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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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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김홍일 사퇴 이틀 만에 이진숙 지명…李 “지금 언론은 흉기”

정책이슈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야당의 탄핵 절차를 앞두고 자진 사퇴한 지 이틀 만에 후임자를 지명한 것이다. 이는 방통위 수장 공백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언론 개혁'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최근 방통위는 1년도 채 안 돼 수장이 두 차례나 사퇴하는 상황을 겪었다.이동관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취임 석 달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홍일 전 위원장 역시 지난 2일 본인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기 전 스스로 물러났다.윤 대통령은 이후 이틀 만인 이날 MBC 방송기자 출신이자 지난 대선 당시 캠프 언론 특보를 지낸 이 후보자를 후임자로 내세웠다.방통위 운영 체제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고, 이어지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이 후보자는 지명 발표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영방송 등의 보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가감 없이 밝혔다.이 후보자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논란, ‘청담동 술자리’ 보도 논란, ‘김만배 허위 인터뷰’ 보도 논란 등을 열거하며 “언론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공기라 불리지만, 지금은 공기가 아닌 흉기로 불리기도 한다”고 날을 세웠다.그러면서 “언론이 정치권력, 상업 권력의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먼저 그 공영방송들이 ‘노동 권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현재의 공영언론이 민주노총 등 정권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천명한 셈이다.이와 함께 이 후보자는 김홍일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방통위를 5인 상임위원 체제로 정상화하고, KBS·MBC·EBS 등 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공영방송 이사를 새롭게 선임한다는 구상도 밝혔다.문제는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방송장악으로 규정한 야권은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파상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만일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더라도 야당이 다시 탄핵 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만약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통과시킬 경우 방통위는 또 업무 마비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이렇게 되면 ‘야당의 탄핵 추진 → 방통위원장 사퇴 → 새 후보자 지명’이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2024.07.04 20:24

2분 소요
인구절벽 해법, 출산율만 보면 안 된다

산업 일반

한국의 인구절벽은 이미 시작됐다. 0명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경쟁력 저하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각계 전문가들은 지난 21일 성황리에 개최된 제 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인구절벽 문제를 뛰어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거듭나기 위한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지난 21일과 22일 양일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각계 전문가들이 한국의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를 진단하고, 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 원인을 성불평등에서 찾았다. 사회에 만연한 성불평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결혼시장 리스크(Risk·위험도)를 높였고 출산율 감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그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예외적인 부분이 많은 국가”라며 “전 세계에서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가장 높지만, 가사 노동의 85%가 여성이 부담하고 있는 점도 매우 극단적”이라고 말했다.이어 “고용 부문의 젠더 갭(Geder Gap)도 자녀가 있는 경우 굉장히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 여성은 결혼을 안 하고 자녀를 안 낳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혼이 여성에게 ‘나쁜 거래(Bad Deal)’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또 “최고 가임 연령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젠더 불균형이 가장 높아 결혼시장 미스매치를 불러 일으킨다”며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출산율을 보통 2.1명이라고 보는데, 이를 위해선 젠더 균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한국은 인구 대체를 위한 합계 출산율이 최소 2.3명은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절벽 원인은 ‘서울공화국’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수도권에 집중된 기형적인 인구 구조를 인구절벽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싱가폴 등 출산율이 낮은 도시 국가와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서울로만 몰려들어 불필요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그는 “우리 인구센터는 수도권 인구 집중이 저출산 근본원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지금 우리나라엔 서울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초경쟁과 초저출산의 관계에 동의하고 있다”며 “그래서 정해진 미래를 바라볼 때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야 하며 공존과 미래지향적 시각, 미래세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조 교수는 인구감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그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 감소는 35년전 예측한 그대로다. 인구는 예측이 가능하다”면서 “대한민국 인구는 2050년이 넘어가면 1년에 60만명씩 사라지게 되고 2100년에 2000만명이 깨질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어 “출산율을 올리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이 전망에서도 합계 출산율을 2030년부터 1.3명으로 회복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에서 나온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미래를 우울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또 “인구로 미래를 예측하면 반드시 대비해야할 게 떠오르고 그걸 대비하면 미래는 희망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정해진 미래는 틀려야 할 미래지 역설적으로 정해진 미래여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교육·노동·연금 등 다양한 주제 눈길이후 진행된 세션에서는 ‘오늘의 학교, 내일의 교육’을 주제로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와 손주은 메가스터디 그룹 회장, 전 교육부 차관을 지낸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경쟁위주의 교육방식, ‘의치한약수’(의대ㆍ치대ㆍ한의대ㆍ약대ㆍ수의대의)를 들어가기 위해 과열된 사교육 시장 등 현 교육시스템 문제를 진단하고, 나아갈 교육방식에 대해 논의했다.또 ‘사라지는 지방, 소멸하는 한국’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는 김관영 전라북도 도지사와 와타나베 이타루, 와타나베 마리코 일본 다루마리 빵집 대표, 박준규 라온서피리조트 대표이사, 남성준 주식회사 다자요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지방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둘째 날에도 인구절벽에 대한 사회 각계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열띤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둘 째날 기조연설자로는 인구학 도서인 ‘인구의 힘’ 저자 폴 몰런드 박사가 나선다. 그는 해외의 인구문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독일, 출산율이 유일하게 늘고 있는 아프리카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또 ‘연금, 대전환이 필요한 순간’ 세션을 통해서는 연금개혁에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다. 일본 연금개혁의 대가인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만나 일본과 한국의 연금개혁 상황을 교류하고 우리나라의 연금개혁 방향을 모색한다.‘길 잃은 일자리 문제, 인구로 답한다’ 세션에서는 노동계 전문가들이 ‘노동개혁’을 두고 뜨거운 토론을 이어간다. 먼저 겐조 에이코 아시아대 경제학부 교수가 일본의 생산인구 감소 문제 타개법을 소개하고, 28년간 고용노동부에서 노동관련 정책을 다뤘던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과 노동조합 출신 국회의원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여해 ‘정년연장’과 ‘노동시간’ 등 노동계 화두를 집중 조명한다. 토론 좌장은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이 맡는다.이동우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인구절벽이 바꾼 산업 트렌드와 경제’ 강연을 통해 미래 경제 주체로 떠오른 ‘액티브(활동적인) 시니어’를 위한 트렌드를 소개한다. 또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로봇 등 첨단 기술 발전이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2023.06.21 18:00

