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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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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지옥3’ 데이트 코스”…‘제주 드림타워’, 발렌타인데이 프로모션

유통

롯데관광개발이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에서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글로벌 스타셰프가 선보이는 특선메뉴를 선보인다고 29일 밝혔다.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솔로지옥 시즌3 천국도의 첫 만찬이 진행되었던 ‘스테이크 하우스’는 제주 최고층(38층)에 위치해 제주도심과 한라산 등을 탁 트인 뷰로 즐기며 ‘하늘 위 이색 다이닝 데이트’가 가능하다.‘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글로벌 스타셰프인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컷 싱가포르’ 출신의 벌튼 이(Burton Yi) 총괄셰프가 내달 10일부터 14일까지 단 5일간 커플 코스메뉴를 선보인다.웰컴 와인을 시작으로 캐비어를 올린 참치 타르타르, 솔로지옥 시즌3 출연진들이 즐겼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씨푸드 플래터(랍스터, 킹크랩, 타이거 새우, 굴 등)를 비롯해 채끝 등심 스테이크, 라즈베리 리치 하트케이크, 초콜릿 봉봉 등 7코스로 구성된다. 가격은 2인 기준 32만원이다.‘라운지 38’을 비롯해 ‘갤러리 라운지’, ‘델리’에서는 미쉐린 3스타를 획득한 마카오 ‘르부숑’ 출신의 조나단 총괄 파티셰의 발렌타인데이 스페셜 케이크 및 디저트가 준비된다.시시각각 변하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비행기 이착륙 장면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라운지 38’에서는 내달 10일부터 14일까지 발렌타인데이 스페셜 케이크와 함께 커피/차 또는 와인(글래스)을 세트로 선보인다. 가격은 각각 2만5000원, 5만5000원이다. 케이크 세트 구매 시 폴라로이드 사진을 제공하며 14일에는 장미도 선물로 준비된다.또한 발렌타인데이 한정 칵테일도 맛볼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의 풍부한 향과 자몽의 상큼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청량한 ‘하트 온 파이어’, 꼬냑에 새콤달콤한 크렌베리 향이 매력적인 ‘스위트 하트’ 2종이며 가격은 1만8000원이다.‘갤러리 라운지’에서는 내달 2일부터 18일까지 새콤달콤한 라즈베리, 리치 맛이 풍부한 레드 발렌타인 케이크와 딸기 에끌레어 등을 선보인다. 가격은 각각 1만2000원, 1만1000원이다.‘델리’에서는 내달 2일부터 25일까지 붉은 색감이 매혹적인 하트 모양의 ‘레드 발렌타인 케이크’를 판매한다. 가격은 5만5000원이다.

2024.01.29 10:13

2분 소요
파리 현지 ‘파리바게뜨’서도 뜨거운 응원…SPC, 부산 엑스포 유치 열기로 ‘후끈’

유통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 엑스포) 개최지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통업계가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파리바게뜨·베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등 소비자와 친숙한 브랜드를 보유한 SPC그룹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며 힘을 보태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8개, 베트남에 11개의 파리바게뜨와 리나스 매장을 운영 중인 SPC는 윤석열 대통령 프랑스·베트남 순방 일정에 맞춰 현지 매장에 대통령 순방 환영과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은 홍보물을 비치해 양국 국민들과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SPC그룹은 이와 함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허진수 사장이 대통령 베트남 국빈 방문에 경제 사절단으로 함께했으며,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인 및 관계자들과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SPC는 국내에서도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을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부스를 설치하는 등 활발한 홍보 활동에 나섰다. 지난 4월 30일부터 3일까지 5일간 진행된 ‘광화에서 빛;나이다’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부산 방문을 앞두고 국민들의 부산엑스포 유치 열망을 국내외에 알리고자 기획된 행사다. SPC를 비롯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여했다.SPC는 핸드 드로잉한 일러스트로 꾸며진 ‘소원상점’(행복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을 콘셉트로 한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파리바게뜨, SPC삼립,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SPC 계열 브랜드를 활용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했다.도넛, 베이글 등 둥근 형태의 빵 모양 엽서에 눈, 코, 입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키트(Kit)를 배포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카드를 관람객들이 직접 만드는 ‘해피 페이스(Happy Face)’ 행사를 열었다. 응원 메시지를 작성하고 뽑기 게임에 참여하면 파리바게뜨의 베이글과 배스킨라빈스 블록팩, 던킨의 도넛, SPC삼립 보름달빵 등 SPC 주요 브랜드 제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펼쳤다.부산시 소통 캐릭터 ‘부기’(Boogi)를 활용해 부산, 경남 지역 파리바게뜨 매장에서만 한정 판매하던 ‘부기 케이크’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SPC는 전국의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파스쿠찌, 잠바주스 등 총 6350개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된 디지털 메뉴 보드에 부산엑스포 로고 및 응원 문구를 띄운 영상을 송출했다. 지난 6월엔 윤석열 대통령 프랑스·베트남 순방 일정에 맞춰 현지 매장에 대통령 순방 환영과 부산 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은 홍보물을 비치해 양국 국민들과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SPC는 이와 함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허진수 사장이 대통령 베트남 국빈 방문에 경제 사절단으로 동참,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인 및 관계자들과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SPC는 부산시와 손잡고 엑스포 유치의 염원을 담은 케이크를 출시하기도 했다. 부산시의 대표 소통 캐릭터 부산 갈매기 ‘부기’와 협업한 ‘부기가 해볼게!’ 케이크를 지난 7월 선보이며 부산 엑스포 홍보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8월엔 ‘부산 갈매기 부기’ 케이크를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 한정 출시하고, 10월에는 ‘부기와 함께 불꽃 축제’ 케이크 등을 선보인 바 있다. ‘부기가 해볼게!’ 케이크의 전용 박스에는 부산의 시화인 ‘동백꽃’ 모양의 초콜릿과 ‘부기’ 캐릭터가 그려져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응원의 의미를 더했다.파리바게뜨는 ‘부기가 해볼게!’의 판매 수익 일부를 부산 지역 학생들을 위해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SPC 관계자는 “부산에서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관련 제품 출시, 프랑스·베트남 등 글로벌 파리바게뜨 매장에 염원을 담은 홍보물을 비치하며 경영 역량을 집중해왔다”며 “부산 엑스포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끝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11.24 13:00

3분 소요
치솟는 외식 물가에 올 연말도 ‘홈파티’가 대세…‘갓’벽한 아이템은?

유통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송년회를 비롯한 연말 모임이 ‘홈파티’로 대체되고 있다. 식품업계는 홈파티를 위한 간편한 ‘홈다이닝’ 제품을 선보이며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홈다이닝’은 집을 의미하는 ‘홈’과 고급 만찬을 의미하는 ‘파인다이닝’을 결합한 단어다. 최근에는 집에서도 호텔 못지않은 만찬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홈다이닝’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우리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전통주인 막걸리가 ‘힙’한 주류로 떠올랐다. 서울장수에서 출시한 프리미엄 유자 막걸리 ‘달빛유자’는 누적 판매량 100만 병을 돌파한 바 있다. 서울장수 측은 달빛유자는 기름지고 매운 음식과의 조합이 좋고 알코올 함량이 6%인 낮은 도수로 술이 약한 사람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고 전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워커힐)는 호텔 분위기의 홈파티를 할 수 있도록 최근 ‘고메 화덕피자’ 3종을 출시했다. 고메 화덕피자는 워커힐 호텔 레스토랑의 노하우를 담은 간편식 제품으로 ▶마르게리타 ▶불고기 콤비네이션 ▶트러플 고르곤졸라 등 3종으로 구성했다. 해태제과의 프리미엄 젤라또 브랜드 ‘빨라쪼’는 연말 파티의 필수 준비물인 크리스마스 에디션 케이크 3종을 선보인다. 빨라쪼는 겨울철 인기메뉴 3가지(초콜라또, 프라골라, 포르마지오)를 선정해 젤라또 케이크로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루돌프초코 ▶리스트리치즈 ▶산타스트로베리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식 물가 상승 및 코로나19 재확산세로 홈파티 수요가 늘고 있다”며 “가까운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자리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 중인 소비자들을 위해 식품업계는 간편하고 고급스러운 '홈다이닝'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서 기자 yonso@edaily.co.kr

2022.12.23 17:30

2분 소요
펄어비스 ‘검은사막’ 유저 소통 행사 ‘VOA 서울’ 직접 참여해보니

게임

펄어비스는 7월 16일 ‘검은사막’ 이용자들을 위한 축제 ‘Voice Of Adventurers 서울(VOA 서울)’을 서울 잠원한강공원에 위치한 서울웨이브 아트센터에서 개최했다. VOA는 펄어비스가 전 세계 이용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는 이용자 중심 행사다. VOA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검은사막 운영진이 세계 각국을 다니며 이용자들을 만나왔다. 2019년 6월 각성 버전 ‘샤이’가 최초 공개됐던 러시아를 비롯해 터키, 대만과, 태국 및 동남아 등 이용자들을 직접 만난 바 있다. VOA 서울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19년 12월 ‘칼페온 연회’ 이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오프라인 이벤트다. 이번 행사에서 펄어비스는 100여 명의 검은사막 유저들을 위해 각종 이벤트, 만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펄어비스는 북미, 일본, 한국에 이어 앞으로 전 세계 이용자들을 찾아가는 VOA 행사를 계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16일 오후 5시 40분쯤 도착한 행사장 근처 주차장에서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행사에 초대된 검은사막 유저들은 펄어비스에서 제공한 우산을 쓰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공식 행사 시작에 앞서 행사장 밖 로비에서는 ‘낚시 미니게임’, ‘강화 미니게임’ 등이 진행됐다. 아울러 현장에 마련된 포토월에서 폴라로이드 사진과 스티커를 활용해 응원 메시지를 꾸미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됐다. 행사장 안에서는 검은사막 유저들이 펄어비스에서 마련해준 게임 ‘가문명’이 적힌 명함을 서로 교환하며 인사를 나눴고, 간단한 돌발 미션 이벤트도 열렸다. 이후 파크 하얏트 쉐프진이 준비한 특별한 만찬이 유저들에게 제공됐다. 해당 만찬은 ‘팔딱생선해적단의 말랑몰랑 해물 샐러드’ 등 검은사막 속 각종 설정을 활용한 이름을 붙여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만찬 이후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행사 진행에는 방송인 허준이 자리했으며, ‘검퀴즈 온더 블럭’, ‘검사는 사연을 싣고’, ‘럭키드로우’ 등 다양한 유저 참여형 행사가 이어졌다. 특히 ‘검사는 사연을 싣고’ 행사의 경우, 검은사막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은 사연, 나빠진 건강을 극복하며 검은사막을 즐긴 사연 등이 소개되며 큰 여운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김재희 총괄 PD는 해당 사연자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증정하기도 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에서는 신규 캐릭터 ‘각성 드라카니아’가 깜짝 공개됐다. 펄어비스는 행사장을 찾은 유저들에게 전 세계에서 최초로 각성 드라카니아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4월 출시해 큰 인기를 얻은 클래스 ‘드라카니아’의 각성 버전이 오는 7월 27일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각성 드라카니아는 용의 날개를 펼친다는 캐릭터 콘셉트에 맞게 진짜 비행이 가능한 클래스다. 비행 기술로 유명한 ‘란’의 ‘운무림’이 우아한 비행이라면 ‘각성 드라카니아’의 비행은 보다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비행의 성격을 지녔다. 각성 드라카니아는 ‘폼’ 변환이 가능한 클래스로 ‘폼’의 상태에 따라 다른 전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날개를 펼치지 않은 상태의 ‘마인’ 폼과 날개를 펼친 상태의 ‘회색용’, ‘잿빛용’ 폼이 존재한다. ‘마인’ 폼 상태에는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으로 전투가 가능하며, ‘회색용’, ‘잿빛용’ 폼의 경우 넓은 범위에 강력한 위력의 공격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전투 상황에 따라 폼을 변화해가며 다른 느낌의 전투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검은사막 운영진은 직접 서비스 시작과 함께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것을 목표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검은사막 한국 직접 서비스와 함께 진행한 ‘하이델 연회’와 연말 열린 ‘칼페온 연회’에서는 행사장을 찾은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운영진이 행사 종료 후에도 행사장에 남아 이용자를 한 명씩 만나며 의견을 듣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VOA 서울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랜만에 이용자들을 직접 만난 행사인 만큼 행사가 종료된 10시를 한참 넘긴 시간인 11시까지 검은사막 운영진이 행사장에 남아 이용자들을 한 명씩 만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검은사막은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 차례 열리는 연회 외에도 이용자들을 직접 초청해서 만나는 행사 ‘meet&greet’을 운영 중이며, 검은사막 공식 유튜브를 통해 이용자들을 만나는 '검팡맨', 심야 시간에 이용자들과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는 '심야토크' 등을 지속하고 있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2022.07.18 19:00

