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경영'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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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의대 교수에서 기업 경영인으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신 회장은 대표로 취임한 2000년, 외환위기 후유증에 시달리던 교보생명의 전략을 ‘외형 경쟁’에서 ‘고객 중심 경영’으로 바꾸고 내실 성장에 집중했다.이러한 경영혁신은 재무성과로 이어졌다. 신 회장 취임 당시 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교보생명은 매년 4000억~6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는 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또한 무디스 9년 연속 A1등급, 피치 11년 연속 A+등급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이런 신 회장의 경영 능력은 비단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일환으로 교보생명은 지난해 9월 모바일 통합 앱을 선보였다. 고객은 앱 하나로 보험·퇴직연금·대출·펀드·신탁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금융계약 정보도 간편 조회할 수 있다. 금융 생활 전반을 지도해주는 금융마이데이터 서비스도 함께 운영 중이다.디지털 기반의 업무 과정 개선으로 고객 편의성도 높였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9월 보험 청약 전 알릴 의무사항, 상세질병 고지 등 정보를 입력하면 심사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인 ‘K-PASS’를 오픈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보험가입 가능 여부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심사 소요시간이 크게 단축된 것도 장점이다. 이제 신 회장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숙원이었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노린다.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지난 4월 파빌리온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교보AIM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비보험사업 영역을 넓혀 수익 다각화를 꾀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음 인수 대상으로는 손해보험사를 물색 중이다.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음하게 된다. 앞서 교보생명은 2018년과 2021년 기업공개(IPO)가 좌절된 바 있다. 지주사 전환 성공 시 그동안 성공하지 못했던 IPO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3.08.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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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광희동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제품에 달러로 표기된 가격표만 아니면 여느 백화점 매장과 다르지 않았다. 넓은 매장을 지키는 점원 수가 손님 수보다 많아보였다. 건물 6층부터 13층까지 이어진 면세점에는 300여 개가 넘는 브랜드가 들어섰다. 그러나 손님이 드문드문 보이는 곳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12층뿐이었다. 국내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 매장의 점원은 “주말에도 비슷한 분위기”라며 “손님이 많진 않지만 중국인 고객이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3% 증가했다고 6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832억원으로 52% 신장했다. 당기순이익은 558억원으로 133.8%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가 부진한 상황에서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과 면세점 등 신규매장 출점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동대문 두타몰에 시내 면세점을 오픈했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던 두타 면세점 자리를 인수한 것. 현대백화점은 2019년 11월 시내면세점 입찰 당시 유일하게 인수전에 참여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사업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보따리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하던 때였다. ━ ‘면세 빅3’ 포기한 자리에 들어가 코로나 사태에 오픈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면세 빅3(롯데·신라·신세계)’마저 뛰어들지 않을 때 현대백화점이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보유했지만 단일 점포인 탓에 운영상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대백화점은 동대문점을 확보해 원가 경쟁력과 구매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무역센터점의 적자 폭이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손실 위험도 적지 않았다. 