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7

“제어할 수 없는 것은 그냥 받아들여라”

산업 일반

분노와 스트레스는 판단의 산물일 뿐이라는 고대 스토아 철학에서 현대 삶의 지혜 찾으려는 추세 늘어나 로마인이 남긴 것 중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업적은 무엇일까? 우선 도로가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확실한 최고의 유산이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어떻게 살아갈지 알려주는 지침은 어떨까? 시대 상황이 너무 달라 로마인이 그에 관해 우리에게 알려줄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우리에게 바로 그 지침을 제공한 로마제정 시대 스토아 학파 철학자 3명이 남긴 저서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네로 황자의 스승이었던 세네카, 노예 출신인 에픽테토스,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그들이다.그들의 스토아 철학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지침을 제시한 책이 많이 나왔다. 윌리엄 어빈이 쓴 ‘직언: 죽은 철학자들의 살아 있는 쓴소리(A Guide to the Good Life)’, 도널드 로버트슨이 지은 ‘스토아 철학과 행복의 기술(Stoicism and the Art of Happiness)’, 라이언 홀리데이와 스티븐 핸슬먼이 함께 저술한 ‘하루 10분 내 인생의 재발견(The Daily Stoic)’, 마시모 피글리우치의 ‘스토아 철학 실천법(How to Be a Stoic)’ 등이다. 이런 책들은 현대인이 과거로 돌아가 로마 시대 스토아 철학을 음미해보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제시한다. 스토아 철학을 기리는 연례 주간 행사도 있다.스토아 철학은 행복한 삶의 열쇠가 뛰어난 정신 상태를 배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토아 학파는 그것을 미덕과 합리성으로 봤다. 이상적인 삶은 자연과 조화을 이루고 자연의 일부가 되는 삶이며 외부 사건에 대해 평온한 무관심을 갖는 데서 나온다는 아이디어다. 원래 그리스에서 시작된 사상으로 기원전 300년께 제논이 창시했다. 제논은 아테네 아고라 광장에 있는 주랑(스토아) 아래서 사람들을 가르쳤다. 거기서 ‘스토아 학파’라는 이름이 붙었다. 초기 그리스 스토아 철학자들의 저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따라서 지난 수 세기 동안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고 지금도 널리 알려진 스토아 철학자는 전부 로마 제정시대 인물들이다. ━ 자신의 생각을 제어하라 그렇다면 스토아 철학의 핵심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에픽테토스가 스토아 사상을 요약한 짧은 저서 ‘편람(Handbook)’에 두 가지 기본 원칙이 나와 있다. 첫째는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제어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며, 우리의 불행 대부분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것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원칙이다.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실제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제어할 수 없으며,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제어할 수 없고, 우리 몸조차 완전히 제어할 수 없다(우리의 소망과 상관없이 우리 몸은 손상되고 병들며 궁극적으로 죽음에 이른다). 우리가 실제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사물과 사건에 관한 우리의 생각과 판단뿐이다.이런 조건이 에픽테토스의 두 번째 기본 원칙으로 이어진다. 우리를 짜증나고 화나게 하는 것은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일 뿐이라는 원칙이다. 사건은 늘 발생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 사건을 두고 판단한다. 아주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판단하면 그 일의 속성에 따라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불안해한다.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겁내거나 두려워하게 된다. 이 모든 감정은 우리가 내리는 판단의 산물이다. 사물이나 사건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우리가 끔찍하게 생각되는 것을 두고 다른 사람은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좋아할 수도 있다. 상황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다. 그 판단이 우리의 감정적 반응을 촉발한다.스토아 철학의 긍정적인 측면은 이런 가치 판단을 우리가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발생하는 사건은 본질적으로 좋거나 나쁠 게 없다. 거기에 우리가 어떤 가치를 부여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 안에 있다. 스토아 철학의 역설은 에픽테토스가 말하듯이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지만 동시에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완전히 제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 마음을 훈련하라 얼핏 보면 이런 논리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부닥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과소평가하는 듯하다. 예를 들어 생계를 꾸리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생각만 고쳐먹는다고 어떻게 생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스토아 철학자들은 그런 문제도 회피하지 않았다. 그들도 삶은 때때로 아주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했다.세네카는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았다. 자신이 유배 생활을 겪었고, 친인척과 친구들을 잃었으며, 끝내 자신이 가르치고 조언하던 네로 황제에 의해 자살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다(네로 암살 음모에 연루돼 즉시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명을 받고 자결했다). 또 그는 ‘외부적인 요인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어떤 사건에도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란 점 역시 잘 알았다.따라서 스토아 학파는 그런 원칙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훈련 방법을 고안했다. 예를 들어 세네카는 하루가 끝나면 자신을 돌아보라고 권고했다. 사소한 문제에 짜증을 냈는지, 애먼 사람에게 화냈는지 등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라는 뜻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식함으로써 다음 날 더 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아우렐리우스의 전략은 약간 달랐다. 그는 매일 아침 그날 닥칠 분노와 스트레스, 초조를 예상하고 혐오스러운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자신을 상기시켰다. 미리 그런 생각을 해두면 실제 상황에 처했을 때 격한 반응을 어느 정도 자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상대방도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들도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따라 그런 반응을 보일 뿐이라고 이해했다.바로 여기에 또 다른 역설이 있다. 아무도 스스로 원해서 불행하고, 스트레스 받고, 화내고, 슬픈 게 아니지만 실제는 그 모든 감정이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판단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여라 스토아 철학의 또 다른 마음 훈련 전략은 우리 자신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스스로 상기하는 것이다. 세계는 결코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우주의 광대함과 시간의 무한함을 자주 숙고했다. 자신의 짧은 삶을 더 넓은 맥락에서 파악하기 위해서였다.광대한 우주와 무한한 시간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삶은 순간에 불과하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가 임의적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우주가 가져다주기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우주가 우리의 의지를 따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다.에픽테토스가 말했듯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주가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우리는 결국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주가 가져다 주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삶은 훨씬 편하고 순조로워진다. 물론 이 역시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요즘 스토아 철학의 조언에 주목하고 그 전략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진다.- 존 셀라스※

