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8

NFT 열풍…4년 전 다단계 같던 ‘비트코인 밋업’ 생각 이유 [고란 코인도란]

전문가 칼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2018년 코인판에서 화제가 된 밋업이 있다. 비트코인 다이아몬드(BCD) 프로젝트다. 근래 보기 힘든 ‘좌식’ 행사였다. 한눈에 봐도 나이 지긋한, 잠깐 마실 나온 듯한 차림새의 동네 어른들이 모여 앉았다. 설명이 따로 없었다면 반상회가 열렸나 생각했을 사진이다. 아니, 양복을 차려입은 누군가가 앞에서 설명하는 모양새는 다단계 판매 현장과 더 흡사하다. 관련 사진이 올라간 커뮤니티에는 ‘코인판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게 자괴감이 든다’는 댓글이 달렸다. 코인 시장이 불을 뿜었다 1년 내내 나락으로 갔던 2018년이 그랬다. 버블의 끝자락에서 한탕 해 먹으려는 사기꾼과 시장 초기 진입해 벼락부자가 된 주인공이 나도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모여든 눈먼 투자자가 가득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2022년 NFT(대체불가능토큰) 시장은 2018년 ICO(코인을 통한 자금모집) 시장의 데자뷰다. 넥스트 크립토펑크나 BAYC(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가 ‘이것’이라며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NFT 민팅(발행)이야말로 무에서 유의 창조다. 대박을 꿈꾸며 민팅에 몰리는 투자자들에게 프로젝트 팀이 선사하는 건 ‘방치’다. 민팅을 통해 수십억, 수백억을 모은 뒤 커뮤니티에서 사라진다. NFT는 민팅 가격의 10토막, 100토막이 난다. 그야말로 디지털 먼지가 된다. 이렇게 투자 손실로 ‘참’금융교육을 받고 나면, “코인은 사기”라는 대열에 동참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번은 희극으로. 2022년의 NFT시장 열기는 희극으로 끝날 수 있을까. ━ 국내에서 무슨 일이=국내 최초 디파이 해킹 사고 신고 3일 오전 11시 30분쯤(공식적으로), 클레이튼 기반의 디파이 서비스 클레이스왑(Klayswap)에서 스왑ㆍ예치ㆍ인출 등을 할 때 특정 지갑으로 토큰이 전송된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클레이스왑 측은 트랜잭션 생성을 일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곧바로 긴급점검에 들어갔다. 이튿날(4일) 클레이스왑 개발사인 오지스가 해킹 피해 사실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했다. 국내에서 디파이 해킹 사고 신고가 접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4일 오지스는 사고 보고서를 공개했다. 외부 해킹공격으로 22억원 상당의 코인을 탈취당했다고 밝혔다. 해킹 수법은 ‘보더 게이트웨이 프로토콜(BGP) 하이재킹’이라 불리는 공격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에서 데이터의 이동경로를 설정해주는 라우팅을 악의적으로 조작하는 수법이다. 고속도로의 표지판을 바꿔치기해 차를 범죄의 소굴(해킹범의 지갑)로 인도하는 식이다. 디파이 해킹 사고가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주 솔라나의 브릿지 솔루션 ‘웜홀(Wormhole)’이 3900억원치의 코인을 탈취당했다. 올해 들어 발생한 디파이 해킹 피해 규모 중엔 가장 크다. 지금까지 발생한 디파이 피해 규모 중에서도 두 번째로 크다. 상대적으로 클레이스왑의 피해 규모가 경미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앙화 덕이다. 사고가 발생하자 오지스는 사이트를 닫아버렸다. 당시 서비스를 이용했던 이들 가운데 총 325개 지갑에서 407개의 비정상적 트랜잭션만 발생했다. 오지스 측은 피해보상도 약속했다. 보상 지급에 적용될 사고 기간은 클레이튼 블록 기준 대략 8200만5468~8202만8787 블록이다. 해당 블록 내 공격자 주소로 자산이 전송된 트랜잭션의 ‘From’ 지갑 주소를 대상으로 보상이 진행된다. 보상은 피해 토큰 수량만큼 제공된다. 디파이는 ‘탈중앙화금융’을 의미한다. 중앙화된 주체가 없으니 모든 거래 행위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진다. 게다가 보고서를 뜯어보면 사고의 원인을 전적으로 오지스로 돌리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사고 피해를 막기 위해 서비스 개발사인 오지스가 신속하게 사이트를 막아버렸고, 피해보상까지 해 준다고 한다. 현재 서비스 중인 디파이 가운데 100% 온전한 디파이 서비스가 존재할까. 고수익에 눈이 멀어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가능성과 한계,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의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브로드밴드 보급과 함께 싹 튼 인터넷 게임의 시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꽃핀 모바일 게임의 시대 등에 이어 이번엔 블록체인 기반의 P2E(돈 버는) 게임 대전이 펼쳐지는 모양세다. 컴투스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테라 블록체인 기반 자체 토큰 ‘C2X’를 발행했다(아직까지 국내에서 ICO는 불법이다). 이를 계기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본격 확장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이 궁금한 것은 국내 거래소 상장 여부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 중”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게임사 네오위즈도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오위즈홀딩스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네오플라이는 최근 블록체인 오픈플랫폼 ’네오핀‘의 모바일 앱을 구글 플레이 및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하고 상용화를 시작했다. 올해 1분기 내 클레이튼 네트워크 기반의 P2E 게임을 출시하고 2분기 내 ‘S2E(Service to Earn, 돈 버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 해외에선 무슨 일이=4만 달러 회복, 왜? 비트코인 가격이 4만 달러를 회복했다. 지난달 20일 4만 달러선을 맥없이 내준 후 2주만이다. 비트코인은 6일 오후 7시 현재 4만1000달러(바이낸스 기준)선에서 거래 중이다. 특별한 호재 없이 올랐다. 코인 커뮤니티에서는 “살다 보니 올림픽‘빔’도 있냐”는 말이 돌 정도다. 가격 상승 시점이 공교롭게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시기와 겹쳤다. 왜 올랐을까. 가격 해석은 언제나 사후적이다. 그래도 이유를 만들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술주가 올랐다. 특히 아마존 반등의 수혜가 컸다. 4일 아마존은 월가의 전망치보다 7배가 넘는 주당순이익(EPS)을 발표했다.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13% 가량 급등했다. 아마존이 애플ㆍ마이크로소프트ㆍ알파벳(구글) 등 주가를 밀어올렸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나스닥 기술주와 닮은 꼴이다. 둘째, 첫째와 같은 맥락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 4일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위험자산 취급을 받았던 비트코인도 함께 올랐다. 셋째, 정책적 호재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소규모 비트코인 거래에서 세금을 없애자는 초당적 법안이 제안됐다. 자본이득이 200달러 이하일 경우 비트코인 거래시 세금 의무에서 면제하자는 법안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으로 결제 대금을 치렀다고 해 보자. 현재는 비트코인 결제 때 가격이 구매 당시 가격보다 비싸면 해당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한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코인 소액 결제에 대한 세금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인 매도를 통해 얻은 차익은 거래 규모나 목적과 무관하게 과세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 넷째, 가격과 관계없이 비트코인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기관들의 비트코인 매수도 여전하다. 페이팔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작년 4분기 처음으로 코인 월렛을 사용한 이용자가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최근에도 660개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12만5051개(1월 말 기준)에 달한다. 다섯째, 보통 투자자는 모르는 호재가 있을 가능성이다. 과거 비트코인 가격이 ‘이유없이’ 반등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가격 반등 이후에나 호재가 발표됐다. 