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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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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장관, 한국 방한 보류

국제 경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동북아시아 지역 방문 때 한국은 건너뛰고 일본을 방문한다. 5일(현지시각)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스틴 장관이 7일 캘리포니아주에서 개최되는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일정을 소화한 뒤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라이더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의 13번째 인도·태평양 방문인 이 일정은 역내에서 미국의 동맹·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평화, 안보, 번영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한 국방부의 역사적 노력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앞서 오스틴 장관은 내주부터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해 미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일본 교토통신이 보도했다.그러나 이날 해외 방문 발표에서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미 국방부 관계자는 오스틴 장관의 방문 일정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이번에 오스틴 장관이 한국에 방문하는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뉴스맥스 등은 오스틴 장관이 당초 방한을 추진했으나 계엄 사태 이후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보고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고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함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또한 그에 따른 한국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오스틴 장관의 대화 상대방인 김용현 한국 국방부 장관의 사임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앞서 4∼5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도 계엄 사태 여파 속에서 무기한 연기됐다.라이더 대변인은 향후 NCG 일정을 묻는 말에 "아직 업데이트로 제공할 게 없다"라면서 "한국에서의 이벤트를 고려할 때 이것(일정 연기)은 신중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한편, 라이더 대변인은 한국의 계엄 사태와 관련한 주한미군 태세 변화 여부를 묻는 말에는 "군 태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이어 "우리는 여러 레벨에서 한국 국방부와 접촉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는 있지만, 작전적으로나 물리적, 안전 측면에서 (이번 사태에 따른) 주한 미군에 대한 어떤 중대한 영향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주한 미군 장병들이 자유롭게 외출하는지를 묻는 말에는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2024.12.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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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싱가포르항공을 탈 수 있다고?

카드

신한카드가 싱가포르항공과 함께 ‘크리스플라이어 팝업스토어’를 서울 성수동에 열고, ‘싱가포르항공 크리스플라이어 더 베스트 신한카드’(싱가포르항공 신한카드)의 공동마케팅을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오는 22일까지 3주간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 4층 메타그라운드에 오픈하는 팝업스토어는 미디어 아트를 접목시켜 싱가포르항공을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한다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싱가포르항공 체험존 운영을 비롯, 크리스플라이어 멤버십, 싱가포르항공 신한카드에 대한 혜택 안내와 마리나베이샌즈, 로열캐리비안크루즈, 래플즈 호텔 등 파트너사가 참여해 각종 여행 혜택과 정보를 제공한다.또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싱가포르항공 신한카드 회원 대상으로 싱가포르항공 왕복 항공권,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숙박권, 로얄캐리비안크루즈 승선권, 빈탄·몰디브·호주 호텔 및 리조트 숙박권, TWG Tea 등을 추첨을 통해 증정한다. 모든 방문 고객에게는 에코백, 비첸향 등의 웰컴기프트와 펜할리곤스 핸드크림, 복순도가 마스크팩, 싱가포르항공 키링&러기지 스트랩 등을 이벤트를 통해 증정한다.팝업스토어 운영기간 동안 싱가포르항공 신한카드를 발급받는 고객에게는 1만5000마일리지 추가 제공, 싱가포르항공 크리스플라이어 엘리트 골드 티어를 부여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신한카드 앱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신한카드는 지난 9월, 싱가포르항공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KrisFlyer’(크리스플라이어) 멤버십 혜택을 담은 싱가포르항공 신한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이용금액 1500원당 2크리스플라이어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며, 해외·면세점·골프장·싱가포르항공 등 추가 적립처에서 1500원당 최대 3.5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 많은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원하는 고객은 ‘부스터마일즈’ 서비스를 이용해 싱가포르항공 신한카드 이용금액의 1%를 이용료로 납부하면, 1500원당 1마일리지를 추가로 적립 받을 수도 있다.한편, 신한카드와 싱가포르항공은 이날 오전,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라이언 푸아(Ryan Pua) 크리스플라이어 대표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 오프닝 행사를 가졌다.신한카드는 국내 첫 외항사 제휴카드 출시 및 글로벌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글로벌 대표 항공사인 싱가포르항공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왔으며, 이번 팝업스토어는 비즈니스 트립·식음료·쇼핑 사업 등과 연계한 다양한 글로벌 공동 마케팅의 일환이다.문 사장은 “이번 팝업스토어를 통해 신한카드와 싱가포르항공만의 특별한 제휴 혜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신한카드는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확대해 고객들에게 신한카드만의 차별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푸아 대표는 “싱가포르항공 신한카드가 외항사 최초로 한국 시장에 출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사 제휴와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이 일상에서부터 여행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특별함이 더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3.11.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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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中 이어 동남아 몰려온다…죽 쑤던 카지노, 하반기 부활 날갯짓

