면 ‘감시자’를 따로 둔 셈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쌍용차 연구개발인력은 수시로 중국 상하이차 본사에 파견됐는데, 규정과 달리 ‘감시’ 역할을 할 한국 직원은 대부분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쌍용차 연구개발인력 대부분이 상하이차 신형모델 S161 개발에 투입돼 있다. 이런 사이, 정작 쌍용차의 신차 프로젝트는 연기 또는 무산됐다. 렉스턴 후속모델(Y300) 출시가 2010년 말 이후로 연기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상하이차에 파견된 연구개발인력의 임금을 쌍용차가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쌍용차 내부 관계자는 “쌍용차와 관련 없는 상하이차의 순수한 개발용역 업무라면 누가 임금을 줘야 하는가”라며 “쌍용차 연구원이 중국 상하이차 본사에 간 것은 분명히 쌍용차 핵심기술과 관련된 부분이었고, 이는 기술유출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언도 나온다. 쌍용차 전직 임원들은 2005년 11월 소진관 전 대표가 경질된 후 불법 기술유출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주장한다. 소 전 대표는 쌍용차가 워크아웃 상태였던 99년 회사를 맡아 경영정상화를 일궈낸 CEO다. 그러나 그는 잔여임기 100여 일을 앞두고 전격 경질됐는데, 이유는 실적부진이었다. 쌍용차 전직 임원들은 “상하이차의 무차별적 기술유출을 막다 된서리를 맞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소 전 대표 경질 이후다. 상하이차는 당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까지 장악해 쌍용차의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대주주(지분 51.30%)로서 인사권을 행사했음은 물론이다. 쌍용차 내부 고위 관계자의 증언이다. “사람들이 지금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인사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주목하지 않는다. 상하이차는 대표 또는 임원의 목줄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상하이차의 목적이 쌍용차의 기술이전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만약 이를 (소 전 대표처럼) 반대했다면, 상하이차가 인사권을 휘두르지 않았겠는가? 기술유출은 계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쟁점3 검찰 수사가 왜 변수인가상하이차 측은 “자동차 업체가 M&A를 하는 주요 목적은 기술공유”라며 “상하이차가 쌍용차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의 하이브리드카 핵심기술 유출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서울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2006년 1월 ‘상하이차 연구원 장 모씨(상무) 등이 쌍용차 하이브리드카 관련 기술과 자동차 설계도를 빼냈다’는 국정원 첩보를 넘겨받아 1년6개월 동안 내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7월 쌍용차 중앙연구소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상하이차 연구원 장씨, 국내 임원 1~2명, 실무진 2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다.검찰 관계자는 “자동차 설계도면 등 서류가 CD로 만들어져 유출됐고,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카 기술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검찰이 불법 기술유출혐의를 인정해 관련 혐의자들을 기소하면 상하이차는 법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하이브리드카 기술은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기술이 외국으로 나가려면 지식경제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민 혈세가 들어간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를 어겼을 경우 혐의자는 10년 이하의 형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하이차가 우리 정부와 노조에 주장하고 있는 ‘선(先) 구조조정, 후(後) 자금지원’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검찰이 ‘기술유출은 없다’고 결론 내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하이차는 기술유출 의혹에서 벗어나게 된다. 상하이차가 면죄부를 받게 되면 쌍용차는 대규모 구조조정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쟁점4 검찰은 기소할까 말까검찰 주변에선 수사팀이 기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하이브리드카 기술유출도 문제지만 영업기밀누설죄(부정경쟁방지법)를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술유출 혐의에, 쌍용차 내부정보 및 기밀사항 누설혐의까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수사팀 관계자를 만난 A변호사는 “담당 검사는 기소할 의지가 확고한데, 윗선에서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팀에서 예민한 사안이라며 입을 닫고 있다”며 “어떻게 결론을 내릴 지 아직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현재 쌍용차 기술유출 사건에 대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섣불리 기소했다간 한국-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반대로 혐의가 명백한데 기소하지 않을 경우에도 부담은 크다. 정부는 현재 쌍용차 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쌍용차 파산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다. 쌍용차가 파산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대출해준 2300억원을 떼이는 것은 물론 수천 명에 달하는 쌍용차 직원, 하청업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쌍용차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검찰수사 결과가 변수로 등장 검찰이 기소하면… - 상하이차 국제적 신뢰 잃어 - 다른 자동차 회사와 M&A 불투명해져 - 한국 정부 상대로 한 쌍용차 선 구조조정 요구 명분 잃어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 상하이차 기술 유출 의혹 면죄부 - 쌍용차 노조, 상하이차에 대응할 카드 놓쳐 - 쌍용차 대규모 구조조정 시작될 수도 검찰 수사팀 분위기는… - 기소의지 피력 - 기술유출에 정보누설 혐의까지 적용 가능성 - 한-중 외교문제 비화 가능성으로 정치적 해결?

