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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속옷기업 vs ‘파란눈’ 부동산임대업…BYC의 두 얼굴

오너3세 승계 두고 국적 논란까지…‘재무통’ 대표 교체 배경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대주주 합류…주주활동 가능성 커져

 
 
BYC 런닝셔츠, BYC CI [사진 BYC]
 
‘메리야스’로 유명한 토종 속옷기업 BYC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본업인 속옷 사업이 성장한계에 직면한 지 오래고, 올해 들어 3세 승계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각종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경영 참여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BYC 안팎으론 지배구조, 일감 몰아주기, 오너3세 국적 등 동시다발적 악재가 쌓여있는 상황. 최근 BYC 대표가 갑작스레 교체된 데는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기 1년 반 남았는데…돌연 사임, 왜? 

업계에 따르면 BYC는 이달 1일자로 김대환 상무를 대표로 선임했다. 지난달 30일 고윤성 대표가 물러나면서다. 고 전 대표는 1980년 BYC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생산팀, 무역관리 과장, 전산실장, 기획실장 등을 거쳐 수장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2019년 5월 대표직에 처음 오른 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가 2023년 3월까지 연장됐다. 내부에서도 40년 장기 근속자인 그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으로 전해진다.  
 
임기가 1년 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고 전 대표의 교체를 두고 여러 가지 뒷말이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고 대표가 고령과 개인적 사유 등을 이유로 사임했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일각에선 BYC 안팎의 상황이 그만큼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5살 차이. 고 전 대표는 1955년생, 김 대표는 1960년생이다. ‘기획통’이자 안정형인 고 대표보다 ‘재무통’인 김 대표가 회사에 더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BYC 계열회사 신한방과 BYC 관리부 상무를 거쳤다. 대표 선임 직전까지 회사 내 재무 업무를 총괄해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BYC는 워낙 위계질서가 강하고 보수적 색채가 짙은 내부문화로 잘 알려져 한 번 사업을 맡으면 오랜 기간 인사 변동이 없기로 유명하다”면서 “정기인사 시즌도 아니고 갑작스레 물러난 거라 그만큼 회사의 긴박한 위기이자 해결사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이 효자…3세 승계도 클리어  

BYC는 백양 메리야스로 유명한 속옷기업으로 잘 알려졌지만 부동산 임대업을 통해 부를 축적해 온 회사다. 섬유부문 매출액은 수년간 줄었지만, 부동산 임대사업 매출이 늘어나면서 외형을 키워왔다. 지난 1분기 BYC의 섬유부문 매출액은 254억원. 건설·분양·임대업에선 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80년대 백양 전주공장에서 한 직원이 자수를 놓은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BYC]
 
매출은 섬유부문이 더 크지만, 부동산임대업에서 훨씬 많은 이익을 남겼다. 섬유부문 영업이익은 13억원, 부동산 임대업에선 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BYC의 부동산 자산은 4942억원에 달한다. BYC 총자산의 7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효자 노릇을 하는 부동산 임대업은 3세 경영 승계에서도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조직 내부 문제와 재무사정을 잘 아는 김 대표가 해결사로 등장한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BYC 창업주는 한영대 회장. 오너가 2세인 한석범 사장은 1997년부터 대표에 올라 사업을 지휘해왔다. 한석범 사장은 아직 1960년생으로 경영에 무리가 없지만 3세인 한승우 상무로의 승계 작업을 이미 마친 상황이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직후 BYC 최대주주가 남호섬유에서 신한에디피스로 변경되면서다. 신한에디피스는 부동산 매매와 임대업을 주 사업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한 상무가 지분 58.34%를 보유하는 기업. 자연스레 1992년생, 올해 서른 살의 한 상무가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된 것이다. 
 
이후 각종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먼저 한 상무의 국적 논란이다. 한 사장은 장은숙씨와의 사이에서 한 상무를 비롯해 지원, 서원 자녀를 두고 있는데, 부인과 세 자녀 모두 캐나다 국적이다. ‘75년 토종 속옷 명가’로 알려진 BYC에 사실상 캐나다인 오너3세가 새 주인으로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동시에 BYC가 그동안 소비자에게 어필해 온 ‘애국 마케팅’도 논란거리가 됐다.
 

