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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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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가 막혔다”…대출 막히고 거래 끊긴 아파텔

부동산 일반

아파트 대체재로 각광을 받았던 수익형부동산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주택 시장이 침체기에 들면서 고급 오피스텔 등은 거래가 뚝 끊기고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이 붙은 매물도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전셋값도 내려가는 데다 대출 조건도 아파트보다 까다로워 잔금 납부를 앞둔 수익형부동산 수분양자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엘루크 반포’ 오피스텔은 현재 부동산 포털에 ‘마피’가 붙은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엘루크 반포는 분양가 대비 마이너스 8000만원에서 ‘무피’(프리미엄 없음)까지 급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이다.경기 고양시 대화동에 분양한 ‘킨텍스 꿈에그린’ 오피스텔도 전용 84㎡ 기준 호가가 6억3000만~7억원대로 형성됐다. 지난 2021년만 해도 9억9000만원까지 실거래가격이 올라갔지만, 지난해 5월 8억8000만원으로 내려간 뒤 낙폭이 커지고 있다.판교에서 세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프리미엄이 1억원 가량이 붙었던 성남 수정구 고등동 ‘판교밸리자이’ 오피스텔 역시 마피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2단지 전용 84㎡ 분양권은 분양가보다 1억4000만원이 낮은 6억84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3단지 동일 면적 분양권도 1억원이 저렴한 매물이 9억6200만원에 나와 있다.지난 2020년에서 2021년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아파트 시장은 ‘로또 청약’ 열풍이 불었다. 이에 아파트보다 청약 조건이나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오피스텔 시장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 당시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 수준이었지만, 오피스텔은 최대 70%의 LTV가 적용돼 반사이익을 누렸다. 청약 통장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고 100% 추첨제로 진행하기 때문에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에게 인기몰이를 했다. 규제지역의 100실 이상 오피스텔을 제외하고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특히 ‘아파텔’이라고 불리는 전용 85㎡ 안팎의 주거용 오피스텔은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 대체재로 각광을 받았다.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분양가는 2020년 3.3㎡당 1166만원, 2021년 1296만원, 2022년 1573만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은 2020년 3.3㎡당 2077만원에서 2021년 3007만원으로 오른 뒤 지난해에도 4173만원으로 껑충 뛰었다.금리 인상에 대출 규제 강화까지…오피스텔 시장 급랭하지만 대출 규제 강화와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오피스텔 시장 상황이 뒤바뀌었다. 지난해부터 오피스텔 등 비주택 담보대출을 받을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로 제한돼 대출한도가 줄어들었다. 실제 상환 기간과는 별개로 만기를 8년으로 고정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최장 40년에 이르는 아파트보다 훨씬 낮게 나오는 것이다.정부가 올해 내놓은 연 3~4%대 금리로 대출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에도 오피스텔 등 비주택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2020~2021년에 분양을 받아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잔금을 납부해야 하는 오피스텔 수분양자들은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전에서 2020년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A씨는 “당시 집값이 급등하면서 월세, 전세를 전전하다가 전용 84㎡ 주거용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며 “고금리에 대출도 안 나오고 특례보금자리론도 받을 수 없어 마피 매물이 수두룩한데도 오피스텔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다른 오피스텔 수분양자 B씨도 “오피스텔은 주로 아파트에 입주할 능력이 되지 못하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저소득층 서민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에서도 제외돼서 잔금 마련도 어렵고, 일반대출을 받자니 소득이 적어 DSR 때문에 대출도 안나와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고 토로했다.오피스텔 소유자들은 전입신고를 해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세법에서는 주택으로 보는 반면, 대출을 받을 때만 비주택으로 보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주거용으로 오피스텔을 사용하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산정할 때 주택으로 들어간다. 취득세를 낼 때도 무주택자 기준 아파트는 1.1~3.5%의 세율을 적용하지만, 오피스텔은 용도에 관계없이 4.6%의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부동산업계에서는 수익형부동산 시장은 금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고금리 상황에서는 아파트에 비해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거래 역시 감소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건설사 관계자는 “수익형부동산은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금리가 올라가면서 아파트보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매매 가격 하락이 더 빠르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최근 2년 동안 주거용 오피스텔을 분양받거나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매입한 경우 현금 유동성이 많지 않으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금을 날리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투자의 모든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듯이, 다양한 규제가 많은 아파트 대신 아파텔이라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매입할 때는 틈새상품으로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과 동시에 고금리 등 시장 상황이 나빠질 것까지 감안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향후 금리가 안정을 찾으면 아파트부터 거래가 살아난 뒤에 수익형부동산 거래도 점차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3.03.04 07:02

