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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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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건설사 ‘부실·하자’ 문제…프리미엄 ‘브랜드' 직격탄

부동산 일반

국내 건설업계가 연이은 부실시공과 하자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른바 메이저로 불리는 1군 건설사도 이런 문제로 기업에 대한 신뢰와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군 건설사란 시공능력 평가액 42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조달청이 유자격자명부제를 통해 국내 건설사들을 시공능력 평가액에 따라 7개 군으로 분류했는데, 가장 높은 등급에 속하는 곳들이다. 1군 건설사라고 하면 사실상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를 보유했다는 뜻이다. 이는 소비자가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문제는 이런 기업에서 짓는 아파트에서 부실‧하자 논란이 끊이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2022년 1월 11일 광주광역시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시공 중이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2단지 201동’ 23~39층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고 원인은 무단 구조변경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이를 잡아내지 못한 관리 소홀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HDC현산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0위였다.당시 조사를 맡았던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39층 바닥 시공방법 및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도서와 다르게 임의 변경하고 피트(PIT, 큰 난방 배관이나 하수도관 등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든 땅속 구조물) 층에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함에 따라 PIT 층 바닥 슬래브 작용하중이 설계보다 증가했고 하중도 중앙부로 집중됐다”고 밝혔다. 건축 구조 및 시공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시험 결과 대다수 시험체가 설계기준강도의 85% 수준에 미달(17개 층 중 15개 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사감리 시 관계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을 이행하지 않아 구조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HDC현산 측은 짓던 건물을 전면 철거하고 새로 짓겠다고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지난해 4월에는 GS건설이 짓던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현 자이)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벌어진 이 사고는 설계와 다르게 철근을 누락하고, 감리 과정에서도 이런 부실을 발견하지 못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고 구간 콘크리트 품질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뼈대 역할을 해야 할 철근이 빠져 있다고 해서 ‘순살 치킨’과 ‘GS 자이’를 합쳐 ‘순살 자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국토부 조사 발표 후 GS건설은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더해 입주 지연에 따른 충분한 보상과 비금전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안전 문제 넘어 신뢰·주가까지 끌어내려 하자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의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침수 문제 ▲현대건설이 시공한 ‘힐스테이트 라파아노삼송’ 마감 품질 문제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침수·누수 문제 ▲대우건설이 지은 인천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침수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토부가 공개한 ‘하자 판정 건수 상위 20개 건설사 명단’을 보면 중 시공 능력 상위 10대 건설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 최근 5년 누계 기준 하자 판정을 많이 받은 건설사로는 ▲GS건설(1646건, 세부 하자 수 기준) ▲계룡건설(533건) ▲대방건설(513건) ▲에스엠상선(413건) ▲대명종합건설(368건) 등으로 나타났다.국토부 하자 심사 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연간 2000건의 하자 분쟁이 접수됐는데, 10년이 지난 2월 집계 기준 분쟁 건수는 4300건으로 증가했다.매년 잇따르는 부실시공과 하자 논란은 브랜드 평판은 물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6월 발표된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아파트 브랜드 평판 조사에 따르면 GS건설의 브랜드 ‘자이’는 7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3월 기준 2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다섯 단계 밀린 셈이다.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직격탄이 된 셈이다. 지난해 4월 2만원을 웃돌았던 GS건설 주가는 같은 해 7월 1만4000원대로 떨어진 이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HDC현대산업개발의 브랜드 ‘아이파크’는 경우 더욱 심각한 성적표를 받았다. 사고 발생 한 달 전인 2021년 12월 기준 평판 조사에서 9위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1월에는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고 당일(2022년 1월 11일 기준) 2만5000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아직 1만 7000원 선에서 맴돌고 있다.전문가들은 아파트 부실시공과 하자 문제가 안전 문제를 넘어 브랜드 신뢰와 매출과도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브랜드 아파트들의 부실시공 논란으로 인해 이미지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단기간에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전부 무너지진 않겠지만, 반복해서 부실시공 및 하자 문제가 발생한다면 소비자들도 해당 브랜드의 아파트 구매를 피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2024.06.07 08:00

4분 소요
광주 아파트 붕괴, '무단 구조변경'으로 인한 인재였다

건설

지난 1월 11일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는 ‘무단 구조변경’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주요 원인은 무단 구조변경이며 콘크리트 품질관리, 감리 소홀 등 전반적 관리 부실도 붕괴 영향이라고 14일 발표했다. 건축구조, 시공 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사조위는 지난 1월 12일부터 약 2개월간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이번 사고는 화정아이파크 201동 공사현장에서 39층(PIT) 바닥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완료 직후 PIT층 바닥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PIT층은 38층과 39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다. ━ 동바리 대신 콘크리트 가벽 설치 사조위는 건축 구조 및 시공 안전성 측면의 사고 원인을 3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로는 조사결과 현장에서는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방식이 당초 설계와는 다르게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39층 바닥을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PIT층에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고 대신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했다. 이로 인해 PIT층 바닥에 작용된 하중이 설계조건인 10.84kN/㎡보다 2.26배 높은 24.49kN/㎡으로 늘어났고, 하중도 중앙부로 집중되면서 붕괴가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장에서 PIT층에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음에도 구조설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두 번째로는 36∼39층 3개 층에 있어야 할 동바리가 조기에 철거되면서 1차 붕괴와 건물 하부로의 연속 붕괴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시공 중인 고층 건물의 경우에는 최소 3개 층에 동바리가 설치되어야 하지만 사고 당시 현장에서 동바리는 철거되고 없었다. 마지막으로 사조위는 화정아이파크에 사용된 콘크리트의 강도가 기준에서 크게 미달한 것도 사고 붕괴의 원인이라고 꼽았다. 사조위가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를 시험한 결과 총 17개 층 가운데 15개 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허용 범위인 기준 강도의 85%에 불과했다. 특히 37층 슬래브와 38층 벽 등은 기준 강도(24MPa)의 허용범위인 85%(20.4MPa)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9.9MPa, 9.8MPa로 각각 조사됐다. 콘크리트의 강도 부족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서로 잘 붙지 않아 건축물의 안전성 저하로 이어진다. 사조위는 “콘크리트 품질 저하의 주요 원인은 원재료 불량, 제조 및 타설 단계에서 추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시공사와 감리의 공사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HDC현산은 아파트 구조설계를 변경하면서 건축구조기술사에 대한 검토 협조를 누락했으며 감리단은 거푸집 설치 및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세부 공정을 제대로 검측하지 않았다. 특히 36∼39층의 동바리가 제거된 상황을 검측하지 못하고 후속 공정을 승인한 것은 이번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조사위는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관련 법령 및 건설기준의 이행준수 확인 절차 개선 ▶공사감리의 독립적 지위 및 업무기능 강화 ▶건설자재납품 및 시공품질관리 강화 ▶협력업체 협력관리 제도개선 등의 재발 방지 방안을 제시했다. 김규용 사조위원장(충남대 교수)은 “최종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 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해 약 3주 후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2022.03.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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