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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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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으로 ‘공차’ 사장, 영화 ‘드림’ 투자자 된다…‘쪼개서’ 파는 세상 [브랜도피아]

증권 일반

#. 군 생활 중인 23세 김모씨는 지난해 50만원을 투자해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에서 송아지를 구매했다. 농가가 대신 사육한 다음 2년 뒤 경매를 통해 얻은 현금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구조로, 단기성 자금 운영이 어려운 자신에게 딱 맞는 펀딩이라는 판단에서다. #.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 21일 K-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 배우 박서준과 가수 아이유가 주연인 영화 ‘드림’에 100만원을 투자했다. 영화의 추정 손익분기점은 218만7500명으로 관객 수가 250만명을 넘기면 10.7%, 300만명을 넘기면 27.9%, 400만명을 넘기면 61%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모씨는 “오래전부터 아이유의 팬이었고, 평소 영화 관람도 좋아해 투자하기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 박서준과 아이유 주연에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라는 소식에 손익분기점은 확실히 넘길 것이라고 생각해 투자했다”고 밝혔다.2월 조각투자 플랫폼 제도권 편입…“토큰 증권의 본질은 ‘증권’”그림, 음악, 빌딩에 이젠 한우, 영화까지 조각투자의 대상이 됐다. ‘조각투자 플랫폼’이 제도권에 편입되며 금융 시장의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탄생하며 조각투자가 ‘쪼갤 수 있는’ 모든 자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 2월 ‘토큰 증권’(Security Token·ST)의 발행 및 유통을 허용하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ST는 부동산·미술·저작권 등의 다양한 실물 자산을 토큰 형태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으로, ST를 발행하는 것을 ‘STO’(Security Token Offering)라 부른다. 금융위원회는 ST의 발행을 ‘음식’과 ‘그릇’에 비유해 설명했다. 지난 3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당정 간담회에서 이수영 금융위원회 과장은 “자본시장법상 증권과 상법·전자증권법상 증권 발행형태의 관계는 증권을 ‘음식’으로, 발행 형태를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비유할 수 있다”며 “어떤 그릇에 담겨 있더라도 음식이 바뀌지 않으며, 토큰 증권의 본질은 ‘증권’”이라고 강조했다.국내에 ‘조각투자’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론 2016년 설립된 음악 저작권 플랫폼 ‘뮤직카우’가 꼽힌다. 4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120만명, 거래규모 약 4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회원의 55%가 2030세대로 MZ세대의 수요가 매우 크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받아 무형자산인 음악저작권을 증권화했고, 이를 계기로 토큰 증권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조각투자 단위 1000~1만원까지…명품·미술품부터 한우·영화까지 다양 조각투자 최소 단위는 1000원부터 1만원까지 다양하다. 가방, 시계, 와인 등 명품과 미술품은 주로 1000원, 부동산은 5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인 명품 조각투자 플랫폼은 ‘트레져러’와 ‘피스’가 있고, 미술품은 ‘테사’와 ‘소투’가 유명하다. 부동산은 ‘카사’, ‘펀블’, ‘소유’가 대표적이다.명품과 미술품 조각투자는 공동구매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업체에서 자산을 재매각해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세계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대표 가방을 공동구매 했을 때 10%대 수익률을 기록했고, 조각투자로 판매된 미술품은 평균 15~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카사, 소유, 펀블 등 부동산 조각투자도 10%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 각 금융업체와 신탁 체결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탁회사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디지털자산유동화증권인 ‘댑스(DABS·Digital Asset Backed Security)’를 개인 투자자에게 발행한 후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하는 식이다. 기존의 미술품, 음악 저작권, 부동산 외에 이색 투자 플랫폼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의 ‘소유’는 소액 투자만으로도 티 브랜드 공차 매장의 점주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소유의 4호 공모 건물 ‘문래 공차’는 투자자가 직접 점주가 돼 매출 상승을 위한 운영 방식을 선택하고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300만원 이상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점주 패키지’ 혜택을 통해 매출, 손익 등이 담긴 상세 리포트를 확인하고 매장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단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매장의 매출을 상승시켜 본인의 임대 수익을 함께 올릴 수 있다.투자자와 한우 농가를 연결해주는 한우 공동 투자 플랫폼 ‘뱅카우’도 2030세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뱅카우는 최소 투자금 4만원으로 송아지에 투자하면 농가가 대신 사육한 다음 2년 뒤 경매를 통해 얻은 현금 수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다. 펀더풀은 영화, 사진전, 뮤지컬 등 K-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최소 투자 금액은 50만원이다. 각종 전시회와 콘서트의 제작비와 홍보비를 조각투자를 받아 모으는 구조다.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차기작 ‘드림’은 지난 21일 투자자 모집을 마감했다. 모집 기간 동안 총 2억9400만원의 금액이 모였다.2027년 글로벌 토큰 시장 규모 9378조원까지 성장…소비자 보호가 관건일반적인 조각투자와 토큰 증권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토큰 시장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스턴컨설팅그룹(BGC)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토큰 시장 규모가 지난해 3100억달러(약 382억원)에서 2027년 7조6000억달러(약 9378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전문가들은 토큰 증권의 핵심은 결국 ‘투자자 보호’라고 말한다. 조각투자를 증권화하게 되면 재산상의 권리가 기재되고 투명하게 기록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과)는 “조각투자는 여전히 위험성이 큰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공동구매 플랫폼을 운용하는 중간 매개자가 어떤 기준으로 상품 시세를 책정했는지 알 수 없다”며 “조각투자는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트렌디한 투자 방법처럼 포장돼 많은 MZ세대들이 유입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올바른 투자법인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3.04.25 07:42

5분 소요
'141억 가치' 마이클 조던 유니폼, 마이클잭슨 ‘크리스탈 의자’…★의 애장품 [E-전시]

