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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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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픽’한 구글·퀄컴·MS·테슬라·현대차…‘윈-윈’ 전략 확산

산업 일반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네이버·퀄컴·Arm·AMD·레드햇·테슬라·현대자동차·브리티시 가스·프린스턴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최근 협력을 발표한 주요 기업의 면면이 화려하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모두 ‘세계 일류’로 꼽히는 곳들이다. 거리가 다소 먼 자동차·에너지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의 기술이 쓰이고 있다.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상용화를 목적으로 미국 명문 대학과도 손을 잡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태계가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가전·TV·PC 등 스마트 기기 영역에서 세계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3년 경우 애플(2억3460만대·20.1%)에 소폭 뒤진 2억2660만대(19.4%)를 출하했지만,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기업이란 점은 여전하다.TV 시장 주도권도 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세계 TV 시장 30.1%(연간 매출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다. 삼성전자는 이 조사에서 2006년 첫 세계 TV 점유율 선두에 오른 뒤, 단 한 차례도 이 자리를 다른 기업에 내주지 않았다.삼성전자 기술은 이미 세계 제조 산업 전반에 퍼져있다.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의 경우 장기간 선두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이는 국내 시가총액(2월 기준 약 435조2000억원)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업계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윈-윈’(Win-Win) 전략으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제조 기술과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면 단숨에 사업 확장을 이룰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통해 자사 사업의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 기기 확장성 ‘강화’삼성전자가 최근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대폭 강화한 분야는 단연 ‘스마트 기기’다. 10년 넘게 유지한 스마트폰 세계 점유율 1위를 애플에 내주면서 회사 안팎으로 위기감이 번진 데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 지난 1월 ‘세계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세계 시장에 내놨다.삼성전자는 이 모델을 기획하며 모바일 반도체 설계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팹리스 기업 ‘퀄컴’과 협력을 강화했다. 이와 동시에 ‘세계 AI 선두’로 꼽히는 미국 빅테크 구글과도 손을 잡았다.갤럭시 S24 시리즈는 서버 연결 없이 기기가 AI 기능을 구현하는 ‘온 디바이스 AI’(On-Device AI) 시대를 연 제품이라고 평가받는다. 손안으로 AI를 끌어드리기 위해선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며 주요 연산을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 성능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 AP 칩에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2400’를 병행 채택했다. 국내의 경우 S24 울트라엔 스냅드래곤이, S24+·S20엔 엑시노스가 장착됐다. 해외 제품은 스냅드래곤 채택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는 퀄컴과 AP 칩 설계 초기부터 수년간 협의해 갤럭시 S24 시리즈가 다양한 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하드웨어(HW)에선 퀄컴과 협력했다면, 구글과는 소프트웨어(SW) 영역에서 협업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꼽히는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가 탄생한 배경이다. 양사의 기술력을 모아 구현된 이 기능은 이름 그대로 어느 화면에서나 동그라미를 그리기만 하면 쉽고 빠르게 검색을 시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이 밖에도 ▲서버 연결 없이도 13개 언어를 지원하는 ‘실시간 통역 통화’(AI Live Translate Call) ▲복잡한 글을 요약·정리하는 ‘노트 어시스트’(Note Assist) ▲인터넷 페이지를 원하는 언어로 번역·요약해 주는 ‘브라우징 어시스트’(Browsing Assist) ▲AI 기반의 ‘생성형 배경 화면’ 기능 ▲사진 일부를 채워주거나 사물을 삭제·이동할 수 있는 ‘생성형 편집’(Generative Edit) ▲사진을 분석해 편집 도구를 추천하는 ‘편집 제안’(Edit Suggestion) 등 다양한 AI 기능이 탑재됐다. PC 분야에선 MS와의 협업이 최근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 북4 시리즈’에 MS 기술을 대거 채택하며 생태계 확장을 노렸다. MS의 대화형 AI 서비스 ‘코파일럿’의 탑재를 통해 갤럭시 스마트폰과 북 시리즈의 유기적 연결을 구현했다. 갤럭시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요약·내용 추천 서비스나, MS 팀스(Teams)로 스마트폰-노트북 간 화상 회의·통화 등도 가능하다. ‘갤럭시 북4 시리즈’의 국내 일주일 판매량은 전작 대비 약 1.5배 높을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삼성전자는 1995년부터 노트북을 포함한 국내 PC 시장에서 출하량 점유율 1위를 줄곧 유지 중이다. 2023년 1분기엔 국내 노트북 수량 기준 시장 점유율 52.0%(IDC 조사)로, 당시 8년 만에 50% 점유율을 다시 넘어서는 기록을 써내기도 했다. 자동차·에너지·6G…미래 먹거리 마련삼성전자의 생태계 확장 전략은 자동차·에너지 영역으로도 뻗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 생태계에 테슬라·현대차∙기아∙브리티시 가스 등이 최근 합류했다.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등과 연결해 전력량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오는 2분기 중 스마트싱스에 마련된다.현대차·기아와의 협업을 통해선 집과 자동차의 연결을 강화하는 기능을 구현할 방침이다. 집에서 차량의 시동을 걸고 전기차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차에서 집 안의 가전을 동작할 수 있는 식이다. 200년 이상 영국 가정에 가스·전기를 제공한 브리티시 가스의 ‘피크 세이브’(PeakSave·수요 반응 서비스로, 전력 소비가 높은 시간대에 사용량을 자발적으로 줄이는 세대에 인센티브 지급 프로그램)와 스마트싱스도 연동된다. 양사는 이를 통해 가정 내 에너지 절감을 독려할 수 있다고 봤다.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프린스턴대의 ‘NextG 이니셔티브 산학협력 프로그램’의 창립 멤버로 선행 연구개발 조직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가 참여 중이다. 에릭슨·인텔·미디어텍·노키아 벨 연구소·퀄컴·보다폰 등 세계 주요 통신·반도체 기업과 6G 상용화 시점을 앞당긴다는 포부다.