특정 세력이 선취매에 나섰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니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레이스케일, 그리고 비트와이즈가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여부 결정을 연기했다. ‘거부’가 아닌 ‘연기’를 호재라고 받아들였을 수 있지만 급반등의 이유로는 부족하다.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비트코인을 매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주 소프트뱅크(8일), 트위터(10일)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IP(지적재산권) 제국으로 최근 NFT 담당자 채용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트디즈니의 실적발표(9일)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여섯째, 가장 강력한 이유다. 가격 반등의 최대 호재는 싼 가격이다. 게다가 바닥을 확인했다고 판단한 이들이 매수세에 나섰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번 조정은 역사적 범위 내에서 벌어졌으며, 비트코인 50% 하락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암호화폐 전문 애널리스트 저스틴 베넷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 부근까지 하락하는 것을 기다리며 저점매수를 노리다가 오히려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들 3만달러 매수 기회를 노리기 때문에 3만달러 부근까지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4만달러 회복의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역시 궁금한 건 앞으로다. 대부분은 횡보를 점친다. 반등세가 추가 상승세로 이어지려면 4만2000달러 부근의 저항선을 돌파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앞서처럼 급락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보인다. 약 19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코인뷰로(Coin Bureau) 소속 익명의 애널리스트 ‘가이(Guy)’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지금 시장은 2018~2019년 ‘크립토 윈터’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날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는 거시적 외부 요인이 주요하다”며 “이는 암호화폐가 투기가 아닌 투자가 가능한 자산군으로 편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긴축에 대한 우려가 디지털 자산 시장 역시 강타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횡보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 위클리 코인=클레이스왑(KSP), 지옥행 열차 탑승인가 클레이스왑 서비스의 거버넌스토큰이 KSP다.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젝트는 서비스 흥행을 위해 거버넌스토큰을 발행한다.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이를 보상으로 준다. 가끔 말도 안 되는 디파이 수익률이 가능한 것은 이렇게 지급하는 거버넌스토큰의 가격이 발행 초기 고공행진을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만든 것 아니냐고 오해를 샀던 클레이스왑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봄 KSP 가격은 고공행진을 했다. 특히, 지난해 3월 말 KSP 스테이킹 서비스 시작과 vKSP 보팅 관련 업데이트가 이뤄지면서 가격 곡선은 가파르게 우상향했다. 업데이트 내용은 이렇다. KSP를 스테이킹 하면 ‘vKSP’(v=vote)라는 토큰으로 투표권을 준다. 스테이킹 기간은 4개월, 8개월, 12개월 등으로 구분된다. 당연하게도 스테이킹 기간이 길수록 보상률(나눠주는 vKSP 토큰 갯수)이 뛴다. 12개월 스테이킹을 하면 보상률은 4배가 된다. 곧, 같은 KSP 수량을 스테이킹 하더라도 기간에 따라 vKSP 획득량이 달라진다. 당시 기준으로 1년을 묶으면 이런 저런 보상을 합쳐 연 200%에 육박하는 수익도 가능했다. 이렇다보니 출시 보름이 안 돼 당시 유통 중인 KSP의 40% 이상이 스테이킹 됐다. 스테이킹 물량이 40%라는 건 주식으로 치면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나올 수 없는 대주주 지분이 40%라는 의미와 같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시는 코인 시장이 한창 타오를 때다. 지난해 4월 12일 기준으로 KSP 가격은 90달러(코인게코 기준)를 돌파했다. 하지만, 이후 코인 시장 자체가 침체기에 들어섰다. 플랫폼 체인인 클레이튼에서 이런 저런 사고가 발생했다. 디파이 서비스 참여를 통해 KSP를 보상으로 받은 이용자들은 이를 스테이킹 하기보다는 받는 족족 내다 팔기에 바빴다. 스테이킹에 따른 기대 수익률보다 가격 하락률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스테이킹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 보상을 받기는 커녕 원금이 깎여 나갔다. 이 와중에 앞서 언급한 클레이스왑 해킹 사고까지 터지면서 KSP 가격은 6일 오후 7시 현재 6달러선(코인게코 기준)에서 거래 중이다. 여기에 4월 초가 되면 1년간 눈물을 머금고 버텨야 했던 스테이킹 초기 물량이 쏟아진다. 당시보다 가격이 10분의 1토막 넘게 났다. 락업만 풀리면 다들 내다팔 생각이다. 바닥 밑에 지하실 있다는 속담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호재가 있다면 반감기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오는 11월 11일경 보상으로 지급되는 KSP의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비트코인의 경우 반감기 전후 가격이 급등했다. 여러 논란에도 클레이스왑이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이용자가 많다. 클레이튼 생태계가 커진다면서 성장의 과실은 KSP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 ━ 이번 주에는 무슨 일이=9일 디지털자산 청문회 미 연준의 긴축 공포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대폭 호조를 나타냈다. 고용 시장이 생각보다 탄탄하다. 긴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3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100%로 본다.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63.4%, 50%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36.6%에 달한다. 연준이 올해 몇 차례나 금리를 올릴 지에 대한 전망도 점차 상향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의 65% 이상이 올해 연준이 다섯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연준의 긴축 공포가 올해 초부터 자산시장에 꾸준히 반영돼 온 만큼 선반영 효과에 자산가격에 실제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역시나 주목할 것은 물가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0일 발표된다. 지난해 12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7% 올랐다. 1982년 6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1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7.2%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비트코인 4만달러 회복의 이유로 언급한 소프트뱅크(8일), 월트디즈니(9일), 트위터(10일) 등이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 역시 시장 부담 요인이다. 코인 시장 내부 이슈로는 9일 열리는 디지털 자산 청문회다. 미국 상원 농업위원회가 개최한다. 앞서, 상ㆍ하원 농업위원회는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 단속을 위해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어떤 권한이 필요한지 정보를 요청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로스틴 베넘 CFTC 위원장이 질문에 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는 코인을 누가 감독할 것이냐를 두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CFTC가 경쟁 중이다. 농업위원회는 분류하자면 CFTC 편이다. 앞서 베넘 위원장은 “지난해 디지털 자산의 60%가 상품 자격을 갖췄다”며, CFTC에 암호화폐 감시 권한을 더 부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필자는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덮어놓고 사도 무조건 먹는’ 시장은, 아쉽지만 지나갔다. 변동성에 리스크 관리가 필수다.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알고란TV 대표 고란 알고란TV 대표

