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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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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P500 vs 한국 코스피, 어느 쪽에 투자해야 돈 벌까

재테크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인덱스 펀드(또는 상장지수펀드) 투자를 강추한다. 안정적이면서도 좋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S&P500 지수는 지난 200여년간 지속적인 우상향을 그려 왔다. 1980년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만 하더라도 길게 보면 우상향했지만, S&P500 지수에 비하면 상승률도 낮고 변동성도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S&P500지수는 90.1% 상승했지만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46.61%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은 활황세를 띄었지만 상승폭에선 차이가 있었다. 만약 두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같은 기간 동안 투자했다면 수익률도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S&P500지수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500개 대형사로 구성된 주가지수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미국 우량기업 30개 중심), 나스닥종합지수(기술주 벤처기업 중심)와 함께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3개 주가지수로 불리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업(미국 상장사 시총 80% 이상 포함)이 포함돼있어 미국 증시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 주가지수의 흐름 차이는 갈수록 극명해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S&P500지수는 3756.07에서 4766.18로 26.8% 올랐고, 코스피지수는 2873.47에서 2977.65로 3.6% 상승했다. S&P500의 1년 상승률이 코스피의 7배에 달하는 셈이다. 미국 증시가 오르면 국내 증시도 따라 오른다는 통념을 놓고 봐도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힘을 못 쓰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 S&P500 4% 내릴 때 코스피 10% 떨어져 시장에선 한미 증시 간 탈동조화 현상(디커플링)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들어 S&P500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예고와 기술주 급락 여파로 4.3%(2일 종가 기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하락률은 10.85%로 S&P500지수 하락률의 2배를 웃돈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나라 주가 상승을 견인해온 ‘동학개미’ 상당수는 답답한 코스피 흐름에 지쳐, 미국 등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로 돌아서는 눈치다. 최근 이들의 주요 투자처 중 한 곳이 바로 S&P500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다. 지난 한 달간(1월 1일~2월 4일) 서학개미들은 ‘SPDR SP 500 ETF 트러스트(SPY)’를 1억8047만 달러(약 2166억원)어치 사들였다. SPY는 S&P500지수를 1배로 추종하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ETF다. ━ S&P500 추종 ETF, 1년 수익률 15~23%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만든 S&P500지수 추종 ETF도 서학개미들의 눈길을 잡은 상품이다. 최근 한 달간 ‘ISHARES CORE SP 500 ETF(IVV)’ 순매수 결제액은 9469만 달러(약 1136억원)로 집계됐다. 유명 가치투자자 워렌 버핏이 “재산의 90%를 S&P500 인덱스펀드(지수추종 펀드)에 투자하라”고 유서를 남긴 사실이 알려지며 SPY와 IVV도 더욱 유명세를 탔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말 기준 SPY의 1년 수익률은 15.21%, 3년 수익률 62.28%에 달한다. IVV도 1년 수익률 23.24%, 3년 수익률 20.68%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한미 증시 간 탈동조화 현상(디커플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코스피보다 S&P500을 선택하는 투자자들도 점차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글로벌 증시가 연준의 입김(긴축 예고)을 큰 폭의 조정을 겪은 만큼 2월부터 오는 3월 FOMC 이전까지는 V자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 중심으로 나타나는 반등 신호가 오미크론 확산으로 경기, 이익 둔화에 상시 노출되는 한국 등 신흥국으로 퍼지기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디커플링 현상이 연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2022.02.07 19:00

3분 소요
에르메스 가방 대신 명품 ETF에 투자해라 [이상건 투자마인드 리셋]

전문가 칼럼

저녁 식사 후 인근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사람들이 데리고 나온 많은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의 풍경이 됐다. 주변에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도 거의 사라진 것 같다. 20년 전만 해도 여름이면 몸보신 하자며 단체로 보신탕집을 찾는 게 예사였는데, 이젠 보신탕집 발견하기 어렵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반려동물이 많아지면 누가 돈을 잘 벌까. 인터넷을 뒤져 보다 손쉽게 나름의 해결책을 얻었다. 반려동물 산업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을 분석하고, 산업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ETF를 이용하면, 덜 수고스러운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대부분의 ETF는 산업의 대표기업들을 편입하고 있기에 산업과 기업 분석의 수고로움을 덜어 준다. 물론 깊은 분석을 통해 투자한 이들에 비하면 수익은 적겠지만, ETF를 활용하면 시장 성장만큼의 수익률은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최근 구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의 ETF나 명품처럼 인간의 본연적 욕망이 투사 되어 있는 소비재 분야, 콘셉트가 확실해서 장기 보유할 수 있는 ETF 등을 자주 찾아본다.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테마나 분야 중에서 성장이 예상되는 종목들을 찾는데 엄청난 투자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 성장 예상되는 분야 있다면 ETF 활용해야 앞서 얘기한 반려동물 산업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소득이 늘어나고 가구원이 줄어들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정해진 공식에 가깝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만 해도 공원 산책을 할 때,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반려동물 산업 외에 어떤 분야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의료기기 같은 것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당뇨 관리에서 혁명적인 방법으로 등장한 연속혈당측정기,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는 수술 로봇 등 의료기기 분야는 고령화가 진척될수록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ETF를 활용하면, 미국과 한국의 의료기기 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의료기기 전반에 투자할 수도 있다. 고령화 관련 산업에만 투자하고 싶다면, 미국의 ETF 글로벌X 자산운용사에서 만든 고령화 관련 ETF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명품산업에도 ETF로 투자할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유명 가치투자자 장마리 이베르야르의 ‘가치투자는 옳다’라는 책을 읽다 재미있는 대목을 발견했다. 이베르야르는 미국에서도 가치투자를 해외시장으로 확장한 선구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펀드를 26년간 운용하면서 누적 수익률 4395%이라는 빼어난 성과를 기록한 후 지난해 현업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신의 펀드에 많은 명품기업 주식들을 편입했는데, 명품의 지존 에르메스는 한 번도 사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에게는 항상 주가가 너무 비싸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에르메스의 PER(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식 수익성 지표)은 60배 정도이다. 이베르야르도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오늘날 에르메스는 지금까지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는 아마도 유일한 명품 브랜드 상장기업 중 하나일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미술품 수집가의 삶처럼, 투자자의 삶도 후회의 연속이다.’ 명품 회사 중에서 유망하고 저평가된 회사를 살 능력이 되는 투자자는 그런 주식을 사면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처럼 시간도 없고 분석 능력도 없다면, 그냥 명품산업에 투자하는 ETF를 사면 된다. 배당투자도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25년간 배당금을 증액해 온 미국의 배당 귀족주나 배당 성장주에 투자하는 ETF들도 있다. 기술주 중에서도 배당금을 잘 주는 주식들로 구성된 ETF도 있다. 관련 ETF를 보면서 필자는 아이디어가 재밌다고 느꼈다. 성장주에 속하는 기술주 투자자들이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높은 변동성이다. 그런데 기술주이면서 배당금을 잘 주는 기업들은 배당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 현금흐름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이면, 리츠(REITs,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나 부동산 ETF를 이용하면 된다. 인컴(income, 고정수익) 확보가 니즈라면 주가 변동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중요한 건 꾸준히 배당금으로 내 통장에 넣어주느냐 아니냐다. 국내외 리츠를 활용하면, 연 6~7% 정도의 수익률을 올 수 있는 투자처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 임대 수익률이 연 3~4% 남짓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리츠나 ETF를 활용하면, 임차인 고민 없이도 그 두 배 가까운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 투자 아이디어가 더 중요해진 시대 ETF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제는 투자 아이디어를 곧장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직접 종목을 찾거나 관련 펀드를 찾아서 투자해야만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투자 대상도 전 세계 기업이다.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에 적합한 국내 상품이 없으면 ETF를 통해 해외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아이디어나 콘셉트만 명확하면, 개별 기업 분석 없이도 자신이 원하는 투자 대상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전기차 ETF, 기술주 ETF 등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스마트한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투자에서 항상 등장하는 문제이지만 아무리 좋은 투자 아이디어라고 해도 반드시 투자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망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말이다. 아이디어가 옳고 그 방향이 맞아도 끈기가 없으면 주식시장에서는 돈을 벌기가 어렵다. 끈기나 인내심은 인성이나 태도의 문제이기에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학교 교과서처럼 배운다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률적으로 몇 년을 인내해야 한다는 기간 조건도 없다. 확신이 있어도 중간중간 흔들리기도 한다. 분명한 건 투자 아이디어가 짧게 기간에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당초 생각보다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것뿐이다.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뿐이다.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경제칼럼리스트

