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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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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태아이스크림 물류도, 빙그레 ‘제때’로 넘어갔다

산업 일반

빙그레가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를 담당하는 업체가 빙그레 오너 3세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회사 ‘제때’(Jette)로 변경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때가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까지 맡으면서 실적 개선은 물론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빙그레가 2020년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노린 빙과시장 ‘빅2’ 점유율 뿐 아니라 물류망 통합이라는 본격 시너지 내기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제때 몸집 불리기라는 특명도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복안이다.해태아이스크림 물류도 품고…지난해 매출 최대치 전망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에 따르면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 담당 업체는 2022년 1월부터 100% 제때 물류로 전환됐다. 그전까지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는 현대글로비스와 CJ대한통운이 담당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 수익까지 더해지면서 제때는 지난해 최대 매출을 경신한 것으로 전망된다. 제때의 2022년 매출 추정치는 29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700억원 증가했다. 박창훈 해태아이스크림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지난해 초 100% 제때 물류와 통합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서 “(통합 전에는)기름값까지 다 더해서 100억원 정도의 물류비를 (타업체에) 지출했다”고 밝혔다. 제때가 냉동 물류체인 전문 기업인 만큼 빙그레와의 시너지, 물류 효율화 차원에서 진행된 통합작업이란 설명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공통적으로 노린 시너지 효과에 마케팅, 사업 전략 등이 있듯이 공동물류비도 그 중 하나 였던 것”이라며 “냉동 콜드체인을 가지고 있는 대형물류가 마땅히 없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이스크림의 물류는 제조 원가보다 중요하다. 냉동창고를 필수적으로 이용해야하는 특성상 물류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다. 빙과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업은 제조원가보다 냉동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 이동하는 비용 등 간접비가 많이 드는 구조”라면서 “물류를 활용해 제품을 빨리 순환시키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물류회사를 관계사로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물류 통합으로 제때의 이익이 그만큼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때는 활발한 내부 거래를 통해 외형 성장을 거듭해 온 계열사다. 여기에 오너3세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전형적인 오너 곳간으로 통한다. 제때는 현재 빙그레 김호연 회장의 3남매 중 김동환 빙그레 본부장이 33.34%, 올 초 해태아이스크림에 입사한 김동만 전무가 33.33%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때 빙그레에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다 결혼과 함께 직을 떠난 장녀 김정화씨도 33.33%의 지분이 있다. 몸집 키우는 제때…승계 밑그림일까 지난해 제때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 금액 중 해태아이스크림 물류 통합으로 약 150억원, 빙그레 발생 매출로 약 90억원, 나머지는 제3자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전체 매출을 놓고 보면 빙그레로부터 발생한 비중은 26%로 거래액은 754억원 정도다. 150억원인 해태아이스크림 물류 매출은 약 5%의 비중을 차지한다. 내부거래 비중은 하락 추세라는 게 빙그레 측 설명이다. 한 때 내부거래 비중이 90%가 넘었지만, 그 비율을 계속해서 줄여왔다는 것이다. 2015년 43%로 내부거래율을 줄였고 2020년 26%까지 떨어졌다가 2021년 매출액 2290억원을 기록하면서 29%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제때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매년 증가 추세다. 제때와 빙그레의 매출 거래 규모는 2007년 289억원에서 2016년 411억원, 2017년 456억원, 2018년 509억원, 2019년 549억원, 2020년 589억원, 2021년 675억원, 2022년 754억원(추정치)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논란 후 내부거래 비중을 계속해서 줄여오는 노력을 해왔다”면서 “1년 새 제때 매출액이 늘어난 것은 (해태아이스크림 물류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있다. 빙그레 발생 매출 비중은 오히려 줄었고 쿠팡이나 이마트·SSG닷컴 등과 거래하며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 입장에서 제때는 사업적으로도 승계를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도가 높은 계열사”라며 “앞으로도 내부거래 비중 30%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매출 파이를 키우고 제때의 실탄을 확보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보가 결국에는 제때를 승계 발판으로 삼는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제때에 일감을 지원해 몸집을 키우고, 삼남매의 빙그레 지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물류 통합작업을 통한 시너지가 예상되고, 차남 김동만 전무가 해태아이스크림에 입사하는 등 굵직한 변화가 이뤄진 만큼 두 아들에 대한 승계 작업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기업분석 전문가는 “오너 개인회사에 빙그레 계열사들이 일감을 줘서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은 승계 기반을 마련하는 행위”라면서 “그 전에 쓰던 물류회사 계약을 끊고 왜 제때와 계약을 했는지, 새 물류회사가 전 회사보다 조건이 좋았던 것인지 등 타당한 이유가 없다면 당연히 승계와 연관된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제때의 매출이 증가한 것과 경영권 승계와 큰 상관관계가 없다”며 “내부거래 비중이 오히려 줄고 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23.03.13 08:00

