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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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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케미칼·두산밥캣, 주주가치 훼손 논란…더 이상 재연 없을까

증권 일반

합병이나 물적분할 등으로 인한 주주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으로 떠오른 ‘상법 개정’을 두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 대신 상장사만 적용받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 걸기를 지속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상법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이 상법 개정의 골자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다섯 가지 주요 내용은 ▲이사회의 직무 충실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이사 충실 의무 확대’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이사 선출 가능성을 높여주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지분을 3% 넘게 보유한 주주의 이사 선임 의결권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회사 운영에 반영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주주들의 총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상법 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표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가장 중요하다”며 “주주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지배경영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정기국회 내에 상법 개정을 반드시 하겠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됐다. 특히, 기업 합병이나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피해에 대한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되며, 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상법 개정이 급물살을 탔다. 실제 최근 몇 년 간 물적분할 사례는 소액주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LG화학의 경우 국민연금 등 일부 주주 반대에도 2020년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 후 상장했다. LG화학의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배터리 사업부가 자회사로 분리됨에 따라 LG화학의 기업 가치는 감소했다. LG 화학의 주가가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반토막이 났고, 일반주주들의 피해가 불거졌다. 실제로 2020년 공시 전 LG화학의 주가는 80만원대로 사상 최고를 달성했지만 물적분할 공시직후 주가가 몇 주간 하락했고, 현재 주가는 20만원대를 기록 중 이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서 소액주주 피해 앞서 2021년에는 SK케미칼의 물적분할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물적분할해 2021년 3월 상장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인 SK케미칼 주가는 분할 이후 약세를 보였다. 이후 유틸리티 공급 사업부문을 떼어낸 SK멀티유틸리티까지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SK케미칼의 주가는 급락했다.카카오의 쪼개기 상장도 주주들의 비판을 받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는 2020년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2021년 카카오뱅크(8월), 카카오페이(11월)를 잇달아 상장했다. 이로 인해 모회사 카카오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상장 이후 임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 사건 등으로 신뢰가 떨어지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한 달 만에 경영진 8명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처분해 878억원의 차익을 남기며 ‘먹튀’ 논란이 일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에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최근 주가 기준으로 한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적용해 두산밥캣 주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상장회사 간의 합병에 있어 합병가액을 계산할 때 주가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가치·수익가치와 같은 본질가치와 무관하게 합병가액이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김 의원은 이어 “연매출이 10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 두산밥캣이 매출규모가 이 회사의 183분의 1에 불과한데다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기업가치로 주식을 바꿔야 하는 것은 주권상장법인이 합병 등을 하는 경우 주가를 기준으로 하도록 한 현행법을 최대치까지 악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일반주주 이익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거론됐지만 부작용을 고려해 핀셋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또는 보호 의무를 ‘대신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우리나라의 주식회사에서 일반주주가 투자한 재산이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는 유형은 비단 합병과 분할 등 자본거래뿐만 아니라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행위·통행세 거래와 같은 부당내부거래 ▲자사주 제3자 처분이나 자사주를 이용한 지주회사 전환 ▲주주 이외의 제3자나 일반에 대한 증자나 저가 증권 발행 등 매우 다양하다”고 짚었다. 이어 “게다가 합병 비율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시가 합병을 규정하자 시가에 영향을 주거나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시점을 선택하기도 한다”며 “또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지원행위를 금지하니 현저히 유리하지는 않지만 물량을 많이 지원하는 일감몰아주기가 나오고, 일반회사를 통한 일감몰아주기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오니 투자회사를 통한 지원이 나타나는 등 어느 하나를 금지하면 다른 유형이 나타나는 풍선효과와 같은 역사가 반복돼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존에 문제가 된 합병이나 분할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다른 유형의 일반주주 이익침해 사례가 나오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기본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훨씬 중요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 연합회 대표는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일반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상법 이사 충실 의무 개정만이 근본 처방”이라며 “자본시장법 핀셋 개정은 임시 처방 내지 땜질 처방에 불과하고, 금융기관의 불완전 판매와 유사하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2024.12.16 06:30

