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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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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랩스·업스테이지’까지...하나銀,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 참여 스타트업 7곳 선발

은행

하나은행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협업하기 위한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 ‘하나원큐 애자일랩 16기’에 참여할 스타트업 7곳을 선발했다고 11일 밝혔다.‘하나원큐 애자일랩’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신설된 이후 이번 16기까지 우수한 혁신기술을 보유한 총 190개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온 은행권 최초의 스타트업 멘토링 센터다.이번 ‘하나원큐 애자일랩 16기’에는 ▲인공지능(AI) ▲핀테크 ▲플랫폼 ▲프롭테크 ▲에듀테크 등 다양한 신산업·혁신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이 선발됐다.특히 시니어·소상공인·외국인 등 손님별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과 AI·디지털 자산 관련 신기술 기업 및 에듀테크 전문 기업이 선발되어 손님 중심의 맞춤형 생활금융서비스 및 미래형 디지털 금융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연계방안 모색 등 다양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하나원큐 애자일랩 16기’에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개별 사무공간인 스마트 워킹 스페이스 제공과 함께 ▲하나금융그룹 관계사 현업 부서와의 협업 ▲외부 전문가 경영·법률 컨설팅 ▲하나은행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진출 지원 등 광범위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하나은행 디지털전략사업부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상생 기반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혁신 기술을 보유한 미래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며 “다양한 이종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내재화함으로써 손님 중심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뤄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2.11 09:49

2분 소요
모노랩스, 1분기 매출 142억원 돌파…1년새 31배 성장

바이오

건강기능식품 스타트업 모노랩스가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매출 142억6700만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인 4억5300만원과 비교해 31배 수준 성장했다. 제품 판매량과 약국 매출이 늘어난 데다, 최근 의약품 유통업체를 인수한 덕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모노랩스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인 아이엠과 공먹젤(공부할 때 먹는 젤) 등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아이엠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특성에 맞춰 영양제를 복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모노랩스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 등을 몸에 좋다면 가리지 않고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의 건강 상태나 섭취하는 물질의 궁합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노랩스는 2020년부터 아이엠 사업을 추진해 왔다. 정부가 이 시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를 허용하면서다. 모노랩스는 1차 참여 업체로 선정됐고, 올해로 3년째 사업을 운영 중이다.이 회사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의약품 유통시장도 효율화하고 있다. 모노랩스 관계자는 “시장을 개척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후에는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25조원의 시장이 형성돼 있어 경쟁력만 있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또한 “인텔리전스 헬스케어 회사로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건강기능식품과 디지털 기술을 통한 의약품 유통시장 혁신 두 사업을 조합해 나갈 것”이라며 “단기적 성장과 장기적 내실을 동시에 가져가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2023.08.07 16:24

1분 소요
게임업계 ‘황금손’에서 ‘건기식 사업가’로…‘세 번째 도전’ 나선 이 남자 [이코노 인터뷰]

헬스케어

‘낮에 실내에 주로 계신가요?’, ‘담배를 피우시나요?’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평소 생활 습관에 대한 질문이 시작됐다. ‘입술 포진(물집)이 자주 생기시나요?’ 등 부작용에 관한 질문과, ‘기억력 개선에 도움 되는 영양제를 추천해드릴까요?’와 같은 개인 선호도를 묻기도 한다. ‘나의 건강에 하루 얼마나 투자 가능하신가요?(아메리카노 1잔 기준)’와 같은 질문은 건강에 대한 상관관계를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지난 2020년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소분 판매가 규제 샌드박스 특례로 일시 허용되면서 건기식 시장에도 커스터마이징(개인화) 바람이 불고 있다. 맞춤형 건기식 소분 판매의 법제화도 앞두고 있어 시장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된다.게임업계에서 연이은 히트작을 내며 ‘미다스의 손’이라 불린 이도 건기식 시장의 성장성을 알아보고 영양제 사업에 뛰어들었다. 모바일 게임 사상 최초 100만 다운로드, 연간 매출 1000억원대 회사까지 두 번의 창업 모두 대박을 터트리고 건기식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 ‘모노랩스’를 창립한 소태환 대표의 이야기다.건강 악화에 영양제 접한 뒤 창업 결심 소 대표는 19년 동안 게임업계에 몸담았던 개발자다. 2001년 게임회사 ‘엔텔리전트’를 창업하고 모바일 게임 ‘삼국지 무한대전’, ‘삼국지 천하통일’을 개발했다. 이후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에 게임을 매각하고, 넥슨모바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넥슨 퇴사 후 모바일 게임회사 ‘네시삼십삼분’을 창업하고 ‘활’, ‘블레이드’와 같은 게임을 서비스했다.“게임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는데, 게임 개발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많이 갔었어요. 건강이 안 좋아져서 그때부터 영양제를 먹기 시작했는데 6개월 동안 꾸준히 복용하니 정말 효과가 나타나더라구요. 하지만 영양제 종류가 워낙 많아 나에게 잘 맞는 영양제들을 좀 쉽게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동안 게임회사를 다니며 익힌 정보기술(IT) 기술을 접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2018년 디지털헬스케어 회사 ‘모노랩스’를 창업한 소 대표는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형 건기식 구독 서비스 ‘아이엠(IAM)’을 론칭하고 주력 사업으로 키웠다. 소비자가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한 포 단위로 소분 포장하고, 한 달 단위로 정기 배송해준다.현재 아이엠의 누적 회원 수는 20만명에 달하고, 매달 1000명씩 신규 회원이 가입하고 있다. 회원의 75%가 20·30대고, 여성이 60%다. “아이엠을 찾는 소비자들의 95% 정도가 온라인을 통해 상담받고 주문을 하고 있어요. 오프라인 비중은 아직 4~5%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2020년 정부에서 규제 샌드박스 특례로 건기식 소분 판매를 일시 허용할 때 내건 조건이 전국 20개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이었어요. 현재 약국 18군데와 병원 2군데에서 아이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맞춤형 건기식 소분 판매 법제화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어서 향후 서비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소 대표가 꼽은 모노랩스만의 차별점은 ‘자동화 공정’이다. 모노랩스는 시중에 있는 제품을 소분하는 게 아닌 아이엠 건기식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비타민, 칼슘, 마그네슘, 아연, 밀크씨슬, 테아닌, 히알루론산 등 21종 영양제 제품을 만들어 170여 가지에 달하는 조합이 가능하다. 영양제 생산은 90%가 자동화 공정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와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만큼 제품을 정확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아이엠 생산 90%가 자동화 공정…“중국 시장 주목”모노랩스는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까지 꿈꾸고 있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모노랩스는 지난 2021년 중국을 무대로 시범 판매를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택배가 셧다운돼 판매를 접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많이 나아져 다시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최근에는 중국 회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중국 현지에 공장을 짓기 위해선 공장에서 매연, 오·폐수, 폐기물이 나오면 안 되는 것이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건기식은 이 세 가지가 배출될 일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노랩스는 현재 중국 시장에 한 달에 2000만~3000만원씩 영양제를 판매하는 등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소 대표의 목표는 모노랩스를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의 세계적인 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잠재력이 풍부한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을 성장시키고 싶은 꿈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건기식 소분 판매의 법제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단 의견이다.“한국처럼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나라는 없다고 생각해요. 건기식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쿠팡이나 SSG닷컴 등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직구도 간단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이미 만들어진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정부에서 또 다른 규제를 만들기보단 건기식 소분 판매 법제화를 통해 세계 수출의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해요.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고령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국가 경쟁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2023.07.23 08:00