유통

본격적으로 하늘길이 열리면서 카지노업계가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일본 노선 확대에 따른 단체 관광객 유입이 본격화된 데다 동남아시아 등 외국 관광객 입국 증가까지 예상되는 등 올 하반기부터 매출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항공 국제선 확대에 ‘외국인 카지노’ 이용자 급증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일본 등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외국인 카지노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에도 회복 속도가 더뎠던 항공여객 수요가 최근 들자 항공사들이 국제선 확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38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97.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1895억원으로 같은 기간 55.6% 늘었고 당기순순이익은 426억5300만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카지노 3분기 드랍액(칩 구매 총액)은 8950억원으로 2분기 대비 134.9% 증가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GKL(그랜드코리아레저)도 같은 기간 코로나19 이후 첫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5억7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10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기록한 데서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보다 194.6% 증가한 744억원으로 나타났다. 제주드림타워 카지노를 운영 중인 롯데관광개발의 적자 규모도 축소됐다. 같은기간 영업적자는 270억원으로 작년동기의 337억원 적자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3분기 매출은 48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0.8% 증가했다. 이는 제주의 경우 해외 직항노선이 없었던 것이 롯데관광개발의 부진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 막혔던 제주 하늘길도 열린다…홍콩 대만 직항 재개 예고 제주의 경우 지난 6월 싱가포르에 이어 이달 11일 일본 직항이 열리고 홍콩, 대만 직항도 재개가 예고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도 높은 방역 규제를 적용하다가 지난달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일본을 중심으로 국제선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대만에 이어 홍콩 직항노선 재개도 예고돼있는 만큼 ‘카지노 큰손’들의 국내 방문에 카지노업계는 당분간 상승 추세는 더욱 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카지노 VIP 전세기를 지금까지 일본 1회, 홍콩 4회 운항된 데 이어 추가로 연말까지 일본 1회, 홍콩 3회 등 4번의 독자 운항 스케줄이 잡혀있다는 설명이다. 전세기와 함께 카지노 큰손으로 통하는 홍콩과 대만 고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는 직항 노선도 본격적인 운항 재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 오사카~제주 노선(주7회) 직항을 재개한 일본의 경우 추가로 도쿄~제주(주4회), 후쿠오카~제주(주3회) 정기 직항도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동계 국제선 인가를 받아 놓고 출발 대기 중인 상태다. 업계는 하반기 본격적인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항공사들은 일본 지역 노선을 대거 늘리는 한편 동남아시아 등 외국 관광객의 입국 증가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관건은 중국 관광객 귀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공 여객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이 각국 정부의 강도 높은 코로나19 방역 규제로 사실상 운항 중단 상태였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 최대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은 한 번 방한할 때마다 큰돈을 지불하는 VIP가 많다. 특히 다른 국가보다 매스 고객의 비중이 큰 편이라 카지노업계에선 이들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당장 수요와 실적을 발목 잡고 있는 것은 항공권 공급과 여행 노선 재개가 관건으로 하늘길이 하나둘씩 열려가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2022.1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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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교류] CAEXPO를 통해 깊어지는 중·한·아세안 간 협력

차이나 포커스

(중국 난닝=신화통신) 한재혁 주광저우(廣州) 한국총영사가 '제19회 중국-아세안 엑스포(CAEXPO)'에서 "광시(廣西)좡족자치구는 중국이 아세안(ASEAN)에 시장을 개방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CAEXPO 플랫폼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아세안을 더 잘 이해하고 한·중·아세안 간 경제·무역·문화교류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제19회 CAEXPO와 중국-아세안 비즈니스 투자 서밋이 지난 16일 광시 난닝(南寧)에서 열렸다.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CAEXPO의 특별 초청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은 중국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일련의 경제·무역 행사를 개최했다. 그중 '중국(광시)-한국경제무역투자협력포럼 및 2022 한국 기업 광시행(行) 행사'가 중국과 한국 정·재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CAEXPO 전시구역에 마련된 한국관에는 많은 관람객이 방문해 제품을 골랐다. 한국관은 주로 상품 홍보관과 한국 기업관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관에는 화장품·식품·일용품 등에 종사하는 18개 한국 기업이 자사의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CAEXPO 기간 동안 매일 1~2시간씩 뷰티 제품을 생중계하기도 했다.남길우 충청북도 상하이사무소장은 CAEXPO 한국관에서 "이번 CAEXPO에 화장품·건강음료 기업 등 총 10개의 충청북도 기업이 참가했다"며 "이번 CAEXPO를 계기로 중국 및 아세안 시장을 확대하고 한국이 중국·아세안과의 우호적 관계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남 소장은 올해가 광시와 충청북도가 자매결연을 맺은 지 15주년이 되는 해라고 밝혔다. 이어 광시와 충청북도가 이번 CAEXPO를 계기로 우호협력 관계를 심화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정식 발효된 기회를 적극 활용해 양측의 경제·무역협력이 새로운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최근 몇 년간 광시는 ▷물류 ▷자동차 ▷기계장비 제조 ▷신소재 등 산업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두고 있으며 한국과 협력하는 분야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특히 RCEP 발효 후 광시는 한국 기업들과의 교류·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전자정보, 자동차 연구개발, 바이오의약품, 헬스케어, 관광 등 분야에서의 산업 협력이 주목받고 있다.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중·한 양국이 서로에게 중요한 경제·무역 파트너이고 RCEP 협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며 "RCEP이 발효됨에 따라 보너스 효과가 나타나고 중·한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이 더 큰 발전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이 CAEXPO를 기반으로 RCEP에서 기회를 찾고 강점을 발휘해 산업 매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광시 기업의 해외 진출을 이끌고 한국 기업이 중국 서남 지역 시장에 진출해 아세안 등 제3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홍창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광시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물류 거점으로서 지리적 이점이 앞으로 더욱 발휘될 것이고 한·중 기업이 아세안에 함께 진출하는 전진 창구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2.09.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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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교류] 중·한 협력, 中 둥베이 지역 혁신 창업 활력 불어넣어

