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2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10년… 피크 코리아와  슈퍼 에이지 [스페셜리스트 뷰]

증권 일반

한국 경제에 대한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13년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가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로 묘사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왔던 사례가 기억난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수년간 한국 경제는 대중국 수출 부진으로 성장률 둔화와 박스피(박스권+코스피)라는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2013년 뜨거운 물 속의 개구리로 지칭되던 한국 경제가 이제는 ‘피크 재팬’과 ‘피크 차이나’에 이어 ‘피크 코리아’(Peak Korea·한국 경제 성장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현상)를 우려해야 하는 국면까지 이르렀다. ‘파이낸셜 타임즈’(FT)마저도 ‘한강의 기적은 끝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가 직면해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다룬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의 모습이 역동경제에서 피크 코리아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물론 피크 코리아 리스크는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수년간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누적된 결과물이다.왜 이 시점에 피크 코리아를 고민할까가장 먼저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특징인 수출주도 성장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저성장 고착화도 있지만 이전과 달리 글로벌 내 다양한 갈등이 잇따르고 있음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중 패권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자국 우선주의, 부의 불평등 심화에 따른 사회갈등 등 지구촌에 다양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 및 산업은 여타 국가보다 글로벌 경제가 안고 있는 리스크에 빠르고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구조라는 것이 큰 고민거리다.글로벌 수요와 투자의 구조적 변환도 우리에게는 악재다. 국내 수출과 산업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업종에 강점을 지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타 중후장대 산업이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주요국 증시가 인공지능(AI) 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그 이유 역시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에 한국 경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피크 차이나도 한국 경제에 악재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는 있지만 단기적으로 탈중국은 쉽지 않은 과제다. 중국 수출 감소분을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로 메우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과 한국 산업간 관계 변화 역시 한국 경제의 저성장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과 중국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 즉 경쟁관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대외적 요인과 더불어 전 세계 1위 수준의 대내 리스크도 피크 코리아를 압박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성큼 다가선 인구사이클, 한계에 이르고 있는 부채 리스크, 사회적 갈등 심화와 함께 취약한 내수 기반 등은 피크 코리아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주요국 정책기조 전환에서 소외된 한국피크 코리아 리스크와 관련해 최근 주목되는 이슈는 미국 등 주요국의 경제 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한국의 더딘 그리고 미온적인 대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양 축의 통화정책과 각종 재정 부양 정책을 동원해 총수요를 자극하면서 그나마 저성장 경제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총수요 정책은 한계에 부딪혔다. 돈 풀기 정책은 모든 경제주체에 막대한 부채를 유발시켰고 고금리 현상마저 나타나면서 한계에 이르렀다. 그동안 초완화 정책의 마지막 보루였던 일본마저도 긴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서 총수요 정책의 종료가 확인되고 있다.이에 미국 등 주요국은 생산능력 확대와 더불어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생산요소(노동·자본·기술) 향상을 위한 공급 혹은 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공급 정책 강화 배경에는 기술혁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중 패권 경쟁 격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리쇼오링(Reshoring·해외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이동하는 현상), 니어쇼오링(Nearshoring·기업의 생산이나 서비스 업무를 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로 이전하는 전략) 등에 기반한 자국 산업 육성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기술혁신 사이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재정 정책 초점을 총수요 확대보다 제조업과 같은 산업 육성 등 공급 확대에 두기 시작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일본 경제와 정책 역시 미국과 맥을 같이한다. 공급경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기시다 내각의 신자본주의 5대 중점 전략인 ▲인재 ▲과학기술 및 혁신산업 ▲스타트업 ▲녹색전환 ▲디지털전환 역시 생산요소의 질적 및 양적확대라는 공급경제 정책이 기저에 깔려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은 미국과 분업적 산업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정책에 편승하고 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 중심에는 국가 자본주의가 있다. 해석이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생산요소, 즉 노동·자본 및 토지 그리고 기술(데이터)을 국가 통제 하에 두고 기술혁신 관련 공급 능력과 생산요소 향상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기조로 해석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행전략이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고품질발전이다.문제는 한국 경제 및 산업의 경우 2010년대에 들어 공급능력 확대 정책보다는 글로벌 총수요에 기반한 수출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을 유지하면서 최근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정책 패러다임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제조업의 위기이자 피크 코리아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 차이나 쇼크 가시화논란이 있겠지만 중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은 한국 경제에 그 동안 실보다 득이 돼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중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소위 차이나 쇼크를 한국 경제가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하고 있다. 우선, 흔들린 한중 교역구조가 다시 복원되기 쉽지 않다. 중국이 안고 있는 각종 구조적 리스크로 중국 경제의 빠른 정상화를 바라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미국의 ‘대중 칩(Chip·반도체) 포위망’ 강화 움직임은 가뜩이나 꼬여 있는 한중 무역을 더욱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한중 교역이 자칫 피크 코리아에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중국 내 한국산 제품의 수요 둔화는 교역구조 측면에서 한중간 분업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중간재와 자본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최종 완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던 구조가 약화됐다. 이를 반영하는 것이 대중국 중간재와 자본재 무역수지다. 대중국 중간재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됐고, 자본재 무역수지는 이미 적자로 전환됐다. 반면 한국의 중국산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한국 제품과 경합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한중간 산업구조가 보완적 관계에서 경쟁관계로 전환되면서 한국 경제가 받게 될 충격이 더욱 커질 것 이다.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침투도 심상치 않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지난해부터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시장 점유율이 무섭게 상승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올해 2월 기준 818만명으로 지난해 2월 대비 약 130% 증가했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테무 앱 사용자수는 1년도 안돼 581만명에 이르고 있다. 중국의 초저가 공세가 한국 내수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음은 한국 수출 기업은 물론 내수 기업에도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소비가 주로 이커머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한국 침투가 또 다른 차이나 쇼크를 촉발할 전망이다. 중국 성장률 둔화 등으로 한국 수출 및 산업이 차이나 쇼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산업 발전 혹은 경쟁력 강화가 한국 경제에 제2의 차이나 쇼크를 유발할 위험은 이미 현실화됐다. 너무 빠른 인구절벽 리스크…곧 내수절벽피크 코리아 리스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근거가 극단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인구 사이클이다. 한국 인구 사이클에 대한 비관론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한국 인구절벽 시 나리오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주요 선진국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되는 현상인 ‘초고령화’ 시대, 즉 슈퍼 에이지(Super Age)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장래 한국 인구사이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한국 인구 비관론을 얘기할 때 단골 메뉴는 고령화 속도지만 이보다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과 관련해 주목할 데이터는 신생아 수다. 결론적으로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고 있다. 2022년 출생아 수는 25만명에 불과하다. 1970년 신생아 100만명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더욱이 신생아 수 감소세가 2010년대 중반부터 가파르다. 2016년 40만명이었던 신생아 수는 3년 만인 2019년 30만명으로 10만명 줄어들었다. 또 3년 만에 25만명(2022년)으로 감소했다. 신생아 절벽 사이클은 이미 시작됐다. 이처럼 한국의 초저출산이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국 인구 감소 전망은 시나리오로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한국 인구고령화의 주요 요인인 초저출산 현상의 배경에는 각종 경제적·사회적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득(고용) 불안, 높은 주택가격에 따른 주거 불안, 양육환경과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결혼·출산 연기 및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 우스갯소리지만 이전 세대에 자녀는 필수 소비재였지만 현 세대에게는 사치재라는 말이 있다. 자녀 출생과 양육에 드는 과도한 경제 그리고 인적 비용이 자녀를 기피하게 하는 안타까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2018년을 기점으로 이미 고령사회의 문턱을 넘어섰고 이후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이다.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46년께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일본마저 앞서게 된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인구 고령화 속도라는 점에서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고 예측도 쉽지 않다. 참고로 고령사회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을, 초고령사회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할 때 이르는 용어다.인구 고령화 리스크를 얘기할 때 일본의 사례를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일본 장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이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도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다. 인구 고령화가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더불어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하락 그리고 정부 부채 급등이 일본 경제 잃어버린 30년의 결정적 이유로 작용한 것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독일 등 유럽국가의 저성장 추세와 정부 부채 급증 역시 고령화 추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의 사례를 비춰볼 때 한국 경제 역시 인구 사이클에 따른 성장률 둔화 압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령화 수준보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 속도다.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데 15년 정도가 소요됐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동 기간이 7년에 불과할 전망이다. 당장 내년인 2025년에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더욱이 향후 5년마다 한국의 65세 이상 비중은 5%씩 증가하는 유례를 찾기 힘든 고령화 속도를 기록할 것이 자명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에 대한 노동투입의 기여도가 2011~2015년 0.7%포인트(p)에서 2016~2020년에는 0.2%p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1~2022년에는 -0.2%p까지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 사이클이 성장에 기여하기보다 성장을 잠식하는 생산요소가 된 것이다.물론 일본 고령화 사례를 한국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일부 한계도 있다. 일본 경제 구조는 기본적으로 내수 중심이지만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적 구조이다. 인구에 큰 영향을 받는 내수보다 해외 수요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 구조가 인구 고령화 충격을 일부 상쇄시켜 줄 여지는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이전과 달리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고 공급망 이분화 그리고 중국의 추격 등 한국을 둘러싼 수출 환경은 우호적이지 못하다. 결국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 수출 둔화 리스크와 인구 충격에 따른 노동기여도 추락은 시간이 갈수록 피크 코리아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K-부채 리스크도 피크 코리아 위험 높여 2000년 이후 부채 사이클을 보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기간이 3차 가계 부채 급증 국면이다. 부채를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2000년 이후 K-부채 사이클은 수출경기와 부동산 가격이 운 좋게 맞으면서 사후적 평가지만 좋은 부채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K-부채 사이클이 한계를 맞이하고 있고 과거와 달리 경제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더 이상 조력자 역할보다 악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부채 사이클의 좋은 측면은 사라지고 나쁜 부채 리스크만 부각되는 현실은 피크 코리아 리스크마저도 덩달아 높이고 있다. K-가계 부채의 청구서를 우려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가계부채 규모이다. 한국 가계 부채 순위가 빠르게 상승 중이다. 2010년 주요 43개국 중 14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던 K-가계 부채 순위가 2020년에는 7번째를 기록했다. 그리고 2022년 4분기 기준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5%로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K-가계 부채의 또 다른 위험은 물가와 금리의 패러다임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중물가-중금리’는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무엇보다 중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가 고용절벽과 자산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부채 리스크 현실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피크 재팬 사례에서도 알고 있듯이 피크 재팬은 부채 버블에서 비롯됐고, 현재 진행형인 피크 차이나도 부동산 부채에서 촉발됐다. 그리고 피크 USA는 아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역시 서브프라임발 가계 부채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피크 차이나를 제외하고 부채 리스크의 도화선은 영원할 것 같았던 저금리 환경 파괴에서 비롯됐다. 한국 정책당국도 부채를 통한 부양에 더 이상 나설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다. 오히려 K-가계 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다행히 가계 부채 관리 혹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피크 코리아를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과도한 부채사이클의 종착역은 자산가격 급락을 동반한 부채사이클 경착륙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중물가-중금리 패러다임 지속은 K-가계 부채의 경착륙과 이에 동반한 피크 코리아 위험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회적 갈등 비용도 무시하면 안 된다한국 경제와 사회가 안고 있는,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피크 코리아 요소는 ‘갈등’이다. 체감적으로 한국 내 갈등 정도는 근래 들어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이념·젠더·세대·소득·교육 등 사회 각 부문에 걸쳐 갈등이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이 갈등 문제에 있어 전 세계 상위 수준에 위치해 있음은 각종 자료와 지표를 통해 설명되고 있다.2021년 영국 킹스컬리지가 발간한 보고서(Cultural wars around the world: how countries perceive divisions, 2021)에 따르면 한국은 12가지 갈등 항목 중에 7개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사실상 조사대상 17개국 중 한국 국민들이 느끼는 갈등 정도가 가장 심한 것이다. 갈등지수뿐만 아니라 체감적으로 갈등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을 부채질하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 여타 선진국보다 소득불균형이 심각한 국가다. 2021년 OECD의 소득불균형 지수를 보면 한국이 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소득불균형 지수를 보이고 있다. 부의 불평등 혹은 소득불균형도 문제지만 부가 세습되면서 소득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준 피상속인이 4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간 부의 격차 그리고 일자리 혹은 고용갈등도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갈등이다. 갈등 해소를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허비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자원 배분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의대 진학이 어느 학과 진학보다 각광받고 있는 현상은 사회갈등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사회갈등지수가 전 세계 상위권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다면 제 발로 피크 코리아 국면에 진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 세계 주요국은 저성장 국면에서 좀 더 큰 성장의 파이를 차지하는 동시에 공통 문제인 고령화·부채 리스크 등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생산요소(노동·자본·기술) 향상과 관련한 무한 정책 경쟁에 돌입했다. 그 중심에는 기술혁신 사이클이 있지만 승자 독식의 게임 법칙이 지배하는 기술혁신 특성상 글로벌 기업간 및 국가간 치열한 생존게임은 격화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생산요소 우위 경쟁과 생존게임에서 한국이 지금처럼 밀려난다면 피크 코리아를 정말 피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는 여타 주요국과는 달리 구조적 리스크로 인한 내수 절벽이라는 잠재적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 피크 코리아의 돌파구이자 장애물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디지털 관련 인프라, IT 산업 및 디지털 문화에 쉽게 순응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생산요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잠재력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급속히 확산하는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 국면에서 한국은 그래도 주요국과 어느 정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가별 혁신 순위에서 한국이 밀려나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디지털 관련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 붐이 시작된 2010년 중후반부터 관련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률을 지지해주었다. GDP 대비 설비투자(유형자산 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무형자산 투자)도 이미 역전됐다. 미국 내 모든 투자가 무형자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불안하다. 설비투자 부진 속에 딱히 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강한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AI 등 디지털 산업이 자칫 잘못하면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이 아닌 갑자기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될 처지에 직면해 있다.결론적으로 피크 코리아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경제 주체들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산업 및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변화 시대에서 확고한 입지를 빨리 찾는 것이 급선무다.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요소의 질적·양적 개선을 병행하는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 기회는 남아 있지만 이를 서둘러 활용하지 못하면 새로운 기술혁신 시대에서 피크 코리아 늪에 빠져 허덕일 것이다. 박상현 전문위원은_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수석 이코노미스트(Chief Economist)이다. 성균관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졸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우경제연구소 해외지역팀, 루마니아 대우은행,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쳤다. 현대중공업 외환정책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경제흐름을 꿰뚫어 보는 금리의 미래 (2018년),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 (2020년) 등이 있다.