산업 일반

우리 곁에서 언제까지나 빛날 것만 같은 스타들. 이들이 직접 착용한 의상, 신발에는 순간순간의 영광이 담겨있다. 현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 2관에서는 마이클 잭슨이 빌리진 무대에서 착용한 재킷, 마릴린 먼로가 착용한 가방 등 스타의 생생한 흔적이 담긴 ‘셀럽이 사랑한 백 앤드 슈즈(Bag&Shoes)’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랜드뮤지엄에서 지난 30년간 수집한 세계적인 스타 및 유명 인사의 패션 소장품을 모아 선보이는 전시로, 그간 모인 50만점 중 200여 점을 엄선했다. 이번 전시는 이랜드그룹의 의식주휴미락 사업부문의 일환으로, 국내 패션기업 최초로 소장품을 공개한 사례이기도 하다.‘억’ 소리나는 셀럽 소장품...마이클 조던 뛰던 ‘바닥’까지 컬렉팅그 활약이 현재진행형이 아니더라도 이름을 듣는 순간 바로 특정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시대를 풍미한 이들. 이랜드뮤지엄은 셀럽들이 가장 반짝이게 빛을 냈던 장면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금방이라도 농구공을 튕길 듯, 역동적인 자세로 전시돼 있는 유니폼. 마이클 조던이 지난 1990년대 시카고불스 시절 착용했던 유니폼이다. 이 전설 속 유니폼은 경매에서 141억원에 낙찰됐다. 블랙과 레드가 합쳐져 ‘블랙캣’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농구화 ‘에어조던 13’ 역시 함께 자리했다. 해당 전시품의 경우, 농구 NBA팬카페에 전시 소식이 전해져 커뮤니티 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고개를 돌려보니 언뜻 판자조각 같은 모양의 전시품이 눈에 띄었다.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자세히 살펴보니 알 수 없는 숫자가 적혀있다. 해당 전시품은 마이클 조던이 뛰던 농구장 바닥의 일부를 뜯어낸 조각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이 뛰었던 농구장까지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영원한 세기의 뮤지션, 마이클 잭슨이 무대에서 착용했던 의상도 전시됐다. 마이클 잭슨이 직접 춤을 추는 듯 연속적 이미지로 구성된 실루엣과, 그 사이에 독보적인 자태를 풍기며 자리한 의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운데 위치한 재킷은 마이클 잭슨이 대중음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연이었던 1983년 ‘모타운 공연’에서 ‘빌리진’을 추며 착용한 시퀀스 재킷이다. 양옆엔 마이클 잭슨의 친필 사인이 그려진 로퍼와 페도라가 함께 전시됐다. 멀리서부터 빛이 뿜어져나와 시선을 강탈하는 크리스탈 의자 역시 마이클 잭슨의 소장품이다.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가득 박혀있으며, 마이클 잭슨이 직접 주문제작했다. 하지만 이토록 화려하게 제작된 의자에 마이클 잭슨은 단 한 번도 앉아보지 못했다. 의자를 만져보기도 전에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랜드뮤지엄 관계자는 “관람객 중에 소파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셨다”며 “공연을 위해 손수 주문한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 마이클 잭슨의 삶에 안타까움을 느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보라색 눈의 고전 할리우드 시대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컬렉팅한 보석들도 전시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장한 보석들은 약 1500억원 어치에 달한다.특히 주목받았던 전시품은 3단으로 구성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여행용 트렁크다. 보라색 눈이 매력적인 배우의 성격을 따라, 연한 보라색의 태그 안에 ‘마인(Mine)!’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지난 2017년에는 루이비통 측의 요청으로 이 여행용 트렁크를 비롯한 슈트케이스, 화장대 케이스, 도빌백 등 네 가지 가방을 전시회에 대여해주기도 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브랜드에서 감사 인사를 전달받은 사례에 해당한다.로코코 양식부터 전쟁까지, 패션에서 살아숨쉬는 역사이번 전시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셀럽의 소장품을 보여주기식으로 진열해놓은 것이 아니라, 전시품들을 시대별로 조명할 수 있도록 구성해놓았다는 점이다. 전시품을 보면서 패션 아이템의 미술적, 역사적 가치를 재고해볼 수 있다. 위, 아래를 구분짓는 투톤 배색이 인상적인 부츠.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여성들의 야외 활동이 확대되던 시기다. 여성이 사회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던 때다. 스포츠 등을 즐기기 위해서는 보다 편리한 생김새가 필요했는데, 길지 않은 기장의 치마와 발목을 보호하기 위한 부츠가 유행하게 된 계기다. 바로 옆에선 화려한 패턴을 자랑하는 가방, 신발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프랑스어로 ‘좋은 시절’을 의미하는 벨 에포크 시대(19세기 초반)는 전쟁 없이 평화롭던 시기다. 당시 사람들은 음악과 춤에 매료됐고, 당시 누리던 화려한 일상이 패션에도 그대로 묻어나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4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시기다. 앞서 화려한 패턴을 자랑했던 가방, 신발과 달리 심플한 디자인으로 구성된 점을 확인해볼 수 있다. 여성들이 남성을 대신해 사회활동을 하던 시기이기 때문에, 언뜻 남성의 구두처럼 보이기도 한다.1960~1970년대는 산업 혁명이 도래했던 시기다. 플라스틱, 비닐 등 신소재가 개발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베이비 블루, 베이비 핑크 등의 컬러를 적용할 수 있게 된 시기다. 대량생산으로 인해 완성된 똑같은 가방, 신발에 지친 젊은이들이 이끈 ‘히피’ 운동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본인의 개성을 아낌없이 표현하겠다는 의지가 뿜어져나오는 모습이다.소장품 하나하나가 시대의 생활상을 대변하고, 선-후대의 소통을 이끌어낸다는 점이 물씬 느껴졌던 전시장. 선-후대의 연결지점을 보여주는 전시품은 또 있다. 바로 전시장의 마지막을 장식한 ‘슈 라스트’다. ‘슈 라스트’는 나무로 사람의 발 형태를 그대로 본뜬 것으로, 특제 신발을 주문제작하기 위해 사용된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등의 소재로 대체되고 있어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이랜드뮤지엄은 이 슈 라스트를 활용해 명장에게 복원을 요청하고, 그때의 신발을 마치 새것처럼 되살린 작품들을 선보였다. 과거와의 교감을 한차례 더 시도한 것이다.이랜드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30년간 박물관 사업을 준비한 이랜드 컬렉션이 본격적으로 대중과의 만남을 시작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고객이 직접 눈으로 보고,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대중과의 접점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03.18 09:00

4분 소요
네이버, NCT 127 'WELCOME TO MY CITY' 전시 콘텐츠 '단독 공개'

IT 일반

누구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바이브 앱에서 NCT127의 곡들과 멤버들이 참여한 미디어 전시 작품들을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네이버는 NCT 127 'WELCOME TO MY CITY' 전시회의 오디오 가이드 콘텐츠를 오는 1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선보인다고 지난 7일 밝혔다. ‘WELCOME TO MY CITY’는 NCT127 곡들과 멤버들이 참여한 영상으로 만들어진 미디어 전시이다. NCT127 멤버들이 직접 도슨트로 참여해 이번 미디어 전시 작품들을 설명하며, 이는 바이브 오디오 탭에서 공개된다. 멤버별로 녹음한 한국어 가이드도 제공된다. 영어 가이드는 멤버 전원이 녹음한 버전이다. 네이버는 바이브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이벤트도 진행한다. 바이브에서 NCT 127의 '질주'를 스트리밍하고 네이버 폼을 통해 인증한 이용자 중 1,000명을 추첨해 전시회 티켓을 제공한다. 또, 10명을 추첨해 전시회 현장에서만 판매되는 멤버별 굿즈도 증정할 예정이다. 전시회는 11월 1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열린다. 네이버는 지난 12월 바이브에 오디오 탭을 신설한 후 다양한 도슨트 콘텐츠를 확보해 제공하고 있다.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레전더리루이비통 트렁크 전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 등 유명한 전시회와 협업을 이어왔으며, 전시 종료 후에도 전시회 작품들을 바이브 앱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도슨트 콘텐츠의 누적 재생 수는 103만에 이를 만큼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반경자 네이버 오디오 서비스 리더는 "이번 협업은 바이브가 '오디오'라는 큰 주제에서 일반 문화 부문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세 그룹 NCT 127의 도슨트 콘텐츠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대중문화와 시너지를 모색하며 오디오 콘텐츠의 저변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2022.11.08 08:58

2분 소요
루이비통 전시회 초청받은 ‘이 모델’...작품 감상하고 디자이너와 사진도 ‘찰칵’

산업 일반

가상모델 ‘루시’가 최근 명품 브랜드가 개최하는 전시회에 VVIP로 초청 받으며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루시는 그간 국내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광고모델로 활약했고, 최근에는 쇼호스트와 영화 홍보모델로도 나서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자사가 개발한 가상모델 루시가 서울 명동 타임워크에서 열리고 있는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展’에 초대받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루시는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2월 처음 선보인 가상모델로 다양한 영역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 7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루시가 전시회 VVIP로 참석해 전시회장 내부와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는 모습을 루시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루시는 이번 전시의 아트 디렉터로 참여한 ‘오민’과 만나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루시가 참석한 루이비통 전시회에서는 스웨덴의 ‘매그너스 말름’이 수집한 약 200여점의 루이비통 오리지널 트렁크와 공예품이 공개된다. 이외에도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샤론 스톤’ 등 역사적 인물들을 소유했던 작품들과 연관된 스토리도 함께 소개한다. 롯데홈쇼핑은 루시를 실제 인간과 가까운 수준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1월 국내 ICT 기업들과 ‘메타버스 원팀’을 구성했다. 최근에는 실감형 영상 제작 스타트업 ‘포바이포’와 협업해 3D 루시를 구현했다. 앞으로 루시는 ‘틱톡’ 등 영상 중심의 SNS 플랫폼으로 활동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루시는 2017년부터 롯데그룹이 강조해오고 있는 디지털 전환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모델이자 디자인 연구원으로 기획됐고 자사 브랜드 홍보모델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주얼리 브랜드 ‘OST’,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패션 문화공간 ‘무신사 테라스’와 협업해 마케팅 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 김채영기자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4.22 17:29

2분 소요
‘몸값만 수백억’ 에·루·샤 모델까지…톱스타 자리 꿰찬 여성의 정체는?