2018.10.15 16:02

5분 소요
영화로 본 애플, 페이스북, 구글

IT 일반

영화 은 각각 애플, 페이스북, 구글을 소재로 다뤘다. 세계적인 IT 기업을 소재로 삼았지만 결국 사람 이야기였다.애플, 페이스북, 구글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이야깃 거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IT기업이다 보니 더 그렇다. 기사와 책에서 수없이 언급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 (애플), (페이스북), (구글)은 모두 생존 인물과 실재 기업을 다뤘고, 영화 속엔 분명 허구와 진실이 혼재한다. 허구를 지워 보니 실패를 딛고 일어선 애플 CEO가 보였다. 페이스북의 진정한 공동창업자가, 구글이 직원을 대하는 마음 자세가 보였다. ‘사람’만이 남았다. ━ 1. 영화 '스티브 잡스' 속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까칠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잡스가 “대단한 자기중심주의자”였고 애플로부터 쫓겨날 당시 “통제가 불가능한 인물”이었다고 적고 있다. 영화 초반 스티브 잡스(마이클 패스벤더 분)는 세간의 평가와 다를 바 없다. 1984년 매킨토시 출시 발표를 준비하던 잡스는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독설을 내뱉는다. 앤디 허츠펠드는 협박까지 당했다. 잡스는 허츠펠드에게 고장 난 음성 데모를 당장 고치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겠다고 말한다. 영화에 자문을 제공했던 스티브 워즈니악은 BBC 인터뷰에서 가 잡스의 공감성 결여를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워즈니악은 잡스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애플 공동창업자이다.매킨토시는 두말할 필요 없이 실패작이었다. 당시 애플 CEO였던 존 스컬리는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잡스를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속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날을 “인생 최악의 날”로 기억한다. 1980년대 초반 잡스는 분명 실패한 사람이었다.지금 잡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잡스는 ‘한때’ 실패했었지만 재기를 위해 노력했다. 애플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고 넥스트(NeXT)를 인수한 것이다. 홀리데이는 잡스가 “애플 주식은 단 한 주도 남기지 않고 다 팔았으며, 두 번 다시 애플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말했다. 또한 “다시 한 번 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때까지 열심히 일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추락하게 만들었던 여러 가지 흠결들을 상당한 수준으로 고쳐놓았다”고 했다. 성공한 사람치곤 “놀랍도록 겸손한 태도”라고 홀리데이는 평가했다.잡스의 노력은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영화 속 앤디 허츠펠드는 잡스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 챈 사람이다. 1988년 잡스와 몇 마디 나누고 나서는 “예전 말투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네”라고 말한다. 잡스는 리사가 이미 대답을 들었음에도 왜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는지 호프만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조언 받은 대로 음악을 좋아하는 리사와 관심사를 공유한다. 이러한 노력이 쌓여 결국 애플 CEO로 복귀해 성공한다.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 실패한다. 하지만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패는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애플에서 쫓겨났던 일은 스티브 잡스에겐 분명 훨씬 더 큰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었다. ━ 2. 영화 '소셜 네트워크' 속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페이스북은 공동창업자가 꽤 많다. 대부분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재학 시절 만난 친구들이다. 하지만 같은 공동창업자라도 무게감은 다 다르다. 숀 파커는 저커버그의 대학 친구가 아니었는데도 페이스북 공동창업자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에두아르도 세버린은 지난한 법정 다툼 끝에 공동창업자로 ‘복원’되었기 때문이다.영화 속 마크 저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 분)는 하버드대의 엘리트 클럽(final club)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여자친구 에리카 올브라이트와 대화하면서도 머릿속에 온통 엘리트 클럽 생각뿐이다. “클럽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걸 해내야 해”라고 생각한다. 세버린은 저커버그가 그렇게 들어가고 싶었던 엘리트 클럽의 멤버였고 저커버그가 질투심 때문에 자신을 내쳤다고 주장한다.갈등의 핵심은 애초에 질투심이 아니었다. 세버린과 저커버그는 사업적으로 잘 맞지 않았다. 영화 속 세버린은 페이스북 회원 수가 4000명이 넘었을 때부터 광고를 게시해 돈 벌 생각을 했다. 반면 저커버그는 처음부터 광고 수익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회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의 저자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은 세버린이 “클릭을 한 번 더 해야만 새 친구를 요청할 수 있게 프로세스를 변경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아이디어를 냈지만 저커버그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사용하기 쉬운 서비스를 지향하는 저커버그와 광고 노출로 수익을 내려는 세버린은 번번히 충돌했고 타협하지 못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회원 수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저커버그는 서버를 증설할 돈이 필요했다. 광고로 수익을 내지 않겠다면 남은 방법은 투자를 받는 것뿐이었다.적절한 타이밍에 숀 파커가 나타났다. 파커는 페이스북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보고 저커버그와 e메일로 연락해 만났다. 저커버그도 P2P 음악 공유 서비스 냅스터(Napster)에 감명을 받았던 터라 냅스터 창립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파커는 저커버그와 생각이 같았다. 둘 다 페이스북이 단기적 수익을 내기보단 장기적으로 독점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저커버그는 파커를 통해 피터 티엘로부터 5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세버린이 계좌를 동결시켜버려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저커버그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세버린이 페이스북 설립 초기 저커버그와 함께 투자했으며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자금을 투입해준 것은 사실이다. 커크패트릭에 따르면 사업 수완이 썩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파커가 세버린에게 턱시도 대여점, 칵테일 학원 같은 광고를 따왔느냐고 비아냥대는 장면이 영화에 나올 정도다. 반면 파커는 ‘비즈니스 아티스트’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사업적으로 명석했다. 또한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어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결국 저커버그와 잘 맞는 사업 파트너는 세버린이 아니라 파커였던 것이다. ━ 3. 영화 '인턴십' 속 구글의 사람 운영 “얼 마죠?” “무료예요.” “베이글이랑 다른 건?” “다 공짜예요, 전부.” 다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시대에 시계를 팔러 다니던 중년 세일즈맨 닉(오웬 윌슨 분)과 빌리(빈스 본 분)는 회사가 망해 갑자기 직장을 잃는다. 닉과 함께 구글 본사에서 인턴십을 시작한 빌리는 직원 식당의 모든 음식이 무료라는 것을 알고 적잖이 놀라고, 닉이 첫눈에 반한 구글 직원 다나는 낮잠 캡슐에서 잠을 잔다.구글의 직원 복지 제도는 익히 알려졌듯 어마어마하다. 영화에 나온 무료 식사와 낮잠 캡슐은 빙산의 일각이다. 구글이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구글의 사람 운영(People Operations) 부서 최고책임자 라즐로 복(Laszlo Bock)은 저서 에서 해마다 100만~300만 명이 구글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매년 약 5000명씩 채용한다.복은 구글이 직원 교육보다 신입사원 채용에 더욱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직원을 교육시켜서 상위 10%의 인재로 만들기보다 업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뽑고 싶어 한다. 채용 면접 시 종합인지능력, 리더십, 구글다움, 업무 관련 지식 등 네 가지 소양을 신중하게 검증하고 지원자들을 걸러낸다. 이 중 가장 덜 중요한 소양은 의외로 업무 관련 지식이고, 가장 중요한 소양은 (지적) 겸손함과 성실함, 즉 구글다움이다.다시 영화로 돌아가보자. 영화에선 그레햄이 악역으로 등장한다. 그레헴은 닉과 빌리를 “다양성을 위해 뽑힌 노땅들”이라고 부르는 등 노골적으로 무시한다. 팀원을 모집할 때도 거만한 태도로 일관하고 편법을 서슴지 않으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화를 낸다.반면 닉과 빌리는 코딩은 잘 몰라도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려고 영화 내내 좌충우돌 한다. 마지막엔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영업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팀을 이끈다. 영화 말미 결국 구글에 입사한 사람은 버그를 가장 빨리 찾아냈던 그레햄의 팀이 아닌 닉과 빌리의 팀이었다. 구글에선 면접관이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면접하고도 지원자의 거만함 때문에 떨어뜨리는 일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복은 말했다.영화 속 구글 인턴십 프로그램 담당자 로저 체티는 강당에 모인 인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부 명문대 다니는 수재들인 건 알지만 좋은 머리만으론 (인턴십에) 통과 못해요.” ‘똑똑하기만 한 인재는 채용하지 말라.’ 항상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길 원했던 구글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결론이었다.- 양미선 기자 yang.misun@joongang.co.kr

