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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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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열외된 증권사 CEO…뭇매 맞는 은행권에 밀렸다

증권 일반

올해 국정감사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아무도 출석하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업계에선 공매도 규정 위반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은행권의 잇단 횡령과 론스타 책임론 에 가려진 모양새다. 앞서 지난 국감에서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증권사 CEO들이 대거 불려 나왔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명단에 증권사 CEO들이 모두 제외됐다. 정무위는 금융권과 금융당국을 관할하는 상임위원회로, 지난 6일 금융위원회에 이어 11일엔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국감을 치른다. 올해 금융권에 대한 국감은 시중은행의 횡령과 이상 해외송금 이슈에 집중된 모습이다. 정무위는 11일 금감원 국감에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등 5대 시중은행 은행장을 모두 증인으로 불러낼 예정이다. 단 한 명의 CEO도 출석하지 않는 증권업계와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서만 우리은행(700억원)을 비롯해 722억6700만원(15건)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은행장들의 줄소환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만 공매도 규정 위반과 전산장애 등으로 비판받았던 증권사들이 국감에서 열외된 건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당초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정무위 국감의 증인 명단안에 포함됐지만 최종명단에서 빠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공매도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해 지난 2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 또 지난 8월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15시간 이상 접속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한국투자증권의 공매도 규정 위반이 직원의 ‘단순 실수’라는 데 공감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등 개인투자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의 규정 위반에 고의성이 짙다고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은 ‘실수’로 결론 내린 바 있다. 프로그램상 미비점이 있는 것은 맞지만 시세조종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거래량이 적어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끊이지 않는 금융투자업계의 불법 공매도 의혹은 대부분 외국계가 주체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올해까지 적발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는 총 127건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국내 증권사의 비중은 6.2%(8건)에 불과하다. 올해 공매도조사팀을 신설한 금감원이 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두 증권사는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물량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다. 지난 국감에서 증권사 CEO들이 이미 줄소환 됐었다는 점도 정무위 의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증권업계는 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로 큰 홍역을 앓았다. 이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2020년부터 2년 연속 국감 증언대에 섰고,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도 2020년 국감에서 질의를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는 현재 마무리 수순이고, 공매도 논란은 금융당국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올해는 시중은행의 횡령, 이상 외환거래에다 금융당국의 론스타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증권업계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넘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2022.10.10 08:00

2분 소요
희비 갈린 증권계 CEO…증권사 ‘승진’ 자산운용사 ‘교체’

증권 일반

연말 인사시즌을 맞은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주식투자 열풍으로 호황을 누린 증권사 수장들은 승진과 연임 소식이 잇따르지만 자산운용사 수장들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ETF 전문가로 교체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3월 사이에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건 KB증권과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4개사 수장이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딛고 올해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이뤄낸 점이 연임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우선 올해 말 ‘2+1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는 각각 1년 임기를 더 부여받았다. KB증권이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5433억원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달성한 덕분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60.5%에 달한다. 특히 자산관리(WM) 부문을 맡은 박정림 대표는 증권업계 유일한 여성 CEO로 금융지주 내 입지가 탄탄하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라임펀드 사태 관련 ‘문책경고’ 중징계(금융권 취업 3~5년 제한)를 통보받아 연임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금융당국이 CEO 제재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금융계열사 CEO 중 연임 유일 올해 국내 증권사 최초 순이익 ‘1조 클럽’에 입성한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도 1년 연임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정 대표 취임 후 매년 최대 실적 경신 랠리를 이어왔다.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04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86.2% 성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6월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팝펀딩 등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금 전액 보상을 결정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통해 탄탄한 고객 신뢰를 구축한 점이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도 1년 더 임기를 이어간다.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라임펀드 사태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조직·인력 쇄신 등의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6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1% 뛰었다. 내년 금융시장이 낙관적이지 않아 CEO 연임으로 안전성을 추구하려는 금융투자업계 분위기도 이 대표 연임에 영향을 미쳤다. 이외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자리를 지키게 됐다.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CEO들이 물갈이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 대표는 이번 연임 성공으로 임기가 2024년 3월까지 늘어나게 됐다. 삼성증권의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821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74% 증가했다. 승진한 CEO도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내년 1월 1일자로 미래에셋그룹 회장 직위에 오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최현만 신임 회장 승진엔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역동적인 그룹을 만들겠다는 박현주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삼성·한투운용, ETF 점유율 확대 위해 대표이사 교체 자산운용업계는 분위기가 증권업계와 반대다. CEO 교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로 간접투자 시장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이 몰리는 상황이 CEO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순자산총액은 70조6000억원에 달한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조7000억원으로 코스피 거래대금의 2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 거래액의 4분의 1이 ETF 거래액인 셈이다. 이에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에 ETF를 처음 전파한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새 수장으로 내정했다. 외부 수혈로 CEO를 영입한 것은 처음이라 ETF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파격적 인사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ETF 시장 내에서 약 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ETF 시장의 양대 강자인 삼성자산운용(약 42% 점유율)과 미래에셋자산운용(약 30%),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KB자산운용(약 9%)에 이은 네 번째 순서다.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도 최근 서봉균 삼성증권 세일즈앤드트레이딩(Sales & Trading) 부문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서 신임 대표는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골드만삭스(한국 대표)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자사의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올 들어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7% 이상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미래에셋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로는 최창훈 부회장과 이병성 부사장이 선임됐다. 내년 초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통합해 종합 자산운용사로 거듭나는 신한자산운용은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대표를 전통자산 부문 신임 수장으로 영입했다. 대체자산 부문은 기존 김희송 신한대체투자운용 대표가 맡는다. 강민혜 기자