차이나 포커스

(중국 하얼빈=신화통신) 우대 정책 지원, 무료 사무실, 쾌적한 주거 환경…한국에서 온 창업자 남정화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에서 겪은 창업 경험에 깜짝 놀랐다.하얼빈시는 동북아시아 경제권의 핵심에 위치하며 한국과 여러 항공 노선이 개통돼 교통이 편리하다. 또한 과학 교육 자원이 풍부해 위치적 우위가 두드러진다.2020년 3월 하얼빈에 '중·한 국제혁신창업센터(이하 센터)'가 설립됐다. 같은 해 7월 24일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명예회장은 16개 한국 기업 및 21명의 한국 경제계 대표들과 함께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중·한 녹색통로(패스트트랙)' 전세기를 타고 하얼빈을 방문했다. 남정화는 "중소기업은 리스크 부담 능력이 강하지 않지만 유연성과 성장력이 비교적 좋다"며 "중국에서는 지방정부가 진정성 있게 도와주고 창업환경이 매력적이어서 과학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사를 마친 남정화는 하얼빈에 남아 창업하기로 결심했다.센터의 도움을 받아 남정화는 10만 위안(약 1천926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투자해 하얼빈 '우랑선한(吾朗深韓) 과학기술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총경리를 맡고 있다. 이는 센터가 투자한 첫 번째 기업이다.센터에 입주한 한국 기업은 ▷정책 설명 ▷사업자 등록 ▷근로계약 ▷재정·세무·비준 ▷은행 계좌 개설 ▷통역 구인 등 비즈니스 서비스 및 비자 발급, 주거 등 방면의 생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발전 계획에 따르면 남 총경리는 언어·문화·직장계획 등 세 가지 방면에서 중·한 크로스오버 훈련을 전개한다. 이러한 훈련은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이해를 돕고 한국 기업에 입사할 예정인 중국 학생들에게 진로 계획 및 취업 지도를 제공하는 쌍방향 연계 역할을 한다. 또한 중국 둥베이(東北) 지역의 대(對)한국 인재도 늘릴 수 있다.한국어에 능통하고 창업 경험이 풍부한 진쉐펑(金學鋒)이 현재 센터의 총경리를 맡고 있다. 그는 센터가 스스로의 강점을 살리고 ▷맞춤형 기업 유치 ▷플랫폼화 운영 ▷산업화 발전 등을 통해 한국 중소기업의 창업 초기 애로사항을 해결해 준다고 밝혔다. 이어 현지 정책과 기업 운영 규칙을 한국 중소기업이 이해하고 빠른 정착·육성·발전·성장을 돕는다고 덧붙였다.진 총경리는 "코로나19가 한국 기업의 입주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온라인 프로젝트 매칭 행사를 연다"며 "현재 이미 10개의 한국 과학혁신기업이 센터에 등록돼 있고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기관은 10여 개가 넘는다"고 말했다.남 총경리의 경험은 중·한 양국 혁신창업 협력의 축소판이다. 코로나19 발생 기간 동안 헤이룽장성의 대외 사무, 과학기술, 상무 등 부문이 ▷중·한 온라인 투자 촉진 ▷과학기술 협력 및 경제·무역 교류 활동을 여러 차례 개최했다. 헤이룽장성 상무청과 시장감독관리국이 자격 심사, 사업자 등록 등을 도와줬다. 이에 하얼빈에 들어온 일부 한국 기업들은 하루 만에 사업자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양징보(楊靖波) 빈시(賓西)경제기술개발구 투자촉진국 국장은 "우리가 한국 과학혁신기업에 생산기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빈시경제기술개발구가 하얼빈 시내에서 차로 1시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개발구는 다른 성(省)의 중·한 산업단지와도 연계해 선진 경험을 흡수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다.남 총경리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중·한 양국 경제의 깊은 교류와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양국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을 열었고 경제발전의 새로운 엔진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의 교류가 나날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2.08.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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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ESG로 기후 위기 등 국제 문제 해결 나서야”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으로 민간과 공공 부문이 협력해야만 글로벌 공급망 문제나 환경 문제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회장은 6일(현지시간) 최종현학술원이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마련한 ‘제1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이하 TPD)’에 참석해 민간기업과 공공 분야가 집단 참여 커뮤니티를 활용하면서 지혜를 모은다면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문제, 기후 위기 등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TPD 환영만찬에서 “냉전 종식 이후 30년 동안 국제사회는 전례 없는 평화와 번영을 누리면서 동북아시아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불리기도 했다”며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지면서 한·미·일 3국은 많은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인도태평양 주변국의 총체적 마찰, 북한의 비핵화 문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세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첫 번째 해법은 집단 참여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해법은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고, 세 번째 해법은 동북아가 직면한 지정학적 현실과 위험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후 위기 등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SK그룹의 노력과 향후 계획도 소개했다. 그는 “한 달 전 SK 최고경영자(CEO)들은 함께 모여 탄소에 관한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탄소 저감으로 2030년까지 탄소 2억 톤을 감축하는 것인데, 이는 세계 감축 목표량의 1%에 해당하는 매우 공격적인 목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SK그룹이 미국에서 향후 4년간 4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과 함께 포럼에 참석한 유정준 SK E&S 부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등은 SK그룹과 각 관계사의 탄소 저감 노력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말했다. 이날부터 8일까지 개최되는 TPD는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자, 재계 인사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태평양과 동북아의 각종 현안을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 집단 지성 플랫폼이다. 최 회장이 수년간 구상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첫 날에는 존 오소프 상원의원(조지아주), 척 헤이글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둘째 날에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주) 등이 TPD를 찾는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올해 들어서만 미국을 네 번째 방문한 것을 비롯해 헝가리 등을 찾아 민간 경제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 회장과 SK그룹은 이번 TPD처럼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 도쿄포럼 등 범태평양 국가에서 운영해 왔던 민간 외교의 플랫폼을 활용해 민간 경제 외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1.12.07 14:57