4분 소요
‘눈물의 마피’ 쏟아져...생숙·오피스텔 분양권 억대 하락

부동산 일반

1~2년 전만해도 ‘로또 청약’ 열풍이 불면서 억소리 나는 프리미엄이 붙었던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 분양권이 마이너스피(마피·분양가보다 낮은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활력을 보일 때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떠오르며 수억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자 무피(프리미엄 없는 매물)‧마피에도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 수정구 고등동에 들어선 오피스텔 ‘판교밸리자이(전용면적 84㎡)’는 분양가 9억5600만원보다 9000만원 저렴한 8억6600만원에 매물이 등장했다. 판교밸리자이는 2021년 1월 진행한 청약에서 282실 모집에 6만5503명이 신청하면서 83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오피스텔이다. 청약 열풍을 보였던 2년 전과 다르게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마피까지 나온 것이다.서울 강남구 논현동 루시아도산(전용면적 52㎡) 오피스텔도 분양가 23억975만원보다 1억원 낮은 22억975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경기 성남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 자리한 ‘라포르테블랑서현(전용면적 84㎡)’도 분양가(약 15억원)보다 1억~2억원 낮은 가격에 매물이 올라왔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더샵일산엘로이(전용면적 84㎡)’도 분양가(7억8000만원)보다 6000만원 저렴한 7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오피스텔뿐 아니라 생활형숙박시설 분양권에서도 마피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생활형숙박시설인 ‘롯데캐슬르웨스트(전용면적 74㎡)’는 분양가(13억2060만원)보다 1억원 저렴한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다. 아파트도 최초 분양가격이 높게 형성됐던 단지를 중심으로 마피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더플래티넘(전용면적 65㎡)’ 분양권도 12억5140만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최고 분양가(14억7260만원)와 비교하면 약 2억원 넘게 호가가 떨어진 것이다. 송파더플래티넘은 오금아남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아파트로, 지난해 1월 일반분양에서 29가구 모집에 7만5382명이 접수해 무려 25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다.생활형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은 집값 상승기엔 아파트 대체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집값 하락기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아파트 대체 상품 수요 감소로 인해 분양권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을 받아 투자해 늘어난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보유자들이 빨리 팔기 위해 마피로 매물을 던지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1가구 2주택까지 다주택자로 안보겠다는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아파트가 아닌 상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생활형숙박시설이나 오피스텔은 아파트값 상승 시기에 틈새 시장 상품으로 떠올랐는데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반대로 가장 먼저 하락하는 상품”이라고 평가했다.생활형숙박시설이나 오피스텔은 건축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규제를 받지 않아 분양가격이 높게 형성돼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파트 상승기가 다시 도래해야 마피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윤 팀장은 “일반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은 월 임대 수익을 목표로 투자하는 수요자들이 많은데 현재 예금금리가 연 4%대로 높기 때문에 굳이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시중금리가 낮아지고 대출 이자가 줄어들어야 상업용 부동산을 사서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자들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01.26 06:13

3분 소요
한남동 고가 주택 사는 A씨, '강남 분양권' 팔고 싶은 사연 보니

부동산 일반

#. A씨는 2021년 초 한남동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고 1년 후 강남 지역 아파트 분양권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A씨는 종부세 등 세금 부담에 강남 아파트 분양권을 팔고 싶어 한다. 최근 집값 하락세에 분양가보다 가격이 낮은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나 분양가와 같은 ‘무피’(프리미엄이 없는) 물건이 나오면서 손해를 보게 될까도 걱정이다. 분양권은 공급이 예정된 주택을 양도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분양계약이나 청약 등으로 획득하거나 기존 분양권자에게 매입해 보유할 수 있다. 아파트 당첨권이 대표 사례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의 권리인 입주권과는 다르다.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에게 해당 사례를 의뢰한 결과, A씨는 우선 2주택으로 종합부동산세가 중과되지도 않고 분양권을 갖고 있는 강남 아파트가 준공될 때까지는 해당 분양권에 대한 종부세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분양권은 재산세와 종부세에서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도세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세법 개정에 따라 이전과 달리 2021년 1월 1일 이후 취득하는 분양권은 양도세 비과세를 판단할 때 세는 주택 수에 포함된다. A씨는 2022년 3월 이후 분양권을 취득했기 때문에 해당 아파트는 주택수에 포함된다. 다만 A씨는 종전 주택을 취득하고 1년 이상 지난 뒤 분양권을 취득했기 때문에, 허용 기간 이내에 종전 주택을 판다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조정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3년 이내에 종전 주택을 팔면 된다. 하지만 A씨는 종전 주택인 한남동 고가 아파트를 처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남동 아파트는 보유하고 이후 취득한 강남 분양권을 오히려 팔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A씨가 종전 주택을 보유하는 것을 계속 고수한다면 강남 분양권을 전매(분양권을 되파는 것)제한 기간이 지나 준공등기 후 파는 방법이 있다. 우병탁 팀장은 “강남구의 경우 규제지역은 해제되지 않았으나 1.3 부동산대책에서 분양가상한제에 의한 전매제한 기간이 아직 남아있는 경우에도 제한 기간을 줄이기로 했기 때문에 줄어든 전매제한기간이 지나기만 하면 준공등기 후 팔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3월부터 수도권에서 최대 10년인 전매제한 기간을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경우 공공택지(분양가 상한제 적용) 및 규제지역은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되는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한다. 강남3구와 용산은 이번 규제지역 해제서 제외됐기 때문에 A씨의 전매제한 기간은 3년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양도세 중과 체계 개편을 위한 세법 개정 작업에 최근 착수했다. 현행 세법은 부동산 단기 양도 거래와 다주택자가 보유한 부동산 양도 거래에 각각 중과세율을 매기고 있는데,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중과 대상과 범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분양권 역시 1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1년 미만 보유 후 양도 시에는 45%의 세금을 매긴다.