4분 소요
노동개혁 앞장 선 경총…종합경제단체로 변화

산업 일반

한국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온 경제 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가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회장 직무대행 시대를 맞았고, 양대 경제 단체 중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에 나서며 현 정부와 적극 교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사실상 양대 경제 단체 구도가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통합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수출 부진 속 한국무역협회(무역협회)의 역할론이 힘을 받고 있다. 네 번 연임에 성공한 김기문 회장의 중소기업기중앙회(중기중앙회)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경제 5단체의 현주소를 짚어본 이유다.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 등 최근 노동 관련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런 쟁점을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경제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3월 6일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유연화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일주일 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을 관리해 노동자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도록 했는데, 앞으로는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하고 최대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날 경총은 앞장서 입장문을 내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낡은 법, 제도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경총은 “그동안 산업현장에서는 주 단위 연장근로 제한 등 획일적·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로 업무량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 변경은 업무집중이 필요한 경우에 주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또 “극단적 사례를 들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거나 근로자 건강권을 해친다는 노동계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법 개정안이 지난달 야당 단독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을 때도 경총은 경영계를 대표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경총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밝혔고 경영계가 개정안 심의 중단을 촉구했었다”며 “그럼에도 야당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경영계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을 목적으로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총을 비롯한 경영계는 규정에 어긋나는 파업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해당 법안을 비판해왔다.경총은 “(노란봉투법이)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대상으로 끌어들인다”며 “결국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노사 갈등이 급증하고 산업 현장에는 ‘파업만능주의’가 만연할 것”이라고도 했다.3 연임에 성공 손경식 회장, 할 말 하는 기업인 평가일각에서는 손경식 경총 회장 취임 후 종합경제단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든이 넘은 원로 기업인이지만, 현 CJ그룹 회장이면서 과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8년간 역임한 경험을 살려 기업과 경제단체가 직접 하기 힘든 지적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회장단 추대와 회원사들의 만장일치로 경총 회장 3 연임에 성공한 그는 2024년까지 경총을 이끌 예정이다. 경총 회장은 연임 제한이 없어 앞으로도 손 회장의 역할이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손경식 회장은 경총과 전경련을 통합해 경제단체의 위상을 다시 세우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허창수 전 전경련 회장이 사퇴의 뜻을 밝힌 직후 손 회장은 “전경련 회원사들이 추대하면 (전경련 회장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전경련과 통합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일본경제인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일본경영자단체연맹(닛케이렌)이 통합해 현 게이단렌을 출범했는데, 국내에서도 전경련과 경총의 통합으로 이런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2022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단체 통합과 싱크탱크 설립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경제단체가 두 개(전경련‧경총) 있을 필요가 있나. 둘이 힘을 합치면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며 “두 개를 통합하고 헤리티지재단(미국의 보수주의 성향의 싱크탱크)같이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기관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었다.경총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인 노동개혁에 발맞춰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기업들은 경쟁국보다 여전히 강력한 시장규제와 경직적 노동환경 속에서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한다”며 “시대변화에 맞게 낡은 법·제도를 고치고 신산업 진출과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높은 진입장벽은 허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세제 환경 조성, 노동시장 개혁, 시장의 자율성과 유연성 제고 등을 언급했다. 이는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맥이 닿아 있다는 평가다.지난달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도 손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고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비합리적인 규제를 개혁하고 자유롭고 역동적인 경영환경을 시급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안상훈 사회수석 대독)를 통해 “우리 앞에 놓인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대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노동개혁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 구조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정비하고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며 “기업도 미래세대를 위한 노동개혁에 적극 동참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2023.04.02 09:00

4분 소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움직임에 국민의힘·노동계 충돌하나

정책이슈

정부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움직임에 노동계와 여당이 결국 첫 충돌했다. 국민의힘이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중대재해처벌법 수위를 낮추는 개정안을 추진하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14일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이 개정을 밀어붙이면 노동계와의 갈등 파장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새 정부의 노동계 출신 고용노동부장관이 ‘친(親) 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대통령과 자신의 친정인 노동계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할지 대해서도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새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을 총괄할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정식 전 한국노총 사무처장을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대선 경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경쟁자인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에 대해 공개 지지를 선언했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당선 후 지난 4월 한국노총을 찾아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동호 사무총장 등 한국노총 수뇌부와 만났다. 이어 윤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에 노동계 출신 인사를 앉힌 것이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사업장에 작업환경 표준을 적용하고 예방 감지 관련 정보통신 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경우 처벌 형량을 줄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법무부 장관에게 중대재해 예방 기준 고시, 처벌 형량 감경 등을 맡기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개정안은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발의하고 권성동·김상훈·박덕흠·이명수·이종성·이주환·정진석·조명희·지성호 의원이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개정 배경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자는 전제를 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법이 규정한 의무를 지켰을 때 그에 맞춰 처벌 수위를 조절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업주·경영자가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데도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형량을 감경 받아 억울한 피해를 받지 않게 하자는 의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사업주·경영자에 대한 처벌을 줄여주기 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한국노총도 14일 성명을 발표 “이번 법 개정 시도가 사용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형을 감경·면제받을 수 있게끔 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을 사문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재계가 삼각편대를 이뤄 노동자의 목숨을 팔아 사용자 배를 불리겠다는 의도”라며 “정경 유착의 포문을 연 것”이라고 항의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를 위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대기업 산업재해 여전 국민의힘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시동을 건 것은 윤석열 정부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반(反)기업 규제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쳐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토론 때 ‘(사업주·경영자) 구속 요건이 애매하다’, ‘형사 기소할 경우 여러 법적 문제에 걸릴 수 있다’, ‘기업인들의 경영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라고 언급했다. 즉, 처벌 여부를 판가름해야하는 법 기준부터 모호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된 직후 ‘친(親) 재계’ 성향을 드러내며 기업에 적극 다가섰다. 그러자 재계는 윤 대통령과 만날 때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경영자를 옥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처벌 수위를 낮추는 법 개정을 계속 요구해왔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는데도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특히 대기업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법 시행 후 지금까지 발생한 주요 대형 사고로는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토사 붕괴로 근로자 3명 매몰 사망 ▶2월 8일 요진건설산업의 판교 제2테크노밸리 업무시설 공사장 작업자 2명 추락 사망 ▶2월 11일 여천NCC 열교환기 폭발로 근로자 4명 사망 4명 부상 ▶2월 14일 한솔페이퍼텍 고형 연료 운반작업 중 트럭 전복으로 근로자 1명 사망 ▶3월 2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도금 공정 작업 중 대형 도금용기에 빠져 근로자 1명 사망 ▶3월 3일 LG디스플레이 P9 공장에서 고압 전선 시설 부스덕트 설치 중 LS전선 근로자 4명 감전사고 ▶3월 13일 DL이앤씨(옛 대림산업 건설·플랜트 사업부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5공구 공사 중 대형 전선드럼 이탈로 하청업체 근로자 1명 충격 사망 ▶4월 9일 코오롱글로벌의 대전 중구 주상복합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바닥판 붕괴로 추락한 하청업체 근로자 4명 중경상 ▶5월 19일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 사고로 10명 사상자 발생 등이 있다. 한편, 윤 정부와 국민의힘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나서면서 고용노동부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노동계가 주목하고 있다. 또한 노동계를 끌어안겠다고 밝힌 윤 정부가 이번 법 개정에 어떤 반응을 내비칠 지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새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을 총괄할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정식 전 한국노총 사무처장을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대선 경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경쟁자인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에 대해 공개 지지를 선언했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당선 후 지난 4월 한국노총을 찾아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동호 사무총장 등 한국노총 수뇌부와 만났다. 이어 윤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에 노동계 출신 인사를 앉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마련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자에게 최고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내린다는 내용이다. 상시근로자가 50인 미만, 공사금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사업과 사업장엔 2024년부터 적용한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2022.06.14 20:00