2022.02.07 07:00

9분 소요
가상 부동산 플랫폼으로 내 땅 마련? 환금성이 문제로다

IT 일반

“나 오늘 강남역에 5만원 주고 땅 한 칸 샀어.”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지만 ‘어스 2’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다. 비트코인 등으로 가상화폐가 익숙해진 세상에 가상 부동산이 등장했다. ‘어스 2(Earth 2)’와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를 이용해 가상 세계에서 한정된 땅을 사고 팔 수 있다. 가상 플랫폼에서도 현실 부동산처럼 '투자-개발-수익 창출' 모델이 등장했다. 일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문하고, 일부는 해당 플랫폼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기술 결합이 가능한 점을 미래 장기투자 요소로 삼는다. ━ 가상 부동산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꿈꾸는 ‘어스 2’ 현실판 부루마블이라는 평을 듣는 어스 2는 지난해 11월 호주 출신 개발자 셰인 아이작이 디지털 지도 '맵박스(mapbox)'를 기반으로 만든 가상 부동산 플랫폼이다. 거래하는 토지(타일)는 가상이지만 지불하는 돈은 현금이다. 실제 미국 달러가 사용되며 선불 충전하거나 신용카드 등으로 거래한다. 거래자들은 ‘가상의 지구’에서 10X10㎡ 크기로 쪼개진 토지(타일)를 사고판다. 위성사진 이미지와 동일한 이 가상의 지구는 실제 부동산과 입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어스 2 서비스 초반 타일 가격은 한 타일당 0.1달러로 동일했지만 지금은 크게 올랐다. 3일 어스 2 홈페이지에 따르면 강남 일대는 타일 당 3만257원, 뉴욕은 6만5349원, 두바이는 1만3207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개발자들은 어스 2를 가상과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현재는 땅을 사고파는 것이 전부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철광석, 원유 등의 자원이 있는 땅과 관광지에 건물을 지어 세를 주는 등 소득이 발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어스 2에도 경제 원리가 적용된다. 주식 시장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장기 투자하는 것처럼 어스 2 이용자들은 월드컵 개최 예정지, 천연자원 매립지 등 지역을 찾아 나선다. 백악관, 타지마할, 다이아몬드 광산 등 인기 지역은 선점된 지 오래다.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 급상승 국가의 타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다만 이 가상 부동산 플랫폼으로 실제 수익을 얻을 수 있냐는 물음이 많다. 어스 2는 실제 부동산과 비트코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진다. 현 상태로는 땅이 팔리지 않으면 수익성이 없고 현금화를 위해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기다려야 하는 등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메타버스포럼'을 운영하는 메타포(필명)는 "어스 2에 출금 관련 문제가 있지만 소액 출금도 가능하다"며 "개발자들이 오류를 해결한 가상 마스터 카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스 2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계획 중이다. 지난 5월 26일 어스 2는 “블록체인을 개발 중이며 메타버스에 블록체인 자산을 통합할 것”이라며 “글로벌 AR‧VR 시장은 2025년까지 55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스 2가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디센트럴랜드’ 어스 2에 비해 환금성이 높은 플랫폼도 있다. 어스 2가 실제 존재하는 땅을 기반으로 거래한다면 '디센트럴랜드'는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메타버스 게임이다. 이용자가 콘텐트 및 응용 프로그램 등을 직접 만든다. 또한 디센트럴랜드에서 사용하는 ‘마나(Mana)'라는 가상화폐는 실제로 전자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다. 메타버스 경제가 전자화폐를 토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지난 4월 11일 4만1216㎡의 가상 땅은 57만2000달러(한화 약 6억4000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NFT 분석 사이트인 넌펀저블닷컴(NonFungible.com)에 따르면 디센트럴랜드의 땅인 ‘랜드(LAND)’ 한 개 가격이 2019년 평균 780달러에서 2020년 894달러, 2021년에는 2700달러(한화 약 300만원)까지 상승했다. 디센트럴랜드는 ‘제네시스 시티’라는 광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디센트럴랜드 게임 안에서 구획된 약 9만개의 랜드는 도로와 광장을 제외하고 모두 사고 팔 수 있다. 이용자들은 구입한 랜드에 건축물을 올리고 광고판을 달아 수입을 얻는다. 랜드의 소유권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표준 'ERC-721'을 따라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NFT로 기록된다. 이를 통해 소유권을 블록체인 내에서 입증할 수 있다. 가상 부동산 플랫폼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해당 플랫폼에 디지털 기술이 결합될 것을 주목한다. 실체가 없는 가상세계로 보일 수 있으나 확장, 인공지능 기술 등의 발전으로 현실감 있는 가상 세계의 구현과 활동이 가능해진다면 미래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강지수(24)씨는 “어스 2의 자원이 많이 나오는 땅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비트코인 초기에 투자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디지털 기술이 결합될 메타버스 플랫폼은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 부동산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어스 2에 건물을 세우고 기업 투자가 들어오는 등 유동 인구가 늘면 가치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2021.06.04 14:00

