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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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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절 다 갔다’…실적 악화에 조직개편 나선 게임사들

IT 일반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큰 위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게임업계 실적 부진 원인과 향후 차별화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더블유게임즈·네오위즈·펄어비스·위메이드·컴투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3조8000억원에서 2023년 2조3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사들의 실적 부진은 엔데믹전환 이후 게임 이용시간 감소 및 소비 지출 둔화, 신작 출시 공백, 인건비 등 비용 부담 상승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 둔화 ▲획일화된 장르와 과금구조 ▲신작 흥행부진과 출시 연기, 인건비 부담증가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영업이익은 감소하고 인건비는 크게 늘어2023년 기준 국내 주요 게임사의 합산 모바일게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9.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야외활동 증가와 경기둔화, 숏폼 미디어 등 수동적 콘텐츠 소비유행, 모바일게임 이용자 및 유료 콘텐츠 소비감소 때문으로 분석된다.모바일 MMORPG 위주의 게임포트폴리오 역시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을 점유중인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은 ‘페이투윈’(Pay to Win)과 랜덤 박스시스템을 주로 쓰고 있어 많은 과금을 요구한다. 이는 신규 유저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 유저풀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신작들의 부진도 게임사들의 실적 악화에 한 몫을 차지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신작 흥행 성과를 통해 빨라지고 있는 기존 게임들의 진부화를 상쇄해야했으나, 주요 게임사들의 신작 흥행부진 및 출시공백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재택근무 활성화로 인한 개발효율저하, P2E 게임 등 블록체인·메타버스 기반 게임개발로 인한 개발자원 분산 등으로 신작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한 인건비도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23년 주요 게임사들의 합산 매출은 2019년 대비 39.9% 증가한반면, 인건비는78.3% 상승했다. 아울러 인건비/매출액 비율 역시 2020년 22.6%에서 2023년 29.9%로 상승한 반면 같은기간 영업이익률은 30.6%에서 16.5%로 급감했다. 이는 온라인플랫폼 성장과 AI·클라우드 서비스발달, 디지털전환(DX) 수요로 국내외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건비 수준도 함께 상승했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속에서 게임사들은 올해 초부터 조직개편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넷마블은 올해 신임 각자 대표에 김병규 부사장을 선임했다. 김병규 대표는 197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나와 삼성물산을 거쳐 지난 2015년 넷마블에 조인했고 전략기획, 법무, 정책, 해외 계열사 관리 등 넷마블컴퍼니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업무를 맡아온 ‘전략기획통’이다. 넷마블은 “법무 뿐만 아니라 해외 계열사 관리와 전략 기획 등에도 전문성을 가진 40대 김병규 신임 각자 대표가 넷마블의 새로운 변화와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넥슨도 올해 이사회를 열고 강대현·김정욱 신임 공동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했다. 기존 이정헌 대표는 같은 날 넥슨 일본법인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이하는 넥슨은 약 14년 만에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넥슨 고유의 역량 강화와 사내 문화 개편을 필두로 다음 30년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강대현 대표는 2004년 넥슨에 입사해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대표 타이틀들의 개발을 맡아 왔으며, 2017년부터는 넥슨의 인공지능 및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연구 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를 이끌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등 블록체인 기반 신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등 게임 및 신기술 분야에 정통한 인물이다. 2020년부터는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넥슨의 개발 전략 수립 및 운영 전반을 맡아왔다.2013년 넥슨에 합류한 김정욱 대표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넥슨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왔으며 2020년부터 CC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를 맡아 넥슨의 경영지원 및 커뮤니케이션 부문 전반을 이끌었다. 또한 2018년 설립된 넥슨재단의 이사장을 겸임하며 넥슨컴퍼니의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하는 등 넥슨의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사회적 책임 강화에 큰 역할을 했다. 창사 첫 분사 계획 밝힌 엔씨소프트가장 큰 규모의 조직개편에 나선 곳은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박병무 공동대표 선임과 함께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근 분사 계획을 밝혔다. 엔씨는 1997년 설립 이후 창업자 김택진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돼왔다. 박 대표 영입에 따라 김택진 대표와 박병무 공동대표 투톱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분사는 본사가 가진 기능과 인력을 나눠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의 결단이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산업 트렌드와 이용자 니즈를 따라잡기에 적절한 방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지난 9일 엔씨 박병무 공동대표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NC 변화 방향성 설명회’를 통해 현재 회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이를 해결할 전략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당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로 입을 뗀 박 공동대표는 이날 각종 성장 전략과 함께 분사를 통한 조직 개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공동대표가 밝힌 분사의 골자는 ‘경영 효율화’다. 본사에 집중돼 있는 우수 인력과 기술력을 독립된 법인으로 나눠 운영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경쟁력 제고를 꾀하는 방향이다. 1997년 스타트업으로 발을 뗀 엔씨는 현재 임직원 수가 5000명이 넘을 만큼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사에 인력과 기능이 급격히 집중되다 보니 주요한 의사 결정이 둔화되거나,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부작용을 낳은 것으로 추측된다.분사 소식을 접한 게임업계에서는 엔씨가 멀티 게임 제작 스튜디오 체제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멀티 스튜디오 체제는 하나의 지붕 아래 다양한 게임 제작사가 공존하는 만큼 짧은 기간 안에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방식이다.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유수 게임사들은 이미 멀티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 중이다.엔씨는 국내 주요 게임기업 중 유일하게 본사 중심의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방식을 고수해왔다. 인하우스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문화는 높은 품질의 게임 퀄리티를 보장하지만 다양한 작품을 빠르게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생존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엔씨 입장에서 멀티 스튜디오 체제는 하나의 적절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4.05.25 07:00

5분 소요
“영끌해 집 산 3040, 고금리 직격탄에 소비 가장 많이 줄여”