2009.01.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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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五感을 만족한다

산업 일반

▶울산 효문공단에 있는 한일이화 전경. 국경과 체제가 사라진 세계시장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유일한 생존의 힘은 제품 경쟁력이다. 무자년(戊子年) 새해의 화두도 단연 경제로 모아지고 있다. 그만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새해부터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군 중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부품 업체들을 찾아 경쟁력의 핵심과 그 파괴력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는 현장 리서치를 연재한다. 첫 번째로 자동차 부품 분야의 독보적 기업인 한일이화를 싣는다. 겨울 안개가 엷게 깔린 울산 효문공단. 자동차 부품 공장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청결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3만여 평 부지에 앉아 있는 한일이화(주)를 찾았다. 정문을 지키는 경비원들의 지나친 불친절이 보안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렇더라도 직선보다는 곡선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철보다는 첨단 섬유 소재를 추구하는 한일이화라면 다른 방법이 있을 텐데도 살벌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것은 근간에 빈발하는 기술유출 사건으로 매우 경직된 탓인가 싶기도 했다.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한 집 건너 한 집이라고 할 만큼 크고 작은 업체들이 자웅을 겨루고 있는 공단의 수많은 회사 가운데 한일이화는 선두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품질과 디자인을 혁명에 가까울 만큼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도입한 ‘5스타 인증제도’ 실시 후 370여 1차 협력업체 중 13개가 선정됐다. 그중 선정기준의 핵심인 품질·기술·납기 등 3개 부문을 가장 먼저 통과한 업체가 바로 한일이화였다. ‘5스타 인증제’는 현대자동차가 세계 초일류 자동차 회사가 되기 위해 세계적인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2002년부터 모든 1차 벤더(Vendor)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품 품질평가의 총체적 채점에 대한 인증이다. 이 때문에 같은 1차 협력사라 하더라도 ‘다섯 개의 별’을 아직 달지 못한 업체에는 5스타 업체가 되는 것이 지상목표로 되어 있으며,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혹독한 기술개발과 품질 향상에 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심적인 자료가 될 수도 있는 5스타 인증제에 대해 부품업체를 총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정연국 전무는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 기아차의 품질을 빨리 끌어올려야 세계에서 경쟁이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자동차의 품질은 사실 완성차 업체가 조립과정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결국 70%가량을 외주로 조달하는 부품이 결정하는데, 그 품질이 상향되지 않으면 자동차 품질은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죠. 그래서 협력사의 부품 품질, 관리 능력, 기술개발 능력, 기술의 독자성 확보, 규모의 대형화, 전문화, 이런 부분을 아주 중점적으로 역점을 두고 독려해 왔고 그것을 놓고 평가했던 겁니다.” -그것이 2002년부터였습니까? “그렇습니다. 품질 ‘5스타 인증제’라는 것이 현대차가 처음 만들어낸 고유 명칭입니다만 사실 처음에는 기준을 설정하기가 상당히 모호하고 하루가 다르게 특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수준까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느냐, 품질관리 기법은 도대체 무엇으로 하느냐, 이런 문제들에 봉착해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1차 협력사들에 제시하고 평가하자면 객관적 데이터와 세계 각국의 평가 기준도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거기다 현재의 국내 품질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향후 어떤 식으로 진행돼야 하는지, 가령 전기자동차만 해도 방향을 잡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 아닙니까. 그래서 유럽을 포함한 선진자동차 메이커들을 벤치마킹하는 등 참 많이 고생했죠. 결국 장점만 따서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객관적으로 품질 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품질 5스타가 탄생한 건데, 그렇게 하다 보니 또 문제점이 생겨요. 5스타는 1차 벤더에 적용되지만 1차 벤더도 결국 2차 벤더로부터 부품을 조달 받아 우리한테 납품하잖습니까. 