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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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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도 증권사 CEO에 쓴소리...“위탁매매·부동산 중심 영업관행에서 벗어나야”

증권 일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증권사들은 여전히 위탁매매, 부동산 중심의 영업 행태를 보이며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기능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김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업계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개최한 간담회에서 “혁신기업과 국민 자산형성 지원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에는 증권사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등과 10개 증권사 대표가 참석했다.김 위원장은 “증권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도 증권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증권사의 기업금융 역할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그는 또 “글로벌 거시경제, 금융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는 부채와 저성장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많은 국민들이 자본시장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래 성장을 주도할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국민 자산형성의 사다리로서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 위원장은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형성 지원에 보다 직접적으로 초점을 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 거시경제·금융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는 부채와 저성장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많은 국민이 자본시장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래 성장을 주도할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국민 자산 형성의 사다리로서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평가 해소, 기업·증권사 역할 중요” 당부 목소리그러면서 그간 정부는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크게 3가지 방향의 제도개선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일반주주의 이익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물적분할 제도개선,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의무화 등을 도입했고 우리 자본시장의 위상에 걸맞는 충분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외국인 ID제도 폐지, 영문 공시 의무화, 배당절차 개선 등 오래된 규제들을 과감히 정비했다”며 “불공정거래가 시장에 발붙일 수 없도록 불법공매도 대응을 강화하고 불공정거래 과징금도 도입했다”고 했다.김 위원장은 “향후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지원 강화 등 증시 수요 기반 유지·확충을 위한 세제개편과 함께 이사의 책임 강화, 주총 내실화 등 소액주주의 권익 개선을 위해 회사법 체계의 근간인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등 지배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도 방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또 기업들을 향해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상당수 있다고 평가하며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상장사의 이사회 스스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 설명·소통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이다.김 위원장은 “정부는 거래소와 협력해 주주 친화적 기업에 보다 많은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때까지 거래소를 중심으로 꾸준하고 면밀하게 모니터링·관리해 나가겠다”며 “증시 저평가 해소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기업 자신이라는 점에서 상장사의 적극적인 참여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2024.01.24 14:04

3분 소요
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의 종말 [한세희 테크&라이프]

전문가 칼럼

얼마 전 소셜미디어(SNS) 이용 행태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눈에 띄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등 연구진이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을 인터뷰해 조사한 결과, 최근 10년 사이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노스탤지어’(Nostalgia·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를 느끼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등장한 지 20년 가까이 되었으니, 오랜 세월 소셜미디어를 쓰며 함께 나이 들어간 사용자도 많아졌다. 이들에겐 소셜미디어가 삶의 추억이 쌓인 일기장이나 앨범에 가깝다. 과거의 추억들을 오늘 돌아보며 당시 가족·친구와의 만남이나 대화, 즐거운 기억을 되살린다는 것이다. 과거 같은 날짜에 올린 게시물들을 보여주는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 같은 기능들은 사용자의 추억을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이 역시 소셜미디어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지만, 과거 소셜미디어 초창기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인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 열풍이 소셜미디어와 맞물린 그때, 우리는 친구를 만나 점심 먹으며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쉼 없이 사진을 올렸다. 자기 생각을 쓰고, 정보를 공유했다.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고 ‘좋아요’를 많이 받으려 노심초사했다.소셜미디어 성공 공식, 여전히 유효한가?이제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참여하는 사람은 잘 없는 듯하다. 기업이나 브랜드·인플루언서가 타임라인을 채우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친구 간 교류의 장에서 개인 맞춤화된 콘텐츠를 보며 ‘고인물’ 사용자가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곳으로 변모했다.바뀐 것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뿐만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비즈니스 모델이나 운영 방법도 변화를 겪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초고속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급속 성장하던 시기 확립된 소셜미디어의 규칙들이 대부분 도전받고 있다. 규모만큼 영향력은 커졌지만, 부작용을 해결할 묘안은 좀처럼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보통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데이터를 통해 광고주가 효과적인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게 하며 성장했다. 네트워크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각 참여자가 누리는 효용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는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등 디지털 플랫폼 사업의 핵심 성공 공식이다. 사람들이 네트워크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몰리기에 승자 독식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이용은 무료로, 수익은 광고로’라는 모델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해 교류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으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자신이 ‘상품’이 되어 개인정보를 플랫폼 기업과 광고주에게 넘기고, 이런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알고리즘에 휘둘려 양극화와 확증 편향, 가짜뉴스 등의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 것도 사실이다.소셜미디어는 당연히 무료?‘소셜미디어는 무료’라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 11월 유럽에서 이 2개 서비스에 대한 유료 구독제를 도입했다. 