동대문-명동 상권을 중심으로 20~30대 중국인 관광객을 공략한다는 계획 역시 인근에 면세점을 보유한 호텔신라와 신세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우여곡절 끝에 단독 입찰에 성공했지만 오픈 시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2월.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연이어 진출하며 면세사업을 확장했다. 현대백화점이 입점한 1터미널 DF7(패션·기타) 구역은 원래 신세계면세점이 있던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이 구역은 현대를 포함해 롯데·신라·신세계 등 4개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곳”이라며 “현대백화점은 후발주자로서 인천공항 진출을 위해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상황에서 면세사업을 확대하는 현대백화점을 두고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 속에 신규 사업 추진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협력업체 등의 피해를 고려해 개점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 예정대로 개점했다”며 “어려운 시점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신규 점포를 확보하면서 기존보다 매입단가를 낮추고, 교섭력을 끌어올려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 신규 점포 3곳에서 순매출 370억원 기록 ━ 면세점만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데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도 신규 출점을 계속하는 등 공격 경영을 멈추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한 49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0억원으로 122.3%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면세점 두 곳 외에도 대전점(6월)과 스페이스원(11월) 등 프리미엄아웃렛 2개 점포를 추가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은 올 2월에는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개점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1분기 순매출액 중 7.4% 가량에 해당하는 370억원을 이 세 곳의 신규 점포에서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더현대 서울이 개점 한달 동안 올린 매출만 1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현대백화점이 밝힌 연 매출액 목표(6300억원)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신세계 등 백화점 업계가 2010년대 초반부터 신규 출점은커녕 점포 수를 지속적으로 줄인 것과 달리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이 오픈 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1조 매출’을 달성한데 이어 여의도점까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더현대 서울이 자리한 여의도는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해 업계 사이에서 ‘유통 무덤’으로 불리던 입지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두고 ‘더현대 서울 효과’라고 할 만큼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지만 여의도점이 들어선 파크원이 2016년 입점 공고를 낼 때만 하더라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시 신세계가 라이벌로 거론됐지만 비슷한 시기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임차운영사업자 입찰에서 신세계프라퍼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파크원 입찰을 포기했다. ━ 코엑스몰 입찰 포기하고 들어간 여의도 파크원 ‘대박’ 현대백화점 역시 애경그룹 등과 함께 코엑스몰 쟁탈전에 뛰어들었지만 막판에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파크원에 단독 입찰한 덕분에 더현대 서울은 임차기간 최대 20년으로 장기 계약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연 임차료 역시 300억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더현대 서울은 12m 높이의 인공폭포와 3300㎡(1000평) 규모의 정원 등 전체 영업면적의 절반 가량을 휴게공간으로 꾸며 화제를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이 임차료에 대한 부담이 적은 만큼 내부 인테리어에 힘을 줬다”며 “인테리어로 차별화한 덕분에 이를 구경하기 위한 내점객이 늘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현대백화점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거침없이 영토를 확장하는 반면 온라인 플랫폼엔 상대적으로 힘을 뺀 모습이다.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유통업계의 촉각은 모두 온라인 시장에 곤두섰다. 이때문에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 롯데온과 쓱닷컴을 필두로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자체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긴 했지만 그밖에 온라인 몰에 대한 확대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투홈 외에 더현대닷컴·더한섬닷컴·H몰 등의 계열사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온라인몰의 외형 확장보다는 차별화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위기에도 기조에 따라 움직이는 정지선 회장의 ‘뚝심경영’이 오히려 코로나19와 같은 큰 위기에 빛을 발했다”며 “이커머스 시장 역시 과열 양상에 합류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 방식을 고수하며 M&A 등을 통해 차별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5.11 10:00
