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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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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기준 높인 한국 증시… 일본·미국처럼 효과 볼까

증권 일반

국내 증시에서 한계기업 정리가 본격화된다.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적자를 지속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신속히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증시는 그동안 상장 요건이 느슨해 부실기업이 장기간 존속하는 구조였는데, 이는 증시 전체의 신뢰도를 낮추고 ‘코리아디스카운트’ 문제를 심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금융당국이 발표한 개편안에 따라 앞으로 시가총액과 매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단계적으로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이번 개편은 국내 증시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로 평가된다. 과거에도 유사한 개편이 추진됐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던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이번에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퇴출 거의 없었는데, 상장만 계속 늘어지난 5년간 국내 증시에서 상장기업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2019년 2105개였던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2024년 2478개로 17.7%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3.5%) ▲일본(6.8%) ▲대만(8.7%)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증가율이다. 그러나 상장기업이 꾸준히 늘어난 것과 달리 퇴출 기업은 거의 없었다.연평균 신규 상장 기업 수는 99개였지만, 연평균 퇴출 기업 수는 25개에 불과했다. 특히 2023년에는 112개 기업이 새로 상장됐지만, 퇴출된 기업은 단 19개였다. 증시의 신규 진입이 활발했던 것과 달리, 퇴출은 극히 드물었다.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는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들이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상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한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그동안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기준을 강화하더라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 기업들의 반발과 투자자 보호 논란이 제기됐고, 결국 퇴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우리나라는 상장폐지 제도에 매출액 기준을 지난 2003년 처음 도입하고, 2009년에는 시가총액 요건을 상향 조정했다. 2010년대에도 금융당국은 제도 개편을 검토했지만, 기업들의 반발과 시장 충격 우려로 인해 논의가 지연됐다. 하지만 이후 추가적인 개편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난 10년간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으로 상장폐지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최근 5년간 상장폐지 사례 71건 중 87%가 상장폐지 사유 발생 후 1년 이상 심사를 거쳤다. 코스피의 경우 최대 4년, 코스닥은 최대 2년 동안 개선기간이 부여됐다. 퇴출 요건이 존재했음에도 실제로 적용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좀비기업들이 오랜 기간 시장에 남아있는 구조가 이어졌다.결국 우리나라의 상장폐지 개편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완화되거나, 실제 적용 과정에서 후퇴하는 경우가 반복됐다. 국내 증시의 상장회사 수 증가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5년 간 국내에서 주식 거래가 가능한 상장사 수는 17.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약 5배, 일본의 2.6배에 달한다.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2022년 4월 기존 5개 시장을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의 3개 시장으로 재편했다. 프라임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참여가 활발한 상위 시장으로, 개편 이후 유동주식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 유동주식 비율 35%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또한 신규 상장 기업의 경우 과거 2년간 이익 합계 25억엔 이상이거나, 매출 100억엔 이상이면서 시가총액 1000억엔 이상이어야 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이러한 개편을 통해 일본 증시는 상장 기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시장의 신뢰성을 강화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했다. 실제로, 프라임 시장의 상장 기업 수는 2022년 7월 1838개사에서 2024년 4월 1652개사로 감소했지만, 시가총액 중앙값은 같은 기간 573억엔에서 960억엔으로 증가했다.뉴욕증권거래소(NYSE)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장폐지 절차를 개선하는 등 시장 정비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는 상장유지요건 미달 시 후속 조치를 거치는 절차가 길었지만, 최근 개편을 통해 주요 상장요건 미달 시 신속하게 퇴출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확대했다. 이러한 흐름은 비효율적인 기업을 정리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려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좀비기업 퇴출, 국내 증시 변곡점 될까국내 증시는 좀비기업이 쉽게 퇴출되지 않고 시장에 남아있으면서 시장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번 개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개편이 한국 증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개편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일본·미국 사례처럼 기업들이 재정비 후 재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퇴출 요건을 강화하는 것만큼이나 퇴출 이후의 절차를 정비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이 국내 증시의 체질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시장 모니터링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단순히 퇴출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량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5.02.17 09:00