2024.06.09 08:00

12분 소요
“미국동맹·중국무역 앞으로도 둘 다 계속할 수 있을까”

국제 경제

“등돌릴 것인가 손잡을 것인가” 한국이 G7 정상회의(독일·미국·영국·이탈리아·일본·캐나다·프랑스) 후 중국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반중국(反中國) 동맹을 강화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앞으로 정치적·경제적 전략을 구상하는데 있어 중국을 예전보다 더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은 그동안 균형 외교를 나름 유지해왔지만, 주변은 한국에 양자택일을 압박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1~13일(영국 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 베이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초청 손님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각국 정상과 개별 면담하며 협력을 모색했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회장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생산 확대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백신 개발에 대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수소 경제에 대해,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그린 디지털 경제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첨단 기술과 문화·교육에 대해 각각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G7 정상회의의 주된 논의 주제 중 하나였던 반중국 대응방안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도 “G7과 초청국(한국·호주·인도·남아공)과의 회의에선 중국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보건 방역, 기후 변화, 열린 사회 경제를 주제로 한 확대회의에만 참석하고 G7과 반중(反中) 공동성명 논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G7은 반중 공동성명 발표에 뜻을 모았다. 신장 자치구 소수민족 박해, 홍콩 민주화 세력 탄압, 대만과의 충돌과 대만해협에서의 도발, 동중국해·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중국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사건들을 열거 비판하며, 이에 대응해 상호 협력한다는 다짐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G7은 이와 함께 중국과의 경제 갈등도 다뤘다. “중국의 비시장적 경제정책과 일대일로(一帶一路) 경제전략이 투명하고 공정한 세계경제 운영을 저해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코로나19의 중국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집중 논의하면서 기원 재조사를 촉구했다. 중국의 비협조로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G7 정상회의의 초점이 과거엔 주로 북한과 러시아에 집중했으나 이번처럼 중국에 집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G7 정상회의의 폐막 성명을 ‘반중 동맹’으로 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G7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중국의 도전에 맞서 G7의 뜻을 통합했다. 모든 분야에서 우위에 서서 중국을 다뤄야 한다"고 평가하며 중국에 대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겉으로는 개발도상국에 기반시설 건설을 지원하면서, 속으로는 군사 거점을 확보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 주요국들 “반중 연대” VS 중국 “내정 간섭” 반발 이러한 G7의 결의에 비춰봤을 때 문 대통령이 G7과 더욱 밀접하게 교류하겠다고 밝힌 이상, 앞으로 한국의 행보가 G7의 반중 대열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7의 반중 기류는 올해 초부터 예견됐었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은 국가안보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미국의 아시아 최전선인 대만과 홍콩에 대한 중국의 압박, 호주와 중국 간 무역갈등도 서방세계의 반중 기류를 자극했다. 호주는 미군이 인근에 주둔 중인 다윈항을 중국기업이 장기 임차하면서 불거진 국가안보 문제를 비롯해, 반덤핑 과세, 수입 제한 조치, 일대일로 사업계약 취소 등으로 중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다. 심지어 30개 회원국이 연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 14일(벨기에 현지시간) 중국을 ‘안보 위협국’으로 규정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NATO는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미국·유럽 안보동맹체제여서 러시아 관련 대응방안을 주로 다룬다. 하지만 이번 NATO 공동성명은 중국에 초점을 맞춘 분위기가 역력하다. NATO가 1949년 설립 이래 중국을 표적으로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NATO는 2년 전만해도 중국의 세계화 움직임을 서방세계엔 기회로 해석했었다. G7 정상회의와 NATO의 중국 포위망 강화엔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은 영국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을 통해 "소수의 국가들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담을 쌓아 국제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G7 정상회의 전인 지난 9일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신 냉전주의로 전세계 집단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왕이 부장은 또한 “한·중은 우호적 이웃이자 전략적 파트너로서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남의 장단에 끌려 다녀선 안 된다”며 한국이 G7 정상회의에 참여하지 말 것을 경고했었다. ━ 한국 “미·중 사이에서 셈법 복잡해져” 기업들도 ‘촉각’ 한국은 G7 정상회의 후 셈법이 복잡해졌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G7과 협력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청와대는 G7 정상회의 참여 성과 발표에서 중국을 언급하거나 중국을 자극할만한 단어들을 넣지 않았다. 대신 “문 대통령이 G7 확대정상회의 두 번째 세션 ‘열린 사회와 경제’ 회의에서 인권·민주주의·법치주의·자유무역·개방경제 등 열린 사회의 가치를 보호·강화하고 이에 대한 위협에 대응·공조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G7과의 연대에 좀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도 읽힌다. 향후 G7과 중국 간 대립의 골이 깊어질 경우 한국은 줄타기를 멈추고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다만, G7 공동성명에 한국의 서명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라 초청받은 국가여서 공동성명 작성에 참여도 서명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 해외교역 관련 정부 부처와 관계기관에선 복잡한 심기가 읽힌다. “한국에게 미국은 최대 안보 동맹국이고, 중국은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미·중 사이에 신냉전 분위기가 뚜렷해질수록 한국 경제가 균형을 잡기 힘들 것”이란 시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기관들과 기업들은 중국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하자 2017년 중국이 한국기업들에 무역보복을 단행해 롯데마트 100여 곳이 중국시장에서 철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사건을 기억하고 있어서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입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에 따르면 수출 비중은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를 제외하면 2018년과 2019년 25%를 웃돌았다. 홍콩을 포함하면 30%를 넘는다. 석유화학 중간원료를 비롯해 반도체·디스플레이·합성수지·기초유분 등이 주요 수출품목을 차지한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도 많다. 한국 수입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15년 20%를 넘기 시작해 최근까지 줄곧 20% 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도 증가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5년 29억8700만 달러(약 3조3358억원), 2017년 32억 달러(약 3조5737억원), 2019년 57억9400만 달러(약 6조4707억원)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 간의 공급사슬도 긴밀하게 얽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제조기업들이 제품을 납품·판매하는 업체의 60% 이상은 중국 현지 기업과 중국에 있는 한국기업이다. 나머지 중 15% 정도도 한국에 있는 기업이 차지한다. 나머지는 북미·동남아·유럽·일본으로 각각 2~3% 비중이다. 중국의 대내외 환경이나 공급사슬이 악화되면 한국 기업(시장)도 함께 휩쓸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중국이 이번 일로 과거처럼 한국에 직접 무역보복할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G7 회의 후 중국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국이 중국 견제를 의결한 G7과의 교류 확대를 모색하고 있어 중국도 한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의 불편한 심기가 한국과의 교역에서 어떻게 후폭풍을 일으킬지 고민스럽다”고 덧붙였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1.06.15 17:34

5분 소요
[채인택 글로벌인사이트] ‘동맹 포위’ 압박나선 美, 눈 돌리는 中

전문가 칼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동맹을 앞세운 대중국 포위와 압박의 강화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 기조가 갈수록 뚜렷해진다. 특히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과 4월 16일 바이든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미국의 동맹을 활용한 대중 포위망 강화 기조를 완연히 보여준다. ━ "트럼프 대중전략 득보다 실 많았다… 동맹 활용해야" 5월 21일 나온 한·미 공동성명은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하거나, 불안정하게 하거나,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국제질서 저해’의 주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는 누가 봐도 중국이다. 중국이 ‘핵심이익’이라며 유난히 거북해 하는 대만 문제도 명시했다. 같은 의미를 지닌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도 지적했다. 미국이 동맹인 한국을 배려해 ‘중국’이란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도 대중 문제의 핵심인 대만과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문제에서 한국의 분명한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동맹이자 민주주의 가치의 공동 수호자임을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동참했다.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에는 ‘중국’이라 단어가 무려 다섯 차례나 등장했다. “중국이 국제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데 우려를 표한다”며 내놓고 국제규범 위반자로 지적했다. 대만과 관련해서도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 중국의 무력 사용 위협에 일침을 가했다. 남중국해 문제는 물론 홍콩과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까지 따지고 나섰다. 일본이 중국 문제에서 미국과 한배를 탔음을 분명히 한 공동성명이다. 중국은 미국은 물론 미국의 서태평양 동맹인 한국과 일본까지 힘을 합친 포위망에 들어간 셈이다. ‘동맹과 함께하는’ 또는 ‘동맹을 앞세운’ 미국의 대중 포위·압박 전술은 어디서 나왔을까. 미국 싱크탱크들의 그간 지적과 주장을 살펴보자.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스웨인 시니어 펠로우는 민주당 정권은 중국을 상대하는 데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했던 것보다 더 강하면서도 더욱 스마트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스웨인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더욱 스마트해지는 전략을 위한 4가지 단계’라는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리버럴한 글로벌 질서를 전복하는 데 광분하는 독재 권력이자 미·중 관계 자체를 부인하는 수정주의자로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을 코너로 몰아가는 이런 강경책이 미국의 국익을 손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대신 그는 더욱 강하면서도 스마트한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홈 구장의 이점을 복구하는 방안이다. 중국 산업이나 기업에 맞서는 강력한 대응 기업을 미국에서 키우는 일이다. 스웨인의 제안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반도체나 배터리 등 미국이 중국 시장을 압박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는 중국에 압박을 가하면서 미국에도 이익이 되는 강력한 수단이다. 투자는 트럼프가 중국 상품에 대해 막대한 관세를 물렸던 것보다 훨씬 현명하며, 미국 기업을 위해서도,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전략은 강하되 스마트하게 맞서라는 것이다. 인권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강하게 압박하되 조심성 있고 세심하게 대응하라는 제언이다. 트럼프의 대중 관세 압박 전술은 중국 경제에 재한 피해보다 미국 경제에 대한 피해가 더 컸다는 지적도 이와 관련이 있다. 대중 수입품의 소비자가 미국의 개인과 기업이라는 생각을 하면 더더욱 그렇다. 세 번째는 누구와 상대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와도 다른 라이벌이다. 스웨인은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경제는 전 세계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글로벌 투자와 인프라와 관련이 깊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무엇보다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는 데도 협력이 필요한 국가다. 중국이 독재체제라는 점만 생각하지 말고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도 고려하면서 대중 압박을 진행해야 하다는 이야기다. 넷째, 같은 악보를 동맹들과 함께 연주하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한국과 프랑스·독일·영국·인도·일본 등의 동맹국에도 고액의 관세를 부가하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핵심은 미국이 동맹과 함께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맹 시너지야말로 미국이 가장 효과적으로 중국을 맞서고, 중국을 압박하며, 욱일승천하는 중국을 누를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본다. 동맹을 앞세운 대중 포위 전략은 군사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최근 ‘중국을 다루는 미국 전략의 발전-현재와 미래를 향해’라는 보고서에서 군사를 포함한 미국의 대중 전략을 6가지로 정리했다. 랜드연구소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과 중국은 공통된 글로벌 이익을 공유한다, 다만, 중국의 군사력 증대로 미국이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는 능력이 제한되거나 감소되고 있어 이를 우려한다. 둘째, 이에 따라 미 행정부에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이익 보호와 양쪽이 모두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에서의 협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하다. 셋째, 중국이 취해온 해상 전략인 A2/AD(Anti-Access/Area Denial: 반접근/지역거부) 개념이 분쟁에서 더 이상 중국의 이득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A2/AD는 간단히 표현하면 적 항모의 해안 접근을 막고, 해안에서 일정 범위 안의 적 해상전력은 철저히 분쇄한다는 전술이다. 이를 위해 바다에 제1 도련선, 제2 도련선 등 가상의 선을 쳐놓고 미국의 접근을 막는다는 게 중국의 개념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서 해상 항구를 연결하는 ‘바다의 진주목걸이’ 부문이 이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넷째, 미국의 전략은 변화하는 미래에도 약간만 변화하고 계속 적용할 수 있도록 확고해야 한다. 다섯째, 미국의 전략은 지역 내 안정을 도모하고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판을 방지해야 한다. 여섯째, 미군은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기지를 보호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연합작전 능력을 배양하고 지역에서 전력을 투사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서 말한 미국과 동맹국의 기지 보호 항목은 한국과 일본이 모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중국에 더욱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것은 당연히 한국이다. 미군과 동맹국 기지 보호는 서태평양 지역의 미국 전략의 중심이며, 미군이 주둔하고 전력을 투사하는 배경이다. 그런 점에서 평택 미군 기지는 미국의 서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중시 전략, 동맹을 앞세운 중국 포위 전략, 대중 압박 전술을 택하면서 한국과 밀착한 배경이다. 보고서는 위의 셋째에서 지적한 중국의 A2/AD의 저지를 위해 미국의 서태평양 전략을 다음 5가지 기둥을 바탕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첫째는 미국의 전투력 유지와 신속타격 능력 지원, 둘째는 고도의 능력을 갖춘 지역 동맹이다. 미국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힘을 발휘하고, 중국을 효과적으로 포위하는 능력의 핵심을 동맹이라고 본 것이다. 이밖에 ▷국경과 수역 너머에 있는 중국 지역에 전력을 투사하는 데 대한 작전적 어려움 극복 ▷중국 목표물에 대한 취약성을 감소할 기술 개발 ▷미국 지도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비핵무기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랜드연구소의 보고서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군사적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데 동맹은 가장 효율적인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 중동·동남아·남미 등지서 '소프트파워 외교' 나선 中 이런 미국에 대항해 중국은 어떻게 나올까.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시니어 펠로우의 주장을 들어보자. 하스는 최근 후버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에 ‘중국은 어떻게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확대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기고문에서 하스는 중국의 대미 전략도 이에 맞춰 급격히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미·중 관계와 국제적 환경의 급격한 전환에 따라 지정학적·경제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국가 발전과 글로벌 전략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세계에는 미국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스에 따르면 베이징 당국자들은 미·중 관계가 가까운 장래에 지속적으로 불안정할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는 중국이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데서 시간과 모멘텀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는다. 하스는 중국 관리들이 자국이 추구하는 국가 목표를 이루려면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하스는 이를 위해 중국이 세 가지 중기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분석했다. 첫째, 내부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비적재적인 외부 환경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둘째,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다른 나라들의 중국에 대한 의존을 늘리는 전략이다. 셋째는 해외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하스의 지적대로라면 중국은 미국의 포위와 압력이 거세질수록 미국과 맞상대하며 갈등을 증폭하는 대신 전 세계 다른 국가를 상대로 외교활동을 강화하고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것이다. 실제로 이런 모습은 3월 24~30일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중동을 순방한 것과도 맞물린다.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 미국과 핵합의(JCPOA) 재개를 추진하는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오만을 차례로 찾았다. 이란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미국가이거나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나라다. 미국은 냉전시대 내내 이 지역에서 군사적·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했다. 일부 국가는 군사적으로 미국에 의지했다. 중국 외교 수장이 오랫동안 미국의 ‘텃밭’인 중동을 순방한 것은 이례적이다. 거기에 중국은 이란에 425조 투자 계획을 발효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는 백신 공장을 합작 건설하기로 하는 등 통 큰 선물 보따리를 풀며 전에 없이 활발한 투자에 나섰다. 물론 중국이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수입해야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석유 수입국이라는 입장도 순방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신장위구르 무슬림(이슬람 신자) 탄압에 대한 서구의 비난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슬람 국가에 이 문제를 해명하거나 당근으로 입을 막을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중 경쟁 국면에서 전선을 확대해 글로벌 중심으로 부상하겠다는 중국의 대응 전략일 가능성도 커 보인다. 석유 자립으로 미국의 관심 줄어든 중동은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노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또 다른 외교적 노력으론 백신 확산이 있다.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에 대한 회피 성격도 있지만 중국은 전 세계에서 많지 않은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생산국이다. 베이징에 있는 브리지 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금까지 7억70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해외에 판매했으며, 2080만 회분을 기증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중점적으로 백신을 기증했다. 중국이 백신 외교를 내세워 전 세계 다양한 나라와 외교적으로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부장관으로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이 소프트파워 외교를 전개했다면, 지금은 중국이 백신으로 중국식의 소프트파워 외교를 펼치려고 시도하는 셈이다.미국과 동맹국의 매서운 포위망에 맞서 중국은 다른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2021.05.29 20:00