3분 소요
“화려한 오색만찬”...美 바이든 대통령 입맛 사로잡은 한식은?

유통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이날 한미정상회담 성과만큼 주목받은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즐긴 만찬 메뉴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한식으로 꾸며진 만찬을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남기지 않고 접시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에는 롯데호텔의 한식당인 무궁화 셰프들이 참여했다. 이 셰프들은 롯데호텔 연화팀 셰프들로 30년 이상 경력을 지녔다. 만찬 메뉴는 최소 2~3개월 정도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정상회담 만찬 준비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콘셉트는 한국 전통 오방색인 황, 청, 백, 적, 흑을 담아 전통 한식을 미국의 식재료와 함께 이용한 메뉴들로 구성했다.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펼쳐 낸다는 ‘제구포신(除舊布新)’과 화합과 번영의 기원을 담았다. 전채요리로는 흑임자 두부선, 횡성 더덕무침, 금산인삼야채말이 등 전국 각지 제철 식재료가 더해진 5품 냉채가 준비됐다. 최상급 미국산 갈비를 한국의 전통 방식인 간장소스에 숙성시켜 저온으로 조리한 소갈비 양념구이와 조화와 융합을 상징하는 한국 대표 전통음식인 산채비빔밥 등도 준비됐다. 후식으로는 미국산 견과류와 오렌지를 이용한 젤리, 그리고 이천 쌀을 이용한 쌀 케이크, 마지막으로 오미자 화채가 구성됐다. 롯데호텔은 지난 25일 진행한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만찬도 준비했다. 용산 대통령 집무 시대의 성공을 기원하는 식전 먹거리와 전국 팔도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메뉴들을 콘셉트로 선보였다. 여기엔 화합과 상생을 상징하는 지평일구이오 막걸리도 함께 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롯데호텔 서울 무궁화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식전 먹거리는 물론 전통 전병, 팥 음료 등 다양한 한식 메뉴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2.05.26 19:00