4분 소요
“닛케이 밸류업 이유 있었네”…日기업 올해 ‘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

글로벌

일본 상장기업의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이달 19일을 기준으로 작년보다 75% 증가한 16조8149억엔(약 156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1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를 매입한 업체 수도 1079곳으로 전년 대비 22% 늘어났다.일본 상장기업 자사주 매입 규모는 3년 연속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상장기업 순이익의 약 30%에 해당하며, 배당 총액과 거의 같다고 닛케이는 전했다.도요타자동차는 약 1조2000억엔(약 11조1000억원), 리쿠르트홀딩스는 약 6천억엔(약 5조6000억원), 미쓰비시상사는 약 5000억엔(약 4조6000억원)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각각 매입했다.혼다와 KDDI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닛케이는 "도쿄증권거래소와 투자자들이 기업에 자본 효율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은 지금까지 배당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자사주 매입도 주주 환원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이어 "취득한 자사주를 직원들에게 보수로 할당하는 움직임도 있다"며 기업 실적이 좋아 내년에도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다만 닛케이는 일본 실질임금이 늘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고 "임금 인상과 성장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자금을) 배분할 수 있을 것인지가 과제"라고 덧붙였다.

2024.12.21 14:30

1분 소요

정책이슈

한국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일본 증시의 체질 개선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4일 한국경제인협회 의뢰로 작성한 '일본 증시 재편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2022년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존 5개 시장을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개편하면서 신규 상장과 상장 유지 기준을 강화했다.최상위 시장인 프라임 시장에서 상장을 유지하려면 유동 주식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 유동 주식 비율 35% 이상 등을 충족해야 하고 새로 상장하려면 '최근 2년간 순이익 25억엔 이상' 또는 '매출 100억엔 이상이면서 시총 1000억엔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이러한 상장 기준 강화가 일본 증시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김 연구위원은 분석했다.프라임 시장 상장 기업 수는 2022년 7월 1838개 사에서 올해 4월 1652개 사로 줄어든 반면 시총 중앙값은 같은 기간 573억엔에서 960억엔으로 증가했다.시총 1000억엔 이상 기업은 125곳 늘어났지만 250억엔 미만 기업은 287곳 감소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도 992개 사에서 올해 5월 703개 사로 줄어들었다.반면 한국 증시는 일단 상장하면 퇴출이 어려운 '다산난사'(多産難死)구조라고 김 연구위원은 짚었다.실제로 지난해 국내 신규 상장 기업은 85개 사, 상장 폐지 기업은 10개 사인 것으로 나타났다.김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의 주식 시장 시가총액이 한국보다 약 26배, 3배 큰데 상장사 수는 약 2.2배, 1.53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한국이 시장 대비 상장 기업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나 변화 없이 다양한 기업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본은 신규 상장, 상장 유지 기준을 한층 강화해 증시의 기본 체질 개선부터 시작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12.0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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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회장, 日 ‘애널리스트 데이’ 깜짝 등장…밸류업 의지 피력

은행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신한금융그룹 애널리스트 데이’를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행사에는 한국의 금융 애널리스트 20여명과 일본의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신한금융은 과거 일본 선진 사례를 통해 한국의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국내 금융 애널리스트의 이해도 제고 및 신한금융의 적극적인 추진 노력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첫날 세미나에는 일본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실무를 담당하는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과 아오 카츠미 도쿄증권거래소 이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일본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 도입 취지 및 적용 과정,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증권거래소의 주요 정책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은 일본의 자본시장 전문가들에게 그룹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그룹의 계획과 의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이튿날에는 미즈호 종합연구소와 키라보시 금융그룹을 방문해 일본 금융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관련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성공 요인과 노력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이번 행사에 참석한 한 금융 애널리스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먼저 경험한 일본 사례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신한금융그룹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또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7일 저녁 만찬에 깜짝 등장해 이번 행사에 참석한 한국 금융 애널리스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진 회장은 일본의 성공 사례와 신한금융의 밸류업 추진 방향성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제도 정착 및 발전을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주길 당부했다.진 회장은 “한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우리 후대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물하기 위한 중요한 과업”이라며 “신한금융은 사명감을 갖고 대한민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선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4.06.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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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 한국투자일본핵심성장테마펀드 출시…“3개 핵심산업 투자”

