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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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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으려면…[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환경을 의미한다. 최근 우리 사회 여러 영역에서 격차가 벌어지면서 해당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기회의 쏠림 현상이 보이면서 이를 우려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캐피털(VC)과 같은 위험 금융 기관들은 초기 기업보다는 안정 궤도 진입을 앞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신규 창업자보다는 여러 번 창업을 경험한 연쇄 창업자에 대한 투자를 선호한다. 스타트업 투자 업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한 투자 심사역은 위험 금융이 안정을 추구하려는 입장의 이유를 “지난 몇 년간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벤처 투자 실적이 좋지 않았고 시장 전반에 유동성이 부족했다”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창업 보육. 이곳에서 벌어지는 불공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창업 기획자들이 한때 400여 개를 넘었었지만, 시장이 포화되면서 감소하고 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창업 기획자들이 도태되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이다. 문제는 소수 창업 기획자의 시장 독과점이다. 거대 창업 기획자들이 스타트업 운영 사업을 독식하면서 중소 창업 기획자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 거대 창업 기획자가 소규모 용역 과제까지 싹쓸이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인공인 창업자들은 기회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들은 특정 배경을 중심으로 창업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요는 창업자를 많이 배출한 대학, 수도권 지역, 특정 벤처 캐피털의 포트폴리오 사 출신들이 그들끼리 기회를 공유하면서 외부에 배타적이라는 것이다.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의 낮은 편에 있는 창업자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스타트업 생태계 특성이라는 의견도 나와다른 한편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시각이 지나치다고 말한다. 그들은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시간과 사람을 꼽으며, 이는 업계 속성임을 강조한다. 창업에서 인적 네트워크의 확장은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필요한 자원 획득의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개인의 평판과 인적 네트워크는 활동의 폭과 비례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반례로 그들은 미국 실리콘 밸리 생태계를 내세운다. 실리콘 밸리는 지역 명문 스탠포드 대학교와 UC버클리 대학교 출신들이 창업하면서 태동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끌면서 오늘날 글로벌 창업의 성지로 발돋움했다. 여전히 창업자의 출신 학교는 스타트업 보육과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실리콘 밸리에 모여들면서 최근에는 인종과 국적도 인적 네크워크의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이스라엘과 인도 출신의 창업자들은 이곳에서 커다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 협력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 지역에 한인 스타트업 종사자가 많아지면서 2018년 한인 커뮤니티 ‘82스타트업’이 생겨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창업 회사 카르텔도 있다. 페이팔 창업가들의 모임 ‘페이팔 마피아’가 대표적인 예이다. 페이팔 마피아 출신으로는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리드 호프만 등이 있다. 이들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테슬라, 스페이스 엑스, 링크드인, 팔런티어 등 수많은 유니콘 스타트업을 배출하였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우려면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에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모두 존재한다. 찬성하는 이들은 대체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자들이다. 반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들은 해당 주장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주목할 부분은 어느 쪽이 옳은지보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해당 주장이 나오는 맥락이다. 예비 창업자들이 기회 불평등을 느끼고 창업을 주저하고 있다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그들의 어려움을 진지하게 듣고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그들이 호소하는 일부 의견들은 객관적인 근거가 충분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창업 인프라 격차, 초기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난항 등은 통계 수치와 현장 목소리가 일치하는 대목이다. 분명히 어떤 영역에서는 격차가 발생하고 기회 불평등의 신호가 보이고 있다.이를 해결하려면 공공 영역에서 선제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 영역에서는 이를 풀어낼 특별한 동인이 없기 때문이다. 민간 영역보다는 공공 영역에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방향키를 쥐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할 조직으로는 공공 영역이 적합하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소외된 집단이나 신규 집단이 혜택을 얻도록 해주는 대안이 필요하다. 예컨대 정량 지표 평가에 작은 변화만으로도 수혜 집단은 다양해진다. 현재 많은 창업 지원 프로그램 평가에서 고수하는 정량 평가 체계는 업력이 있거나 관련 산업계에 영향력이 있는 기업들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지역 할당이나 신규 업체에 가점을 주는 방식을 확대 적용하거나 정성 평가를 추가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은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수혜 대상의 범주와 규모에 대해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관계 집단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스타트업은 시장의 작은 신호라도 빠르게 포착하고 변화는 적극 추구하려는 특징이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시장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미숙한 소수의 불만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변화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열린 문화와 수평적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본질이 아닐까.

2025.03.30 08:00

4분 소요
CES 한국관은 어쩌다…K-스타트업 참여 놓고 설왕설래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스타트업

세계 최대 테크 행사인 CES가 막을 내린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CES 참여를 놓고 갑론을박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논쟁의 요지는 행사 참여 효과다. 한쪽에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며, 참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CES 참여가 ‘보여 주기식’ 성과로 변질되면서 더 이상 특별함이 없다고 말한다. 최근 CES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후속 투자 유치와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CES 참여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도대체 전 세계 혁신 기술의 격전지인 CES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즈음 CES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들의 활약상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거 저녁 뉴스를 통해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CES에 참가해 호평을 받는 소식을 접하곤 했다. CES에 부스를 차린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CES에 참여해 수상 소식을 전해오기 시작했다. 해가 지날수록 수상 기업은 늘어갔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오늘날 관계자들은 국내 스타트업의 수상을 당연하게 여기며, 오히려 수상 기업의 수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CES 현장에 직접 참석한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미디어에서 들리는 소식과 괴리를 보였다. CES에 대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호평은 2020년 전후가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소수의 국내 스타트업들이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당시 수상 스타트업들은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시장 성과는 투자 유치와 매출 증대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 이후 국내 스타트업들은 CES에 관심을 보이면서 대거 참여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수상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얼핏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만,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수상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특히 스타트업 보육을 지원하는 중앙 정부 산하 공기관과 지방 정부들이 CES에 앞다투어 참여한 작년과 올해 CES에 대한 평가는 혹평이 주를 이뤘다. 여러 국내 스타트업이 참여한 것은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기관들의 홍보와 실적 쌓기가 목적이라는 것이었다. 기업 홍보 대신 기관 고위 관계자의 방문이 CES 참여의 핵심이 되어버렸다는 후문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흘러다닌다. 현장에 다녀온 관계자들은 국내 스타트업들의 모습을 흡사 CES에서 열린 ‘지역 축제 장터’에 빗대어 말했다. 올해 CES 현장을 방문한 한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내년 CES 한국관에서 ‘지역 특산물 홍보 대사’ 선발 대회가 열릴 지경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해마다 ‘역대 최대 규모’, ‘역대 최다 기업’ 등 각종 미사여구로 도배되고 있는 CES. 하지만 그곳에서 드러나는 국내 참여 스타트업들의 실상은 현장 방문자들의 인식과 매우 달랐다. CES 참여 효과 어떻게 극대화할까국내 스타트업의 CES 참여와 수상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참여 방향과 수상 가치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벤처 투자자들은 CES 참여와 수상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은 지 오래이다. 일부 국내 스타트업 정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무분별한 CES 참여와 보여 주기식 실적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이 CES 참여를 두고 무조건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참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들은 최근 CES 한국관의 광경이 스타트업들을 데려간 산하 기관들이 상호 경쟁하는 각축장에 가까웠다고 꼬집어 말한다. 더불어 이제라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일관된 가치를 전달할 국가 수준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CES 참여 전후로 치밀한 준비가 부족했음을 아쉬워한다.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행사 참여를 통해 외부 자원 접근과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서는 CES 참여 기업들을 찾아 사전에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기관과 같은 공공 지원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다. 국내 스타트업을 CES에 데려가는 기관들은 인솔자가 아니라 연결자 역할을 해야 한다. 연결자 역할은 CES가 끝난 후에도 요구된다. 그들은 CES에서 맺은 인연과 기회를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 연결해야 한다. 컴업(COMEUP), 넥스트라이즈(NextRise), 트라이 에브리싱(Try Everything), 포스터브릿지(FosterBridge)와 같은 글로벌 수준의 스타트업 행사들이 국내에도 있다. CES에서 존재감을 보인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 리더들을 자연스럽게 국내에 방문하도록 이끄는 인바운드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스타트업이 CES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CES에 참여한 공공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그들의 성과 지표가 아니라 참여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혹은 매출 증대 같은 실질적 성과가 나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오늘날 CES가 주객이 전도되어 있다고 입을 모으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도떼기시장’. 올해 CES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현장 경험을 묘사할 때 이구동성으로 언급한 단어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CES가 왜 국내에서는 도떼기시장이 되어버린 것일까. 경험한 이와 바라보는 이 모두 이유는 잘 알고 있다. 문제점과 개선 방향도 충분히 공론화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CES참여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제는 변화의 몸부림이 절실하다.