2분 소요
시간을 먹어치우는 괴물

산업 일반

남성은 온라인 게임과 포르노, 여성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 중독 심해져… 술·마약·도박을 끊을 수 없는 증상과 공통점 많아2010년 여름 어느날 영국 케임브리지 크라이스트 칼리지에서 강연했을 때 스웨덴 출신인 대학원생 다니엘 베르크가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왔다. 강연에서 나는 큰 의미를 담지 않고 ‘인터넷 중독’을 언급했다. 베르크는 인터넷 중독이 그냥 지나가는 식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문제라며, 스톡홀름대학에 있는 친구 다수가 학교를 그만두고 무료 숙박소에서 폐인처럼 지내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만 계속한다고 말했다. 말도 스웨덴어보다는 게임에서 사용하는 영어 은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느끼나요?” 내가 물었다.“불안하고 초조해해요.” 베르크가 답했다.“그런데도 계속 게임을 한다고요?”“그래요. 오로지 게임만 해요.”그런 행동은 실제로 중독처럼 보인다. 후회하면서도 일시적인 쾌락을 강박적으로 좇으면서 개인과 사회 모두에 해를 끼친다는 뜻에서 중독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의 경우는 스웨덴 남성에게 개인적인 피해가 가장 큰 듯했다. 베르크는 “경제사를 전공하는 대학원 과정에서 남아 있는 남학생이 나 하나”라고 말했다.그러나 미국 플로리다주로 돌아갔을 때 나는 디지털 기기 집착이 상아탑에서 성별적으로 좀 더 동등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의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여학생이 남학생만큼이나 많았다. 내가 학생들에게 베르크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들은 곧바로 그런 유형을 잘 안다고 반응했다. 한 학생은 자신도 게임에 빠져 1년을 허비했지만 지금은 회복 중이라고 털어놓았다(하지만 성적을 보면 여전히 위태로웠다). 다른 학생은 게임을 하면서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려고 컴퓨터 곁에 깡통을 두는 게이머를 봤다고 말했다.나는 컴퓨터 곁에 둔 소변용 깡통이 ‘중독’의 달라지는 개념을 극단적으로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1970년 대만 해도 ‘중독’이라는 용어는 강박적인 마약 사용 이 외에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약 40년 동안 ‘중독’의 개념이 크게 확장됐다.회고록을 낸 사람들은 도박·섹스·쇼핑·탄수화물에 중독된 경험을 책에서 고백했다. 독일의 섹스치료사들은 인터넷 포르노를 두고 청소년을 유혹하는 ‘초기 마약’이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 신문의 사설은 설탕이 ‘마약과 똑같이 작용하는’ 중독성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하루에 콜라 10ℓ를 마신 뉴질랜드의 한 젊은 어머니는 치아가 다 빠진 채 부정맥으로 사망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중국 장쑤성의 19세 무단 결석생은 인터넷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손을 잘라 화제가 됐다. 중국 관리들은 그의 동년배 중 약 14%가 그와 비슷하게 게임에 빠진 것으로 판단하고 인터넷 중독 치료 센터를 설치했다. 한국과 일본도 그 뒤를 따랐다. ━ 헤어나기 힘든 웹의 덫 대만 의원들은 자녀가 온라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허용하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미성년자의 흡연과 음주, 마약 사용, 빈랑 열매 씹기를 금지하는 법을 확대했다). 미국에선 다른 중독은 위험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지만 온라인 중독은 다소 덜하다(2000년대 초 미국 청소년의 47%는 적어도 한 가지의 행동·약물 중독 장애를 보였다).그들은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의학 연구자들은 약물과 행동 중독의 기저가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변화와 내성패턴, 갈망·도취·금단 경험이 비슷하다. 또 그와 비슷한 성격 장애와 강박증에 대해서도 유사한 유전학적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도박 마니아와 카지노의 바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는 사람은 동일인일 가능성이 크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진단 및 통계 편람 5차 개정판(DSM-5)은 도박 장애를 마약 중독과 똑같이 묘사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ICD) 제11차 수정안 초안에 ‘게임이용장애’를 추가했고 얼마 전 ‘게임 중독이 질병’임을 공식 의결했다.이처럼 중독을 이야기하는 문제에서 모두가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의사들은 환자를 낙담시키거나 오명을 줄까 두려워 중독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자유의지론자들은 자제력 부족의 핑계라며 중독의 개념을 일축했다. 사회과학자들은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의학 제국주의’라고 공격했다. 철학자들은 중독의 개념이 모호하다며 서로 다른 증상에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는 ‘중독’이라는 용어를 고수할 생각이다. 강박적이고 조건반사적이며 재발하기 쉽고 해로운 행동 패턴을 가리키는, 간략하고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독이라는 이런 해로운 행동 패턴이 왜 더욱 뚜렷해지고 다양해졌을까?인터넷 중독과 음식 중독은 아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음식 중독자는 뭔가를 계속 먹어야 한다. 반면 마약과 도박 중독자는 적어도 끊으려고 시도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온라인 유혹은 음식처럼 뿌리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 사용을 생활의 일부로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중독 치료사는 그런 사정을 잘 안다. 음식중독 치료를 받는 사람이 균형 잡힌 섭식을 지향하듯이 인터넷 중독을 치료받는 사람은 ‘문제 있는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고, 통제되고 균형 잡힌 인터넷 사용’을 목표로 한다.유사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음식 중독자와 인터넷 중독자는 똑같이 음식이나 인터넷에 집착하고, 절제력을 잃으며, 내성을 보이고, 불안과 강박 같은 장애를 나타내며, 금단 시기에 우울증을 겪는다. 재발하기 쉬우며, 가족의 애원과 사회적 비난에도 끈질기게 계속된다. 인터넷 중독자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상황이 악화하기 전인 2000년과 2009년 미국·유럽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유병률은 각각 1.5%와 8.2%였다. 중국의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2.4~6.4%였고, 대만의 대학 1학년생 같은 일부 하부 집단의 경우 중독률이 18%에 접근했다.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중독이 적어도 음식 중독만큼 흔해졌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2010년 국제 연구팀은 10개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동안 전자 미디어 없이 지내도록 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했다. 전형적인 반응은 놀라움과 초조함, 지루함, 고립감, 불안·우울의 혼합된 감정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든 전자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과 중독을 솔직히 인정한 사례가 많았다.술이나 마약, 가공식품, 또는 도박처럼 전자 미디어 소비도 호르메시스(hormesis) 원칙을 따른다. 쉽게 말하자면 ‘자극’의 원칙이다. 자극제는 적은 양을 사용하면 이롭고, 많은 양을 사용하면 해로운 경우가 많다. 가끔 사용하면 좋은 휴식 시간처럼 지루함을 달래고 의욕이 생길 수 있지만, 현실 도피용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의사들은 그런 상태를 인터넷 중독, 인터넷 중독 장애, 인터넷 사용 장애, 병리적 인터넷 사용 장애, 또는 완전히 다른 무엇으로 부를지를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그러나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한다.과도한 사용자는 현실 세계의 번거로움과 귀찮음을 잊어버리는 방편으로 온라인 활동에 매달린다. 그들은 계속 빠져드는 슬롯머신 도박꾼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슬롯머신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람처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초당 최대의 피해를 가하는 캐릭터가 되면 다음 차례의 대형 습격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의 삶을 중시하는 사람은 그런 추구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교사는 낙제점을 주고, 부모는 질타하고, 회사는 해고하고, 배우자는 이혼을 요구하고, 판사는 인터넷 중독 치료 캠프에 등록할 것을 명령한다.자유의지론자와 치료회의론자는 강압적인 치료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음식 중독을 둘러싼 첨예한 논란이 인터넷 중독 문제를 두고서도 재연되고 있다. 마약 같은 중독으로 볼 수 있는가? 특정인이 다른 사람보다 더 취약한 후천성 뇌 질환으로 볼 수 있는가? 사실 인터넷 중독을 둘러싼 논란은 그보다 더 혼란스럽다. 음식 중독의 강박적인 먹기보다 훨씬 다양한 활동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포르노, 온라인 도박, 게임, 성인용 채팅, 온라인 쇼핑, 소셜미디어 플랫폼, 웹 검색 등이 그런 활동의 구체적인 예다. 집단마다 중독의 형태도 달라진다. 남성은 온라인 게임과 포르노, 여성은 시각적인 취향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으로 쏠린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는 후자를 중독으로 분류하지만 다른 일부는 강박 장애로 분류한다. ━ 청소년들의 은밀한 생활 인터넷 중독을 측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일반적인 중독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롭다는 사실이다.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습관적인 소셜미디어 소비의 경우가 특히 새로운 현상이다. 전례가 거의 없지만 다음의 세 가지가 두드러진다.첫째, 디지털 연결성과 이동성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중독 행동을 만들어냈다. 분류와 원인을 둘러싸고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지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사회적인 사실이 됐다. 내가 사람들에게 ‘중독의 역사’를 새로 쓴다고 말하면 모두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아이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대수롭지 않은 골칫거리였던 습관이 진정한 우려가 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이버 괴롭힘, 불안증, 학습 포기 등 피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소셜미디어 포스트를 강박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다른 것을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둘째,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도박·마약·매춘·포르노 등 과거의 나쁜 행동과 중독이 다시금 전 세계로 확산될 기회가 생겨났다. 실제로 인터넷이 처음 상업용으로 사용될 때부터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은 포르노였다.셋째, 새로 생긴 나쁜 습관과 과거 나쁜 습관의 새로운 발산 수단이라는 이 두 가지 사태 발전은 수익 창출, 소비자 정보 확보, 기기·앱의 사용 시간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온라인 사용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또 그 수단은 행동과학이 제공한다.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는 컴퓨터 사용에 자제력을 발휘하려는 사람 하나하나마다 그 자제력을 무너뜨리려는 전문가 1000명이 달라붙는다고 지적했다. 게임 개발자는 청소년 플레이어의 성향을 연구하고 그들의 마우스 클릭을 분석하면서, 플레이를 연장하고 게임 안에서 제품 구매를 자극하는 방법을 모색한다.나쁜 디지털 습관과 중독의 이 세 가지 측면 전부는 언론인 낸시 조 세일스의 2016년 저서 ‘소셜미디어와 십 대 소녀의 은밀한 생활(American Girls: Social Media and the Secret Lives of Teenagers)’에서 자세히 다뤘다. 세일스는 스마트폰을 가진 13~19세 소녀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조사했다.그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동영상, 소셜미디어에 중독됐거나 집착한다고 스스로 밝혔다. 극단적인 경우 하루 9~11시간 온라인 활동에 매달린다고 응답한 소녀도 있었다. 다른 중독처럼 쾌락이 보상으로 작용하는 ‘재강화’ 과정은 긍정적인 차원과 부정적인 차원 둘 다로 나타났다. 포스트나 사진에 달리는 ‘좋아요’와 리트윗되는 메시지 하나하나가 작은 심리적 대박이었다. 정보의 끊임없는 흐름, 특히 새로운 것을 접하는 문제에서 자신이 얼마나 빠른지에 관한 정보가 큰 보상이었다. 그런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렸다. 온라인에서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그 증상도 ‘고립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 또는 세상의 흐름에서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공포심을 가리킨다.여자아이 못지않게 남자아이도 손쉽고 검열되지 않는 인터넷 접근의 대가를 치른다. 그들은 수준 낮은 ‘브로 문화(bro culture, 남성적인 문화)’와 성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포르노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든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니는 한 남학생은 요즘 남자 대학생이 발기가 잘 안 되는 이유가 ‘과도한 포르노 소비’라고 세일스에게 말했다.한 세기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기술·섹스 혁명이 세 차례나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인공피임으로 섹스와 출산을 분리한 혁명이다. 둘째는 디지털 포르노로 섹스를 사람 사이의 실질적 접촉에서 분리했다. 셋째는 온라인 절연성과 비개인화로 섹스를 연애·결혼에서 분리했다. 섹스가 저렴하고 신속하며 언제나 가능하다면 꽃다발과 고급 만찬 데이트, 약혼반지가 왜 필요하겠는가?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디지털 유혹은 더 강해진다. 2006년 9월에 만해도 페이스북은 단지 또 다른 ‘재미있는’ 사이트였다. 13세 이상이고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이트였다. 그러나 10년 뒤 페이스북은 일일 활동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세계적인 집착 현상으로 발전했다. 전 세계 온라인 인구의 약 40%가 사용한다는 뜻이다. 그로써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시가총액 5위인 기업이 됐다. 이 모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소셜미디어 플랫폼과 게임 개발자는 쾌락의 전통적인 혼합 비법에 의존한다. 차이가 있다면 설탕이나 소금, 지방 대신 심리적인 성분으로 구성된 메뉴에서 선택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즉시 닿을락 말락 한 유혹적인 목표, 예상할 수 없지만 자극적인 피드백, 점진적인 진전과 어렵게 얻는 숙달,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과제와 수준, 결단을 요구하는 긴장감, 비슷한 사용자들과의 사회적 유대가 그 성분이다. 내부자들은 그것의 사회적 측면을 ‘부족민의 보상’이라고 부른다. 부족민의 ‘징계’도 따른다. 예를 들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클렘슨대학의 영어 교수로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을 일주일에 60시간씩 하다가 교수직을 잃은 라이언 밴 클리브는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가상의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가정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포기했을 때 그는 극심한 식은땀과 구토증, 두통에 시달렸다.주된 위험은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대화·수면·운전·공부·사색·연습·작업의 끊임없는 방해다. 그로 인해 개인 사이의 친밀감과 건강, 안전, 지식, 창의성, 전문 기술, 사회적으로 건설적인 몰입 상태 등을 성취하거나 유지하기가 어렵다. 도박장의 슬롯머신처럼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활동은 가상적인 지름길을 통한 대안의 몰입 상태를 제공한다. 그로 인해 시간과 돈이 낭비되고, 현실 세계의 성취와 만족이 줄어들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인 삶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 나쁜 습관이 큰 돈벌이가 되는 시대 문학가 제이디 스미스는 “페이스북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최고의 휴식처였다”고 말했다. “그런 점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페이스북에 몰입하면서 자신의 문학 경력이 위험에 처하자 두 달 만에 페이스북을 포기했다. 현명한 행동이었다. 또 ‘인생수정(The Corrections)’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은 눈가리개와 귀마개를 하고 그 소설의 일부분을 썼다. 그는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집필하면 좋은 작품을 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교수들은 인터넷으로 완전히 무장한 학생이 독창적인 논거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연구에서도 소셜미디어 사용이 성적과는 반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무음 상태로 설정한 스마트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이 소리가 나지 않아도 알림으로 화면이 켜지거나 진동하면 다른 형태의 일반적인 온라인 접근처럼 주의가 산만해지기 때문이다.그런 상태를 전문적인 용어로 ‘타임 서크(time suck)’라고 부른다. ‘시간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라는 뜻으로 과도한 시간을 소비하게 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속어 영영사전 어번 딕셔너리는 ‘타임 서크’를 ‘마음을 빼앗고 중독적이어서 실제 생활에서 중요한 일(생업이나 식사, 자녀 양육 등)을 못 하게 만드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타임 서크’는 다른 형태의 중독 행위처럼 저절로 계속된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또 가상세계에 몰입해 외로움과 불안, 우울함이 생긴다면 또 다른 현실도피가 필요해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NIAAA)의 조지 쿱 소장은 “사람들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음주는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어 결국 술을 더 마시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중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다.로렌 브릭터는 트위터 같은 앱의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을 아래로 잡아당겨 피드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당겨서 새로 고침(pull-to-refresh)’ 기능을 개발했다. 그러나 그는 2017년 자신의 발명을 후회한다고 털어놓았다. 그것이 마치 슬롯머신에서 잡아당기는 손잡이처럼 중독적이기 때문이다. 브릭터만이 아니다. ‘좋아요’ 버튼의 원형을 개발한 저스틴 로젠스타인도 산만한 디지털 세계에 ‘가짜 쾌락’을 선사하는 장치를 만들어낸 것을 후회한다. 또 페이스북에서 사용자 확보 담당 부사장을 지낸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페이스북을 “단기적으로 흥분을 유발하는 피드백 루프”라고 부르며 “그것이 사회의 작동 방식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시민적인 대화도 없고, 협력도 없으며, 허위 정보와 거짓이 난무할 뿐이다.” 그는 그것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그것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거부할 수 없는 게임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든 않든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들은 자기 가족의 기술 사용은 엄격히 단속했다. 어느 기자는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집이라면 아마도 식탁마저 아이패드로 만들어졌을지 모른다고 상상했다. 하지만 잡스는 그에게 “우리는 아이들이 집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식탁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는 식사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어제 읽은 책과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또 온라인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을 지낸 크리스 앤더슨은 잡스를 인터뷰한 바로 그 기자에게 자신의 다섯 자녀도 부모의 기기 사용 금지 규정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기술을 경계하는 것은 기술의 위험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우리 아이들에겐 그런 일이 없기 바란다.”팔리하피티야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그 빌어먹을 것”을 자신도 사용하지 않고 자녀에게도 사용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IT 업체 임원이나 엔지니어들은 사용 시간제한으로 그 문제에 대처했다. 예를 들면 자녀가 15세가 되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고, 침실에서는 화면을 못 보게 했다. 또 그들은 집에서 자녀의 기술 사용을 제한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아이폰·아이패드만이 아니라 일반 랩톱마저 금지하는 학교를 골라 자녀를 등록시켰다.의학 역사학자인 찰스 로젠버그 하버드대학 교수는 “어떤 면에서 질병은 우리가 인지하고 이름 붙이고 대응함으로써 존재한다고 합의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중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그 중독을 인지하고 이름 붙이고 그에 대응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점은 우리가 그런 과잉적 행동을 어떤 용어로 지칭하느냐가 아니라 그 대가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중독의 시대가 아니다. 현재 우리는 우리 뇌를 절제되고 고차원적인 즐거움에서 저급하고 즉각적인 만족으로 수준을 낮추도록 이끄는 상업화된 유혹이 어느 때보다 강한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나쁜 습관이 큰 돈벌이가 되는 시대다.-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2019.07.14 17:40