2024.03.08 09:00

5분 소요
‘일류’면 삼성과 함께…오픈AI·네이버·Arm·AMD·레드햇 ‘반도체 강화’

산업 일반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네이버·퀄컴·Arm·AMD·레드햇·테슬라·현대자동차·브리티시 가스·프린스턴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최근 협력을 발표한 주요 기업의 면면이 화려하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모두 ‘세계 일류’로 꼽히는 곳들이다. 거리가 다소 먼 자동차·에너지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의 기술이 쓰이고 있다.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상용화를 목적으로 미국 명문 대학과도 손을 잡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태계가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기기 시장의 세계 주도권을 쥔 업체이자,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메모리·설계 전문(팹리스)·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산업의 쌀’이라고 비유되는 반도체 모든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삼성전자는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3년 3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39.4%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낸드플래시 통계에선 2023년 3분기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1.4%로 집계됐다.‘비메모리’ 혹은 ‘시스템 반도체’로 묶이는 팹리스·파운드리 부문에선 경쟁력이 다소 부족하단 평가를 받지만, 영향력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3년 3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2.4%로 2위다. 대만의 TSMC(57.9%)의 점유율과 비교하면 45.5%포인트로 아직 격차가 크지만, 양사의 기술력 차이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글로벌 선두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강점을 보이는 메모리 영역에선 ‘초격차 유지’가, 추격이 필요한 팹리스·파운드리 분야에선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다.AI 시대, 중요성 높아진 반도체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중에서 최근 가장 시장의 눈길을 끈 소식은 단연 ‘Arm 협업’이다. TSMC를 맹추격 중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단숨에 향상될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양사의 협업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대 화두에 오른 인공지능(AI)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Arm은 ‘팹리스의 팹리스’로 불리는 기업이다. 반도체 자체를 설계한다기보단, 기초 기술을 다른 팹리스에 제공해 사용료를 받는 식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 설계에 필수적인 ‘명령어아키텍처’(ISA) 분야를 사실상 독점 중이다. 삼성전자·애플은 물론 퀄컴·화웨이·미디어텍 등 세계 1000여 개 기업이 Arm의 아키텍처를 사용 중이다. Arm의 기초 설계도가 없다면 반도체를 구현하는 게 불가능하단 분석도 나온다.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이런 기술력을 지닌 Arm과 ‘공정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CPU와 GPU 등 다양한 기능을 한 번에 처리하는 칩) 설계 자산(IP)을 삼성전자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공정에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모두 감싸는 기술이다. 기존 3개 면을 감싸는 핀펫(FinFET) 구조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성 등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nm) 공정을 통해 반도체를 양산한 바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Arm의 주요 고객사는 글로벌 팹리스로 같다. 양사는 이번 협업을 통해 주요 고객사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 측은 특히 이번 협업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시대에 걸맞은 혁신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Arm은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IP를 다년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다양한 공정에 최적화했다. 이를 GAA로 확장하는 게 이번 협업의 골자다. Arm은 초고성능·초저전력 코어텍스 중앙처리장치(Cortex-CPU)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고, 삼성전자도 고객사에 GAA 공정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Win-Win)이다.삼성전자는 Arm과의 협업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설계 역량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를 2025년 양산할 계획이다. 이 프로세서엔 Arm의 코어텍스-CPU(A78AE 10개)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이전 제품 대비 CPU 성능을 1.7배 강화했고, 6개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동시 연결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이 프로세서를 현대자동차에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AMD 기술 탑재한 엑시노스파운드리·차량용 반도체 영역에서 Arm과의 협력을 강화했다면, 모바일 칩 분야에선 AMD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AP 칩 ‘엑시노스 2400’를 탑재했다. 최상위 라인인 갤럭시 S24 울트라의 AP 칩은 퀄컴(스냅드래곤8 3세대)이 독점했지만, 업계에선 ‘변곡점’으로 불리는 이번 시리즈에 엑시노스가 채택됐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역량이 대폭 향상됐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갤럭시 S22 시리즈에서 발열·성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켰던 엑시노스는 ‘세계 첫 AI 스마트폰’에 채택되며 2년 만에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엑시노스 2400은 전작에 비해 CPU 성능은 1.7배, AI 성능은 14.7배 향상됐다. CPU 성능은 스냅드래곤8 3세대와 비교해 10% 안쪽으로 기능이 개선됐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부분에선 되레 10% 정도 우위를 점한다는 외부 성능 평가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는 엑시노스 2400에 AMD의 최신 아키텍처 RDNA3 기반 GPU인 ‘엑스클립스 940’를 탑재한 결과다. 메모리 영역에선 레드햇과 협력으로 ‘초격차’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드햇은 컴퓨터 운영체제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개발하며 기술력을 증명한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업과 업계 최초로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했다. CXL는 고성능 서버 시스템에서 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 ▲D램 ▲저장장치 등을 효율적 활용을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다. 처리 데이터양이 많은 생성형 AI나 자율주행과 같은 차세대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삼성전자 측은 “CXL 메모리 동작 검증으로 데이터센터 고객사가 별도의 소프트웨어 변경 없이 자사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에서 삼성전자의 CXL 메모리를 사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생성형 AI’ 시대를 연 오픈AI와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와의 협력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챗GPT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인 오픈AI와 삼성전자의 협업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영역을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와도 협력에도 AI 반도체가 중심이다. 네이버는 2023년 8월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이를 다양한 서비스·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양사는 ‘초대규모 AI’의 실제 구현 환경을 염두에 두고 기술 고도화에 요구되는 다양한 난제를 함께 해결할 목적으로 손을 잡았다. 네이버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 난제를 제시하면, 삼성전자가 하드웨어(HW) 역량을 통해 해결한다. 이를 다시 네이버의 소프트웨어(SW) 노하우로 검증하는 구조다. 양사는 1년간 개발한 성과를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개발자가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반도체로, 양산 전 시제품 제작에 주로 활용) 형태로 최근 공개한 바 있다.삼성전자와 네이버는 또 지난 3월 4일 ‘사우디판 CES’라 불리는 글로벌 정보기술 전시회 ‘LEAP 2024’에서 함께 개발한 ‘로봇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팹리스 영역을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와 네이버가 협력한 사례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비공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로봇 엣지 컴퓨팅 플랫폼’(Robotics Edge Computing Platform) 개발을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 시스템온칩·이미지 센서 등 ‘반도체 솔루션’과 네이버의 ‘운영체제(OS)·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결합하겠단 취지다.이 플랫폼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 중인 대형 도시 계획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맞춤형 기술이란 평가를 받는다.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75조원)로 책정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홍해 인근 사막·산악지대를 인공도시로 탈바꿈하는 도시 계획이다. 사우디 정부는 해당 도시를 로봇·클라우드 등이 대거 접목된 스마트 시티로 마련할 방침이다.

2024.03.08 08:00

6분 소요
삼성전자, 레드햇과 업계 최초 CXL 메모리 동작 검증

산업 일반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글로벌 1위 기업 레드햇과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CXL은 고성능 서버 시스템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 ▲디램(DRAM) ▲저장장치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CXL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등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빠르고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CXL은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다양한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연결하는 PCIe 기반의 통합 인터페이스 표준이다. 데이터 처리 지연과 속도 저하, 메모리 확장 제한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란 평가다. PCIe는 기존 SATA 전송 속도의 성능 한계를 극복한 고속 인터페이스 규격이다. 삼성전자는 기업용 리눅스 운영체제(OS)인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이하 RHEL 9.3)에 CXL 메모리를 최적화하고 ▲가상 머신(Red Hat KVM) ▲컨테이너 환경(Red Hat Podman)에서 메모리 인식‧읽기‧쓰기 등의 동작 검증을 완료했다.가상 머신은 컴퓨팅 환경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것으로, 컴퓨터 시스템을 에뮬레이션(가상현실화)하는 소프트웨어다. 컨테이너는 애플리케이션을 인프라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구동시킬 수 있는 가상화 기술을 말한다. CXL 메모리 동작이 검증되면서 데이터센터 고객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변경 없이 손쉽게 삼성 CXL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양사는 RHEL 9.3 CXL 메모리 활성화 가이드도 발행할 예정이다. 고객은 가이드를 이용해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에서 삼성전자의 CXL 메모리를 사용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고성능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번 검증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와 레드햇 양사가 공동으로 추진한 차세대 메모리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 관련 협력의 결실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서버, 칩셋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해 차세대 메모리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부사장은 “레드햇과의 협력은 최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결합으로, CXL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12.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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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2022 레드햇 APAC 이노베이션 어워드’ 수상