부동산 일반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민간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빚을 내서 집을 산 30·40세대가 금리 인상 이후 소비를 가장 많이 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한국은행 조사국은 25일 ‘가계별 금리 익스포저를 감안한 금리 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한은은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현재 소비를 줄이는 '기간 간 대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소비는 품목·가계 특성과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가계 순저축률은 과거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다.또한 가계가 고금리를 좇아 예금, 채권 등 이자부 자산을 늘리고 대출 등 이자부 부채를 줄이면서 가계의 이자부 자산/부채 비율이 급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한은은 가계별로 금리 인상에 따른 재무적 영향이 다를 수 있음을 고려해 가계별 '금리 익스포저'를 측정하고, 금리 익스포저가 낮은 1∼3분위를 '금리상승 손해층'으로, 5분위를 '취약층'으로, 9∼10분위를 '금리상승 이득층'으로 분류했다.보고서에 따르면 금리민감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금리상승 손해층'은 연령 면에서 30·40대의 비중이 높았다. 소득은 중상층, 소비는 상위층에 집중돼 있었다.특히 주택보유비중, 수도권 거주 비중, 부채가 모두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부동산담보대출 비중 역시 컸다. 금리민감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금리상승 이득층'과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젊고, 소득수준은 다소 낮지만 주택보유비중과 소비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금리 익스포저가 중립에 가까운 취약층은 저소득·저자산·저부채 가구가 많았다.한은이 금리 익스포저 분류에 따라 팬데믹 이후 가계 소비 변화를 살펴본 결과, 실제로 '금리상승 손해층'의 소비 회복이 가장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소득요인을 제거한 소비증가율을 살펴본 결과, 취약층의 소비감소는 금리상승 손해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했으며 금리상승 이득층의 소비는 소폭 증가했다.또한 한은의 모형분석 결과, 금리가 1%p(포인트) 상승할 때 가계소비 증가율은 0.32%p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이 소비 증가율 변화를 전 분위에 적용되는 '기간 간 대체' 효과와 금리 익스포저 영향으로 나눠보면, 기간 간 대체는 0.26%p, 금리 익스포저 격차는 0.06%p 소비 증가율을 낮췄다.가계 익스포저를 통한 금리 인상 영향이 기간 간 대체 효과(0.26%p)에 더해 전체 소비를 20% 이상(0.06%p) 추가로 위축시켰다는 의미다.한은 관계자는 “30·40대의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질 경우 가계부채가 재차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2.25 14:44

2분 소요
한은 “금리 상승기에 저소득층 소비 위축 충격 커진다”

은행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증가가 향후 가계소비의 둔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이 큰 취약계층에서 소비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7일 한은이 발표한 ‘금리상승 시 소비감소의 이질적 효과’에 따르면 원리금상환비율(DSR)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전체 가구의 연간 소비는 평균적으로 0.3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부채가 많은 저소득 가구의 소비는 DSR이 1%포인트 상승할 때 0.47% 감소해 전체 가구의 소비 감소폭을 크게 상회한다고 밝혔다. DSR은 부채 상환비율을 의미하는데, 부채가 많거나 소득이 적을 경우 이 비율은 상승한다. 특히 최근과 같이 금리가 상승할 경우 저소득 차주일수록 금융사에 지급해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증가하면서 소비를 제약하는 상황이 심해질 수 있다. 한은은 부채가 많더라도 고소득 가구의 소비 감소 폭은 DSR 1%포인트 증가 시 0.46%에 그쳤지만, 저소득층은 필수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소비위축의 충격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만 부채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소득만을 기준으로 보면 DSR이 1%포인트 증가할 때 저소득 가구의 소비는 0.28% 줄어드는 반면, 중·고소득 가구의 소비는 이를 크게 상회하는 0.42%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저소득층의 경우 필수소비 이외의 재량적 소비 비중이 작아 추가적 소비 감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면에 중산층 이상은 재량적 소비 비중이 높아 소비조정 여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무주택자의 경우 부채가 많은 가운데 DSR이 1%포인트 상승하면 소비는 0.42% 감소해 여타 가구보다 소비 위축이 크게 나타났다. 이는 주택이 없는 가구의 경우 이를 활용해 소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여지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한은은 소득 대비 부채 규모(부채소득비율, DI)가 큰 가구일수록 저소득 가구의 소비는 크게 제약됐다고 밝혔다. 부채소득비율이 상승하면 일반적 상황에서는 소비지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 비율이 200%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면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해 오히려 소비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오태희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과장은 “가계의 금융부담이 가중될 경우 고부채-저소득 등 취약계층의 소비는 필수적 소비를 중심으로, 중산층 이상의 경우 재량적 소비를 중심으로 줄 수 있다”며 “가계부채의 적절한 관리가 금융안정과 경기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2022.12.07 12:00

