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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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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블랙 트러플’ 곁들인 이탈리아 요리 출시

유통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 ‘카페 8’ 총괄셰프 루이지 트로이즈(Luigi Troise)가 세계 3대 진미로 불리는 생 윈터 블랙 트러플(Truffle, 송로버섯)을 곁들인 이탈리아 메뉴 7종을 새롭게 선보였다고 20일 밝혔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위치한 미쉐린 2 스타 레스토랑 ‘돈 알폰소 1890(Don Alfonso 1890)’ 출신의 글로벌 베테랑 셰프인 루이지 총괄셰프는 “’땅 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릴 정도로 진귀한 식재료인 호주산 윈터 블랙 트러플을 이용해 지중해식 이탈리아 요리에 고급스러운 풍미와 식감을 더했다”며 “항산화, 항노화에도 도움을 주는 귀한 보양식이면서도 색다른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엄선한 메뉴”라고 덧붙였다.트러플을 곁들인 신메뉴는 에피타이저부터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총 7종이다. 트러플의 향과 식감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메뉴를 제공하기 직전 생 블랙 트러플을 5g 가량 갈아올려 마무리한다. 에피타이저(식전요리)는 소고기 카르파치오, 트러플 수란 2종이다. ‘소고기 카르파치오’는 얇게 슬라이스한 최상급 US 프라임 소안심에 신선한 아루굴라,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소스를 곁들인 메뉴로 입맛을 돋운다. ‘트러플 수란’은 부드러운 계란 요리에 깊고 진한 트러플 향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파마산 퐁듀와 양파 소스를 곁들인 ‘홈메이드 치킨 라비올리’, 짭쪼름한 판체타햄과 후추로 담백함을 더한 ‘트러플 까르보나라’, 부라타 치즈의 부드러운 풍미와 트러플 향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이탈리아 나폴리 정통의 ‘트러플 피자’, 트러블 치즈 소스를 곁들인 ‘농어 구이’ 등 메인요리도 다양하다.트러플과 발로나 다크 초콜릿을 넣은 ‘제주 우유 아이스크림’도 디저트로 맛볼 수 있다.루이지 셰프의 주특기 메뉴인 파스타(이탈리아 정통 스타일의 까르보나라, 뇨끼, 랍스터 파스타 등), 이탈리아 나폴리의 풍미를 고스란히 담은 피자(이탈리아 전통 피자인 마르게리타 피자, 프로슈토 피자, 루꼴라 치즈 크러스트 피자 등), 스테이크, 티라미수, 카프레제 초콜릿 케이크 등 다채로운 메뉴를 통해 이탈리아 정통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2024.08.20 10:33

2분 소요
고인 '머리카락·손톱' 담은 보석 만든다...보람그룹, '생체보석' 시장 개척 나서

보험

토털 라이프케어 서비스 기업 보람그룹이 생체원료를 활용한 생체보석 시장 개척을 본격화한다.보람그룹은 제조 계열사 비아생명공학이 생체보석 브랜드 ‘비아젬’을 시장에 본격 선보이고 B2C 및 B2B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생체보석이란 모양과 색, 보석의 강도 등 광물학적 특성이 천연보석과 똑같은 인공보석이다. 고인의 머리카락, 분골, 탯줄, 손발톱 등의 원료에서 생체원소를 추출해 보석 파우더(분말)와 합성해 만든다. 오히려 내포물이 있는 천연 보석보다 투명도와 선명도가 높아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비아생명공학의 생체보석 브랜드 ‘비아젬’은 타사와 달리 체계화된 대규모 첨단시설에서 생산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색상과 모양, 크기, 패키징까지 모든 작업이 자체 설비와 기술진에 의해 완성된다. 가격은 크기별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를 호가한다. 보석은 물론 반지, 목걸이, 팔찌 등의 주얼리와 오마주(기념패) 등을 정교하고 아름답게 세공할 수 있다.비아젬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Lab Grown Diamond)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연구실을 뜻하는 ‘랩(LAB)’과 키운다는 뜻의 ‘그로운(GROWN)’을 더해 만든 단어다. 기술 개발을 통해 천연 다이아몬드 씨드를 실험실에서 키워 만드는 인공 또는 양식 다이아몬드를 말하는데 비아젬이 생성되는 원리와 동일하다.업계 관계자는 “상조업계는 물론 이종 산업계에서도 생체보석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지만 블루오션 선점 측면에서 긍정적 전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생체원소가 담긴 보석 '비아젬' 사업에 착수했다.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을 대신해 영원히 간직하게끔 한다는 콘셉트로 생체원소 추출과 보석과 이를 합성하는 전 과정에 걸친 기술을 연구했으며, 설비투자를 포함한 10년 간의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완성했다.보람그룹의 신사업 브랜드 ‘비아젬’은 2022년 보석업계 및 주얼리 업계 최초로 세계적인 권위의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에서 금상 및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해당 수상으로 비아젬의 기술과 디자인의 혁신성 및 시장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현재 보람그룹의 비아젬과 같은 생체보석을 취급하는 업체는 유럽 등 해외 몇 곳이 있는데 비교적 소규모 시설에서 생체보석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아젬은 이와 달리 대규모 첨단시설에서 제작되고 있으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생체원소를 분석한 보증서를 발급하고 있어 고객 신뢰도를 제고하고 있다.보람그룹은 비아젬이 ‘고인을 추모하는 상품’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고인 추모 외에도 기념할 모든 대상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계획하고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비아젬은 가족, 상조, 웨딩, 출산, 종교, 반려동물 등 기념하고 기억할 수 있는 모든 대상에 접목시킬 수 있다. 특히 고인 추모시 비아젬은 대표 계열사인 보람상조의 장례서비스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비아젬은 장례식장, 납골당은 물론, 웨딩몰, 산후조리원, 사찰, 교회, 시상식 등의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보람그룹 관계자는 "비아젬은 결혼과 프로포즈를 앞둔 커플이나 신앙심이 있는 종교인, 임산부, 반려인을 위한 콜라보 상품을 통해 그 의미와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며 “공간에 구애 받지 않는 추모로서 납골당이나 수목장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얼 서비스로도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08.10 09:18

3분 소요
“모든 것이 한정판”…한국에 찾아온 ‘세계에서 제일 비싼 달걀’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금으로 칠갑한 달걀 안에 숨어있는 꼬꼬닭, 매시 정각 자개가 열리며 수탉이 몸을 흔드는 모습.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달걀, ‘파베르제’(Fabergé)의 ‘임페리얼 에그’(왕실 달걀)가 보여주는 자태다. 러시아 차르 황실의 보물로도 널리 알려진 이 파베르제의 보석들은 ‘달걀공예’의 진수로 불리며, 지난 1842년부터 그 역사를 이어왔다.지난 3월 10일 브랜드 180주년을 기념해 열린 행사에서 알리체 발레스트라치 파베르제 아시아 헤드를 만났다. 유럽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에 발돋움하고 있는 파베르제가 지닌 브랜드 가치에 관해 묻고, 그 역사와 현황을 살펴봤다.‘유일무이’한 왕실 달걀의 가치...모든 보석이 ‘One of a Kind’ 파베르제의 정체성을 꼽자면 두말할 여지 없이 ‘왕실 달걀’을 가장 먼저 논할 수밖에 없다. 지난 1885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3세가 황후 페오도로브나에게 선물하기 위해 의뢰한 ‘암탉 달걀’을 시작으로, 50개에 달하는 부활절 달걀의 전설이 꽃을 피웠다. 환상적인 디자인과 극도의 섬세함으로 유럽 왕실을 단번에 사로잡았으며 우연히 발견된 달걀이 440억원에 달하는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그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가장 큰 사이즈의 달걀인 왕실 달걀은 현재 1년에 평균 1~2개만 만들어지며 가격은 적게는 몇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알리체 헤드의 표현을 빌리면 ‘하늘의 별이 한줄로 정렬할 때’(하늘의 별따기라는 의미의 영국 속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유하기 어려운 보석이다. 하나는 브랜드 차원에서, 다른 한 가지는 아트 컬렉터 또는 VIP 고객의 의뢰로 제작된다. 아쉽게도 기계 장식이 들어간 달걀 ‘오토마톤’은 현재 더는 제작되지 않지만, 파베르제의 장인 정신을 이어간다는 브랜드 철학은 변함없다.알리체 헤드는 “단순히 돈의 액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파베르제의 작품이 가진 미술적 소장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며 “미술품 거래에서의 프라이머리 시장과 유사한 구조라고 이해하면 편하다”고 설명했다. 왕실 달걀은 저마다 독보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특징인 ‘서프라이즈’로 팝업 형태를 띄는 것은 물론이고, 보석 하나하나 정교하게 세공된 점이 표면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알리체 헤드가 애정을 담아 꼽은 달걀은 지난 2015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진주 임페리얼 에그’다. 화이트 자개 위에 3305개의 다이아몬드와 139개의 화이트 진주가 세공돼 들어가 있다. 이내 에그가 열리면 아름다운 꽃봉오리처럼 자개가 열리고, 그 안에 회색빛 진주가 모습을 드러낸다.파베르제가 만드는 하이 주얼리, 고급시계 역시 이 전통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브랜드 작품들의 소장가치를 위해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유례 없이 독특한)를 추구해 매 제품을 작품처럼 빚어냈다.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주얼리의 가격대는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억대로 형성돼있다. 그렇기 때문에 180주년 달걀은 더욱 특별하다. 달걀의 사용성을 높이면서도, 파베르제가 가장 먼저 시작한 디자인인 ‘플로티드 양식’(물이 흐르는 듯한 결을 살린 형태)을 살렸기 때문이다. ‘유럽 장식 미술의 최고 거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파베르제는 최초의 기록이 많다. 그중에서도 플로티드 양식은 파베르제 보석을 대표하는 디자인이다. 이번에 제작한 리미티드 달걀 역시 이 시그니처 양식을 적용했으며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니어처 크기로 제작됐다.이 180주년 달걀은 일반적으로 10개 가량에 그치는 여타 한정판 보석들과 달리 180개 제작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전세계에 브랜드 이미지를 알린 ‘왕실 달걀’의 무게감 대신 소비자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소재로써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한국,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 유럽 시장에서 파베르제는 ‘특별한 선물’이자 대대손손 물려주는 유산이다. 알리체 헤드는 “파베르제 왕실 달걀의 출발선이 부활절 선물일 뿐 아니라, 파베르제 주얼리는 특성상 개인적인 감정과 추억이 연결돼있는 경우가 많다”며 “영국 왕실만 해도 3~4대에 걸쳐서 파베르제 보석을 물려주는 경우가 잦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기를 끄는 품목은 서프라이즈 특징을 살린 ‘로켓’ 형태의 주얼리를 비롯해, ‘길로시 에나멜 페인트’(금속표면에 섬세한 무늬를 조각해, 다양한 반투명 에나멜을 붙이는 기법)가 들어간 제품이다. 두 제품군의 공통점은 파베르제를 ‘알 만한 사람들’이 중시할 만한 특징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로켓의 경우 워낙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파베르제만의 특징인 서프라이즈적 요소를 담았다. 길로시 에나멜 역시 플로티드 디자인처럼 파베르제가 선구적으로 시도한 기법이라는 점에서, 파베르제의 정체성을 잘 담았다고 여겨진다.세상에 나와 전해진 기간이 180년에 달하는 장수 브랜드이지만, 파베르제만의 확고한 전통을 매력으로 살려 현대화에도 큰 무리가 없다. 알리체 헤드는 “예술작품의 가치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것처럼, 파베르제 역시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그 아우라에 영감을 받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보석을 금고에만 모셔두지 않고 함께 즐기면서, 일상과 융화될 수 있도록 사용성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제 막 아시아 시장에서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파베르제가 향후 나아갈 목표에는 놀랍게도 한국이 큰 존재감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파베르제가 유독 눈독 들이고 있는 시장이 다름 아닌 한국 시장이기 때문이다. 알리체 헤드는 “한국 사람들이 예술과 문화를 정말 사랑한다고 느꼈고, 하이퀄리티 정신에 대한 존중도 상당하다고 생각했다”며 “브랜드 차원에서도 한국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3.03.26 08:00