유통

#. 브라질계 미국인 릴 미켈라. SNS 팔로워 수 311만명. 2018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25인’ 선정. 프라다, 샤넬, 루이비통 등 유명 명품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면서 연간 수입 130억원 이상. 주근깨와 벌어진 앞니가 매력 포인트. #. 일본을 대표하는 모델 이마. 일본어로 지금이라는 뜻. 2018년 7월 혜성같이 등장 후 일본 현지에서 아디다스, 이케아 등의 홍보 모델로 활동 중. 핑크색 단발머리가 상징. 35만명의 팔로워 수 보유. 거울 앞에서 셀카 사진 찍기를 좋아함. #. 18세 한유아.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와 첫사랑을 떠올리는 풋풋한 이미지로 눈길. 연기, 음반 발매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동 계획. 유명 브랜드와 컬래버래이션도 추진 중. 아직 팔로워 수는 4600명이지만 본격 데뷔 후엔 폭발적인 인기 끌 예상.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LG전자의 LG월드 ‘프리미어 영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23세 김래아. 곡을 쓰는 DJ로 활동 중. CES에서 그녀는 연내 첫 앨범 출시와 공식 가수 데뷔 발표. 현재 자작곡을 쓰며 윤종신, 하림 등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미스틱스토리’와 협업 준비 중. 팔로워 수 1만4000여명. 남다른 패션 센스 보유자. 잘 나가는 그녀들의 공통점은 모두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 전 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구현된 가상인간이 각광받으면서 이들이 영향력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 다재다능한 능력 보유…진짜보다 진짜 같은 ‘가짜’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패션, 광고 분야까지 가상인간을 모델로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모델 뿐 아니라 SNS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제작사에게 수십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패션, 노래와 춤, 제2 외국어 구사까지 가지고 있는 능력도 다재다능하다. 개인 SNS를 통해 많게는 수십만명 팔로워를 보유하며 두터운 팬층도 확보 중이다. 가상 모델의 선전으로 관련 시장 규모도 매년 성장 추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가상인간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14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실존하는 인플루언서의 13조원 시장을 웃도는 수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공간에서 의도한 대로 구현할 수 있는 데다 영향력도 막강해 갈수록 가상 모델들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며 “기술의 발달로 진짜보다 더 실존 인물처럼 구사할 수 있게 되면서 가짜가 주는 위화감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한해 벌어들인 수익만 10억…탱고춤 영상 220만뷰 국내에서 가장 핫한 가상 모델을 꼽자면 단연 오로지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에서 탄생한 그녀는 표정과 몸짓, 혈색, 피부 표면의 주근깨 표현까지 모두 실제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지난해 로지는 한 보험회사의 CF 속 매력적인 모습이 공개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무려 11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등극했다. 지난해 그녀가 벌어들인 수익만 10억원이 넘는다. A급 스타들의 광고 모델 자리를 잇달아 꿰찬 결과다. 식품업계는 물론 톱스타만이 할 수 있다는 뷰티 광고까지 섭렵하면서 광고퀸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그가 러브콜을 받은 브랜드만 골프복(마틴골프), 패션브랜드(질바이스튜어트), 온라인패션 플랫폼(W컨셉), 먹는화장품(화애락), 아모레퍼시픽(헤라) 등 다양하다. 광고퀸에 걸맞게 호텔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정용진 호텔’로 알려진 서울 회현동의 ‘레스케이프’에 이어 서울 남산의 반얀트리에서도 인증샷을 게재하며 자신의 SNS에 홍보글을 올렸다. 로지가 올린 게시글 중에는 3대 명품 에르메스 전시회에 초대된 사진도 있다. 루시는 국내 유통기업에서 직접 제작한 가상 인간이다. 롯데홈쇼핑이 약 1년간 개발에 돌입해 지난해 2월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그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디자인 연구원이자 인플루언서다. 패션 트렌드나 자신의 일상 속 콘텐트를 SNS에 공유하면서 현재 약 7만명의 팔로워 수를 보유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F&B 브랜드, 패션 플랫폼, 쥬얼리 브랜드 등과 협업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롯데홈쇼핑 초대형 쇼핑 행사인 ‘광클절’의 홍보 모델로 선정, 영화 ‘여인의 향기’ OST음악에 맞춰 탱고 춤을 추는 30초 분량의 홍보 영상을 공개해 220만 뷰를 기록했다. 2달 전 부터는 롯데홈쇼핑 신입 쇼호스트로 위촉돼 가상 쇼호스트 역할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 ‘언택트 시대’에 최적화 모델…휴먼 리스크도 없어 가상 모델의 매력은 지금과 같은 언택트 시대에 최적화됐다는 점이다. 광고를 찍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여 모델과의 스케줄 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가상 인물을 모델로 할 경우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다. 논란이나 개인 사생활 리스크 등 실제 모델이 가질 수 있는 휴먼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코로나19 확진이나 자가격리에서도 자유롭고 언제나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것을 이점으로 꼽는 패션업계 관계자도 있다.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와의 원활한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 가상 모델에 열광하는 MZ세대는 메타버스에 익숙해 이들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가상세계와 현실과의 경계가 낮아 가상 모델과의 패션 아이템, 핫 플레이스, 세계관 공유 등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예를 들면 이번 CES에서 주목받은 김래아의 경우 23살 여성이라는 아이덴티티에 부합하는 스타일링과 패션아이템 착용 등 디테일로 공감을 사고 있다. 김래아는 SNS 개정을 통해 #개발자킹받네 #알잘딱깔센 #SSAP가능 등 MZ세대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장착하는 한편 #플라워버킷챌린지 등 사회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디테일한 설정과 활동을 통해 가상 모델이 정말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착각을 주고 있다”면서 “가상 모델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와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2.01.08 12:00

