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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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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모욕'에 '어퍼컷' 맞은 美 유튜버, 폭행·마약도 수사중

정책이슈

최근 국내에서 평화의 소녀상에 입을 맞추고, 편의점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민폐 행위를 이어온 미국 유튜버 '조니 소말리'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한 예술 조형물이다. 시대적 아픔을 치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세운 동상에 악의적인 행동을 한 소말리에 거센 비난이 쏟아진 이유다.30일 연합뉴스 따르면 조니 소말리는 현재 폭행 및 마약 혐의로 고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아직 출국하지 않고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도 "관련 고발에 대해 수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소말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추정되는 건물 사진을 올려 출국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이다.미국인으로 알려진 소말리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평화의 소녀상에 입을 맞추는 등 모욕적인 행위를 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 국물을 탁자에 일부러 쏟는 등 난동도 벌여 많은 비난을 받았다. 또한 지하철에서 음란물을 재생하고,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의 사진을 들고 셀카를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며 "아베 신조, 난 당신을 위해 한국인을 물리쳤다(Shinzo Abe! I Defeated The Koreans For You)"는 등의 기행을 이어 왔다.이후 지난 24일 서울의 한 밤거리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갑자기 다가온 한 남성에게 '어퍼컷'을 맞고, 다른 남성에게 발차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소말리가 동대문 경찰서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경찰은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K-POP 등 한류 인기가 증가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범죄도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피의자는 지난 2021년 2만9450명에서 2023년 3만2737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법 제 2조에 따라 국내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2024.10.31 09:15