12분 소요
그 많던 일자리는 어디로 갔을까

산업 일반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완벽할 필요도 없다. 고비용의 인간보다 약간만 잘하면 대다수 인간 근로자를 대체할 수 있다 미국의 9번 도로는 보스턴을 지나 매사추세츠주를 가로질러 인구 약 5만 명의 버크셔 카운티 최대 도시 피츠필드로 접어든다. 계속해 피츠필드 동쪽으로 한참 뻗어나간 뒤 우스터 로드로 이름이 바뀐다. 과거 미국 최대 철사 산지였던 도시에서 따온 이름이다. 가시철선·전선·전화선 그리고 한때 미국에서 여성 인력이 가장 많았던 로얄 우스터 콜셋사의 속옷 제조에 사용되던 철사다. 고령의 우스터 주민은 아직도 하루의 작업 개시와 종료를 알리는 공장의 종소리를 기억한다.지금은 종소리가 끊겼으며 철사·콜셋 공장이 있던 자리에는 미국의 3대 고용업체 월마트·타겟·홈디포가 들어섰다. 요즘 귀에 익은 스토리 아닌가? 소매유통이 제조업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업종으로 올라선 지 20년 가까이 됐다. 대략 미국 근로자 10명 중 1명이 이 업종에 종사한다. 헬스케어와 건설업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대단히 많은 일자리다.물론 소매유통 일자리라고 전부가 흔히 말하는 좋은 일자리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 오늘날 소매유통 분야에서 관리감독직이 아닌 근로자의 평균 시급은 11.24달러다. 어떤 형태로든 수당을 받는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친다. 하지만 미국은 국가적으로 이런 트렌드와 일종의 거북한 동거를 시작했다. 오늘날 미국의 제조업 종사자가 과거보다 크게 줄었음은 익히 알려졌다. 아이패드와 맥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으며 많은 TV·전자제품·도구·완구·의류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전자제품·도구·완구·의류 쇼핑이 미국인의 전형적인 여가생활이라는 점도 누구나 안다. 미국인은 하루 평균 45분 가까이를 제품과 서비스 쇼핑에 소비한다(연간 279시간 이상). 소매유통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세계가 됐으며 많은 미국인이 그 세계를 삶의 터전으로 삼기를 기대한다.하지만 전통적인 소매유통업이 위협받고 있다. 미국 경제의 거의 모든 업종에 혁신적 와해를 몰고온 변화의 영향이다. 지난 10월에 발표된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 통계는 환호뿐 아니라 혼란도 초래했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완전고용’에 이르렀음을 감안할 때 그런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왜 그렇게 많을까? 어쨌든 과거 어느 때보다 미국인의 교육수준과 생산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보니 손해 보는 듯한 사람들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 자신의 학력과 생산성에 걸맞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 미국인이 80%를 넘는다. 실업은 통계상 역사적인 저점 수준이지만 하향취업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24~55세 남성 중 풀타임직에 종사하지 않는 비율이 딱 20%이며 전체 신규 대졸자 중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일반 통념과 달리 대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모두 비현실적이지는 않으며 어림잡아 40%는 경영·법학·행정학 같은 ‘직업’ 관련 분야의 학위를 취득한다. 1970년 이후 그 비율이 80% 증가했다).그리고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 기사와 애완견 산책 대행 프리랜서는 통계상 ‘고용’으로 간주되지만 통상적으로 생활임금을 제공하는 직업에 속하지 않는다. 요컨대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했지만 근로자가 이런 변화에 대처하도록 돕기 위한 정책은 한참 뒤졌다. 따라서 기술변화의 금전적 혜택은 대부분 극소수에게 돌아가며 대다수 미국인에게는 부스러기만 남게 된다. 그들의 능력이나 잠재력이 반영되지 않는 위태롭고 불안정한 고용이다.라이스대학의 컴퓨터 학자 모셰 발디 교수는 “우리는 인류 역사상 특이한 시점에 이르렀다”며 “거대한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매유통 업종에 큰 과제를 안겨준다. 수익성에 관한 한 오프라인 상점은 아무리 효율적으로 운영되더라도 전자상거래 업체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전자상거래는 2014년 이후 단연 가장 빨리 성장하는 소매유통 분야가 됐다. 아시아의 시가총액 최고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 그룹은 경쟁이 극히 치열한 분야에서 세계 최대 기업이다. 그러나 이제껏 미국에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미국에선 최고의 고용 증가율을 자랑하는 아마존이 제왕으로 군림한다. 2020년에는 수조 달러 규모 미국 소매유통 시장의 20%가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그 파이 중 3분의 2를 아마존이 독차지하게 된다고 분석가들은 예측한다. 미국인이 온라인에서 2달러를 지출할 때 1달러는 아마존의 수중으로 떨어지며 아마존은 도서·음악·비디오게임·휴대전화·전자제품·소형가전·완구·잡지 정기구독과 기타 거의 모든 상품의 미국 내 최대 판매업체다. ‘만물상점(The Everything Store)’이라는 별명도 거기서 나왔다.아마존은 자체 식품 라인을 포함해 거의 모든 소매유통 항목에서 상당한 비중의 시장을 점유한다.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작하고, 배터리부터 이유식까지 수천 종의 제품을 생산하며, 재포스(신발 쇼핑몰)·샵밥(의류 쇼핑몰)·IMDB(영화 데이터베이스)·오더블(오디오북 서비스)·트위치(인터넷 게임 방송) 같은 유명 브랜드를 소유한다. ‘아마존 핸드메이드’가 수공예품 시장에서 엣시에 도전하며 아마존 비즈니스는 스테이플스를 비롯한 기타 독립 사무용품 공급업체를 위협한다. 그리고 우리가 클릭할 때마다 중요한 정보가 아마존으로 넘어간다(주소와 신용기록뿐 아니라 아마존 사이트에서 우리가 구매하거나 관심을 보였던 모든 제품). 그 데이터를 이용해 우리 개개인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 더 많은 구매를 이끌어 내려는 목적이다.아마존은 자동화와 시장 판도를 바꾸는 킬러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효율성을 발휘한다. 나름 상당한 규모의 온라인 사업을 펼치는 월마트에 비해 종업원 한 명 당 매출액이 그 2배에 근접할 정도다. 아마존은 세계 각지의 창고에 10만 대 이상의 로봇을 배치해 인간과 ‘완벽한 공생관계’에서 작업하도록 하며 앞으로 수만 대를 더 설치할 계획이다. 완벽한 공생관계의 구성요소가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존은 로봇 덕분에 창고 당 연간 2200만 달러를 절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그리는 자동화 미래의 마스터플랜에는 무인기와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한 상품배달도 포함된다. 아마존이 세계 각지에 창고를 신설하면서 수많은 인력을 충원하지만 그들이 직원(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 한 명을 고용할 때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장 인력 2명이 줄어든다고 추산된다. 그리고 그것은 예외가 아니라 주요 특장점이다. 베테랑 IT 분석가 팀 린드너가 업계 관계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털어놓았듯이 일자리의 소멸이 모든 온라인 소매유통업체의 명백한 목표다. 언젠가 그는 이렇게 썼다. “창고 사업에선 인건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마존이 유통센터 내에서 고도의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존은 고객주문 처리에 필요한 인원을 추가 삭감할 수 있는 별도의 기술을 보유한다. 프로그래머 사이의 오랜 속담에 ‘쓰레기를 입력하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창고 상품 반입창구 인력의 독해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쓰레기 투입’ 문제를 해결하는 자동화된 솔루션을 찾는 것이 지상과제다. 아마존이 지금 그런 기술 특허를 냈을지도 모른다.”여기서 린드너 분석가가 말하는 쓰레기는 인간의 오류를 의미한다. 그 대안은 필시 로봇의 정확성인 듯하다. 그리고 로봇은 특히 반복 작업에 관한 한 매우 정확한 편이다. 과거 보스턴에 본사가 있던 리씽크 로보틱스가 개발한 산업 로봇 소이어(Sawyer)는 로봇팔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소이어는 로봇 청소기 룸바와 팩봇(PackBot)의 개발자인 로드니 브룩스의 작품이다. 팩봇은 9·11 테러 후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벙커를 파괴하는 데 사용됐다. 소이어는 룸바·팩봇과 달리 사람과 거의 비슷하다. 평면 스크린의 동화상 얼굴과 다리를 대신하는 바퀴가 있다. 원숭이 형태의 팔을 잡고 조절하면서 일련의 동작을 가르치면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어떤 반복적인 절차든 ‘학습한다.’ 소이어는 거의 사람처럼 빠르고 매끄럽게 물체를 감지하고 조작할 수 있으며 대가를 거의 요구하지 않는다.전통적인 산업 로봇은 코드를 작성하고 오류를 제거하는 데 고비용의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가 필요하지만 소이어는 고등학교 중퇴자도 5분 이내에 프로그램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브룩스 개발자는 과거 소이어(그리고 앞선 모델인 두 팔을 가진 백스터 로봇)는 통틀어 시간 당 4달러도 안 되는 ‘임금’으로 일할 것이라고 추산했다.일과 그 미래에 관한 토론에서 로봇의 역할이 크게 부각된다. 그런 대화는 쉬 그릇된 가정에 빠져들 수 있다. 최근까지 자동화가 대규모로 인간 근로자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이론을 반신반의하는 경제학자가 많았다. 예전부터 로봇이 더 뛰어난 작업 분야의 인간 종사자는 다른 분야로 전환 배치됐다. 그러나 ‘비교 우위’의 경제원칙은 인간이 많은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논리에서는 신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그런 일에서 해방시켜 덜 위험하고 더 도전할 가치 있는 일, 본질적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일을 떠맡게 해준다.예컨대 미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소프트웨어’를 자율주행차의 운전자로 공식 인정해 미국의 직업 운전자(택시·트럭·버스·우버) 410만 명을 긴장시켰다. 이론상 그에 따라 이 기사들이 자유를 얻어 아마존의 창고 업무 같은 새 일자리를 채우게 된다. 그러나 이들 창고도 자동화되고 있으며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중급 기술 근로자(middle-skill workers)’ 대다수가 한때 채우고 있던 수많은 다른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과거 미국 중산층을 이루고 떠받치던 사람들이다. 딸의 결혼식에 착용할 정장을 고를 때 치수를 재주던 백화점 판매원, 결혼 기념 만찬용 고기를 썰어주던 정육점 주인, 신혼여행 계획 수립을 도와준 여행사 직원 같은 근로자다.물론 인간 근로자는 번거롭다. 지치고 배 고프고 한눈 팔고 화내고 혼동한다. 실수할 뿐 아니라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다. 