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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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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WEEK] 추억의 만화영화 '카드캡터 체리' 정주행해볼까

리뷰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OTT 홍수 속에서 한 번쯤 볼만한 콘텐트를 소개한다. 추억의 만화영화 '카드캡터 체리'부터 아이들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 '오징어와 고래'까지. 다양한 콘텐트를 가져왔다. ━ 몰입감 100%, 영국 첩보 액션 드라마 '알렉스 라이더' 평범한 고등학생이 MI6 특수요원으로 변신했다. 영국 드라마 '알렉스 라이더'의 이야기다. 영국 유명 작가 앤서니 호로비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알렉스 라이더'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알렉스가 삼촌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알렉스는 평범한 은행원인 줄 알았던 삼촌이 MI6 특수 요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삼촌을 죽인 찾아내기 위해 청소년 문제아를 모아놓은 '포인트 블랭크'에 잠입한다. 알렉스 라이더 시리즈는 국제 에미상을 수상한 안드레아스 프로차스카가 감독을 맡았고,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을 수상한 각본가 가이 버트가 펜을 잡았다. 첩보 액션 드라마 '알렉스 라이더' 시즌 2는 시즌에서 감상할 수 있다. ━ 웨이브, 추억의 만화영화 '카드캡터 체리' 독점 공개 웨이브가 일본 만화영화 '카드캡터 체리'를 국내선 OTT 중 처음으로 독점 공개한다. 1998년 일본에서 방영된 '카드캡터 체리'는 동명의 만화가 원작으로, 초등학생 유체리가 마력을 지닌 크로우 카드의 봉인을 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마법소녀 작품이다. 국내에선 1999년부터 방영을 시작해 시청률 37%를 달성한 인기 만화영화이기도 하다. 카드캡터 체리는 유명한 오프닝 곡으로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웨이브는 카드캡터 체리의 70부작 전 회차를 자막판으로 제공하고 있다. 더빙판은 지난 1일 전편 공개됐고, 자막판은 매주 10회차씩 추가된다. 웨이브는 한국에서 공개되지 않은 카드캡터 체리 미방영 에피소드도 서비스한다. ━ 노아 바움백 감독의 또 다른 매력…영화 '오징어와 고래' 영화 '오징어와 고래'는 부모님의 가정불화 속에서 자란 아이들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 브루클린에 사는 중년의 부부 버나드와 조안은 어느 날 이혼을 결심하게 되고, 두 아들 월트와 프랭크는 공동양육으로 두 집을 오가며 생활하게 된다. 월트와 프랭크는 한창 성장할 나이에 부모님이 이혼해 상처를 받지만, 부부는 형제를 돌보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외도한다. '오징어와 게임'은 영화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프 다니엘스, 로라 리니, 제시 아이젠버그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도 빼어난 연기로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 영화는 제21회 선댄스영화제 각본상과 감독상, 제40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각본상, 제7회 라스팔마스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는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2022.04.13 10:50

2분 소요
[OTT WEEK] ‘몬베베’ 주목…시즌에선 영화 ‘더 드리밍’이 무료

리뷰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OTT 홍수 속에서 한 번쯤 볼만한 콘텐트를 소개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레디 하이모어가 의사를 연기하는 ‘굿닥터’ 시즌4부터 몬스타엑스의 ‘더 드리밍’까지. 다양한 콘텐트를 가져왔다. ━ 코로나19로 돌아온 ‘굿닥터’ 시즌4…왓챠에서 정주행 미국의 인기 의학 드라마 ‘굿닥터’ 시즌4가 왓챠에서 서비스된다. 2013년 국내에서 방송된 드라마 ‘굿닥터’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했던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킴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서번트신드롬을 앓고 있는 젊은 외과의사 ‘숀 머피’가 미국 최고 병원의 소아과 병동에 채용된 후 일어나는 사건을 담고 있다. 특히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찰리를 연기한 프레디 하이모어가 주인공 숀 머피를 맡아 입소문을 탔다. 시즌4의 1~2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다룬 에피소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이번 주 굿닥터를 정주행하는 것은 어떤지. ━ “내가 살인자라면?”…‘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 배우 스다 마사키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를 왓챠가 독점 공개한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는 대학생 쿠노토 토노우가 어느 날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미스터리 드라마다. 일본에선 이미 추리와 미스터리를 섞은 전개 방식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첫 회 시청률은 방영 직후 13.6%를, 다시보기 재생수는 기존 최고 기록을 훌쩍 넘는 145만회를 기록했다.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는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에 왓챠에서 공개된다. ━ 왓챠에서만 볼 수 있는 ‘가십 #그녀가 알고 싶은 진짜 OO’ 왓챠가 독점 공개한 일본 드라마 ‘가십 #그녀가 알고 싶은 진짜 OO’는 인터넷 뉴스 편집부원인 주인공이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세계 속에서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다. 쿠로키 하루, 미조바타 준페이, 노무라 슈헤이, 이시이 안나 등 일본의 인기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폐간 위기에 처한 인터넷 뉴스 사이트 편집부로 발령받은 세코 리리코는 높은 조회수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재에 나선다. 눈치는 없지만, 통찰력이 좋은 리리코 덕분에 무기력하던 편집부에는 활기가 돈다. 함께 성장해나가는 구성원들의 일과 삶, 사랑을 통해 새로운 시대, 사람 간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 ‘가십 #그녀가 알고 싶은 진짜 OO’는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에 왓챠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확인할 수 있다. ━ “스파이가 된 10대 소년”…‘알렉스 라이더’ 시즌1 영국 드라마 ‘알렉스 라이더’는 10대 소년이 주인공인 스파이 첩보 스릴러 드라마다. 베스트셀러 작가 앤서니 호로비츠의 ‘알렉스 라이더’ 시리즈 중 ‘포인트 블랭크’를 각색한 작품. 삼촌과 함께 살던 알렉스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삼촌 이안을 잃는다. 알렉스는 이안이 사실 평범한 은행원이 아니라 첩보 요원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이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알기 위해 10대 갱생기관 ‘포인트 블랭크’에 스파이로 잠입한다. 속도감 가득한 전개와 액션 장면이 눈길을 끄는 ‘알렉스 라이더’.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려면 왓챠 앱을 켜면 된다. ━ “21세기 최고 코미디 영화”…‘맥그루버’ 국내 최초 공개 웨이브가 불후의 명작 ‘맥가이버’를 패러디한 영화 ‘맥그루버’의 드라마 버전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맥그루버’는 북미 영화 전문매체 ‘콜라이더’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코미디 영화 목록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맥가이버의 아들 맥그루버가 대통령의 딸 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0년 만에 출소하면서 벌어진 일을 담았다. 1980~1990년대를 휩쓸었던 최고의 요원 맥가이버와 다른 매력의 맥그루버를 만날 수 있다. ━ ‘몬베베’ 주목…영화 ‘몬스타엑스 : 더 드리밍’ 시즌에서 보자 시즌이 케이팝 그룹 몬스타엑스의 미국 활동기를 담은 영화 ‘몬스타엑스 : 더 드리밍’을 서비스한다. 시즌은 지난 14일부터 이용권 가입자를 대상으로 ‘몬스타엑스 : 더 드리밍’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몬스타엑스 : 더 드리밍’은 멤버별 독점 인터뷰와 스페셜 콘서트 무대 영상 등이 포함돼있다. 또, 몬스타엑스의 수많은 히트곡과 최근 발매한 미국 싱글 ‘원 데이(One Day)’, 두 번째 미국 정규앨범 ‘더 드리밍(THE DREAMING)’의 수록곡 무대도 감상할 수 있다. ‘몬스타엑스 : 더 드리밍’은 지난해 12월 영화관에서 한차례 개봉했고 전 세계 70개 국가에서 공개됐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2022.02.23 11:00

3분 소요
‘존버는 승리한다’던 코인 투자판…이제는 선구안 싸움 [고란 코인도란]

