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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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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헝가리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상 1상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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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PBP1502’의 헝가리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고 15일 밝혔다. 회사 측은 “임상 1상의 중간 데이터가 나오면 임상 3상과 동시 진행하는 ‘오버랩’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이번 임상은 3개의 임상기관에서 모집한 임상 참여자 32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임상 참여자들에게 PBP1502와 오리지널 의약품을 투여한 후 약물의 체내 동태와 면역원성 등을 관찰할 계획이다. 약물동력학적 특성과 안전성도 평가한다.PBP1502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항체 발현량이 높은 고농도 제형의 바이오 의약품이라는 설명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는 “PBP1502의 유럽 임상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 임상 트렌드를 면밀히 파악해 프로토콜을 설계했다”며 “올해는 PBP1502뿐 아니라 다른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를 내는 데도 집중할 예정”이라고 했다.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로 개발한 ‘HD201’을 미국에서 허가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인 ‘HD204’는 임상 3상 단계다.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PBP1510’도 개발하고 있다.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스페인에서 PBP1502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헝가리는 스페인과 인구 특성이 유사해 임상시험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헝가리가 우수한 임상기관을 모집하기에 유리하다고도 했다.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임상 1상에서 안전성 데이터를 확인하는 대로 건선 환자 46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 IND를 신청할 계획이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해, 미국과 유럽 등에 개발 중인 후보물질의 품목허가를 빠르게 신청하기 위해서다.

2023.02.15 19:06

2분 소요
‘특허 만료’ 블록버스터 의약품 대체제 경쟁 본격 시작 [바이오시밀러에 쏠린 눈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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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내년부터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특허가 잇따라 만료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통상 특허가 만료되면 오랜 기간 누린 독점 판매의 수혜를 반납한 뒤 제네릭 등에 시장 점유율을 넘긴다. 미국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할 바이오시밀러가 내년에만 10개 이상 출시될 예정이다. ━ 내년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10종 이상 출시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바이오의약품은 수년간 세계 매출 1위를 지킨 ‘휴미라’다. 휴미라는 미국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휴미라는 염증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TNF)-α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과도하게 생성된 TNF-α를 조절해 염증과 관련된 질환을 치료한다. 휴미라는 최근 10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의약품을 제외하고 매년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207억 달러(약 26조원)이며, 미국 시장에서 올린 매출만 173억 달러(약 22조원)에 달한다. 내년 미국에서 휴미라의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수많은 바이오시밀러가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휴미라가 매출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지난 7일을 기준으로 출시 허가를 받은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는 7개다.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2016년 9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의 출시 허가를 가장 먼저 얻었다. 이듬해 8월 베링거인겔하임이 ‘실테조’를, 2018년 10월 산도스가 ‘하이리모즈’를, 2019년 11월 화이자가 ‘아브릴라다’를 연달아 승인받았다.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9년 7월 ‘하드리마’의 미국 출시를 허가받았고, 내년 7월을 목표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물론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와 맥킨지 등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난해 187억 달러(약 24조원)에서 2030년에는 3배 이상 증가한 740억 달러(약 9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도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약품 가격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이는 정책도 이런 움직임의 일부다. 미국 시장에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려는 기업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 바이오시밀러 가격 경쟁력 높아 암젠이 올해 발표한 바이오시밀러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는 미국에서 실제 의약품 지출 부담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가격이 낮은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기준 미국에서 22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출시된 후 6년 동안 21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의약품 지출 비용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도매가격(WAC)보다 10~57% 저렴하다.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이 계속 낮아지면서 미국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있다. 암젠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후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은 제품에 따라 4%부터 21%까지 하락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가격도 제품에 따라 적게는 9%부터, 많게는 24%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여러 시장조사기관의 자료를 종합하면 최근 3년 내 출시된 바이오시밀러는 출시 후 평균적으로 75%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이전에 출시된 바이오시밀러는 출시 후 3년 뒤 3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제약사 중 가장 먼저 미국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암젠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암젠이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암제비타를 출시하고 5개월 뒤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같은 시기 베링거인겔하임과 코헤루스 등도 미국 시장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달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라,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긴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된 바이오시밀러가 후발주자보다 더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왔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각축전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내놓을 바이오시밀러 차별화 전략에도 이목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낮은 가격만이 바이오시밀러의 유일한 경쟁력은 아니”라며 “바이오시밀러 제조 경험이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 경험, 바이오시밀러를 제공할 여러 병·의원을 탐색하고 운영한 경험 등도 (의료진과 환자의 선택을 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2022.12.14 09:30