2021.10.04 09:30

4분 소요
[조원경의 ‘IF’ㅣ부자를 꿈꾸는 당신에게(4) 복권에 당첨 된다면] 우리네 인생에 ‘한방’은 없다

전문가 칼럼

성공 확률 높이는 하워드 막스의 투자철학… 자신만의 원칙 세우고 경제 사이클 꿰뚫어봐야 소박한 일상에서 탈출하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인생에 한방이 없을까’ 생각하기 쉽다. 그들이 투자에서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복권을 사는 것은 그런 꿈을 잃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투자에서 성공은 복권 당첨자를 뽑는 것과 비교되기도 한다. 두 행위의 확률이 다르기에 조금은 과장된 느낌이지만 둘 다 불확실성 하에서 확률에 의존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눈을 감고 당첨되는 공과 낙첨되는 공이 골고루 섞인 볼풀을 상상해 본다. 볼풀에서 공을 끄집어내는 순간 누군가는 당첨되고 누군가는 당첨이 되지 않는다.인생에도 선택되는 이가 있고 그렇지 못한 이가 있다. 투자성과는 여러 가능성 사이에서 선택되는 결과다. 그 가능성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그런 길을 안내해 줄지도 모르는 한 사람을 만나보자. 여기 투자와 관련한 인간 심리, 행동 변화와 함께 투자 사이클을 이해해서 좋은 성과를 만들 확률을 높여 보자는 투자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하워드 막스. 그는 월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대표적 가치투자자다. 워런 버핏도 메일함에서 그에게서 온 e메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손이 간다니 그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 워런 버핏도 신뢰하는 투자 고수 2003년 그의 메모를 읽어 본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분석에서 도출된 가장 나쁜 시나리오를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투자해야 합니다(We believe that because there’s so much we can’t know about the future, we should invest only where our analysis tells us the worst case is tolerable).그의 글을 읽으면서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뭔지 실마리를 찾고 싶다. 얼핏 보면 확률을 말하는 것 같다. 실마리를 풀기 위해 그의 저서 을 살펴보니 주제어는 타이밍이다. 우리는 시장에서 철수할 시점과 진입할 시점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투자 행동의 패턴을 익힐 때 지금 우리가 사이클의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확신할 수 있다면 투자의 승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좌절하거나 두려움과 탐욕에 사로잡혀 갈팡질팡 해도 투자와 시장의 사이클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준비해 나간다면 두려울 게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그게 말이 쉽지, 우리는 언제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고 공감한다. 1999년 어느 날. 누군가 KT 주식을 18만원에 샀다면 지금 계좌에 원금이 기존의 6분의 1만 남아 있다는 사실에 화를 낼지 모르겠다. 반대로, 우연히 9·11 테러가 난 순간 엉겁결에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을 단돈 몇 천원에 사서 40만원이 넘은 순간에 귀신같이 팔았다고 한다면 그는 주식의 귀재일까? 주식에서 인생 역전의 스토리를 느껴보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는 그것이 진정한 투자의 성공이었는지 운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워드 막스에 따르면 경기에 민감한 주식일수록 사이클이 움직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긍정적인 소리도 있고 부정적인 소리도 있는데, 양쪽 소리를 중립적으로 듣고 경기 사이클을 분명히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사는 경향이 있다. 우량주라 해도 떨어졌다고 사는 게 꼭 올바른 투자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워드 막스에 따르면 절호의 매입 기회는 대중의 인식이 현실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좋은 자산은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삼성전자가 좋은 주식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저가의 자산을 찾는 일에는 예리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삼성전자 주식이 저가인지 고가인지는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종종 객관적인 우수성을 투자 기회로 오인한다. 과거에 얼마 했는데 지금 이 정도로 떨어졌으니 사도 좋다는 것이다. 하워드 막스에 따르면 최고의 투자자의 목표는 저가 매입 기회를 갖는 것이지, 좋은 자산을 찾는 것이 아니다. 주식을 포함한 모든 자산은 가격이 적당할 때만 매력적인 것이다. 하워드 막스가 중시하는 타이밍은 현재의 투자심리에 대한 이해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지금의 투자 심리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위축돼 주가의 펀더멘털에 역행한다면 이때야말로 기회가 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온종일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살지 팔아야 할지로 고민하는 투자자의 마음을 이용하는 방송프로그램이 세상에 널려 있다. 그렇게 잘 알 것 같다면 상담자의 고충을 처리하지 말고 본인이 주식을 사서 큰 부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닐까? 세상에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은 많다. 진정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본인이 투자의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큰 흐름을 읽자는 하워드 막스의 이야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경기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를 때는 현금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세상살이에도 희노애락의 등락이 있듯이 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하워드 막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을 생각해 본다. “극단적인 시장의 움직임에는 반전이 있다.” 그렇게 말한 그도 반전이 언제, 어떻게, 얼마나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 우리 인생에 반전이 언제 올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주식은 그래서 인생을 닮은 것이 아닐까? ━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군중심리를 알아야 한다. 군중심리는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 낙관하다가 비관하고, 잘 믿다가 이내 의심도 한다. 망설이다 못 사고 기회를 놓칠까 올랐을 때 주식을 사고야 만다. 주식을 산 후에는 이내 내릴까 두려움이 엄습한다. 돈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사기를 그렇게도 바라던 마음이 어느새 팔려는 다급한 입장으로 바뀐다. 바보스럽게 누군가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행동을 하고야 만다.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마음은 결국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좋은 투자가가 되기 위해서는 흔들림이 없는 굳건한 ‘나만의 것’을 만들어 가겠다는 굳은 신조가 있어야 한다. 인생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누구나 순풍에 돛을 단 듯이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 살다 보면 역풍을 맞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인생에서 경륜을 쌓아야 하듯이 경험과 생각이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읽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하워드 막스가 말하는 성공적인 투자 철학에도 인생의 경륜이 담겨 있다. 회계·재무·경제학에 대한 지식은 투자 철학을 만드는 기초를 제공할 뿐이다. 안타깝게도 유명 경제학자가 주식을 통해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이런 공부가 투자에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란 것이다. 군중심리를 떠나 스스로의 생각이 무엇인지가 투자에서는 중요하다. 투자에 앞서 이런 공부를 하는 것과 더불어 시장을 움직이는 다른 힘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정립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맞는지 아닌지 계속 점검하며 수정하는 노력이 내공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도 투자의 경계를 넘는 분야까지 섭렵하는 것이 좋다. 투자와 동떨어진 분야에서 얻은 지식이 투자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을 만들고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관찰자의 마음으로 시장에 나가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세상에 분석할 대상은 널려 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어느 정도 굳어져 있는데 믿을 만한 누군가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자신의 생각이 맞을 확률이 높을 수 있다. ━ 나만의 것을 만들자 우리는 많은 경우 경험에서 경기 사이클의 타이밍을 발견한다. 시장의 흐름을 빨리 알아챈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익을 얻지만, 끝물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본다. 그래서 투자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현명한 자가 시작한 일을 바보가 마지막에 뛰어들어 마무리 한다’. 과열된 시장 상황에 심리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흔치 않는 능력은 성공한 투자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덕목이다. 지속적인 공부와 함께 사람의 심리를 읽는 힘에 하워드 막스는 하나를 더 보탠다. 투자에 임하는 겸손이 바로 그것이다. “성공이 누적되면 사람들은 흔히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상승장에 돈을 벌고 투자를 완전히 익혔다고 생각하지요.”그의 말을 들으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진다. 운을 실력으로 알고 돈을 더 끌어들여 망한 후 눈물 젖은 빵을 씹은 경험이 떠올라서다. “돈을 번 후에 사람들의 믿음은 그들의 생각과 본능 속에 더 커지게 마련이죠. 마침내 투자에서 자신의 판단에 대해 걱정하지 않게 됩니다.”상승장에서 수익을 못 내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게 실력이 아닌데도 착각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모두가 돈 버는 시장에서의 ‘불패론’이다. 모든 사람이 불패의 신화가 영원할 것이라고 확신할 때가 강세장의 끝물이다. 하워드 막스에 따르면 강세장과 약세장은 각각 3단계로 구별된다. 강세장의 첫 단계에서는 통찰력 있는 소수만이 상황이 좋아진다고 믿는다. 약세장의 1단계는 막연한 낙관주의 속에서 몇몇 신중한 투자자들이 상황이 언제나 장밋빛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2단계는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을 같이 할 때이다. 3단계는 거의 모든 사람이 상황을 좋게 보거나 나쁘게 보는 경우다. 당신은 강세장 1단계에서 매수해 약세장 1단계에서 매도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나?