2017.12.28 18:05

6분 소요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산업 일반

2014년 2월 새로운 CEO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방향타를 잡은 후, MS는 계속 순항 중이다. MS 주가는 다른 기술 대기업이나 증시 평균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을 놀라운 속도로 따라잡기도 했다. 윈도와 오피스 말고는 별달리 매출을 창출할 방법이 없었던 MS를 모바일 및 클라우드 산업의 강자로 변모시킨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의 비결이 궁금해서 6월 말 다른 포브스 기자들과 함께 그와 1시간에 가까운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녹음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나델라는 흥미롭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대화 중 그가 캐롤 드웩(Carol Dweck) 스탠포드 대학 교수의 ‘마음 이론’을 신봉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2006년 드웩은『성공의 새로운 심리학(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을 출간했다. 고정된 마음자세를 가진 사람은 재능이 있어도 성장을 멈추지만, 성장을 지향하는 마음 자세를 가진 사람은 계속 진화한다는 내용이다. 윈도 및 오피스에 대한 지나친 의존, IQ가 높은 똑똑한 직원만 선호했던 MS는 어떤 회사가 되어야 하는지, 직원이 어떤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해 고정된 마음을 가지고 있던 회사였다.책에서 드웩은 재능을 가졌지만 마음자세가 고정된 사람으로 흘러간 테니스 스타 존 매켄로를 꼽았다. 매켄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꾸준한 연습을 싫어했다. 요즘 테니스 스타로저 페더러 등이 열심히 하고 있는 근력 및 유연성 훈련도 잘 하지 않았다. 매켄로가 꾸준히 이 훈련을 했다면 선수생활을 좀더 연장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켄로는 오로지 재능에만 집착했고, 자신의 정체성도 재능에서 찾았다. 자신보다 재능이 떨어지는 선수에게 지는 날에는 분노를 쏟아내거나 다른 사람을 탓했는데, 그 대상은 주로 심판이었다. 그러나 성장은 호기심과 모험, 성실함,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드웩은 말한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해야 한다. 혹시라도 이 과정을 멈추면, 성장도 멈춘다는 주장이다. 나델라가 감동한 책인만큼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최근 출간된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의 『에고 이즈 디 에너미(Ego Is the Enemy)』와 필 나이트(Phil Knight)의 『슈 도그: 나이키 창조자의 회고록(Shoe Dog: A Memoir by the Creator of Nike)』도 추천하고 싶다. 『에고 이즈 디 에너미』는 개인적 성과개선을 위한 조언과 통찰력, 지혜가 짧은 내용에 알차게 들어간 책이다. 드웩과 마찬가지로, 홀리데이 또한 성공과 성과개선을 위해 확실한 길을 제시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집착하지 말고,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자부심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선 안 되며, 비판에 귀를 막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나이트의 『슈 도그』는 지금까지 읽어본 회고록 중 최고다. 깊은 수준의 감정적 솔직함을 이끌어낸 수작이다. 엄청난 성공과 뼈아픈 실패, 파산 직전의 위기를 모두 겪은 나이키의 흥미진진한 롤러코스터 역사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RICH KARLGAARD 포브스 발행인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6.08.24 09:03