2분 소요
미·중 대결시대 높아지는 푸틴과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중순 취임 후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섰다. 주목되는 것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첫 양자 회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나토 정상회의, 15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각각 참석한 뒤 스위스로 자리를 옮겨 푸틴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새삼 러시아의 가치를 인식케 했다. G7과 나토 정상회의에서 서방 가치동맹과 나토 군사동맹을 앞세워 중국에 대한 강고한 포위망 구축을 재확인한 바이든 대통령이 종국에 러시아를 만났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는 중국을 편들지 말고 실리를 찾아 달라”고 권고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영국 남서부 콘월에서 11~13일 정상회의를 열었던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마지막 날 25쪽 분량의 방대한 공동성명를 발표하고,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이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홍콩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중국이 ‘핵심이익’이란 이름으로 외국의 언급에 반발하고 보복해온 사안에 대해 G7이 공동으로 나서 중국을 정면 압박하는 모양새다. ━ 중국 견제 강화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경제 문제도 거론됐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제 시스템을 훼손하는 중국의 비시장 정책과 관행에 집단 대응하기 위해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가져올 이익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불공정·비시장적 행동과 관행에 대한 정면대응 사이에서 고민하던 서방 세계가 적절한 수위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로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일부 유럽 국가들의 요구를 반영한 듯, 공통 과제에서 공동이익이 있으면 중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혀 미래 협력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G7은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첫 조사가 중국의 비협조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중국도 참가하는 새로운 조사와 연구를 제안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서방에 중국을 압박해온 오래된 메뉴에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 조사라는 새로운 메뉴를 추가했다. 그야말로 서방 세력이 힘을 모아 중국을 빠른 잽과 묵직한 좌우 훅에 중후한 어퍼컷까지 다양한 종류의 펀치를 구사하며 집단 타격에 나선 형국이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는 공동 대응의 범위도 확장했다. 우선, 지금까지 미국 주도로 형성해왔던 중국 포위망 구축의 틀을 G7에 이어 나토까지 확대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국가와의 협력도 언급해 미국·유럽의 군사동맹인 나토의 본격적인 확장 가능성도 열었다. 공동성명이 “협력적 안보와 규칙에 따른 국제 질서를 증진하기 위해 우리의 오랜 아태 지역 동반자인 호주·일본·뉴질랜드·한국과 정치적 대화와 실질적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고 한 부분은 나토 동맹을 태평양 지역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기 위해선 서방·유럽을 넘어 동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앞세우며 역할을 부여하는 글로벌 포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선언한 것이다. 미국과 서방의 중국 압박은 15일의 EU 정상회의로도 이어졌다. 미국과 EU는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항하기 위해 ‘합동 무역 및 기술 위원회’를 함께 신설하기로 합의한 점이 핵심이다. 이날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TTC)’의 설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TTC 활동은 미래를 지배할 첨단 기술의 표준 분야를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TTC의 주임무는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바이오를 비롯한 첨단 기술과 표준에 관한 중요 정책을 조율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위원회는 백악관의 발표대로 ‘21세기 경제로 가는 길의 규칙을 쓰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규칙을 정해 기술 연구와 개발은 물론 실용화와 상업화, 확산,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망라해서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측에는 지나 라이먼도 상무장관과 캐슬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경제관료는 물론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공동의장을 맡는다. 기술 분야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일을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삼는다는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 중국 견제 위해 러시아에 손 내미는 미국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의 회유를 시도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중국,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떼 놓으려는 외교적 큰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한 셈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미국이 소련과 중국을 떼놓아 공산권을 약화하려고 시도해 실제로 성공을 거뒀던 외교적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1971년 4월 6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한 제31회 세계 탁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단과 기자단을 4월 11~17일 중국에 보내 순회 경기를 하면서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교류의 길을 복원했다. 이른바 핑퐁외교다. 이어 1971년 7월 헨리 키신저 국무부 장관이 비밀리에 중국을 찾은 데 이어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해 양국 수교의 길을 열었다. 미국과 중국은 1979년 1월 공식 수교했다. 이어 2001년 미국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도록 지원해 중국이 경제적으로 글로벌 무역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힘이 빠진 소련은 1991년 12월 26일 해체돼 역사에서 사라지고 냉전은 막을 내렸다. 미국은 공산권에서 중국을 분리하고 소련과 대대적인 군비 경쟁에 나서면서 경제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소련을 몰락의 길로 몰아넣었다. 1973~2009년 연방상원의원을 지낸 바이든은 누구보다 냉전시대 미국의 글로벌 상황과 소련을 몰락으로 이끈 전략을 잘 이해하는 정치인이다. 그런 바이든이 이제 미국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냉전 당시에 중국에 적용했던 갈라치기 전술을 이번에 역으로 러시아에 적용하는 상황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향한 자극도 진행했다. 바이든의 발언 중 눈에 띄는 것은 “러시아는 ‘핵무기를 가진 어퍼볼타’가 되고 싶어 하지 않으며, 미국과의 냉전도 원치 않는다”는 부분이다. ‘핵무기를 가진 어퍼볼타’는 과거 냉전 시절에 나왔던 ‘로켓을 가진 어퍼볼타’가 기원이다. 군사력과 우주 능력이 강해도 경제, 특히 소비자 경제는 뒤처진 소련을 빗댄 말이다. 어퍼볼타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아프리카 서부 오트볼타의 영어 표현으로, 84년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를 뜻하는 부르키나파소로 나라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92달러인 최빈국이다. 러시아라고 사정이 나을 것도 없다. 냉전 당시 미국과 자웅을 겨뤘던 글로벌 패권 분할국이었지만 현재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2021년 국제금융기구(IMF) 예상치 명목금액 기준 국내총생산(GDP)가 1조7107억 달러로 세계 11위다. 1조8067억 달러로 11위를 한 한국이나 1조8834억 달러로 12위인 캐나다에 뒤진다. 러시아 다음으로 1조6175억 달러의 호주와 1조 4917억 달러의 브라질, 1조 4615억 달러의 스페인이 있다. 러시아의 1인당 GDP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2021년 국제금융기구(IMF) 예상치 명목금액 기준으로 1만1654달러로 세계 64위다. 중국(1만1819달러·61위), 코스타리카(1만1806달러·62위), 몰디브(1만1654달러·63위)보다 조금 작고 말레이시아(1만1604달러·65위), 불가리아(1만1321달러·66위), 나우루(1만125달러·67위), 카자흐스탄(9828달러·68위)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특히 러시아는 3530억 달러(2017년 추정치) 수준 수출의 상당 부분이 석유와 천연가스, 금속과 광물, 그리고 목재와 목재 가공품일 정도로 경제구조가 열악하다. 우주항공과 원전·에너지·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인 과학기술 수준을 자랑하지만, 러시아산 자동차나 전자제품·의약품의 해외 수출은 기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으로 인한 경제재제까지 받고 있다. 경제제재는 러시아에 특히 깊은 상처와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출의 45.8%가 경제재제 주체인 EU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 상대는 EU에 이어 중국(9.3%), 벨라루스(4.9%), 터키(4.8%), 한국(3.5%), 인도(2.1%) 등이다. 주요 수입 상대도 EU(38.2%)가 1위이며, 중국(20.9%), 미국(6.1%), 벨라루스(5.2%), 일본(3.7%) 등이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과거의 영광을 부여안고 군사비 지출의 비중이 상당하다. 러시아군은 육군·해군·항공군과 함께 전략미사일군·공수군의 독립 조직을 합쳐 모두 5군 체제다. 병력은 2019년 기준 100만 명으로 세계 4위다. 여기에 유사시 250만 명의 예비군 등을 포함해 2000만 명이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 남성에 한해 1년간의 의무복무를 부과하는 징병제를 실시한다. 군사 매체인 글로벌 파이어파워에 따르면 2021년 러시아군은 미군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 회유 압박 넘어 러시아와 관계 회복 추진 거대한 군을 유지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경제가 약한 러시아로선 부담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4월 러시아의 2020년 군사비 지출이 617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7780억 달러를 쓴 미국과 2520억를 지출한 중국, 729억 달러를 사용하 인도보다는 작지만 경제규모에 비해선 상당한 규모다. 영국이 592억 달러, 독일 528억 달러, 일본 491억 달러, 한국 457억 달러, 호주 275억 달러로 러시아의 뒤를 이었다. 제네바에서 푸틴과 회담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런 러시아의 사정에 대해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이날 회담을 마치고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바이든은 “러시아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중국에 의해 쥐어짜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경제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대국이 되려고 한다”고 지적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러시아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부상하는데 러시아는 겨우 이를 추종하는 수준에서 서방에 맞서느라 제대로 경제 발전이나 국가적 실익도 챙기지 못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외교력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게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다. 바이든은 더욱 강력한 레토릭을 러시아와 푸틴에 날렸다. 그는 “러시아는 ‘핵무기를 가진 어퍼볼타’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미국과의 냉전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가진 어퍼볼타’는 냉전 시절인에 나왔던 ‘로켓을 가진 어퍼볼타’에서 비롯한 비유다. ‘우주개발 능력과 핵무기와 미사일 등 군사력이 강해도 경제력은 미국이나 서방에 비해 한참 뒤처진 소련’을 빗댄 말이다. 냉전 당시 소련은 미국 및 서방과 군사적 대결을 하느라 경제력을 군사 부분에 쏟아 넣어 소비재를 비롯한 경제력에서 서방보다 한참 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광경이 붉은 광장 근처의 가게 앞에서 물건을 사려고 줄은 선 사람들일 정도였다. 이를 빗대는 농담도 돌았다. ‘무엇을 사는 줄’인가를 묻자 줄은 선 사람이 “뭐라도 사면 돼지고기와 바꿀 수 있으니까 무조건 줄을 섰다”고 대답한다는 이야기가 그중 백미다. 어퍼볼타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아프리카 서부 오트볼타의 영어 표현이다. 볼타 강의 상류에 위치해서 생긴 이름이다. 1984년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를 뜻하는 부르키나파소로 국명을 바꿨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92달러인 최빈국이다. 수시로 정변이 일어나고 국민은 도탄에 빠진 상태로 외국인을 상대로 납치와 살해 사건이 수시로 발생한다. 결국 제네바 미·러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중국의 부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푸틴을 자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를 빌미로 러시아와 관계 회복을 제안한 형국이다. 로켓과 경제를 함께 언급한 것은 ‘군사력에 집착하다 경제가 엉망이 되고 중국에 계속 밀리기를 원하는가, 미국과 협력해 경제 회복을 시도할 것인가‘의 선택지를 내민 셈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똑같은 선택지를 내놓을 수 있다. 문제는 푸틴의 선택이다. 푸틴이 바이든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신의 위치를 중국 쪽에서 미국 쪽으로 반 발짝이라도 옮기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벌어지는 도네츠크 전쟁 개입 해결도 쉽지 않다. 최근엔 벨라루스의 부정선거 시비와 야단 탄압 문제까지 러시아로 번졌다. 장기 집권과 독재, 알렉세이 나발니를 포함한 자국 내 야당인사 탄압, 인권 문제 등도 주요 과제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과 서방이 2050년까지 탈탄소 정책을 시행하면 러시아의 최대 수출 상품인 석유와 가스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추가 추락은 시간문제다. 푸틴의 권력도 위태로울 수가 있다. 결국 이번에 공은 푸틴에게 넘어간 셈이다. ‘에너지 차르’로 불리는 푸틴의 선택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2021.06.26 20:00

