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8

FTX 샘 뱅크먼 “난 망했다”…우리들의 일그러진 ‘코인계 워런 버핏’ [위클리 코인리뷰]

가상화폐

위클리 코인리뷰는 한 주간의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을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너무나도 복잡하게 흩어져있는 시장의 정보를 ‘코인러’ 여러분께 정리해 전달해 드립니다. 지난 일주일에 대한 리뷰이므로 현재 시세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전 망했습니다. 그리고 더 잘했었어야 했습니다.”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결국 두 손 들고 파산을 신청했다. 한때 ‘코인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렸던 샘 뱅크먼 프리드 전 CEO가 일주일 만에 몰락하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2019년 FTX를 설립하고 불과 2년여 만에 수십조원의 투자금을 조달한 그였지만 신뢰를 잃자 바로 무너진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의 가장 큰 위기 6개 중 4개가 올해에 터졌다.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과 2016년 더다오 해킹에 이은 테라·루나 붕괴 사태, 쓰리애로즈캐피털(3AC) 파산, 셀시어스 파산, FTX 파산이 그것이다.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침체장)의 끝이 어딜지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 주간 코인 시세: BTC, 일주일 새 20% ↓…2022 3차 대폭락 코인마켓캡 따르면 11월 7~13일 비트코인 가격은 최저 2153만7707원(10일·목요일), 최고 2987만6105원(7일·월요일)을 기록했다. 이번 주 비트코인은 일주일 동안 20.66% 감소했다. 주초만 해도 3000만원선을 넘길 것으로 기대됐지만, FTX 사태의 충격으로 결국 22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달러 기준으로도 1만6000달러대로 내려앉아 최근 2년래 가장 낮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다른 주요 알트코인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일주일 새 이더리움은 21.79%, 리플은 25.24%, 도지코인은 27.8%, 에이다는 18.68% 급락했다. 줄곧 시가총액 10위 안에 자리했던 솔라나는 무려 59.41% 대폭락해 현재는 시총 14위가 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FTX의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에 솔라나 관련 자산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올해 세 차례나 큰 폭락을 맞이했다.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와 6월 쓰리애로즈캐피털(3AC) 파산, 그리고 이번 FTX 사태다. ━ 주간 이슈: 수상한 장부부터 파산까지…FTX 몰락 일지 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는 회사 부채만 최대 66조원에 이르는 규모로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또 샘 뱅크먼 프리드는 CEO 직을 내려놨다. 11일(현지시간) FTX는 트위터 성명에서 “전 세계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해 자산을 현금화하고 질서정연한 검토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자발적인 파산보호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글로벌 코인거래소 가운데 한때 3위를 기록했던 코인 제국이 유동성 위기로 순식간에 무너졌다며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 사례라고 보도했다. 미국 파산법의 챕터 11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의 청산을 규정한 ‘챕터 7’이나 개인파산 절차를 담고 있는 ‘챕터 13’과 달리 파산법원 감독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파산보호 신청 대상에는 이번 FTX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알라메다 리서치 등 134개 계열사도 포함됐다. 알라메다로 인해 발생한 FTX의 채무는 10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FTX는 법원에 부채가 최대 66조원을 넘는다고 신고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파산 신청 기업이다.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FTX 부채는 100억∼500억달러(약 13조2000억∼66조2000억원)이고, 자산도 부채와 같은 규모다. FTX에 대한 채권자는 10만명 이상이다. 이 같은 FTX의 유동성 위기는 앞서 2일 코인데스크의 보도로 시작됐다. 코인데스크는 알라메다의 올해 2분기 재무제표를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알라메다의 총자산 140억 달러 중 약 58억 달러가 FTX의 거래소 토큰인 FTT였으며, 54억 달러는 기타 가상자산 및 미상장 회사 주식 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에선 알라메다가 유동성이 부족한 FTT 토큰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받아 사업을 확장해 온 점을 지적했다. 상황은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가 보유 중인 FTT를 전량 매각할 것이라 밝히면서 심각해졌다. 그는 지난 7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루나 사태에서 배운 건 리스크 관리”라며 “이 교훈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FTT를 사전적으로 매도한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초기 FTX 투자자로 이에 따라 상당량의 FTT를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날 뱅크먼 프리드는 “FTX는 모든 사용자의 자산을 커버할 수 있다”며 위기설을 일축하는 트윗을 남겼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는 사실로 드러났고, 현재 해당 트윗은 삭제된 상태다. 8일 FTT를 비롯한 대부분 암호화폐가 폭락했으며, 9일 바이낸스는 FTX US(미국 사업 부문)를 제외한 FTX.com을 인수한다는 인수의향서(LOI)를 FTX와 체결했다. 