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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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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세수 ‘부동산정책 실패’ 지적에 정부

부동산 일반

지난해 정부의 세수 오차가 60조원에 육박한 원인을 두고 '부동산 시장 전망 오판' 때문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정부가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개선세에 따라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상세브리핑을 갖고 "초과세수는 부동산 시장 영향을 받는 양도세나 증여세 부분이 커진 부분도 있지만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법인세, 부가세, 근로소득세, 증권거래세 등으로 (초과세수 규모에 미친 영향이) 70% 정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초과세수 규모는 약 2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가 기존에 밝혔던 초과세수 규모인 19조원에 더해 또 10조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이미 세수가 예상보다 더 들어와 세입경정한 액수(31조5000억원)까지 더하면 정부 예측대비 60조원 이상의 오차가 발생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전날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세목별 국세수입 실적 자료를 근거로 본예산 대비 실적 증가율이 가장 높은 세목이 '양도소득세'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양도세, 상증세,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가 급증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증권거래세도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집을 구매하지 못하니 주식에 자금이 몰렸기 때문에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역대급 세수 추계 오차의 주원인이 실패한 부동산 정책인 것이 분명한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세수 추계 오차는 경제가 활성화된 결과’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법인세 증가도 결국은 코로나 위기를 잘 견뎌낸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 덕분이지 정부의 정책 효과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1.21 11:47

2분 소요
[6·17 부동산대책이 낳은 갈등] 젊은층은 불안감에, 중장년은 배신감에 ‘성토’

부동산 일반

믿었는데 집값 뛰고, 기대했는데 뒤통수 맞아… 부동산정책 실패 아우성 정부가 6·17 부동산대책을 밀어붙이자 “벼룩(투기) 잡으려고 집을 불태운다”며 후폭풍이 거세다. 부동산시장은 상대성과 심리전이 강해 모두를 고루 만족시키긴 어려운 분야지만 이번만큼은 수요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그 속엔 세대간, 지역간 갈등을 부추기는 볼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30대 신혼부부 김모씨와 최모씨는 비좁은 ‘지옥 버스’를 타고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결혼은 했지만 당장 집 장만이 어려워 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다. 부부는 지난해 입주자를 모집한 서울 중랑구 양원지구와 경기도 고양 지축지구의 신혼희망타운(신혼부부용 공공주택)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하지만 실망뿐이었다. 분양가가 예상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양원지구 분양가는 전용 46㎡가 2억7633만~2억9397만원, 전용 55㎡가 3억3025만~3억5227만원이다. 서울 밖 지축지구는 오히려 양원지구보다 더 비쌌다. 지축지구 분양가는 전용 46㎡가 2억9569만~3억1511만원, 전용 55㎡가 3억5156만~3억7400만원 정도다. 6억원 전후 집값도 중저가로 여기는 서울 관점에선 저렴해 보이지만 수도권 외곽 주민에겐 거액이다. 신혼부부에겐 체감도가 더 크다. 부부는 노부모 부양, 생계유지, 출산·육아 준비, 주택마련 등에 필요한 저축에 주력하기 위해 은행 대출 의존을 낮추고 싶었다.그래서 인천 검단신도시로 발길을 돌렸다. 집값은 더 낮고 면적은 더 넓은 집을 구할 수 있어서였다. 이곳 평균 분양가는 전용 84㎡ 이상이 지난해 3.3㎡당 1100만~1200만원대, 올해는 1200만~1300만원대 수준이다. 인근에 공항철도가 있어 서울 도심까지 오가기 편하다. 부부는 생애최초 주택구입과 신혼특별공급을 활용해 분양에 당첨됐고, 부모의 지원도 받아 은행 대출도 줄일 수 있었다. 1단계 개발 중인 검단신도시는 아직 입주자 한 명 없는 공사판이다. 오랫동안 미분양 무덤이었으나 6·17 부동산대책에서 투기과열 지구로 묶여 대출이 막히자 부부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 집값 급등으로 좌불안석인 젊은층 부부는 ‘오포세대’로 불린다. 연애·결혼·출산에 집과 경력까지 포기한 세대다. 정시·수시를 병행하는 대학입시 지옥을 겪고, 대학 학자금을 갚느라 빚쟁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그 뒤 경기불황과 청년취업난에 쫓겼다. 국세청에 따르면 학자금 체납액은 2014년 55억9300만원에서 2018년 206억4000만원으로 269% 급증했다.젊은층이 성토하는 이유는 내심 집값 안정을 기대했던 정부 규제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기를 잡겠다며 6·17대책에서 수도권 전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어버렸다. 3년 전부터 계속된 집값 급등으로 서울 밖으로 밀려난 젊은 주택 수요자들이 몰려든 경기도 안성·양주·평택·화성까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했다. 양주 옥정신도시도 검단처럼 미분양관리지역이었는데, 하루아침에 투기 감시대상이 된 것이다.규제 지역으로 묶이면 대출·청약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젊은층이 그 자격 요건을 갖춰 수도권에서 아파트에 당첨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국민주택 전용 85㎡ 이하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에선 일반공급 중 75%를, 투기과열지구에선 100%를 가점제 당첨자가 차지한다. 가점은 무주택기간·부양가족수 등으로 계산해 젊은층일수록 불리하다. 1순위 청약통장이 넘쳐나고 청약경쟁이 치열한 서울에서 올해 상반기 청약당첨자 평균 가점은 61점에 이른다. 30대가 넘볼 수 없는 점수다.그러다 보니 이들은 편법을 동원한다. 혼인신고를 미루고 부부 각자 대출을 받아 아파트 구매에 동원했다. 집값 급등에 불안감이 커지자 부모 증여, 신용 대출, 보험 해지 등으로 자금을 최대한 끌어 모아 집 구매에 나선 것이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자 중 30대(31%)가 부동산시장의 큰 손인 40대(28%)와 50대(18%) 앞질렀다.이에 대해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책 실패의 후유증이다. 강남에 들이댈 칼을 여기저기 휘두르니 박탈감·불안감을 부추긴 꼴”이라며 “집값 상승을 억누르겠다는 대출 규제는 주택 품귀와 전셋값 상승을 부추겨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 자금줄 끊겨 사면초가에 몰린 중장년층 중장년층도 볼멘소리가 높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40대 가장 정모씨는 안양과 인천에 소형 빌라 2곳을 전세보증금과 담보대출금을 안고 2억원 정도에 사들였다. 임대료로 원리금을 갚고 정부 정책에 따라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제 혜택도 받았다. 월급이 250만원 정도인 그는 이렇게 모은 자금에 대출금을 보태 생애 첫 아파트를 마련할 계획이었다.하지만 꿈은 물거품이 됐고 그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6·17대책으로 안양과 인천이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신혼부부특별공급·공공임대주택·일반청약 자격도 안 되고, 중도금·주택담보 대출도 못 받게 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비규제지역에선 70%, 조정대상지역 50%, 투기과열지구 40%로 줄어든다. 정부는 6·17대책에서 전세자금대출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면 대출금을 즉시 회수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9억원 초과 아파트에 적용했던 규정이었다.KB국민은행부동산에 따르면 6월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은 서울 9억2509만원, 경기 3억9816만원, 인천 2억9348만원에 이른다. 서울에서 아파트 125만 가구 중 3억원 이하는 3.5%에 불과하다. 즉, 정부 방침은 수도권에서 대출로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다. 게다가 정부는 3년 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위한 각종 세금감면 혜택을 줄곧 축소하거나 없애왔다. 임대사업자가 되면 임대의무기간(4년 또는 8년) 중엔 집을 미임대·양도·본인거주가 불가능하다. 뒤통수를 맞은 정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정씨 같은 사례가 중장년층 주택 수요자에겐 일반적인 공식이 됐다. 투기꾼의 전유물로 여겼던 갭투자(세입자가 사는 전셋집을 보증금을 떠안고 구입하는 방식)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의 수단이 됐다. 강남보다 저렴하다는 서울 강북의 집값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에 1㎡당 6.7%(825만→866만원)를 넘는다. 최근 2년 새 강북 집값은 가파르게 뛰었다. 전용 85㎡ 평균 실거래가가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DMC루센티아는 2018년 7월 6억2100만원에서 2020년 7월 10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성동구 금호동롯데는 2017년 8월 6억5000만원에서 2018년 7월 7억4500만원, 2019년 7월 8억5650만원, 올해 7월 9억7500만원으로 해마다 1억원씩 올랐다. 중장년층이 “현금 부자들만 집을 사라는 얘기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주택시장을 보는 정부와 수요자의 관점이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투기로 보고 서민층은 숨구멍으로 여기는 대출을 막은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0.07.12 15:02