4분 소요
박용후 대표 “정부, 플랫폼 독과점 규제보다 후발 주자에 혜택을…네카오, 앱 사라진 시대 대비해야” [이코노 인터뷰]

IT 일반

“국내 플랫폼의 위기다. 지금 상황은 앞서 마주했던 위기들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파격적인 변화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PYH)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기꺼이 ‘자문’을 청하는 인물이다. 국내 유일의 ‘관점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그는 무엇이, 왜, 어떻게 플랫폼 기업을 위기로 몰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의 관점에서 본 플랫폼 기업이 마주하고 있는 위기, 그리고 해결책을 함께 들어보자. 플랫폼은 변화의 산물이다. 편의성을 무기로 사용자를 끌어모아야 한다는 사업적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시장 원리’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분야로 평가되기도 한다.네이버·카카오는 국내 대표적 플랫폼 기업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검색을 기반으로, 카카오는 메신저를 토대로 지금의 지위를 구축했다. 양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든 국민의 선택을 받을 정도로 매력이 높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약 3889만명을 기록했다. 카카오톡은 이 기간 약 4146만명으로 집계됐다. 양사는 플랫폼 영향력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금융·쇼핑·물류·모빌리티·콘텐츠·광고 등으로 확장했다.영원할 것만 같던 네이버·카카오의 ‘국민 플랫폼’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챗GPT 등장 후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기술은 특히 네이버·카카오를 성공으로 이끈 ‘검색’과 ‘메신저’ 분야에 침투하고 있다.양사는 이에 따라 현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란 시장의 질문을 받는 중이다. 정부가 네이버·카카오를 ‘독점적 기업’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도 이런 우려가 확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랍비’ 박용후 대표를 만난 이유1999년 사업을 시작한 네이버는 1995년 인터넷 대중화 이후 변화된 시대에 맞춰, 2006년 아이위랩으로 출발한 카카오는 2009년 스마트폰 보급 본격화에 대응해 핵심 서비스를 적기에 내놓았다. 네이버는 세계 검색을 지배하고 있는 구글과의 경쟁에서 한국 특화 서비스를 통해 승리했다. 카카오는 이동통신사가 점유했던 메신저 영역에서 ‘무료 문자’를 앞세워 성과를 거뒀다.네이버·카카오가 그간 시대 변화에 성공을 거뒀듯 ‘챗GPT 시대’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까. 10년간 유지해 온 국민 플랫폼 지위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의 변화는 일상의 전환을 의미하기에 더욱 그랬다. 이 궁금증은 시대 변화가 아직 피부로 느껴지지 않은 지금에만 의미가 있으리라고도 생각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박용후 피와이에이치(PYH) 대표를 만난 이유다.박 대표는 ICT업계에 30년 넘게 몸담으며 전문성을 쌓았다. ‘관점을 디자인하는’ 그의 조언은 산·학·연·관을 가리지 않고 귀히 쓰였다. 10년 전 ‘한 달에 13번 월급 받는 남자’로 이름을 알린 박 대표는 현재 30곳이 넘는 기업·기관·단체에서 고문·자문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면면도 화려하다. 초기 카카오 홍보이사를 맡았었고, 현재는 우아한형제들(커뮤니케이션 전략고문)·핀다(커뮤니케이션 및 브랜드 전략고문) 등에 자문 하고 있다. 또 다비치안경체인·TJ미디어·세라젬·잡플래닛·모노랩스·씨젠의료재단·텐마인즈·뉴로다임·라쉬반 등에서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중이다. 국방부·육군·공군 등에서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자문위원과 선데이토즈 홍보이사를 지냈고, 네시삼십삼분 등에서도 일한 바 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 ‘오피스리스 워커’, ‘언어를 디자인하라’ 등의 책도 펴냈다.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으면 삶의 궤적을 짐작게 하는 다양한 이력이 뜬다. 11년간 기자로 일하며 글로 세상을 담기도 했던 박 대표는 현재 여러 매체 필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생각을 칼럼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단 의미다. ‘친정’인 IT 플랫폼을 물어서일까, 아니면 정부 기조에 대한 답답함 때문일까. 박 대표가 내뱉은 단어들은 글보다 거칠면서도 명확했다. ‘올바른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진심도 명징하게 전달됐다. 복잡하게만 보였던 현안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릴 때는 탈무드에 등장하는 랍비가 떠오르기도 했다. 왜 숱한 의사결정자가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그를 찾는지도 일면 이해가 됐다. “플랫폼 스스로 룰 만들 시간 줘야”박 대표와 마주 앉자마자 정부의 ‘플랫폼 자율 규제 변화 징조’에 관해 물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박 대표는 국회 포럼 등을 통해 시장 논리에 맞는 플랫폼 자율 규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직속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가 남다를 것 같았다.윤석열 정부는 당초 플랫폼 자율 규제를 국정 과제로 내걸었을 만큼 ‘불필요한 족쇄’를 지양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후 네이버·카카오 등을 ‘플랫폼 독과점’ 기업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박 대표는 ‘자유’와 ‘자율’의 차이부터 짚었다. “자율은 말 그대로 ‘자신의 원칙에 따라’ 객관적인 도덕 법칙을 세우는 거다. 정부는 가이드만 주고 플랫폼이 스스로 자본주의 시장에 맞게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게 자율 규제의 핵심이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정부도 플랫폼이 스스로 룰을 만들 시간을 줘야 한다.”그는 ‘카카오 먹통’ 이후 정부 기조가 바뀐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이를 바로잡고 통제할 수단은 지금도 무수히 많다.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를 더 추가하려는 움직임은 아쉽다. 또 카카오 먹통 사태를 기점으로 규제 강화 조짐을 보이는 점도 아이러니다. 카카오는 SK C&C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세입자다. 건물주의 잘못을 세입자에게 씌우는 건 부당하다. 그렇다고 카카오가 노력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카카오는 업력이 짧아 자체적인 데이터센터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조속히 마련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율 측면에서 기업의 책임을 다한 셈이다. 정부는 규제 강화가 아닌,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를 기업이 서둘러 마련할 방안을 논의하는 게 옳다.” 카카오 먹통 사태의 책임을 묻는 건 정부가 아닌 소비자의 역할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느꼈다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할 거고, 이는 회사의 손해로 이어진다. 이게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이 책임을 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 먹통 사태 후 특히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규제 강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외에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지 등을 검토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박 대표는 이에 대해 ‘하향 평준화’를 야기하는 접근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규제 기관이 움직였다. 