4분 소요
'경계 허물고 살림 합치는' 유통기업들…‘달콤한 동거’ 시작

산업 일반

업종별 업태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유통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는 금융업에 진출하고 편의점에서는 택배 서비스, 은행 업무와 항공권 결제까지 가능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오프라인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등 유통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업계는 계열사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전략으로 삼고 생존을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 “기존 틀 벗어난 변화 필요”…1위 자리 굳힌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계열사 합병 사례로는 롯데제과가 있다. 지난 6일 롯데제과는 자사와 롯데푸드의 합병 법인인 ‘롯데제과㈜’를 공식 출범했다. 통합된 법인은 자산 3조9000억원, 연매출 3조7000억원에 이르는 식품업계 2위 규모의 기업이다. 법인 통합으로 롯데제과㈜는 빙과시장 점유율 약 45.2%를 차지하게 돼 경쟁사인 해태와 빙그레의 합산 점유율(40.2%)을 넘어 업계 1위 자리로 올라서게 됐다. 오랜 기간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쳐지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업계 2위인 빙그레가 4위였던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점이 꼽힌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줄곧 ‘롯데제과-빙그레-롯데푸드-해태’ 순으로 이어져 왔지만 지난 2020년 빙그레가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 ‘해태아이스크림’을 1400억원에 인수하면서 곧바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다. 롯데가 그룹 내에서 다양하게 운영되던 계열사들을 묶어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빙그레가 업계 1위 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그룹 내부의 의견 충돌로 미뤄왔던 통합작업을 진행해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측에서 롯데푸드는 지난 1978년 삼강산업을 인수해 설립한 곳으로 합병하는데 의견 충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그럼에도 더 이상은 지켜볼 수 없단 판단에 뒤늦게 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합병 위해 오너일가 지분율 희생한 동원그룹 동원그룹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작업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당초 불공정 합병비율 논란으로 소액주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주주들의 요구대로 합병비율을 변경하면서 합병을 계획대로 추진 중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동원산업 지분 48.43%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됐던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지분율이 43.15%로 낮아졌다. 이를 감내하고서라도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싶었던 그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결정이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동원그룹이 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원그룹의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을 비롯해 5개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고, 동원산업이 중간 지배회사 역할을 하며 스타키스트와 동원로엑스 등 21개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지주회사 위해 또 지주회사가 있는 옥상옥 구조다 보니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그룹이 지주 회사 체제를 오랫동안 가져가다 보니 동원산업과 지주사가 겹치는 업무가 많아 중복되는 업무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계열사 합병이었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도 지난해 7월 GS홈쇼핑을 흡수 합병하며 ‘통합 GS리테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이 합병으로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쇼핑에 이어 국내 3위 유통기업으로 발돋움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통합 GS리테일은 합병을 통해 온·오프라인에 더해 방송까지 합쳐진 융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합병법인의 핵심 전략은 ‘디지털’이다. ━ 디지털화 가속화로 산업간 경계 사라져…합병은 신중하게 기업들이 앞다퉈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속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더해져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생산자-소비자, 소기업-대기업, 온·오프라인, 제품 서비스 간 경계 융화를 중심으로 산업·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빠르게 바뀌는 환경 속에 전통 대기업들은 기업 합병을 통한 경영 효율성 강화 등 나름의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개선해 의사결정 구조를 간결하게 하고 기업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소비를 했을 땐 업종별 업태 간 영역이 명확히 구분됐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코로나19라는 큰 변수가 등장하면서 전통적 사업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회사가 햄버거 사업에 뛰어드는 등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브랜드를 인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빅블러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서로 다른 계열사를 합병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끼리 합종연횡해서 제3의 기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각 기업마다 갖고 있던 핵심역량을 잃을 수 있어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면서 “기업 간의 합병이라는 일종의 전략기법을 유행처럼 인식하지 않고 기업의 핵심 사업과의 연계성이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합병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07.22 10:00

4분 소요
“월드콘·돼지바 한식구”…롯데 ‘아이스크림 살림’ 합치는 배경

산업 일반

월드콘과 돼지바가 ‘한 지붕 한 식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품으며 빙과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자 롯데가 이에 맞서기 위해 합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시장 전체가 침체 상황인 만큼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롯데푸드와 빙과사업 합병을 검토 중이다. 기존에 롯데의 아이스크림이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두 곳에서 생산·판매됐던 것을 하나의 사업으로 합치면서 비용 절감과 수익성 극대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제과는 월드콘, 스크류바, 수박바 등의 대표 상품을 갖고 있고, 롯데푸드는 돼지바, 구구콘, 보석바 등의 히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 측은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이들의 빙과사업 부문 합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 1위 올라선 ‘빙그레+해태’…롯데, 합병으로 1위 탈환? 오랜기간 딴집 살림을 해 온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이제와서 합치려는 배경은 뭘까. 업계에선 가장 큰 이유로 업계 2위인 빙그레가 4위였던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것을 꼽는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줄곧 ‘롯데제과-빙그레-롯데푸드-해태’ 순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지만 지난 2020년 빙그레가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사업부문 ‘해태아이스크림’을 14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로 올라섰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롯데제과 점유율은 30.6%, 해태를 품은 빙그레는 40.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빙과사업을 합치게 되면 시장 점유율은 45%를 넘어 1위 자리를 다시 탈환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롯데가 그룹 내에서 다양하게 운영되던 계열사들을 묶어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를 인수하지 못한 이유는 롯데 내에서 본 회사와 인수한 회사와의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롯데 측에서 롯데푸드는 인수한 회사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어 합병하는데 의견 충돌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롯데푸드는 롯데가 지난 1978년 삼강산업을 인수해 설립한 곳으로 롯데삼강을 거쳐 현재의 롯데푸드가 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런 내부 상황에도 빙그레가 1위 자리를 위협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제는 통합작업을 통한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해태아이스크림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해태의 자생능력기 길러지면 통합 운영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따로 운영되고 있는 생산과 유통을 통합하면 비용 절감뿐 아니라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4분기 빙과부문에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늘어난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5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 이에 따라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빙과사업을 합치면 생산·물류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 디저트 확대로 쪼그라드는 빙과시장…양강구도 본격화 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것도 합병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2015년 2조원에서 2020년에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주소비층인 저연령층이 감소하고 있고 디저트 시장이 커피·케이크·초콜릿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아이스크림을 찾는 소비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태 인수 효과’로 빙그레는 설립 5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혈경쟁으로 영업익은 전년보다 34% 감소한 26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롯데·빙그레·해태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담합 혐의로 총 135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수익성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빙과시장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시장이 롯데와 빙그레의 양강 구도가 된다면 이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경영은 가격정책과 마케팅이 관건으로 롯데와 빙그레의 양강 구도가 된다면 이들이 각자의 전략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향후 승기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2.25 05:59