9분 소요
[브렉시트 사태의 본질은] 민주주의 부재가 부른 정치적 위기

정책이슈

영국이 6월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초기의 우려는 주로 경제에 집중된 게 사실이다. 우선 영국이 EU를 통한 유럽과의 통합보다 독자노선·자국우선주의를 택함에 따라 경제와 외교에서 고립주의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 하나로 전통의 개방국가·자유무역국가·국제주의국가·다문화사회인 영국이 아예 차선을 급변경할 것이란 기대는 성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일자리 줄어 이민자에 뺏길 우려도 줄어: 실제로 예상되는 경제적 타격이 엄청나기는 하다. 권투로 치면 하나 같이 어퍼컷에 버금가는 강펀치다. 우선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 이후 15년새 자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자리는 초기 2년 동안에만 52만 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브렉시트는 애초 영국의 노동자 계층이 EU 출신 이주자들에게 단순직 일자리를 ‘빼앗길’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시작한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허름한 일자리를 이주자들이 차지할 염려는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 영국의 총 일자리 개수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피로스의 승리다. 고대 그리스의 전쟁사에서 나온 이 격언은 이겼어도 진 것보다 못한 승리다. 승리를 거뒀지만 피해가 너무도 커서 다시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의 이득 없는 승리를 가리킨다.영국으로 몰렸던 자금·전문 인력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도: 피해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의 경제 구조 자체에 변화가 올 가능성도 작지 않다. 세계적인 금융국가인 영국에 들어왔던 막대한 외국 자금이 자칫 빠져나갈 가능성도 상당하다. 당장 2013년 기준 영국 내 외국인 투자의 46%를 차지하는 EU 국가의 투자부터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유럽 각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의 28%가 영국 자금인데 이 자금도 여러가지 회원국 특혜가 사라지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영국에 들어와 있는 EU 출신 노동자 215만 명의 운명도 풍전등화다. 영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당장은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동요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문제는 금융산업을 비롯한 각종 고급 서비스산업이 발달한 영국의 특성상 이들 중 상당수가 고급 전문 직장인이라는 점이다. 브렉시트로 선수 등록 절차가 까다로워지며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등에서 떠날 수 있는 EU국가 출신의 외국인 축구선수도 330명이나 된다. EU회원국 출신 선수들은 지금까지 내국인 대우를 받으며 영국에서 뛸 수 있었는데 영국이 EU를 떠나면서 그런 혜택이 사라진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려면 자국의 국가대표이면서 A매치 경기의 일정 비율 이상에 출장해야 하는 등 자격 조건이 꽤 까다롭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는 어떤 방식이든 프리미어리그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일단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국 선수들의 경제적 매력도 줄어들 수 있다. 문제는 프리미어리그는 외국의 유명 선수를 들여와 리그의 수준을 높이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국제화의 이점이 사라지면 프리미어리그의 해외 중계료도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영국의 저임금 단순 노무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 뺏어간다며 반감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 단순 노동자의 수는 실제로는 영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EU 탈퇴로 그간 외국의 인재가 차지했던 고급 일자리는 영국인이 차지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셈이다. 대신 실력이 다소 떨어지는 또 다른 외국 인력이 대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EU의 규제와 간섭, 알고 봤더니 대부분 헛소문: EU 규제로 영국이 연간 지불하는 비용이 53조원에 이른다는 지적도 있다. EU는 2000~2013년 만든 규제가 5만2000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EU는 ‘거대한 규제연합’ ‘관료주의 제국’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EU 본부가 자리 잡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상당수 영국인에게 ‘거만하고 황당하며 돈을 뜯어가는 집단’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가디언은 EU가 만들었다는 황당한 규제의 상당수는 영국의 인터넷에서 과장해서 소문이 난 것이라고 지적하는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그동안 영국에는 EU가 영국 전통의 백파이프를 금지하고, 어린이들이 풍선을 부는 것도 위험하다고 막고 있으며, 요거트를 ‘발효 우유 푸딩’이라고 표기를 바꾸도록 강요하고, 달걀에 생산자의 주소를 스탬프로 찍도록 했다는 등의 소문이 났다. 영국의 명물인 이층버스를 안전 문제가 있다며 금지한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물론 아니었다. 헛소문은 그치지 않았다. EU가 동성끼리 거주하는 아파트의 광고를 금지한다든지 영국 농부들이 재배할 작물을 EU 농업 당국이 강제로 지정한다는 등 온갖 소문이 그치지 않았다. 오죽하면 EU에서 헛소문을 모아두는 사이트(http://blogs.ec.europa.eu/ECintheUK/euromyths-a-z-index)까지 만들었을까. 여기에는 괴담 수준의 헛소문으로 가득 차 있다. 영국의 EU 잔류파들은 이런 헛소문의 홍수 속에 상당수 대중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 받아 탈퇴에 표를 던졌다고 주장한다. 3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재투표를 촉구하는 인터넷 서명을 했지만 올 9월에 물러나기로 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물론 영국 대다수 정치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배는 이미 떠났다.영국 버티기로 탈퇴 시기 늦출 수도: 앞으로 영국은 EU를 탄생시킨 헌법이랄 수 있는 리스본 조약의 제50조(출구조항)에 따라 2년 간 EU 및 나머지 27개 회원국과 탈퇴 협상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영국은 일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질질 끌며 EU 탈퇴에 다른 충격을 최소화하거나 뒤로 미루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 탈퇴파와 잔류파 모두가 EU의 자유무역지대에 남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국의 경제기조인 자유무역과 개방의 원칙은 변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극민투표 당시 외쳤던 브렉시트의 수준을 낮출 것이라는 이야기다. EU회원국 자격은 포기하되 통상이나 교류 등에서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보수당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탈퇴에 앞장섰던 보리스 존슨은 노르웨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U에서는 탈퇴하되 유럽경제지역(EEA)을 통해 유럽 단일시장에 접근하는 대신 분담금도 내고 이민제한도 못하는 방식이다. EEA 국가 중 이민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말만 EU 탈퇴지 변하는 것은 별로 없다. 캐머런 총리도 단일시장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이 부분에선 영국 의회 내에선 반대가 별로 없다.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정부의 비토가 문제로 거론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자치정부가 입법화를 지연할 순 있지만 비토할 권한은 없다. 문제는 EU다. 충격을 줄이려면 영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지만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면 영국에 어떤 식으로든 제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원국의 EU 탈출 러시가 도미노처럼 파급될 수 있다. 탈퇴하지 않더라도 툭하면 이탈을 위협하며 예외나 특혜를 요구하는 나라가 줄을 이을 수도 있다.도전받는 영국의 다문화주의와 관용: 중도좌파 매체인 일간지 가디언을 비롯한 EU 잔류를 주장했던 매체는 국민투표가 끝난 뒤 일부에서 터져 나온 이민혐오증과 인종차별을 부각하는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6월 30일에는 “국민투표 개표 이루 인종차별과 관련한 사건·사고의 발생률이 60%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민에 대한 반대를 넘어 영국의 관용정신을 해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부추겼던 영국독립당의 나이젤 파라지 대표가 영국 국회의원에 7차례나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현재 유럽의회 의원일 뿐이라고 낮춰 보는 내용도 등장한다. 