2023.01.21 11:42

2분 소요
규제 뚫고 폭등했던 집값 새해에도 계속 오를까?

부동산 일반

2021년 11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라디오뉴스 인터뷰에서 “확실히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집값 안정을 천명했다. 2017년 6·19대책 이후 약 4년 반 동안 시행된 부동산안정화대책의 성과가 나오는 듯한 순간이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내놓는 주간 아파트매매지수도 집값 상승 폭을 줄이며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찬물을 끼얹는 기사가 온라인을 장식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면적 84.9㎡가 또다시 매매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이른바 ‘국민 평형’이라고도 불리는 면적의 공동주택이 초고가인 45억원에 거래되며 3.3㎡당 1억3000만원을 넘겼다. 2021년 말을 장식했던 종합부동산세 폭탄, 금리 인상에 이어 2022년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중국 발(發) 부동산 위기, 선진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대내외적 변수가 쏟아질 예정이다. “꼭지냐, 아니냐”를 두고 전문가 간 이견이 많은 가운데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똘똘한 한 채’를 외치며 “살 사람은 산다”는 지론을 편다. 강남 새 아파트의 초고가 행렬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 눈 높아진 소비자, ‘신상’은 여전히 태부족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은 어느새 선진국 기준인 3만 달러를 넘긴 지 오래다. 저성장 시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겹쳐 점점 더 먹고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부유층과 고소득자 수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 수는 2016년 27만1000명에서 2020년 39만3000명으로 10만명 이상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2020년 1인당 평균 연봉 또한 1억원을 넘겼다. 토스, SK바이오팜 같은 유니콘들은 임직원에게 억대 스톡옵션과 성과급을 제공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산업 호황에 따라 이 같은 현상은 202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선 외형만큼 선진국다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주제인 주택시장을 돌아보자면 ‘압축 성장’의 상징인 이른바 ‘닭장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어느 나라든 고밀 개발 된 대도시는 맨션, 또는 콘도라 불리는 공동주택이 주거형태의 주를 이루지만 한국의 많은 도심 아파트 입주민들은 유독 주차난, 상수도 녹물 같은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선 주거 선호지역으로 갈수록 이 같은 주택 노후화가 심한 기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애초에 1970~80년대 서울 강남·여의도·목동 같은 곳에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가 개발되며 부촌을 이룬 탓도 있다. 문제는 야심 차게 추진했던 도시정비사업이 2008년 뉴욕 발(發)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불황 여파로 지체되거나 규제의 벽에 부딪혀 미뤄진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의 평균 아파트 연식은 21.2년으로 국내 대도시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대전·부산·광주 같은 지방 대도시 아파트 연식도 20년 안팎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 주택공급 부족 현상은 ‘신축 아파트’ 부족과 맞물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2008년 이미 100%를 초과한 상태에서 “집이 없다”는 말은 사실 “살만한 아파트가 없다”는 뜻이 된다. 이처럼 품귀현상을 불러일으킨 새 아파트는 2016년 전후로 본격 시작된 이번 집값 상 승기를 주도했다. ━ 규제의 아이러니…분양·대출규제가 다져놓은 집값 서울 강남권에선 3.3㎡당 1억원 시대를 연 아크로리버파크가, 강북 직장인들 사이에선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선망하는 주거단지로 자리 잡았다. 대전에선 도안신도시, 부산에선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 등 대연동 신축이 집값 상승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부는 정권 초부터 공급이 아닌 수요를 손봤다. 대출 규제로 고가주택의 상승을 억제하고 분양가 통제, 안전진단기준 강화 등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미래 신축 아파 트가 낳을 잔치 분위기를 차단하기로 한 것이다. 분양보증을 무기로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일부 청약자들은 로또를 맞았지만 이미 공급됐어야 할 단지들이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주택 공급은 말라가고 있었다. 실수요자들이 몇 년 동안 손꼽아 기다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은 2020년 착공한 뒤 공정률이 40%에 도달했는데도 일반분양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 다수와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입을 맞춰 2022년에도 수급 불안 문제로 집값 상승을 점치고 있다. 주산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누적된 공급 부족이 38만 가구에 이른다. 이중 서울에서만 14만 가구의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아파트를 착공해 완공하기까지는 최소 2년에서 3년까지 기간이 필요하다. 