3분 소요
아이스크림 ‘담합’ 과징금 받은 빙과업계, 요금 인상에 소비자 눈살

산업 일반

수년간 담합을 해온 것으로 조사된 롯데와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이 주요 제품 가격 인상까지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빙과업계는 최근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하지만 수백 억대의 과징금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메꾸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제품의 혁신이나 비즈니스의 변화 등이 아닌 가장 쉬운 방법인 가격 인상을 들고 나온 것 때문에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빙과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는 오는 3월 1일부터 빠삐코 등 튜브형 아이스크림 10종에 대해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빠삐코는 1000원에서 12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되고,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에서 800원에 판매되던 구구콘은 이달부터 가격 정찰제가 적용돼 1000원에 판매된다. 빙그레는 메로나·투게더 등의 가격을 인상한다. 메로나는 800원에서 1000원으로 판매될 예정이고 투게더는 5500원에서 6000원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빙그레 측은 “최종 가격 인상은 유통채널과 협의를 거쳐 3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제과는 ‘월드콘’의 권장소비자가격을 1500원에서 1000원으로 인하했지만 가격 정찰제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월드콘은 할인점 등에서 750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지만 앞으로는 정가를 1000원으로 조정해 할인 없이 판매할 예정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고 볼 수 있다. 해태는 부라보콘과 폴라포 등의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총 135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2월 15일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 약 4년간 아이스크림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담합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의 배경은 주요 소비층인 저연령 인구감소와 소매점 감소로 납품가격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라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아이스크림 판매 납품 가격 및 아이스크림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담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각 사가 대표 제품의 가격을 똑같은 폭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거나 정찰 가격제를 적용하기로 해 할인 판매하지 않기로 하는 식이다. 업체별 과징금 규모는 빙그레가 388억38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해태제과식품 244억8800만원, 롯데제과 244억6500만원, 롯데푸드 237억4400만원, 롯데지주 235억1000만원이다. 한편 국내 빙과업계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빙그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4.1% 줄어든 262억원을 기록했고, 롯데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826억원으로 집계됐다. 빙그레는 지난해 3월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롯데제과는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는 분석이다. 저출산 여파와 디저트 시장이 커지며 아이스크림을 찾는 소비자가 줄고 있다는 점도 부진 요인 중 하나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최근 국내 원유가격 인상과 국제 석유화학, 종이펄프 등의 부자재 원료 가격의 상승으로 제품의 제조원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올랐다”며 “인건비,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도 상승하면서 경영 압박이 심화되고 있어 제품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2.20 17:05