4분 소요
새 정부 정책 잘 보면 ‘싹’이 난다

산업 일반

▶펀드수익률 급감과 금리 인하 조짐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규제 강화 정책으로 썰렁해진 부동산 업체. 요즘 증시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글로벌 악재로 주가가 급락하기 때문이다. 펀드런(펀드 대량환매) 현상을 우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콜금리 인하 분위기로 단기간 유동자금이 몰렸던 금융시장이 주춤하자 이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방향을 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예측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은 경기 침체로 상담 건수가 크게 줄었던 지난해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펀드 수익률 급락과 금리 인하 조짐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다세대나 다가구 같은 상품이나, 주택시장의 중심축인 아파트는 매입 문의가 늘었다. 상가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문의도 많아졌다. 대운하나 새만금 주변 토지도 관심사다. 또 지난 한 해 숨 죽어 있던 경매시장도 고가 아파트 위주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20%포인트 정도 올랐다. 전세시장은 대입자율화, 영어몰입 교육, 수능등급제 폐지로 학군 좋은 지역의 급매물이 사라지면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북의 재개발 이주 수요도 늘어 봄 이사철 임대차 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쳐 부동산 투자 전망이 밝아보이는 듯도 하다. 그렇다면 내 집 마련과 부동산 투자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전략으로 새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비해야 할까. 달라진 정책과 주택 시장의 변수 위주로 시장을 점쳐보자. 지방은 공급과잉(2007년 12월 말 현재 지방 미분양 9만7630가구)에 따른 수요 부재로 침체가 심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수급불균형에 지역별 쏠림 현상이 강한 수도권은 풍부한 유동자금, 안전자산 선호 심리, 소비심리 회복, 부동산 정책변화로 인해 주택 구매력이 작년보다 개선될 것이다. 매입·투자 문의 전반적 증가세 2007년 주택시장 침체를 올해까지 끌고 올 수 있는 돌출변수는 시장에 지뢰처럼 깔려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말미암아 미국 주택시장의 경기가 침체되고, 국내 미분양 사태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 가계대출 상환부담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안심할 만한 점도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같은 규제로 대출 관련 기준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2007년 9월부터 실시한 분양가상한제, 청약가점제 여파로 본격적인 청약 광풍이 불게 되면 인근 신규주택 수요가 자극받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2008년 주택시장은 하반기부터 수도권 위주로 완만한 가격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같은 지역균형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2기 신도시(송파·판교·광교) 개발과 후광효과를 생각하면 수도권 인구집중에 따른 가격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제 수요자들은 연초에 새 정부의 정책 변화(새 정부 출범과 2008년 4월 총선에 따른 부동산정책)에 따라 시장을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하반기에 접어들면 부동산 움직임이 감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심할 것은 이미 주택 가격이 소득수준에 비해 크게 올랐기에 예상되는 가격 상승폭은 ‘폭등’이 아닌 ‘회복세’에 가깝다는 점이다. 앞으로 3~5년 동안 실수요자들은 새 정부의 개발프로젝트, 정책방향을 보고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완만한 가격 상승이 예고될수록 실수요자들은 재테크에 실패하지 않을 유망지역이나 가격상승 여력이 있는 저평가된 지역에만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은 지역·종류에 따라 향후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주택은 연간 기준으로 금리의 2~3배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떠나는 주택은 투자 가치도 역시 떨어질 것이다. 소득 수준과 주택면적에 따라 실수요자들도 이분화될 전망이다. 중대형 면적의 경우, 노후 아파트보다는 자연과 조망, 공기가 좋은 전원형 아파트나 브랜드 밸류가 있는 도심 초고층 아파트가 투자하기에 유리하다. 소형의 경우는 다르다. 규제의 포화가 집중됐던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규제 수위가 새 정부의 영향으로 점차 완화될 것이므로 도심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도시재정비촉진지구)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일부 수요는 도심의 오래된 소형 지분(연립, 다세대, 다가구) 매입으로 빠르게 연결될 전망이다. 수도권 분양시장 청약 광풍 올 수도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 효과가 드러나면 수도권 분양시장에 청약 광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차액이 보장되는 2기 신도시나 일부 지역(은평뉴타운, 송도·청라·흥덕지구, 왕십리뉴타운, 한남대 부지) 아파트의 경우 인기 지역 청약경쟁률은 수백 대 1까지 치솟으며 이와 접하고 있는 주변 아파트들의 가격까지 자극할 전망이다. 실수요자를 유인할 수 있는 각종 개발 호재(용산 국제업무지구, 4차 뉴타운, 뚝섬개발과 U턴프로젝트)가 바닥에 깔린 곳도 눈여겨보자. 개발과 수급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다. 지하철·고속도로 등 교통여건(9호선, 경의선·분당선·신분당선·중앙선·경춘선 복선전철,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 신림선 등 서울·수도권 경전철들, 지하철 3호선 연장, 일산대교, 송포~인천 간 도로, 제2자유로,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이 개선되는 지역의 주택가격(전·월세가)은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재건축 시장은 당초 용적률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서울 강남 시장에 대한 불안 가능성 또한 높아 시장동향을 감안해 규제완화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작년에 가격이 많이 내려간 저밀도 역세권 지분 혹은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지역 위주로 장기투자를 하는 게 현명하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토지시장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내륙운하 등 대규모 사회간접시설(SOC) 건설 계획이 공약으로 발표된 곳은 적지 않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부재지주 양도소득세 강화, 실거래가 토지등기부등본 기재,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규제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호재가 있는 내륙 운하 지역이나, 가용 토지 부족에 시달리는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신혼부부 주택이나 지분형 아파트 분양제도 등이 새롭게 도입된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보유세 개편 등이 결정되는 시기라는 얘기다. 정책변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계산해 기민한 재테크 전략을 펼쳐야 한다. 일시적 충동에 따른 구매보다는 치밀한 설계와 정보수집을 거쳐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08.02.25 10:09

4분 소요
집값 오를 때마다 꺼내는 ‘마약’