4분 소요
비트코인 4800만원선까지 하락… 악재 이어지나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 5000만원선이 '또' 붕괴됐다. 중국기업의 암호화폐 사용 금지, 일론 '머스크발' 리스크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하며 비트코인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오후 5시 10분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BTC당 24시간 전 대비 4.55% 하락한 4888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5100만원대에 마감한 비트코인은 이날도 꾸준히 하락세가 더해지며 5000만원선이 붕괴됐다. 지난 19일 비트코인은 4700만원대로 하락하며 이달 들어 처음으로 5000만원선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4만달러가 붕괴된 상황이다. 비트코인은 대내외 악재가 겹친 모양새다. 지난 18일 중국에서는 금융관련 협회들이 회원사에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삼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중국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문을 낸 협회에 소속됐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향후 전망이 어두워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의 '트윗질' 여파도 남아 있다. 지난주 머스크는 '비트코인 전량 매도'를 시사하는 트윗 댓글을 달았고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 이후 머스크는 트위터에 “테슬라는 ‘다이아몬드 손'을 가지고 있다”며 분위기를 수습했지만 가격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20일(현지시각)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4월 의사록에서 자산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가 논의됐다는 소식은 시장 불안감을 키웠고 결과적으로, 코인시장 유동성 우려를 키웠다. 다른 주요 코인들도 5~7% 가격이 하락했다. 이더리움은 1ETH(이더리움 단위)당 24시간 전 대비 5.54% 하락한 330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도지코인은 1DOGE(도지코인 단위)당 전일대비 4.57% 하락한 480원에, 리플은 1XRP(리플 단위)당 전일대비 7.38% 내린 138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05.21 17:16

2분 소요
비트코인·이더리움 와르르… 암호화폐 강세장 끝났나

가상화폐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전날을 기점으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을 좌지우지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입김도 큰 효과가 없는 모양새다. 외신들은 암호화폐 유동성 약세가 시장 불안을 더욱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 주요 암호화폐 가격 '뚝' 20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BTC당 24시간 전 대비 2.1% 오른 51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8일 530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전날 4700만원선까지 폭락한 후 소폭 오른 상황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불과 일주일 전 7000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꾸준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머스크가 지난 19일(현지시각)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트윗을 남기며 소폭 올랐지만 전반적으로 가격 하락세를 막지 못한 분위기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테슬라는 ‘다이아몬드 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이아몬드 손은 미 증권가에서 ‘궁극적으로는 수익을 낼 것이니 하락장일 때 팔지 말고 계속 보유하라'는 의미로 쓰인다. CNBC는 '머스크의 트윗이 비트코인 하락세에도 매도하지 말고 버티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최근 강세를 보였던 이더리움도 300만원대로 하락했다. 오후 2시 기준, 이더리움은 1ETH당 24시간 전 대비 0.24% 하락한 334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18일 400만원대였던 이더리움은 전날 300만원선 초반까지 시세가 떨어졌다. 18일 500원대 후반이었던 도지코인도 전날 하락폭이 커지더니 이날 오후 2시 기준, 450원대로 하락한 상태다. 리플도 이틀 전 1900원대 후반에서 현재 1400원대로 약 30% 하락했다. ━ 상승장 끝났나 이처럼 상승세를 거듭하던 암호화폐들이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유동성 약세'가 시작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암호화폐 강세의 기반인 엄청난 유동성이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했다”며 “투기와 위험 선호의 전형인 비트코인 가격 급락은 지금이 위험을 피해야 할 때라는 점을 알려준다”고 전했다. 또한 이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4월 의사록에서 자산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가 논의됐다는 소식도 시장 불안감을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암호화폐 가격 하락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테슬라로 대변되는 기술혁신 사이클 부상과 더불어, 비트코인 역시 주목을 받았다"며 "이에 비트코인 가격과 기술혁신 관련 주가들이 동반 상승하는 동조화 현상이 강해졌지만 최근에는 다소 약화됐다"고 밝혔다. 암호화폐와 여타 자산시장간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패닉 현상이 곧바로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어 "암호화폐 시장의 패닉 현상이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추세적으로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일부 자금이 주식시장 등 다른 위험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05.20 14:33