7분 소요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일본 99대 총리 스가 대해부] 아베 아바타일까, 의외의 야심가일까

전문가 칼럼

표면엔 아베 정책 계승, 배후엔 파벌 합종연횡… 발톱 숨긴 스가의 정체성에 韓·中 촉각 관방장관 출신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가 14일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데 이어 16일 일본 국회에서 제99대 총리로 뽑혔다. 스가는 어떤 정치를 펼칠 것인가.일본 통산성 관료 출신의 소설가인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가 쓴 , 전 미국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의 , 마키아벨리의 . 16일 총리에 오른 스가가 밝힌 애독서 세 권이다.사카이야 소설의 주인공인 도요토미 히데나가는 일본 전국시대를 마치고 통일을 이룬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長)의 동복동생(아버지는 다르고 어머니는 동일)이다. 재정과 행정을 맡아 형이 군사와 정무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형이 천하통일을 이뤘을 뿐 아니라 자신도 석고(연간 쌀 생산량) 100만 석에 이르는 거대 영지를 확보해 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보좌관의 최고 경지에 오른 것은 물론, 개인적 영화도 상당히 누린 인물이다.파월은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자신의 배경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앞길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 결과 미국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아래에선 2년간 국가안보보좌관,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빌 클린턴 시절에 걸쳐 4년간 합참의장을 각각 맡았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선 국무장관으로 4년간 활약했다. 아프리카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리더십의 승리라는 평가가 그의 뒤를 따랐다.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관념적인 이상론보다 실질적인 진리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근대 정치철학을 제시한 책이다. 새로운 국가를 이루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비도덕적인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담고 있어 논란이 되곤 한다.이 세 권의 책을 보면 스가의 야심과 정치적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다. 스가가 쓴 저서로는 라는 책이 있다. 앞의 세 권의 애독서와 일맥상통한다. 오로지 정치만 생각하고 살아온 인생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분야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전문 분야가 있거나, 본인이 파고드는 분야는 없다는 이야기다. ━ 나홀로 취미생활, 조용한 성향의 무파벌 정치인 그런 스가는 정치인으로서 무미건조한 편에 속한다. 그는 우선 술을 마시지 않는다. 주량이란 게 있을 수 없다. 요정에서 정치인이나 경제인과 어울려 술을 함께 마시며 서로 결속하고 보스를 받들며 부하를 만드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일본의 일상적인 정치인과 다른 셈이다. 정말 다른 건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는지, 다른 방식으로 정치적인 목표를 추구했는지는 스가만이 알 것이다. 취미로는 계곡 낚시와 걷기를 들었다. 모두 조용히 혼자서 하는 것들이다. 스가는 총리에 오른 날에도 걷기를 즐겼다. 좋아하는 음식은 팬케이크 등 달콤한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단 걸로 해소한다는 이야기다.자신의 세대에선 비교적 큰 편인 171㎝의 키에 혈액형은 O형이다. 즐기거나 해본 적이 있는 스포츠는 호세이 대학시절 심신을 단련할 때 했던 공수도를 꼽았다. 특이한 것은 아침과 밤에 윗몸 일으키기를 100회씩 한다는 사실이다. 간단하지만 매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스가는 파벌정치가 판치는 자민당에서 드물게 무파벌 정치인이다. 보스가 정치자금을 대주고, 정치적 기회와 경력을 만들어주면서 이끌어주는 파벌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총리에 올랐다. 그의 삶과 정치적 이력을 보면 그 비결이 드러난다. 그는 1948년 일본 동북지역의 아키타(秋田)현에서 태어났다. 동북 지역은 개발이 덜 된 낙후지역이다.스가는 1967년 고교 졸업 뒤 도쿄로 옮겨 2년간 종이박스 제조업체에 다니다 1969년 호세이(法政)대 법학부에 들어갔다. 주목할 점은 스가가 대학에 입학하던 시기가 일본에서 폭력적인 학생운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때라는 사실이다. 대학마다 전학공투회의(全学共闘会議·약칭 全共闘) 운동이 활발해 화염병과 각목을 든 학생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점거 농성이 이어졌다. 특히 도쿄대에선 1969년 1월 18일~19일 전공투 학생 2000여 명이 야스다(安田) 강당을 점거하자 경찰이 이를 봉쇄한 사건이 애스다 강당 사건이 발생했다. 진압 과정에서 경찰 710명과 학생 47명이 다치고 457명에 체포됐다. 일본의 폭력 학생 운동의 상징적인 사건이다.이런 시대에 대학을 다녔지만 학생운동에 휩쓸리지 않고 1973년 대학을 졸업한 스가는 민간기업에 다니다 1975년 호세이대 취업상담실을 통해 자민당 소속 대학 선배 의원의 국회 보좌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2년이 지난 1987년 고향도 아닌 수도권 대도시인 요코하마의 시의원에 당선하면서 선출직에 입문했다. 9년간의 시의원 생활 끝에 1996년 처음으로 중의원에 당선했다. 시의원을 지낸 요코하마를 지역구로 했다. 지역구 의원이 은퇴하면서 물러난 자리에 들어갔다. 의원 보좌관 12년, 시의원 9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것이다. ━ ‘레이와 시대’를 연 상징으로 떠오른 개혁주의자 2002년 국토교통성과 2003년 경제산업성의 정무관(정무 차관에 해당)을 거쳐 2005년 총무부대신을 맡았다. 2006년 총무상을 맡아 처음으로 입각했다. 중의원이 된 지 10년 만에 각료를 맡은 것이다.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은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다시 총리가 되면서 관방장관으로 발탁되면서다. 관방장관은 정부대변인과 총리 비서실장을 겸하는 자리다. 총리를 지근에서 모시며 일본의 정치와 정책을 조율하는 자리다. 2016년에는 관방장관 재임일수 1290일을 넘기면서 역대 최장수를 기록했다.이런 스가를 아베 다음의 총리에 올리는 작업은 이미 2019년 4월 1일에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날 일본의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를 스가 당시 관방장관이 붓글씨로 적힌 패널을 들고 나와 발표했다. 스가는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연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대중으로부터 ‘레이와 오지상(레이와 아저씨)’으로 불리며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떠올랐다.관방장관으로 코로나 대책, 경제 정책 등 다양한 정부 발표를 담당했기에 스가를 모르는 일본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 성격상 원칙적인 이야기나 하는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레이와 발표로 대중에 친근한 이미지를 주면서 관심을 받고 인기까지 모으기 시작했다. 미디어에도 ‘의리와 인정이 두터운 정치가’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가 총리에 된 뒤 니혼게이자이에는 스가의 비서관으로 7년을 일했다는 가토 간(加藤元) 시나가와 현의원이 “과거 총무상으로 일하다 떠나게 되자 자신의 요코하마 자택을 경비하던 경찰관들을 불러 모아 감사의 회식을 함께했다”며 스가가 의외로 인정이 많은 성격이라고 전했다.스가는 지난해 5월 11일에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마크 펜스 부통령과 회담했다. 관방장관이라는 직책은 총리가 해외에 나가면 도쿄를 지켜야 하는 자리다. 해외 출장이나 외교 업무의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스가에게 아베 총리가 해외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 미국엔 절친, 한·중엔 관망 이어나갈 아베 계승자 스가는 자민당 내에서 개혁주의자로 통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규제개혁을, 지역문제에선 구조개혁을 통해 낙후 지역 개발을 각각 강조해왔다. 스가 내각이 경제우선 정권이 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아사히 신문은 스가 총리가 지방 구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낙후된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일본의 오랜 숙제였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수도권 인구집중 해소는 생존과제가 되고 있다. 아사히는 “도쿄는 영국 런던처럼 한 나라 전체 인구의 30%가 몰려있어 코로나19의 확산에 취약성을 보여왔다”며 스가 총리의 지방 활성화가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스가는 자민당 내에선 무파벌이지만, 의외로 인맥이 탄탄하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스가는 아베 총리의 임기와 똑같은 7년 8개월 동안 관방장관을 맡으면서 아침·점심·저녁의 대부분을 사람을 만나는 데 썼다. 저녁 자리에 2차례씩 가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구조개혁파를 중심으로 경제계 인맥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경제의 구조개혁을 주장하는 인물들이 스가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스가가 젊은 의원 시절 ‘정치적 사부’로 모셨던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静六) 의원은 스가에게 “관료들은 자신의 주장을 잘 포장하는 설명의 천재이기 때문에 반드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료, 경제계 인사를 두루 만나야 전체를 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아베 총리가 간판으로 내세웠던 외국인 관광 진흥 정책도 사실은 스가가 만나던 인맥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6년에 ‘2020년 2000만명의 외국인 방문’으로 잡았던 목표를 4000만명으로 늘렸다. 아베 정권발족 당시 연 100억엔이던 관광 분야 예산을 700억엔으로 증액했다. 대담하고 집요한 정책 추진력이 아닐 수 없다. 총리 스가가 앞으로 경제개혁과 정책주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스가는 경제자문회의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저임금을 올려 중소기업을 재편하는 작업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계 상황에 이른 일부 업종을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와 함께 산업경젱력을 높일 기술 개발과 중소기업으로의 확산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이처럼 스가는 외부 인맥의 조언을 통해 규제 개혁에 대한 의지와 신념을 더욱 굳히면서 정책 아이디어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스가는 외교와 관련해서는 정상회담에 무게를 두는 편이다. 한국과 중국과의 조기 정상회담에 나설 수도 있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관방장관 시절 한국의 징용 피해자 판결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자주 발표한 터여서 이 문제의 해결을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중 격돌과 관련해 스가는 미국의 추진하는 대중국 포위망 구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는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스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베의 정책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한·일과 중·일 관계에선 관망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문제는 자민당 특유의 파벌주의라는 한계다. 스가가 파벌주의라는 자민당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스가는 자신의 정치적인 배경이나 세력이 없으며, 그도 역시 파벌간의 담합에 의해 총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전통적으로 파벌 간의 합종연횡으로 총리를 만들어왔다. ━ 도움 준 파벌에게 보은한 스가 내각 각료 인사 9월 14일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98명이 소속된 호소다파, 55명으로 이뤄진 아소파, 54명으로 구성된 다케시다파, 47명이 포함된 니카이파, 11명의 이시하라파가 스가를 지원했다. 스가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파벌이다. 스가는 이들 다섯 파벌의 지원으로 총리에 오른 세이다. 스가와 함께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왔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는 47명이 따르는 기사다파의 수장이다. 아베의 정적으로 이번에 출마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는 19명으로 이뤄진 이시바파의 보스다. 7년 8개월간 관방장관으로 운명을 같이 했던 아베는 가장 인원이 많은 호소다파에 속한다. 아베는 정적인 이시바가 자민당 총재와 초리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 자신이 총리가 되는 것을 지원했던 파벌간 합종연횡을 뒤에서 조종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의 이시바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자민당에서 파벌간 권력 나눠먹기는 당 4역 인사에서 드러난다. 당 4역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81) 간사장, 사토 쓰토무(佐藤勉·68) 총무회장,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66)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정책위원장에 해당), 야마구치 다이메이(山口泰明·71)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결정됐다. 니카이 간사장과 야마구치 선거대책위원장은 유임이고 나머지는 신임이다. 하지만 인물만 바뀌었지 소속 파벌은 그대로다. 니카이 간사장은 47명이 소속한 니카이파의 수장이며, 사토 총무회장은 54명을 거느린 아소파의 회원이다. 시모무라 정조회장은 98명이 속한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소속이다. 야마구치 선대본부장은 54명이 속한 다케시다파다. 당 4역을 배출한 4개 파벌과 함께 11명이 소속한 군소 파벌인 이시하라파도 있다. 이 파벌 소속의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는 국회대책위원장이다. 이들 다섯 파벌이 힘을 합쳐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를 밀었다. 자민당 당 4역 인사는 이에 따른 철저히 보은 인사, 또는 권력 분할 인사인 셈이다. 자민당 총재인 스가가 실시한 당 인사라기보다 파벌이 세력에 따라 사람을 앉힌 인사나 다름없다. 스가는 파벌에 빚이 많다.파벌 분배는 스가 내각의 각료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각료의 파벌별 분포를 보면 호소다파 5명, 아소파 3명, 다케시타·니카이파 각 2명, 이시하라파 1명 및 무파벌 3명이다. 이들은 모두 스가를 지지한 그룹이다. 스가와 경쟁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의 기시다파에서 2명,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이시바파에서도 1명을 각각 기용했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는 공명당은 기존대로 한 자리(국토교통상)가 배정됐다. 경쟁 파벌과 연립정당에도 배정한 게 당직 배분과 다르다.주목되는 것은 스가 내각에서 스가의 색채를 보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아베 내각에 몸담았던 각료 중 8명이 원래 자리를 그대로 지켰고, 3명은 다른 자리를 갈아탔다. 20명으로 이뤄진 내각에서 11명의 아베 내각 사람이 그대로 자리를 지킨 셈이다. 스가 정권이 ‘아베 시즌2’라는 소리를 듣고. 스가 총리가 ‘아베의 아바타’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다. 이렇게 시작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정권이 앞으로 어떤 정치와 정책을 펼칠 것인가. 파벌과 아베의 색채를 차례로 들어내고 의외로 자신만의 정치를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스가 시대 스가의 정치를 볼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09.20 12:44