전문가 칼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2017년 하반기 1차 코인 ‘불장’이 왔다. 2017년 12월 말,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10위 코인은 비트코인, 리플,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카르다노, 라이트코인, 아이오타, 넴, 대시, 스텔라루멘 등이다. 2차 불장의 끄트머리일지, 아니면 대세 상승 시작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2021년 말 기준, 시총 상위 10위 코인은 4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비트코인(1위)과 이더리움(2위)은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카르다노(6위)와 리플(8위)은 순위가 밀렸다.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아이오타, 넴, 대시, 스텔라루멘은 아예 톱10에서 삭제됐다. 그 자리는 대신 스테이블코인(USDT 4위·USDC 7위)을 비롯해 바이낸스코인(3위), 솔라나(5위), 루나(9위), 폴카닷(10위) 등이 차지했다. 코인판에서 가장 많이 듣는 투자 조언은 ‘존버는 승리한다’이다. 하지만, 1차 불장 때 넴이나 대시를 사서 지금까지 ‘존버’했다면 잔고는 ‘악몽’ 그 자체다. 수익률이 각각 -87%, -88%다. 상위 10위권이면 이른바 ‘근본’ 코인인 듯 싶지만, 코인판의 변동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10위권 코인이라도 해당 프로젝트의 발전과 확장이 없다면 ‘훅’ 간다. 추천 코인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꼽는 이유다. 2022년 새해, 다들 ‘넥스트 솔라나’, ‘넥스트 루나’를 찾는 질문이 커뮤니티에 가득하다. 대답은 제각각. 대박 코인을 찾을 수 있는 선구안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무리하다간 불장에서도 먼지가 된 잔고를 봐야할 수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만 투자했어도 지난 4년간 각각 240%, 370%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 국내에선 무슨 일이=코인원에선 개인지갑 못 쓴다? 국내 3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이 지난달 29일 공지를 하나 냈다. 1월 24일부터 고객확인제도(KYC) 시행에 따라 외부지갑 등록 절차를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시행일(1월 24일) 이후에는 등록되지 않은 외부지갑으로 코인을 보낼 수 없다. 사전에 등록한 지갑으로만 거래가 가능한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제도다. 문제는 등록 가능한 지갑의 범주다. ‘본인 인증’이 가능한 지갑만 등록할 수 있다. 본인 인증의 기준은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이름 등 셋 중 하나가 코인원 계정과 같은 경우다. 그런데 디파이(탈중앙화금융) 등에 주로 활용되는 개인지갑, 예를 들어 메타마스크의 경우엔 신원 확인 절차 없이 지갑 생성이 가능하다. 곧, 메타마스크 지갑은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화이트 리스트에 올릴 수 없다. 결과적으로 코인원 이용자는 오는 24일부터 자신의 메타마스크 지갑으로 코인을 출금할 수 없다. 당장 투자자 반발이 일었다. 거래소를 ‘갈라파고스’로 만들 거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아직까지 다른 거래소는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코인원이 먼저 나서 매를 맞을까. 3월 25일부터 시행되는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거래소가 코인을 보내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의 신원까지 파악해야 한다) 때문일까. 그에 맞춰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걸까. 아니다. 정해진 건 없다.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코인원이 나선 건 원화 입출금 실명계좌를 발급해 준 NH농협은행과의 약속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위해 코인원은 농협에 실명계좌 발급을 요청했다. 농협 측은 자금세탁이 우려된다며 트래블룰 솔루션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계좌를 내줄 수 없다고 맞섰다. 신고 기일이 다가오면서 양측은 타협점을 찾았다. 일단 실명계좌를 내줄 테니, 신고 수리 후 60일 이내에 트래블룰 솔루션을 적용할 것으로 조건으로 걸었다. 농협이 트래블룰에 민감한 건 과거 전력 때문이다. 2017년 12월 미국 뉴욕 금융감독청(DFS)이 농협은행 뉴욕지점에 자금세탁방지(AML), 은행보안규정(BSA)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1100만달러(약 118억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뉴욕지점이 2년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에 육박한다. 만약 또 AML 등으로 문제가 된다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참작, 혹은 선처란 없다.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어야할 수도 있다. 다른 거래소는 어떨까. 일단 빗썸은 코인원과 같은 운명이다. 실명계좌 발급 은행이 역시 농협이다. 빗썸 측은 “이달 중으로 투자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솔루션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농협이 빗썸은 봐주고 코인원에만 유독 엄격한 트래브룰 솔루션을 요구할 리 없다. 코빗과 업비트는 각각 신한은행과 케이뱅크와 엮여 있다. 두 곳 모두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 표명은 없다. 대체로 3월 25일 이전에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이에 맞춰 트래블룰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가이드라인이 지금의 코인원 방식으로 정해지면 어떻게 될까.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블록체인 시장에서 한국은 철저히 갈라파고스가 되는 것”이라며 “블록체인 서비스는 안 쓰고, 거래소에서 주구장창 거래만 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가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한 이유는 개인지갑의 허용이 대체불가토큰(NFT) 사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라운드X는 올해부터 NFT 사업에 ‘올인’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그는 1일 자신의 SNS에 “클레이튼을 크러스트(Krust)로 완전히 이관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는 크러스트가 클레이튼 개발과 사업 모두 책임지며 진정한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러스트는 카카오가 해외 블록체인 사업 전진기지 역할을 맡기기 위해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한 대표의 발표에 클레이(Klay·클레이튼에서 쓰이는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클레이 가격이 더 이상 오를 것 같지 않으니까 이쯤에서 털어먹고 새 먹이를 찾아 떠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간 여러 코인 프로젝트의 창업자들이 그런 행보를 보였기에 나오는 우려다. 하지만, 이번에는 되레 클레이에 호재가 될 것 같다. 크러스트는 카카오가 한창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던 지난해 8월 김범수 카카오 의장 주도로 설립된 곳이다. 그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의 사업 확장은 국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제는 그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 국내에 머물다간 화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택한 글로벌 확장 전략 중의 하나가 블록체인이다. 김 의장은 크러스트의 책임자로 측근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 이제부터 크러스트가 나서 클레이튼 생태계를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 해외에선 무슨 일이=비트코인 20만달러 간다? 경제 위기의 결과는 언제나 양극화다. 위기 뒤에는 빈부격차가 더 확대된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삶은 황폐화됐지만, 자산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시장에 풀린 돈의 힘으로 대부분의 자산가격이 뛰었다. 유독 그 수혜를 받은 곳이 코인 시장이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6만9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연말엔 4만7000달러로 떨어졌다.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ETF 랠리는 수명이 짧았고, 10만달러의 꿈은 사라졌다”고 표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돈 줄 조이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지난해와 같은 코인 시장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5월 하락장을 예견한 애널리스트 데이브 웨이브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우스 채널(모멘텀 지표)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023년 전에 2만8000달러를 테스트할 것으로 추정되며, 단기적으로 헤드앤숄더 패턴 완성 시 2만5000달러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낙관론을 펴는 이들도 있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공동 창업자 브록 피어스는 2022년 비트코인 가격이 2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펀드스트랫 설립자 톰리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2022년에는 현재 수준에서 최대 4배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10만달러에는 쉽게 도달할 수 있고, 20만달러가 목표 범위”라고 말했다. 지난해가 디파이와 NFT, 메타버스의 한 해였다면 올해 코인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아케인리서치는 올해에도 비트코인 수익률이 증시(S&P500)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리플(XRP)과 카르다노(에이다)는 10위권 밖으로 이탈하는 대신 NFT 열풍과 함께 솔라나ㆍ루나 등과 같은 알트코인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전세계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한 코인베이스는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2022년 웹3.0 및 암호화폐 경제 관련 10가지 예측’ 보고서를 공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이더리움 레이어2(L2)의 확장성이 개선되지만, 새로운 레이어1(L1) 체인이 상당한 성장을 보일 것 ② L1-L2 브릿지의 사용성이 상당히 개선될 것 ③ 영지식 증명기술이 견인력을 얻을 것 ④ 많은 디파이 프로토콜이 규제를 수용하고 별도의 KYC 풀을 생성할 것 ⑤ 기관의 디파이 참여율이 상승하면서 관련해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 ⑥ 시장 확장에 따른 디파이 보험이 등장할 것 ⑦ NFT 기반 커뮤니티 강세로 인해 웹2.0 소셜네트워크가 위협을 느끼게 될 것 ⑧ 더욱 많은 브랜드가 메타버스 및 NFT에 참여할 것 ⑨ 웹2.0 기업이 웹3.0 및 메타버스에 진입할 것 ⑩ DAO(탈중앙화자율조직) 2.0의 시대가 열릴 것 ━ 위클리 코인=갈라(GALA), 2021년 4만% 뛰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21년 1월1일, 1000만원을 갈라코인(GALA)에 투자했다. 지난해 가장 핫했다는 ‘돈 버는 게임(P2EㆍPlay to Earn)’ 테마에 속한 코인이다. 1년 뒤인 지금 이 1000만원은 얼마가 됐을까. 약 45억5000만원이다. 그야말로 인생역전. 갈라토큰은 지난해 4만% 넘게 뛰었다.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돈이 돼서다. 갈라게임즈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80만명 이상이다. 시뮬레이션 게임 ‘타운스타’(TOWNSTAR) 등 다양한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다. 갈라토큰은 갈라게임즈 생태계에서 사용되는 기축통화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채굴한 갈라토큰은 즉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게임 내 가상 토지를 사는 데 쓸 수 있다. 거래소에서 팔면 현금화도 가능하다. 그런데 앞으로도 돈이 될까. 관건은 ‘재미’다. P2E 게임 코인이 지속가능하려면 E(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P(게임 플레이)를 위해서 게임을 하는 이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 E가 없더라도 게임을 계속할 만큼 게임이 재밌어야 한다. 최근 원조 P2E 게임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는 엑시인피니티가 주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채굴한 코인을 게임력을 높이는 등 게임 안에서 써야 하는데, 최근 이 코인을 게임 외부 거래소에서 팔아버리는 이용자들이 너무 많아졌다. 사자는 사람은 없고 팔자는 사람만 있으니 코인 가격은 급락할 수밖에 없다. 코인 가격이 급락하면 더 이상 그 게임을 할 이유가 없다. 이용자들은 떠나고 게임은 수명을 다한다. 재미있는 게임 개발을 위해 갈라게임즈 역시 노력 중이다. 지난달 C2벤처스와 1억달러 규모의 블록체인 게임 펀드를 결성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라마 ‘워킹 데드’ 제작사인 AMC엔터테인먼트와 윌 라이트 심즈 개발자가 최근 갈라게임즈 생태계에 합류했다. 국내 거래소에선 투자가 어려웠지만, 지난달 말 코인원과 빗썸에 잇따라 상장됐다. 투자가 훨씬 쉬워졌다. 그렇다고 ‘무지성’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지난 1년 동안 4만%가 올랐다는 얘기는 오는 1년 동안 90%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가격이다. 혹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직접 게임을 해 보고 결정할 것을 권한다. ※필자는 현재 갈라토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코인도 1월 효과? 2022년 1월1일은 2021년 12월31일과 다를 게 없다. 하루 차이가 날 뿐이다. 그럼에도, 특별한 건 새해를 맞이해서다. 인간이란 감성적 존재인지 인위적인 시간 구분에 마음가짐을 다르게 한다. 마음가짐, 곧 투심이 달라지니 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식시장에서는 그래서 ‘1월 효과’라는 말이 돈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마다 증시가 상승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심리 말고, 다른 이유도 있다. 미국에서는 연간 투자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투자를 계속하고 싶더라도 절세를 위해 현재 손실을 본 종목을 연말에 일단 팔고 본다. 이렇게 해서 총 수익을 낮춰 세금을 줄인다. 그리고 이듬해가 되면 다시 그 종목을 사들인다. 코인 시장에서도 과거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암호화폐 전문 애널리스트 알렉스 크루거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지난 4년 동안 비트코인은 연초마다 7~36% 범위 내로 상승했다”며 “2021년 첫 주에는 36%, 2020년에는 13%, 2019년에는 7%, 2018년에는 18%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패턴이 반복된다면 이번 주 역시 상승을 기대해 볼만 하다. 5일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지난달 14~15일 열렸던 정례회의에서 위원들이 긴축 전환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7일에는 고용보고서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초 공개됐던 11월 비농업고용건수는 총 21만건으로 시장예상치(57만3000명) 대비 반토막에 그쳤다. 지표는 좋지 않았지만 그에 따라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가 다소 줄면서 시장엔 호재로 작용했다. 고용 상황에 따른 연준의 입장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최근 “졸업했다”는 사람들의 인증샷에 항상심(恒常心)이 흔들리고 있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심정에 무리하다간 ‘퇴학’당하기 십상이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알고란TV 대표