영국 미디어들은 국민투표가 끝난 마당에 뒤늦게 EU 탈퇴 결정을 후회하거나 대중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EU가 오해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낸다.분열에 밑천 드러나는 영국 정치인들: EU 탈퇴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보수당은 EU 잔류파와 탈퇴파로 나뉘어 국민투표 이후에도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6월 30일 영국 보수당 원로인 마이클 헤젤타인(83) 전 부총리가 보수당에서 EU 탈퇴운동을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헤젤타인은 과거 마거릿 대처의 리더십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지만 이를 계기로 대처를 권좌에서 밀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1966년 부터 2001년까지 35년 간 의원을 지내다 은퇴한 후 보수당 개혁파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비중있는 당 원로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보수당의 현직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은 유례가 드물다. 영국 정치가 위기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EU 탈퇴 국민투표로 차기 총리가 유력한 것으로 평가됐던 존슨은 이날 후보 등록을 7분 앞두고 총리 도전 포기를 선언했다.영국 경제 순풍인데도 EU 탈퇴 역풍: 관심은 대중적 인기도 그리 없는 인물이 앞장섰는데도 국민투표에서 어떻게 EU 탈퇴라는 ‘엄청난’ 결정이 나왔는가이다. 영국 미디어의 분석을 종합하면 영국 국민투표에서의 EU 탈퇴 결정은 고립주의로 가자는 것도 아니고 자유무역을 포기하지는 것도 아니다. 국민은 현 정부와 체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을 뿐이다. 거시경제 지표에 현혹돼 일반 대중의 경제생활과 불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인터넷이나 SNS에서 민심을 파악한 정치인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사실 영국은 경제 우등생이다. 성적표는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좋다. 2015년 추정 국내총생산(GDP)이 2조8490억 달러로 미국(17조9470억 달러)·중국(10조9828억 달러)·일본(4조1232억 달러)·독일(3조3576억 달러)에 이어 세계 5위다. 유럽에선 독일 다음이다. 1인당 GDP는 4만3770달러로 세계 13위다. 18위인 독일(4만997달러)보다 많다. 인구 5000만 이상인 나라 중에서는 미국 다음의 세계 2위다. 국민 투표 사태 전까지 영국은 올해 2%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1%대 성장률이 전망된 독일이나 프랑스에 뒤떨어지지 않았다.통상 이처럼 경제 성적표가 좋으면 국민의 불만이 작아지면서 현상유지를 원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문제는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런던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런던의 1인당 연간 부가가치 생산은 16만2200달러에 이른다. 영국의 다른 지역의 몇 배에 이른다. 런던은 영국 GDP의 22%를 차지하며 주변을 합친 수도권은 30%에 이른다. 런던을 하나의 국가로 가정하면 경제 규모가 세계 28~29위에 이른다. 런던은 외국에서 태어난 인구의 비율이 60~70%의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도시다. 세계의 인재들이 영국에 와서 교육과 취업,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영국은 EU가 아니더라도 세계의 인재를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역할을 해왔다. 세계 곳곳에서 인재 기근을 이야기할 때 런던은 인재 과잉을 염려할 정도다. 원래 개방적인 글로벌 도시였다. 런던의 금융가인 시티에는 세계 100개 국가에서 몰려든 인재들이 일하고 있다. 이민자 또는 이주자는 자신들의 재능과 지식, 학식을 바탕으로 런던이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는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런던은 능력 차이 대한 평가만 있을 뿐 출신 국가나 종족, 인종, 종교, 신념에 따른 차별은 세계에서 가장 적은 메트로폴리탄 도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파키스탄 이민자를 부모도 둔 사디크 칸이 신임 런던시장에 올랐을 정도다. 런던이 영국에서 국제화, 글로벌화, EU 가입에 따른 이득을 가장 많이 본 지역이 된 건 이런 외국 출신 인재의 활약이 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런던의 금융가인 시티를 중심으로 번영하는 지역에만 눈을 돌리는 바람에 민심의 향방을 잘 몰랐다는 점이다. 사실 영국에선 2010년 이후 노동계층의 임금은 계속 줄어왔다. 런던은 호황을 누렸고 이에 따라 잉글랜드 전체의 경제 통계는 좋았지만 이 혜택을 누린 사람은 런던에 국한됐다. EU 탈퇴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잉글랜드 북부와 중부는 오랫동안 두 자리 숫자의 실업률을 유지했다. 런던에서 유일하게 EU 탈퇴를 지지한 2개 구는 수도권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결국 영국 경제가 순풍인데도 대다수 국민은 이를 외면한 것이다. 이익의 규모가 더 크지만 피해를 보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EU와 글로벌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이 이로 인한 일부 계층의 피해 규모보다 훨씬 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문제는 민심과 정치다. 나라나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 아닌 피해자와 수혜자의 숫자 대결이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국민투표를 중우 정치의 사례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하지만 달리 살펴보면 EU와 글로벌화로 인한 소외자·피해자·불만자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정치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히려 영국 보수정치인 중 대중적 인기가 높은 보리스 존슨 같은 인물이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마음에도 없는 브렉시트를 주장하다 역풍을 맞은 셈이다. 존슨은 부모가 EU 관료 출신인데다 자신도 EU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국민투표 정국에 갑자기 브렉시트를 지지하면서 전체 분위기를 바꿨다. 사실 그가 뛰어들기 전까지는 영국에서 브렉시트 지지율은 25% 정도였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은 그가 뛰어들면서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YOUGOV) 등의 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대중은 자신들의 생각에 반신반의했는데 존슨 같은 유력 정치인이 뛰어들자 확신을 가지고 투표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영국의 대중은 EU와 세계화의 이익을 독점하는 엘리트층·고학력층·글로벌화 지지자 등에 반감을 가졌는데 정치권이 이들과 소통하면서 반감을 무마하고 국민화해와 통합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이를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다.이런 정치의 부재가 브렉시트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부른 셈이다. 결국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영국 내 정치의 문제인 셈이다. 존슨도 48% 정도의 지지율을 얻어 이를 바탕으로 “나를 지지하는 48%의 국민을 대변하겠다”고 나서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뒤 이를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영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의사도, 의욕도 보이지 않고 총리 후보에서도 물러난 게 이를 입증한다. 결국 브렉시트는 중우정치도 아니며, 민주주의의 문제나 한계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부재가 부른 정치적인 위기일 수 있다. 결국 이런 문제를 제대로 봉합하느냐에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장래가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영국의 내부 통합은 EU와의 탈퇴 협상보다 더욱 중요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언제 어디서든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브렉시트가 위기이자 기회라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문제는 소외계층의 불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정치에 있고, 이를 구원해줄 구세주는 리더십이다.