카드

롯데카드가 지난 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2 레드햇 APAC 이노베이션 어워드’ 시상식에서 국내 수상사로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 레드햇 APAC 이노베이션 어워드는 글로벌 오픈소스 솔루션 기업 레드햇이 자사 솔루션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생산성, 혁신을 향상시킨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을 선정하는 시상식이다. 올해 총 26개 기업이 수상사로 선정됐고 이중 한국 기업은 롯데카드를 비롯한 2곳이다. 롯데카드에 따르면 디지로카앱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자산매니저’의 기반 시스템을 레드햇의 솔루션으로 구축해 고객에게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다양한 금융기관의 데이터 규정에 민첩하게 대응한 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확장성과 보안성이 뛰어난 프라이빗 클라우드(Private Cloud)로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 변화하는 트래픽에 맞춰 성능을 최적화했으며, 외부 금융사의 시스템과도 안전하게 통합했다는 게 롯데카드 측의 설명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8년에도 채널계 클라우드 전환 역량을 인정받아 ‘레드햇 포럼 서울 2018’에서 최고 디지털 전환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정욱 디지로카 본부장은 “올해 1월부터 디지로카앱에서 다양한 디지털 과제들에 신속하게 대응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생활에 더욱 밀착된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초개인화 콘텐츠 큐레이팅 서비스로 자산매니저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2022.11.0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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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ree MP3)</b> ‘유니콘’을 죽여라