하지만 하루만인 10일 바이낸스는 인수 계약 진행 중단을 발표했다. 이날은 미국 규제 당국이 FTX의 고객 자금 관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사실과 FTX 재무제표에 60억 달러 이상의 부채와 자산 간의 차액이 있다는 보도가 동시에 드러났다. 한편, FTX는 현재 해킹 공격을 당한 상태다. 12일 FTX 공식 텔레그램방에서 관리자는 “FTX가 해킹을 당했다”며 “FTX 앱을 삭제하고 FTX 사이트 접속을 자제해야 한다”라고 공지했다. 온체인 데이터 제공업체 난센에 따르면 FTX와 FTX US에서 총 6억6200만 달러(약 8700억원) 규모의 코인이 유출됐다. ━ 주간 인물: 머스크, SBF의 첫인상은 “헛소리하는 녀석”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파산 신청을 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샘 뱅크먼 프리드 전 CEO에 대해 “헛소리를 하던 녀석”이었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채팅 서비스 ‘트위터 스페이스’를 통해 뱅크먼 프리드와 과거 나눴던 대화 내용과 첫인상을 공개했다. 그는 “솔직히 난 그(뱅크먼 프리드)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많은 사람이 나에게 ‘그가 엄청난 돈을 갖고 있고 트위터 거래에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며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 건으로 30분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하면서) 나의 ‘헛소리 탐지기’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며 “마치 그 녀석은 헛소리 같았다. 그것이 나의 인상이었다”고 말했다. 뱅크먼 프리드가 머스크에게 접근한 사실은 지난 9월 알려진 바 있다. 머스크와 트위터 전 경영진이 가짜계정 현황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일 당시, 트위터 인수와 관련한 머스크의 각종 문자 메시지 내용을 담은 법원 문서가 공개됐다. 이 문서에는 뱅크먼 프리드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됐다. 뱅크먼 프리드는 트위터 인수에 최소 30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고 소셜미디어(SNS)와 블록체인의 통합을 논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머스크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블록체인 트위터는 불가능하다며 뱅크먼 프리드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뱅크먼 프리드가 당시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이 맞다”면서 “그가 30억 달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때 주요 투자은행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뱅크먼 프리드가 물 위를 걷고 막대한 돈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내 인상은 그렇지 않았다”며 “그 녀석은 뭔가 잘못돼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머스크는 “암호화폐를 갖고 있다면 코인거래소 계좌가 아니라 ‘콜드 월렛’에 보관하는 게 현명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콜드 월렛은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로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는 개인지갑으로 ‘핫 월렛’과 반대된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여러분이 세 코인 중 하나를 ‘콜드 월렛’에 보관해둔다면 잘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주간 거래소: 업비트 “임직원 가족은 ‘업비트’ 못 씁니다” 국내 1위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가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한다. 기존 임직원의 자사가 거래소 이용 제한은 물론 직계 가족까지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임직원은 자사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제한된다.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임직원이 해당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해 가상자산을 매매하거나 교환하는 행위’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업비트는 임직원 가족의 업비트 거래소 이용도 제한하는 규정을 추가로 도입했다. 이는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임직원의 직계 가족은 업비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고 팔 수 없게 됐다. 또 업비트는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중 유일하게 다른 거래소를 통한 거래에도 일정 제한을 가하고 있다. 예컨대 업비트 임직원이 빗썸을 통해 가상자산을 사고팔 수는 있다. 하지만 분기별로 거래내역을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거래 가능한 코인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시가총액 상위권 주요 12종목으로 제한한다. 이들 종목은 국내가 아닌 해외 거래소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며, 종목 이름은 공개되지 않는다. 연간 매수금액은 1억원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2022.11.13 17:20