현재 입주물량 부족은 2~3년 전 분양이 감소하면서 생긴 결과라는 뜻이다. 정부는 2018년 하반기 부랴부랴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에만 최소 5년이 걸린다. 결국 다년간 집값 상승의 피로감,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대구·세종 등 일부 지역의 입주물량 적체 같은 요소가 작용해 2021년보다 상승 폭은 줄 수 있지만 2022년에도 수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며 집값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가 업계 전문가 21명에게 물어본‘2022년 부동산 설문’에서 응답자가 예상한 내년 집값 상승률 평균과 주산연 전망치는 2.5%로 같았다.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얻었던 이상우 인베이트투자자문 대표는 “공급 부족 등 모든 지표가 상승에 일조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그동안 높은 집값의 바닥을 다졌다. 일례로 지난 4년 동안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였던 서울에서 집을 산 매수인 상당수는 집값의 채 40%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지 못했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며 신용대출 없이 담보대출만을 받았다면 4억원도 빌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2017년 8·2대책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주담대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과 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담보인정비율 산정 시 실거래가 아닌 KB부동산 시세, 한국부동산원 시세 등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통상 부동산 상승기엔 기관 시세가 실거래 상승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덕분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부동산은 정부 대책 발표 시기에 잠시 주춤했다가 숨 고르기를 한 후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이어갔다. 대출 규제에 적응하는 시기를 거치며 계단식 상승을 반복한 셈이다. ━ 매수심리 결정할 대선, 당장은 상승에 한 몫 그럼에도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는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로 지목된다. 특정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정책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여야의 대립되는 부동산 정책 방향성에 따라 시장참여자들 대응이 달라지면서 가격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당장 2022년까진 승자가 누구든 선거 자체가 집값을 올리는 동력이 되리라는 전망 또한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 역시 공급물량과 관련이 있다. 선거철에 분양이나 주택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은 건설업계 불문율이다. 부동산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와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 때문에 2021년 말 일명 ‘밀어내기 물량’이 집중됐다. 경기도·인천에선 2만3000여 가구, 전국으로 치면 6만2558가 규모다. 이 또한 누적된 공급 부족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며 2022년 주택공급은 일시적으로 더더욱 부족해질 전망이다. 조영광 대우건설 부동산데이터 연구원은 “대선도 변수이나 누가되든 공급부족이 예상된다”면서 “여당이 승리하면서 지금과 같은 HUG의 분양가 규제가 계속된다면 시장 왜곡이 계속되며 실수요자 사이에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사재기)’, ‘청무피사’(“청약은 무슨 피주고 사”를 줄인 유행어)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이 승리해도 종부세, 재초환 등 민감한 부동산법안을 수개월 내 변경하기 어려워 2023년이 돼야 민간공급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에서 재개발, 광역교통망 등 지역공약이 호재로 작용하며 집값을 밀어 올릴 가능성도 있다. 2022년에는 대선뿐 아니라 6월 지방선거도 열린다. 지방선거는 지자체장 등을 뽑는 특성상 구체적인 지역 호재로 이어진다. 재선을 노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속통합기획 민간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5년 이상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한다면 30년 넘은 낡은 아파트가 곧 호텔식 커뮤니티를 갖춘 럭셔리한 새 아파트가 될 것이란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요지역 정비사업 추진 단지의 가치는 더욱 오를 전망이다. 2018년 공개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발계획이 경기도 동탄, 일산부터 인천 송도 집값을 끌어올렸던 현상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이미 조짐이 보인다. 국토부가 2021년 12월 14일 광역철도 지정기준 개선안을 발표함에 따라 각 지자체에 의해 동탄이 종점이던 GTX-C노선의 평택 연장과 GTX-B의 춘천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 제2 공항, 동남권 신공항(부산 가덕도) 개발 문제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년 선거로 인해 주택공급 확대 및 기반시설 구축 등 개발 호재가 있다”면서 “정부가 계획한 공급물량은 많지만, 입주까지 시일이 걸려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1.09 14:00