2분 소요
브랜드는 ‘구매의 사회적 이유’까지 고민해야 한다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생산해 내는 제품 중 똑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는 가방 브랜드가 있다. 트럭의 화물을 덮는 폐비닐 방수천을 업사이클링해 가방으로 만든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의 이야기다. 트럭을 덮었던 방수천을 재활용해 튼튼하고 질긴 가방을 만들다 보니 방수천의 컬러와 패턴, 인쇄된 문구의 위치가 하나도 같은 것이 없어 같은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이 브랜드가 전 세계 미닝아웃 소비자들의 열렬한 팬덤을 형성한 데는 단순히 디자인 때문이 아니다. 트럭의 방수천을 재활용하고 폐자동차의 안전벨트와 폐자전거 타이어를 이용해, 비가 와도 절대로 젖지 않고 오래 써도 헤지지 않는 질기고 튼튼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방으로 재탄생 시킨 ‘프라이탁’은 단순한 가방 이상의, 메고 다니는 사람의 소비 취향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다. 마르쿠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 디자이너 형제에 의해 탄생한 ‘프라이탁’은 자동차 면허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형제들의 ‘필요’에 의해 태어났다. 비가 자주 오는 스위스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니 스케치한 그림이 비에 젖는 일이 많았다. 비가 많이 와도 가방 안의 내용물이 젖을 걱정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가방을 구상하던 이들 형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창으로 늘 보던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의 방수 천이었다. 이들은 인근 공장에서 트럭용 방수 덮개 천과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타이어를 가득 실어 집안 목욕탕에서 일일이 세탁을 해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태어난 가방이 프라이탁의 유명한 ‘메신저 백이다. 이제는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메신저 백을 넘어 다양한 가방을 만들고 있는데 모두 날개돋인 듯 팔리고 있다. 제품은 튼튼하고 질긴 데다, 완벽한 방수 기능을 더해 세상에서 하나뿐이라는 희소성은 물론, 지속 가능한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미닝아웃’을 보여준다. 가격은 20만~70만원이라는 비교적 고가임에도 전 세계 400여개 매장에서 연간 700억원 이상 팔리고 있다. 제품 소재는 5년 이상 사용된 방수천만을 이용하는 원칙을 지금까지 지키면서 수작업으로만 생산하는 프라이탁은 이제 유럽을 넘어 세계 가치 소비자들의 상징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부합하는 소비 미닝아웃은 소비자가 소비할 때 자신의 신념(meaning)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coming out) 행동을 의미하는 데, 이를 줄여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소비를 할 때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부합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불매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소비 시장의 주역이 되면서 환경, 윤리, 젠더, 사회적 책임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태도와 결합하며 ‘미닝아웃’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한 것이다. 일부 진보적 브랜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화에 주목해 환경, 윤리, 젠더, 사회적 책임과 같은 가치의 바탕 위에 브랜드의 이념을 강화하고 그 이념에 맞는 행동을 보여 주는 것으로 팬덤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브랜드 액티비즘’라고이해할 수 있다. 2021년부터 경영의 기본 덕목이 된 ESG도 이러한 소비 추세의 거대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정리하면 브랜드 차원의 ‘브랜드 액티비즘’과 기업차원의 ‘ESG경영’의 기저에는 ‘미닝 아웃’ 소비라는 도도한 흐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구가 기후변화로 멸망해가고 있는데 학교는 가서 뭐하냐는 이른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을 주도해 세계 수십만 10대 학생들의 등교 거부를 끌어낸 것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해외 환경행사에 참여할 때 비행기를 타지 않고 철도나 선박을 이용한다. 비행기가 철도보다 20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이유다. 스웨덴어로 프뤼그스캄(flygskam) 운동을 이끄는 것이다. 영어로 해석하면 ‘flight-shame’이고 우리말로 해석하면‘ 수치스러운 비행기 여행’정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운동이 스웨덴에서 퍼져 유럽 전역으로 번지면서 여행 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철도나 선박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한다. 항공업계는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해 IATA(국제 항공운송협회) 등관련 단체 총회에서 ‘플뤼그스캄’을 주요 의제로 다루면서 ‘대응하지 않으면 더 폭발적으로 퍼질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항공유를 도입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미닝아웃’ 소비자들을 달래고 있다. 환경적인 측면의 미닝아웃은 화장품, 패션, 식품업계에서 ‘비거니즘’ 소비의 형태로 나타난다. 채식은 기본이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사용하고 동물성 재료나 환경공해를 일으키는 재료를 이용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등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려 깊게 행동하는 소비자들을 일컫는 ‘비건’은 이제 화장품은 물론, 패션, 식품 산업에서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MZ세대의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는 여러 분야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 2021년 7월 성장관리 앱 ‘그로우’가 MZ세대 9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중 자신이 가치 소비자라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79%에 이른다. MZ세대의 80%에 이르는 대다수가 자신이 소비할 때 제품의 가격, 품질뿐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부합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사례에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난해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용기내’ 챌린지다. 이 캠페인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용기를 내자는 캠페인으로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모델이면서 후원자인 배우 류준열을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 인플루언서들이 SNS로 참여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캠페인은 이슈화에 성공하면서 현대 자동차 그랜저 등의 브랜드 광고 스토리로 채용되기도 했다. ━ ‘돈쭐낸다’의 바닥에는 미닝아웃소비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 ‘돈쭐’ 의 바닥에도 ‘미닝 아웃’ 소비정신이깔렸다. ‘돈’과 ‘혼쭐’이 합쳐진 말로 공정과 정의로운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의 귀감이 된 가게, 기업의 제품을 구입해 돈으로 혼쭐을 내준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결식아동들이 눈치 보지 않고 ‘결식아동 꿈나무카드’ 결제도 필요 없이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음식을 내어준 홍대앞 ‘진짜 파스타’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그냥 삼촌, 이모가 밥 한 끼 차려준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와서 밥 먹자”라는 글을 세심하게 쓴 SNS상의 메시지가 공유되며 폭풍 바이럴이 일었다. 이러한 선한 주인의 행동은 ‘돈쭐 내주자’는 먹방 유튜버와 많은 손님의 발걸음으로 진짜 ‘돈쭐’이 났다. 이 돈쭐은 강원도 화천군 애호박 농가에도 났다. 지난해 7월 생산량 급증과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감소로 애호박을 산지 폐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 전국 MZ소비자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해 하루 만에 112톤의 애호박이 팔려나갔다. 이 물량은 8kg 기준 1만4000개 상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화천군 전체에서 가락시장에 일주일 동안 출하하는 물량과 맘먹는 수준이었다. 화천군의 ‘돈쭐’은 이어져 지난 8월에도 애호박 16톤과 토마토 3000개 상자를 카카오커머스에서각 각 2시간, 30분 만에 완판해 미닝아웃 소비현상을 실감케 했다. 미닝아웃은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부합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부합하지 않는 제품을 불매하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의 8등신 미녀들을 내세워 외모 지상주의를부각하는 마케팅을 해오던 세계 최고의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추락이 그것이고 쿠팡의 물류 창고 화재 때 노동자를 생각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비윤리적인 기업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일어났던 불매운동도 미닝아웃 소비와 무관하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사례에서 보듯 ‘미닝아웃’은 이제 전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가 되었다. 미닝아웃 소비는 자신들의 취향과 가치관을 표출하며 인증, 챌린지 등의 SNS 활동의 일상화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거침이 없는 MZ세대들의 등장 이후 가속화 되면서 전 세대로 확산하고 있다. 이제 브랜드는 품질과 가격은 물론이고 브랜드를 구매해야 하는 사회적 이유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2022.01.11 20:30