4분 소요
무뚝뚝하지만 화끈하고 의리 있는 게 경상도 남자의 특징이라면 최호식(57) ‘호식이 두마리치킨’ 회장은 천상 경상도 사내다. 의리는 최 회장의 철학인 정도경영의 근간이자 호식이 두마리치킨의 성장 밑거름이다. 최 회장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1월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치킨전문점은 당시 한 마리씩 파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는 고정관념을 깨고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 치킨을 파는 전략을 썼다. 이름도 호식이 두마리치킨이라고 정했다. 스스로 대박을 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웬걸. “한 마리 가격에 어떻게 두 마리를 파느냐” “싼 닭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와 의심만 잔뜩 받았다. 창업한 후 1년 동안 가맹점 문의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최 회장은 확신을 꺾지 않았다. 두 마리 치킨 전략은 반드시 소비자를 움직일 거라는 믿음에서다. 확신은 적중했다. 창업한 지 1년이 지나면서 두 마리 치킨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가맹점은 덩달아 늘었다.두 마리 치킨의 대명사시련은 또 닥쳤다. 두 마리 치킨이 인기를 끌자 이번엔 ‘유사 상표’가 속을 썩였다. 기존 브랜드마저 앞다퉈 두 마리 치킨이라는 새 메뉴를 내놨다. ‘사실은 내가 원조’라고 주장해도 누구 하나 믿어 주지 않는 상황. 최 회장은 정석 전략으로 맞섰다. ‘맛도 두 배, 양도 두 배, 기쁨도 두 배’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맛에 승부를 걸었다.최 회장은 “음식 맛은 좋은 식재료에서 나온다”며 “국내 최고 품질의 하림육계와 최고급 카놀라유만 사용한 게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마리 가격으로 두 마리를 제공한다고 무조건 값싼 재료를 사용한다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기본 식재료인 닭은 물론 튀김가루·무·땅콩·깨소금까지 고급 식자재를 사용해야 합니다.”창업 이후 13년이 훌쩍 흐른 지금 호식이 두마리치킨은 전국 500여 가맹점을 둔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했다. 두 마리 치킨의 대명사라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 호식이 두마리치킨은 한국 프랜차이즈 대상과 소비자만족 대상을 수상했다. 프랜차이즈 대상, 경영혁신 우수기업 대상(이하 2004년), 중소기업경영 대상(2008년)도 받았다. 2009년엔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미래 선도 경영&기술혁신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맛으로 승부를 겨룬다는 원칙을 꾸준히 지킨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뚝심경영이 알찬 결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 진출 목표호식이 두마리치킨의 성공 이유는 또 있다. 의리경영이다. 협력업체와 좋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한 게 성공의 발판이 됐다. 대표적 예가 하림이다. 호식이 두마리치킨은 창업 이래 줄곧 하림 닭만 사용했다. “창업 초부터 하림 닭고기를 사용했고, 지금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호식이 두마리치킨의 모든 가맹점에는 ‘하림의 닭을 100% 사용한다’는 인증패가 붙어 있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하림의 육계를 생산해 다음날 새벽 직송하는 시스템으로 최고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호식이 두마리치킨과 하림은 2010년 1월 공동 마케팅 협약을 체결했다. 믿음과 의리의 결실이다.가맹점과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가맹점주를 가족처럼 대한다. 현장에서 점주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돕는다. 그는 “가맹점에 최선을 다하는 게 소비자를 위한 길”이라며 말을 이었다. “호식이 두마리치킨은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가 무척 끈끈합니다. 그래서인지 기존 가맹점주가 자신의 친인척·선후배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맹점 개설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죠. 부산 덕포점·주례점, 경기 일산 중산점, 파주 문산점·금촌점 등 전국 60여 개 점포가 친인척·선후배로 연결돼 있죠. 다른 프랜차이즈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일 겁니다.”최 회장은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활동에 열성적이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형사조정위원과 대구 서부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운영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구 서부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부이사장, 국민생활체육 전국인라인스케이팅 연합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호식이 두마리치킨의 이익금 중 일부는 전국 가맹점을 통해 장학금으로 사용된다.