증권 일반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일본 핵심 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일본핵심성장테마펀드를 출시했다고 30일 밝혔다.한국투자일본핵심성장테마펀드는 일본을 대표하는 성장 테마 중 3개의 핵심 테마를 선정해 집중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3개 테마는 △반도체 △엔터테인먼트 △자동화·헬스케어이다. 한국투자일본핵심성장테마펀드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에 상장된 종목 중 테마별 10개 종목을 선별해 총 3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종목당 편입 비중을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며, 환헤지는 시행하지 않는다.한국투자일본핵심성장테마펀드는 높은 성장성을 갖춘 3개 핵심 테마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일본 토픽스(TOPIX) 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계획이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정부 지원금과 세계적인 기술력에 기반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일본 시장을 넘어 전 세계로 공급처를 확대한 애니메이션과 게임 부문 덕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동화·헬스케어 산업은 노령화 등 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하며 기술력을 축적한 결과 현재 시장 선도 기업을 일본이 다수 보유하고 있다. 테마별 종목 선별은 위탁운용사인 도쿄마린자산운용(Tokio Marine Asset Management·이하 도쿄마린AM)이 담당한다. 도쿄마린AM은 일본 최대 손해보험그룹 도쿄마린홀딩스의 자회사로, 1985년 설립됐다.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일본핵심성장테마펀드가 일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편입해 운용하는 것을 감안해 외화자산과 관련한 조사분석 및 운용 업무를 도쿄마린AM에 위탁했다. 특히 일본 운용사 중 관리자산(AUM) 10위권인 도쿄마린AM이 중소형주 및 성장주 스타일 주식 리서치 부문에 강점을 가졌다는 점도 위탁운용의 배경이 됐다. 도쿄마린AM은 유동성 및 건전성 지표를 감안해 약 4000개 종목으로 구성된 투자 유니버스를 구성한 뒤 리서치 등을 거쳐 최종 30개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예정이다.한국투자일본핵심성장테마펀드는 현재 한국투자증권에서 가입할 수 있으며, 판매사는 추후 확대될 예정이다. 펀드의 보수는 ▲A클래스 1.41% ▲A-e클래스 1.155% ▲C클래스 1.90% ▲C-e클래스 1.40% ▲C-Pe 1.36% 등 클래스별로 차이가 있다. 자세한 사항은 펀드 투자설명서 혹은 한국투자신탁운용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문현덕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투자전략부 부장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속에 일본의 지정학적 및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고, 현재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는 점에서 지금은 일본 투자의 적기"라고 설명했다.이어 "일본 주식 중에서도 반도체, 엔터테인먼트, 자동화·헬스케어 부문은 세계적인 경쟁력에 기반해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투자일본핵심성장테마펀드에 투자할 경우 서로 다른 성장 사이클을 가진 3가지 핵심 산업에 선별투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강조했다.

2024.04.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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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년간 日주식 1조3천억원 순매수…英·中과 주가 견인