4분 소요
“전국 VIP 1위 지켜라”…‘명품 굳히기’ 들어간 신세계 강남점

산업 일반

“명품 옆에 명품, 신세계 강남이 ‘신세계 강남’했다” 지난달 27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이 9개월간의 긴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새 공간 배치로 문을 열었다. 베일을 벗은 신세계 강남점 키워드는 ‘명품 굳히기’. 글로벌 명품 브랜드부터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만든 명품 제품까지 모두 한데 모았다. 새로 오픈한 신세계 강남점 1층은 ‘세상에 없던 아름다움을 위한 작업실’이라는 의미인 ‘아뜰리에 드 보떼’라는 이름도 붙었다. 기존 1층에 있던 명품 브랜드 ‘버버리’ ‘프라다’ ‘구찌’ ‘코치’ ‘토즈’ ‘페라가모’ ‘미우미우’ ‘몽클레르’ 등은 2층과 3층으로 이동했다. 대신 이들이 이동하며 생긴 빈자리에는 럭셔리 뷰티 매장이 들어섰다. 신세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를 비롯해 ‘스위스퍼펙션’ ‘지방시’ ‘구찌뷰티’ ‘로라메르시에’ ‘아스테드빌라트’ 등 신규 럭셔리 뷰티 브랜드 8개를 포함해, 60여개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1000평 규모에 세워졌다. ━ ‘에.루.샤’는 기본에 럭셔리 뷰티 더해 화장품과 패션 제품을 모두 판매하는 디올 부티크 매장은 국내 백화점 처음으로 신세계 강남점에 들어섰다. 샤넬 역시 업계 최초로 신세계 강남점에만 한 층에 스킨 케어를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매장과 제품을 판매하는 뷰티 매장 등 두 매장을 동시에 운영한다. 뷰티 매장 옆에는 ‘구찌’ ‘펜디’ ‘버버리’ ‘메종마르지엘라’ 등 10여개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적인 핸드백을 전시회처럼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백 갤러리’와 ‘아크네’ ‘마르니’ ‘폴스미스’ 등의 스카프와 머플러를 한 곳에서 판매하는 스카프 전문 편집숍인 '스카프 컬렉션’이 세워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리뉴얼 재오픈과 함께 ‘루이비통’ 가을·겨울 신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도 총 5개 층에 걸쳐 오는 15일까지 선보인다. 1층에는 여성 제품을, 2층에는 향수 제품, 3층에는 주얼리 제품, 4층에는 슈즈, 6층에는 남성 제품을 중심으로 루이비통이 판매하는 모든 카테고리 상품을 판매한다. 명품 옆에 명품을 넘어서, 명품 위에 또 명품을 보여주는 식이다. ━ 아직 공개되지 않은 1/2층, 8월 중순 오픈 여기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공간도 있다. 1층과 2층 사이에 테라스 형태로 꾸며지는 중층이 8월 중순에 오픈할 예정이다. 일명 ‘1/2층’ 공간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1층과 2층 사이, 가장자리 중심으로 발코니 형태인 중층이 조만간 오픈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입점 브랜드는 공개할 순 없으나, 럭셔리 뷰티 브랜드 매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내건 ‘명품 더하기’ 카드는 전국 신세계백화점 중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는 ‘VIP 손님 잡기’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신세계 강남점은 신세계를 넘어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백화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출 상승 신장률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2019년 매출 1조934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조394억원으로 한 해 매출 2조원을 넘겼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당연히 강남점이 전국 신세계백화점 중 VIP 수가 최고로 많은 지점”이라며 “명품 수요가 그만큼 큰 지역이고, 명품 브랜드 역시 매출이 잘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강남점과 협업해 자사 신제품을 공개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매장에 추가로 럭셔리 뷰티를 강화해, ‘명품 브랜드 전 장르’를 모두 갖춘 백화점으로 방점을 찍는 셈이다. ━ 롯데 동탄점으로 빠질 수 있는 VIP 잡는 효과 이는 8월 중순에 수도권 최대 규모로 오픈할 롯데 동탄점을 견제하는 역할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 MD 강화로 동탄신도시에 거주하는 기존 신세계 강남점 VIP의 유출을 막는 것이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소비력이 있는 동탄신도시 소비자들은 서울 남부권에 위치한 신세계 강남점을 이용했을 것”이라며 “롯데 동탄점보다 신세계 강남점 명품 매장이 더 다양하다면 기존 신세계 강남점 VIP가 롯데 동탄점으로 갈아탈 이유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명품 중심으로 탈바꿈한 신세계 강남점이 시대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킨 신세계백화점 MD 능력은 대단하다”며 “하지만 최근 백화점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영업면적은 줄이고 소비자의 휴식 공간, 문화시설 등을 확장하는 요즘 업계 추세와는 다른 모양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세계 강남점은 이미 넓은 면적을 보유하면서도 영업면적을 더 넓히기 위해 1층과 2층 사이에 중층을 추가로 만들 만큼 소비자의 편리함보다 매출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1.08.04 17:07

3분 소요
한국 럭셔리 산업의 리더들(6) 에릭 에더 몽블랑코리아 지사장

산업 일반

몽블랑은 한국 진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독일의 명품 브랜드다. 지난해부터 몽블랑코리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에릭 에더 지사장을 만나 급변하고 있는 한국 명품 시장의 미래를 조명해 봤다. 1906년 필기 문화의 혁신을 모토로 설립된 몽블랑은 독일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다. 잉크가 새지 않는 신기술과 피스톤 컨버터를 탑재한 새로운 만년필로 필기구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1909년 ‘루즈 앤 느와’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프리미엄 필기구를 시작으로 1924년 선보인 ‘마이스터스튁 149’는 몽블랑이 글로벌 명품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몽블랑 만년필에 새겨진 화이트 스타 로고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필기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몽블랑의 개척정신은 브랜드를 움직이는 근간이 됐다. 1926년부터 사피아노 가죽 소재의 작은 액세서리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가죽 제품은 몽블랑의 중요한 사업 분야로 자리 잡았다. 1935년에는 독일 오펜바흐에 가죽 공방을 짓고 팬 홀더와 노트북 같은 문구류 아이템을 생산했다. 2006년부터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몽블랑 펠레테리아에서 장인의 전통과 최신 기술,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 결합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전통적인 필기구 브랜드로 시작한 몽블랑의 도전은 워치메이킹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1997년 몽블랑은 스위스 르 로클에 시계 매뉴팩처를 설립하고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스위스 정밀시계 제작기술을 조화시키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후 명품 시계 브랜드로서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무브먼트 매뉴팩처인 미네르바를 인수, 고도의 정밀성과 혁신적인 기능성을 자랑하는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개발하고 있다.110년 전 독일 함브르크에서 시작된 몽블랑의 개척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필기구와 시계, 가죽 제품, 액세서리, 향수 및 아이웨어에 이르는 모든 사업 분야에서 최고의 장인정신이 담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500개 이상의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30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에는 1974년 해외 브랜드 수입업체인 유로통상을 통해 첫선을 보였으며, 2014년 지사를 설립하고 직접 진출했다. 현재 백화점과 아웃렛 30개 매장, 면세점 13개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명품업계 얼리어답터 지난 11월 1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몽블랑 부티크에서 에릭 에더(50) 지사장을 만났다. 그는 “장인정신과 개척정신이 조화를 이뤄야만 완성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명품”이라며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온 몽블랑은 명품업계의 얼리어답터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명품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는 모두 다릅니다. 