3분 소요
사업매각 3년 만에 다시 ‘신약개발 선언’, 달라진 CJ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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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CJ헬스케어를 매각한 CJ그룹은 최근 천랩 인수를 통해 '신약개발'에 다시 진출했다. 30년간 육성한 제약·바이오 기업을 매각한 지 3년 만에 이 분야 새로운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CJ헬스케어 매각이 CJ그룹의 오판이었단 해석까지 나온다. 재계에선 CJ그룹의 제약 산업 재진출이 철저한 계산 때문에 이뤄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기간 사업 운영의 경험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실을 면밀히 파악해 다른 사업영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모델을 찾은 결과로 보고 있다. ━ 제약 아닌 ‘마이크로바이옴’에 집중… 변화한 CJ그룹의 전략 CJ그룹은 지난 2018년 그룹 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담당하던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매각했다. 1984년 CJ제일제당이 유풍제약을 인수하며 시작된 CJ헬스케어는 CJ그룹이 미래성장 동력으로 30년이 넘게 투자해온 회사다. 2014년 제일제당에서 독립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기업공개(IPO)와 함께 그룹이 더 본격적인 육성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컸다. 기대와 달리 CJ그룹의 선택은 매각이었다. 이재현 회장 복귀 후 단행된 사업재편에서 제약 산업은 비주력 산업으로 분류됐고, 한국콜마에 팔렸다. 당시 경제계는 CJ그룹이 레드바이오(의약품 관련 바이오) 산업을 포기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CJ그룹은 레드바이오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업모델이 바뀌었을 뿐이다. CJ헬스케어 매각 이듬해부터 변화된 사업모델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키워드는 마이크로바이옴이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한 개체의 모든 유전 정보를 의미하는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다. 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를 다뤄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인 ‘고바이오랩’에 전략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메디톡스에서 CJ제일제당 출신인 홍광희 상무를 레드바이오 BD 담당으로 영입했다. 사실상 레드바이오 분야 재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비슷한 시기 유신영 상무(레드바이오 기술센터장)도 영입했다. 유 상무는 서울대 의학 박사 출신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 벤처 기업인 MD헬스케어에서 근무했다. 최근 인수한 천랩 역시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는 기업이다. 이 분야 글로벌 권위자인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2009년 설립한 회사다.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류 기술 및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으며, 병원 및 연구기관과 다수의 코호트 연구(비교대조군 방식 질병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보유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실물균주는 5600여 개로 국내 최대 규모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월부터 천랩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협력을 진행해왔다. 천랩을 인수하며 CJ제일제당은 ‘신약개발’을 선언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 재진출을 확실히 선언한 셈이다. CJ그룹의 이번 전략은 CJ헬스케어를 육성하던 당시와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주목할 점은 목표하는 분야가 확실해졌단 점이다. 기존 CJ헬스케어는 제네릭(복제약)을 포함한 합성의약품, 백신, 단백질 치료제, 바이오시밀러까지 사실상 제약의 모든 분야를 시도했던 회사였다. 이젠 ‘마이크로 바이옴’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시장성을 갖췄다는 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각이다. 신약 개발의 기초가 되는 점에서 제약 기술보다 원천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아직까지 건강기능식품 위주로만 이용되고 있는 기술 초기 단계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그린바이오(농수산물 분야 적용 바이오 기술)와 화이트바이오(산업생산공정 적용 바이오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CJ제일제당 입장에선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CJ제일제당은 미생물 배양 기술과 설비 등을 가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CJ그룹의 레드바이오 전략이 사업 구조상으로도 유의미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앞서 CJ헬스케어는 전통적인 제약사의 사업모델을 가졌다. 제네릭을 개발‧판매해 얻은 수익을 신약개발(R&D)에 쏟아붓는 방식이었다. 화학약품 위주의 제네릭 사업과 바이오의약품 위주의 신약 개발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한정하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 성과가 식품 및 건강기능식(건기식)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등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 적용되는 건기식 시장은 매년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최근 건강사업을 독립조직(CIC)으로 구성했는데, 레드바이오 기술을 건기식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받는다. ━ 제약‧바이오 산업 바라보는 대기업 ‘시너지’에 주목 CJ그룹의 새로운 레드바이오 전략은 국내 대기업들의 제약‧바이오 산업 진출에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많은 대기업이 제약‧바이오 산업 진출을 도모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롯데제약이 2011년 롯데제과에 합병되며 시장에서 철수했고 2013년에는 한화(드림파마)가 제약사업에서 손을 뗐다. 기존 제약회사의 사업구조로 시장에 진입해 신약개발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의 제약·바이오 산업 진출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CJ의 레드바이오 전략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다. 중요한 것은 전문 분야와 ‘본업과의 시너지’다. 최근 보툴리눔 톡신 기업인 ‘휴젤’ 인수전 참여를 검토했던 신세계도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사업과의 시너지를 주요 관심사로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7.26 16:56

4분 소요
[파워리더 2030 | FINANCE & VENTURE CAPITAL]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구완성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 외 3인