2021.12.22 17:05

3분 소요
‘순이익 1조 클럽’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 1년 더 이끈다

증권 일반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와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가 내년에도 각 증권사 수장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올 한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직접투자 열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낸 덕분이다. 17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내년 1월 1일자 계열사별 조직개편 및 정기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추가된 임기는 1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204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국내 증권사가 누적 순이익 ‘1조 클럽’에 입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순이익 증가율은 186.2%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1.1% 늘은 1조639억원을 달성했다. 정 대표가 지난 6월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팝펀딩 등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금 전액 보상을 결정한 점 역시 탄탄한 고객 신뢰를 구축했다는 측면에서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1년 더 유임됐다. 설광호 컴플라이언스본부장 전무, 안화주 리스크관리본부장 전무, 방창진 PF그룹장 전무 등은 승진했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12년 만에 여성 임원을 발탁, 김순실 상무보를 PB(프라이빗뱅커)6본부장에 임명했다. 메리츠금융지주도 이날 내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1년째 메리츠증권을 이끌어온 최희문 대표(부회장)는 이번 인사에서 특별한 변동 없이 유임됐다.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별다른 이슈가 없는 한 연임에 성공할 전망이다. 미레츠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59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5651억원)마저 웃도는 성과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47억원으로 33.1% 증가했다. 주력인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금융(IB)뿐 아니라 자산관리 등 리테일 부문에서도 호실적을 거뒀다. 아울러 김석진 감사본부장 전무와 황태영 구조화투자본부장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강민혜 기자

2021.12.17 15:34

2분 소요
[금융사 CEO 임기 살펴보니①] 정일문·최희문 연임 가능성…낮은 CEO는 누구?