4분 소요
尹 정권 고용부장관 후보에 한국노총 ‘브레인’ 이정식 지명

산업 일반

윤석열 정권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 지명됐다. 이 후보는 1986년에 들어간 한국노총을 주 무대로 정책연구위원·조사부장·기획조정국장·대외협력본부장·투쟁상황실장·사무처장 등을 지내며 30여년 동안 활동해온 노동전문가다. 2004~2006년에는 건설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그 뒤 한국노총으로 돌아와 정책본부장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2012년엔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7년엔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맡았는데 노동계 출신으론 처음이었다. 그 동안 정부 출신이 재단 사무총장을 맡던 관행을 깬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지금까지 역임한 주요 이력들을 살펴보면 한국노총 정책연구위원·조사부장·기회조정국장·정책기획국장·대외협력본부장·투쟁상황실장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연구위원•파견근로자연구회 연구위원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전문위원(1~2기)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1~3기) ▶한국노총 기획조정본부장 ▶건설교통부(국토교통부 옛 이름) 장관 정책보좌관 ▶건설근로자공제회 비상임이사 ▶21세기노사관계 연구회장 ▲서울디지털대 e-경영학부 전임교수 ▶한국노총 사무1처장 겸 정책본부장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한국노총 사무처장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건설근로자공제회 비상임이사 ▶삼성전자 노무분야 자문위원 등이다. 삼성전자가 2020년 이 후보에게 자문위원을 맡긴 것은 삼성전자 내부에 한국노총을 상급 단체로 둔 노조가 출범하면서 영입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었다. 윤석열 정권의 내각 인선이 3~4일 전에 대부분 윤곽을 드러낸 것과 달리 고용노동부 장관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자리는 발표가 계속 지연됐다. 게다가 윤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꺼낸 ‘주 120시간 근무’ 발언으로 근로시간 유연화 구상은 노동계와 대립각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 브레인’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이 후보자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발탁한 윤 당선인의 인사 결정에 노동계도 한국노총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4.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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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코레일-SR 통합’ 논의 “연내 결정하겠다” [2021 국감]

정책이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스알(SR) 통합’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는 통합의 장단점을 분석해 연내 통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철도기관 국정감사에서 국토위원들은 코레일과 에스알(SRT 운영사)의 통합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날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X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T를 운영하는 SR은 경쟁 체제라고 한다”면서도 “SR이 코레일에서 열차 22대를 임대하고 SR 1~3급 직원 상당수가 코레일 출신인 구조에서는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SR 대표이사와 3명 본부장, 간부 184명 중 84%가 코레일 출신이고 SR의 코레일 지분은 41%에 달한다. 그는 “제대로 된 경쟁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SR이 독립적인 재무구조 체제를 갖추고 차량도 직접 구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지역민 편의라는 명목으로 전라선에 SRT를 투입해 철도 쪼개기 대못을 박고 있다”며 “지역민 편의를 위해선 KTX를 증편하면 되는데 굳이 SRT를 투입하려 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철도 통합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코레일-SR 통합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코레일과 SR 통합을 철도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정부는 2018년 SRT 운영사인 SR을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라선에 SRT를 새롭게 투입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고속철도 통합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의원들의 질의에 강희업 국토부 철도국장은 “코레일과 SR 통합은 경쟁 체제와 중복 비용 등에서 각각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며 “전문가와 노조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이 사안을 논의 중인 만큼 4차 철도산업기본계획을 통해 연내 결정을 내리겠다”고 답했다. 국토부는 한국교통연구원에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관련 연구 용역을 주고 코레일과 SR 통합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코레일 측인 철도노조와 SR 노조, 국가철도공단 노조 등도 참여해 논의 중이다. 연구 결과는 11월께 발표된다. 다만 SRT 전라선 투입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왕국 코레일 사장직무대행과 권태명 SR 대표는 “SRT의 전라선 투입은 정부 정책 사업의 일환”이라며 “코레일-SR 통합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현재 전라선에 투입될 SRT의 정비를 끝내고 시험운전을 시행 중인 단계”라며 “차량정비는 11월 중순 이후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10.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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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이 충돌할 수 있다?