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그런 내공을 갖추기 위해서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나? 확률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기와 심리를 읽어내는 끊임없는 ‘나만의 통찰력’이 필요하다.우리는 강세장과 약세장을 정확히 알아챌 수 있을까. 답은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이다. 그런데 하워드 막스는 중요한 힌트를 준다. 신용 사이클의 흐름이다. 호황에서 거품이 일어나면 신용의 문은 활짝 열리고 부채가 늘고 투자가 늘어난다. 이와 달리 불황으로 약세장이 펼쳐지면 신용의 문은 꽝하고 닫히기 쉽다. 그래서 국내총생산(GDP) 같은 변수의 흐름보다는 기업의 이익 사이클의 변동폭이 크고 이보다는 신용 사이클의 폭이 크게 된다. 이런 투자 사이클과 관련해 투자 성공에는 어떤 덕목이 더해질까? 불확실한 미래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환율이나 주가나 금리의 미래는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영역이다. 투자자는 산업이나 기업 분석처럼 ‘알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다른 분야를 섭렵해서 아는 범위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나 초점을 좁혀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아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쯤에서 하워드 막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병 속에 있는 공에 대해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다음에 무슨 색 공이 나올 것인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사이클을 연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지요. 중요한 것은 공을 뽑을 때 흰공과 검은공이 60:40의 비율로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투자자 역시 사이클에서 자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 알고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요?”경기 사이클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확률 게임이다. 우리는 경기 사이클을 이야기 하며 선행지수·동행지수·후행지수 등을 이야기 한다. 중요한 것은 주가와 밀접한 선행지수라 하더라도 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론과 실제는 다른 양상으로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어쩌면 투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영역이라기보다는 경제와 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하는 예술이다. 이 과정에서 흔히 과거의 역사와 미래의 가치에 대한 비교가 중요할 수 있다.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때 적정 가격을 산출할 수 있는 근거는 이런 비교에서 온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 수 있으나 흐름은 오히려 반복되기 쉽다.종이와 펜을 가져와 X 축과 Y축을 긋고 우상향의 직선을 그려 보자. 경기 사이클로 오르내리면서 이 선을 관통하는 다른 선을 추가로 그 위에 더해보자. 오르내리는 선을 따라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생각을 갖고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는 그림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 속에서 나 역시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제가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기업과 시장의 성과도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 심리를 생각하며 꾸준히 공부하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평균 이상의 투자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평범한 투자자와는 달라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현명하게, 더 나은 사고를 해야 한다. 주식이 투자 대상이라면 내재가치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견해를 고수할 확신이 있어야 한다. 경제지표를 보며 누군가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하자. 당신은 오히려 ‘전망이 어두워 모두가 패닉에서 주식을 팔고 있어, 이런 기회에 과감히 사는 것이 옳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지하실이 있을지 모르나 남들이 다 두려워하던 시기가 역사적으로는 저점이었음을 과거 사례가 입증한 경우가 많다. 그 정확한 지점을 맞추는 것은 하늘의 무수한 별을 세는 것만큼 어렵다. 이론이 우리의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주지만 투자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 때로는 장기 자본과 의지력이 힘 누군가는 지금 기술적 차트를 열심히 공부하고 누군가는 심리학 교과서로 투자 공부를 할지 모르겠다. 반복되는 투자의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평범한 지식이 있다. 우량주를 적당한 가격에 사서 고생하는 경우라면 시간은 가진 자의 편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빚을 내고 산 주식이 아니라고 한다면 경기가 좋을 때 크게 올라갈 주식일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그냥 버텨라. 손실의 범위가 너무 커 손절매하기 어렵다면 잊어버리고 사는 게 상책일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때로는 주식 공부를 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는 평범한 진리다. 투자의 영역이 지적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 감성과 비이성적 충동이 시장을 움직이게 한다. 시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비효율과 효율이 공존하는 시장에서 제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투자한 돈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자본이어야 하고 과감히 버틸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주식이 아무리 타이밍의 예술이라지만 매일 주식 판을 쳐다보면 군중의 심리에 휩쓸리기 쉽다. 많은 사람이 사고 싶어 하는 주식을 알아내는 묘미를 위해서 어쩌면 당신은 경제학 못지않게 심리학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가장 큰 실수는 분석적인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에서 나올 수 있다. 하워드 막스는 투자를 단순화해서 사람들에게 투자에 대한 이해를 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반대로 ‘투자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가’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리스크는 변동성이 아니라 돈을 잃을 가능성이다. 그의 리스크에 대한 정의를 보며 인생을 곱씹어 보자. “투자에서 리스크는 사람들이 가장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 가장 크게 도사리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가장 큰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오히려 가장 작은 리스크가 있다고 확신합니다.”그래서일까? 그는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호평이 커질수록 잠재 수익은 감소하고 리스크는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증권사의 호평이 만연할 때가 매도 타임이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일 수 있겠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봐, 내 말 맞지.” 그렇게 말하다 다음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투자 앞에 모두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세상살이는 불확실성과 운이 많이 좌우한다. 세상살이가 불확실하듯이 투자의 세계도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확률적으로 미래를 준비해 나갈 뿐이다. 그런 세계에서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이다. 불황이 오면 많은 사람이 로또 복권을 산다. 로또에 당첨되면 마냥 행복할까. 많은 사람이 불행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래도 당첨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투자의 세계가 볼풀에서 공을 뽑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로또에서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은 훨씬 낮다. 만약에 당신이 로또에 당첨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매일 당첨되면 누구에게 얼마를 주고 무엇을 살 것인지를 생각하며 그것을 실낱같은 희망이라고 하며 살고 있지는 않나? 로또에 당첨된 후 삶을 유희로 생각해 쾌락의 세계로 빠져 전 재산을 날리는 불운을 겪지는 않을까? 그래서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우리는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로또에 당첨되는 상상을 하며 오늘 당신은 행복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 꿈을 빼앗고 싶지 않다. 오늘 오른 주가로 돈에 대한 걱정이 조금은 덜어져 단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일 비가 올 확률을 맞추는 것보다 내일 주가가 오를 확률을 맞추는 것이 더 어렵다. 주식시장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투자자는 얼마나 슬플까? ━ 최악의 상황 가정해 미리 대비해야 당연히 당신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주식 투자로 돈 벌 확률 보다 더 낮다. 만약에 누군가 벼락부자가 된다면 그것만큼 부럽고 샘이 나는 일도 없으리라. 얼마 전 미국에 불어 닥쳤던 메가밀리언 로또의 광풍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도 대부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안 될 바엔 차라리 아무도 당첨 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했을지도 모르겠다. 로또에 비해 주식으로 팔자를 고칠 가능성은 조금 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운에 좌우되는 세상을 인정하더라도 당신의 내공에 기대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만큼 확률을 끌어 올려 삶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막스의 의미 있는 말을 새기며 함께 인생과 투자의 세계를 생각해 보자. “내가 아는 한 가지는 내가 모른다는 것이다. 모두가 팔 때 내재가치를 보고 살 수 있는 안목을 갖는다면 최소한의 리스크로 최대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투자는 인생을 닮았다. 뜻밖의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고 뜻밖의 불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는 그의 메모처럼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게 실망하지 않고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인생도 투자도 바른 길을 걸으면서 리스크 관리에 매진해야 함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겠다. 인생에 한방은 없다. 한방이 있다 해도 리스크 관리를 잘못하면 한방에 훅 가는 게 인생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18.12.09 16:06