6분 소요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국내외 주가상승에도 불안요인 계속

증권 일반

美 대선까지 미·중 대립격화 예상… 中 경제회복 속도 주목해야 미국 주식시장이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우리도 미국시장보다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업종인데, 시가 총액이 가장 큰 IT가 코스피보다 5.7%P 낮은 상승에 그쳐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전체 업종 중 IT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금융 하나밖에 없을 정도다. IT의 부진은 그동안 유사성이 높았던 미국 반도체 지수와도 동떨어진 형태다.IT가 이렇게 지지부진한 건 외국인 매도 때문이다. 외국인이 3월 초 이후 두 달 동안 17조9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전체 순매도 중 IT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47.4%였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IT업종이 차지하는 비중 34.3%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최근 글로벌 자금 흐름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IT 매도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넉 달간 신흥국에서 114조7000억원의 자금이 빠져 나갔다. 금융위기 당시 유출액의 4배로 이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걸로 보이는데, 주요 매도 대상은 IT일 것으로 전망된다.다행히 기업 실적은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았다.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국내 기업 중 40% 이상이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을 내놓았다.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도 예상치 14.3% 감소에 그쳤다. 원래 전망은 16.7% 감소였다. 실적을 비롯한 시장 여건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그러나 주가가 높아 추가 상승이 더 이어질지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 코로나19 책임소재 놓고 미·중 갈등 심화 미·중 갈등이 엉뚱한 형태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이 중국 때문이므로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위협에 대해 중국은 미국 국채를 매각할 수 있다는 암시를 줬다. 아직은 말로 싸우는 단계이지만 정치적 필요에 따라서는 2단계 무역분쟁으로 넘어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미·중 갈등은 정치적 다툼에서 정책으로 모습이 바뀔 것이다.사안만 따지면 아직은 심각한 상태가 아니다. 40개국 1만 명이 중국에 6조 달러의 위자료를 지급해달라고 집단소송을 냈지만 코로나19 발원과 관련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진 게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민간단체가 중국이 질병 대응과정에서 정보를 은폐했고, 심각성을 국제보건기구(WHO)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정도다. 이런 상태에서는 특별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그래서 미국은 중국에 직접 피해를 주기보다 전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상징적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중국과 갈등을 통해 표를 모을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목을 많이 끌지만 중간에 언제든지 조치를 철회할 수 있는 방안이 가장 좋다.중국기업과 기술공유나 협력사업을 중단하고, 중국 수입품에 대해 징벌적인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에서 철수해 미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여기에 미국 조달시장에서 중국기업을 배제하고, 동맹국에 전략물자 수출금지조치를 내리는 전통적인 조치도 포함될 수 있다. 중국이 소유하고 있는 1조 달러의 미국 국채에 대한 상환 유예와 자산 동결 조치들이 언론에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미국 국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극단적인 방법이어서 현실화되기 힘들다.미국이 제재에 들어갈 경우 중국은 미국 국채 매각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외국은행이 중국에 대출해준 단기자금을 회수하거나 다국적기업이 달러 운영자금을 미국으로 빼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금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달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일부 매각했다. 2월 현재 미 국채보유 금액이 1조900억 달러로 2017년 3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까지 내려왔다.과거 일본도 미국과 긴장관계가 높을 때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몇 번 내다 판 적이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코로나19로 미·중 갈등이 커질 경우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만약 매각하더라도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매각 과정에서 거래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고, 미 국채를 팔고 난 후 자금을 운용할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제약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유로 다른 나라 채권을 사고 팔 경우 서구 선진국이 환율방어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국 자금 유입에 제약 요인을 둘 가능성이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 中, 경기둔화 막기 위해 강력한 정책 시행 미·중 갈등은 어떤 형태로든 주식시장에 부담이 된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태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어려움이 하나 더 얹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 미중 무역분쟁이 주식시장을 얼마나 괴롭혔는지를 알고 있는 이상 투자자들이 해당 재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미국 대선이 끝나는 11월까지 미·중 관계는 협조나 협력보다 불신과 갈등, 이로 인한 이변과 대립격화라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그럴수록 시장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진다.미·중 갈등이 아니더라도 올해 중국 경제는 좋지 않다. 시장에서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2~3%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인구 감소, 생산성 둔화, 실업난 등 기존에 가지고 있는 취약점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감소가 겹쳤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에서 1억명이 넘는 실업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세계경제가 타격을 입는다. 중국 제조업이 10% 감산할 경우 전 세계에서 1.1조 달러의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실제 중국 전역에서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됐지만 4월 실물지표는 3월의 낙폭을 일부 회복하는데 그쳤을 뿐 개선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앞으로 중국 정부는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세계 경기 침체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내수 중심의 부양정책을 시행한 예가 있다. 2015년의 경우 산업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소비 중심의 부양대책에 착수하기도 했다.중국 정부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해 지방 정부의 특수 목적채권의 발행 한도를 높이는 중이다. 국무원은 5월까지 이를 실제로 발행해 자금을 준비해둘 것을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중국은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리고 대외 환경이 점차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강력한 재정정책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성공을 거둘 경우 4분기쯤에 경기의 빠른 반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2020.05.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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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절벽 넘어 큰 절벽 남았다