그는 올해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공략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가맹점을 400개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상도를 넘어 전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글로벌 시장 진출도 노려볼 참이다. 3년 전부터 중국시장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최 회장은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한다는 게 신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번 보십시오! 호식이 두마리치킨이라는 브랜드가 중국시장을 평정할 날이 올 겁니다.”
2011.01.24 15:53
3분 소요초등학교 4학년 중퇴 학력으로 약 외판원 생활을 시작했다. 3년 연속 판매왕에 ‘등극’해 번 돈으로 제약회사를 차렸다. 한방 과학화에도 앞장섰다. 시장점유율 1등 제품 쌍화탕, 우황청심원,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을 만드는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 이야기다. ‘한방 외길 최씨 고집’으로 통하는 그의 브랜드 밸류는 회사 브랜드만큼이나 높다. 1935년 일본 출생 화원소학교 중퇴, 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수료 1963년 광동제약 창업, 사장 1989년 광동제약 기업 공개 1990년 식품사업부 신설 1994년 광동한방병원 개원 현재 광동제약 대표이사 회장 한국전문경영인학회 제3회 한국CEO대상 수상 "요즘 기업 환경이 어려우니까 중소기업인들이 약한 소리를 합니다. 이럴 땐 조직을 줄이고, 사장이 직접 뛰어야 합니다. 인내심을 발휘해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죠.”45년 한방 외길을 걸은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은 “요즘은 신입사원도 집에서 왕자와 공주로 커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회장은 열두 살 때 전 재산을 날리고 실의에 빠진 아버지를 대신해 소년 가장이 됐다.아홉 식구의 생계를 떠맡아야 했던 그는 도둑질 말고는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느라 초등학교를 4년 만에 중퇴했다. 사업을 시작한 후엔 모함을 당해 99일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IMF 체제 당시 부도 위기도 겪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낸 그의 눈에 요즘 사람들은 너무 나약해 보인다.맨주먹으로 시작해 3000억원 매출(2008년 목표)의 제약회사를 일군 그는 이름마따나 ‘빼어난 사나이’(秀夫)다. 2004년 펴낸 자서전 『뚝심경영』에서 그는 지금의 전방위적 경제 난국을 예견이라도 한 듯 “대한민국 사장 여러분 포기하지 맙시다”라고 썼다. 직원들을 생각해서라도 당당히 재기하라고 ‘선동’했다.특유의 뚝심은 유년 시절부터 엿보였다. 최 회장은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태어났다. 소학교에 입학한 소년 최수부는 ‘조센징’이라는 이유로 일본인 동료들에게 노골적인 멸시와 폭행을 당했다. 해방되던 해 봄 3학년 1학기 때였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그는 어느 날 아버지 공장에 있던 검도 호신 도구를 가방에 넣었다.학교에서 여느 날처럼 일본 학생들이 시비를 걸자 그는 이 도구를 꺼내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그 길로 미련 없이 교문을 나섰고 그날 오후 퇴학 처리됐다. 몇 달 후 광복을 맞아 귀국한 그는 우리말이 서툴렀다. 이번엔 조국의 아이들이 ‘쪽바리’라고 놀렸다. 그렇게 다시 2년, 그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등교를 중단했다.그는 ‘가방끈’이 짧지만 그 때문에 무시 당한 적은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나를 낮춰 처신한 덕이죠. 겸손은 기업 하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입니다.”최 회장은 창업주 CEO로는 드물게 TV 광고에 몇 차례 출연했다. 10여 년 전 우황청심원 광고에서 “다른 건 몰라도 우황 고르는 일만큼은 30년째 내 손으로 해오고 있다”고 밝힌 그는 요즘도 우황·사향·웅담 등의 약재를 직접 확인하고 오케이를 놓는다.한 달에 두 번 공장을 찾아 무작위로 약재의 품질을 검사한다. 품질이 수익의 원천이라는 믿음은 쌍화탕을 제조하면서 몸에 배었다. 1975년 쌍화탕 제조사들이 약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쌍화탕을 출고가 30원, 소비자가격 50원에 팔 때였다. 쌍화탕을 본격적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과당 경쟁으로 당시 보건사회부로부터 제조 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쌍화탕을 만들던 작은 제약회사 서울신약을 합병한 그는 제대로 된 쌍화탕을 제조해 출고가 70원, 소비자가격 100원에 내놓았다. 약국에 샘플을 돌리자 약사와 그 가족들이 먹기 시작했다. 6개월 만에 150만 병이 팔려나갔다. 3000만 병이 팔리자 구로동 공장 앞에 도매상 차량들이 줄을 섰다. 그는 “한약이든 양약이든 약재의 비중이 85%가량 되고, 나머지 15%는 제조공정 관리에 달렸다”고 말했다.경쟁사들은 왜 최 회장만큼 약재를 중요시하지 않을까? 그는 “시장의 원리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제품을 잘 만들면 수요가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이번엔 제품의 브랜드 밸류가 올라가죠. 이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물건 잘 만드는 수밖엔 없습니다.”그가 다른 회사 출신의 관리약사를 채용했을 때의 일이다. 처방에 따라 경옥고를 만드는 데 30㎏의 인삼 가루가 필요했다. 