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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가능성 그 어느 때보다 높아”

“M&A 가능성 그 어느 때보다 높아”

팔린다, 안 팔린다, 팔린다…. 산다더라, 안 산다, 산다더라…. 10년을 끈 하이닉스 매각은 이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강산이 한 번 바뀌는 동안 줄곧 이랬다. 사려는 기업은 없는데 소문만 무성했던 세월이었다. 하이닉스가 다시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다.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지분을 팔아야 하는 채권단은 솔깃한 제안을 들고 나왔다. 하이닉스는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을 받는다. 주가는 상대적으로 낮다. 매각 최적기라는 게 과장은 아니다. 이번에는 성사될까? 하이닉스 매각 관련 이슈와 쟁점을 짚어 봤다. 소액주주만 40만 명에 달하는 국민 주식 ‘000660(하이닉스 코드 번호)’ 주가와 세계 반도체시장 전망도 분석했다.

올 초부터 다시 불을 지피던 하이닉스 매각이 본격 추진된다. 아홉 개 금융회사·공기업으로 구성된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채권단)가 연내 매각 성사를 목표로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번엔 성공할까? 연초만 해도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지난 2년간 두 차례 공개 매각, 10년간 수차례 비공개 매각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전력 때문이다. 특정 대기업의 하이닉스 인수설은 대부분 ‘설’로 끝났다. 하이닉스 매각 주간사와 채권단의 구애에도 대기업들은 심드렁했다. ‘비싸고 위험한 회사’라는 이유에서다[공교롭게도 하이닉스 영문 ‘hynix’의 ‘nix’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퇴짜 놓다, 거부하다 뜻이 있다. hynix는 고도(high)의 전자기술(electronics)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하이닉스 매각은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수출액의 1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쌍끌이한다. 지난해 매출 12조원으로 메모리 반도체시장 세계 2위다. 2008년 3분기를 기점으로 7분기 연속 적자에서 7분기 연속 흑자 기업으로 변모한 하이닉스의 미래도 이번 매각 성사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았지만 인수 희망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이 하이닉스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시너지’를 발휘할 수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하이닉스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많다. 코스피 상장 종목인 하이닉스의 소액주주는 40만 명에 육박한다. 국내 상장 기업 중 가장 많다. 여기에 하이닉스 임직원, 인수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는 5~6개 대기업, 협력업체, 금융권도 하이닉스 매각이 어떻게 진행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증권가는 예전과 달리 매각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걸림돌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009년만 해도 최소 4조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됐던 인수 가격은 하이닉스 채권단이 ‘유연한 매각 방식’을 택하면서 경우에 따라 2조~3조원 정도에 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장이 불안한 시선으로 봤던 하이닉스 경쟁력과 재무구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일각에서는 하이닉스를 굳이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있고, 팔더라도 헐값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판은 다시 벌어졌다. 약 한 달 안에 매각 성사냐, 다시 무산이냐가 결정된다. 하이닉스 매각 관련 관전 포인트를 이슈별로 짚어 봤다.



하이닉스 무엇이 달라졌나?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2009년 3분기. 자타가 공인하는 하이닉스의 터닝 포인트다. 이전까지 하이닉스는 7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에는 4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랬던 하이닉스가 2008년 3분기 이후 7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에는 매출 2조80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을 기록했다. PC용 D램 가격이 하락하고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았던 와중에 거둔 성과다. 하이닉스를 뒤쫓던 엘피다, 난야, 이노테라 등 경쟁사는 모두 적자를 봤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확고한 시장 기반을 확보하고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췄다”고 입을 모은다.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07년 초부터 2008년 말까지 이어진 반도체시장 치킨게임(경쟁사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살아남아 두둑한 전리품을 챙기는 중이다. 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006년 16.6%에서 지난 1분기 23%로 올랐다. 하이닉스는 D램 시장 세계 2위, 낸드플래시 4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발 빠르게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제품 확대로 신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하이닉스는 일찌감치 막대한 투자를 통해 PC용 D램보다 수익성이 좋고 진입장벽은 높은 스페셜 D램(모바일·그래픽·서버용 D램) 비중을 늘렸다. 2008년 하이닉스 매출의 40%였던 스페셜D램 매출 비중은 지난 1분기 70%대로 올라섰다. 또한 40나노급 D램, 20나노급 낸드플래시 등도 시장에 안착하면서 제품 경쟁력이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HMC투자증권 노근창 수석연구위원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모두 갖고 있는 종합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서 재평가 스토리는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지난 4월 개발한 30나노급 2기가비트(Gb) 차세대 DDR4 D램.