6분 소요
마음 급한 ‘청포자’, 전매제한 기간에 분양권 산다면?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전문가 칼럼

내 집 마련을 꿈꾸는 30대 부부입니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하고 싶지만, 가점이 낮아 당첨이 어려워서 당첨된 사람으로부터 분양권을 매수하려 합니다. 그런데 제가 매수하려는 아파트 분양권은 3년 동안 전매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최초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체결한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요. 공인중개사는 걱정하지 말라는데, 그냥 분양권을 사도 괜찮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 공급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청약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다 보니 분양권 거래가 많이 일어납니다. ‘청무피사(청약은 무슨, 프리미엄 주고 사라)’라는 말도 있지요. 정부는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분양권 거래가 집값을 상승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 세대원 전원의 해외 이주 등 법이 정한 예외 사유를 제외하면 청약 당첨 후 일정 기간 아파트 분양권을 전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 아파트 분양권이라도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법을 위반하는 선택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보통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계약금과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대신 분양계약서와 담보서류들을 보관하는 식으로 암암리에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그러다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면 명의를 이전하는 것이죠. 이같은 매매계약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10년 전 대법원은 “구 주택법 제39조 제1항의 (전매)금지규정은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어 당사자가 이에 위반한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약정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다102991판결)”라며 이런 계약을 유효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최근 하급심에서는 이와 달리 “전매제한 기간 동안 이루어진 전매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여 불법으로 얻은 이익을 보유하게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계약을 무효라고 보는 판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분양권 불법전매계약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본다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지급한 계약금과 프리미엄은 소위 ‘불법원인급여’(불법적 행위에 대해 재산이나 노무를 제공하는 것)에 해당하여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의 효력과는 별개로, 전매제한 기간에 분양권을 거래한 사실이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주택법 제101조). 그리고 전매제한 기간 내의 전매가 적발된 날부터 최대 10년간 주택 입주자 자격을 제한하는 주택법 조항이 신설되어 올해 2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요(주택법 제64조 제7항). 이렇게 입주자 자격이 제한되면 주택 청약은 불가능합니다. 분양권 불법전매가 적발되면 경제적 불이익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고, 문제가 발생하면 꼭 전문가 도움을 받아 해결책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필자는 법률사무소 서월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2021.06.27 10:00

2분 소요
[후박사의 힐링 상담 | 동업의 딜레마 극복] 신뢰가 깨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전문가 칼럼

