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후 대표 “정부, 플랫폼 독과점 규제보다 후발 주자에 혜택을…네카오, 앱 사라진 시대 대비해야” [이코노 인터뷰]
[‘내우외환’ 네이버·카카오]③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PYH 대표
“스스로 규칙 만들 시간도 주지 않은 정부 아쉬워…규제 논리도 허술”
“챗GPT 시대…정교해진 사용자 의도 파악하는 기업이 세상 지배”
“네이버, 특화 서비스로 대응해야…카카오, 오픈 플랫폼 전환 필요”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플랫폼은 변화의 산물이다. 편의성을 무기로 사용자를 끌어모아야 한다는 사업적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시장 원리’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분야로 평가되기도 한다.
네이버·카카오는 국내 대표적 플랫폼 기업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검색을 기반으로, 카카오는 메신저를 토대로 지금의 지위를 구축했다. 양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든 국민의 선택을 받을 정도로 매력이 높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약 3889만명을 기록했다. 카카오톡은 이 기간 약 4146만명으로 집계됐다. 양사는 플랫폼 영향력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금융·쇼핑·물류·모빌리티·콘텐츠·광고 등으로 확장했다.
영원할 것만 같던 네이버·카카오의 ‘국민 플랫폼’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챗GPT 등장 후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기술은 특히 네이버·카카오를 성공으로 이끈 ‘검색’과 ‘메신저’ 분야에 침투하고 있다.
양사는 이에 따라 현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란 시장의 질문을 받는 중이다. 정부가 네이버·카카오를 ‘독점적 기업’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도 이런 우려가 확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랍비’ 박용후 대표를 만난 이유
1999년 사업을 시작한 네이버는 1995년 인터넷 대중화 이후 변화된 시대에 맞춰, 2006년 아이위랩으로 출발한 카카오는 2009년 스마트폰 보급 본격화에 대응해 핵심 서비스를 적기에 내놓았다. 네이버는 세계 검색을 지배하고 있는 구글과의 경쟁에서 한국 특화 서비스를 통해 승리했다. 카카오는 이동통신사가 점유했던 메신저 영역에서 ‘무료 문자’를 앞세워 성과를 거뒀다.
네이버·카카오가 그간 시대 변화에 성공을 거뒀듯 ‘챗GPT 시대’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까. 10년간 유지해 온 국민 플랫폼 지위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의 변화는 일상의 전환을 의미하기에 더욱 그랬다. 이 궁금증은 시대 변화가 아직 피부로 느껴지지 않은 지금에만 의미가 있으리라고도 생각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박용후 피와이에이치(PYH) 대표를 만난 이유다.
박 대표는 ICT업계에 30년 넘게 몸담으며 전문성을 쌓았다. ‘관점을 디자인하는’ 그의 조언은 산·학·연·관을 가리지 않고 귀히 쓰였다. 10년 전 ‘한 달에 13번 월급 받는 남자’로 이름을 알린 박 대표는 현재 30곳이 넘는 기업·기관·단체에서 고문·자문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면면도 화려하다. 초기 카카오 홍보이사를 맡았었고, 현재는 우아한형제들(커뮤니케이션 전략고문)·핀다(커뮤니케이션 및 브랜드 전략고문) 등에 자문 하고 있다. 또 다비치안경체인·TJ미디어·세라젬·잡플래닛·모노랩스·씨젠의료재단·텐마인즈·뉴로다임·라쉬반 등에서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중이다. 국방부·육군·공군 등에서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자문위원과 선데이토즈 홍보이사를 지냈고, 네시삼십삼분 등에서도 일한 바 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 ‘오피스리스 워커’, ‘언어를 디자인하라’ 등의 책도 펴냈다.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으면 삶의 궤적을 짐작게 하는 다양한 이력이 뜬다. 11년간 기자로 일하며 글로 세상을 담기도 했던 박 대표는 현재 여러 매체 필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생각을 칼럼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단 의미다. ‘친정’인 IT 플랫폼을 물어서일까, 아니면 정부 기조에 대한 답답함 때문일까. 박 대표가 내뱉은 단어들은 글보다 거칠면서도 명확했다. ‘올바른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진심도 명징하게 전달됐다. 복잡하게만 보였던 현안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릴 때는 탈무드에 등장하는 랍비가 떠오르기도 했다. 왜 숱한 의사결정자가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그를 찾는지도 일면 이해가 됐다.
“플랫폼 스스로 룰 만들 시간 줘야”
박 대표와 마주 앉자마자 정부의 ‘플랫폼 자율 규제 변화 징조’에 관해 물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박 대표는 국회 포럼 등을 통해 시장 논리에 맞는 플랫폼 자율 규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직속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가 남다를 것 같았다.
윤석열 정부는 당초 플랫폼 자율 규제를 국정 과제로 내걸었을 만큼 ‘불필요한 족쇄’를 지양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후 네이버·카카오 등을 ‘플랫폼 독과점’ 기업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자유’와 ‘자율’의 차이부터 짚었다. “자율은 말 그대로 ‘자신의 원칙에 따라’ 객관적인 도덕 법칙을 세우는 거다. 정부는 가이드만 주고 플랫폼이 스스로 자본주의 시장에 맞게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게 자율 규제의 핵심이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정부도 플랫폼이 스스로 룰을 만들 시간을 줘야 한다.”