그런데 30㎏의 가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35㎏의 인삼을 빻아야 한다. 5㎏의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는 분쇄기에 35㎏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그 약사가 전 직장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인삼 가루 30㎏이 필요하면 회사에서 인삼 10㎏을 내줬다는 것이다. 그는 나중에 그 일로 법적 처벌을 받을까봐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20대 후반의 청년이 어떻게 제약회사를 차릴 엄두를 냈을까? 1960년 군에서 제대한 그는 혈액순환을 고르게 하는 경옥고 외판원을 시작한다.제대 군복 차림으로 면접시험을 보러 간 외판원 지망생은 어렵게 고려인삼산업사 대리점 사원이 됐다. 3년 동안 그는 주말도 없이 출근했다. 외판원이었지만 약재를 받아 분말로 만들고 반죽하는 일까지 했다. 포장까지 직접 해 팔러 나서는 그는 외판원이자 경옥고를 만드는 약사 겸 공장장이었다.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거들면서 경옥고 제조법을 익힌 그는 마침내 광동제약사를 창업했다.창업 자금은 경옥고 외판원 생활로 마련했다. 3년 연속 판매왕에 오른 그의 영업 노하우는 끈기, 배짱 그리고 착실한 고객 관리였다. 그 시절 재무부 이재국장 방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양복 차림도 아닌 그가 “좋은 약이 있어서 소개해 드릴라꼬 왔다”고 말문을 열자 이재국장이 여비서를 불러들여 벼락을 내렸다. “어디 감히 약장수 따위를 내 방에 들여보내? 그러고도 월급 받을 거야?”여비서는 그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날 밤 그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 날 한참을 기다려 이재국장을 다시 만났다. “어제는 죄송하게 됐십니더. 오늘은 약을 팔려는 게 아니라 긴히 드릴 말씀이 있심더. 저도 세금 꼬박꼬박 내는 이 나라 국민입니더. 서울대를 나오셨을 거 같고 존경도 받는 분이 어제 면전에서 대놓고 사람을 면박 주신 건 납득 못하겠심더. 제 동생도 서울대 다닙니더.”전날보다 더 기분이 상한 표정이었던 이재국장은 그의 말이 끝나자 사과했다. “약 하나 사주면 마음이 좀 풀어지겠느냐”는 이재국장에게 그는 “기왕 사실 거면 온 가족이 다 드실 수 있도록 큰 걸로 사달라”고 졸랐다. 이 일이 있고 나서 그는 ‘어떤 경우에도 당당한 자세를 잃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상임위가 열리고 있는 국회 회의실에 들어가 경옥고 홍보 전단을 돌린 적도 있다.그때 서울대에 다니던 동생은 그가 벌어서 공부시켰다. 동생이 대학에 다니는 동안 그는 학생 차비를 내기 위해 동생의 교복을 빌려 입었다. 동생은 그 후 행정고시에 패스해 공직에 들어섰다. 한때 광동제약 사장도 지낸 최선길 서울 도봉구청장이 그다. 당시 최 회장은 경옥고 판매액의 15%를 수당으로 받았다.몇 십 명이나 되는 동료의 수당 총액보다 그의 수당이 더 많았다. 취직한 지 몇 달 만에 15만환이 넘게 받았는데 지금으로 치면 월급 1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였다. 그 돈을 벌기 위해 그는 걷고 또 걸었다. 구두를 장만하면 두 달을 못 넘겼다. 여름엔 면도칼로 환기구멍을 내 신고 다녔다. 약장수라고 푸대접하는 곳은 더 자주 들렀다.아침에 출근할 때 아예 오장육부를 빼 놓고 나섰다. 접대용으로 화랑 담배를 품고 다녔지만 혼자 있을 땐 파랑새를 피웠다. 멀쩡한 양복 입고 좌판 앞에 앉아 수제비를 사먹을 때면 지나가던 대학생들이 수군거렸다. 그렇게 벌어 3년 만에 경옥고를 만드는 광동제약사를 창업했다. 광동이란 회사 이름은 광화문에 있던 한 작명소 작품이다.경옥고의 원료가 한약재라 한약재의 본산인 중국 광동성에서 따온 것이다. 냉전시대엔 이 이름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이 많았다.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해지자 사람들이 선견지명이 있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광동제약의 창업과 성장을 뛰어넘는 최 회장의 공로는 한방 과학화다. 그는 과학화하지 않으면 한약재를 대중화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두툼한 한약재 한 첩 달이면 양이 반 대접은 됩니다. 그런데 주요 성분만 추출해 알약이나 캡슐로 만들면 간편하게 서너 알만 먹으면 돼요. 한약재 이용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시설투자를 하고 냉동 건조법에 대해서도 연구합니다.” 국민음료로 우뚝 선 ‘비타500’ TIP 최수부 회장이 말하는 ‘하우 투 브랜드’ ■ 끈기와 배짱이 자산 ‘최씨 고집’이라는 브랜드는 끈기와 배짱에서 나왔다. 거기에 착실한 고객 관리를 더하라. 사람에 대한 신뢰가 제품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 신용을 얻으면 다 얻는다 돈을 얻으면 조금 얻는 것, 명예를 얻으면 많이 얻는 것, 신용을 얻으면 모두 얻는 것이다. 반대로 신용을 잃으면 다 잃는다. ■ CEO는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사람들은 CEO의 처신을 보고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남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조차 언행을 삼가라. 광동제약의 1등 제품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비타500’은 정제 비타민이 연간 50억원어치씩 팔리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 최 회장은 이미 경옥고와 우황청심원을 드링크 또는 현탁액으로 만든 경험이 있었다. 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니 마시는 비타민을 만들면 박카스보다 오래갈 것 같았다. 액상 비타민은 정제보다 흡수도 빠르다. 문제는 맛이었다. ‘이 정도면 되겠다’는 맛을 만들어내는 데 7~8개월 걸렸다. “드링크로 차별화하면 된다는 감이 왔습니다. 