2022.01.02 20:00

9분 소요
“매혹적인 미치광이 악령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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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팀버스 감독의 새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틀쥬스’, 팀 버튼의 영화에 나타났던 고딕-판타지 미학에 깜짝 놀랄 만한 효과 더해 팀 버튼 감독의 컬트 코미디 영화 ‘비틀쥬스’(1988)에서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미치광이 악령 비틀쥬스가 화면에 등장한 시간은 기껏해야 15분에 불과했다. 매우 어수선하고 만화 같지만, 매혹적인 이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애덤과 바브라 메이틀랜드 부부(알렉 볼드윈과 지나 데이비스)에 초점을 맞춘다. 마음씨 착했던 이들 부부는 혼령이 돼서도 생전에 좋아하던 코네티컷의 허름한 집을 떠나지 못하고 맴돈다.가식적인 뉴욕의 여피족 커플이 이 집을 사들여 천박한 장식을 곁들인 포스트모던 스타일로 개조한다. 그들의 딸 리디아(위노나 라이더)는 죽음을 동경하는 고스족으로 메이틀랜드 부부의 혼령이 이 집을 되찾도록 도와주려 한다. 그녀는 자기 부모를 겁줘 이 집에서 나가게 하려고 비틀쥬스와 협동작전을 펼친다.키튼은 영화에서 주어진 15분을 최대한 활용했다. 외설적이면서도 감칠맛 나는 연기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 영화를 바탕으로 한 새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틀쥬스’(예산 2100만 달러)의 공동 크리에이터인스콧 브라운은 “영화 ‘비틀쥬스’를 보고 좋아하며 자란 사람들은 키튼의 연기에 매료돼 이 영화가 아이 없이 죽은 부부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는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는 하나의 완성된 캐릭터라기보다는 제어장치가 풀린 무기에 가깝다.”다시 말해 비틀쥬스는 2시간이 넘는 뮤지컬의 주인공급 캐릭터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브라운과 공동 크리에이터 앤서니 킹, 그리고 이 뮤지컬을 연출한 알렉스 팀버스 감독은 작품의 초점을 메이틀랜드 부부에서 리디아와 비틀쥬스의 관계로 이동시켰다. 뮤지컬에 앞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비틀쥬스’(1989~1991)가 이런 변화를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비틀쥬스가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아니라 뼈 있는 농담과 마술에 능한 리디아의 요정 같은 존재로 묘사됐다”고 브라운은 말했다. 팀버스 감독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뮤지컬에 흔히 등장하는 캐릭터 간 역학관계를 설정했다. 그는 “리디아와 비틀쥬스는 둘 다 사기꾼 기질이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프로듀서스’의 맥스 비알리스톡과 레오블룸, ‘뮤직 맨’의 해롤드 힐처럼 말이다. 이런 캐릭터들이 온갖 술책을 동원해 상대를 누르려는 모습을 보는 건 무척 재미있다. 간단히 말해 리디아는 죽기를 바라는 산 사람이고, 비틀쥬스는 산 사람이고자 하는 악령인데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 둘이 계속 충돌한다.”비틀쥬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그는 배우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벽을 뛰어넘는다”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누군가의 행동을 논평하고 진행자나 해설자 같은 역할도 한다. 그는 무대 위의 캐릭터나 관객 모두에게 예측 불허의 위험한 인물이다.”팀버스 감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블러디, 블러디 앤드류 잭슨’, 연극 ‘피터 앤 더 스타캐처’ ‘피위 허먼 쇼’ 등을 연출했다. 창의적인 시각효과와 톡톡 튀는 대사가 돋보이는 색다르고 재치 있는 작품들이다. 그는 10년 전 브라운과 킹에게 뮤지컬을 위한 책(대본)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뮤지컬은 호주 작곡가 에디 퍼펙트(뮤지컬 ‘킹콩’)가 음악감독을 맡은 2013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브라운은 “킹과 내가 대본을 쓸 당시 가장 큰 고민은 ‘비틀쥬스를 어떻게 노래하게 할 것인가’였다”면서 “특히 그의 아이러니한 면을 노래로 어떻게 표현할지고심했다”고 말했다. “그때 퍼펙트가 지금 오프닝 송으로 쓰이는 ‘The Whole Being Dead Thing’을 들고 왔다. 다양한 템포와 스타일을 넘나드는 이 공격적인 노래로 비틀쥬스는 요정 같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무대를 장악했다.”브라운과 킹은 2006년 업라이트 시티즌스 브리게이드 극장(UCB)의 코미디 뮤지컬 ‘구텐버그’에서 처음 함께 작업했다. 두 사람은 배우 겸 크리에이터로 뮤지컬에서 다각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둘 다 TV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하며 킹은 뉴욕 UCB를 5년간 운영했고 브라운은 최근 청소년 소설을 출판했다. “브라운과 킹은 뮤지컬과 연극, 첨단 코미디에 진정한 사랑과 존경심을 품고 있다”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또 호주에서 뮤지컬 감독 겸 캬바레 배우로 활동하며 TV 드라마 스타이기도 한 퍼펙트는 책을 쓰고 작곡도 한다. 그는 뮤지컬 ‘남태평양’에도 출연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버튼 감독의 영화에 나타났던 고딕-판타지 미학에 깜짝 놀랄 만한 효과를 더했다. 팀버스 감독에 따르면 그와 무대 디자이너 데이비드 코린스(뮤지컬 ‘해밀턴’)는 ‘영화의 독특한 시각 세계를 뮤지컬에 반영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하던 끝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영화를 흉내 내기보다 버튼 감독의 대학 시절 스케치북부터 그의 작품 전체를 파고들었다”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그의 작품 세계에 경의를 표하는 그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버튼 감독은 이 뮤지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아직 관람하지도 않았다.)이 뮤지컬은 죄수복을 연상시키는 비틀쥬스의 줄무늬 정장을 비롯해 검은색과 흰색을 주로 쓰고 드물게 화려한 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의상을 맡은 윌리엄 아이비 롱(‘프로듀서스’ ‘헤어스프레이’)은 ‘흑백 무대 위에 흑백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다.팀버스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롱은 다양한 줄무늬를 사용했다. 직선과 곡선, 검은색 60%와 흰색 40%가 섞인 줄무늬 등등. 우리는 옵티컬 아트(optical art, 착시를 이용한 기하학적 비구상 미술)를 활용했다. 그리고 에드워드 고리(버튼에게 영감을 줬던 미국 작가 겸 미술가) 등 버튼 감독에 관련된 모든 것을 탐구했다.”팀버스 감독과 디자이너들은 또 손으로 만든 듯 투박하면서도 촉감이 느껴질 듯 생생한 영화의 질감을 살리기로 했다. 동작 멈춤 촬영 기법을 이용한 거대한 갯지렁이가 대표적인데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선 어떤 식으로 그런 분위기를 냈을까? “꼭두각시 인형이 한 예”라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그런 소품은 고급스럽지 않아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무대에 등장한 첫 번째 집의 벽지 위에 그려진 손 그림도 그런 예다.” 팀버스 감독의 2012년 작품인 뮤지컬 ‘록키’에는 엄청난 기계 장치가 동원됐다. 하지만 ‘비틀쥬스’에서 그와 제작팀은 훨씬 더 매혹적인 로우파이 뮤지컬을 만들고자 했다. 비틀쥬스 역에 알렉스 브라이트먼(‘스쿨 오브 락’), 리디아 역에 소피아 앤 카루소(브라운은 그녀가 17세에 원숙한 연기를 보여준 ‘진정한 신동’이라고 말했다)를 캐스팅한 건 지금까지로 봐선 성공적이다.뮤지컬 ‘비틀쥬스’는 브로드웨이 공연에 앞서 지난해 10월 워싱턴 DC의 내셔널 시어터에서 시험 공연을 했다. 관객의 반응은 괜찮았지만, 평단에서는 혹평을 쏟아냈다.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속을 지나치게 많이 채워 대충 만든 저속한 작품’이라고 깎아내렸다. 팀버스 감독은 “워싱턴 DC의 반응은 정확히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였다”면서 “연극과 뮤지컬 관객이 많은 수준 높은 그 도시에서 우린 긍정적인 반응을 꽤 많이 얻어냈다”고 말했다.한편 브라운은 “비틀쥬스가 모든 장면에서 사람들에게 매우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우린 이 뮤지컬을 매우 속도감 있고 재미있게 이끌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너무 세게 밟다 보니 관객을 뒤에 남겨두고 우리만 달려간 느낌이 없지 않다. 관객이 뒤처지면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그 후 6개월은 정말 파란만장했다.”팀버스 감독은 곧바로 각 캐릭터의 ‘감성적 진입로’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천막의 덮개를 열어젖혀 더 많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이 과정은 모든 뮤지컬에서 필수적”이라고 그는 말했다.“뮤지컬의 뼈대는 그대로 놔두고 농담과 애드리브에서 저속함을 덜어내면서도 코미디 클럽 같은 분위기는 유지했다”고 브라운은 말했다. “또한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를 좀 더 깊이가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특히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메이틀랜드 부부와 리디아가 왜 그에게 중요한지 그 숨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리디아가 왜 죽음에 그렇게 집착하게 됐는지도 보여준다.”브라운과 킹은 비틀쥬스를 좀 더 연민을 자아낼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자 했다. 그의 농담 속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던 페이소스를 끌어냈다. 브라운은 “그는 우스꽝스러운 인물이지만 그 밑에는 짙은 외로움이 깔렸다”면서 “그게 이 뮤지컬의 주제”라고 말했다.브라운은 이 뮤지컬에서 자신이 거쳐온 다양한 활동 영역 중 특히 잡지 뉴욕의 연극 평론가로 일하던 때의 경험을 적용했다. 그는 “그 경험은 내가 대본을 쓰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보는 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게 했다”고 말했다.지난 3월 28일 브로드웨이에서 열린 뮤지컬 ‘비틀쥬스’의 첫 시사회 때 그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윈터 가든 극장 앞에 길게 늘어섰다. 뮤지컬 ‘캣츠’와 ‘록키’가 공연됐던 극장이다(그 인파 중엔 영화 ‘비틀쥬스’의 히트곡이자 뮤지컬 1막의 끝을 장식한 노래 ‘Day-O’를 작곡한 어빙 버기도 있었다). 극장 안의 관객은 활기가 넘쳤다. 그들은 캐릭터들이 던지는 모든 농담에 반응하고 그들의 감정을 알아차렸다.무대 뒤에선 킹과 브라운이 개막(4월 25일) 직전까지 디테일을 다듬느라 여념 없었다. 팀버스 감독은 “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두고 긴장하고 들뜬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신났다”고 말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얼마나 가슴 조이는 일인가!”- 메리 케이 실링 뉴스위크 기자