그때부터 2차 벤더들의 품질관리 능력도 중요하다, 그래서 2차 벤더까지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겁니다.” -5스타 인증제에 대한 결과에 만족하십니까? “만족이라는 건 있을 수 없지만 세계적인 자동차 품질 평가기관인 JD파워라든가, IQS 기준으로 소비자 만족지수라든가 하는 평가에서 5스타를 인정받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세계 3위로 도약해 있으니 그게 우연한 결과가 아니고 끊임없이 집중적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보면 흐뭇하지요. 부품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경쟁력 기준에서 어느 정도까지 왔느냐 했을 때 선두에 설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죠.” “연구소부터 빨리 만들라 그러소”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 규모는 기껏해야 연간 120만~130만 대 정도다. 그러나 GM, 르노, 쌍용까지 합쳐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체 규모는 500만~600만 대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소모할 수 있는 자동차는 20% 미만이라는 얘기가 된다. 나머지는 수출하지 않으면 참혹한 현실에 부닥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기아차는 80% 이상 수출해야 하고, 현대차 역시 75% 정도를 해외시장으로 밀어내야만 전체 공장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만큼 내수기반이 취약해 수출 주도형으로 이끌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산업도 없다고 할 정도다. 결국 경쟁은 국내시장이 아니라 미국의 빅3, 도요타를 포함한 일본의 빅3, 유럽의 역사 깊은 자동차 메이커 등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일류 메이커들과 해야 한다고 볼 때 바로 부품의 경쟁력이 무엇을 말해주는지 극명해지는 것이다. 충남 아산에 제2 생산공장과 산학협동의 모델로 꼽힐 만큼 첨단 실험시설을 갖춘 대규모 기술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한일이화는 200여 명의 연구원과 880여 명의 종업원이 연 5172억원(2006년)의 매출(2007년 추정 매출 55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거대 부품 업체다. 이 회사는 한국 자동차산업과 거의 동시대에 출발한 부품업계 1세대 리더인 유희춘(77) 회장이 1972년 4월 창업했다. 고 정세영 전 현대차 회장과 보성고 동기생이기도 한 유 회장은 68년 현대건설과 인연을 맺어 관리부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줄곧 관심의 표적은 자동차산업이었다고 했다. 현대차가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를 생산하자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대였음에도 어디서 무엇을 보았는지 당시 ‘정주영·정세영’ 두 인물과 집안 형제처럼 지내던 고 윤주원 전 덕양산업 회장을 붙잡고 “정세영 사장이 나보다 나이가 두 살 많아서 그런지 동창인데도 내 말을 안 듣는데, 연구소부터 빨리 만들라고 그러소! 옆구리 자꾸 찔러서라도 부품 연구소 만들어야지 그게 안 되고는 영영 자동차 종 노릇 해요”라고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생전에 윤주원 회장은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골 때린 사람이 셋 있소. 그중 한 사람이 유희춘 회장님인데, (그때만 해도)자동차도 모르는 사람이 정말 밤잠 설치면서 울산에 있는지, 미국에 있는지 나 자신도 모를 정도로 바빠 정신이 없는데 나만 보면 연구소 타령이고, 그 소리가 정 회장님(정세영)을 통해 또 나한테 와요. 그 당시로 보면 정신 나간 소리지, 자동차가 부품을 조립해서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부품연구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어요? 그건 누구한테도 뻥끗 못하지. 어떻게 설명을 해요. 부품 자체를 어떻게 연구하는지도 모르는데. 하여간 유 회장님은 그런 양반이었고….” 부품업체 중에 연구소로서 한일이화의 중앙연구소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도 창업주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겠지만 무엇보다 한일이화를 주목하는 것은 세계 최고의 ‘도어트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어트림은 일반적으로 차량의 문짝을 중심으로 모든 첨단소재와 기능이 합쳐진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토털 인테리어가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비행기의 조종간처럼 자동차의 실내 모든 인테리어를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지 모르겠다. 