국제 이슈

올해 들어 사상 최고를 경신한 일본 증시의 활황은 영국과 중국, 한국 등 외국인 투자자가 견인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5일 보도했다.도쿄증권거래소가 전날 발표한 '투자 부문별 매매 동향'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외국인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총 7조6천906억엔(약 68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2022회계연도에는 외국인이 일본 주식을 1조8천억엔 순매도했으며, 2020회계연도 이후 3년만에 2023회계연도에 순매수로 전환했다.순매수액 규모로는 아베노믹스가 실질적으로 시작된 2013년도(9조5천387억엔) 이후 10년 만에 가장 컸다.아베노믹스는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2012년 재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초강력 금융완화, 적극적 재정정책, 성장 전략을 이용해 추진한 경제 정책이다.일본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유럽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8조7천38억엔으로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전체의 90%를 차지했다.국가별로는 이 기간 영국의 월평균 순매수액이 8천231억엔으로 2018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월평균 순매수액(74억엔)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닛케이는 런던 금융가가 중국 경기가 불안해지자 중동 오일 머니를 일본 주식에 분산 투자하면서 영국 순매수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영국 다음으로 순매수 금액이 큰 곳은 홍콩으로 이 기간 월평균 998억엔이었다.중국에서는 위안화에서 외화로 환전이 제한돼 있어 중국 부유층이 홍콩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 일본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순매수액은 10억 달러(약 1조3천500억원)에 달했다.닛케이는 "엔화 약세로 일본 주식이 저렴하게 평가돼 외국인 투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올해 2월 '거품(버블) 경제' 때인 1989년 기록을 뛰어넘으며 사상 최고를 기록한 이후에도 지속해 상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04.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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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 넓히는 행동주의 펀드…“기업 성과, 주주들에 돌려줘야”

증권 일반

“국장(국내 증권시장)엔 답이 없다.”한국 증권 시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쉽게 외면받았다. 기업이 이익을 늘려도 주주에게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을 하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도 갈수록 심해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그 결과물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과 일본 증권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과 비교해 초라한 성적을 낸 코스피 지수는 이를 잘 반영한다. 국내 증시가 자꾸 가라앉자 올해 윤석열 대통령부터 이를 해결하고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규제 완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을 붙들고, 해외 투자자들에겐 국내 증권 시장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민간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하며 주주환원 확대 필요성을 이야기해 왔다. 이들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와 나눈다’라는 기본적인 자본주의 개념이 ‘기업을 힘들게 한다’라는 평가로 국내에서 오해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각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투자가 유치된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행동주의 펀드 활동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법을 물었다. Q.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을 설명한다면?A. 기업 거버넌스나 비효율적 기업 운영 등으로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한 후 경영진과의 대화, 주주서한 발송, 주주권 행사 등 저평가 요인을 개선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삼는 펀드를 행동주의 펀드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장기간에 걸쳐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투자 수익률을 창출하는 것을 주요 운용 전략으로 삼는다. Q.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떻게 보는지.A.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 국내 시장에 특이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상장기업에 20% 이상의 의결권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이사회를 100% 장악한 ‘지배주주’ 그룹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는 미국, 일본에 비해 일반주주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건이 만들어 진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일반주주들의 권리 보호가 취약해지고, 주가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타난다.한국 주식시장의 장기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배당과 주가 상승을 합해 나오는 연이율)은 연 5%로 전세계 최하위권이다. 행동주의 전문 운용사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독립 자산운용사들이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일정 정도의 ‘젠틀한’ 행동주의를 채택한다는 점이 안타까운 상황이자 한국 자본시장의 현실이다. Q. 행동주의 펀드의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고 평가된다.A.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안건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해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는 기업 거버넌스와 경영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 주주제안 안건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지배주주 및 경영진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많은 주주가치 제고 조치들을 약속하게 된다. 이에 따라 거버넌스가 개선되고 주주가치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성공 사례도 존재하는데 ▲맥쿼리인프라의 수수료 인하(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에스엠의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얼라인파트너스)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중단(트러스톤자산운용) ▲남양유업의 심혜섭 감사 선임(차파트너스) 등이다. Q.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이익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있다.A. 기업들이 딱히 좋은 투자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을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놓거나 저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국내 상장사들의 자본이익률(ROE)은 미국 등 주요국 대비 크게 낮다.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지는 주요 요인이다. “단기 이익에 치중한다”, “회사 장기 성장을 훼손한다”라는 비판이 있지만 주주가치나 국가 경제가 한정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주주환원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 같은 이유로 도쿄증권거래소는 PBR1 이하 기업에 요구하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주주 요구수익률(통상 연 10% 이상)을 고려한 ROE 증대 방안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Q. 기관투자자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대한 견해는.A. 행동주의 펀드 역시 기관투자자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방향성은 일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들이 실제 주주총회 표 대결 상황에서 회사 측 안건에 찬성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 원칙상 아주 명백하지 않으면 회사의 기존 이사회 및 경영진 견해를 신뢰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 및 경영진을 상대로 주총 표 대결에서 이기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캠페인을 벌이고 주총 표 대결을 하는 이유는 이런 과정에서 기업이 주주들과 대화하기 시작하고, 이사회 내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일어나는 등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Q. 올해 행동주의 펀드 전망은?A.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건수 등은 지난해 대비 정체되거나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여 캠페인을 하는 이유는 충분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노력 대비 충분한 성과를 얻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전개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은 사그라들 수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 충분히 증명되었듯, 기관투자자로서 적극적인 견제 역할을 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 의의는 자본시장 참가자 입장에서 매우 크다. 일반주주 권리 보호가 취약해 심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면 외국인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차라리 미국 주식 하자”라는 생각을 굳힌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행동주의 펀드들이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더 빠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도 가능하다.