2019.05.06 15:39

6분 소요
쿵후 스타 이소룡은 어떻게 사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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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부종·독살 등 사후 45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브루스 리(리샤오룽·이소룡)는 액션영화 스타 그 이상이었다. 그는 단 4년의 배우활동을 통해 영화 5편을 찍었을 뿐이지만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갑작스런 죽음을 맞을 때까지 새로운 유형의 영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194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브루스 리는 생후 3개월 때 부모의 고향인 홍콩으로 돌아갔다. 아버지 리호이취엔은 홍콩의 유명한 경극배우이자 영화배우였다. 브루스 리는 어려서부터 홍콩 영화에 출연했고, 18세에 미국으로 돌아가 워싱턴대학에 다니다 중퇴한 뒤 미국 여성 린다 에머리와 결혼했다.브루스 리는 무엇보다 쿵후의 고수였다. 그는 자신만의 고유한 무술 ‘절권도’(주먹을 차단하는 방법이라는 뜻)를 창시했다. 유라시아계 어머니를 둔 홍콩계 미국인이었던 그는 미국에서 자신의 무술을 다양한 배경의 제자들에게 가르치며 인종 장벽을 무너뜨렸다. 그의 무술은 무차별적인 폭력이 아니라 유연성과 우아함, 정확성을 강조했다. 그는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1960년대 ABC 방송의 드라마 시리즈 ‘그린 호넷’에서 마스크를 쓴 주인공의 단짝 케이토를 연기하면서 미국에서 첫 액션 배우 역할을 맡았다.영화 비평가 릭 마이어스는 과거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모든 아이들이 ‘그린 호넷’에서 발차기와 펀치를 날리며 놀라운 액션을 보여주는 그를 주목했다”며 “모든 눈이 그에게로 쏠렸다”고 말했다. “‘그린 호넷’ 제작진은 브루스 리가 무술 실력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지 않도록 억제시키느라 애썼다. 편집하기 전의 필름을 볼 때마다 그의 현란한 액션에 다른 모든 요소가 가려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그린 호넷’은 미국 사회에 쿵후를 처음 선보인 드라마였다. 브루스 리는 그 드라마로 어느 정도 명성을 얻었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의 만화 주인공 같은 이미지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린 호넷’ 시리즈가 26편으로 막을 내리자 그는 홍콩으로 돌아갔다. 홍콩에서도 ‘그린 호넷’이 큰 인기를 끌면서 국민 배우로 대접 받은 그는 홍콩에서 잇따라 무술영화를 찍었다. ‘당산대형’과 ‘정무문’에 이어 1972년엔 자신이 대본을 쓰고 프로듀서·감독·주연을 모두 맡은 영화 ‘맹룡과강’이 나왔다. 이런 영화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하자 할리우드가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1972년 가을 워너브라더스가 그에게 ‘용쟁호투’를 찍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주요 제작사와 합작한 그의 첫 영화였다. 1973년 1월 홍콩에서 촬영이 시작됐을 때 기대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용쟁호투’가 개봉되기 6일 전인 그해 7월 20일 브루스 리는 갑자기 사망했다. 사인은 뇌부종이었지만 그의 죽음은 미스터리였다. ‘용쟁호투’가 그해 최고 흥행 영화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미국에서 쿵후 열풍이 촉발된 데는 그의 수수께끼 같은 죽음도 한몫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강인한 체력과 체격을 가졌던 젊은이가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또 불가해하게 죽을 수 있을까? 이 의문은 그의 무술 실력만큼이나 브루스 리를 특별한 스타로 인식시키는 데 기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갖 소문이 난무했다. 홍콩 조직폭력단 삼합회가 연루됐다, 그의 가문이 저주에 걸렸다, 닌자가 독살했다는 등 근거 없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기혼자인 그가 은밀하게 만나던 여자친구 베티 팅(대만 출신 여배우)의 집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이 뜬소문을 부채질했다. 게다가 1993년 그의 아들 브랜던 리마저 영화 ‘크로우’를 찍던 중 촬영장에서 총기 오발사고로 숨지면서 또다시 억측이 쏟아졌다.브루스 리의 사망 후 지난 45년 동안 과학자와 전기 작가, 팬들은 끊임없이 사실과 소문 양쪽을 낱낱이 파헤치며 무엇이 그의 뇌부종을 일으켰는지를 두고 이런저런 추측을 내놨다. 브루스 리의 비극적인 죽음에 관해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은 다음과 같다. ━ 공식 사인은 뇌부종 브루스 리의 공식적인 사인은 뇌부종이었다. 뇌세포 내 외에 수분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뇌의 부피가 커진 상태를 가리킨다. 사망시 그의 뇌가 거의 13% 팽창했지만 검시관은 외상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뇌부종을 일으켰을까?그의 건강 이상 조짐은 사망하기 몇 주 전인 1973년 5월 처음 나타났다. 홍콩의 스튜디오에서 편집 작업을 하던 중 심한 두통과 간질 비슷한 발작으로 병원에 실려간 그는 처음 뇌부종 진단을 받았다. 그는 다음날이 돼서야 의식을 찾았고 추가 검사를 위해 바로 비행기에 실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로스앤젤레스) 메디컬 센터로 이송됐다. 매튜 폴리가 쓴 전기 ‘브루스 리의 생애(Bruce Lee: A Life)’에 따르면 의사들은 그가 대발작(의식이 소실되고 온몸의 근육이 수축되며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발작)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그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다. 부종이 가라앉자 그는 다시 건강을 되찾은 듯 보였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곧 그는 미국을 떠나 홍콩에서 지냈다.홍콩의 7월 20일은 무더운 날씨를 제외하면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시작됐다. 브루스 리는 오전에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다음 영화 ‘사망유희’와 관련해 회의를 가졌다. 그는 한 친구와 해시시(마약의 일종인 대마수지)를 약간 복용했다(그는 해시시가 의식을 넓혀준다고 믿었다). 그런 다음 오후 일찍 베티 팅의 아파트로 갔다. 전기 작가 폴리에 따르면 브루스 리와 베티 팅은 섹스를 즐긴 다음 해시시를 좀 더 복용했다. ‘사망유희’의 제작자였던 레이먼드 차우가 오후 6시쯤 아파트에 왔다. 그때 이미 브루스 리는 몸이 상당히 좋지 않아 보였다. 차우는 폴리에게 “그의 컨디션이 매우 나빴다”고 돌이켰다. “우린 물을 좀 마셨다. ‘사망유희’ 줄거리를 의논하면서 그가 실제로 액션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연했기 때문에 피곤하고 목이 말랐던 것 같다. 물을 몇 모금 마시더니 그는 어지러워했다.”곧 브루스 리는 두통을 호소했다. 그래서 팅이 그에게 에콰제식 알약을 줬다. 진정제와 진통제가 혼합된 약으로 이전에도 복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팅의 침실에 가서 누웠다. 약 2시간 뒤 팅이 그를 깨웠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구급요원들이 도착했을 때 브루스 리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 부검 며칠 뒤 홍콩의 퀸엘리자베스 병원에서 부검이 실시됐다. 검시관 R.R. 라이세트 박사는 브루스 리의 시신에서 해시시와 에콰제식만 발견했을 뿐 달리 의심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적인 사인이 ‘뇌부종과 뇌충혈’이지만 뇌 부종의 원인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브루스 리는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하면서 채소·쌀밥·생선·우유만 먹고 정제 밀가루 음식과 설탕을 피하는 식사요법을 철저히 지켰다. 가끔씩 해시시를 즐겼지만 술·담배는 전혀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커피도 마시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처음 뇌부종을 일으켰을 때 고비를 넘긴 건 사실 기적이었다. 하지만 뇌부종이 재발했을 때는 그런 운이 따르지 않았다. 뇌부종은 매우 위험한 증상으로 머리 부상이나 알레르기, 뇌종양 같은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처럼 건장했던 젊은이가 어떻게 그토록 갑자기 불가해하게 사망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과연 무엇이 브루스 리에게 치명적인 뇌부종을 일으켰을까? 라이세트 박사는 “약물특이체질(약물이 유전학적 원인으로 비정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체질)이거나 해시시 과다복용에서 비롯된 중독이 사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시시와 뇌부종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알려졌으며 대다수 연구자는 해시시를 치명적일 정도로 과다복용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브루스 리가 사망한 지 두 달 뒤인 1973년 9월 법의학 전문가 도널드 티어가 그 사건을 맡았다. 지미 헨드릭스(미국 최고의 기타 연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27세였던 1970년 약물 과다복용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의 부검을 담당했던 티어는 브루스 리가 에콰제식의 활성 성분에 과민증이 있었고 그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는 에콰제식보다는 해시시가 원인이라고 믿는다.그해 5월 처음 뇌부종이 왔을 때 그를 치료한 의사들은 그가 그날도 해시시를 복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의료진 중 한 명이었던 피터 우 박사는 2000년 출간된 전기 ‘브루스 리의 도(The Tao of Bruce Lee)’에서 “퇴원에 앞서 그에게 해시시를 다시는 복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밝혔다. “우린 그에게 체지방이 아주 적기 때문에 약물에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 박사는 또 그의 스트레스 수준이 해시시의 효과를 증폭시켰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린 그에게 이번에도 위험했지만 다음엔 진짜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브루스 리가 부검에서 발견된 약물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에 과민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전에도 그는 해시시와 에콰제식을 복용했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다른 뭔가가 그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까? ━ 새로운 소문들 수년에 걸쳐 다양한 가설이 등장했다. 1975년 열린 한 행사에서 척 노리스(‘맹룡과강’에서 브루스 리의 상대역을 맡았던 액션 배우로 그의 관을 운구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팅이 그에게 항생제를 줘서 그 약이 그가 허리 통증 때문에 복용하던 약과 반응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 가설은 부검 결과와 상충됐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무성했는지 잘 보여준다. 풍수가 나빴다는 설부터 마법의 저주에 걸렸다는 소문까지 온갖 괴담이 다 나왔고, 그의 죽음이 영화 ‘사망유희’를 홍보하려는 속임수라고 믿는 사람도 있었다.브루스 리 영화의 쿵후 판타지도 그의 죽음에 관한 소문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일본 무술 고수들이 닌자를 고용해 그를 독살했다는 가설도 등장했다. 전기 작가 알렉스 벤 블록은 1974년 “중국과 일본 사이의 역사적인 앙금도 있었지만 브루스 리는 특히 일본의 가라테와 유도를 혐오했다”고 지적했다.언론은 브루스 리가 사망한 뒤 팅을 무자비하게 뒤쫓았다. 그들의 관계를 추측하며 그녀가 지나친 섹스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지 모른다는 근거 없는 가설도 제시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선정적인 연예신문을 소유한 패트릭 왕사이유는 2016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신문에 브루스 리가 섹스 도중 발기한 채로 사망했다는 설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이 시체 안치소 직원에게 200달러의 뇌물을 주고 부르스 리의 시신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 과학적인 추정 브루스 리의 사망 이후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그의 사망 원인에 관해 더 많은 추측이 쏟아졌다. 2006년 미국 과학협회 학술대회에서 법의학자 제임스 필킨스는 브루스 리의 죽음이 ‘뇌전증(간질)으로 인한 원인불명 돌발사망(SUDEP)’이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간질이 있긴 하지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죽고 그 원인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가리킨다. 그러나 그 용어는 브루스 리가 사망한 지 20년 이상이 지난 1995년 만들어졌다. 발작은 스트레스로 촉발될 수 있으며 브루스 리는 스트레스가 많았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간질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전기 작가 폴리는 또 다른 설명을 제시한다. 브루스리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폴리는 ‘브루스 리의 생애’에서 그가 카메라 앞에서 땀을 많이 안 흘리는 것처럼 보이려고 겨드랑이 땀샘을 제거했다며 홍콩에서 무더운 날 무술 대결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연하면서 몸이 견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현기증과 두통 등 그가 사망한 날 보인 증상은 열사병과 일치한다. 또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부검에서 뇌부종이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구나 그에게서 처음 뇌부종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는 냉방이 안 되는 무더운 편집실에 있었다. 열사병도 간질처럼 당시엔 지금만큼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따라서 의사들이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그게 사실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기에 그 이론이 다른 가설보다 한층 더 비극적으로 비칠 수 있다. 성공과 완벽한 몸을 추구하던 브루스 리가 가장 기본적인 면에서 자기 몸을 잘 돌보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브 워틀링 뉴스위크 기자