4분 소요
다이아몬드 대중화 앞선다...SSG닷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관 오픈

유통

SSG닷컴이 주얼리 가치소비 성향을 가진 MZ세대를 공략하고 다이아몬드 대중화를 위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렌드를 반영한 신규 럭셔리 상품과 신뢰도 높은 상품을 앞세워 프리미엄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SSG닷컴은 연구실에서 만들어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인 가격대가 특징인 ‘랩그로운 다이아몬드(Lab Grown Diamond)’ 공식브랜드관을 오픈한다고 22일 밝혔다. ‘세그먼트에이’, ‘존폴쥬얼리’, ‘디네치’ 3개 브랜드, 350여개 상품을 선보인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연구실을 뜻하는 ‘랩(LAB)’과 만들다는 뜻의 ‘그로운(GROWN)’을 더해 만든 단어로 과학자들이 기술 개발을 통해 만들어낸 다이아몬드를 뜻하며 ‘인공 다이아몬드’, ‘양식 다이아몬드’ 등으로 불린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성분, 굴절률, 분산도, 경도 등 광학적·물리적·화학적 특성이 모두 동일하며, 세계적인 보석 감정기관인 ’GIA’, ‘IGS’, ‘IGI’ 등에서 천연 다이아몬드와 똑같은 감정기준으로 감정서 발급이 가능하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채굴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 유발 물질이 없고 비윤리적 노동 행위를 방지할 수 있어 친환경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 1캐럿을 채굴하려면 물 500리터(ℓ)가 필요하고 6.5톤(t)의 지면을 깎아내야 하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채굴 과정이 없어 토양오염, 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 특히 가치소비와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가격 역시 사이즈별로 약 30~70% 더 저렴하다. 3부, 5부, 1캐럿 등 큰 사이즈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선택할수록 높은 할인율로 구매할 수 있다. 임애랑 SSG닷컴 명품잡화MD팀 바이어는 “합리적 가격,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고객에게 ‘착한’ 가격과 소비 장점을 지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추천한다”며 “특별한 날을 위한 아이템이 아닌 일상적으로 부담없이 착용할 수 있도록 다이아몬드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2022.12.22 07:00

2분 소요
보석으로 치장한 ‘스파이더’

산업 일반

거미와 거미줄에 착안한 명품 시계와 장신구, 독특한 매력 발산해 거미는 원래부터 섬뜩한 동물은 아니다. 동화 ‘샬롯의 거미줄’이나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를 읽고 자란 사람들은 해충을 잡아먹는 이 유익한 동물을 좋아한다. 반면 J.R.R. 톨킨과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는 독자가 느끼는 것처럼 거미에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거미가 먹이를 옭아매 잡아먹기 위해 만드는 거미줄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매우 인상적이다. 보석상과 손목시계업자들은 대칭적인 구도에 독특한 매력을 지닌 거미와 거미줄에 착안해 환상적인 분위기부터 무시무시한 이미지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왔다. 대표적인 제품 몇 가지를 소개한다.프랑스 유명 보석상 쇼메의 자르뎅 시리즈 중 ‘아레녜’ 반지는 거미를 모티프로 했다. 8개의 다리와 흉부는 다이아몬드, 머리는 옐로우 사파이어(0.61캐럿), 복부는 서양 배 모양의 초록색 토르말린(5.26캐럿)으로 만들었다. 밝은 색상과 아담한 사이즈가 거미의 앙증맞은 모습과 무해함을 강조한다. 보석이 박힌 화려한 손목시계로 잘 알려진 제이콥 앤코의 거미줄 귀걸이는 동화의 나라를 연상시킨다. 천연 진주로 된 거미의 방적돌기에 블랙 로듐을 도금한 화이트 골드로 만든 거미줄이 매달려 있다. 그 튼튼한 거미줄에 다이아몬드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거미의 방적 돌기 부분에 쓰인 진주의 크기는 각각 가로 7㎜, 세로 7.5㎜이며 이 귀걸이 한 쌍에 ‘브릴리언트 컷’(다이아몬드의 광학적 특성과 광채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커팅 기법) 다이아몬드 752개(총 3.62캐럿)가 들어갔다. 약 7.6㎝ 길이의 이 귀걸이는 그 주인이 꽤 큼직한 거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아주 멋진 수단이다.리샤르 밀이 배우 나탈리 포트먼과 협업으로 디자인한 ‘RM 19-01 뚜르비옹 스파이더’는 포트먼의 강철 같은 우아함을 포착했다(사실 케이스와 거미 문양은 강철이 아닌 화이트 골드로 제작됐지만 말이다). 양식화된 거미 문양은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장식됐고 거미의 복부엔 뚜르비옹 메커니즘(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보정하는 장치)이 들어 있다. 투명한 케이스 뒷면으로는 블랙 사파이어로 장식된 복잡한 거미줄이 들여다보인다. 이 거미줄은 시계의 바닥판 역할도 한다. 인체공학적인 곡선으로 디자인된 케이스부터 섬세한 보석 세팅과 훤히 보이는 매혹적인 무브먼트까지 이 거미는 걸작품 위에 앉아 있다. MB&F의 ‘어래크노포비아 골드’는 손목시계가 아니지만 여기에 꼭 소개하고 싶었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유명한 청동 거미 조각 시리즈 ‘마망’에서 영감을 얻은 이 제품은 유동적인 다리를 이용해 테이블 위에 세울 수도 있고 벽에 걸 수도 있는 시계다. 조명이 어두운 방안을 걸어갈 때 흥미진진한 놀랄 거리를 원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또 거미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다리 모양을 진짜 거미의 공격 자세로 조정할 수도 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레페가 디자인한 이 시계는 거미의 몸통 부분인 중앙의 돔 위에 있는 곡선형 시곗바늘들이 시와 분을 가리킨다. 다이얼엔 MB&F 특유의 숫자가 새겨져 있다. 거미의 몸통 아래쪽에 있는 키를 이용해 태엽을 감는데 거미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모던 럭셔리 편집팀※

2017.12.04 10:20

3분 소요
모두가 달라서 더 아름다운 세상

산업 일반

애니메이션 영화 ‘트롤’, 귀엽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다름’과 ‘행복’의 의미 재미있게 전달해 “트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다.” 적어도 드림웍스의 새 만화영화 ‘트롤(Trolls)’(국내 개봉 2월 16일)에서는 그렇게 말한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인형에서 이름을 따온 이 캐릭터는 커다란 나무 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단 하나 이들을 괴롭히는 건 못생기고 성미 고약한 버겐 일당이다. 선천적으로 불행한 버겐은 트롤을 잡아먹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트롤들은 해마다 버겐 타운에서 열리는 ‘트롤타이스’ 행사에서 많은 수가 버겐에게 잡아먹혀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그곳을 탈출한다. 버겐 일당은 굶주려 화가 나고 셰프는 추방된다. ‘트롤’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지난 1년 동안 디즈니 픽사와 레이카, 일루미네이션 등 만화영화 제작사들이 증명했듯이 만화가 꼭 어린 관객만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감성 넘치는 ‘인사이드 아웃’부터 약간 으스스한 ‘쿠보와 전설의 악기’, 저속한 ‘소시지 파티’까지 작가들은 만화라는 수단을 최대한 이용해 실생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고도로 양식화된 세계를 보여준다.하지만 ‘트롤’은 스토리 측면에서 전통적인 접근법을 택해 어린 관객을 겨냥했다. 가수 겸 영화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성질 나쁜 생존주의자인 트롤 브랜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브랜치는 보통 트롤들이 60분마다(각자가 손목에 찬 꽃 모양의 시계가 시간을 알려준다) 반복하는 노래와 춤, 포옹을 즐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는 곧 여왕이 될 포피 공주(목소리 연기 애나 켄드릭)를 싫어한다. 공주가 지나치게 낙천적이고 요란한 파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버디 코미디’(처음엔 서로 어울리지 못하다가 여러 사건을 경험하면서 화합해 가는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코미디)인 이 영화에선 (비록 화면엔 안 나오고 목소리만 출연하지만) 켄드릭과 팀버레이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행히 어린이 같은 두 사람의 목소리가 각자의 역할에 꼭 들어맞는다. 켄드릭의 활기 넘치는 목소리와 완벽한 노래는 포피 공주 역할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팀버레이크의 기분 좋은 목소리는 까칠하고 냉소적인 성격의 브랜치에게 호감을 불어넣는다.트롤들이 버겐 일당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지 20주년을 맞아 포피 공주는 성대한 기념 파티를 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주의자인 브랜치는 요란한 파티를 벌일 경우 트롤의 피난처가 굶주린 버겐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포피 공주는 브랜치의 경고를 무시하고 친구들과 함께 떠들썩한 파티를 열어 신나게 논다. 브랜치의 경고대로 버겐 타운에서 추방돼 돌아갈 기회만 노리던 셰프(목소리 연기 크리스틴 바란스키)가 나타나 몇몇 트롤을 잡아간다. 그러자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브랜치와 포피 공주가 팀을 이뤄 그들을 구하러 간다. 이렇게 해서 버겐 타운을 향한 위험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여행이 시작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오리지널 곡들은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지만(예를 들어 포피 공주가 부르는 ‘Get Back Up Again’을 영화를 본 뒤에도 흥얼거리진 않을 듯하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기여했다. 팀버레이크가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으니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반면 주니어 시니어(덴마크 남성 듀오)의 ‘Move Your Feet’와 폴 사이먼의 ‘The Sound Of Silence’, 다이애나 로스의 ‘I’m Coming Out’ 등 이 작품에 삽입된 기존의 노래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 듯하다.하녀에서 신데렐라가 된 버겐 브리지트(목소리 연기 조이 데샤넬)가 환각적인 시각효과를 배경으로 라이오넬 리치의 ‘Hello’를 부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재미있지만 약간 슬프기도 하다. 왕자의 눈에 띄기만을 바라는 그녀가 왠지 애처롭다.‘트롤’과 ‘개구쟁이 스머프’(2011)는 양쪽 다 숲 속에서 숨어 지내는 작고 행복한 존재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두 작품이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트롤’이 ‘개구쟁이 스머프’가 보다 뛰어난 점은 작은 주인공들의 개성 넘치는 성격이다. 약간의 차이점을 빼곤 서로 비슷비슷한 스머프들과 달리 트롤들은 각각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가이 다이아몬드는 등 뒤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쿠퍼는 기린처럼 생겼으며 크리크(목소리 연기 러셀 브랜드)는 명상 때 하는 주문 같은 걸 외치면서 평화를 설파한다. 또 새틴과 셰닐은 머리카락이 서로 연결된 쌍둥이이며 수키(목소리 연기 그웬 스테파니)는 벌레를 장비로 이용하는 DJ다.각각의 트롤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독특한 재미가 느껴진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 조너선 에이블과 글렌 버거가 솜사탕 색깔의 귀여운 주인공들을 이렇게 다양하게 묘사한 이유는 피상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트롤’은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영화다. 누군가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적이 되거나 좋아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다.버겐 일당은 기회만 되면 트롤을 잡아먹으려고 덤비는 사악한 존재로 나오지만 그들은 그저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우리 모두도 그렇지 않은가.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의 방법이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행복을 바라는가, 또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를 생각할 때 단순해 보이는 이 영화는 갑자기 한 차원 더 깊이 들어간다. ‘트롤’이 최근 나온 만화영화 중 가장 독창적인 작품은 아닐지 몰라도 가장 재미있고 화려하며 귀여운 작품임엔 틀림없다.- 에이미 웨스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7.02.20 11:27