3분 소요
[함께 꿈꾸는 미래 | 대한항공] 사막화방지·구호품운송 등 항공업 역량 활용

산업 일반

25개 사내봉사단 400여명 활동… 영어·IT 강의 등 임직원 재능 기부도 대한항공은 우리 생활의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경 등의 문제 해결에 사회공헌 역량을 쏟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몽골 사막화 지역에서 임직원이 직접 나무심기 활동을 벌이며 지구촌 환경 개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대한항공은 황사 방지를 위해 2007년부터 13년째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쿠부치 사막에 ‘대한항공 녹색생태원’(550ha)을 조성해 나무 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말까지 약 157만 그루의 나무로 생태원을 채웠다. 또 몽골 바가노르구 지역에서도 ‘대한항공 숲’ 조성사업을 전개 중이다. 2004년부터 지구 환경 개선 노력으로 시작해 매년 대한항공 임직원과 현지 주민 등이 참여해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지난해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1주년을 맞아 델타항공 직원이 나무심기에 동참했다. 황무지와 다름없던 몽골 사막은 16년간 44ha(44만㎡) 규모에 총 12만5000그루의 나무들이 자라는 푸른 숲으로 변모했다. 대한항공의 글로벌 플랜팅 활동은 지역 사막화 방지뿐 아니라 황사를 막는 방사림 역할도 하고 있어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전 세계를 아우르는 운송 네트워크와 항공 운송력을 갖춘 대한항공은 국내외 재난 구호 현장에 구호품을 발 빠르게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로 피해를 본 이재민을 위해 구호품 생수 1000박스와 담요 1000장을 긴급 지원했다. 해외에서도 2018년 12월 인도네시아 순다해협 지역 쓰나미 이재민을 위해 긴급구호품을 보냈다. 구호품은 생수 2000박스로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한 후 한진을 통해 육상으로 전달됐다. 라오스 댐 사고 이재민을 위해서도 생수와 담요 등 약 40톤의 구호 물품을 보냈다. 피지 사이클론(2016년), 미얀마 홍수(2015년) 때도 재난 구호 현장에 구호품을 전달했다.대한항공의 봉사활동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전방위적이다. 25개의 사내봉사단에서 4000여명의 직원이 활동 중이다. 서울·김포·부산·제주 등 국내를 넘어 인도네시아·캄보디아·필리핀 등지에서도 봉사활동을 펼친다. 요양원 및 장애인 시설 봉사활동, 독거 노인 방문, 생필품 지원 등 다양한 이웃사랑을 실천 중이다.재능 기부형 봉사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시작한 ‘하늘사랑 영어교실’이 대표적으로, 방과 후 별도의 과외활동이 어려운 인천공항 인근 초등학생들에게 영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사진은 인천공항 근무 직원 중 영어회화에 능통하고 교육적 재능 기부에 열정을 가진 직원으로 구성했다. 영어동화구연과 노래 배우기, 영어 만화 그리기 수업 등을 진행한다.‘컴퓨터 교실’은 대표적인 글로벌 꿈나무 지원 사업이다. ‘대한항공 숲’이 위치한 몽골 바가노르 지역 현지 학생의 정보화 격차 및 IT 기술 소외를 해소하기 위해 2013년 볼로브스룰 국립학교에 컴퓨터를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꿈의 도서실’은 책 읽을 공간과 장서가 부족한 처지의 중국 어린이에게 보다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1.19 16:35

2분 소요
[김준태의 세기의 담판(10) 극한 상황에서 기개 내보인 이홍장] 총격 받고도 협상장 나가 여론 돌려

전문가 칼럼

일본과 시노모세키조약에서 배상금 등 낮춰... 치욕적 조건이었지만 피습 전보다 완화 이홍장(李鴻章), 중국어 발음으로 하면 리훙장은 문제적 인물이다. 미국의 18대 대통령을 지낸 율리시스 그랜트는 이홍장을 영국의 글래드스톤, 독일의 비스마르크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세 명의 지도자로 꼽았다. 많은 사람이 그를 ‘동양의 비스마르크’라 불렀고 근대 중국의 1인자, 중국의 근대화를 위해 헌신한 정치가로 평가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이런 평가도 만만치 않다. 외국 침략자와 내통한 매국노라는 뜻의 ‘한간(漢奸)’. 재물을 좋아했던 노회한 권력가. 워낙 이미지가 상반되다 보니 그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기가 쉽진 않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19세기 후반의 중국, 그리고 동북아시아는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 근대 중국의 1인자 vs 노회한 권력가 이홍장은 1823년 1월 중국 안휘성에서 태어났다. 23세 때 저명한 학자이자 정치가 증국번의 제자가 되었고 스승을 따라 태평천국의 반란을 진압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중국의 대표적 근대화운동인 양무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군사·외교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는데, 덕분에 승진을 거듭해 북경과 천진, 하북성, 하남성, 산동성를 총괄하는 직예(直)총독에 임명됐다. 산동성 이북 지역의 통상외교, 군무를 관장하는 북양대신도 겸직했다. 사실상 중국 전체의 통상, 외교, 대외방어를 책임졌다고 보면 된다.그런데 1894년 청나라와 이홍장에게 거대한 시련이 닥친다. 조선 땅에서 발발한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참패한 것이다. 7월 25일 일본 군함의 포격을 받은 청군 군함 제원(濟遠)호가 침몰해 700명의 청군이 수장되었고, 7월 28일 아산전투에서는 청나라 육군이 일본군에게 대패했다. 다시 9월 15일 평양전투에서 청군은 2000여 명의 육군을, 9월 17일 압록강 입구에서 벌어진 해전에서 청은 5척의 군함과 800여 명의 병력을 잃었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전투를 통해 이홍장이 강군이라며 자랑했던 부대들이 괴멸 당하다시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동북지역의 여러 항구, 군사기지들이 일본군에게 점령되면서 1895년 2월 청나라는 결국 일본에게 항복하고 만다.청군이 대패하고 ‘섬나라 오랑캐’라며 무시했던 일본에 머리를 굽히는 치욕이 견디기 힘들었을 테지만 누군가는 뒷수습을 해야 하고, 이홍장은 강화교섭을 위해 일본 시모노세키로 향했다. 