산업 일반

▶지난 8월에 있었던 판교 신도시 분양 및 청약에서 판교 중대형 아파트가 처음 선보였다. 수도권에 신도시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 1989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신도시로 서울은 완전히 포위되고 있다. 그럼에도 서민들은 집이 없고, 서울의 집값은 오르기만 한다. 정부의 신도시 정책에 중대한 결함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반복될 리 없다. 왜 신도시 개발이 계속되는 것인가? 그 효과는 있는 것인가?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왜 자꾸 만드나?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막 끝낸 노태우 정권 말기의 집값은 폭등세였다. 자고 나면 집값이 올라 “1년에 두 배는 올랐다”는 게 당시를 회고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민심이 흉흉해졌다. 당시 크게 유행한 ‘방 빼!’라는 말도, 당시의 집값 폭등 현상을 빗댄 것이다. 이 같은 폭등세를 잠재우기 위해 노태우 정권이 빼든 칼이 바로 주택 200만 호 건설이다. 분당·일산 등 5대 신도시 개발이 핵심이다. 89년 당시 집값 상승은 주택보급률과 직결되는데 당시 보급률이 서울은 57%, 수도권은 63%에 불과했었다. 분당 등 1기 신도시는 수도권 집값 안정을 겨냥한 카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신도시는 표심·민심을 겨냥한 정책이었다. 민심을 잃은 정권은 권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당시 노태우 정권이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응급처방으로 내놓은 게 바로 분당과 일산 등 신도시 개발이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 원장은 “신도시는 수도권 집수요 충족을 위한 게 첫째 목적이었다”며 “국토 균형개발을 통한 민심회복도 신도시 개발을 촉진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를 비롯한 참여정부까지 신도시 개발을 정치적으로만 보는 시각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신도시 개발이 표심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대표적인 게 바로 판교다. 2003년에 발표된 2기 신도시의 대장 격이다. 당시 판교는 강남 집값이 유독 폭등하자, 대체 신도시를 생각하다가 나온 결과다. 그런데 판교는 당시 평당 2000만원에 분양된다고 알려지면서 ‘역풍’을 불러왔다. 판교와 맞붙은 서울 강남·분당을 중심으로 ‘아파트 폭등 장세’가 연출된 것이다. 당시 분당 사람들 사이엔 “나도 이젠 10억대 부자”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서울 강남은 이 역풍 덕분에 강력한 상승세로 접어들었고, 현재 강남의 평당 가격은 3000만원대를 넘어섰다. 검단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2005년 8·31조치에도 최근 전셋값 불안, 강북 집값 강세를 비롯해 강남까지 강한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러자 민심이 참여정부를 비판했고, 결국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서둘러 발표부터 해놓고 본 게 바로 검단 신도시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직시에 무엇인가 이루려고 애를 쓰면서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지금이 경기침체기여서 경기부양을 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신도시를 거론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내년 대선을 앞둔 여당이 신도시 등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으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89년 신도시 발표 때부터 갖가지 억측이 나오기는 했지만, 수도권의 집 공급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수도권의 경우 인구가 매년 10만~20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2005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서울이 89.7%, 수도권이 96.8%다. ◇신도시 효과는 있는가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양질의 집 공급을 일거에 체계적으로 늘리는 방법은 사실 신도시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최근 신도시의 고분양가와 주변 집 가격에 주는 영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지만, 고분양가라도 집 공급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전체 집값은 안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고분양가는 신도시 분양 초기에 생기는 심리적인 문제일 뿐이란 얘기다. 고철 원장도 “실제 1기 신도시는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올림픽 직후에 집값이 폭등하자 89년 4월 분당 등 1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고, 그해 11월에 첫 분양에 들어갔다.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분당 등 1기 신도시가 처음 입주한 91년에 4.5% 내렸고, 이어 92년 4.3%, 93년 2.8% 떨어졌다. 이후 95년까지 안정세를 보였다. 강남 아파트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하지만 2기 신도시 이후에는 신도시 약발이 크게 떨어진 느낌이다. 비싼 토지보상가, 고분양가, 서울과 먼 거리에 있는 위치 같은 문제가 겹쳐 효력이 떨어진 것이다. ▶89년 분당 신도시 건설 반대를 알리는 플래카드 대자보가 분당 신도시 개발지의 한 농가 담벼락에 걸려 있다. 서승환 교수는 “앞으로 2기, 3기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 위치나 주거형태에 대한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도시 위치가 서울과 30~40km 이상 떨어져 있으면 신도시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또한 신도시 자체에 임대주택을 30% 정도 섞어 지으면 메리트도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2기, 3기 신도시 실패 요인 중 하나는 토지보상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도시 개발이 아니라면 팔리지도 않을 땅들이 토지보상이 시작되면 시세와 비슷하게 보상금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신도시 토지보상가와 분양가가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보다 심각한 것은 신도시를 만들 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박재룡 연구위원은 “지금은 89년에 5대 신도시 개발을 할 때와 비교할 때 땅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과거처럼 정부 의지대로 순식간에 신도시 사업을 벌일 수도 없어 자꾸 사업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1기 신도시는 89년 발표 후 그해 곧바로 분양(분당)에 들어갔지만, 판교는 2001년 계획 발표 후 분양까지 5년이나 걸렸다. 박상언 사장은 “신도시 발표로 주변 집값이 폭등하고, 거기서 10% 할인한 선에서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를 정하고, 다시 신도시 아파트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 폭등에 서민은 ‘괴로워’ =신도시 분양가가 치솟는 게 서민들에겐 고통이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이미 사라진 수치이기는 하지만, 89년 분당 최초 분양가는 평당 170만~200만원에 불과하다. 분당 서현동 시범현대아파트 33평형은 분양가가 단돈 5500만원이다. 그런데 분당 옆의 판교는 중대형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1800만원에 달했다. 단순 비교를 하면 17년 만에 두 신도시 분양가가 9배나 오른 셈이다. 참고로 분당 시범단지 거래가는 현재 평당 2000만원을 넘어섰다. 신도시 분양가 폭등은 일산도 마찬가지다. 92년 4월 분양 당시 일산 강선마을 경남아파트 38평형이 8922만원(채권상한액 1140만원)으로 평당 230만원 선이다. 그런데 일산 바로 위에 있는 파주운정 신도시 분양가가 최근 평당 평균 1297만원으로 책정이 됐다. 분양가가 14년 만에 5.6배나 오른 셈이다. 이 같은 고분양가 덕분에 판교 신도시는 ‘귀족들만의 도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도시 무용론’ 대두 =김영봉 교수는 “노태우 정부가 1기 신도시를 만들 때와, 지금 노무현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만드는 때를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노태우 정권 당시에는 국내경기가 호황인 데다 수도권에 집이 모자라서 집값이 폭등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서울에 대한 온갖 제도적·물리적 규제를 하면서, 곁가지로 나온 산물이 바로 신도시라는 얘기다. 잘못된 부동산정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회초리를 들어도 안 되니까 당근을 주는 격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강남 등에 대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고,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내리는 등 주택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면서 “만일 이 같은 규제가 없다고 하면, 굳이 신도시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박재룡 연구위원도 “무작정 신도시 개발에 전념하기보다는 서울 강남·강북의 용적률을 완화해 기존 도심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를 개발하려면 도로·지하철·교통망·상업시설 같은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신도시 확대보다는 기존의 도시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외국의 신도시 모습들 ‘신도시’ 통해 ‘구도시’ 경쟁력 높여 호주의 캔버라는 계획적으로 조성된 대표적인 신도시로 창원시가 만들어질 때 모델이 됐다. 신도시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외국의 대표적인 도시들도 신도시 건설로 탄생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호주의 행정수도인 캔버라. 캔버라의 가장 큰 특징은 행정도시와 그 밖의 주거·상업지역의 기능을 완전히 분리한 것이다. 이는 도심의 팽창으로 수도가 비대해지는 것을 막고 위성도시들을 연계 개발함으로써 도시의 쾌적함을 높이자는 의도다. 실제 캔버라 시 당국은 도심 다운타운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5층 이상의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했다. 프랑스 파리 인근에 있는 라데팡스도 대표적인 신도시로 꼽힌다. 라데팡스는 특히 새로운 주거공간 확충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이 아닌 업무기능 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된 ‘경제지향적’ 신도시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라데팡스는 거대한 복층 도시구조를 갖고 있다. 도로·지하철·철도·주차장 등 모든 교통 관련 시설은 지하에 설치되고, 그 위에 건축물 여유공간 등이 만들어졌다. 이 같은 복층구조는 교통효율의 극대화, 파리의 전통인 역사성과 예술성의 강조, 공간활용도 제고, 개발비용 절감 등을 두루 겨냥한 것이다. 세계의 기업들을 유치하고 신도시의 주거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완벽한 교통망을 구축하는 것은 개발 초기부터 최우선적 과제였다. 독일의 매르키셰 피어텔은 아파트에 대한 독일인들의 선입견을 바꿔놓은 대표적인 신도시로 꼽힌다. 아파트 위주의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밖에서 보는 이 도시의 모습은 흡사 경부고속도로 옆 분당 신도시의 아파트군과 같은 형태다. 그러나 단지 안으로 한 걸음만 들어서면 고층아파트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 녹지공간이 펼쳐진다. 아파트 동 사이의 공간에는 독특한 조경술로 가꾼 정원을 두었다. 이 정원은 삼각형, 마름모꼴, 원형 등 기하학적인 나무울타리로 5~6개의 작은 공간으로 다시 나뉘어 있다. 이를 보면 지루한 기분이 금세 없어진다. 또 블록과 블록 사이, 단지 외곽 등의 경계에는 숲 울타리나 호수, 작은 개천을 배치해 단지 전체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이 도시는 기본적으로 베를린의 인구분산을 위한 ‘베드타운’으로 만들어졌다. 자족도시가 아닌 베드타운으로 구상된 것은 베를린과의 교통 편리성이 확보돼 있었기 때문. 이 도시와 베를린 간에는 순환 고속도로와 지하철이 연결돼 있다. 영국 런던 인근의 도클랜드도 한국으로선 참고할 만한 도시다. 도클랜드는 ‘재개발’ 방식을 통해 조성된 신도시다. 슬럼가 모습이었던 도시 주변 낙후지역을 현대적인 도시로 개조했다. 도클랜드의 개발이념은 낙후되고 과밀한 도시 주변을 개조, 런던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집단 재개발을 통해 주거·업무·상업 기능을 이상적으로 결합, 쾌적한 주거환경을 창출해내는 것은 물론 도시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선진국들은 신도시 개발을 통해 기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석호 기자·lukoo@joongang.co.kr

2006.11.06 15:48

7분 소요
[시론] 참여정부의 이익집단들

산업 일반

경제정책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화정책이나 환율정책을 잘못 사용하면 외환위기와 같은 큰 위기를 겪게 되고, 부동산정책을 잘못 사용하면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많은 서민이 고통을 당하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경제정책은 정부와 국회가 결정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익집단이다. 경제정책은 각 개인이나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들 정책으로 유리하거나 혹은 불리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이익집단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정책이 결정되도록 정책결정자나 국회의원들에게 로비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정책결정에 있어 주로 재벌과 같은 친기업 이익집단의 영향을 받아왔다. 이에 참여정부는 출범 초부터 이들 기업관련 이익집단의 로비를 경계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재벌이라는 친기업 이익집단의 영향력은 차단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강력한 이익집단의 영향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참여정부의 경제운용에서 가장 실패한 부분은 경기침체와 급등한 부동산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과 관련한 정책은 국회와 정부가 결정했지만, 실제로는 이익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경기침체를 보면, 정부가 그동안 저금리 정책을 사용했음에도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과도한 노사분규나 만연한 반기업 정서와 같은 악화된 기업의 투자환경 때문이다. 투자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았던 것이다. 기업 투자환경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기업개혁과 기업집단, 이른바 재벌의 해체를 원하는 시민단체와 노동단체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반기업 시민단체들은 정부관련 위원회에 들어가거나 혹은 여론을 조성해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을 주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이 반영되도록 정부의 기업정책 수립에 영향을 준 것이다. 또한 노동단체 역시 정치권과 정부에 영향을 줘 불법 노동쟁의에 정부가 강력하게 대처하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기업투자가 감소하면서 근로자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빈곤층이 더욱 늘어나고 우리 경제성장 잠재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정책을 보면,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은 그동안의 저금리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급을 늘리지 않은 데에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는 정권 출범 초기에 재건축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재건축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재건축 대상지역에는 강력한 이익집단이 형성된다. 정·관계 등 다양한 부문에 포진하고 있는 이들은 막강한 로비력과 영향력으로 재건축의 당위성을 주장해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막는다. 늘어난 투기적 수요 때문에 한정된 재건축 공급만으로는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재건축으로 공급을 늘려야만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수요·공급의 원리로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정책결정자와 국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이익집단의 영향으로 결국 정부는 재건축을 규제하는 데 늑장 대처하게 됐고, 그 후에도 재건축 기대심리를 불식시키는 데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원인이 된 재건축을 강력히 규제하는 대신 정부는 양도소득세와 같은 잘못된 조세 처방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 했고,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가 된 우리 사회에는 지금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등 많은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른바 무임 승차자가 적고 집결이 잘 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큰 부문일수록 강력한 이익집단이 형성돼 국가의 경제정책이 국민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립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이익집단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이익집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올바른 경제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도 이제는 이런 이익집단의 로비를 막고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006.10.12 13:46