4분 소요
‘글로벌 빅파마’와 어깨 견준다…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바이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을 완료했다.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견줄 ‘빅파마’ 도약을 자신했다.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은 28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완료됐다. 통합 셀트리온의 새 출범이다. 회사 측은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합병 절차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면서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셀트리온은 바이오 시밀러와 신약 개발을 영위해 왔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에서 개발·생산한 의약품의 해외 유통을 전담해 왔다. 회사 측은 “개발부터 판매까지 사업구조 일원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늘려 2030년까지 매출 목표 12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셀트리온은 이날 이사회를 개최해 3인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하는 선임 안건도 함께 의결했다. 각자대표로는 ▲기우성 제조개발사업부 총괄(부회장·현 셀트리온 대표이사) ▲김형기 글로벌판매사업부 총괄(부회장·전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서진석 경영사업부 총괄(의장·현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이름을 올렸다. 셀트리온그룹은 3인 각자대표 체제로 구축의 배경으로 ‘신속하고 혁신적인 의사 결정’과 ‘성장 가속화’를 꼽았다.이번 합병으로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에 분산돼 있던 자산도 통합, 이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추진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구체적으로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라이선스인 ▲인수합병(M&A) ▲디지털헬스케어 등의 영역에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고 짚었다.매출원가율(매출액에 대한 매출원가의 비율)의 점진적 감축도 추진한다. 사업구조 일원화를 통해 현재 약 70% 수준인 매출원가율을 약 40%까지 낮추겠단 목표도 제시했다. 신규 시장 진입 및 입찰 참여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낮아진 원가율을 바탕으로 주요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매출과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높여 나갈 방침이다.셀트리온은 램시마·허쥬마·트룩시마·베그젤마·유플라이마·램시마SC(짐펜트라)를 상업화에 성공했다. 회사 측은 “6개의 제품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며 “오는 2025년까지 11개의 제품군을 확보, 2030년까지는 총 22개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 중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제품명)가 통합 셀트리온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짐펜트라는 오는 2024년 2월 미국에서 신약으로 출시를 앞둔 상태다.인플릭시맙을 포함한 미국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억제제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477억3600만 달러(약 62조570억원)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이중 짐펜트라가 우선 타깃으로 하는 염증성장질환(IBD) 시장은 약 98억2700만 달러(약 12조8000억원) 수준이다. 짐펜트라의 잠재적 매출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셀트리온은 짐펜트라를 시작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마이크로바이옴 등 유망신약 포트폴리오를 통해 향후 매출의 40%를 신약으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 측은 “자체 개발은 물론 다양한 국내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추가로 다년간 확보한 임상 및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질환 예방 및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도 사업영역을 적극 확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셀트리온은 향후 이익의 30% 수준까지 현금 배당을 높이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지속해서 실행할 계획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만 총 1조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하고, 앞서 보통주 1주당 500원씩 총 1037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4360억 규모(12월 26일 종가기준)의 자사주 소각도 2024년 1월 진행할 예정이다.통합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과도 합병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이 개발·생산한 약품을 국내 유통하는 동시에 타사에서 개발한 캐미컬 의약품도 유통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제품을 구입해 판매하던 중간 절차가 사라져 매출원가율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통합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까지 품으면 셀트리온그룹의 전반적인 매출원가율 감소를 노릴 수 있다. 대외에서 끊임없이 지적된 ▲일감 몰아주기 ▲분식회계 ▲내부거래 등의 논란 역시 완화할 수 있다.셀트리온 관계자는 “지난 8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결의 이후 합병 절차가 순조롭게 완료된 것은 통합 셀트리온의 미래 가치와 경쟁력이 시장내에서 전폭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라며 “셀트리온은 앞으로도 차별화된 경쟁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다국적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12.28 21:29