당시 이홍장을 만난 일본 측 전권대신 이토 히로부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10년 전 공을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부국강병을 실현해가고 있으니 청나라도 속히 개혁을 하시라고. 그 때의 충고를 왜 좇지 않은 것입니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이렇게 되지 않았냐는 비아냥거림이었다. 그러자 이홍장이 대답했다. “노력했습니다. 일본이야 단기간 내 개혁이 가능하겠지만 중국과 같은 대국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그런 이홍장의 자존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본은 무리한 요구를 제시했다. 조선에서 손을 떼고, 대고(大沽, 발해만의 중심 항구)·천진·산해관을 내어놓고 3억냥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청나라의 최대 요충지이자 수도 북경으로 들어가는 관문을 넘기라는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 청나라의 4년치 수입을 초과하는 3억냥 역시 감당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이홍장이 조건을 완화시키고자 노력했지만 일본은 요지부동이었다. 요즘 어떤 글들을 보면 이홍장이 ‘협상이 결렬되었다며 멸망을 각오하고 끝까지 항전하는 길밖에 없다’는 전문을 본국에 보냈고 이를 감청한 일본이 깜짝 놀라 요구 조건을 낮췄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사실을 입증할 만한 기록을 찾기 힘들다. 대신 이홍장은 이 때 자신에게 발생한 사건을 이용해 담판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그가 괴한에게 피습된 사건이다.3월 24일 협상회의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이홍장에게 오야마 로쿠노스케라는 일본 젊은이가 총격을 가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거물을 저격해 유명해지고 싶었던 정신 나간 철부지의 소행이었다. 어쨌든 이 총격으로 탄알이 이홍장의 왼쪽 광대뼈 아래를 뚫고 들어가 왼쪽 눈 밑에 깊이 박히는 중상을 입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정부는 당황한다. 일본 땅에서, 일본 사람이 심각한 외교 문제로 비화될 범죄를 저질렀으니 말이다. 이에 일왕은 어의를 보내 치료를 돕게 했고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일본 정부의 고관들이 찾아와 정중하게 사과했다.하지만 단지 여기까지였다면 협상내용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약간의 편의를 봐주는 정도? 이홍장에게 선물을 주는 정도? 그 수준에서 일본은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홍장이 단호하게 행동하면서 일본 내 여론, 나아가 국제 여론까지 변하게 된다. 이홍장은 당장 탄알 제거 수술을 받고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들의 권유를 뿌리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국가의 위태로움이 경각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 평화를 성사시키는 일이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어찌 나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여 국사를 그르칠 수 있겠는가? 죽으면 죽었지 지금 탄알을 뽑을 수 없다.” 그러면서 붕대를 감고 바로 협상장으로 나섰는데 피가 흘러 옷을 적셨지만 “만약 내가 죽어 이 나라에 득이 된다면 나는 기꺼이 죽을 수 있다”라며 태연했다(여기서 이홍장의 말은 양계초(梁啓超)가 지은 의 내용을 기준으로 함).이러한 이홍장의 행동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청나라에 대한 동정여론이 늘어났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너무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해졌다. 그때껏 꿈쩍도 하지 않던 일본 정부도 요구 조건을 일부 양보하게 되는데, 국내외 여론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배상금은 3억냥에서 2억냥으로 감액되었고, 3년 내에 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이자는 면제하는 것으로 타결됐다. 일본에 할양하는 땅도 중국 동북 봉천성 남부의 일부 지역과 대만, 팽호(澎湖)열도의 섬들로 조정됐다. 여전히 중국으로서는 치욕적인 조건이었지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홍장 피습 이전의 요구보다는 상당히 완화된 것이었다. 이것이 이른바 ‘시모노세키조약’, 중국 표현으로는 ‘마관조약’이다. ━ 의사 만류에도 피 흘리며 협상 시모노세키조약을 체결한 후 이홍장은 중국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국토를 일본에게 내어준 매국노라는 공격이 집중됐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더구나 청일전쟁을 초래하고 청일전쟁이 패배한 데는 이홍장의 책임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 강화 담판만 놓고 본다면 이홍장은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그가 자신에게 닥친 피습사건을 적절히 활용하고 담대하게 협상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를 통해 여론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더라면 일본의 배상 요구는 절대로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극한 상황에 내몰리더라도 담대함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담판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다. -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의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에서 한국의 전통철학과 정치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경세론과 리더십을 연구한 논문을 다수 썼다. 저서로는 등이 있다.