산업 일반

업력이 긴 금융권에서도 2030세대의 부상은 눈부시다. 대학시절부터 주식투자로 이름을 날리는가 하면, 전공 분야의 지식을 살려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들은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리더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아직 부끄럽습니다.”1월 15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사옥에서 만난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과 구완성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애널리스트)의 낯이 조금 붉어졌다. 두 사람은 최근 몇 년 새 금융권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파워리더다.강대권(38) 본부장은 1980년생으로 자산운용업계 최연소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그는 상대수익 위주로 평가하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시황에 상관없이 연간 10%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며 시장에 없는 스타일을 추구한다. 유경PSG자산운용은 지난 4년 동안 연간 수익률 10%를 달성하며 운용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강 본부장은 “운용사는 거대 금융그룹에 속한 곳이 많은데 우리 회사는 특별한 판매처가 없음에도 단일 공모 펀드 1000억원을 넘기며 주목받았다”며 “2014년 창업 초기 멤버다보니 회사와 저를 동일시해 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구완성(32) 애널리스트는 약 5년간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쌓은 전문 지식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회계 전문가들이 담당했던 제약·바이오 종목에 전문가가 뛰어들자 업체의 경쟁력을 비교·분석하고 신약 가치를 산정하는 등 심도 있는 리포트가 생산됐다. 특히 유전자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그는 “애널리스트로 변신 후 ‘제약·바이오 완성하기’라는 보고서를 매달 시리즈로 발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하면서 시장에서 저 같은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들은 ‘준비된 금융맨’이라고 할 수 있다. 강 본부장은 대학시절부터 주식투자에 집중했고, 구 애널리스트는 전공(약학)을 살린 연구조사를 진행한다. 여기에 20·30세대다운 도전 정신과 젊은 감각이 더해져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일구고 있다.강 본부장은 2000년 초반 IT·벤처 붐으로 증시가 대 활황을 보이던 당시 우연히 참가한 대학생 주식 투자 경진대회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 200명 가운데 180명이 이 경진대회에 참여할 정도로 대학생들 사이에 주식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때. 그는 6개월가량의 모의 투자로 7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거두며 1위를 차지했다.2007년 가치투자의 원조 격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입사했다. 강 본부장은 “IT 버블을 보면서 돈을 빨리 버는 방법으로서의 투자는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며 “이는 가치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4년 유경PSG자산운용으로 이동한 그는 ‘유경PSG액티브밸류증권투자신탁(설정액 870억원)’의 책임매니저로 자산운용업계 최연소 CIO가 됐다. 거액의 투자전략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40대 후반~50대 초반이 대부분인 자산업계에서 큰 화제였다. 유경PSG자산운용은 최근 몇 년 새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리 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주목받은 신생사다.강 본부장의 가치투자는 ‘역발상’으로 대변된다. 그는 “가치투자는 좁은 의미로 보면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좋을 때는 역발상이 별 효과가 없으나 길게 보면 역발상이 먹혔다”고 말했다. 유경 PSG자산운용은 바이오 주가 흥하고 반도체 주가 침체됐던 2015년 되레 반도체 주를 대거 사들였다. 이듬해 반도체 주가 뜨자 유경PSG자산운용의 수익률 역시 크게 뛰었다. 강 본부장은 “우리의 운용 철학은 코스피를 절대 추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무리 시장이 망가져도 10%라는 절대 수익률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구완성 애널리스트의 가장 큰 무기는 제약·바이오산업 현장 경험에서 얻은 실질적인 전문지식이다. 서울대에서 약학을 전공(학사·석사)한 그는 동아에스티 제품 개발연구소, 동아쏘시오홀딩스 연구기획팀에서 5년 가까이 근무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애널리스트들이 깊이 다루지 못했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속살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제약회사에 근무하면서 제약·바이오 업체 R&D 프로젝트 분석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종목 분석에 자신이 있었다”며 “특히 연구기획팀에서 글로벌 바이오기업의 파이프라인(작업방식), 기술동향을 파악한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구 애널리스트의 목표는 바이오업체 CEO가 되는 것. 자신이 추구하는 로드맵에서 회계 등 금융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증권사로 이직을 결심했다. 그는 “저 이전에도 몇몇 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있었다”며 “그 선배들의 조언과 활동이 후배에게 도전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구 애널리스트는 “2000년, 2005년 등 5년 단위로 호황을 나타냈던 제약·바이오산업의 주기가 최근엔 3년 정도로 짧아지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은 향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는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의 펀드멘털(기초체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제약·바이오 주의 호황은 원인 설명이 어려운 테마성이 강했다. 갑자기 돈이 몰려와 주가를 부양시키고 이내 차익을 본 후 빠져나가는 식이었다. 그는 “과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온전히 내수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최근엔 글로벌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이 등장할 정도”라며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등 시밀러 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제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최대한 많은 정보 입수·소통·정리이들은 평소 시장 변화나 투자 환경 트렌드 파악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강 본부장은 “주식시장은 변화가 빠르고 다른 분야가 서로 융합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하려고 노력한다”며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읽는다. 문자 중독에 가깝다”고 말했다. 습득한 정보는 동료나 업계 지인들과 대화를 통해 거르고 정리한다. 그리고 해가 지면 이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고독한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는 “우선 머리에 많이 넣고, 이를 토론하고, 이후 혼자 정리하는 방식”이라며 “증권가 리포트, 외신 등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구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해외 뉴스 사이트를 매일 체크한다. 글로벌 헬스케어 뉴스가 국내 바이오 주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해외 파트너사 움직임도 주가 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며 “지난해 6월 미국 최대 암학회 연례행사인 아스코(ASCO)에 다녀오는 등 글로벌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출장을 되도록 많이 가려 한다”고 말했다.금융업계 2030 파워리더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2030세대 리더 추천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업력이 길고, 거래하는 규모가 크다보니 40대 중후반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구 애널리스트는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바이오·게임·엔터 등 특정 영역에서 2030세대들이 부상하고 있다”며 “이와 맞물려 금융업계에서도 과거 선배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그리고 이제와 학습하기 힘든 분야에서 젊은 세대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투자에 있어 원칙과 철학은 경험이 쌓일수록 탄탄하게 다져지는 것. 구 애널리스트는 “나의 투자 철학은 남들이 어려워하는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 기술개발 능력에 주목해 우량주를 발굴하겠다는 포부다. 