2분 소요
[해태아이스크림 매각으로 본 해태그룹 역사] 해태 명맥 잇던 ‘부라보콘’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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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합병 완료… 재계 24위까지 올랐지만 외환위기로 뿔뿔이 흩어져 해태가 빙그레 품에 안겼다. 빙그레는 10월 5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최종인수금액은 1325억원이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 3월 해태제과식품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승인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심사 결과 9월 29일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이 가진 친숙한 브랜드의 가치를 활용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해외 인프라를 활용한 수출 확대도 기대한다”고 말했다.이번에 빙그레가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 1월 해태제과식품이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만든 회사다. 해태제과식품의 아이스크림 부문은 수년간 영업적자에 허덕였다. 매출은 2017년 169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507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매해 1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해태제과식품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제과사업 쪽에 역량을 집중하는 차원에서 아이스크림 부문을 떼어냈다.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매각 대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제과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주력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이로써 1970년에 탄생해 반세기 동안 장수 브랜드로 군림한 ‘부라보콘’을 비롯해 ‘누가바’(1974년)와 ‘바밤바’(1976년) 등도 함께 적을 옮겼다. 다만 빙그레는 당분간 별도법인을 유지하며 해태아이스크림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했다.해태가 가진 브랜드 파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장수제품이 전체 아이스크림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해태’라는 사명까지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해태 부라보콘’ ‘해태 쌍쌍바’ 등이 대표적인 예다.빙그레 인수 후에도 ‘해태’ 이름표를 달게 됐지만 이들 제품에게는 빙그레가 벌써 세 번째 주인이다. 원주인인 해태제과가 2001년 외국 UBS컨소시엄에 매각된 이후 이를 2005년 크라운제과가 재인수해 해태제과식품으로 탈바꿈했다. 2017년 크라운제과는 크라운해태홀딩스로 전환하며 해태제과식품을 산하에 두고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제과와 냉동식품 사업을 진행했다. ━ 맛동산·홈런볼·오예스 등 숱한 히트상품 출시 해태아이스크림 중 유난히 장수 브랜드가 많은 까닭은 회사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됐기 때문이다. 해태제과의 전신인 해태제과합명회사는 1945년 설립됐다. 이 회사는 일제 강점기 후 민간자본으로 만든 국내 최초의 식품회사로 꼽힌다. 일본 기업인 영강제과에서 일하던 직원 박병규, 민후식, 신덕본, 한달성이 광복 직후 회사를 인수해 회사를 차렸다. 해방 이후 미군정 시기부터 드롭스 사탕을 수입하는 동시에 연양갱과 카라멜을 생산·판매했다.1959년 창업자 박병규가 경영권을 인수해 해태제과공업으로 상호를 바꾼 후 메도골드코리아(해태유업), 한국 산토리(해태식품), 감귤냉장판매(해태농수산) 등을 인수하며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972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1978년에는 무역회사인 해태상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제과 수출에 나서기도 했다. 부라보콘을 비롯해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맛동산(1975년)·홈런볼(1981년)·오예스(1984년) 등이 해태제과의 대표 히트상품이다.해태제과는 식품회사에 머물지 않았다. 아버지 박병규에 이어 경영을 맡은 박건배 회장은 1986년 그룹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식료품업의 비중을 줄이고, 사업다각화를 진행했다. 당시 롯데제과 등이 경쟁자로 뛰어들며 제과 시장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식품제과사업만으로는 사업을 키우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태그룹은 해태제과·해태음료·해태산업 등 식품 계열사 6개를 비롯해 해태상사·신방전자·해태타이거즈 등 4개의 비식품 계열사를 갖게 됐다.해태그룹은 전자·무역·중공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박 회장은 1990년까지 1조5000억 원의 그룹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며 주력 사업인 식품 분야를 수익성 위주로 경영하고, 전자 등 비식품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식품과 비식품의 매출 비중을 50대 50으로 만들고, 5개년 계획이 끝난 이후에는 식품회사가 아닌 비식품에 더 무게를 둔 회사로 키운다는 목표였다.신방전자를 1988년 해태전자로 바꾸고, 1994년에는 오디오 전문업체인 인켈을 인수하며 전자사업의 토대를 다졌다. 이듬해 전화기 전문 제조업체 나우정밀을 인수해 인켈과 합병하며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기존에 인수했던 미진공업사를 1997년 해태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꾸고, 중공업에도 진출하려고 했다. 1996년 말 당시 해태그룹은 자산 3조3900억원, 매출액 2조7100억원으로 재계 24위까지 올랐다.그러나 야심차게 진출한 전자와 중공업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면서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결국 IMF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으며 1997년 11월 만기된 어음 196억원을 처리하지 못해 해태제과 등 3개 계열사가 부도 처리됐다.해태그룹이 부도 직전 은행에서 빌린 돈은 총 2조9780억원이었다. 이후 해태제과는 매각에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해태그룹 계열사는 폐업하거나 뿔뿔이 흩어지는 신세가 됐다.해태음료는 2010년 LG생활건강에 인수됐다. 법인명은 해태htb지만 여전히 ‘해태’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1981년 출시된 대표 브랜드인 ‘봉봉’과 1984년 수입판매를 시작한 ‘썬키스트’ 등이 여전히 인기다. 특히 ‘봉봉’은 최근 뉴트로 트렌드를 타고 브랜드를 이용한 젤리가 출시되는 등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위기 자초한 ‘비운의 그룹’ 해태백화점과 해태수퍼마트를 운영하던 해태유통은 2006년 이랜드그룹에 인수돼 ‘킴스클럽마트’가 됐다. 이후 2011년 신세계에 다시 매각돼 현재 ‘이마트 에브리데이’로 운영 중이다. 현재 이마트 명일점이 해태백화점이 있던 자리다. 해태산업은 2003년 국순당에 매각됐다. 그룹의 위기를 자초했던 해태전자는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이트로닉스’가 됐다가 2006년 풍안방직 컨소시엄으로 매각, 인켈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호남지방을 연고로 창단돼 1983년부터 1997년까지 15시즌 중 9회의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던 해태타이거즈는 기아자동차에 인수돼 기아타이거즈로 전환됐다. 