6분 소요
세계 1위 바이낸스, 3위 FTX 안는다…‘대폭락’하는 코인들, 왜?

가상화폐

글로벌 3위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유동성 부족에 결국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품에 안길 전망이다. 이에 암호화폐 시장은 요동치며 주요 코인들은 10% 넘게 폭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FTX가 파산까지 이어져 제2의 셀시어스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8일(현지시간) 창펑 자오(CZ)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오늘 FTX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우리(바이낸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FTX.com을 전량 인수하고, 유동성 위기 해결을 돕기 위해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LOI)를 (FTX와) 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에 걸쳐 듀 딜리전스(Due Dilligence, 정밀 현장실사)를 수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샘 뱅크먼프리드(SBF) FTX CEO 역시 트윗을 통해 인수 추진에 대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FTX.com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투자자는 동일하다”며 “바이낸스와 FTX.com에 대한 전략적 거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에서 두 거래소 간 충돌이 있다는 소문을 안다”며 “그러나 바이낸스는 탈중앙화된 글로벌 경제에 전념하고 있고, FTX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 이번 거래는 FTX의 미국 사업 부문은 제외되며, LOI이기 때문에 바이낸스가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FTX 인수 발표는 전날 샘 뱅크먼프리드가 “FTX는 모든 사용자의 자산을 커버할 수 있다”며 자금 부족설을 일축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다. 이 트윗에서 그는 “FTX는 고객 자산을 이용해 국채에도 투자하지 않으며, 여태까지 모든 출금 요청을 처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FTX의 유동성 위기는 사실로 확인됐고, 현재 해당 트윗은 삭제된 상태다. 글로벌 대형 거래소의 위기에 주요 암호화폐들의 가격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9일 오전 11시 2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0.90% 내린 1만840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15.8%나 하락한 1325달러에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리플은 15.19%, 에이다는 9.5% 하락했다. 도지코인과 솔라나는 각각 22.18%, 20.98% 급락해 시가총액 순위가 한 계단씩 내려앉은 상황이다. FTX의 유동성 위기설은 지난 2일 코인데스크의 보도로 시작됐다. 코인데스크는 FTX의 투자펀드 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올해 2분기 재무보고서를 입수해 대차대조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알라메다의 자산 146억 달러 중 36억6000만 달러가 FTX의 거래소 토큰인 FTT 토큰이었다. 여기에 FTT 담보자산(21억6000만 달러)과 락업이 해제되지 않은 물량(2억9200만 달러)도 있어, 도합 58억 달러가 넘는 FTT 토큰이 알라메다의 자산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이처럼 펀드사의 자산이 하나의 자산으로 편중될 수 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알라메다가 마치 지난 7월 파산한 셀시어스와 같은 식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셀시어스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고 암호화폐를 대출해주는 식의 일종의 ‘폰지사기’로 몸집을 키웠다. 디지털자산운용사 아르카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알라메다 헤지펀드는 수많은 FTT를 통해 FTX와 연결돼 있으며 FTT의 가격이 하락하면 알라메다는 ‘마진콜’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며 “알라메다에 자금을 대출해 준 모두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X와 알라메다의 상황은 창펑 자오가 보유 중인 FTT코인을 전량 매각할 것이라 밝히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그는 지난 7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루나 사태에서 배운 건 리스크 관리”라며 “이 교훈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FTT를 사전적으로 매도한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초기 FTX 투자자로 이에 따라 상당량의 FTT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투자자들도 FTX에 보관하던 암호화폐 자산을 다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에 따르면 FTX가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총량은 2주 전보다 93% 감소하며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난센에 따르면 FTX에서 출금량 기준 상위 10개 주소가 지난 7일간 약 18억700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출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코인데스크는 “해당 10개 주소에는 넥소, 서클, 점프 트레이딩 등 업계 유명 기관들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련의 유동성 위기 사태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 창업자는 “FTX는 암호화폐 업계의 리먼브라더스”라며 “아직 시장은 바닥을 찍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S&P500 지수가 2009년 3월에야 바닥을 찍었던 점을 감안하면, 1만7500달러(9일 최저가) 부근의 BTC 가격은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제레미 알레어 서클 CEO도 “암호화폐 업계에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동일한 버전의 ‘FTX 사태’가 발생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약세장은 업계 내 많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우리가 심사숙고할 기회를 줬다”며 “투명성 부족, 불명확한 거래 상대자, 투기성 토큰 기반 부실 경영, 재무 불건전성 등이 이런 사태를 촉발한 근본적인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5시 33분께 FTX는 모든 암호화폐 출금을 중단했다. FTX 직원은 공식 텔레그램 그룹 채팅방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채팅방에 있는 많은 FTX 고객들은 출금을 위해 수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항의 중이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2022.11.09 11:37

4분 소요
KG케미칼, 쌍용차 인수 가능성에 20%↑ [증시이슈]

증권 일반

쌍용차 인수전에서 KG케미칼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KG케미칼이 장중 20% 이상 급등했다. 12일 오후 2시 15분 현재 KG케미칼은 전거래일보다 24.03%(9250원) 오른 4만7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3만9000원에 출발한 주가는 장중 3만9000원까지 밀려났으나 이후 반등해 4만79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주가 상승은 KG케미칼이 쌍용차 인수전에서 최종 승리할 것이란 기대감 여파로 풀이된다. 개인 투자자 뿐 아니라 외국인 역시 전나렝 이어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 애플리케이션 증권플러스를 운영 중인 두나무는 지난 4월 넷째주 ‘쌍용차 인수전 각축전, 어디가 승리할까?’라는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8명(79.9%)이 우승자로 KG케미칼을 꼽았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에는 4399명이 참여했다. KG케미칼은 지난달 18일 “KG그룹은 쌍용자동차의 인수를 검토하던 과정에서 KG컨소시엄을 구성했고, 계열사인 KG스틸홀딩스를 대표자로 해 공고 전 매각 주간사에게 12일 사전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며, 18일에는 본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며 쌍용차 인수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허지은 기자 hur.jieun@joongang.co.kr