산업 일반

지출삭감·부채한도증액 합의 안돼…지연 땐 국내 증시·수출 악영향 일단 오바마가 웃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월 3일(현지시간) ‘재정절벽’ 방지를 위한 법안에 서명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 ‘부자증세’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국이 ‘작은 절벽’ 하나를 넘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출삭감과 부채한도증액 문제가 합의되지 않고 2개월 뒤로 미뤄지면서 ‘제2의 재정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재정절벽(Fiscal Cliff)이란 2012년 말까지로 설정됐던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조치가 종료됨으로써 새해부터 모든 계층의 세금이 오르고 정부 지출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이 절벽처럼 순간 뚝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정부의 지출에 의해 유지되었던 경제가 다시 침체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강하게 제기됐다. 세계 경제가 미국 내 정치적 합의를 주시한 이유이기도 하다.이번 합의는 ▶부부 합산 연소득 45만 달러 이상 가구와 개인 소득 4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행 최고 35%에서 39.6%로 올리고 ▶자본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을 현행 기준으로 각각 5%포인트 늘리며 ▶장기 실업수당을 원래 논의했던 것보다 1년 연장 지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국방비와 비국방비 지출을 앞으로 10년 동안 1조2000억 달러 자동 삭감하는 시점인 ‘시퀘스터’ 발동을 2개월 뒤로 미루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미국 가구들에 대한 세금 감면은 유지하되 고소득 가구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법안이다. 합의안은 서명 즉시 발효됐다.시간만 벌었을 뿐 위험은 여전새해벽두 급한 불을 끈 오바마 정부로서는 한 숨 돌린 셈이 됐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미소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출삭감안과 부채한도 증액 문제로, 제2의 재정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와 의회는 앞으로 2개월간 연방 정부의 예산 삭감 및 국가 부채의 법정 상한선 재조정 등의 현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우선 정부예산 자동삭감, 이른바 ‘시퀘스터’는 2개월 후에 결정해야 한다. 미 의회는 2011년 8월 국가부채 한도에 합의해 2013년부터 10년간 1조2000억 달러의 재정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어떤 부문에서 지출을 줄일지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가 3월에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자동삭감의 핵심 이슈는 복지지출이다.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개혁의 핵심인 의료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복지관련 지출을 가급적 유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에 반대하는 공화당은 복지지출은 축소하고 국방비 지출은 현행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한다.이에 더해 미 의회는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놓고 또 다른 공방을 펼쳐야 한다. 이미 정부부채는 법정 상한선인 16조4000억 달러에 도달했다. 재무부는 특단의 조치로 2000억 달러의 여유자금을 동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자금 역시 2개월이면 바닥이 날 전망이다. 미 의회가 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또다시 2012년처럼 극한 대립을 할 가능성이 있다.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합의할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2개월 후엔 ‘시퀘스터’가 발동된다. 이 경우 미국은 2012년처럼 다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이 디폴트로 갈 가능성을 20%로 보고 있다.워싱턴포스트(WP)는 이코노미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디폴트 사태가 우려되는 부채한도 문제가 어떤 면에서는 재정절벽보다 훨씬 더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이 이를 무기로 앞으로 백악관과 민주당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 협상은 재정지출 축소 문제에 별 진전 없이 2개월 유예라는 시간벌이에 그쳤다”며 “그마저도 양당의 이견이 크기때문에 협상은 험난할 것”이라고 말했다.박 수석연구원은 “지금처럼 재정문제가 부각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세율 인하 유지, 지출삭감 규모 축소 등은 미국의 재정건전성 회복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인해 재정적자 증가폭이 4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미 의회예산국(CBO)의 분석도 나왔다.이 때문에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2011년 8월 미국 정치권은 부채 한도 상향 조정을 두고 치킨게임을 벌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 푸어스(S&P)에게서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당한 바 있다.미국 소비감소로 수출기업 불안 전망문제는 미국 내 재정 문제가 글로벌 경제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다. 미국발 재정절벽 충격이 현실화되면 미국은 물론 중국과 유럽,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질 것은 뻔하다. 주목할 점은 부자증세 논의에 가려진 급여소득세 감세조치 종료이다. 이번 합의에서 급여소득세 2% 공제는 연장되지 않아 월급여의 4.2%에서 6.2%로 세율이 오를 전망이다. 이에 해당하는 가구는 전체 77%다.김 수석연구원은 “대부분의 미국 시민들은 1월부터 세금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이 감소한다. 이는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가계의 소비지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직 세금정책이나 정부지출 등 재정정책이 완전히 확정된 것도 아니어서 불확실성이 투자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좀 더 길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결국 국내 증시와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점쳐진다. 고희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국가신용도 하락은 곧 전세계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며 “미국이 급여세를 실질적으로 높였기 때문에 미국 내 소비 침체를 불러올 것이고, 결국 대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기업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3.01.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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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자산관리] 가계 자산 포트폴리오 새 판을 짜라

산업 일반

유로존 재정위기가 깊어진다. 미국 경기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고 중국의 성장도 둔화된다. 시장에 활력을 주기 위해 돈을 풀 수도 없다. 재정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은 저성장이 지속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앞당긴다. 징후는 벌써 감지된다. 주가는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은 침체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뉴 노멀 시대가 도래하는 이유와 배경을 짚었다. 저성장 시대에 필요한 주식·펀드·부동산·채권 투자전략도 살펴봤다. 2007년 9월 터진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빠르게 진정됐다. 1년여가 흐른 2008년 8월 얼어붙었던 세계경제에 봄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시장에선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9월 위기설’까지 나돌았다. 소문을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세계 각국 정부와 많은 경제 전문가는 “9월 세계경제 위기설은 과장됐다”고 일축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2008년 10월 ‘리먼 사태’가 터졌고 금융위기가 시작됐다.세계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금, 3년 만에 다시 위기설이 나돈다. 이번에는 ‘10월 위기설’이다. 1차 진원지는 유로존이고, 2·3차는 미국과 중국이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EFSF(유럽재정안정기금)의 확대안 발효 여부가 10월 결정된다. 규모만 952억 유로(약 152조원)에 달하는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그리스의 국채 만기도 10월 몰려 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10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재평가한다. 유로존 국가 중 한 곳만 휘청거려도 ‘도미노 붕괴’가 우려된다.미국 경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9월 개인소득은 전월비 0.1% 줄었다. 22개월 만의 감소다. ‘근로자 대량해고의 전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3분기 뉴욕 증시 주요 3개 지수(다우존스지수·S&P 500지수·나스닥 종합지수)의 하락률은 10%가 넘었다.리먼 사태 이후 최악이다. 미 경기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택시장은 아직도 침체 국면이다. 중국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중국의 9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지수)는 49.9를 기록해 3개월째 기준치(50)를 밑돌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 글로벌 경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2008년 9월 위기설 때처럼 이번에도 낙관론이 나온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미국 경제는 향후 3년 안에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 3분기 폭락장에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주식(34억 달러어치·약 4조원)을 사들이기도 했다. ‘유로존 위기가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목표수익률, 은행금리 수준으로 낮춰야낙관론자의 주장대로 ‘10월 위기’를 극복해도 문제가 남는다. 세계 각국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지출은 깎고 세금은 늘려야 한다. 소비가 지금보다 더 감소하는 건 시간문제다. 시장의 활력은 그만큼 떨어질 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은 경제성장률 하락을 부추긴다. 골드먼삭스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3.5%로 하향조정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엘 에리안 CEO는 “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저성장이 시작되는 ‘뉴 노멀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전체 수출 물량의 20% 이상을 미국·유럽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내부사정마저 좋지 않다.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구 노령화가 빨라지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는 줄고 경제성장 속도는 더 느려질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외환위기(1997)·금융위기(2008) 때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IMF는 2011~202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4.3%로 내다봤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0년대(6.3%),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6~2010년(4.9%)보다 낮다. 국가도, 기업도, 가계도 ‘저성장 시대’의 영향권에 있다. 특히 876조원(올 6월 기준)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가계가 심각하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급등하면 상환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소비감소, 자산시장 위축, 금융권 부실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자산시장은 벌써 흔들린다. 주가는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은 침체되고 있다. 안전자산이라던 금값마저 하락세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성장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투자관점·투자습관·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투자 대비 목표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PB강남센터 부장은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 주식·채권·부동산의 목표 수익률을 평균 5.3%가량으로 잡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유진경 동양종금 압구점본부 차장은 이보다 조금 높은 “약 6%”라고 답했다.지금까지 주식으로 시세차익을 거뒀다면 이제는 장기보유로 배당을 노리는 편이 낫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기만 기대하던 시대도 지났다. 임대수익을 노리는 게 차라리 낫다. 금 등 안전자산이 흔들린다면 틈새 상품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고단한 시절이 다시 돌아왔다. 가계 포트폴리오의 리모델링을 서둘러야 할 때다. 더 큰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2011.10.10 10:41