유럽 거주자는 웹사이트 기준 월 9.99유로(약 1만4000원), 모바일 앱 기준 12.99유로(약 1만8400원)의 구독료를 내고 광고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유료 구독자의 데이터는 광고에 활용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온라인 프라이버시의 가격이 대략 월 1만4000원에서 1만8500원 사이인 셈이다.이는 유럽연합(EU)이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 광고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규제를 강화하는 데 따른 것이다. 메타는 올해 초 EU 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을 이유로 4억 유로(약 5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유럽사법재판소(ECJ)는 데이터가 수집되길 원하지 않는 사용자를 위한 대체 서비스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에 인수된 후 트위터에서 이름을 바꾼 X 역시 유료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계정을 인증하는 파란 마크를 붙여주고, 게시물 수정과 2만5000자 이상 긴 글 게시도 가능한 유료 모델 ‘X 프리미엄’을 지난해 10월 선보였다. 가격은 한국 기준 월 3만3000원이다. 타임라인에 추천 광고를 안 띄우고, 검색 결과에 우선 노출해 준다. X 자체 AI 모델 ‘그록’ 사용과 수익 배분 프로그램 참여도 가능하다.모든 사용자에게 소액의 사용료를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X 프리미엄이 광고에서 구독료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스팸 메시지를 쏟아내는 ‘봇’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10월 뉴질랜드와 필리핀에서 웹사이트를 통해 신규 가입하는 계정에 연간 1달러를 부과하는 ‘봇 아님’(Not A Bot) 프로그램을 가동했다.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광고 사업이 강력한 규제 대상이 되고 플랫폼 영향력을 악용하려는 스팸 봇이 늘어나는 등의 변화가 기존 소셜미디어 운용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소셜미디어는 이제 초개인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게다가 사용자 간 친구 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만으로 운용되는 틱톡이 서구 청소년들의 인기를 끌면서 메타와 구글도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에 비슷한 방식의 숏폼(짧은 영상) 서비스인 ‘릴스’와 ‘쇼츠’를 강화하고 있다.친구 간 활발하고 사적인 대화가 줄어들고, AI 알고리즘의 역할이 커지면서 소셜미디어는 개인 관심사에 따라 맞춤 콘텐츠를 보여주는 초개인화 미디어로 성격이 변모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성격도, 운영 방식이나 비즈니스 모델도, 사용자의 사용 방식도 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와는 달라진 셈이다. 과거와 같은 느낌의 사적 교류는 메신저의 단체 대화방으로 이동했다.페이스북과 함께 나이 들어간 중년들이 페이스북을 지키는 동안 자녀 세대는 기성세대를 피해 인스타그램·틱톡·스냅챗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에서 이런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최근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 10대 청소년의 93%가 유튜브를, 63%가 틱톡을, 60%가 스냅챗을 쓰는 반면 페이스북 사용자는 33%에 그쳤다. 유튜브·틱톡·스냅챗은 전통적 소셜미디어라 하기보다는 맞춤형 엔터테인먼트나 메시징 서비스에 가깝다.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의 시대는 정말 막을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3.12.17 10:00

4분 소요
SPC삼립 부당지원 의혹 조사…행정소송 결과 귀추 주목

유통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SPC그룹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허희수 부사장을 지난 23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PC그룹이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허 회장의 자녀들이 보유한 SPC삼립의 주식 가치를 높이려고 조직적으로 삼립에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허 부사장을 상대로 그가 보유했던 계열사 밀다원의 지분을 삼립에 저가로 넘긴 배경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년 전 SPC에 대한 부당지원 처분 당시 파리크라상 등이 삼립을 지원한 것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2세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고, SPC에 큰 큐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법원과 관련 임원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주장하는 대로 2세 승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총수일가에게 이익을 안겨줘야 하는데, 총수일가가 자신에게 손해를 끼쳐가면서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장사인 SPC삼립을 지원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실제 밀다원 주주 구성은 대부분 총수일가가 100% 소유한 파리크라상(45.4%)이나 샤니(21.7%), 총수일가 개인 지분(13.2%)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2012년 12월 보유하고 있던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인 주당 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해 SPC삼립에 이익을 안겨줬다고 봤다. 당시 밀다원의 생산량과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파리크라상은 76억원, 샤니는 37억원의 매각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라면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대주주인 총수 일가가 각각 76억, 37억 손해를 본 셈이다. 특히 지난 17일 공정위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 취소 행정소송에서 ‘삼립을 지원하면 어떻게 2세 승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답변 제출을 요구 받았지만, 결국 답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상황에 업계 관계자는 "SPC가 오너 일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상장사인 삼립을 지원했다는 공정위의 논리가 논란이 많은 만큼 검찰도 법리상 상당한 고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SPC삼립이 밀가루, 계란, 생크림 등을 생산하는 8개 생산계열사를 상대로 부당하게 통행세를 거둬들였음도 지적하고 있다. '통행세'는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계열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에 의도적으로 이익을 몰아줬다고 간주했다. 이에 SPC 측은 SPC삼립이 밀다원, 에그팜 등 생산 기능만 있는 계열사들을 대신해 연구개발, 품질개선, 생산계획, 재고관리, 물류 등 수많은 기능을 수행했고, 이는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영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SPC 측은 ”만약 상장사 삼립이 그러한 업무들을 수행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총수 일가가 100% 소유한 파리크라상 등을 부당지원한 것이 돼 소액주주들에 대한 배임이 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공정위는 오히려 총수일가가 보유한 파리크라상 등이 손해를 보면서 총수일가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장사 SPC삼립을 지원했다고 문제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2022.11.25 16:38

2분 소요
쪼개기 상장·뻥튀기 논란에 정은보 “소액투자자 보호책 검토”

증권 일반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사업부를 분할하는 물적분할이 화두다.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으로 자회사 상장 후 모회사의 지분 가치가 희석돼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지난달 27일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하면서 LG화학 주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카카오도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각각 분할 상장했다. 물적분할 이슈가 커지면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소액 투자자 보호 문제를 금융위원회와 검토하고 있다”며 “상법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면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PEF) 대표이사(CEO) 간담회에서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2가지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소액 투자자에 대한 보호 문제는 자본시장법뿐만 아니라 상법에도 게재될 수 있어 금감원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 원장은 “IPO(기업공개)를 할 때 수요 예측과 관련해서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면서 “금융위와 긴밀히 협의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 기관 수요 예측에서 1경원이 넘는 주문 금액이 몰리면서 ‘뻥튀기 수요 예측’이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정 원장은 시장조성자 과징금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거래소 검사를 완료했고 그 과정에서 파악한 사실관계나 해외 시장조성자의 역할 등을 비교해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 김경구 한앤컴퍼니 부사장, 김영호 IMM프라이빗에쿼티 대표, 박태현 MBK파트너스 대표, 임유철 H&Q코리아파트너스 대표, 채진호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참석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2022.02.09 15:47