9분 소요
[창설 70주년 맞은 나토 동맹] 인도태평양 동맹과 결합시대 오나

산업 일반

미국·한국·일본·호주·인도의 중국 포위 전략… 나토는 러시아 견제하며 유럽 방어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략은 중국과 러시아를 성공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까? 4월 10일 한미 정상회담과 4월 4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70주년은 미국의 글로벌 전략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좋은 기회다. 먼저 중국에 대한 견제를 살펴보자. 미국은 중국과 밀고 당기는 관계를 계속 유지해왔다. 이는 미국이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수교하면서 중국이 요구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기 위해 중화민국(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1979년 1월 1일 이래 계속된 상황이다.미국의 대중 수교와 대만 국교단절 직후 미국 의회는 오랜 우방이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연합국으로 싸웠던 중화민국을 배려하기 위해 그해 4월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과거 양자가 맺었던 외교협정을 유지하고, 대만방어용 무기에 한해 대만에 미국산 무기를 제공하며, 대만 주민의 안전과 사회경제적 제도를 위협하는 무력사용 등 강제적 방식에 대항하기 위해 방어력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미국 국내법임에도 내용은 외교 협정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미국과 대만이 국교는 단결하면서도 군사적 동맹관계는 유지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미국과 중국은 외교 관계 수립을 전후해 1972년 2월 ‘상하이 코뮤니케(공동성명)’, 1978년 12월 ‘미중 수교 코뮤니케’, 1982년 8월 ‘8·17 코뮤니케’ 등 3개의 코뮤니케를 발표했다. 1972년 상하이 코뮤니케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처음 언급했다. 1978년 수교 코뮤니케에선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기 위해) 대만과 공식적인 정치 관계는 단절하되 경제·문화적 관계만 유지하며, 미중 양국이 국제 분쟁을 줄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1982년 8·17 코뮤니케에선 이전 코뮤니케에서 나왔던 대만 문제를 재확인했다. ━ 미국과 대만의 밀월 독특한 점은 8·17 코뮤니케 직전에 대만과 ‘6개 보장’을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6개 보장은 대(對)대만 무기판매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무기수출시 중국과 사전협상하지 않으며, 양안 중재 역할을 맡지 않고, 대만관계법을 수정하지 않으며, 대만 주권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변경하지 않고 대만에 중국과의 협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1979년의 대만관계법과 1982년의 6개 보장은 미국과 대만 관계의 원칙을 이루고 있다.상하이 공동성명은 ‘미국은 대만해협 양측의 모든 중국인들이 중국은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과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이러한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라고만 했을 뿐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지칭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중국 주도의 양안 통일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미국은 이렇게 국교를 단절한 대만에 민간기관인 미국주대만협회(AIT)를 상주시키면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AIT는 민간기관이지만 비자 업무 등을 운영하면서 국교를 단절한 대만에서 실질적인 미국 외교공관 역할을 해왔다. 외교공관과 달리 대만의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高雄)에는 물론 미국 워싱턴에도 사무실을 유지한다.이런 AIT의 윌리엄 브렌트 크리스텐슨 대표가 3월 19일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크리스텐슨 대표는 “미국과 대만이 연례 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했으며 올 9월 대만에서 미 국무부의 ‘민주주의, 인권, 노동’ 사무소의 고위 관리가 참석한 가운데 첫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주목할 점은 이 대화의 명칭이 인도태평양 민주주의 거버넌스 협의(Indo-Pacific Democratic Governance Consultations)라는 점이다. 이 포럼의 목적에 대해 “미국과 대만이 지역에서 협력을 증진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구해 오늘날 거버넌스 도전을 받는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촉진하는 데 미국과 대만보다 더 좋은 파트너가 없다”라고 강조했다.‘인도태평양’이란 표현은 외교적 수사로 보기 쉽지만 여기에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미국은 1947년 창설된 미군의 통합 전투 사령부인 태평양 사령부의 관할지역을 2018년 5월 30일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면서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꿨다. 변경 발표는 이날 열린 해리 해리스 신임 사령관의 취임식에서 이뤄졌다. 해리스 사령관은 2018년 5월 30일 퇴임한 후 주호주 대사 등으로 거론되다가 그해 7월 7일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했다.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칭한 것은 누가 봐도 중국의 팽창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이 태평양과 인도양에 걸쳐 강력한 군사력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포위망을 강화해 중국의 확장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인도와의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국경분쟁 등으로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다. 미국과 인도는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군사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 대만 미야코 해협 위협 비행한 중국 군용기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미국·한국·일본·호주·인도가 중국을 포위하며 압박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한국·호주·인도가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군사동맹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초대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해리스를 주 호주 대사로 거론하고 주한국 대사로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리스 대사는 모친이 일본인으로, 일본계 혈통의 미국인 중 처음으로 미 해군의 제독에 오른 인물이다. 일본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동참 수준을 넘어 이를 아예 아베 정권의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당연히 중국은 자국을 포위하고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봐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이 ‘인도태평양’을 이야기하며 미국과 정례 대화를 하기로 했으니 중국이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기들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사흘 간 연속으로 대만 주변을 비행하면서 긴장을 강화한 배경이다. 3월 30일 중국 군용기 7대가 대만 동쪽의 미야코 해협을 비행한 데 이어 3월 31일에는 중국 전투기 J-11 2대가 대만 서쪽의 대만해협을 비행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은 그 중간선이 사실상 양측의 경계선 구실을 해왔고, 양측 군용기는 웬만하면 이 선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3월 31일 중국 전투기들이 이를 넘었으며 대만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투기를 출동시켜 서로 대치했다. 4월 1일에는 중국 H-6 폭격기 2대와 H-9 전자정찰기 1대가 대만 동쪽의 미야코 해협을 비행했다.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국 군함이 올해 세 차례나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대만과 무기 거래를 진행한 데 대한 엄중한 경고이며, 대만 해협에서 미국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불만을 군용기 출동으로 표현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미국에 대한 불만의 핵심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대만 확대로 보인다.대만은 미군의 스텔스 전투기 F-35B 구매를 추진했으나 지난해 11월 대만의 경제일보는 대만 정부가 이 기종의 구입이 여의치 않자 F-16 66대 도입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F-16은 1974년 방산 업체인 제너럴 다이나믹스가 개발해 현재 록히드 마틴사가 제작하는 기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최신 스텔스기 대신 1970년대에 개발한 전투기를 사겠다는 대만에 중국이 과빈 반응한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이 구입하려는 F-16은 2015년 첫 비행한 최신 개량형인 F-16V다. 이 기종은 고속기동 물체의 추적능력이 뛰어나고 상대방에 역추적되지 않는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다와 신형 작전 컴퓨터, 전자전 장비를 장착한 최신 버전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3월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의 F-16 전투기 구입 요청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3월 말 남태평양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미국 하와이를 경유하며 미군 장성을 비롯한 미국 인사들과 만났다. 차이 총통은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세미나에서 “미국에 F-16V 전투기와 전차 구매를 요청했다”고 직접 밝히고 “전 세계에 대만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F-16V 도입이 이뤄지면 1992년 이후 27년 만의 전투기 도입이 된다.대만은 육군 8만8000명, 해군 4만 명, 공군 3만5000명의 병력을 유지하면서 무기체계 획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의 견제로 전 세계에서 무기를 들여올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 밖에 없는데 그나마 최신형 무기체계는 팔지 않기 때문이다. 육군의 경우 미군이 쓰는 M1A1 에이브럼스 전차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미국의 거부로 한 단계 아래인 M60A3 전차 200대 구매에 만족해야 했다. 565대의 주력전차(MBT)를 보유한 대만 기갑 전력의 핵심은 구형인 M-48 전차다. 479대의 전투기를 보유한 대만 공군의 핵심은 143대의 F-16 A/B형이다. 개량된 C/D형은 미국이 팔지 않아 획득하지 못했다. 87대의 F-5E/F도 보유하고 있지만 퇴역 시기가 한참 넘은 구형 기종이다. 그 외에 55대의 프랑스제 미라지 2000을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이런 사정의 대만에 미국이 F-16V를 팔겠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예민한 대만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뜻이다. 물론 무역협상 등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쓰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도 참여? 이런 가운데 4월 1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더욱 강하게 끌어들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는 3월 29일 열렸던 한미 외교장관 회담결과를 공개한 보도자료를 4월 1일 발표하고 “(양국 장관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국의 신남방정책, 그리고 한미일 3각 공조 전반에 걸친 양측의 협력 의지를 밝혔다”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3각 공조를 동시에 언급했다는 점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아무래도 한미일 3각 동맹이다. 미국은 여기에 호주를 추가한 4각 동맹을 구상한다. 여기에 인도와의 협력을 추가할 수 있다.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한미일 정상회담 후 나온 한미일 3국의 합동 군사훈련 제안을 거부했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2017년 11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에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미 동맹을 강조하자 청와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우리가 동의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이를 부인했다. 누가 봐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손사래를 치는 모양새다.한국과 일본 모두가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동맹은커녕 갈수록 외교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군사 교류도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경제와 민간 교류에선 여전히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정부 간의 관계는 말이 아니다. 비핵화를 위한 대북 공조체제에도 영향을 줄 정도다. 이래서야 한미일 3국 동맹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제대로 추진될 수가 없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강력하게 한국의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여기에 한미 정상회담이 나토 창설 70주년을 맞았던 4월 4일 다음 주에 열린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토는 인도태평양과 더불어 미국 글로벌 군사 구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패라면, 나토는 러시아를 견제하며 유럽을 지키는 열쇠다. ━ 나토 회원국,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훈련 1949년 4월 4일 체결된 북대서양조약으로 창설된 나토는 냉전 시기(1946~1991년) 서방 군사동맹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데 이어 냉전 이후에는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략의 핵심으로 기능해왔다. 나토는 현재 29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은 호주와 뉴질랜드·일본 등과 함께 나토의 ‘글로벌 협력국가(Global Partner)’이다. 영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군함과 전투기 등을 보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이런 나토가 인도태평양 동맹과 서로 연결되면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억제하는 강력한 글로벌 안보기구로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4월 11일의 한미 정상회담이 4월 4일 나토 창설 70주년만큼 국제 정세에 중요한 이유다.

2019.04.06 16:43

8분 소요
[평행선 달리는 한·일 관계] 위안부·북핵 문제 등 양국 입장 차 ‘극과 극’

산업 일반

위안부 합의 재교섭 쉽지 않을 것... 미·일 합의 따라 ‘코리아 패싱’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본 특사인 문희상 의원(72)은 5월 17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기다리던 기자단을 향해 문 특사는 “새 정권의 대일 정책의 방침에 대해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왔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은 5월 14일 KBS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재교섭 등에 관한 질문에, “(합의대로의 이행도 아니고) 재교섭이나 파기도 아닌 ‘제3의 길’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그 제3의 방법으로 일본 측이 과거 ‘고노담화’ 등과 같은 수준의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팽팽한 평행선을 달릴 양국의 입장을 좁힐 수 있는 ‘별도의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5월 17일 아침 일본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김포공항에서 가진 회견에서도 “특사로서 일본을 방문해 ‘재교섭하자’라고 말하는 것은 오버 하는 일이 아닌가” 라고 말해, 일본 측에 재교섭을 요구하지는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문희상 의원의 ‘잘못된 협상 태도’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 패를 다 보이고 협상에 들어가는 일은 ‘하수의 방법’으로, 처음엔 ‘재교섭’하겠다고 강경하게 몰아가다 협상장에서 하나 둘 씩 밀고 당기며 타협해가는 것이 협상의 올바른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문희상 의원이 외교관 출신이 아니라 협상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저런 서툰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 일본, 미국과 손잡고 북폭 나설 가능성도 일본 정계 인사들은 ‘고노담화’와 같은 방식의 담화를 요구하는 데는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1993년 8월 4일 고노 담화,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담화와 같은 최고지도자급의 담화를 내놓는다 해도 국가 간에 이뤄진 합의사항인 ‘소녀상 철거’가 보류되는 것처럼,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 측은 골인 지점에서 항상 골대를 살짝 치워 놓는 한국 측의 반복되는 행태에 질렸다는 볼멘 소리까지 쏟아내고 있다.위안부 합의 문제는 당분간은 풀리지 않을 한일 간의 현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의 합의문 내용에도 나와 있듯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不可逆的)으로 한다'는 문구를 넣기 위해 일본 측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에 올 때마다 다짐을 받고 또 받았다. 1993년 고노 담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김대중 대통령-오부치 총리 간 한일정상회담에서의 오부치 총리의 사죄 발언 등에서 일본은 한국 측에 사과할 만큼은 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위안부 합의(2015년 12월)에서의 ‘아베 총리의 사과와 반성 표명’이 일본으로서는 한국에 대해 마지막 사과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윤병세 장관에게 거듭 확인시켰었다.또한 2015년 말의 위안부 합의는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일정한 평가를 얻었고, 올 2월 12일 아베 총리가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회동을 가졌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된 (위안부)문제를 다시 문제 삼는 일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일본 측은 주장하고 있다. 17일 저녁 일본 외무성 청사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외상과 문희상 특사의 회담에서도 겉치레 인사와 판에 박힌 말들만 오갔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결국 지금이 아닌, 후대·후손의 지혜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한일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하다.위안부 문제에 이어 또 하나의 중요한 현안은 북한의 핵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날인 5월 1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동맹, 한미 양국 간 협력, 북핵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대북 온건파인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파인 트럼프 대통령의 충돌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장면도 있었다. 문 대통령의 대북 기본정책은 남북대화와 대북 유화 정책이다. 5월 16일 오전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한국 측 실무자들과 벌인 회의에서도 미국 측은 남북대화는 여건이 갖춰질 때, 즉 북한이 핵 폐기로 나올 때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북한은 5월 14일 ‘화성(火星) 12형’이라 불리는 중장거리 미사일(IRBM)을 고도 2000km가 넘는 로프티드 궤적으로 발사, 먼 동해 쪽에 떨어뜨림으로써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 중국 등을 자극했다. 전문가들 중에는 이 미사일이 통상 궤도로 발사됐다면 미국 괌 기지는 물론 알래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근접한 것이었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북한이 미사일을 쏜 목적은 첫째, 남북대화는 나중 문제로 돌리면서 문재인 정권을 우선 흔들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던 것, 둘째 미국과의 비공식 접촉(최근 북한의 최선희 북미국장이 미국의 전 정부 관료와 노르웨이에서 만난 일)에는 만족하지 않겠다, 그리고 우리(북한)도 이제 이렇게 미국 본토를 노릴 만큼 멀리 미사일을 쏠 수 있게 됐으니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미국에의 메시지 전달, 셋째 중국이 미국과 협력하여 북한 포위망을 좁히고 있는 것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이라는 중국의 일대 이벤트가 열리는 날 북한이 이 신형 미사일을 날린 것은 최근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와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북한의 의지의 표현처럼 보인다.1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이 어떤 군사행동을 펼칠지 의향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금방 알게 될 것(You're gonna soon find out)”이라고 답했다. 트럼프의 예상 행동으로는 지금 동해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자력 항모 칼빈슨함을 속초 방향으로 전진 배치하고, 또 한 척의 원자력 항모를 서해안 쪽(될 수 있으면 평택 앞바다)으로 진입시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이는 여차하면 모든 폭탄을 북한을 향해 쏟아 부을 것이라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표현할 수 있어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이 항모에서 평양을 향해 순항미사일을 쏘게 되면 저고도로 날아가는 이 미사일을 북한은 요격하기 쉽지 않다. 이 경우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이래도 버틸래?” 그런데 일본 요코스카항에 기항하고 있던 미 원자력 항모 로날드 레이건이 5월 16일 어딘가를 향해 출항했다. 미 해군 측은 행선지와 임무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또 한편으로 트럼프는 UN안보리에서 결의된 북한제재를 더욱 충실히 이행해 줄 것을 세계 각국에 촉구하면서, 중국에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송유관까지 끊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다각도의 북한 포위망을 더욱 압박해 들어가면서 북한의 도발을 막고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폐기(포기)케 한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트럼프로서는 북한이 보채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리 되면 한국, 일본, 대만 등도 핵무장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은 동북아시아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도래한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의 차원을 넘어 차라리 ‘마지막 선택지’로서 북한을 군사 공격(폭격)하는 방식을 택할지도 모른다. 이때는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연합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을 궤멸시켜 완전히 끝장낼 수 있다면, 일본은 최소한의 희생은 감수하면서 미국의 대(對)북한 폭격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이 상황에서 중국은 나서기 곤란할 것이다. 4월 6~7일 시진핑과 트럼프의 플로리다 회담 후, 중국은 상당 기간 동안은 미국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일본이 미국과 연합해 북한 정권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일본은 국제사회의 키 플레이어(key player)로서 ‘화려하게 컴백’할 수 있는 계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군(軍)도 없고 전쟁도 수행할 수 없는 ‘비정상국가’였던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부터 벗어나 보통국가·정상국가로 부활할 수 있다면 일본은 약간의 희생 정도는 치를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 같다. 즉 일본이 정상국가로 발돋움하여 날개를 펴는 대가를 얻을 수만 있다면, 북한 폭격의 와중에서 북한으로부터 일반 미사일 몇 발 정도는 얻어맞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본은 북한이 아직은 대형 핵탄두를 장착할 정도로 미사일 기술이 발전하여 있다고는 보지 않는 것 같다. 북한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아직은 미지수다. 지금 단계, 그리고 앞으로 2~3년간은 일본 열도가 북한으로부터 얻어맞더라도 핵미사일이 아닌 일반 미사일 몇 발 정도라고 일본은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희생은 각오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하므로 발사 지점의 탐지가 어려워 북한이 쏘는 처음 몇 발은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조기경보시스템을 띄워 놓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몇 발 미사일을 쏘면 그 발사지점을 바로 탐지하여 해상·항공자위대로부터 집중포격을 가하면 북한 미사일 기지를 초토화시켜 버릴 수 있다는 계산인 듯하다. ━ 난제 많아 양국 관계 험로 예상 물론 미일 연합군에 의한 북한 폭격 시나리오는 결코 쉽지 않은 ‘최후의 시나리오’이고, 이 시나리오대로 추진될 확률은 지극히 낮은 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과 아베 정권을 구별하는 데에 있어 큰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미국은 어떤 형태든지 간에 북한과의 충돌 국면이 발생한다면, 북한 정권과의 대화를 중시하고 대북한 유화정책을 펴려는 문재인 정권과는 거리를 두려고 할 것이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다.문희상 특사가 5월 17일 기시다 외상과 만나며 “한국과 일본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 “한일관계에 봄바람이 불어오게 하고 싶다”는 등 서로 덕담을 나누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아베 정권과 문재인 정권은 대북한 전략과 정책 등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위안부 문제와 북핵 문제 이외에도 한일 간에는 독도 문제, 역사 교과서 문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에서 인식의 차와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한일 간에 풀어야할 여러 현안들이 가로놓여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두 나라는 험로를 내달려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05.21 17:25