2025.03.09 08:00

4분 소요
‘다가온 CES 2025’...가전 양대산맥 삼성·LG전자 AI 기술력 대거 공개

산업 일반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2025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리는 ‘CES 2025’의 주제는 몰입(Dive in)이다. 핵심 테마로는 인공지능(AI)·로보틱스·모빌리티·확장현실(XR)·스마트홈·디지털 헬스 케어·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이 꼽혔다.이 중 으뜸은 AI다. 삼일PwC는 ‘CES 2025 미리보기’ 보고서를 내고 이번 CES 2025가 ‘모든 산업을 관통하는 AI 기술의 융합 사례가 전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도 AI에 집중한 기술력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준비한 ‘CES 2025’삼성전자는 이번 ’CES 2025’에서 ‘AI 홈’이 탑재된 스크린 가전 제품군을 공개한다. AI 홈은 제품에 탑재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스마트싱스(SmartThings)에 연결된 모든 가전을 원격으로 모니터링·제어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삼성전자는 AI 홈을 기반으로 고도화된 연결성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가사의 수고를 덜어주는 ‘스크린 에브리웨어’ 비전 아래 다양한 스크린 가전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AI 홈 탑재 스크린 가전은 비스포크 냉장고와 비스포크 세탁기·건조기다.비스포크 냉장고는 9형 터치스크린을 탑재하고, 비스포크 세탁기·건조기의 경우 각각 7형 터치스크린이 적용된다. 국내향 신제품은 2025년 상반기 출시가 예정돼 있다. 스크린 기반 AI 홈을 통해 차별화된 가전 연결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문종승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은 “삼성 스크린 가전은 스크린 기반의 ‘AI 홈’을 통해 매끄러운 기기 연결 경험을 제공하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앞으로도 사용자가 가사의 수고를 덜고 폭넓은 기기 연결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AI 가전과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공조 시장도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CES 2025에서 ‘가정용 히트펌프 EHS’를 미국 시장에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EHS는 주거·상업시설의 바닥 난방과 급탕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공기열과 전기를 이용해 온수를 만들 수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보다 효율이 높고 탄소 발생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 출시 예정인 EHS 제품은 ▲200L 전용 물탱크가 탑재된 ‘클라이밋 허브 모노’(Climate Hub Mono) ▲콤팩트한 사이즈의 벽걸이형 ‘하이드로 유닛 모노’(Hydro Unit Mono)의 실내기 2종과 ▲’모노 R32 HT 콰이어트’(Mono R32 HT Quiet) 실외기 1종이다. 실내기 2종은 7형 터치스크린 기반 ‘AI 홈’이 탑재됐다.삼성전자가 점찍은 스타트업도 대거 참석한다. 삼성전자가 발굴·육성하는 C랩 스타트업 15개사는 ‘CES 2025’에 참석해 AI·IoT·디지털헬스·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C랩 15개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됐다. ▲삼성전자가 외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 12개 ▲임직원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 2개 ▲C랩 인사이드에서 분사해 창업한 ‘C랩 스핀오프’ 1개 등 총 15개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삼성전자의 C랩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시장 반응을 점검하고 전 세계의 투자자, 바이어, 유통 관계자 등을 만나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또 최신 기술 트렌드에 맞춰 AI, IoT를 적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미래 기술의 청사진을 제시할 방침이다. LG전자가 준비한 ‘CES 2025’는 LG전자는 ‘LG 시그니처존’을 통해 방문객을 맞이한다. LG 시그니처는 초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다. LG전자는 이번 CES 2025에서 공개하는 LG 시그니처 제품에 고품격 디자인과 AI 기술을 반영했다.먼저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다. 해당 제품은 투명 올레드 기술과 AI기반 식재료 관리 솔루션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문을 열지 않고도 음식물의 종류와 양을 확인할 수 있는 인스타뷰 기술은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만나 기능이 더욱 향상됐다.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의 AI관리 솔루션은 식재료 관리의 번거로움을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AI가 내부 카메라로 냉장고에 들어오고 나가는 식품을 자동으로 인식해 연동된 LG 씽큐 푸드 앱을 통해 보관 목록과 위치까지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인덕션 더블 오븐 슬라이드인 레인지에도 AI 기술이 적용됐다. 해당 제품에는 내부 카메라로 음식물을 인식해 메뉴를 추천해 주는 고메 AI 기술이 탑재됐다. 바게트와 크로와상, 머핀 등 베이커리 3종에 대해 고객이 굽기 정도를 선택할 경우 AI가 요리의 상태를 파악해 AI브라우닝 알림을 보낸다. 이를 통해 고객은 입맛에 맞는 요리를 손쉽게 완성할 수 있다.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 사장은 “새로운 LG 시그니처 라인업은 기술 혁신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초프리미엄 가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며 “고객의 일상을 특별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LG 시그니처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식물생활가전의 신규 컨셉도 선보인다. LG전자는 인테리어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식물생활가전 ‘틔운’의 신규 콘셉트 2종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반려(伴侶)식물’에 대한 고객경험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LG전자는 지난 2021년 식물생활가전인 틔운을 처음 출시했다. 이후 2022년에는 책상, 식탁 등 에 놓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를 줄인 틔운 미니를 출시했고, 3년 여 만에 새로운 디자인을 더했다. LG전자는 앞으로도 고객 선택 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스탠드 조명 타입의 틔운 신제품은 오는 2025년 하반기에 출시될 전망이다. 다만, 협탁 타입의 출시 여부는 미정이다.

2025.01.03 07:00

4분 소요
“신기한데 좀 무서워” 신한은행 ‘AI 브랜치’ 방문한 고객이 내뱉은 말[김윤주의 금은동]