산업 일반

━ KILL THE UNICORNS! The stupid-money flood in tech is bad for business and bad for innovationThe fascination with technology “unicorns” seems about to go the way of Bigfoot sightings. And tech startups will be better off for it. Really.At the moment, a lot of Silicon Valley is in a panic. There’s been a party going on for the past year, and it apparently just ran out of beer.Huge rounds of financing have been inflating the value of startups, creating a herd of billion-dollar private companies popularly labeled unicorns. According to CB Insights, in April there were 57 unicorns with a total value of $211 billion. Now that has shot up to 144 valued at $505 billion. These companies range from Uber (valued at $51 billion) to Spotify ($8.5 billion) to companies you’ve probably never heard of, like Quikr, Ka bam and Farfetch ($1 billion each).Pretty much everyone you ask in tech says the crazy money is drying up. Startups looking to go public are finding that their private valuations don’t hold. Square’s initial public offering this month was supposed to be the crystal ball that would foretell the fate of all unicorns. Well, Square’s last private round valued it at $6 billion. Post-IPO, its market cap is more like $4 billion. Some $2 billion went poof.The troubles look worst from up close, especially in Silicon Valley. The pre-IPO funding flood encouraged a good deal of sloppy management, overblown egos and stupid expectations, so there will no doubt be layoffs, underwater options and fortune- seekers moving back to Oklahoma.But the damage from a rupturing valuation bubble isn’t likely to be anything like 2000’s tech apocalypse.For starters, the total value of all the unicorns put together is barely more than Microsoft’s $432 billion market cap. If the unicorns lost a third of their total value, it would be the equivalent of the $182 billion AIG bailout. All in all, the unicorns are a small group with an outsize image.Back in the late 1990s, exuberance over the Internet caused the building of dot-com and telecom companies that promised way more than the technology could do and got way ahead of what people actually wanted — Webvan, Flooz and the infamous Pets.com. They weren’t real businesses. When funding withered, many closed.This time, though, most of the companies are building products and services people desire. The companies have real business models. Five years ago, it was nearly impossible for a craftsman at a street fair or a piano teacher making a house call to take a credit card. Now thousands of small businesses rely on Square, changing the nature of transactions. For the first half of 2015, Square brought in revenue of $560.6 million, at a healthy growth rate. In that way, Square is very much a fortune-teller for other unicorns. It operates a fine business. It disappeared $2 billion because the financiers screwed up when they invested.As the valuation spiral unwinds, a relatively small circle of private investors will get seriously whacked, and some million- dollar Wall Street bonuses won’t get paid. But since the unicorns aren’t public, the financial fallout won’t blow far. The companies that have built real businesses won’t go away.And then it will be better for startups — possibly much better.Startups will benefit as office rents tumble and good people become easier to hire. The cost of starting a tech company and launching a product has dived by something like a hundredfold since the dot-com era, thanks to the emergence of things like cheap cloud computing and open source software. Private money raised has been far outpacing the cost of developing a business. Less money in the system is not going to result in less innovative technology getting built.The influx of so much private money screwed up the natural metronome of the tech startup universe. Huge funding rounds convinced a lot of founders to stay private too long. Data analysis of post-2000 tech IPOs shows that almost all of the most enduring and valuable tech companies went public when they were between six and 10 years old. Facebook, Google, Twitter, VMware, Red Hat and others all fit that model. Companies that rushed to IPO earlier or waited until later almost always created very little long-term value.So there is a pace that works in tech. It starts with a gestation period. By years six to 10, it becomes obvious that a new company and its new category will firmly take hold, and the company then goes public and ramps up. History suggests that companies will benefit if that pace returns.Moreover, the billions of dollars pumped into tech startups don’t help. The data analysis shows that money raised by a company while private has absolutely zero correlation to its long-term performance as a public company. In other words, the gigantic private financing rounds of late are like participation trophies in kids’ soccer. They’re meaningless and send the wrong signals.Some of this helps explain why a lot of great tech companies get started on the backside of exuberant times. Uber was founded in 2009, just after the 2008 financial crisis. Google blossomed in 2000. Microsoft was founded in 1975 in the midst of an oil crisis. Give the private-valuation nuttiness a moment to clear, and it should be the sanest time to start a tech company in years. ━ ‘유니콘’을 죽여라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IT 스타트업에 쏟아지는 눈 먼 돈은 사업과 혁신에 독이 된다기술업계의 ‘유니콘’이 비상한 관심을 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IT 스타트업(신생기업)을 가리킨다. 하지만 그런 인기는 외계인을 봤다는 주장처럼 허망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기술 스타트업에는 그게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현재 실리콘밸리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한 해 동안 계속 파티가 열렸지만 이제 맥주가 떨어진 듯하다.거액의 투자가 몰리면서 스타트업의 가치에 거품이 생겼다. 그 결과 ‘유니콘’으로 불리는 신생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벤처투자 정보 제공업체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유니콘은 57개로 전체 기업가치가 2110억 달러에 이르렀다. 지금은 144개로 늘어나 전체 기업가치가 5050억 달러에 이른다. 우버(510억 달러)와 스포티파이(85억 달러) 같은 잘 알려진 기업을 비롯해 퀴커, 카밤, 파페치(각각 10억 달러) 등 들어보지 못한 기업도 숱하다.