2019.10.27 16:06

5분 소요
[지소미아 중단 후폭풍 어디까지] 아슬아슬 한일 관계 ‘정냉경냉(政冷經冷)’ 덫에 빠지나

산업 일반

역사문제, 징용공 판결에서 비롯된 양국 갈등… 무역·투자 이어 외교·교류에도 악영향 한국 정부가 8월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ESOMIA·지소미아) 종료(또는 파기)를 결정하면서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에 격랑이 예상된다. 지소미아는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 연장되는데, 한쪽이 종료를 결정하면 시한 90일 전에 통보해야 하다. 8월 22일은 종료를 결정했을 경우 통보해야 하는 시한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한국 정부는 8월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배제한 점과 그 후에도 계속 협의에 응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며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이로써 2016년 11월 시작된 지소미아는 3년 만에 종료에 이르게 됐다. 한·일 간 유일한 군사협정으로서 양국 간 안보 협력을 있는 끈으로 작용해왔던 지소미아의 종료는 한·일 관계에 결정적인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서로 동맹 관계는커녕 우방도 아니며 심지어 적의마저 느낄 수 있는 사이로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 오랜 ‘정냉경온(政冷經溫)’ 관계에서 악화 8월 22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 또는 파기 선언은 가뜩이나 지난해 10월 22일 대법원의 징용공 판결로 악화해온 양국 관계를 더욱 벼랑끝으로 몰고갈 전망이다. 양국 관계는 오랫동안 ‘정냉경온(政冷經溫)’으로 불려왔다. 정치적으로는 과거사 등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설전을 벌이며 양국 사이에 냉기가 돌아도 경제 관계는 좋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양국 관계는 정치도 경제도 모두 싸늘한 ‘정냉경냉(政冷經冷)’의 위기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다.역사문제, 징용공판결, 화이트국가 배제에 이어 지소미아 리스크까지 개입하면서 양국 경제 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관계 악화는 이미 양국 간 무역과 투자, 교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가 줄고 있다.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는 2012년 연간 500건 가까이 됐으나 그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갑자기 독도를 방문하면서 격감하기 시작했다. 2015년 연간 200건까지 감소된 후로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징용공 파결이 나온 2018년부터 다시 감소했다. 올해 1~6월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 건수는 0에 수렴하고 있다. 양국 간 무역총액도 감소세이며, 관광객 교류도 마찬가지다. 양국 관계가 식어가는 것이 급기야 경제 분야까지 미친 셈이다.이런 상황에서 터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은 동아시아 국제사회의 이해관계 전반에 걸쳐 깊은 파장을 부를 수밖에 없다. 북한 미사일과 핵 관련 정보를 포함한 양국 간 군사 정보교류와 협력은 물론 한일 관계, 심지어 한미 동맹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예상 못한 결론에 일본 반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알려진 22일 오후 일본의 반응은 한마디로 ‘설마’였다. 설마 한국이 이렇게까지 나올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고노 다로(河野太) 외상은 “한국이 완전히 오인했다” “매우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22일 늦은 밤에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지소미아 종료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예상하지 못한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로 보인다. 마치 일본 정부가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소재의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8월 2일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한 것이 반도체 생산 업체와 한국인에게 상처를 준 것과 흡사한 효과다.하지만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이 어떤 실익을 가져올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소미아 중단 소식을 접하자마자 “실망”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번 조치의 파장이 한일 관계에는 물론 한미 관계에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지소미아의 탄생 자체가 미국이 한일 관계 악화를 막고 군사적 협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를 설득하고 압박한 결과다.지소미아는 타국에 군사정보를 주기 위해 체결해야 하는 협정이다. 제공 받은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지, 타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어떻게 보호할지를 규정해 준수함으로써 유효 기간 중에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장치다. 한국과 일본은 지소미아를 체결해 2급 이하의 군사비밀을 직접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미국을 매개로 삼아 양국의 정보가 서로 전달됐다.일본이 가장 관심 갖는 정보는 당연히 북한 핵·미사일 관련 사안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북한이 동해 방향으로 발사해 수평선 넘어 일본 쪽으로 날아간 미사일의 종말 단계 행방을 일본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은 북한 지역의 영상 정보를 파악하는 금강 정찰기와 통신 등 시긴트(SIGINT, 신호정보)를 탐지하는 백두 정찰기에서 얻은 정보가 강점이다. 항공기와 미사일을 탐지, 추적할 수 있는 이지스 전투시스템이 장착된 한국 해군의 군함도 북한 미사일 발사와 초기 비행 정보를 파악한다. 북한이나 북중 국경지역의 휴민트(HUMINT, 인간 정보원)도 강점이었으나 현재는 실태를 알 수 없다.일본은 한반도 상공에서 정지궤도를 도는 7대의 광학 또는 레이더 위성에서 확보한 대북 정보가 강점이다. 미국도 한반도를 정찰하는 정지 위성은 운영하지 않고 전 세계를 도는 위성이 한반도를 지나는 동안 얻는 광학이나 레이더 등 정보에만 의지한다. 미국 위성은 성능이 뛰어나지만 시간적 제한이 있는 반면, 일본의 정지 위성은 성능은 몰라도 이런 제약 없이 즉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일본은 북한이 1998년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이 동해를 거쳐 일본 동북 지역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날아간 사건 이후 충격을 받아 정보수집위성을 개발해 2003년 첫 발사했다. 이름이 정보수집위성일뿐 사실상 정찰위성 또는 스파이위성이다. 위성뿐 아니라 동해에 배치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시스템 탑재 군함도 동해로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비행 경로를 추적해 정보를 파악한다. 게다가 일본은 선양 영사관을 통한 휴민트 정보 수집 능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북 지역의 조선족 중국인과 탈북자, 중국을 왕래하는 북한인을 통한 휴민트 정보 수집으로 추정할 수 있다.