4분 소요
“콕 집을 것 없이 다 어렵다”

산업 일반

불 꺼진 미분양 아파트. 고급 의료기기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K사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요즘 어떠시냐?”는 안부인사가 편치 않은 듯했다. 이 회사는 제품을 100% 외국에서 들여온다. 1년 사이에 환율이 900원에서 1500원으로 급등했으니 사정이 좋을 리 없었다. 그는 “환율을 따르자면 1억원짜리 제품을 1억4000만원에 팔아야 하는데 1억원에 내놔도 안 팔린다”며 “다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그나마 20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노하우와 영업망이 있어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있다는 그다. 고액의 의료시술을 하는 장비가 주력제품인 것 또한 방어막이 됐다. 부자들의 지갑은 경기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사장은 “우리는 물론이고 주변에 버티지 못하고 고꾸라진 회사가 많다”며 몇 번이나 “어렵다”는 말을 내뱉었다. 환율급등, 소비감소, 자금압박이라는 3대 악재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CEO는 힘겨워 보였다. 지난 3월 11일 중소기업중앙회는 152개 중소기업을 방문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75%가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하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78%가 자금 사정이 어렵고 38.5%가 대출을 거절당한 적이 있다. 수출 상황에 대해서는 71.5%의 중소기업이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대기업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월 12일 회장단회의를 열고 상장 대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71조원 가운데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자금이 51조원이라고 밝혔다. 동유럽 국가의 위기, 미국 대형 상업은행의 위기 등 해외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회장단이 채무상환 만기연장(롤오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국내 기업이 불황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 감소’다. 소비자가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어디 한 군데 콕 집어 말할 필요 없이 다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삼성증권의 김성봉 투자정보파트 연구위원은 “제약, 음식료 같은 필수소비재 업종은 상대적으로 덜하고 정보통신(IT), 자동차처럼 경기에 민감한 소비재는 압박이 심할 것”이라며 “특히 산업재의 불황이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이 최대 피해자로 꼽은 산업재 부문엔 건설, 조선, 철강 등의 업종이 속한다. 그 어디보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곳은 건설업체다. 한 건설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대형 건설회사가 공사비를 보전해 주기는커녕 적자라는 소문이 돌아 부도가 나면 공사비를 받지 못할까 봐 무척 불안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는 곧 있을 2차 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이 될 건설사 명단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그중 한 곳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어렵기는 다 마찬가지”라며 더 이상의 답변을 거부했다.올해 조선 수주 실적? 한 척미래에셋증권의 변성진 선임연구원은 건설업계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분양’을 꼽았다. 결국 집을 사려는 수요가 없다는 얘기다. 변 연구원은 “지방 미분양률이 40%에 이른다”며 “집 짓는 데 들어가는 돈은 100% 써야 하는데 사람이 반만 들어오니 당연히 어렵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토목공사를 하면 선수금을 받으니 더 유리한데 국내 건설사 가운데 토목사업을 하는 곳은 30%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그는 “상장 건설업체 41개의 알트먼 부실지수가 보통 1.8 수준”이라며 “중소 건설업체들은 줄부도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알트먼 지수란 기업경영의 부실예측을 분석하기 위한 지수로 에드워드 알트먼 미국 뉴욕대 교수가 1960년대에 개발했다. 보통 2.67 이하면 부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2.7을 넘는 건설업체가 단 한 곳도 없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에 비금융 상장사 1576곳의 재무상태를 분석해 40%에 이르는 628개 기업의 알트먼 지수가 1.81보다 낮다며 부실기업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조선업체는 당장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기존 수주로 받은 선수금이 현재 매출을 이끌어 가는 덕이다. 한 증권사의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는 “그렇다 해도 곳간에 있는 돈으로는 2~3년밖에 버티지 못한다”며 “신규 수주가 계속 없으면 올해 4분기 이후 조선업계의 돈이 메마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판매대수 70년대 이후 최대 급감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주 실적은 9개 대형 조선사를 모두 합쳐 삼성중공업의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LNG-FPSO) 단 한 척이다. 한 달에 수십 척씩 배를 주문 받던 회사들이 발주 취소를 통보 받는 신세가 됐다. 현재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 잔액은 2000억 달러 정도인데 대우증권은 이 가운데 915억 달러어치가 발주 취소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모든 산업에 기초 소재로 사용돼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담금질에 나섰다. 대체로 철강업체는 기업 규모가 크고 안정돼 있어 내부에서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포스코는 지난 4분기부터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산 체제에 돌입했다. 최근 원료인 철광석 등의 가격이 하락했지만 호재인 동시에 철강 가격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꽁꽁 언 소비심리로 인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기업은 재무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계도 수요 감소로 크게 위축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서성문 연구원은 “자동차는 장치산업이라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1970년대의 1차 오일쇼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판매대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글로벌 판매대수 감소율은 25%, 2월 감소율은 18%다. 올해 들어 외국에 수출한 자동차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9%나 감소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GM대우는 자금 수혈을 필요로 한다. 이 회사의 공장 가동률은 현재 50%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수출 비중이 큰 현대·기아차는 환율 급등으로 다행히 위기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완성차업체가 휘청이니 하도급업체가 따라 흔들려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2, 3차 하도급업체들이 부도를 맞았다.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2월 기준 85로 전월(84)보다 1%포인트 상승했지만 2008년 7월부터 계속해 기준치인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민간 소비가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 줄었는데,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에 정부는 12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6조3733억원을 풀어 저소득 40만 가구에 현금과 소비 쿠폰을 지급하는 등 ‘민생안정 긴급지원대책’을 마련했다. 6개월간의 한시적인 정책이 소비 증가→기업 수익개선→고용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 CEO는 “공장이 많이 비어 활력이 없고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푸념하면서도 “빈 공장이 내 공장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하루하루의 생존을 걱정했다. 대기업들은 수시로 바뀌는 환경에 경영계획조차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성봉 연구위원은 “IMF 외환위기 때는 기업이 줄부도를 냈는데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재무 상황 면에서 지금이 그때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중견기업 간부는 “어느 때보다 자주 바뀌는 게 요즘 분석 아닌가”라고 오히려 덤덤하게 말했다.