2016.07.03 07:48

9분 소요
[Golf] 신중하되 긴장감을 즐겨라

산업 일반

역시 멘털에서 승부가 갈렸다. 최나연은 8월 21일(현지시간) 끝난 세이프웨이클래식 연장전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PGA챔피언십 연장전에서 키건 브래들리는 마지막까지 과감하게 공략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무슨 차이일까?최나연은 세이프웨이클래식 연장전 첫 홀에서 우승을 놓쳤다. 마지막 날 2위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시작했으나 전날과 같은 좋은 감각은 아니었다. 18번 홀에서 파 퍼트를 놓치면서 수잔 페테르센과 연장전에 들어갔다. 다시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에서 페테르센의 두 번째 볼은 그린 뒤 러프에 빠졌다. 최나연이 두 번째 친 볼은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빠지면서 결국 우승컵을 내줬다. 최나연은 “이기더라도 버디로 이기고 싶었다. 욕심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9번 아이언이었는데 템포가 빨랐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긴장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8월 15일 끝난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에서도 마지막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선두 제이슨 더프너를 2타 차이로 추격하던 키건 브래들리는 15번 파3 홀에서 칩샷을 실수하면서 순식간에 3타를 잃고 말았다. 승부는 끝난 듯했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16번 홀에서 2m 버디를 잡아내더니 17번 홀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14m 거리의 버디를 잡아냈다. 누가 봐도 승부가 갈린 상황이었지만 그는 과격한 어퍼컷 동작을 하며 그런 상황을 즐겼다.반면 선두 더프너는 17번 홀 티샷이 핀으로부터 10m 거리에 원 온 했지만, 나중에 이렇게 털어놓았다. “티샷을 하고 난 뒤 캐디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버디 퍼트는 홀을 3m나 지나쳤고, 다시 파를 놓치더니 보기를 하며 결국 공동 선두를 허용하고 만다. 연장전에서는 상황이 반전됐다. 더프너는 1.2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계속 허둥댔고 브래들리는 타수가 앞서 있으면서도 그린을 향해 적극적으로 공략해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과욕 부려도 너무 소심해도 곤란우승이란 잡으려 하면 달아나고 무심하게 대하면 다가오는 법이다. 지키려 하면 뺏기고 즐기려 하면 나도 모르게 따라오게 마련이다. 최나연처럼 버디를 잡아 멋지게 끝내겠다고 덤비면 욕심이 되고, 더프너처럼 워터해저드를 넘겨 온그린하는 데만 매몰되면 소심해진다. 전자는 과욕이 문제였고, 후자는 소심함이 문제였다.골프에서 승부는 흔히 멘털에서 갈린다. 최근의 두 경기 외에도 멘털이 경기의 승부를 좌우한 재미난 사례는 더 있다. 지난해 국내 최대 메이저대회인 한국오픈에서 노승열의 마지막 라운드가 그랬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건 노승열은 3라운드까지 펄펄 날았다. 마지막 날 2위와 5타 차 선두로 시작했다. 그는 대회 전 인터뷰에서 “한국아마추어선수권, 한국주니어선수권 등 ‘한국’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대회는 다 우승했는데 이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해외 큰 대회에서 이미 2승을 거둔 19세 수퍼루키 노승열에게 우승은 쉬워 보였다.마지막 날 그는 1번 홀 티샷부터 볼이 ‘좌탄우탄’을 오가더니 5, 12번 홀에서 연달아 아웃오브바운드(OB)를 냈다. 이전까지 3일 동안 하루에 4언더파를 치면서 보기는 고작 5개에 불과했지만 이날 하루에만 보기 6개에 더블보기 2개를 내며 8오버파를 치고 무너졌다.반대의 경우도 있다. 당뇨를 극복하고 프로 15년 만에 솔모로오픈에서 첫 승을 올렸던 박부원은 1990년대 후반 태영CC에서 열린 SBS최강전 마지막 라운드 첫 홀에서 재앙을 맞는다. 티샷이 해저드에 들어간 데 이어 OB 두 방, 다시 해저드에 두 번 들어가고 3퍼트를 하고 홀아웃하니 13타였다. 다음부터 펼쳐지는 홀은 연습 라운드와 같았다. 그리고 나머지 17홀에서 72타를 쳤다. “오히려 마음이 덤덤하고 편했습니다. 그날 제가 85타 쳤는데 꼴등은 아니었습니다. 꼴등 바로 앞이었죠.” 포기하고 싶었을 나머지 17개 홀을 그는 반대로 아주 편하게 즐겼다고 한다.‘메이저 우승 없는 최고의 선수’라는 비아냥을 듣던 필 미켈슨은 2004년 마스터스를 우승하던 마지막 날 무아경(無我境)에 빠졌다고 회고했다. “나는 상황을 그냥 즐기고 있었다. 또한 내 플레이에 몰입됐다. 그러한 태도가 생애 최고의 게임을 선사했다.” 미켈슨은 어렵기로 소문난 오거스타내셔널 마지막 아홉 개 홀에서 18번 홀의 6m 버디를 포함해 모두 5개의 버디를 잡아 메이저 사상 둘째 최소타인 31타를 쳤다.골프 선수가 홀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는 ‘골프 게임의 제왕’ 잭 니클라우스가 남긴 정의가 가장 정답에 가까울 것 같다. ‘게임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신중한 골퍼, 공격적인 골퍼, 그리고 현명한 골퍼다. 신중한 골퍼는 기회를 잡을 줄 모른다. 공격적인 골퍼는 보이는 기회마다 잡으려 한다. 현명한 골퍼는 자신에게 맞는 기회를 가려낸다.’현명한 골퍼 돼야그의 말을 빌리면 신중하되 공격적인 것을 조절하는 게 현명한 골퍼일 듯하다. 그리고 골프라는 게임이 주는 긴장감을 오히려 즐겨야 한다.잭 니클라우스는 메이저 18승이란 대기록을 세운 원동력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메이저 대회가 정규 대회보다 우승하기 더 쉬웠다. 대부분의 경쟁자가 나와 다르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한 러프나 빠른 그린에 걱정부터 한다. 그들은 제풀에 겁먹고 예선에서 나가떨어진다. 끝에 가서는 진정한 경쟁 상대는 남지 않는다. 나는 압박감을 즐겼을 뿐이다. 우승을 겨룬다 해도 상대방은 나를 이길 것을 걱정하지만 나는 내 경기만 집중하면 되었다.”지금은 몰락한 듯한 타이거 우즈도 전성기 때 골프 경기가 주는 긴장감을 즐겼다. 8월 한창 더울 때 열리는 어느 PGA챔피언십에서의 일화다. 마지막 라운드에 승부는 거의 한두 타 차이였고 자칫하면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의 입안도 바짝바짝 마르던 어느 어프로치 샷을 앞두고였다. 우즈는 두 개의 클럽을 한참 고민하더니 스윙에 들어가려다가 풀었다. 다른 클럽으로 미세하게 거리 조절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윌리엄스가 클럽을 가져다줄 때 우즈가 활짝 웃고 이렇게 말했다. “이 맛에 골프하는 거지.”