그럼에도 어떤 한 브랜드가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만 합니다. 우선 브랜드 스토리와 제품의 퀄리티를 들 수 있는데요. 여기서 스토리는 브랜드가 시작되는 뿌리를 말하고, 퀄리티는 소재와 만든 사람의 퀄리티를 의미합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크래프트맨십(장인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개척정신입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정신은 혁신과도 연결될 수 있는데요. 몽블랑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브랜드에요. 역동성을 중심 가치로 두고 도전정신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죠. 1906년부터 독일에서 펜을 만들어왔고, 1926년부터 이탈리아에서 가죽 제품을 생산했죠. 또 1997년부터 스위스에서 시계를 만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스마트워치 분야에도 과감히 뛰어들었죠. 그렇게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혁신을 거듭하며 스토리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적인 명품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994년 프랑스 랭스(reims)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법대에서 산업재산권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에더 지사장은 몽블랑코리아호에 승선한 두 번째 선장이다. 1994년 LVMH 그룹을 시작으로 명품업계와 인연을 맺은 에더 지사장은 1998년 스테파노비-벨루티, 1999년 크리스찬 디올 향수, 2003년 겔랑, 2009년 시세이도와 로레알을 거쳐 2016년 몽블랑코리아 지사장에 취임했다. 에더 지사장은 “대학 졸업 후 로펌에서 특허권 관련 업무를 하던 중에 교수의 추천으로 루이비통에 입사하면서 럭셔리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며 “그간 명품 시장은 달라진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변해왔다”고 설명했다.“지난 23년간 글로벌 명품 기업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라면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먼저 소비자들은 옴니 채널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면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때문에 제품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어떤 것을 경험하고 느끼는가에 초점을 맞춰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추세에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어떤 채널에서든 똑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쇼핑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주요 소비자층의 변화인데요. 중국인 고객들이 명품 시장에 새롭게 유입되면서 그들의 취향이 제품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울러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면서 소비 트렌드도 변하고 있는데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제품보다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2014년 한국에 공식 진출한 이래 몽블랑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몽블랑코리아가 이런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에더 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는 몽블랑의 혁신 DNA를 국내 시장에 이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몽블랑에는 없는 ‘마카주(marquage)’ 서비스를 국내에만 선보인 것이다. 마카주란 몽블랑 제품에 고객이 원하는 문양이나 이니셜을 프린팅해주는 서비스다. 크기는 물론 색깔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에더 지사장은 “마카주는 커스터마이징(맞춤서비스)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고려해 한국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인 서비스”라며 “내년에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신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럭셔리 라이프에 영감 주는 브랜드 “몽블랑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에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에요. 럭셔리 라이프는 단순히 가격에 좌우되는 개념이 아닌 하나의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그것에 깃든 정신을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태도를 말합니다. 지난해 선보인 네오 콘셉트 부티크도 그런 일환인데요. 기존 매장에 디지털 개념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사용할 예정입니다.”업계에서 미술품 콜렉터로도 유명한 에더 지사장은 한국 문화와 예술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전시회나 박물관을 찾고, 김영하 같은 한국 작가들의 소설책도 즐겨 읽는다.지난 9월 26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치러진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이 에더 지사장에게 남다른 것도 바로 그런 예술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은 필기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몽블랑이 199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사회 공헌 프로젝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이 행사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예술가들이 아닌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후원자들에게 수여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20개국 250명의 문화예술 후원자들이 선정됐으며, 한국에서는 2004년 고 박성용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을 시작으로 올해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까지 총 1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몽블랑은 2002년부터 전도유망한 작가들의 예술 활동도 지원하고 있는데요. 몽블랑의 뿌리를 생각하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이를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술을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잃는 것이고 우리의 기억을 잃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수상자인 이호재 회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예술은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몽블랑의 뼈대라 할 수 있는 글쓰기는 예술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인간의 본성이기도 한 쓰는 문화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임기 동안 몽블랑을 성공적인 브랜드로 이끌고 싶다는 에더 지사장은 한국 명품 산업도 이제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밀레니얼 고객들은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제품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디지털로의 전환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고객들이 단순한 제품 구매에 만족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에 담긴 가치와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의 명품 시장은 이미 충분히 성숙됐다고 생각해요. 이런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 정체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유통 채널의 변화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울러 브랜드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시대에 맞게 변하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이 계속 나와 줘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17.11.28 17:01