12분 소요
[박지웅 대표의 2018 버크셔해서웨이 주총 참관기] 8살 꼬마도 서슴없이 묻는 자본가의 축제

증권 일반

관련 회사 쇼핑데이-주총-마라톤 행사로 진행 … “우리가 모든 기회 놓치진 않을 것” 발언 인상적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는 ‘자본가들의 우드스톡 축제(Woodstock for capitalists)’라고도 불립니다. 가치 투자에 기반한 주식투자로 부를 쌓고, 이를 통해 수많은 기업을 버크셔해서웨이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인수해 지배하면서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자로 인정받는 워런 버핏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과 버크셔해서웨이에 대한 책과 자료는 많이 존재합니다. 저 또한 그런 책을 통해 위런 버핏과 그의 회사에 대해 많이 공부할 수 있었고, 기업 경영에 큰 깨달음과 통찰력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주총회 참석이 많이 기다려졌고, 팬의 심정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워런 버핏이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오마하에 가야겠구나 생각만 해왔지, 사실 오마하가 어디쯤인지도 몰랐습니다. 구글로 검색을 하면서 미국 한가운데에 위치한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작은 도시는 1년 중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이 있는 딱 한 주간에만 세계 각지에서 수 만 명이 방문합니다. 한국에서는 항공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장장 15시간 가까운 비행시간을 각오해야 오마하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5월 5일(현지시간) 열린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총은 총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하거나 소유한 수많은 기업이 자신들이 판매하는 물건을 할인가에 제공하는 ‘쇼핑데이’로 첫째 날이 시작됩니다. 둘째 날에는 버핏과 찰스 멍거 부회장이 6시간 동안 앉아서 참관객과 진행하는 Q&A가 백미로 꼽히는 ‘주주총회’가 진행되며, 마지막 날에는 오마하 근처를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 뛰는 마라톤 행사로 막을 내립니다. 모두가 고대하는 자본가들의 축제가 열리는 둘째 날에는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새벽 3~4시부터 센츄리링크(CenturyLink)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아이폰 출시를 기다리는 사람들 또는 아이돌 콘서트를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처럼 언뜻 보기에도 수천 명의 사람이 해뜨기 전부터 진을 치고 있습니다. 더 앞자리에서 아흔 살이 넘은 두 할아버지 버핏과 멍거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실로 대단한 열정과 열기의 현장이라고 느껴졌습니다. ━ 새벽 3시부터 줄 서서 기다려 인파를 뚫고 주주총회장에 들어가는 순간, 할 말을 잠시 잃고 넋을 놓고 풍경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클래식하게 디자인 된 단상을 중심으로 1~3층에 걸쳐서 빈 자리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자리한 수 만 명의 인파가 장관이었습니다. 콜드플레이나 마룬파이브와 같은 글로벌 스타의 콘서트도 아니고, 단지 이 두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기 위해, 두 할아버지가 여섯 시간 동안 조곤조곤 말하는 것을 듣기 위해 전 세계에서 왔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파였습니다. 중간중간에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소유한 회사들의 로고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왜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총을 ‘자본가들의 우드스톡’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아침 8시30분에 시작된 주총은 약 40여분 간 비디오를 상영하는 것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소유한 회사들의 광고를 중심으로, 실제 버핏이 출연하는 다양한 콘셉트의 유머러스한 내용을 담은 영상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 메이웨더, 케이티 페리,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등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카메오로 출연하고, 버크셔해서웨이가 소유한 자회사의 경영자를 칭송하는 개사된 노래가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끝이 납니다.그 후 장막이 걷히고 존경과 칭송을 받는 두 명의 할아버지가 나와 책상에 앉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Good Morning)”로 버핏이 유쾌한 인사를 건네자, 장중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두 할아버지는 주주총회 내내 코카콜라와 시즈캔디를 먹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중간에 점심시간 한 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약 5시간 30분 동안 60~70개 정도의 질문에 직접 답변합니다. 질문은 크게 세 개의 그룹에서 돌아가면서 나오는데 기자와 애널리스트, 그리고 주총 참석자 순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먼 길에서 발걸음 한 모든 참석자가 질문을 하고 싶어 하기에, 당일 아침에 미리 주총 참석자 중 추첨을 통해서 섹션별로 돌아가면서 질문을 합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중국인 펀드매니저, 평범한 미국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써온 글을 또박또박 읽어나갔던 8살 꼬마 숙녀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어떤 질문에도 버핏은 성심 성의껏 대답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버핏이 먼저 대답한 뒤에는 항상 “찰리(Charlie)?”를 불렀고, 외국인은 이해하기 난해한 미국식 유머를 짧고 임팩트 있게 던지던 멍거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8살짜리 꼬마 숙녀가 90살이 다 되어가는 버핏에게 “왜 예전처럼 자본효율적인 비즈니스에 투자하지 않고, 설비투자가 많은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비중이 커지고 있나요?”라고 또박또박 질문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 어려운 질문에 쉽고 짧게 대답하는 워런 버핏 주총 때 나왔던 다양한 질문은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다뤄진 적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버핏의 주총에서 항상 나오는 단골 질문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승계에 대한 이슈, 기술 기업의 시장 영향력 확대에 따른 버핏의 생각, 최근 애플 주식의 대량 매입과 구글 또는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질문, 투자한 회사 중에 문제를 일으킨 웰스파고 같은 건에 대한 이슈, 버크셔해서웨이 자체의 사이즈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나오는 이슈 등입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에 대한 버핏의 부정적인 관점, 주총 전후로 이뤄졌던 테슬라 일론 머스크와의 ‘해자’ 개념을 둘러싼 논쟁 등이 화제가 됐습니다(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는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뛰어난 제품, 경쟁사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시장점유율을 뜻함). 그동안 버핏에 대해 공부하면서 훌륭한 투자자가 되는 것,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올해 그를 직접 보면서 재확인한 버핏의 특장점은, 어떠한 즉흥적인 또는 난이도 높은 질문에도 답변 내용이 어린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단하고 쉬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쉽고 짧게 설명할 수 없고 어려운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게 마련입니다. 버핏은 자신이 소유한 수많은 기업에 대해, 자신을 둘러싼 정치·경제·금융·사회, 그리고 사람과 경영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바로 대답했습니다. 그것만 봐도 버핏의 고민의 깊이에 대해 가늠할 수 있을 듯싶습니다.물론 일각에서는 버핏의 성과 또한 버핏이 살아온 시대적 특성으로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산업의 고도 성장기, 주식시장의 탄생과 성장기에 그가 있었기 때문에 수혜를 많이 입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최근 기술주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기술주에 많이 투자하지 않은) 버핏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서조차 버핏과 멍거가 대답한 내용을 떠올려보면, 왜 사람들이 버핏을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들과는 전혀 다른 급으로 여기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버핏의 언급 중에 하나는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많은 기회를 놓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회를 계속 놓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비밀이지요”라는 말이었습니다. 10타수 10안타 치는 투자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강한 확신과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 솔직함과 자신감 엿볼 수 있어 버핏은 단순히 뛰어난 투자자이기 전에 훌륭한 사람이고, 우리가 그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 또한 단지 투자 기법이나 종목 선택 기준이 아니라 그의 인생 자체, 살아온 궤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인품과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도착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조용한 작은 도시였지만, 버핏의 행적이 곳곳에 깃든 ‘오마하’는 살아가면서 한번쯤 반드시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은 - 1982년 15명 모여서 시작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는 매년 5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에 열린다. 이 주총이 유명한 건 버크셔해서웨이의 회장이 워런 버핏이고 그가 직접 주총에 참석해 질문에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1982년 첫 주총은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주주 15명이 모여 진행했다.주총에 참가하려면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이거나 아니면 주주에게 배당되는 초청장 4장 중 한 장을 얻어야 한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은 A주와 B주로 나눠져 있다. 일반주, 우선주로 나눈 것은 아니고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일반주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의결지분을 잘게 쪼갠 B주를 만들었는데 A주 의결권은 B주보다 20배 많다. 5월 14일 현재 A주는 29만8770달러로 3억원이 넘는다. B주는 199달러로 20만원이 좀 넘는다. A주를 단 1주라도 보유한 투자자나 법인은 3000명이 안 된다. 주식을 매입해서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으면 해마다 주총 초청장이 온다. 항공편과 숙식 등은 참가자가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투자자 사이에서 워런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린다. 버핏의 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기 때문이다. 우량 기업에 투자해 오랜 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은 1962년 처음으로 섬유회사였던 버크셔해서웨이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3년 후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는 당시 버크셔해서웨이가 자산을 팔아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워런 버핏은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자신이 매집한 지분을 회사에 되팔려고 했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고 워런 버핏은 자신이 직접 회사를 경영하기로 결심했다.버크셔해서웨이는 철도, 항공기 부품, 각종 소비재 회사를 직접 인수한 거대한 지주회사인 동시에 알짜 기업들의 주식을 대거 소유한 투자회사기도 하다. 최근에는 기업을 직접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경영에 직접 관여하진 않는다.