3분 소요
[홍세표 칼럼] 조지 소로스, “역사흐름 거스르지 마라

산업 일반

최근 서구 경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제학파로 스탠퍼드 학파가 꼽히고 있다. 사물이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고 있고, 또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이론. 이들은 경제의 중요 요소로 상호작용성(reflexibility)과 반향(feedback)을 꼽는다. 서로 영향을 받으며 반응할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특성에 주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보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납품업체를 선택한 기업이 있다. 하지만 이 납품업체에서는 저임금에 불만이 많은 근로자들의 파업이 시작됐다. 이로 인해 생산 일정이 늦어져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됐다. 파업의 원인은 한 근로자의 아이 입원비 부족으로 열악한 환경에 반발한 것. 그 뒤에는 커지는 적자폭에 고민하며 병원비를 올려오던 병원 원장이 있을 수도 있다. 스탠퍼드학파는 이런 인과관계와 그로 인한 영향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사회 시스템을 분석한다. 이들이 인정받고 있는 배경에는 너무 복잡해져 기존 경제이론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있는 현대사회가 있다. 종전의 케인스학파나 화폐이론학파 등 이른바 거시경제학파에 대한 반성과 비판에서 이 학파가 생겼다. 이를 처음 개념화한 사람은 1993년 노벨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다. 그는 한 국가가 발전을 위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정책을 도입하다 실패하는 일이 많다는 데 주목했다. 보통 국가들은 다른 나라에서 성공했거나 그렇게 평가되는 정책을 도입하게 된다. 정책 자체에는 문제가 적었다. 문제는 두 나라 사이의 비공식 규칙, 즉 역사적ㆍ문화적 차이다. 아무리 같은 조건에 같은 정책을 사용하더라도 비공식 규칙으로 인한 차이를 넘어서기 힘들었다. 더글러스 노스는 과거 50년간의 정보를 분석했다. 특히 사회주의 제도의 탄생, 실패와 몰락, 미국 월스트리트의 위기 등과 관련된 경제학 이론 실패를 분석해 결론을 도출했다. 정책은 완벽한데 왜 실패할까? 여기서 우리는 현 정권의 분배이론이나 이를 기초로 한 외골수적인 부동산정책, 고용정책, 큰 정부 지향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스탠퍼드학파는 제도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하나의 균형상태에 도달한다고 강조한다. 오랜 기간 치열한 경쟁과 갈등을 겪으며 이해관계의 균형이 팽팽하게 잡혀 있다는 것이다. 이때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하나의 균형에서 다른 균형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이는 정책이 더욱 유연하고 가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세계경제는 빠르게 변화하며 새로운 균형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우리 정부의 경직된 정책 고수 매너리즘에 대한 경종의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생각해 본다. 그런데 이 이론을 가장 지지하는 사람이 바로 헤지펀드의 거물 ‘조지 소로스’다. 우리는 흔히 이 사람을 투기자본의 첨병, 또는 세계적 경제질서 교란자로 낙인찍고 기피인물 리스트에까지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정반대의 면모도 지니고 있다. 그는 철학자 칼 포퍼의 제자인 경제철학자다. 소로스는 모든 것은 불확실하고 인간은 반드시 과오를 범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잘못을 시인하고 시정해 나가는 열린 사회(Open Society)가 바로 이상적 사회라고 주장하는 포퍼의 이론에 경도됐다. 이 이념을 확산시키기 위해 사재를 털어 세계 각국에 재단을 설립해 사회주의 국가와 개발도상국 사회개혁에 진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소로스에 공감하는 것은 헤지펀드 수장으로서 풍부한 실물시장 경험을 갖는 한편 또 다른 한쪽에서는 포퍼 사상으로 무장된 철학적 시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로스는 “경제 분석은 자연과학과 달리 보편적으로 옳을 수 없다. 경제 분석 내지, 정책 실패의 이유 또는 시장경제학이 일단 옳다고 판단해 수용한 모든 사회적ㆍ정치적 기관이 끝내는 불안정화하는 이유는 아직도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의 실패는 오로지 우리들의 경제이론 이해가 불충분하거나 통계자료가 부족해 야기되는 것이 아니다”고 자신의 경제 철학을 피력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글로벌 자본주의의 위기』에서도 기존 경제 분석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경제적 사건은 경제를 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좌지우지되다 결국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뀌곤 한다”고 지적했다. 꼭 우리 정부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지식 부족은 물론 저간의 잘못된 각종 행위가 떠올라 입맛이 쓰다. 그들은 어째서 정책다운 정책도 펴지 못하면서 자기들 주장만이 옳다고 강조할까? 왜 실물경제에 맞추어가고자 하는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는 것인가? 거시경제 이론으로는 힘들다 소로스는 또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이론이 아무리 옳다손 치더라도 교과서에 없는 변수들이 나타나는 순간 그들의 주장은 더 이상 타당성을 지켜갈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이야말로 오늘의 우리 경제정책 담당자가 숙연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의미심장한 말같이 느껴진다. 상호작용성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의 기대와 현실 간에 또는 인간과 인간 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소로스는 이 상호 작용성의 개념을 축으로 시장이 하나의 균형점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경기상승(boom), 붕괴(bust)의 사이클 함수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그 예로 동아시아(특히 한국)와 미국에서도 지난 10여 년 동안 이 사이클이 반복돼 왔다고 주장한다. 그가 『글로벌 자본주의의 위기』를 집필한 동기도 바로 이 동아시아 경제위기였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잘못하면 지난 외환위기 같은 경제위기나 다른 형태의 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스탠퍼드학파는, 비교제도 분석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구조개혁은 바로 제도개혁을 뜻하는바 이를 몇 가지 개별문제 해결(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균형발전, 행정수도 이전, 지엽적 부동산 대책, 거칠게 급조되는 분배정책, 뜻도 실체도 불분명하게 낱말만 난무하는 개혁 내지 혁신)만으로는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제도가 자생적으로 창출된 게임 규칙상의 균형인 이상 그리 간단히 해결될 수 없다. 제도의 여러 요소는 상호 보완적인 것이기 때문에 한쪽 규칙이 불변이면 다른 쪽 규칙도 변하지 않는다는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의 최대 문제점은 정책 입안, 집행에 있어 제도의 보완성 의식 또는 제도가 균형 상태라는 의식이 전혀 없음은 물론 우선순위 감안조차 없이 밀고 나가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이나 정책 실패의 후유증에 대한 심각한 검토도 없왔던 것 같고 이로 인한 민생고 악화는 아예 안전에 없었던 것 같다. 본격적 구조개혁, 제도개혁을 위해서는 이 제도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당위적 의의, 여러 게임의 규칙과 구성원 간의 상호 작용성 등을 충분히 분석해야 한다. 이 분석을 기초로 제도를 하나의 균형상태에서 또 다른 하나의 균형상태 또는 복수의 균형상태로 원활하게 이행시키느냐는 전략 플랜을 짜야 한다. 또 어느 방향에서 어떤 타이밍으로 정책을 시행해 나갈지를 심사숙고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비교제도 분석의 구도는 글로벌 시대의 구조개혁, 제도개혁의 시대에 아주 유효하고 현실적인 이론적 틀로 고려될 만하다. 고전적 거시경제학의 이론적 틀이 사회주의적 개념 틀을 넘어 구조가 안정된 시대에 오랫동안 유효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변화다. 제3차 산업혁명이나 글로벌화라는 엄청난 환경변화를 겪는 지금 거시경제학의 지반 침하가 일어나고 비교제도 분석 같은 새로운 이론적 틀의 현실적 의의가 점차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정부는 거시경제학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학자의 고집스러운 주장만 듣고서 시곗바늘을 역으로 돌려 옛 사회주의적 방향으로 틀어놓으려 하고 있다. 이런 우리 정부를 향해 소로스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2006.07.18 11:25

5분 소요
“시장경제 뛰어넘는 대안은 없다”