은행

금융‧은행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변화에는 디지털 전환·글로벌 확장 등 내부 목표는 물론, 주요국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끼칩니다. 업계 내에선 횡령, 채용 비리와 같은 다양한 사건들도 발생합니다. 다방면의 취재 중 알게 된 흥미로운 ‘금융 은행 동향’을 ‘김윤주의 금은동’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신기하기는 한데 좀 무섭네요. 꼭 이렇게 해야 하나요?” 지난 22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AI 브랜치’에 방문한 고객이 내뱉은 말이다. 신한은행 AI 브랜치에 들어서면, AI번호표 순번발행기의 화면 속에서 ‘AI 은행원’이 고객을 맞이한다. 일반 창구가 주르륵 펼쳐져 있는 일반 은행 점포와는 다른 모습에 고객들은 생소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아직 미완성 단계인 AI 은행원을 고객들에게 선보이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8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에 ‘AI와 사람의 공존’을 콘셉트로 AI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영업점 AI 브랜치를 오픈했다. AI 브랜치는 신한은행이 지난 6월 효성티엔에스, LG CNS와 미래은행 구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한 이후 3사 공동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신한은행 AI 브랜치는 현재 활용 가능한 디지털금융 서비스에 AI 기술을 더해 구현된 미래형 영업점의 ‘테스트 베드’다. 그렇다고 실험실로만 사용되는 곳은 아니다. 현재 하루 평균 20~30명의 고객들이 AI 창구를 방문해 다양한 금융 업무를 처리한다. 100평 가량의 AI 브랜치에는 AI번호표 순번발행기 1대, 스마트 키오스크 2대, AI 창구 2개가 마련돼 있다. 우선 AI 브랜치를 방문하는 고객은 입구에서 AI 은행원을 통해 창구를 안내받고 계좌 및 체크카드 신규, 외화 환전, 제신고 등 자주 발생하는 업무들을 AI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다.이날 AI 브랜치에 방문한 본지 기자는 AI 은행원을 통해 신규 입출금 계좌 발급 업무를 처리했다. 우선 AI 번호표 순번발행기에 등장한 여성 AI 은행원에 “입출금 계좌개설”이라고 말한 뒤, 번호표를 받았다. AI 창구로 가자 남성 AI 은행원이 화면에 등장했다. 입출금 계좌개설 업무의 특성상 신분증 인증 외에 원격 상담원을 통해 신분 확인까지 거친 뒤 계좌 개설을 마칠 수 있다. 계좌개설까진 20분 가량이 소요됐다. 업무 처리 중간 “한도제한 계좌가 뭔가요?”, “체크카드 발급에는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나요?” 등의 질문도 가능했다. 신한은행 AI 은행원에는 대형언어모델이 반영된 ‘생성형 AI’가 적용돼 있어 이같은 소통이 가능하다. 다만 질문 의도에 맞는 답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질문을 처리하고 답변하는 로딩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 점포에 방문해 계좌개설을 한만큼 AI 은행원을 통해 실물 통장을 받을 수 있을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AI 창구에서 실물통장 발급과정까지 처리하기는 어려웠다. 현재 신한은행 AI 은행원의 능력치는 ‘일반행원’ 수준이다. 현재 22개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AI 은행원의 처리 업무를 연말까지 65개로 늘리고, 추후 ‘책임자’ 수준의 능력치를 보유하도록 학습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향후 AI 브랜치는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플랫폼형’ 영업점으로서 고객업무 처리 및 서비스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전문업체의 AI 솔루션과 AI 은행원을 통해 확보되는 데이터들과 AI의 학습능력을 바탕으로 보다 고도화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브랜치에는 향후 은행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AI 기술들을 테스트하는 ‘AI LAB’ 공간도 마련돼 있다. 홀로그램 등 미래 기술을 체험해볼 수 있으며 신한 퓨처스랩 기업 등 스타트업들도 참여해, AI 기술을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 방식으로 운영한다.신한은행 AI 브랜치는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토요일, 공휴일 포함 36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업무 시간도 크게 확대했다. 특히 환전 업무를 하는 고객들이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후문이다. 기존에는 뱅킹 앱에서 환전을 신청한 뒤 다음날 돈을 찾아야 하지만, AI 브랜치에서는 즉시 환전이 가능하다.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오픈한 AI 브랜치의 전신은 ‘디지로그’인데, 디지로그는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AI 브랜치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까지 접목한 공간”이라며 “추후에는 AI 브랜치를 무인화하고 텔러 직원들의 업무를 80% 이상 대체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2024.11.26 07:00

3분 소요
지역 스타트업 생존하려면…테스트베드 역할 해줄 지역 기업이 필수[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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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윌·레신저스·스퀴즈비츠·아이제스트·에이치에너지·이뮤노바이옴·인투스·캐럿펀트·티센바이오팜·휴비즈ICT. 포항공과대학(포스텍)과 포스텍홀딩스가 추천한 딥테크 스타트업들이다. 본지는 이들 스타트업 창업가 10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투자사인 포스텍홀딩스의 고병철 대표와 포항을 본거지로 하는 스타트업 창업가 심희택 휴비즈ICT 대표·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를 한자리에 모았다. 투자사와 창업가의 만남을 통해 지역 스타트업의 생존 방식과 한국 스타트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포스텍홀딩스는 흔히 말하는 벤처·스타트업 투자사인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 등과 결이 다르다. 포스텍홀딩스나 서울대기술지주 등을 대학기술지주회사라고 부른다. 대학기술지주사의 역할은 대학 또는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투자와 보육을 통해 사업화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양대 기술지주를 시작으로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해 2024년 10월 현재 80여 곳이 활동하고 있다. 대학기술지주가 투자하거나 설립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딥테크 기업이다.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 기업보다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B2B) 기업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포스텍과 포스텍홀딩스가 추천한 기업들도 대부분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딥테크 기업들이다.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배달의민족이나 야놀자 같은 서비스 기업이 드문 이유다. 고병철 포스텍홀딩스 대표는 “포스텍은 공과대이고, 종합대학의 기술지주 포트폴리오가 훨씬 다양할 것”이라며 “포스텍이나 포스텍홀딩스가 투자하거나 육성하는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기술 베이스 스타트업인 이유다”고 설명했다. 투자사 대표와 스타트업 창업가는 포항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의 어려움과 장점 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Q 투자 유치나 인력 채용 면에서 지역에 본거지를 둔 스타트업은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가 많다. 심희택 대표와 한원일 대표 모두 포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데, 일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심희택 대표 : 나는 포스코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창업 이후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준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게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지만 지역은 또 지역 기업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많이 받는 게 장점인 것 같다. 다만 투자 유치나 인력 채용은 지역 스타트업이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다. 한원일 대표 : 포스텍 대학원을 나왔고 포스텍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은 경력은 내가 창업하고 투자를 받는 데 큰 장점이 됐다. 동문 선배들이 스타트업 생태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지역 스타트업은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포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동질감이 있는 것 같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움을 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게 포항의 문화라고 생각한다.심희택 대표 : 포항이라는 지역적인 한계가 있지만 20년 넘게 포항에서 생존할 수 있던 것도 포항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디지털 트윈 기업을 인수한 후 수십억원을 투자하면서도 버틸 수 있던 것은 포스코가 지역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기꺼이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또한 포항에 있는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으로부터 기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스타트업이 생존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투자를 잘 받고 좋은 인재를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원일 대표 : 지역적인 한계 때문에 어렵지 않다. 인재 채용이나 투자 유치 등의 한계는 있지만, 티센바이오팜이 인지도를 쌓고 성장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포스텍의 지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고병철 대표 : 지역 네트워크는 그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동질성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포스텍은 한해 입학생이 360명으로 작기 때문에 서로 잘 안다. 네트워크가 상당히 탄탄한 것이다. 포항에 있는 스타트업은 포스텍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원일 대표 : 포항을 넘어 지역의 스타트업이 뭔가를 진행하는 데 돌파구를 만들려면 학교나 기업이 연결되어야 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도 도움을 줘야 한다. 이렇게 서로 잘 맞물려야만 지역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클러스터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창업하겠다고 30대 초반에 결정했고 포스텍 학생 창업팀으로 창업했다. 스타트업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는데, 포스텍에 있는 멘토 제도 덕분에 어느 순간에 성장하게 됐다. 지역 스타트업이 초기에 잘 정착하려면 학교나 기업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포스텍은 지역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잘하고 있다. 심희택 대표 : 지역 스타트업이건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이건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실증 사례다. 포스코는 그런 면에서 열려 있는 기업이다. 포스코는 외부 기업과 협업을 적극적으로 하는데 스타트업에 큰 힘이 된다. 지역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희택 휴비즈ICT 대표는 포스코 현장에서 일하다 1999년 휴비즈ICT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포스코의 협력업체로 인력소싱을 주로 했지만 2014년 포항에서 활동하던 디지털 트윈 업체를 인수하면서 테크 스타트업으로 변모했다. 포스코기술지주는 2억원의 시드머니를 휴비즈ICT에 투자했고 포스코는 기꺼이 휴비즈ICT의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줬다. 심 대표는 “포스코라는 포항의 대표적인 기업이 없었다면 10여 년 넘게 적자를 감수하면서 기술개발에 투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는 동물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포스텍에서 인공장기를 연구하다가 배양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티센바이오팜을 창업했다. 창업 2년 만에 77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할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후속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역시 바이오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한 대표는 대중화와 기술개발이 아닌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한 대표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Q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올해 R&D와 모태펀드 규모가 작아져서 대학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아주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고병철 대표 : 미국 스타트업의 역사는 반도체 역사와 같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페어차일드 반도체가 창업하고 거기서 또 인텔이 탄생하고 이와 함께 VC가 생겨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초기 미국 VC는 예일대나 스탠퍼드대 등의 대학 재단의 운용 자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한국과 다른 점이다. 한국 대학의 투자 규모가 커지려면 대기업의 참여가 필수다. 기업이 대학의 창업생태계에 투자할 때 세금혜택 등이 있으면 좀 더 활발해질 것이다. 한원일 대표 : 한때는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가 잘 이뤄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투자를 받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현재 투자 분야에서 ‘혁신’은 미래의 높은 가치보다는 주로 리스크와 실패 가능성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아슬아슬하게 혁신과 생존의 줄타기를 한다. 여태 그 균형을 잡아 주었던 자금 수주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투자가 어려우면 정부에서 신용보증이나 기술보증의 규모를 늘려주는 등 자금 확보의 기회를 확대하여, 어느정도 균형을 잡을 기회를 주면 좋겠다. 투자 시장 상황에 따라 정부 대출도 달라지는 것도 문제다. 또한 딥테크 스타트업이 기술과 서비스를 시장에 테스트할 수 있는 지원 제도가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허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심희택 대표 : 규제 샌드박스나 규제자유특구 등을 좀 더 활발하게 운영했으면 한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의 서비스나 제품이 인허가를 받는 게 너무 오래 걸린다. 스타트업처럼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기가 너무 어렵다. 투자 시장이 얼어 있지만, 정부는 창업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창업가가 실패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빠르게 순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제 지원을 받아서 성장하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 정부는 지원 대신 스타트업이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 시장의 한계는 투자자금의 40~50%가 국가에서 나오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투자사나 창업가가 모태펀드를 운용하면 펀드의 만기를 정하고 또 만기 내에서 어떻게든 회수해야만 하는 구조다. 창업 후 엑시트까지 보통 13년 정도 걸리는 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실질 투자 기간은 4~5년에 불과하다.한원일 대표 : 투자 펀드의 운용 기간을 늘리는 것에 공감한다. 펀드 운용 기간이 짧아서 투자사도 매출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 때문에 바이오 기업이 화장품이나 진단 키트 같은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티센바이오팜도 그런 것을 해야 하나 싶다. 지금으로서는 그런 선택을 하라고 시장이 굉장히 압박을 주고 있다.심희택 대표 : 한국 정부는 선진국 진입하는 과도기처럼 보인다. 스타트업 지원 예산을 비전문가들이 결정하는데 아직 스타트업 생태계를 면밀하게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생태계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려웠다. 수치만 봐도 어려운 게 보인다. 투자 분야에서 아쉬운 것은 펀드 구조상 VC들이 시리즈 B·C 등에 집중하는 것 같다.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외면당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한원일 대표 : 맞다. 티센바이오팜처럼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서 정부나 기관이 조금 더 인정했으면 한다. Q. 2025년을 조망했으면 한다. 2023년 하반기부터 올해 무척 힘들었다. 내년에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나. 한원일 대표 : 올해는 초기 스타트업들이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던 시기다. 고민이 많았다. 2023년에는 2024년에 대한 희망이 있었는데, 내년을 생각하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이 좋지 않으니 규모를 더 줄인다거나 선택과 집중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생존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본다. 내년에도 창업가들은 결정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체질을 바꿔라”라는 이야기를 올해 가장 많이 들었다. 우리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지키면서 숫자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이다. 고병철 대표 : 매년 전망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고민하는 것은 포스텍홀딩스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와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밸류업 하느냐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나아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심희택 대표 : 고 대표의 말대로 내년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창업가들은 어떤 상황이 와도 생존해야 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만 생각한다. 내년에는 좋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시기와 상관없이 스타트업은 자신만의 ‘에지(edge)’가 있어야 인정받을 것이다. Q 올해 인공지능(AI)이 중심이었다. 내년에도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나. 고병철 대표 : 그런 트렌드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포스텍홀딩스가 초기 투자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한국 시장은 규모가 작다. 미국의 경우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심사역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한 분야만 집중하면 1년 내내 투자를 못 할 수도 있다. 투자나 창업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효과적이지 않다. 그리고 올해 관심을 받았던 분야가 내년에도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관심을 받았던 분야는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갈 것이라고 본다. AI도 당연히 관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제 AI 분야는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기업이 전체 시장을 다 먹는 분야가 됐다. AI 분야에서는 이제 2, 3등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2024.11.04 07:00