인수 유력 후보는 어디?LG전자·현대중공업 ‘대주주 자격 충분’

“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잘 살릴 만한 기업이 인수해주면 좋겠다.” 김종갑(60)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얘기다. 권오철(53) 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4월 한 대학이 주최한 ‘CEO 특강’에서 “사업 특성상 장기적 육성 의지를 가진 돈 많은 기업이 주인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가치를 살리고 돈이 많은 기업은 어디일까?

가장 지지를 많이 받은 곳은 LG전자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노트북PC뿐 아니라 TFT-LCD, AMOLED(아몰레드) 사업에서 시너지 극대화가 예상된다”(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는 이유다.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반도체 영역까지 포트폴리오를 가진 삼성전자 모델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휴대전화와 TV, 에어컨 부문 실적 악화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지난해를 감안할 때 하이닉스 인수로 완제품만 생산하는 세트업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투자 재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권오철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는 훌륭한 대주주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이 주목 받는다. 자금이 풍부하고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태양광·자동차용 반도체 사업 진출과 맞물려 인수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다소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등 범현대가(家) 위용을 찾고 있는 분위기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다시 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전신은 현대전자산업이다. 더욱이 6월 8일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 인수설 관련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SK그룹은 자금 여력은 있지만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 평가다. 2009년 9월 하이닉스 첫 공개 매각 때 단독 입찰했다가 철회한 효성 역시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을 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효성이 2009년 당시 정부의 특혜 의혹(지분 분할 매각) 압력으로 인수의향서를 냈다가 철회했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다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간혹 삼성전자 얘기가 나오지만,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반도체시장 독과점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가능성은 작다. 포스코는 해외 주주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동부그룹은 반도체 경영 경험은 풍부하지만 자금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군에서 멀어져 있다. 물론 최근 1년간 하이닉스 인수 의향을 밝힌 대기업은 없다.



매각 성사 가능성은?

하이닉스가 청주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조감도.
2009년보다 인수 자금 1조~2조원 줄 듯

2009년 9월 하이닉스 채권단은 국내 43개 기업에 매각 안내문을 발송했다. 효성그룹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같은 해 11월 매각이 무산된 후 채권단은 12월 말 재매각 공고를 냈다. 시한은 이듬해 1월 29일까지였다. 의향서를 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기간을 2주 연장했지만 허사였다. 역시 가격과 리스크가 문제였다.

채권단이 인수 의향서를 받겠다던 기간 동안 하이닉스 주가는 2만2000~2만6000원에서 움직였다. 당시 채권단 지분은 28%. 시장가치만 3조5000억원 안팎.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4조원이 넘는 인수 자금이 필요했다. 하이닉스 재무구조 개선이나 안정적 수익 기반에 대한 시장의 확신도 부족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인수 희망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전제 아래 하이닉스 주가나 실적, 채권단 의지 등을 종합하면 지금이 하이닉스 매각에 최적기인 것은 분명하다”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3.4%), 우리은행(3.3%), 한국정책금융공사(2.6%), 신한은행(2.5%), 예금보험공사(1.5%) 등 9개 금융회사·공기업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팔릴 가능성이 큰 옵션’을 들고 나왔다는 게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채권단은 기존에 보유했던 구주 일괄 매각 방식 대신 ‘구주 일부 매각+신주 발행’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하이닉스 인수 희망 기업의 자금 부담은 대폭 준다. 구주나 신주 모두 시장가치로 사지만 신주 인수 자금은 회사로 유입돼 시설·운영 투자금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구주만 인수할 경우에는 구주 인수 자금 외에 설비 투자금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28%였던 채권단 지분이 지난해 두 차례 블록세일(대량매매)로 15%로 줄었고, 4월 말 3만7000원대까지 올랐던 하이닉스 주가가 6월 이후 2만5900~2만8000원대에서 거래되는 것도 인수 기업에는 매력적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수자의 금융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며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과 조율을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 리스크 해소됐나?부채 줄고 현금창출 능력 대폭 개선

지난해 1월 13일 열린 하이닉스반도체 M&A 사전 설명회에서 하이닉스 임원이 사업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당시 인수의향서를 낸 기업이 없어 매각은 무산됐다.
비싼 몸값만큼 하이닉스 매각에 걸림돌이 된 것은 ‘불안한 재무구조’였다. 반도체 사업 특성상 지속적이고 막대한 투자와 운용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데, 하이닉스의 재무구조는 위험해 보였다.