2018.05.19 14:58

6분 소요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워런 버핏이 중국 증시에 투자한다면

증권 일반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서 중국에 대한 질문 쏟아져...거리전기·마오타이·항서제약 등 관심 지난 5월 5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가 열렸다. 변변한 중국 식당도 없는 이곳에, 자본주의의 축제로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렷다. 워런 버핏이 수천만 중국 투자자들의 우상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주총회는 약 5만 명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주가 참석했는데, 이 중 중국인 주주가 1만여 명에 달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의결권에 따라 A주(약 30만 달러)와 B주(약 200달러)가 있는데, B주를 보유해도 1주당 4장의 입장권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중국 투자자가 B주를 매수하거나 다른 주주의 입장권을 얻어서 주주총회에 참석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B주를 사고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중국 투자자들은 한 눈에 구별이 가능했다. 외모보다는 연령과 옷 차림새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인 주주들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휴가를 보내는 듯한 모습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이와 달리 중국 투자자들은 20~30대가 많았고 대부분이 정장을 차려 입고 비즈니스 미팅을 온 듯한 모습이었다. 뉴욕에서 15억 달러의 펀드를 운용하는 장윈도 전형적인 중국 투자자의 모습이다. 장윈은 16여년 동안 주로 중소형주에 투자해온 가치투자자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10여년 전부터 보유했고 2007년부터 매년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장윈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했지만, 배울 게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계속 참석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투자자들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중국 투자자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 참석한 중국 투자자 급증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중국 투자자들이 증가하자, 중국에 관한 주제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의 주요 주제로 떠올랐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몇 명의 중국인 주주가 질문을 했고 이들 외에도 중국에 관한 질문이 여럿 나왔다. 첫 번째 질문자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물었다. 버핏은 세계가 중국과 교역하는 것이 윈-윈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극도로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을 작게 본 것이다. 버핏은 무역에서의 의견충돌 때문에 미·중 양국이 세계의 번영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초강대국일 것이며 미·중 양국이 공통 이익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른 질문자는 만약 버핏이 신흥시장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버핏은 미국 시장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라며 올해는 신흥시장에 투자할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계속 자신에게 중국 주식투자를 늘리도록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에서는 이 대목에 주목하며 버핏이 과연 중국에 투자할 것인지를 크게 다뤘다.다음 질문자는 더 직접적이었다. 중국 주식 투자를 기피하는 원인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버핏은 투자 결정 때 가장 먼저 미국 기업 혹은 미국 경제와 비슷한 시장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버핏은 수많은 투자자가 중국이 가져온 기회를 놓쳤다며 원인은 투자자들이 중국의 상황에 대해 적응하지 못했고 중국 투자가 너무 복잡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으로 떠오른 텐센트에 관한 질문도 있었다.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향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겠는가를 묻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버핏은 결제 시스템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잘 모른다면서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훌륭하게 경영하고 있다고 밝혔다.인공지능에 대한 질문에서는 버핏은 인공지능을 평가할 만큼 잘 알지 못하지만, 인공지능이 투자에서 큰 수익을 가져다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끝난 후 중국 언론에서는 버핏이 중국에 투자한다면 어떤 주식을 매수할 것인지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오는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MSCI 지수에 중국 A주 대형주 230여 종목의 시가총액 5%가 편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더 높았다. 그런데 버핏이 중국 기업에 투자를 하더라도 A주에 투자하기보다는 홍콩에 상장된 H주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버핏은 두 차례에 걸쳐서 중국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한 적이 있는데, 모두 H주를 매수했다.가장 대표적인 투자는 페트로차이나에 대한 투자다. 2002년과 2003년 버크셔해서웨이는 4억8800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 최대 정유 업체인 페트로차이나의 지분 1.3%를 매수했다. 그때만 해도 버핏의 투자는 위험천만해 보였다. 페트로 차이나는 임직원도 지나치게 많았고(약 40만 명) 새로운 유전 개발도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주가도 낮았다. 버핏은 1.1~1.6홍콩달러에서 페트로차이나 주식을 매수했다. 그런데 유가가 상승하고 막대한 매장량을 가진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서 페트로차이나 주가가 급등했다. 2007년 페트로차이나가 중국본토 A주에 상장할 때, 중국 개인투자자들은 48위안에 페트로차이나를 쓸어 담았다. 역사적인 고점이었다. 이후 페트로차이나는 한 번도 상장가를 회복하지 못했다(당시 위안화와 홍콩달러 환율은 약 0.88대 1이었다. 48위안은 약 54홍콩달러에 달한다). 이와 달리 버핏은 같은 해 페트로차이나를 12홍콩달러 이상의 가격에서 매도했다. 결국 4억8800만 달러를 투자해서 약 35억 달러를 벌었다. 바로 버핏이 중국 투자자들에게 추앙받는 이유 중 하나다. ━ 페트로차이나 매매로 고수익, BYD 보유 중 2008년에는 찰리 멍거가 버핏을 설득해서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의 지분 10%를 매수하게 했다. 버핏은 지금도 BYD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BYD 투자는 멍거가 왕촨푸 BYD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BYD에 2억32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지분가치가 19억 61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온다. 9년 동안 7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만약 버핏이 중국 주식을 매수한다면 어떤 주식을 고를까. 버핏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경제적 해자를 가지고 있으며 설비투자를 위한 자본 지출이 낮은 기업을 선호한다. 중국 증권계에서는 거리전기(가전)·마오타이(바이주)· 항서제약(제약)·쌍회이발전(식음료)·화동의약(제약)·청더루루(식음료)·하이캉웨이스(전자)·양허주식(바이주)을 버핏의 투자 가능성이 큰 주식으로 꼽았다. 모두 해당 산업에서 일정한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업종 선두기업이다. 워런버핏이 중국 주식에 투자한다면 빨리 따라하는 게 좋을 듯하다. 2008년 9월, 버핏이 BYD를 8홍콩달러에 매수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BYD 주가는 70홍콩달러를 넘어섰다.※ 경제적 해자 - 경쟁사로부터 기업을 보호해 주는 높은 진입장벽과 확고한 구조적 경쟁 우위를 말한다. 해자(垓子, moat)는 원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곽을 따라 파놓은 못을 가리키는데,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해자에 비유한 용어가 바로 경제적 해자다. 워런 버핏이 1980년대 발표한 버크셔해서웨이 연례보고서에서 최초로 주창한 투자 아이디어로 기업의 장기적 성장가치의 척도가 된다. 경제적 해자의 판단 기준으로는 무형자산, 네트워크 효과, 교체·전환비용, 비용절감의 우위, 규모의 경제, 신규 진입 요인이 제한된 시장의 선점 등이 있다.※ 김재현 zorba00@gmail.com -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공저) 등이 있다.