강 본부장은 “유행을 좇지 않고 소외된 영역에서 가치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가파른 수익 곡선보다는 완만하되 긴 상승곡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강 본부장은 최근 비트코인 문제에 대해 “블록체인은 우호적으로, 가상화폐는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며 “블록체인이 아무리 세상을 변화시킨다 하여도 현재 가상화폐 환경은 버블이 틀림없다. ‘튤립버블’ 등 유사한 사례가 있음에도 또 오류에 빠지는 것을 보면 의아하다”고 말했다.금융계 차세대 리더가 최근 주목하는 업종은 무엇일까. 강 본부장은 역시 역발상 관점에서 시장을 봤다. 그는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주와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다”며 “경제가 호황 국면을 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바이오 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비상장주 중에서 상장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구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유전자치료제의 부상을 예상했다. “지난 연말 미국에서 유전자치료제(혈우병치료제)가 처음으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국내 유전자치료제 관련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윤신원(38) | TPG 전무 지난해 6월 카카오는 글로벌 3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캐피털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어 8월엔 카카오택시·카카오드라이버·카카오내비 등 사업을 분리해 카카오모빌리티라는 별도 회사를 출범시켰다. 교통과 관련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비즈니스가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카카오모 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카카오는 우버를 성장시킨 투자 경험, O2O 사업의 이해도가 높은 TPG를 파트너로 선택했다.윤신원(38) TPG 전무는 이상훈 TPG 파트너 겸 한국 대표와 이 투자를 총괄하면서 금융권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다른 투자자들이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 입찰이 아닌 단독 딜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윤 전무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30%를 보유하게 됐고, 등기이사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TPG는 1990년대 말 뉴브릿지 캐피탈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진출해 수많은 인수와 매각을 진행했다. 제일은행 경영권을 인수해 스탠다드차타드에 매각한 것이 현재 SC제일은행이고,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SK텔레콤에 매각해 SK브로드밴드가 됐다. 이후 TPG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가 2017년 초 재진출했다. 10년 만에 이뤄낸 첫 번째 투자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였다.윤 전무는 TPG 합류 전 골드만삭스 홍콩에서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모건스탠리 PE에서 사모펀드 투자를 담당했다. 놀부·쌍용C&B·모나리자·한화L&C 경영권 인수와 이노션 지분 투자를 주도했다. 인수합병(M&A) 투자 쪽에서 12년 이상 일하면서 투자 기회 발굴 능력과 실제 투자 집행 능력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이 유형자산·매출이 없는 회사라도 향후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신세대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그는 유년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뉴욕 월가 근교에서 살았는데 동네 대부분이 월가에서 일하는 금융가 집안이었다”며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세상을 움직이는 자본의 힘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고려대와 런던대에서 금융을 전공한 후 골드만삭스 홍콩에 입사했다. 그는 “사후적으로 분석하는 작업보다는 직접 뉴스를 만들고 딜을 이뤄내는 적극적인 역할에 주목했고 사모펀드로 옮기는 이유가 됐다”며 “특히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해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윤 전무는 최근 IT·화장품·바이오·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비즈니스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존 제조업에 투자해서는 큰 수익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어떤 콘텐트를 어떻게 가공해 어떤 이에게 파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그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다”며 “그래야 투자하기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 최윤경(32) | 매쉬업엔젤스 팀장 최윤경(32) 매쉬업엔젤스 팀장은 투자업계에서는 드문 여성 심사역이다.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대기업(현대차) 재직과 스타트업 창업(순번이) 경험을 살려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필수적인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는 극찬도 나온다.다음 공동창업자 출신의 이택경 대표가 이끄는 매쉬업엔젤스는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로, 투자심사역 3년차 최 팀장 역시 입사 동기는 ‘이택경’이라는 네임 밸류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파트너를 포함해 직원들의 가장 큰 성과는 매쉬업엔젤스라는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초기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좋은 초기 투자사’로 신뢰를 쌓은 부분”이라며 “투기 목적의 투자가 아닌 스타트업과 함께 동반 성장하고자 하는 진정성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창업 경험이 투자심사에 큰 자산이 됐다.최 팀장은 스타트업 심사 시 분야와 관계없이 ‘친고객 회사’인가를 주로 본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지, 만족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지가 주요 포인트다. 그는 “스타트업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여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는 실행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정지우(35) |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 정지우(35)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은 VC업계 유일한 ‘특이점 대학(Singularity University)’ 출신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구글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후원을 받아 200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운 학교다. 기술과 인류가 가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푸는 과정을 학습한다.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정 수석은 학창시절부터 ‘기술과 경영’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첫 직장도 학과 선배들이 창업한 기술 벤처회사인 멜파스였다. 멜파스 상장 이후에는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5년에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특이점(singularity·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에 대한 비전을 갖고 투자를 한다”며 “새로운 기술과 IT 기업의 변화들을 선제적으로 접하고 투자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정 수석은 지난 1년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중심으로 결성한 AI(인공지능) 기술, 미디어·콘텐트 분야의 변화에 집중하는 펀드 운용에 주력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관점과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들을 토대로 IT분야의 유망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의 경우 현지에서 오래 전 정착한 투자자를 만나 조언을 구하는 노하우를 쌓고 있다.※ 파워리더 선정 이렇게 했습니다FINANCE & VENTURE CAPITAL 분야의 2030 파워리더는 심사위원 4인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에서 운용사의 펀드매니저, 벤처 투자심사역까지 대상이 광범위하다 보니 심사위원들은 선정에 심사숙고했다. 특히 업력이 긴 금융 분야는 40대 중후반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어 2030세대가 두각을 드러내기 힘들다는 평가다. 추천된 21명 중 중복된 순으로 5인을 선정했다.※ 심사위원 -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 원주영 신영자산운용 마라톤가치본부장,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황희연 큐캐피탈파트너스 부사장(가나다 순)-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18.01.26 11:19