2분 소요
李 ‘불법공매도 퇴출’ vs 尹 ‘증권거래세 폐지’ 누가 이길까

증권 일반

◇ 이코노 인앤아웃(IN & OUT) ① 李 ‘불법공매도 퇴출’ vs 尹 ‘증권거래세 폐지’ 누가 이길까 ② 李·尹 자본시장 공약에 1000만 개인투자자 반응은 “불만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동학 개미’ 표심을 겨냥하는 자본시장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코스피 5000시대를 열기 위한 ‘주식시장 개혁’을 공약했고, 윤석열 후보는 1000만 개인투자자를 살리기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가 내건 자본시장 관련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불공정 타파’다. 특정 종목의 주가를 조작하고, 허위·과장공시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유발하는 등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25일 방영된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코스피 5000시대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우리나라 주식이 해외보다 저평가되어 있는 이유는 주가 조작 단속비율이 낮고 처벌도 약해 시장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식이 저평가된 이유로 ‘시장 불공정성’을 꼽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 후보 직속 기구인 공정시장위원회와 선대위 금융경제특보단은 이 후보 발언 하루 뒤인 26일 ‘주식시장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특히 불공정 행위에 대한 금전적 제재 중심의 강력한 행정적 대응에 방점이 찍혀있다. 불공정 행위 적발 시 시세조종에 쓰인 돈을 몰수하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금을 확대하는 한편 조사에 협조한 직원에 대한 면책·보호를 강화하는 식이다. 소셜미디어(SNS) 등에 경영진이 허위·과장 사실을 공표해도 처벌하지 않는 공시 규정을 개정하고, 이로 인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더라도 시장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 과징금 등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제도 강화, 증권집단소송제 활성화, 피해자 금전소실 구제제도 확충 방안도 제안했다. ━ 물적분할 두고 李 ‘매수청구권’ 尹 ‘신주인수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센 기업 물적 분할 관련 공약도 주목할 만하다. 물적 분할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소액주주들이 특히 기피하는 이슈다. 분할된 자회사가 자체 상장에 나서면,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한 예로 SK케미칼의 물적 분할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3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당시 46만원대였던 SK케미칼 주가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후 6개월 만에 27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 측은 소액주주가 물적 분할에 따른 주가 하락 전 가격으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사달라고 기업에 요청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 물적 분할 된 자회사가 상장을 위해 신주공모 등을 할 때 모회사 주주가 우선 배정(보유주식 수 비례)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주우선배정권’ 부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도 물적 분할 이슈와 관련해 이 후보와 유사한 ‘신주인수권’ 공약을 제안하고 있다. 자회사의 공모주 청약 때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비율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절차는 다를 수 있어도 자회사 공모에 모회사 주주가 먼저 참여할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같은 방안이다. 윤 후보는 내년 주식 양도세 도입 시기에 맞춰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2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발표한 뒤 “우리나라는 거래한 주식 매입 가격과 처분 가격의 차액을 확인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양도소득세가 시행되면 증권거래세는 이중과세에 해당하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문재인 정부는 주식 매매대금의 0.25%인 증권거래세를 양도소득세 시행연도인 2023년까지 0.15%로 낮출 뿐 폐지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0.15%가 농어촌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기반시설 확충 등을 위해 쓰이는 농어촌특별세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농어촌특별세의 징수 목적과 세원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후보는 아울러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주식양도소득세율에 대해 장기 투자자에 한해 우대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내부자의 무제한 장내 매도(시간 외 매도 포함)를 일정한도로 제한해 소액주주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전반적으로 불공정 행위에 대한 금전적 제재를 강조한 이 후보와 달리 세제 지원 등 개인투자자 권익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공매도 폐지 안 돼” 한목소리, 대주기간·담보비율 개선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공매도에 대해선 두 후보의 입장이 비슷하다. 공매도를 전면 폐지하기보다는 투자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공매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기관투자자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개인 담보 비율의 조정, 공매도 서킷브레이커(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 도입 등을 공약했다. 공매도 담보 비율은 현재 외국인·기관(105%)에 비해 개인(140%) 높게 적용받고 있다. 담보 비율은 부채액을 주식 평가액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 하락 등으로 이 비율이 높아지면 증권사 반대매매(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과도할 때 공매도를 자동 금지하는 제도다. 이 후보는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 사이 공매도 대주(주식대여) 기간의 차이를 좁히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공매도를 위한 개인의 대주 기간은 90일로 한정됐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수수료를 납부할 경우 대주 기간을 사실상 무한대로 연장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공매도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 즉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강력히 처벌하고 증권사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개인에게 과도하게 부여하는 대차수수료도 규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2022.01.12 08:01

4분 소요