2024.02.19 08:00

4분 소요
대내외 변수 우려에도 일본 투자 계속할 만한 이유

재테크

연초 한국 주식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일본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닛케이 평균주가 지수(NI225)가 3만7000을 돌파하는 등 1989년에 기록했던 역사적인 고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이처럼 일본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일본 개인저축계좌(NISA) 제도를 도입해 주식시장을 외면하던 개인투자자를 다시 시장에 끌어들인 데 있다. 특히 18세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상장주식 및 투자신탁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영향으로 지속해 줄어들기만 하던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지자마자 개인투자자가 자리를 메운 셈이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3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일본 기업들에 요구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다양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일본 시장에 진입한 것도 시장의 흐름을 바꾼 요인으로 작용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표적으로 삼는 일본 기업의 시장 가치가 2022년 1170억 달러(약 156조2184억원)에서 지난해 2520억 달러(약 336조4704억원)로 불어날 정도다.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많은 기업이 현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배당 등 주주 보상을 줄여왔지만, 이제는 그 흐름이 확연히 바뀐 듯하다.일본 증시에 봄날이 찾아온 더욱 근본적인 요인은 ‘아베노믹스’로 기업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된 것을 들 수 있다. 엔화 가치가 주요 통화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데다, 최근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분기 일본 법인기업의 이익은 31조6000억엔(약 280조40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 주식시장이 정점에 도달했던 1989년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주가는 아직 역사적인 고점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기업 이익은 이미 역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셈이다. 결국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본 주식시장은 아직 저평가 국면에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日 중앙은행 정책 전환·트럼프 당선은 변수위와 같은 요인을 고려하면 일본 증시의 미래는 매우 밝다. 다만 시장의 미래를 무작정 낙관하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첫 번째 걸림돌은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 가능성이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는 데에 ‘수익률 곡선 통제’(Yield Curve Control·YCC) 제도를 도입해 시장 장기금리의 상단을 0.5% 혹은 1.0% 수준에서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 덕분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저금리의 엔화로 돈을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고, 이는 다시 엔화 약세를 강화했다.만약 일본 중앙은행(BOJ)이 금리를 인상하고 YCC 정책을 종료한다면, 갑작스러운 엔화 강세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본이 2000년 금리 인상 이후 가혹한 불황을 겪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일본 중앙은행이 정책을 일거에 바꿀 가능성은 작다.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제로금리 가능성이 유력하며, YCC의 상단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정도가 일본 통화당국이 할 수 있는 정책 변경의 최대치라고 생각된다.두 번째 걸림돌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가능성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이 부각할 때 엔화 약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19년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던 역사를 보면 엔화 가치 지속적인 하락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기대가 일거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주식시장은 엔 환율에 민감하게 움직이기에 앞으로 미국 정치 지형 변화를 두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부동산투자신탁·내수 기업 등 분산 투자 추천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의 약점 모두 엔화 자산 입장에서는 나쁜 뉴스가 아닐 수 있다. 바로 일본 수출 기업의 주식만 사지 않으면 될 일 아니겠는가?일본 중앙은행이 수년 내로 금리를 대폭 인상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이에 도쿄를 비롯한 일본 부동산시장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 등으로 엔화 강세가 나타난다면, 이는 주식시장의 수급 여건을 개선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엔화 강세에 대한 베팅 속에 잠시 주춤했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서다.따라서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일본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괜찮은 투자처라고 판단된다. 특히 수출주 이외에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과 내수 기업에 대한 분산 투자 전략을 쓰면 어떨까. 시장 변동성 확대 위험을 일정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춘욱 대표는_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명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현재는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및 금융 분야, 국제 경제 전망을 아우르는 전문가로서 각종 미디어의 1순위 인터뷰 대상자로 손꼽혀 왔다.