6분 소요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회장

CEO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은 세계 브랜드 가치 20위를 자랑한다. 브랜드의 대표 유산 100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회 참석을 위해 서울을 찾은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회장을 만났다. 루이비통은 헤리티지(유산)를 중시하는 동시에 ‘혁신’을 최고 가치로 삼는다. 브랜드의 출발부터가 그러하다. 1854년 자신의 이름을 딴 매장을 낸 루이 비통(1821~1892)은 위가 둥글어 여러 개를 쌓기 힘든 여행용 트렁크를 바닥이 평평한 사각 형태로 바꾼다. 공간이 좁은 철도 여행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에서였다. 이후로도 브랜드의 행보는 비슷하게 이어진다. 1890년대 자동차, 1900년대 항공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나타날 때마다 끊임없이 변모하는 트렁크를 선보인 것이다. 세계 브랜드 가치 20위(자산가치 32조4000억원)에 오른 핵심이 여기에 있다. ━ 대표 유산 1000여 점을 한 자리에 6월8일부터 8월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전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비통’은 이를 한 눈에 확인시켜주는 자리다. 트렁크의 변천뿐 아니라 당대 탐험가·예술가·사회명사 등을 위한 맞춤 트렁크,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 데미언 허스트, 일본을 대표하는 쿠사마 야요이, 논란을 몰고 다니는 사진 작가 신디 셔먼 등 아티스트와 협업한 액세서리 등 브랜드의 대표 유산 100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2016년 파리에서 시작된 세계 순회전으로, 도쿄를 거쳐 서울을 찾았다. 7일 오프닝 행사 참석차 방한한 마이클 버크(60) 루이비통 회장은 인터뷰에 앞서 직접 전시를 설명하며 ‘혁신적 브랜드’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1986년 LVMH에 입사한 이래 펜디·불가리 CEO를 거쳐 2012년 루이비통 경영 수장이 됐다.전시를 마련하게 된 계기는.2년 전에도 ‘시리즈’라는 전시를 했다. 2013년 디자이너를 마크 제이콥스에서 니콜라 제스키에르로 교체하면서 새 인물의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 역시 대부분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엔 반대다. 루이비통의 유산과 역사, 기원 등을 보여주는 동시에 내일을 조명하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오늘날 런웨이에서 보여주는 신제품이 과거와 이어져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전시의 주인공인 옛날 트렁크가 현재에 시사하는 바는 뭔가.혁신이란 가장 먼저 하는 것, 정확하게는 모방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다. 또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 아까 전시장에서 본 그 파란 트렁크를 기억하나? 1916년에 만든 건데 검정·갈색밖에 없던 트렁크에 파란색을 입혔다. 비밀이지만 당시 이를 사는 사람이 없어 소량만 만들다 끝났다. 상업적으로는 대실패였다. 하지만 루이비통이 초창기부터 혁신적 마인드를 지녔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제품이다. 파란색은 이미 존재하는 컬러였지만 이것을 트렁크에 입힌 건 루이비통뿐이었으니까. 최근 루이비통이 미국 현대작가 제프 쿤스와 협업한 마스터 컬렉션(핸드백에 루벤스·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명화를 찍어낸 가방)도 비슷하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혁신은 이를 감수해야 한다. 챔피언이란 그 자리에 가기까지 몇 번은 좌절하지 않나. 이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게 수장으로서의 내 임무다. ━ 혁신의 요체는 창의성과 대담함 제프 쿤스 이전에도 루이비통의 협업은 모험처럼 보인다.루이비통은 초기부터 외부에 열려 있었다. 1920년대 이미 예술가들이 만든 향수병이 나왔다. 이는 쿠튀르 하우스(고급 맞춤)가 아닌 럭셔리 하우스이기 때문이다. 꼭 인 하우스 디자이너의 스케치만이 아니라, 고객 하나하나가 디자이너가 돼 맞춤 트렁크를 만들었다. 협업에서도 혁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창의성과 대담함이다. 너무 쉽게, 복사해 붙이는(Ctrl+C, Ctrl+V) 식은 안 된다.카피와 관련한 이야긴가.구찌 2018 크루즈 컬렉션 일부가 1980~90년대 할렘 출신 디자이너 대퍼 댄(Dapper Dan)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실제로 구찌 옷을 보면, 루이비통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댄이 루이비통의 과거 LV 로고로 작업한 옷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물론 댄과는 아무 논의도 없이 구찌가 벌인 옳지 않은 일이었다. 아마도 구찌 디자이너가 빈티지를 보고 그것이 왜 1980년대와 연관이 있는지, 왜 대퍼 댄이 루이비통 모조품을 만들었는지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의 협업은 이런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제프 쿤스와의 협업은 2년이 걸렸다. 명화가 있는 박물관에 일일이 협조를 구하고, 각 작품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음을 보여주겠다는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얼마 전 손잡았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슈프림’도 마찬가지다. 트렁크 하나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2년간 소통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 ‘올바른 방식’이 아니면 되겠나.‘디지털 세상’의 핵심이 뭘까.대중이 모든 걸 알고 있다. 특히 주 소비층이 된 밀레니얼 세대는 진실성(authenticity)을 중시한다. 가르치려 들고 해석해 주기보다 직접 전달되는 정보를 선호한다. 내가 아무리 루이비통에 대해 이야기한들, 친구들끼리 이 브랜드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다.럭셔리 브랜드로서는 도전 아닌가.디지털로의 전환은 30년 넘게 럭셔리 업계에 근무하면서 가장 큰 변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디지털이 그렇게 혁신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30년 전에는 ‘도매(wholesale)’로 고객과 소통을 했고, 그 다음에는 소매(retail)가 추가됐다. 그리고 이제 디지털이 더해진 것뿐이다. 디지털이 생겼다고 기존의 도·소매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고객을 만나는 길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고 할까. 오히려 중시해야할 건 디지털은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소통이 편해졌다 해도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럭셔리 브랜드는 사람들의 감각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령 아까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트렁크의)나무 냄새가 났던 것처럼 말이다.실제 온라인 판매에는 어떻게 대응하나.루이비통은 1996년 이미 루이비통 닷컴(louisvuitton.com)을 만들면서 럭셔리 업계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파란색 트렁크’처럼 좀 많이 이르긴 했다(웃음). 당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싶어해서한다는 걸 간파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를 좋고 나쁘다로 접근하면 안된다. ‘고객이 원한다’가 중요하다. 온·오프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이다. 실제 두 플랫폼을 모두 이용하는 고객의 구매액이 한 곳만 이용하는 고객보다 평균 3배 정도 많다. 하지만 온라인이 아무리 중요해도 고객과 대화가 절단되는 상황에까지는 가고 싶지 않다. 알리바바에는 제품을 론칭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어떤 가치인가.제품의 아름다움·서비스·팀워크·비전 등을 아우른다. 흔해 보이는 이러한 가치가 브랜드를 계속 트렌디하게 만드는 힘이다. 경영이라는 게 단순히 상업적인 접근만이 아닌 일종의 여정이다. ━ “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 현 경영자로서 루이비통의 최고 혁신을 꼽는다면.무조건 앞으로 할 다음의 것이다. 아, 어쩌면 아주 오래 전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일하기로 결정한 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웃음)두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1979년 프랑스 경영대학원 EDHEC를 졸업할 무렵 아르노가 운영하던 부동산 개발업체 페리넬(Ferinel)에 지원했다. 보통 MBA를 마치면 유니레버나 로레알 같은 글로벌 기업이나 금융권으로 가는 게 맞았지만 나는 다른 길을 택했다. 미래보다 사람에 끌렸다. 아르노와 그의 아버지 장(Jean), 그 외 매니저급 인사를 포함한 회사 운영진이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현실성 없는 몽상가들이었지만 꿈꾸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당시 부동산 회사의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우리가 팔던 집이라는 게 결국 사람들이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집이 나의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설명해주는지, 개발자는 얼마나 명성이 있는지를 보고 결정하는 일이다. 집 한 채가 곧 그들이 누구이고, 친구가 누구이고, 어떤 삶을 지향하는가라는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럭셔리와 흡사하다. 또 아름다움과 디자인을 각각 건축으로, 패션으로 가져오고 고객의 요구를 맞춰야 한다는 점도 같다. 페리넬도 루이비통도 성공하게 된 이유는 확실히 안다. 창의와 혁신, 고객과의 관계라는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LVMH에서 여러 브랜드를 거쳐 왔다. 루이비통만의 강점은 뭔가.나는 자식이 다섯이다. 그런데 이 질문은 마치 그 중에 누가 가장 예쁘냐를 묻는 것 같다. (웃음) 루이비통은 전 세계에서 가장 균형 잡힌 럭셔리다. 과거에서부터 현재·미래까지 모든 것을 동시에 하고 있다. 또 컬렉션과 전시, 남성복과 여성복, 예술가와 힙합 뮤지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고객 역시 세대별·지역별로 다양하게 고루 퍼져 있다. 마치 오케스트라나 다름 없다. 그리고 다양한 소리를 ‘음악’으로 바꿔주는 지휘자, 그것이 나의 역할이다.- 이도은 기자 lee.doeun@joongang.co.kr·사진 김경록 기자