머뭇거리지 말고 정리해야...‘내가 손해 본다’며 한발 물러서야 그는 7년 전 대학병원을 떠나 후배 세 명과 함께 공동사업 형태로 전문병원을 차렸다. 혼자서 의원을 차릴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환자들에게 의원이 제공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의료혜택을 주고 싶었다. 공동사업은 의원에 비해 수익이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넷이 힘을 합해 경쟁력 있는 전문병원을 만든다면, 수익과 차별화된 의료혜택 모두 가능하리라 믿었고, 후배들도 그의 생각에 동참했다. 그가 대표원장이 되어 대외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내부 업무는 후배들이 분담하기로 했다.첫 5년은 잘 운영됐다. 경기도 좋았지만, 상생의 철학으로 서로 양보하고 도우면서 이상적인 공동체로 유지됐다. 그런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우선 똑같은 수익 분배로 인한 불만이다. 일하는 시간은 동일했지만, 능력차로 인해 수입은 달랐다. 성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고, 분담했던 행정업무의 난이도도 불평의 원인이 되었다. ━ ‘1+1>3’의 희망으로 출발했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이전보다 많이 줄어든 수익에 결국 두 명이 폭발했다. 공동사업은 개인 의원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다. 고가 의료장비를 함께 사용해 비용을 줄이고, 홍보와 인사관리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며, 진료시간을 줄여 자기계발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수익이 줄다 보니, 동업을 깨고 각자 의원으로 운영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창업의 열정이 사라지면서 업무피로도가 높아졌다. 더구나 능력과 성실성의 차이, 돈에 대한 욕구 등으로 인해 욕심을 줄여 화합하자는 메시지가 현실성이 없어졌다. 결국 갈라서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그간 공들여 이룩한 브랜드 가치와 업무 시스템을 버리기 너무 아깝고, 함께 일한 많은 직원을 정리해야 하는 현실도 막막하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그간 함께 했던 시간과 공유했던 인간적인 믿음에 대한 배신이다. 벌써 두 달 간 잠을 못 자고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형제끼리 동업은 하지 마라.” 동업은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된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4위다. 자영업자가 27%에 이르고, 종업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가 400만 명에 달한다. “친구와 멀어지고 싶으면 동업을 해라.” 동업은 친한 사람과 하게 된다. 돈과 인간관계가 얽힌다. 혼자 하다 망하면 돈만 잃지만, 함께 하다 망하면 관계마저 틀어진다. 사업은 잘 돼도 서운하고, 안돼도 서운하다.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처럼, 서로 말하기 어려운 앙금이 쌓인다.동업에는 장점이 많다. 서로 맞는 일에 집중해 열정과 노력이 배가 된다. 혼자가 아니라서 여유가 생기고, 힘들고 지칠 때 의지가 된다. 시너지 효과의 법칙이 있다. ‘1+1>3’의 패러다임이다. 송판 한 장은 607파운드의 무계를 지탱하지만, 두 장은 4878파운드, 세 장은 8481파운드를 지탱한다. 기러기는 V형으로 떼를 지어 이동해 70%나 더 멀리 날아간다.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세계 굴지의 기업은 동업으로 탄생했다. “혼자 꿈을 꾸면 한낱 꿈일 뿐이지만,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동업에는 함정이 많다. 철저한 계약과 시스템 없이 출발하면 모험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가깝기 때문에 믿고 시작하지만, 친하기 때문에 불분명한 경계로 신뢰가 깨진다. 링겔만의 법칙이 있다. ‘2>1+1’의 패러다임이다. 밧줄 실험에서, 2명이 밧줄을 잡아당긴 경우 1명이 끌 때 사용한 힘의 93%를 사용한다. 3명이면 83%, 8명이면 49%를 사용한다. 참가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개인의 기여도는 떨어진다. 동업에서 분명한 역할분담이 없으면, 참가자는 무임승차에 대한 유혹에 떨어지고 사회적 태만으로 이어진다.“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동업의 성패는 신뢰에서 갈린다. 사업성이 좋아도 믿음이 없으면 오래 못 간다. 친분보다 능력이 중요하다. 능력이 검증된 사람과 함께 가야 한다. 업무가 중복되면 안 된다. 역할·권한·책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 기질·성격이 잘 맞아야 한다. 주장이 강한 사람, 남의 덕에 살려는 사람, 가정이 불안정한 사람, 돈 관계가 복잡한 사람과 동업하면 안 된다. 계약서는 필수다. 지분율·비용처리·수익배분을 명확히 작성해야 한다. 계약서만이 사람과 재산을 지켜준다. 영원한 동업은 없다. 결말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최악의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이익을 위해 협력하지만, 손해가 나면 배신한다. 협력하는 척하면서, 몰래 배신하기도 한다. 동업에서 배신을 막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①적절한 이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②배신할 경우 철저한 복수를 예고한다. ③계약할 때 배신 못하도록 마피아 같은 무서운 삼자를 개입시킨다. ④규칙을 어겼을 때 어긴 사람이 망하는 손해배상 계약서를 작성한다. ⑤비전·사명의식·종교·스승 등을 개입시킨다. ⑥배신을 대비해서 담보나 인질을 설정한다.자, 그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해체하자. 신뢰가 깨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아까워하지 말자. 어차피 버려야 한다. 그동안 아주 잘 해냈다. 이제 정점을 찍고 내려갈 때다. 아쉬워하지 말자. 어차피 갈라서야 한다. 그동안 서로가 좋았다. 이제 추억만 남기고 떠날 때다. 머뭇거리지 말자. 어차피 정리해야 한다. 늦출수록 상처만 커진다. 이제 아픔을 삼키고 물러설 때다.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낳고도 소유하지 않고, 행하고도 기대지 않고, 공을 이루고도 머물지 않는다.” ━ 화해하되 서두르진 말아야 둘째, 손해 보자. 의혹이 생기면 커지게 마련이다. 손해를 토론하자. 모두가 각자 손해 본 게 있다. 관점에 따라 다르다. 작은 손해에도 분노하는 사람이 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이득을 토론하자. 모두가 각자 이득 본 게 있다. 해석에 따라 다르다. 작은 이득에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내가 먼저 손해 보자. 내게 손해가 된다면 상대에게 이득이 된다. 자연에는 득실이 없고, 인간 마음에만 득실이 있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속옷을 뺏으려는 자에게 겉옷까지 주고, 오리를 가자 하거든 십리를 가주어라.”셋째, 화해하자. 타협을 원하지만 갈등을 피하긴 어렵다. 서둘러 화해하지 말자. 미리 화해하면 안 된다. 실컷 오해하자. 오해가 이해로 바뀔 때쯤 화해해야 한다. 6달, 1년, 3년을 기다리자. 용기가 필요하다. 섣불리 용서하지 말자. 미리 용서하면 안 된다. 실컷 미워하자. 미움이 연민으로 바뀔 때쯤 용서해야 한다. 6달, 1년, 3년을 기다리자. 사랑이 필요하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인자(仁者)는 필히 용기가 있지만, 용자(勇者)가 필히 사랑이 있지는 않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17.10.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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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기업 변호사가 뜬다