국제 이슈

북한이 전면전에선 완패하겠지만 자국 군사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에는 거세게 반격할 듯 북한은 지난 5월 21일 또 다시 신형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시험발사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발사돼 약 500㎞를 날아가 동해에 떨어졌다.이번 미사일 발사는 잇따른 북한의 군사력 과시 도발에서 최신 사례다. 그에 따라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행위에 대해 계속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몇 가지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북한은 왜 미사일을 시험발사를 계속할까?북한은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한다. 미사일 시험발사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광명성절) 등 북한에 상징적으로 중요한 날에 실시되는 경우가 많으며 국제적인 라이벌 국가들을 위협하기 위한 선전 전술로 활용된다.북한은 올해 몇 차례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나?북한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8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두 차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지역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하는 시점에 실시됐다. 예를 들어 KN-15 고체연료 지대지 미사일은 지난 2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질 때 발사됐다.북한이 개발 중인 ‘항모 킬러’ 대함탄도미사일(ASBM) KN-17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기 직전인 지난 4월 4일 발사됐다. 두 정상은 북한의 군사·핵 야망을 억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지난 5월 21일엔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르는 로켓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극성 2형’으로 알려진 이 지대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북한이 상당히 접근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 22일 전날 이뤄진 ‘북극성 2형’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며 지난 5월 14일 ‘화성-12’ 미사일 시험발사에도 성공한 사실을 부각했다. “우리의 군수노동계급은 얼마 전 미 태평양사령부가 둥지를 튼 하와이와 미국 알래스카를 사정권 안에 두고 있는 신형 중장거리 전략 탄도로켓(화성-12) 시험발사에서 성공한 그 기세, 그 기백으로 줄기찬 연속 공격전을 벌였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에 어떻게 반응했나?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북한이 매우 못되게 굴고 있다”면서 “북한이 지난 수년간 미국을 농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CBS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꽤 영리한 친구”라며 그를 만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지난 5월 2일 블룸버그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는 것은 “영광일 것이다”고 말했다.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하는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해군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부근에 파견해 한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한국에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다. 사드는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망 역할을 한다.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중국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4월 21일 트위터에서 “중국은 북한의 엄청난 경제적 생명줄이다. 쉬운 일은 없지만 그래도 만약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면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중국이 도와주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이었다.중국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자 무역 파트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양국 관계가 삐걱거리는 조짐을 보였다. 중국은 유엔의 북한 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이 베이징-평양 노선을 일시 중단했다. 이처럼 중국마저 제재를 강화하자 북한은 중국에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지난 5월 23일 유엔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열고 기존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현재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인 의지에 달렸다”며 “대화가 매우 중요하며, 대화를 통해서만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밝혔다.핵전쟁 가능성은?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 통신에 “북한과 중대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어린 나이에 집권한 북한 김정은을 신뢰하지 않으며, 김정은이 이성적이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011년 정권을 잡은 이래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지난해 9월엔 유엔 결의를 무시하고 5차 핵실험도 강행했다. 분석가들은 지난 5월 21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이 괌을 포함해 태평양의 주요 미군 기지를 타격하기에 충분한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번 시험발사는 ICBM 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중대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엄포와 위협을 가하는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과 전면전을 치를 경우 압도적으로 패하겠지만 북한 군사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에는 거세게 반격할 것으로 내다본다.한국과 일본에서 근무한 적 있는 미군 특수부대 출신의 데이비드 S. 맥스웰 퇴역 대령은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과 핵시설만을 파괴하기 위한 선제공격이라고 해도 북한은 반드시 반격할 것”이라며 “그게 바로 전략가들과 정책입안자들이 빠진 딜레마”라고 말했다.- 톰 포터 뉴스위크 기자

2017.06.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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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의 G(글로벌)와 I(나)사이 HR(11)