2017.06.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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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준 태진인터내셔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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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학동역 인근에 복합예술공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가 문을 열었다. 한국형 글로벌 명품 루이까또즈를 운영하는 태진인터내셔날의 전용준 회장이 설립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경영에 나선 전용준 회장을 만났다. 그 건물은 마치 서울 청담동에 있는 명품 브랜드의 매장처럼 우뚝 서 있었다. 루이까또즈 핸드백 특유의 길쭉한 마름모꼴 누빔(퀼팅) 무늬를 본따 마치 쇠로 건물을 누벼놓은 듯한 건물 외관이 대형 산부인과 옆에서 생뚱맞게 보일 정도였다. 지난 12일 서울 지하철 학동역 인근에 648.6㎡(약 200평) 규모로 문을 연 복합예술공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다. 루이까또즈를 운영하는 태진인터내셔날의 전용준(63) 회장이 설립했다. 루이까또즈는 성주디앤디의 MCM과 함께 대표적인 ‘한국형 매스티지(mass prestige product, 대중 명품)’ 브랜드로 꼽힌다.전 회장은 “3년 전 아트센터를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다"며 “의외로 문화 시설이 부족한 강남에 젊은 작가, 다양한 작품을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강북에 클래식 위주로 공연 시설이 몰려있고, 미술관 역시 유명 작품을 중심으로한 ‘블럭버스터’ 전시회 위주”라고 했다. “젊은 예술가들이 전시나 공연을 할 공간이 부족해서 자기 돈을 들여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현대미술 작가와 인디 음악가의 공연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에요.” 운영은 지난해 그가 설립한 태진문화재단(이사장 신정승 전 주중 대사)이 맡고, 태진인터내셔날이 매년 약 30억원의 운영 비용을 지원한다. 개관을 앞두고 전 회장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개관 중견 기업이 아트센터를 운영하는 일은 드문데요.대기업이 하는 미술관처럼 상설전시회를 할만큼 화려한 소장품은 없습니다. 이익을 위한 곳도 아니고요. 프랑스 태생인 루이까또즈는 태양왕 루이14세라는 뜻입니다. 비즈니스 상담을 할 때도 소설이나 음악 얘기로 풀어나갈만큼 다양한 문화를 중시하는 프랑스의 전통에 맞게 문화 마케팅을 많이 해왔습니다. 처음엔 누구나 비싼 명품만 찾지만 세월이 지나면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세분화됩니다. 사람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문화 소비 역시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작은 공간, 새로운 작가 등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지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전 회장은 “프랑스에서는 작은 방 한 칸에 그림을 갖다놓고 전시회를 한다”며 “그동안 이런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지하에 설치한 작은 공연장에는 벌써 대관 신청이 쏟아진다”고 했다. 플랫폼 엘은 미술관에 가깝지만 건물 사이 정원 공간을 이용해 영화를 보거나 파티를 열 수 있고, 지하에는 190명이 앉을 수 있는 이동식 좌석과 무대를 설치해 전시회나 공연, 패션쇼 등이 가능한 복합 공간이다.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었을 텐데요.부지에 건축비까지 약 200억원 들었습니다. 지하에 공연장까지 있는 건물이기 때문에 기초 공사를 단단히 하느라 일반 건축비보다 훨씬 많이 들었어요. 건물은 ‘차세대 세계 10대 건축가’로 선정된 이정훈 건축가의 작품입니다. 사실 우리 기업 예산으로 이 정도 투자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게다가 루이까또즈는 최근 3년 연속 매출이 하락세잖습니까.이 센터를 추진할 때만 해도 요즘처럼 어려워질 줄은 몰랐어요. 2012년 매출이 203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직후였거든요. 매출이 떨어질 줄 알았다면 시작 안했겠지요.(웃음)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이 최대 위기에요. 외환위기·금융위기 때도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었는데 처음으로 매출이 꺾였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사회 공헌) 사업은 이것저것 재면 못합니다. 이미 시작했으니 지르자고 마음 먹었어요. 경기에 따라서 왔다갔다 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어요. 좋은 시절이 있으면 나쁜 시절이 있는 법이지요.왜 위기가 왔을까요.시장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어요. 이 시장에 수많은 경쟁자가 생기면서 우리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점유율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이른바 ‘명품’을 경험해 본 소비자들은 다시 자기만의 개성을 찾아가거든요.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고전하는 이유지요. 유통 환경도 변했습니다. 백화점에 젊은 사람들이 안 가지 않습니까. 기존 방식으로는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봐야지요. 이젠 정말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왔습니다. 새로운 시장 질서가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변화의 한가운데 있어요. ━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한 루이까또즈 루이까또즈는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한 브랜드다. 전 회장은 1990년 프랑스 브랜드인 루이까또즈를 국내에 들여와 ‘고급 핸드백’시장을 열었다. 당시 5만~10만원 가격대였던 핸드백 시장에 20만~30만원대 핸드백을 소개해 인기를 모았다.설립 첫 해 5억원이었던 매출은 20여 년만에 400배를 훌쩍 넘었다. 2006년에는 아예 프랑스 본사를 인수했다. 지금은 한국이 본사고 프랑스 등에 지사가 있는 글로벌 브랜드다. 독일 브랜드였다가 성주인터내셔널이 인수한 MCM과 유사하다. 2009년에는 파리에 국내 패션업체 최초로 단독 매장을 열고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어 2년 만인 2011년엔 2000억원을 넘기는 등 승승장구했다.전 회장은 “과거를 되돌아보면 최대의 위기가 최고의 기회가 됐었다”며 “시장이 재편되는 지금은 반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90년대 후반에 루이비통·샤넬 같은 고가 명품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들어왔어요. 루이까또즈 매장이 백화점 1층에서 2, 3층으로 밀려났죠. 사실 그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매출이 늘더라고요. 고가 명품 소비가 늘면서 예상과 달리 우리 브랜드 고객도 함께 증가한 겁니다. 덕분에 프랑스 본사를 인수할 정도로 급성장했고요. 시장의 힘과 움직이는 방향은 예측 불허에요. 정말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지요.”새로운 시장 변화에는 어떻게 대응하실 건가요.대응 전략을 알려드리면 안되지요.(웃음) 기존 방식에서 포기할 건 포기하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다각도로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실 누구도 예측 못하거든요. 확실한 것은 생각만 하면 소용 없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겁니다. 또 환경이 변하기 전에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올 가을에는 뭔가를 내놓을 겁니다.디지털 전략인가요.디지털 쪽도 강화해야 합니다. 다만 깜짝 놀랄만한 혁신은 실패의 가능성도 높습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혁신하면 또 다음 단계가 보입니다. 그렇게 여러 개가 쌓여서 ‘야, 많이 변했구나’하게 되는 겁니다. 중국 쪽은 온라인이 특히 발달돼 있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중국 시장 공략 방침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과거에는 베이징·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주요 상권에 큰 매장을 내고 그 매장을 기반으로 확장해 나갔는데 그런 방식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투자 비용도 많이 듭니다. 중국의 온라인 시장 발달 속도는 한국보다도 훨씬 빠릅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없었던 고급 핸드백 전문 온라인 쇼핑몰도 여럿 생겼습니다. 그런 온라인 전문몰에서 마이클코어스·코치 같은 브랜드와 함께 경쟁하는 거지요.4월에는 한국에서 20만원대 핸드백 라인 ‘리옹’도 처음 내놓으셨는데요.젊은 사람들이 돈이 없지 않습니까. 취직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인턴조차 구하기 쉽지 않으니 가격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지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집착하게 됩니다. 루이까또즈도 선뜻 사기는 쉽지 않은 가격대입니다. 젊은 층도 우리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수작업으로 만드는 제작 방식은 그대로지만 가방 구조를 단순화하고 소재를 바꿔서 가격을 낮췄습니다.시장은 루이까또즈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했다. 리옹은 출시 약 보름 만에 루이까또즈 전체 제품 중 판매 1위가 됐고, 기존 인기 제품 판매량의 3배를 기록했다. ━ “좋은 시간을 보내는 모든 사람의 예술공간”희망 디지털·중국시장·20만원대 제품, 이렇게 세 가지가 미래 전략인가요?일부일 뿐입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구조를 짜야합니다. 산업 전체가 새롭게 짜여지는 시기니까요. 무조건 과거 방식이 잘 안 맞는다고 우리는 쇠퇴하겠구나 생각하면 쇠퇴할 수 밖에 없는 거죠. 패러다임에 맞춰 앞질러 나갈 수 있는 모멘텀을 찾을 겁니다.전용준 회장은 플랫폼-엘 아트센터에 대해 “우리가 시작은 했지만 내 개인이나 태진인터내셔날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플랫폼-엘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모든 사람의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사립미술관이 기업의 흥망성쇠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후원자 그룹을 만들어서 이를 보완하겠습니다.”플랫폼-엘의 전시회 관람 비용은 대개 5000원. 인터넷 할인을 받으면 4000원 정도 선으로 할 계획이다. 소장품 100여 점은 9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미술 작가 위주다. 회화·조각·설치미술·비디오·사진 등 장르도 다양하다. 8월8일까지 개관 기념으로 한국의 설치미술 작가인 배영환(47)씨와 중국의 세계적인 영상·사진작가 양푸동(45)의 전시회를 연다. 중앙 정원 옆 1층에는 카페가 있고, 루이까또즈와 작가들이 협업한 제품을 파는 아트숍도 있다. 4층에는 미술 관련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강의실도 마련했다. 모두 전 회장이 5~6년 전부터 구상했던 공간이다.꿈을 이루신 건가요?꿈을 이룬 거지요. 저는 대학에선 영문학을 전공했고, 경영대학원을 나왔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만들고 파는 일을 하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 센터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전 회장이 “아직 꿈많은 소년이죠”라며 멋쩍게 웃었다. 소년 같은 미소였다.PROFILE: 1975년 연세대 영문과 졸업 / 1977년 육군 중위(ROTC 13기) 전역 / 1979년 미국 위스콘신대 MBA / 1980년 삼성물산 근무 / 1990년 태진인터내셔날 설립 / 1992년 국제청년회의소(JCI) 부회장 / 2006년 루이까또즈 본사 인수 / 2013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 슈발리에 수훈- 구희령 기자