김철주 대표이사 사장은 한일이화의 도어트림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간단히 짚어냈다. “도어트림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차 실내를 아름답게 하고, 편의를 제공해 주고, 사고 때 안전을 최대한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종합부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도어트림만을 놓고 얘기한다면 그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문짝이니까요. 핵심은 어떻게, 무엇으로 만드느냐지요. 그리고 도어트림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량 내부의 인테리어하고 연계되니까 차 내부 전체가 얼마나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느냐, 거기에 최고의 경쟁력이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오감(五感)을 만족시킨다는 얘기입니다.” 세계 최강의 ‘도어트림’ 기술 ▶한일이화 김철주 사장. 클레오파트라 7세 여왕의 아름다움도 오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자동차에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세기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기술적인 설명을 요청하자 김 사장은 한일이화 중앙연구소 전오환 소장에게 전문적이고 상세한 내용을 듣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저희 회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하는 것은 우선 ‘가격 대비 품질효과’에서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해외 경쟁사들, 또는 해외 최고의 선진 회사들, 자동차 인테리어 회사들이 탐내는 모든 신기술을 다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그걸 일반 고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자면 ‘오감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오감은 일단 차를 탔을 때 받는 느낌, 예를 들면 촉감이라든지, 부품 간의 매칭, 컬러·냄새·소리 그런 것들이지요. 그래서 감성품질이 우수할수록 고급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하는 얘기로 국내 소형 저가 차량하고 벤츠나 BMW의 차량 내부가 같을 수 없잖습니까. 바로 그런 차이를 우리가 ‘가격에서는 3분의 1, 품질은 동격’으로 극복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경쟁사들보다 탁월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는 얘깁니다.”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야말로 오감이라서 설명이 어렵겠는데, 가령 냄새는 어떤 것이 인체에 좋은지, 그것까지도 연구되고 개발된 겁니까? “매우 예민한 질문인데요, 소리라고 하면 뚜껑 닫히는 소리도 품질이기 때문에 연구해서 정말 맑은 소리로 만들었다고 쉽게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근데 냄새는 지금까지 없애는 쪽으로 개발되어 왔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차를 탔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은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할까를 연구합니다. 좋은 향수를 맡듯이 무작정 자극적이어도 안 되고, 지속적으로 나와도 코가 마비되니까 선진국에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사실 아예 냄새를 없애는 쪽으로 개발해 왔던 거지요.” -아니 새 차를 사게 되면 특유한 차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그게 좋지 않다는 겁니까? “이것 참, 그래서 예민한 질문이라고 했던 건데요, 이렇게 답변 드리지요. 한일이화에서 납품하는 고급 차량의 도어트림과 내부 인테리어에서는 전혀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덧붙여 말씀 드리면, 새집증후군처럼 신차증후군이라고 해서 휘발성 화합물, 접착제, 연소제, 화학제품을 쓰다 보니 발생하게 되는 10여 종의 유해가스,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새 차 냄새가 납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법제화했고 우리나라도 아마 준비 때문에 2009년 말 정도가 되면 법적으로 규제하게 될 겁니다. 물론 우리 회사는 벌써 대체 기술을 다 개발해 놨습니다만 솔직히 눈치를 봐야 하는 곳이 많잖습니까.” 한일이화를 일반적인 개념의 중소기업에 불과한 정도로 여겼다가는 큰 실례를 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세계적인 제품을 개발하고도 국내 자동차에는 아직 적용하지 못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외압이 강하게 누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산자부의 지원을 받아 생산단계에 이미 도달한 과제도 몇 년째 ‘99% 완성’이라는 대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7.12.2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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