이런 한·일 지소미아 중단은 동북아 안보 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소미아 폐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과 중국이 수혜자” “한국이 피해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사히와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동아시아 안보에 그림자’ ‘일한(한일) 대립에 결정적’ ‘미한동맹(한미동맹)에도 타격’ 등의 제목으로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이런 우려대로 지소미아 중단의 가장 큰 문제는 동북아 안보지형도의 변화다. 이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전개해왔던 안보체제를 허무는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에서 전개해왔던 글로벌 안보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된 1949년 북미와 서유럽 국가와 북대서양조약을 맺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창설해 집단안보 군사동맹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는 대규모 원조를 통한 경제부흠 프로그램인 마샬 플랜과 함께 서방을 결집하는 바탕을 이뤘다.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공격은 미국을 포함한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나토가 개입한다는 나토 헌장 제5조는 나토 동맹의 근간을 이뤄왔다. 나토는 1992년 옛 소련이 무너진 이후 과거 소련이 주도했던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을 받아들이면서 영역을 동유럽으로 확대해왔다. 나토는 냉전 해체 후에도 존속해 집단 안보 체제를 앞세운 대테러 전쟁 등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중남미 국가들과는 나토 창설 전인 1947년 이미 미주상호원조조약을 맺고 결속을 다져왔다. 이 체제는 1961년 쿠바 미사일 위기 등에 공동 대응하며 협력 체제를 유지해왔다. ━ 인도·태평양 사령부에서 중국 팽창 저지 역할 눈여겨볼 점은 아시아 지역이다. 중요한 점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과 달리 집단안보체제가 아닌 개별 안보협약에 의지해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자신과 연결된 아시아 지역 여러 나라를 연결하는 아시아 안보협력 체제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미국은 필리핀과는 1951년 미국·필리핀 상호방위 조약을 맺고 미군이 필리핀에 주둔했지만 1991년 필리핀 상원이 미군기지 조차 연장법안을 거부하면서 미군은 기지를 반환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미국은 필리핀과 23년 만인 2014년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맺고 10년간 필리핀 군사기지 접근과 이용을 허가받고 미군 배치 지역의 별도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명분은 미군이 대테러전 등을 위해 필리핀 내 기지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미군은 필리핀 중부의 바사, 남서부의 안토니오 바티스타, 남부의 막탄-베니토 에부텐, 룸비아 등 공군기지 4곳과 북부의 포트 막사이사이 육군기지 등 5군데를 사용하고 있다.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면서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국의 반발에도 미국 국무부가 지난 2월 대만에 M1A1 에이브람스 전차의 개량형인 M1A2 108대와 스팅어 미사일 등 22억 달러의 무기 수출을 승인한 데 이어 8월 21일에는 80억 달러 상당의 F-16V 66대의 판매도 결정한 법적 근거다. F-16V는 기존 F-16 전투기에 성능이 개량된 레이더를 장착하고, 작전 컴퓨터와 전자전 장비 및 추락방지 장치 등을 추가해 2012년 공개한 최신 버전의 무기체계다.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방위를 위해 피를 흘린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은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주한미군 한반도 주둔의 권리를 보장받고 한미동맹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1960년 미일 안보조약을 체결하고 주일 미군을 앞세워 일본 영토의 공격에 대처하고 있다. 아울러 미군이 일본 시설을 사용하는 근거를 제공받고 있다.미국은 호주·뉴질랜드와는 1951년 태평양 안보조약을 맺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팽창하면서 미국은 한국·일본을 묶고 호주·뉴질랜드까지 결합하는 한·미·일·호·뉴질랜드 5개국 안보체제를 추구해왔다. 여기에 인도의 협력까지 더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외교적·지리적으로 중국을 포위해 팽창을 저지하고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글로벌 전략의 축으로 삼아왔다. 미국의 사령부가 2018년 5월 30일 해리 해리스 사령관(현재 주한 미국대사)의 취임에 맞춰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꾼 것은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다. 이 사령부는 인도양과 태평양 및 그 연안을 담당한다. 미국은 자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북부사령부(북미), 남부사령부(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유럽사령부(유럽과 러시아), 아프리카 사령부(아프리카), 중부사령부(중동과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그리고 인도·태평양 사령부 등 6개의 관구로 나누고 있다. 이 가운데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관할 구역이 가장 넓다.이 인도·태평양 사령부 관할 지역에서 미국은 한·미·일·호·뉴질랜드 5개국 군사동맹으로 중국을 억제하고 싶어 한다. 여기에 인도가 포함될 수도 있다. 아시아판 또는 인도·태평양판 나토를 만들고 싶은 것이 미국의 오랜 의도였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로 갈등하자 한국을 설득해 2016년 맺도록 한 것이 지소미아다. 바로 그 지소미아가 종료한 것은 단순히 한일 관계 악화를 넘어 미국의 아시아 또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한국은 지소미아 폐기로 미국의 글로벌 전략 의도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은 물론 그르치게 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일 협력의 끈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도 미국에 매달려 한국이 지소미아 중단을 번복하게 하든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대한 수출금지와 화이트국가 배제 당시 한국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려고 했던 당시와는 역전된 상황이다. ━ 미국의 다음 대응 카드는… 현재도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 인상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으로 한국에 부담을 주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가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지소미아 중단 또는 파기는 한일 문제를 넘어 한미동맹의 문제로까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외교력을 발휘할까.-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08.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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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지도자 야망 키우는 푸틴] 고유가 덕에 경제력 급속 회복