3분 소요
[단독] 해태아이스크림 물류도, 빙그레 ‘제때’로 넘어갔다

산업 일반

빙그레가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를 담당하는 업체가 빙그레 오너 3세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회사 ‘제때’(Jette)로 변경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때가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까지 맡으면서 실적 개선은 물론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빙그레가 2020년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노린 빙과시장 ‘빅2’ 점유율 뿐 아니라 물류망 통합이라는 본격 시너지 내기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제때 몸집 불리기라는 특명도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복안이다.해태아이스크림 물류도 품고…지난해 매출 최대치 전망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에 따르면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 담당 업체는 2022년 1월부터 100% 제때 물류로 전환됐다. 그전까지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는 현대글로비스와 CJ대한통운이 담당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 수익까지 더해지면서 제때는 지난해 최대 매출을 경신한 것으로 전망된다. 제때의 2022년 매출 추정치는 29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700억원 증가했다. 박창훈 해태아이스크림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지난해 초 100% 제때 물류와 통합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서 “(통합 전에는)기름값까지 다 더해서 100억원 정도의 물류비를 (타업체에) 지출했다”고 밝혔다. 제때가 냉동 물류체인 전문 기업인 만큼 빙그레와의 시너지, 물류 효율화 차원에서 진행된 통합작업이란 설명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공통적으로 노린 시너지 효과에 마케팅, 사업 전략 등이 있듯이 공동물류비도 그 중 하나 였던 것”이라며 “냉동 콜드체인을 가지고 있는 대형물류가 마땅히 없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이스크림의 물류는 제조 원가보다 중요하다. 냉동창고를 필수적으로 이용해야하는 특성상 물류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다. 빙과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업은 제조원가보다 냉동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 이동하는 비용 등 간접비가 많이 드는 구조”라면서 “물류를 활용해 제품을 빨리 순환시키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물류회사를 관계사로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물류 통합으로 제때의 이익이 그만큼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때는 활발한 내부 거래를 통해 외형 성장을 거듭해 온 계열사다. 여기에 오너3세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전형적인 오너 곳간으로 통한다. 제때는 현재 빙그레 김호연 회장의 3남매 중 김동환 빙그레 본부장이 33.34%, 올 초 해태아이스크림에 입사한 김동만 전무가 33.33%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때 빙그레에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다 결혼과 함께 직을 떠난 장녀 김정화씨도 33.33%의 지분이 있다. 몸집 키우는 제때…승계 밑그림일까 지난해 제때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 금액 중 해태아이스크림 물류 통합으로 약 150억원, 빙그레 발생 매출로 약 90억원, 나머지는 제3자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전체 매출을 놓고 보면 빙그레로부터 발생한 비중은 26%로 거래액은 754억원 정도다. 150억원인 해태아이스크림 물류 매출은 약 5%의 비중을 차지한다. 내부거래 비중은 하락 추세라는 게 빙그레 측 설명이다. 한 때 내부거래 비중이 90%가 넘었지만, 그 비율을 계속해서 줄여왔다는 것이다. 2015년 43%로 내부거래율을 줄였고 2020년 26%까지 떨어졌다가 2021년 매출액 2290억원을 기록하면서 29%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제때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매년 증가 추세다. 제때와 빙그레의 매출 거래 규모는 2007년 289억원에서 2016년 411억원, 2017년 456억원, 2018년 509억원, 2019년 549억원, 2020년 589억원, 2021년 675억원, 2022년 754억원(추정치)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논란 후 내부거래 비중을 계속해서 줄여오는 노력을 해왔다”면서 “1년 새 제때 매출액이 늘어난 것은 (해태아이스크림 물류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있다. 빙그레 발생 매출 비중은 오히려 줄었고 쿠팡이나 이마트·SSG닷컴 등과 거래하며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 입장에서 제때는 사업적으로도 승계를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도가 높은 계열사”라며 “앞으로도 내부거래 비중 30%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매출 파이를 키우고 제때의 실탄을 확보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보가 결국에는 제때를 승계 발판으로 삼는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제때에 일감을 지원해 몸집을 키우고, 삼남매의 빙그레 지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물류 통합작업을 통한 시너지가 예상되고, 차남 김동만 전무가 해태아이스크림에 입사하는 등 굵직한 변화가 이뤄진 만큼 두 아들에 대한 승계 작업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기업분석 전문가는 “오너 개인회사에 빙그레 계열사들이 일감을 줘서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은 승계 기반을 마련하는 행위”라면서 “그 전에 쓰던 물류회사 계약을 끊고 왜 제때와 계약을 했는지, 새 물류회사가 전 회사보다 조건이 좋았던 것인지 등 타당한 이유가 없다면 당연히 승계와 연관된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제때의 매출이 증가한 것과 경영권 승계와 큰 상관관계가 없다”며 “내부거래 비중이 오히려 줄고 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23.03.13 08:00

4분 소요
“널뛰기 해도 괜찮아”…SM 진흙탕 싸움 진짜 위너는

증권 일반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SM) 경영권을 둘러싼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하이브와 이수만 진영이냐, SM 이사진과 카카오냐를 두고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폭로전까지 이어지면서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승자는 SM 주주들과 얼라인파트너스라는 분석이 나온다. SM 주가가 올해 들어 74% 이상 치솟아서다. 하이브가 공개 매수 가격인 12만원을 높일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장기간 8만원 밑에서 움직였던 만큼 현 주가만으로도 표정관리가 필요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M은 올해 들어 74% 이상 상승했다. 7만5200원에 머물던 주가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 소식 이후 12만원대로 치솟았고 결국 13만원을 뚫었다. 종가 기준 상장 후 최고가인 13만19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경영권 분쟁 소식에 따라 공개 매수 가격인 12만원을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이날 하이브가 공개 매수 가격을 올릴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 13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이수만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해 SM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2대 주주인 카카오와의 지분 격차를 늘리기 위해 12일 앞당겨 지분을 납부하면서 1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SM 발행 보통주식 352만3420주에 관한 주식매매계약 대금을 납부하고 주식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SM 주가는 고공행진하면서 상장 후 처음으로 JYP ent.를 넘어서기도 했다. SM이 코스닥 시장 시총 10위권에 들어온 것은 2014년 6월 11일 이후 약 9년 만의 일이다.SM 주가가 치솟자 한국거래소는 SM을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단일 계좌에서 대량 매수가 나오면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6일 기타 법인이 장중 SM 주식 65만주(2.73%)를 순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SM 전체 거래량(444만720주)의 14.64%에 해당하는 규모다. 16일 종가(13만1900원) 기준 857억원 규모에 달한다. 해당 매수는 IBK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이뤄졌고, 이날 이 증권사에서 매수 주문만 나왔고 매도 주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단일 계좌 대량 매수 사건을 두고 카카오 측에서 매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불거졌다. 주가가 오르면서 평가차익을 얻은 주주들이 많지만, 지분 경쟁이 심화할 수록 소액 주주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개 매수에 응할 것이냐, 장내에 매도할 것이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SM 주가가 12만원 대에서 등락하고 있는 만큼 신중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SM 주가가 12만원 위로 치솟게 되면 공개 매수의 장점이 적어진다.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SM 주가가 이미 13만원보다 높게 형성된 적 있는 만큼 소액 주주 입장에선 시장가로 장내 매도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게 된다. 공개매수 절차가 복잡하고 양도소득세 22%를 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얼라인파트너스 “SM 적정 주가 20만원” SM 주가를 띄운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주가가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적정 주가를 10만원 후반에서 20만원대로 내다봤다. SM이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실행시 매출 상승 여력이 더 크다는 점에서다.실제 SM은 호실적을 발표했다. SM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5% 늘어난 93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4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9% 증가했다. SM은 매출 성장의 주 요인으로 그룹 NCT DREAM, 레드벨벳 등의 음반 판매량이 자체 기록 경신을 꼽았다. SM 주가가 상승한 만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의 펀드 수익률도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얼라인파트너스의 ‘얼라인파트너스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1호’ 수익률은 34.6%에 달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해당 펀드를 설정한 이후 SM에 투자하고 있다. 184억원 규모로 시작한 펀드는 1월 말 기준 456억원까지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적극적인 주주 가치 제고로 SM 주가가 치솟으면서 덩달아 수익률도 두 자릿 수로 뛰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SM과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간 불공정계약 종료를 이끌어 SM 체질 개선에 힘썼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은 SM이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을 실행할 경우 기대되는 매출·영업이익 상승 여력, 그리고 비핵심 사업·비영업자산·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효과를 감안할 때 너무 낮은 가격”이라고 지적했다.증권가에선 SM 주가 추이에 대해 주주총회 표 대결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배당 등 주주환원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SM 이사회는 향후 3년 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주주환원정책을 결의했다. 하이브 역시 주요 임원들의 보상지표에 주주수익률을 반영하고, 당기순이익의 30% 내에서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SM 측에 전달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행동주의 펀드는 ‘하이에나와 같은 기업사냥꾼’,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폭이 확대됐고 연기금도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면서 행동주의 역할이 커졌고 주주환원의 수익률 기여도가 높아지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2023.0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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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하이브의 편?…‘명분’ 잃어가는 카카오·얼라인