하이닉스를 경영하려면 연간 수조원의 돈을 돌려야 한다. 2009년 작성된 하이닉스 설비투자 계획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10년 2조5000억원, 2011년과 2012년 각각 3조, 3조5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돼 있다. 실제로는 더 늘었다. 하이닉스는 올 초 공시를 통해 “올해 설비투자로 3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유지·운용비만 연간 2조원가량 든다. 현금창출 능력 등이 미비하면 과도한 차입으로 부채가 늘기 쉬운 구조다. 수익까지 나빠지면 인수 기업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하이닉스의 재무구조는 몰라보게 개선됐다. 2008년 7조7000억원이었던 차입금은 지난해 6조원으로 줄었다. 차입금 비율은 140%에서 70%로 낮아졌다. 현금 보유액은 2008년 7000억원, 2009년 1조5000억원,

지난해 2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투자비를 자체 조달할 수 있을 만큼 현금창출 능력이 좋아졌다. 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공제하기 전 이익인 이 회사의 EBITDA는 2008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1000억원으로 좋아졌다. 연간 설비 투자비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더욱이 하이닉스 채권단이 잠정 합의한 대로 신주 발행 방식으로 매각이 이뤄지면 상황은 더 좋아진다.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4월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주를 발행하게 되면 그 자금으로 하이닉스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매각 또 불발되면?채권단 해체돼 각자 매각 나설 가능성도

크레디트스위스, 우리투자증권 등 하이닉스 매각 주간사는 지난해와 올해 국내 10대 그룹을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올 1월 초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하이닉스 매각은 지난해부터 추진됐지만 그동안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권오철 사장 역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파악하기에는 (인수를 원하는) 원매자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무리 인수 조건이 좋고 분위기가 무르익어도 인수의향서를 내는 기업이 나오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채권단은 6월 20~21일 입찰 공고를 내고 7월 중순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다. 인수 희망 기업이 나오면 인수자 실사 후 9월 초 본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0~11월 정도에 매각을 완료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기대다.

인수자가 나오지 않아 매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채권단은 더 좋은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 지난해 잠시 거론됐던 PEF(사모펀드) 방식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사모펀드 형식으로 채권자 지분을 한데 모으고 여기에 인수 희망 기업이 일부 자금으로 펀드에 참여해 시장 상황을 보다가 향후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채권단으로 구성된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각 채권자가 채권단 지분 15%의 일괄 매각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독자적으로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지분 2.6%를 갖고 있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먼저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PEF 방식’ ‘구주+신주 발행 방식’ 등을 먼저 제안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매각을 추진해 온 정책금융공사는 본래 수출 중소기업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09년 산업은행에서 분리된 곳이다.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빨리 하이닉스에서 손을 털어야 하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포스코를 민영화할 때처럼 국민 공모주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경우 채권단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런데, 꼭 지금 팔아야 하나?

“지금도 잘하는데” vs “지배주주 있는 게 바람직”

“채권단 입장에서야 빨리 털고 나가야겠지만 하이닉스 자체만 보면 굳이 무리해서 매각해야 하는지에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안정적이고 건실한 주인(최대주주)이 생기면 물론 좋겠지만 현 상태에서도 하이닉스는 잘하고 있지 않나?”

하이닉스 노동조합 관계자 얘기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권 사장은 3월 한 강연에서 “좋은 주인이 나타나면 좋겠지만 그동안 채권은행이 주인일 때도 잘 운영됐다”며 “미국을 보면 주인 없는 기업이 많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도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니라 자꾸 늦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

실제로 하이닉스 소액투자자 사이에서는 ‘굳이 지금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현재 상황을 ‘채권단의, 채권단에 의한, 채권단을 위한’ 매각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실적도 좋고 주가도 오름세였는데 매각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한 증권 온라인 게시판에는 “하이닉스가 주인 없는 회사라 불안하다면 국내 지배구조 1위 업체로 뽑힌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11월 하이닉스는 ‘아시아 기업지배구조 협회’와 ‘CLSA(크레디리요네) 아시아·태평양 마켓’이 공동 발간한 ‘2010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 중 기업지배구조 1위 업체로 평가된 바 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 독립된 감사위원회를 운영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종갑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2월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업체의 경우 과감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며 “하이닉스의 소유 구조는 지배주주가 있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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