2016.05.26 17:19

6분 소요
유통이 기업지도를 바꾼다 (2) 현대백화점

산업 일반

한국 백화점들이 2년째 역성장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저마다 전략으로 판을 흔들고 있다. 그 중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수도권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오픈 하고 백화점을 구매의 공간에서 체험, 충전의 공간으로 바꾸며 의미 있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콘텐트 디벨로퍼(Developer·개발자)다.” 올 초 업무보고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한 말이다. 현대백화점이 콘텐트 강화를 전략으로 삼아 최근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13일부터 전국 18개 점포에서 월리 캠페인을 선보여 한달 동안 신규 고객 3만2800명이 늘었다. 전년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포브스가 만난 김인호 교수는 이를 두고 “백화점 확대 전략의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김인호 교수는 17년간 현대백화점에 근무하다 현대유통연구소 소장으로 퇴직했다. 현대백화점 벤치마킹, 선진 사례 도입을 주도하고 현대백화점 30년사를 집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지금도 성균관대 겸임교수, 가든파이브 대표, 컨설팅 회사 BUSINESS INSIGHT 파트너 등 다양한 현장 활동을 하며 유통업계 전반을 연구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그 중에서도 현대백화점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변화와 주요 전략을 잘 알고 있고 관심도 여전하다.한국 백화점 업계는 최근 온라인 쇼핑, 대형 할인점, 편의점과 경쟁하고 있다. 백화점 3사(롯데 신세계 현대)는 저마다의 전략으로 꺾인 성장 그래프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탈(脫)이냐 확(擴)이냐의 기로에서 신세계와 롯데는 탈, 현대는 확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김인호 교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예로 들었다. “이전에는 백화점이 패션의 중심이었지만 판교점은 ‘생활의 완성’이란 코드로 백화점의 개념을 확장했습니다.” 150개 식품관에 900개의 브랜드가 입주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수도권 최대인 9만2578㎡의 규모로 지어졌다. “백화점이 성장기에서 정체기에 접어들었어요. 다들 저마다의 전략을 보이고 있죠. 신세계와 롯데의 아웃렛 진출은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이른바 통과형 쇼핑을 체류형 쇼핑으로 바꾸는데 전략을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백화점 업에 더 집중하되 넓히는 데 주력하는 거죠.” 백화점 업계는 2년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김 교수가 말한 통과형 쇼핑은 2~3시간, 체류형 쇼핑은 반나절 이상 백화점에 머무르며 쇼핑, 식사를 병행하는 형태를 말한다.판교점은 백화점이 ‘UX(User experience)플랫폼으로 진화한 첫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우선 해외 유명 브랜드 1호 점 입점을 주요 전략을 삼았다. 덕분에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와 뉴욕 브런치 카페 ‘사라베스 키친’, 그리고 덴마크의 대표 음료 체인점 ‘조앤더주스’와 함께 프리미엄 식재료 전문점 ‘이탈리(EATALY)’ 등의 브랜드를 유치했다. 백화점 옥상에는 회전목마를 설치했고 영업면적을 포기하면서 구축한 국내 최초의 ‘현대 어린이 책 미술관’도 만들었다. 백화점의 가치를 ‘소비’가 아닌 가족과 함께 즐기고 ‘충전(REFRESH)’하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화장품 편집매장 ‘앳 뷰티’에선 피부 및 건강에 최적화된 건강 주스와 스파 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매장을 구매가 아닌 경험, 휴식 공간으로 진화시켰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8월 오픈 후 100일 만에 매출 2100억원 돌파, 1000만명 고객 돌파 기록을 달성했다. 구매 고객수는 400만명, 그 중 절반이 10KM밖에서 찾아왔다. “현대백화점의 콘텐트 경쟁력 덕분”이라는 게 김인호 교수의 분석이다. ━ 과거에는 이세탄, 니만마커스백화점 전략 벤치마킹 김 교수는 현대백화점과 함께 우리나라 백화점 비즈니스 전략은 일본의 전략을 상당 부분 참고했다고 말한다. 일본의 세이부(SEIBU) 백화점은 탈 전략을, 확 전략은 이세탄(ISETAN), 미츠코시(MITSUKOSHI) 백화점이 취했는데 한국의 신세계 백화점은 과거에 세이부 백화점과 업무 제휴를 통해 운영 전략을 스터디했다는 것이다. 세이부 백화점은 할인점 세이유를 만들었고 이후 PB상품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무인양품이다. 신세계 역시 백화점에서 이마트 그리고 PB브랜드 JAJU를 만들었다. 세이부가 인터콘티넨탈 일본의 대주주, 신세계 역시 웨스틴조선호텔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현대백화점은 이세탄 백화점과 미츠코시 백화점을 스터디했습니다.” 이후 이 두 백화점은 합병해 미츠코시이세탄그룹으로 외연을 확장했다.현대백화점 역시 규모를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그레이스 백화점, 울산 주리원 백화점을 인수했고 천호점, 미아점을 오픈 했다. 이어 광주 송원백화점을 인수해 현대백화점 광주점으로 위탁 경영했고 현대백화점 목동점 오픈에 이르렀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확실히 규모의 확 전략이었어요. 2000년 대 들어 다시 전략을 고민했고 미국의 럭셔리 백화점 ‘니만마커스(Neiman Marcus) 백화점’에 가서 그들의 전략을 집중 스터디했습니다. 니만에서 배운 ‘럭셔리’가 현대백화점 도약의 키워드였습니다. 이후 현대 본점에 루이비통을 입점시켰어요. 당시 CI도 금강개발산업에서 현대백화점으로 바꿨어요. 최근엔 다시 DEPARTMENTSTORE도 떼어냈더군요.” 니만마커스 백화점을 스터디 할 당시 정지선 회장(당시 차장)도 동행했다. 현대백화점은 니만마커스 백화점이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입점시켜 성장한 것에 주목했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을 위해 고객 리워드 프로그램도 당시에 도입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김 교수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럭셔리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할인점 진출도 미뤄왔다. 대신 ‘고품격 백화점’ 이미지도 지키면서 판매 채널도 다각화하기 위해 진출한 게 현대홈쇼핑이다.이후부터 지금까지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었다. 대신 고품격은 퇴색했고 백화점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럭셔리의 소비 패턴은 과시, 모방, 동경, 일상화인데 경제 발달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럭셔리는 최상위 브랜드를 제외하곤 이제 일상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유통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백화점 가격은 적당한가?’를 따져 묻기 시작했다. 백화점은 수수료제로 운영되고 팔리지 않은 재고 상품에 대한 처리 비용을 가격에 포함시키는 구조라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신세계나 롯데가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시장 잠식)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웃렛을 통해 제품 재고를 소진하려는 이유다. 이를 통해 백화점 가격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김인호 교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을 두고 “시간이 지난 후 현대백화점의 성장사를 돌아보면 판교점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판교점은 ‘백화점은 구매’라는 접근이 아닌 ‘백화점은 충전이고 경험이다’는 식으로 백화점 개념을 탈바꿈 한 것이다. 그래서 콘텐트를 강화한 것이다. 판교점은 규모가 큰 것이 아니라 콘텐트가 풍부하다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 ━ ‘구매’에서 ‘체험’으로 차별화 전략 승부수 ‘객노백로 현상’이란 말이 있다. 백화점 고객이 늙으면서 백화점도 늙어간다. 이는 앞서 현대백화점이 도입한 CRM 때문이다. 고품격에 매달리다 보니 20% 고객이 80% 이익을 준다는 논리에 빠져 20% 고객에 집중했던 것이다. 그 사이 신규 고객을 놓쳐 버리는 우를 범했다. 신규 고객을 누가 데려갔을까? 김 교수의 말이다. “SPA 브랜드다. 트렌디한 패션 그리고 가성비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토요일에 현대백화점에 가보라. 대부분 고객들의 머리가 희다. 또 한가지는 아버지는 직장 잃고 아들은 구조조정 또는 청년 실업 당한 가계의 증가다. 기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상여금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백화점엔 우울한 소식이다. 조사에 따르면 상여금의 15% 정도를 백화점에서 소비하기 때문이다.”젊은 고객을 불러들이는 데 좋은 방법은 콘텐트다. 최근엔 패션과 함께 ‘식(食) 콘텐트’가 대세다. 현대백화점은 식품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판교점도 가장 강조하는 문구가 ‘국내 최고 수준의 식품관’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현대백화점 DNA가 슈퍼마켓이기 때문”이라 답했다. 현대백화점 모태가 금강 슈퍼마켓이란 점을 지적한 것이다. 1970년대 유통 근대화라는 관점에서 정부에선 근대화 체인을 지정했다. 중동 현대건설에 납품할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서다. 현대는 이 당시 압구정과 울산에 금강 슈퍼마켓을 운영했고 압구정 금강 슈퍼마켓에선 고급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고급 식재료에 대한 판매 경험이 많았다. 이후 1985년 압구정 슈퍼마켓은 현대백화점 본점으로 변신했고 지금까지 식품관은 현대백화점의 자랑이자 주요 전략이다. 판교점 식품관 역시 기존 국내 최대 식품관인 신세계 센텀시티(8,600㎡)의 1.6배 규모로 축구장(7,140㎡) 2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판교점엔 ‘현대식품관’이란 BI도 처음 적용했다.판교점은 수도권 최대 규모의 문화센터(480평)와 함께 백화점 최초로 전 층에 F&B 매장을 갖췄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판매기획팀 최지환 팀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과 체험형 매장 등 차별화된 콘텐트를 무기로 금년 목표인 8천억을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 오픈과 함께 올 초부터 콘텐트 개발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고객들에 ‘행복’과 ‘기쁨’을 주기 위해서다. ‘구매’에서 ‘체험’으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이 우리 백화점 업계에 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지 지켜볼 일이다.-- 유부혁 기자

2016.03.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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