증권 일반

#하이브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카카오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다음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한 뒤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지분을 예정대로 매입하고 나면, 카카오는 지분 확보 경쟁에서 열세에 놓인다. 여기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인용이 결정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카카오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카카오와 연합 전선을 구축한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지만, 카카오의 신주 배정 가격이 주당 9만원인 점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얼라인이 SM에 요구해왔던 자회사 계약 종료, 지배구조 개선 등의 개선 사항을 하이브 측이 대부분 수용하면서 얼라인 측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M 지분 공개매수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지난 10일부터 일반 주주가 보유한 SM 주식 공개매수 신청을 받고 있다. 공개매수 가격은 12만원, 공개매수 기한은 오는 3월 1일까지다. 3월 1일이 공휴일인 관계로 주식을 매도하려는 주주는 전 영업일인 2월 28일까지 공개매수에 응해야 한다. SM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9월말 기준 5만2129명으로 지분 70.53%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는 이번 공개매수에서 SM 지분 25%(595만1826주) 매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개매수 신청이 목표 수량에 미치지 못 하면 전량 매수하고, 만약 매수 예정 수량을 초과할 경우 안분비례해 매수한다. 하이브는 오는 3월 6일 이수만 총괄 지분 14.8%도 주당 12만원에 인수한다. 계획대로 공개매수까지 성공한다면 하이브는 다음달 지분 39.8%를 확보해 SM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12만원은 최대주주 지분 매입가와 동일한 가격이다. 만약 공개매수기한인 3월 1일까지 SM 주가가 12만원을 밑돈다면 소액주주들은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며 SM 주가는 이날 장중 11만9100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상장 후 한 번도 12만원선을 넘어선 적은 없다. ‘12만원 너무 낮다’던 얼라인, 카카오엔 침묵하이브의 공개매수 계획이 밝혀진 직후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공개매수 가격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SM 경영진, 카카오와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행동주의펀드다. 얼라인은 “12만원은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실행시 기대되는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여력과 비핵심사업, 비영업자산, 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업사이드 감안시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공개매수 가격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카카오의 SM 신주 배정 가격이 9만원이라는 점에서 얼라인의 ‘명분’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7일 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SM 지분 9.05%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SM 지분 취득에 들인 비용은 2171억원에 불과하다”며 “최대주주 지분의 50%에 육박하는 지분을 획득하면서도 프리미엄 없이 매우 낮은 가격에 (인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SM 사내 변호사로 활동 중인 조병규 법무담당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던 얼라인은 12만원이라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가 너무 낮아서 반대한다면 주당 9만원인 카카오의 신주 인수에 대해서는 더 반대해야 옳다”며 “얼라인의 이중적 태도는 행동주의 펀드의 행동이 아니라 경영권 펀드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얼라인파트너스가 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의 지분 취득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3월 얼라인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불거지자 “SM은 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은 순현금 기업이다. 경영상 유상증자가 필요하지 않다”며 “단순히 대주주의 지배권을 공고히 할 목적만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주당 순이익의 희석이 크게 일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얼라인의 입장은 현재 이수만 총괄 측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총괄의 법적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는 “SM의 작년 3분기 공시 자료를 보면 사내유보금만 2800억원이 있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명분 잃지 않는 쪽이 승리할 것”투자은행(IB)업계에선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기는 명분을 잃지 않는 쪽이 가져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수만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배정 가처분 소송에서 이러한 명분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법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다만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이수만 측은 법정에서 SM의 신주‧전환사채 발행이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 하에서 기업이 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데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SM이 제3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하는 필요성이 없다는 점도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SM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적대적 M&A라고 규정하면서도 카카오의 지분 인수는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하고 있지 않나”라며 “법원이 신주발행을 경영상 목적이 아닌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인정할 경우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2023.02.14 18:42