2011.08.30 11:28

4분 소요
할리우드 영어를 익히자

산업 일반

THE NEW STAR POWER할리우드의 새로운 스타 파워미국 영화계의 최고 스타들이 말한다. 왜 부상을 무릅쓰고 연기하고, 어떻게 키스신을 찍으며,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지만 아무도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이유를. 뉴스위크의 14번째 오스카 라운드테이블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Is there a secret to ( )?(키스를 잘 하는) 비결이 있나요?Kidman: So much of that is how you capture it.키드먼: 상당 부분 관점 나름이죠.Quiz 위 대화에서 ‘키스를 잘 하다’를 영어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정답은 landing a good kiss다.‘땅, 육지’라는 뜻의 명사 의미로 잘 알려진 land는 동사로도 여러 상황에서 아주 많이 쓰이는 중요한 단어다. 바탕 의미는 ‘허공에 떠 있거나 불확실하거나 불안정한 사물 또는 상황을 확실하고 안정된 상태로 만들다’는 뉘앙스다.무엇보다 ‘확보하다, 손에 넣다, 입수하다’는 의미가 가장 많이 쓰인다. 주로 ‘일자리, 계약, 상, 역할’ 등을 목적어로 받는다. ‘일자리를 얻다’는 land a job이라고 한다. ‘숙련직 일자리를 얻다’는 land a skilled job, ‘대학 교수직을 얻다’는 land a professorship at the university다. I landed a good gig라고 하면 ‘좋은 일거리를 얻었다’는 뜻이다. Minho finally landed a job after three months of looking(민호는 3개월 동안 일자리를 찾다가 마침내 직장을 구했다).‘계약을 따내다’는 land a deal이 된다. He was able to land a business deal within a year(그는 1년도 안돼 사업계약을 따냈다). ‘융자를 얻다’고 할 때도 land가 어울린다. The biotech company has landed difficult-to-find financing(그 생명공학 회사는 구하기 어려운 자금을 조달했다).‘데이트에 성공하다’고 할 때도 land를 사용한다. How did you ever land a date with her?(무슨 수로 그녀와의 데이트에 성공했어?).그 밖에 land a prize(상을 획득하다), land a starring role(주연 자리를 따내다) 등의 형태로 쓰인다.비슷한 맥락에서 ‘물고기를 잡다’도 land a fish라고 표현한다. I went fishing with some friends and landed the biggest fish of all(친구들과 함께 낚시를 갔는데 내가 가장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곤경에) 빠지게 하다, (곤란한 입장에) 놓이게 하다’는 의미도 있다. ‘비서가 입이 가벼워 곤경에 처했다’는 문장은 The secretary’s big mouth landed her in trouble이 된다. “어쩌다가 감방에 들어갔냐?”고 물을 때는 What ultimately landed you in the prison?이라고 하면 된다. ‘…때문에 지금 이 꼴이 됐어’는 landed me where I am now라고 표현하면 된다. Deciding to take a risk and have unprotected sex landed me where I am now(위험을 감수하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더니 지금 이 꼴이 됐어).목적어 없이 자동사 형태로도 같은 의미를 나타낸다. land in trouble은 ‘곤경에 빠지다’는 뜻이다. ‘꼴찌가 되다’는 land in the bottom이다.I didn’t study hard enough and landed in the bottom of my class(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더니 성적이 반에서 꼴찌로 떨어졌어). ‘감방에 가다’는 land in jail이다. The Smith boy joined a neighborhood gang and landed in jail(스미스씨네 아들이 동네 갱단에 들어가더니 결국 감방 신세를 지게 됐어).‘어떤 위치에 적중시키다’는 뜻도 된다. ‘누구의 코에 한방 날리다’는 land someone a blow on the nose다. wait a chance to land a big punch는 ‘펀치를 크게 한 방 먹일 기회를 엿보다’는 의미다. ‘턱에 오른손 어퍼컷을 작렬시키다’는 land a right uppercut to the jaw라고 한다.The novice boxer never landed a punch(그 신참 복서는 펀치를 한 방도 맞추지 못했다).위에서 익힌 표현을 이용해다음 문장을 영어로 옮겨 보자.1 그 젊은 여배우는 새 영화에서 주연 자리를 따냈다.2 그 회사는 뛰어난 계획으로 수지 맞는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수지 맞는 lucrative)★★★ 어느 상황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표현★★ 가까운 친구끼리는 사용해도 괜찮은 표현★ 알아두기만 하고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현(Answers)1 The young actress landed a leading role in a new movie.2 Excellent planning enabled the company to land a lucrative deal.