기술업계의 거의 모든 종사자는 운영 자금이 고갈된다고 말한다. 상장을 원하는 스타트업들은 실제 평가 가치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난 11월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스퀘어로 유니콘의 운명을 점칠 수 있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스퀘어는 마지막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가 60억 달러였지만 IPO 후 가치는 40억 달러로 평가됐다. 20억 달러가 거품이었다는 얘기다.자세히 살펴보면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특히 실리콘밸리가 그렇다. IPO 전 거액의 투자 유치로 경영이 방만해지고 자만심만 커지면서 터무니없는 기대감만 높아졌다. 그 결과 감원, 주가 폭락, 투자자 이탈이 속출한다.그러나 유니콘의 거품이 터지면서 생기는 피해는 2000년대의 기술주 붕괴에는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우선 유니콘 전부의 가치를 합쳐봐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 4320억 달러보다 약간 높을 뿐이다. 유니콘이 전체 가치의 3분의 1을 잃는다 해도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1820억 달러의 구제금융과 맞먹는다. 대체로 유니콘은 겉보기는 공룡이지만 실제론 작은 그룹이다.1990년대 말 인터넷을 둘러싼 과열 현상으로 기술 역량을 넘어서는 장밋 빛 약속을 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한참 앞서가려는 닷컴과 텔레콤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웹사이트로 주문 받은 채소를 소비자 집까지 곧바로 배달해주는 웹밴, 친구와 가족에게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는 가상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루즈, 웹사이트를 통해 애견용품 파는 페츠닷컴이 실패한 대표적인 닷컴이다. 그들은 사업 모델이 탄탄한 실질적인 기업이 아니었다. 투자가 줄어들자 대다수가 문을 닫았다.그러나 이번엔 대다수 스타트업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했다. 실질적인 사업 모델도 있다. 5년 전만해도 거리 시장의 공예가나 가정을 방문하는 피아노 교사가 신용카드로 대금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지금은 소기업 수천 개가 스퀘어에 의존해 거래 성격을 바꾸고 있다. 올해 상반기 스퀘어의 매출은 5억6060만 달러였다. 건전한 성장률이다. 그런 점에서 스퀘어는 다른 유니콘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상징이다. 경영도 잘했다. 기업가치에서 20억 달러가 증발한 것은 금융업자들이 투자할 때 실수했기 때문이다.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비교적 소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일부 월스트리트의 보너스가 수백만 달러 정도 적어질 것이다. 그러나 유니콘은 상장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 피해의 여파가 널리 퍼지지 않는다. 또 실질적 사업을 개발한 업체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그렇다면 스타트업으로선 훨씬 더 바람직한 사업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스타트업은 사무실 임대료가 낮아지고 능력 있는 직원을 구하기가 쉬워지면 더 낫다. 기술업체를 창업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비용도 닷컴 붕괴 후 크게 낮아졌다. 저렴한 클라우드 컴퓨팅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덕분이다. 사업 구축 비용도 IPO 전에 유치한 투자보다 훨씬 낮다. 시스템에 돈을 적게 들인다고 개발되는 기술이 덜 혁신적인 건 아니다.투자금의 과다 유입이 IT 스타트업 세계의 표준 속도계를 망쳐 놓았다. 거액의 투자 유치로 수많은 창업자는 IPO를 지나치게 오래 미룬다. 2000년 이후 기술기업 IPO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가장 오래 가고 가치 있는 기술기업 거의 대부분이 창업 6∼10년 사이에 주식을 상장했다. 페이스북·구글·트위터·VM웨어·레드햇 등이 그랬다. 그보다 일찍 또는 늦게 주식을 상장한 기업들은 거의 전부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기술업계엔 적절한 속도가 있다. 구상 단계부터 과속은 금기다. 창업 후 6∼10년이 되면 그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진다. 그러면 기업은 주식을 상장해 몸집을 키운다. 역사를 보면 그런 적정 속도가 회복되면 기업이 승승장구한다.더구나 IT 스타트업에 쏟아부은 수십억 달러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비상장 기업으로서 유치한 투자는 상장 기업으로서 올리는 장기적 실적과 아무런 상관없다. 다시 말해 요즘 스타트업의 대규모 투자 유치는 초등학교 축구경기에서 참가 상과 같다. 아무런 의미 없으며 잘못된 기대치만 높일 뿐이다.뛰어난 기술업체 대다수가 호황이 끝난 뒤 생긴 이유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우버는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 생겼다. 구글은 닷컴이 붕괴한 2000년 꽃을 피웠다. MS는 오일쇼크와중인 1975년 세워졌다.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식고 나면 기술기업을 창업할 적기가 찾아올 것이다.- KEVIN MANEY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2015.12.20 16:20

8분 소요
“IT투자 빨간모자가 도와줘요”

산업 일반

▶1960년 출생. 서울대학교 졸업. 미 시카고대학 MBA 2002년 한국MS 마케팅 총괄 이사 2004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2007년 7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전무 현재 레드햇코리아 지사장 “투자수익률(ROI) 측면에서 보면, 기업이 저렴한 리눅스를 도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입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IT시스템을 지금처럼 계속 고가로 구입하면 결국 원가를 맞추지 못하게 될 것이니까요.” 김근 레드햇코리아 지사장은 리눅스 대세론을 확신했다. 레드햇코리아는 세계적인 리눅스 전문 업체인 레드햇의 한국 지사다. 리눅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즈와 운용체제(OS) 부문에서 경쟁하는 거의 유일한 대항마다. 김근 지사장 얘기대로 리눅스는 싸다.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가격은 ‘0’원이다. 기업이 내야 하는 돈은 리눅스 전문업체에 유지·보수·서비스를 맡기는 비용뿐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기업은 그동안 리눅스를 외면해 왔다. 왜? 김근 지사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CEO가 전산 책임자(CIO)에게 ‘왜 가격이 더 싼 리눅스를 도입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CEO는 ‘리눅스는 아직 증명이 덜 됐고, 안전하지 않으며, 관련 소프트웨어도 적다’는 대답을 듣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대답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CEO가 알아야 합니다. 아마도, 리눅스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이 회사에 없거나, 쓰던 것을 그냥 쓰고 싶은 보수성, 또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 회피가 더 큰 이유일 겁니다. 이 때문에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겠죠.” 실제로 기업의 전산 수요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컴퓨팅 파워’가 필수적인 금융·통신 분야는 막대한 전산 지출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값싼 리눅스 도입이 늘고 있다. 김 지사장은 “리눅스의 안정성이 입증되면서 최근 발주되는 대형 IT 프로젝트에 저렴한 리눅스 시스템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리눅스의 경제적인 장점이 부각되면서 기업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세계 PC 제조업체 2위, 3위인 델과 레노보가 운영체제(OS)로 윈도즈 대신 리눅스를 채택한 제품을 내놨고, 1위 업체인 HP 역시 최근 리눅스를 탑재한 PC 개발에 나섰다. 이유는 ‘저가 경쟁’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개인용 PC 시장은 윈도즈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지만, 기업용 서버 쪽으로 가면 리눅스의 약진이 만만치 않다. IDC코리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기업용 서버 시장에서 MS 윈도즈의 시장점유율은 6%포인트 하락하는 반면 리눅스는 5%포인트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전망이 현실로 나타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미 2000년, 2003년 국내에서 ‘리눅스 바람’이 크게 불었지만 미풍에 그쳤고, 우후죽순 늘던 리눅스 기업은 몇 곳 남지 않고 폐업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장은 “리눅스 사업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공개된 소프트웨어를 묶어 브랜딩만 하면 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수익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전문적인 기술 인력과 고객 서비스 노하우가 축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레드햇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리눅스 개발자와 리눅스 운용 노하우를 갖춘 곳”이라며 “기업이 진정으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IT투자를 하고 싶다면 빨간모자와 상의하라”고 강조했다. 빨간모자는 이 회사의 상징이다.