산업 일반

참 질기도록 오래 이어진다. 정치리스크가 경제와 기업 경영을 옥죄는 관행 말이다. 한 방에 훅 가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내 정치 문제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경영전략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래서 그동안 들렀던 외국의 사례를 다시 들춰보게 됐다.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는 길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해서다. 2012년 2월, 스페인은 전면적인 노동개혁을 단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다. 근로자의 근무시간, 직무와 같은 근로조건을 쉽게 조정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경영상 해고 규정을 명확하게 바꿨다. 3분기(9개월) 연속으로 매출이 감소하면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임금제도는 무조건 물가상승률을 반영토록 한 걸 폐지했다. 하나같이 인사관리측면에서 보면 획기적인 내용이다. 이런 조치 덕분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유럽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는 비아냥을 듣던 스페인은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2014년 2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창출된 일자리는 유로존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다. 해고 규정이 명확해지면서 2014년 대비 2015년 정리해고자는 1년 만에 70.4%나 줄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고용조정을 탄력적으로 하면서 노사가 협상한 결과다. 예전의 전투적 노사관계는 수그러들었다. ━ 기업경영을 위협하는 정치리스크 그런데 요즘 스페인 정부나 경영계는 2단계 노동개혁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관망 중이다. 노동개혁은 보통 첫 단추를 꿴 뒤 서너 차례 후속 개혁조치가 뒤따라야 고용시장이 안정된다. 한데 스페인에선 후속 작업은 고사하고 개혁 작업이 역주행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코트라(KOTRA) 김기중 마드리드 무역관장은 “정치불안이 향후 스페인 경제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10월29일에야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총리가 하원에서 신임투표에 성공하며 300일간의 무정부상태를 끝냈다. 하지만 과반 정당이 없는 4당 체제로 라호이 2기가 출범했다. 최약체 정부다. 김 관장은 “새로 연정에 참여하는 좌파정당은 노동개혁을 원점으로 돌릴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당과 협상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노동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기업을 경영하는 데 이보다 더 큰 위협이 없다. 이른바 정치리스크다. 자칫하면 스페인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스페인 경영자총협회(CEOE) 아나 에레스 플라사(Ana Herraez Plaza) 노사대책본부장은 “노동개혁 이후 경제가 아주 좋아졌는데, 정치상황이 불투명해 향후 더 좋아질지 오히려 나빠질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 스페인이 2000년대 들어 경제위기를 겪었던 이유도 정치불안 때문이었다. 이걸 노동개혁으로 반전시켰다. ━ 경영계가 먼저 노동계와 대화 나서야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1월 13일 “세계 각국이 포퓰리즘 정부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치리스크에 대처할 준비를 하라는 얘기다. 딱 한국이 처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확정되고, 대선이 조기에 치러지면 다음 정부는 역대 최약체 정부가 될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리지도 못하고 곧바로 직무가 시작된다. 직무 수행 전에 정책을 조율하거나 수정, 보완하는 작업이 생략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없다. 선거 과정에서 공표한 각종 공약을 정책으로 포장해 여과없이 쏟아낼 수 있다. 벌써 각 대권주자들은 기존 정책의 수정과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판이다. 민심에 따라 정치와 정책 행보가 갈지자를 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야말로 암담한 현실이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그러나 스페인과 달리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정권이 바뀐다고 개혁 행보를 멈추거나 늦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독일에선 2002년 하르츠위원회가 ‘노동시장의 현대화를 위한 개혁안’을 제시한 뒤 지금까지 4단계에 걸쳐 개혁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스웨덴은 2014년 선거에서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인 스테판 뢰프벤(사민당)이 총리에 당선됐다. 실업급여 축소와 같은 노동개혁을 단행한 프레드릭 레인펠트 총리(보수당)를 눌렀다. 그러나 레인펠트 총리가 진두지휘했던 개혁작업은 중단되지 않았다.강력한 노조가 버틴 프랑스에선 이례적일 정도로 노동개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1일부터는 경영상해고 요건까지 완화했다. 이른바 ‘엘 콤리 법(Loi El Khomri)’으로 불리는 노동법 개정안 제67조가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10인 이하 사업장은 1분기 동안, 50인 미만 사업장은 2분기 연속, 300인 이상 사업장은 4분기 연속 주문량이나 매출이 크게 떨어지면 경영상 해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리해고 요건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전까지는 한국처럼 ‘현실적이고 중대한 이유가 있을 경우’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규정돼 있었다. 만약 이 규정을 기업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법원에서 판단하면 회사는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했다. 법적 판단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회사가 도산의 위기에 몰리지 않으면 해고가 어려웠다. 경영위기에 따른 사전 자구 노력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뜻이다.일본도 2000년대 중반부터 파견규제를 없애고, 파견 근로자 고용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는가 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해소를 위한 제도화에 나서는 등 지금까지 개혁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이렇게 움직이는 동안 한국은 노동개혁의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치리스크까지 겹쳐 정치변화에 경제가 휘둘릴 판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결국 경영계는 경영계대로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에 대응하기 위해선 연구결과를 내놓고, 필요하다면 노동계의 요구를 꼼꼼하게 따져 적절한 수준에서 수용하는 전향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 경영계는 노동계의 얘기에 적극적인 반대 입장만 견지했다. 그러다 정부가 나서면 마지못해 끌려갔다. 전세계 노동개혁은 경영계가 노동계를 먼저 설득하고, 끈질기게 대화하는 데서 출발했다. 어쩌면 그래서 선진국의 경영계가 정치권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김기찬 논설위원·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2017.01.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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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철의 이슈의 이면 (1) | 성과연봉제가 산으로 가는 이유] 계약 본질보다 도입 성과에 집착한 정부의 패착