8분 소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보육 공간에 탁구대가 있는 이유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조직 외부에서 혁신을 수혈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중요성과 효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입증되었다. 이에 국내 기업·지자체·공공기관·교육기관들은 앞다투어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고 있다. 그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혁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을 내부로 유치하여 조직을 혁신할 활동을 기대한다.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는 공간이다. 공간은 혁신을 받아들이고 키우는 역할을 수행한다. 조직과 기관은 다양한 이름으로 혁신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조직은 혁신 공간에 그들의 특징을 반영하여 이름을 붙인다. 이를테면 지식 센터나 보육 센터, 부트 캠프 등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실상 공간 운영 목적이라는 본질은 비슷하다. 스타트업을 보육하고 혁신을 내재화하는 것이다.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보육 공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창업자와 스타트업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보육 공간들이 과잉 공급되면서 입주 스타트업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모든 보육 공간이 같은 상황은 아니다. 어떤 보육 공간은 입주를 희망하는 스타트업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심사와 경쟁 과정을 통해 선발하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처럼 스타트업 보육 공간에서도 수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공간 제공자 중심의 스타트업 보육 공간 외면 받아 스타트업 공간은 개방과 연결을 지향한다. 보육 공간은 창업자들에게 사무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들에게 공간은 교류를 증진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매개체이다. 업계에서 스타트업 공간이 사무실이나 오피스(office)가 아니라 보육 공간 혹은 인큐베이터(incubator)로 불리는 이유다.스타트업 보육 공간은 유기적 연결을 통해 성장한다. 연구자들은 지식 파급 효과(knowledge spillover effect)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통해 스타트업 공간이 개방과 연결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지식 파급 효과는 개인이나 집단의 지식이 이웃으로 전이되면서 그들 전체의 발전이 촉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유사 혹은 동종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위치상 가까운 지역으로 모인다. 네트워크 효과는 시장을 선점한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 전체로 확산되며 자연스럽게 관련 시장 및 산업의 표준이 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적 관계 확장 과정에도 적용된다. 지식 파급 효과와 네트워크 효과는 스타트업 보육 공간에서 공유를 통한 연대 형성과 선순환 과정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적 토대이다. 같은 관점에서 공실률이 높은 보육 공간의 문제점 역시 해석이 가능하다.보육 공간이 창업자들에게 외면을 받는 가장 흔한 원인은 이용자가 아닌 제공자 입장에서 계획된 공간 구성이다. 한 유명 금융 기업이 운영하는 보육 공간을 예로 들어보겠다. 해당 공간은 마치 사설 개인 독서실처럼 모든 자리를 칸막이로 분리했다. 해당 금융 회사는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이어서 업계에서 평판은 좋지만, 정작 창업자들은 해당 공간에 입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딱딱한 사무 공간 이상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으니 창업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구획을 나눈 공간 구조는 창업자와 창업 회사 간의 대화를 단절하고, 이로 인해 창업자들 간 교류 기회도 줄어든다. 일부 공간 운영사들은 창업자와 스타트업 유치에만 집중한다. 이는 일시적으로 공실률만 낮추는 단기 해법일 뿐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창업자는 벤처 투자자, 창업 기획자, 경영 조언자 등 여러 행위자들과 어울리며 함께 활동한다. 창업자만 있는 보육 공간에서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교류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기 어렵다. 중장기 관점에서 창업자들이 보육 공간에 길게 머무를 이유가 없다. 이에 반해 창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타트업 보육 공간에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 행위자들이 함께 입주해 있다. 이는 한 공간에서 되도록이면 필요한 모든 가능성을 제공하려는 조치이다.입주 보조금 지원 조건은 공간 운영사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이다. 재무적 혜택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 유인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 오히려 성장 단계 스타트업들은 파트너 연결, 채용 기회 등 비금전적 지원이 풍부한 보육 공간을 선호한다. 상당수 지방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공간 입주 유인책으로 보조금 지원을 제공한다. 이는 정주형 스타트업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알맞지 않은 정책이다. 입주 보조금 지원 같은 일회성 정책은 공간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스타트업 공간의 핵심은 ‘이음’ 스타트업 공간의 핵심은 이음이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운영하는 프론트원과 아산나눔재단의 마루는 창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타트업 공간이다.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많은 창업자들이 지원해 경쟁률이 높다. 보조금처럼 재정 지원은 없지만 공간 내에는 다양한 무형의 혜택이 있다. 이곳에는 창업자들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행위 집단이 함께 입주해 있다. 공간 입주 선후배들 간의 끈끈한 연결을 후원하는 강력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공간의 역할은 단순한 사무 공간이 아니라 구성원 간 이음을 통해 가급적이면 필요한 모든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많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사무실에 열린 공간을 만들고 한가운데 탁구대를 두었다. 탁구에 대한 넘치는 열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탁구대는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상징이 되었다. 그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짐작할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보육 공간 운영자들도 탁구대의 의미를 새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2024.10.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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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손잡은 혁신 스타트업들의 축제 ‘슈퍼스타트 데이 2024’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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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곡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 ISC동은 4일 오후 1시가 가까워지면서 들썩였다. LG의 스타트업 발굴 육성 행사인 ‘슈퍼스타트 데이 2024’(SUPERSTART DAY 2024)에 참여하기 위한 LG 계열사 임직원들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메인 행사는 5층에서 열렸지만 1층부터 선물을 주는 이벤트와 행사 참여 등록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메인 행사장 5층에는 이날 행사에 참여한 50여 개의 스타트업의 홍보 부스가 공간을 채웠다. 스타트업 부스들이 있는 한 편에는 ‘이노베이션 스테이지’라는 이름이 붙은 강연장이 있다. 참가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유명 인사들의 강연과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피칭이 펼쳐지는 곳이다. 슈퍼스타트 데이 2024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로 마치 스타트업 축제 같은 시끌벅적한 행사로 치러졌다. 지난 8월 26일부터 LG그룹의 혁신 허브 LG사이언스파크에서 문화·혁신·예술 축제인 ‘LG 스파크(SPARK) 2024’가 3주 동안 계속된다. 9월 4일부터 5일까지 LG는 스타트업 발굴 육성 행사인 슈퍼스타트 데이 2024를 마련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향한 LG그룹의 열정을 대변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마련한 ‘슈퍼스타트 데이’는 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의 락희(樂喜)를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재해석한 ‘PLAY FIRST-즐거운 혁신이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마련했다. 이 행사에는 4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40여 개 스타트업과 LG가 지난 1년 동안 협업한 12개 스타트업이 행사에 참여했다. 50여 개 스타트업은 이 행사를 통해 LG와의 협력 및 투자 기회를 찾게 됐다. 유명 인사 강연 및 창업가 피칭 대회 진행이번 행사에 초대받은 50여 개의 스타트업은 행사장 5층에 부스를 마련해 기술력과 미래성을 홍보했다. 5층 행사장 한 편에 마련된 이노베이션 스테이지에서 총 세 번에 걸쳐 40여 개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피칭 대회가 열렸다. 4일에는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 감바랩스·디써클·메이즈·모빌린트·블랜탠저린 등 12개의 스타트업 창업가가 피칭을 했다. 5일에는 ‘바이오&헬스, 클린 테크’ 관련 스타트업들이 피칭 무대에 나섰다. 메디아이플러스·보이노시스·셀라퓨틱스바이오·아폴론·콘스탄트 등 15개 스타트업이 피칭 무대의 주인공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미래의 기술’이라는 주제의 피칭 무대가 마련되고, 브라이튼코퍼레이션·브이에프스페이스·비욘드허니컴·소프티오닉스·신선고 등 13개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피칭 무대에 올랐다. LG가 새롭게 발굴한 스타트업 40여 곳의 혁신 가능성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눈길을 끈 행사는 첫째 날 오후 4시30분부터 진행된 ‘인큐베이터 2기 12개사 성과 발표회 및 슈퍼스타트 상 시상식’이다. LG가 지난 1년 동안 육성한 12개 스타트업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행사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린컨티뉴는 국내 최초로 커피박을 활용해 비건가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LG는 LG사이언스파크 사내 카페에서 수거한 커피 찌꺼기를 함께 이용해 여권 케이스·수화물 네임택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건 가죽 제품을 제작하는 협업을 했다. 블루투스 신호를 통해 다양한 공간 정보를 제공하는 티제이랩스는 LG와 손잡고 LG사이언스파크 구내식당 혼잡도 개선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터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바벨과 원판이 없는 스마트 웨이트 트레이닝 머신을 개발한 모티는 LG로부터 해외 진출 지원을 받아 독일·싱가포르·스페인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달했다. 가장 눈길을 끈 스타트업은 우주 탐사 로봇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무인탐사연구소다. 연구소는 2016년 설립됐지만 법인으로 등록된 것은 2년도 안 됐다. 하지만 벌써 20억원 정도의 시드 단계 투자를 받아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유일의 우주 탐사 로봇 개발 스타트업이라는 특징 때문인지 국내외 관련 기업들의 미팅 요청이 많다고 전해졌다. LG는 무인탐사연구소와 협업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LG는 슈퍼스타트 데이에 참가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LG그룹 임직원 그리고 외부 파트너사 등에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한 혁신 세미나도 마련했다. 해상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배로 운반한다’는 아이디어로 ‘바다의 테슬라’라는 별명을 얻은 파워X(PowerX)의 이토 마사히로 대표, ‘페트병 뚜껑을 돌리면 라벨이 저절로 제거‘되는 재활용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환경부 공모전에서 우수상까지 수상한 스타트업 ‘푸른하늘’의 장동민(개그맨) 대표,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조영각 작가 등이 연사로 나서 도전과 혁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슈퍼스타트 데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LG그룹의 진심을 잘 보여준 행사로 평가받았다. 2018년부터 LG사이언스파크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이벤트를 매년 열고 있다. ‘LG 스타트업 테크페어’(18~19년), ‘LG 커넥트’(20~21년), ‘슈퍼스타트 데이(2022~)’ 등의 이름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26개국 270여 개의 스타트업이 행사에 참여했다.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2만5000여 명의 LG 구성원이 있는 LG사이언스파크를 테스트 베드 삼아 아이디어와 기술을 검증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LG 슈퍼스타트(SUPERSTART)의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LG는 2022년 스타트업을 실질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그룹 차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슈퍼스타트’를 출범시켰다. 같은 해 18개 스타트업을 슈퍼스타트 인큐베이터 1기로 선발하고 사업화 검증(PoC) 및 계열사와의 협업 등을 지원했다. 2023년에 19개 스타트업을 슈퍼스타트 인큐베이터 2기로 선발하고 육성하고 있다.