9분 소요
[창조가&혁신가 | 유석환 로킷(ROKIT) 대표] 비전을 팔면 ‘갑’ 물건만 팔면 ‘을’

CEO

올 초 3D프린터와 관련해 해외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한 의료진이 3D프린터로 만든 인공 코를 세계 최초로 인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CBS뉴스는 어린 시절 심한 화상으로 코를 잃은 댈런 재닛(15)이란 소년이 바이오 3D프린터로 출력한 인공 코를 수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식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소년은 새로 얻은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됐다. 어려운 수술에도 쓰일 만큼 3D프린팅 기술이 갈수록 정밀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 3D프린터 시장은 이미 지난 수년 간 외형적으로도 급성장했다. 2011년 17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는 37억 달러로 커졌다. ━ 365일 중 360일 연구개발 한국에서도 이르면 올해부터 바이오 3D프린터를 통해 신체의 일부를 이식받는 환자가 나올 전망이다. 그 중심에 국내 3D프린터 제조사 로킷(ROKIT)이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조직공학 연구용 바이오 3D프린터 ‘인비보(INVIVO)’를 개발, 3월 25일 한국생체재료학회 전문가를 대상으로 첫 시연회를 가졌다. 유석환(60) 로킷 대표는 “모든 연구자들이 원하는 재료와 세포에 대해 자유로이 연구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며 “올 하반기 본격적인 상용화를 목표로 제품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하기 쉽지 않았겠다고 묻자 “지난해 365일 중 360일을 일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표정에선 자신감이 엿보였다.로킷이 만든 인비보는 세계 최초 ‘복합형’ 바이오 3D프린터다. 고체인 스캐폴드와 액체인 바이오잉크를 동시에 출력할 수 있다. “스캐폴드는 경조직용, 바이오잉크는 연조 직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인체 조직의 이식을 위한 조직공학 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인비보를 통해 만들어진 3차원의 정밀한 세포 구조체는 간이나 신장 같은 인공 장기뿐 아니라 두개골, 턱뼈, 피부 등의 이식 연구에 쓰일 수 있다. 또한 실제 환자들이 면역거부반응 등의 부작용이 없는 맞춤형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로킷은 그간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아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서울대병원 등과 함께 바이오 3D프린팅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인비보의 강점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해외에선 바이오 3D프린터가 대당 2억~3억원을 호가합니다. 이에 반해 인비보는 대당 1500만~3000만원대로 책정할 예정입니다.” 의료분야는 무엇보다 정밀함이 생명인데, 저렴할수록 경쟁력이 없는 제품인 건 아닐까. 이에 대해 유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동안 해외 바이오 3D프린터 제조사들이 지나치게 고가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바이오 3D프린터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 거품이 걷힐 겁니다.” 과거 PC나 휴대전화가 처음 보급되던 무렵 이들 제품의 가격이 지금 관점에선 천문학적이던 것과 비슷한 이치란 얘기다.유 대표는 요즘 말로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빠른 추종자)’였다. 2012년 당시 세계 정보기술(IT)산업 트렌드를 연구하다가 3D프린터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이후 2013년 로킷을 설립해 주로 가정용 보급형 3D프린터 위주로 국내외 시장에 선보이며 사업을 키웠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바이오 3D프린터를 통해 ‘퍼스트무버 (first mover, 선도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유 대표는 “어느덧 레드오션이 되고 있는 가정용 보급형 3D프린터 시장을 현장에서 접하면서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로킷은 연 매출이 2013년 15억원에서 2014년 50억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지난해는 30억원가량에 그쳤다. 새 활로가 절실했다.그렇다면 왜 ‘바이오’를 택한 걸까. 우선 전망이 밝으면서도 아직 블루오션이란 판단이 섰다. 시장조사업체 ID테크엑스에 따르면 바이오 3D프린팅 시장은 2024년경 60억 달러 규모로 전체 3D프린팅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에 지난해 글로벌 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이 바이오 3D프린팅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오가노보(Organovo)라는 미국 스타트업은 화장품 분야의 세계 1인자인 로레알과 바이오 3D프린팅 관련 독점 계약을 했다. 전 세계에 상용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유 대표 개인의 경험도 작용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인 셀트리온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창립 멤버로 최고경영자(CEO)까지 지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도 정기모임을 가질 만큼 막역한 사이다. 셀트리온의 성공을 이끌면서 고령화 시대에 바이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여실히 느꼈다. “3D프린터를 3년 동안 만들다 보니 이제야 길이 보이는 느낌입니다. 가장 자신 있는 두 분야인 바이오와 3D프린터를 융합하기로 한 거죠.”그런 그가 또 하나 준비 중인 바이오 3D프린터가 ‘에디슨파마(가칭)’다. 올 6~7월 출시를 앞둔 이 제품은 개인 맞춤형 약제를 만들 수 있는 3D프린터다. 예컨대 기성 약제는 ‘성인 두 알, 어린이 한 알’ 식으로 복용량이 뭉뚱그려져 나온 경우가 대다수다. 그 중간 연령대의 청소년들, 혹은 체구가 성인처럼 큰 어린이는 몇 알을 복용해야 할지 애매하다. 공장에서 약제를 대량생산하다 보니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 입장에서 용량이 딱 정해진 탓이다. 3D프린터로 약제를 만든다면 소비자 위주로 보다 세밀하게 용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유 대표는 “틈새시장 공략에 관심을 가진 일부 제약사와 공급 계약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3D프린터도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로 승부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소재에 초점 로킷은 바이오 3D프린터로 승부수를 던진 만큼, 3D프린팅에 쓰이는 소재도 인체에 무해한 것만 넣도록 예전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규격을 충족하는 ‘BPA 프리’ 소재만 쓰기로 하고 올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도 유 대표 개인의 경험이 작용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손자가 3D프린터로 만든 인형을 입으로 물고 코로 냄새 맡는 걸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게 3D프린터인데 친환경 소재를 쓰지 않으면 큰일이 나겠다 싶었죠.”유 대표의 올해 목표는 연매출 100억원 돌파다. 다른 ‘돈 잘 버는’ 스타트업에 비해 소박한 목표일 수 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바이오 3D프린터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적표를 얻고 싶다는 설명이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경영철학을 직원들과 공유하려 노력하고 있다. “물건을 팔면 ‘을’이지만 비전을 팔면 ‘갑’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멀리 볼 줄 아는 비전을 가진 기업인이 되고자 합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BPA(Bisphenol-A): 어린이의 뇌손상, 성 조숙증, 유방암 등을 유발하는 환경호르몬.