CEO

◆ 스페셜리포트 ① 정일문·최희문 연임 가능성…낮은 CEO는 누구? ② 은행장 ‘단명’ vs 증권·운용사 ‘장수’하는 이유는? 국내 증권업계에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7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올해 말에서 내년 3월 사이에 끝난다. 실적만 놓고 보면 이들 증권사 CEO 대부분이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9년 불거진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CEO들의 희비가 엇갈릴지 주목된다. 11년째 메리츠를 이끌고 있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4번째 연임이 유력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데다, 주력인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금융(IB)뿐 아니라 자산관리 등 리테일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5245억원)과 당기순이익(4020억원)은 같은 기간 보다 각각 43.1%, 55.8% 늘었다. 특히 부동산PF 관련 채무보증 수수료는 1494억원으로 13.2% 증가했다. 증권업계 최고 수준이다. 최 부회장의 연임 여부는 내년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도 교체보다는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5833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덕분이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 증가율은 260.5%에 달한다. 지난 6월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팝펀딩 등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금 전액 보상을 결정한 것도 탄탄한 고객 신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김재식 사장도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경영 전반 총괄 업무를, 김 사장은 올해 3월부터 자산운용 업무를 담당하며 미래에셋증권 수장 자리를 지켜왔다.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6532억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58.8%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선 하반기 실적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연간 1조원 순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역대급 실적으로 연임이 유력하다는 게 내부 평이다. 대신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281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456%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778% 늘어나 6878억원을 달성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연임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실적만 놓고 보면 정 사장의 연임도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이 52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7674억원으로 119%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불거진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정 사장 연임 여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는 4327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2780억원은 배상을 마쳤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 사장의 거취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지자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정 대표가 지난달 본인에게 거취를 일임했다"면서도 "금융위에서 정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고, 내년 3월이 임기 만료라 중간 교체는 부담스럽다고 판단했다"고 답한 바 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사모펀드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1조6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의 수장인 만큼, 각각 증권사 혹은 본인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증권사가 피해 보상 등을 진행하면서 큰 태풍은 지나간 상황”이지만 “지난해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가 워낙 큰 이슈였기 때문에 연임에 리스크가 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사모펀드 사태 관련 ‘문책경고’ 중징계(금융권 취업 3~5년 제한)를 받은 상태다. 금융위에서 아직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고, 증권사 첫 여성 CEO로 주목받는 점을 고려하면 교체가 쉽진 않겠으나 KB증권 측에서 박 사장의 연임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 지난해 취임한 CEO 능력 검증 ‘글쎄’ 주요 자산운용사 10곳 중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김미섭, 서유석),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석로), KB자산운용(이현승), 신한자산운용(이창구),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김희석) CEO 임기가 올해 12월과 내년 3월 사이에 끝난다. 통상 운용사 CEO들은 첫 선임 후 2년 임기를 보장받고 이후 1년씩 연임하는 구조다. 5곳 운용사 모두 증시활황으로 상반기 좋은 실적을 냈기 때문에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이석로 대표처럼 지난해에 취임한 CEO는 호시절에 취임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능력 검증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려워서다. 연임 기간이 남아도 채우지 못하는 CEO도 생길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 심종극 대표는 임기가 2023년 3월이지만 통상 삼성운용 CEO 재임기간은 2년이다. 과거 전영묵 전 대표도 임기를 1년 남기고 떠났다. 심 대표는 연말이나 내년 초 성과를 보고 거취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심 대표 취임 후 삼성자산운용 실적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14% 증가한 37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강민혜 기자