7분 소요
마카오 봄날은 간다

산업 일반

━ A DRAMATIC DROP IN GAMBLING Las Vegas Sands Corp Stocks drop at hands of Macau gaming revenue losses.Gaming revenue for Macau casinos has fallen for the 10th straight month, and while the dramatic drop in gambling has Macau’s tourism and casino businesses taking a hit, it also has had profound effects on companies overseas with a vested interest in Macau’s hospitality industry.In the past, Macau -- which, like Hong Kong, is a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 of China -- has been a haven for China’s high rollers. While gambling remains illegal on the mainland, Macau, located just off the southern coast of China, was the hospitality hot spot for Las Vegas-style casino gambling, bustling nightlife and dining. Recently, however, Macau has been losing its luster.Data from the Gaming Inspection and Coordination Bureau of Macau said that gross gaming revenue plummeted by 39.4 percent last month, the 10th straight month of decline.“It’s going to be a very hard year for Macau,” John Bruce, the Macau director of Hill & Associates’ Hong Kong consultancy branch, told the South China Morning Post. “What’s really pulling down the figures are political factors. China’s anticorruption drive is stopping VIP guests from coming.”Beijing’s crackdowns on corruption, displays of wealth and luxury spending by government officials have had a significant effect on Macau’s gambling scene. While leisure gambling is likely plummeting, Chinese officials also would launder cash under the facade of gambling, allowing themto move money offshore without raising too many eyebrows. However, Beijing caught on and has zeroed in on Chinese officials who are financial fugitives laundering their money in Macau. This week, a Beijing official, Huang Shuxian, the deputy chief of the Central Commission for Discipline Inspection, called on Macau’s domestic anti-graft bureau to cooperate with mainland authorities to track down officials.Across the Pacific, the exodus of VIP clientele from Macau casinos is also a concern for Las Vegas-headquartered Las Vegas Sands Corp., which owns the Sands Macao casino. While Las Vegas Sands has been able to maintain the same gross revenue over the past 10 months, the dropping stock price over the same period indicates concern over performance in Macau. Harry C. Curtis, Kelvin Wong and Brian H. Dobson, Nomura Securities analysts, said in a note on Wednesday that February’s gaming revenue data is what prompted them to lower price targets for Las Vegas Sands to $53 from $54, a trend that has occurred over the past 10 months. In the 10-month period from May 2014 to February 2015, shares of Las Vegas Sands dropped 28.29 percent, according to data from Thomson Reuters. At its highest, shares were at $81.25 on May 2, falling as low as $49.82 on Dec. 17.Still, Sands is not yet in crisis mode. With appropriate marketing, casinos can lure China’s increasingly wealthy and well-traveled middle-class tourists, who are spending a record $164.8 billion abroad, which can offset the decline of VIP official clients.“The mass market in Macau, fueled by China’s rising middle class and its newfound ability to travel and take vacations, has been growing steadily,” Bradley Seth McNew, an investor who says he’s hanging on to his Las Vegas Sands stock, said in a blog post on the Motley Fool, a financial services advice website. Las Vegas already has become a hit among Chinese tourists, but a concerted effort needs to be made to push their Macau outposts too. “Las Vegas Sands is particularly primed to take advantage of this trend,” McNew said, “with more properties and more hotel rooms than any other company in Macau.” ━ 마카오 봄날은 간다 베이징 정부의 부패 단속 영향으로 도박산업 매출 계속 감소마카오 카지노의 도박 수입이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도박의 급감으로 마카오 관광업과 카지노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마카오 호텔업계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과거 마카오는 돈 많은 중국 한량의 안식처였다(홍콩처럼 중국의 특별행정구다). 마카오는 중국 남해 연안에 위치한다. 본토에선 도박이 여전히 불법이지만 마카오는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카지노 도박, 심야의 번화한 놀거리와 먹거리가 집중된 접객유흥 분야의 인기 명소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마카오가 빛을 잃고 있다.마카오 도박감찰협조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총 도박 수입이 39.4% 급감해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마카오에는 아주 힘든 한 해가 될 듯하다”고 힐&어소시에이츠 홍콩 컨설팅 지부의 존 브루스 마카오 담당 소장이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신문에 말했다. “사실상 정치적인 요인들이 수입감소를 유발한다. 중국의 부패추방 정책이 VIP 고객의 발길을 막고 있다.”정부 고위 관료들의 부패, 재산 과시, 사치성 소비에 대한 베이징 당국의 집중단속이 마카오의 도박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락 목적의 도박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지만 중국 관료들은 도박으로 위장해 돈을 세탁하곤 했다. 너무 많은 반발을 사지 않고 돈을 해외로 빼돌리는 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베이징 정부는 마카오에서 돈세탁하는 중국 관료들을 추적해 포위망을 좁혀 왔다. 4월 초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황슈시엔 부서기는 마카오의 반부패국에 본토 당국의 관료 추적에 협력하라고 촉구했다.VIP 고객들이 마카오 카지노에 발길을 끊자 태평양 건너편까지 불똥이 튀었다. 샌즈 마카오 카지노를 소유한 라스베이거스의 ‘라스베이거스샌즈(이하 LV샌즈)’에 걱정거리가 생겼다. LV샌즈는 지난 10개월 동안 총수입을 똑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의 주가 하락은 마카오 지역의 실적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노무라 증권의 애널리스트 해리 C 커티스, 켈빈 웡, 브라이언 H 돕슨이 지난 4월 1일 리서치 보고서를 발표했다. LV샌즈의 2월 도박수입 실적이 목표주가를 54달러에서 53달러로 하향조정한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지난 10개월 동안 이 같은 추세가 계속돼 왔다. 톰슨 로이터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4년 5월~2015년 2월의 10개월 동안 LV샌즈 주가가 28.29%나 빠졌다. 5월 2일 81.25달러의 최고가에서 12월 17일에는 49.82달러까지 내려앉았다.하지만 LV샌즈는 아직 위기 모드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카지노들이 마케팅을 적절히 하면 갈수록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여행을 즐기는 중산층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들이 해외에 나가 지출하는 돈이 무려 1648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이 VIP 정부관료 고객들의 감소를 상쇄할 수 있을 듯하다.“중국의 불어나는 중산층과 그들이 새로 얻은 여행과 휴가 여력에 힘입어 마카오의 대중 시장은 꾸준히 성장한다”고 LV샌즈 주식을 계속 보유한다는 투자자 브래들리 세스 맥뉴는 말했다. 금융서비스 정보 사이트 ‘모틀리 풀’의 블로그 기고에서 밝힌 내용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이미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하지만 마카오 카지노를 마케팅하기 위한 조직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LV샌즈는 특히 이 같은 트렌드에 편승하기에 안성맞춤인 위치에 있다”고 맥뉴가 말했다. “호텔과 객실이 마카오의 다른 어떤 업체보다 많기 때문이다.”- 번역 차진우