‘연체료 폭탄’ 짬짜미한 KG모빌리언스 등 4곳, 어떻게 소비자 등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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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미로 연체료를 과도하게 인상‧유지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다날, KG모빌리언스, SK플래닛, 갤럭시아머니트리(갤럭시아) 등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 업체 4곳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과징금 총 169억3501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KG모빌리언스와 SK플래닛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10년 가까이 연체료 체계를 유지하는 담합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날 등 4개 업체는 소비자가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로 구매한 상품 대금을 지정일까지 납부하지 못하면 부과하는 연체료 체계를 공동으로 도입하고 그 수준을 과도하게 인상하기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연체료 설정을 담합한 이유는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가 소액결제 방식으로 제품을 살 때 소액결제사는 소비자 대신 상품 대금을 가맹점에 먼저 지급하는 일이 많다. 이를 위해 소액결제사는 은행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이 때문에 차입금에 따른 이자 부담 등 금융비용도 함께 증가했다. 공정위는 담합 업체들이 사실상 이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측은 “(담합 업체가) 자금조달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가맹점과의 거래를 선(先)정산에서 후(後)정산으로 변경하거나,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결제 수수료를 높이는 방법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소비자 중 상품 대금을 연체·미납한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연체료를 도입해 그 부담을 전가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지적했다. 이때 어느 한 소액결제사가 연체료 체계를 단독으로 도입하면 가맹점이나 소비자들이 해당 회사를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짬짜미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밝혀진 담합 기간은 2010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로 9년 3개월에 달한다. 담합의 시작은 2010년 1~3월쯤이었다. 이들 기업은 결제 대금의 2% 수준으로 연체료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담합 후에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자 2012년 1월부터 9월까지 연체료율을 5%로 인상하는 합의를 맺었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상품 대금을 한 달만 연체해도 5%의 연체율이 적용되는데, 이를 연리로 환산하면 60.8%로, 2012년 당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인 연 3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소액결제 서비스 특성상 납부일이 매달 휴대전화 요금 정산과 함께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부가 하루만 늦어져도 한 달을 연체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소액결제사는 이를 악용해 한 달 치의 연체료를 물린 셈이다. ━ ‘이자제한법’ 규제 피해 9년간 담합 이들은 이자제한법 규제를 피하고자 돈을 빌려주고 나서 갚지 않았을 때 부과하는 손해배상의 민법상 개념을 도입했다. 주차료나 공공요금도 납부 기한을 넘기면 연체료를 물리는데, 이와 비슷한 체계를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어 공정위도 연체료율 ‘담합(카르텔)’에 대해서만 문제로 지적했다. 이후 언론과 정부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담합을 유지하면서 연체료율 상한을 최소한만 인하했다. 이들이 9년간 소비자들에게 받은 연체료는 약 3753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담합 업체들의 실적은 어떻게 변했을까. KG모빌리언스의 2009년 영업이익은 68억원 수준이었는데, 담합 첫해인 2010년엔 100억원으로 늘었다. 2012년엔 150억원, 2015년엔 252억원으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가격 담합 혐의를 적용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69억3501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KG모빌리언스에 87억5200만원, 다날에 53억8700만원을 부과하고 갤럭시아와 SK플래닛에 각각 19억4100만원, 8억5500만원을 물릴 방침이다. 또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KG모빌리언스와 SK플래닛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담합 업체가) 휴대폰 소액결제를 주로 이용하는 사회초년생 등 금융 취약계층에게 현저한 피해를 유발했다”며 “법 위반 적발 시 엄정하게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1.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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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소액은 약식으로 빠르게, 중대 위반행위는 상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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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미만 소액 과징금은 약식절차로 진행하기로 했다. 과징금 부과기준금액 구간을 구간별 상한과 동일하게 상향 조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 업무적체를 해소하고 부과 대상자의 납부능력을 반영해, 공정거래법 과징금 제도를 이 같이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약식절차 대상을 소액 과징금으로 확대하는 사건절차규칙 개정안을 조만간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12월 30일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에 맞춰 사건절차규칙도 개정할 예정이다. 규칙 개정안은 시정명령 사건에만 적용 중인 약식절차를 1억원 미만 소액 과징금 사건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식절차는 공정거래위원·심사관·피심인이 전원회의에 모두 참석해 심리하지만, 약식절차는 심결 보좌 공무원이 위원 3명으로 구성된 소회의에만 내용으로 서면 보고한 뒤 심의·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액과징금도 부과기준금액 구간을 조정, 유형별 구분 없이 통합해 상향 조정했다.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3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부과기준금액을 관련 법규(공정거래법·가맹법·대규모유통업법)별로 나눠 금액을 다르게 부과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관련 법규를 구분하지 않고, 위반행위의 중대성 3개 유형에 따라 부과기준금액을 설정했다. 위반행위가 ‘매우 중대’하면 4억~5억원 이하, ‘중대’하면 2억~4억원 미만, ‘약하면’ 500만원~2억원 미만으로 각각 개정했다. 이와 함께 부과 대상자의 현실적 부담능력에 따른 50% 감액 사유도 합리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지금까진 법위반 사업자의 자본잠식율이 50% 이상이면 모두 과징금을 50% 초과해 감액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위반 사업자의 과징금 납부능력이 충분한데도 자본잠식율만 기준으로 과징금을 감액하게 되는 한계가 있었다. 개정안은 자본잠식율이 50%를 넘는 경우에도 과징금액의 50%를 초과 감액하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지를 함께 고려하도록 기준을 보완했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으로 직매입거래의 상품대금 지급기한이 신설됨에 따라 관련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도 신설할 필요가 생겼다. 개정안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시 고려되는 위반금액 정의에 직매입의 상품대금도 포함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준헌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과징금 고시 개정으로 타법 과징금 고시와 형평성을 확보하고 감액사유가 합리화돼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억지력이 높아지고 운영상의 미비점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1.10.15 15:46

2분 소요