2024.02.17 08:01

4분 소요
똑똑한 일학개미는 ‘이 종목’ 담았다…ETF 인기 ‘후끈’

증권 일반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닛케이평균주가)가 약 34년 만에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등 일본 증시가 새해부터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1980년대 ‘버블(거품)경제’ 당시 기록한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자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국내 증시에서도 일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일본 증시의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30일 전 거래일 대비 38.92포인트(0.11%) 오른 3만6065.86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1일에는 1990년 2월 이후 약 34년 만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하는 3만5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1989년 말 사상 최고치(3만8915)를 찍었던 닛케이지수는 이후 하락일로를 걸은 가운데 2009년 3월에는 버블 붕괴, 리먼쇼크 등의 영향으로 7054선까지 추락했고, 그 결과 한동안 세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그러나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점, 주주 환원 정책 등 적극적 정책을 내놓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일본 증시는 30여년 만에 다시 살아났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과 사외이사 의장 선임 등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또한 상하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일본으로 이동했다는 의견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지난 12일 도쿄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3년 반 만에 아시아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다시 살아난 日증시...개미들, 레버리지 ETF 베팅이 같은 호재에 국내 투자자들 역시 일본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74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 전체 순매수액(83억원)의 9배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지난해 4월부터 증가세를 보이다 역대급 엔화 약세에 이른바 ‘엔테크’ 열풍이 고조된 7월에는 2033억원까지 크게 늘어났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 12월 8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지만, 올 들어 다시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다.지난 11일 기준 일본 주식 보관 금액도 5조190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804억원 늘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닛케이225지수가 최근 역사적 고점을 경신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일본 정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기업에 대해 재평가 받을 기회를 만드는 등 삼박자가 맞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에 일학개미들은 싼값의 엔화를 토대로 미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과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금을 몰아넣고 있다. 일학개미들이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도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로 순매수액 4135만달러(544억원)를 기록했다. 엔화로 미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 금리 인하 시 채권가격 상승과 엔화값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넥스트 펀드 닛케이225 레버리지 인덱스 ETF’와 ‘라쿠텐 닛케이225 레버리지 인덱스 ETF’는 순매수액 각각 852만달러(112억원), 849만달러(11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모두 닛케이225 지수 일일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해 지수 상승에 따른 수익률을 극대화시킨 상품이다.수익률 측면에선 반도체 ETF가 상승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한달 새 ‘TIGER 일본반도체FACTSET’에 37억원,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는 7억원의 순매수가 나타났는데, ‘TIGER 일본반도체FACTSET’는 지난 9일 이후 11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가 들어왔다. ‘TIGER 일본반도체FACTSET’는 올해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도 7%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이를 두고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맞물려 엔화 가치가 역대급 약세(엔저)를 보이는 상황이 일본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긴 어렵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향후 환차익까지 기대하며 일본 증시에 ‘줄베팅’을 이어가고 있다는 시각이다.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글로벌 국가 대비 남다른 이익모멘텀 상승세를 지속 중”이라며 “지난해 연말부터 미국, 한국 등 글로벌 국가 전반적으로 이익모멘텀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경기소비재, 산업재, 소재 등 수출 업종 중심의 이익 상향조정도 진행 중인데 한국과 달리 일본의 경기 관련 수출 업종들의 이익 상향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일본 증시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배율(PBR) 상승과 기업경영 변혁을 촉진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의 실적발표와 자사주 매입 공표는 오는 5~6월 예정인데 이에 따라 강세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2024.0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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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7000! 아리가또 닛케이”…日증시, 34년 만에 황금기인 비결은