2015.04.13 14:53

6분 소요
Forum | J-차이나포럼 국제학술회의 - ‘추격·추월·추락’ 기로의 한국 제조업

산업 일반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오래 전부터 삭은 문제인데, 수출 그래프가 크게 꺾이자 비로소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국 제조업 위기의 배경에는 동아시아 3국의 분업구조 변화가 깔려 있다. 일본에서 부품·소재, 한국에서 중간·가공재를 수입해 조립·생산만 하던 중국의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우리 기업의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해법은 없을까. 10월 22일 서울 삼성 동 트레이드타워 대회의실 열린 J-차이나포럼 국제학술회의(주제 : 동아시아 산업, 충돌인가 협력인가?)는 한국 제조업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는 J-차이나포럼이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중앙일보가 주관했다. 다음은 포럼 발표문 요약(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발표문 일부 내용과 표현은 각색했음). ━ 한국은 중국의 혁신에 올라타라 - 천진 칭화대 경제경영대학 창신창업전략과 교수 “과학기술 혁신은 사회 생산력과 종합 국력을 제고시키는 전략적 기반이며 국가 발전의 핵심적 위치에 두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이다. 중국은 2006년 처음으로 자주적 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 혁신 열풍을 일으켰다. 과학기술은 중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자 대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 속도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높았다. 지난해 중국의 R&D 투자는 GDP의 2%를 차지했고, 내년에는 2.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정부와 기업·대학이 과학기술 혁신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 특히 과학기술 혁신으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과학기술 투자가 증가하면서 현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허와 과학기술 논문 등 과학지식 누적 총량은 이미 세계 선두권이며 미국 다음가는 위치다. 과학기술 혁신은 유인 우주항공, 고속철도, 고성능 컴퓨터, 수력발전 장비 등 분야에서 중국의 산업기술 수준을 세계 선두권으로 끌어올렸다.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활용 및 혁신 능력도 세계 선두 지위를 확보했다. 특히 공업화와 정보화, 도시화, 농업 현대화의 네 분야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중국의 도시화는 현재 50%에서 향후 70%로 증가할 것이다. 이 분야에서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자주혁신과 동반혁신을 강조하면서 국유기업은 물론 민간 부문도 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은 ‘전면적 혁신’ 중이며, 상당 부분 혁신 대국으로 도약했다고 본다.물론 중국이 직면한 문제도 있다. 중국의 혁신은 아직 모방 수준이다. 혁신 성과를 뒷받침할 혁신 인재가 부족한 것도 사실 이다. 기업의 혁신 능력도 매우 제한적이다. 화웨이·하이얼·알리바바·바이두 등 우수 혁신형 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중국 기업은 아직 혁신 투자자원이 부족하고 혁신 실패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과학기술 인력은 세계 1위지만, 1인당 생산 효율성은 여전히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 하지만 중국은 첨단·기초 과학기술 연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이에 상응하는 고급 인재를 양성할 것이다. 핵심 기술에 기반한 기업의 자주혁신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또한 중국은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혁신을 중시한다. 향후 한국과 협력할 공간도 늘어날 것이다. 중국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예를 들면 가전과 도시화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여지가 특히 많다. ━ 선도와 추격 아우르는 병행자 전략 택해야 -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서울대 경제연구소장 국가·산업·기업의 ‘추격·추월·추락’은 기술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때 자주 발생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패러다임이 바뀔 때 한국이 빨리 올라타 일본을 제친 것이 좋은 예다. 경기순환 측면에선 불황기 때 자주 일어난다. 호황기에는 후발주자가 선두를 잡기 어렵지만, 불황기에는 후발자에 기회가 생긴다. 고객 변화와 정부 규제 및 산업정책도 추격과 추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술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불황기는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후발자 입장에서 기회의 창은 언제나 열려 있다. 반대로 승자는 새로운 패러다임 출현을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승자의 함정이다. 모토롤라와 노키아가 그런 예다.현재 중국의 한국 추격 속도는 그간 한·일간 패턴과 비슷하다. 중국의 IT 기술은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 IT는 단명 기술이 많고, 특허 등의 명시적 지식이기 때문에 소위 벼락치기가 가능하다. 석유화학 기술은 근접해 있고, 자동차는 아직 격차가 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은 이미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 추격형 성장을 해왔던 한국은 새로운 전략을 택해야 한다. 한국의 방향은 대·중소기업 동반 국제화여야 한다. 대기업이 해외로 더 나가 성장을 주도하면서도 경제력 집중도를 심화시키지 않는 방법이다. 동반 국제화는 독일이 좋은 모델이다. 대·중소기업 혁신을 이끄는 최적의 시나리오다.한국은 그동안 추격자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선발자로서 피추격 방어 전략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M&A는 선도기업의 방어전략이자 신기술을 확보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애플이나 샤오미처럼 단순히 제품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판매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도 있다. 삼성에 진짜 위협이 되는 것은 삼성과 같은 방법으로 경쟁하려는 후발 기업이 아니라, 다른 패러다임을 들고 나오는 후발자다. 한국은 서둘러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이유는 없다.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전기차· 수소차를 동시에 개발한 것처럼, 퍼스트 팔로워(First follower)와 패스트 세컨드(Fast second : 재빠른 2등)를 동시에 추구하는 병행자 전략(Parallel mover)이 최적의 선택일 수 있다. ━ 대만 기업과 손 잡고 중국에서 반전 노려 - 야나기마치 이사오 일본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교수 일본은 2012년 9월 중국의 ‘반일 시위’에 큰 영향을 받았다. 국제정치 상황과 일·중 영토 분쟁이 정부 당국의 산업정책과 정치적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기업은 과격한 시위의 후유증을 앓았다. 중국 내 반일 이미지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컸다. 중국 초기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파나소닉은 물론 캐논·도요타·닛산 등이 중국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을 보면서 일본 재계는 충격을 받았다.더욱이 중국 내 노동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임금이 올랐고, 노동자의 권리 의식도 높아졌다. 심지어 중국 노동자들은 ‘사장을 바꾸라’는 시위까지 한다. 합법적 경영에 대해 노동자들이 집단 저항하고, 전면 파업을 하는 일이 잦다. 중국 지방정부 역시 노동자 편에서 개입하면서 법치가 아닌 인치로 해외 기업을 대했다. 때문에 일본 기업 임직원들이 중국 부임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중국 주재원 가족을 위한 주택·건강·교육비를 지원하는 ‘하드십(hardship) 수당’이 오르기도 했다.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새로운 반전을 모색 중이다. 대만 기업과 손 잡고 중국 내륙 진출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아세안 지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특히 일본 내에서 독자 생존이 어렵지만 고도 기술을 보유한 금형기술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아세안 기업과 합작이나 M&A를 시도한다. 반일 시위 이후 이른바 ‘잃어버린 1년’을 보낸 뒤, 지난해부터 일·중 양국간 경제인의 교류도 활발히 재개되고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광둥성 2인자가 일본에 투자 요청을 하면서 “일본이 광둥성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는데, 그때 일본 재계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중·일 분업구조와 변화와 관련해 아시아 차원에서 기업가 정신을 갖춘 CEO를 육성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3국이 머리를 맞대 기존에 없었던 시장과 기술을 만드는 혁신을 이뤄낼 기업가를 키우는 것이다. 나는 이를 ‘올 아시아(All Asia)의 실현’이라고 부르고 싶다. ━ ‘누가 뭘 잘하나’ 따져 협력 방안 모색하라 -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 흔히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로 비유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어느 나라가 무엇을 만드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아웃풋(산업과 제품) 중심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협력보다는 경쟁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샌드위치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분업구조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중국의 빵, 일본의 소스, 대만의 햄, 한국의 피클 식으로 협력의 샌드위치라는 표현도 가능하다.‘누가 무엇을 만드는가’라는 분업구조 인식은 다양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소니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일본 제품인가, 중국 제품인가.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 투자는 한국의 이익인가, 중국의 이익인가. 한국 기업이 높은 가격에 일본에 팔리고, 그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하면 누구의 이익인가.국가·제품 단위의 분업구조로 생각하면 경쟁과 협력이라는 더 넓은 공간을 볼 수 없게 된다. 이제는 아웃풋(output)이 아닌, 인풋(input : 투입요소)의 경쟁력에 주목해야 한다. 단선적으로 단순가공→조립가공→중화학→첨단·서비스 산업의 단선적 매트릭스가 아니라, 저임금·조달망·기술력·창의력·연구개발·브랜드 등 ‘누가 무엇을 잘하는가’를 우선 순위에 두고 경쟁이 아닌 협력의 공간을 찾아야 한다. ━ 일본의 ‘거리두기 전략’ 재평가 해야 -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일본전공 교수 한·일 기업은 중점 전략과 생산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은 생산·판매에 중점을 두고 설비에 의존하는 반면, 일본은 소재와 부품에 중점을 두고 인간, 특히 숙련된 기술(노동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엔 암묵지의 기술이 많다. 모방이 어렵다. 여러모로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추격이 쉬운 구조다.양국 전략에도 큰 차이가 있다. 한국 기업은 너무 빠르게 중국으로 갔다. 이 과정에서 생산과 공정기술이 대거 유출됐다. 일본은 중국에 공장을 짓고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주저했다. 일본은 중국과 거리두기 전략으로 중국과의 협상력을 높였다. 일본 정부는 ‘기술의 블랙 박스화’ 정책을 폈다. 다른 나라가 도저히 기술을 빼갈 수 없도록 국가가 전략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일본 샤프에 투자한 것은 액정기술과 복사기 기술 확보가 중요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기술을 못 주게 막았다. 일본은 중국에도 같은 전략을 폈다. 일본은 중국과 거리를 둬도, 부품·소재 기술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필요하면 중국이 손을 벌릴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국가 전략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경제정책을 정치·외교 전략과 연계해 철저히 중국과 거리를 뒀다. 최근에는 미국·동남아시아·인도·호주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으며 중국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남북 문제 등 정치적 계산에 입각해 일본과 거리를 두고 급속히 중국에 빨려 들어갔고, 결국 중국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였다. 일본 아베노믹스가 욕을 먹지만, 경제전략 측면에서는 우리 정부보다 낫다. 우리는 발등의 불만 생각하지만, 아베의 세 화살 중 하나는 미래성장 전략에 맞춰져 있다. 아베가 왜 그토록 아세안 국가를 자주 방문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 한·중·일의 닮은꼴 미래 동력, 최후의 승자는 - 조영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 제조업의 중국발 위기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국내에서는 잘나가는 한국 기업을 찬양하기 바빴다. 대중 수출이 뚝 떨어지자 이제야 위기라고 한다.이런 점은 언론을 포함해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은 현재 산업화 초기 단계를 벗어나 산업화 후기 단계와 고소득 국가군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1980년 이후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을 살펴보면, 아주 무서운 점이 발견된다. 중국은 단순히 산업 대국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산업 강국을 동시에 추구한다. 전방위적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중국 이 공급자 역할의 고도화로 나아갈 것인지, 시장 제공자(세계의 시장)를 도모할 것인가에 따라 동아시아 산업 지형이 달라 질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스스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중국은 제조업 발전 경로를 독일과 일본에서, 서비스업 발전 경로를 미국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당분간 외향적 성장과 내수 확대 전략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중국의 선택, 중국에 대한 세계 경제의 기대는 한·중· 일 3국 산업구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욱이 3국의 신성장동력 전략은 육성 분야에서 많이 중첩된다. 이는 상호보완보다는 전면적 경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신성장동력은 해당 국가의 미래를 담보한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적 고민과 탐색이 필요한 때다. ━ 포럼 후기 - 한국 경제·기업에 혹독한 비판 10월 22일 열린 J차이나포럼 국제학술회의 주제 발표 후 가진 토론 시간에서는 한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날선 비판과 조언이 이어졌다. 이근 교수는 “대·중소기업 모두 해외로 더 나가야 한다”며 “국내에 안주하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웬만한 제조업은 모두 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중국에 스마트폰 수 억대를 팔고서도 변변한 고객 정보가 없다”며 “중국에서 삼성전자는 사실상 브랜드파워만 남았는데, 앞으로 브랜드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애플과의 경쟁에 대해선 “삼성이 보유한 방대한 가전제품 라인과 스마트폰을 연계해 애플과 싸워야 한다”며 “스마트폰 대 스마트폰으로 싸우려 하면 승산이 없다”고 조언했다.김현철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기업이 꽤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기 실력이 아니었다”며 “MB정부의 고환율이라는 보조금 덕분”이었다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최근의 제조업 위기는 우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만수 연구위원은 “중국 시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이 너무 적다”며 “향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그는 “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랜 기간 폭리를 취하는 것인데, 그 폭리라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 관점이 많다”고 말했다.중국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이 매년 급격히 감소하는 것과 관련, 이근 교수는 “중소기업이 국내에 안주하도록 우리 정부가 과도한 인센티브를 주는데, 이는 결국 중소기업에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중으로 참석한 서강대 김시중 교수는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극단적 전망이 많다”며 “현실적으로 극과 극의 중간쯤 어딘가가 미래 중국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극단적 전망에 대한 극단적 대비보다는 중국과 새로운 호혜의 길, 협력의 길을 이제부터 찾아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2014.10.26 20:44

9분 소요
‘도둑놈’과‘의적’ 사이

산업 일반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던 과거에는 ‘도둑놈’이란 말이 큰 욕이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살인귀’ ‘살인마’라 해 인간이 아니라 아예 ‘귀신’ ‘악마’ 취급을 받았다. 인간의 기본 도리인 인륜을 저버린 이런 범죄자는 보통 사람과 달리 ‘더러운 피’가 그 자손에게까지 이어진다고 믿었다.죄가 없는데도 그 자손을 처벌하거나 배척하는 ‘연좌제’의 전통도 그래서 생겨났다. 하지만 도둑 중엔 부패하고 민중을 수탈하는 지배계층에 대한 저항감을 대리 만족시킨 ‘의적’도 있었다. 임꺽정, 홍길동, 일지매 등은 남의 물건을 훔쳤지만 부자에게서 물건을 훔쳐 가난한 이들을 도와 ‘반영웅’으로 떠올랐다.백성들의 분노는 부자와 관가를 공격하고 물건을 훔치는 의적들에게 투사(投射)됐고 백성은 그들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따랐다.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에는 범죄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각이 존재하는 듯하다. 한동안 사회적으로 사형제도 폐지 바람이 일었지만 범죄자의 영구퇴출을 요구하는 국민의 성난 목소리에 밀려 좌절됐다.한편에선, 사회적으로 악명을 얻은 범죄자는 ‘네티즌 추격대’가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신상까지 낱낱이 찾아내 공개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현대판 연좌제’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부자와 고관대작의 집을 털었던 조세형과 김강용은 ‘대도’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대중의 동정을 샀다.조세형은 오랜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뒤 한 기업의 고문으로 초빙됐고, 유명 전도사와 강사로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물론 그가 일본에 건너가 또다시 절도행각을 벌이다 경찰의 총을 맞고 체포되기 전까지 그랬다는 말이다. 탈옥범 신창원이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2년 넘게 도피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인터넷에는 그의 팬 카페가 생겼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책도 나왔다.오늘날에도 대중은 체제에 대항하고 지배세력을 유린하는 ‘반영웅 범죄자’의 출현에 환호하기도 한다. 교도소를 무장 탈옥해 한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장시간 경찰과 대치극을 벌였던 지강헌 역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을 사회적으로 유행시키며 영화(‘홀리데이’) 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단순히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공개 수배된 여자 강도 용의자를 ‘얼짱 강도’라고 부르며 추종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악명 높은 범죄자의 옷차림 등을 흉내 내는 ‘블레임 룩’이 유행하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범죄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깃거리다.그런데 근대 이전 한국의 전설이나 설화, 문학에서는 범죄 이야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인간의 탐욕과 부도덕, 불륜이 상징적으로 묘사되고, 그 결말은 피해자의 원혼이나 저승사자 등 초월적 존재에 의해 응징되는 식이다. 이른바 ‘일벌백계’와 ‘권선징악’의 교훈으로 범죄를 억누르려는 분위기가 지배했다.한국 최초의 추리소설로 꼽히는 이해조의 ‘쌍옥적’은 유교 조선의 강한 통치력이 와해돼 가던 구한말(1908)에야 등장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과 더불어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사회도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1923년 12월 30일 한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끔찍한 사건 소식이 실렸다.‘만취한 승려가 잠자던 동네 남자의 목을 칼로 찔러 살해한 후 배를 가르고 간을 꺼내 씹어 먹다가 이웃사람에게 들키자 칼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다 체포됐다.’ 이듬해 2월에도 충격적인 범죄사건의 기사가 등장했다. ‘두 살짜리 아이의 목을 자르고 머리를 깨서 골을 꺼낸 후 팔, 다리와 생식기를 잘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1927년에 창간된 ‘변태 심리’라는 잡지는 엽기적인 범죄사건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웅변한다. 당시는 외세 침략과 조선왕조의 붕괴, 일제 강점으로 인해 기존의 이념과 윤리, 규범이 무너지고 극도의 혼란에 빠진 ‘아노미 상태’였다고 하겠다.8·15 해방 이후엔 좌우 이념 대립과 한국전쟁, 군사 쿠데타와 독재 등 정치적 격변과 억압의 시대가 이어져 범죄마저도 얼어붙은 듯하다. 하지만 1963년 고재봉이라는 전직 군인이 일가족 6명을 도끼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 ‘살인귀’에 대한 사회적 공포심이 되살아났다.그 후로 사회를 경악시킨 사건이 잇따랐다. 1975년엔 전국을 순회하며 1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김대두 사건, 1981년엔 체육교사 주영형이 초등학생 이윤상 군을 유괴 살해한 사건, 1982년엔 경남 의령에서 마을 주민 56명을 살해한 경찰관 우범곤의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살인귀’ 공포는 한동안 계속됐다.그 정점은 아마도 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 동안 계속 발생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일 듯하다. 10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잔혹하게 살해됐지만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는 이 사건은 영국의 ‘살인마 잭(Jack the Ripper)’을 연상케 하면서 영화와 연극으로도 재연돼 사회적 공포를 확대 재생산했다.1990년대에는 ‘지존파’ ‘막가파’ 등 사회에 대한 불만을 무차별적인 살인으로 표출한 조직적 살인 범죄집단이 등장해 충격을 주었다. 2000년대에는 유영철과 정남규, 정성현에 이어 미국의 연쇄살인범인 테드 번디(Tedd Bundy)와 비교되는 강호순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꼬리를 이었다.연쇄살인(serial murder)이 냉각기를 거쳐 살인을 계속하면서 온 사회를 지뢰밭을 걷는 듯한 공포에 빠트린다면, 여러 명을 한꺼번에 죽이는 다중살인(mass murder)은 핵폭탄 같은 충격을 불러온다.우 순경 총기 난동 사건의 충격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갈 무렵인 2003년 2월, 김대한이라는 56세 남자가 대구 지하철에서 인화물질이 가득 든 통에 불을 붙여 198명을 살해하고 147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저지른 범죄가 2002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자축하던 한국 사회를 애도와 분노, 상실감에 휩싸이게 만들었다.한국인과 한국 사회 전체에 외상(trauma)을 입힌 이 사건의 악몽은 4년 2개월 후 미국의 버지니아 공대에서 발생한 끔찍한 다중살인사건으로 되살아났다. 교수들과 학우들을 강의실에 몰아넣고 무차별 총격을 가해 32명을 살해하고 29명에게 중상을 입힌 범인이 한국계 이민자인 조승희였기 때문이다.아홉 살 때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조승희는 인격 형성기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고 그 스스로 1999년 발생했던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살인’ 범인들을 추종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발생한 미국인 범행’이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는 그를 ‘한국인’으로 여겼다.2008년 10월엔 서울 강남의 한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피해자들에게 마구 칼을 휘둘러 6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상을 입힌 정상진의 범행이 발생해 소위 ‘묻지마 다중살인’에 대한 공포가 이어졌다. 1980년대 이후 계속된 끔찍한 연쇄살인과 다중살인의 충격과 공포는 한국을 더 이상 ‘동방예의지국’이라 할 수 없다는 반성과 자각을 불러왔다.이를 통해 급격한 산업화와 서구화, 경쟁 지상주의가 낳은 물질만능주의 풍조와 사회적 소외자 및 낙오자의 증가, 핵가족화로 인한 전통적 대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붕괴, 그리고 빈부격차가 나은 사회갈등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대안 모색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커졌다. 엽기적인 강력사건이 계속 일어나면서 대중의 관심도 사실적인 범죄 이야기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다. 문학계에선 1980년대 김성종의 뒤를 잇는 추리소설이 뜸해지고, 방송에서는 1984년에 종영된 수사반장 이후 한국형 범죄 드라마가 한동안 방영되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들어 ‘CSI’,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 등 미국 드라마(미드)가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해외에서 수입한 이들 범죄 드라마의 범람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낸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찰에 ‘미드처럼’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범죄를 수사하고, 적정한 절차를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사법 절차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반면, 신문과 방송뉴스는 미드 못지않은 구체성과 실감 나는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지나친 범죄보도를 불러 피의자 가족과 피해자의 사생활 노출, 범죄 수법 공개, 범죄 공포의 무차별 확산, 여론재판 현상을 불러온다. 영화 ‘살인의 추억’ ‘그놈 목소리’ ‘추격자’ 등 범죄 영화의 대흥행은 우리 사회에 그동안 ‘사실적 범죄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컸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한국형 CSI효과’는 일반인들의 ‘범죄 수사에 대한 참여 욕구’로도 이어졌다. 경찰직과 법과학, 범죄심리학 등 관련 학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전국 대학 중 ‘경찰 관련 학과’를 설치한 대학의 수가 80개를 넘어섰고, 순경 채용시험에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가 대거 몰려 남자는 30대1, 여자는 20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현대판 셜록 홈즈’라고 할 ‘프로파일러’가 되겠다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바야흐로 ‘범죄 이야기 열풍’에 휩싸였다고 할 만하다. 물론 종래의 유교적 엄숙주의로 범죄 이야기를 금기시하던 관습도 문제지만 그와 반대로 지나친 ‘범죄 상품화’도 문제라고 하겠다(마치 ‘신종 플루’의 안전불감증만큼이나 지나친 공포심과 과잉대응도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질병과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의 범죄 문제를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부풀리기’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성숙한 노력이 필요하다. 범죄자를 괴물로 여겨 극단적인 혐오감을 쏟아내는 분위기도, ‘사회악에 저항하는 투사’로 미화시켜 숭배하는 극단적인 사회 분위기도 우리 모두가 극복할 대상이다.