2011.07.12 17:50

3분 소요
우즈 따돌린 양용은의 ‘무심타’가 뭐기에

산업 일반

1998년 7월. IMF 경제위기에 내몰려 있던 대한민국은 박세리를 통해 큰 힘을 얻었다. 2009년 8월,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봤다. 넘을 수 없는 벽을 뛰어넘은 양용은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것은 지더라도 하나도 꿀릴 것 없다는 배짱, 그래서 맘 편히 질러보자는 무심타(無心打) 정신이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환호하는 양용은. 1998년 세계 여자프로골프 LPGA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박세리가 양말을 벗고 연못으로 들어갔다. 다시 없을 것 같은 감동의 순간을 우리는 양용은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양용은은 동양인 최초로 메이저 골프대회(제91회 PGA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세계 랭킹 110위 양용은이 절대 지존 타이거 우즈를 꺾을 수 있었던 비결은 초연함이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 반지를 파괴하는 막중한 임무는 흰 수염 날리는 지혜로운 마법사 간달프가 아니요, 뛰어난 검객이면서 통솔력도 갖춘 아라곤도 아닌 난쟁이 종족의 프르도가 맡았던 것처럼 말이다.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라‘70대 1.’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와 맞붙는 마지막 라운드에 임하는 자세였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메이저 14승에 미국PGA투어 70승을 쌓아 올렸다. 반면 일본투어와 유러피언투어를 떠돌던 양용은은 지난해 PGA투어 상금 순위 157위였다. 지난해 말 Q스쿨에서 공동 18위 턱걸이로 올 시즌 시드를 받았고, 3월 ‘혼다클래식’ 우승이 고작이었다.우승 인터뷰에서 그는 ‘잠을 잘 못 잤지만 1번 홀에 섰을 때 평정심을 찾았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지금껏 꿈꿔오던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이건 골프 게임이니까 타이거 우즈하고 싸울 것도 아니고, 그가 아이언 들고 나를 칠 것도 아니니까.” 캐디였던 A J 몬테치노스도 똑같이 느꼈나 보다. “양용은은 떨지 않았다. 정말 세계 정상급 선수였다. 왜냐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으니까.” 이런 걸 손자병법에서는 배수의 진(背水陣)이라 하던가? 마지막 날 라운드는 골프황제보다 2타 뒤진 채 시작되었다. 배짱 혹은 무심 타법을 전략으로 삼고 말이다. 아니 그건 전략조차 아니었을 거다.이번 경기서 양용은도 고비가 많았다. “파5 11번 홀에서 나는 세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는데 타이거 우즈는 두 번 만에 볼을 올렸고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그 순간 나와 타이거 우즈가 다른 점이라고 생각했고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다음 홀에서 타이거 우즈가 보기를 하고 나는 파로 막으면서 가능성을 보았다.”양용은은 어둠 속에서 비추는 한 줄기 약한 빛을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지난해 7번 연속 컷 탈락을 한 뒤 그립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바꾸기로 했다. 미국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길밖에 없다고 마음먹었다. 생애 처음으로 전담 코치를 두고 마음을 비워 그립부터 고치기로 했다. 이전까지 스트롱 그립이었으나 스퀘어 그립으로 바꾸는 등 새로 시작하는 마음가짐이었다. 다행히 200야드 전후의 하이브리드 샷은 4일 내내 잘 맞았다. 대회 동안 두 개의 이글을 잡았다. 필 미켈슨도 2개의 이글을 잡았으나 그는 더블보기를 3개나 범하면서 73위에 머물렀다. 대회 중 양용은의 그린적중률(GIR)은 72홀 중 55개로 1위였다. 버디도 15개를 잡아 공동 7위였다. 반면 더블보기는 단 1개에 그쳤다. 이렇게 착실한 스코어를 바탕으로 첫날 44위이던 순위는 둘째 날 공동 9위로, 셋째 날은 공동 2위까지 뛰어올랐다. 마지막은 모험을 걸어라하지만 타이거 우즈는 양용은을 상대로 여기지 않는 듯했다. 마지막 날 승부의 관건은 앞 조에 있던 메이저 3승의 포드릭 해링턴이나 세계 랭킹 7위의 헨릭 스텐슨에게 두었지 양용은은 후보에도 없는 존재였다. ‘나는 적을 알지만 적은 나를 잘 모르는 상황’이다. 양용은의 역전 드라마는 그렇게 한 홀 한 홀 전개되고 있었다.타이거 우즈가 앞서면 양용은이 간신히 따라잡는 경기 양상은 14번 홀에서 극적으로 역전된다. 3일 동안 352야드이던 이 홀이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301야드로 짧아졌다. 양용은은 전날까지 두 개의 버디를 잡았던 행운의 홀이기도 했다. 우즈는 티샷 한 방으로 온그린을 노렸으나 벙커에 빠졌다. 양용은의 샷은 그린 못 미친 벙커 바로 옆 러프에 걸렸다. 타이거 우즈의 벙커샷은 홀 옆 2.5m 지점에 떨어지면서 또 한 번의 버디 기회가 왔다. 다음은 양용은 차례. 20여m를 남기고 친 칩샷. 볼은 그린 위에 사뿐이 내려앉더니 10여m를 굴러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타이거 우즈의 기를 한 번에 꺾은 기적 같은 이글이었다. 양용은이 프로가 되어 첫 우승을 하던 2002년 SBS최강전도 이와 비슷했다. 당시 최강으로 꼽히던 최상호, 박노석 프로와 연장전 첫 홀에서 그는 이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때의 심정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겨야겠다는 생각 없이 편안했습니다. 브레이크를 읽은 뒤에 그냥 스트로크 했죠. 기적이었습니다.”다시 이번 PGA챔피언십. 마지막 18번 홀은 양용은이 한 타 앞선 채 시작됐다. 티샷은 타이거 우즈가 월등히 좋았다. 그린을 바로 공략할 수 있는 좋은 지점이었다. 양용은의 볼은 핀까지 203야드를 남겨둔 페어웨이를 벗어난 러프였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우승한 29개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의 최종 라운드 평균 타수는 68.03타였다. 타이거 우즈와 마지막 라운드에서 맞붙었던 선수들의 평균 타수는 72.5타로 무려 5타의 격차가 벌어졌다. 자칫하면 동타로 플레이오프를 치르거나 반대로 역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선두로 나선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공포의 빨간 셔츠 타이거 우즈와 맞붙었다. 그리고 한 타 앞선 상황에서 쉽사리 모험을 걸 수는 없다. 볼을 그린 주변으로 보낸 다음 어프로치를 핀에 붙여 파를 잡는 전략을 써야 할까? 양용은은 3번 하이브리드 우드를 잡았고 그대로 질렀다. 높이 치솟은 볼은 그린 앞의 높고 울창한 나무를 훌쩍 넘어 핀 옆에 떨어지더니 2m 지점에 멈췄다. 타이거 우즈 앞에서 타이거 우즈나 할 법한 과감한 샷을 날리다니. 함성이 일었다. 그리고 환상적인 끝내기 버디 퍼트. 이 상황을 지켜본 타이거 우즈는 씁쓸한 표정으로 파 퍼트를 놓치더니 보기로 마무리했다. 타이거 우즈의 전유물과 같았던 우승 후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그는 괴성까지 질러가면서 마구 해댔다. 캐디백을 번쩍 들어올리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타이거 우즈보다 더 타이거 같다’고 표현했다. 어떤 이는 ‘100m 달리기 시합에서 우사인 볼트를 10m 앞에서 달리도록 해 이긴 것과 같다’고 했다. 폭스스포츠는 ‘마이클 조던이 NBA 결승 7차전에서 종료 버저와 함께 덩크슛을 내리꽂은 것과 같은 충격’이라고 표현했다.아직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한 서구인들에게 우리는 할 말이 있다. 우리 골퍼들은 예전부터 이런 걸 ‘무심 타법’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한국인이 어려움을 극복한 방법은 70대 1에 맞붙는 배짱, 아직 12척의 배가 남았다는 긍정의 마인드,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떨친 평정심, 이런 것이 한데 모아진 타법이 바로 무심한 듯 쳐내는 무심 타법이라고 말이다.

2009.08.26 09:28

5분 소요
[권성원의 건강칼럼] 제발 ‘키드니 펀치’는…

산업 일반

김기수, 홍수환, 유명우, 알리, 타이슨…. 고단했던 시절 시름에 젖어 있던 국민들을 열광케 했던 이름들입니다. 전 국민을 라디오와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 모았던 프로 권투선수들이지요. 세월이 흐르더니, 안방을 주름잡던 프로 권투는 어느새 슬며시 멀어져 가고 요즘은 이름도 생소한 K-1인가 하는 격투기가 TV 화면을 장악해 갑니다. 롱 훅, 쇼트 블로, 잽, 어퍼컷…. 이런 용어들이 나오면 아! 권투 이야기구나! 할 것입니다. 하이킥, 로킥, 사이드킥, 플라잉킥…. K-1 이야기구나! 할 것입니다. 상대의 아래, 위, 중간 할 것 없이 가차 없이 차고 때립니다. 이 격투기에서는 한술 더 떠 육중한 무릎으로도 가격을 합니다. 권투나 K-1 격투기 용어 중 비뇨기과 의사가 들으면 끔찍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키드니(Kidney·콩팥) 펀치’란 말입니다. 즉 콩팥(腎)을 때리는 것이지요. 마이클 타이슨의 강철 주먹이 옆구리를 후려치거나 육중한 K-1 선수의 무릎이 옆구리를 강타하면 상대는 맥없이 주저앉고 관중들은 열광합니다. 해설자는 ‘멋진 키드니 펀치’라며 떠들어 댑니다. 콩팥의 병을 치료하고 보호해야 하는 비뇨기과 의사들로선 선수, 해설자, 관중 모두가 무지막지한 사람들로 보입니다. 인간을 만든 분이 하느님이든 조물주이든 분명히 완벽한 분들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그분은 최상, 최고의 비뇨기과학 권위자임에도 틀림없습니다. 그분은 생명을 지탱하는 데 콩팥의 역할이 절대적이란 사실을 아셨기 때문에 우리 몸 가장 깊숙이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에 자리 잡도록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혹시 충격을 받더라도 막아낼 수 있는 보호 장치들도 고려한 것입니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였던지 아예 여분을 생각해서 두 개로 만들었지요. 콩팥의 크기라야 길이 10cm, 너비 6cm, 두께 5cm 정도이고 무게는 150g 밖에 안 됩니다. 양쪽 콩팥 모두가 공통적인 것은 복막 뒤쪽(後腹膜)에 있어 우리 몸에서 가장 쿠션이 좋은 창자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옆이나 뒤쪽에는 아주 튼튼한 측복근과 허리 근육들이 단단히 둘러싸고 있습니다. 또한 위쪽 3분의 1쯤은 늑골로 된 상자 속에 있는 셈이 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런 물리적인 방어체제도 강력하지만, 아주 지능적인 방어망을 하나 더 구축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콩팥 속의 실질(實質)에는 지각신경이 없습니다. 그런데 콩팥의 바깥쪽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皮膜)에는 엄청난 양의 지각 신경을 깔아 놓았고, 이 신경들은 복막이나 창자에서 들어가는 지각신경들의 가지와 같이 척수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콩팥에 질병이 생기거나 충격을 받으면 심한 통증을 느끼게 한 것이지요. 현실적으로 K-1 선수의 무릎이나 권투선수의 막강한 주먹이 옆구리를 가격하면 그 충격으로 콩팥 껍질의 지각신경들은 기절초풍하게 되고 동일 가지를 통해 전달되는 창자들의 신경도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그러니 맞는 선수는 맥없이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지요. 약은 것이 인간이라 이 약점을 급소로 이용하게 됐고, ‘어떻게 하면 옆구리를 쳐서 콩팥에 충격을 줄까?’ 하고 꾸준히 개발한 것이 바로 키드니 펀치인 것입니다. 키드니 펀치나 무릎치기를 기차게 날리는 선수가 악마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의 망발일까요? 때로는 오히려 상대방 선수가 일찍 한 대만 맞고 떨어지길 기원합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옆구리 가격은 신장을 멍들게 합니다. 나중엔 신성(腎性) 고혈압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혈뇨도 나오게 합니다. 낭종이 크면 터지기도 합니다. 선수들에게 한마디 합니다. 제발 키드니 펀치는 맞지 마세요! 선수들의 옆구리에 키드니 프로텍터(Protector)를 걸치게 하면 어떨까요. 모양새는 웃기겠지만….