2021.10.27 18:13

4분 소요
[사모펀드 이대로 괜찮나②] 정관계 로비, 파면 팔수록 오리무중

정책이슈

2019년 터진 '사모펀드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비롯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대형 사모펀드 사고는 금융사기, 불완전판매, 탈법, 관리감독부실 등 집단적 도덕적 해이로 인한 ‘비리 종합선물세트’였다. 수조 원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제도를 개편했지만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이 거세다. 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의 문제, 사모펀드 사건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되짚어 반복되는 사고의 해결책을 찾아보았다. ①“판매 책임을 왜 투자자에게 떠넘기나” ② 정관계 로비, 파면 팔수록 오리무중 ③ “투자보호·업체견제·사기처벌 강화해야” 1조원대의 피해 사태를 일으킨 라임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 2000억원대의 디스커버리 펀드. 이 사모펀드들의 공통점은 대규모로 환매가 중단된 것뿐만 아니라,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며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불씨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공개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상품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또는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자산운용사가 정관계 인물을 내세우는 무리수를 뒀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 사태가 발발한 뒤에도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는 로비가 적지 않았을 것이란 의혹이 업계 관계자들의 입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이 지난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내부 문건 ‘펀드 하자 치유’를 보면 전직 고위 공직자들의 인맥으로 사모펀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옵티머스 펀드 사건은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 등이 투자자들에게 80~95%를 안전자산인 공공기관에 투자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부실채권 인수, 펀드자금 돌려막기 등으로 일어난 사기에서 비롯됐다.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약 3200명에 이르며,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한 피해 금액이 약 5542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지시했지만 검찰은 최근 “정관계 로비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1년 2개월여 동안 20여명의 검사를 투입시키고도 용두사미 꼴 빈손으로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검찰은 3년 전 사건 초기에 수사가 부실했음을 사과하면서도 정작 정관계 인사들의 혐의는 아무것도 밝히지 못했다. ━ 옵티머스, 여권 인사들 줄줄이 ‘증거 불충분 무혐의’ 옵티머스 사건은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 전 여시재 이사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초호화’ 고문단으로 활동하며 고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옵티머스 내부에서 작성됐다는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는 ‘이 전 경제부총리 등이 조력하고 있다’,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해 있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 ‘게이트 사건화 우려’ 등의 문구가 담겨 있어 정관계 로비 의혹이 커졌다. 문건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2018년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의 매출채권 일부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되자 법무법인 서평의 채 전 총장을 소개한 것으로 문건에 나와 있다. ▶이 전 총리가 추천한 모 발전소 프로젝트에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씨가 투자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과 ▶이 전 총리의 제안으로 인프라 펀드를 진행한다는 내용 등이 적시돼 있다. 양 전 은행장은 옵티머스가 2017년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기 시정조치 적용 유예’ 결정을 받는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검찰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과장한 내용”이라며 문건이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수사부(유경필 부장검사)·범죄수익환수부(유진승 부장검사)는 옵티머스 고문단으로 활동한 이 전 부총리, 채 전 검찰총장, 양 전 은행장, 김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에게 지난 4일 무혐의 처분했다. 이는 검찰 수사가 처음부터 부실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경기도 봉현물류단지 인허가 청탁 의혹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채 전 검찰총장,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등이 등장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입건되지 않았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선거캠프 복합기 사용료를 지원받은 의혹이 제기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옵티머스 로비스트에게 현직 부장판사를 소개한 의혹을 받았지만 소환 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리됐다. 그럼에도 청와대 직원과 옵티머스 연루 의혹은 아직도 검찰이 규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진아(구속기소된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의 부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옵티머스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옵티머스 관계사들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옵티머스 범행에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여러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무혐의 결론에도 옵티머스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 실체가 여전히 깜깜한 이유다.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흘러 들어간 곳들에 대한 검찰 추적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점도 정관계 로비 의혹이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 라임, 김봉현 옥중 폭로에도 검사 비위 수사 지지부진 라임 사태는 정관계 로비 의혹에서 ‘검사 비위’를 규명하는 흐름으로 번졌다. 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4월에 신청한 보석을 최근 허가 받았다. 김 전 회장은 앞서 1심 재판에서 징역 25년에 추징금 750억원을 선고 받았다. 김 전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라임도 옵티머스와 마찬가지로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정관계 로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지만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옥중 편지를 통해 “강기전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 “검사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을 상대로 술접대를 했다”는 등의 로비 사실을 공표했다. 그는 “접대한 3명의 검사 가운데 1명은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며 “특히 A변호사는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건 담당 주임 검사였고, 이른바 ‘우병우 사단’의 실세였고, 라임 사건이 A변호사 선임 후에 수사 진행이 더 안 됐다”고도 했다. 그는 또 “우리은행 행장과 부행장,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 등에게 라임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수억 원을 지급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손에는 금융감독원의 검사계획서를 쥐어 준 ‘금감원 검사역’, 청와대 행정관까지 있었다. 이런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라임 사건 은폐 의혹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부정처사 등 혐의로 고발된 전·현직 검사 12명을 대검찰청에 단순 이첩한 것이다. 고발 후 5개월여 만이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는 “라임사건 연루 검사들의 뇌물죄 고발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는 공수처장은 제정신인가”라며 “김진욱 공수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청와대 직원과 옵티머스 연루 의혹은 아직도 검찰이 규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 같은 여러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무혐의 결론에도 옵티머스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 실체가 여전히 깜깜한 이유다.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흘러 들어간 곳들에 대한 검찰 추적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점도 정관계 로비 의혹이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 디스커버리 수사, 금융권 압수수색 후 장하성 조준 전망 디스커버리 펀드 역시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금융감독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후 지난 7월 21일 디스커버리 본사, 22일 하나은행 본사, 23일 IBK기업은행·한국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 본사를 연달아 압수수색했다. 디스커버리 사모펀드의 운용사는 장하원(장하성 중국 주재 한국 대사의 친동생)씨가 2016년 설립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다. 이 운용사가 펀드 규모를 비약적으로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엔 장 대사의 영향이 있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 과정에서 장하성 대사의 입김이나 기업은행 경영진의 영향력이 없었는지 경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 같은 정관계 의혹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사모펀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면 사법권이 ‘권력 앞에선 약해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총장까지 나서 진행한 수사 결과에 ‘봐주기’, ‘수사 뭉개기’ 비판이 나왔기 때문에 검찰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면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연이어 무혐의 처리를 받는 것은 여론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사모펀드 비리 방지 및 피해 구제 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옵티머스 사건을 파헤쳤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건은 단순 사기가 아니라 청와대·금감원까지 연결된 거대한 게이트 수준의 사건”이라며 “캐면 캘수록 무엇이 나올지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증거 부족과 실체 부재로)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이 안개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그는 “무너진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 아직 밝혀지지 않는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노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2021.08.24 11:34