2024.09.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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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업 돕겠다”...오비맥주, ‘오픈이노베이션’ 참가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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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는 ‘서울경제진흥원’과 함께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2024 오픈이노베이션’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고 27일 밝혔다.오비맥주는 2019년부터 매년 서울창업허브를 운영하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창업 활성화 프로그램 ‘스타트업 밋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오픈이노베이션’이란 명칭으로 운영한다.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실천하는 오비맥주의 지속가능경영 일환으로,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상생 협력 기회를 모색해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취지다.올해로 6회째를 맞은 ‘2024 오픈이노베이션’ 모집 분야는 ▲친환경 기술/ESG ▲Tech/Analytics ▲신사업 개발 ▲자동화/업무 효율화 등 4개 영역이다. 9월 12일까지 스타트업플러스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할 수 있다.최종 선발된 기업에는 기술 개발을 위한 1000만원 상당의 사업화 지원금이 제공된다. 오비맥주와 협업을 통한 사업화 검증(PoC)도 지원한다. 더불어 ‘오비맥주 데모데이’를 통해 외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홍보 기회도 마련된다.오비맥주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발굴한 우수 스타트업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상생 협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 기업 ‘리하베스트’와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한 대체 밀가루 ‘리너지 가루’를 개발해 다양한 형태의 식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린바이오 벤처 기업 ‘라피끄’와는 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를 개발해 ‘맥주박 핸드크림’을 선보이기도 했다.오비맥주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지속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는 오비맥주의 대표적인 상생 프로그램”이라며 “지속가능경영 선도기업으로서 앞으로도 유망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오비맥주는 스타트업 및 중소 협력사와 다양한 협업 활동을 모색하며 동반 성장에 앞장서고 있다. 작년에는 2019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을 꾸준히 개최하며 스타트업과의 동반성장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온 노력을 인정받아 ‘제28회 한국유통대상’에서 상생·협력 부문 산업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2024.08.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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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스파크’ 튄다…LG그룹 인재 모여 ‘신기술’ 논의