2007.10.08 11:06

3분 소요
리눅스도 돈맛을 알았다

산업 일반

무료 운영체계 리눅스는 히피족과 해커들의 취미활동으로부터 탄생했다. 그러나 지금 리눅스를 주도해나가는 것은 돈이다. 트론트 미클레부스트(Trond Myklebust ·35)는 데이터 저장장치 설계 경험이 전무한 데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적도 없다. 미클레부스트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입자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다. 그는 지난해 데이터 저장장치 제작업체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Network Appliance ·이하 넷어프)로부터 매달 적지 않은 장학금을 받기 시작했다. 넷어프는 미클레부스트를 미국으로 초대했다. 그가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주선한 것은 물론 여행경비, 아파트, 미시간대학 내의 사무실 제공 등 온갖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본사로 미클레부스트를 초청해 융숭하게 대접하고 수석 엔지니어의 자택에서 머물게도 했다. 그렇다면 미클레부스트를 VIP로 대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리눅스(Linux) 운영체계(OS)를 창시한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의 최측근이다. 그가 맡은 일은 리눅스 기반 컴퓨터와 다른 컴퓨터의 파일 공유 방법을 제어하는 핵심 부호비트 개발에 대한 감독이다. 넷어프의 박스가 리눅스 컴퓨터와 서로 작용하는 데 코드 3만5,000라인이 필요하다. 넷어프로서는 미클레부스트에게 환심만 살 수 있다면 이런 대접은 아무것도 아니다. 넷어프는 미클레부스트와 미시간대학의 정보기술통합연구소(CITI)에 대한 자금지원을 통해 리눅스 개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넷어프가 제작하는 저장장치, 다시 말해 파일러(filer)들이 리눅스 컴퓨터와 원활하게 맞물리며 돌아가게 할 수도 있다. 넷어프의 CEO 대니얼 워먼호벤(Daniel Warmenhoven)은 이렇게 설명했다. “토발즈는 넷어프가 리눅스에 여러 기능을 추가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미클레부스트를 넷어프로 끌어들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미클레부스트는 넷어프가 리눅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교다.”“모든 것이 매출과 연관돼 있다. 넷어프가 겨냥하고 있는 것은 리눅스 시장이다. 자선사업을 펼치려는 게 아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 CITI에서 리눅스의 범위성(範圍性)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피터 허니맨(Peter Honeyman)이 한 말이다. 범위성이란 컴퓨터 응용프로그램이나 제품의 크기 ·용량을 변경해도 계속 잘 작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CITI는 넷어프로부터 연간 19만2,000달러를 지원받고 있다. 기업이 지원하고 학교가 연구하는 이런 방식은 흔히 볼 수 있는 산 ·학 협력 사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리눅스에는 큰 변화를 의미한다. 리눅스는 히피족 같은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먼저 호평을 얻었다. 그들은 매출 ·순이익을 경멸했다. ‘평화, 사랑 그리고 소프트웨어’라는 정신에 따라 기업의 이익과 무관하게 개발된 무료 OS가 리눅스라는 주장이다. 리눅스를 한 기업이 개발한 것은 아니다. 토발즈는 세계 전역의 프로그래머 수천 명이 지닌 창의성을 활용한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리눅스를 무료로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리눅스는 컴퓨터 애호가들 사이에서 처음 사용됐다. 그러나 지금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왑(Charles Schwab), 여행 관련 솔루션 제공업체 세이버 홀딩스(Sabre Holdings) 같은 대기업 데이터 센터에서도 리눅스가 사용되고 있다. 일부 리눅스광들은 여전히 리눅스를 일종의 종교운동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리눅스는 여느 기술 제품과 별로 다를 바 없다. 리눅스 예찬론자들이 가장 혐오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과도 매우 유사하다. 미클레부스트의 말을 들어보자. “리눅스는 변했다. 리눅스 공동체의 핵심 인물 가운데 대다수가 리눅스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에 고용되거나 그들 업체로부터 후원받고 있다. 요즘 이런 추세가 대체로 용인되고 있다.” 미클레부스트는 자신이 넷어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넷어프에 특혜가 제공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주장했다. 넷어프가 제시하는 어느 코드든 여전히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넷어프와 협력해 리눅스의 검열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제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클레부스트는 넷어프가 여러 방안으로 그의 의중을 떠보곤 한다고 말했다. 91년 핀란드의 젊은 프로그래머 토발즈는 대학 기숙사에서 리눅스를 만들었다. 토발즈도 지금은 휼렛패커드(HP) ·IBM 등이 지원하는 오리건주 비버턴 소재의 한 연구소로부터 보수를 받고 있다. 리눅스의 제2인자 앤드루 모턴(Andrew Morton)도 같은 연구소에서 일한다. 리눅스의 각기 다른 부분을 책임진 ‘보수요원’이나 개발자는 HP ·IBM ·레드헷(Red Hat)에서 근무한다. 이에 대해 토발즈는 훈련 ·경기 비용을 기업으로부터 지원받는 미국의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토발즈의 말처럼 “리눅스 개발자들이 후원자를 선택한 것”이다. 대기업들은 리눅스 개발비를 지원한다. 개발된 시스템이 하드웨어 및 컨설팅 서비스 판매에 한몫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HP가 리눅스와 관련해 올린 매출은 25억 달러였다. IBM의 경우 20억 달러였다. 리눅스 OS를 배포하는 레드햇은 2003 회계연도에 매출 1억2,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레드햇의 시장가치는 23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리눅스 서버 매출은 48% 늘어 33억 달러에 달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오는 2008년 리눅스 서버 매출이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넷어프는 리눅스와 관련해 수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넷어프는 고객들이 리눅스를 사용하다 여러 문제에 봉착하자 리눅스 개발로 눈을 돌리게 됐다. 리눅스 구동 컴퓨터와 넷어프 파일러 사이에 파일 이동이 느리고 어려웠다. 문제는 넷어프 장비가 아니라 리눅스에 있었다. 리눅스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가 80년대 개발한 파일 이동 기술인 ‘네트워크 파일 시스템(NFS)’을 사용하고 있었다. 도움이 절실한 고객들은 토발즈를 욕하지 않고 넷어프에 전화했다. 넷어프의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브라이언 폴로스키(Brian Pawlowski)는 “98~99년 지원 문의전화가 폭주했다”고 떠올렸다. 다행히 폴로스키는 20년 전 선에서 NFS를 만든 팀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NFS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90년대 후반 넷어프의 공동 창업자이자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데이비드 히츠(David Hitz)가 토발즈와 점심을 함께했다. 그는 리눅스에서 NFS 구현기능을 기꺼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발즈가 거부했다. 토발즈는 “안 된다. 난 사람을 믿지, 기업을 믿지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해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미클레부스트”라고 말했다. 토발즈와 만나고 돌아온 히츠에게 워먼호벤은 이렇게 말했다. “와, 거참 고집도 세네. 어떻게 하지? 근데 이상하네. 도대체 세계 최고 전문가들을 왜 거부하는 거야.” 폴로스키는 미클레부스트에게 ‘제안서’를 제출해야 했다. 미클레부스트는 세계 전역의 해커들로부터 날아온 제안을 수용하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넷어프는 이미 검증된 실리콘밸리의 분산투자 방식으로 장애물을 비켜갔다. 넷어프는 99년 CITI에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CITI에서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NFS 개발이 여럿 진행되고 있었다. 2001년 넷어프는 CITI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찰스 레버(Charles Lever)를 영입했다. 그리고 2002년 미클레부스트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어 CITI에 그의 사무실을 마련해주고 아파트도 얻어줬다. 지난해 미클레부스트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노르웨이로 돌아갔지만 곧 넷어프로 돌아왔다. 미클레부스트 같은 리눅스의 거물을 맞이한다는 것은 넷어프와 CITI에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허니맨은 이렇게 설명했다. “미클레부스트는 토발즈의 오른팔이다. 미클레부스트가 허락하지 않으면 리눅스에 어떤 기능도 추가할 수 없다. 그는 리눅스의 채널이며 수문장이다. 그에게는 요술지팡이도 있다. 그런 그가 지금 넷어프갅ITI와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넷어프는 미클레부스트의 장학금과 경비 말고 CITI에도 월 1만6,000달러를 지원한다. 1만6,000달러 가운데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허니맨의 한 학생에 대한 지원도 포함된다. 폴로스키는 “연간 수십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회계연도에 매출 12억 달러, 순이익 1억5,200만 달러를 기록한 넷어프로서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다. 효과는 이미 나타났다. 현재 리눅스에 넷어프 프로그래머들이 작성한 부호비트가 포함돼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CITI 소속 개발자들이 넷어프 파일러를 소프트웨어 설계의 기초로 사용하는 가운데 파일러용 코드까지 최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넷어프는 리눅스 설치에서 한 가지 이점을 이미 갖게 됐는지 모른다. 파일러용 코드의 최적화 덕에 오라클(Oracle), 애니메이션 영화사 픽사(Pixar),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 정유업체 코노코필립스(ConocoPhilips), 웨타 디지털(Weta Digital)로부터 수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웨타는 영화 (Lord of the Rings)에서 특수 효과를 담당했던 프로덕션이다. 미클레부스트는 입자물리학 박사과정을 포기했다. 리눅스 개발이 더 재미있는 데다 미국에서 사는 것도 즐겁다. 더욱이 멋진 일자리까지 잡았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이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취업비자(HIB)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덕이다. 이민 당국은 애초 미클레부스트가 컴퓨터 정식 교육 이력이 없다며 비자를 내주지 않으려 했다. 미클레부스트는 10월부터 넷어프에서 상근한다. 한 발짝? 두 발짝? 넷어프 같은 일류 기술전문 업체들은 리눅스 프로그래머들을 낚아채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리눅스의 향후 진화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기 때문이다. 비법은 리눅스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의 최측근을 고용하는 것이다. 리눅스 개발을 총괄하는 인물이 토발즈다. 하지만 시스템의 각기 다른 부분은 넷어프의 트론트 미클레부스트 같은 보수요원 25명이 맡고 있다. 보수요원들은 각자 맡은 프로젝트를 더 세분화해 2차 보수요원들에게 일임한다. 두 보수요원과 100명의 리눅스 개발자를 두고 있는 HP는 토발즈의 측근들만 고용하려 든다. HP의 리눅스 담당 부사장 마틴 핑크(Martin Fink)는 이렇게 들려줬다. “특정 인물이 토발즈로부터 몇 발짝 떨어져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두 발짝 안쪽을 원한다. 리눅스 공동체에서 제대로 일하려면 그 정도 단계에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2004.10.15 15:46