6분 소요
계속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업계의 공모펀드 전환

증권 일반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고를 겪으며 사업 환경이 악화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지속적으로 공모펀드 시장에 힘을 주고 있다. 대형 사고에 영향을 받은 투자자들은 사모 상품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이미 공모운용사 인가를 획득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캡스톤자산운용에 이어 DS자산운용과 J&J자산운용 등이 전환을 준비 중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S자산운용과 J&J자산운용 등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기 위한 집합투자업 인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가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려면 운용사 경력 3년이 넘어야 하고 수탁고 1500억원 이상을 확보 해야하는 등 관련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이미 지난 2019년부터 공모 운용사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수익률 기준 업계 1위 업체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공모 운용사 인가를 받았고, 2020년에는 캡스톤자산운용이 공모 운용사로 인가받았다. ━ “공모펀드 고민할 수밖에 없어” 사모 운용업계에서는 각종 사모펀드 사고 이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시장 회복이 더디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수탁사들도 사모펀드 수탁 계약을 꺼리면서 신규 펀드를 내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은 63조820억원으로 2019년 110조6238억원에 비해 43% 줄었다. 2020년 신규 펀드 설정 건수도 2592건으로 2019년 6921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각종 사모펀드들의 환매중단 사태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연달아 터지면서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길어진 측면이 있다”며 “업력이나 성과 등에서 조건이 맞다면 공모펀드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공모 운용사 인가 준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모펀드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심화돼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지난해부터 호조가 이어지면서 직접 투자에 자신감을 가진 투자자들이 늘었다. 직접 투자에 나서지 않는 투자자들도 공모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사고팔기에도 용이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공모펀드 시장도 역성장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말 기준 국내 공모펀드 판매잔액은 199조9433억원에 이른다. 180조원 수준이던 2019년말에 비해 11% 가량 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머니마켓펀드(MMF)가 포함돼 있다. MMF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아직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을 맡겨놓는 투자자들이 다수다. 공모펀드 판매 잔액 가운데 주식형펀드 판매잔액은 2020년말 기준 31조67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2337억원이나 줄었다. 주식형 공모펀드가 역성장한 반면 국내 ETF 성장세는 눈부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2020년말 52조365억원으로 2018년말 41조원 수준에서 10조원 이상 늘었다. 이어 올해 1분기말에는 60조원의 벽을 넘어 60조3571억원을 기록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가 역성장한 데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호조로 인한 차익실현성 환매 수요의 영향도 있다”며 “다만 어느 때보다 금융투자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운용사들의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1.06.04 17:04

2분 소요
[보릿고개에 시름 깊어진 사모 투자 시장] 사모펀드 사고 불안감에 1년새 개인투자자 절반 ‘증발’