정책이슈

경제혁신의 상징으로 밀어붙여... ‘저성과자 퇴출이 목표 아니다’ 모순된 주장 올리버 하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핀란드 출신의 벵트 홀름스트룀 MIT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함께 받았다. 계약이론 정립에 공헌한 공로다. 계약 내용과 인센티브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당사자들의 행동과 조직의 효율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단기 성과에 근거해 보수를 받는 경영자는 장기적 기술 개발이나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덜 고려하게 된다. 몇 가지 정량 평가에 큰 비중을 두면 근로자들은 전체 업무의 효율보다 평가 항목에만 신경을 쓴다.이 두 사람이 연구해볼 만한 일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때아닌 추투(秋鬪) 얘기다. 9월부터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노조, 철도와 지하철을 운행하는 공공운수노조, 종합병원 중심의 보건의료노조가 잇따라 파업을 했다.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노조도 비슷한 시기에 파업에 동참했다. 대개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는 임금 협상 시즌인 봄과 여름에 주로 벌어진다. 그래서 춘투(春鬪)·하투(夏鬪)가 시끄러운 노사관계를 표현하는 단어가 돼왔다. 하지만 올해엔 가을에 파업이 집중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파업의 진앙이라는 점도 예전과 다소 다른 모습이다. ━ 노조는 ‘추투’로 기득권 지키기 갈등의 핵심엔 ‘성과연봉제’가 자리잡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정부가 공공부문 혁신을 명분으로 도입하려 하는 제도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같은 연차면 같은 임금을 받는 호봉제를 성과 연동형 임금체계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른바 ‘철밥통’을 깨뜨려 경쟁적 요소를 도입하면 전체 공공부문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전체의 7%가량인 고위직에 적용해왔던 걸 4급 이상인 전체의 70%로 확대했다. 고성과자와 저성과자 간의 임금 인상률도 현재 기본급의 2%에서 3%로 확대했다. 민간으로 가면 차이는 더 커진다. 은행연합회는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에서 같은 직급에서도 최대 40%까지 격차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천명했고, 올 1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전체 공공기관으로의 전면 확대를 주문했다. 현재 120개 공공기관, 90개 준정부기관, 143개 지방 공기업 대부분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으로 집계된다. 반년도 안돼 거둔 ‘성과’ 치곤 꽤 짭짤하다.노동계가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다. 그 결과가 대규모 파업이다. ‘공공기관의 성과주의는 공공이익을 침해해 오히려 국민 피해를 초래한다’는 게 노조의 명분이다. 성과연봉제가 민영화나 쉬운 해고의 물꼬를 열기 위한 제도라는 의구심도 강하다. 노사 합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실제로 상당수 기관은 정부 독촉에 못 이겨 노사합의가 아닌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였다. 당연히 근로자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이사회 의결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면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제동이 걸렸다. 우선 지하철을 포함한 서울시 지방공기업 노사가 성과연봉제를 노사 합의로 도입하기로 하고 사흘 만에 파업을 끝냈다. 합의안엔 성과와 고용을 연계하지 않기로 하는 등 노조 측의 주장이 대폭 수용됐다. 먼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부작용은 나중에 해결한다는 정부 방침이 힘을 잃게 됐다.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성과연봉제 반대론을 잠재우려던 시도에도 차질이 생겼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정부의 입장과는 반대로 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월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흥 중노위 사무처장은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질의에 대해 ‘성과 연봉제를 둘러싼 철도노사의 쟁의는 근로자의 이익과 관련한 정당한 조정 대상이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총리실 주재 파업대책회의에서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상황이 꼬인 데엔 정부의 조급증이 한몫을 한 것으로 지적된다. 당초부터 성과연봉제엔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 경제혁신의 상징으로 정부가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노동 4법’을 비롯한 다른 개혁이 지지부진한 만큼 성과연봉제는 더 부각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22일 성과연봉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후 도입 속도가 급속히 빨라진 게 그 방증이다. 대통령도 관심을 갖는 역점 시책의 도입률을 서둘러 높이려다 보니 노사합의가 간과되고 반발은 거세졌다.정부 스스로 성과연봉제를 퇴색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많은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은 여러 차례 “성과연봉제의 목표는 저성과자 퇴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조를 달래려 한 발언이었지만 제3자인 국민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웠다. ‘저성과자를 퇴출시키지 못하면 성과연봉제를 왜 하고 효율성은 어떻게 높이느냐’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됐다. 당사자인 공공기관 임직원들도 “저성과자를 걸러내지 않고 직원들을 경쟁시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계약의 내용보다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성과연봉제라는 계약의 본질보다 도입률과 같은 숫자로 개혁 성과를 과시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식하기 어렵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명분도 중장년이 대다수인 노조원들에게 ‘결국 우리를 자르려고 도입한다는 말이냐’는 불안감을 심어줬다.보다 본질적인 의문도 있다. 성과를 어떻게 규정하고 평가할 것이냐는 문제다. ‘성과란 무엇인가’는 경영학이 풀지 못한 영원한 숙제 중 하나다. 대부분 조직은 한두 가지 목적만 갖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럴 경우 오래 가지도 못한다. 기업을 움직이는 힘도 이윤이라는 한 가지 목표가 아니다. 평판과 신뢰, 사회공헌 같은 다른 목표가 병존한다. 이윤 극대화에만 매몰됐다간 제품 결함이나 소비자 신뢰 문제가 터졌을 때 ‘한 방에 훅 가기’ 십상이다. 기업이 커질수록 양극화 해소나 환경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의 책임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다. ━ ‘성과란 무엇인가’는 경영학의 영원한 숙제 공기업은 더 복잡하다. 모든 공기업의 목표는 전체 사회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효용을 어떻게 정의 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지하철공사를 예로 들어보자. 공공요금이니 가격이 높아선 안 된다. 시민 안전이 위협받아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시나 정부 재정에 과도하게 부담을 줘서도 안 된다. 가격과 안전, 이윤은 서로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게 우선인지는 정답이 없다. 시대와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해마다 정부의 공기업 평가가 발표될 때마다 논란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엔 4대강 사업과 해외 자원개발에 앞장선 기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대개 꼴찌를 다투고 있다. 올 평가에서 한국전력은 A등급을 받아 임직원들이 240%의 성과급을 받게 됐다. ‘냉방요금 폭탄’에 기겁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이렇듯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기준과 결과가 좌우되는 게 현실이다. 이런 공기업 평가를 두고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이라고 설득하긴 쉽지 않다. 공기업을 개혁한다며 낙하산 인사를 무차별 살포하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공기업 경영을 단숨에 들어먹는 건 다수의 임직원이 아니라 정권에 충성하는 사장 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성과연봉제는 이 상태라면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정권이 모범을 보이는 게 관건이다. 사장 임명을 포함해 공기업 운영을 비정치화해야 한다. 공기업 평가도 비슷한 수준의 해외 공기업과 비교해 성과와 효율성을 측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tigerace@joongang.co.kr).

2016.10.1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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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사태의 본질은] 민주주의 부재가 부른 정치적 위기