이밖에 해태중공업과 해태텔레콤, 대한포장공업 등은 그룹 해체 후 파산 절차를 거쳐 사라지거나 폐업했다.한편 해태그룹에서 빠져나간 해태유업은 ‘해태’ 이름을 유지하려다 위기를 겪는 해프닝도 있었다. 여전히 해태 계열사로 인식돼 자금난을 겪는 바람에 부도에 이른 것. 결국 2004년 6월 해태유업은 상장폐지된 후 동원그룹에 인수돼 동원F&B 유제품 사업부가 됐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0.10.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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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다각화 나서는 식음료업계] 장기 내수 부진에 이종 제품으로 활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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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어린이 수요 줄어들자 커피로 승부수... 컬래버레이션 제품으로 화장품 사업 가능성 엿본 빙그레 음료 브랜드 ‘맥콜’ ‘초정탄산수’ ‘고려인삼’으로 알려진 식품기업 일화가 물류기업인 제이알물류와 제이알로지스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3월 29일 발표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물류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헬스기업을 지향하는 일화는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와 온라인 직영몰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일화 관계자는 “물류사업 진출 역시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며 앞으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 우물만 파던 식음료업체의 ‘외도’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전체가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해 내수 부진에 시달리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나선 것. 웅진식품은 지난 2014년 초콜릿과 껌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대영식품의 지분 100% 인수해 제과시장 진출을 알렸다. 이듬해 제과류 브랜드 ‘스위토리’를 론칭하고 초콜릿 4종과 껌 2종을 내놨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해 동안 시장 테스트를 거쳐 올해 초에는 자체적으로 기획·개발한 껌 2종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사내 공모를 통해 직원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사장껌’ ‘부장껌’이 그 주인공으로, ‘상사를 씹는다’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며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웅진식품이 종합제과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껌으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껌 시장은 기존 생산업체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커피 등 대체 기호식품이 늘어난 탓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연 5000억 원에 이르던 제과 3사(롯데제과·오리온·해태제과)의 껌 매출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웅진식품이 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배경에는 해외시장 진출에 있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국내 껌 수요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는 여전히 성장세”라며 “내수시장보다는 해외로 발을 넓히기 위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 웅진은 해외 진출 노리고 껌 시장 도전 식품기업 샘표는 지난 2월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샘표 든든하게 밥먹자’ 브랜드를 론칭하고 사골곰탕국밥·사골미역국밥 등 국밥 4종과 곤드레비빔밥 1종을 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3년에는 차(茶) 전문 브랜드 ‘순작’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차 음료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커피 시장보다 차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기존 장류를 생산하며 얻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살려 연근우엉차·헛개차 등 건강 음료 위주로 출시했다. 2007년 일찍이 선보인 간식 브랜드 ‘질러’는 10년간 꾸준히 신 메뉴를 내놓으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샘표가 이처럼 꾸준히 신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전통 장류에 대한 수요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늘고, 집에서 요리하는 대신 외식을 택하는 가정이 증가하며 자연스레 수요도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일수록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샘표처럼 한식 양념에 집중하던 기업이 새로운 활로 모색에 더 적극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샘표 측은 “최근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새로운 제품 출시를 준비해 왔다”며 “그동안 식품 기업으로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간식 브랜드를 강화해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지난해 커피음료인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를 출시해 커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출시 1주년을 맞아 신제품을 내놨다. 한국야쿠르트가 커피시장에 뛰어들 때만 해도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미 포화상태인 커피시장에서 승산이 있겠느냐’는 분위기였다. 한국야쿠르트로서는 유산균 음료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저출산 시대에 주요 고객인 어린이 수가 점차 줄고, 커피 등 대체 음료시장이 성장하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며 “이미 경쟁이 치열한 커피시장이었지만 한국야쿠르트가 제공할 수 있는 신선함을 무기로 내세운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 1인 가구 늘자 간장·조미료 대신 HMR 시장 진출 예상은 어느정도 적중했다. 이전까지 RTD(Ready to drink·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커피에선 보기 힘들었던 콜드브루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해 차별화했다. 콜드브루 커피는 차가운 물로 커피를 장시간 내려 청량감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지만 유통기한이 짧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업계 최초로 로스팅 날짜를 새기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빠르게 배달해 신선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 제품은 출시 후 1년간 약 1600만 개가 팔리며 인기몰이를 했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커피시장이 포화상태라곤 하지만 저가의 질 좋은 커피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며 “하반기에 출시한 액상 스틱형 제품 역시 반응이 좋아 지속적으로 커피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바나나맛 우유’를 비롯해 각종 유제품을 주로 하는 빙그레도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빙그레가 1992년 한화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25년 만이다. 