박카스가 나온 지 40여 년 됐는데 100년 가는 음료가 될 거라고 개발 당시 확신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많이 팔 때 월 6300만 병까지 나갔습니다. 온 국민이 그달에 비타500을 한 병 반씩 마신 셈이죠. 장차 국민음료가 될 거라고 자신합니다.” 2004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시중의 비타민C 음료를 수거해 함량을 조사했다. 롯데, 동화약품 등이 만든 제품은 비타민 함량 미달이었다. 비타민C가 아예 나오지 않은 제품들도 있었다. 비타500만이 함량을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 이들 제품에 처음부터 비타민C를 적게 넣거나 아예 넣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빛과 열, 산소에 약한 비타민C의 특성을 모르고 투명한 병이나 일반 알루미늄 캔을 용기로 사용한 것이다. 이 발표 후 비타500의 인기에 편승한 미투 제품이 시장에서 거의 퇴출되다시피 했다. 광동의 히트 제품은 유저 프렌들리를 겨냥하고 있다. 전통적인 탕약은 복용이 편리한 정제로 변환시켰고, 기존의 정제는 드링크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비타500의 미투 제품이 도태된 것은 맛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최 회장은 강조했다. 선발 출시에 따르는 선점 효과 아닐까? 비타500은 과연 다른 비타민 음료보다 더 맛이 있을까? “이 맛이다 할 때의 그 맛을 못 내는 거죠. 다른 회사 제품을 권해도 입에 대 보면 이게 아니다 싶으니까 비타500을 찾는 거예요. 맛의 차이가 70%, 광동 제품이니 다른 회사 것보다 나을 거라는 사람들의 믿음이 30%라고 봅니다. 옥수수수염차도 다른 회사 유사품이 맛을 못 따라오는 겁니다.” 2006년 여름 선보인 광동옥수수수염차는 출시한 지 1년 5개월 만에 2억 병이 팔렸다. 또 하나의 대박이었다. 국내 차 음료시장 1위 제품인 옥수수수염차는 제2의 비타500을 꿈꾸고 있다. 그의 꿈은 2세가 회사를 물려받아 국민 제약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이다. 15년 전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최 사장이 광동에 첫 출근하기 전 그는 아들과 대화를 나눴다. 엄하게 키워 “누나들보다 나에게 더 가혹하시다”고 했던 외아들이다. “제약회사를 해보니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스럽더라. 남부럽지 않은 학벌이니 어디 가도 상당한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거다. 굳이 복잡한 회사를 맡길 생각은 없다. 열흘 동안 생각해 보고 답하거라.” 아들은 “아버지가 고생해 창업한 회사를 고통을 각오하고 한번 키워 보겠다”고 화답했다. 최 사장을 포함해 최 회장 측의 광동제약 주식 지분은 약 21%다. 2만4000여 명의 개인 소액주주가 약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가 절대 지분을 쥐고 있는 무늬만 상장사가 아니다. 최 회장은 그래서 창업은 자신이 했지만 광동은 공기업이라고 주장한다. “80세 넘어서도 명예회장으로 있으면서 가르칠 건 가르칠 겁니다. 은퇴해 버리면 겉늙어서 안 돼요. 경영 승계 후에도 2세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주주에게 존경 받는 기업으로 키울 겁니다.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멋진 기업으로 커갈 거예요. 5년 후면 창립 50주년인데 그때까지는 한 우물을 팔 생각입니다. 2세 체제에서 다른 좋은 사업을 잘 골라서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2008.10.06 10:51
8분 소요사진:중앙포토 앞이 보이지 않는 경제, 대안 없는 현실’. 올 한해 대한민국 경제는 대략 이렇게 요약될 성싶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가계는 지갑을 열지 않았고, 그나마 열 지갑도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경제학자들의 흔한 말처럼 ‘경제가 심리’라면 이러한 심리는 출판 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는 서적을 찾는 손길이 잦았고, 성공한 CEO들의 자전적 이야기들도 대량 출간됐다. 2002년부터 몰아친 부자열풍은 계속됐지만 막연히 ‘부자되기 욕구’를 자극하는 서적보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투자일기 형식의 재테크 서적이 인기를 모은 것도 특징. 특히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이 아파트와 주택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선호도가 올라간 땅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루면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대거 올랐다. 본지가 대한출판문화협회·대한출판인회의·교보문고·YES24 등 출판 관련 협회와 온오프라인 서점이 발표한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를 분석한 결과다. ‘부자 시리즈’ 여전히 인기 2002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이후 지난해 「한국의 부자들」로 이어진 ‘부자 시리즈’는 올해도 직장인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한국의 부자들2」 「한국형 땅 부자들」 등이 올 상반기 경영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올랐다. 특히 투자일기를 엮은 재테크 서적들이 인기를 모았다. 「나는 15억 벌어서 35세에 은퇴했다」 「33세 14억, 젊은 부자의 투자일기」 「32세, 32평 만들기」 등 저자들의 성공적인 투자사례를 소개한 책들이 관심을 끌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30대 직장인들을 겨냥해 구체적인 투자 방법론을 제시한 재테크 서적들이 특히 인기를 모았다”고 말했다. ‘땅’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룬 것도 특징이다. 대형 서점에는 올해 출간된 ‘땅 테크’와 관련된 서적만 족히 100여 종이 깔려 있다. 