2019.02.18 09:28

8분 소요
가족 돌보미는 누가 돌봐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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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롭 로우는 유방암 진단 받은 어머니 도우면서 노부모 간병에 따르는 스트레스 직접 경험했다 미국인 약 4350만 명이 자신의 시간과 돈, 때로는 경력과 건강까지 희생해가며 고령의 병든 부모나 친척을 돌본다. 그들은 수년의 훈련이 필요한 전문 간병인의 일을 대신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가족 돌보미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편 가족 규모가 작아지는 동시에 이혼률이 높아지고 일자리에서 맡는 업무가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고령의 부모를 보살필 수 있는 가족은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 미국의 경우 투병하는 노부모를 돌보는 가족 중 25%가 18~34세다. 그들의 비율이 늘어난다.요즘 미국에서 유일한 초당적 이슈는 고령자 보살핌이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돌보미지원법(상원에서 태미 볼드윈 민주당 의원과 함께 수전 콜린스 공화당 의원이 발의했다)에 서명했다. 알렉스 아자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18개월 안에 가족돌보미를 지원하는 전략을 세우도록 요구한 법이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진척이 상당히 더뎌 발의 의원들이 좌절하고 있다. 지난 9월에야 의회는 정책적 해결책을 찾는 가족돌보미자문위원회 설립을 위해 예산 30만 달러를 배정했다.그 외에도 36개 주가 간병인 자문·기록·지원법을 통과시켰다. 병원이 환자의 간병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의료적인 기본 훈련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지난해 제약사 EMD 세로노가 설립한 ‘임브레이싱 케어러스(Embracing Carers)’는 인정 받지 못하고 늘 과로에 시달리는 가족 돌보미를 돕는 세계적인 지원단체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에 응한 무급 간병인 3516명 중 거의 4분의 1이 가족을 돌보느라 경력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미국 가족돌보미의 달(11월)을 맞아 배우 롭 로우(영화 ‘세인트 엘모어의 열정’과 드라마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등)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투병하는 부모를 돌보느라 헌신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격려를 보냈다.나는 상당히 이른 나이에 ‘무급 간병’을 목격했다. 아버지 찰스가 50세에 림프종 진단을 받았을 때였다. 당시 난 26세였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풍족했고 사랑하는 아내(나의 의붓어머니)가 있었다. 힘든 간병이었지만 그녀는 아버지 곁을 꿋꿋이 지켰다. 아버지는 투병을 잘 견뎌내 거의 완치됐다.하지만 2년 뒤 아버지는 이혼했다. 나는 의붓어머니가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30대 후반이 됐을 때 어머니 바바라 헬퍼가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러면서 나는 수많은 사람이 겪는 가족 돌봄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어머니는 남편도 없고 애인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두 동생과 함께 어머니의 첫 진단부터 의사 물색, 치료 선택, 통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양원 간병과 임종까지 모든 일을 떠맡아야 했다. 당연히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그때 나는 드라마 ‘라이언스 덴(The Lyon’s Den)’의 주연과 제작을 맡고 있었다. 시청률이 저조해 고전하던 드라마였다. 내가 빠지면 드라마가 종영될 게 뻔했다. 난 제작진 150명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어머니 간병과 드라마 제작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드라마 구하기’와 ‘어머니 구하기’에 내 시간을 똑같이 나눠 할애했다.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것과 그만둘 수 없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괴로운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그 드라마는 결국 도중에 종영됐다). 다행히도 나는 배턴을 넘겨줄 동생들이 있었다. 또 우리 집은 형편도 괜찮은 편이라 도우미를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는 경우는 얼마나 힘들지 난 상상도 할 수 없다. 헌신적인 간병인은 사소한 일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병마를 딛고 일어설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심각한 질병을 앓는 환자에겐 의사를 만날 때 곁에 누군가 있어 주는 것만해도 매우 중요하다.2002년 나는 새로 개발된 항암제의 인식제고 캠페인 홍보에 참여했다. 그때 매우 놀라운 통계를 접했다. 대개 환자는 제공되는 정보의 10%만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10%밖에 안 된다니! 그 외에 환자로선 보험 적용과 관련된 협상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전화 통화를 해야 하고 성가시고 힘든 서류 작업도 해야 하며 보험회사와 의사에게 상담도 받아야 한다. 만약 내가 병에 걸려 이 모든 일을 직접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난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지금 내가 말하는 간병인은 대가 없이 가족이나 친구로서 그처럼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사랑하는 가족이 투병 생활을 하고 어쩌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힘들고 비통하다. 게다가 재정적·업무적 부담까지 겹치면 가족 돌보미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난 그들에게 ‘자기 자신을 잊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비행기를 타면 승무원이 ‘위급시 다른 사람을 돕기 전에 자신의 산소 마스크를 먼저 챙기세요’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자신을 먼저 돌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간병이란 사실 두려운 일이다. 정해진 방식도 없다. 따라서 완벽할 필요가 없다. 또 모든 답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실수도 할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다만 자신이 제공하는 간병이 삶에서 가장 보상이 큰 행동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라.나에게도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두렵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상황에선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2003년 돌아가셨다. 그때 나는 어머니와 내가 서로에게 필요한 대화를 충분히 했고 함께해야 할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느낄 수 있었다. 부모의 임종을 겪고 난 뒤 후회하는 친구들을 자주 본다. “부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할 수 있었더라면, 또 이런 일 저런 일을 해줄 수 있었더라면...” 가족 돌보미에게 주어지는 숨겨진 선물 중 하나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때 모든 일을 해줄 수 있고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기회를 충분히 살리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또 필요하면 주저 없이 도움을 청해야 한다. EMD 세로노·임브레이싱 케어러스를 내가 후원하는 이유다. 가족 돌보미와 관련해 현재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모든 일에 관한 정보를 거기서 찾을 수 있다.- 롭 로우 / 정리: 애나 멘타 뉴스위크 기자

2018.12.10 18:40

5분 소요
돌아온 외과의 숀 머피

산업 일반

오는 9월 24일 시작되는 ABC 드라마 ‘굿 닥터’ 시즌 2, 서번트 증후군 앓는 의사 이야기로 포용의 메시지 던져 ABC 방송의 의학 드라마 ‘굿 닥터’가 오는 9월 24일 시즌 2로 돌아온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이 시리즈에서는 프레디 하이모어가 서번트 증후군(자폐증이 있지만 특정한 영역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병)을 앓는 외과의 숀 머피를 연기한다. 시즌 1에선 머피가 미국 와이오밍주의 시골 생활을 접고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세인트 보나벤처 병원의 의사로 일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는 동료 의사나 환자들과 개인적으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매우 명석하고 특별한 외과의로서의 자질을 입증한다.채닝 던지 ABC 사장은 시즌 2 방영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굿 닥터’가 던지는 포용의 메시지는 시청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면서 “그것이 ABC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외과의 숀 머피가 또 다른 시즌을 위해 돌아온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다.”이 시리즈의 작가 겸 총괄 프로듀서 중 한 명인 토머스 L. 모런이 지난 6월 인터넷에 올린 사진에 따르면 시즌 2의 첫 에피소드(‘Hello’)는 하이모어가 대본을 썼다. 이 시리즈에서 하이모어가 대본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굿 닥터’ 시즌 1은 병원장인 아론 글래스맨(리처드 시프)이 자신의 뇌종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대목에서 막을 내렸다. 한편 수술 중 환자가 죽을 뻔한 사고가 일어난 후 그와 머피가 병원을 그만두게 될 위기에 처한다. 모건(피오나 구벨만)과 알렉스(한국계 미국인 배우 윌 윤 리) 등은 시즌 1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등장해 이 시리즈의 고정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한편 시즌 1 중간에 자취를 감췄던 레아(페이지 스파라)도 이번 시즌에 돌아온다. 하지만 자레드(추쿠 모두)는 시즌 2에 안 나온다. 폭스 TV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하우스’에서 병원장 리사 커디 역으로 이름을 알린 리사 에델스타인이 글래스맨의 치료를 맡은 종양전문의 닥터 블레이즈로 시즌 2에 합류한다.‘굿 닥터’는 2013년 한국에서 방영된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TV 가이드에 따르면 ABC가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한국계 미국인 총괄 프로듀서 대니얼 대 킴의 역할이 컸다. 킴은 시즌 2에 한국 원작의 요소를 포함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원작 드라마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뭔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쇼어(공동 총괄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쇼어)와 상의 중인데 드라마에 실제로 반영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에밀리 조그비 뉴스위크 기자