4분 소요
쪼개진 계열사 ‘떼고 붙이고’…식품오너 ‘3세’ 승계 앞날은

유통

식품가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속속 나서면서 3세 경영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만 아직 승계 작업 완수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이 아직 30대로 젊고 경영능력 검증이 더 필요한 시점인 데다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받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서다.재계에선 식품가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을 두고 경영 안정화와 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 목적이 크다고 해석하고 있다. 저마다 위치와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최대한 세금을 적게 내면서 지분을 확보하고 적절한 시기에 가업을 물려받는 게 이들과 기업의 공통된 고민이다. 재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 농심, 오리온 등을 비롯해 최근 젊은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빠르게 등장하는 추세”라며 “오너 3세가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내부 입지를 넓히고 승계 변수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연장선상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유통기업 중에서도 식품기업은 그동안 기업 쪼개기나 분사로 가족 회사나 계열사와 관계를 맺는 등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 지원 문제가 종종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오뚜기는 지난해 쪼개져 있던 계열사를 흡수했다. 관계사인 오뚜기라면지주와 종속회사인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합병하면서 상장사인 조흥을 제외한 모든 관계회사를 100% 자회사로 재편했다. 동원산업도 지난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마무리하고 동원그룹의 지주회사가 됐다. 업계에선 오뚜기가 지배구조 개편으로 오너 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승계를 위한 초석 다지기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리스크도 털어냈다. 동원과 오뚜기는 한 때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관련 지적이 제기된 바 있지만 이번 합병으로 이 같은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계열사간 상호출자 관계도 해소됐다. 다른 식품기업들도 계열사를 떼고 붙이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모양새다.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변화에 더 적극적이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역시 순환식 지배구조가 아닌 지주사 체제로 기업을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지주사체제로 전환되면 지주사에 대한 지분이 적은 오너가 계열사 지분으로 우회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을 막고 대주주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세금 부담에 대한 문제가 남지만 3세 입장에선 부친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만 물려받으면 승계가 끝난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대부분 3세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게 하거나 계열사 쪼개기를 통해 지분을 나눠주는 방식을 승계에 활용해 왔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1.27 13:30

2분 소요
청약 참패에도 상장 밀어붙인 바이오노트…매출편향 우려 씻어낼까 [IPO 인사이트]