2분 소요
‘집단사고’가 클라우드 무너뜨린다

IT 일반

블록체인은 신원·상품의 안전한 인증과 완벽한 개인정보 보호로 일상생활 크게 바꿔놓을 듯 블록체인을 두고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자자하다. 2022년이 되면 업계가 블록체인에 지출하는 비용이 약 110억 달러(약 12조 3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블록체인은 해킹이나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업계가 그처럼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일반적인 온라인 플랫폼에선 거래마다 수수료를 떼가는 ‘믿을 만한 중개인’이 반드시 있지만 블록체인은 중개인이 전혀 필요 없는 구조다. 아울러 서로 연결된 컴퓨터의 ‘집단사고’로 구글·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통제하는 거대 컴퓨터 시스템(그 전체를 ‘클라우드’라고 부른다)을 와해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우리 일상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 정확히 알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 하지만 일부 시험적인 사업을 보면 상당한 혜택이 따를 듯하다.내 개인정보는 내가 통제한다.스타트업 유포트(uPort)는 사용자가 디지털 응용프로그램(앱)에 로그인할 때 본인임을 인증해주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중요한 점은 블록체인(이더리움) 기반으로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승인하지 않았을 경우 그 앱이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부동산 투자에도 중개인이 필요 없다.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컨센시스(ConsenSys)의 계열사 메리디오(Meridio)는 블록체인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기록함으로써 부동산 소유권을 주식처럼 나눠 사고팔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을 개발한다.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사용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다.기그 경제의 일자리를 만든다.홍콩의 가상화페 거래소 게이트코인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위한 가상 게시판을 제공할 예정이다. 소규모 프로그래밍 프로젝트와 프리랜서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작업이 끝나면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로 수고비를 자동 전송해준다. 자동 집행되는 ‘스마트 계약’이라는 뜻이다. 컨센시스의 론 개릿 이사는 “인력과 일자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짝지워줌으로써 근로자가 실질적인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근로자는 더 많은 일자리와 업종을 옮겨다닐 수 있을 것이다. 하루 8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표준 근무를 택하지 않는 근로자가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 그들은 수시로 옮겨다니며 그런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그 경제를 찾아나설 것이다.”뮤지션이 소비자에게 직접 음원 판매한다.영국의 스타트업 우조(Ujo)는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 기법을 이용하는 이더리움 기반의 음악 유통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사용자가 음원을 구매하면 저작권료는 곧바로 프로듀서와 작사가, 엔지니어 등 곡 생산에 관여한 전문가들에게 자동 배분된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튠스, 스포티파이, 판도라 같은 중개 서비스를 건너뛰고 아티스트가 소비자에게 직접 음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공급사슬을 추적한다.IBM과 컨센시스는 공급사슬에서 상품을 추적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을 제공한다. 소재·부품 공급업자부터 제조사를 거쳐 완제품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분실된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분쟁도 즉시 해결할 수 있다.상품을 인증한다.IBM과 컨센시스는 특정 상품이 적법한 출처에서 나온 것인지 블록체인을 사용해 확인해주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에버레저와 IBM은 인공지능을 블록체인 플랫폼에 통합함으로써 다이아몬드 유통 과정을 혁신했다. 이 서비스는 특히 유엔 결의를 이행할 수 있도록 분쟁·테러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불법 다이아몬드(‘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확인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컨센시스는 불법 어업과 인권 유린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으로 세계자연기금과 손잡고 태평양에서 포획되는 참치를 추적한다.- 애덤 피오르 뉴스위크 기자

2018.11.19 08:46

3분 소요
우편 서비스도 블록체인으로

IT 일반

미국 우정청의 신원·공급사슬·기기 관리와 금융 서비스 분야에 활용 검토… 독자적 디지털 화폐 ‘포스트코인’ 개발도 미국 우정청(USPS)은 최근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 응용을 검토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급사슬 서비스와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를 개선하고 독자적인 디지털 통화를 개발하기 위해서다.‘블록체인 기술: 미국 우정청을 위한 가능성 모색(Blockchain Technology: Possibilities for the U.S. Postal Service)’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블록체인 기술 전문지식을 가진 컨설팅업체 스위스 이코노믹스가 작성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USPS는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금융 서비스의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을 실험함으로써 단기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보고서 저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신원 관리, 공급사슬 관리, 기기 관리, 금융 서비스라는 USPS의 4개 사업 분야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블록체인이 비트코인 거래를 인증하고 기록하는 메커니즘으로 처음 사용된 이래 가장 큰 관심을 끈 분야가 금융 서비스다. 블록체인은 한마디로 분산된 거래장부다. 모든 거래 기록을 중앙 결제소(은행이나 금융사)가 아니라 해당 네트워크의 사용자 각자가 보관하기 때문에 신뢰가 검증된 제3자의 중개자를 거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거래가 훨씬 더 빨리 진행되고 비용은 더 싸다.보고서에 따르면 USPS가 비트코인과 유사한 독자적인 디지털 통화 ‘포스트코인’을 개발하면 기존의 환전 서비스를 확대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USPS는 공공 블록체인 플랫폼에 가입하거나 처음부터 단독 블록체인을 만들 수 있다(직접 만들 경우 관리하기가 더 쉽다). 그런 새로운 디지털 화폐는 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보고서는 ‘포스트코인의 유연성과 편리성을 바탕으로 전자 송금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대할 수 있다’고 그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블록체인 개발자들은 지금까지는 금융산업 개선에 초점을 맞췄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아주 다양한 부문에서 그 혜택을 응용하려는 관심이 크게 늘었다. 다이아몬드 판매 추적, 미술품 출처 입증, 부동산 등기 등이 그 예다.USPS도 금융 서비스 외 다른 분야로 블록체인 활용을 확대할 수 있다. 그중 한 분야가 기기 관리다. 보고서는 그 시스템을 ‘우편 사물 인터넷(Internet of Postal Things)’으로 불렀다. 우편함에서 우편트럭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고 네트워크에 현재의 상태를 자동으로 통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어 차량이 브레이크 패드의 작동을 관찰해 언제 마모될지 판단하고 그 부품의 보증 기간이 유효한지 확인하며, 제조사와 계약해 부품을 교체한 다음 부품과 서비스에 요금을 지불한다. 그 과정이 전부 자동으로 진행된다.’이처럼 예상을 바탕으로 하는 보수유지는 다른 산업에서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입증했다. 스위스 이코노믹스는 USPS가 ‘우편 사물 인터넷’ 시스템을 도입하면 우편트럭 운행 비용의 7%를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기술이 응용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신원 관리다. 각 개인의 신원을 블록체인에 보관하는 시스템이다. 신원 관리는 USPS가 다른 기관을 대신해 제공하는 서비스(예를 들면 국무부의 여권 발급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마지막으로 보고서는 모든 우편물이 경유한 곳을 더 쉽게 확인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라고 USPS에 권고했다. ‘각 우편물에 센서를 부착하면 경유지를 추적할 수 있는 동시에 요금 지불과 통관을 위한 스마트 계약을 수행할 수 있다.’ 그에 따라 비용을 절감하고 배달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유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줘 분쟁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현재 이 시스템은 가장 잘 알려진 공공 블록체인 플랫폼인 이더리움(Ethereum)에서 시험 중이며 고가 우편물 배달에 먼저 시행된 다음 효과가 검증되면 나머지 서비스로 확대될 전망이다.- 데이비드 길버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6.06.06 10:44