3분 소요
커피 공화국의 대통령

산업 일반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백악관의 주인자리를 노리지 않는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최근 기록하고 있는 놀라운 성과에 고무된 이 억만장자(포브스 부자순위 595위)는 커피 사업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위상을 이용해 미국의 담론이 흘러가는 방향을 바꾸려 한다.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 하워드 슐츠의 호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그 안에는 두 개의 열쇠가 눈에 띈다. 이 중 하나는 전세계에서 최고로 호화로운 스타벅스 매장인, 1만5000평방피트(약 1400㎡) 규모의 로스터리(Roastery)의 문을 여는 열쇠다. 시애틀의 캐피톨 힐 주변에 자리한 이 로스터리는 경탄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고객들 앞으로 윙윙 소리를 내며 방금 로스팅한 커피를 실어나르는 컨베이어 벨트를 고급 카페의 콘셉트와 결합시킨 것이다. 나이키에 나이키타운이 있듯이, 하워드 슐츠는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윌리웡카 스타일의 커피 천국을 만들어냈다. 또 다른 열쇠는 보다 심오한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연다. 스타벅스가 처음 시작된 시애틀 강가 주변에 허름하고 작은 스타벅스 매장을 여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1971년에 멈춰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스타벅스 브랜드를 정의했던 빛 바랜 커피 용기와 카운터가 그대로 있다. 그때 이후 이 매장을 현대화하기 위한 작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때로 저는 새벽 4시 15분에 홀로 이곳을 찾습니다.” 62세가 된 하워드 슐츠의 말이다. “무언가 중심을 잡아야 할 일이 있을 때면 언제나 찾게 되는 가장 좋은 장소이지요.”중심을 잡는다? 지난번 확인했을 때, 억만장자 최고 경영자인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의 중심을 다시 잡겠다는 의지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하워드 슐츠이다. 언제나 힘없는 약자이고, 언제나 수익 추구를 개인사와 연결하는 것이다. 1980년대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직을 맡게 된 이후로, 하워드 슐츠는 로컬 커피점 브랜드였던 스타벅스를 전세계적인 탑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2015년 스타벅스의 매출은 190억 달러를 상회했는데, 이는 친구들끼리 만나고 학생들이 숙제를 하며 연인들이 로맨스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커피와 음식을 함께 제공하는 전략에 힘입은 바가 컸다.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이른바 “인류의 렌즈를 통해 보는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하워드 슐츠는 30억 달러에 가까운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두고 대화를 하면, 하워드 슐츠는 언제나 자신이 무명이었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고는 한다. “저는 여전히 살 길을 찾아 고군분투하던 브룩클린 출신의 꼬마입니다.” 하워드 슐츠의 말이다. “저는 아이비리그 학교에 다니지 않았습니다.” 하워드 슐츠가 상기시킨다. “저는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하워드 슐츠는 어린 시절 누리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억울해 하기보다 소중한 기억으로 생각한다. 하워드 슐츠는 미국, 그리고 사실 전세계가 역경을 딛고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나시(Canarsie)의 암울한 환경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여타 경영진 멤버들로부터 시작해 첫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흑인 및 라틴 아메리카계의 젊은이들까지 모든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록 제가 피부색은 다를지라도, 저도 결국 이처럼 불우했던 아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하워드 슐츠의 이야기는 고전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하워드 슐츠는 지난해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루머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그러나 하워드 슐츠 자신은 이번 대선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슐츠 자신이 이미 커피사업을 기반으로 미국의 담론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연단을 무기로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벅스가 재무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면서 하워드 슐츠는 이러한 무기를 쓸 수 있는 가히 막강한 권위까지 손에 넣었다. 무엇보다 하워드 슐츠는 미국이라는 기업의 최고 조정자(conciliator)가 되고자 한다. 하워드 슐츠는 불만에 찬 정치계와 일상의 담론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하나의 국가로서 미국이 “양심을 잃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에 지난해 영감의 원천을 찾아 참전군인 병원에서 인도 힌두교 암자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소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믿음에 대해 말해줄 것을 청했다. ━ 미국이라는 기업의 최고 조정자를 노린다 이제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가 사람들이 선거에 대해 다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곳, 총기휴대 및 인종과 같은 어려운 이슈에 대해 서로 존중하며 토론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시민권과 인류를 고양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하워드 슐츠가 시작한 성전은 지난 3월 뼈아픈 수모를 겪었다. 2014년 말, 하워드 슐츠는 미주리 주 퍼거슨 지역에서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던 한 흑인 10대 청소년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백인 경찰관이 무죄로 방면된 이후 발생한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 스타벅스의 직원들 역시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바리스타와 매장 매니저들은 이들이 목도한 추악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서로 포옹을 나누었고, 모든 이들은 미국이 과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에 크나큰 감명을 받은 하워드 슐츠는 7천 여개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러한 대화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바리스타들에게 수백 만개에 달하는 고객들의 커피잔에 “레이스 투게더(Race Together)”라는 문구를 적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바리스타들과 달리 바쁜 아침 시간 커피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서로에게 타인일 뿐인 고객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일주일 후 스타벅스의 “레이스 투게더” 캠페인은 종료되었다.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애틀에서 탄생한 커피제국 스타벅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야심을 드러내고 있으며, 하워드 슐츠는 사형제도의 부당성, 만성적인 실업률, 참전군인 이슈 그리고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의 대학교육에 대한 열망 등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인종 이슈를 문제로 삼은 캠페인이 실패로 끝난 이후 하워드 슐츠가 펼치고 있는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마치 카니발에서 칼을 삼키는 곡예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켜보는 이를 기대감으로 부풀게 하면서도 한 순간 끔찍한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두려운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몇 주 전 나는 하워드 슐츠와 종이컵에 담긴 스타벅스 에이지드 수마트라를 홀짝홀짝 마시며 브루클린 음악원의 텅 빈 무대로 들어섰다. 하워드 슐츠는 무대에 오르기 전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몇 분 후 무대에 오르면 무엇이 미국 사회에서 잘못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스타벅스가 선함을 이끌어내는 힘이 될 수 있을지 라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300명 직원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자리였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원대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열망과 망설임이 함께 섞인 목소리로 슐츠가 이야기한다. “한 조각의 찰흙을 가진 것과 같습니다. 아직 모습이 빚어지지 않은 찰흙이지요. 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입니다.”무대로 올라선 하워드 슐츠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망한 군인들에 대한 사망보험금, 총기 안전 그리고 2016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자신에 우려하는 사안들을 짚어나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단지 주가를 올리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슐츠가 외쳤다.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가 가진 힘을 사용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이후 90분 동안 매장 매니저 및 바리스타 34명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걱정거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유권자가 그러하듯, 지역 학교에서 자신들이 한 봉사활동에 대해 이야기한 소수를 제외하면 이들은 정책 이론보다는 자신이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암울한 현실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가게에 노숙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더 안전을 강구할 수 있을까요?...