6분 소요
MS‘리눅스 허물기’ 본격 시동

산업 일반

MS는 리눅스를 애써 무시해 왔다. 하지만 MS의 마틴 테일러는 리눅스를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리눅스 바람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틴 테일러(Martin Taylor ·34)는 회의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지난 6월에는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프랑스 제약업체 아벤티스(Aventis) 인사들을 접견했다. 아벤티스는 MS의 운용체계(OS)가 아닌 무료 리눅스(Linux) 기반 OS로 구동되는 자사 컴퓨터들을 통합해 왔다. 아벤티스의 고성능 컴퓨터들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단백질을 분석한다. 테일러는 당시 “리눅스가 정말 대단하다”고 추켜세웠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MS는 같은 주에 아벤티스가 구축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과 똑같은 윈도 신버전 개발안을 발표했다. 테일러는 “몇 달 뒤 아벤티스에 가서 MS 신제품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일러는 MS에서 최고의 리눅스 전략가로 통한다. 그는 공개소스 프로그래밍 세미나에 단골 연사로 등장한다. 공개소스란 누구든 기본 소스코드를 점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이와 달리 MS의 소프트웨어 소스는 오랫동안 철저히 보호돼 왔다. 테일러는 웹에서 리눅스 뉴스그룹을 날마다 훑으며 실리콘밸리의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투자자들에게 전화하기도 한다. 컴퓨터업계는 테일러를 호평한다. 그가 솔직하고 괜찮은 인물인 데다 리눅스를 더 잘 이해하려 애쓰는 것도 리눅스를 무찌르기 위해서다. 2001년 MS의 CEO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는 리눅스를 ‘암’에 비유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리눅스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며 “리눅스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S는 호전적인 폭군에서 성숙한 기업 시민으로 힘든 변신을 시도해 왔다. 최근 320억 달러를 현금으로 배당하고 스톡옵션 프로그램도 중단한 데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 애플 컴퓨터, 연방 ·주 당국과 오랫동안 끌어온 갈등까지 해결했다. 리눅스에 접근하는 방법 역시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리눅스는 성격이 다르다. 타도해야 할 경쟁기업이 아니라 정보기술(IT) 업계로부터 후원받는 일종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IBM은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대표적인 리눅스 배포업체 레드햇(Red Hat)과 노벨(Novell)도 후원한다. 무료 소프트웨어에서도 매출은 발생한다. 리눅스 지원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오라클(Oracle)의 개발자 대다수가 리눅스로 코딩한다. 벤처펀드는 공개소스와 관련된 수십 개 기업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들 기업은 e메일 보안과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같은 MS의 새로운 성장영역을 잠식할 태세다. IBM ·휼렛패커드 (HP) ·델은 현재 리눅스 아니면 윈도가 탑재된 컴퓨터를 판매한다. PC 시대 개막 이래 MS 진영에 서 왔던 인텔(Intel)조차 펜티엄 프로세서에서 구동되는 리눅스를 지원한다. MS는 마침내 리눅스라는 호적수와 맞닥뜨리게 됐다.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리눅스가 MS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5월 발머는 임원들과 가진 사적 모임에서 MS의 순이익이 지난 6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주가는 그때나 지금이나 29달러에 머물고 있다고 투덜댔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의 소프트웨어 애널리스트 리처드 셜런드는 “리눅스가 MS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며 “레드햇이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MS가 타격을 입는 듯하다”고 전했다. 상황이 그리 암울한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MS의 매출은 14% 늘어 368억4,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리눅스는 MS의 더 큰 기회를 앗아가고 있을 따름이다. 윈도를 사용하는 기업 가운데 리눅스로 전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 ·HP ·IBM이 제공하는 유닉스(Unix)에서 리눅스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리눅스는 서버 소프트웨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데다 MS의 데스크톱 독점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2년 뒤 리눅스 서버 매출이 22억 달러로, MS가 25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눅스가 언젠가 가정용 PC에도 탑재될 수 있다. 현재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리눅스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학교와 미국 밖에 국한된 것이다. 하지만 애플보다는 높은 점유율이다. 노벨은 자사 직원들 PC에 리눅스를 깔고 18개 고객업체와 시험운영 계약도 체결했다. 테일러는 리눅스와 치르는 전쟁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고 즐겨 말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 리눅스가 MS에 먹구름으로 다가왔다면 지금은 레드 ·노벨 ·IBM이 암운으로 다가오고 있다. MS는 경쟁에 이골이 나 있다. 노벨이 독일의 리눅스 배포업체 수세(SuSe)를 인수했을 때 나는 환호했다. MS는 노벨에 한 차례 승리한 셈이다.” 테일러는 리눅스를 제압하기 위해 MS에서 정보 ·관계 네트워크도 구축 중이다. 테일러의 공격은 MS 제국에서 다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제품개발 ·마케팅 ·영업은 물론 고객을 상대로 한 시연에서도 이뤄지는 것이다. MS가 시연하는 건물에서 테일러는 500대 서버 가운데 50대를 리눅스로 구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테일러가 보인 가장 큰 움직임은 정보 캠페인이다. 세계 29개 거점에서 테일러의 반(反)리눅스 메시지가 MS 영업인력에 전달되고 고객의 반응도 수집한다. 테일러는 “리눅스의 기습 공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이 이기고 무엇이 패할 일인지 잘 안다”고 말했다. MS는 지난 1년 동안 리눅스와 자사 제품을 비교하는 13개 연구에 자금도 지원했다.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연구결과 모두 MS에 유리하게 나왔다. 이번 연구결과들은 ‘사실을 제대로 알자(Get the Facts)’라는 광고에 많이 인용됐다. 리눅스가 보안갻메일 같은 핵심 영역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MS는 답을 이미 갖고 있다. 테일러는 ‘운전 중 듣는 CD’를 분기마다 제작한다. MS 소프트웨어 판매업자들이 고객을 방문하러 가는 동안 설교 테이프처럼 들을 수 있게 한 교육용이다. 테일러는 MS 영업사원들이 리눅스 전문가 인증 자격시험을 치르도록 조치했다. “종교가 아닌 사실에 근거해 결정해야 한다. 흔히들 ‘이건 MS가 아닌데, MS라면 더 나을 텐데’라고 말한다. MS에는 없지만 리눅스에 있는 게 과연 무엇인가.” 테일러가 자신 있게 되묻는 말이다. 테일러의 전략은 비아콤(Viacom) 산하 흑자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BET를 비롯한 고객업체들에 먹혀들고 있다. BET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나바로 라이트(Navarrow Wright)는 MS가 건네준 데이터를 검토했다. 그 뒤 자사 웹 사이트를 선 시스템에서 MS 시스템으로 바꿨다. 하지만 일부 MS 소프트웨어 판매업자는 이번 연구결과에 신경 쓰지 않는다. 광대역 장비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업체인 ADC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제이미 앤더슨(Jamey Anderson)도 “연구자금을 누가 지원했는지 정확히 모르면 연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MS는 리눅스 잠재 고객들 사이에 불확실성과 의혹을 적극적으로 심고 있다.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뒤에서 누군가 지적재산권을 거머쥐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MS는 유타주의 중소기업 SCO로부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2,100만 달러에 매입했다. SCO는 IBM에 10억 달러 상당의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한 리눅스 제품에 코드를 제공해 자사의 유닉스 저작권이 침해됐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벤처캐피털리스트들 모임에서 발머는 MS가 리눅스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그리고 자사의 특허권 침해로 제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S는 이를 부인하며 제소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윈도 그룹 책임자 제임스 올친(James Allchin)은 리눅스를 싸구려 복제품이라고 비난했다. “여전히 혁신은 없고 기존 기술만 복제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7년 발매할 윈도 신버전의 새로운 특징들을 언급했다. 신버전은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가운데 원격으로 PC를 켜거나 끌 수 있다. 검색범위가 e메일 ·사진 ·워드(Word) 같은 모든 데이터로 확대된다. MS는 서버 소프트웨어와 기업용 오피스(Office)를 리베이트로 최고 6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양키 그룹(Yankee Group)의 애널리스트 로라 디디오는 “MS가 기꺼이 할인해준다”고 귀띔했다. MS는 가격에 민감한 시장에서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판매할지 고심하고 있다. 미국 밖에서 MSN의 프리미엄 핫메일(Hotmail)과 유사한 선불 웹 서비스로 오피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과거 태국의 고객들은 PC 소프트웨어 값을 미국의 소비자와 비슷하게 지불했다. 그러나 요즘 MS는 태국에서 저가판 윈도를 실험하고 있다. MS의 세계 판매 총책 케빈 존슨(Kevin Johnson)은 “가격에 관한 한 예나 지금이나 유연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발머의 보좌관으로 2년 근무한 테일러는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대학 졸업 이래 줄곧 MS에 몸담았다. 테일러는 최근 작성된 연구보고서를 건네받았다. MS가 공개소스 코드에 너무 감정적인 편견이 있는데다 MS 브랜드를 둘러싼 고객의 불신에 둔감하다는 내용이다. 테일러는 연구보고서를 읽은 소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그야말로 MS에 대한 경종이다. 워드퍼펙트(WordPerfect) 시절 이래 처음으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리눅스를 좀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테일러는 MS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노벨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노벨이 호기를 포착했다”고 분석했다. 노벨은 두 번의 기업인수로 서버 OS, 데스크톱 ·관리 소프트웨어 등 많은 리눅스 기반 소프트웨어를 축적했다. 노벨은 처음 끌어들인 리눅스 고객의 경우 일반 커미션에 최고 15%를 덤으로 얹어 소프트웨어 판매업자에게 지급한다. 지난 7월 테일러는 리눅스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10여 명의 노벨 소프트웨어 판매업자와 4시간 동안 함께 식사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MS의 서버 제품도 판매하기로 계약했다. “몇 년 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앞으로 리눅스가 아니라도 다른 그 무엇이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MS는 이를 수용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테일러가 갖고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2004.09.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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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특집]자격증 한장이면 취업걱정 ‘끝’