3분 소요
블록체인 혁명은 시작됐다

IT 일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조하면서 우버나 페이스북의 대안도 될 수 있어 2016년의 블록체인(blockchain)은 1993년의 인터넷과 같다. 당시 우리는 인터넷이 뭔지 잘 몰랐지만 곧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게 됐듯이 지금은 온라인 보안기술 블록체인을 우리 대다수가 잘 모르지만 앞으로 10년 뒤면 세계가 그것 없이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 의아해할 것이다.요즘 흥미로운 블록체인 기반 업체들이 속속 등장한다. 누구나 은행직원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회사, 특정 다이아몬드를 소유한 적 있는 모든 사람을 추적해주는 회사(시에라리온 등 분쟁 지역에서 무기 조달에 사용된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아닌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등등. 심지어 블록체인 개념은 앞으로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나 SNS 페이스북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블록체인은 원래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이다. 사용자의 개별적인 컴퓨터 수천 대 아니 수백만 대가 교차 추적할 수 있도록 전부 서로 연결된 아주 정교한 분산 거래장부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엔 실무자나 책임자가 따로 없다. 인터넷을 장군(예를 들면 ‘아마존 장군’ ‘구글 장군’ 등)이 통솔하는 군대에 비유한다면 블록체인은 개미 군단이다. 각각이 전체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정해져 있고 주어진 역할을 정확히 수행한다. 블록체인의 원대한 약속은 비트코인을 훨씬 넘어선다. 인터넷의 활용이 최초의 온라인 정보 서비스 컴퓨서브를 훌쩍 뛰어넘은 것처럼 말이다.1993년만해도 인터넷이란 단어를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선견지명 있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같은 사람은 인터넷이라고 부르지 않고 다가오는 ‘정보의 슈퍼 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 시대라는 개념을 설파했다. 그때 외진 곳(일리노이대학 어배너-섐페인 캠퍼스)에서 몇몇 학생이 최초의 웹 브라우저를 만들었다. 2년 뒤 포털 서비스 야후가 등장했다. 당시는 페이스북, 매치닷컴(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위키리크스 또는 밈(meme, 재미난 말을 넣어 온라인에 올리는 그림이나 사진) 같은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그때 겨우 아홉 살짜리 초등학생이었다.그러나 그 후 10년 동안 일어난 기술의 폭발과 와해를 생각해보라. 인터넷은 우리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따라서 1980년대부터 기술에 관한 책을 쓰고 기업체들에 자문한 세계적 IT 미래학자인 돈 탭스콧(탭스콧 그룹 회장)이 블록체인을 두고 제2의 인터넷이라고 말했다면 그게 무슨 뜻일지 잘 생각해보라. 그는 “과거의 1세대 인터넷은 정보 교환에 그치고 가치 교환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차세대 인터넷은 블록체인 기술로 전 세계 수십억 명을 글로벌 경제 시스템으로 통합시키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정부와 은행 등 전통적인 기관들이 규정하는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물론 탭스콧 회장은 ‘블록체인 혁명(Blockchain Revolution)’이라는 새 책을 썼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비트코인의 초기 사용자였던 배리 실버트(세컨드마켓 CEO)는 지난해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개조할 수 있는 회사들에 투자하기 위해 디지털 커런시그룹을 세웠다. 벤처 자본가들은 지난 1분기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1억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지난해 4분기 투자금 2600만 달러와 비교해보라). 구글에서 ‘블록체인’ 검색도 32% 늘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흥미로운 초기 응용이었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비트코인보다는 블록체인이 네트워크에서 뭔가의 디지털 진본은 단 하나뿐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 기술이 가장 먼저 응용된 게 가상화폐였다. 밈을 만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복사해 전파하기를 기대하지만 화폐를 만들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 돈을 줄 때 복사본을 갖고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블록체인이 발전하면서 정보와 콘텐트를 온라인에 올리는 인터넷 대신 현재 우리가 회계사나 은행, 변호사, 정부에 맡기는 신뢰 인증 절차를 사실상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에 있는 모든 것(돈, 권리증, 사람 등)이 진품이며 세계의 모든 사람이 그 가치에 동의한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탭스콧 회장은 “모두에게 거래 내용을 공개해 거래 당사자간 신뢰 인증이 필요치 않는 ‘디지털 블록체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시대가 열리면 거래 당사자간 신뢰가 시스템 자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전통적인 거래 당사자간 신뢰 인증은 필요없다는 설명이다.