그는 ‘카카오 먹통’ 이후 정부 기조가 바뀐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이를 바로잡고 통제할 수단은 지금도 무수히 많다.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를 더 추가하려는 움직임은 아쉽다. 또 카카오 먹통 사태를 기점으로 규제 강화 조짐을 보이는 점도 아이러니다. 카카오는 SK C&C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세입자다. 건물주의 잘못을 세입자에게 씌우는 건 부당하다. 그렇다고 카카오가 노력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카카오는 업력이 짧아 자체적인 데이터센터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조속히 마련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율 측면에서 기업의 책임을 다한 셈이다. 정부는 규제 강화가 아닌,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를 기업이 서둘러 마련할 방안을 논의하는 게 옳다.”
카카오 먹통 사태의 책임을 묻는 건 정부가 아닌 소비자의 역할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느꼈다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할 거고, 이는 회사의 손해로 이어진다. 이게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이 책임을 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 먹통 사태 후 특히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규제 강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외에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지 등을 검토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하향 평준화’를 야기하는 접근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규제 기관이 움직였다. 플랫폼 독과점은 ‘고객의 선택’을 전제로 한다. 서비스로 혜택을 본 국민이 선택한 독과점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거다. 1등 기업을 끌어내려 균형을 맞추려는 접근인데, 이는 국민 편의 서비스의 질을 저해한다. 독과점 규제보다 후발 주자에 혜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쟁을 촉진해 편의성을 높이고 시장 균형을 찾는 게 더 바람직하다.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규제를 만지는 이들에 게 되레 묻고 싶다. 플랫폼처럼 누군가의 일 상을 긍정적으로 바꿔본 적이 있느냐고.”
네이버·카카오가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협의체 구성’을 제시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이 함께 모여 현재 서비스가 얼마나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지, 그리고 종사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대외에 명확하게 전달한다면 인식이 바뀔 것”이라며 “공통된 목소리를 내야 의사결정권자가 플랫폼에 가지고 있는 오해가 풀릴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 알고리즘 협의까지만 정부 역할”
박 대표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10개월을 앞두고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판 수위가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 정치권의 기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 3월 가짜뉴스·편파보도가 네이버를 통해 전파되지만 별다른 대응이 없다고 주장하며 “네이버가 권력에 취해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다. 독과점 기업을 넘어서 이제 대한민국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빅브라더 행태를 보이는 네이버의 오만한 작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사무총장의 발언 후 여권을 중심으로 포털의 뉴스 서비스 운영과 관련한 법안도 속속 발의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거대 포털이 가짜뉴스의 소비·유통 플랫폼으로도 기능하고 있다는 사회적 의심과 비판을 살피겠다”며 현재 ‘가짜뉴스 퇴치 TF’ 운영 중이다. 네이버·카카오의 요청에 따라 언론사 뉴스 제휴 심사를 맡은 자율기구인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출범 7년 만에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박 대표는 “현재 포털 내 뉴스 배치는 ‘인간은 빠져’있는 형태다. 알고리즘에 따라 여당에 유리한 기사가, 야당에 긍정적인 기사가 나올 수 있다. 그건 편향된 게 아니라 세상이 반영된 거다. ‘내 뜻’과 다르다고 그걸 틀렸다고 말할 순 없다. 남은 문제는 알고리즘 자체의 편향성인데, 이 부분만 정부가 개입하면 된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논리를 이해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투명하게 구축하면 비교적 간단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합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까지가 정부 역할이라고 본다.”
“개인화된 플랫폼 구축, 고객과 거리 좁혀야”
‘생성형 AI 등장’은 규제 강화 리스크와 함께 현재 네이버·카카오가 마주하고 있는 대표적 위기로 꼽힌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세계 빅테크는 물론 다양한 스타트업이 연일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는 이에 대응해 자체 초대규모 AI 모델의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7월에 ‘하이퍼클로바X’를, 카카오는 코(Ko)-GPT 2.0을 올해 3분기 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자사 서비스에 접목, 한국 특화 서비스를 마련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생성형 AI 등장으로 ‘모든 앱’이 사라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목소리로 명령을 내려 고도화된 다양한 편의 기능을 누릴 수 있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현재 출시된 수만 개의 앱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의미”라며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 환경·경험(UI·UX)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단어·클릭 위주의 서비스가 ‘사용자 의도’ 중심으로 변화되고 매우 정교해질 것”이라며 “개인화된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구체적으로 챗GPT 시대에 대응해 네이버는 ‘직접 경쟁보단 적용 영역에서’ 승부를 봐야 하고, 카카오는 ‘오픈 플랫폼’으로 카카오톡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 기업이 AI 모델로 직접 경쟁할 순 없는 구조다. 네이버는 활용 분야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카카오는 현재 자사 중심의 서비스만 올리고 있는 카카오톡을 열어야 한다. 검증된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정부는 지금껏 확보한 방대한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국내 생성 AI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정책을 펼쳐야 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Daum)에 대해선 “서비스 중단을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두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NHN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 국내 검색엔진 유입률(검색 점유율)은 네이버 62.81%, 구글 31.41%, 다음 5.14% 순으로 집계됐다. 다음의 점유율은 2019년 10%에서 3년 만에 반토막 났다. 카카오는 수익성이 떨어진 다음 사업부를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전환한 바 있다. 정치적 리스크나 사업성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파격적인 선택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게 박 대표의 견해다.
IT 플랫폼 기업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을 묻는 말에 박 대표는 ‘고객 편의성 증대’를 꼽았다. “서비스를 통해 혜택을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플랫폼의 팬이 된다. 플랫폼 기업은 이 같은 구조를 통해 돈을 벌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서비스는 결국 ‘착한 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경험해 왔다. 플랫폼 시장은 ‘우리를 통해 당신이 잘됐으면 좋겠다’란 마음을 지닌 경영자들만 성공의 과실을 맛볼 수 있는 영역이다. 사업 규모가 커져도 이런 태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기업이 대한민국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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