2018.09.10 16:45

2분 소요
“블록버스터보다 소신 있는 영화를”

산업 일반

뮤지컬 영화 ‘헤드윅’의 감독 겸 주연 존 캐머런 미첼, 작품 철학과 월드 투어에 나선 사연 털어놓다 존 캐머런 미첼은 55세의 나이에 월드 투어에 나서고 싶진 않았다. “우습게도 과거에 난 역작(tour de force)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투어에 나설 수 밖에 없는(forced to tour) 처지”라고 그가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최근 들어 LGBTQ(성소수자) 운동이 활기를 띠고 TV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트랜스페어런트’와 영화 ‘문라이트’ ‘탠저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호평 받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난다. 이런 상황으로 보면 일찌감치 2001년 동독의 트랜스젠더로커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 ‘헤드윅’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고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미첼은 이제 편안하게 그 업적을 즐길 때가 됐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결국 월드 투어에 나서기로 했다.미첼은 1998년 작곡가 스티븐 트래스크와 함께 뮤지컬 ‘헤드윅’을 썼다. 이 작품은 그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다수의 상을 받으며 컬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2001년에는 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을 감독하고 주연까지 맡아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또 2006년 감독한 영화 ‘숏버스’를 발표할 당시 그는 “섹스를 새로운 영화 형식에 도입했다”면서 “섹스는 포르노에만 맡겨놓기엔 너무도 흥미진진한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에는 데이비드 린지-어베어의 연극 ‘래빗 홀’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를 감독했다(니콜 키드먼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2014년엔 ‘헤드윅’을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 다시 올리면서 주연을 맡아 토니상 특별상을 받았다.미첼은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감독과 연기 활동을 펼치는 틈틈이 TV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HBO의 ‘걸스’, CBS의 ‘굿 파이트’, 아마존의 ‘모차르트 인 더 정글’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번 투어에 대해 “큰돈을 벌어들이진 못할 것”이라면서 “기껏해야 TV 드라마 한 편 출연료 정도 되겠지만 연기 제안은 언제 들어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영화를 만들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요즘은 소규모 스튜디오도 색다른 인디 영화로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특히 ‘헤드윅’이나 ‘숏버스’처럼 관객층이 제한된 작품은 기피 대상이다. 미첼은 ‘헤드윅’이 영화화될 수 있었던 건 놀라울 정도로 열린 마음을 가진 스튜디오 간부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1990년 미첼은 10대 청소년 코미디 영화 ‘사랑의 책’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뉴 라인 시네마의 창업자 겸 CEO인 로버트 셰이가 감독한 작품이다.“셰이 감독이 원래 내게 맡기려 했던 캐릭터는 동성애 혐오증이 심한 인물이었다”고 미첼은 말했다. “그가 내게 대본을 보여주고 난 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난 게이라서 이 작품이 불쾌하게 느껴진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 말을 들은 셰이 감독은 깜짝 놀랐다. 당시만 해도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터놓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은 뒤 그는 그 캐릭터를 여자들과 노닥거리기 좋아하는 이성애자로 바꿨다. 10년 후 셰이 감독은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연극 ‘헤드윅’을 관람했다. 그때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영화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내게 감독을 맡겼다. 그는 내게 ‘이건 순전히 당신이 내게 게이라는 사실을 솔직히 털어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요즘은 소규모 영화가 재정 지원을 받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미첼은 작품의 톤을 누그러뜨리라는 무언의 압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때는 DVD가 독립영화의 발판이 됐지만 지금은 DVD도 한물갔다”고 그는 말했다. “소신을 버리고 블록버스터를 만들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진 않다.”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인디 영화 제작자들이 택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넷플릭스는 올 한 해 동안만 최소 80편의 오리지널 영화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관객의 거실 소파까지 영화를 바로 배급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즉각적인 노출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미첼은 거기서 끊임없이 제공되는 다양한 콘텐트와 소비자의 편의에 따라 언제든 볼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 긴박감을 떨어뜨려 투자자로 하여금 위험 부담이 있는 작품을 기피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젊은 층은 소규모 영화를 개봉 첫 주에 보진 않는다. 스타 배우가 등장하거나 독특한 시각이 담긴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미국에서 지난 5월 25일 개봉된 미첼의 새 영화 ‘하우 투 토크 투 걸스 앳 파티스’는 나름의 시각이 담겼을 뿐 아니라 니콜 키드먼과 엘르 패닝 등 스타 배우도 등장한다. 닐 게이먼의 동명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선 알렉스 샤프가 지구 여행 중인 에일리언(패닝)과 사랑에 빠지는 1970년대 영국의 10대 펑크 로커로 나온다. 키드먼은 극도로 날카로운 밴드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공상과학(SF)과 코미디, 로맨스를 합쳐 놓은 이 영화에는 인간과 에일리언 간의 에로틱한 3자 성관계 장면도 등장한다. 쉽게 흥행될 만한 작품은 아니다. 미첼이 감독한 세 번째 장편 영화 ‘래빗 홀’이 발표된 지 8년이 지나서야 네 번째 작품이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미첼은 게이먼의 열성 팬들과 키드먼의 스타 파워 덕분에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기 평은 엇갈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애초에 평단을 겨냥한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난 이 작품이 16세 소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미첼은 말했다. “내 영화가 사람들 인생의 특정 시기에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좋겠다.” 미첼은 흥행 성적을 걱정하지 않지만 돈은 벌어야 한다. 그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투어에 나서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공연 수익이 어머니 치료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열성 팬 수천 명이 모인 공연장에서 주로 ‘헤드윅’에 나온 노래들을 부를 생각이다. 그의 팬들은 인스타그램에 매일 그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올린다. “팬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해볼 생각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할 때도 전국 투어에 나설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미첼은 지금 돈을 벌기 위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평소와 다른 입장에 처했다. “마음이 편치 않지만 나 자신에 대해 새로운 뭔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헤드윅’ 팬들이 스코틀랜드 태생인 우리 어머니의 치료비를 내준다고 생각하니 아이러니컬하다.” 교사였던 그의 어머니는 미국 육군 소장이었던 아버지와 결혼했다. “어머니는 내가 가발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며 그는 말을 이었다. “보수적인 편인 어머니는 궁극적으로 ‘헤드윅’이 좋은 작품이라는 걸 이해했지만 약간 저속하다고 여겼다.”올여름엔 호주에서 공연할 거고 한국과 일본, 북미 공연 일정도 곧 잡힐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또 다른 프로젝트인 뮤지컬 팟캐스트 ‘앤섬(Anthem)’에 노력을 집중할 생각이다. 미첼과 토니상 수상 배우 여러 명이 등장하는 이 5시간짜리 뮤지컬은 미첼의 자서전적 작품이다. 가발을 벗어 던진 ‘헤드윅’이라고 할까?그는 이 프로젝트에서 손해를 볼 거라고 예상한다. “펑크 록의 길을 꾸준히 걷다 보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돈이나 상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사람들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 터키, 인도네시아 등 세계 곳곳의 팬들로부터 ‘당신 작품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애나 멘타 뉴스위크 기자