기계는 인간 같은 약점과 편견이 없으며 선입견이나 그릇된 가정 없이 증거를 공정하게 저울질하기에 더 좋은 조건을 갖췄다. 어쩌면 결정적으로 인간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으며 그런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구글은 미국에서만 매일 1분마다 360만 건의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 스팸업자들이 발송하는 이메일은 1억 통,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 이용자가 보내는 사진은 52만7000개, 웨더 채널이 방송하는 일기예보는 1800만 건에 달한다. 이를 포함해 더 많은 데이터를 적절히 수집·분류·분석한 뒤 그것을 적용해 어떤 고차원의 작업이든 거의 자동화할 수 있다. 인간의 경험과 직관을 대신해 데이터가 사용될 수도 있다. 온라인 쇼핑과 소셜미디어는 우리의 취향을 ‘숙지’해 그 정보를 토대로 가치관에 기반한 평가를 내려 우리 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한때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업무에서 갈수록 기계가 더 우수한 성과를 올린다.발디 교수는 “컴퓨터는 보고 들을 수 있으며 사람보다 훨씬 우수한 얼굴인식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기계의 인간 세계 이해 수준이 불과 몇 년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그리고 인간의 두뇌에서 모델화할 수 없는 특성은 하나도 없다.”버트 셀먼은 코넬대학 컴퓨터학 교수이자 지식표현(knowledge representation) 전문가다. 지식표현은 기본적으로 현실세계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용어로 번역하는 방식이다. 그는 컴퓨터가 아직은 인간의 능력을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고 전제한다. 예컨대 ‘상식’ 그리고 언어의 깊은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인간의 의식 흐름처럼 ‘의미를 만들지’ 못해 때로는 샛길로 빠져버린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일시적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인공지능 커뮤니티에선 향후 15~20년 이내에 기계가 인간의 지능과 대등해지리라고 내다본다.”그리고 로봇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비싸고 복잡한 인간과 대등하거나 약간 나은 수준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과학기술자들이 로봇을 약간 우수하게 만들려 땀 흘리고 있다. 예컨대 소매유통의 경우 많은 사람이 셀프 계산대를 기피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자신이 직접 하기보다는 계산원에게 쇼핑 정산을 맡기는 쪽을 선호하는 셈이다. 따라서 계산원의 일자리(대형 소매유통 고용 항목 중)가 당장 위험에 처하지는 않은 듯하다.그러나 셀프 계산대는 첫 단계에 불과하며 그리 스마트하지도 않다고 소매유통업을 전문으로 하는 매사추세츠공대 경영 전문가 제이넵 톤 교수는 말한다. “고객은 셀프 계산대가 단순히 그 작업을 자신들에게 떠넘기는 방법일 뿐 혁신은 아님을 알아채고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셀프 계산대를 훨씬 더 쉽고 빠르게 만드는 신기술이 곧 등장하면 소매유통 고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수년 전 이른바 소매유통의 종말에 관한 예측이 있었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한 기업이 기존 매장을 닫을 때마다 다른 2개 기업이 새로 매장을 열고 있다. 소매유통은 고도로 경쟁적인 산업이며 신기술이 우리의 쇼핑 방식뿐 아니라 브랜드와의 소통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예컨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마존이 실제 오프라인 소매점을 열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리고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소매유통의 10%까지 확대됐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이 9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오프라인 매장도 급격한 변화를 거치면서 미국의 노동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딜로이트 컨설팅의 케이지 러바우 소매유통 최고혁신책임자(CIO)는 “전통적인 소매유통 업체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단순히 전통적인 소매업체가 전자상거래 게임에서 밀려나는 ‘온라인 vs 오프라인’의 대결 구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른바 ‘(발목을 무는) 앵클 바이터(ankle biters)’들도 전통적인 소매유통업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신기술 덕분에) 큰돈 쓰지 않고도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작고 민첩한 기업들이다.예컨대 러바우 CIO는 푸드 트럭의 예를 들며 갈수록 많은 패스트푸드점을 위협한다고 설명한다. 한 지역에 고정된 음식점과 달리 푸드 트럭은 이동성이 뛰어나다. 어떤 특정한 시간 대에 고객이 가장 많이 모일 가능성이 큰 지역을 공략할 수 있다. 특정 지역 또는 나아가 동네에 따라 맞춤 메뉴를 마련할 뿐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기타 미디어를 이용해 메뉴와 위치를 홍보할 수도 있다.소규모 전문점도 대형 백화점보다 훨씬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러바우 CIO는 “신기술 덕분에 신시장 진입 비용이 낮아져 소매유통 업계에서 기존의 공룡 기업은 줄어드는 반면 소형 경쟁업체는 늘었다”고 말했다. “기업이 다각화를 통해 소비자의 특정 수요와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 모두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고 있지만 그런 파이 조각이 더 많아진다.”신기술은 소매유통 업계에 2단계 구도를 형성했다. 주로 고액 소득자에게 어필하는 고급 부티크 스타일 매장이 증가하고 가격에 민감한 고객에게 어필하는 할인점은 훨씬 많이 늘어났다. 러바우 CIO는 “올해에만 미국에서 1000개가 넘는 할인점이 문을 열었으며 이른바 ‘프리미어’ 고급 틈새 매장 수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것은 마케터들이 말하는 이른바 ‘균형 지향’ 매장이다. 중급 시장 고객 대상으로 품질과 가격의 균형을 맞추는 백화점과 기타 소매유통업체를 가리킨다.어쩌면 ‘균형 지향’ 매장의 감소가 지난 10년 사이 미국 중산층의 쇠퇴와 연관됐음도 놀랍지 않다. 러바우 CIO는 “2007~2017년 소득 증가(평균 5만 달러의 가계소득 증가)가 대부분 상위 20% 소득자에게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위 40%의 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이들 그룹의 소득이 평균 증가분의 100% 이상 상승했다. 중류층 40%의 소득은 가구 당 1만 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식품·주택·교통 같은 지출도 커졌다. 헬스케어 비용 지출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거기에 휴대전화와 데이터 이용료 같은 필수 디지털 서비스도 더해졌다. 그에 따라 대부분 소매유통 시장에 지출할 돈이 거의 남지 않게 됐다. 이는 사람들이 가격에 대단히 민감해졌다는 의미다.”러바우 CIO는 이 모든 트렌드가 “혁신적 변화를 몰고 온다”고 말할 뿐 그것이 소매유통 종사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섣불리 추론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할인점의 경우 매장 단위 면적 당 고용인원뿐만 아니라 임금과 근로시간이 적은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사이 실제로 점원 당 근무시간이 줄었다. 시카고 기반의 글로벌 전직알선&경력전환 업체 챌린저·그레이&크리스마스의 존 챌린저 CEO는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1980년 대와 1990년대 제조업이 겪은 변화의 도입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매장 근로자는 신기술에 취약하며 밝혀지지 않은 숫자가 대체된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모든 소매유통 근로자가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에 그는 상당수가 트럭운전·운송·물류 다시 말해 창고업에서 새 일자리를 찾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쨌든 지난 10월 아마존은 창고와 소매 매장의 최저임금을 시간 당 1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당수 소매유통 종사자 입장에서는 큰 폭의 인상이다.그러나 아마존은 올해 최고의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리라고 예측하면서도 채용한 계절적 근로자가 예년보다 훨씬 적었다. 앞선 2년 동안 12만 명이었지만 올해엔 10만 명이다. 아마존 대변인은 이런 인력감소가 자동화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 듯하다. 모건 스탠리의 브라이언 노왁 분석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마존의 임금인상을 걱정하는 주주들을 진정시켰다. 자동화의 영향으로 인력수요가 감소했고 앞으로도 계속 줄어 전체 원가가 낮아지리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관해 질문하자 러바우 CIO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소매유통 업종의 입지가 좁아지지는 않았지만 그 업종 종사자들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할 뿐 다시 교묘하게 답변을 피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다”는 말뿐이었다.컬럼비아대학 기계공학과 호드 립슨 교수는 자신이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머신 랩’에서 학생들과 함께 기계를 대상으로 사고·호기심·창의성 훈련을 시킨다. 인터뷰 당시 교수는 새 주방기기에 마지막 손질을 가하고 있었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반죽·젤·파우더·액체 재료를 혼합해 근사하게 요리된 별미 음식을 만들어내는 기기다. 보기에는 별 3개짜리 미슐랭 요리사를 위시한 전체 보조 스태프와 경쟁할 수 있을 법하다. 그런 인상을 말하자 립슨 교수는 신음을 토해냈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본능적으로 거의 모든 어려운 과업을 자동화하려는 충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엔지니어링의 본질은 단순노동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것이 과거에는 거의 언제나 옳고 좋은 일이었지만 지금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우리 일자리를 거의 대부분 빼앗아갈 것이다. 우리 일생 중 아니면 우리 손자 세대에는 벌어질 일이다. 인류 역사에 새로운 시대를 맞았는데 우리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마음의 준비는 됐더라도 실제 대책은 없다.”- 엘런 러펠 셸※