4분 소요
꼭대기에서 보는 풍경

산업 일반

어린 시절, 필립 앤슈츠는 콜로라도의 럭셔리 호텔 브로드무어(Broadmoor)를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원대한 야심을 가슴에 품었다. 이로부터 6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덴버 출신의 억만장자 앤슈츠는 산기슭에 자리한 이 웅장한 리조트를 마침내 수중에 넣었고, 자신이 꿈꿔왔던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현실로 이룩했다.필립 앤슈츠(Philip Anschutz·76)는 어린 시절 이미 컬렉터처럼 기업을 수집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알았다. 이러한 계시를 받은 곳은 바로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 샤이엔산 기슭에 자리한 브로드무어 호텔이었다. 1918년 지어진 지중해풍의 고급 리조트다. “다섯 살 무렵 처음 이곳에 왔다”고 앤슈츠는 회상했다. “그리고 10살이 되었을 때, 여기 바의 한쪽 구석에 앉아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제가 이 호텔의 주인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지요.”석유굴착사업을 했던 아버지 프레드 앤슈츠는 비록 회의적이기는 했으나 아들이 가슴에 품은 야심에 감명을 받았다. “당연히 그 당시 제 경제적인 능력으로는 호텔을 살 수 없었습니다.” 앤슈츠의 말이다. 그러나 브로드무어 호텔은 훗날 어엿한 사업가로 성장할 어린 필립 앤슈츠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폭포, 숲, 골프장, 영화관 그리고 파이크스 피크에 이르는 톱니 궤도 철도와 같은 경이로운 광경을 탐험하는 것을 “모든 아이들이 꿈꿨다”며 어린 시절 자신이 보았던 브로드무어 호텔의 모습을 묘사하던 앤슈츠가 말했다. “저는 이 호텔을 손에 넣고 싶었습니다.”덴버 출신의 엔터테인먼트계 큰손 앤슈츠는 784개 객실을 거느린 브로드무어 호텔의 중역실에 앉아있다. 올해 76세의 앤슈츠는 여전히 원기가 왕성하다. 은빛이 도는 머리칼은 놀라우리만큼 풍성한 숱을 자랑한다. 청바지, 테슬장식 로퍼,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하얀 셔츠 위에 노란색 양털조끼 차림의 앤슈츠는 영락없는 억만장자의 격식 없는 복장을 하고 있다. 6월의 브로드무어는 가족손님으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창문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곳 브로드무어 호텔의 중심구역은 평온함 그 자체이다. 앤슈츠는 덴버를 떠나 이제 막 호텔에 도착했고, 곧 아내 낸시가 자녀 및 손자들과 가족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할 것이다. ━ 엔터테인먼트계 큰손이자 억만장자 앤슈츠는 표면이 거친 기품있는 회의용 탁자에 낡은 가죽 서류가방을 올려놓고는 가방을 열어 파일 몇 가지와 절대 피우지는 않지만 즐겨 씹곤 하는 작은 시가가 들어있는 봉투를 꺼낸다. 기자와 앤슈츠는 골프 카트를 타고 호텔 부지를 간단히 훑어보았고, 그 다음 앤슈츠는 자신이 브로드무어에서 즐겨찾는 레스토랑 라 태번(La Taverne)으로 갈 것을 제안했다. 굴 요리를 먹으면서, 앤슈츠는 브로드무어 호텔의 창업자 스펜서 펜로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필라델피아 메인 라인 출신의 4형제 중 막내였던 펜로즈는 하버드대학에 진학했으나, 앤슈츠의 설명에 따르면 “음주, 여자 그리고 싸움 때문에 퇴학당하지 않은 것은 것이 참으로 운이 좋았던” 인물이었다. “펜로즈는 이 세 가지 분야의 대가였지요.”한편 펜로즈는 비전을 지닌 사업가이기도 했다. 광산업으로 부를 축적하고, 훗날 진정한 사랑인 아내 줄리를 만나 결혼했으며, 자신의 전용 놀이터로 브로드무어 호텔을 지었다. 펜로즈가 구상한 브로드무어는 동부사회가 서부로 진입하는 관문의 역할을 하는 호텔이었다. 마치 철도왕 헨리 플래글러가 부유한 여행객들을 위해 팜비치에 브레이커스(Breakers)를 지었던 것처럼 말이다. 펜로즈는 무대감독처럼 브로드무어 호텔을 관장했다. 호텔의 복도에는 펜로즈가 온갖 대담한 기행을 벌이는 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이 오늘날까지 걸려있다.한번은 펜로즈가 동물원을 세우고(오늘날까지 남아있다) 코끼리 한 마리를 들여온 적이 있었다. 유명한 흥행업자 P.T. 바넘처럼 펜로즈는 이 코끼리가 세계 최대 크기로, “인도의 왕”이 직접 하사한 선물이라 주장했다. 숙박객들은 이 이야기를 매우 좋아했다. 사실 이 코끼리는 펜로즈가 망한 서커스단에서 사 온 것이었지만 그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펜로즈는 대단한 마케팅 전문가였습니다.” 앤슈츠의 말이다. “펜로즈는 사람들이 브랜드의 개념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그 시절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요.” ━ 석유사업 물려받은 뒤 잇단 M&A로 성공 이같은 전통과 역사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린 시절의 앤슈츠가 놀러오는 것 그 이상을 생각할 수 없었던 장소를 손에 넣겠다는 꿈을 품게 된 것은 어떠한 이유였을까? 사실 앤슈츠가 발견한 브로드무어의 진가는 이 사업을 뒤에서 움직이는 갖가지 부품에 숨어있었다. ‘다양한 관광지’를 골프 패키지, 호화로운 식사 혹은 폭포관광 티켓과 같은 관광거리와 교차판매함으로써 부유한 숙박객들이 지갑을 열도록 고안된, 수익창출 기계를 구성하는 부품 말이다.“아마 저는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의 성향을 타고났던 것 같다”고 앤슈츠는 말했다. 브로드무어 호텔은 앤슈츠가 다른 분야의 사업에서 추구한 이상향을 대변하는, 일종의 토템이 됐다. “10살의 어린 나이였던 제가 이런 점을 이해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게 되면, 나도 여기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을 내 손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하지만 브로드무어 호텔의 소유주가 되겠다는 어린 시절 앤슈츠의 꿈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몇 십 년의 시간이 더 지나야했다. 앤슈츠는 25세가 되던 1965년 아버지의 석유사업을 물려받았다. 마른 유정을 잇따라 발견하면서 무일푼이 되다시피 했다. 유정 한 곳이 폭발하면서 불이 붙었을 때,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직원 한 명을 고용할 돈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앤슈츠는 그 당시 유니버설 픽처스가 유전에서 활약한 소방관 레드 어데어로부터 영감을 받아 영화를 제작중이라는 소식을 입수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화재로 엉망이 된 유전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대가로 앤슈츠에게 10만 달러를 지급했다. 화재진압을 위한 소방인력을 고용하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앤슈츠의 유전에서 촬영한 분량은 존 웨인이 출연한 1968년작 에 삽입됐다. 이 돈을 바탕으로 앤슈츠는 또 다른 유정을 개발했다. 1982년 앤슈츠는 앤슈츠랜치이스트필드의 지분 절반을 5억 달러에 정유회사 모빌(Mobile)에 매각했다. 여전히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앤슈츠는 미서부의 비즈니스 선구자들이 들려주는 파란만장한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이들 기업을 사들이기에 이르렀다. 1984년 앤슈츠는 5억 달러에 윌리엄 잭슨 파머로부터 덴버 & 리오 그랜드 웨스턴 철도를 매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던 퍼시픽사의 철도망 전체를 손에 넣었고, 이를 1995년 54억 달러 계약을 통해 유니온 퍼시픽사에 매각했다(이 과정에서 앤슈츠는 대략 10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철도망의 통행권을 기반으로, 앤슈츠는 방대한 광섬유 케이블을 깔았다. 이는 훗날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Qwest Communications)를 설립하는 토대가 됐다. 결국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 주가는 2000년 통신사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곤두박질쳤지만, 앤슐츠는 주식매각을 통해 몇십 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늘 수익을 석유사업에 재투자하던 앤슈츠는 2010년 펜실베니아, 노스 다코타 및 오하이오의 유전을 매각해 22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최근 앤슈츠는 와이오밍에 소유한 32만 에이커 부지의 목장에 세계 최대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밖에도 제 본업은 두 어가지 더 된다”고 윙크를 날리며 앤슈츠가 말했다. ━ 미국 400대 부자 순위 39위에 올라 그 와중에서도 앤슈츠는 브로드무어를 한 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브로드무어를 손에 넣기 전까지는 자신만의 호텔을 짓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앤슈츠가 소유한 40억 달러 규모의 앤슈츠 엔터테인먼트 그룹(Anschutz Entertainment Group)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20곳 이상의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소유·경영하고 있다. 사업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 및 2010년 AEG에서 완공한 L.A. 라이브 컴플렉스다.(오늘날 앤슈츠의 자산은 108억 달러로 추정된다. 앤슈츠는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39위를 차지했다.) 단지 시설을 소유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앤슈츠는 로스앤젤레스 킹스, 레이커스 팀 지분 일부를 포함해 이러한 시설에서 경기를 펼치는 팀의 소유주다. 앤슈츠의 AEG 라이브 사업부는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캐리 언더우드와 같은 연예인의 소속사로 이들 가수의 콘서트 투어의 프로모션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티켓팅 전문업체인 티켓마스터에 대항하기 위한 티켓판매 플랫폼 AXS를 만들었으며, AXS는 오늘날 연간 2900만 달러의 수익을 낸다. 앤슈츠는 2008년 그랜드 캐년과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등지에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산테라(Xanterra)를 인수하며 여행업계에도 뛰어들었다. 호텔·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설적인 큰손 프레드 하비가 설립한 산테라는 숙박객에게 하이킹, 자전거 및 보트타기 등의 스릴넘치는 경험을 선사한다. 마침내 2011년 게일로즈 가(家)에서 매각 준비를 마쳤다. 앤슈츠가 그토록 염원해왔던 호텔을 10억 달러로 알려진 금액에 매각했다. 앤슈츠는 1억7500만 달러 규모의 보수 작업을 개시하며 호텔 인수를 자축했다. 호텔의 한 동을 지중해풍 양식을 유지하며 레스토랑을 업그레이드하고 리조트의 철로를 보수했다. 산테라와의 시너지를 통해 세븐폭포 위 숲에는 집라인 어드벤처 시설이 들어섰다. 2014년 AEG는 8500석 규모의 지역 경기장과 계약을 체결하고, 곧 이름을 브로드무어로 바꾸었다. (그 후부터 앤슈츠가 소유한 L.A. 킹스팀이 이 경기장에서 시즌전 게임을 치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앤슈츠는 뜻하지 않은 수확물을 건졌다. 금주법 시대 이래 방해받지 않고 잠들어있던 금고에서 위스키 및 와인 200병이 발견된 것이다. 앤슈츠가 호텔에서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은 미술품이다. 현재 브로드무어 호텔에는 앨버트 비어슈타트, 프레데릭 레밍턴, 찰스 러셀, 맥스필스 패리시 등의 작가가 그린 작품 300여 점이 걸려있다. 앤슈츠가 소유한 방대한 컬렉션에서 갖고 온 이들 그림은 미국의 영토확장주의를 보여주는 카우보이와 서부 풍경을 주로 다룬 것들이다. 이 그림들은 “서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 의식을 전달하며, 여기서 브로드무어가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비어슈타트의 그림을 몸으로 마구 뭉개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덴버에 소재한 앤슈츠의 미술관에 전시되어있는 원본을 바탕으로 제작한 고품질의 사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이 진품이고 무엇이 사본인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앤슈츠의 말이다. ━ 마침내 브로드무어 호텔 인수의 꿈을 이루다 브로드무어 호텔에서 절대 발견하지 못할 초상화가 있다면, 바로 앤슈츠 본인의 초상화이다. 