계열 분리 당시 10년간 누적적자가 100억원에 이르렀던 빙그레는 수익성 위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주력 사업부문은 빙과와 유음료 2개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업황이 전반적인 부진에 빠지며 활로 모색이 절실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에 CJ올리브영과 협업해 내놓은 화장품이 히트를 치며 제 2의 도약기를 맞았다. 빙그레는 올리브영과 손잡고 자사 스테디셀러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 용기를 그대로 적용한 보디크림 등 11종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열흘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된 데 이어 석 달 만에 누적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 인기에 힘입어 올리브영은 출시 당시 60개 매장에서 열흘 만에 160개 매장으로 판매처를 확대했고, 올 초부터는 전국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빙그레와 올리브영의 라이선스 계약은 5월 초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어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빙그레는 올리브영과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독자적인 화장품 사업 가능성까지 내비친 상태다. 빙그레는 지난달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세제·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과 ‘브랜드 상표권 등의 지적 재산권의 관리 및 라이선스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음식업과 급식업을 비롯해 ‘포장재·포장용기 제조·판매업’ ‘식품 제조·가공 판매업’도 추가해 상반기 중 HMR 제품 출시 전망에 힘을 실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앞으로 진출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 목적을 추가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도 “가격 덤핑으로 인해 빙과류 사업에서 이익을 확대하기 어렵고, 유음료 역시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다양한 활로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7.04.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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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미투’에 반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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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초코파이를 보고 어느 회사에서 만든 것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면 꽤 민감한 매니어급 소비자임에 틀림없다. 요즘은 제조업체를 확인하기 전에 겉모습만 보면 그 제품이 그 제품 같다. 평소에 즐겨 먹던 제품이라 생각하고 구매했다가 내용물이나 맛이 달라 포장을 확인해 보면 영락없이 다른 제조사의 제품이다. 제조사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결국 엉뚱한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은 원조 제품의 디자인이나 제품명을 비슷하게 베낀 유사품, 일명 ‘미투(me too) 제품’이 순식간에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투 제품은 원조 제품과 용기 디자인이 아주 비슷할 뿐 아니라 마트 진열대에도 거의 같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원조 제품과 구별이 쉽지 않다. 미투 제품의 출현으로 소비자가 혼란스러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원조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던 업체들이다. 이들 미투 제품은 원조 제품의 판매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원조 제품보다 더 많이 팔리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투 제품의 제조사가 원조 제품의 제조사보다 더 유명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을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더 커진다.이 때문에 처음 제품을 개발하고 광고 등 마케팅에 적잖은 투자를 해 온 원조 업체들은 고민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제품 연구 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통해 어렵게 소비자들로부터 인정 받고 인지도를 끌어올려 놓았는데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모방 제품을 출시해 무임승차하려는 미투 업체들이 여간 얄미운 게 아니다. 초기에는 자신들이 원조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대처하던 원조 업체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최근 미투 업체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통 상표권 관련 소송을 진행하는 데 많게는 50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원조 업체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이러한 법적 분쟁은 식품업계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해태제과는 오리온과 큐브껌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해태제과는 아이스쿨을 출시한 지 열흘쯤 지나 오리온이 자사의 제품 컨셉트와 디자인이 같은 크리스털큐브를 내놨다며 법정소송을 준비하기도 했었다. 차(茶) 제조업체인 담터는 최근 원조 제품 립톤아이스티믹스의 용기 디자인과 전반적인 컨셉트를 그대로 베낀 유사품을 출시했다며 원조 업체인 유니레버로부터 소송을 당했다.미투 제품 논란은 유가공 업계에서도 심심찮게 일고 있다.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GT’를 히트상품으로 터뜨리자 빙그레가 이를 모방해 ‘참맛좋은 우유NT’를 내놓았다며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을 냈고 법원은 원조 업체인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도 미투 제품으로 한 차례 잡음을 일으켰다. 매일유업은 서울우유가 출시한 바나나우유가 자사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고유한 상표권을 침해하는 미투 제품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해당 제품의 제조·판매·광고 행위를 중단해 달라는 경고장을 보냈다. 이에 대해 서울우유는 제품 이름을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우유’로 바꾸고 노란 병 뚜껑을 바나나 이미지와 무관한 빨간색으로 바꿨다.유통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원조 제품 베끼기는 기업 간 소모적인 경쟁을 일으키고, 원조 업체의 신제품 개발 의욕을 꺾는다”며 “미투 제품 출시에 대해 엄격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9.07.13 14:37