IT 일반

LG그룹이 계열사의 신기술을 공유하며 연구개발(R&D)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외부 전문가도 초청해 기술 난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논의한다.㈜LG는 26일부터 3주간 ‘LG 스파크(SPARK) 2024’를 운영한다. 이번 행사는 서울 마곡에 위치한 융복합 연구 핵심 기지이자 그룹의 혁신 허브로 불리는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다. LG 구성원은 물론 외부 파트너사·스타트업·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문화·혁신·예술 축제다.R&D 아이디어 공유…난제 해결 논의LG는 이날 계열사의 R&D 신기술을 공유하는 ‘LG 테크페어’를 통해 ‘LG 스파크(SPARK) 2024’의 시작을 알렸다. 이틀간 외부 전문가와 난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논의할 계획이다.그동안 LG는 LG사이언스파크에서 계열사 혹은 분야별로 기술 교류 행사를 수시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8개 계열사 R&D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 현황을 공유하고 시너지 창출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 난제 해결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겠단 취지다.LG그룹은 일찍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A·B·C’ 강화를 내건 바 있다. 이는 각각 인공지능(AI)·바이오(Bio)·청정기술(Clean tech)을 의미한다. 이번 LG 테크페어에선 이 A·B·C 분야는 물론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모빌리티 ▲소재·부품까지 6개 영역에 걸쳐 총 60여 개의 전시 부스를 마련, 각 계열사의 첨단 기술과 연구 성과를 선보인다.이 자리에서 ▲AI 에이전트(Agent)를 탑재해 자연스러운 음성 대화로 집안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의 연결성을 강화한 ‘AI 허브’ ▲이산화탄소(CO2)를 전환 공정 없이 원재료로 직접 활용하는 친환경 신소재 ▲아토피 피부염 환자 대상 안전성과 증상 완화 효능을 크게 높인 치료제 등의 주요 과제를 계열사 R&D 연구원들과 공유하고 협업할 기회를 모색한다.LG는 또 미래 ‘게임 체인저’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계열사 간 경계를 넘는 융복합 R&D 워크숍을 진행한다. LG전자·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등 각 계열사의 연구위원급 전문가들이 참여해 ▲물 없는 친환경 세탁기 ▲당뇨와 비만을 관리하기 위한 채혈 없는 혈당 측정 기술 등 여러 R&D 난제에 대해 각자의 전문 지식과 연구 노하우를 공유하고 심층 논의를 진행한다.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퍼실리테이터(진행 조력자)로 참여해 워크숍을 지원할 예정이다.LG는 A·B·C 분야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한 미래 기술 세미나 세션도 마련한다. ▲김상배 MIT 교수의 ‘휴머노이드의 기술혁신’ ▲이상엽 KAIST 부총장의 ‘지속 가능 플라스틱을 위한 대사공학’ ▲강기석 서울대학교 교수의 ‘차세대 배터리’ 등의 강연을 통해 구성원들은 최신 R&D 트렌드 정보와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다.‘LG 테크페어’를 시작으로 3주간 LG사이언스파크에서 ▲각 계열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과를 공유하는 ‘DX페어’(8월 29일~30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슈퍼스타트 데이’(9월 4일~5일) ▲그룹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모여 교류하는 ‘LG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9월 9일~10일) ▲LG 구성원과 가족·산학인재·마곡 지역주민과 소상공인들까지 함께 어울려 소통하는 ‘컬처위크’(9월 11일~13일)가 잇따라 열린다.LG는 ‘DX페어’에서 계열사의 32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과제 성과를 전시하고 DX 활용 우수 사례를 공유한다. 최근 ‘엑사원 3.0’을 공개한 LG AI연구원의 배경훈 원장은 임직원 대상으로 공개한 생성형 AI ‘챗엑사원’에 대해서 소개한다. 챗엑사원은 실시간 웹 정보 기반 질의응답·문서·이미지 기반 질의응답, 코딩 등 업무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진규 LG에너지솔루션 전무, 권도혁 LG생활건강 전무 등 계열사 최고디지털책임자(CDO·Chief Digital Officer)는 ‘DX를 활용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같은 특강을 진행한다.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LGLG는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마련한 ‘슈퍼스타트 데이’를 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의 락희(樂喜)를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재해석해 ‘PLAY FIRST-즐거운 혁신이 세상을 만든다’를 주제로 개최한다. 4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40여 개 스타트업들이 미래 기술과 혁신 아이디어로 LG와의 협력 및 투자 기회를 모색한다. ▲AI 기반으로 한국어 수어를 자동으로 번역하는 ‘케이엘큐브’ ▲AI 기반으로 탈모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콘스탄트’, 음성으로 치매를 예측하는 ‘보이노시스’ 등 여러 스타트업들이 참여한다. 또한 LG가 지난 1년 동안 육성해 온 ‘그린컨티뉴’ 등 12개 스타트업들이 슈퍼스타트 데이에 참가한 기업, 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성과 발표회를 실시할 예정이다.LG는 각 계열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모이는 ‘LG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도 이틀간 열어 ▲AI·빅데이터 ▲모빌리티·자동차, ▲플랫폼·아키텍처 등 8개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유한다. 지난해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Java)의 창시자인 제임스 고슬링(James Gosling) 등이 참가한 데 이어 올해는 마이크로소프트·IBM·퀄컴·AW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개발자들이 참여한다. ‘LG SPARK 2024’의 마지막을 장식할 ‘컬처위크’에서는 LG 구성원들은 물론 지역주민·산학인재들이 즐길 수 있는 강연과 거리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펼쳐진다. LG는 LG사이언스파크 구성원 간 체력과 노래 실력을 경합하는 ‘사파피지컬100’과 ‘융합로가요제’를 올해 새롭게 선보이며 팀워크를 다지는 기회를 마련한다. 또, 모형 수상 보트를 제작해 경주하는 프로그램과 LG아트센터와 연계한 예술 특강 등을 진행하며, 컬처위크 참가자들에게 기술,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은 “LG사이언스파크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업계의 기술 발전을 이끌어 가고 있는 연구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곳”이라며 “문화·예술·과학·기술이 경계를 넘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LG SPARK’를 지속 확대해, 계열사 간 융복합 R&D 시너지를 일으키고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LG사이언스파크만의 차원이 다른 혁신 문화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024.08.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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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들, 쿠팡에 '이커머스 선두' 빼앗긴 결정적 실수들[스페셜리스트 뷰]