산업 일반

‘이 자격증이면 취업준비 끝’‘취득하면 취업과 연봉에 바로 연결되는 영양만점 자격을 잡아라’ 취업난으로 취업준비생들의 자격증 취득 붐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전문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문분야의 자격증 취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해외 유명 정보기술(IT)기업들이 인증하는 외국계 IT 공인 자격증은 국제적인 공신력을 인정받아 취업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취업 전문 사이트 인크루트(대표 이광석·www.incruit.com )의 최근 자체 데이터베이스(DB) 조사 결과, 지난 2년간 IT국제자격증을 취득한 회원 7천6백45명 중 87.3%인 6천6백74명이 취업에 성공했을 정도다. 이 가운데에서도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자격증은 국제공인정보시스템보안전문가 자격증(CISSP), 보안전문가 자격증(CISA), 레드햇 공인 리눅스 엔지니어 전문가 자격증(RHCE), 자바 개발자 자격증인 SCJD 및 SCCD, 네트워크 자격증인 CCIE, 데이터베이스 관련 자격증인 마이크로소프트 MCDBA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자격증들은 자격증 취득시 취업은 물론 연봉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알짜 자격증으로 꼽힌다. CISSP는 정보시스템 보안전문가를 위한 자격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할 목적으로 출범한 비영리단체 ISC2(International Information Systems Security Certification Consortium)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이다. CISSP가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시스템·통신망·응용시스템 및 관련 설비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함은 물론 보안정책·표준·통제절차를 선택·추천·수행해 관리기술과 지식을 보유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ISC2의 직업윤리강령에 서명해야 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천5백여명 정도의 CISSP가 활동 중이며, 국내에도 CISSP 자격증 취득자가 50여명에 불과해 자격증 취득시 취업은 물론 고액의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다. 따라서 보안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자격증 취득에 도전해볼 만하다. CISA는 정보시스템 감사 및 통제협회(ISACA)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으로 보안의 중요성과 정보시스템 감사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졌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CISA를 공인회계사(CPA)와 동일하게 취급할 정도로 그 위상이 높다. 국내에서도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회계법인·정보기술(IT) 전문업체·컨설팅 전문업체 등에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자격증 취득시 취업은 물론 높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취업전문가들의 조언이다. CISA 못지 않은 자격증으로 RHCE를 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리눅스원에서 교육과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실무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교육 프로그램을 착실히 이수한다면 6개월 만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레드햇 교육팀 안영진 강사는 “취득이 별로 어렵지 않으나 현재 국내 자격증 보유자는 25명에 불과해 취득시 외국계뿐 아니라 국내 IT기업에도 1백% 취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희소성에 의해 취업이 보장된 케이스. 기업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및 인사관리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인 자바 개발능력 및 프로젝트 관리능력을 평가하는 SCJD 자격증도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자격증이다. SCJD는 취득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시험 비용도 만만치 않으나, 취득시 최고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일반 자격증과 차별화된 대표적인 고품격 자격증이다. SCJP보다 한단계 높은 자격증으로 SCCD(Sun Certified web Component Developer for J2EE)를 들 수 있다. SCCD는 SCJP 자격증을 이미 취득한 사람에 한해 응시자격이 주어지며, 자바 및 웹 개발자들이 자바 서블릿과 JSP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만든 자격증이다. SCCD 자격증 취득시 자바 지식은 물론 웹 관련 프로그램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돼 자신의 몸값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다. 네트워크 관련 업체의 취업을 위한 골드카드로는 시스코시스템스의 CCIE(Cisco Certified Internetwork Expert)를 들 수 있다. CCIE는 시스코시스템스의 인증 제도인 CCC(Cisco Career Certification)의 일종이다. CCC는 기술력 수준에 따라 CCNA(Cisco Certified Network Associate), CCNP(Cisco Certified Network Professional), CCIE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중 CCIE는 최고의 전문가임을 인증하는 것이다. CCIE는 시스코시스템스의 라우터·랜·스위치 등의 제품을 주로 사용해 기반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전문가를 인증하는 것이다. CCIE의 합격률은 전세계적으로 5% 미만으로 추정된다. 자격증 취득이 어려운 만큼 CCIE에는 많은 혜택이 부여된다. 우선 시스코시스템스의 각종 기술정보를 발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시스코포럼의 회원으로 등록된다. 특히 국내 네트워크 장비의 90% 이상이 시스코시스템스 제품이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취업에도 큰 도움을 준다. 국내 CCIE 자격증 소지자 수는 2001년 3월 현재 63명이며, 전세계적으로는 5천6백명 정도다. 네트워크 관련 업체에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의 경우 이 자격증을 따면 취업뿐만 아니라 급여에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의 논리적이고 실제적인 디자인·구현·유지보수를 책임지는 능력을 인증하는 자격증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MCDBA(Microsoft Certified DataBase Administrators)를 들 수 있다. MCDBA는 마이크로소프트 SQL 서버 데이터베이스를 구현하고 관리하는 전문가를 위한 최고의 인증서다. 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 SQL 서버 데이터베이스를 디자인하고 구현·관리함으로써 조직을 리드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음을 증명받은 것과 같다. 또한 데이터베이스의 유지·관리, 보안의 구성 및 관리, 데이터베이스의 감시 및 최적화 등의 작업을 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에게도 필요하다. 이 시험에 응시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마이크로소프트 SQL 서버 데이터베이스 실무경험이 있어야 한다. MCDBA 취득자는 2000년 5월 말 현재 6백86명으로, 매시험 응시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데이터베이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운영·관리하느냐가 비즈니스 성패와 직결됨에 따라 그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어 자격증 취득시 취업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2001.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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