2009.11.04 15:43

6분 소요
NewsWeekPlus

산업 일반

White: So Worn Out 색깔있는 웨딩 드레스 인기몰이 This June, when Amanda Moore, 25, gets married in Beverly Hills, Fla. , she intends to wear a black gown with pink daisy accents. Black, she says, is !slimming, and pink matches a special necklace from her great-grandmother. ?y mother-in-law was the only one who was, like, ‘Oh, my gosh, you have to call the church and make sure it? OK??(She did. It is.) 아만다 무어(25)는 오는 6월 미국 플로리다주 베벌리힐스에서 결혼한다. 무어는 결혼식에서 분홍색 데이지 무늬를 박은 검은 웨딩가운을 입을 생각이다. 검은색은 몸을 !날렵해 보이게 만들 뿐 아니라 분홍색은 증조모에게서 물려받은 아주 특별한 목걸이와 잘 어울린다. “시어머니만 ‘아니, 뭐라고? 교회에 전화해 괜찮은지 물어봐야 돼’라고 말씀하셨다.” 무어는 교회에 문의했고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Moore? not alone in @bucking #altar etiquette. Jeffrey Moore, a senior vice president at wedding-dress superretailer David? Bridal, says 20 percent of its gowns now include color; they were all white (or ivory) just three years ago. The stores now carry 32 accent hues, including apple red and pool blue. (Toni DeLisi, owner of Memorable Events in Ramsey, N. J., says half of her brides accent with colors like ice blue.) There is color in 16 of 31 gowns in Vera Wang? spring ?6 collection. 무어뿐 아니라 전통적 #결혼 예법에 @반항하는 사람은 많다. 웨딩 드레스 초대형 소매업체 데이비즈 브라이들의 제프리 무어 수석 부사장은 지금은 웨딩 드레스 중 20%는 색깔 있는 드레스라고 말했다. 3년 전만 해도 전부 하얀색(아니면 아이보리색)이었다. 데이비즈 브라이들은 현재 32가지 각기 다른 색깔의 무늬가 있는 드레스를 판매한다. 사과처럼 빨간색과 깊은 물처럼 짙푸른 색도 포함된다(미 뉴저지주 램지에서 메모러블 이벤츠 가게를 운영하는 토니 들리시는 신부 고객의 절반이 담청색 같은 색채 무늬를 넣는다고 전했다). 뉴욕의 유명 웨딩 드레스 디자이너 베라 왕의 2006년 봄 컬렉션에서도 31벌 가운데 16벌에 색깔이 들어갔다. Weddings aren? as traditional now, and that ?trickles down?to apparel, says Moore. The trend in ?destination weddings?also helped spur the pro-color ^contingent. Typical brides pay $1,056 for a dress, according to the Conde Nast Bridal Group? American Wedding Survey. At that price, the desire to look good &trumps tradition, and blinding white may not be a bride? best color. Lynna Heathman, 47, of Wentz-ville, Mo. , wore a red gown for her beach wedding in Hawaii. ?here are certain colors you feel happy in,?she says. And it? OK if white? not one of them. KAREN SPRINGEN 요즘의 결혼식은 전통을 타파한다. 그런 추세가 의상에도 “$흘러들어간다”고 무어가 말했다. ‘%휴양지 결혼’ 추세도 유색 웨딩 드레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 콘데 나스트 브라이들 그룹의 아메리칸 웨딩 서베이에 따르면 대개 신부들은 웨딩 드레스에 1056달러를 지불한다. 그 정도 가격에서는 아름다워 보이려는 욕망이 전통을 &압도한다. 눈부신 흰색은 신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아닐지 모른다. 미주리주 웬츠빌에 사는 리나 히스먼(47)은 얼마 전 하와이에서 해변 결혼식을 올릴 때 붉은색 드레스를 입었다. “사람마다 드레스를 입었을 때 기분 좋은 색이 있다”고 히스먼이 말했다. 흰색이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제는 괜찮다. Where the Indies Are 인디 밴드 축제의 메카 Madonna announced recently that she would play the seventh annual Coachella festival next month ?and !legions of underground-music fans @went into mourning. ?ADONNA??????????????wrote Jamesc2929 on Ezboard . com. ?hat the F***!!! This is an insult to those who have supported the Coachella Idea from the start. I was waiting to see if you added Death Cab, Morrissey, Kasabian, the Strokes, and now we get the Material b---h. What a #let down.? 최근 마돈나는 다음달 열리는 제7회 코첼라 연례 축제에서 공연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음악팬들이 @애도를 표했다. “마돈나라고?????????????” 유명한 토론 사이트 이지보드에 Jamesc2929라는 이름의 누리꾼이 적었다. “무슨 xxx인가!!! 코첼라 축제의 정신을 처음부터 지지해온 사람들을 모독하는 일이다. 나는 데스 캡, 모리세이, 카사비안, 스트로크스 같은 밴드가 출연하기를 고대했는 데 ‘머티리얼 xx년’(마돈나의 별명이 ‘머티리얼 걸’이다)이 나온다니. 정말 #허탈하다.” So where does a guy in a retro Pixies T shirt go when the premier indie festival lets him down? To Chicago for the two-day-long Pitchfork festival in July. Sponsored by music Web site pitchforkmedia. com, the festival $features 36 bands, like the Mountain Goats, who truly aren? signed to major %labels. There? also Chicago? Intonation festival (June), sponsored by the ^snarky-but-&spot-on pop-culture magazine Vice. *Headliners include U. K. rapper The Streets. Both festivals run about $15 a day; Coachella is $85. That means money (left over for a new T shirt. LORRAINE ALI 올터너티브 록밴드 픽시스의 복고풍 티셔츠를 입는 사람이 최고의 인디 음악 축제에 실망했을 때는 어디를 가야 할까? 오는 7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이틀간의 피치포크 축제가 제격이다. 음악 사이트 pitchforkmedia.com이 후원하는 이 축제에는 실제로 대형 %음반사와 계약을 거부하는 마운틴 고츠 같은 순수 인디 밴드 36개가 $참여한다. ^냉소적이면서도 &논평이 정확한 팝문화 잡지 바이스가 후원하는 시카고의 인토네이션 축제(6월)도 있다. *주요 참여 밴드에는 영국 래퍼 스트리츠가 포함된다. 입장료는 두 축제 모두 하루 약 15달러다. 반면 코첼라 입장료는 85달러다. 코첼라에 가지 않으면 (남는 돈으로 새 티셔츠를 한 벌 사게 된다는 말이다. Tip of the Week I lift weights and exercise regularly, but I? not building any muscle. What am I doing wrong? 역기를 들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데 근육이 생기지 않는다. 무엇이 잘못됐나? How? your form? New weight lifters who don? build muscle are probably using their back to pick up heavy weights, according to trainers. Instead, lift slowly so that your arm and chest muscles get worked through the entire exercise and keep the rest of your body stable. Those who want to bulk up like Arnold should perform two to three exercises per muscle about three times a week, with heavier weights and six to eight repetitions. Other factors that help: genetics, diet and good sleep. ROBERT STEIN 운동하는 자세가 어떤가? 운동을 처음 시작했는데 근육이 생기지 않는다면 역기를 드는 데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트레이너들은 말한다. 등을 사용하지 말고 역기를 천천히 들어올려 팔과 가슴 근육이 계속 움직이도록 하고 몸의 나머지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라.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근육질 남자가 되고 싶다면 자기 힘에 약간 버거운 역기로 근육 하나에 두세 가지 방식으로 6∼8회 반복하는 운동을 일주일에 약 세 번은 해야 한다. 근육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요인은 유전적 특징, 식습관, 숙면 등이다. The Technologist Speak It in Chinese, Hear It in English 눈앞에 다가온 자동 통겧貶?시대 Alex Waibel doesn? understand Chinese, but he can read street signs when in Beijing. A team of engineers led by Waibel at Germany? Karlsruhe University has developed a !handheld device called the Sign Translator. It uses an @integrated camera and software that recognizes, and translates into English, about 3,000 Chinese characters. 알렉스 웨이블은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베이징에 가면 거리 표지판이 무슨 뜻인지 안다.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에서 웨이블이 이끄는 엔지니어 팀은 표지판 번역기라는 !휴대용 기기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한자 약 3000자를 인식하고 영어로 번역해주는 소프트웨어와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한다. The Sign Translator is the #cutting edge of a raft of $breakthrough developments in translation technology %coming down the pipeline. Governments in Europe, rather than corporations, are driving much of the innovation ?and with good reason. Consider the European Union: in Brussels, the world? largest translation and interpretation operation spends more than $875 million a year ferrying information in and out of the bloc? 21 official languages. 표지판 번역기는 %현재 개발 중인 번역 기술 분야에서 나오는 수많은 $획기적인 발명품 중 #최첨단을 달린다. 유럽에서는 기업체보다는 정부 기관들이 그런 혁신을 주도한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유럽연합을 생각해 보자. 브뤼셀에서는 세계 최대 번역과 통역 작업에 연간 8억75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해 21개 공식 언어로 권역 내외에 정보를 전달한다. A three-year EU project called TC-STAR is pumping a10 million into language-software R&D. One grantee, Germany? Siemens, has developed software that recognizes spoken words, ^transcribes them, translates the transcription and then utters the translation by patching together syllables pre-recorded by native speakers in several languages. Siemens? Lecture Translator System will be installed first in the European Parliament, probably within two years. This system and others promise to &slash the cost of the European Commission? commitment to multilingualism ?and *undercut calls to make English the European bureaucracy? sole working language. 유럽연합의 3개년 계획인 TC-STAR는 언어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에 1000만 유로를 투입한다. 보조금 수혜자인 독일의 지멘스는 발음된 단어를 인식해 ^글자로 바꿔 번역한 다음 미리 녹음된 여러 언어 원어민의 음절을 결합해 다시 발음을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지멘스의 ‘강연 번역기 시스템’은 2년 정도 이내에 유럽 의회에 처음으로 설치될 전망이다. 이 시스템과 다른 개발품들에 힘입어 유럽 집행위원회는 다언어주의를 고수하는 비용을 &대폭 줄여서 영어를 유럽 행정기관의 단일 통용어로 삼자는 주장을 *무력화할 전망이다. Daimler Chrysler, another grantee, is (perfecting an )antidote to those goofy-looking headphones on display in places like the United Nations. Its ceiling-mounted ?udio-beam?speakers can shoot a cone of sound five meters to areas as small as a single seat. Bernard Smith, head of the Luxembourg-based TC-STAR program, jokes that the innovation is ?sychologically disturbing?because a listener ?queezing down a row of seats for a bathroom visit will be assaulted by a series of sound cones delivering different languages. Alternately, the Lecture Translation System will also provide wireless subtitle goggles for parliamentarians who prefer to read speeches. 또 다른 보조금 수혜자인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유엔 같은 장소에서 보이는, 마치 착용하는 사람을 바보처럼 보이게 만드는 헤드폰을 )대체할 개발품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천장에 설치된 ‘음향 빔’ 스피커는 좌석 한자리의 작은 공간으로 음향을 5m 거리까지 내보낸다. 룩셈부르크에 본부를 둔 TC-STAR 프로그램 책임자인 버나드 스미스는 이 신기술이 “사람을 심리적으로 불안케 만들지 모른다”고 농담했다. 화장실을 가려고 愍美??헤치고 나아갈 때 각기 다른 언어로 전달되는 수많은 음향의 공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강연 번역 시스템’도 연설을 글로 읽기 원하는 의원들에게 무선 자막 고글을 제공할 예정이다. EU cash is also helping companies like Nokia, which is developing cell-phone software that translates and utters, in real time, dialogue in English and Chinese. Because the software transcribes what it translates, it also creates a written record of conversations, the better for e-mailing. Imre Kiss, an engineer at Nokia? lab in Tamteri, Finland, says ?ush from our customers?will likely translate into ?ollouts within two years. 유럽연합 보조금은 노키아 같은 회사들에도 지원된다. 노키아는 영어와 중국어 대화를 실시간으로 통역해 전달해주는 휴대전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통역하는 내용을 글자로 전환하기 때문에 대화를 문서로 바꾸어 e-메일로 보내는데 보다 효과적이다. 핀란드 탐테리에 있는 노키아 연구실의 엔지니어 임레 키스는 “고객들의 압력으로” 2년 이내에 蚌탕┎걋?출시하게 될 듯하다고 말했다. Across the pond, NASA? Neuro-Engineering Laboratory, or NEL, is trying to bypass speech itself. The Mountain View, California-based lab is developing button-size electrodes that stick to the throat. By analyzing small electrical currents, the electrodes ?ecipher words that are mouthed ?but not pronounced. These ?ubvocal?words can then be delivered as written text, a written translation or strung together as speech with pre-recorded syllables. The prospect of selling phone calls that can? be overheard has made telecom companies ?rick up their ears. Two majors are in talks with the NEL, while Nokia runs its own program. The EU is devoting funds to similar research. 대서양 건너 미 항공우주국의 신경 엔지니어링 연구실(NEL)은 음성 자체의 우회를 시도한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이 연구실은 목에 부착하는 단추 크기의 전극을 개발 중이다. 이 전극은 미세한 전류를 분석함으로써 발음되지 않고 발성 형태만 갖춘(소리없이 입만 움직이는) 단어들을 洑巒또磯? 이들 ‘하위 성음’ 단어들은 문서, 번역 문서나 미리 녹음된 음절들이 결합된 음성으로 전달된다. 도청이 불가능한 전화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기대감에 전화회사들은 膚叩?솔깃해졌다. 주요 전화회사 두 곳이 NEL과 협상 중이며, 노키아는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럽연합도 비슷한 연구에 기금을 투입했다. Humans are still better at translation than machines ?people can at least ?rack (and understand) a joke. But at least machines are rapidly making the world more comprehensible. BENJAMIN SUTHERLAND 아직 기계보다는 사람이 번역을 더 잘한다. 사람은 적어도 浜遮是?