증권 일반

IPO(기업공개)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바이오노트가 오는 22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다. 하지만 공모가를 낮추고도 일반 청약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탓에 상장에 대한 시장 안팎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매출액 대부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컨텐츠·동물진단 기업 바이오노트는 지난 13일~14일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 결과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청약 증거금은 약 1959억원이 모였다. 바이오노트는 앞서 진행된 기관 수요 예측에서도 흥행에 실패해 공모가를 희망 밴드(1만8000원~2만2000원) 최하단의 절반인 9000원으로 결정했다. 바이오노트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관은 1만원 미만의 가격을 써냈다. 공모 금액은 936억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9170억원 수준이다. 3분기 실적을 반영해 알맞은 몸값을 받길 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바이오노트는 지난 11월 IPO를 추진했다가 상장 일정을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바이오노트가 공모가를 낮추면서까지 상장을 강행한 이유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다. 현재 매출의 80%가 진단 키트에서 나오는 만큼 상장을 통해 매출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다. 상장 과정에서도 매출 편향은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사업 구조 재편은 바이오노트의 필수 과제다. 바이오노트는 동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동물용 진단 기업이지만 코로나19 수혜로 기업 가치가 급속도로 불어났다. 2019년까지만 해도 연간 매출이 400억원에 불과했던 바이오노트는 신속 진단 키트 수요에 대응하면서 2020년 매출액이 631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78.8%나 상승했다. 특히 대규모 공장에서 진단 키트 반제품을 대량 생산해 관계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에 납품하면서 빠른 속도로 외형을 키웠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도 진단 키트 반제품(바이오 콘텐츠 RAPID 반제품) 매출액 비중은 79.34%에 달한다. 반면 동물진단 사업부는 11.2%에 그쳤다. 바이오노트의 지난해 매출은 6224억원, 영업이익은 4687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코로나 관련 매출만 5455억원으로 전체의 87.6%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가 감소하면서 바이오노트의 실적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바이오노트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9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정도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769억원으로 26.2% 감소했다. 회사 측도 매출 편향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이오노트 투자신고서에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재무실적이 급격히 증가해 향후 상황에 따라 현재의 높은 재무 성장세는 감소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얼어붙은 바이오주 투심도 악재다. 팬데믹 당시와 달리 주식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었고, 진단키트 수혜주로 불리던 종목들은 주가 상승 분을 반납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바이오 K-뉴딜지수는 연초부터 지난 19일까지 28% 넘게 하락했다. 코스닥 제약지수도 32.75%나 빠졌다. 올해 하반기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루닛(3만원), 에이프릴바이오(1만6000원), 알피바이오(1만3000원), 선바이오(1만1000원), 샤페론(5000원), 디티앤씨알오(1만7000원), 인벤티지랩(1만2000원) 등 공모주 7곳 가운데 3곳이 공모가(16일 종가 기준)를 밑돌고 있다. 공모가 대비 디티앤씨알오는 41%, 루닛은 8%, 인벤티지랩은 15%씩 하락한 상태다. 전체 매출액의 80% 가량을 에스디바이오센서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는 바이오노트는 ‘내부거래 성장’이라는 꼬리표도 달고 있다. 바이오노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설립한 조영식 바이오노트 회장이 2003년에 세운 회사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2대 주주(지분율 24.37%) 자리에 올라있다. 체외진단 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앞세워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당시 공모가 희망밴드를 6만6000~8만5000원으로 제시했던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고평가 논란에 최종 공모가를 5만2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상장 당일 '따상(시초가를 공모가 대비 두 배로 형성한 뒤 상한가에 마감)’에 실패한 뒤 하락곡선을 그리면서 현 주가는 3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주가 흐름을 감안할 때 바이오노트의 주가 방향도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 낮은 공모가 저가 매수 기회 바이오노트는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고 동물 진단 제품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상장 이후 미국 등 글로벌 동물 진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바이오노트 동물용 진단사업 매출의 절반은 동물용 신속 검사에서 나온다. 반려동물 중심의 면역진단, 분자진단, 생화학진단, 요검사 등 제품 출시로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노시원 바이오노트 바이오콘텐츠 사업부문 전무는 “2023년 에스디바이오센서와의 내부거래 비중을 60%까지 줄일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반제품 형태의 공급 비중도 줄어 내후년에는 40%, 이후에는 25%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 방안으로 기존 진단 키트를 독감과 코로나19 구별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바이오노트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코로나19와 계절성 독감은 증상이 유사하지만 치료방법이 달라지는 만큼 의료진에게 이 두 가지 질병을 구분하기 위한 진단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해당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낮아진 공모가도 장점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노트의 공모 가격 기준 시가총액은 9000억원 수준으로, 3분기 기준 회사 순자산 가치인 1조70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바이오노트 상장 주관사 관계자는 “9000원이라는 공모가는 시장 친화적으로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일 수 있다”면서 “3분기 말 현금 보유액만 700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이번 IPO가 단순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닌 신제품 출시 및 신규 사업으로의 도약”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노트에 대해 “고마진인 코로나19 반제품 매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앞으로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 해소가 중요하다”면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인수 진행 중인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와의 사업적 시너지와 현금 보유랑은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보유한 현금과 IPO 자금으로 미국 공장 설립, 협업을 통한 신제품 개발, 글로벌 유통망 확보 전략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성사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2022.12.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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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의장 ‘외국인 총수’ 지정 연기되나

정책이슈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려던 계획이 연기될 전망이다. 부처 간 이견과 통상 마찰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주 초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려던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기획재정부와 개정안 내용 및 향후 추진 일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기업집단 총수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대규모 기업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주식 보유량, 경영 활동에서의 의사 결정, 임원 선임 등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공정위가 정한다. 기업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경영 권한이 있는 사람이 책임도 지도록 하는 게 동일인(총수) 지정제도다. 지난해 공정위는 현대자동차그룹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했다. 효성그룹 총수 역시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바꿨다. 현재 이들 기업을 지배하는 총수가 정몽구, 조석래 명예회장이 아니라 정의선, 조현준 회장이라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인 경우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더라도 그 사람을 총수로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로 쿠팡이 거론된다. 쿠팡은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고 김범석 의장이 쿠팡 계열회사에 영향력을 미치는데도 김 의장이 미국인이란 이유로 총수 지정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쿠팡은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분류된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공정위는 연구 용역을 거쳐 외국인이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동일인 정의·요건 규정을 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부는 공정위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이 한미 FTA 최혜국 대우 규정에 어긋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위가 외국인 총수 지정 방침 계획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동일인 지정 제도가 중복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란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이미 공시와 내부거래에 관해 관련 법령에 따른 규제를 받는데, 한국에서도 규제를 받으면 이중 규제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총수의 사익편취를 막는 것은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기업 총수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적용되는 공정거래법의 동일인 지정 제도를 보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기업집단 현황과 대규모 내부거래 내역, 총수·법인의 주식 소유 현황 등에 대한 공시 의무를 부여한다. 총수의 경우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현황까지 보고해야 한다.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누락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07.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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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총수일가 계열사·친족 누락’ 혐의로 고발