자신의 초상화가 걸려있다면, 앤슈츠가 너무나 사랑하는 이곳 브로드무어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로비에 앉아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앤슈츠는 말했다. 산 높이에 자리한 리조트의 외딴 곳에서 하이킹을 하는 앤슈츠의 모습도 목격된다. 앤슈츠는 자신이 좋아하는 루트를 설명했다. “세븐폭포에서 아침을 먹은 후, 클라우드 캠프까지 올라가 맥주 한잔과 점심을 먹는 겁니다. 그 다음에는 에메랄드까지 하이킹해서 저녁을 먹지요. 그러면 우리 직원들이 손님을 다시 호텔로 데리고 옵니다.” 앤슈츠는 지금도 제불론 파이크의 일화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토마스 제퍼슨이 서부를 탐험하라는 임무와 함께 파견한 제불론 파이크는 오늘날 파이크스 피크의 기슭에 다다랐지만, 정상까지 가는 길을 결코 알아내지 못했다. “제불론 파이크는 이 봉우리가 ‘등정할 수 없는 곳’이라 선언했지요.” 정상까지 이어지는 철도를 소유한 주인공인 앤슈츠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곳은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관광명소입니다.” 브로드무어가 앤슈츠가 서부에 소유한 자산의 백미라 한다면, 동부에도 이에 못지 않은 고급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다. 조지아 주의 씨아일랜드(Sea Island) 리조트는 1928년 허드슨모터카를 창립하는 데 일조한 디트로이트의 사업가 하워드 코핀이 세웠다. 코핀은 태초의 자연을 간직한 섬의 아름다운 해변, 300년이 넘은 오크나무 그리고 다채로운 미국의 역사에 이끌렸다. 1742년 영국군이 스페인군이 동부 해안가를 따라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피의 습지 전투(Battle of Bloody Marsh)’를 벌였던 곳이다. 해적 검은 수염(Blackbeard)은 이곳 해안가를 따라 약탈을 자행하다, 노스캐롤라이나 해안가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코핀은 골프장과 비치클럽 그리고 클로이스터(Cloister)라는 이름의 호텔을 지었다. 브로드무어처럼 지중해 양식을 따랐으나, 목재와 벽토를 대거 사용하여 건축했기에 수십 년의 세월을 견디도록 고안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럼에도 강렬한 매력을 풍기는 씨아일랜드는 연예인, 사업가, 정치인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개장 후 7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클로이스터 호텔은 이곳저곳 비와 바람이 새며 세월의 흔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3년 코핀이 사망하기 전 씨아일랜드를 상속받은 가족의 일원인 빌 존스 3세는 건물을 완전히 헐고 재건축을 하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존스 3세는 재건축에 소요될 5억 달러의 자금을 대부분 차입에 의존해 마련했다. 이 중 상당부분은 원래의 구조를 세심하게 보존하고 재활용하는데, 그리고 돌을 세공하고 고급목재를 사용하는 데 쓰였다. 브로드무어와 마찬가지로, 씨아일랜드는 우아하며 천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존스 3세는 비용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앤슈츠의 말이다. 비록 존스 3세는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나, 새로이 단장한 호텔 건물의 운영을 시작할 즈음인 2008년 닥친 금융위기는 커다란 타격을 날렸다. 매출이 45% 급감했고, 씨아일랜드의 해안 부지를 사려고 나서는 이는 거의 없었다. 2010년 씨아일랜드 리조트는 5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파산신청에 들어갔다. 앤슈츠는 오크트리 캐피탈의 브루스 카시, 애비뉴 캐피탈의 마크 라스리 및 스타우드 캐피탈의 배리 스턴리히트 등의 억만장자로 구성된 투자단의 일원이었다. 이들 투자자는 현금 2억1200만 달러를 모아 (이미 부채를 탕감한 상태였던) 채권자들로부터 씨아일랜드를 찾아오려 했다. 앤슈츠는 이들 투자자들에게 리조트를 영원히 소유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투자해 보자고 설득했다. 2014년 이들 투자자는 4000만 달러짜리 호텔동의 건설을 시작해 지속적으로 자본투자를 늘려나갔다. 앤슈츠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이들이 자신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면 언제든지 이를 사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알렸다. 올해 여름 앤슈츠는 포브스의 추산에 따르면 3억 달러에 이르는 금액에 여타 투자자들의 지분을 인수했다. ━ 초호화호텔 ‘씨아일랜드’로 향하는 거물들 새로운 모습으로 개장한 씨아일랜드로 향하는 거물들의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3월에는 에릭 슈미트, 팀 쿡, 엘론 머스크, 폴 라이언, 미치 맥코넬 및 칼 로브 등의 식견 있는 전문가들이 싱크탱크 회의에 참석차 모였다. 논의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도널드 트럼프로 흘러갔다. 앤슈츠와, 앤슈츠가 소유한 ‘더 위클리 스탠다드’의 편집장 빌 크리스톨도 그 자리에 있었다. 앤슈츠는 정치 이야기를 잘 하지 않지만, 앤슈츠에게는 트럼프의 호언장담이 전혀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한 이야깃거리가 아니란 점은 확실하다. AEG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팀 레이위케(Tim Leiweke)는 몇 년 전 기자에게 앤슈츠를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이 문제에서는 자존심을 가릴 것이 없습니다. 앤슈츠는 도널드 트럼프를 강력히 반대합니다.” 그렇다면 앤슈츠는 이 두 곳의 그랑 담 호텔을 경영하는 데 얼마를 투자할 용의가 있는 것일까? 합산하면, 앤슈츠는 브로드무어와 씨아일랜드를 인수해 과거의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되돌려놓기까지 9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부터 각 호텔은 혼자 힘으로 서야 할 것이다. “운영하면서 수익이 나야 합니다.” 앤슈츠가 명확히 이야기한다. “어떤 사업구조가 되었던지, 특히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오랜 기간 존속할 수 있는 재정적 토대를 갖추어야만 합니다.” 이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우선, 두 초호화 호텔의 직원을 채용하고 최상류층 고객을 만족시키는 기준을 유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 두 호텔이 보유한 별과 다이아몬드 개수를 능가하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앤슈츠가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앤슈츠는 이미 자신이 획득한 자랑스러운 전리품을 보호할 용의가 있음을 스스로 입증한 바 있다. 올해 브로드무어 호텔은 미국 산림청이 소나무를 파먹는 나방을 박멸하기 위해 근처 산림지역에 살충제를 뿌리도록 설득하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산림청에서는 결국 기존의 방식에 오류가 있음을 직시했습니다.” 앤슈츠의 말이다. “할 수 있을 때 행동을 취하는 것이 낫지요.” “솔직히 제게는 이 호텔보다 더 좋은 투자대상이 있습니다.” 앤슈츠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분명 이 두 호텔은 수익과 상관없이 자신 스스로 너무나 사랑하기에 헌신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다. “이 같은 유형의 자산에는, 투자자보다는 진정한 관리인이 필요합니다.” 브루스 카시도 이같은 정서를 대변한다. “제가 보기에는 필립보다 이러한 자산을 관리하는 데 더 적격인 사람은 없습니다. 씨아일랜드는 이제 든든하고 능력있는 주인을 만났습니다. 이 특별한 리조트에 내재한 독특한 본질의 진가를 진정으로 알아볼 수 있는 주인 말이지요.” 이들 호텔이 자신의 세대를 지나서까지 품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앤슈츠는 새로운 소유구조를 만들어냈다. 바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리조트의 소유권을 더욱 쉽게 계승할 수 있도록 100년 만기의 가족신탁을 만들고, 수탁자는 자신이 ‘4개의 축’이라 명명한 역사, 전통, 서비스 및 탁월함의 가치를 항상 지지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인생에서 그 무엇도 확실하게 장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바로 이같은 확실성을 보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했습니다.” ━ 역사, 전통, 서비스, 탁월함의 가치 가진 호텔 이러한 안정성은 숙박객, 컨벤션 기획자 및 지방정부에도 유효한 매력이다. “보세요,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습니다,” 씨아일랜드의 최고경영자 스콧 슈타일렌(Scott Steilen)의 말이다. “우리는 앞으로 100년 동안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앤슈츠가 소유한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개최할 NBA 게임이나 콘서트 행사가 부족할 일이 없는 것처럼, 브로드무어나 씨아일랜드 역시 휴가를 보내러 온 숙박객이 모자랄 위험은 없다. 앤슈츠는 늘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하는 부유층 고객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한 곳을 자주 찾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라면 다른 호텔에서도 한 번쯤은 숙박을 해 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람들은 실감나는 것을 하고 싶어합니다.” 앤슈츠가 말한다. “승마나 낚시, 사격 혹은 해변에서 거북이 둥지를 찾는 일 말이지요.”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와 같은 노년층은 이처럼 손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경험에 목말라하고 있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라며 웃음을 터뜨린 앤슈츠는 더욱 중요한 점을 짚는다. “조부모들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대신 조부모들은 지갑을 열어야 하지요.” - CHRISTOPHER HELMA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6.11.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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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있는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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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 진화가 극점에 달하면 그 뒤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릴까? 지난주에 이어 그 해답을 찾아본다. 영국의 튜링 봄베 머신(British Turing Bombe machine, 에니그마 암호 해독을 위해 개발한 기계)은 수학 천재 앨런 튜링과 고든 웰치먼의 발명품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블레츨리 파크의 암호 해독자들은 튜링 봄베 머신을 이용해 독일군 에니그마 머신이 만들어낸 암호를 풀어 하루 3000건이 넘는 적의 메시지를 가로챌 수 있었다.우리 개개인이 소수 인터넷 대기업들에 날마다 건네주는 정보(우리의 삶, 사랑, 은행잔고, 필요와 욕구, 습관, 여행 계획)는 다이아몬드 광산과 같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트위터는 매 초마다 업로드되는 셀 수 없이 많은 사고와 욕구를 수집해서 원하는 대로 요리할 수 있다.지금은 정보당국이 추적하지 않는 한 저장된 개인 정보를 열람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범죄 용의자로 찍힐 경우 에드워드 스노든이 지적했듯이 키보드를 몇 번만 두드리면 그의 모든 삶이 스크린에 뜬다. 그리고 정부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넘긴 정보를 공짜로 입수했다. 우리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추적장치, 음향 도청장치, 감시 카메라를 자비로 마련했고 또 업그레이드도 받았다. 그 대가로 우리 자신에 관해 돌려받을 수 없는 정보를 건네줬다.2014년 여름, 데이터 보호를 둘러싼 구글과의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일단 정부 손에 들어가면 영원히 돌려받을 길이 없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한때 정보공유가 새로운 표준이라고 확신했지만 지금은 한발 물러 문은 트위터 메시지 중 80%가 이용자 개인의 경험이었다고 지적한다. 