바리스타를 위한 교육을 더욱 많이 제공할 수 있을까요?...아동보육에 대한 옵션이 가능할까요?... ━ 대중을 다루는 타고난 정치인 자질 “정말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슐츠는 질문을 던진 몇몇 직원들에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슐츠는 직원들을 안심시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한 비정규직 직원이 유급휴가 시간이 많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하자, 슐츠는 이렇게 선언했다. “자, 보세요. 스타벅스에서 16년째 일하셨지요. 당신은 마땅히 휴가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휴가를 드리지요.” 강연장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슐츠는 질문을 던진 바리스타에게 다가가 포옹을 했고, 누군가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군중을 다루는 슐츠의 모습을 보면, 왜 그가 타고난 정치인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때 하워드 슐츠를 사로잡았던 정치적 열망은 이제 사그라들었다. 평생 민주당을 지지해 온 하워드 슐츠는 더 이상 자신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들에 대한 해답을 정부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슐츠는 2008년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후로 대통령에 대한 정치헌금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워드 슐츠는 병든 미국을 고치겠다는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 적어도 스타벅스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연구소로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작년 스타벅스는 군부대 근처에 19개의 매장을 세워 퇴역군인과 현역군인의 배우자들이 이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고용했다. 또한, 대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피닉스, 시카고 및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도시에서 대규모 직업박람회를 열어 실직 상태의 젊은이들이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초청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바리스타를 비롯한 스타벅스 직원들이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온라인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학비를 전액 부담하고 있다.대부분의 기업에서, 최고경영자가 사회적 대의를 추구하는 데 너무나 심취해 있다면 이는 주주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스타벅스에서 3%가 채 되지 않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하워드 슐츠 역시 투자자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너럴 일렉트릭과 JP 모건체이스의 냉정한 기업문화에 수년간 몸담고 있다 2011년 스타벅스에 합류한 최고재무담당자 스콧 모(Scott Maw)는 스타벅스가 특수한 사례라고 이야기한다. 모의 의견에 따르면, 기관차나 대출상품이 아닌 라테를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3달러45센트짜리 그란데 사이즈의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닌, “즐거운 경험과 윤리적으로 건전한 실천방식”을 향한 티켓이 된다는 것이다. 하워드 슐츠의 성전은 스타벅스가 판매하는 제품의 일부로 녹아들어, 스타벅스를 지구상 최대 규모의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하워드 슐츠는 언제나 카페인을 판매하는 것보다 더 원대한 무언가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2009년 스타벅스에 관한 책인 『Everything but the Coffee』를 쓴 템플 대학의 역사학 교수 브라이언트 사이몬의 말이다. 슐츠가 주창하는 캠페인의 대부분이 휘황찬란하게 치장된 신기루와도 같다고 주장하는 사이몬 교수는 주위를 계속 맴도는 잔소리꾼인 셈이다. 스타벅스가 소유한 자체 생수 브랜드인 에소스(Ethos)를 예로 들어보자. 고객들은 구매액의 5센트가 사람들이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 있도록 쓰인다는 사실에 대해 열광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생수 한 병당 원가가 1달러80센트인데 반해, 스타벅스는 구매가격의 97%를 수익으로 가져간다.심지어 무상대학교육 프로그램조차 사이몬 교수에게는 불만스럽다. 이는 고객들로 하여금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들이 장래가 없는 직업의 덫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믿게끔 하기 위한 홍보용 곡예와도 같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저는 학위를 취득하는 바리스타들의 수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군요.” 사이몬 교수의 말이다. ━ 지구상 최대 규모의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 하워드 슐츠 역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리조나 주립대학과 함께 시작한 무상대학교육 프로그램은 2년 전 시작되었고, 5000명의 직원들이 이미 등록했다. 오늘날까지 44명의 직원이 학위를 취득했다. 이 밖에 1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이번 봄에 졸업이 예정되어 있다. 예전에 받은 커뮤니티 칼리지의 학점을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시스템으로 이전하고, 전공을 결정하고, 등록 및 학기말 리포트 등의 마감기한을 지키는 것 모두 바리스타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이 프로그램을 공개한 이후, 스타벅스와 아리조나 주립대학 모두 학생 로그인 코드를 건네주고 그저 좋은 결과를 있기를 바라기보다, 학사 과정 전체를 통틀어 온라인 수강생인 바리스타에게 도움을 주고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프로그램의 성과가 명확하게 드러날 때까지는 3~4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실제로 스타벅스를 창업한 이들은 고든 보커, 제브 시글 그리고 제리 볼드윈으로 1971년 스타벅스를 시작했다. 슐츠가 스타벅스에 합류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워낙 슐츠가 스타벅스의 경영을 맡은 지가 오래되어 그 자신도 마치 자신이 창업자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하워드 슐츠는 매일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기상해 전날의 매출 보고서를 검토한다. 스타벅스의 브루마스터들이 매년 가을에 나오는 리저브 홀리데이 블렌드(Reserve Holiday Blend)에 에이지드 수마트라를 좀 더 넣도록 하는데, 이는 에이지드 수마트라가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이고 그 맛이 대단히 좋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 속 깊이 진심으로 각각의 매장을 마치 자신의 가게처럼 생각하기에, 하워드 슐츠는 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걱정을 금할 수 없다. 최근 열린 직원 회의에서 직원들이 스포티파이와 체결한 새로운 음악 파트너십을 홍보하는 엽서 크기의 카드를 보여주었을 때, 하워드 슐츠는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이건 음악에 대한 파트너십입니다. 뭔가 활기찬 느낌이 있어야 합니다. 칙칙한 검정 대신 녹색으로 할 수 있을까요?”) ━ 지난 5년간 두 배가 넘는 매출 신장 하지만 만약 최고경영자가 모든 사안에 대해 승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사결정의 속도는 달팽이 걸음만큼이나 느려질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하워드 슐츠는 최근 외부에서 검증된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영입해 스타벅스의 경영진을 강화했다. 여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최고운영책임자 케빈 존슨, 그리고 디즈니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전략가인 매트 라이언이 포함된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바로 결코 멈출 줄 모르는 성장 가도를 달리는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의 주가는 2015년 48%나 상승했으며, 올해 시가총액은 86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커피를 지속적인 주력상품으로 하는 가운데 식품사업이 계속 확장하며 지난 5년간 두 배가 넘는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카푸치노와 고대 곡물 플랫브레드로 만든 치킨 아티초크 샌드위치를 곁들이는 것은 어떤가?) 스타벅스 모바일 결제 앱에 가입한 고객의 수가 1600만 명이 넘어서면서 고객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잔돈을 거슬러 받느라 기다리는 고객들의 수가 줄어들고 시간당 매출이 증가하며 이에 따라 수익이 상승한다. 스타벅스의 이자와 법인세를 차감하기 전 이익은 19.7%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치폴레나 파네라와 같은 기업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적어도 2018년까지는 연간 1% 정도 스타벅스의 마진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가 더욱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아무런 문구도 넣지 않은 빨간색 종이컵을 내놓으면서 지난 11월 발생한 소동에서 볼 수 있듯이 심지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조차도 결국 사업에 도움이 된다. 스타벅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매출이 사상 최고의 기록을 경신하는 데 일조했다.