플랫폼 독과점은 ‘고객의 선택’을 전제로 한다. 서비스로 혜택을 본 국민이 선택한 독과점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거다. 1등 기업을 끌어내려 균형을 맞추려는 접근인데, 이는 국민 편의 서비스의 질을 저해한다. 독과점 규제보다 후발 주자에 혜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쟁을 촉진해 편의성을 높이고 시장 균형을 찾는 게 더 바람직하다.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규제를 만지는 이들에 게 되레 묻고 싶다. 플랫폼처럼 누군가의 일 상을 긍정적으로 바꿔본 적이 있느냐고.”네이버·카카오가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협의체 구성’을 제시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이 함께 모여 현재 서비스가 얼마나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지, 그리고 종사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대외에 명확하게 전달한다면 인식이 바뀔 것”이라며 “공통된 목소리를 내야 의사결정권자가 플랫폼에 가지고 있는 오해가 풀릴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뉴스 알고리즘 협의까지만 정부 역할”박 대표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10개월을 앞두고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판 수위가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 정치권의 기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 3월 가짜뉴스·편파보도가 네이버를 통해 전파되지만 별다른 대응이 없다고 주장하며 “네이버가 권력에 취해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다. 독과점 기업을 넘어서 이제 대한민국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빅브라더 행태를 보이는 네이버의 오만한 작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이 사무총장의 발언 후 여권을 중심으로 포털의 뉴스 서비스 운영과 관련한 법안도 속속 발의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거대 포털이 가짜뉴스의 소비·유통 플랫폼으로도 기능하고 있다는 사회적 의심과 비판을 살피겠다”며 현재 ‘가짜뉴스 퇴치 TF’ 운영 중이다. 네이버·카카오의 요청에 따라 언론사 뉴스 제휴 심사를 맡은 자율기구인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출범 7년 만에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박 대표는 “현재 포털 내 뉴스 배치는 ‘인간은 빠져’있는 형태다. 알고리즘에 따라 여당에 유리한 기사가, 야당에 긍정적인 기사가 나올 수 있다. 그건 편향된 게 아니라 세상이 반영된 거다. ‘내 뜻’과 다르다고 그걸 틀렸다고 말할 순 없다. 남은 문제는 알고리즘 자체의 편향성인데, 이 부분만 정부가 개입하면 된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논리를 이해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투명하게 구축하면 비교적 간단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합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까지가 정부 역할이라고 본다.” “개인화된 플랫폼 구축, 고객과 거리 좁혀야”‘생성형 AI 등장’은 규제 강화 리스크와 함께 현재 네이버·카카오가 마주하고 있는 대표적 위기로 꼽힌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세계 빅테크는 물론 다양한 스타트업이 연일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네이버·카카오는 이에 대응해 자체 초대규모 AI 모델의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7월에 ‘하이퍼클로바X’를, 카카오는 코(Ko)-GPT 2.0을 올해 3분기 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자사 서비스에 접목, 한국 특화 서비스를 마련할 방침이다.박 대표는 생성형 AI 등장으로 ‘모든 앱’이 사라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목소리로 명령을 내려 고도화된 다양한 편의 기능을 누릴 수 있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현재 출시된 수만 개의 앱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의미”라며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 환경·경험(UI·UX)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단어·클릭 위주의 서비스가 ‘사용자 의도’ 중심으로 변화되고 매우 정교해질 것”이라며 “개인화된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구체적으로 챗GPT 시대에 대응해 네이버는 ‘직접 경쟁보단 적용 영역에서’ 승부를 봐야 하고, 카카오는 ‘오픈 플랫폼’으로 카카오톡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 기업이 AI 모델로 직접 경쟁할 순 없는 구조다. 네이버는 활용 분야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카카오는 현재 자사 중심의 서비스만 올리고 있는 카카오톡을 열어야 한다. 검증된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정부는 지금껏 확보한 방대한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국내 생성 AI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정책을 펼쳐야 할 필요가 있다.”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Daum)에 대해선 “서비스 중단을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두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NHN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 국내 검색엔진 유입률(검색 점유율)은 네이버 62.81%, 구글 31.41%, 다음 5.14% 순으로 집계됐다. 다음의 점유율은 2019년 10%에서 3년 만에 반토막 났다. 카카오는 수익성이 떨어진 다음 사업부를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전환한 바 있다. 정치적 리스크나 사업성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파격적인 선택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게 박 대표의 견해다. IT 플랫폼 기업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을 묻는 말에 박 대표는 ‘고객 편의성 증대’를 꼽았다. “서비스를 통해 혜택을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플랫폼의 팬이 된다. 플랫폼 기업은 이 같은 구조를 통해 돈을 벌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서비스는 결국 ‘착한 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경험해 왔다. 플랫폼 시장은 ‘우리를 통해 당신이 잘됐으면 좋겠다’란 마음을 지닌 경영자들만 성공의 과실을 맛볼 수 있는 영역이다. 사업 규모가 커져도 이런 태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기업이 대한민국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2023.06.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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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시옹비탈레, 우주약방 내 챗GPT 도입…“건강 정보 접근 더 쉽게”