조사 중 연구팀은 피험자에게 자신, 유명인, 또는 일반 주제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대부분 자신의 경험을 떠벌릴 기회를 잡으려고 보수(대부분의 경우 1달러 이하)를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분명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몇 센트의 가치를 뛰어넘는 수준의 도파민이 생성되는 듯하다. 소셜뉴스 사이트, 그리고 정신권(의식적 사고의 영역)에는 반가운 소식이다.하지만 IT 전문가들은 모든 사고가 데이터 클라우드로 수렴되는 미래를 예측하고 통계학자들은 인간의 원자화를 목격하고 있다. 우리가 주방과 사무실에 앉아 있는 동안 육체적으로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정서적으로는 인스타그램(사진 공유 소셜네트워크)화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13세 소년들은 주당 최대 43시간을 비디오게임으로 보내고 영국의 16~24세는 거의 페이스북이나 기타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에 매달려 있다. 그렇다면 식사 시간과 학교 시간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별로 없다.하지만 몇 가지 장애물이 있다. 인공지능(AI)과 테크노크라시(기술의 지배)는 모두 선진국의 문제라는 점이다. 다행히 세상에는 다른 세계가 많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세계 인구 중 5분의 1이 노트북을 보유했다. 20%는 상당히 큰 비중이다. 그리고 PC와 모바일의 사용이 급증하지만 아직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고, 정신권으로 나아가기를 서두르지 않고, 인간 의식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다.1943년 4월 19일 월요일 오후, 스위스 화학자인 알버트 호프만 박사는 에르고타민(ergotomine) 분자를 합성해 만든 새로운 약제 화합물 2억5000만분의 1g을 물에 녹여 마셨다. 1시간여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5시 그는 실험실 조수에게 의사를 불러달라고 청한 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호프만이 귀가한 직후 도착한 의사는 환자의 몸은 멀쩡했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고 기록했다. 실제로 정신이 천장 어딘가를 떠다니며 자신의 시체라고 생각하는 육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호프만 박사는 약효를 없애기 위해 이웃에게 우유 한 잔을 부탁했다. 이웃은 호프만 박사가 악녀처럼 변하는 모습을 봤다.다음날 아침에도 호프만 박사의 세계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감각들이 다시 태어난 듯하고 앞마당이 평소보다 1000배는 더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듯했다. 자신의 경험을 상사 아르투르 스톨에게 보고한 뒤 두 사람은 동물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했다.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 코끼리에게 0.297g을 투여했더니 몇 분만에 죽고 말았다. 고양이들은 개가 아닌 쥐를 더 무서워했다. 침팬지는 침팬지다운 행동을 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호프만 박사는 무리 이탈보다 질서 전복에 대한 침팬지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침팬지 한 마리가 이상하게 행동하자 나머지가 길길이 날뛰었다. 호프만 박사는 우리 안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고 묘사했다. 환각 상태에 빠진 거미들은 안절부절못하고 파리 잡는 데 도움 되지 않는 3차원 거미줄을 만들었다.10년 뒤 또 다른 호기심 많은 미래학자 올더스 헉슬리(당시 59세)는 미국 할리우드 힐즈의 자택에서 녹음기, 메스칼린 10분의 4g을 준비해 놓고 부인과 마주 앉았다. 소비의 유혹에 넘어가 국가의 마약에 취하게 된 사람들을 그린 그의 소설 ‘멋진 신세계’는 고전으로 평가 받고 있었다. 헉슬리는 호프만 박사의 LSD-25 실험에 관해 읽은 뒤 그의 주장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궁금했다.훗날 헉슬리는 ‘인식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에 자신의 경험을 기술하면서 “계속적으로 변하는 종말적 재앙으로 이뤄진 항구적인 현재”를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꽃병이 숨을 쉬고 테이블과 의자 다리로 변하는 모습을 한동안 목격했다. 부인이 시간에 관해 묻자 그는 “시간이 많은 듯하다”고만 대답했다.헉슬리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 “사고력은 여전하고 지각은 크게 향상되지만 의지는 안 좋은 쪽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메스칼린을 복용하면 특정 행동을 하지 않게 되고 평소엔 힘들어도 기꺼이 하던 일에 거의 흥미를 잃었다. 몰아의 마지막 단계에선 전체 속에 모두가 있고 전체가 사실상 각자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다.” 헉슬리는 자신이 단순히 환각상태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 4월의 오후는 현실에서의 출발이 아니라 진실에의 도착이었다. “메스칼린이 인도한 세상은 환상이 아니라 저 어딘가에 존재하는 세계였다. 두 눈을 크게 뜨고 그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인식의 문이 드러난다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무한한 실재 모습일 것이다.”“예술과 종교, 카니발과 잔치, 춤과 웅변, 이 모두는 H G 웰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벽에 달린 문’ 역할을 했다”고 헉슬리는 썼다. “식물 진정제, 마취약, 나무에서 자라는 온갖 도취제, 열매에서 익거나 뿌리에서 짜낼 수 있는 환각제는 먼 옛날부터 인간에게 체계적으로 사용돼 왔다. 사람은 자아와 환경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그는 올바른 정신에 적당량의 환각제를 복용하면 더 깊은 자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임종을 맞았을 때 편안하게 운명하도록 “LSD, 100마이크로그램, 근육주사”를 아내에게 요청했다.헉슬리가 LSD에서 집단 의식확장의 잠재력을 깨닫고 있던 바로 그 시점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완전히 다른 이유에서 그것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무의식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고급 도구로 간주했다. 1950년대 중반~1960년대 초반 CIA는 심문에 사용하는 무기로 그 용도(마리화나, 코카인, 각성제 스피드, 헤로인, 웃음가스, 버섯, 바비튜레이트와 함께)를 조사했다.마틴 리와 브루스 슐레인의 저서 ‘애시드 드림스(Acid Dreams)’에서 묘사한 바에 따르면 1953년 CIA는 용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 크게 고무돼 과학자들 스스로 실험할 정도였다. 그해 12월에는 유럽 산도스 연구소에서 10억 명이 복용하기에 충분한 양인 10㎏을 주문했다. 회사 송년 파티에서 음료에 타서 먹는 방법도 고려했다. 하지만 얼마 뒤 한 생물학전 전문가가 환각상태에 빠져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면서 자가실험은 중단됐다.직접 LSD를 실험하기가 두려워진 CIA의 간부들은 대신 매춘부, 죄수, 정신병원 환자 등에게 투약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나 이집트의 압델 나세르에게 투여하면 어떨지 궁금해 했다. 한 동안 미군 시설에 대한 ‘위협상황에서’ 강제 투여해 진실을 말하는 약으로 LSD의 용도를 실험했다. 또한 적국 요원들을 전향시키거나 자국 요원들에게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현장에서 선발된 요원들은 LSD 한 정만 삼키면 곧바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는 멍청이로 변했다.실제로 그들은 아군에게 LSD(‘EA-1729’) 투약을 시도했다. 미군 병력 1500명에게 그 약을 투여했더니 ‘완전 무력감부터 숙련도의 현저한 감소까지’ 다양한 결과가 나왔다. CIA는 훨씬 더 강력한 환각제를 발견한 뒤에야 실험을 중단했다. BZ(quinuclidinyl benzilate)는 LSD를 뛰어넘어 더 큰 효과를 나타냈다. 이 약을 에어로졸 형태로 한번 뿌리면 피험자가 최대 3일 동안 흥분상태 또는 정신착란 상태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솜씨 있게 투여하면 피험자를 완전히 무력화했다. BZ의 실험대상이 된 한 공수대원은 환각상태에서 회복되지 못했다. 한 동료는 “마지막으로 목격했을 때 그는 군복을 입은 채 샤워하면서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고 전했다.더 강력한 환각제의 도입으로 CIA가 마침내 LSD를 용도 폐기해도 좋은 상황이 됐다. LSD의 효과는 너무 편차가 컸다. 민간인 피험자 중 LSD를 투여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시설에 수용된 피험자를 대상으로 약을 투여하면서 CIA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요제프 멩겔레가 다하우 집단수용소에서 집시와 유대인을 상대로 한 실험과 똑같은 영역으로 빠져들고 있었다.CIA가 사용을 중단한 뒤 LSD는 히피들 손으로 넘어갔다. LSD가 예술가 집단으로 넘어가면 대중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쉬웠다. 게다가 1960년대 후반에는 약물남용으로 새로운 그룹이 탄생했다. 약물에 빠져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LSD 희생자들이었다.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시드 배럿이 대표적이다.그러나 과학자들의 관심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한 가지 문제는 LSD와 다른 사일로사이빈(버섯 추출물)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그것이 두뇌 부위에 간섭한다는 것이다. 전두엽에는 두뇌와 신체가 매초마다 수십억 GB의 데이터를 처리하며 사실상 필터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다. LSD가 이 필터를 조작한다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통과하지 못하는 데이터가 갑자기 대형 스크린에 표시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LSD가 뭔가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없애는 역할을 한다.60년 전의 헉슬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과학자들도 생과 사를 매끄럽게 통과할 수 있는 LSD의 효능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2014년 초 말기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심리요법과 병행해 사용되는 LSD의 효과를 조사한 연구가 40년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앞두고 있었다. 소량을 투여한 사람들은 불안 수준이 높아졌지만 더 많은 양을 투여하면 불안 수준이 낮아지고 마음에 더 큰 평온을 얻었다. 환각여행이 즐거웠든 불쾌했든 간에 말이다. ‘사람들은 약물 복용보다 죽음을 더 두려워한다’고 연구의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이 지적했다.현재 중독 치료법을 찾는 사람들은 LSD의 효능(소량으로 강력한 효과, 비습관성 약물)을 조사한다. 지난 10년 간의 조사에서 알코올 중독에는 표준적인 약리적 치료법보다 LSD가 더 효과적이었다. 2012년 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LSD 복용 후 59%가 알코올 남용 감소와 ‘상당히 유익한 효과’를 나타냈다. 생물학자들은 환각제를 복용한 동안 두뇌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두뇌의 일부 부위는 성탄절처럼 환하게 불이 들어온 반면 다른 부위는 기이하게 어두워졌다. LSD·엑스터시·메스암페타민(MDMA)의 특성을 이루는 환상과 환각을 감안할 때 희한하게도 시각피질이 평소보다 더 활발해지지 않았다. 분위기 조절과 관련된 두뇌 부위에선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스트레스가 줄고 기분이 좋아졌다는 피험자들의 답변과 함께 이는 환각제 중 일부가 우울증·불안·정신분열증에 영향을 미친다는 ORG사실을 뒷받침한다.맨 처음 호프만 박사로부터 출발해 CIA, 예술가와 히피들, 그리고 과학자들이 다시 사용하게 된 이 모든 과정의 최종 목표는 똑같았다. 