2016.03.27 19:02

5분 소요
high-tech industry - OLED 디스플레이에 상상의 나래 펴다

산업 일반

미하엘 그룬트 한국머크 사장은 카멜레온처럼 옷 색깔에 맞춰 변하는 넥타이와 웨어러블 디스플레이가 4년내 실용화된다고 말한다. 10월 초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휘는(flexible)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된 갤럭시 노트3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유리기판 대신 플라스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채택했다. 플라스틱은 유리보다 탄성이 높아 잘 깨지지 않고 구부러지는 특성이 있다. LG전자도 연 말 휘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앞으로 휴대폰 분야에서는 이런 플렉서블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가능하게 한 원천기술은 독일의 화학회사인 머크에서 나왔다.머크는 역사가 345년인 장수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12억 유로(약 18조원)로 거대 기업이 아닌 중견 강소기업이다. 완제품은 거의 없고 전자재료 같은 소재가 중심이다. 특히 디스플레이와 관련해 머크가 없으면 아예 제품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원천 특허물질을 갖고 있다.미하엘 그룬트(45) 한국머크 사장을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플렉서블 기술은 초기 단계라 자유자재로 휜다는 의미보다는 곡면에 가깝다”며 “기술 발전 추세를 보면 책받침처럼 약간 휘어지는 단계를 거쳐 2,3년 내 두루마리 형태로 말거나 종이처럼 접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크는 넥타이처럼 말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빗물에도 안전하고 세탁까지 맘대로 할 수 있도록 방수성과 내구성 시험을 하는 단계다.미하엘 사장은 독일 도르트문트대학에서 화학공학 박사를 받고 1997년 머크 그룹에 입사했다. 지난 7월 한국에 부임하기 전까지 머크 본사 기능성 원료사업부에서 어드밴스드 테크놀러지 개발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한국은 머크의 성장을 견인하는 전략 국가”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머크의 5대 글로벌 고객”이라고 소개했다. 한국머크의 성장 속도가 놀랍다. 특히 디스플레이 분야는 한국 대기업과 함께 성장한다는데.머크는 의약과 화학·전자재료 사업이 주축이다. 의약은 인구 규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이 대표적으로 의약 분야의 전략 국가로 떠오른 게 그런 이유다. 화학·전자재료는 삼성전자 같은 기술집약형 대기업에 소재 물질을 공급하는 것이다. 전자기(電磁氣) 성질을 갖는 특수 안료 같은 소량생산 물질이 많다. OLED에 들어가는 핵심 전자재료는 2ℓ 우유병 크기가 수억원한다. 이런 첨단 화학물질을 개발하려면 미래를 내다보고 신기술을 확보해야 한다.전자회사 같은 고객보다 미래 시장 제품의 트렌드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전자재료 뿐 아니라 머크의 또 다른 사업인 자동차 도료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많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자동차 사업에 머크의 첨단제품은 꼭 필요하다. 한국 대기업과 한 배를 탄 셈이다.창업 이래 345년간 머크 일가가 줄곧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지배구조인데.1668년 머크 일가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부근의 작은 마을 밤슈타트에 약국을 개업한 게 사업의 시초다. 창업 이래 13대까지 이어진 머크 일가는 가족위원회(Family Board)를 구성해 경영을 감독하는 이사회 멤버로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같은 주요 의사결정에 권한을 행사한다.자손들이 머크의 사업 일부를 떼어내 분사할 수도 없고 가족이 보유한 주식도 함부로 매각할 수 없다. 그래서 300년 넘게 가족 경영이 유지될 수 있다. 자손은 일찍부터 세계 각국에 있는 머크 사업장을 견학하고 인턴 활동을 통해 사업을 이해하고 있다. 또 한가지는 머크 일가의 검소함과 도덕성이다. 머크 일가는 전용 비행기나 고급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회사가 번 돈을 회사에 그대로 두기 때문이다.현재 머크 경영자로 직접 근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가족 일부만 감독이사회 멤버로 참여할 뿐 대부분 직업은 선생님·변호사·농부·엔지니어·의사·주부 등으로 평범하다. 주식 배당금도 많은 부분을 회사에 내놨다. 머크가 2007년 수천억을 투자해 스위스의 생명과학 기업 세로노를 인수했을 때다. 인수 자금 대부분이 머크 일가에서 나왔다. 이들은 이런 거대한 투자 결정을 머크가 혼자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그만큼 회사를 신뢰하고 재투자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존경 받는다.창업 일가라도 머크에 입사하려면 먼저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경영 능력이 없는 자손이 경영을 맡으면 회사가 망가질 수 있다는 오랜 전통에서 나온 결론으로 보인다. 가족위원회 대표 중 한 명은 일가의 자녀교육 프로그램 등에 시간을 쏟기도 한다.오너 지배구조는 전문경영인이나 재무적 투자자와 비교해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강점이라고 한다.머크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회사를 지원할 확실한 오너 일가가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눈 앞의 이익보다 회사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머크 일가는 장기적 안목의 투자로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제약의 경우 신약 개발에 최소 10년이 걸린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머크 일가의 든든한 지원이 있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하다. 시장이 급변하는 화학소재의 경우 시장의 요구에 따른 발 빠른 대응도 가능하다.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전자재료와 바이오 사업에 머크 일가는 20년 이상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했다. 대규모의 인수합병도 머크 일가의 지원으로 가능했다.2010년 미국 생명과학 회사 밀리포아를 인수해 바이오 분야와 제약 장비 및 서비스 사업에 진출했다. 인수대금 대부분을 머크 일가가 투자했다. 신규 사업을 해도 머크가 잘 할 수 있고 잘 해왔던 화학 관련 분야만 집중한다. 금융이나 건설 같은 비관련 사업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사회가 열리면 머크 일가는 지난 340여 년 동안의 성공담을 들려준다.머크 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는가.회사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모든 사업 분야에서 1등을 해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익은 회사에 남겨 두고 어려울 때 쓰거나 재투자하는 가치 중심의 기업 문화다. 장기적인 사고와 위험요소와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머크에는 대표적인 6가지 가치가 있다.첫째가 용기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내 모든 회사 건물이 폭격을 당해 무너졌다. 놀라운 것은 다음날 직원들이 출근해 복구작업에 참여했다. 용기와 함께 존경·책임·투명성·온전함·성취가 머크의 중요한 가치다. 이런 것을 벽에 걸어 두거나 하지 않는다. 직원들 마음 속에 녹아 있다. 또 변화의 흐름을 타는 것이다. 