2018.05.13 13:23

5분 소요
필립 프로스트 옵코헬스 회장

CEO

의사이자 투자자이며 발명가이기도 한 필립 프로스트 박사. 제네릭약품사업의 세계화를 이끈 프로스트 박사는 워런 버핏에 버금가는 수준의 효율성으로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다시 이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대부분의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야자나무가 갖는 위상은 뉴욕시의 비둘기에 비견될 수 있겠다. 어딜 가도 야자나무가 있지만 이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필립 프로스트 박사(Dr. Phillip Frost·80)는 예외다. 자신의 흰색 7시리즈 BMW 차를 타고 사무실로 가는 동안, 마이애미의 두번째 부자로 이곳에서 50년을 살아온 프로스트 박사는 포장도로의 틈새로 삐져나온 잡초처럼 자라는 12종이 넘는 야자나무에 대해 기자에게 끊임없이 설명을 해줬다.“저기 야자나무에 달린 과일이 보입니까? 노란색이지요. 그러면 종려나무인 겁니다. 아름답지 않나요? 그리고 저기 앞에 있는 것은 대추야자입니다. 이건 비로야자인데, 코끼리 귀 모양같은 부채꼴을 하고 있지요. 그리고 저건 꽃을 피우고 있는 사발팔마토입니다. 예쁘지 않나요?” 찌는 듯한 무더위의 날씨에 과시적 소비가 특징인, 모든 이들이 창문을 연 채 에어컨과 라디오 볼륨을 최대로 튼 채 운전하는 도시 플로리다에서, 식물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관심과 끊임없는 배움에 대한 욕심을 지닌 프로스트 박사는 비정상의 범주에 속한다. 프로스트 박사는 사업가이자 투자자이, 학자, 발명가 그리고 열렬한 예술과 과학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80대에 접어든 겸손한 성품의 프로스트 박사와 함께 있어본 사람들은 많은 야자나무 종류처럼, 언뜻 평범해 보이는 디테일에 세세하게 관심을 쏟는 것이야말로 바로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하는 박사의 묘한 능력의 원동력이라 입 모아 말할 것이다.프로스트 박사는 면허를 소지한 피부과 의사이자 활력이 넘치는 사업가로 옵코헬스(Opko Health)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중견 제약·의료진단기업 옵코헬스는 만성신장질환과 전립선암진단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전도유망한 치료법을 보유하고 있다. 옵코헬스가 2016년 매출 12억 달러를 기록했고 5000만 달러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프로스트 박사는 키파마수티컬스, 아이백스 그리고 테바파마수티컬스와 같은 제약산업의 선구자들을 포함해 자신이 이제껏 노력을 기울였던 그 어떤 업체보다도 옵코헬스가 의료계에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옵코헬스의 주식이 지난 18개월 동안 39%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를 다소 자기중심적인 주장이라기보다는 현대의 제네릭제약사업을 창조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의 입에서 나온 대담한 선언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 제약업계 CEO이자 노련한 가치투자자 “우리는 각각의 매출이 10억 달러 이상, 어떤 경우에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대여섯 개의 제품을 거느린 기업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비뇨기과, 신장내과, 유전학, 바이오레퍼런스 그리고 노화·대사증후군 등 옵코헬스의 핵심시장 다섯 가지를 서로 겹치는 원 모양으로 나타낸 자료를 가리키며 프로스트 박사가 말한다. “우리가 화이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성장호르몬의 경우, 35억 달러 규모의 시장입니다.”제약업계에 몸담은 동료들의 대부분과 달리 프로스트 박사는 노련한 가치투자자의 마인드를 갖고 있다. 이러한 마인드는 분자생물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회가 왔을 때 재빨리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하는 성향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돼 있다. 프로스트 박사의 사무실 책상에는 각종 홍보자료와 제안서가 놓여 있다. 이중 평판스크린에서는 블룸버그 채널이 박사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주식종목 수십 개를 깜빡이는 녹색과 빨간색으로 보여주고 있다. “프로스트 박사는 보건의료산업에서 스스로를 어디에 포지셔닝해야 할지에 대해 정말 대단한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베테랑 헤지펀드매니저로 1990년대부터 프로스트 박사의 기업에 지분을 소유해온, 오라클파트너스의 래리 파인버그가 하는 말이다. “박사는 옵코헬스를 지주회사로 보고 있습니다. 보건의료산업의 버크셔헤서웨이격인 셈이지요.”한편 옵코헬스와 여타 기업체를 통해 프로스트 박사는 보건의료계에서 멀리 떨어져나왔다. 담배제조사 리게트 및 상업용부동산중개업체 더글라스엘리맨을 산하에 거느린 벡터그룹부터 시작해 고급증류주를 생산하는 캐슬브랜즈·투자기업 라덴버그탈만에 이르기까지 수십개의 상장·비상장기업에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스트 박사는 수많은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에도 투자했다. 예를 들어 데이터융합업체, 드론정찰서비스제공업체, 그리고 대학시절 룸메이트로 스탠포드의과대학의 저명한 심장전문의인 사이먼 스털저가 창업한 바이오테크기업 바이오카디아 등이 있다. 바이오카디아는 심장발작으로 손상을 입은 심장을 다시 젊게 만드는데 줄기세포를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 순자산 50억 달러 보유자로 사회공헌 활동 활발 80세의 나이에도 지칠 줄 모르는 프로스트 박사는 순자산 50억 달러의 고지를 넘어서고 있으나, 자산을 일구는 것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이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프로스트 부부는 자녀가 없지만, 프로스트 박사와 아내 패트리샤는 직접 관여하는 사회공헌활동과, 수억 달러의 자금을 바탕으로 마이애미를 해변, 골프장, 핫한 남미-카리브해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도시에서 예술과 진지한 과학의 메카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미션을 수행 중이다.가난한 소년이 큰 성공을 거두기까지, 프로스트 박사의 인생 여정에는 많은 뜻밖의 행운이 작용했다. 대공황이 한창이었던 1936년 프로스트 박사는 사우스필라델피아 출신으로 신발가게를 운영했던 가족의 3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특출한 학생이었던 프로스트 박사는 입학조건이 까다로운 필라델피아의 센트럴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 입학해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다. 대학교 2학년을 파리 소르본느 대학교에서 공부한 후,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구내식당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났다. 이때 뉴욕시의 ‘앨버트아인슈타인’이라는 신생 의과대학에서 장학금을 제공하며, 모교인 센트럴고등학교의 졸업생이면 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프로스트 박사는 지원했고 전액장학금을 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앨버트아인슈타인은 곧 미국 최고의 의과대학으로 손꼽히며 명성을 쌓게 되었다.프로스트 박사가 전공으로 피부과를 택한 것도 우연의 요소가 작용했다. 대학교 시절 프로스트 박사는 팔꿈치에 보기 흉한 사마귀가 생겼는데, 그때 마침 펜실베이니아대학에 칸타리스라고도 알려진 칸타리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던 교수가 있어 이 교수를 찾아가 사마귀를 없앨 연고가 있는지 문의했다. 이때 사마귀를 치료해준 교수는 훗날 프로스트에게 펜실베이니아대학 피부과의 대학원생 레지던트직을 제안했다. 레지던트를 마치고 미 국립보건원의 공중보건국에서 소령으로 2년 동안 복무한 후, 프로스트 박사는 1966년 마이애미대학의 피부과 교수로 채용됐다. 