산업 일반

남덕우 전 국무총리(현 산학협동재단 이사장·사진)가 또다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남 전 총리는 6월 27일 서강대 시장경제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우월하는 대안은 없다”며 “정부가 실정을 모르고 정책을 입안하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덕우 전 총리는 서강학파의 대부로 통한다.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다 1969년 재무부 장관을 맡으면서 서강학파의 길을 텄다. 그는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국민들이 국가 이념과 시장경제 원리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계몽하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경제의 이론과 실제’라는 ‘정부 계몽자료(?)’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시장경제 이론을 잘 정리한 명문’이라고 평가한 이 리포트를 요약 발췌했다. 시장경제는 쉽게 말해 ‘시장의 법칙’ 에 따라 움직이는 체제를 뜻한다. 애덤 스미스가 시장은 정부의 개입 없이도 ‘보이지 않는 손’ 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시장에 완전 경쟁이 가능하고, 개인의 경제활동에 아무런 외부적 간섭이 없어야 한다는 게 전제다. 그래야만 모든 재화의 수요량과 공급량이 균형을 이루는 가격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것은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소비자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생산자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따라서 사회적으로도 경제적 후생이 극대화되는 합리적 자원배분(재화의 공급은 그 생산에 사용된 자원 배분의 결과다) 상태라고 본다. 이러한 시장경제의 뿌리는 자본주의다.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인간 또는 기업의 이윤 추구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시장경제에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사유재산의 인정이다. 자신의 노동과 노력으로 얻은 과실을 사유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사용하고 처분할 수 있는 자유 또한 없어진다. 따라서 재산의 사유를 전제로 하는 시장경제는 인간의 자유와 양립하는 제도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재산의 사유는 사회적 자산의 보존과 유지의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 내 땅이 아니면 열심히 농사지을 필요가 없다. 반대로 내 소유의 땅이면 어떻게든 땅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땅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사회적으로 봤을 때도 바람직한 일이다. 사유재산제도를 기초로 하는 시장경제 체제하에선 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또한 예방할 수 있다. 예컨대 언론기관이 정부 소유라면 ‘언론의 자유’ 라는 말이 무의미할 것이다. 물론 재산 소유 편중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과 사업적 성공으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를 부도덕한 체제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밀턴 프리드먼은 “탐욕과 무관한 사회조직이 과연 있는 것일까? 사회 조직의 기본 문제는 그 조직 하에서 일어나는 탐욕의 폐단을 최대한 적게 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인데, 자본주의가 바로 그러한 체제” 라고 일축한 바 있다. 모든 체제나 이론들이 그렇듯 시장경제론에도 문제는 분명 있다. 교과서적 시장경제 모델은 시장경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지만 실제 경제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해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 ‘시장 실패’의 이유로 미시경제학자들은 불완전 경쟁, 외부 경제, 정보의 비대칭성, 사회적 불공정 등 네 가지를 든다. 그중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사회적 불공정으로 생각된다. 시장경제 아래에서 소득의 형성은 생산요소의 가격결정을 통해 이뤄진다. 노동의 경우 근면과 교육 등으로 노동능력을 향상시키면 보다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자본이나 토지자산의 경우엔 사용 방법의 개선, 신규 투자 등으로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결정된 소득과 자산의 분배는 생산요소의 사회적 공헌에 대한 보수라고 볼 수 있다. 또 그러한 인센티브가 있기에 노력과 투자, 그리고 기술혁신과 발달이 촉진된다. 그러나 실제의 시장에선 이러한 조건이 성립되지 않을 때가 많다. 개인의 노력이 아닌 다른 이유로 소득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병이나 사고 또는 천재지변으로 소득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상속이나 부동산 투기로 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다. 또 교육이 소득 증가의 조건이라지만 개인의 교육 기회는 본인이 아니라 부모의 소득에 주로 의존한다. “개천에서 용 났다” 는 옛말은 그래서 나온다. 부(富)가 사람들 사이에 균등하게 분포돼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이런 상태하에 시장이 실현하는 소득분배는 결코 공평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시장경제 최대 약점인 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규제 등의 방법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분배 방식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들 간의 이념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 때문에 쉽지가 않다. 정부의 개입은 시장경제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 규제가 타당시되는 경우도 많지만 국민의 경제적 후생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불필요한 정부의 개입이 시장 실패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있다. 시장 실패보다는 정부의 실패가 훨씬 크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규제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정부가 확실하고 필수적 정보 없이 정책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 공무원이 복잡한 기업 경영의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국민생활의 구석구석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힘든 일이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실정을 모르고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는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지금의 부동산정책에 관한 시비도 그 일례다. 둘째로 정부 스스로가 규제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법치주의는 시장경제 운영과 사회 안정에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불법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을 정치적 이유로 엄격히 집행하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정부가 집단이기주의와 노사관계를 다루는 태도에서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셋째로 정부 당국자가 시장경제의 운용 원리를 모르거나 무시한 채 정책을 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때문에 의외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시민을 괴롭히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일례로 옛날에 서울시가 경로 캠페인을 위해 버스회사에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의무화한 일이 있다. 그 결과 버스마다 노인을 태우려 하지 않고 때로는 밀어붙이기도 했다. 심지어 한 노인이 넘어져서 다쳤다는 보고까지 있었다. 차라리 서울시가 세금 중에서 약간의 자금을 염출해 승차권을 사서 동회를 통해 노인에게 나눠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왼쪽부터 노성태 한국경제연구원장, 김광두 서강대 교수,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 손병두 서강대 총장, 남덕우 전 국무총리,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이장규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대표 유럽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정부의 규제가 구조적 실업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유럽의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사람을 고용하기는 쉬워도 해고하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거나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정책은 고용된 사람들의 실업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기업의 신규 고용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결국 유럽과 미국 사이에는 실업률의 차이가 큰 상태다. 1990~2000년 사이의 평균 실업률을 보면 프랑스의 11.1%, 이탈리아의 10.5%, 영국의 8.0%, 독일의 7.9%에 비해 미국은 5.6%에 그치고 있다. 정부 규제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회계층 간의 ‘평준화’다. 그러나 경쟁사회에는 언제나 강자와 약자가 있게 마련이다. 모든 계층과 개인 간의 격차를 평준화할 방법은 없다. 평준화를 강요하면 경쟁적 발전과 향상이 저해된다. 이뿐 아니라 평준화는 약자들의 향상 의지와 기를 꺾게 되기도 쉽다. 그러므로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는 동시에 약자를 보호하는 방법을 별도로 강구해야 한다. 능력과 노력의 차이에서 유래하는 격차는 존중하되 그 외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격차(상속, 투기, 탈세 등)는 좁혀가도록 하는 것이 자유민주 정부들의 공통된 정책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운영에 정부 규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규제는 가급적 적게 해서 경제자유도를 높여야 한다. 또 그 방법에 있어서도 가급적 시장친화적인 방법을 택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이 여러 나라의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얻는 교훈이다.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지적, 사회주의에서 그 대안을 찾는 학자들이 있다. 20세기의 위대한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도 그중 한 명이었다. 1942년에 출간한 유명한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자유주의(Capi 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에서 슘페터는 자본주의가 결국에는 사회주의로 이행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자본주의의 위대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경영 형태가 점점 사회화되고 사람들은 본래 초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러 국가의 사회주의 실험은 그의 예측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회주의 체제에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정부가 모든 재산을 소유하고 계획과 통제로 자원 배분을 결정한다. 옛소련은 70년 동안 이 제도를 실험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붕괴했다. 근본적 이유는 자유와 빵의 문제를 양립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경제를 실시하면 자원은 물론 인적자원도 국가가 관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결과 개인들의 직업, 교육, 거주, 여행, 가정 생활에 관한 선택을 통제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자원을 국가 소유로 하되 자원 배분에 있어선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다는 취지였다. 그 예로 1920년대 소련의 신경제정책(NEP) 과 1950~60년대의 헝가리와 유고슬라비아, 체코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능률과 형평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했던 이들 나라의 실험은 단기로 끝났고 그 결과도 좋지 않았다. 이 체제 역시 인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서 얻은 과실을 자신의 뜻대로 사용하는 권리와 자유가 없으면 인간이 땀 흘려 일하거나 창의를 발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을 입증해 준 셈이다. 위의 이유들로 볼 때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서로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의 장래』에서 자본주의를 매우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러나 결국 그의 결론은 “자본주의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케인스도 자본주의는 “여러모로 대단히 문제가 많은 체제” 이지만, “현명하게 관리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다른 체제보다도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가장 효율적인 체제로 만들 수 있다” 고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관계도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1인 1표제지만 시장경제에 있어서는 적자생존의 경쟁논리가 지배적이다. 경제적 경쟁에 패한 자는 시장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1인 1표이기 때문에 패자들이 단합해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시장경제를 현명하게 운용할 능력이 있는가? 사실상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능을 계속해 왔다. 예컨대 복지국가의 제도를 만든 것은 현실을 무시한 좌익 정치가가 아니라 보수주의 정치인들이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그의 취임 연설에서 “자유사회에서 다수의 빈자를 돕지 않으면 소수의 부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민주적 대의정치가 시장경제를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서로가 말한 대로 “정치 권력으로 시장이 창출하는 불평등을 줄이는 데에는 곡예와 같은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이 같은 여러 정치체제들과 시장경제의 갈등 속에서도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낙관적이었다. 그는 ‘자본’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에 ‘자연적 질서(natural order)’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자연적 질서에는 자기 치유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필경 인간은 자유와 합리를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우월(優越)하는 대안은 없다. 한국이 표방하는 민족통일도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체제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자유민주와 시장경제가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국가 이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도자들은 그것을 힘써 창달하려 하지도 않고 있다. 국민도 국가 이념의 중요성과 그를 위해 어떠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현재 한국 경제가 그나마 돌아가고 있는 것은 시장경제의 강인한 자율기능 덕택일 것이다. 정치 수뇌부와 국민이 국가 이념과 시장경제 원리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계몽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2006.07.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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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선생의 실전 부동산 가치투자⑧] ‘버블 세븐’ 안의 낡은 집 잡아라