스타트업

코레시옹비탈레가 비대면 진료 서비스 우주약방 내 챗GPT를 활용한 ‘건강 집사 AI 챗봇’을 출시했다고 9일 밝혔다.해당 서비스는 경증 질환에 대한 인공지능(AI) 상담을 제공한다. 회사 측은 “시간 제약 없이 24시간 무료로 건강 관련 질문에 답변받을 수 있다”며 “챗GPT를 기반으로 우주약방이 수집한 비대면 진료 이용자 데이터를 학습, 간단한 증상에 대한 기초 상담부터 질병·시술 관련 정보 전달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고 전했다.건강 집사 AI 챗봇을 통해 우주약방에 등록된 전문의 및 심리 상담사와의 연결도 이뤄진다. 이용자의 질문을 토대로 1차 상담 후 증상에 맞춰 적합한 전문가를 매칭하는 구조다. 이용자는 질환에 대한 기본 정보를 습득한 후 화면 이탈 없이 채팅창에서 이어서 비대면 진료를 신청할 수 있다.코레시옹비탈레는 모노랩스가 2021년 9월 설립한 자회사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우주약방을 운영하고 있다. 우주약방은 의료기관 방문 없이 모바일상에서 진료·처방·약 배송 등이 이뤄질 수 있는 플랫폼이다.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 위장 질환 및 소아과, 피부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비만∙다이어트, 탈모부터 심리 상담까지 폭넓은 항목을 다루고 있다.배용준 코레시옹비탈레 대표는 “건강 집사 AI 챗봇은 의료 상담이 어려운 휴일이나 늦은 시간대에도 경증 질환자들에게 건강 상담을 제공하고, 증상별 적합한 전문의 및 심리 상담사를 빠르고 편리하게 연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원활한 상담은 물론 진료 연계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우주약방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고도화에 지속 힘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2023.05.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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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유니콘’ 쑥쑥 큰다… 26개사 가치 1000억원 돌파

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부가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26개의 기업이 기업가치 10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12일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3년 간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에 참여했던 기업 200개사 중 26개사가 기업가치 1000억원을 돌파했다.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은 혁신적 사업모델과 성장성을 검증받은 유망 창업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예비 유니콘기업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아기유니콘은 기업가치 1000억원 미만 기업, 예비유니콘은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1조원 미만 기업,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이다. 아기유니콘 기업들은 국민심사단이 참여한 평가절차를 통해 선정된다. 중기부는 이들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도록 시장개척자금을 포함한 12가지 지원을 통해 집중 육성해 왔다.선정협약 이후 후속 투자를 완료한 116개사의 누적 투자금액은 약 1조971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당 평균 169억9000만원이다. 사업 신청 당시 5634억원(기업당 평균 48억5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기업가치는 3.5배 증가했다. 인공지능(AI) 추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노랩스’가 대표적이다. 모노랩스는 지난해 4월 아기유니콘 선정 이후 8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성장했다. 원작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해 판매하는 ‘테라핀’은 아기유니콘 선정 이후 약 2년7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14배 이상 성장했다.중기부는 오는 3월 글로벌 진출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한 아기유니콘200 모집공고를 통해 50개사를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이영 중기부 장관은 “아기유니콘 기업들이 협소한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상황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세계 유수기업들과 경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력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유망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폭풍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2.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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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헬스케어 플랫폼에 150억원 투자…의료데이터 사업 키우나

IT 일반

카카오가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의 최대주주가 됐다. 휴먼스케이프가 15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고, 카카오가 이를 사들이는 식이다. 카카오는 이번 투자로 휴먼스케이프의 지분 20%를 확보하게 된다.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중심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휴먼스케이프의 강점은 블록체인과 의료데이터다.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블록체인 기술로 안전하게 보관·관리하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가 난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제공 플랫폼 ‘레어노트’다. 환자는 자신의 건강정보를 앱에 등록·관리하고, 희귀난치성 질환의 치료제, 임상시험 소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카카오는 헬스케어 산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지난 2019년 1월 카카오의 투자전문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서울아산병원·현대중공업지주와 의료데이터 전문회사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센터’를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그해 연세의료원과 ‘파이디지털헬스케어’를 설립,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GIA에 따르면 전 세계의 디지털 헬스 산업은 지난해 1520억 달러(약 180조원)에서 2027년에 5080억 달러(약 604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휴먼스케이프를 비롯해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 투자한 것도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산업의 규제 범위가 모호하고 시장도 조성돼 있지 않다. 카카오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데이터를 축적·활용하기에 규제가 많고, 연관 시장도 성숙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파이디지털헬스케어나 모노랩스 등 헬스케어 분야 유망 기업에 투자했던 것처럼 휴먼스케이프가 유망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진행했고,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2021.11.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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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상생의 묘안 “데스밸리 넘듯 불신과 갈등의 골짜기 넘어라”