2018.12.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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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외교학] 식사 메뉴는 정상회담 콘텐트의 상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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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발전을 위한 가장 오래된 외교 도구”…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식사해야 이해도 높여 정상회담을 비롯한 외교적·정치적 회담은 글로벌 지도자들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주게 마련이다. 그 압박은 ‘혹사’라는 단어로도 표현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정상회담은 몇 날, 몇 주, 몇 달에 걸쳐 길고 지루한 사전준비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장시간 근무나 과로는 예사다. 난마처럼 꼬인 사안을 들고 해결책을 마련하느라 끙끙거리기 일쑤다. 스태프들과 끝없이 회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목소리도 들어봐야 한다. 상대방과 협상하고 타협하는 것도 피를 말리는 일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혹시나 일이 꼬일까봐 항상 노심초사하게 마련이다. 밤을 새는 날이나 잠 못 이뤄 뒤척이는 밤이 하루 이틀이 아닐 것이다. 회담 당일은 스트레스의 절정이다. 관계자들과 미디어가 지켜보는 가운데 당사자들까지 마주보며 기 싸움과 눈 싸움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이다. 하지만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정상들은 함께 밥을 먹어야 한다.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음식으로 메시지도 주고받아야 한다. 먹는 시간도 정상들에겐 중요한 일과다. 그래서 정상 앞에 내밀 밥상의 메뉴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 메뉴에 자신들의 생각을 담고 새길 수밖에 없다. 그래야 정상들이 밥상을 눈앞에 놓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서도 회담 의제나 만남의 의미에 골몰하게 된다. 정상회담에 수반되는 식사는 회담의 연장이며, 그 메뉴는 회담의 콘텐트를 요약하는 상징물이다. ━ 음식으로 메시지 주고받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4월 23일부터 사흘 간 미국을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첫 정상이다. 트럼프는 국빈 만찬에서 약간의 프랑스식을 가미한 최고의 미국식 저녁 메뉴를 선보였다. 프랑스라는 국가와 국민, 그리고 문화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나타낸다. 시리아 폭격 등에서 미국과 함께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다. 양 정상이 음식으로 대화를 한 셈이다. 참으로 외교적인 식사다.4월 27일의 남북 정상회담 메뉴 구성도 마찬가지로 외교적이다. 일부는 내부 정치적인 색채가 짙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달고기(물고기의 한 종류) 구이와 뢰스티(전 모양으로 부친 감자채)다. 달고기 구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성장하고 변호사로서 일했던 부산을 떠올리게 해서 골랐다고 한다. 달고기는 물고기의 몸체 옆구리에 있는 흑색의 동그란 반점이 달 모양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부산에선 달고기라는 이름이 생소한 편이다. 대신 ‘맛도’ 또는 ‘마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 물고기의 일본어 이름 ‘마토다이’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선 물고기의 몸체 옆구리의 반점을 궁도에서 쓰는 과녁과 비슷하다고 해서 마토다이라고 부른다. 부산에선 전감으로 많이 쓰이는 생선이다.뢰스티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대 때 스위스에 유학할 당시 접했을 것으로 보이는 음식이다. 영국 BBC방송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찬 메뉴를 소개하면서 음식 외교학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의 부교수로 요리 외교 분야의 전문가인 조한나 멘델슨포먼은 “이 스위스 음식(뢰스티)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마음을 움직여보려는 의도가 담겼다”라고 풀이했다. 음식 외교 분야 컨설턴트인 샘 소콜은 “메뉴 전제는 아주 매력적”이라며 “정상회담장의 음식은 그야말로 긍정적인 대화 분위기를 위해 준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의 메뉴는 남북한 모두에 있는 여러 지역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통일 메뉴’라고 평가할 수 있다”라며 “이러한 메뉴 선정의 목적은 식탁에서의 통일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콜은 “이 메뉴를 구성한 디자이너는 김 위원장이 한때 스위스에 살았음을 전제로 하고 뢰스티를 식탁에 올렸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그가 스위스에서 거주했다고 확인한 적이 없기에 이는 약간은 도박성”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뢰스티는 스위스의 대중 음식이라는 점이다. 소콜은 “김 위원장이 뢰스티를 먹어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라며 “그는 퐁듀(치즈를 녹여 빵을 찍어 먹는 스위스 요리)나 라클레트(우유로 만든 라클레트 치즈를 녹여 감자 등과 곁들여 먹는 요리)를 더 선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입맛이 까다로울 것이라는 추측도 있는데 근거는 스위스 치즈와 와인을 즐긴다는 보도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2014년 9월 김 위원장이 에멘탈 치즈를 비롯한 스위스 치즈와 유럽산 와인을 즐긴다고 전했다. 특히 그해 초 제대로 맛을 내는 치즈 생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프랑스에 전문가 파견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 일본 총리 관저 만찬 도중 졸도한 부시 음식 외교는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에서 흔히 이뤄진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음식을 두고 “관계 발전을 위한 가장 오래된 외교 도구”라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로 전 세계 많은 나라는 상호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희망 속에서 성찬을 차리고, 메뉴에 의미를 담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외교에서 음식과 관련한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93, 재임 1989~1993)이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일본을 찾았던 1992년 1월 8일의 사고가 그중 하나다. 도쿄의 일본 총리 관저에서 열렸던 국빈 만찬이 시작된 지 30분쯤 후인 오후 8시 19분. 코스의 2번째 요리인 ‘캐비어를 올린 연어회’와 3번째인 ‘후추 소스를 끼얹은 쇠고기 구이’ 사이였다. 부시 대통령은 갑자기 미야자와 기이치(1919~2007년, 재임 1991년 11월~1993년 8월) 일본 총리의 바지에 구토를 하며 졸도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경호원들이 식탁을 밟고 넘어와 대통령의 기도가 음식에 막히지 않도록 응급처치를 했다. 영부인 바버라 부시(1925~2018)는 넋을 잃고 볼 수밖에 없었다.당시 67세이던 부시 대통령은 곧 일어나 스스로 만찬장에서 걸어 나갔으며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영빈관으로 돌아갔다. 당시 한국의 노태우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과 위문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유행성 감기에 따른 위염으로 졸도했으며 곧 회복했다”라고 해명했다. 다음 날 오후로 예정됐던 제2차 미·일 정상회담은 오후 1시30분으로 연기돼 진행됐지만 이날 오후 3시30분으로 예정됐던 공동기자회견과 저녁의 일왕주최 만찬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미국과 일본의 코미디언들은 이 사건을 두고두고 코미디 소재로 우려먹었다. 다행히 화는 면했지만 이 사건으로 부시 대통령은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남겼다. 그 여파였는지 1992년 11월 3일의 미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의 현역 대통령인 부시는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에게 패배했다. 확보한 선거인단 숫자가 168명 대 370명인 압도적인 패배였다.사실 부시는 일본 방문 이전까지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1990년 8월 2일부터 1991년 2월 28일까지 ‘사막의 폭풍 작전’을 벌이면서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을 누르고 군사적으로 압승한 것이 인기의 바탕이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부시는 34개국으로 이뤄진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해 쿠웨이트 탈환과 이라크군 축출에 나섰다. 전쟁 목표를 달성하자 신속하게 진군을 멈추고 전쟁을 종결해 국민적 지지를 극대화했다. 하지만 일본 국빈만찬장에서 벌어진 이 사건으로 건강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부시의 정치적인 인기는 급속히 식어갔다. 물론 경제 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아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민심이 떠난 것이 최대의 문제라는 평가도 있다. 클린턴의 선거운동 본부가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캠페인 문구를 들고 나온 것도 한몫했다.악의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국빈 만찬에 나온 음식이 정치적인 비수가 된 적도 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64, 재임 2012년 5월~2017년 5월)이 그런 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2014년 2월 미국을 국빈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57, 재임 2009 2월~2017 2월)과 정상회담을 했다. 프랑스 대통령이 1996년 이후 18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것이니 만큼 백악관은 융숭하게 대접했다.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주에서 생산된 고급 음식 재료인 캐비아(철갑상어 알)를 내놓았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캐비아가 나온 순간 올랑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속으로는 질겁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올랑드의 사회당 정권은 프랑스에서 ‘캐비어 좌파’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비어 좌파는 값비싼 음식인 캐비어나 먹으면서 사회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주로 정치적 태도는 진보적이면서도 돈을 벌거나 소비생활을 하는 방식은 부르주아적인 인물을 비꼴 때 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인물도 포함된다. 재산이 많거나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돈을 벌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좌파를 지지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쓰기도 한다. ‘샴페인 좌파’ ‘리무진 좌파’ 등으로도 부른다. ‘살롱 좌파’나 ‘세미나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용어와 같은 갈래다. 한국의 ‘강남 좌파’ ‘패션 좌파’라는 용어와 일맥상통한다. ━ ‘캐비어 좌파’로 비난받던 올랑드에게 캐비어 요리 대접 사실 올랑드 정권은 출범 이후 ‘캐비어 좌파’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왔다. 올랑드 정권은 2013년 4월 사상 처음으로 각료 38명의 재산을 공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 직전에 제롬 카위작 예산장관이 탈세를 위해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각료 재산공개를 하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프랑스의 정치 엘리트들은 유럽에서 가장 덜 엄격한 재산공개 체제를 즐겨왔다. 그런 상황에서 여론 무마용으로 이례적인 각료공개를 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사회당 정권 각료들의 재신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오히려 더욱 차가워졌다. 사회주의 정권의 각료들이 일반 서민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한 부자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공개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인물은 390만 유로의 부동산, 120만 유로의 주식, 기타 자산 63만 유로 등 모두 573만 유로(약 83억5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로랑 파비위스 외무장관이었다. 그는 거기에다 미술품 딜러를 하던 선친으로부터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예술작품도 상당수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재산은 더 많다는 이야기다. 미셸 들로네 노인장관이 560만 유로(약 81억6000만원)의 재산으로 뒤를 이었다. 장마르크 애로 총리도 155만 유로(약 22억6000만원)를 신고해 상위권에 들었다. 올랑드는 대통령 취임 당시 117만 유로의 재산을 신고했다. 여기에는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에 있는 자택과 칸에 있는 아파트 두 채의 지분 80만 유로도 포함됐다. 올랑드와 연고가 적은 휴양지의 부동산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연일 ‘캐비어 좌파 정권’이라는 비난을 받던 올랑드가 미국을 국빈 방문해 백악관에서 국빈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캐비어가 식탁에 올랐으나 기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시 올랑드는 낮은 지지율로 고심하고 있었다. 그해 2월 미국을 방문할 당시 지지율이 20%에 머물렀을 정도였다. 하지만 미국을 다녀온 후 그해 4월 조사에선 18%로 떨어졌으며 그해 11월 12%까지 추락했다. 백악관 국빈만찬에 등장한 캐비어는 두고두고 올랑드를 놀리는 소재로 이용됐다. 결국 올랑드는 프랑스 제5공화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이 됐다. 2016년 11월에는 기록적으로 낮은 4%의 지지율로 차기 대선 출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4% 대통령’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으로 불렸다. 