유통

‘1세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생존 경쟁에 휘말렸다. 11번가는 강제 매각 절차를 밟으며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비용감축을 위해 광명으로 본사를 이전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본부는 권고사직에 이어 희망퇴직까지 진행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상황은 비슷하다.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과 네이버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패션·인테리어·장보기·뷰티와 같이 특정 카테고리만을 노리는 버티컬 플랫폼들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공룡이라고 불린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그룹은 온라인에서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오히려 오프라인 시장의 위기가 야기되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발 C-커머스의 공격이 거세지는 이 시점에 한 번쯤 회고할 필요가 있다. 왜 유통공룡들은 막대한 인프라와 인원, 자금력을 갖췄음에도 현 상황에 처했는지 말이다.유통공룡들은 ‘이커머스 후발주자’가 아니다‘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신세계, 롯데 등을 ‘이커머스 후발주자’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후발주자란 사전적으로 남보다 뒤늦게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길을 떠나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실 신세계, 롯데 등은 쿠팡보다 먼저 이커머스 사업을 펼친 곳이다.롯데는 1996년 ‘롯데닷컴’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인터파크와 함께 가장 먼저 B2C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신세계가 품은 옥션과 지마켓도 각각 1998년, 1999년에 문을 열었다. 국내에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쏟아져 나온 2013년까지 PC 기반으로 성장한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은 이커머스 관련 국내 법규에 적응하며 나란히 성장해왔다.모바일 시대에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모바일과 PC의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스타트업보다 앞서 정교화된 시스템을 갖춘 상태였기 때문이다.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PC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단기간에 모바일 서비스 구현이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이 가져야 할 시스템적 기능과 많은 상품 수, 숙련된 이커머스 운영 경험을 각 사가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쿠팡의 성공 이후 이커머스 시장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물류경쟁력도 갖췄다. 이들은 오프라인 유통매장을 통해 자체 매입 재고를 다량 보유했다. 홈쇼핑계열사를 통해 자사 물류창고에서 익일배송을 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췄다. 유통공룡들은 뒤늦게 쿠팡을 보고 출발한 후발주자가 아니다.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쿠팡보다 먼저 출발했고 긴 시간 시스템을 갖춰온 개척자다. 그러나 현재 쿠팡에게 선두자리를 내줬다.유통공룡들이 선두를 빼앗긴 역사적 실수 3가지유통공룡들은 가진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선두그룹에서 계속 밀려났다. 돌이켜 보면 몇 가지 결정적인 이유들이 존재했다. 첫째는 오프라인 유통을 통한 강력한 소싱능력을 플랫폼 파워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6년 오픈한 네이버 가격비교는 온라인상에 널리 퍼진 이커머스들의 동일 상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하는 메타 플랫폼의 형태였다. 당시 인터넷 첫 화면 점유율이 높았던 네이버는 이 서비스로 쇼핑을 위해 소비자들이 자사 포털을 찾게 만들었다. 가격비교를 통한 이커머스 진입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각 플랫폼사들은 앞다퉈 네이버로 진입 시 쓸 수 있는 쿠폰을 만들어 경쟁했다. 이용자들이 ‘네이버 가격비교로 진입 시 더 싸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이후 2015년 스토어팜, 2016년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가 연이어 론칭됐다. 네이버 가격비교에 올라오는 모든 상품을 네이버의 결제수단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유통공룡들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네이버만 기억하고 쇼핑을 했다. 이로 인해 유통공룡들은 점점 더 막대한 유입 비용을 네이버에 지불해야 했다.재연동판매는 타 플랫폼에서 결제가 일어나 보유 상품의 희소성을 낮췄다. 2011년 롯데닷컴이 지마켓에 롯데백화점의 상품을 연동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G마켓(지마켓)은 이를 시작으로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상품들을 흡수하며 짝퉁이 많다는 오픈마켓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었다. 현재 쿠팡에서도 대부분의 백화점 상품이 유통공룡 플랫폼에 의해 재연동돼 판매되고 있다.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상품의 경쟁력이 자사 플랫폼의 트래픽과 재방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백화점 상품, 대형마트 상품’을 온라인에서 사려고 할 때 꼭 유통공룡이 직접 운영하는 이커머스로 가야 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둘째는 이익화에 몰두한 유통공룡들이 국내 시장 확장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역사를 돌아보면 시장 확장에 대한 중요 시점이 여럿 존재했다. ‘뽐뿌’라는 신조어가 등장, 충동적 구매가 유행하면서 가격비교를 통해 인기 플랫폼이 정해지던 2006년의 시기, 그리고 사용자 환경이 바뀐 2010년의 모바일 전환기다. 유통공룡들은 빠른 거래량 성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했던 두 시점에 이익화만 추구했다.2006년은 많은 상품 수와 낮은 가격의 오픈마켓 성장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유통공룡들은 오픈마켓과의 가격대결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간거래(B2B)를 시작했다. 이커머스의 B2B 서비스란 ‘복지몰’ 형태로 기업과 계약해 오픈하는 폐쇄몰 서비스를 뜻한다.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을 복제해 고객사에 맞게 일부 수정한 뒤 운영하는 형태다. 유통공룡들이 오픈마켓과의 정면 싸움을 하지 않은 이유는 오프라인처럼 유통형태간 경계가 분명하다는 믿음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대부분 매입판매를 하거나 위탁판매를 하는 유통공룡의 종합몰은 중개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그래서 사업분야가 다르다고 판단해 동종업계로 보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2011년까지도 롯데닷컴에서는 ‘종합몰 업계 1위’라는 키워드를 대내외적으로 사용했다. 이는 동일한 백화점 기반의 종합몰만을 대상으로 판단한 등수에 해당한다. 오프라인 유통은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의 판매상품의 경계가 뚜렷해 장소의 한계가 있다. 상품군에서도 차별성을 갖게 되지만 온라인의 경우 업태가 분명히 다르다. 상품판매의 제약이 없기에 구매자에게 종합몰과 오픈마켓의 구분에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모바일이 등장한 2010년은 새로운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한 사용자 경험이 축적된 시기다. 모바일 전환 초기 유통공룡들은 각종 법적 리스크를 줄이며 해외진출로 눈을 돌렸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정부의 규제가 구체화된 시기다. 다양한 정부사업의 영향을 받으면서 상품정보제공고시, 도로명 주소 개편,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의한 ISMS 인증,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마크업 설명의 적용 등 중요한 권고사항들에 대한 기업 내 리소스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모바일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파악해야 할 시점에 PC 기반 시스템의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모한 것이다. 또한 네이버 위주의 검색 헤게모니가 고착화되면서 각 사 트래픽의 네이버 의존도가 높아졌다. 국내 이커머스의 점유율은 팽팽한 긴장상태로 유지됐다. 이때 유통공룡들은 할인경쟁에 뛰어들기 보다 이미 완성된 PC 기반의 이커머스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을 해외로 옮겨 역직구몰을 만드는 전략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시점에 시작된 역직구몰은 2018년 전후로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해외 역시 모바일 기반의 커머스가 성장하는 시점에 PC 기반 외국인 사용자에게 낯선 국내 형태의 서비스가 만들어졌기에 지금의 중국발 C커머스처럼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셋째는 오프라인 계열사간 흩어진 온라인 역량을 물리적으로만 통합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2014년 신세계의 SSG닷컴과 2020년 롯데의 롯데온은 6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사실 완전히 동일한 통합 전략을 가져갔다. 여러 오프라인 유통계열사로 흩어진 온라인 역량을 엮어 하나의 큰 플랫폼으로서 통합 시너지를 보여준다는 모토다. 개별 서비스로 흩어진 트래픽과 회원을 모으고 상품을 모으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여러 개의 앱과 URL로 분리된 온라인 서비스가 물리적으로 합쳐지는 것만으로는 ‘옴니채널’(온·온프라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검색 및 구매하는 서비스)이 지향하는 화학적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통합 브랜드 서비스와 함께 각각 유통계열사의 브랜딩과 상품표기, 별도 진입경로 제공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따로 또 같이’의 형태가 됐다.각 서비스 ‘지점’에 대한 인식도 그대로였다. 