산업 일반

기업의 해결사로 ‘경제전쟁’을 치르는 기업변호사. 이들은 인수 ·합병(M&A)에서 외자유치까지 법률문제와 관련된 곳에는 어디든 나타나 ‘걸림돌’을 제거한다. 이들이 길을 닦고 나면 비로소 기업이 움직인다.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7년 10월, LG그룹은 뉴코아백화점으로부터 인수를 제의받았다. 갑작스런 제안이었지만 내심 유통사업 확장을 원하던 LG는 이를 적극 검토했다. 타결 직전까지 갔던 양측의 협상은 막판에 급제동이 걸렸다. 법률자문을 맡아 뉴코아를 실사했던 LG측 변호사들이 “상당한 위험부담이 예상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냈기 때문이다. LG는 얼마 뒤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뉴코아는 97년을 넘기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비록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기업변호사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변호사는 해외투자나 인수 ·합병(M&A) 등의 본격적인 기업활동이 시작되기에 앞서 현장에 투입된다. 기업은 변호사를 통해 제도와 법령 ·규제 등을 검토한 뒤 방법을 결정한다. 다음 단계인 관료나 합작 파트너와의 협상도 기업변호사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변호사가 계약 내용을 점검한 뒤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부터가 기업의 몫이다. 기업변호사들은 기업의 주 관심사인 M&A ·기업분쟁 ·구조조정 ·중국 등 전문분야로 다시 세분화하는 중이다. 각 분야에서 누가 최고인지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형 법무법인들은 저마다 ‘장기’를 내세운다. 예컨대 법무법인 광장은 M&A를, 태평양은 중국진출 자문을 스스로의 강점으로 꼽는다. 국내 최대 법무법인으로 거물급 법조계 인사가 대거 몸담고 있는 김&장은 대형 경제사건 처리와 대(對)정부 업무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다. 법무법인 광장은 제일은행 매각에서부터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굵직한 M&A건을 도맡아 처리하다시피했다. 하나-서울은행 합병, 한라그룹 매각, LG-현대 간 반도체 빅딜, 종금사 통폐합 작업, 신한은행의 조흥은행 인수, 해태제과 매각 등 M&A 일대기를 써도 좋을 정도다. 광장의 M&A팀은 김상곤(37) 변호사가 이끈다. 젊은 나이에 파트너가 된 김 변호사는 “M&A에서 변호사의 최대 임무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M&A 의뢰가 들어오면 그는 수십 명의 변호사를 이끌고 해당 기업에 상주하며 실사를 벌인다. 이를 통해 주식인수나 자산인수 등 의뢰 기업에 가장 안전한 M&A 방식을 찾아준다. 숨겨진 부실을 찾아내고 이를 계약서에 반영해 매각 대금을 최적화하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임무다. 이들은 “LG화학의 의뢰를 받아 호남석유화학과 공동으로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기업구조조정법이 처음 적용된 기업인 현대유화는 세종 법무법인에 자문을 의뢰했고, 공동인수자인 호남유화 측에서는 김&장에 자문을 맡겼다. 김 변호사는 “소송이 아니라 협상을 통한 계약서 작성이 목표였기 때문에 논리 싸움이 치열했습니다. 매각대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세종 측과 반대편에 선 김&장, 광장 소속 변호사들이 협상하고 계약서를 쓰고, 다시 협상하는 과정을 20차례 이상 반복했어요”라고 말했다. 제일은행 매각 때는 한 달간 호텔 합숙 M&A전문 변호사들의 화려해 보이는 이면에는 숨은 고충도 적지 않다. 가장 괴로울 때는 몇 달간 새우잠을 자며 작성한 의견서가 무시당할 때다. 광장 M&A팀 문호준(34) 변호사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정이 내려질 때는 허탈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힘들게 끝내놓은 작업이 ‘헐값매각’, ‘졸속처리’ 등의 비판을 받을 때도 마음이 무겁다. 이들이 악몽처럼 기억하는 사건은 지금도 뒷말이 무성한 제일은행 매각건. 김상곤 변호사는 정부의 의뢰를 받고 미국 뉴브리지 캐피털과의 협상을 맡았다. “정부 측에서 1999년 11월 초 사건을 의뢰하면서 시한을 12월 31일로 못박았더군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어요.” 불과 두 달 동안 모든 절차를 마쳐야 했던 그는 30명의 변호사와 함께 그 일에만 매달렸다. 한 달 뒤인 12월 초에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변호사들은 갑작스런 호출을 받고 서울 시내 모호텔에 모였다. 정부측 인사는 “남은 한 달 동안 일체의 외부 출입을 금하며, 호텔 내에서만 생활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감금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한 달간 합숙을 해야만 했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변호사들은 “고생만 하고 지금까지도 욕 얻어 먹는 사건”이라고 씁쓸해했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면서 중국법률 전문가들도 몸값이 치솟고 있다. 외국인 투자와 사기업에 관한 법령이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중국은 변호사를 통한 법률자문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 태평양은 지난 2000년 국내 법무법인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법률팀과 중국사무소를 만들고 교포 출신 중국변호사를 대거 채용했다. 중국 사무소에는 베이징대학 경제법 석사인 김종길(43) 변호사가 이해완 ·조정민 변호사 등과 함께 상주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01년 중국 정부가 LG ·금호 ·제일모직 등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낸 폴리스틸렌 반덤핑 제소건을 맡아 두 가지 기록을 남겼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외국인 변호사로는 처음으로 변론을 위해 중국 경제무역위원회 공청회에 섰다. 법정이건 공청회건 외국인에게는 변론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 중국의 관행이었다. 더구나 그는 이 사건에서 중국정부의 반덤핑 제소사건 사상 처음으로 무피해 판정을 얻어냈다. 국내에서는 표인수(45) 변호사가 지원전담팀장을 맡아 교포출신인 지용천 ·김승봉 변호사 등 중국변호사들을 이끌고 있다. LG ·SK ·CJ ·코오롱 ·효성 ·KT 등 굵직한 기업들이 이들의 자문을 받아 합작이나 지분인수 형태로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전문 변호사들은 사회주의 법령에 맞춰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것이 주된 업무다. 