공정위 “음원시장 1위 멜론, SKT 부당지원으로 성장했다”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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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자회사였던 과거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가 운영했던 음원 서비스 멜론(Melon)에 휴대폰 결제 수수료를 깎아주는 등 부당지원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SK텔레콤은 공정위 결정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 검토에 들어갔다. ━ SKT, 로엔에 멜론 양도 후 수수료율 5.5%→1.1% 인하 공정위는 14일 멜론을 운영했던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부당지원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SK텔레콤에 시정 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3년 사모펀드에 매각된 로엔은 2016년 카카오에 인수됐다. 이후 법인명을 카카오 M으로 바뀐 로엔은 카카오에 흡수합병된 후 이달 초 멜론 사업부문만 떼어내 ‘멜론컴퍼니’로 독립한 상태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직접 운영하던 온라인 음원 서비스 멜론을 2009년 영업 부진을 겪고 있던 자회사 로엔에 양도하면서 로엔이 음원 서비스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2009년 멜론 운영사가 된 로엔은 SK텔레콤과 휴대폰 결제 청구수납 대행 계약을 맺었다. SK텔레콤 이용자가 휴대폰 소액결제를 통해 음원을 사면 이를 SK텔레콤이 휴대폰 요금 청구 시 합산해 수납해 주고 음원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공정위가 SK텔레콤의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로엔에만 낮았던 이 휴대폰 결제 청구수납대행 서비스 수수료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09년 로엔에 대한 청구수납대행 수수료율을 건당 5.5%로 적용했다. 다른 음원 사업자(5.5∼8.0%)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0년과 2011년에는 1.1%로 대폭 낮췄다. 멜론을 로엔에 양도한 후 벌어진 일이었다. 수수료율이 5.5%에서 1.1%로 낮아지면서 로엔은 SK텔레콤에 납부했어야 할 수수료 52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로엔은 수수료로 지급했어야 할 비용을 영업 등에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했고, 1위 사업자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 공정위 “지원 후 2위 경쟁자와 점유율 35%포인트까지 벌어져” 실제로 멜론의 스트리밍 상품 점유율은 2009년 4위에서 2010년 1위로 확대됐고, 다운로드 상품은 2009년 2위에서 2010년 1위로 상승했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기간대여제 상품을 포함한 전체 점유율은 같은 기간 계속 1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멜론과 2위 사업자와의 격차가 2009년 17%포인트에서 2010년 26%포인트로, 2011년에는 35%포인트까지 확대된 것이다. SK텔레콤은 2012년 멜론이 업계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하자 수수료율을 다시 5.5%로 인상했다. 공정위는 “이런 지원행위는 로엔의 경쟁여건을 개선‧강화하는데 기여해 초기 온라인 음원 서비스 시장의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쳤고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SK텔레콤은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확보한 SK텔레콤 내부 자료에는 ‘SK텔레콤이 전략적으로 로엔의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지원’,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리스크에 노출’, ‘공정위의 발견 가능성 및 법적 리스크가 대단히 높음’, ‘스핀오프(Spin-off) 후 연착륙(Soft-landing)을 위해 우호적인 수수료율 적용’,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국내 No.1 종합음악사업자로의 지위 조기 완성’ 등이 적혀 있었다. 공정위는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중요하고, 마케팅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데 해당 부당지원은 로엔이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조 제7호를 적용해 SK텔레콤에 시정 명령을 부과했다. 하지만 법 위반 기간이 짧고 수수료율을 원래 수준으로 올린 점, 그리고 부당지원행위로 시장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과징금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신용희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앞으로 SK텔레콤이 자회사에 동일한 유형의 부당지원 행위를 하게 되면 시정 명령 불이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고발이나 과징금 가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재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 선점 효과가 중요한 초기 온라인 (모바일) 음원 서비스 시장에서 대기업집단이 자금력을 이용해 계열사를 지원,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한 위법행위를 확인·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 SKT “정상적 거래였다 법적 대응 여부 검토” 한편 SK텔레콤은 해명자료를 내고 “당시 멜론 청구 수납대행수수료 수준은 양사 간 여러 거래의 정산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임에도 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SK텔레콤이 받을 돈(청구대행수수료)을 덜 받고, 줄 돈(DCF수수료)을 덜 줬던 것으로 어느 일방에 유리하다거나 어느 일방을 지원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로엔은 2009년 이전부터 음원 시장 1위 사업자로서 당사와의 거래를 통해 시장 순위가 상승한 바 없다”며 “당사와 로엔은 정산을 통해 비정상적인 경제상 이익을 얻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SK텔레콤 제재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2월, 공정위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부당지원해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을 어긴 행위에 과징금 총 63억9600만원과 함께 시정 명령을 내렸다. SK텔레콤이 대리점을 통해 이동 통신 및 초고속인터넷 상품과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IPTV) 상품을 결합, 위탁 판매하는 과정에서 2016년부터 4년간 SK브로드밴드가 지급해야 할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 판매수수료 중 일부인 199억9200만원을 대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지난 4월 공정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공정위 시정 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SK브로드밴드 부당지원을 두고 법정 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가 또다시 SK텔레콤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제재를 내리면서 양측의 대립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7.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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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첫 시행 현장 가보니] “1호가 될 순 없어” 금융사 초긴장
설명 의무 위반 시 최대 1억원 과태료… “금융당국, 분명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고객님, 오늘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됩니다. 모든 상품 설명은 녹취를 해야하니 양해바랍니다”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첫 시행된 3월 25일 서울 중구 모 시중은행의 오전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이날 첫 고객인 최군예(54)씨는 은행원 김모(35)씨에게 고위험 주가연계펀드(ELF) 상품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금소법에 제시된 6대 판매 원칙(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 규제)을 설명하며 최씨의 투자성향을 분석했다. 상담은 1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최씨는 원하는 금융상품을 소개받을 수 없었다. 금소법에 따르면 최씨가 원하는 상품은 그의 투자 성향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모은 돈으로 이제야 재테크 좀 하려 했더니…섭섭하네”라며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다른 증권사 영업점 분위기도 평소와 다를바 없었다. 모 증권사 사원 전모(32)씨는 고객이 상품과 적합하다고 판단되자 녹음 시스템을 이용해 상품 설명을 고지했다. 그는 “법 시행일이라고 딱히 혼란이 일어나진 않았다”면서도 “ 다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서 긴장은 늦추지 않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 소비자보호 ‘취지’ 좋지만… “세부 규칙 미비해 혼란” 첫 시행일, 혼선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던 금융사 현장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다만 금소법 위반 ‘1호’가 되지 않기 위한 직원들의 긴장한 표정들이 역력했다. 자칫 법을 위반한 ‘1호’로 낙인 될 경우 회사 이미지 타격은 물론 예금·펀드·카드 등의 상품에 대한 신뢰성을 잃을 수 있어서다.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3월 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금융사와의 분쟁 시 보호장치를 마련하려는 취지다. 