2009.03.16 13:05

5분 소요
대한민국의 추락,  날개가 없다

산업 일반

올해 경제의 화두는 버티기다. 성장은 차치하고 지금 이대로 버티기만 해도 다행이다.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성장은 축소 또는 후퇴를 의미한다. 이 결과 인심은 흉흉해지고, 사람들은 성마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가 위기의 대한민국을 긴급 해부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장모(43)씨는 지난해 말 회사로부터 실망스러운 소식을 들었다. 통상 다음해 1월에 월급의 150~400% 정도 지급해 오던 연말 성과급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장의 설명은 “내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장씨는 “매년 연봉계약 때 성과급을 포함해 연봉을 계약하는 관행에 비춰보면 사실상 올해는 20% 정도 임금이 깎인 셈”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경기가 어려울 게 뻔한 올해 성과급도 기대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부인도 최근 경제 위기로 수입이 급감하는 등 가계 수입이 전반적으로 확 줄어들었다. 장씨는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는 큰애 학원비도 늘어날 텐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장씨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회사가 인력감축 등 계획을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꼬박꼬박 월급을 타는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2007년까지 상장회사 부장이었던 윤모(46)씨가 지난해 새로 시작한 빵집은 올 들어 지난해 초 대비 30% 이상 매출이 줄었다.하나 있던 직원도 내보내고 윤씨 혼자서 빵을 직접 굽고 판매하고 있지만 하루에 15만원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이 정도 수준이면 월 100만원인 임차료도 감당하기 힘들다. 윤씨는 “지금은 월급쟁이가 가장 부럽다”면서 “한 달 100만원이라도 월급을 받으면서 마음 편하게 일하고 싶다”고 털어놨다.뉴스에서 보던 경제위기가 서서히 사람들의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은행들의 대규모 적자, 자동차 회사들의 감산과 공장가동 중단 때까지만 해도 직접적인 당사자 외에는 경제위기를 TV와 신문에서만 느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5.6%로 확인되고 IMF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4%로 발표하면서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지난해 말 3%대 성장을 예견했던 몇몇 연구기관은 요즘 전망치를 수정하느라 바쁘다).직장인은 월급이 줄고, 각종 경비 축소로 회사 생활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골프 자제령과 해외 출장 시 비용 절감 등 지침이 내려와 있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매출이 줄어들었다. 불요불급한 업종은 예외가 없다. 지난해부터 한의원, 성형외과, 치과 등의 매출이 줄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지난 2일 KB국민은행연구소가 전국의 60만8023개 카드 가맹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4분기 카드 매출액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자영업자의 카드 매출 대부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39개 업종 중 9개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카드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소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표 참조) 경제위기가 찾아오면 이처럼 사회 전반에 파급을 미친다. 식당, 주유소, 목욕탕까지도 경제 성장률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 경제는 경제학자나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상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직장이다. 실업률로 표현되는 고용지표는 이미 악화일로에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경제 성장률이 1% 떨어질 때는 일자리가 5만3000개 줄어들고, 0% 성장 때와 -1% 성장 때는 각각 9만 개와 12만 개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률이 -2%로 떨어지면 일자리는 18만 개가 준다. IMF의 전망치만큼 추락한다면 일자리는 거의 40만 개 이상 사라지는 셈이다. 현재 공식적인 실업자 수는 78만 명(2008년 12월 말 현재)이다. 다음 달 중 실업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공식 실업자일 뿐이다. 구직단념자 등 구직 노력을 보이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는 제외된 숫자다. 실질적인 실업자는 200만 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노동시장연구본부장은 “실업자 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불완전 고용, 실업과 구직단념자 등 비경제활동 인구 등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비고용 인구”라고 지적했다. 허 본부장은 “보통 이 숫자는 실업자 수의 3배에 이른다”며 “이들이 사회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지금 어려움이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니?올해 -4% 성장 시 노동연구원의 추정보다 더 큰 60만~7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비관적인 견해도 있다. 실제 외환위기 직후 -6.9% 성장한 1998년,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27만6000명이나 줄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올해 새로 생기는 실업자는 현재 실업자 수에 육박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실업으로 인한 사회 불안이 시작된다.경제 성장률 마이너스는 기업의 생존도 어렵게 한다. 외환위기 때 경험해 봤듯이 줄도산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해 1분기 55개였던 부도업체 수는 4분기에 963개로 껑충 뛰었다. 특히 12월에만 345개 기업이 부도를 내 월별 기준으로는 2005년 3월(359개)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기업부도는 종업원은 물론 주주, 거래처 등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직격탄이 된다. 실업과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어도 어려움은 있다.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실질임금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확한 통계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생산라인을 멈추고 직원들에게 휴가를 가라고 독려한 지난해 4분기에는 실질임금이 더 떨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실질임금의 감소는 소비감소를 불러온다. 실질소득에 변화가 없는 계층도 심리적 위기를 느끼면서 소비를 줄이게 된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연구위원은 “실질소득이 줄어들면 가계부실은 커지고, 소비는 줄어드는 등 경제가 점점 더 위기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사흘 굶어 도둑질 안 할 사람 없다’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최근 신용불량자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불량자 제도는 2005년 4월 폐지되면서 용어나 통계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정확한 신용불량자 숫자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신 금융채무불이행자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카드버블이 고조된 2003년 말 신용불량자는 372만 명까지 치솟았다가 2004년에는 362만 명으로 줄어들었다.이후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2007년 12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9월 말 기준으로 정부가 발표한 금융채무불이행자 수 266만 명에 신용불량정보 삭제자를 더하면 사실상 신용불량자로 볼 수 있는 사람이 419만 명에 이른다고 조사된 바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2007년 9월 말에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현재도 과거 기준의 신용불량자 수는 2007년 9월보다 줄어들었다고 볼 수 없다.이는 최근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한 ‘경제위기에 따른 취약 계층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근로 빈곤층이 7만~8만 명, 신용불량자는 22만 명씩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2.5%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IMF가 제시한 대로 -4% 성장할 경우 근로빈곤층만 50만 명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경제 성장률 저하는 실업률을 높이고, 기업의 부도를 늘리고, 실질임금을 떨어뜨리면서, 신용불량자도 늘린다. 이런 경제적인 파급효과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피해는 훨씬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 자살과 이혼, 범죄 등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런 사회병리 현상이 경제적 요인 하나만으로 분석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경제 성장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그래프 참조) 경제 성장률이 잘 관리되고 유지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저소득층일수록 경제 성장률과 가계소득의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이다. 이는 저소득층이 단기적인 경기변동에 따른 고용여건이나 임금 소득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함에 따른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경제 성장률은 평균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 자영업자, 내수 서비스업은 훨씬 타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즉 -4% 성장할 경우 대기업이나 첨단산업은 1% 정도 성장하겠지만 중소기업, 자영업은 사실상 -10%를 넘는 큰 타격을 받는다는 의미다. 유 본부장은 또 “올해 서민가계의 대책이 시급한 이유는 자칫 경제위기가 정치,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즉시 고용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방과후 학교 활성화로 보조교사를 늘린다든지, 각종 복지 시설의 도우미를 늘리는 등 즉시 효과가 나는 일자리를 정부에서 만들어야 된다는 얘기다. 경제가 가라앉으면 사회도 와해될 수 있다. 경제성장은 한 사회를 발전시키고 안정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맹자도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며 먹고사는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한결같은 마음도 없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사흘 굶어서 도둑질 안 할 사람 없다’는 말도 있다. 일정한 밥벌이가 없으면 염치도, 예의도 없어지는 게 사람이다. 경제에서 시작된 위기가 사회 위기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매일 뉴스에서 시위와 범죄, 이혼과 자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경제 성장률이 학자와 관료의 숫자놀음이 아니라 사회의 존망이 달린 일인 것도 이 때문이다.