물론 경제 실정과 긴축 재정으로 우파와 좌파 모두를 실망시킨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캐비어는 그에 대한 정치적인 비아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동력을 제공한 것은 맞아 보인다.음식에 대한 통제로 정상회담을 유리하게 이끈 사례도 있다. 영국 정치 분석가 마리아 발레즈 드 벌리너는 BBC방송에 “음식은 엄청나게 강력한 도구”라며 “음식에 대한 접근을 통제할 수 있다면 일이 벌어지는 공간을 지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1979년 마거릿 대처((1925~2013년, 재임 1979년 5월~1990년 11월) 영국 총리의 일화가 입증해준다. 당시 유럽이사회(유럽정상회의)에서 대처를 만나 회담을 하던 프랑스의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92, 재임 1974년 8월~1981년 5월) 대통령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회담을 일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처는 결론을 내기 전에 회담을 중단할 수 없다며 저녁 식사용 휴식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날 저녁 지스카르데스탱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허기지고 지쳐갔다. 그는 대처 앞에 강하게 나설 수가 없었다. 회담이 계속되면서 대처는 자신에 제안과 관련해 지스카르데스탱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 이란 핵협상 때 함께 식사한 후 협상 급물살 음식이 협상의 윤활유 구실을 한 사례도 있다. 멘델슨포먼은 “외교 무대에서 음식은 장애물을 부수는 능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음식은 사람을 인간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적수를 인간적으로 만들어 대화와 협상이 쉽게 도와주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2013년 10월 15일 회담을 시작해 2015년 7월 14일 타결까지 21개월 간 지루하게 이뤄진 이란 핵협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시사잡지 뉴요커에 따르면 2015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를 당시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감정이 격해진 양측이 서로 심각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은 5차례나 중단 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러던 중 극적인 돌파구가 생겼다. 매개 역할을 한 것은 음식이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란 측과 서방측은 늘 따로 식사를 했다. 그러던 중 미국 독립 기념일인 7월 4일이 되자 이란인들은 잠시 휴회하고 식사를 할 때 서방 측도 초청해 함께 이란 빵을 먹었다. 아마 라바쉬라는 이란의 얇은 빵에 고기나 채소를 싸먹는 식사였을 것이다. 식사 도중에는 협상과 관련한 말은 꺼내지 않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이전까지 상호불신의 벽이 높았던 이란과 미국의 협상가들은 서로 상대방을 달리 보게 됐다. 이전까지 서로 상대방을 협상가로만 여겼지만 이를 계기로 서로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후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불과 10일 만에 최종 타결에 이르렀다. 양쪽 협상 전문가들은 당시 양측이 함께 식사를 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여긴다. 뭔가를 함께 먹는 경험이 서로 친밀한 관계를 이끌고 협상에 윤활유로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2018.04.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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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역사를 바꾼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첫 우승] 1997년 4월 13일, 타이거 시대의 서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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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최초이자 최저타·최대차·최연소 우승... 이후 현대 골프의 판도 바뀌어 최고의 시청률과 인기를 모으는 골프대회는 뭐니뭐니 해도 마스터스다. 21년 전인 1997년 타이거 우즈가 12타 차로 우승하면서 현대 골프의 모습 자체가 바뀌었고, 그가 만든 골프 시장은 비약적으로 팽창했다. 그 전설의 대회는 어떠했는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보자. ━ 4월 10일 1라운드 타이거 우즈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이 아마추어 시절부터 낯익었다. 미국 아마추어 선수의 최대 메이저 대회인 US 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에게는 마스터스 출전권을 주기 때문이다. 우즈는 이 대회를 1994년부터 3연패 했다.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했던 두 번의 마스터스에서는 컷 통과와 탈락이 엇갈렸다. 19세인 95년에 처음 출전했을 때는 예선전을 통과해 41위를 했고, 이듬해인 96년 출전했을 때는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이듬해인 1997년 4월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열린 97년 제 61회 마스터스(파72, 6332m) 대회 첫날은 바람이 무척 셌다. 아침 일찍 게임을 시작한 서른 명의 선수가 오버파를 기록했다. 우즈는 전년 8월에 프로에 데뷔해 그해 이미 2승을 거두고 상금 24위로 마친 상태였다. 전년도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 자격이었던 우즈는 전통에 따라 디펜딩 챔피언인 닉 팔도와 같은 조로 동반 라운드를 시작했다.전반 라운드에서 40타 4오버파를 친 우즈는 후반 홀에 접어들면서부터 전혀 다른 차원의 게임을 했다. 10번 홀 버디에 이어 파3인 12번 홀에서 칩 샷을 그대로 홀인시키면서 버디를 잡은 뒤, 파5인 13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 1오버파로 내려갔다. 파5인 15번 홀에서는 이글을 잡아냈다. 전반의 40타를 후반의 30타로 만회하면서 2언더파 70타로 첫날 스코어 카드를 제출했다. 선두인 존 허스턴과는 세 타 차로 4위에 랭크됐다. 우즈와 동반 라운드를 한 팔도는 3오버파 75타를 치고난 뒤 기자회견장에서 말했다. “1995년에 타이거와 연습 라운드를 잠깐 같이 해본 적이 있지만, 이제야 사람들이 왜 흥분하는지 완전히 이해했다. 그는 정말 대단하다” ━ 4월11일 2라운드 금요일에는 팔도 대신 폴 에이징어가 우즈와 동반 플레이했다. 1번 홀부터 더블보기로 진땀을 뺀 에이징어는 파5인 2번 홀에서 우즈가 드라이버 샷을 할 때야 비로소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보게 되었다. “그가 샷 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총알 같은 샷이 왼쪽의 아주 큰 나무와 그보다 작은 나무 사이를 말도 안 되게 통과해 공중으로 솟구쳤다.”우즈는 이날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인 6언더파 66타를 쳤다. 13번 홀에서 우즈가 8번 아이언으로 홀 6m앞에 붙이더니 이글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 순간에 뭔가 짐작한 방송 캐스터 짐 낸츠는 CBS 중계석에서 이 같은 코멘트를 했다.“기록을 남기기 위해 말하는 건데, 4월 11일 금요일 오후 5시30분을 조금 넘은 시각에 타이거가 마스터스에서 처음 선두에 나섰습니다.”라운드를 마쳤을 때 우즈는 8언더파 136타로 메이저 대회 출전 이래 처음으로 선두를 달리게 됐다. 스코틀랜드의 콜린 몽고메리가 3타 차 2위였다. 몽고메리는 기자회견장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메이저 경험은 내가 훨씬 더 많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 말이 도리어 우즈에게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됐다. “그가 메이저대회에서 경험이 더 많은 건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나도 마찬가지다. 메이저에서 우승했던 선수가 그 말을 했다면 몰라도 우승을 못한 건 그도 똑같았기 때문에 우리 둘 다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 4월12일 3라운드 우즈의 3라운드 스코어는 전날보다 더 뛰어난 7언더파 65타로 중간합계 15언더파 201타였다. 전일에 이어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였다. 이날 74타를 기록한 몽고메리는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는 모두 인간인데, 인간적으로 타이거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 못할 확률은 전혀 없다”고 다시 호언장담했다.2위는 이탈리아의 콘스탄티노 로카로 2언더파 70타를 치면서 중간합계 6언더파 210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톰 카이트나 톰 왓슨 같은 베테랑은 4언더파 212타로 공동 4위였다. 2위와 9타차 선두라 이미 우승은 확정적이었다. 전날 밤늦게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던 아버지 얼 우즈는 아들에게 충고했다. “앞으로 네가 경기할 모든 골프 라운드 중에서 가장 어렵고, 또 가장 보람 있는 라운드가 될 거다.” ━ 4월13일 파이널 라운드 1975년에 흑인으로는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리 엘더가 골프장에 도착했을 때 우즈는 연습장을 막 떠나려는 참이었다. 당시 62세의 엘더는 우즈를 껴안고 “해오던 대로만 하면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고 격려했다. 우즈는 낮게 속삭였다. “이걸 가능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이날 우즈의 스코어는 3언더파 69타로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였다. 2언더파 70타를 쳐서 최종 6언더파 282타로 2위를 한 톰 카이트와는 무려 12타차로 최대 격차 우승이었다. 또한 우즈는 4일 동안 이글 두 번, 21개의 버디, 42번의 파와 7번의 보기를 포함해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마스터스 최저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역대 메이저에서 최대 타수 차 우승은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윅에서 열린 1862년 디오픈의 올드 톰 모리스가 기록한 13타차였다. 대신 마스터스 사상 유색인종으로는 첫 우승이었고, 21세의 최연소 우승이기도 했다. ━ 압도적 기량으로 우승 우즈는 이 대회에서 드라이버샷 평균 295.3m로 비거리 2위 스콧 맥캐런과 무려 22.8m 격차가 났다. 오거스타내셔널 코스는 우즈에게 드라이버와 웨지만으로 충분히 공략가능한 무대였다. 또한 정규 타수 내 그린 적중률(GIR)에서도 공동 1위(톰 카이트, 프레드 펑크와 72홀 가운데 52홀 동률), 그리고 스리 퍼팅은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 같은 기록은 오거스타내셔널의 코스 세팅 자체를 개조시키도록 했다.우즈가 우승 회견에서 한 말을 들어보면 마스터스의 유리판 그린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내가 했던 퍼팅은 다수가 오르막이었다. 그건 어프로치 샷을 컨트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또 어떻게 가능했을까? 숏아이언으로 어프로치 샷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숏아이언 샷을 했을까? 드라이버 샷을 잘했기 때문이다. 퍼팅은 티박스부터 그린까지 제대로 작동한 모든 플레이의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아버지는 늘 코스를 거꾸로 생각하라고 가르치셨다.”우즈가 1997년과 2001년 마스터스를 압도적인 기량 차로 우승하자 당시 후티 존슨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은 “더 이상 장타자에게 농락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934년 개장이래 68년만인 2002년에는 전장이 6332m에서 6647m로 315m 늘었고, 2011년에 다시 늘어 현재의 6716m가 됐다. ━ TV 시청률 역대 최고 기록 오거스타내셔널의 공동 창업자이던 크로포드 로버츠와 보비 존스는 인종주의자는 아니었으나 로버츠는 마스터스 기간에 오거스타내셔널의 캐디는 모두 흑인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그들만 유독 인종차별이 심했던 게 아니다. 미국프로 골프협회마저도 61년까지 선수 자격을 ‘코커서스 인종의 프로 골퍼’라고 규정짓고 있었다. 미디어 가이드북의 최초 흑인 프로 골퍼 찰리 시퍼드의 이름 뒤에는 ‘프로 데뷔 1948년, PGA투어 입회 1961년’이라고 적혀 있다.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역대 챔피언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흑인 선수가 출전할 수도 있었다. 69년에 마흔여섯 살이던 시퍼드는 이미 그레이터하퍼드오픈, 로스앤젤레스오픈에서도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시퍼드에게 출전권을 주자는 선수들의 투표에서 한 표만을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전권을 행사했던 로버츠가 죽은 뒤 75년에는 리 엘더가 처음으로 흑인 선수로 출전할 수 있었다. 엘더는 1997년 마스터스를 보러 일요일에 현장을 찾았고, 시퍼드는 타이거에게 팩스를 보냈다. ‘핀마다 공략할 생각은 하지 말고, 영리하게 굴어라. 다만, 때가 되면 거침없이 강하게 공격해라.’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이후로 2000년 피지의 비제이 싱이 우승을 추가했고, 우즈는 이듬해 2001년 그랜드슬램에 이어 2002년과 2005년까지 4번이나 마스터스를 제패했다.미국에 케이블TV 시대가 열리면서 골프 중계가 대폭 확대된 81년 이래 36년 동안 가장 높았던 시청률은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첫 승을 올린 1997년 4월13일 일요일이었다. 이때 TV 시청률은 14.1%로 역대 최고였다. 97년 마스터스를 TV로 지켜본 시청자는 골프 대회 사상 최대인 4400만 명이 넘었다. 코스 밖에서는 크고 작은 비극이 벌어졌다. 대회장 입장권을 판매하는 가격이 장당 7000달러까지 치솟자 거물들에게 약속했던 입장권 70장을 구할 수 없었던 현지 사업가 앨런 F. 콜드웰 3세는 12구경 산탄총으로 자살했다. ━ 그린재킷을 입고 잠든 우즈 타이거는 18번 홀의 그린에서 언덕에 올라 부친 얼과 얼싸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우즈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그날 가장 감동적이었던 샷은 아버지와 함께 한 마지막 샷이었다”고 말했다. 79년 마스터스와 84년 US오픈 챔피언인 퍼지 죌러는 해설가로 나와 텔레비전 스태프들을 웃기려는 의도에서였는지 몰라도 큰 실수를 했다. 마스터스 우승자가 다음해 대회가 열리기 전날 만찬의 메뉴를 선정하는 챔피언스 디너 전통을 언급하면서 “내년 챔피언 만찬에서 그들이 먹는 닭튀김이나 색깔 있는 채소는 내놓지 말라”고 했다. 죌러의 말에서 무심코 나온 ‘그들’과 유색인종을 암시하는 표현 때문에 그는 우즈와 골프 팬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이 실수로 인해 케이마트와의 스폰서 계약도 끊어졌고 두고두고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 찍혔다.우즈는 그 이후로도 3벌의 그린재킷(2001년, 2002년, 2005년)을 더 입었으나 이날의 감동은 선수와 골프팬 모두에게 특별했다. 우즈는 3년 뒤인 2000년 6월 US오픈에서 2위와 15타차 우승을 하면서 올드 톰의 메이저 13타 차 우승 기록도 깼다. 하지만 1997년 마스터스만큼의 의미 있는 우승은 아니었다. 축하 파티를 벌이던 얼은 한밤에 그린재킷을 입은 채 잠든 아들을 발견했다.