선의든 악의든, 정당한 수단이든 반칙을 쓰든, 모두가 같은 보물을 찾고 있었다. LSD를 비롯한 환각제는 인식을 여는 도구이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는 듯했다. 의식장애(altered consciousness)에 이르는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 바로 죽음처럼 말이다.오랫동안 사망선고를 받았다가 부활한 환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오랫동안 환각으로 무시됐다. 오래 전에 절단된 팔다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상지증상(phantom limb syndrome)처럼 임사체험(NDE) 주장도 다수가 묵살되거나 인정받지 못했다. 이론상 심장 박동이 멈추고 약 30초 뒤 뇌 기능이 정지된다. 그리고 현재의 정의에선 뇌에서 10분 정도 이렇다 할 활동이 없고 맥박과 호흡이 없으면 사망으로 판정한다. 법적·도덕적·의학적·생리적으로 완전히 저 세상 사람이 되는 것이다.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사후에도 의식이 남아 있는 듯한 사람이 있을 뿐 아니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이른바 ‘경계 상태(liminal states)’도 있다. 샘 파니아 박사 같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신경과학 연구가 맞물리면서 이를 뒷받침해준다. 파니아 박사가 2013년 저서 ‘라자루스 효과(Lazarus Effect)’에서 설명했듯이 “죽음은 심장박동이 멈추고, 호흡이 끊기고, 뇌 기능이 정지될 때처럼 시간대상 어느 특정한 한순간이 아니다. 말하자면 통념과는 반대로 죽음은 순간이 아니다. 시작된 지 한참 뒤에도 중단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다.”그는 심장마비를 일으키고도 살아남은 환자 3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의학적으로 사망한 지 오랜 후에도 일종의 의식이 있었다는 답변이 39%, 눈에 띄는 모든 두뇌 기능이 멈춘 뒤 사고과정과 기억 등 지각을 분명하고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사람이 10~20%였다. 자기 몸을 빠져나오는 상황을 설명하거나 신비로운 경험과 밝은 빛을 묘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환자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정지되고 한참 뒤 자신이 누워 있던 병실과 자신을 살리려던 시도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이들의 경험담 중 다수는 1970년대 레이먼드 무디가 연구를 바탕으로 한 1975년의 저서 ‘다시 산다는 것(Life After Life)’에서 설명한 결과를 뒷받침한다. 책에 소개되는 대다수 방법론과 거의 모든 과학이론은 그 뒤 초자연적 현상(paranormal)에 잘 속아 넘어가는 신봉자가 만들어낸 소설로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사람들이 중간지대에서 한동안 정지된 채 존재할 수 있다는 기본 요점을 받아 들인다면 삶과 죽음을 재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는 일종의 생리적 연옥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떠나 자의식이 어디서 끝나고 더 광의의 의식이 시작될까? 의학에선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로부터 수면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성 단계를 항상 인정해 왔다. ‘글래스고 혼수 척도(GCS)’는 신체적 의식의 평가에 가장 근접한 등급이다. 각종 자극에 대한 환자의 반응에 기초해 각 단계에 15점 만점으로 등급을 부여한다. 환자가 고통으로 몸을 움츠리고, 구두 명령에 반응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면 높은 점수를 받는다. 3점 이하는 없다. 3점을 받으면 다음 단계는 사망이다.GCS 척도는 모든 게 그렇듯 오류가 없지는 않지만 거의 보편적으로 사용될 만큼 유용성이 입증됐다.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술 아니면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마취과 의사나 외과 의사의 작업이 복잡해진다. 설상가상으로 고통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면 중 뇌가 신체 기능을 정지시키는 시기가 있듯이 마취과 의사가 신체 반응을 정지시키면서도 정신적 과정이나 감각은 멀쩡하게 남겨둘 수 있다.따라서 의식을 일련의 속성이나 능력이 아닌 면들이 상하로 겹쳐지는 형태로 보는 편이 더 쉬울 수도 있다. 아주 광범위하게 말해 대양 해류는 지구를 벨트 형태로 순환한다. 극빙은 차가운 물을 덮고 있는 따뜻한 물 위에 깔린다. 마치 바다가 이음매 없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강물이 모두 서로 미끄러지며 뒤섞이듯이 말이다. 누구나 한번은 발은 따뜻하고, 무릎은 미지근하고, 가슴은 차가운, 온도가 제각각인 물 속을 헤쳐 나간 느낌이 있다.어쩌면 의식도 그와 같을지 모른다. 어쩌면 겹겹이 쌓인 자아의 바다 속을 우리 모두가 헤엄쳐 나가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수면 위에서 일광욕을 하고, 때로는 수면 또는 혼수 상태에서 침묵 속으로 깊숙이 잠수하는 식이다. 비유에 지나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의식 상태를 묘사할 때 바다가 항상 끼어드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잠에 빠져들다(falling to sleep)’ ‘깊은 혼수상태(deep trance)’ ‘무의식으로의 침잠(descents into oblivion)’ 등. 어쨌든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혼수상태와 인공호흡기 착용 상태 중 두뇌의 작동방식에 대해 비슷한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경세포의 행동양식을 수중 음파탐지기와 비슷하다고 묘사한다. 의식이 완전히 깨어 있을 땐 음파탐지기가 켜진다. 신호가 뚜렷해 모두에게 들린다. 무의식 상태일 때는 음파탐지기가 켜져 있고 신호를 보내긴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도 나가지 않는다. 두뇌의 심해에서 반짝이는 작은 불빛과 에너지로 제자리에 머물며 어둠 속에서 홀로 불꽃을 피운다. 그리고 혼수상태에서도 음파탐지기가 여전히 켜져 있지만 신호는 고장난 상태다.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외경심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신경과학자들은 정확히 무엇이 또는 누가 뇌를 움직이는지에 관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의견이 분분하다. 신경과학자 수전 그린필드는 학창시절 인간의 뇌를 처음 들여다봤을 때를 이렇게 묘사한다. “무엇보다도 포르말린 냄새가 난다. 정말 끔찍한 냄새다. 코를 찌를 정도로 고약하지만 그것은 절개할 때 뇌를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고무장갑을 보관해 둬야 한다. 그것을 손에 들고 ‘맙소사, 이것은 사람이었어’라고 생각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절개 준비가 됐을 경우엔 한 손으로 들 수 있다. 갈색 비슷하며 마른 혈관들이 보인다. 호두 같은 모양새다. 주먹 쥔 양손 같은 2개의 반구로 이뤄졌다.”의식은 “육체로부터 분리돼 제멋대로 떠돌아다니는 요소는 아니다”고 그녀는 믿는다. “나는 범심론(panpsychism)을 믿지 않는다. 범심론은 의식이 우주로 환원하려는 특성을 지니며 우리의 뇌는 그것을 포착하는 위성 접시 같다는 이론이다. 그것을 반박할 수는 없지만 의식은 두뇌와 육체의 산물이라고 가정할 경우 두뇌가 변하면 의식의 변화도 불가피하다.”마찬가지로 그녀의 친구이자 옛 동료인 신경과학자 헨리 마시도 2014년 회고록 ‘해치지 말라(Do No Harm)’에서 무엇이 정신에 속하고 무엇이 뇌에 속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을 가리켜 “헷갈리는 문제이며 궁극적으로 시간낭비”라고 평한다. “내게는 의식이 문제로 보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경외, 경탄, 커다란 놀람의 원천일 뿐이다. 내 의식, 자의식, 공기처럼 자유롭게 느껴지는 자아, 책을 읽으려 애쓰는 대신 높은 창문 밖의 구름을 바라보는 자아, 지금 이 같은 글을 쓰고 있는 자아가 실제론 1000억 개 신경세포의 전기화학적 재잘거림이라는 점에서 말이다.”일부 신경수술은 국부마취 상태에서 하는 편이 낫다. 환자의 의식이 깨어 있어 수술하는 내내 질문에 답변한다는 의미다. 뼈로 이뤄진 케이스 안의 두뇌를 내려다보면서 그 주인과 대화하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야릇하고 기적 같겠는가? 테야르 드 샤르댕은 고생물학자의 사고방식과 광범위한 주제를 넘나드는 감각을 지녔다는 점에서 필시 신경수술을 좋아했을 성싶다. 그러나 뇌를 절개하면 의식의 본질에 정말로 더 가까워질까? 두뇌가 자아의 요람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이 자아의 구성요소를 좀먹는 이유일까?던컨 맥두걸 박사는 의식과 영혼이 서로를 맞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둘 다 무게를 잴 수 있다고 믿었다. 1901년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의사로 일하며 결핵 말기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환자들의 임종 과정을 거의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중증 환자 6명의 침대를 천칭 위에 올려 놓는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테스트했다. 환자들이 사망하는 순간 그들의 몸이 가벼워졌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는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생명이 멈추는 순간 반대쪽 저울판이 갑자기 떨어져 우리를 놀라게 했다. 마치 몸으로부터 뭔가를 갑자기 들어올린 듯했다. 곧바로 다른 요소 들을 하나하나 제하면서 체중이 얼마나 줄었는지 계산했다. 딱 28g의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이것이 영혼에 질량이 있다는 증거라고 맥두걸 박사는 말했다. “본질적인 문제는 계속적으로 개성과 의식의 토대를 이루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간을 차지하는 물질이 없다면 육체적 사망 이후 개성 또는 지속적 의식을 가진 자아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맥두걸 박사는 개 15마리와 생쥐 여러 마리를 대상으로 똑같은 가설을 검증했다. 모두 체중 변화가 없었다. 그는 이것이 사람에게만 영혼이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맥두걸 박사의 표본이 적어(처음 6명의 환자 중 2명이 제외됐고, 2명은 사망 후 체중이 더 줄었고, 한 명은 더 늘었다. 따라서 그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1명만 남았다) 실험은 곧 신뢰성을 잃었다. 불운한 15마리의 개는 원치 않는 약물로 죽었다.맥두걸 박사의 실험은 대부분 비이성적이거나 잔인했다. 그 전후의 수많은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두 가지 문제에서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첫째는 질량이 없는 건 존재할 수 없고, 둘째는 영혼이 의식과 같으리라는 점이다. 바로 이 문제에서 모든 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파우스트의 영혼을 팔고 성찰하는 이야기들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수량화할 수 없는 존재가 사실적인 형태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는 데 있다. 하지만 스토리조차 도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따라서 오메가 포인트에 관한 샤르댕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고 틀렸을 수도 있다. 그의 이론은 내용보다는 과학, AI, 신성을 합성했기 때문에 주목 받는다. 그의 이점은 그가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통섭주의자이자 더 나은 천국을 바라는 오랜 희망에 구호를 제공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의 정신세계는 더 많은 의문을 풀기 위한 출발점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수렴의 포인트를 계시의 순간, 신을 향한 최후의 통합적인 비상으로 상상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옳다고 해도 우리 모두 자유 의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우주를 향한 전환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벨라 배서스트 뉴스위크 기자