정책이슈

영국이 6월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초기의 우려는 주로 경제에 집중된 게 사실이다. 우선 영국이 EU를 통한 유럽과의 통합보다 독자노선·자국우선주의를 택함에 따라 경제와 외교에서 고립주의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 하나로 전통의 개방국가·자유무역국가·국제주의국가·다문화사회인 영국이 아예 차선을 급변경할 것이란 기대는 성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일자리 줄어 이민자에 뺏길 우려도 줄어: 실제로 예상되는 경제적 타격이 엄청나기는 하다. 권투로 치면 하나 같이 어퍼컷에 버금가는 강펀치다. 우선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 이후 15년새 자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자리는 초기 2년 동안에만 52만 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브렉시트는 애초 영국의 노동자 계층이 EU 출신 이주자들에게 단순직 일자리를 ‘빼앗길’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시작한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허름한 일자리를 이주자들이 차지할 염려는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 영국의 총 일자리 개수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피로스의 승리다. 고대 그리스의 전쟁사에서 나온 이 격언은 이겼어도 진 것보다 못한 승리다. 승리를 거뒀지만 피해가 너무도 커서 다시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의 이득 없는 승리를 가리킨다.영국으로 몰렸던 자금·전문 인력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도: 피해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의 경제 구조 자체에 변화가 올 가능성도 작지 않다. 세계적인 금융국가인 영국에 들어왔던 막대한 외국 자금이 자칫 빠져나갈 가능성도 상당하다. 당장 2013년 기준 영국 내 외국인 투자의 46%를 차지하는 EU 국가의 투자부터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유럽 각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의 28%가 영국 자금인데 이 자금도 여러가지 회원국 특혜가 사라지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영국에 들어와 있는 EU 출신 노동자 215만 명의 운명도 풍전등화다. 영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당장은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동요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문제는 금융산업을 비롯한 각종 고급 서비스산업이 발달한 영국의 특성상 이들 중 상당수가 고급 전문 직장인이라는 점이다. 브렉시트로 선수 등록 절차가 까다로워지며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등에서 떠날 수 있는 EU국가 출신의 외국인 축구선수도 330명이나 된다. EU회원국 출신 선수들은 지금까지 내국인 대우를 받으며 영국에서 뛸 수 있었는데 영국이 EU를 떠나면서 그런 혜택이 사라진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려면 자국의 국가대표이면서 A매치 경기의 일정 비율 이상에 출장해야 하는 등 자격 조건이 꽤 까다롭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는 어떤 방식이든 프리미어리그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일단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국 선수들의 경제적 매력도 줄어들 수 있다. 문제는 프리미어리그는 외국의 유명 선수를 들여와 리그의 수준을 높이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국제화의 이점이 사라지면 프리미어리그의 해외 중계료도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영국의 저임금 단순 노무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 뺏어간다며 반감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 단순 노동자의 수는 실제로는 영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EU 탈퇴로 그간 외국의 인재가 차지했던 고급 일자리는 영국인이 차지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셈이다. 대신 실력이 다소 떨어지는 또 다른 외국 인력이 대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EU의 규제와 간섭, 알고 봤더니 대부분 헛소문: EU 규제로 영국이 연간 지불하는 비용이 53조원에 이른다는 지적도 있다. EU는 2000~2013년 만든 규제가 5만2000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EU는 ‘거대한 규제연합’ ‘관료주의 제국’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EU 본부가 자리 잡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상당수 영국인에게 ‘거만하고 황당하며 돈을 뜯어가는 집단’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가디언은 EU가 만들었다는 황당한 규제의 상당수는 영국의 인터넷에서 과장해서 소문이 난 것이라고 지적하는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그동안 영국에는 EU가 영국 전통의 백파이프를 금지하고, 어린이들이 풍선을 부는 것도 위험하다고 막고 있으며, 요거트를 ‘발효 우유 푸딩’이라고 표기를 바꾸도록 강요하고, 달걀에 생산자의 주소를 스탬프로 찍도록 했다는 등의 소문이 났다. 영국의 명물인 이층버스를 안전 문제가 있다며 금지한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물론 아니었다. 헛소문은 그치지 않았다. EU가 동성끼리 거주하는 아파트의 광고를 금지한다든지 영국 농부들이 재배할 작물을 EU 농업 당국이 강제로 지정한다는 등 온갖 소문이 그치지 않았다. 오죽하면 EU에서 헛소문을 모아두는 사이트(http://blogs.ec.europa.eu/ECintheUK/euromyths-a-z-index)까지 만들었을까. 여기에는 괴담 수준의 헛소문으로 가득 차 있다. 영국의 EU 잔류파들은 이런 헛소문의 홍수 속에 상당수 대중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 받아 탈퇴에 표를 던졌다고 주장한다. 3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재투표를 촉구하는 인터넷 서명을 했지만 올 9월에 물러나기로 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물론 영국 대다수 정치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배는 이미 떠났다.영국 버티기로 탈퇴 시기 늦출 수도: 앞으로 영국은 EU를 탄생시킨 헌법이랄 수 있는 리스본 조약의 제50조(출구조항)에 따라 2년 간 EU 및 나머지 27개 회원국과 탈퇴 협상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영국은 일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질질 끌며 EU 탈퇴에 다른 충격을 최소화하거나 뒤로 미루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 탈퇴파와 잔류파 모두가 EU의 자유무역지대에 남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국의 경제기조인 자유무역과 개방의 원칙은 변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극민투표 당시 외쳤던 브렉시트의 수준을 낮출 것이라는 이야기다. EU회원국 자격은 포기하되 통상이나 교류 등에서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보수당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탈퇴에 앞장섰던 보리스 존슨은 노르웨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U에서는 탈퇴하되 유럽경제지역(EEA)을 통해 유럽 단일시장에 접근하는 대신 분담금도 내고 이민제한도 못하는 방식이다. EEA 국가 중 이민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말만 EU 탈퇴지 변하는 것은 별로 없다. 캐머런 총리도 단일시장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이 부분에선 영국 의회 내에선 반대가 별로 없다.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정부의 비토가 문제로 거론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자치정부가 입법화를 지연할 순 있지만 비토할 권한은 없다. 문제는 EU다. 충격을 줄이려면 영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지만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면 영국에 어떤 식으로든 제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원국의 EU 탈출 러시가 도미노처럼 파급될 수 있다. 탈퇴하지 않더라도 툭하면 이탈을 위협하며 예외나 특혜를 요구하는 나라가 줄을 이을 수도 있다.도전받는 영국의 다문화주의와 관용: 중도좌파 매체인 일간지 가디언을 비롯한 EU 잔류를 주장했던 매체는 국민투표가 끝난 뒤 일부에서 터져 나온 이민혐오증과 인종차별을 부각하는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6월 30일에는 “국민투표 개표 이루 인종차별과 관련한 사건·사고의 발생률이 60%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민에 대한 반대를 넘어 영국의 관용정신을 해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부추겼던 영국독립당의 나이젤 파라지 대표가 영국 국회의원에 7차례나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현재 유럽의회 의원일 뿐이라고 낮춰 보는 내용도 등장한다. 