통합된 서비스 내에서 각 계열사간 경쟁이 일어나고, 내부 시스템에서는 업태가 같아도 지점간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 온라인 단독 판매라는 형태로 오프라인과 판매경쟁해 차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점이 부족했다. SSG닷컴 내 이마트몰에만 들어가도 그냥 마트와 트레이더스를 구분하는 정도다. 신세계백화점도 존재하고 신세계몰도 존재한다. 통합을 통해 강력한 상품 소싱력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플랫폼 시너지를 내고 싶었겠지만 오히려 복잡도만 높였다.현대백화점그룹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현대홈쇼핑을 기반으로 한 Hmall과 현대백화점을 기반으로 한 더현대닷컴을 하나의 통합 사이트로 구축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사용자들은 온라인 내에서 단일화된 이커머스 브랜드와 일관된 경험을 기대한다. 그러나 Hmall과 더현대닷컴에서 백화점 상품이 모두 이중전시 및 판매됐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Hmall에서 구매하고도 더현대닷컴에서 구매했다고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유통공룡보다 잘했던 것지금까지는 유통공룡들의 패착을 살펴봤다. 이제는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유통공룡보다 잘한 점을 짚어보려고 한다. IT 기반의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마련한 것 중 하나가 조직 구조적 차이다. IT 기반의 커머스 스타트업들은 IT 역량 내재화, 적정개발, 집중도 면에서 조직적인 흐름을 잘 만들었다. 유통공룡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유통공룡들은 그룹사 내 제조업이 많아 아웃소싱 형태로 IT를 전담하는 계열사들이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스템의 개선에 대한 비용은 외주 비용으로 처리한다. 그래서 차세대 리뉴얼과 같이 시스템 기반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자주하기 어렵다. 비용 처리도 몇 년간의 감가상각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아웃소싱된 개발 인원과 몇 년 단위 투자 비용의 감가상각은 긴 시간 IT 시스템에 큰 투자를 한 것처럼 착시 효과를 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추가적인 큰 개선을 필요로 할 경우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로 인해 쉽게 추진하기 어렵다.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성장한 쿠팡 등 이커머스 사업자는 대체로 내재화된 IT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내재화된 IT 인력이 많은 경우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추가 비용 예산을 집행할 필요가 없다. 고정된 인건비 내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비용 집행에 대한 변동성이 작아지므로 사이즈를 작게, 잦은 횟수로 다양한 기술 투자를 할 수 있다.신기술 활용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AI나 메타버스와 같은 유행 기술이 떠오르면 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부터 솔루션을 받아 빠르게 적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해당 기업의 형태에 맞는 커스터마이징이나 고도화가 쉽지 않다. 경쟁사에 레퍼런스로 사용돼 유사한 기능이 퍼져 기업간 차별화를 저해한다. 내재화된 기술력이 있다면 솔루션 형태로 기술을 쓰지 않거나 솔루션을 쓰더라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형태를 선택해 맞춤형으로 개선할 수 있다.내재화된 IT 역량이 있다면, 비즈니스 상황에 맞는 적정 개발도 가능하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집해 반영한 서비스는 과잉개발로 이어져 변화의 속도가 느려진다. 실제 달성 가능한 성과에 비해서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다. 적정 범위의 개발이란 필요한 양만큼을 정확하게 구분해 같은 시간 내 효과를 극대화하는 개발양으로 개발된 경우를 이야기한다.마지막으로 IT기반의 이커머스 스타트업은 버티컬이나 오픈 시점 특정 소수의 시장에 집중했다. 쿠팡의 경우 초기에는 익일배달이 꼭 필요한 육아용품에 집중해서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성장시켰다 이후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버티컬 커머스의 경우 집중된 대상의 니즈와 사용자 루틴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기존 유통공룡은 이미 처음부터 오프라인에서 카테고리의 다양성이 높아진 상품을 모두 포괄해 만들기 때문에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정보를 제공하거나 매장에서 상품을 전시할 때 표준적으로 다양한 상품군을 포괄할 수 있도록 복잡도를 갖고 설계한다. ‘모든 것이 의미 있으면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듯이 유통공룡의 서비스에서 집중된 사용자나 상품군을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도 상대적인 한계지점이 된다. 유통공룡이 다시 선두로 가려면CJ 올리브영의 온라인 서비스 성공은 현재 대기업형 유통기업들 중에서는 눈에 띄는 사례다. 올리브영 자체의 강력한 소싱 파워를 바탕으로 확보된 매입 상품의 정보와 재고 정보를 온라인 매장과 정확하게 일치시키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물류업계에서는 ‘정물일치’라고 표현한다. 구매자의 온라인 주문 실패 경험을 없애고 오프라인과 온라인간 경험 연결을 위해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개념상으로는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만들기 쉽지 않다. 앞에서 이야기한 유통공룡들의 전략실패 순간들은 결국 온오프라인간 분리된 시스템과 분리된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올리브영 역시 오랜기간 오프라인에서 H&B스토어로서 높은 선호도를 만들어왔지만 초기에는 ‘화해’와 같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서비스들에서 선호도가 떨어졌었다. 내부적으로도 외주사를 통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오프라인 비즈니스 조직과 온라인 운영, 개발 조직이 완전 분리된 형태로 일했기에 여타 유통공룡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새 올리브영의 온라인 파워 성장이 오프라인 매출을 뒷받침했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언론보도와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올리브영의 성공은 개발 및 서비스 기획 직무자들의 업무에 대한 전사적 이해도를 높이며 최적화를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로덕트오너(PO)라고 불리는 IT 서비스 기획자 조직을 모든 비즈니스 조직에 배치시켜 사업적 요구사항을 섬세하게 잘 정리했다. 또 개발 요구사항으로 수용될 수 있게 연결고리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에서 잘했던 IT 조직의 적정 개발을 판단할 수 있는 조직에 가까워졌다. 오프라인에서 가진 강한 소싱능력이나 오프라인 시스템의 레거시가 온라인 시스템에 더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이 부분에서 시너지가 발생한 것이다.올리브영의 성장을 단순하게 ‘버티컬 서비스의 힘’으로 읽으면 오판하기 쉽다. 기존 유통공룡들이 모든 카테고리의 상품을 다루는 이커머스인 ‘종합몰’의 형태를 추구했기에 각 카테고리별로 특화된 시스템 구조도 만들지 못하고 평준화되며 핵심 상품군도 정하지 못했다.과거 나영호 대표 체제의 롯데온은 ‘버티컬’ 전략을 구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외부적으로만 버티컬처럼 카테고리를 모았을 뿐 실제 버티컬이 되기 어려웠다. 복수의 카테고리별 버티컬을 병렬적으로 만들어야 했기에 역시나 종합몰과 마찬가지로 코어 상품군을 지정할 수 없었다.그렇다면 어떤 상품군이 코어 상품군으로 지정돼야 할까. 올리브영이 큰 힌트를 준다. 바로 기존 오프라인에서 강력한 소싱 역량으로 상품 장악력을 갖고 있던 부분에서 시작해야한다. 코어 상품군이 명확하면 간편결제·익일배송·새벽배송·AI추천·통합멤버십 등 유행하는 기술과 서비스 기능의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코어 상품군에 훨씬 더 밀착된 서비스 형태를 판단하기도 쉬워진다. 이미 많은 개발과 철수를 해보면서 새로운 기능이 상품 판매의 본질을 바꿔주지 못한다는 것이 학습됐을 것이다. 코어 상품군을 강화하려는 목표가 명확해야 기술과 서비스의 정책이 탄탄해질 수 있다.물론 큰 규모의 목표를 가진 유통공룡 입장에서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다. 이미 후행주자가 된 상황에서 과거 오프라인 유통을 성장시킬 때처럼 신규로 만드는 카테고리마다 최초와 처음을 차지하며 성장할 수는 없다. 종합몰로서의 온라인 경쟁은 이미 쿠팡과 네이버 양강체제로 고정돼 승산이 없다. 이를 한 번에 뒤집을 묘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반면 코어 상품군에 집중한 서비스로의 전환은 사용자에게는 “왜 가야하는가”를 제시해준다. 서비스를 만드는 내부 인력들에게는 집중해야할 대상을 명확히 인지하게 한다. 모두가 잊고 있겠지만 쿠팡은 육아 생필품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지금도 생필품, 식재료 등 생활에 밀접한 상품들을 중심으로 판매된다. 반면에 의류의 경우 쿠팡에서는 계속 성장시키려고 노력 중인 상품군일 뿐이다.답은 나왔다. 유통공룡들이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오프라인 소싱 능력을 통해 코어 상품군을 발굴하고 비즈니스와 온라인 시스템 역량을 일관성 있게 일치시키는 조직 형태와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 물론 이들은 지금까지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비즈니스를 시스템으로 잘 구현하는 과정에서 양쪽을 다 이해할 수 있는 인재들을 집중적으로 성장시키고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유통공룡들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역설적이게도 기업의 무게를 줄이고 있는 지금이다. 사회적으로 인력과 조직의 축소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이 시기를 겪으면서도 현재를 새로운 시작점으로 잡지 못한다면 온라인 시대에서 유통공룡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이미준 프로덕트 오너(PO)/서비스기획자는_성균관대 사학 및 경영학을 전공하고 고려사이버대 융합정보대학원 석사를 취득했다. 카카오스타일과 롯데온 등에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업무를 맡았다. 2020년부터는 <현업 기획자 도그냥이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 스쿨>,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 등을 저술했다.

2024.07.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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