2016.03.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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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미션 수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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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형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리조트를 건설하는 등 골프를 중국에 보급하는 데 기여했다. 중국에 처음으로 골프바람을 일으킨 추 가문의 두 형제는 새로운 꿈을 좇고 있다.미션힐스그룹(Mission Hills Group)의 최고경영자인 켄 추(Ken Chu·41)는 자신이 골프장을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인, 전력질주에 가까운 빠른 걸음으로 골프 코스를 보여주느라 여념이 없다. 따뜻한 어느 날, 소년 같은 모습이 아직 남아있는 켄 추는 하이난섬에 위치한 매머드급 규모의 미션힐스 리조트의 챔피언십 골프 코스에 도착하는 순간을 너무나 기다려왔다. 저명한 골프 코스 건축가인 브라이언 컬리(Brian Curley)가 디자인한 미션힐스 골프장의 백미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블랙스톤 코스(Blackstone Course, 73파)로 141만6399㎡ 대지에 걸쳐 뻗어있다. 길이 7800야드(약 7132m)를 웃도는 블랙스톤 코스는 오랜 열대나무가 자라고 광활한 규모의 때묻지 않은 호수가 펼쳐진 숲을 가로지르고 있다. 골프 코스로 향하는 길을 따라 야자나무가 줄지어 있고, 수백 년 전 이곳 지형을 탄생시킨 화산 폭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152.4cm(5피트) 높이의 용암 암반이 자리하고 있다. 잠시도 멈추지 않으며, 켄 추는 깨끗한 모랫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간다.“저희 리조트는 해변을 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는 해변을 골프장 안으로 가져왔습니다.” 켄 추는 역시 브라이언 컬리가 모래를 테마로 디자인한 근처의 쉐도우 듄스 코스(Shadow Dunes Course)를 가리키며 말한다. “마치 팜스프링스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요.” ━ 골퍼를 위한 궁극의 휴가지 물론 하이난은 절대 팜스프링스가 아니다. ‘중국의 하와이’라는 기분 좋은 별명으로 불리는 하이난섬은 중국 본토에서 약 32km 떨어진 동중국해에 자리하고 있다. 하이난섬의 북단에 위치한 주도 하이커우(海口)는 홍콩이나 마카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거리로, 사실 바닷가가 아름다운 것으로 명성이 높은 곳은 아니다. 그러나 열대 기후와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하이커우는 중국뿐만 아니라 주변의 한국과 대만, 그리고 심지어 유럽과 호주에서도 골프 애호가들이 찾는 중국의 골프 중심지가 됐다.켄 추와 남동생 테니얼(39)은 현대 중국의 특징인 웅장함과 쇼맨십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켄 추가 종종 상기시키듯, 10개의 코스로 구성된 하이커우의 골프 클럽 미션힐스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복합 골프리조트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장은 역시 미션힐스 그룹이 소유했다. 근처 광둥성에 위치한 12개 코스로 구성된 골프 메가플렉스로, 이 골프장의 핵심은 잭 니클라우스가 디자인한 월드컵 코스(World Cup Course)다.18층 높이의 5성급 호텔(하루 숙박 가격이 230달러부터 시작하며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숙박료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액수이다) 맨 꼭대기 층의 방에서는 20㎢(혹은 맨하탄의 4분의1 규모에 해당하는) 미션힐스 리조트 하이커우의 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멀리 서쪽으로는 평균가격 100만~200만 달러에 이르는 브라운과 화이트 톤의 럭셔리 빌라가 블랙스톤 코스의 주위를 따라 둥그렇게 배치되어 있다. 보다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리면 호수 모양의 수영장과 인공 해변 옆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거대한 화산이 보이는데, 이는 수백 년 전 이곳의 지형이 어떠한 모습이었을 지 떠올리게 한다. 북쪽으로는 미션힐스가 전 세계 최대 규모라 주장하는 화산 광천이 보인다. 다섯 대륙을 대표하는 건축학적 테마를 따라 크고 작은 168개의 온천이 자리하고 있다. 근처에 보이는 둥그스름한 푸젠성 토루(土壘) 양식의 전통적인 건물에는 빌라 28채와 함께 고급 스파가 운영 중이다. 녹색 도기화병, 새장 및 매화꽃이 그려진 등(심지어 티슈통과 비누받침도 꽃이 조각된 도자기로 만들어졌다)과 같은 중국의 전통미가 물씬 풍기는 소품으로 꾸며져있다. 더 멀리 시선을 돌리면 골퍼를 위한 궁극의 휴가지가 될 것이라 광고하는 고층 거주용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미션힐스가 세운 비즈니스 왕국을 떠받칠 미래 수익사업모델의 하나다.“모든 이들이 ‘바다에 돈을 퍼붓는 짓’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켄 추는 미션힐스를 짓겠다고 부친에게 이야기 했을 때를 떠올렸다. “저희는 아버지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지요.” ━ 미션힐스 개척자 고 데이비드 추 호텔 안으로 들어서면, 숙박객들은 전세계 각지의 다양한 요리를 통해 동서양 모두를 넘나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2층에 자리한 마그마 카페(Magma Café)는 골프 코스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중국 현지의 특별요리뿐만 아니라 한국의 비빔밥과 같은 외국 요리도 제공한다. 이 모든 서비스에 덤으로 따라오는 혜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중국 본토 대부분의 지역보다 훨씬 깨끗한 하이난의 공기다. 가장 좋은 것은 하이난에서 휴가를 보낼 때는 엄청난 액수를 지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골프 한 라운드를 도는 데 60달러~400달러 가량의 비용이 든다. 물론 연간 차터드 다이아몬드(Chartered Diamond) 회원권 가격은 대략 37만5000달러 정도다.추 형제가 오늘날 중국의 골프계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으나, 사실 미션힐스는 작고한 형제의 아버지가 꿈꾸었던 이상이었다. 홍콩 출신의 자수성가형 사업가였던 데이비드 추(David Chu)는 1974년 설립한 션 펭 (Shun Feng) 골판상자 공장을 운영하며 부를 쌓았다. “아버지는 언제나 선도업체 혹은 최대규모의 업체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테니얼이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회상한다. 1990년대 초 중국 남부 지역이 경제 개혁의 문호를 개방했을 때, 아버지 데이비드 추는 선전 경제특별구역의 토지를 매입한 1세대 홍콩 투자자들 중 한 명이었다. 골프에 문외한이었지만, 데이비드 추는 새로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려던 중국 경제의 레저 스포츠 산업이 지닌 잠재력에 매료됐다. 이에 또 다른 제조공장을 짓는 대신, 이후 미션힐스 중국 사업의 본거지로 떠오른 관란(현재 성장 가도를 달리는 기술선도도시 선전에 자리하고 있다)이라는 지역에 골프 코스를 건설하기로 마음먹었다.오늘날 홍콩에서 선전은 자동차로 45분 남짓한 거리이다. 그러나 미션힐스가 아직 구상단계에 머무르고 있던 그 당시는 인프라가 부족해 이동하는 데 무려 4시간이 걸렸다. 프로젝트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데이비드 추는 골프 코스를 디자인하는 데 잭 니클라우스, 어니 엘스, 비제이 싱 및 여타 유명한 골프 프로선수들을 기용했다. “아직 중국에서는 골프가 시기상조였던 터라 모든 이들이 ‘바다에 돈을 퍼붓는 짓’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켄 추의 말이다. “저희는 아버지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지요.” 25년 전, 홍콩과 중국 본토를 합산해 골프를 즐기는 인구의 수는 5만 여명 정도였으며, 이는 오늘날 미식축구를 즐기는 얼마 되지 않는 중국인 팬층의 규모에 비교될 만 하다. “저는 제가 중국의 골프 보급에 기여한 바에 대해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잭 니클라우스가 자신이 설계한 미션힐스의 코스에 대해 하는 말이다.켄 추는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여름 방학 동안 선전에서 건설 중이던 최초의 골프 코스 공사를 바로 앞에서 지켜봤다. “사람들이 저를 재벌 2세로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중국 내에 만연한 고정관념을 잘 알고 있는 켄 추는 “사람들은 저를 열심히 일하는 재벌 2세, 혹은 사업가 정신이 충만한 재벌 2세라 부른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돕고자 하는 열망이 컸던 켄 추는 서둘러 대학교 공부를 2년 만에 끝내고 미션힐스 선전의 1995년 골프 월드컵 개최 예정 시기 바로 직전 가족 사업에 합류했다.골프 월드컵은 브랜드 인지도의 상승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와의 관계 증진(당시 중국은 2000년 하계 올림픽 개최 경쟁에서 호주 시드니에 밀린 이후 주요 국제 대회를 개최할 만한 역량을 입증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에 있어서도 미션힐스에 엄청난 힘을 실어주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또 다른 예기치 못한 호재가 있었는데, 바로 2003년 사스(SARS)의 발병이었다. 