2022.05.12 14:29

1분 소요
사모펀드도 뛰어든 쌍용차 인수...1조원 평택 땅 노리나

산업 일반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의 2파전 양상이었던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국내 사모펀드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가 참여하면서 3파전 전개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파빌리온PE는 지난 11일 제한 경쟁입찰 방식의 스토킹 호스 입찰 절차에 참여한다는 인수 사전의향서를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에 제출했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 예정자를 미리 선정해 놓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며, 입찰 무산 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매각 방식을 말하는데 아직 법원의 허가 절차가 남아있다. 쌍용차는 이번 주 내에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은 후 스토킹 호스 방식의 계약 체결을 위한 우선매수권자(인수 내정자) 선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앞서 파빌리온PE는 지난해 전기차 업체 이엘비앤티와 컨소시엄을 꾸려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밀렸다. 이번에는 안정적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 대형금융기관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빌리온PE는 오는 18일 공식적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사모펀드가 쌍용차 인수에 재차 나선 것에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선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무산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의 투자계약 내용을 반영한 회생계획안을 보면 쌍용차가 변제해야 할 채무는 약 8348억원에 달한다. 회생담보권 약 2320억원과 조세채권 약 558억원, 회생채권 약 5470억원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2017년부터 5년간 이어진 적자와 신차 개발 투입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1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쌍용차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2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쌍용차가 회생할지도 미지수다.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하는 시점도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모펀드가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또 다른 목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상은 평택 시내에 인접해 있는 85만㎡(약 25만7000평)의 공장 부지다. 해당 부지의 시세는 현재 1조원 안팎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공장 인근에 수서발 고속철도(SRT) 평택 지제역이 개통하며 개발 열풍이 불었다. 지제역 개통 전후로 평택공장 주변은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져 사방이 아파트단지로 변모했다. 해당 공장 부지의 용도 변경이 이뤄질 경우 현재 시세(1조원)보다 최소 1.5배 이상 가격이 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는 산업은행으로의 대출이 여의치 않아지자 새로운 부지에 공장을 건설하고 현 부지는 주거용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평택시가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해당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4.14 17:30

2분 소요
지난해 탈락했던 파빌리온PE “쌍용차 인수 재도전” 선언

산업 일반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국내 사모펀드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파빌리온PE)도 합류했다. 쌍용차 인수전은 KG그룹과 쌍방울그룹 간 2파전에서 3파전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1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파빌리온PE는 지난 11일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의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입찰 절차에 참여한다는 인수 사전의향서를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에 제출했다. 공식적인 인수의향서는 오늘 18일 제출할 예정이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 예정자를 미리 선정해 놓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며, 입찰 무산 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매각 방식으로 법원의 허가 절차가 남아있다. 파빌리온PE는 지난해 9월 전기차 기업 이엘비앤티(EL B&T)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밀렸다. 이번엔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국내 대형 금융기관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빌리온PE의 참여로 쌍용차 인수전은 ▶광림을 앞세운 쌍방울그룹 컨소시엄 ▶KG그룹 ▶파빌리온PE의 3파전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쌍방울그룹과 KG그룹도 EY한영에 인수 사전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쌍방울그룹 컨소시엄에는 쌍방울그룹의 광림쌍방울·나노스와 KH그룹의 KH필룩스가 참여한다. KB증권이 최근 쌍방울그룹의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에 대한 참여 계획을 철회했다. KG그룹은 사모펀드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캑터스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캑터스PE는 KG가 동부제철 인수 당시 손잡았던 곳이기도 하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4.14 07:41