산업 일반

지방선거가 끝났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완패했다. 부자들을 대변한다는 한나라당은 앞으로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못할 압승을 거두었다. 투표 결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나자 ‘이번 선거는 참으로 이상한 선거였다’는 말도 나온다. 서민을 위한다는 열린우리당이 서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선거였다.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온 데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일조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정책을 바꿀 의사가 없는 것 같고, 이제 하반기 이후 각종 규제가 현실화된다. 세금폭탄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시대가 이렇게 종말을 고하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나라는 어차피 한정된 국토에 인구는 많다. 아직도 부동산은 유효하다. 정부의 막가파식(?) 부동산정책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여전히 부동산 투자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개발 잠재력은 무궁무진 지난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0%가 재테크의 유용한 수단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전국을 돌며 투기에 앞장섰던 그 많은 떴다방과 복부인들은 어디로 자취를 감추었을까. 은퇴한 것일까. 절대 아니다. 그들의 상당수는 요즘 ‘재테크 종합컨설턴트’ 란 이름을 달고 부동산을 비롯해 채권·펀드 등 종합적인 재테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어도 부동산을 무시하지 못한다. 아무리 정책으로 틀어막고 세금으로 억제하려 해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요즘 나에게도 부동산 투자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 정부가 온갖 정책적 수단으로 부동산 거래를 막고 있다. 하지만 한풀 꺾인 요즘이 부동산 투자 적기다. 이는 아는 사람만 아는 진리다. 돈 되는 진리를 아는 이들이 문의를 해 온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경기도 용인과 성남 구(舊)시가지에 대한 투자 관련 문의를 해온다는 것이다. 역시 부자들은 내게 하는 질문부터가 다르다. 전국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이다, 투기지역이다 해서 꽁꽁 묶어놔도 부자들은 돈 냄새를 맡을 줄 안다. 이 두 지역은 정부에서 말하는 소위 ‘버블 세븐 지역’에 속한다. 부동산 투자 때 한강 이남 쪽을 지향하라는 말은 고전에 속한다. 이는 땅값이 많이 오른 곳, 아파트 가격이 센 곳을 노리라는 말이다. 그런 곳에 먹을 것이 더 많다는 얘기다. 나도 마찬가지다. 설령 버블이 있더라도 버블 세븐 지역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버블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할 기회가 있겠지만, 버블을 신경쓰지 말고 성남과 용인을 눈여겨 보라고 나는 권하고 싶다. 포화상태인 아파트를 보라는 얘기가 아니다. 내 얘기를 좀 정색을 하고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성남, 용인은 대도시로 개발된 지 오래됐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은 강남권 수준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럴 상황이라면 아파트 대신 이 두 지역의 구시가지를 눈여겨보라는 얘기다. 지은 지 20~30년 이상 된 낡은 단독주택과 다세대(연립주택)가 그 대상이다. 요즘 경기도 용인 구시가지에 가 보면, 때아닌 매물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20평짜리 낡은 연립주택이 1억원 넘게 나오고 있으나 매물이 없다는 것이다. 5월에만 연립주택 20여 채를 거래한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지은 지 25년이 넘은 낡은 연립주택의 재건축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일대 연립주택이 바닥이 난 상태”라고 전한다. 물론 이 매물에 관심이 큰 사람들은 용인 사람보다 다른 지역 사람이 대부분이다.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으로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서 용인 구시가지 낡은 집이 오랜만에 투자가치 높은 물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용인 구시가지 쪽은 경전철이 들어오는 데다, 분당에서 죽전을 거쳐 용인으로 연결되는 도로 개설 같은 호재가 많다. 따라서 앞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많이 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지역은 발 빠른 선수(고수)들이 벌써 한바퀴 ‘베팅’을 한 상태다. 이미 매물 중 상당수가 이 고수들의 손을 거쳐가면서, 가격 또한 많이 오른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지금의 가격이라면,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많다. 신시가지 쪽은 최근 수년간 인구가 급격히 늘어 포화상태다. 아파트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1억원대 투자로 33평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구시가지를 눈여겨 볼 만하다. 성남 구시가지도 관심을 끌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성남 구시가지는 재개발로 인한 주거환경 개선과 판교 및 서울공항 이전에 따른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지역이다. 성남 구시가지는 초보운전자들이 운전을 겁낼 만큼 이면도로의 경사가 심하고 좁은 상황이다. 또 주차공간 부족, 낮은 녹지율 등 거주환경이 썩 좋지 않다. 따라서 그동안 분당구를 제외한 성남 구시가지 지역은 그다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성남시 전체가 재개발과 재건축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지역의 개발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지리적 위치도 좋다. 분당과 판교 그리고 송파 잠실권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성남시의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 2005년 말에 공고가 나왔다. 따라서 어느 한 곳이라도 개발이 가시화되고 사업도 진척되면, 성남 부동산시장 전체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인구밀도는 전국 평균의 2배 성남 구시가지는 성남시내 수정·중원구다. 인구 53만5000여 명으로 웬만한 시·군보다 많다. 인구밀도는 ha당 455명으로 전국 평균(220명)의 2배.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주차장 확보율은 수정구가 40%, 중원구는 30%대에 머무른다. 구릉지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건물 사이의 이면도로는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다. 1968년 청계천 일대 철거민 12만여 명이 이주하면서 생겨난 도시여서 계획적인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따라 환경개선 및 재개발에 대한 민원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지역이다. 성남시는 지난해 11월 ‘성남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도심 재개발 사업에 나섰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0년까지 1·2단계 사업을, 2010년 이후 3단계 사업을 추진한다. 총 3단계에 걸쳐 도심재개발사업을 한다는 얘기다. 이미 단대동 등 일부 구역에서는 사업이 시작됐다. 2010년 사업이 완료되는 단대구역과 중동 3구역 등은 평당 1300만~1450만원 선으로 분양가격이 정해졌다. 아직 사업이 시작되지 않은 태평동, 신흥동, 중동, 상대원동 등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성남 도촌지구도 관심 지역이다. 성남 재개발과 동시에 판교를 이을 택지지구로 관심을 끌고 있다. 분당구 야탑동 옆에 있어 분당이나 판교의 기반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서울 도심과의 거리도 20km에 불과해 서울과 가깝다. 내년 상반기부터 5000여 가구가 이곳에서 분양될 예정이다. 성남 구시가지는 서울 강남·서초, 경기도 하남 등과 경계인 데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가 인접해 교통여건이 양호하다. 분당~장지고속도로, 성남대로 등을 이용하면 서울 송파까지 차로 15분이면 진입할 수 있다. 성남 시가지를 지나는 지하철 5호선과 분당선 이용도 쉽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성남 재개발 투자 때에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는 건 금물이다. 단기투자를 목적으로 조급하게 토지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장기적 안목으로 사업 추진에 따른 단계별 가치 상승에 무게를 두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보 투자자들이 갖춰야 할 기본 사항 ■ 남을 설득할 만한 부동산 전문지식을 쌓아라. 그런 실력이면 어디에 가서도 실패하지 않는다. ■ 부동산도 결국 나중에 잘 팔아야 남는 것이다. 마케팅 관련 전문서적을 최소한 월 3~4권을 읽어라. ■ 돌아다니면서 투자 정보를 얻을 때는 친절과 미소는 기본이다. ■ 사람 만나는 즐거움을 느껴라. 돈 되는 정보는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 기본 매너와 예절을 지켜라. 매너가 뛰어나면 돈도 따른다는 것은 큰 돈을 번 부자들만의 노하우다. ■ 부동산 거래 시 상대가 원하는 부분을 빨리 체크하라. 상대가 없는 부동산 거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 유머감각을 키워라. 웃으면 말 그대로 돈이 온다.

2006.06.12 13:30

5분 소요
“해소 못하면 시한폭탄이 된다”