3분 소요
“컨소시엄으로 해태제과 인수”

산업 일반

빙그레가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확장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성장의 두 축은 발효유와 빙과로 잡았다. 발효유 시장을 키우기 위해 프랑스 소디마와의 기술제휴를 확대했다. 빙과부문은 해태제과 인수를 통해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정 사장은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태제과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빙그레가 활짝 웃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 3월 라면사업을 정리하면서 구조조정을 일단락지었다. 매출과 이익을 꾸준히 늘려 부채비율을 1996년 9월 말 355%에서 지난 9월 말에는 약 90%로 줄였다. 내년 1월에는 본사를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서울 압구정동 사옥을 매각하고 남양주 공장에 ‘배수진’을 친 지 6년여 만이다. “그 동안 유가공산업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구조조정을 진행했습니다. 이젠 유음료와 빙과 등 핵심부문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11월 12일 남양주 공장 옆 사옥에서 만난 정수용(53) 빙그레 사장은 앞으로의 성장전략을 차근차근 펼쳐보였다. “유음료에서는 마진이 좋은 가공유와 발효유 시장을 주도적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특히 발효유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진국 시장과 비교해볼 때 국내 발효유 시장은 현재 연 600억원에서 2∼3배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어요.” 정 사장은 “빙그레는 83년 요플레를 출시하면서 정통 발효유 시장을 열었고, 지금은 국내 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내년에는 유아용 ·고령자용 ·저지방 등 다양한 고급 발효유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빙그레는 발효유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위해 지난 8월 프랑스 소디마(Sodima)와의 제휴를 강화했다. “세계 2위 발효유업체인 소디마와는 81년에 기술제휴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번 계약에서는 제휴 범위를 넓혔어요. 빙그레는 소디마의 전 세계 네트워크에서 개발된 모든 기술과 신제품, 아울러 마케팅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빙그레의 매출은 유음료 45%, 빙과 43%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빙그레는 빙과부문 강화를 위해서는 해태제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공시를 통해 해태제과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태제과 인수에 7,000억원이 넘게 필요한데 빙그레에는 그 정도의 여력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정 사장은 “일부 차입을 해야겠지만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면 그리 부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제과 비중이 높은 업체와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 생각입니다. 빙그레는 해태제과를 통해 빙과부문에서 시너지를 내고 다른 업체는 제과를 강화할 수 있죠. 이미 외국 제과업체들에서 해태제과를 인수하기 위한 빙과부문 파트너를 찾는다는 의사타진을 받았습니다.” 빙그레가 해태제과를 인수하면 빙과 시장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제과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최근 빙그레는 중국에 바나나맛 우유 5만 개를 수출했다. 빙그레는 거대한 시장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을 어떻게 공략해 나갈까. “중국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성공보다 훨씬 많은 실패 사례를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에는 완제품 수출 확대, 합작 파트너 물색, 법인 설립 등의 수순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우리 브랜드의 현지화 가능성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국인투자가가 올해 들어 빙그레에 부쩍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빙그레의 외국인 지분은 올해 초 3%에서 최근에는 25%로 높아졌다. 실적 호조와 올해 처음으로 연 해외 기업설명회(IR) 덕분이다. 빙그레는 8월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10월에는 런던에서 IR를 벌였다.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봅니다. 빙그레는 2000년 이후 매년 영업이익을 30% 늘렸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00년 4.5%에서 올해에는 7.1%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제 10%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빙그레는 2,510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업이익 210억원, 순이익 150억원을 거뒀다. 라면사업의 중단으로 매출은 약 10% 감소했지만 라면과 관련한 판매관리비 등을 절감해 영업이익은 14% 늘렸다. 차입금 상환으로 이자비용을 줄여 경상이익은 210억원으로 25%, 순이익은 20% 키웠다. 실적호조는 3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빙그레는 3분기에 매출 1,520억원에 영업이익 220억원, 순이익 156억원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10% 정도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약 14% 증가했다. 빙그레는 사옥 매각에 이어 2001년에는 초코케이크 사업을 정리하고 베이커리 사업을 매각했다. 올해 라면사업 정리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지 않았을까. “라면 사업은 85년에 시작해 한때 시장점유율을 12%까지 높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섯 번째로 진입한 후발주자의 한계가 컸어요. 시장점유율이 5%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2001년에 ‘한 번 원없이 해보자’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450억원 매출에 78억원 적자를 봤어요. 지난해에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정 사장은 많이 팔수록 적자가 커진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노조를 설득했다. 영업인력은 아이스크림 사업부에서 흡수했고 생산인력은 최대한 전환배치하며 명예퇴직을 받았다. 라면사업 정리로 회사를 떠난 인원은 30명. 빙그레의 경기도 광주 공장은 지난 9월 신노사문화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다. 빙그레는 87년 이후 분규를 한번도 겪지 않았다. “빙그레는 매달 경영설명회를 통해 경영상황을 전 임직원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해 누구나 사장과 똑같은 정보를 시차없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그는 2001년 9월에 구축한 ERP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우리 회사는 전산시스템 활용에 있어서 다른 음식료품업체들보다 앞서 있습니다. 빙그레의 ERP는 재무뿐 아니라 생산겳돗?물류 등 모든 영역의 데이터를 통합해 집계하고 제공합니다.” 그는 각 부서의 활동이 ERP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영업에서 잘하고 있어도 그 정보가 생산과 재무 부서로 흘러야만 성과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해직기자에서 연구원을 거쳐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한국산업연구원(KIET) 도쿄(東京)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히토쓰바시(一橋)대 경제학부 대학원에 진학했다. 석사학위에 이어 90년에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한양유통 유통경제연구소에서 2년간 일했다. 92년에 빙그레에 관리본부장으로 옮겨왔다. 경기고 동문이기도 한 김호연(48) 빙그레 회장과는 히토쓰바시대 대학원에서 인연을 맺었다. 빙그레 본사는 서울 정동의 배재정동빌딩에 빌린 2개층에 들어선다. 서울로 재입성하는 감회가 남다를 법한데, 정 사장은 뜻밖에 구체적인 이유를 댄다. “빙그레 제품은 패션처럼 흐름을 탑니다. 상품기획에서 마케팅까지 소비자들의 기호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서울이 유리하죠. 더 뛰어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도 서울로 돌아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업난이 극심하다고 하지만 지방근무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2003.12.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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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가 얄팍해졌는감? 그럼 큰 걸로 먹어야죠!