1분 소요
금호고속 매각 난항 - 그룹 재건 박삼구 회장 채권단 견제에 멈칫

산업 일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 기업인 금호고속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 등을 통해 금호고속 지분을 되사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금호산업 채권단이 견제하고 나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호산업 채권단은 3월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운영위원회를 열어 금호산업의 금호고속 인수 참여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인데 금호고속 인수에 나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금호산업이 최대주주인 채권단과의 긴밀한 상의 없이 인수에 나서려 하기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3월 9일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사모투자펀드(이하 IBK펀드)에 공문을 보내 IBK펀드가 가진 금호고속 지분 100%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인수의 주체로 금호산업 등을 내세웠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IBK펀드에 보낸 공문에서 금호고속 인수 주체로 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20%)과 아시아나항공(25%), 금호터미널(25%), 금호고속 우리사주조합(30%)을 적시했다. 하지만 금호산업 채권단은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금호산업이 헐값에 박 회장과 그룹 측에 되돌아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금호고속 인수에 뛰어들어 현금자산이 유출되면 차후 매각 금액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 수혜는 고스란히 박 회장에게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금호산업 현금 800억 이상 투입 가능성 IB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IBK펀드 측에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와 함께 제안한 인수 금액은 4200억원 정도다. 올 2월 IBK펀드가 그룹 측에 제시했던 매각 가격(4800억원)에서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의 환산 금액은 제외됐다. 그룹 측이 밝힌 대로 금호산업이 이 금액의 20%를 부담한다면 840억원가량의 현금이 인수 자금으로 투입된다. 현재 금호산업 지분 5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채권단이 반발하는 이유다. 금호산업의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떨어져 매각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4월 중에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을 실시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측은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기업이 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채권단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채권단의 반발에도 금호고속 인수는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채권단과는 사전에 의논이 잘 안 됐던 측면이 있기에 채권단이 향후 어떻게 나설지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면서도 “금호고속의 인수는 꾸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고속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명분이다. 지난 1948년 설립된 금호고속은 광주 등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 기업이나 다름없다(금호고속의 전신은 1946년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광주택시). 광주여객자동차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해 1961년 전남여객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고속버스를 통한 여객운수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후 호남 일대 고속버스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하고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버스 사업 인가를 획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2012년 금호고속을 금호산업에서 분리, IBK펀드에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잃었다.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고속을 되사들여 부친인 창업주의 유지를 다시 한 번 받드는 한편, 몰락한 그룹을 본인 손으로 재건하겠다는 책임경영 강화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낼 수 있다.다른 하나는 실리다. 금호고속은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알짜 회사다. 2012년 506억원, 2013년 522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할 만큼 실적이 꾸준했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기준 국내 고속버스 시장 점유율이 38%로 2위 기업과 10%대 격차가 있을 만큼 독보적이다. 지난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 등으로 그룹 재건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여전히 그룹 내 수익창출원이 부족한 금호아시아나로서는 금호고속의 안정적인 수익성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박 회장 개인으로서도 꿈에 그리던 재기 가능성을 키운다는 의미가 있다. ━ ‘금호리조트 지분은 인수 대상서 제외’ 제안 금호아시아나그룹과 IBK펀드는 3월 안에 구체적인 금호고속 매각 관련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금호아시아나 측이 제안한 조건부 인수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IBK에 보낸 공문에서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 48.8%는 인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이에 대한 합의는 비교적 원만히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이 2012년 금호고속 매매 당시 체결한 계약서에 이미 ‘미매각 자산은 후순위 채권자를 대상으로 현물 배당한다’는 조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이 후순위 출자자인 가운데, 금호리조트를 제외한 금호고속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그룹 측은 금호터미널을 통해 미매각 현물인 금호리조트 지분과 원금을 챙길 수 있다.문제는 금호리조트 지분을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박 회장과 그룹 측이 금호고속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느냐다.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선언하며 금호산업에 이어 금호고속 인수에까지 나서면서 막대한 자금을 동시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호산업 인수전의 경우 애당초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롯데그룹과 애경그룹 등 ‘큰손’들이 입찰에서 빠지고 신세계그룹도 인수의향서(LOI) 접수 후 입찰 참여 의사를 철회했지만 호반건설 등 5개 업체가 입찰적격자로 선정됐다. 매각 가격이 8000억원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두 회사 매입에만 1조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박 회장과 그룹 측이 우선매수 청구권을 통해 두 회사 인수에 가장 유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를 품기까지 자금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할 경우 IBK펀드는 금호고속을 시장에 내놓고 매수자를 새로 물색하게 된다.※우선매수청구권 - 공유 지분의 매각 시 기존 공유자가 우선적으로 매수하기를 청구할 수 있는 민사 집행법상 권리.