정책이슈

확전 양상을 보이던 플랫폼 규제 갈등이 한풀 꺾였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카카오가 상생안을 발표하면서다. 골자는 골목상권을 침탈하지 않겠다는 건데, 카카오는 논란이 되는 사업의 일부를 철수하고 혁신 사업 중심으로 향후 사업 방향을 재편할 계획이다. 다만 논란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업계는 카카오의 독보적인 플랫폼 지배력을 고려하면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 카모아, 렌터카 업체와 상생 전략 펼쳐 성장 소비자 편익을 근거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그만큼 그림자가 짙어졌다.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승자독식’ 구조가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막고자 정부와 여당이 각종 플랫폼 관련 법안을 쏟아냈지만, 갈등을 사법적 영역에서 푸는 건 해법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산업 곳곳에서 플랫폼 경제가 등장하는 걸 일일이 막는 게 불가능하고, 신산업 창출의 불씨를 꺼뜨리는 게 아니냐는 반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신산업과 전통산업의 상생을 추구하는 관점의 조화가 시급한 시점, 갈등을 마주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 스타트업이 여럿 있다. 먼저 렌터카 플랫폼 카모아의 창업 스토리를 보자. 카모아엔 전국 472개 렌터카 업체가 제공하는 3만9000여 대의 차량이 등록돼있다. 그동안 렌터카 시장은 정보 비대칭 때문에 품질이 낮은 상품이 많은 ‘레몬마켓’으로 꼽혔는데, 카모아가 가격과 서비스의 실시간 비교를 통한 투명화를 꾀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이 회사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걸 모든 렌터카업체가 달가워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업체의 입점 없인 사업 규모 확장이 불가능했던 카모아는 정공법을 택했다. 홍성주 카모아 대표의 설명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꾸준하게 렌터카 업체를 설득했다. 세차도 해주고 경조사에도 참여하고,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고충을 들었다. 업계 출신의 임직원을 영입해 눈높이도 맞췄다. 우리 회사를 소개하기보단 렌터카 업체가 진짜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함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생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카모아는 입점 업체에 확실한 이점을 줬다. 렌터카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전산시스템(ERP) 제공했고, 업체들의 홍보와 마케팅 활동도 지원했다. 덕분에 카모아에 입점하고 매출이 수배 상승한 렌터카 업체도 있었다. 모토브 역시 플랫폼을 대하는 시선이 날카로운 택시기사를 타깃으로 비즈니스를 벌이는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택시 상단 표시등에 스마트 미디어 기기를 설치하는 게 모토브의 과업이다. 광고판에 30여 개의 IoT 센서를 탑재해 재난·환경·안전·교통 등의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신통방통한 기기였지만 선뜻 설치하는 기사는 없었다. “모토브 광고판을 달면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다”, “기름을 더 많이 소모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떠돌기도 했다. 모토브는 먼저 지자체를 공략했다. 대전시와 대전시 택시조합을 설득해 시범 사업을 전개했고, 7대의 대전 택시에 모토브 광고판이 달렸다. 택시기사에게 운행시간에 따라 월 5만~20만원을 지급했는데, “의외로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900여 대의 택시가 모토브 광고판을 달고 대전·인천·서울 등지를 누비고 있다. 김종우 모토브 대표는 “광고 매출을 못 올리던 사업 초반에도 택시기사와의 수익 공유만큼은 빼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택시 동승 호출 서비스 ‘반반택시’의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가 상생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과거에 축적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기존 시장 참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로부터도 배워야 한다. 산업의 문제점을 기존 산업 플레이어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없인 진짜 혁신도 어렵다.” 진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플랫폼 ‘아이엠’을 운영하고도 원성을 듣는 일 없이 업을 전개하고 있다. 플랫폼에 속한 드라이버를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진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의 이용 편의성에만 사업의 초점을 맞추면 갈등이 불가피하다”면서 “혁신도 기존 시장에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여러 방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통하면 열리는 상생의 길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인 모노랩스는 주요 영업채널 중 하나로 ‘약국’을 선택했다. 약사와의 전문적인 상담을 거치면, 고객이 신뢰를 갖고 건기식을 대할 수 있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만든 건기식을 선뜻 “팔아주겠다”고 나설 약국이 많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상품을 분석하고 일일이 추천하는 일 역시 약사로선 번거롭기만 한 일이었다. 모노랩스는 이 문제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풀어갔다. 약사와 협의하는 자리엔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이들의 고민사항을 듣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납품 위주의 거래 관계를 구축하는 게 아닌 수평적 협업을 강조했다. 모노랩스 관계자는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윈윈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한발 먼저 움직이자 우리 플랫폼이 약국의 수익에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약을 조제할 뿐만 아니라 식습관을 통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약사 몇몇이 플랫폼에 동참했다. 모노랩스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독수리약국에 최초로 입점한 이후 서울·경기·대전 지역까지 제휴 약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전국 4만3000개의 요양시설의 정보를 한데 모아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케어닥 역시 기존 요양시설 업계와 날카롭게 대치했다. “너희가 뭔데 요양시설을 평가하느냐”며 으름장을 놓는 원장도 있었고, 고소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성난 업계의 민심을 일일이 설득했다. 박 대표는 “전국의 요양시설은 복잡한 이권 관계로 얽혀있었는데, 직접 찾아가 대응하면서 사업 규모를 확장해왔다”면서 “결국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비스 질 향상’이란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우리 편이 됐다”고 설명했다. 케어닥이 올해 8월 기준 누적 71만 시간의 돌봄을 어르신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처럼 상생을 꾀하는 스타트업은 모두 “서두르지 말 것”을 강조했다. 신산업과 기존 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사업자와 시장의 성장 없인 플랫폼의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론 업계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수익 공유를 확실히 하라고 조언했다. 플랫폼 갈등의 시대, 성장과 상생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묘안이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09.