의과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끝없는 호기심을 채울 수 없었기에, 박사는 밤이면 피부생검을 위한 일회용 기구를 발명하는 일에 몰두했다(이 기구는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1969년이 발명품을 마일스래버러토리스에 판매하기 위한 협상을 하던 중 프로스트 박사는 언변이 뛰어난 젋은 변호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마이클 자하리스(Michael Jaharis)였다. ━ 제네릭약품 사업에 뛰어들어 억만장자 등극 프로스트 박사와 자하리스의 우정은 자하리스가 로펌을 그만두고 박사가 사들인 초음파를 이용한 새로운 치아세정기 사업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결정하면서 사업파트너의 관계로 발전했다. 프로스트 박사가 개업한 피부과는 손님으로 북적였고, 이중에는 배우 재키 글리슨도 포함되었다. 한번은 자신이 박사의 어머니와 같은 병원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글리슨이 어머니의 병실을 장미꽃으로 가득 채운 일도 있었다. 1972년 프로스트 박사는 마이애미 마운트시나이메디컬센터의 피부과 과장직에 올랐다.그해 또다른 우연의 만남이 있었다.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마이애미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프로스트 박사는 키파마수티컬스의 고위임원이 된 옛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났다. 당시 키파마는 감기치료제를 주력으로 하는 제약업체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뉴욕에 도착했을 때쯤, 우리는 약간의 현금과 발명품을 갖고 제가 하던 작은 사업을 상장기업인 키파마와 합병하자는 데 동의했습니다.” 키파마는 프로스트 박사와 자하리스가 상당한 부를 구축하는 문을 열어줬다. 주력상품이던 천식약의 제형을 원래 기침억제제와 섞었던 형태에서 천식만을 치료하는 서방제로 바꾼 테오듀는 미 전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천식약이 되었다. 후속제품으로 키파마가 내놓은 심장질환치료제인, 최초의 니트로 글리세린서방형 패치 니트로듀 역시 큰 히트를 쳤다. 결국 1986년 셰링-플라우가 8억3600만 달러에 키파마를 인수했다. 그 당시 자하리스와 프로스트 박사는 포브스 400대 부자 순위에 올라있었다. 50세였던 프로스트 박사는 순자산이 최소 1억5000만 달러(오늘날 달러가치로는 3억3000만 달러)였으며 셰링-플라우의 최대 개인주주였다.그러나 은퇴하고 배당금을 받는 대신, 프로스트 박사는 아이백스(Ivax)를 창업해 당시 초창기였던 제네릭약품 사업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1990년대 초반 마진이 낮은 제네릭약품 사업이 품질에 대한 논란으로 언론의 포화를 맞고 있을 때, 프로스트 박사는 선견지명을 갖고 제네릭약품기업을 인수했으며 국제무대로 사업을 확장했다. 다시 한 번 프로스트 박사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인맥을 활용했다. 한 예로 1994년 박사는 체코공화국 최대의 제약기업으로 손꼽히는 글라니아(Galena)를 인수했다. 마이애미와 토론토에 이르는 자신의 광범위한 인맥을 활용해 당시 체코공화국 대통령이었던 바츨라프 하벨과 막판회동을 성사시켰던 것. “저는 대통령에게 ‘보십시오, 우리와 계약을 체결한다면 우리는 1200명의 직원 중 적어도 900명의 일자리를 보전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하벨 대통령의 관심이 최고가에 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아닌 일자리를 지키는 것임을 눈치빠르게 알아챈 프로스트 박사의 말이다. 아이백스가 고작 5000만 달러의 가격에 성사시킨 이 매수계약에는 최고위치의 부동산, 구소련공화국 모두에 퍼져있는 자회사들 그리고 은행금고의 2000만 달러가 포함되었다.“박사님은 아이백스를 국내제약기업에서 글로벌 제네릭-제약기업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파인버그의 말이다. “미국 시장의 예측할 수 없는 변수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제네릭과 전매약품 모두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실로 높은 가치를 지닌 자산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05년, 이스라엘의 테바파마수티컬스가 아이백스를 76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프로스트 박사는 처음으로 억만장자의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박사가 세운 제국의 중앙지휘본부는 마이애미 시내 비스케인 불러바드 4400에 위치한 본인 소유의 유리와 철재로 만들어져 일렁이는 빛을 내뿜는 15층 건물이다. 15층 임원실의 벽에는 박사가 보유한 주식상황을 추적하는 자막뉴스기기 아래 아름다운 액자장식이 된 사진들이 걸려있다. 1980년대 중반 마이애미의 베이프론트파크 도서관이 철거될 당시 프로스트 박사가 구해낸 원화에서 고른 사진들로, 세계2차대전 무렵 아르데코 마이애미비치의 사진들이다. 프로스트 박사의 사무실 바로 밖에는 유리로 둘러싸인 ‘아트리움’이 있는데, 이곳에서 박사는 매일 고위임원들과 점심을 함께 한다. 이중에는 아이백스의 공동창업자로 먼저 세상을 떠난 찰스 샤오의 아내이자 MBA학위를 소지한 뛰어난 화학자 제인샤오 박사도 포함된다. 제인 박사는 옵코헬스의 부회장으로, 순자산 3억2000만 달러를 기록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자수성가한 여성부자 순위에서 46위에 올랐다. 프로스트 박사가 자주 점심을 함께 하는 또다른 지인으로 M&A 전문 변호사로 일하다 박사가 키파마를 매각하고 아이백스를 시작한 이후인 1986년 박사의 사업에 합류한 스티븐 루빈이 있다. 루빈은 프로스트 박사의 기업 상당수에 이사회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박사가 추진하는 계약을 담당한다.“박사님은 직접 얼굴을 보고 일을 처리하는 성격입니다.” 루빈의 말이다. “박사님은 전화로 회의를 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당신에게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더군요. 금요일 이곳에서 저와 만나는 게 어떻겠습니까? 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저는 이것이 사람들에 대해 직감에 따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 전화통화보다 직접 면담하고 결정하는 스타일 프로스트 박사 아래서 일하는 최고경영자 중 은행가 출신으로 호황기였던 80년대 살로몬브라더스에서 일하다 현재 이곳 건물 12층에서 지역중개업체 라덴버그탈만을 운영하고 있는 리처드 램펜이 있다.2001년 닷컴거품이 붕괴한 이후, 프로스트 박사는 그 당시 리스크가 높은 소형주의 주식공개과 전화영업중개 사업으로 주로 알려져 있었던, 장장 120년 역사의 투자은행인 라덴버그탈만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때부터 박사가 투입한 자금으로 최근 라덴버그탈만은 인상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매출은 3000만 달러에서 11억 달러로 신장했으며, 계속된 지역중개업체의 인수로 라덴버그탈만은 오늘날 4000명의 금융자문가를 두고 1300억원의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사님 덕분에 우리는 더 높은 체급의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램펜의 말이다.최근 프로스트 박사와 직원의 점심 식사에 자주 자리를 함께 하는 임원 중 한 명으로 찰스 비숍 박사가 있다. 비숍박사가 총괄하고 있는 비타민D 촉진제 레이알디는 옵코헬스가 120억 달러에 이르는 만성신장질환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신규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옵코헬스는 2013년 비숍 박사의 스타트업기업을 인수했다. 프로스트 박사는 토론토의 제약기업 임원과 가벼운 점심식사를 하던 중 이 전도유망한 약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몇 시간 후 비숍 박사는 프로스트 박사가 보낸 음성메일을 받았다.“저는 즉시 전화했습니다.” 비숍 박사가 회상하며 말한다. “박사님은 그다운 특유의 방식으로 ‘3시간안에 마이애미로 올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추수감사절이 바로 코앞이었기 때문에 비숍 박사는 프로스트 박사에게 며칠 시간을 달라고 설득했다. “저희는 프로스트 박사님 앞에서 할 완전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습니다…제가 슬라이드를 갖고 와서 4번째 슬라이드까지 발표했을 때 프로스트 박사님이 ‘슬라이드 발표는 이제 됐습니다. 계약에 대해서 이야기 볼까요?’라고 말하더군요.”