2007.12.12 14:16

3분 소요
클럽 페이스 닫고 어퍼컷처럼 스윙

산업 일반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의 문제점은 비거리를 내기 위해 헤드 스피드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비거리 욕심 때문에 빠른 스윙을 구사할 줄 모르면서도 적합하지 않은 헤드 속도로 볼을 맞추고 있다. 헤드 속도를 증가시키지 않고도 볼을 더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여러 해 동안, 모든 사람들은 낮은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샷이 강력한 파워를 생성한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이는 많은 백스핀을 생성한다. 백스핀이 너무 많으면 샷이 위로 솟구치게 하는 결과를 유발한다. 드로샷이 페이드샷보다 확실히 더 많은 거리를 내는 이유는 드로샷에는 백스핀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들은 볼을 치려고 할 때 ‘페이스를 돌리는데’, 이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간단히 생각하자. 업스윙을 할 때 볼을 맞추고 임팩트 순간에 페이스를 닫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당신도 프로처럼 힘찬 드라이버 샷을 할 수 있다. 어드레스 높은 탄도의 볼을 구사하려면 상체를 기울인 어드레스를 취한다. 상체를 타깃 반대 방향으로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상체를 기울이면 스윙 궤도가 낮아져 볼 바로 뒤에서 바닥에 닿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업스윙을 하면서 샷이 출발하는 각도를 증가시켜 볼을 맞출 수가 있다. 볼을 높은 각도로 출발시키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스탠스를 넓게 잡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왼쪽 어깨 바깥쪽과 볼이 나란히 올 정도로 볼을 움직여, 볼의 절반 정도가 적어도 클럽페이스의 위쪽 가장자리 위에 오도록 볼을 티에 올린다. 톱에서 백스윙에서 목표로 삼아야 할 일은 ‘기울여 셋업’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 백스윙 정점에서 왼쪽 어깨가 왼쪽 엉덩이 뒤에 올 정도로 몸을 회전시킨다. 스윙 정점에서 클럽페이스가 어떤 양상을 띠는가가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볼에 스핀이 실리는 것을 줄이기 위해, 정점에서 왼손등이 평평한 모양이 되게 한다. 이렇게 하면 다운스윙에서 클럽페이스가 닫히게 된다.만약 왼손등이 구부러졌다면(각도가 생기면) 페이스가 열리게 된다. 따라서 손등이 굽혀지면 임팩트 순간에 페이스가 열릴 가능성과 지나치게 백스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운 스윙 클럽 임팩트 순간에 페이스가 닫히기 위해서는 클럽헤드가 타깃 라인 안쪽에서부터 볼에 접근해야 한다. 만약 바깥쪽에서부터 다가가면 페이스가 열리는 경향이 있다. 어깨가 스윙 궤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어깨를 계속 닫고 있거나 다운 스윙을 하는 동안 가능한 타깃 왼쪽을 바라보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클럽이 타깃 라인 안쪽에서부터 움직여 페이스를 닫아준다. 어깨를 열어두면 페이스도 열리게 된다. 임팩트 순간, 안에서 바깥쪽으로 또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스윙 궤도를 만들기 위해 어퍼컷 펀치를 날리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이렇게 하면 상체가 타깃에서 멀어지는 자세를 만들 수 있다. 팔로 스루 이 자세는 충분히 릴리즈 해주는 것으로 볼을 가격하는 시점에서 페이스가 닫혔다는 것을 뜻한다. 이 순간에 손바닥은 아래쪽을 향할 수도 있지만, 하늘을 향해서는 안된다. 이는 페이스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윙을 한 후에 티가 깎아낸 듯이 타깃 방향으로 기울어져야 한다. 이것은 낮게 시작하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의 스윙 표시다. 지속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볼은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게 될 것이다.

2004.03.11 15:06

3분 소요
검찰 수사 또 받게 된 손길승 SK그룹 회장

산업 일반

손길승 SK그룹 회장 ‘소나기와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요즘 이 말을 곱씹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2월 검찰의 수사로 시작된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투로 치면 불의의 스트레이트를 맞은 후 계속되는 연타에 어퍼컷, 스트레이트를 계속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오너 클럽’이라는 전경련 회장 자리에까지 오른 손회장 개인에게는 일생일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손회장은 지난 8월20일에도 ‘스트레이트’를 맞았다.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SK해운 대표를 맡고 있는 손길승 회장 등 3명을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SK해운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하고 외부감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였다. 증선위는 이와 함께 손회장이 SK글로벌과 SK해운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것을 권고했다. 이미 이 두 회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손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SK텔레콤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이 있자 SK글로벌 채권단도 기다렸다는 듯 ‘한 방’을 날렸다. 분식회계와 관련된 SK글로벌 경영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손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대해 가압류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 7월 김승정 전 부회장의 퇴직금을 가압류 조치한 바 있다. 연이어 21일에는 검찰 금융조사부가 증선위의 고발에 따른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혀 손회장은 다시 한 번 검찰을 드나들게 됐다. SK글로벌 2차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SK해운 분식회계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던 전경련 회장 자리 유지 여부도 다시 들먹여지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계 총리’라는 전경련 회장이 검찰에 자꾸 불려다니는 모습이 볼썽사납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SK그룹의 이노종 전무는 “전경련 회원사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면서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날 것이고 (회장직을) 유지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밀려 불명예 퇴진을 할 수는 없다는 의미인 듯하다. 이 와중에서 손회장은 8월26일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의 사망 5주기를 맞았다. 손회장 본인으로서는 착잡한 심정일 듯싶다. 개인적으로도 최대의 위기이고 그룹으로서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사면초가이긴 하지만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다. 한마디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는 그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모두들 궁금해하고 있다.

2003.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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