산업 일반

판매처 ‘개점휴업’, 수탁사 외면… 시장 위축 길어질 듯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업계에 보릿고개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 중단이 이어지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주요 판매처인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사모펀드 관련 감독 규제가 강화되면서 관련 상품 취급을 꺼리고 있다. 사모펀드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감은 수탁사들의 외면으로 이어지면서 당분간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경기 침체와 저금리 시대에도 고수익을 내걸며 각광받았던 사모펀드들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액은 19조3413억원에 그쳤다. 지난 2019년 6월말 39조412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지 1년여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 1년새 개인투자자 판매액 반토막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모펀드 판매처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단 지난해 파생결합증권(DLF) 원금 손실 사태 이후 금융당국에서는 사모펀드 등 ‘고난도 금융상품’의 은행 판매를 제한했다.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전문투자형 사모 운용사들의 펀드는 사실상 은행을 통한 판매가 어려워졌다.증권사들은 사모펀드를 취급하고는 있지만 사모펀드라는 단어가 붙으면,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자동으로 연상되는 분위기 탓에 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라임자산운용과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사모펀드 보릿고개 속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업계 선두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업계에서 헤지펀드 수익률 선두 운용사로 명성을 쌓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마저도 수탁액이 줄었다. 지난 2019년초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수탁액은 1조96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부각되면서 2020년 초 1조5500억원까지 줄더니 지난 7월 1조2100억원까지 위축된 상태다.타임폴리오자산운용 측은 그래도 사정이 낫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지난해 7월 공모운용사 인가를 획득한 뒤 종합자산운용사로 전환한 것도 도움이 됐다. 두 달 뒤인 2019년 9월에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인 ‘타임폴리오위드타임 증권자투자신탁’을 내놓기도 했다. 이 펀드는 순자산가치(NAV) 기준으로 1600억원 가량까지 성장했다. 차문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탁고가 줄어들었지만,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들어왔다”며 “라임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사고로 인해 투자자들이 더욱 깐깐해진 측면이 있는데 그래도 사모로 자금을 굴려야 하는 기관 투자자들에서도 자금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공모 펀드 형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이미 운용되고 있는 펀드에 다시 투자(재간접)하는 방식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공모펀드기 때문에 최소투자금 제한이 없다. 사모펀드가 위축되면서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에서도 환매 연기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 문제다.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9월 사모재간접 펀드인 ‘키움 글로벌 얼터너티브 증권투자신탁’의 환매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유럽계 자산운용사인 H2O가 운용하는 ‘H2O 멀티본드’와 ‘H2O 알레그로’ 펀드 등을 편입한 재간접형 공모펀드였다. 이에 앞서 브이아이자산운용도 H2O가 운용하는 펀드에 재간접 형식으로 투자하는 상품의 환매 중단을 알렸다. 두 펀드의 규모는 각각 3600억원, 1000억원으로 H2O와 관련해서만 4600억원의 투자자 자금이 묶인 셈이다. 교보증권은 ‘교보증권 로열클래스 글로벌M 전문사모투자신탁’의 환매에 문제가 생겼다. 이 펀드는 홍콩 기반 운용사 탠덤이 운용하는 미국 역외펀드 ‘탠덤크레디트 퍼실리티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펀드였다. 교보증권 측은 지난 3월에도 환매가 어렵다며 만기를 6개월 연장했으나 결국 환매 중단에 들어갔다. 회계법인 실사에서는 이 펀드 자산 중 98%가 부실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투자금 전액 손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바람 잘 날이 없다 보니 중소형사들과 신규 운용사들은 새로 펀드를 내놓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연이은 사모펀드 관련 사고 속에 수탁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법규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재산을 수탁회사를 통해 투자해야 한다. 펀드 자산과 자금의 관리 역시 수탁사에 맡겨야 한다. 따라서 수탁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펀드를 내놓지 못한다.국내에서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시중 은행 13곳과 대형 증권사 6곳, 한국증권금융 등 20곳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행정지도 형식으로 수탁서비스 회사들의 사모펀드 운용사 감독·보고 의무를 요구하면서 수탁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자산운용사의 운용이 법령이나 약관을 위반했다고 의심되면, 수탁사에서 확인하고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그 동안 사모펀드 수탁시에는 예외를 인정했으나 올해 초 수탁사 의무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고삐를 죄고 있다. ━ 월별 신규 설정 건수 두자릿수로 곤두박질 수탁사들은 사모펀드 운용과 관련해 확인하려면 추가적인 실사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어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실사를 진행한다 해도 운용 관련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마저도 어느 정도 운용 성과가 검증된 대형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금융업계에서는 중소형 운용사들에게는 수수료와 관계없이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모펀드 신규 설정 건수는 곤두박질쳤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국회의원(국민의 힘)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일 평균 신규 설정 건수는 2018년 17건, 2019년 18.5건이었으나 올해는 4.1건으로 크게 줄었다. 2019년 4월 805건에 이르던 월간 신규 설정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건수도 계속해서 감소해 올해 7월 24건까지 줄어들었다. 유의동 의원은 “라임과 옵티머스 등 대형 사건들이 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불신이 생겼다”며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시스템 재정비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0.10.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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