오늘의 성공이 내일 새로운 사업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위험요소를 안고 가는 것과 피하는 균형이 중요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본이 디스플레이 사업을 주도했다. 지금은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는데.한 나라에 하나 정도의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가 있는게 일반적이다. 한국은 삼성과 LG라는 2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했다는 게 특이한 점이다. 일본은 독일과 비슷하다. 예를 들면 TV의 경우 디스플레이 구석까지 선명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아주 세부적인 정확성에 치중하다 보니 대규모 투자나 신기술 상용화에 한국보다 스피드가 떨어졌다.한국은 정확한 공정 수율(yield)이 나오지 않아도 일단 가동을 해 보고 이후 이를 수정해가며 기술 학습을 한다. 실행을 통한 재빠른 학습이 한국의 특징이라고 할까. 독일이나 일본은 연구를 통한 학습에 중점을 둔다는 차이점이 있다. 한국이 기술 흡수 능력이 떨어졌던 1990년대만 해도 독일·일본이 우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 격차가 거의 없다. 당분간 한국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다.몸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는 웨어러블(wearable)의 개발 추세는.일반 전자제품은 대부분 실리콘 기반의 부품을 사용한다. 트랜지스터 같은 게 대표적이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인쇄 방식의 공정을 사용해 플렉서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도 여기서 출발한다. 머크의 핵심 기술은 웨어러블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주 미세한 분자 수준의 재료다. 실리콘 관련 개발 역사만 40년이 넘는다. 2000년 이후에는 OLED 같은 유기 전자기술로 전환했다.현재 웨어러블 제품 개발에 가장 큰 장애는 방수다. 말아서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넥타이가 실용화된다면 카멜레온처럼 옷 색깔에 맞게 넥타이 색을 바꿀 수 있다. 이는 군대에서 사용하는 위장복에도 응용할 수 있다. 머크는 자체 기술 개발이 부족한 분야는 인수합병을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한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한 회사가 모든 분야를 다 이해하고 잘할 수는 없다.약물 투입시기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피부 생체이식형 디스플레이도 연구 단계다. 이식이 아니라 패치 스타일의 부착이 가능한 광학적 디스플레이는 당장 적용할 수 있다. 장기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생체이식형 디스플레이 상용화 연구가 한창이다.머크는 현재 내시경 수술에 사용할 수 있는 홀로그램 LCD 기술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환자의 신체기관을 홀로그램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수술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홀로그램을 이용하면 내시경으로 신체 내부를 관찰할 때 보이는 곳뿐만아니라 주변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머크는 기술 기업으로 유명한데 신기술 개발 추세는.머크 연구소에서는 직물에 유기 태양전지를 접목, 낮시간 동안 태양광 에너지를 충전해 심야에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텐트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빌딩·아파트에 장착하는 유리에 머크가 개발한 안료를 배합하고 유기 태양전지를 접목하면 원하는 대로 유리창의 채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실용화 단계다. 빛이나 외부의 시선을 가리는 커튼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밤에는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어둡게 조절할 수 있다(그는 인터뷰 도중 개발 중인 시제품을 직접 시연해 보여줬다).올해 한국에서 매출 8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이 가운데 의약 비중은 15% 정도인데 매출 1조원 달성 방안은.의약은 한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같은 여러 외부요인이 있어 쉽지 않다. 화학은 다양한 응용 제품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화학과 의약 사업의 균형이다. 아시아에는 강력한 디스플레이 업체가 많아 우리는 화학 쪽에 집중한다. 의약의 경우 인구 수나 연구 기반 등이 중요하다. 내가 머크에 입사했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의약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지금은 반대로 전자재료 같은 화학 사업에 투자가 많이 이뤄진다. 화학 사업이 성공하려면 고객사와 근접한 곳에서 연구개발(R&D)에 집중해야 한다.화가에게 공급할 물감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화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화가가 어떻게,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는 알고 있어야 원하는 물감을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현지에 R&D 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에 140억원을 투자해 2010년 경기도 평택시에 첨단 기술센터를 준공했다. 2011년에는 독일 본사 이외의 국가로는 처음으로 OLED 응용개발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고 추가 투자도 가능하다고 본다.한국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한국 기업들에 대한 평가는.한국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이라는 두 가지가 매력적이다. 독일은 ‘왜 우리가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원칙에 강하다. 한국은 ‘안 될 이유는 없다’는 하면 된다는 게 인상적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이 삼성전자 같은 첨단 기술기업을 낳을 원동력이다.한 번 설정한 목표에 사회의 모든 부문이 집중해 후발 주자에서 재빨리 선도주자로 변신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바이오 분야도 기대된다. 하지만 후발로 기술을 따라가는 형태에서 벗어나 선도주자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을 갈고 닦는 것은 더 어렵다.머크(MERCK) 1668년 설립됐다. 신약 개발 및 액정디스플레이,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생명과학, 기능성 화장품이나 자동차에 사용하는 안료사업이 주력 분야다. 특히 진주처럼 반짝이는 효과를 내는 펄(pear) 안료가 유명하다. 의약 분야는 불임과 성장 촉진제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이다. 액정·편광판 같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분야에서 세계 1위다. 특허건수만 2만6000개에 달한다. 66개국에서 4만여 명의 직원이 일한다.머크는 의약품과 디스플레이 재료 매출액이 6대4 비중이지만 첨단 전자제품 비중이 늘고 있다. 아시아 시장 매출액이 급증해 전체 매출의 3분의 1이 아시아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의료기기와 바이오 테크놀로지 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는 1989년 진출했다. 종업원은 430명이다.