상품 판매자에 대한 책임도 대폭 강화했다.주요 내용은 △기능별 규제 체계로의 전환 △6대 판매 원칙의 확대 적용 △금융소비자에 대한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보장 △분쟁 조정 절차의 실효성 확보 △징벌적 과징금을 통한 사후 제재 조치 강화 △금융교육의 법제화 등이 있다.구체적으로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사가 6대 판매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상품 계약일부터 5년 이내 또는 금융사의 위법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회사에는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판매 직원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을 수 있다. 청약 철회권은 소비자가 원하면 일정 기간 안에 위약금 없이 계약을 깰 수 있는 권리다. 대출 상품은 14일, 보장성 보험은 15일 안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금융권은 금소법 시행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준비시간이 촉박했다고 입을 모았다. 취지는 좋지만 감독규정이 두루뭉술하고 세부규칙은 제대로 제시돼 있지 않아 갈피를 못 잡겠단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체기준 마련, 시스템 구축과 같이 준비기간이 필요한 일부 규정은 그 적용을 최대 6개월 유예키로 했다.업계가 특히 문제를 삼고 있는 조항은 ‘청약 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이다. 우선 청약철회권은 행사 횟수 제한이 없어지는 만큼 대출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우려다. 청약을 철회하면 이자를 물지만, 본인의 ‘대출 기록’이 삭제돼 신용점수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청약 철회 상품이 확대되다 보니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정 수익률을 추구하는 ELF나 ELS의 경우 모집기간에 청약철회 기간이 추가되면 15일 동안 투자를 못한다”며 “만일 소비자가 청약철회권을 주장하면 해당 상품의 이자 지급이나 고유 계정 처리 등과 같은 세부 규칙 등은 마련돼 있지 않아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일부 증권사들은 법적 컨설팅을 받아 ‘금소법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감독 규정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세부 규칙이 없어 만약의 문제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녹음과 메일뿐만 아니라 출력 서류도 준비해 보수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중”이라고 전했다.은행들은 가뜩이나 위축된 펀드 판매가 금소법 시행으로 대폭 줄 것을 우려했다. 불완전 판매 상품의 판매 과정에서 이의제기가 없던 고객이 펀드 손실이 날 때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식으로 악용 소지가 다분하단 지적이다. C시중은행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입증 책임이 금융 기관으로 넘어오면, 판매과정부터 은행이 준비할 게 많아져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복잡한 상품 설명에 대한 우려도 있다. 펀드·파생상품·신탁과 같은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평소보다 20~30분 가량 늘어서다. D증권사 관계자는 “주식투자자의 경우 성향 자체가 쉽고 빠른 설명을 원하는데 상품 철회 등 설명이 긴 부분까지 녹취하면서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며 “상품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적합성 원칙에 어긋나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제공도 제한돼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적합성, 적정성 등 6대 판매기준의 내용이 모호하다”며 “가이드 라인도 범위가 너무 넓다. 실제로 전화로 상품 설명 도중 비행기가 떠 녹음이 되지 않아 가입 동의를 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한 소송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줄 것이 아니라 금소법 세부 규칙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나 떨고 있니”… ‘1호’ 않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 대거 ‘스톱’ 금소법의 예기치않은 후폭풍도 나오고 있다. 당장 은행들은 비대면 상품 판매를 대거 중단했다. 펀드 등 고위험 금융상품 가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가 큰 불편을 겪게 됐다. 주요 시중은행은 금소법 위반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3월 25일부터 무인단말기, 키오스크 등을 통한 비대면 상품판매와 AI(인공지능) 서비스 등을 속속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4월30일까지 스마트 텔러 머신(STM) 서비스를 중단했고, 신한은행도 STM과 같은 성격의 ‘유어 스마트 라운지’ 내 서비스 중 상품 판매 서비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 역시 예금과 펀드, 신용카드 신규 발급 등을 키오스크 등을 일부 이용을 못하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AI 로보 어드바이즈 서비스인 ‘하이로보’의 맞춤 펀드 추천 기능을 5월 9일까지 일시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은 아예 비대면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비대면 금융 상품의 경우 금소법을 대비한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에서다.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프라인 금융사의 경우 그간 은행권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소비자보호법상 ‘6대 판매원칙’과 같은 법상 준수사항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대체로 잘 준비했다”면서 “다만 비대면이나 온라인 서비스 분야는 좀 더 들여다 볼 부분이 있는데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금융소비자들이 강화될 권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홍보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와 관련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소법이 전체를 다 만족하진 못하지만 ‘반걸음’ 진보했다고 본다”라며 “위법 계약해지권을 처음부터 법으로 지켜줬다면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등과 같은 불완전판매 사태는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소법 Q&A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금융 소비자는 위법계약해지권 등 금융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받지만, 해지 시점 이전에 이미 지급한 펀드 수수료나 대출 이자 등은 돌려받지 못한다. 또 현재 농협, 새마을금고 등에선 금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소법 ‘10문10답’ 중 주요 내용을 간추렸다.▶ 소비자가 위법계약해지권 행사 시 수수료, 위약금 내야 하나?위법계약해지권이란, 금융사가 판매규제를 위반한 경우 소비자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는 권리다. 계약 해지 효과는 ‘해지 시점’ 이후부터 무효가 된다. 해지 시점 이전의 대출이자, 카드 연회비, 펀드수수료와 보수, 투자손실, 위험보험료 등은 돌려받을 수 없으나, 해지 시점 이후 비용은 물지 않아도 된다.▶ 소액분쟁조정의 판단기준은 어떻게 되나?금융사가 분쟁조정을 회피하려고 소를 제기해 금융소비자가 사후 구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분쟁조정가액이 2000만 원 이하인 분쟁조정은 금융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분쟁조정가액은 소비자가 분쟁조정 신청시 주장하는 금액으로 판단한다.▶ 설명서를 반드시 서면으로 제공해야 하는가?상품 설명서 제공방법은 서면교부, 우편(전자우편 포함), 문자메시지 등 전자적 의사표시로 규정돼 있다. 전자적 의사표시에는 전자적 장치(모바일, 태블릿 등)의 화면도 포함된다. 소비자는 판매자 설명을 이해한 후 그 사실을 서명(전자서명 포함), 기명날인, 녹취를 통해 확인해줘야 한다.▶ 적합성 원칙 관련 투자성향평가는?판매자는 고객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소비자의 손실감수능력 또는 대출 상환능력 등을 판단해 고객에 적합하지 않은 금융상품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 이 때 기준은 소비자가 제공한 정보(연령, 재산상황, 금융상품 이해도, 투자경험 등)를 종합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과태료·징벌적 과징금 부과 기준은?6대 판매원칙 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로 최대 1억원 부과가 가능하며, 최대 수입 등의 50% 징벌적 과징금은 6대 판매원칙 중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 외 4개 규제 위반에 한해 부과 가능하다. 이는 금융상품판매업자·자문업자에 적용되는 규제이므로 소속 임직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새마을금고·농협·수협·산림조합에 대한 금소법 적용은?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의 상호금융은 현재는 금소법 적용범위에서 제외돼 있다. 관계부처 등 감독기관이 달라서다. 정부는 4월중 상호금융에 대해서도 금소법 적용을 조율 중이나 조율 여부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2021.03.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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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문건에 결정타 맞은 삼성바이오 어디로] 삼성의 거대한 변화 부를 ‘트리거’ 되나