2018.06.02 22:02

5분 소요
전쟁 영화도 놀란 감독이 만들면 놀랍다

산업 일반

신작 ‘덩케르크’, 실감 나는 장면 연출했지만 연합군에만 초점 맞춰 사실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애초에 평범한 전쟁영화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영화 ‘덩케르크’는 그를 21세기 영화의 가장 위대한 선지자 대열에 올려놓은 예술가적 기교를 다시 확인시켜줬다. 이 영화는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과 ‘인셉션’의 능숙한 연출력을 상기시킨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는 수퍼히어로 장르에 불쾌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실주의를 도입한 영화로 평가 받았다. 또 ‘인셉션’은 SF 장르에 대혁신을 일으킨 작품이다.놀란 감독이 직접 대본을 쓴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프랑스 북부 해안에서 독일군에 포위당한 영국군과 그들을 탈출시키려는 작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 관점(육지와 바다, 공중)에서 전개되는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독일군의 폭격에서 살아남아 영국으로 돌아가려고 혼신의 힘을 다한다. 선박을 소유한 민간인들의 도움으로 30만여 명의 군인은 무사히 구출된다. 사실 덩케르크는 프랑스 해안 마을 이름이며 이 철수 작전의 정식 명칭은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이었다.영화 평가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7%로 호평 받은 이 영화는 관객에게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교훈을 준다. 놀란 감독은 “이 탈출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영화 잡지 ‘프리미어’에 말했다. “만약 이 작전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영국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덩케르크’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가공이지만 놀란 감독이 당시 상황을 충분히 조사한 끝에 창조한 인물들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놀란 감독과 조슈아 레빈(역사학자로 대본 작업을 도왔다)은 영화 촬영 전 참전용사들에게 자문했다. 덩케르크 전투에 참전했던 군인 몇몇은 시사회에 참석해 해리 영국 왕자를 만나기도 했다.베테랑 배우 마크 라일런스와 케네스 브래너, 그리고 놀란 감독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톰 하디(영국 공군 조종사 패리어 역)와 킬리언 머피가 탄탄한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가장 빛을 발하는 쪽은 놀란 감독이 기용한 젊은 배우들이다. 영국 육군 일병 토미 역의 핀 화이트헤드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함이 전쟁의 참상을 실감 나게 한다. 당시 많은 병사들이 어쩌다 전장에 불려 나와 인생이 바뀌어버린 소년들이었다.최근 BBC 방송의 드라마 ‘전쟁과 평화’에 출연했던 잭 로든(영국 공군 조종사 콜린스 역)은 짧은 등장 시간에도 깊은 인상을 남겨 앞으로 큰 역할 따낼 듯하다. 보이 밴드 ‘원 디렉션’의 멤버였던 해리 스타일스의 경우 놀란 감독은 그가 그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인 줄 모르고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어쨌든 스타일스는 자기중심적인 알렉스 역을 매우 훌륭하게 소화했다.‘덩케르크’에서 놀란 감독은 시·청각적으로 매우 실감나는 전장의 경험을 선사하는 강렬한 전쟁 서사 영화의 비전을 성취했다. 그는 대사를 줄이는 대신 귀청을 때리는 폭발음과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 등을 부자연스럽게 혼합해 관객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자리에서 안절부절 못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팝콘을 쩝쩝거리며 즐기는 여름 영화가 아니라 가상현실 체험에 가깝다.놀란 감독은 최대한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해변 장면은 날씨 조건을 실제 작전 당시와 유사하게 만들려고 여름철에 촬영했다. 또한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는 가능한 한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놀란 감독은 영국 신문 텔리그래프에 기고한 글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관객을 그 해변으로 데려갈 것이다. 사방에 모래가 버석거리고 눈앞에 거대한 파도가 넘실거린다. 바다 위에서는 병사들을 태운 민간인 선박들이 파도에 일렁이며 교전 지역을 향해 나아간다.’소품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 영화에는 9개국에서 가져온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선박들이 등장한다. 152m 길이의 프랑스 구축함은 촬영 현장까지 예인해 왔다. 제작팀은 또 당시에 쓰이던 비행기 모형을 한 대 제작했다. ‘덩케르크’의 플롯은 꽤 단순하다. 속도감 있는 액션에서 스릴이 느껴진다. 멋지게 촬영된 놀란 감독의 액션 장면과 환청을 일으킬 듯한 한스 짐머의 음악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짐머는 놀란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작곡가로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의 음악을 작곡했다). 영화 막바지에 가서야 의자 팔걸이를 꽉 쥐고 있던 손의 힘을 풀고 한숨 돌릴 만한 순간이 온다.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전적으로 연합군에만 초점을 맞춰 독일군의 관점은 없다. 또 놀란 감독은 유혈충돌 장면을 가능한 한 배제했지만 실제로는 많았다. 탈출 작전이 끝나갈 무렵엔 영국군 1만30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영화에는 대사도 별로 없는데 목격자들은 군인들이 해변에서 소리쳤다고 증언했다.어쨌든 놀란 감독은 어느 정도는 역사적 정확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주관적인 스토리텔링과 좀 더 큰 그림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어떤 영화에서나 어려운 과제다. 역사적 사실을 말할 때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난 그 해변에서 그 군인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관객도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또한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이야기인지를 그들이 이해하기를 바랐다.”‘덩케르크’가 걸작인지 아니면 신경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방법을 보여주는 고통스러운 훈련에 불과한지는 결론 내리기 어렵다. 이 작품은 실험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의 호불호가 즉각적으로 갈린다. ‘덩케르크’의 진정한 영화적 가치를 판단하려면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온몸의 근육이 긴장했고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신경안정제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한 체험이었다는 점이다.- 줄리아 글럼, 투파옐 아메드 뉴스위크 기자