2013.10.30 16:58

8분 소요
[세계 제약시장 상황] 중국, 세계 의약품 생산기지 되다

바이오

홍콩 바로 옆 선전의 베이산 공업지구에 위치한 베이징 지놈연구소(BGI)에서는 160여 대의 초고속 지놈분석기가 1년 365일 쉴 새 없이 가동 중이다. 미국 전체보다 많은 최신형 지놈분석기를 보유하고 있어 ‘세계 최대 지놈분석센터’라는 별칭을 얻게 된 BGI는 전 세계에서 유전자 분석 연구를 요청 받아 유전자 해독에 몰입하고 있다.글로벌 바이오·제약산업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에 미국, 영국, 일본이 아닌 중국이 유전자 해독 같은 기초연구에 열중하는 것일까?인건비 싸고 고급인력 풍부2000년대 이후 바이오·제약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생산성 하락’이다. 바이오·제약의 생산성은 신약 수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용으로 평가하는데,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승인한 신약은 1996년 53개를 최다로 매년 급감해 2008년 이후 20여 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신약 개발비용은 1990년대 3억 달러에서 2006년 13억 달러를 넘어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혁신 역량이 감소하고 안전성 우려로 임상 규모가 확대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글로벌 제약사는 개발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대행 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바이오·제약산업의 밸류체인은 기초연구-물질탐색-물질합성-전임상-임상-허가 등 6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제약사는 이 가운데 전임상-임상단계를 아웃소싱하고 기초연구-물질탐색-물질합성 영역을 핵심 역량으로 내재화했다. 그러나 비용 증가와 생산성 하락 위기에 직면하자 인건비가 저렴하고 고급인력이 풍부한 아시아의 연구대행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대표적 연구대행 기업인 욱시파마테크는 70여 개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맺고 타깃 발굴부터 임상까지 거의 전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4년 2400만 달러였던 매출이 올해엔 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2005년 이후 글로벌 제약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아시아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생산 및 연구기지로 적극 활용 중이다. 이미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GSK 등은 베이징 및 상하이에 대대적으로 신약 개발 및 대외협력센터를 설립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30개의 최신 의약품 제조공장도 중국에서 가동 중이다. 세계 최대 제약기업 화이자가 한국의 제조공장을 폐쇄하고 중국 공장을 강화한 예는 글로벌 제약사의 중국 활용전략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기초연구 역량을 활용하고, 생산기지 선점을 통해 고속성장하고 있는 중국 및 아시아 제약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연구대행 기업의 활용과 더불어 바이오·제약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는 산학협력 강화다. 이 트렌드는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감소에서 비롯됐다. 연구비 부족에 시달리게 된 대학은 기업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게 됐다.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대학의 뛰어난 연구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이자는 2010년 이후 뉴욕·캘리포니아·보스턴 지역의 유수 대학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각각 1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94건의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바이오 의약품에 뛰어든다2011년 6월 NIH(미국보건연구원)는 획기적 청사진을 발표해 산업계 및 학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콜린스 원장은 개발 중지된 약물을 공개하고 새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NIH는 사용하지 않는 구식 약물이나 개발 중지된 화합물을 선별해 용도변경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11년 4월 8000개의 기승인 의약품의 데이터를 공개했으며,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중도 포기된 신약 후보물질을 차례대로 공개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물질이 의약품으로 개발될 확률은 1만 분의 1 이하지만 약물 용도변경을 통해 신약이 개발될 확률은 무려 30%에 이른다. NIH는 이런 점에 착안,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과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에 실패한 후보물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용도변경을 추진해 신약을 단기간 내 개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기존에도 이와 비슷한 ‘리포지셔닝’ 방법이 추진됐지만 정부 차원에서 제약사와 협력해 신약 개발을 하는 사례는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생산성 향상이 바이오·제약산업의 본질적 문제라면 로슈-제넨테크, 화이자-와이어스 등 바이오기업의 M&A와 바이오시밀러 등 사업 다각화는 성장동력 확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2010년 8700억 달러에서 2020년 1조6000억 달러로 연평균 6%씩 성장할 전망이며 단백질·항체·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은 2010년 1400억 달러에서 2020년 3300억 달러로 연평균 8%씩 성장하면서 전체 의약품 시장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제약시장 내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2010년 17%에서 2020년 21%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기존 의약품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작용을 줄이고, 맞춤형 치료 측면에서 탁월한 장점을 보이고 있어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성장이 가능하다.글로벌 제약기업은 특허 만료로 2015년까지 1000억~1500억 달러 규모의 매출 감소 위기에 처해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매출 감소 극복,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다. 바이오기업 제넨테크는 로슈에 무려 468억 달러에 인수됐으며 백신업계의 강자 와이어스는 화이자에 680억 달러에 넘어갔다. 2011년 사노피는 또 다른 최고의 바이오기업 젠자임을 201억 달러에 인수했다.이뿐만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복제약 같은 사업 다각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의료개혁에 따른 저가 의료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는 자회사 및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복제약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이 분야는 기존의 테바(이스라엘), 랜박시(인도)뿐만 아니라 한국 제약기업도 적극 육성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바이오·제약산업은 기술과 지식의 혁신에 의해 도약이 가능한 분야로 오래전부터 주목 받아왔다. 1975년 한 유전공학도와 펀드매니저가 설립한 제넨테크는 불과 2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맞춤형 암백신을 개발한 덴드리온 등이 유망한 바이오기업으로 촉망 받고 있다.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생산성 하락은 연구대행 기업 성장, 산학협력 활성화,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 등 제약산업 지도를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중국 제약기업의 성장, 혁신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및 상업화, 맞춤 의약품 등의 대두로 의약품·기기·서비스의 융복합이 제약산업의 커다란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한국 제약산업도 규모의 경제 확보, 기술혁신의 강소기업, 그리고 내수시장 기반의 생존전략 등 전략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향후 10년을 준비할 시기다. 뛰어난 인재와 글로벌 수준의 기초 및 임상연구 역량을 보유한 한국이 바이오·제약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11.07.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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