산업 일반

중도우파 지식인의 중심격인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양극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양극화 문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전형적인 선동형 포퓰리즘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에 영합하는 것이 소극적 포퓰리즘이라면, 대중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주입해 바꾸려고 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이며 선동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양극화가 아니라 신 빈곤층의 문제다. 그리고 그 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경제를 성장시키는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해 추진해 나가는 데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간단한 문제지만 정부가 정파적 이익을 위해 계속 이슈화하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지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다. 국민은 답답하다. 누구 말이 맞는지 갈수록 헛갈린다. 같은 현상을 놓고 너무나 다른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와 ‘선진화정책운동’이 벌이는 ‘양극화 갑론을박’도 그런 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관실이 중심이 돼 ‘양극화 특별기획팀’이라는 것을 조직했다. 최근까지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11차례나 ‘양극화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다. 다소 선동적인 글도 있지만 다양한 통계와 데이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양극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도성향의 지식인 모임인 선진화정책운동은 청와대가 글을 발표할 때마다 이에 대한 반박 글을 올리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인 박세일 교수와 서경석 목사, 이각범·나성린·안종범·현진권 교수 등이 모여 ‘선진화정책운동 양극화 특별기획팀’을 구성한 것이다. 이들이 펼치는 장문의 갑론을박을 지상(紙上) 대결로 재구성해봤다. 청와대 특별기획팀(이하 청와대) : 양극화는 ‘사회적 시한폭탄’이자 ‘한국 사회의 늪’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빈곤층과 부유층의 집단적 소모전이 일어날 수 있다. 시골길을 가다가 ‘3㎞ 앞 벼랑’이라는 안내팻말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행로를 미리 바꾸겠는가, 끝까지 가서 벼랑이 실제 있는지 확인해 보고 돌아오겠는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선진화정책운동(이하 선진화) : 청와대의 양극화 문제 제기가 나라를 오도하고 있다. 청와대 주장의 허구성과 선동성이 놀랍다. 사실 ‘양극화’라는 용어는 학문적 근거가 있는 말도 아니며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정치적 선동용어일 뿐이다. 과거 빈곤층이 30%에 육박하고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지금보다 더 심했을 때도 정권이 직접 나서서 호들갑떤 적이 있었나. 청와대 : 여론 주도층(기득권층)이 양극화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것이다. 사회적 양극화 심화라는 내부 모순은 더욱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빈곤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리며 못 본 체 한 것이다. 압축성장 시절 국가 지도자들은 국민을 향해 ‘선 성장, 후 분배’를 외쳤다. 그러나 이후 ‘분배’는 없었다. 돌아온 것은 대량실업이고 빈부격차의 확대였다. 외환위기 사태도 사실은 압축성장의 모델 속에 숨겨져 있던 시한폭탄이었다. 선진화 :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당시 상황에서 봐야지 현재 시점에서 당시 성장전략을 매도하는 것은 문제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득격차는 존재했지만, 국민소득 수준은 향상되고 빈곤은 획기적으로 줄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우리나라는 성장과 더불어 꾸준히 분배정책을 도입해 세계적으로 불평등과 빈곤 문제가 비교적 양호한 나라였다. 오히려 최근 빈곤층을 심화시킨 것은 현 정부다. 그럼에도 이 사회의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적반하장이다. 양극화는 경제 실패로 인한 경제 침체의 결과이지 양극화가 경제 침체의 원인은 아니다. 더욱이 문제의 본질은 ‘양극화’가 아니라, ‘신 빈곤층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선진화정책운동의 논쟁은 문제를 들여다보는 출발점부터 틀린다. 진단이 틀리니 처방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합의를 보기 힘든 싸움인 것이다. 그래서 다음 대선까지 가는 지루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는 전략적으로 양극화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압축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서강학파’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이나 양극화 문제를 총론에서 각론으로 세분류하며, 이슈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청와대 : 압축성장과 양극화 심화는 불균형 전략이 낳은 이란성 쌍둥이 형제다. 두 쌍둥이가 시차를 두고 태어났을 뿐이다. 불균형 전략의 틀 안에서 노동운동(분배)이나 서민생활 안정(복지)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불균형 전략을 성장 지상주의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성장 지상주의자들은 아직도 ‘성장이냐 분배냐’ ‘성장이냐 안정이냐’를 외치며 성장 우선론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불균형 전략의 이론적 배경을 뒷받침해 준 것이 세칭 ‘서강학파’다. 하지만 압축성장 신화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끝났고, 이는 서강학파의 종언을 의미한다. 서강학파를 대체할 새로운 이론이 나와야 한다. 선진화 : 서강학파의 경제이론은 이미 20년 전 효능을 상실했으며 지금 서강학파를 주제로 논란을 벌일 정도로 한국 경제의 사정이 한가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외환위기 사태 이후 우리 경제가 이나마 회복된 원인이 무엇인가다. 외환위기 이후 불완전하나마 민간 중심, 시장 중심으로 경제구조 개혁이 일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회복 기운을 보인 것이다. 시장경제원리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상대적인 소득분배는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경제 기본 원리가 기여에 따르는 차별적인 보상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격차 확대가 곧바로 양극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진화정책운동은 양극화를 이렇게 정의했다. ‘양극화란 대상 집단이 두 개의 집단으로 명확히 구분될 수 있고, 두 집단 사이의 동질성은 강화되면서 격차는 확대돼 가는 과정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계층의 개인, 다양한 규모와 종류의 기업이 존재하는데 이렇게 구성원을 이분화하는 것은 매우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가 제기하는 양극화가 ‘경제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청와대 주장대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면, 그 해결책은 시장경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경제체제를 만들어 경제성장을 이끌고,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경쟁할 수 없는 사회 구성원들도 함께 살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확립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역시 양극화를 해소하는 두 기둥은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이라는 데서는 선진화 측과 일치한다. 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현격한 시각 차이를 보인다. 청와대 : 양극화 문제는 어느 시대, 어떤 나라나 발생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경제·사회적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양극화가 ‘압축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자리가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고용 없는 성장 때문이다. 일자리 마련에는 경제 활성화가 필수적으로 중요하지만, 경제 활성화만으로는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의 일부가 ‘성장 우선’이라는 낡은 신화에 집착하고 있다. 이런 낡은 성장의 함정에 빠져 있는 사이에 사회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선진화 : 양극화의 원인을 왜 과거 탓, 남 탓을 하나. 양극화 시한폭탄은 바로 현 정권이 출발한 2003년부터 불이 댕겨졌다. 외환위기 이후 나아지던 소득분배와 빈곤상태가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2003년부터 다시 악화돼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 기간의 경기침체에 눈을 돌려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경기침체가 소득분배를 악화시키고 빈곤을 심화시킨다는 것은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형상이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양극화 해소책이라는 걸 부정해서는 곤란하다. 청와대 : 사고와 의식구조가 과거 ‘성공의 함정’에 빠져 있다. ‘신화여, 다시 한번’을 애원하고 있지만 허황된 꿈일 뿐이다. 성장과 복지가 같이 갈 수 있고, 같이 가야 한다는 시대 흐름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시장 활력을 강화하는 것과 아울러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작은 정부론’이라는 주문(呪文)을 되풀이하고 있다. 감세론 역시 결과적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약화시키는 위험한 주장이다. 감세정책은 성공할 수도 없지만,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한국 경제를 ‘카지노 경제’ ‘비정한 사회’로 이끌고 말 것이다. 양극화 해소는 잘사는 사람 것을 뺏어서 못사는 사람에게 나눠주자는 단세포적 주장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80%가 활력을 찾지 못하면 상위 20%도 성장동력을 잃게 된다. 복지 예산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신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고 경쟁에서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소외계층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선진화 : 청와대가 아직도 증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아직도 OECD 통계책을 가져다 놓고 우리 조세부담률이 회원국 평균보다 아주 낮다고 말한다. 증세할 여지가 충분히 있음을 애써 강조하고자 하는 것인데, 바깥을 보지 말고 안을 보자. 우리는 어느 OECD 국가보다 세금 아닌 각종 부담금과 같은 준조세 규모가 크다. 준조세를 포함하면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결코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없다. 청와대 특별기획팀은 작은 정부를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에 ‘큰 정부’가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다. 정부 크기를 판단하려면 재정 규모를 비교해 보면 된다. 이때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공기업, 산하기관 등을 모두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양측의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결국 ‘정부 재정’ 얘기가 참지 못하고 튀어나왔다. 정부가 양극화 이슈를 제기하는 목적의 단면이 읽히는 대목이다. 양극화는 존재하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정부며, 정부가 재정이 많아야 하고, 그래서 ‘증세’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는 ‘증세가 필요하나’라는 질문 대신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나’라고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그 말이 그 말이다. 청와대 특별기획팀은 네 번째 양극화 시리즈를 내놨다. 제목은 ‘복지예산,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청와대 : 우리 앞에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 있다. 홍콩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극저출산국 1위다. 고령화도 심각하다. 2004년에 노인인구 비율은 8.5%로 이미 고령화 사회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다. 이대로 가면 국가 노쇠화도 1위다. 아무런 대책 없이 이대로 있으면 우리의 미래 사회와 아이들에게 크나큰 재앙이다.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대책이 필요하면 정책으로 만들고 거기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어내야 한다. 선진화 :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직면할 심각한 문제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에 대해 전혀 이의가 없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복지 지출만 늘리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청와대 : ‘세금 폭탄’이라는 정치적 공세로 미래 대비를 위한 준비와 노력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다면 이것 또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희망한국 21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맹물로 가는 자동차는 없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대책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정부 스스로 최대한 예산 낭비요인을 제거해 재원을 절약하고 과세 투명성도 높일 것이다.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면 어떤 대책이 좋은지 진정 고민해 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의 복지 지출 수준은 국제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GDP 대비는 물론 재정 규모 대비 복지 지출 비중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선진화 : 사회복지 지출을 증가하기에 앞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누누이 강조했듯이 경제를 활성화해 좋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신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노력을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한다. 성장 잠재력이 커지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노력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빈곤 문제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사회복지 지출의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증세와 정부 지출 증대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사회복지 지출을 한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복지 지출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선진화정책운동은 모처럼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데이터를 놓고 논박을 벌였다. 견해 차이는 분명했고 팽팽했다. 선진화정책운동은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 전환”을 주문했고, 청와대는 “복지 지출을 늘리면 성장이 훼손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일갈했다. 즉 ‘복지 투자’는 선 투자인가, 후 투자인가를 두고 기 싸움을 벌였다(세부적인 의견 차이는 ‘표’ 참조). 청와대 특별기획팀은 3월 중순 양극화 논쟁을 총론 차원에서 각론으로 좁혀갔다. 청와대가 첫 번째로 제기한 것은 ‘교육 양극화’였다. 이즈음에 여당 정치인들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방문하면서 “사교육비를 많이 들이는 학생이 좋은 학교에 간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옛날처럼 귀족계급이 생기고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고 교육 양극화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 : 지난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입학률을 보면 교육격차를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이 가정환경임을 알 수 있다. 가계소득 최상과 하위 간 수능시험 점수 차이가 30점이라든지, 교육 양극화를 보여주는 통계들은 많다. 이는 지금 아이들은 결코 시험 점수로 골인 지점이 표시되는 100m 경주에서 같은 스타트라인 위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불공정한 게임이다. 지금은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돼 빈곤층 아이들은 극복하기 어려운 계층적 벽을 느끼며 성장하게 된다. 이와 함께 중산층도 추락에 대한 불안감이 심화된다. 한 번 추락하면 다시 올라올 수 없다는 절박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때문에 이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 과도한 사교육비 투자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양극화가 빚어내는 교육 문제들은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때문에 교육복지정책이 필요하지만 재정의 한계로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서 거의 유일한 사회적 수직 이동 통로로 되어 있는 대학 입시가 교육 양극화, 사회 양극화를 재생산해내지 않도록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조정(지역 균형 선발, 농어촌 특별 전형, 실업계 특별 전형 등)해 나가야 한다. 선진화 : 부자는 좋은 대학 입학, 가난한 자는 좋은 대학 불합격이라는 교육 양극화 등식이 진리라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교육의 문제를 돈이 있고 없음을 기준으로 해서 단순화하는 것은 복잡한 교육의 문제를 올바로 접근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화해와 통합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더욱 조장하고 심화시키는 위험한 언어의 불장난이라 느껴진다. 그러면 지금 청와대에서 양극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분들은 부자로 좋은 대학을 나온 분들인가, 아니면 가난한 사람으로 좋은 대학을 못 나온 분인가? 물론 청와대가 지적했듯이 우리 사회에 교육의 현격한 격차가 존재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교육격차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소외 계층의 자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높여줄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는 얘기다. 청와대 특별기획팀은 일곱 번째 양극화 시리즈에서 드디어 ‘부동산’을 들고 나왔다. 청와대는 부동산을 양극화의 최대 분수령이라고 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8·31 정책이 실패했다는 일부의 지적이 나온 것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8·31 체제를 한번 믿어보라”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보였다. 그래서인지 리포트는 상당히 감정적이었고, 선진화정책운동은 “감정적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가격을 결코 안정시킬 수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 소유의 편중도 문제다. 개인별·가구별 편중뿐 아니라 지역별 편중 문제도 심각하다.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서울, 그것도 강남권에 전국의 70.3%가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 주택 가격이 서민 주택보다 빠른 속도로 오른다면, 곧 부동산 양극화의 심화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자산 양극화는 세대 간 양극화의 가장 큰 요인이다. 자산 양극화가 세대를 이어 확대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바람직한 상태라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현 정부 들어서만 수십 차례 대책을 내놓았고, 날짜가 붙은 정책만도 10·29, 5·4, 8·31 세 차례나 된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이를 두고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등 부동산 시장이 투명화됐고, 부동산에 대한 초과이익 환수체계를 강화했다. 분양가를 낮추고, 공영개발 방식을 통해 임대주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나타나는 지역이나 주택 수를 보면 전체의 2% 미만이다. 8·31 정책이 흔들리지만 않고 시행된다면 5년 이내, 아무리 길어도 10년이면 망국적 부동산 투기라는 표현이 사라질 것이다. 8·31 정책은 실패하지도 않고, 실패하지도 않을 것이며, 실패해서도 안 된다. 선진화 : 부동산의 불평등한 분포가 양극화의 최대 분수령이다.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는 청와대 진단에 대체로 수긍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먼저 부동산 가격 급등 원인은 투기 때문만이라고 매도하기 힘들다. 투기는 주택의 초과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우수한 교육 여건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실수요 자체가 공급보다 항상 컸다. 그리고 강남 지역 집값 상승이 주변 지역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었다. 투기가 집값 불안정의 원인이라는 것은 근본적인 진단이 아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대책들이 제대로 시행만 되면 5~10년 후 부동산 투기가 잡히고,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책임 실패를 호도하는 매우 무책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잘못된 정책을 추진해 놓고 정권의 임기가 끝난 뒤 한참 후에야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양측의 논쟁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선진화운동 측은 “청와대의 새로운 주장이 나올 때마다 논리적으로 따져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싸움수에 말려들어 오히려 양극화 문제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무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논쟁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얘기를 할수록 진위는 분명해진다. 박세일 서울대 교수의 말처럼 “양극화가 정파적 이익을 위한 선동적 포퓰리즘”인지, 노무현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주장하는 대로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인지 이들의 논쟁에서 힌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데나 '양극화' ▶경기 양극화 - 내수경기는 침체하고 수출은 호조. (민간소비 -0.5%, 수출 +31.0%) ▶제조업 양극화 - 기술집약 제품의 수출 호조와 경공업 소비재의 수출 감소. ▶산업 양극화 - IT산업의 생산 증가율은 25.1%, 비 IT산업은 3.0%. ▶업종 양극화 - 부가가치 노동생산 증가율이 제조업은 12.1%, 서비스업은 1.6%. ▶사회적 일자리 양극화 - 월 1인당 최고 인건비 180만원, 최저 인건비 20만원. ▶부동산 양극화 - 강남·송파·서초 지역 부동산 가치가 서울 전체에서 40.1% 차지. ▶영업실적 양극화 - 상위 10개사가 전체 영업실적 69.13%를 차지. ▶여성복 양극화 - 100만원 이상 고가와 1만원대 저가 여성복. ▶계급 양극화 -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계층구도가 뚜렷하게 나눠짐. ▶사회 양극화 - 전체 노동자의 56%인 850만 명이 비정규직. 사회적 차별 극대화. ▶기업 양극화 -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8.2%,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4.6%. ▶직장인 양극화 - 성과주의 도입으로 부서·개인 업무 능력 따라 동기간 연봉 차이 커. ▶문학계 양극화 - 판타지와 무협 등 한국 장르 문학들, 대중은 열광하나 비평가는 외면. ▶한국 교회 양극화 - 신도 수 75만 명 넘는 도시 교회와 10명 미만의 농촌 교회. ▶노동 양극화 - 일자리에 따른 소득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경제 양극화 - 부인부 빈익빈. 서로 다른 집단이나 계층의 형편이 점점 벌어짐. ▶부품사 간 양극화 - 매출액 500억원 기업 수익성은 낮고, 3000억원 이상 기업 수익성은 높음. ▶교육 양극화 - 2005년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강남 출신이 강북 출신에 비해 9배 많음. ▶의료 양극화 - 공공 의료기관 비율 10% 불과. 사회계층별 의료 이용 불평등. ▶음식점 양극화 - 고품격화된 강남의 음식점과 가격 파괴형 중저가 음식점 공존. ▶자동차 시장 양극화 - 그랜저 8304대 판매해 1위, 1위 달리던 아반떼는 판매율 -43.2%. ▶휴가 양극화 - 해외 여행객 700만 명. 해외 휴가를 보내는 사람 늘고 휴가 못 가본 사람도 증가. ▶휴대전화 양극화 - 10만원대 흑백 제품과 60만원대 카메라폰.