2017.08.07 15:29

4분 소요
엘비스가 닉슨을 만났을 때

산업 일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만 보면 엘비스 프레슬리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엘비스보다 키가 크고 말랐으며 생김새가 딴판이다. 영화 ‘엘비스 앤 닉슨(Elvis & Nixon)’의 엘비스 역을 맡기로 했을 때 마이클 섀넌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광팬은 아니었다”. 연극(‘버그’)과 TV 드라마(‘보드워크 엠파이어’), 영화(‘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소름 끼치도록 실감 나는 연기로 유명한 섀넌은 누군가를 흉내 내는 데는 별로 소질이 없다고 말한다. 솔직히 섀넌은 엘비스의 의상을 제작했던 업체에서 만든 옷을 입고 똑같은 헤어스타일의 가발을 써도 그와 별로 닮아 보이지 않는다.하지만 엘비스의 절친이었던 제리 실링(그는 1970년 엘비스가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와 동행했다)은 섀넌이 엘비스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외모만 보면 섀넌은 그동안 엘비스 역을 맡았던 배우 중에서 가장 닮지 않았다”고 실링은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엘비스의 내면을 잘 포착했다. 내 친구를 제대로 표현했다. 지금까지 엘비스 역을 맡았던 배우 중 최고인 듯하다.”영화 ‘엘비스 앤 닉슨’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시작된다. 케빈 스페이시는 찡그린 표정과 억양, 몸짓으로 닉슨의 ‘고약한’ 성격을 과장 없이 표현한다. 그 다음엔 무료함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엘비스로 초점이 옮겨진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명예요원 배지를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그는 그 비밀 임무에 실링(알렉스 페티퍼)을 끌어 들인다.닉슨과 엘비스는 오랫동안 TV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 소재였다. 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에 따르면 닉슨 관련 작품은 90편, 프레슬리 관련 작품은 250편에 이른다. 사실 엘비스와 닉슨의 만남이라는 주제는 1997년 미국 케이블 방송 쇼타임이 TV 영화 ‘엘비스 미츠 닉슨(Elvis Meets Nixon)’에서 먼저 다뤘다. 하지만 당시 실링은 “대본이 우스꽝스럽고 작품이 형편없어 자신의 캐릭터 이름을 바꿔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코미디언이 아닌 배우가 유명한 실존 인물을 묘사하기는 쉽지 않다. 연극 ‘프로스트 vs 닉슨’ 미국 순회공연에서 닉슨을 연기한 스테이시 키치는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닉슨이라고 믿도록 만드는 게 첫 번째 임무”라고 말했다. “능력 있는 배우라면 누구나 닉슨을 흉내 낼 수 있지만 불안감과 사회성 부족 등 성격을 표현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촌극은 개괄적인 묘사로 충분하지만 영화는 다르다”고 스페이시는 말했다. 그는 섀넌과 달리 흉내 내기에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크리스토퍼 월큰부터 캐서린 헵번과 빌 클린턴까지 다양한 유명인사를 흉내 낼 수 있다. “닉슨도 그런 식으로 묘사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맥 빠진 영화가 된다.”‘영화 속의 닉슨(Nixon at the Movies)’의 저자 마크 피니는 “닉슨을 제대로 연기한 배우는 몇 안 되며 역할의 비중이 클수록 실감 나게 묘사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댄 에이크로이드는 닉슨의 목소리와 몸짓을 완벽하게 묘사했고 1979년 미니 시리즈 ‘블라인드 앰비션(Blind Ambition)’에서 립 톤의 연기도 탄탄했다.” 하지만 피니는 닉슨 역을 맡았던 배우 대다수의 연기에 독창성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TV 영화 ‘키신저와 닉슨’(Kissinger and Nixon, 1995)’의 보 브리지스와 TV 다큐 드라마 ‘감춰진 적(Concealed Enemies, 1984)’의 피터 리거트가 그랬고 ‘엘비스 미츠 닉슨’의 밥 건튼은 더 형편없었다고 설명했다. 닉슨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닉슨’(1995)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피니는 웨일즈 출신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연기한 닉슨의 억양이 어색했다고 말한다.키치는 영화에서 실존 유명인사를 묘사하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한다. 배우들이 이전에 비해 보철기구에 덜 의존한다. “보철기구 이용은 구식이다”고 키치는 말했다. “요즘 배우들은 똑같은 외모보다 그 인물의 본질을 포착하는 데 주력한다.” 섀넌도 같은 생각이다. “(똑같이 보이게 하려는) 분장은 오히려 방해된다. 진짜 엘비스를 보고 싶다면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된다.”피니는 워터게이트 사건 풍자 영화 ‘딕’(1999)에서 댄 헤다야가 연기한 닉슨을 가장 좋아한다. “영화 줄거리가 허구라서 헤다야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훌륭한 배우인 그는 닉슨에게 진정한 인간성을 부여했다.”TV 드라마 ‘치어스’, 영화 ‘분노의 저격자’와 ‘유주얼 서스펙트’로 유명한 헤다야는 ‘딕’의 앤드루 플레밍 감독이 닉슨 역을 제안했을 때 잘해 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난 플레밍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목소리를 들어봐요. 난 브루클린 출신의 유대인이에요. (닉슨 연기는) 불가능해요.’”“플레밍은 내 발음을 지도할 코치를 고용했고 그는 이중모음 발성법에 관한 책을 들고 왔다”고 헤다야는 돌이켰다. “그때 난 닉슨의 특징을 과장해 우스꽝스럽지 않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I am not a crook)’라는 말로 유명한 닉슨의 연설 비디오를 보고 나서부터 닉슨에 빙의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2008년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 제작 당시 스크린 테스트를 받았던 스페이시는 ‘엘비스 앤 닉슨’이 ‘워터게이트와 상관없이’ 닉슨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이 영화에 끌렸다고 밝혔다. 스페이시는 닉슨의 사진과 뉴스 영상에서 그의 어색한 몸짓을 눈여겨봤다. 그리고 통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면서 사적인 자리에서의 말투와 목소리를 익혔다. 하지만 그렇게 준비하고도 스페이시는 촬영 첫날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또 다시 대통령 역할을 맡아 보는 이들이 프랭크 언더우드(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그가 연기한 대통령 캐릭터)를 떠올리지 않도록 하는 게 문제였다.”그동안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기한 많은 배우에게도 고충이 따랐다. “어떤 배우를 써도 엘비스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존슨 감독이 말했다. “잘생긴 외모가 절정에 달했던 1955년의 엘비스처럼 보이기는 더 어렵다. 하지만 어떤 시절이라도 외모의 차이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실링은 “TV 영화 ‘엘비스와 나’(1988)의 데일 미드키프와 영화 ‘하트브레이크 호텔’(1988)의 데이비드 키스는 너무 밋밋했던 반면 영화 ‘엘비스’(1979)의 커트 러셀은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실링은 엘비스 프레슬리 엔터프라이즈에서 10년 동안 엘비스와 관련된 모든 음반과 영화 프로젝트를 감독했다. 1990년에는 ABC 방송의 엘비스 전기 드라마 시리즈 ‘엘비스’의 주인공을 마지막에 자신이 원하는 배우(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의 마이클 세인트 제라드)로 교체시켰다. 또 2005년에는 CBS 미니 시리즈 ‘엘비스’의 주인공으로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를 캐스팅하도록 압력을 넣었다.실링은 또 ‘엘비스 앤 닉슨’의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엘비스의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 영화는 엘비스가 명성에 따른 특권을 얼마나 즐겼는지를 보여준다. 그에겐 어떤 규칙도 통하지 않았고 누구도 그에게 ‘노’라고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하지만 엘비스는 자신이 고립됐다는 걸 잘 알았다. 작가들은 엘비스가 실링에게 대외용 이미지를 위한 헤어스프레이와 검정 모발 염색제, 얼굴 크림에 관해 말하는 장면을 추가했다.섀넌은 엘비스의 의상과 몸치장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그 모든 치장 속에서) 난 마치 사물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엘비스는 금과 보석, 돈과 카메라 플래시, 무대 분장과 팬들의 환호 속에 묻혔다.”존슨 감독은 섀넌이 엘비스의 웃음소리와 불안감을 잘 표현했으며 그처럼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지녔다고 말했다. 실링 역을 맡은 페티퍼는 1970년대 실링의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해 그를 놀라게 했다. 어느날 실링의 집에 들른 페티퍼는 면도칼을 달라고 해서 턱수염을 면도한 뒤 커다란 구레나룻을 달고 나타났다. “구레나룻이 너무 큰 것 같아 그 시절에 찍은 사진을 그에게 보여주려고 갖고 나왔다. 그런데 막상 사진을 보니 당시 내 구레나룻이 정말 그렇게 컸다.”섀넌은 실링이 없었다면 엘비스를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을 듯하다. 실링은 섀넌을 그레이스랜드(엘비스가 살았던 저택), 엘비스와 자신이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로 데려가 구경시켜줬다. 또 실링이 준 엘비스의 대화 녹음 테이프가 섀넌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촬영이 없을 때는 헤드폰을 끼고 그 테이프를 들었다”고 섀넌은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내 목소리 연기가 부족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그 테이프에 실린 목소리를 기준으로 연기했다. 엘비스가 공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목소리를 흉내 내고 싶진 않았다.”섀넌은 엘비스라는 캐릭터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자마자 그를 사랑하게 됐다. “엘비스는 늘 뭔가를 찾아 헤매던 깊이 있는 남자”라고 섀넌은 말했다. “엘비스가 애독하던 책 중 하나가 ‘시타르타’였다. 상상도 못했던 책이다.”- 스튜어트 밀러 뉴스위크 기자

2016.05.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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