바이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재용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 미칠 수도 사건 다큐멘터리를 보면 범죄 용의자는 대부분 취조 과정에서 혐의를 끝까지 부인한다. 형사의 끈질긴 추적 끝에 체포된 범인이 거세게 반발하며 ‘오리발’을 내밀면 시청자는 화가 치민다. 형사는 왠지 치밀하지 못해 보이고, 믿음이 떨어진다. 용의자의 뻔뻔함에는 혀를 내두른다. 그런데 역시 형사는 노련하다. 시청자들에게 미리 보여주지 않았던 결정적 증거를 하나둘 꺼내며 용의자를 압박한다. 마지막으로 범행 현장을 담은 CCTV 영상까지 제시하면 용의자는 고개를 떨군다. 시청자는 속이 후련해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게 범죄 다큐멘터리의 일반적 패턴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 용의자였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1년 넘게 감리(재무제표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5월, 2015년 결산이 ‘고의 분식회계’라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에 징계안을 올렸다. 삼성바이오 측은 분식을 하지 않았다며 여러 차례의 증선위에서 강하게 반박했다. 증선위는 결국 지난 7월 금감원의 징계안에 하자가 있다며 사상 초유의 재감리를 명령했다.금감원에게 행운이 따랐다. 재감리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강력 제보를 받았다. 2015년 당시 삼성의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이다. 금감원은 거의 범행현장을 담은 CCTV급 결정적 증거라 생각했다. 금감원이 재감리 징계안을 제출하면서 지난 10월 말과 11월 중순에 증선위가 열렸다. 삼성바이오는 그러나 제시된 내부 문건 앞에서도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린 후에는 행정소송으로 대응하겠다며 오히려 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표현도 강력하다. 삼성바이오스는 입장문을 내고 “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왜 고의 분식이 아니라고 확신할까. 삼성바이오 건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승계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철통방어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 삼성바이오, 행정소송 제기 방침 증선위의 징계 의결이 가져올 후폭풍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지난 11월 14일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와 제재를 논의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가 열리는 날이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를 재감리한 후 열리는 두 번째 증선위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결론이 나온다면 어떤 내용일까. 이날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였다. 분위기는 삼성바이오에 불리했다. 2015년 결산에서 회사가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금감원이 당시 삼성 내부에서 작성된 문건을 새로 입수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증선위 개최 2주일 전부터 여러 차례 언론에 폭로된 상황이었다. 불리한 내용으로 가득한 내부 문건이 전격적으로 공개됐음에도 워낙 사안이 복잡하고 논쟁 이슈가 많다 보니 증선위가 한 차례 더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았다.필자는 이날 오전, 금융위원회 김용범 부위원장(증선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오후 4시에 예정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뻔했다. 이날 증선위 의결내용 발표가 있으며, 증선위원들은 고의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은 참고 삼아 삼성 측의 마지막 해명을 듣는 자리 정도라는 판단이 들었다.발표된 의결은 예상대로였다. 삼성바이오의 2012년~2014년 회계처리는 과실 또는 중과실, 2015년은 고의 분식회계라는 것.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고발과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부과 등을 결정했다. 직후 시가총액 22조원, 소액주주만 8만여 명에 달하는 삼성바이오의 주식은 곧바로 거래정지됐다. 회사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상장폐지 가능성은 작게 본다. 하지만 아주 짧으면 한 달, 길면 1년 이상 삼성바이오 주식은 증권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될 전망이다.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움직임도 보인다. 모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해 삼성바이오와 관련한 감리 가능성, 내년 초 이후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경우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까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즉각 반발하며 입장자료를 냈다. 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확신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이었다.이날 증선위 결론에는 삼성 내부 문건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가 증선위 의결과 관련해 이날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에도 삼성 내부 문건 등에 기초해 고의성 여부를 판단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우선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한 근거부터 보자.삼성바이오는 지난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바이오 시밀러 개발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를 설립했다. 지분율은 삼성바이오가 85%, 바이오젠이 15%였다. 삼성바이오는 2014년까지는 삼성에피스에 대해 단독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를 한 회사처럼 묶은 연결회계처리를 한 것이다. 그러다 2015년 결산에서는 단독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삼성에피스를 ‘관계기업’(지분법회계)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전환하는 회계처리 과정에서 4조5000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최종 당기순이익에 미친 영향은 1조8000억원 정도다).증선위가 2015년 회계처리를 고의 분식회계로 보는 논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삼성에피스는 처음부터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공동으로 지배하는 회사였다는 것이다. 삼성에피스의 신제품 추가나 판권 매각, 자금 차입, 자산 매입 등과 관련해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주주약정 조항이 공동지배의 근거다. 증선위 판단대로 처음부터 관계기업이라면,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전환시키며 4조5000억원의 평가차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근거가 없어진다. 또 하나는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삼성바이오로부터 삼성에피스 지분을 매입할 권리)이다.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에피스 지분율을 50%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의 기업가치가 낮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삼성바이오 측은 그러나 “2015년에는 삼성에피스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져 콜옵션이 행사될 가능성이 큰 권리(실질권리)가 됐기 때문에 관계기업으로 전환했고, 평가차익을 반영했다”고 주장했다.증선위는 그러나 콜옵션은 처음부터 행사 가능성이 상당한 권리(행사에 장애요소가 없음)였다며 삼성 측 주장을 일축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2012년~2015년 회계처리는 회계기준을 위반했다. 위반의 동기는 2012년~2014년은 과실, 2015년은 고의다. 요약하면 합작법인 약정 내용에 나타난 바이오젠의 동의권과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이 처음부터 실질권리였다는 사실을 반영하면 2012년부터 삼성에피스는 관계기업(지분법회계)이다. 