영국 미디어들은 국민투표가 끝난 마당에 뒤늦게 EU 탈퇴 결정을 후회하거나 대중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EU가 오해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낸다.분열에 밑천 드러나는 영국 정치인들: EU 탈퇴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보수당은 EU 잔류파와 탈퇴파로 나뉘어 국민투표 이후에도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6월 30일 영국 보수당 원로인 마이클 헤젤타인(83) 전 부총리가 보수당에서 EU 탈퇴운동을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헤젤타인은 과거 마거릿 대처의 리더십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지만 이를 계기로 대처를 권좌에서 밀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1966년 부터 2001년까지 35년 간 의원을 지내다 은퇴한 후 보수당 개혁파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비중있는 당 원로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보수당의 현직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은 유례가 드물다. 영국 정치가 위기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EU 탈퇴 국민투표로 차기 총리가 유력한 것으로 평가됐던 존슨은 이날 후보 등록을 7분 앞두고 총리 도전 포기를 선언했다.영국 경제 순풍인데도 EU 탈퇴 역풍: 관심은 대중적 인기도 그리 없는 인물이 앞장섰는데도 국민투표에서 어떻게 EU 탈퇴라는 ‘엄청난’ 결정이 나왔는가이다. 영국 미디어의 분석을 종합하면 영국 국민투표에서의 EU 탈퇴 결정은 고립주의로 가자는 것도 아니고 자유무역을 포기하지는 것도 아니다. 국민은 현 정부와 체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을 뿐이다. 거시경제 지표에 현혹돼 일반 대중의 경제생활과 불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인터넷이나 SNS에서 민심을 파악한 정치인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사실 영국은 경제 우등생이다. 성적표는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좋다. 2015년 추정 국내총생산(GDP)이 2조8490억 달러로 미국(17조9470억 달러)·중국(10조9828억 달러)·일본(4조1232억 달러)·독일(3조3576억 달러)에 이어 세계 5위다. 유럽에선 독일 다음이다. 1인당 GDP는 4만3770달러로 세계 13위다. 18위인 독일(4만997달러)보다 많다. 인구 5000만 이상인 나라 중에서는 미국 다음의 세계 2위다. 국민 투표 사태 전까지 영국은 올해 2%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1%대 성장률이 전망된 독일이나 프랑스에 뒤떨어지지 않았다.통상 이처럼 경제 성적표가 좋으면 국민의 불만이 작아지면서 현상유지를 원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문제는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런던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런던의 1인당 연간 부가가치 생산은 16만2200달러에 이른다. 영국의 다른 지역의 몇 배에 이른다. 런던은 영국 GDP의 22%를 차지하며 주변을 합친 수도권은 30%에 이른다. 런던을 하나의 국가로 가정하면 경제 규모가 세계 28~29위에 이른다. 런던은 외국에서 태어난 인구의 비율이 60~70%의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도시다. 세계의 인재들이 영국에 와서 교육과 취업,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영국은 EU가 아니더라도 세계의 인재를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역할을 해왔다. 세계 곳곳에서 인재 기근을 이야기할 때 런던은 인재 과잉을 염려할 정도다. 원래 개방적인 글로벌 도시였다. 런던의 금융가인 시티에는 세계 100개 국가에서 몰려든 인재들이 일하고 있다. 이민자 또는 이주자는 자신들의 재능과 지식, 학식을 바탕으로 런던이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는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런던은 능력 차이 대한 평가만 있을 뿐 출신 국가나 종족, 인종, 종교, 신념에 따른 차별은 세계에서 가장 적은 메트로폴리탄 도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파키스탄 이민자를 부모도 둔 사디크 칸이 신임 런던시장에 올랐을 정도다. 런던이 영국에서 국제화, 글로벌화, EU 가입에 따른 이득을 가장 많이 본 지역이 된 건 이런 외국 출신 인재의 활약이 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런던의 금융가인 시티를 중심으로 번영하는 지역에만 눈을 돌리는 바람에 민심의 향방을 잘 몰랐다는 점이다. 사실 영국에선 2010년 이후 노동계층의 임금은 계속 줄어왔다. 런던은 호황을 누렸고 이에 따라 잉글랜드 전체의 경제 통계는 좋았지만 이 혜택을 누린 사람은 런던에 국한됐다. EU 탈퇴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잉글랜드 북부와 중부는 오랫동안 두 자리 숫자의 실업률을 유지했다. 런던에서 유일하게 EU 탈퇴를 지지한 2개 구는 수도권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결국 영국 경제가 순풍인데도 대다수 국민은 이를 외면한 것이다. 이익의 규모가 더 크지만 피해를 보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EU와 글로벌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이 이로 인한 일부 계층의 피해 규모보다 훨씬 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문제는 민심과 정치다. 나라나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 아닌 피해자와 수혜자의 숫자 대결이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국민투표를 중우 정치의 사례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하지만 달리 살펴보면 EU와 글로벌화로 인한 소외자·피해자·불만자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정치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히려 영국 보수정치인 중 대중적 인기가 높은 보리스 존슨 같은 인물이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마음에도 없는 브렉시트를 주장하다 역풍을 맞은 셈이다. 존슨은 부모가 EU 관료 출신인데다 자신도 EU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국민투표 정국에 갑자기 브렉시트를 지지하면서 전체 분위기를 바꿨다. 사실 그가 뛰어들기 전까지는 영국에서 브렉시트 지지율은 25% 정도였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은 그가 뛰어들면서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YOUGOV) 등의 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대중은 자신들의 생각에 반신반의했는데 존슨 같은 유력 정치인이 뛰어들자 확신을 가지고 투표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영국의 대중은 EU와 세계화의 이익을 독점하는 엘리트층·고학력층·글로벌화 지지자 등에 반감을 가졌는데 정치권이 이들과 소통하면서 반감을 무마하고 국민화해와 통합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이를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다.이런 정치의 부재가 브렉시트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부른 셈이다. 결국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영국 내 정치의 문제인 셈이다. 존슨도 48% 정도의 지지율을 얻어 이를 바탕으로 “나를 지지하는 48%의 국민을 대변하겠다”고 나서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뒤 이를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영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의사도, 의욕도 보이지 않고 총리 후보에서도 물러난 게 이를 입증한다. 결국 브렉시트는 중우정치도 아니며, 민주주의의 문제나 한계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부재가 부른 정치적인 위기일 수 있다. 결국 이런 문제를 제대로 봉합하느냐에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장래가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영국의 내부 통합은 EU와의 탈퇴 협상보다 더욱 중요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언제 어디서든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브렉시트가 위기이자 기회라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문제는 소외계층의 불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정치에 있고, 이를 구원해줄 구세주는 리더십이다.

2016.07.0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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