2009.02.09 11:16

6분 소요
[World Market View] 신뉴딜·빅3 구제금융 호재이긴 한데…

산업 일반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취업센터. 미국 주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지표는 무엇일까? 경제(GDP) 성장률? 소매판매? 주택가격? 상황과 조건에 따라 이들 지표가 주가를 뒤흔들어 놓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 경제예측기관인 이코노믹아웃룩그룹(EO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버나드 버몰은 ‘고용지표’라고 말했다.그 까닭은 의외로 간명하다. 모든 경제지표가 뒤늦은 정보일 수밖에 없는데 고용지표는 매달 발표되는 지표 가운데 조사 시점과 발표 시점 차가 가장 짧다. 실시간으로 경제 실상을 알아볼 수 있는 온도계라는 얘기다. 고용지표는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 나온다. 조사와 발표 시점의 시간 차가 10여 일밖에 되지 않는다.게다가 고용지표는 다양한 경제 속살을 보여준다. 일자리가 얼마나 줄었는지, 그 여파로 실업률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시간당 임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등이다. 이는 미국 경제 성장의 70% 가까이를 책임지는 소비와 직결돼 있다. 지난 12월 5일에도 그 고용지표가 발표됐다.11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53만3000명이나 줄어들었다(그래프 참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한 달 새 감소폭으로는 1차 오일쇼크 직후인 1974년 이후 34년 만에 가장 크다. 더욱이 월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측한 30만 명보다 훨씬 많았다. 그 여파로 실업률은 6.7%로 뛰었다. 실직자가 26년 만에 400만 명을 넘어섰다.그 파장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11월 소비가 40년 만에 최악이었다. 이번 위기의 진앙인 모기지(장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7%에 이르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에 달했다. ‘집값 급락 → 금융위기 → 소비감소 → 기업 실적 악화 및 파산 → 일자리 감소 → 모기지 연체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쯤 되면 지난 5일 뉴욕 주가는 폭락했어야 했다. 장 초반엔 그랬다. 개장 전 나온 암울한 고용지표 때문에 장 초반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이상 빠졌다. 충격적인 고용지표에 걸맞게 시장이 반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장 후반 시장이 갑자기 활기를 띠면서 다우지수는 3%, 나스닥은 4% 넘게 급등했다. 보험회사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 덕분이었다. 미적거리고 있는 GM·포드·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에 대한 금융 지원 등 경기부양 대책이 속도를 낼 수밖에 없으리라는 기대도 강하게 작용했다. 실제 5일 장 마감 뒤 미 정부와 의회가 빅3에 최고 17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증권시장 참여자들이 뉴욕 증시가 고용악재를 딛고 상승했다는 점에 고무된 듯하다. 여기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6일 인프라 투자를 통해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점이 묘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루스벨트 랠리’의 재연이다. 그 랠리는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33년 대통령에 취임해 본격적으로 대공황에 대처하기 시작하면서 가파르게 튀어 오른 주가를 말한다. 그해 다우지수는 무려 50% 넘게 급등했다. 전형적인 ‘베어마켓 랠리(침체장의 단기 급등)’이었다. 실물경제 상황은 형편없는데도 새 대통령 취임과 공격적인 구제정책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어게인(Again) 1933년’을 기대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조건을 보면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가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가가 펀더멘털 기준에 비춰 헐값 수준이다. 위기의 진앙인 미국이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기부양을 준비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풀어놓은 돈이 시장 주변에 널려 있다. 그러나 역사는 단순히 되풀이되지 않는 법이다. 지금 조건이 33년과 비슷하다고 해서 주가가 같은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그때와 다른 조건이 차고 넘친다. 바로 엄청난 손실을 보며 주가 반등을 기다리는 수많은 펀드 투자자다. 금융패닉 기간 동안 펀드런(환매사태)이 발생하지 않은 탓이다. 대공황 때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앞다퉈 투매했다. 33년 주가 반등 시점에는 쏟아져 나올 매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가가 올라 원금의 80~90% 수준에 이르면 환매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요즘 국내 경제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환매가 불가피해 보인다. 건설업체를 선두로 여기저기서 구조조정 계획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 급감으로 울상이다.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해 생활비 등으로 써야 할 조건이 나날이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서둘러 매수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럴 땐 주변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게 현명한 자세일 수 있다. 지루한 디레버리징(차입 축소) 과정이 끝나 돈이 돌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심리가 낙관적으로 바뀌는 시점을 기다리며 귀중한 자금을 보전해야 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2008.12.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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