부동산 일반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총수 일가가 보유한 회사를 계열사에서 누락하고, 친족 2명을 은폐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반건설의 동일인(총수) 김상열 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이 보유한 13개 계열사와 친족 2명을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017년에는 청연인베스트먼트 등 9개사, 2017~2020년에는 영암마트 운남점, 2018년에는 세기상사, 2019~2020년에는 삼인기업 등 2개사를 누락했다. 2018~2020년에는 친족 2명을 누락해 사실과 다르게 자료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법 위반행위에 대한 인식 가능성이 높고, 행위의 중대성도 상당하다고 판단해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에 따라 김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 고의적 친족 보유 회사누락·친족 은폐 혐의 구체적으로 김 회장은 2019∼2020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배우자 외삼촌의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인 건설자재유통업체 삼인기업 내용을 누락했다. 김 회장은 호반건설의 주주인 배우자의 외삼촌과 그 아들을 인지하고 있었고, 지분율 요건만으로도 손쉽게 계열사 여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호반건설 직원들도 삼인기업을 친족 회사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2021년 2월 공정위의 조사 이후, 호반건설 측은 같은 해 8월에 삼인기업을 청산시켰다. 호반건설은 3년간 우수협력업체 표창을 받은 기존 거래업체에 사전 설명도 없이 거래를 끊고서 지정자료에서 누락된 삼인기업을 협력업체로 등록해 2020년 7월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당시 삼인기업은 협력업체 등록을 위한 신용 등급 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물량을 몰아주면서 연 매출이 6개월만에 20억원으로 뛰었다. 이중 호반건설과의 거래 비중이 88.2%에 달했다. 또한 김 회장이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세기상사, 영암마트운남점, 열린개발은 김 회장의 사위, 여동생, 매제가 지분 31~100%를 보유한 회사다. 특히 세기상사는 동일인의 사위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동일인은 2018년 2월 호반건설로부터 세기상사의 계열회사 편입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수차례 보고 받고도, 딸의 혼인신고일을 기재하지 않고 계열편입신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해당 회사를 누락했다. 계열편입 기준일은 법정 혼인신고일이다. 김 회장은 동서의 사위가 지배하는 회사인 청연인베스트먼트 등 9개사를 지정자료 제출에서 빠뜨리고, 사위와 매제 등 2명의 친족도 친족현황 자료에서 누락했다. ━ 호반건설 “업무 담당자 단순 실수” 해명 누락 기간 동안 미편입계열사들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공시 의무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특히 삼인기업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서 제외된 상태에서 내부거래를 행하는 등 중대성도 상당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이에 호반건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정자료 제출 시, 일부 친족 및 관련 회사가 누락된 것이 고의가 아닌 업무 담당자의 단순 실수”라며 “공정위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수차례 소명하였음에도 이 점이 반영되지 않아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지정자료 제출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누락된 신고대상을 발견하여 계열 편입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진 시정을 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지정자료를 제출하는 등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담당 인력을 충원하는 등 법규 준수를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호반건설 측은 “누락된 회사는 동일인(김상열 회장)이 주식을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동일인이 1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 회사를 단지 동일인의 친족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집단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친족만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는 그 친족이 동일인에게 알려주지 않는 한, 회사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경우에는 자료 제출 누락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3.17 19:05