더 좋은 점은 블록체인에 있는 모든 것이 디지털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화폐는 그것을 사용한 모든 사람을 추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 계약서는 의뢰한 일이 완수됐는지 자동으로 파악하고 중개인 없이 대금을 지불하고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에 있는 음악은 재생되기 전에 요금 지불을 요구할 수 있다(그럴 경우 아이튠즈나 스포티파이를 거치지 않고 아티스트에게 직접 돈을 보낼 수 있다).곧 블록체인의 진정한 응용을 보게 될 것이다. 실버트 CEO는 다이아몬드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에버레저(Everledger)’에 관해 얘기했다. 먼저 에버레저의 소프트웨어가 가공된 다이아몬드의 40군데를 측정해 디지털 지문을 만든다. 똑같은 다이아몬드는 없다. 그때부터 블록체인은 해당 다이아몬드의 소유 이전 경로를 기록하고 인증받는다. 아무도 변경할 수 없다. 따라서 특정 다이아몬드의 합법적인 출처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블러드 다이아몬드’이거나 장물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탭스콧 회장이 말한 ‘아브라(Abra)’는 전 세계의 개인에게 송금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버처럼 한쪽엔 가상 은행원이 있다. 다른 한쪽엔 사용자(예를 들어 필리핀에 있는 어머니에게 송금하려는 이민자)가 있다. 사용자는 지도와 비슷한 앱을 사용해 가장 가까이 있는 가상 은행원을 찾아 만나기로 약속한다. 사용자가 은행원에게 돈을 건네면 은행원은 자신의 계정을 이용해 그 돈을 아브라의 블록체인 시스템에 넣는다. 필리핀에선 사용자의 어머니가 비슷한 방식으로 은행원을 찾으면 그가 송금된 돈을 현지 화폐로 환전해 지급한다.이런 시스템은 은행을 사용하지 않아 송금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비용도 은행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싸며, 거래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즉시 이뤄질 수 있다.앞으로 더 많은 블록체인 응용 서비스가 쏟아질 것이다. 탭스콧 회장에 따르면 우버의 블록체인 버전은 스스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차와 탑승자를 연결하고 인증하며 자동으로 요금을 받아 분배함으로써 운전자가 우버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우버 운전자들이 대거 그쪽으로 몰려갈 게 뻔하다.페이스북 제국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탭스콧 회장은 말했다. 페이스북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페이스북에 공짜로 넘기는 개인 정보에서 나온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우리 각자가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해 모든 활동을 하지만 개인 정보는 전부 개인 디지털 금고에 보관된다. 페이스북이 우리의 개인 정보를 원한다면 돈을 주고 사야 한다. 페이스북으로선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농부가 갑자기 햇빛을 돈 주고 사야 한다면 어떻게 작물을 재배해 판매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아직은 블록체인이 몰고올 충격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머지않아 우리 대다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조차 없어질 것이다. 과거 인터넷이 보편화된 뒤 TCP/IP나 HTML에 관해 몰라도 상관없었듯이 말이다. 블록체인 응용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 저절로 이해될 것이다.지금쯤 어디엔가 블록체인이 가져다 줄 절호의 기회를 잡아 제2의 저커버그가 될 아홉 살짜리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것이다.-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 블록체인이란? 온라인 금융거래에서 해킹을 막는 기술을 말한다.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가명)가 2008년 비트코인 거래의 조작 불가능한 기록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한 분산 온라인 거래 장부다. 금융업계 다수는 블록체인 장부가 비트코인의 가장 매력적인 측면이라고 믿는다. 거래를 인증하는 은행이나 교환센터 같은 중개인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중앙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지만 블록체인은 누적된 거래 내역 정보가 특정 금융회사의 서버에 집중되지 않고 온라인 네트워크 참여자의 컴퓨터에 똑같이 저장된다. 실제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 정보가 기록된 블록(block)을 생성해 모든 사용자들에게 전송하고, 이 블록의 유효성을 대조해 인증되면 기존의 블록에 연결한다. 이렇게 계속 생겨난 블록을 연결한 집합이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확정된 모든 거래 정보를 담은 거대한 금융 장부인 셈이다. 추가적인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한다. 장부 자체가 인터넷에 개방돼 있고 수시로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위조나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고객 데이터베이스 유지 보수와 보안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이 기술에 비상한 관심을 갖는다. 그 외에도 부동산 권리증 교환부터 온라인 투표까지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2016.06.06 10:40

6분 소요
MICRONATIONALISM - “나는 왕이로소이다”

