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작은 절벽 넘어 큰 절벽 남았다

작은 절벽 넘어 큰 절벽 남았다

지출삭감·부채한도증액 합의 안돼…지연 땐 국내 증시·수출 악영향



일단 오바마가 웃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월 3일(현지시간) ‘재정절벽’ 방지를 위한 법안에 서명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 ‘부자증세’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국이 ‘작은 절벽’ 하나를 넘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출삭감과 부채한도증액 문제가 합의되지 않고 2개월 뒤로 미뤄지면서 ‘제2의 재정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정절벽(Fiscal Cliff)이란 2012년 말까지로 설정됐던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조치가 종료됨으로써 새해부터 모든 계층의 세금이 오르고 정부 지출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이 절벽처럼 순간 뚝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정부의 지출에 의해 유지되었던 경제가 다시 침체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강하게 제기됐다. 세계 경제가 미국 내 정치적 합의를 주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합의는 ▶부부 합산 연소득 45만 달러 이상 가구와 개인 소득 4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행 최고 35%에서 39.6%로 올리고 ▶자본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을 현행 기준으로 각각 5%포인트 늘리며 ▶장기 실업수당을 원래 논의했던 것보다 1년 연장 지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국방비와 비국방비 지출을 앞으로 10년 동안 1조2000억 달러 자동 삭감하는 시점인 ‘시퀘스터’ 발동을 2개월 뒤로 미루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미국 가구들에 대한 세금 감면은 유지하되 고소득 가구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법안이다. 합의안은 서명 즉시 발효됐다.



시간만 벌었을 뿐 위험은 여전새해벽두 급한 불을 끈 오바마 정부로서는 한 숨 돌린 셈이 됐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미소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출삭감안과 부채한도 증액 문제로, 제2의 재정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와 의회는 앞으로 2개월간 연방 정부의 예산 삭감 및 국가 부채의 법정 상한선 재조정 등의 현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우선 정부예산 자동삭감, 이른바 ‘시퀘스터’는 2개월 후에 결정해야 한다. 미 의회는 2011년 8월 국가부채 한도에 합의해 2013년부터 10년간 1조2000억 달러의 재정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어떤 부문에서 지출을 줄일지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가 3월에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자동삭감의 핵심 이슈는 복지지출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개혁의 핵심인 의료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복지관련 지출을 가급적 유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에 반대하는 공화당은 복지지출은 축소하고 국방비 지출은 현행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미 의회는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놓고 또 다른 공방을 펼쳐야 한다. 이미 정부부채는 법정 상한선인 16조4000억 달러에 도달했다. 재무부는 특단의 조치로 2000억 달러의 여유자금을 동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자금 역시 2개월이면 바닥이 날 전망이다. 미 의회가 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또다시 2012년처럼 극한 대립을 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합의할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2개월 후엔 ‘시퀘스터’가 발동된다. 이 경우 미국은 2012년처럼 다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이 디폴트로 갈 가능성을 20%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코노미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디폴트 사태가 우려되는 부채한도 문제가 어떤 면에서는 재정절벽보다 훨씬 더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이 이를 무기로 앞으로 백악관과 민주당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 협상은 재정지출 축소 문제에 별 진전 없이 2개월 유예라는 시간벌이에 그쳤다”며 “그마저도 양당의 이견이 크기때문에 협상은 험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지금처럼 재정문제가 부각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세율 인하 유지, 지출삭감 규모 축소 등은 미국의 재정건전성 회복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인해 재정적자 증가폭이 4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미 의회예산국(CBO)의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2011년 8월 미국 정치권은 부채 한도 상향 조정을 두고 치킨게임을 벌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 푸어스(S&P)에게서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당한 바 있다.



미국 소비감소로 수출기업 불안 전망문제는 미국 내 재정 문제가 글로벌 경제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다. 미국발 재정절벽 충격이 현실화되면 미국은 물론 중국과 유럽,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질 것은 뻔하다. 주목할 점은 부자증세 논의에 가려진 급여소득세 감세조치 종료이다. 이번 합의에서 급여소득세 2% 공제는 연장되지 않아 월급여의 4.2%에서 6.2%로 세율이 오를 전망이다. 이에 해당하는 가구는 전체 77%다.

김 수석연구원은 “대부분의 미국 시민들은 1월부터 세금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이 감소한다. 이는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가계의 소비지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직 세금정책이나 정부지출 등 재정정책이 완전히 확정된 것도 아니어서 불확실성이 투자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좀 더 길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내 증시와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점쳐진다. 고희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국가신용도 하락은 곧 전세계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며 “미국이 급여세를 실질적으로 높였기 때문에 미국 내 소비 침체를 불러올 것이고, 결국 대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기업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스트레이 키즈, 고마워'...한달 56% 급등한 JYP '1년 전 박진영 발언' 화제

2더 혹독해질 생존 전쟁에서 살길 찾아야

3기름값 언제 떨어지나…다음 주 휘발유 상승폭 더 커질 듯

4‘트럼프 보편관세’ 시행되면 현대차·기아 총영업이익 19% 감소

5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놓친 것

6‘NEW 이마트’ 대박 났지만...빠른 확장 쉽지 않은 이유

7종부세 내는 사람 4.8만명 늘어난 이유 살펴봤더니…’수·다·고’가 대부분

8인도서 ‘일하기 좋은 기업’ 2년 연속 선정된 LG전자

9‘쉬다가 쇼핑하는 곳’ 전략 통했다…이마트의 진화

실시간 뉴스

1'스트레이 키즈, 고마워'...한달 56% 급등한 JYP '1년 전 박진영 발언' 화제

2더 혹독해질 생존 전쟁에서 살길 찾아야

3기름값 언제 떨어지나…다음 주 휘발유 상승폭 더 커질 듯

4‘트럼프 보편관세’ 시행되면 현대차·기아 총영업이익 19% 감소

5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놓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