2017.04.02 19:58

6분 소요
상하이‘울트라 바이올릿’ 진정한 의미의 럭셔리

산업 일반

중국 상하이의 울트라 바이올릿(Ultra Violet) 레스토랑은 지구촌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가지고 있다. 1인당 한 끼 식사값만 120만원. 미각에 대한 호기심을 잔뜩 안고 상하이의 푸동을 찾았다. 와인의 섬세함에 이끌리다 보면 음식에서도 그와 유사한 맛의 환희에 이끌릴 때가 많다. 균형미와 조화로움은 와인이든 음식이든 그리고 우리 삶에서도 중요하다. 이러한 조화로움은 궁극적으로 행복감을 선사한다. 몇 년 전 인터넷에서 매우 흥미로운 영상을 보았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공간의 중간엔 10인용 탁자 하나가 덩그러니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이방인 10명이 어색한 듯 경직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요리사의 생생한 요리 모습이 보여진다. 매 코스별 맛에 대한 영상적 표현은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었다. 와인과 함께 이어지는 테이블은 매우 감동적이고 유쾌한 저녁으로 마무리되는 영상이었다. 수소문 끝에 이러한 유형의 레스토랑이 중국 상하이에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지구촌에서 가장 비싼 메뉴의 비밀 울트라 바이올릿(Ultra Violet)이란 이 레스토랑은 지구촌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3개월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고, 하루에 10명만 온라인을 통해 사전 예약 접수를 받는다. 접수가 확인되면 선택이 가능한 날짜를 2~3개 알려준다. 1인당 부담하게 되는 저녁 식대는 6,000위안(약 120만원 정도). 입이 딱 벌어지는 한 끼 저녁 식사비에, 이 조차도 몇 개월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사뭇 놀랍기만 했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특별하기에 이러한 엄청난 가격에도 사람들이 줄을 설까…? 한 끼의 저녁식사를 위해 100만원이 넘은 비용을 지불한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미쳤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돈이 너무 많아 주체할 수 없는 졸부이거나 럭셔리를 추구하는 허영심 많은 사람들을 위한 도를 넘은 식탁이라 단정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고급 식재료를 쓴다 하더라도 내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밥값이다. 이런 모든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나의 호기심은 안 가보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미각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왜 그토록 비싸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직접 눈으로 그리고 체험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중국 상하이의 푸동 공항에서 다시 차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상하이 도심지로 이동했다. 울트라 바이올릿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상하이의 도심에 위치한 ‘미스터 & 미세스 분드(Mr.& Mrs. Bund)’라는 곳을 찾아가야 했다. 미스터 & 미세스 분드는 울트라 바이올릿이 생기기 전부터 셰프가 운영해온 비스트로다. 저녁 6시 30분쯤 되자 함께 저녁을 하게 될 사람들이 모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웰컴 드링크와 함께 저녁 여정이 시작된다. 모든 프로그램을 맡게 될 스페인 국적의 카를로스가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고 우리를 버스에 태웠다. 20분쯤 달렸을까. 창 밖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불빛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버스는 컴컴한 동네의 어느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몽환적인 보랏빛 테이블에 내 이름이 어둡고 음산한 듯한, 묘한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다. 커다란 문이 열렸다. 물류창고용 대형 엘리베이터처럼 보였다. 어느 지점에서 엘리베이터는 멈춘 듯 했고 엘리베이터의 또 다른 벽이 열렸다. 어두운 방 중앙에 신비로운 조명을 받고 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무지개 빛을 띠고 있는 커다란 전복들이 그곳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신선한 재료를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과정은 앞으로 있을 저녁만찬에 대해 셰프가 던지는 그날의 메시지였다. 영화 에서 미로의 문이 열리고 닫히듯,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또 다른 방으로 안내 되었다. 터널을 통과하듯 복도를 지나니 문이 열렸다. 눈 앞에 몽환적인 보랏빛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있었다. 주변은 컴컴했고 신비로운 청보라 빛을 띠고 있는 테이블과 10개의 빈 의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빛을 반사하여 반짝이는 물잔과 함께 영문으로 쓴 내 이름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관객이 없는 무대에 내가 우뚝 들어선 것 같았다. 조명이 바뀌면서 긴장감 있는 음악과 함께 벽면은 마치 우리의 미래를 예고하듯 ‘The Sea(바다)’ 라는 타이틀과 함께 제1막이 시작되었다. ‘조개 속 영혼 (Ghost in the Shell)’이란 타이틀과 함께 벽면 영상에 전복이 나타났다. 전복은 점점 더 자라면서 방안을 가득 채웠다. 이내 전복들은 우리를 점령한 듯 테이블을 뒤덮었다. 전복 요리의 서빙과 함께 어디선가 모르게 바다의 향기가 느껴진다. 마치 내가 바닷속 어딘가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안내에 따라, 이미 서빙된 샴페인 앙리오(Henriot)를 먼저 한 모금 마시고는 전복을 음미했다. 어느 순간 벽면은 파도 치는 바다로 바뀌어 있었고 96년산 빈티지 샴페인은 밀려오는 파도 거품에 싱그러운 바다의 짜고 비릿한 향을 가득 담았다. 20년간 병 속에서 숙성되어온 샴페인의 깊은 풍미와 미네랄, 그리고 약 1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전복의 절묘한 조화로움에 한동안 시간이 멈추어 있는듯 했다. 뒤이어 핑크 플로이드의 ‘타임’이란 비트 있는 음악은 이날 저녁의 주제가 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제2막으로 들어서면서, 10명의 주인공들은 잔디밭으로 인도된다. 주변은 푸른 잔디로 가득했다. 평평했던 테이블 위는 어느 순간 잔디가 만져지는 잔디밭으로 마술처럼 변해 있었다. 신선한 풀을 먹고 자란 양의 모습을 연상시키듯 테이블 위에는 양의 볼과 혀로 만든 요리가 올려진다. 프랑스산 랑그독 루시옹의 도멘 레옹 바랄 포제레(Domaine Leon Barral Fougeres) 2012년산을 한 모금 들이키고 고기를 맛보았다. 양고기 특유의 누린 향과 이 레드 와인이 지니고 있는 꼬리한 묵은 향이 묘한 조화를 주고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양고기만 즐기라고 했다면 즐길 수 없었을 것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애호가마다 호불호가 분명한 랑그독 루씨옹의 개성이 강한 와인이었다. ━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미각…낭만 이 와인 역시 과실적인 특징 보다는 오히려 육감적이면서도 사향이 느껴지는 동물적인 특징이 잘 표현되는 와인이었다. 그런데 이 둘이 만나면서 나의 미각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감동으로 이어졌다. 주변은 어느 듯 스모키한 가을의 향기와 함께 안개 낀 숲과 낙엽 그리고 나무 위 버섯들이 주변을 압도했다. 연이어 타오르는 장작불과 함께 주변 공기는 장작불이 타는 향기로 가득했다. 송로버섯과 빵 등이 함께 서빙된 프랑스 부르고뉴의 루이자도 코르똥 샤를마뉴 그랑크뤼 2013년산은 이러한 모든 나무와 훈연의 향, 버섯들과 어우러진 조화로움에 테이블은 연신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어릴 적 자주 놀러가곤 했던 시골할머니 집 아궁이를 지피던 장작불의 향기가 이 속에서 느껴졌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나를 유난히 사랑해 주셨던 할머니… 아련한 추억 속 향기였다. 테이블은 우리를 더욱 더 깊은 낭만과 추억 속으로 안내했다. 베이징 콜라 덕과 함께 서빙된 부르고뉴산 도멘 자끄 프리외르 에세죠 그랑크뤼 2011년산을 즐길 즈음엔 테이블의 이방인들은 이미 친구처럼 건배를 하고 웃음 가득 담소를 나누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분명 이 순간은 우리 인생에 새로운 추억거리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3막과 함께 아시아의 이국적인 정취 속에 푹 빠지기도 했고 디저트가 서빙되는 4막에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Fly me to the moon…. 음악과 함께 우린 이미 달나라를 향해 날아올랐다. 이렇게 총 4막으로 이어진 저녁 만찬 속 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었다. 아니,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면 나를 포함한 10인은 조연이었고, 20여 종의 스토리를 담은 코스 요리와 와인 및 음료들이 바로 주인공들이었다. 셰프는 이를 연출한 감독이었고 함께 참여한 요리사와 서버 등의 25인은 스텝들이었다. 순전히 셰프의 지휘 아래에서 하나의 영화처럼 디너가 연출되었다. 디저트가 끝날 즈음 벽면은 영화 자막이 올라가듯 10인의 조연들과 참여한 스텝들의 이름이 올라갔다. 그리고 디너를 감독한 총괄 셰프와 요리사들 그리고 스텝들이 테이블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우리는 열광적인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단순히 한 끼의 저녁 식사가 아니었다. 이것은 음식을 통한 예술 작품이었다. 매 코스별 메시지가 담긴 메뉴는 향기와 상상력을 동원한 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진 퍼포먼스 였다. 즉, 음식을 중심으로 온몸으로 느끼는 초현실주의적 체험 예술이었던 것이다. 이 체험은 한동안 내 몸과 마음 깊숙이 자리잡는 또 다른 의미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 독창적인 예술작품으로 승화된 요리 이 새로운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시도한 프랑스인 요리사 폴 페레(Paul Pairet)는 예측할 수 없는 격동적이면서도 색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 그는 그만의 독창적인 창작품이자 예술작품으로 승화된 요리를 보여주고자 했다. 2012년 5월에 오픈한 울트라 바이올릿은 현재까지 총 3가지의 코스요리가 개발되었다고 한다. 지난 4년간 꾸준히 인기를 얻었던 A와 B에 이어 이날 즐겼던 코스C는 지난해 12월에 새롭게 추가한 매우 따끈한 신상 메뉴였다. 나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들은 이 디너가 그 이상의 가치였음을 인정했고 매우 만족해 했다. 상상을 초월한 새로운 콘셉트의 음식과 완벽에 가까운 와인의 궁합, 주제에 따라 표현되는 영상과 함께 표현되는 음악과 향기들 그리고 퍼포먼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셰프 폴이 던진 메시지가 생각난다. “럭셔리는 돈이나 시간이 아닙니다. 손으로 잡을 수도 소유할 수도 없습니다. 체험을 통한 기억 속에 존재하는 감성이 진정한 의미의 럭셔리입니다”. - 최성순 와인21닷컴 대표

2017.02.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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