때로는 성공적인 아이디어가 하워드 슐츠의 찬성보다는 반대를 이겨내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 2008년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가 녹은 치즈로 만든 아침용 샌드위치의 판매를 중단할 것을 화를 내며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구운 체더 치즈가 갓 내린 커피의 부드러운 아로마를 압도하는 향을 낸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녹은 치즈로 만든 메뉴는 재기에 성공했다. 대신 산미가 높은 큰 덩어리의 체더 대신 중간 정도의 산미를 지닌 보다 잘게 썬 체더 치즈를 화씨 1100도가 아닌 500도에서 구웠다. “하워드를 설득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스타벅스의 제품 개발을 총괄하는 루이지 보니니의 말이다.최근 들어 하워드 슐츠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도전하는 약자라는 자신의 마인드와 잘 들어맞는 동시에 스타벅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최신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사업으로 스타벅스가 큰 야심을 펼치고 있는 수많은 내륙 도시들을 비롯하여 베이징과 상하이를 분기별로 방문하고 있다. 현재 이들 매장에서는 대부분 오후 시간에 차, 프라푸치노 그리고 월병을 판매한다. 하워드 슐츠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머지 않아 중국 역시 커피를 “아침에 마시는 습관”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현재 스타벅스는 중국에 2000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4배 신장한 수치이다. 상하이(432)는 서울과 뉴욕을 제치고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로 등극했다. 하워드 슐츠는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중국의 중산층이 어찌됐건 스타벅스에 수혜가 될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중국 사업이 확실히 미국보다 더욱 큰 규모가 될 것입니다.” 하워드 슐츠가 지난 1월 애널리스트들에게 한 말이다. 슐츠가 펼치는 또 다른 대규모 프로젝트는 침착한 자세로 고급 커피 시장을 방어하는 것이다. 하워드 슐츠는 소규모 양조장이나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초콜릿 제조사들이 스스로를 미각의 진정한 수호자로 포지셔닝하면서 버드와이저나 허쉬와 같은 대중시장 브랜드가 매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목도했다. 하워드 슐츠는 이처럼 그 누구도 스타벅스를 가로막지 못할 것이라 단언한다. 사실 오늘날 커피업계에서는 필즈(Philz), 블루보틀(Blue Bottle),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 그리고 스텀프타운(Stumptown)과 같은 야심찬 신진기업들이 최고급 원두와 서빙 스타일을 내세우며 각광 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 신생 브랜드는 예를 들어 12온스 들이 쓰리 아프리칸(에티오피아와 콩고산 원두의 블렌딩) 원두를 15달러75센트에 판매하면서 시장의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 ━ 중국에 2000개 매장 열어 중산층 겨냥 하워드 슐츠는 걱정하지 않는다. 대신 스타벅스 리저브(Starbucks Reseve)라는 독특한 포장백에 담긴, 양은 적으면서도 값은 오히려 더 비싼 원두 제품을 들고 경쟁사에 대항하고 있다. 8.8온스 들이 100%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첼바 원두제품의 가격이 17달러50센트로, 이 제품은 “이국적인, 희귀한, 아름다운”과 같은 기교를 부린 마케팅 문구와 함께 보통 스타벅스 매장에 마련된 전용 진열장에 여타 고급 커피원두 제품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최고급 커피는 극도의 우아함을 자랑하는 시애틀의 로스터리에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다. 하워드 슐츠는 자신의 아이폰으로 낮이건 밤이 건 계속 작업 중인 로스터리의 사진을 찍어 이사회 임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있다. “하워드는 광신자에요.” 스타벅스의 이사인 홉슨의 말이다.스타벅스 이사의 정년은 75세이고, 슐츠에게는 정년까지 13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하워드 슐츠는 2000년과 2007년 사이에 한 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회장직만 맡으며 시애틀 슈퍼소닉스 농구팀을 소유한다던지 하는 것처럼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린 적이 있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실적이 저조해지면서 하워드 슐츠는 이 사회의 쿠데타로 최고경영자직에 복귀했다. 그의 말로는 더욱 많이 경청하고 타인에 대해 더욱 많은 인내심을 보이며 이번에는 스스로의 페이스를 더욱 잘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거대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소요되는 에너지, 정력 그리고 호기심이라는 측면에서 젊은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스스로 인정한다. 그렇다 해도 좀 더 스타벅스에 남아있을 계획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직 임무를 완전히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하워드 슐츠의 일정을 자세히 검토하면, 하워드 슐츠가 자신이 선을 위한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얼마나 자주 자신을 타인의 문제에 대해 염려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몰아넣는지 놀라게 된다. 수퍼소닉스의 스타 플레이어였던 빈 베이커(Vin Baker)가 파산한 후 알코올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슐츠는 베이커가 스타벅스의 경영 프로그램을 통해 매장 관리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왔다. 사형수 변호사인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부당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자신의 노력에 대해 쓴 책 『Just Mercy』를 출간하자,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 책을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는지 하워드 슐츠는 스티븐슨의 사무실을 방문해 하루는 아침 시간을 알라바마의 교도소에서 거의 30년의 시간을 보낸 후 자유가 된 앤소니 레이 힌튼과 보내기도 했다. “힌튼은 30년 동안 포크를 손에 쥐어 본 적이 없었다. 힌튼을 만난 경험은 내 삶을 바꾸었다.” 하워드 슐츠의 말이다.알라바마의 변호사 스티븐슨이 쓴 책은 몇 달 동안 스타벅스 매장에 진열되었으며 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처럼 강렬한 경험을 하고 난 이후, 사무실 구석에 앉아 거액의 돈을 지출하는 자선 활동을 벌이는 것은 “성취감을 주지 못한다”라고 하워드 슐츠가 말한다. 태풍 카트리나를 기억하는가? 이로부터 3년 후 스타벅스 직원들은 카트리나로 타격을 입은 뉴 올리언스 지역의 재건을 돕기 위해 단체로 봉사활동에 나섰고, 슐츠는 주택 재건축 프로젝트에 나가게 되었다. 현장에서 사다리와 페인트통을 본 슐츠는 아픈 허리를 감싸쥐고 페인트 칠을 도왔다. 하워드 슐츠를 자극하는 원동력은 사회 생활 초년생 당시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위기사태에 대해 갖고 있는 우울한 기억이다. 1980년대 중반 하워드 슐츠는 원두 공급업체를 검사하기 위해 과테말라로 처음 출장을 가게 되었다. 재배업자들은 회사가 지불하는 금액 중 아주 일부만이 자신들에게 돌아온다고 귓속말을 했다. 과테말라의 지급 시스템은 뇌물과 비공개 ‘커미션’으로 얼룩져 있었다. 슐츠는 이에 대해 그 어떤 조치를 취하기에는 자신이 너무나 신출내기이고 무력하다고 생각했다. 이때 아무런 행동에도 나서지 않았던 것이 오늘날까지 슐츠에게 족쇄가 되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날 슐츠는 1억 달러의 자본을 바탕으로 자신과 아내 쉐리(Sheri)가 관장하는 슐츠가족재단을 통해 점점 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슐츠는 향후 훨씬 더 많은 자산이 재단으로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 GEORGE ANDERS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의도는 좋았던 실패 돈키호테처럼 비현실적인, 비실용적인, 시대를 앞선… 수식어를 나열하자면 끊임없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한결같이 동일하다. 억만장자들조차도 공상적인 박애주의를 바탕으로 내세운 대의가 계획한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실패로 끝난 하워드 슐츠의 ‘레이스 투게더’와 같은 프로그램을 벌이고도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억만장자들의 사례를 아래와 같이 살펴보자. 빌 게이츠 공립고등학교의 규모가 작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믿음은 빌 게이츠로 하여금 20억 달러의 재단자본금을 들여 미국 전역에 더 작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나서게 했다. 2009년 공개된 재단 명의의 서한에서, 빌 게이츠는 “우리가 투자한 학교의 대다수에서 학생들의 성취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라고 인정했다. 마크 주커버그 2010년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주커버그는 오랜 동안 실패를 거듭해온 뉴저지주 뉴어크의 학교 시스템을 되살리고자 1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다. 주커버그에게는 참으로 안 된 일이지만, 교사들은 계획에 동조하지 않았고, 컨설턴트들이 난무했으며 학생들은 자금이 바닥난 이후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피터 루이스 작고한 프로그레시브 인슈런스의 피터 루이스 회장은 마리화나 합법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는 데 4천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피터 루이스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뉴질랜드에서 마리화나 소지죄로 체포되기도 했다. 2012년 피터 루이스가 사망하기 전 콜로라도와 워싱턴 주에서만 마리화나가 합법화되었다. 조지 소로스 1980년대부터 헤지펀드계의 거인, 조지 소로스는 더욱 개방된 사회를 도모할 수 있기를 바라며 동유럽 지역에 돈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나의 원대한 계획은 간발의 차이로 실패한 것 같다.” 조지 소로스는 1991년 내놓은 저서『민주주의의 보증(Underwriting Democracy)』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며 실패를 인정했다.