글로벌

일본 주가지수가 나날이 승승장구하면서 역대 최고점 돌파마저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증시 투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거둔 일본 증시 투자자인 ‘일학개미’들이 웃음 지었다. 이 같은 일본 증시 호황세는 일본 금융당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문과 적극적인 가계 투자 유도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지난 13일 닛케이 평균주가 지수(NI225)는 전 거래일(9일) 대비 2.8% 오른 37963.97에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지난 9일 34년 만에 3만7000을 돌파한 데 이어 3만8000을 넘보고 있다. 거품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8915) 도달도 턱밑까지 왔다. 일본 주가지수는 다른 국가의 주요 증시와 비교해봐도 성적표가 뛰어나다. 2월 14일 오전 9시 42분 기준 지난 1년 동안 닛케이 지수는 36.53% 상승했다. 이는 나스닥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인 30.9%를 웃돈 수치다. 반면 코스피는 같은 기간 불과 5.64% 오르는 데 그쳤다.기간을 5년으로 늘려봐도 마찬가지다. 나스닥 지수가 5년 새 109.51% 오르는 동안 닛케이 지수는 80.5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의 주가지수인 유로 스톡스50(44.68%)의 성장 폭보다도 컸다. 이 기간에도 코스피는 19.03% 상승에 그쳤다.“PBR 높여라” 당국 불호령에 호응한 증시이런 일본 증시 강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일본 당국의 적극적인 기업 가치 제고 요구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rice Book Value Ratio·PBR)이 1 이하인 상장기업 약 3300개를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상장폐지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PBR이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보유한 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따라서 회사가 들인 자본과 시장에서 인정하는 값어치가 같을 경우 PBR은 1배가 된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건 해당 기업이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또한 지난달 15일 도쿄증권거래소는 개별 상장기업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들의 명단을 공표했다. 선언적으로만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PBR 1 이하 공시 대상 기업 3300여 곳 중 1115곳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주주를 위한 경영 개선계획을 적거나 적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표는 앞으로 매월 이뤄질 예정이다.아울러 지난해 6월에는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ROE)이 자본비용보다 높고 PBR이 1을 초과하는 기업에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JPX 프라임 150 지수’가 신설됐다. 이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아 일본 시총 1위인 도요타와 주요 금융사들이 해당 지수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공적연금과 기관투자자에게 JPX 프라임 150 사용을 요청하고 있다.“NISA, 평생 비과세”…세제 혜택 대폭 확대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가계소득 증대를 목표로 가계 금융자산을 은행 예적금에서 금융투자상품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밝혔다. 그간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절반 이상은 은행 예적금에 묶여 있어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아 기업 투자가 위축됐다. 실제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54%가 은행 예적금에 가입돼 있었고, 금융투자상품 보유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이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의 핵심은 일본 개인저축계좌(NISA)의 세제혜택 대폭 확대다. 바로 지난달부터 출시된 신(新)NISA는 연간 비과세 납입 한도를 기존 120만엔(약 1064만원)에서 360만엔(약 3194만원)으로 3배 확대했다. 비과세 적용기간도 일반형 기준 최대 5년에서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비과세 총 투자 한도도 1800만엔(약 1억5972만원)으로 기존의 2배 이상 늘렸다. 사실상 개인투자자가 NISA로 버는 돈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의미다.또 일본 정부는 개인연금계좌(iDeCo)의 납입한도를 상향하고 가입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확정기여(DC)형 기업연금 가입자의 iDeCo 월납입 한도를 1만2000엔(약 11만원)에서 2만엔(약 18만원)으로 상향했다. 여기에 기업연금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iDeCo를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가입 연령도 65세 미만에서 70세 미만으로 확대했다.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본 시장 강세는 NISA 제도 변화에 따른 소액 투자 활성화와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일본의 대미 수출이 구조적으로 대중 수출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증시 강세는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닛케이 지수는 2024년 연간으로 추가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금융정책 정상화를 앞두고 증시 부양을 위한 정책 도입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4.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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