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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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주 카모아 대표 & 소태환 모노랩스 대표] 수천억게임사(온네트·네시삼십삼분) 키운 80~90년대 오락실 키드, 또 창업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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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하는 삶 의미 없어 재창업… 성장산업·해외시장, 스케일업 자신 있어” 1990년대 PC의 보급과 인터넷의 등장은 창업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꿨다. 과거 창업은 대기업 하청을 따내기 위한 제조업 분야가 대부분이었으나, 1990년대부터 PC·인터넷 관련 기업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PC 소프트웨어를 시작으로 인터넷 서비스·통신기기 관련 창업이 줄이었다.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산업은 게임이다. 게임 산업의 패권이 콘솔 게임기에서 PC로 넘어갔고, 통신망 발달로 게임 산업에 일대 변혁이 일며 한국 제작사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넷마블·넥슨·NC소프트·한게임·웹젠·네오플 등을 시작으로 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 등으로 이어지며 한국은 게임 산업의 세계적 강자로 부상했다.더불어 많은 일자리 창출과 수출을 일구었고, 정보통신(IT) 갑부들이 탄생해 창업 생태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80~90년대 동네 오락실에서 버튼을 두드리던 어린이들이 성장해 현재 한국 사회를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이에 1990~2000년대 게임 회사를 만들어 크게 성공하고 다시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새 가치를 발굴하고 있는 연쇄 창업자 두 명을 만났다. 홍성주 카모아 대표, 소태환 모노랩스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 게임 1세대 창업자의 모바일 서비스 창업 도전 홍 대표는 대학생 시절이던 1996년 게임회사 온네트를 만든 개발자 출신 창업자다. 온네트는 3D 온라인 골프게임 샷온라인 개발사로 2011년 다음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308억원.홍 대표는 이후 2014년 다음게임의 대표를 맡았고, 이듬해 회사에서 나와 2016년 카모아를 창업했다. 카모아는 렌터카 가격 및 서비스를 실시간 비교해 예약·리뷰 등을 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전국 단위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고객과 렌터카 시장 간에 정보비대칭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소태환 대표는 기획·개발 업무를 맡아 2001년 엔텔리전트를 창업했다. 모바일게임 ‘삼국지 무한대전’ ‘삼국지 천하통일’이 흥행하며 회사를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에 매각했다.이후 넥슨모바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하고 2009년 회사를 나와 모바일 게임 회사 네시삼십삼분을 창업했다. 블레이드 같은 히트작을 잇달아 냈고, 텐센트 등 중국 기업으로부터 수천억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소 대표는 2018년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뒤 현재 건강기능식품 정기배송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두 대표는 2030 세대에 “디지털 네이티브의 감성·언어를 쓸 수 있으면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김유경 기자(이하 사회자): 연쇄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홍성주 카모아 대표(이하 홍성주 대표): 어릴 때부터 기획하고 만들며 키우는 걸 좋아했다. 처음 두 명이 창업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며 현장 중심의 사업을 펼쳤다. 그러면서 비전이 서고 조직이 커졌으며 중간관리자를 두게 될 정도가 됐다. 40대 중반에 카카오를 그만두면서 자산관리나 투자 분야 진출도 생각해봤지만 그런 일을 앞으로 20~30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다시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다만 게임 분야는 1996년 창업해 20년 넘게 몸담았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았다. 게임은 타이틀 흥행 여부 한 방에 모든 게 결정돼 위험성이 크고, 산업이 격변기에 접어들어 불확실성이 있다. 카카오 재직 중에 마침 모바일 산업이 크고 있는 것을 보며 O2O에 매력을 느꼈다. 개발 전공자라고 꼭 게임을 만들 필요는 없다.소태환 모노랩스 대표(이하 소태환 대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창업까지 왔다. 창업했을 때가 외환위기 직후여서 창업하면 망하는 길이란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제외한 모든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다. 처음 창업한 회사를 넥슨에 매각했고, 2009년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발표하면서 두 번째 창업 기회를 맞았다. 스마트폰의 스펙과 화면 크기에 잘 맞는 전용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차렸다. 처음으로 플랫폼이 변하는 경험을 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며 그래픽이 화려해지고 용량이 커짐에 따라 콘텐트의 본질이 바뀌었다. 게임은 오퍼레이션이 무척 고된데 영양제를 챙겨 먹다가 개인 맞춤형 영양제 사업에 뛰어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서 배운 노하우를 살리고 있다.사회자: 소비 데이터 확보나 알고리즘은 어떻게 구성하나.소태환 대표: 어떤 영양제를 먹을 것이냐는 복잡하지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현재 어떤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영양제를 찾는가와 어떤 약을 함께 먹어선 안 되는지, 최근 수술 경험이 있는지 등 규칙은 정해져 있다. 모든 상황에 맞춰 선택하는 것은 복잡하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사회자: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소태환 대표: 문제의 본질은 빨리 해법을 내놓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술을 많이 마시는가’라고 묻는다면 많이 먹는 기준이 모호하다. 건강 상담을 하는 의사들은 전문가지만 서비스에는 최적화돼 있지 않다. 소비자 관점에서 소통하기 어렵단 뜻이다. 모노랩스는 알고리즘의 우수성보다는 소비자가 자신의 상태를 대답하기 편한 형태로 신속하게 물어보고 대답을 빨리 얻어 솔루션을 제공한다.사회자: 의료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나.소태환 대표: 없다. 의사는 정말 많은 의료적 노하우를 갖고 있다. 기술이 이런 세세한 노하우까지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한국은 잘 분리돼 있지 않지만,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치료는 분명히 다르며, 모노랩스는 건강한 생활을 돕는 서비스를 지향한다.사회자: 렌터카 분야는 O2O 생태계 운영이 용이한 편인가.홍성주 대표: 처음엔 렌터카 비즈니스가 심하게 낙후돼 있어 사업을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비교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면 서비스에 경쟁이 생길 거라 봤지만, 시장의 정보는 닫혀있고 변별력이 없으며 횡포를 부리는 업체들도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란 생각을 했다. ━ “대기업과 경쟁 가능성 낮아, 협력 관계 구축” 사회자: 생태계를 어떻게 확장하고 서비스를 차별화했나.홍성주 대표: 택시·대리운전 등 서비스는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하면 후발 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웠다. 