따라서 2015년에 지배력 변동(종속기업→관계기업)을 이유로 막대한 평가차익을 인식한 것은 잘못이다. 2015년 삼성바이오는 고의로 지배력 변동 요인(삼성에피스 가치 증가)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금감원은 애초 2015년 전의 회계처리는 종속기업 또는 관계기업 어느 것이든 무방하다고 봤다. 합작법인 약정 내용은 재감리에서 갑자기 발견된 것은 아니다. 금감원은 최초 감리에서부터 약정을 자세하게 뜯어봤다. 콜옵션이 처음부터 행사 가능성이 상당했는지, 즉 실질권리에 해당했는지도 검토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전문가를 동원해 실질권리 해당 여부에 대한 조언을 받기도 했다. 2015년 전에 삼성에피스가 종속기업이었느냐, 관계기업이었느냐에 대해 금감원 스스로 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재감리 이후 금감원이 내세운 것은 관계기업이 맞다는 것이다. 애초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던 2015년 삼성에피스 가치평가(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용역수행 결과 5조3000억원)의 타당성 이슈는 이번 증선위에서는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관계기업이 맞다는 근거로 제시된 논리가 애초 감리에서 충분히 뜯어봤을 ‘주주약정’과 ‘콜옵션 실질권리 여부’라는 점에 대해 삼성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필자 생각으로 삼성 측이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반발하는 이유 가운데는 이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본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평가 타당성 검토는 빠져 물론 이번에 증선위가 고의 분식이라고 단정하게 된 근거에는 지난 증선위에서는 제시되지 않았던 삼성 내부 문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문건 내용을 보면, 삼성은 이미 2014년에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반영한 회계처리를 했어야 했다는 것을 인식한 흔적이 있다. 또 2015년 들어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빠질 상황에 처하자 증시 상장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불법·편법적인 해결책을 검토했다.삼성 측은 그런 방안은 검토 단계에서 금방 배제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실행한 방안, 즉 삼성에피스의 가치평가 증가에 따른 지배력 변동은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2015년 전에 종속회사로 분류해 연결회계처리한 것을 과실로 보면서, 2015년 삼성에피스 가치평가의 타당성은 전혀 따지지 않고 고의 분식회계로 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증선위는 그러나 삼성의 내부 문건에 나타난 증거와 당시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건대, 회사가 지배력 변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 잣대로 해석하면서 고의 위반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삼성 측은 이에 대해서도 “4대 회계법인의 조언을 받아 회계기준 범위 내에서 합리적 해결 방안을 모색했고 실행했지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증선위에서 의결된 이상 삼성바이오는 과거 재무제표를 일단 모두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 등을 이유로 수정하지 않는다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받을 수 없다. 모회사인 삼성물산 역시 여기에 맞춰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증선위 의결 이후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미칠 파장이나 삼성바이오의 현재 사업 수준,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했을 때 상장폐지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래도 수개월에서 1년까지 예상되는 거래정지는 피할 수 없다. ━ 삼성바이오 상장폐지 가능성은 작아 일각에서는 증선위의 검찰 고발에 따라 내년 초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2015년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문제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된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도 조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뇌물혐의, 대법원 계류)에 삼성바이오 건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현재로선 작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불똥이 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분석도 많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은 삼성의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트리거가 될까? 행정소송과 검찰 수사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삼성물산으로도 불똥 튀나 - 재무제표 변화폭 크면 감리 받을 수도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2015년의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삼성물산 감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1년 반에 걸친 감리와 재감리 끝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결론을 도출해 낸 금융감독원이 삼성물산에도 칼끝을 겨눌지 주목된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낸 이후 정치권 등에서는 삼성물산 감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 15일 “삼성의 내부 문건에 삼성물산의 합병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난 이상 증선위는 금감원에 삼성물산 감리 착수 요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증선위 판단 과정에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던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공개한 인물이다. 지난해 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 역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에 대한 조속한 감리 착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이들이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 합병 간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이뤄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제일모직 최대주주였지만 옛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금감원이 증선위에 제출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에는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자본잠식 가능성을 우려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 삼성물산 합병이 결정된 2015년 7월 이전에 삼성바이오가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회계법인들과 긴밀히 협의했다는 정황도 나와 있다. 모두 제일모직의 고평가 근거를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박 의원 등의 주장이다.이미 금융 당국 안팎에서도 삼성물산 감리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의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위나 증선위가 특정 회사의 감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요청할 경우 금감원은 감리에 착수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감리를 의뢰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재무제표를 심사해 과실 또는 중과실 혐의가 드러나는 경우에도 감리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 사례처럼 특정 회사의 회계 처리 기준 위반에 관한 제보가 실명으로 접수되는 경우에도 금감원이 절차에 따라 특별감리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공시된 재무제표를 회사가 자진해 수정하는 경우에도 수정된 금액이 많으면 감리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다. 증선위 결론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2012~15년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 이 경우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이 변화폭이 클 경우에도 삼성물산은 감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8.11.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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