국제 이슈

GDP 순위 11위로 복귀… 시리아 내전 지렛대로 중동에서 영향력 극대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 2개국(G2) 지도자에 오르려는 야망을 키우고 있다. 통상 G2는 미국과 중국을 가르켜왔다. 하지만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이 미국의 무역 규제와 경제 보복으로 어려움에 처한 반면 러시아는 주요 수출품인 유가 상승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첨단 무기 경쟁에서 미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초보 단계인 잠수함발사 대륙간탄도탄(SLBM)을 다량 장착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제5세대 전투기 개발 등에서 러시아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인 S-400시스템은 중국은 물론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시스템)에도 필적하는 수준이다.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은 경제와 국방 양쪽에서 명실상부한 G2 국가와 지도자의 야망을 키워가고 있다. ━ 동방경제포럼에서 각국 지도자 불러모아 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톡에서 9월 11일부터 사흘 동안 열린 ‘동방경제포럼’이다.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투자 유치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국제회의다. 올해 ‘극동: 가능성의 경계를 확대하며’라는 거창한 주제로 열린 이 포럼에는 국가 정상을 포함한 정부 인사와 기업인, 전문가 등 6000명 이상이 자리를 함께 했다. 주빈인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 등 동아시아의 지도자들이 총출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애초 포럼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남·북 정상회담 준비 때문에 가지 못하고 대신 이낙연 총리가 날아가 연설했다. 한국과는 지난 6월 열렸던 한·러 정상회담의 후속 상황 점검과 극동·유라시아 지역 개발을 위한 실질 협력 강화 방안을 의논하는 자리였다.여기에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방안이 추가됐다. 이를 위해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했으나 무산되고 결국 김영재 대외경제상 등 대표단 7명이 참석했다. 포럼에선 ‘남·북·러 3각 협력 세션’도 마련됐다. 최근 남·북과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감안한 발빠른 대응이다. 누가 봐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도 적극 개입하겠다는 신호다. 동북아시아의 주요 행위자로 자리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포럼 개막 직전인 9월 10일 아베 총리와, 11일에는 시 주석과 각각 정상회담을 했다. 푸틴이 동아시아의 지도자들을 한 자리에 부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러시아와 푸틴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경제가 나아진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 그 핵심은 고유가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올해 초 이후 지속적으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1월 평균 배럴당 66.2달러였던 것이 5월에는 74.2달러로 정점을 찍었다가 7월 평균 배럴당 73.1달러를 유지했다.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1월 평균치가 배러당 69.1달러였으며 5월에 77달러를 찍었다가 7월에는 74.9달러를 유지 중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의 경우 1월 평균 배럴당 63달러였으나 5월 77달러까지 올라갔다가 7월 평균 배럴당 70.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러시아는 방대한 국토에 세계 천연자원의 30%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러시아 천연자원의 가치가 75조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희귀 금속을 중심으로 한 천연자원의 채취와 수출에 경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왔다. 러시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6%가 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천연자원에서 나온다. 천연자원은 전체 수출의 70%와 연방 예산의 52%를 차지한다. 특히 에너지는 러시아 경제의 핵심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수퍼파워’로 불릴 정도로 에너지를 경제 운용은 물론 국제정치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주요 수출원인 서유럽에 가스 등을 끊겠다고 위협을 수시로 해왔다. 2017년 기준 러시아는 5289억 달러를 수출했는데 최대 수출원은 유럽연합(EU) 국가들로 전체의 45.8%를 차지한다. 중국이 9.8%, 이웃한 벨라루스가 4.9%, 터키가 4.8%, 한국이 3.5%를 차지한다. 수출의 경우 유럽 의존도가 큰 편이며 중국에 대한 비중은 비교적 작은 편이다. 중국 변수에 따른 피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1823억 달러에 이르는 수입도 EU에 전체의 38.2%를 의존한다. 중국이 20.9%, 미국이 6.1%, 벨라루스가 5.2%, 일본이 3.7%를 차지한다. 무역수지 흑자는 러시아 경제를 살리는 핵심이 되고 있다.러시아의 경제적 부상을 보여주는 것이 GDP 순위다. 러시아는 세계은행(WB)이 최근 집계한 2017년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한국을 제치고 11위에 올랐다. 러시아의 GDP는 1조5775억 달러로 1조5308억 달러로 기록한 한국을 눌렀다. 러시아는 2015년과 2016년은 한국에 밀려 12위에 머물렀지만 이번에 11위에 복귀했다. 러시아는 미국(19조3906억 달러)·중국(12조2377억 달러)·일본(4조8721억 달러)·독일(3조6774억 달러)·영국(2조6224억 달러)·인도(2조5975억 달러)·프랑스(2조5825억 달러)·브라질(2조555억달러)·이탈리아(1조9348억 달러)·캐나다(1조6530억 달러)의 다음에 자리매김했다. ━ 첨단 정밀무기 수출량도 상당해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과 함께 정밀 무기 분야에서 상당한 수출을 기록하고 있다. 옛 소련 시절부터 비축해온 무기 개발과 설계, 생산 능력은 여전히 세계 수준이다. 러시아는 스텔스 기능을 갖춰 미국의 F-22에 필적하는 성능을 지닌 제5세대 초음속 첨단 전투기 수호이-57, 은밀한 대륙간 탄도 핵미사일 능력이 향상된 최신형 핵잠수함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수호이 57은 2010년 첫 비행을 했으며 내년에 러시아 공군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물론 극동의 한국와 일본, 그리고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이 바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S-400의 경우 중국이 도입해 실전배치에 들어갔다. 특이한 것은 나토 회원국으로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멘의 후티 반군과 전쟁 중인 사우디도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살만 국왕이 직접 모스크바를 방문해 S-400을 도입하기로 했다.러시아와 푸틴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요인이 시리아 내전이다. 러시아는 내전 이전은 물론 내전 중에도 시리아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2011년 시리아 내란 발발 이후 해외를 두 차례 방문했는데 모두 러시아였다. 알아사드는 2015년 모스크바를 방문해 뜨거운 환영과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2016년 11월에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유명한 러시아 흑해 연안 도시 소치를 찾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소치는 옛 소련 시절 휴양 시설이 갖춰진 곳이다. 옛 소련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휴가를 보내거나 정치적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지도자들이 모여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장소로 횔용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휴양지 마라라고에 해당하는 장소다.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한 이 휴양지에서 중국의 시 주석이나 일본의 아베 총리를 만났다.푸틴은 모스크바가 아닌 소치에서 알아사드와 만남으로써 그 정도로 친밀하고 협력적인 관계임을 세계에 보여준 셈이다. 푸틴은 알아사드를 이용해 중동에서 과거 소련 시절의 위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알아사드는 그런 푸틴의 비호 속에 7년 내전을 치르면서도 정권과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고 조만간 내전의 최종 승자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었다.그동안 러시아는 중장거리 미사일과 기갑무기, 로봇 무기, 폭격기, 특수부대 등 다양한 군사력을 시리아에 직접 투입해왔다. 이를 통해 러시아산 무기의 성능을 실험하고 그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군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흑해에서 발사해 시리아의 목표물에 정확하게 타격했다. 게다가 기관포를 장착한 ‘우란 기갑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로봇 무기를 실전에 투입해 이 분야의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러시아로선 시리아 사태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존재감을 옛 소련 수준으로 올려준 계기인 셈이다. 푸틴이 알아사드를 철저하게 비호하는 전략적 셈법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푸틴은 이를 통해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맞서는 지정학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시리아 사태에서 러시아가 최종 승자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나토 핵심국가는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 사실 영국과 프랑스는 역사적·외교적·경제적으로 중동 지역과 오랫동안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워 패전국인 오스만튀르크 제국을 완전히 해체하고 오스만 영토이던 중동 지역에 새로운 국경선을 그은 장본인이다. 이라크의 경우 서로 함께 살기 쉽지 않은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아랍인, 그리고 서로 언어와 정체성이 다른 북부 쿠르드족을 묶어 이라크라는 하나의 나라를 만들었다. 이라크는 미국이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 민주화는커녕 대대적인 종파·종족 분쟁에 휘말려있다. 그 틈을 노려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준동했다. 그 배경에는 따지고 보면 이런 역사적인 연유가 자리 잡고 있다. 이라크에서 선거 결과는 ‘인구조사’와 다름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수니파는 수니파를, 시아파는 시아파를, 쿠르드인은 쿠르드 정치인만 지지한다는 이야기다. ━ 시리아·터키와 손 잡아 특히 프랑스는 오스만 영토이던 시리아와 레바논 지역을 1차 대전 후 위임 통치하며 이 두 나라를 독립시킨 뒤 오랫동안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 이 지역 주민 중 프랑스에 이민온 사람도 적지 않고 현지에 살면서도 프랑스 이중국적을 보유한 사람도 상당수다. 프랑스로선 이런 지역에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전혀 반갑지 않다.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과 함께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군을 대상으로 하는 폭격에 수시로 가담하는 이유다. 그나마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을 뿐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시리아 사태에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러시아와 푸틴은 서방 세계가 ‘악마’로 여겨왔던 알아사드를 지원해 중동에 결정적인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한반도 문제와 중동 사태 모두에서 러시아는 이제 국제 외교의 운전석에 올라앉은 셈이다. 러시아를 빼놓고 국제 정세를 논할 수 없는 세상이 왔다. 러시아는 새롭게 미국 중심의 서방 세계에 대항하는 핵심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도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엄청난 에너지, 그리고 강력한 첨단 무기에 기대야 글로벌 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 셈이다. 푸틴이 러시아를 21세기 글로벌 강국으로 부활시키고 있다. 영향력과 국제적인 발언권에선 중국을 누르고 실질적인 G2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는 러시아의 시대가 될 것인가.-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2018.09.1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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