소수의 해외주재원과 상류층 사이에서 비교적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즐기던 스포츠였던 골프가 감염의 위험이 있는 국가를 떠나 사업회의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중국에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켄 추는 “중국 골프의 성장을 10년 정도 앞당기는 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 헐리우드 스타를 홍보모델로 그러나 2004년 중국의 골프계는 엄청난 위험에 빠지고 말았다. 미션힐스가 선전에 골프 코스 10군데의 건설을 마치려 서두르고 있던 바로 그때, 중국 정부가 사실상 새로운 골프 코스의 건설을 금지하는 일시중지 명령을 선언한 것이다. 하이난이 특별경제구역이라는 점을 이용해, 추 가문은 2009년 이러한 신규 골프장에 대한 단속이 더욱 강화되기 바로 직전 고작 1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10개의 신규 골프 코스를 완공하고자 박차를 가했다(10이라는 수치는 추 가문이 이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진 36개에서 대폭 축소된 것이다. 추 가문은 미션힐스가 언제나 10개 골프 코스 건설을 목표로 해 왔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산업이던지 너무나 빠르게 성장하면, 이를 조절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완공시기가 단속이 강화되기 전과 맞물린 것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켄 추는 말했다. “결국 규모의 경제입니다.” 끊임없이 더 크게 더 빠르게 짓는 것을 추구하는 자신의 성향에 대해 켄 추는 설명한다.미션힐스는 리조트 홍보를 위해 중국으로 불러들인 프로 골퍼 및 연예인을 자랑하고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호텔의 복도는 (켄 추와 팔짱을 낀 모습의) 니콜 키드만, (코스 위에서 클럽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의) 모건 프리만과 같은 스타의 사진으로 도배가 돼있다. 호텔에서 3층짜리 클럽 하우스로 걸어가는 길은 야오밍와 매튜 맥커너히와 같은 스타들의 핸드프린트를 볼 수 있어 마치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의 축소판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미션힐스는 리조트의 이미지를 홍보하기를 좋아하며, 추 가문 역시 마찬가지이다. 호텔 객실 안에서 투숙객은 두 형제가 이룩한 성과를 자랑하는 수십 여종의 홍보물을 찾아볼 수 있으며, 미션힐스가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 클럽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된 증서의 사본이 담긴 액자가 호텔 로비의 눈에 뜨이는 곳에 자랑스레 걸려 있다. 이 모두 중국 신흥부유층 제 1세대의 전형적인 마케팅 기법이다. 미션힐스는 또 다른 스마트한 전략도 택했다. 3000명 이상의 캐디 대부분을 20대 여성으로 고용한 것이다. ━ 20대 여성 캐디 3000명 고용 중국 정부가 골프에 대해 양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추 가문은 새로운 코스를 개장하지 않으면서 골프의 성장을 꾀한다는 계산적인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켄 추는 리조트의 영문이름 미션힐스가 골프 진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아버지의 사명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켄 추는 미션힐스가 어린 선수들의 훈련에 2만5000시간 이상을 투자하고 연간 36명 가량의 주니어 토너먼트 경기를 개최하며 중국 내 골프 꿈나무들에게 가장 많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게임의 판을 키울 때, 꼭 하드웨어를 성장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소프트웨어에 주력할 수 있는 것이지요.” 켄 추의 말이다. 이 모두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한 말이지만, 켄 추가 내놓는 원대한 약속은 중국 정부의 가차없는 부패척결 노력에 비추어 보았을 때, 험난하고 예측 불가능한 중국 골프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3월 당국은 66개의 “불법” 코스를 폐쇄했는데, 이 중 상당수는 공식적인 금지령에도 지난 10년간 건설된 것들이었다.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공개적으로 중국정부를 찬양하는 켄 추는 자신의 골프 제국을 부상하는 중국의 중산층을 위해 “골프 그리고 그 이상의” 가족친화적인 리조트로 탈바꿈시켜야만 했다. 2012년 이래로 미션힐스는 저명한 중국 영화감독 펑 샤오강 그리고 영화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와 함께 골프 코스에서 5분 거리에 무비 타운(Movie Town)이라 명명한 디즈니 월드 스타일의 몰입체험형 테마 파크를 하이커우에 건설 중이다. 무비 타운은 과거 중화민국부터 시작해 온통 빨간색 물결이 넘치는 “사회주의의 거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대를 재현한 테마형 마을을 보여준다. 1942년을 테마로 한 마을을 걷다 보면, 충칭의 3층 높이 시계타워에서 시작해 중일 전쟁 당시 장제스 주석이 머물렀던 거대한 공식관저 그리고 전통 서예로 쓰여진 오래된 간판에 이르기까지 그 당시 양쯔강 삼각주에서 볼 수 있었던 건축 양식을 재현한 영화촬영 세트의 한가운데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무비 타운에서 미션힐스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현대의 안락함을 결합시킨다. 건물에는 부티크 호텔과 버블티 가게를 포함해 다양한 작은 소매점이 입점해 있다. “본질적으로 테마 파크, 영화 그리고 골프의 세 가지 산업이 함께 혼합된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한 번도 현실화된 적이 없는 사업이지요.” 켄 추가 무비 타운을 안내하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 테마파크 등 가족친화 리조트로 미션힐스 그룹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나긋나긋한 어투의 테니얼 추는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리조트를 홍보한다. “훌륭하게 운영되고 잘 관리된 골프 코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 골프의 대중화에 도움이 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캐나다에서 골프 경영을 공부하고 PGA 투어의 플로리다 본사에서 잠시 근무한 후, 테니얼 추는 추 가문이 중국을 방문해 미션힐스에서 골프를 치는 대가로 타이거 우즈에게 금전적 대가를 지급한 바로 그 해인 2001년 가족 사업에 합류했다.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자문해봤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열광시킬 이른바 ‘와우 팩터(wow factor)’를 갖고 무언가 해 볼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었지요.”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는 켄 추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데이비드 추는 2011년 암으로 사망했다)이 골프에만 주력하던 미션힐스에 변화를 꾀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무비 타운 이외에도, 켄 추는 대만출신 가수 주걸륜과 함께 협력해 영화관, 면세점 그리고 홍콩의 나이트클럽 계를 장악하고 있는 란 카이 퐁 그룹(Lan Kwai Fong Group) 및 하드 락 호텔(Hard Rock Hotel)과 만든 합작법인을 포함한 여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24만1548㎡ 규모의 복합단지를 건설 중이다.“저는 모든 이들이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관광지에서 함께했으면 합니다.” 켄 추는 이렇게 하이커우에서 펼치고 있는 고결한 야심을 현실화하는 데 이제까지 40억 달러(무비 타운에만 10억 달러가 투자됐다)가 소요됐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위험스러운 베팅을 한 셈이다.하지만 켄 추는 설사 걱정이 된다 하더라도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오직 가문이 남긴 유산을 앞으로 밀고 나가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 듯 보인다. “ 저는 골프를 칠 때, 페어웨이를 달립니다.” 켄 추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한 라운드를 다 도는 데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자신을 “ 아이언 맨”이라 부른다. (실제 켄 추는 골프 가방에 아이언채만을 갖고 다닌다.) “저는 좀 더 도전적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 게임을 빨리빨리 진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LIYAN CHE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6.02.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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