땅 투자 관련 서적은 “출간하면 기본 1만부”라는 얘기가 서점가에 나돌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부동산 관련 서적의 경우 대부분 3,000~4,000부 판매도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 중에서 「집 없어도 땅은 사라」가 지난 11월 말까지 10만부 이상 팔리면서 줄곧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사야 할 땅 팔아야 할 땅」 「돈 되는 땅 따로 있다」 「지금 이 땅에 돈을 묻어라」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이 ‘집값 잡기’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토지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졌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저금리 시대의 투자해법을 제시하는 서적도 직장인들의 인기를 모았다. 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아 요즈음 가장 주목받고 있는 책은 「부자가 되려면 은행을 떠나라」다. 이 책은 지난 12월 첫째주 교보문고 경영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4위 올랐다. 저자인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저서에서 “재테크 최대의 적은 은행”이라고 규정하면서 “은행은 이제 다른 금융권에 비해 특별하게 안전하지도 않고 수익이 좋은 투자처도 아니다”고 얘기한다. 때문에 “은행과 거래하는 일은 재테크에서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대신 제 2금융권의 각종 펀드 상품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세(稅)테크’ 도 중요한 관심 분야였다. 하나은행의 VIP 전담 세무사인 김근호씨가 쓴 「세무사와 나만 아는 절세법」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세금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다양한 세금절감 아이디어를 제시해 12월 첫째주 교보문고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이밖에도 「합법적으로 세금 안내는 방법」을 포함해 수십종의 세테크 서적이 주목받았다. CEO들의 자전적 서적도 붐 성공한 경영인이나 경제학자로부터 조언을 듣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된 것도 올 한해 경영·경제 분야 출판 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의 자전적 이야기나 경영론을 다룬 서적들의 출간이 이어졌고, 박형미 화진화장품 부회장의 「벼랑 끝에 나를 세워라」, 조은호 웅진식품 사장의 「아무도 하지 않으면 내가 한다」,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의 「뚝심경영」 등 CEO들의 자전적 서적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벼랑 끝에 나를 세워라」는 올해 내내 경영·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유지했다.CEO들의 이야기를 다룬 서적이 대거 출현한 것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기업이 PI(President Identity)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CEO들로부터 변화하고 성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접근 가능한 방법론을 듣고자 하는 독자들의 욕구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PI는 기업체 사장의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법이다. 이에 대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막연하게 무슨 무슨 리더십과 처세술을 늘어났던 책에 식상한 독자들이 사람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인 성공 매뉴얼(방법)을 찾으려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미래가 불안한 대중심리를 파고든 책들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많이 올랐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잘 알려진 공병호 박사가 개인이나 기업의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해 10년 뒤 한국사회의 모습을 진단한 「10년 후, 한국」이나 이면우 서울대 교수가 ‘불확실한 미래를 희망으로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생존의 W이론」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많이 읽혔다. 이밖에 지금까지 90만부 가까이 판매된 「아침형 인간」이 올 상반기 종합 순위 1위를 유지하면서 수많은 유사 ‘~형 인간’ 관련 서적을 출간을 주도했고, 「설득의 심리학」 「메모의 기술」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평범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등 지난해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랐던 서적들이 올해까지 인기를 이어갔다. 한기호 소장은 “올해도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한가로운 리더십이나 자기계발 관련 서적이 퇴조한 반면 호주머니가 빈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된 재테크 서적이나 성공한 인물을 다룬 책들에 관심이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2004.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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