지난 2002년 중국 장쑤성(江蘇省)에 타이어코드 공장을 설립한 코오롱은 이들의 도움으로 관세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 공장을 짓고 난 뒤 한국에서 설비를 들여오려던 중 관세면제 관련 규정의 일부가 갑자기 변경됐다. 면세범위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법률자문을 맡은 태평양 중국법률팀은 변경된 규정을 검토한 결과, 적용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중국법률팀은 이 점을 파고들어 중국정부를 설득했다. 김승봉 변호사는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지만 법이 정비되는 과정이었던 만큼 일종의 예외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M&A팀은 반도체 빅딜과 해태제과 매각 등 굵직한 작업을 처리했다. 우리 기업 중국 진출에도 활약 2001년 말 중국 냉장고공장의 지분을 인수했던 LG전자는 파트너 측에서 계약 체결과 함께 대금 중 일부를 지급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계약서 작성도 끝난 마당이라 별로 의심하지 않았지만 태평양 중국법률팀은 고개를 저었다. 지용천 변호사는 “중국법상 외국인의 지분인수 계약은 정부승인 전에는 효력이 없다. 대금이 지급됐다면 떼일 수 있는 돈이었다. 중국측 파트너기업과 송금받는 은행 책임자의 서면확인을 받아 법적문제가 없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중국전문 변호사들은 “과거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을 도왔던 업무가 최근에는 반대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자본과 기업이 중국으로 이동하는 일방통행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다. 란싱(藍星)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자문을 맡았던 태평양 중국법률팀 변호사들은 “중국은 넘쳐나는 자금을 해외투자에 쓰고 싶어한다. 특히 한국기업은 인수가격에 비해 기술력이 높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당장 중국 내 수요가 따라주지 않더라도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국가 차원에서 인수를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한국기업의 M&A 경쟁에 중국기업이 대거 뛰어들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간 대결에서도 기업변호사들은 해당 기업을 대신해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SK증권과 한남투신이 지난 98년 미국 JP모건을 상대로 파생금융상품 투자 실패의 책임을 물어 제기한 2억4,800만 달러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쟁쟁한 기업변호사들이 총동원된 싸움이었다. 국내 소송에서 원고인 SK증권은 율촌합동법률사무소의 윤세리 변호사, 한남투신은 법무법인 세종의 허창복 변호사가 각각 대리를 맡았다. JP모건은 이에 맞서 열린합동의 황상현 변호사를 내세웠다. SK와 JP모건의 거래 때 보증을 선 주택과 보람은행은 각각 태평양의 박현욱 변호사와 한미합동의 한원규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겼다. 기업변호사들은 결코 사업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악역이 필요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즉, 기업간 거래에서 상대방이 제시한 조건이 나쁘다고 판단되면 기업은 뒤로 빠지고 변호사가 나선다. 문제점을 요모조모 지적하며 “노(No)”라고 대신 대답한다. 기업과 관련된 각종 사건들에서도 변호사들은 기업의 방패 역할을 자처한다. 대기업들은 대체로 자체 법무팀을 거느리고 있지만 통상 소송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에게 맡긴다. 사회적인 비판을 논리적으로 차단하고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종목표다. 기업변호사는 흔히 ‘그림자 조직’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나타나 길을 치워놓은 뒤 사라지기 때문이 아닐까. 중국 진출시 유의할 법률 5계명 ①파트너 선정은 신중히 중국에 처음 진출하는 기업은 사기를 당할 위험이 크다. 중국법률을 잘 모른다고 판단되면 태도가 바뀌는 사례가 많다. 또 사전에 얘기가 없던 무리한 조건을 계약서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②지방정부 과신은 금물 현재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이 벌어져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무턱대고 믿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특히 토지와 관련한 과장광고가 많다. 어떤 지방정부는 50년간 토지를 무상제공한다며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중앙정부와 협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내용이다. ③투자금액과 업종에 유의하라 중국에서 외국인 투자는 액수에 따라 관할관청이 달라진다. 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할 때는 중앙정부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중국은 외국인 투자 대상을 권장업종 ·일부제한업종 ·제한업종 ·금지업종 등 4가지로 분류하고 필요에 따라 재분류하므로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④계약서는 부수 ·획수까지 철저히 살펴라 중국어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한자(漢字) 전문가를 동원해서라도 글자마다 의미를 따져야 한다. 한 번 작성한 계약서는 돌이킬 수 없는 만큼 서명하기 전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협상과정에서 무리한 요구가 있었거나 관행을 들먹였다면 계약서 내용을 한 번쯤 의심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 ⑤중국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다 개방정책을 쓰고 있을 뿐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법령이 정한 절차에 맞춰 투자를 진행했더라도 상황에 따라 사회주의 헌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2004.03.0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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