2015.03.21 08:02

4분 소요
하이마트 매각 어디로 - 가치 떨어져도 ‘선종구 리스크’ 사라져

산업 일반

올해 인수·합병(M & 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하이마트의 매각이 연기됐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횡령과 탈세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대주주들은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면 회사 매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 분식 회계와 같은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매각이 상당기간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선 회장이 구속되면 M & A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M & A 마무리 단계서 스톱하이마트의 대주주인 유진기업과 선 회장, HI컨소시엄은 2월 27일 “최근 검찰조사와 관련해 매각 일정을 일부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 3월 2일로 예정된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한을 포함한 매각 일정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하이마트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는 의지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매각을 재개할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하이마트 인수를 검토해온 기업의 관계자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하이마트 매각 주간사인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대주주들과 협의한 후 매각 일정과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검찰은 2월 25일부터 26일까지 하이마트 대치동 본사와 계열사, 선 회장의 도곡동 자택, 자녀와 연관된 계열사·관계사 7~8곳을 압수수색 했다. 선 회장의 아들 현석씨가 대표로 있는 HM투어와 딸 수연씨가 2대 주주인 광고대행 협력사 커뮤니케이션윌도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검찰은 선 회장이 1000억원대 회사 돈과 개인 자산을 해외로 빼돌려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거액을 탈세한 혐의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시점은 하이마트 M & A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때였다. 매각 주간사는 일주일 후 예비입찰 성격인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하고 한달 뒤 본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이미 인수 후보 기업에게 통보했다. 4월 초에는 본입찰을 한다는 일정이었다. 하이마트 M & A에 관심을 보인 기업도 많았다. 총 12곳이 매각 주간사와 비밀유지협약(CA)을 체결하고 매각 정보를 받았다. 유통업계 빅3인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테스코)가 포함돼 있었다.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관계자는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두 달만 늦어졌어도 매각절차는 마무리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들이 받은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하이마트 매각 대상 지분은 유진그룹 32.4%, 선 회장 일가 20.76%, HI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FI) 6.08% 등 총 59.24%다. 검찰수사 직전 시가로 1조600억원, 인수 경쟁이 붙으면 2조원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하이마트와 사업상 관련을 맺어온 금융권과 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나 선 회장의 비리 혐의에 대해 “올 것이 왔다”며 크게 놀라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은 검찰 수사 전부터 정상적인 대기업 조직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일이 하이마트에 있었다고 전했다. 하이마트에 전자 제품을 납품한 기업의 관계자는 “제품 공급계약을 하려면 하이마트와 직접 하지 못하고 중간에 총판이라는 조직을 거쳐야 한다”며 “이런 유통 단계가 불법적인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판 책임자와 선종구 회장간 관계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유진그룹이 선 회장의 비리 혐의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증언도 있다. 유진 측 핵심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착수하기 전인 지난해 말 “회사 매각 합의문서와 별개로 선종구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뗄 수 밖에 없는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선 회장 개인 비리 사례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 회장 쪽에서는 유진이 재무 경영에 참여하면서 얻은 회사 비밀 자료를 검찰에 넘기지 않았는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진 측이 선 회장의 비리 혐의를 사정당국에 제보했을 가능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와중에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모험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에서다. 레미콘, 시멘트, 건설 등 주력 사업 경기가 여전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도 유진그룹으로서는 부담이다.파는 쪽과 사는 쪽 심리전 더욱 치열할 듯검찰 수사 이후 M & A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 하이마트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은 매각 일정 연기뿐만 아니라 매각 자체가 장기간 중단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회사 가치가 떨어지면 인수 참여를 재검토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매각 주간사로부터 통보가 오면 공식적인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회사 돈이 빠져나갔다면 누가 사려고 나서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파는 쪽에선 검찰 수사가 완료되면 매각을 재추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흥행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검찰 수사로 그동안 기업들이 우려한 ‘선종구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된다는 것이다. 선종구 리스크는 선 회장이 회사 지분을 판 후 핵심 인력을 빼와 비슷한 유통업체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말한다. 매각 주간사 관계자는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검찰 수사의 윤곽이 드러나면 딜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자는 인수후보들도 있다”고 강조했다.매각 규모가 조 단위의 대형 M & A에서는 파는 쪽과 사는 쪽이 고도의 심리전과 여론전을 벌인다. 현재 시점에서 M & A 전망을 쉽게 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검찰 수사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매각이 완료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 인수 희망 기업들이 하이마트의 몸값을 깎기 위해 검찰 수사 내용을 철저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커서다. 인수를 검토한 한 대형 사모펀드 관계자는 “최소한 검찰 기소장을 보기 전까지는 기업가치를 따질 수 없다”며 “검찰의 기소 내용이 어느 정도의 디스카운트 요인일지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2.03.06 11:43