렌터카는 산업 내부에 견제가 강해 대기업들도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특히 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IT 플랫폼을 견제하는 기류가 있다. 렌터카 사업자들의 독점적 영향력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카모아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시장에 접근했다. 렌터카 시장은 현재 7조원 규모며 매년 17%씩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를 구매하기보다 빌려 쓰는 경우가 많고, 그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타깃 시장은 비중이 큰 장기렌트·리스 등으로 잡고 있다.사회자: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스케일업 전략은.소태환 대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코로나19를 경험한 세대는 죽을 때까지 건강관리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고 본다. 식품은 의료보다 국가 간 장벽이 낮기 때문에 해외 영양제 직구가 활발한 편이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한국은 물론 중국, 동남아시아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에 해외에 직구, 배송 서비스 런칭할 계획이다. 미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지만, 물리적 환경 제약과 배송 시간이 길다. 한국은 48시간 이내에 동남아 모든 지역에 전달할 수 있어 이들 시장을 공략하기 유리하다.홍성주 대표: 전 세계 호텔 정보를 모두 검색하는 서비스가 있지만, 렌터카는 없다. 카모아는 지역 렌터카 업체들과 연대를 넓히는 한편, 카모아 데이터베이스에 API(응용프로그램 개발용으로 공개하는 인터페이스)를 열어줘 그 회사들이 능동적으로 서비스를 게시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사회자: 우버·카카오T 등과 경쟁이 예상된다.홍성주 대표: 모빌리티의 다른 영역과 경쟁이 있을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차 안 통신기기를 통해 자동차를 빌려주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렌터카는 특별한 테두리 안에서 운영된다. 전동 킥보드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는 안전규정 등 허들이 굉장히 높지만, 렌터카는 운영상 규제가 거의 없다. 또 쏘카 등은 2~3일 장기 운영이 어려운 데 비해 렌터카는 이 영역에 특화됐다. 시장 영역에 차이가 있다. 또 카모아는 처음부터 ERP(전사적자원관리) 개발 등 하부에서 작동하는 시스템 설계부터 했다. SK와 관제 영역의 협업을 준비하는 등 대기업 네트워크도 확장하고 있다.사회자: 투자자라면 현재 자기 회사에 투자할 수 있겠나.홍성주 대표: 초기 국내 렌터카 시장을 고려하면 투자를 주저했을 수 있다. 다만 회사를 3년간 운영하며 기회가 큰 시장이란 걸 깨달았다.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할 수 있단 생각도 못 했다. 최초엔 전통 산업이라 해외 진출은 생각지도 못했고, 모빌리티 산업이 이처럼 빠르게 변화할지도 몰랐다.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소태환 대표: 투자할 것 같다. 한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건강기능식품은 굉장히 오래된 산업이고 지금도 홍삼·유산균 등은 꾸준히 팔리고 있다. 산업적으로 계속 성장하는 단계며, 기존 플레이어들은 운신의 폭이 좁다. 영양제 백그라운드가 많지는 않지만, 완전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있다. ━ “서비스운영·마케팅·통계분석 등에 게임 노하우 총동원” 사회자: 게임 회사에서 경험한 생태계 관리·서비스·운영 등을 적용하고 있나.홍성주 대표: 게임은 사용자의 피드백이 365일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서비스 마인드가 중요하다. 전 업종을 통틀어 게임회사 출신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가장 높을 것이다. 게임회사에서 배우고 체득한 서비스 마인드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 개발자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뒤로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비즈니스에 대해 눈을 뜨고 통계도 잘 활용하게 됐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전체적 전략과 운용의 묘가 필요한데 게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소태환 대표: 게임 회사에서 배운 노하우를 거의 모든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게임 제작은 개발·시나리오·음악·효과·기획·마케팅 등이 하나가 돼 움직여야 하는데, 각자의 세계와 사고체계가 다르다. 이를 총괄한 경험이 있어 모노랩스에서도 영역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 콘텐트의 가치를 담아 제공하는 서비스 마인드와 통계 분석 기법, BI(브랜드 정체성), SCM(공급망 관리), 보상설계 등 게임 분야가 극도로 발달한 영역을 모두 모노랩스에도 적용해 풀어가고 있다.사회자: 이제 한국 게임 산업은 중국으로 많이 밀리는 것 같다.홍성주 대표: 중국에서 하루가 멀다고 수십, 수백개 게임이 등장하고 있어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중간 크기의 게임사는 거의 다 사라졌다. 안타깝다. 시장이 어려워지고, 여러 플랫폼이 생기는 등 급격한 변화가 벌어진다. 게임 종사자들이 계속 의지를 갖고 도전해야 하며, 니치마켓에서 독창성을 발휘하는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소태환 대표: 게임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전환의 시점을 맞았다. 이제 선택에 따라 더 성장할 수도, 아니면 게임 산업을 포기할 수도 있게 된다. 콘텐트 산업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한국 영화가 위기인 시절도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자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트가 인기를 끌며 선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위기를 못 넘은 국가들은 드라마·영화 제작을 포기하고 모두 수입하고 만다. 중국처럼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의 효율성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미국은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프로젝트를 관리하듯 게임 제작사도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동아리·가내수공업 수준이다. 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사회자: 후배 창업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나.소태환 대표: 1990년대나 2000년대, 2010년대 창업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부터 해왔던 것을 개념화, 체계화했을 뿐이다. 다만 창업자를 대하는 시선과 편견은 정말 많이 개선됐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과감히 도전해보길 바란다. 현재 2030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감성과 언어를 쓸 수 있어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젊은 창업자들이 다시 게임 산업에 진입하면 새로운 원동력이 생길 것이다. 기존 플레이어들로는 한계가 있다.홍성주 대표: 사실 현재 40대 중반 위로는 젊은 시절 취업 압박을 겪질않았다. 대기업 입사가 쉬워 창업해보고 안 되면 취업하자는 기류도 있었다. 현재는 스타트업 육성 정책도 많고, 생긴 지 오래된 회사보다 신생 회사가 투자 유치 등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한국은 분명히 창업하기 좋은 나라다. 시대의 흐름을 알고 IT 시각으로 일상적 사업에 뛰어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게임·만화·화장품·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는 나이가 차면 감성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창업하기 유리하다. 감성을 리드하는 것은 젊은층이다. 감수성을 소비할 수 있는 젊은층엔 무조건 창업의 기회가 있으니 도전하길 바란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1.01.24 10:16