특수관계사 활용 ‘BYC의 승계 방정식’

특수 관계기업을 통한 승계를 이어오고 있는 BYC의 승계 대물림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등공신은 특수관계사인 남호섬유와 신한에디피스다. 남호섬유는 2세인 한 사장이 BYC 지분을 확보해 나가는 데 핵심역할을 했고, 신한에디피스는 3세인 한 상무로의 승계를 진행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1989년 설립된 남호섬유가 1990년 첫 감사보고서를 냈을 당시 BYC 지분은 12%. 이후 지분을 계속 늘리면서 BYC의 최대주주로 자리했다. 남호섬유의 최대주주였던 한 사장은 자연스레 BYC 지배구조 정점에 섰다.  
 
마찬가지로 신한에디피스는 한 상무가 10대 때부터 최대주주로 설립된 곳. 공교롭게도 설립 자금은 증여재산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5000만원이다. 이른 나이부터 승계를 위한 기초 작업을 해오면서 BYC 주식을 조금씩 매입해 나갔다.  
 
본격적으로 지분을 늘린 건 지난해다. 남호섬유가 BYC 주식을 매도했고 신한에디피스가 그 주식을 매입해나가면서다. 2세와 3세 모두 일찌감치 특수관계사를 앞세워 증여세 한 푼 내지 않고 승계작업을 마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립한 회사에 그룹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고 여기서 벌어들인 돈은 주식 매입 등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된 것”이라며 “증여세 상속세를 피하고 싶은 재벌들은 BYC를 벤치마킹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 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일감 몰아주기 이익 빼돌리기 의심 구조” 

BYC 지배구조는 남호섬유나 신한에디피스 외에도 창성상품, 신한학원, 제원기업 등 오너 일가가 개인 회사들을 통해 BYC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는 형태다. 이러한 지배구조 약점은 행동주의 펀드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사모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대주주 대열에 오른 것도 BYC가 재무통을 선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 2월부터 장내에서 꾸준히 BYC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목적도 일반투자다. 일주일 만에 지분 5.79%를 보유한 데 이어 지난달엔 1.01%포인트를 추가해 6.8%로 늘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본격적으로 BYC 주주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주주 행동주의 전략을 가미한 트러스톤 ESG 레벨업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해당펀드는 ESG 구성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중 지배구조에 초점을 두고 운용된다.
 
이 펀드를 통해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낸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이사진 구성이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불법·편법상속 등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한다는 취지인데 문제로 거론된 모든 영역에 BYC가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YC CI [사진 BYC]
BYC 소액주주들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경영 참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BYC는 많은 특수관계회사의 지배를 받고 거래를 하면서 오너 일가 이익만 챙겨왔다”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 빼돌리기가 상당히 의심되는 구조로, 정상적인 구조라면 이 영업이익이 BYC에 모두 귀속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주는 “대주주가 배당도 안 하고 주주는 오너 일가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트러스톤 측이 선전포고 후 추가 매수하면서 소액주주가 뭉쳐 힘을 보태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BYC 측은 이런 일련의 배경들과 대표이사 교체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BYC 관계자는 “김 대표가 재무만 담당한 건 아니고 총무팀, 기획 재무담당 등을 거쳤다”면서 “특별히 그 역할 때문에 온 것이 아니고 고 전 대표가 물러났기 때문에 역시 BYC 장기근속자인 김 대표가 선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승계에서 비롯된 특수관계사 활용, 국적 논란에 대해선 “초등학교 1학년 때 캐나다로 넘어갔기 때문”이라면서 “다르게 해석될 부분도 없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식 매입과 관련해서는 “시장에서 매수 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할 것도 아니지 않겠냐”면서 “경영권 방어나 이런 것에 대해서도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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