3분 소요
‘토종’ 속옷기업 vs ‘파란눈’ 부동산임대업…BYC의 두 얼굴

유통

‘메리야스’로 유명한 토종 속옷기업 BYC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본업인 속옷 사업이 성장한계에 직면한 지 오래고, 올해 들어 3세 승계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각종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경영 참여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BYC 안팎으론 지배구조, 일감 몰아주기, 오너3세 국적 등 동시다발적 악재가 쌓여있는 상황. 최근 BYC 대표가 갑작스레 교체된 데는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임기 1년 반 남았는데…돌연 사임, 왜? 업계에 따르면 BYC는 이달 1일자로 김대환 상무를 대표로 선임했다. 지난달 30일 고윤성 대표가 물러나면서다. 고 전 대표는 1980년 BYC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생산팀, 무역관리 과장, 전산실장, 기획실장 등을 거쳐 수장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2019년 5월 대표직에 처음 오른 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가 2023년 3월까지 연장됐다. 내부에서도 40년 장기 근속자인 그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으로 전해진다. 임기가 1년 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고 전 대표의 교체를 두고 여러 가지 뒷말이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고 대표가 고령과 개인적 사유 등을 이유로 사임했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일각에선 BYC 안팎의 상황이 그만큼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5살 차이. 고 전 대표는 1955년생, 김 대표는 1960년생이다. ‘기획통’이자 안정형인 고 대표보다 ‘재무통’인 김 대표가 회사에 더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BYC 계열회사 신한방과 BYC 관리부 상무를 거쳤다. 대표 선임 직전까지 회사 내 재무 업무를 총괄해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BYC는 워낙 위계질서가 강하고 보수적 색채가 짙은 내부문화로 잘 알려져 한 번 사업을 맡으면 오랜 기간 인사 변동이 없기로 유명하다”면서 “정기인사 시즌도 아니고 갑작스레 물러난 거라 그만큼 회사의 긴박한 위기이자 해결사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돈다”고 분석했다. ━ 부동산이 효자…3세 승계도 클리어 BYC는 백양 메리야스로 유명한 속옷기업으로 잘 알려졌지만 부동산 임대업을 통해 부를 축적해 온 회사다. 섬유부문 매출액은 수년간 줄었지만, 부동산 임대사업 매출이 늘어나면서 외형을 키워왔다. 지난 1분기 BYC의 섬유부문 매출액은 254억원. 건설·분양·임대업에선 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섬유부문이 더 크지만, 부동산임대업에서 훨씬 많은 이익을 남겼다. 섬유부문 영업이익은 13억원, 부동산 임대업에선 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BYC의 부동산 자산은 4942억원에 달한다. BYC 총자산의 7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효자 노릇을 하는 부동산 임대업은 3세 경영 승계에서도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조직 내부 문제와 재무사정을 잘 아는 김 대표가 해결사로 등장한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BYC 창업주는 한영대 회장. 오너가 2세인 한석범 사장은 1997년부터 대표에 올라 사업을 지휘해왔다. 한석범 사장은 아직 1960년생으로 경영에 무리가 없지만 3세인 한승우 상무로의 승계 작업을 이미 마친 상황이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직후 BYC 최대주주가 남호섬유에서 신한에디피스로 변경되면서다. 신한에디피스는 부동산 매매와 임대업을 주 사업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한 상무가 지분 58.34%를 보유하는 기업. 자연스레 1992년생, 올해 서른 살의 한 상무가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된 것이다. 이후 각종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먼저 한 상무의 국적 논란이다. 한 사장은 장은숙씨와의 사이에서 한 상무를 비롯해 지원, 서원 자녀를 두고 있는데, 부인과 세 자녀 모두 캐나다 국적이다. ‘75년 토종 속옷 명가’로 알려진 BYC에 사실상 캐나다인 오너3세가 새 주인으로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동시에 BYC가 그동안 소비자에게 어필해 온 ‘애국 마케팅’도 논란거리가 됐다. ━ 특수관계사 활용 ‘BYC의 승계 방정식’ 특수 관계기업을 통한 승계를 이어오고 있는 BYC의 승계 대물림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등공신은 특수관계사인 남호섬유와 신한에디피스다. 남호섬유는 2세인 한 사장이 BYC 지분을 확보해 나가는 데 핵심역할을 했고, 신한에디피스는 3세인 한 상무로의 승계를 진행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1989년 설립된 남호섬유가 1990년 첫 감사보고서를 냈을 당시 BYC 지분은 12%. 이후 지분을 계속 늘리면서 BYC의 최대주주로 자리했다. 남호섬유의 최대주주였던 한 사장은 자연스레 BYC 지배구조 정점에 섰다. 마찬가지로 신한에디피스는 한 상무가 10대 때부터 최대주주로 설립된 곳. 공교롭게도 설립 자금은 증여재산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5000만원이다. 이른 나이부터 승계를 위한 기초 작업을 해오면서 BYC 주식을 조금씩 매입해 나갔다. 본격적으로 지분을 늘린 건 지난해다. 남호섬유가 BYC 주식을 매도했고 신한에디피스가 그 주식을 매입해나가면서다. 2세와 3세 모두 일찌감치 특수관계사를 앞세워 증여세 한 푼 내지 않고 승계작업을 마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립한 회사에 그룹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고 여기서 벌어들인 돈은 주식 매입 등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된 것”이라며 “증여세 상속세를 피하고 싶은 재벌들은 BYC를 벤치마킹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 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일감 몰아주기 이익 빼돌리기 의심 구조” BYC 지배구조는 남호섬유나 신한에디피스 외에도 창성상품, 신한학원, 제원기업 등 오너 일가가 개인 회사들을 통해 BYC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는 형태다. 이러한 지배구조 약점은 행동주의 펀드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사모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대주주 대열에 오른 것도 BYC가 재무통을 선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 2월부터 장내에서 꾸준히 BYC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목적도 일반투자다. 일주일 만에 지분 5.79%를 보유한 데 이어 지난달엔 1.01%포인트를 추가해 6.8%로 늘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본격적으로 BYC 주주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주주 행동주의 전략을 가미한 트러스톤 ESG 레벨업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해당펀드는 ESG 구성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중 지배구조에 초점을 두고 운용된다. 이 펀드를 통해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낸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이사진 구성이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불법·편법상속 등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한다는 취지인데 문제로 거론된 모든 영역에 BYC가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YC 소액주주들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경영 참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BYC는 많은 특수관계회사의 지배를 받고 거래를 하면서 오너 일가 이익만 챙겨왔다”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 빼돌리기가 상당히 의심되는 구조로, 정상적인 구조라면 이 영업이익이 BYC에 모두 귀속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주는 “대주주가 배당도 안 하고 주주는 오너 일가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트러스톤 측이 선전포고 후 추가 매수하면서 소액주주가 뭉쳐 힘을 보태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BYC 측은 이런 일련의 배경들과 대표이사 교체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BYC 관계자는 “김 대표가 재무만 담당한 건 아니고 총무팀, 기획 재무담당 등을 거쳤다”면서 “특별히 그 역할 때문에 온 것이 아니고 고 전 대표가 물러났기 때문에 역시 BYC 장기근속자인 김 대표가 선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승계에서 비롯된 특수관계사 활용, 국적 논란에 대해선 “초등학교 1학년 때 캐나다로 넘어갔기 때문”이라면서 “다르게 해석될 부분도 없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식 매입과 관련해서는 “시장에서 매수 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할 것도 아니지 않겠냐”면서 “경영권 방어나 이런 것에 대해서도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7.1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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