4분 소요
“M&A 가능성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산업 일반

팔린다, 안 팔린다, 팔린다…. 산다더라, 안 산다, 산다더라…. 10년을 끈 하이닉스 매각은 이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강산이 한 번 바뀌는 동안 줄곧 이랬다. 사려는 기업은 없는데 소문만 무성했던 세월이었다. 하이닉스가 다시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다.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지분을 팔아야 하는 채권단은 솔깃한 제안을 들고 나왔다. 하이닉스는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을 받는다. 주가는 상대적으로 낮다. 매각 최적기라는 게 과장은 아니다. 이번에는 성사될까? 하이닉스 매각 관련 이슈와 쟁점을 짚어 봤다. 소액주주만 40만 명에 달하는 국민 주식 ‘000660(하이닉스 코드 번호)’ 주가와 세계 반도체시장 전망도 분석했다. 올 초부터 다시 불을 지피던 하이닉스 매각이 본격 추진된다. 아홉 개 금융회사·공기업으로 구성된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채권단)가 연내 매각 성사를 목표로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번엔 성공할까? 연초만 해도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지난 2년간 두 차례 공개 매각, 10년간 수차례 비공개 매각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전력 때문이다. 특정 대기업의 하이닉스 인수설은 대부분 ‘설’로 끝났다. 하이닉스 매각 주간사와 채권단의 구애에도 대기업들은 심드렁했다. ‘비싸고 위험한 회사’라는 이유에서다.그럼에도 하이닉스 매각은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수출액의 1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쌍끌이한다. 지난해 매출 12조원으로 메모리 반도체시장 세계 2위다. 2008년 3분기를 기점으로 7분기 연속 적자에서 7분기 연속 흑자 기업으로 변모한 하이닉스의 미래도 이번 매각 성사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았지만 인수 희망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이 하이닉스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시너지’를 발휘할 수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무엇보다 하이닉스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많다. 코스피 상장 종목인 하이닉스의 소액주주는 40만 명에 육박한다. 국내 상장 기업 중 가장 많다. 여기에 하이닉스 임직원, 인수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는 5~6개 대기업, 협력업체, 금융권도 하이닉스 매각이 어떻게 진행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증권가는 예전과 달리 매각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걸림돌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009년만 해도 최소 4조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됐던 인수 가격은 하이닉스 채권단이 ‘유연한 매각 방식’을 택하면서 경우에 따라 2조~3조원 정도에 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장이 불안한 시선으로 봤던 하이닉스 경쟁력과 재무구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일각에서는 하이닉스를 굳이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있고, 팔더라도 헐값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어쨌든 판은 다시 벌어졌다. 약 한 달 안에 매각 성사냐, 다시 무산이냐가 결정된다. 하이닉스 매각 관련 관전 포인트를 이슈별로 짚어 봤다.하이닉스 무엇이 달라졌나?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2009년 3분기. 자타가 공인하는 하이닉스의 터닝 포인트다. 이전까지 하이닉스는 7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에는 4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랬던 하이닉스가 2008년 3분기 이후 7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에는 매출 2조80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을 기록했다. PC용 D램 가격이 하락하고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았던 와중에 거둔 성과다. 하이닉스를 뒤쫓던 엘피다, 난야, 이노테라 등 경쟁사는 모두 적자를 봤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확고한 시장 기반을 확보하고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췄다”고 입을 모은다.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07년 초부터 2008년 말까지 이어진 반도체시장 치킨게임(경쟁사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살아남아 두둑한 전리품을 챙기는 중이다. 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006년 16.6%에서 지난 1분기 23%로 올랐다. 하이닉스는 D램 시장 세계 2위, 낸드플래시 4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발 빠르게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제품 확대로 신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하이닉스는 일찌감치 막대한 투자를 통해 PC용 D램보다 수익성이 좋고 진입장벽은 높은 스페셜 D램(모바일·그래픽·서버용 D램) 비중을 늘렸다. 2008년 하이닉스 매출의 40%였던 스페셜D램 매출 비중은 지난 1분기 70%대로 올라섰다. 또한 40나노급 D램, 20나노급 낸드플래시 등도 시장에 안착하면서 제품 경쟁력이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HMC투자증권 노근창 수석연구위원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모두 갖고 있는 종합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서 재평가 스토리는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인수 유력 후보는 어디?LG전자·현대중공업 ‘대주주 자격 충분’“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잘 살릴 만한 기업이 인수해주면 좋겠다.” 김종갑(60)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얘기다. 권오철(53) 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4월 한 대학이 주최한 ‘CEO 특강’에서 “사업 특성상 장기적 육성 의지를 가진 돈 많은 기업이 주인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가치를 살리고 돈이 많은 기업은 어디일까?가장 지지를 많이 받은 곳은 LG전자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노트북PC뿐 아니라 TFT-LCD, AMOLED(아몰레드) 사업에서 시너지 극대화가 예상된다”(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는 이유다.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반도체 영역까지 포트폴리오를 가진 삼성전자 모델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휴대전화와 TV, 에어컨 부문 실적 악화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지난해를 감안할 때 하이닉스 인수로 완제품만 생산하는 세트업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투자 재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권오철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는 훌륭한 대주주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한 바 있다.최근에는 현대중공업이 주목 받는다. 자금이 풍부하고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태양광·자동차용 반도체 사업 진출과 맞물려 인수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다소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등 범현대가(家) 위용을 찾고 있는 분위기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다시 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전신은 현대전자산업이다. 더욱이 6월 8일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 인수설 관련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SK그룹은 자금 여력은 있지만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 평가다. 2009년 9월 하이닉스 첫 공개 매각 때 단독 입찰했다가 철회한 효성 역시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을 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효성이 2009년 당시 정부의 특혜 의혹(지분 분할 매각) 압력으로 인수의향서를 냈다가 철회했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다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간혹 삼성전자 얘기가 나오지만,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반도체시장 독과점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가능성은 작다. 포스코는 해외 주주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동부그룹은 반도체 경영 경험은 풍부하지만 자금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군에서 멀어져 있다. 물론 최근 1년간 하이닉스 인수 의향을 밝힌 대기업은 없다.매각 성사 가능성은? 2009년보다 인수 자금 1조~2조원 줄 듯2009년 9월 하이닉스 채권단은 국내 43개 기업에 매각 안내문을 발송했다. 