2006.04.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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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가는 길 ‘A to Z’…땅 고를 땐 겨울에 가서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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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터를 고를 때에는 반드시 사전에 서류확인과 현장답사를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땅을 고를 수 있다. 사진은 충북 단양군 가곡면 항산리에 있는 전원주택. 단순한 투자 목적으로 땅을 구입한다면 개발계획이나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따져 보아야겠지만 전원주택지로 땅을 구한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지를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현장답사는 필수다. 또 ‘단순 투자’의 몇 배로 꼼꼼하게 챙겨보아야 한다. 경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향을 따지며 주변에 혐오시설이 없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물은 좋은지, 동네 사람들의 인심은 좋은지도 알아보아야 한다. 게다가 그런 땅이 향후 투자가치도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만큼 까다롭게 골라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투자가치도 있고 살기도 좋은 곳을 찾게 되는데 이런 땅을 고르기 위해서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계절마다, 아침 저녁으로 찾아보아야 하고 식구들과 함께 보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완벽하고, 모든 사람이 만족할 만한 땅은 없다. 화창한 모습에 속지 마라 땅을 고르는 것은 결혼하는 것과 같다. 완벽한 배우자가 없듯이 완벽한 땅은 없다. 좋은 점보다 문제가 될 만한 것을 먼저 찾아보고 문제가 없다면 살 만한 곳인지, 향후 투자가치는 있는지 확인해 본다. 땅을 볼 때는 겨울에 보라는 것은 바로 이런 땅의 문제점들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수풀이 우거져 땅의 속살이 어떤지 알 수 없다. 봄이면 새순으로 화장을 한다. 그러나 꽃이 지고 단풍이 떨어져 앙상해진 겨울엔 땅의 속내까지 훤히 보인다. 땅의 생김새가 어떠한지, 가파른 곳은 없는지, 흙은 폭신한지, 눈이 온 뒤 잘 녹는 곳인지, 아니면 너무 추워 겨우내 얼어 있는 곳은 아닌지 등을 알 수 있다. 충북 음성에 전원주택지를 마련한 김명수(46)씨는 여름에 땅을 본 뒤 구입했다 실패한 사례다. 친구들과 계곡으로 휴가를 갔는데 그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 자리에서 동네 아저씨에게 부탁해 땅을 소개받았다. 계곡 옆에 시원한 땅으로 경치가 매우 좋아 몇 번 보지도 않고 서둘러 계약했다. 후회하게 된 건 땅을 구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폭우가 쏟아져 계곡물이 불어나자 계곡에 붙어 있는 땅은 물이 차올라 거의 쓸모없이 변해 버렸다. 게다가 겨울이 돼 숲이 없어지고 본 땅이 드러나자 경사가 예상보다 급해 쓸 만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현장답사를 하면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확인할 때는 서류와 대조해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서류에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현장에서 확인되고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서류에 나타나 있다. 전북 진안에 전원생활 터를 마련한 서승원(56)씨는 서류만 보고 현장을 꼼꼼히 살피지 않아 실수한 경우다. 서류상으로는 아주 좋은 땅이었기 때문에 현장을 찾아 물건만 둘러보고 왔다. 하지만 막상 집을 짓고 살면서 야산을 경계로 그 너머에 개 사육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산책하기 위해 뒷동산에 올라가 건너편을 보든지, 아니면 사람이라도 지나가게 되면 개들이 짖어대 시끄럽다. 계획관리지역이면 건축 가능 땅은 종류도 많고 이용가치와 규제사항도 많다. 그러므로 검토할 서류도 많으며 현장과 충분히 비교해 보아야 한다. 이렇게 확인해야 할 서류로는 토지이용계획확인서·지적도·토지대장·건축물대장·등기부등본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토지이용계획확인서’다. 이 서류에서는 토지의 효용가치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토지의 위치와 지번·지목·면적 등이 표기돼 있고 그 아래쪽으로 12가지 확인사항이 나열돼 있으며 이것은 도시관리계획·군사시설·농지·산림·자연공원·수도·하천·문화재·전원개발·토지거래·개발사업·기타 등으로 구분된다. 첫째 칸에 해당하는 ‘도시관리계획’은 다시 용도지역·용도지구·용도구역·도시계획시설·지구단위계획구역·기타로 나뉘는데 전원주택지를 찾을 때는 용도지역을 눈여겨봐야 한다. 용도지역은 크게 도시지역·관리지역·농림지역·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나뉘고 그 밑으로 9가지 항목으로 세분화되고, 그것들은 다시 21가지 항목으로 분류된다. 이 분류에 따라 땅의 용도와 가치가 결정되며 건축 가능한 시설물의 종류와 건폐율과 용적률이 확정되는데 각각의 내용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는 토지 관련 서적을 통해 자세히 공부해야 한다. 단 이곳에 관리지역으로 표시돼 있고 관리지역에서도 계획관리지역일 경우에는 전원주택을 짓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땅이라고 보면 된다. 그 아래쪽으로 각종 규제사항을 명시해 놓았다. 특정 분야나 시설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로 설정된 지역들이다. 규제사항이 없을 경우에는 ‘해당사항 없음’으로 표기되고, 있으면 항목별로 해당 내용이 표시된다. 표시 내용이 많을수록 규제사항도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들은 어떤 행위를 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가능한 한 ‘해당사항 없음’으로 표기된 땅이 전원주택을 짓는 데 문제가 없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 다음으로 중요한 서류가 토지(임야)대장이다. 토지대장에는 토지의 주소와 지번·지목·면적(㎡)·소유주가 표기돼 있고 아래에는 토지의 등급과 개별공시지가가 표기된다. 만약 건물이 있는 땅이라면 토지대장과 함께 건축물관리대장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건축물관리대장에는 건축물의 용도와 연수·면적·층수·건폐율·용적률·건물 높이·소유주 등이 표기돼 있다. 이들 서류를 볼 때는 지번과 소유주가 서로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간혹 토지와 건물의 소유주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각각 따로 계약해야 하므로 골치 아프다. 지적(임야)도도 챙겨보아야 한다. 지적도를 보면 땅의 모양과 도로 관계를 확인할 수 있고 주변의 땅들도 함께 표기되기 때문에 주변 필지의 상황도 알 수 있다. 특히 지적(임야)도에는 도로가 함께 표기되기 때문에 땅이 도로가 없는 맹지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필지에는 지번과 지목이 함께 표기된다. 또 확인할 서류가 등기부등본이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토지나 건물이 누구의 것인지가 나온다. 투자금언서두르면 당하지만 망설이면 놓친다 전원생활 터전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몇 년씩 투자한다. 땅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그만큼 어렵다. 각종 법률문제가 걸려 있고 부동산정책은 물론 경제정책에 따라 가격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천재지변에 의해서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 땅이다. 전원생활이 목적이라면 주변 환경과 사람들에 따라 땅의 효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신이 아닌 이상 다양한 변수가 있는 땅을, 그 변수들을 모자이크해 정확한 투자모형을 만들어 내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다른 물건과 달리 구입하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커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어렵다. 하지만 비싼 만큼 너무 오래 점검만 하다 보면 싸고 좋은 땅을 놓치게 되고 그만큼 손해 보게 된다. 땅을 구입할 때는 결정의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서두르면 당하고 망설이면 놓친다’는 금언이 땅을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전원생활을 위해 땅을 고르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으로 통한다.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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