산업 일반

얼마 전 미국 버지니아주에 사는 제러마이어 히튼이라는 한 남자가 아프리카에 가서 주인 없는 땅에 깃발을 꽂고 자신을 왕으로, 딸을 공주로 선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그러나 히튼 자신은 아주 진지하다. 배고픈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농업 연구에 그 땅을 사용하겠으며, 서버팜(한 곳에 집단으로 설치된 컴퓨터 서버군)을 설치해 온라인 사생활 보호의 지상 낙원을 만들고, 유엔 옵서버(정식 의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회의장에 출석하거나 유엔 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국가) 지위를 신청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고매한 이상이다. 하지만 그런 일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 없다(심지어 그가 진짜 아프리카에 다녀왔다는 증거조차 없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동참하려고 기부자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확신한다.그의 대망은 딸 에밀리가 지난 겨울 집에서 놀고 있을 때 우연히 시작됐다. 히튼(아들 저스틴과 칼레브도 있다)은 에밀리가 이렇게 말했다고 돌이켰다. “아빠, 내가 진짜 공주가 될 수 있을까?” “부모로서 아이에게 ‘될 수 없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히튼은 뉴스위크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자신이 언젠가 공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딸아이에겐 큰 의미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물론이지. 넌 언젠간 진짜 공주가 될 거야’라고 말해줬다.”히튼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 늦긴 했지만 지구상에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는 주인 없는 땅”을 찾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로 지목된 곳은 남극 대륙이었다(그 대륙의 약 3분의 1은 주인이 없다). 그러나 그곳의 땅 매입은 국제협약으로 금지돼 있다. 그는 태평양도 샅샅이 살폈다. 하지만 그곳의 모든 땅은 주인이 있었다.그러다가 히튼은 라틴어 용어로 ‘terra nullius’라 불리는 곳을 우연히 발견했다(그는 광산보안 전문회사를 소유한다). 국제법상 어떤 국가도 주권을 갖지 않은 무주지(無主地)를 뜻한다. 이집트와 수단의 국경 지대에 있는 2060㎢의 사막지대인 비르 타윌이 바로 그곳이었다. 히튼은 그곳이 아무도 주권을 주장하지 않는 유일한 땅이었다고 말했다. 그 지역에 걸쳐 있는 이집트와 수단 중 어느 나라도 1902년 이래 그곳의 주권을 주장하지 않았다.뉴스위크는 히튼이 실제로 아프리카 동북부에 다녀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언자를 수소문했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다. 아무튼 그가 자신의 새 왕국이라고 주장하는 곳에서 찍은 사진에서 입은 청색 셔츠와 카키색 바지는 집에서 국기를 펼쳐놓고 에밀리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 그가 입은 옷과 같았다.사진에서 그가 서 있는 배경의 바위투성이 사막은 미국 애리조나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히튼은 뉴스위크 기자에서 자신의 여행 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독일 뮌헨으로 간 뒤, 거기서 이집트 카이로로 갔다가 후르가다를 거쳐 남쪽의 마르사 알람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그곳은 지구상에서 아무도 원치 않는 먼지투성이 오지”라고 히튼은 말했다. 석유도, 물도, 금도, 다이아몬드도 없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다. 너무 구석진 곳이라 베두인족도 다니지 않는다. 히튼에겐 이 땅이 백지 상태에서 왕국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그곳을 ‘북수단 왕국’으로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히튼은 미국에서 두 차례 의원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어쩌면 그 경험은 그가 완전히 비미국적인 ‘군주’라는 새로운 신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는 비르 타윌에 가서 청색 바탕에 별 네 개와 노란 왕관을 새겨 넣은 깃발을 꽂고 왕국임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국제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북수단 왕국의 국적을 둘 다 유지할 계획이며, 만약 ‘조국’인 미국이 자신에게 시민권 포기를 요구한다면 바로 그것이 북수단 왕국을 공식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자신은 기꺼이 미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히튼은 새로 얻은 땅을 농업 과학과 재생에너지 기술의 실험장으로 바꾸고 싶어한다.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다. 그는 그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세계인들의 사랑과 너그러움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미천한 출신의 겸허한 왕으로서 다른 군주들은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과시하지만 그와 달리 나는 군주의 지위를 이용해 우리 세상을 실질적으로 바꿔 그것을 나의 유산으로 만들고 싶다.”비르 타윌이 천연자원이 없는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북수단 지역을 농업의 중심지로 만들 수 있다면 이곳의 가뭄을 극복할 수 있다. 물과 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면서 이 지역에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그의 북수단 왕국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과학”을 국가 좌우명으로 정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도 있다. 그는 식량안보가 북수단 왕국의 인권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하지만 아직은 그곳에 아무도 살지 않고 있으며 한동안 그럴 것이다). 다른 세 기둥은 에너지 효율성, 디지털 자유, 재정의 자유다. 첫 두 가지(식량안보와 에너지 효율성)는 자녀들이 관심사이고 나머지 두 가지(디지털 자유와 재정의 자유)는 그 자신의 프로젝트라고 히튼은 말했다.“아버지인 동시에 왕으로서 나는 중요한 결정을 홀로 내려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과 유사한 통화를 만들어 곧 온라인에 도입할 계획이다. 그의 왕국이 디지털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미국이 국민과 이웃나라를 감시하고 정탐하기 때문이다. 히튼은 자신의 왕국을 온라인 사생활 보호의 지상 낙원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미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언급을 게재하고 있다.“외부의 모든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서버팜을 내 왕국 안에 만드는 게 목표”라고 히튼은 말했다. 또 정보를 비공개로 저장할 수 있고 검열이 전혀 없는 공개 포럼에서 모든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사실 우리 세계는 그런 능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디지털 권리가 사방에서 공격 받고 있기 때문이다.”히튼은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 고통과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의 계획이 버지니아주의 신문에 처음 보도됐을 때 시사 해설자들은 그를 ‘식민주의자’로 낙인찍었다. 그는 그 말을 가장 싫어한다.“식민주의라는 용어를 이해하려면 그 정의부터 알아야 한다. 한 나라가 경제적인 이유나 주민을 착취할 목적으로 다른 나라나 지역을 점령하는 것이 식민주의의 정의다. 나는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는다. 나는 미국 국민이라는 사실 외에는 어떤 기준으로도 미국을 대표하지 않는다. 또 아프리카의 이곳은 기존의 나라가 아니며 인구도 없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기존의 개념으로 규정되지 않는다.”히튼은 자신을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백인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인종도 성별도 따지지 않는다. 사랑만 따진다.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 굶주림은 인종이나 신조를 가리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내 마음이 올바르고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올바르다. 따라서 결과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왕국을 건설하는 것은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점령하는 게 아니다.”이제 그의 왕국은 주변국 정부들의 승인을 받고 유엔 옵서버 지위를 얻어야 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는 이미 유엔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그러나 뉴스위크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당분간 그의 “작전 기지”는 미국이 될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하나의 국가를 건설하는 일은 “아주 흥미롭고, 오래 걸리고, 당연히 힘든 과정일 것”이라고 히튼은 말했다. 물론 그런 왕국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말이다.

2014.07.22 17:48

5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