산업 일반

경기가 침체될 때는 외식.레포츠등 외부활동 자제가 뚜렷해지고 가정 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대용량 제품이 늘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요즘 식품업체들은 대용량 제품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올 초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주5일제 근무 등이 한창 논의될 당시 식품업계는 소용량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된 최근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체들이 제품의 용량은 키우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소폭 올린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제품의 크기를 크게 키워서 내놓는, 이른바 ‘대물(大物)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이같은 대물마케팅 현상은 제품의 용량과 경기의 함수관계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 경기가 활황일때는 제품이 작아지고, 침체될 때는 용량이 커지는 것이다. 경기와 제품의 용량은 반비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경기가 침체될 때는 외식·레포츠 등 외부활동 자제가 뚜렷해지고 가정 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대용량 제품이 늘고 있다. 반면, 경기 활황시에는 야외 레저활동이 증가하면서 휴대가 가능한 소형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가 활황일 때, 특히 올 초의 경우 주5일제 근무가 본격화될 조짐에 따라 소규모 포장이 가능한 제품 발굴에 나섰던 식품업체들은 이제 연말 연시를 앞두고 제품개발을 급선회했다. 경기가 급랭함에 따라 실속파 소비자들을 겨냥, 대용량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이다. 롯데리아의 햄버거 ‘빅립’, 롯데햄우유의 소시지 ‘키스틱’, 롯데제과의 ‘빅와플’, 빙그레의 ‘참붕어싸만코’, 진주햄의 ‘점보 천하장사’ 등 간식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롯데리아의 빅립은 기존 제품보다 용량은 40% 커졌지만 값은 3천1백원으로 24%만 올렸다. 용량이 훨씬 커진 이 제품은 한끼 식사 대용으로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불고기 버거를 제치고 단번에 사내 판매 1위 메뉴에 올라섰다. 업소용이 가정서 인기 롯데햄우유의 간식용 소시지 키스틱은 용량이 둘리·디지몬 등 기존 제품(13g)의 3배(40g, 5백원)나 된다. 출시하자마자 비엔나햄·스모크햄·캔햄 등 기존 주력제품들을 제치고 단일품목 매출 1위에 올랐다. 2위군과의 차이도 50% 이상 간격 차이를 멀찌감치 벌려놓았다. 진주햄은 일찌감치 천하장사의 중량을 늘려 효과를 보고 있다. 43g짜리 점보천하장사는 지난해에는 햄 제품 중 판매비중이 25%에 그쳤으나, 올해는 50%를 넘어섰고, 내년엔 6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품에 함유된 특정 성분을 늘리거나 경쟁사 제품보다 용량을 늘린 신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해태제과는 맛동산에 함유된 땅콩의 용량을 32% 늘렸으나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으며, 신제품 ‘프랜’의 경우 경쟁제품인 롯데제과의 빼빼로와 가격은 같지만 용량을 늘려 출시했다. 업소용으로 출시된 대용량 제품들도 최근에는 가정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업소용인 2천7백㏄·3천3백㏄·5천㏄·1만㏄ 등의 대용량 아이스크림을 구매, 가정에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업소용인 2ℓ짜리 우유의 가정 판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업체들이 이처럼 대용량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경기침체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실속형 소비자들을 노린 전략이다. 가격은 미미하게 올린 반면, 용량은 눈에 띄게 늘려 알뜰쇼핑을 선호하는 주부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포장 과정 등을 줄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재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살아나면 용기 작아져 그러나 용량보다 가격을 더 많이 올려 대용량 제품의 인기에 편승, 소비자들의 착시를 노리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은 쇼핑 때마다 제품의 용량과 가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롯데제과의 빅와플(1백50g, 7백원)은 모나카 아이스크림 와플(1백20g, 5백원)을 강화한 제품으로 용량을 25% 늘린 반면, 값은 40%나 올렸다. 빙그레가 내놓은 ‘참붕어싸만코’도 마찬가지. 용량은 30g 늘었지만 가격은 2백원이나 올랐다. 이 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케익아이스도 기존 제품의 빵 사이에 넣은 햄버거를 아이스크림으로 교체한 후 가격을 40%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될수록 소비자들이 보다 값싼 제품을 선호하고, 한꺼번에 제품을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며 “제품의 용량이 커지는 것은 경기가 침체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제품용량과 경기의 함수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고 말했다. 반면, 경기가 좋았던 올 초에는 소형 제품이 주류를 이뤘었다. 경기가 살아난데다 주5일제 근무에 대한 기대심리로 야외 레저활동이 증가한 데 따라 나타난 현상이었다. 종전보다 용량과 크기가 작은 라면과 햄·김치·육가공품·두부 등이 등장했으며, 마요네즈·캐첩·돈가스소스·드레싱 등은 용량을 크게 줄여 휴대와 이용이 가능하도록 만든 튜브형 제품이 잇따라 출시됐었다. 주류시장에도 소포장 열기가 불어 진로·두산 등이 2백㎖ 소용량 소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이들 제품의 인기도 함께 시들해지고 있는 추세다. 경기와 제품용량의 함수관계는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제품의 대형화 현상은 이 시기에 두드러졌다. 특히 당시는 할인점이 신유통으로 부각되면서 할인점용 대용량 제품이 봇물을 이뤘다. IMF 때는 소비자들이 맛이나 기능성보다는 입감이 좋고 양이 많은 제품을 선호한 반면, 지금은 맛과 기능성 모두를 고려한다는 점이 차이다. 당시에는 가격을 내린 제품이 많았던 것도 특징이다. 당시 농심·롯데제과·해태제과·빙그레 등은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용량을 크게 늘린 대신 가격은 오히려 내린 대용량 벌크제품을 잇따라 내놓았었다. 대용량 제품은 쇼핑 횟수를 줄이고 1회에 다량으로 구매할 수 있어 경제적·시간적 이점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아 떨어져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제과는 벌크 타입의 ‘칙촉’비스킷을 선보여 인기를 끌자 용량을 늘리거나 묶음으로 만든 10여종의 상품을 개발, 할인점 시장을 공략했었다. 이때 대용량으로 개발된 빼빼로 등은 아직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심은 장수제품이었던 새우깡·포테토칩 등의 용량을 크게 늘렸으며, 해태제과도 맛동산의 용량을 대형화한 뒤 비스킷·스낵·빙과류 등의 용량을 늘려 시장상황에 대비했다. 이밖에 동양제과의 오징어 땅콩·썬칩에 이어 빙그레도 우유·아이스크림 등의 제품 용량을 늘렸으며, 가격은 기존 제품을 유지하거나 약간 인상하는 선에서 결정했다. 김태성 CJ 홍보팀 과장은 “IMF 불황의 여파로 할인점 업태가 크게 신장, 식품업체들이 할인점 전용의 벌크제품 개발이나 묶음판매를 강화했으며, 이같은 분위기 탓에 단일 제품의 용량도 커졌다”며 “경기가 살아나면서 제품의 용량이 줄어들다가 올 3, 4분기 들어 다시 경기가 냉각되자 대용량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2.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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