하고 농담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세상은 기계 덕분에 빠르게 이해하기 쉬워져간다. The Chinese Start to Shimmy Just a few years ago, complimenting a Chinese woman on her !stomach could earn a man a @punch in his. In fact, her #belly was unlikely to be visible at all, given the country? conservative social attitudes. But a new fad is changing all that: belly dancing. In May 2005, 24-year-old Beijing yoga instructor Zhao Meng opened the Many Belly Dance School with two other dance teachers, holding classes in a $dilapidated apartment. Many Belly now has eight franchised schools in the capital, and gyms from Shanghai to Xian offer belly-dancing classes. ?hinese women love beauty, and belly dancing helps them become more beautiful,?says Zhao. ?t is the oldest and most beautiful dance in the world.?Indeed, belly dancing has existed for a long time, even in China. For centuries, it has been performed in western Xinjiang province. But that doesn? mean the new trend ?inspired more by international belly-barers like Shakira and Korean singer Shim Mina than history ?has been accepted by everyone. Chinese feminists, in particular, are %conflicted. They see belly dancing as a means of ^exploiting women, but also recognize that it could help Chinese women change the way they &perceive themselves in a conservative society. ? few months ago I would have been ashamed if a foreigner saw my bra,?says 28-year-old Beijing resident Lu Yiwei, arguing that belly dancing has made her more confident. ?ow, who cares? You?e already seen my belly!? QUINDLEN KROVATIN 중국에 부는 벨리 댄싱 열풍 바로 몇 년 전만 해도 남성이 중국 여성의 !배를 칭찬하면 @매를 버는 행위였다. 보수적인 사회 풍토 때문에 여성들이 자신의 #배를 외부인들에게 내보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유행이 그런 관습을 바꾸는 중이다. 바로 벨리 댄싱이다. 2005년 5월 베이징 요가 사범 자오멍(24)은 2명의 무용 교사와 함께 매니 벨리 댄스 스쿨을 개설하고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에서 교습을 시작했다. 이제 매니 벨리는 베이징에 강습소 8개를 운영하며, 상하이에서 시안까지 중국 대도시 대다수의 체육관이 벨리 댄싱 교습을 한다. “중국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벨리 댄싱은 그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고 자오는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서깊고 가장 아름다운 춤이다.” 실제로 벨리 댄싱은 중국에서조차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벨리 댄싱은 서부 신장 자치구에서 수세기에 걸쳐 공연돼 왔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가 이 새로운 유행을 환영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중국의 벨리 댄싱 붐은 역사보다는 샤키라 같은 국제 벨리 댄서들과 한국 가수 심민아(월드컵 미녀)에 의해 촉발됐다. 특히 중국의 여권운동가들이 %상충된 견해를 드러낸다. 그들은 벨리 댄싱을 여성 ^착취 수단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벨리 댄스가 보수적 사회에서 중국 여성들이 스스로를 &인식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역시 인정한다. “몇 달 전만 해도 외부인들에게 내 브래지어를 보이면 수치를 느꼈을 것”이라고 베이징에 사는 루이웨이(28)가 말했다. 그러나 벨리 댄싱을 통해 이젠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주장이다. “아무렴 어때요? 이미 사람들이 내 배를 봤는데요 뭘!” Science and Your Health Health for Life M.D.: Beyond the Horizon Is immortality achievable? 불로장생 얼마나 가능할까? Are the dangers of advancing medicine too far ever taken into consideration? What happens when there is no more sickness and people live so long that we overpopulate the planet? How far is too far? DR. ANTHONY L. KOMAROFF of Harvard Medical School: I agree with you that longer lives and larger populations could cause problems. This is particularly true in overpopulated parts of the world, where hundreds of millions of people live in hunger and squalor. While discovering how to extend the healthy human life span, we also need to make major advances in cheap energy and food production. Otherwise we risk making the problems of overpopulation and uneven distribution of resources even worse. 의학의 과도한 발전에 따르는 위험성이 검토된 적이 있나? 이 세상에 질병도 없고 사람들이 너무 오래 살아 지구가 미어터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어느 정도가 과도한 발전일까? 하버드 의대 앤서니 L 코마로프 박사: 사람들이 오래 살아 인구가 계속 증가하면 여러 문제가 야기되리라는 우려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과 불결한 환경에 사는 인구과잉 지역에서 특히 그렇다. 우리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을 발견해내는 동시에 그와 병행해 값싼 에너지와 식품을 생산하는 데서도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구 과잉, 자원의 불공평한 분배 등의 문제가 더욱 악화될 위험이 크다. Key Word of The Week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SCO)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주 황급히 중국을 방문했다. 2000년 취임 이래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애초엔 6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 때 방문할 예정이었다. 일정을 앞당긴 표면적 이유는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러시아의 해’ 개막행사 참석이다(내년엔 모스크바에서 ‘중국의 해’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딴 데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도 ‘끌어안기’에 자극받아 전략적 협력 파트너인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하려는 행보라는 설명이다. 부시는 3월 초 인도를 방문해 원전 기술 제공을 약속한 데 이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까지 맺었다. 게다가 3월 중순엔 호주 시드니에서 일본·호주와 3국 안보회담을 개최해 중국 포위망을 좁혔다. 러시아의 위기감은 십분 이해된다. 1999년엔 옛 소련권의 체코·폴란드·헝가리가 NATO에 가입했고, 2004년엔 러시아 코앞의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유럽연합(EU)과 NATO의 일원이 됐다. 게다가 시민혁명으로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는 늦어도 2008년까지 NATO 가입을 목표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지난해 중국·인도와 각각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해 미국과 일본을 긴장시켰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중앙아시아 지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노리는 초강대국 미국의 경제·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막아야 하는 처지의 중국에 러시아의 위기감은 오히려 기회다. 이런 공통의 위기감으로 발족한 지역 간 기구가 SCO다. 2001년 6월 15일 6개 회원국(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간의 신뢰와 우호 증진, 정치·경제·과학기술·문화 분야 협력 관계 구축, 역내 평화와 안보를 목적으로 태동했다. 정상회담은 매년 러시아 알파벳 순서에 따라 돌아가면서 개최되며 사무국은 베이징에 뒀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엔 역내 테러척결센터를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 설립했다. 정상회담의 공식 언어는 중국어와 러시아어다. SCO는 중국의 도시 이름이 붙여진 첫 번째 지역 협력·안보기구인 동시에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은 최초의 지역기구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 2위 석유 수출국 러시아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처를 확보했고, 세계 2위 석유 수입국 중국은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했다. 시베리아산 천연가스가 최초로 중국에 수출되는 길도 함께 열렸다. 이와 함께 양국 정상은 이란 핵 문제와 북핵 문제를 정치와 외교로 풀어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SCO는 특히 이란 핵 문제에 관해선 미국과 서유럽이 주도하는 강경책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란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다분히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대목이다. 중·러 관계는 더할 나위 없는 밀월관계를 맞았다. 리후이(李輝)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양국은 주요 국제 현안 논의에서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이노(Sino)-러시아’ 시대의 본격 개막은 왠지 불안한 앞날을 예고한다 (뉴스위크 한국판 2006년 3월 29일자 20쪽 참조). 강태욱 tkang@joongang.co.kr Stepping Stones for Learning English Should We Export Illness or Health? 질병은 예방하고 건강은 세계화하자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P)는 최근 미국에 오는 이민자들이 본토에서 태어난 사람들보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훨씬 좋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머문 기간이 길수록 점차 건강이 나빠져간다. Why? When people move here, they rapidly !forgo their own healthier @diets and lifestyles. Unfortunately, other countries are beginning to eat like us, live like us and die like us. #Chronic diseases have gone from being among the least common to the most frequent causes of premature death and disease in most of the developing world. A globalization of illness is occurring that is almost completely preventable. 아시아식 식습관과 생활방식은 관상심장병, 당뇨, 고혈압, 비만, 전립선암, 유방암 등의 진전을 막거나 심지어 역전시키는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Incorporate more fruits, vegetables, whole grains, legumes, soy products and fish in your diet. 가능한 한 자주 가족·친구와 함께 집에서 식사하라. Consume less $saturated fat, trans fats and %refined carbs. 카놀라·참깨 등 식물성 기름을 소량 사용해 요리하라. Use animal protein as a ^condiment rather than a main course. 생선을 더 많이 먹고 육류를 적게 섭취하라. Strengthen your family and community ties. 더 많이 걷고 더 적게 먹어라. Love more. Stress less. 신앙생활을 하라. I?e been consulting with food companies such as PepsiCo, McDonald?, ConAgra, Safeway and Del Monte. I thought that if they would make and market foods that are tasty, convenient and healthful, educate people about the powerful health benefits of nutrition and lifestyle, and use their considerable marketing resources to make it fun, sexy, &crunchy and *hip to eat this way, this could make a powerful difference in the lives of millions worldwide. 그렇게 하는 일이 옳을뿐더러 수익성도 좋다. 따라서 모두에게 득이 되는 ‘지속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펩시코는 자사 매출 성장의 3분의 2가 건강 식품에서 나왔다고 발표했다. 맥도널드는 과일·호두 샐러드의 인기가 너무 좋자 세계의 기업 중에서 사과를 가장 많이 구매한다. 콘아그라의 건강 식품은 지난해 15억 달러어치나 팔렸다. 희한하게도 건강 식품과 건전한 생활방식이 미국에서 많이 쏟아져 나오면서(예를 들면 맥도널드의 아시안 샐러드) 아시아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식단과 문화의 힘을 더욱 절감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질병 대신 건강을 세계화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Dean Ornish, M. D. Corrections & Pitfalls 지난 호의 오역을 바로잡고 독자 여러분의 독해력 향상을 위해 지면을 마련했습니다. 보다 명료한 번역과 의미 파악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오역하기 쉬워요 2006년 2월 22일자 Europe (31쪽 첫 번째 칼럼 11째 줄) 유럽의 이슬람 정책 강경해질까 Pointing the Finger When Hamas called for the Muslim world to calm down last week, European officials hoped they? turned a corner. They? been looking frantically for a way out of the clash of civilizations sparked by the publication of cartoons caricaturing the Prophet Muhammad. Danish Embassies were burned in Damascus and Beirut. Afghan riots led to at least 11 deaths. Another protester was shot in Kenya. Any voice of moderation was welcome. But there was not, in fact, much optimism in Brussels. 지난주 하마스가 이슬람 세계에 분노를 가라앉히라고 촉구했을 때 유럽 관리들은 사태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기를 바랐다. 그들은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화 게재로 촉발된 문명의 충돌을 피하려 최선을 다해왔다.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와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는 덴마크 대사관이 불탔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적어도 11명이 시위 도중 사망했다. 케냐에서도 한 명이 총에 맞아 죽었다. 모두 자제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사실 브뤼셀은 별로 낙관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 여기서 Brussels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자체를 가리키지 않는다. 브뤼셀에 위치해 있는 유럽연합(EU)을 가리킨다. 정치·시사 영문 기사를 읽다 보면 이처럼 그 나라의 수도가 그 나라 정부를 가리키는 예가 많이 나온다. Washington은 미국 정부, Seoul은 한국 정부, Beijing은 중국 정부를 가리킨다. Ex. Washington rejected all the proposals made by Pyongyang(미국 정부는 북한 정부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그러나 사실 유럽연합 관리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2006년 2월 15일자 The Good Life (78쪽 첫 번째 칼럼 3째 줄) 올 봄은 여성미 넘치는 레이스 스타일로 Lace Makes the Woman If you associate ?rochet?with the afghan your grandmother made, then it? definitely time to update your image. Dresses, tops and jackets made of lace and crochet are filling shop windows for spring. Big-name designers from Miu Miu to Chanel are promoting the soft and feminine look on their catwalks. ‘크로셰’라고 하면 할머니가 뜨시던 숄이 떠오르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할 때다. 올 봄의 의상 가게 쇼윈도는 레이스와 크로셰로 만든 드레스, 탑, 재킷으로 채워져 간다. 미우미우에서 샤넬까지 유명 디자이너들이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강조한다. update your image라고 하면 ‘네 이미지 좀 바꿔봐’라는 뜻이 떠오른다. 옷을 새로 사든지 말투를 바꾸든지 새로운 이미지를 갖기 위해 노력하라는 뜻으로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네 머릿속에 있는 크로셰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수정하라’는 뜻이다. 사실 문법적으로는 두 가지 해석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문맥상으로 여기서는 두 번째 해석이 옳다. 그렇다면 패션 감각을 현대식으로 다시 조정해야 한다. 바로잡습니다 2006년 1월 18일자 Israel (61쪽 위 첫 번째 칼럼 3째 줄) 이스라엘의 심장 Heart of a Nation Now the acting prime minister, Olmert has sometimes made public proposals far beyond anything Sharon was prepared to sacrifice. He even flirted with relinquishing parts of East Jerusalem. Many Likud members recoiled from such talk, but it didn? do any harm to Olmert? credibility as a peacemaker. He is no Sharon, but his proximity to the stricken leader could prove a comfort in uncertain times. 현재 총리 대행을 맡은 올메르트는 샤론이 희생을 각오한 수준보다 훨씬 더 앞서나간 대중적 제안을 감행하곤 했다. 한 예로 동예루살렘의 몇몇 지역을 포기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리쿠드당의 동료 다수는 그런 협상을 거부했지만 조정자로서 올메르트의 믿음직한 이미지는 전혀 해를 입지 않았다. 그는 샤론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기엔 병상에 누운 지도자와 거의 흡사하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줄지 모른다. 사전에 보면 proximity는 ‘(장소·시간·관계 등의) 근접, 접근’이라고 나와 있다. 외양이 유사하다는 표현을 하려면 similarity, 혹은 resemblance를 써야 한다. proximity는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는 뜻이다. 그는 샤론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기엔 병상에 누운 지도자와 가깝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줄지 모른다.

2006.03.31 10:14

20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