2016.03.24 10:53

15분 소요
ART - 미술가들의 작품에 둘러싸여 잠을 자는 기분은 어떨까?

산업 일반

뉴욕 칼튼 암스 호텔,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 등 개성 있는 미술가들이 거주하면서 꾸민 객실들로 독특한 분위기 자아내 뉴욕 이스트 25번가에 있는 칼튼 암스 호텔. 2층 계단통에서 멋쟁이 젊은 커플이 벽에 그려진 커다란 만화 캐릭터들을 열심히 들여다 본다. 여자의 눈이 쇠창살 뒤에서 시퍼런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흉악범으로부터 그 옆의 여자 목동 쪽으로 옮겨 간다. 말 위에 올라타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소리를 지르는 그 목동의 한쪽 손엔 도화선에 불이 붙은 폭탄이 들려 있다. 남자가 여자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소곤거린다. “이 벽화는 뱅크시가 그린 거야.”“설마!” 여자는 잠시 더 넋 놓고 그 그림들을 바라보다가 남자 쪽으로 돌아서서는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며 말한다. “이제 마임 보러 갈래요?”이런 제안에 대한 답은 들어보나마나 예스다. 거기서 2층 복도를 따라가다 보니 아직도 페인트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방이 나온다. 아름다운 갈색 눈을 가진 여류 미술가가 조잡한 푸른색 나이트 가운을 입고 슬픈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온몸을 비틀고 있다. 얼마 전 자신이 벽에 그린 인상주의 누드화를 흉내 내는 듯하다. 복도에서는 손님들이 와인을 마시며 벽을 무질서하게 뒤덮고 있는 그림들을 사진에 담는다.요란한 색채의 붓 자국이 눈길을 끄는 그림부터 절제된 분위기의 난해한 그림까지 다양하다. 열려 있는 또 다른 문으로 들어가니 바닥부터 천장까지 다채로운 색상의 쓰레기 봉투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방이 나온다. 마네킹 하나가 음식 찌꺼기에 둘러싸여 있다. 건물 안에 사는 고양이들이 성난 울음소리를 내며 손님들의 다리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칼튼 암스 호텔에서 해마다 열리는 객실 공개 파티의 한 장면이다. 약 120년의 역사를 가진 이 부티크 호텔은 뉴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보헤미안 미술의 본거지이지만 그에 합당한 명성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열린 올해 객실 공개 파티에서는 이 호텔의 전통인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 꾸며진 객실 5개가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은 가능성 있는 시각예술가들을 호텔에 초대해 몇 달 동안 머무르게 하면서 작업을 하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예술가들은 무료로 숙박을 제공 받는 대신 거주 기간 동안 객실 하나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1980년대 중반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거의 200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저마다 독특한 방을 꾸몄다. 대다수 객실의 그림은 처음 작품 위에 여러 차례 다시 그려졌으며 원래 그림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경우는 극소수다. 행복이 넘치는 영국 시골의 오두막 그림부터 드립 페인팅(그림물감을 흘리거나 튀겨서 그리는 액션 페인팅) 기법으로 그린 바다 풍경, 거대한 팝아트 초상화, 사진처럼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된 일본풍의 식물화, 사람의 얼굴과 포도 나무를 결합한 포스트모던 회화까지 다양하다.4개 층에 총 54개의 객실을 갖춘 이 호텔의 내부는 예술성이 흘러 넘친다. 골동품이 여기저기 놓여 있는 로비와 버블랩(완충 작용을 하도록 기포가 들어 있는 비닐 포장재)을 붙여 놓은 천장, 들쭉날쭉한 피아노 건반이 그려진 창턱까지 곳곳에서 꾸미지 않은 창조적 불규칙성이 번득인다.“방마다 페인트 칠이 벗겨지는 게 보인다. 그 페인트 밑으로 또 다른 겹의 페인트가 벗겨진다.” 칼튼 암스의 프런트 직원 다렉 솔라르스키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폴란드 출신으로 10년 전 이 호텔의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에 참여한 솔라르스키는 현재 트롱프 뢰유(실물로 착각하도록 그려진 그림) 기법으로 호텔 사무실의 천장화를 그리고 있다. “우리는 이 호텔의 미술 프로젝트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참여 미술가 수가 많은 프로젝트로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곤 한다”고 그가 말했다.“실험적인 분위기의 방들이 있는가 하면 어둡거나 천박하게 느껴지는 방들도 있다. 호텔 측이 각 방의 디자인을 미술가들의 자유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예술의 질이 천차만별이다.” 독일 출신의 프런트 직원 알렉스 볼코비치가 말했다. 그녀는 2012년 이 호텔의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에 참여해 재활용 유리로 된 종유석 모양의 장식물로 현대적인 방을 꾸몄다. “이곳은 미술가들에게 가족 같은 환경을 제공한다. 또 관람객은 그들의 작품을 기존 갤러리에선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감상하게 된다. 투숙객들은 미술가의 작품에 둘러싸여 잠을 잔다. 정말 친밀한 접근 방식이다.”칼튼 암스 호텔은 뉴욕의 부유한 킵스 베이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비트족(Beat Generation, 1950년대 기성질서에 반발해 저항적인 문화와 기행을 추구한 일단의 젊은 세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다. 현관 위에 쳐진 빨간 차양이 근처 바루크 대학에 줄지어 선 높은 건물들의 위용에 눌려 유난히 작아 보인다. 이 호텔은 뉴욕 미술계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상적인 작가들 덕분에 국제적 명성을 누린다. 이런 프로그램이 더 보편적인 유럽에서는 특히 그렇다.칼튼 암스의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은 많은 미술가들로부터 독특한 작품을 이끌어냈다. 그중에는 스페인 현대 미술가 파코 시몬, 뉴욕 거리 미술의 선구자 리처드 햄블턴, 신비에 싸인 그래피티 아트의 거장 뱅크시 등 나중에 스타덤에 오른 미술가들이 꽤 있다.뱅크시는 1999년 이 호텔에 거주하면서 객실 하나와 계단통에 그림을 남기는 등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객실에는 의인화한 사파리 동물들이 등장하는 만화를 그렸다. 요즘 그의 그림에서처럼 주인공들이 정치색을 띄진 않지만 기린 그림에 ‘R.I.P.’(Rest In Peace, ‘평화롭게 잠들다’라는 뜻으로 묘비에 주로 쓰인다)라고 쓰인 생각 풍선을 달아 지치고 피곤한 기색을 드러냈다. (칼튼의 직원들은 뱅크시의 비밀주의에 장단을 맞추기라도 하듯 당시 그가 꽤 과묵했다고만 말했다.)“난 요즘도 아직 들어가보지 않은 방들을 구경하고 다닌다.” 현재 이 호텔에 거주하며 쓰레기 봉투 그림으로 방을 꾸민 타스마니아 출신의 미술가 롭 오코노가 말했다. “이 그림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첼시의 갤러리에서 흔히 보는 개성 없고 번지르르한 그림들과는 다르다. 이곳은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다.”시몬도 같은 생각이다. “칼튼 암스에서의 경험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이곳에서 놀라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내게 다양한 영감을 줬다. 어디에도 이런 곳은 없다. 뉴욕에 갈 때마다 그곳에서 지낸다.” 시몬이 1989년 한 객실에 그린 지중해풍의 그림(햇빛에 바랜 듯한 색상과 누드 여성들이 인상적이다)은 지금도 그대로 있다.호텔 내부를 보면 조각조각 짜 맞춘 모자이크 같은 이 건물의 역사가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다. 1888년 근로 계층을 위한 호텔로 지어진 뒤 금주법이 시행된 1920년~1933년에는 주류밀매소 역할을 했으며 1950년대에는 마약중독자와 매춘부들의 소굴이 됐다. 1960년대에 이 호텔은 뉴욕시의 인가를 받은 1인거주 호텔(SRO)로 변모했다. 고령자와 노숙자 등 복지 수혜자들에게 장기 주거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당시 이곳의 분위기는 매우 불안했다. 동시에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충격적이고 슬픈 곳이었다. 여기 살던 사람들은 길 잃은 영혼들이었다.” 1980년대 초에 이 호텔을 운영하기 시작한 에디 라이언이 말했다. (현재 그는 코스타리카에 살면서 ‘라 코스타 데 파피토’라는 호텔을 운영한다.)SRO 프로그램은 라이언이 이 호텔에 온 지 몇 년 뒤 끝났다. 호텔의 음울한 실내장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는 시내에 사는 미술가 친구들을 불러들여 객실의 새단장을 맡겼다. 미술가들이 이 대형 캔버스 앞으로 모여들면서 호텔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당시 새로 인쇄한 호텔 광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칼튼 암스 호텔: 이곳은 홀리데이 인 호텔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 베개 위에 놓인 것은 초콜릿이 아닙니다.”그후로 이 호텔의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은 꾸준히 계속돼 왔으며 주로 비수기인 겨울에 진행된다. 최소한의 편의시설만 갖춘 객실들은 요금이 1박에 70달러부터 시작해 맨해튼의 호텔치고는 이례적으로 싸다. 이곳은 다채로운 특징들로 넘쳐난다. 현재 이 호텔의 지배인인 존 오그렌은 “이곳엔 별난 사람들이 모여든다”고 말했다. 괴짜 예술가와 손님들이 로비에 모여 수다를 떨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그들은 호텔 위층의 유령에 대한 소문을 한층 더 부풀리며 신이 나서 떠들어댄다.휘트니 미술관 독립 연구 프로그램의 커샌드라 구안은 퀸스의 스튜디오 단지 ‘플럭스 팩토리’ 등 뉴욕에는 다른 실험적인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칼튼의 주 기능이 호텔이라는 점이 이 프로그램을 독특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은 (휴양지 같은 곳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 미술가들을 도시로 불러들이는 게 아니라 도시에서 떠나도록 만든다. 또 도시의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은 미술가들에게 숙박을 제공하지 않는다.”칼튼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미술가들이 이 호텔에 강한 애착을 지니는 이유는 가족적인 분위기 때문인 듯하다. 2011년 ‘하트 체임버’ 객실을 꾸며 인기를 끈 제임스 저코 피셔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일하는 동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았다. 이 프로그램은 진정한 상조 시스템이다. 20세기 초 뉴욕과 미래의 뉴욕을 이어주는 관문이다.”현재 이 호텔의 직원인 피셔는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 참가 지원자들이 온라인으로 제출한 디자인 계획을 훑어보고 있다. 호텔은 1년 내내 문을 열지만 미술가들이 꾸민 객실은 연례 객실 개방 파티 때 무료로 대중에 공개된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미술가들이 꾸민 객실을 예약해 그 안에서 직접 잠을 자보는 게 좋다. “이 호텔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념관이다.” 라이언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뉴욕에 갈 때면 늘 머물 곳이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다.”