효성그룹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같은 해 11월 매각이 무산된 후 채권단은 12월 말 재매각 공고를 냈다. 시한은 이듬해 1월 29일까지였다. 의향서를 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기간을 2주 연장했지만 허사였다. 역시 가격과 리스크가 문제였다.채권단이 인수 의향서를 받겠다던 기간 동안 하이닉스 주가는 2만2000~2만6000원에서 움직였다. 당시 채권단 지분은 28%. 시장가치만 3조5000억원 안팎.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4조원이 넘는 인수 자금이 필요했다. 하이닉스 재무구조 개선이나 안정적 수익 기반에 대한 시장의 확신도 부족했다.이번에는 다르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인수 희망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전제 아래 하이닉스 주가나 실적, 채권단 의지 등을 종합하면 지금이 하이닉스 매각에 최적기인 것은 분명하다”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3.4%), 우리은행(3.3%), 한국정책금융공사(2.6%), 신한은행(2.5%), 예금보험공사(1.5%) 등 9개 금융회사·공기업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팔릴 가능성이 큰 옵션’을 들고 나왔다는 게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채권단은 기존에 보유했던 구주 일괄 매각 방식 대신 ‘구주 일부 매각+신주 발행’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하이닉스 인수 희망 기업의 자금 부담은 대폭 준다. 구주나 신주 모두 시장가치로 사지만 신주 인수 자금은 회사로 유입돼 시설·운영 투자금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구주만 인수할 경우에는 구주 인수 자금 외에 설비 투자금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더욱이 28%였던 채권단 지분이 지난해 두 차례 블록세일(대량매매)로 15%로 줄었고, 4월 말 3만7000원대까지 올랐던 하이닉스 주가가 6월 이후 2만5900~2만8000원대에서 거래되는 것도 인수 기업에는 매력적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수자의 금융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며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과 조율을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 리스크 해소됐나?부채 줄고 현금창출 능력 대폭 개선 비싼 몸값만큼 하이닉스 매각에 걸림돌이 된 것은 ‘불안한 재무구조’였다. 반도체 사업 특성상 지속적이고 막대한 투자와 운용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데, 하이닉스의 재무구조는 위험해 보였다.하이닉스를 경영하려면 연간 수조원의 돈을 돌려야 한다. 2009년 작성된 하이닉스 설비투자 계획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10년 2조5000억원, 2011년과 2012년 각각 3조, 3조5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돼 있다. 실제로는 더 늘었다. 하이닉스는 올 초 공시를 통해 “올해 설비투자로 3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유지·운용비만 연간 2조원가량 든다. 현금창출 능력 등이 미비하면 과도한 차입으로 부채가 늘기 쉬운 구조다. 수익까지 나빠지면 인수 기업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컸다.하지만 이런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하이닉스의 재무구조는 몰라보게 개선됐다. 2008년 7조7000억원이었던 차입금은 지난해 6조원으로 줄었다. 차입금 비율은 140%에서 70%로 낮아졌다. 현금 보유액은 2008년 7000억원, 2009년 1조5000억원,지난해 2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투자비를 자체 조달할 수 있을 만큼 현금창출 능력이 좋아졌다. 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공제하기 전 이익인 이 회사의 EBITDA는 2008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1000억원으로 좋아졌다. 연간 설비 투자비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더욱이 하이닉스 채권단이 잠정 합의한 대로 신주 발행 방식으로 매각이 이뤄지면 상황은 더 좋아진다.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4월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주를 발행하게 되면 그 자금으로 하이닉스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매각 또 불발되면?채권단 해체돼 각자 매각 나설 가능성도크레디트스위스, 우리투자증권 등 하이닉스 매각 주간사는 지난해와 올해 국내 10대 그룹을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올 1월 초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하이닉스 매각은 지난해부터 추진됐지만 그동안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권오철 사장 역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파악하기에는 (인수를 원하는) 원매자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아무리 인수 조건이 좋고 분위기가 무르익어도 인수의향서를 내는 기업이 나오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채권단은 6월 20~21일 입찰 공고를 내고 7월 중순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다. 인수 희망 기업이 나오면 인수자 실사 후 9월 초 본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0~11월 정도에 매각을 완료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기대다.인수자가 나오지 않아 매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채권단은 더 좋은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 지난해 잠시 거론됐던 PEF(사모펀드) 방식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사모펀드 형식으로 채권자 지분을 한데 모으고 여기에 인수 희망 기업이 일부 자금으로 펀드에 참여해 시장 상황을 보다가 향후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채권단으로 구성된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각 채권자가 채권단 지분 15%의 일괄 매각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독자적으로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지분 2.6%를 갖고 있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먼저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PEF 방식’ ‘구주+신주 발행 방식’ 등을 먼저 제안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매각을 추진해 온 정책금융공사는 본래 수출 중소기업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09년 산업은행에서 분리된 곳이다.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빨리 하이닉스에서 손을 털어야 하는 입장이다.일부에서는 “포스코를 민영화할 때처럼 국민 공모주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경우 채권단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그런데, 꼭 지금 팔아야 하나? “지금도 잘하는데” vs “지배주주 있는 게 바람직”“채권단 입장에서야 빨리 털고 나가야겠지만 하이닉스 자체만 보면 굳이 무리해서 매각해야 하는지에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안정적이고 건실한 주인(최대주주)이 생기면 물론 좋겠지만 현 상태에서도 하이닉스는 잘하고 있지 않나?”하이닉스 노동조합 관계자 얘기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권 사장은 3월 한 강연에서 “좋은 주인이 나타나면 좋겠지만 그동안 채권은행이 주인일 때도 잘 운영됐다”며 “미국을 보면 주인 없는 기업이 많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도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니라 자꾸 늦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실제로 하이닉스 소액투자자 사이에서는 ‘굳이 지금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현재 상황을 ‘채권단의, 채권단에 의한, 채권단을 위한’ 매각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실적도 좋고 주가도 오름세였는데 매각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한 증권 온라인 게시판에는 “하이닉스가 주인 없는 회사라 불안하다면 국내 지배구조 1위 업체로 뽑힌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11월 하이닉스는 ‘아시아 기업지배구조 협회’와 ‘CLSA(크레디리요네) 아시아·태평양 마켓’이 공동 발간한 ‘2010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 중 기업지배구조 1위 업체로 평가된 바 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 독립된 감사위원회를 운영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이와 관련, 김종갑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2월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업체의 경우 과감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며 “하이닉스의 소유 구조는 지배주주가 있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11.06.20 15:31

10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