8분 소요
[인터뷰 | 임정욱 TBT 공동대표] “투자자, 시대 앞서는 창업가 돕는 매력적인 직업”

CEO

한국만큼 역동적 스타트업 생태계 드물어... 내년 데이터 관련 서비스기업에 큰 기회 스타트업 생태계의 ‘인싸’이자, 창업가들의 ‘구루’로 통하는 임정욱 TBT 공동대표는 1990년대 중반 중앙일간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IT(정보통신) 분야와 인터넷에 관심이 컸던 그는 사회부, 경제부를 거쳐 당시 보기 드물게 IT 담당 기자를 하게 됐다. 흔히 말하는 필드에서 취재기자로 생활한 것은 딱 3년. 이후 신문사 경영기획실 IT팀장, 일본어판 온라인 신문사 대표 등을 역임했다.30대 중반에 신문사를 떠나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으로 이직했다. IT업계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2009년 3월부터 미국 보스턴에서 한때 검색 서비스로 유명했던 라이코스 대표를 맡아 3년 정도 직접 IT기업을 운영하기까지 했다. 2013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스타트업 창업가를 지원하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벤처캐피털(VC) TBT 공동대표로 투자업계에 뛰어들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벤처캐피털의 전설’로 통하는 마이클 모리츠 세콰이어캐피탈 회장을 떠 올리게 한다. 모리츠 회장은 실리콘밸리를 취재했던 지 기자 출신이다. ━ 코로나19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임 대표의 다양한 이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혁신’이다. 중앙일간지 기자 타이틀 대신 혁신의 현장인 IT와 인터넷의 세상에 빠르게 도전했다. 그리고 혁신을 하는 창업가를 발굴·투자하는 투자자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12월 초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TBT 사무실에서 만난 임 대표는 “올해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며 웃었다.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당시와 TBT의 대표가 된 후 창업가를 만날 때 입장은 분명 다를 터. 임 대표는 “센터장이었을 때는 창업가와 이해관계가 없었다면, 지금은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투자를 잘해야 하고 그게 나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창업가를 만나는 게 직업적으로 다가온다. 창업가와 스타트업에 대해 훨씬 디테일하게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는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도움을 주는 직업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인 면”이라고 덧붙였다.새로운 도전에 그는 빠르게 안착했다.임 대표 주도로 지난 7월 최대 390억원 규모의 ‘오픈이노베이션 펀드(포스트코로나 펀드)’ 결성을 마쳤다. 임 대표는 “코로나19로 한국 사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제조업이나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등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펀드 결성 후 지금까지 모토브(택시 상단 표시등을 이용한 위치 기반 광고 서비스), 모노랩스(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펄핏(AI 이용 발 사이즈 맞춤 운동화 추천 서비스) 등 3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완료할 정도로 빠르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우리는 이미 변화의 시대에 투자가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인터넷 등장과 스마트폰 출시 때 투자 기회가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오히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하는 변곡점이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이 투자의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본지가 실시한 투자자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스타트업 생태계가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나.“물론이다. 대기업은 하지 못하는 일자리 창출을 스타트업이 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스타트업에서 첫 직장을 구하는 게 굉장히 익숙해졌다. 금융권 입사를 꿈꿨던 이들이 카카오뱅크에 가고, 토스에 입사한다. 스타트업이 성장을 하면서 사람들을 계속 뽑고 있다. 원티드랩, 프로그래머스, 리멤버 등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구인을 도와주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한다. 한국에서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외국계 기업이 쉽게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 만일 배민이 없었다면 한국 딜리버리 시장은 우버이츠가 장악했을 것이다.”팬데믹으로 투자업계의 위축을 예상했는데 타격이 크지 않다.“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에어비앤비가 다시 상장에 도전할 정도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생동감이 넘쳤다. 팬데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빠르게 진행하게 했다. 쿠팡이나 배민 등이 좋은 성과를 보인 이유다. 대기업이 갑자기 뛰어들어도 안 되는 상황이 됐다. 대기업은 이제 절박해졌을 것이다. 디지털화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예전에는 대기업이 해외 스타트업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제 한국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민간 주도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돌이켜보면 그동안 정부가 정책과 재원을 지원했으니까 스타트업 생태계가 단단해진 것이다. 해외를 다니다보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만큼 역동적인 곳이 별로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정도뿐이다. 이제 한국의 투자 업계와 스타트업계는 경험 많은 사람들이 두텁게 포진하고 있다. 인재가 몰리고 있고,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커머스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이젠 정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스타트업에 대한 규제도 많이 완화됐다. 따지고 보면 규제가 없는 나라는 없다. 다만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되면 좋을 것 같다. 원격 진료나 법률 관련된 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사회적인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완화되어야 한다.” ━ 비대면 데이터 서비스기업에 좋은 기회 올 것 핀테크, 모빌리티 등 몇 년 전만 해도 투자가 집중되었던 분야에 투자자의 관심이 줄었다.“어떤 분야든 새롭게 부상할 때가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다. 5~6년 전만 해도 우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신기해서 그런 것이다. 핀테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온 국민이 카카오뱅크와 토스를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킥보드가 신기해서 SNS로 올리기도 했다. 2년 만에 한국은 지방까지 킥보드가 진출해 있다. 한국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장도 드물 것이다.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든 것보다 시장에서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내년 스타트업 생태계에 예상되는 기회는.“코로나19가 어떻게든 해결이 될 텐데, 그러면 그동안 눌러 왔던 잠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대표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커졌기 때문에 비대면 관련 데이터 서비스를 준비하는 이들은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무인점포 등이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내년에 가속화될 것이다.”-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2020.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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