2014.04.29 15:42

6분 소요
동남아 여행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산업 일반

Holiday Enhancements 가슴 확대술이나 코 성형을 받고 싶어도 근처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건 좀 꺼려질 수 있다.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주위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멋진 섬에서 수술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해변의 태양 아래서 한 2주를 보내고 오면 좋은 데 다녀와서 그런지 아주 보기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을지도 모른다. 지금 동남아에서는 의료관광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곳에 가면 낭만적인 휴가를 즐기면서 전문적이고 값싼 외과수술을 받을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남아 국가들은 너도나도 최상의 조건을 내건다. 태국은 미용 성형지로 정평이 나 있다. 말레이시아는 자기 나라가 무슬림 환자의 천국이라고 선전한다. 싱가포르는 최신 의학기술을 자랑한다. 발 빠른 관광업자들은 이미 의료관광의 잠재력을 간파했다. 동남아의 의료관광지 몇 곳을 소개한다. 태국 푸껫: 쓰나미를 신속하게 극복한 해변은 어느 때보다 깨끗해졌다. 방콕 푸껫 병원은 눈꺼풀 수술에서 체형 윤곽 교정술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열 파라다이스 같은 파통 해변가 호텔에서 6일을 숙박하며 쌍꺼풀 수술을 받는 패키지 가격은 1천2백 달러부터 시작한다. 파통 해변에서 3일을 숙박하면서 치아미백술을 받고 저녁 만찬·쇼와 함께 팡가만에서 카약을 즐기는(점심 제공) 패키지 가격은 6백 달러부터다(phuket-health-travel.com). 방콕: 수도 방콕은 아시아인들이 즐겨 찾는 주말관광 명소가 됐다. 고급 스파와 보톡스 시술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양히종합병원(yanhee.net)은 눈가주름용 보톡스를 3백20달러, 안면중앙부용 보톡스를 2천 달러에 시술한다. 모두 이틀치 숙박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말레이시아 페낭: 할랄(이슬람 율법에서 식용을 허락한 고기)과 백사장, 풍부한 문화유산 덕분에 인도네시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요즘은 미국·유럽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4천5백 달러면 가슴 확대술을 받고 유서 깊은 5성 호텔 이스턴&오리엔탈에서 14일간의 숙박이 가능하다(beautiful-holidays.com). 겐팅 리조트: 겐팅&HSC 체크인체크업 홀리데이 패키지(hsc. com.my/fdoctors/Genting_Pack age. html)를 이용하면 콸라룸푸르에서 종합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고 저녁에는 카지노 이용도 가능하다. 최고급 호텔 2박이 포함된 건강진단 패키지는 5백80달러에서 8백80달러나 한다. 혹시 운이 좋으면 블랙잭으로 경비를 건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싱가포르 라이언 스테이트는 근시 치료가 발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 남자 주민의 80% 이상이 근시다. 싱가포르 국립안과센터(snec.com.sg)는 한 해에 라식 시술 3천 건을 포함, 1만1천 건의 레이저 시술을 한다. 라식은 눈 한쪽 당 7백55달러다. Summer in March 3월에 만나는 여름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웠다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앞선 계절을 만나보자. 그곳은 벌써 여름이 한창이다. 숙박 유서 깊은 호텔 엘러맨하우스가 좋다. 잘 다듬어진 잔디와 밴트리만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남아프리카의 독특한 예술작품도 꼭 만나보길(5백70달러부터·ellerman. co. za). 관광 옛날 정치범 수용소이자 넬슨 만델라가 투옥됐던 로빈 아일랜드에 들러보자. 만델라의 감옥 동료들이 안내를 맡는다(입장료 25달러). 수영 케이프타운에는 멋진 해수욕장 4곳(클리프턴1, 2, 3, 4)이 있다. 음식 와카메에서 초밥과 해산물을 즐기시길. 풍광 또한 끝내준다(20달러부터). 음료 캠프만의 이클립스 바에서 칵테일을 마셔보자. 넓은 테라스에는 마티니 스페셜을 홀짝이는 관광객들이 많다. 기회가 되면 오피엄에 들러 케이프타운 최고의 DJ들도 만나보시길. 쇼핑. 그린마켓 스퀘어에서 아프리카 수공예품을 사거나 프란스후크 와인루트를 지나다 와인 몇 병을 사도 좋다(Fransch hoek.org.za).

2005.03.25 14:50

3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