이같은 조급함은 프로스트 박사의 협상전략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프로스트 박사는 나름대로 조사를 했고 신장질환이 향후 옵코헬스에게 큰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 내 2500만 인구가 만성신장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중 900만명 가량이 3기나 4기에 해당한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에 따르면 미국 내의 매출액만 5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레이알디는 하루 1회 서방형 캡슐 복용으로 비타민D 결핍을 치료할 수 있는, 미식약청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제품이다.옵코헬스가 바이오-레퍼런스의 네트워크와 마케팅을 활용해 내놓을 전도유망한 진단제품으로 새로 출시될 4K스코어 혈액검사가 있다. 이 제품은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얼마나 높은지 측정해 남성의 전립선암 위험을 정확하게 진단한다. “만약 PSA 수치가 높게 나올 경우, 이제까지는 생검을 하곤 했으나 이는 감염과 출혈의 위험이 수반되는 고통스러운 절차입니다. 또한 생검 결과 중 아마 60%는 음성반응이 나올 것입니다.” 프로스트 박사의 말이다. 프로스트 박사는 미국에서 연간 3000만 건의 PSA 검사가 실시되며, 결과 중 25%의 사례에서 PSA 수치 상승이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옵코헬스의 4K스코어 혈액검사는 1900달러의 비용이 든다.23세의 데이비드 깁스 밀러는 프로스트 부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노부부는 깁스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밀러가 유명사립대학에 다니기 위해서는 가족이 거액의 빚을 져야했던 상황이었기에 밀러는 장학금을 받고 플로리다주립대학에 진학해 의예과 과목에 집중해 종교학을 전공했다. 뛰어난 학생이었던 밀러는 2015년 최우등으로 플로리다주립대학을 졸업했다. 4학년 때는 플로리다주에서 생명윤리를 주제로 한 학부컨퍼런스를 조직하고 주최했다. 졸업 후 밀러는 프로스트 박사가 만든 로즈장학제도와 유사한 프로그램인 프로스트스칼러즈의 지원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플로리다와 이스라엘에서 공립대학교 학생 10명과 4명을 각각 선발해 옥스포드대학에서 STEM 분야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옥스포드대학에서 밀러는 역학과 공중보건에 관심을 갖고 의료인류학을 공부했으며, 이 과정에서 박사논문을 완성했다.“(프로스트 박사의) 장학금은 제가 훨씬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밀러는 현재 미국립 보건원에서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일하며 곧 명문의과대학에 지원할 계획이다.밀러는 결국 플로리다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프로스트 부부에게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플로리다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모두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전직 교사로 현재 플로리다의 주립대학교시스템 운영위원으로 활동중인 패트리샤의 말이다.“우리는 마이애미를 과학기술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왔을 때, 마이애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이것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프로스트 박사는 최근 자신과 아내가 마이애미대학에 1억 달러를 기부한 것이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둔 것임을 강조하며 말한다. “우리는 그 첫걸음이 교육이라고 믿습니다. 가장 위의 대학, 필요하다면 대학원생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화학과 분자생물학부터 시작해 최고의 과학자들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 마이애미를 과학기술 도시로 만드는 데 투자 프로스트 박사의 말에 따르면, 기부한 1억 달러 중 일부는 화학 및 관련분야의 기관을 만드는 데 들어갈 것이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새로운 교수들이 올 겁니다,” 프로스트 박사의 말이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스타트업이 생기는 데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프로스트 부부는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시작한 사회공헌캠페인 ‘기빙 플레지’의 회원이지만, 소위 말하는 “돈만 기부하는 사회공헌”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사실 부부는 매사를 직접 처리하는 성향으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파화가, 프랑스의 인상파화가, 그리고 플랑드르의 화가 장-밥티스트 드 사이브(Jean-Baptist de Saive)와 같은 과거의 대가가 그린 작품을 포함하는 세계최고 수준의 미술품 컬렉션을 수집할 때도 컨설턴트의 도움을 빌리는 것을 거절했다. 부부는 마이애미대학의 음악대학과 플로리다국제대학의 미술관에 기부했으며, 패트리샤는 관장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소규모 리모델링 작업을 맡기 위한 건축가를 선임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우리는 새로운 과학관을 짓는 데 가능한 한 최대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마이애미에 25만 평방피트 규모의 패트리샤 & 필립 프로스트 과학관을 짓기 위해 부부가 4500만 달러를 쾌척한 것을 두고 패트리샤가 말한다. 천체투영관과 여러층에 걸친 거대한 규모의 수족관을 갖춘 과학관은 상당히 지체된 끝에 올해 3월 문을 연다.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마이애미의 스타아일랜드에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석회암을 재료로 지은 베네치아 양식의 웅장한 팔라초에 자리한 우아한 아침식사용 방에서, 패트리샤가 마메이, 용과, 파파야, 용안 등 직접 재배한 열대과일을 접대한다. 모두 프로스트 박사가 직접 가꾸는 150종 이상의 야자나무가 자라는, 광활한 정원과 온실에서 갓 수확한 것들이다. “여기 미세기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과학관은 기초과학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프로스트 박사의 말이다. “우리는 젊은이들이 경험을 해보길 바랍니다. 과학관에 들어서는 순간 경이로워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과학관을 둘러보면서, 과학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MATT SCHIFRI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필립 프로스트의 투자 포트폴리오 - 프로스트 박사는 옵코헬스를 보건의료계의 버크셔헤서웨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한편 다른 위대한 투자자들와 마찬가지로, 프로스트 박사 역시 수많은 분야에서 투자가치를 발견하고 있다. 옵코헬스 프로스트 박사는 매출 12억 달러를 올리는 치료 및 진단기업 옵코헬스의 지분 34%를 소유하고 있다.테바파마수티컬스인더스트리즈 이스라엘에 소재한 매출기준 2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제약기업으로 제네릭 약품에 특화되어 있다. 박사의 지분률은 1.5%이다.벡터그룹 필라델피아 동향 출신인 베넷 리보가 창업한 기업으로, 담배제조사 리게트그룹과 상업용부동산중개기업 더글라스엘리맨리얼티를 산하에 두고 있다. 박사가 지분률 15%로 최대주주이다.라덴버그탈만 지역투자은행으로 금융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4000명의 자문가를 두고 132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박사가 36.5%, 벡터그룹이 8.2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캐슬브랜즈 제퍼슨 위스키 및 고슬링스 럼을 비롯한 고급주류 제조사로, 박사와 벡터그룹이 각각 33.5%, 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코코넛그로브뱅크쉐어즈 마이애미-데이드의 최장수은행으로, 박사가 2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코진트 과거 타이거미디어라는 사명으로 활동했던 기업으로, 마케팅 및 리스크관리에 주력하는 클라우드기반의 데이터/분석기업이다. 박사가 2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바이오카디아 프로스트 박사의 소르본느대학 룸 메이트였던 사이먼 스털저 박사가 창업한 기업으로, 심장마비가 발생한 심장근육의 회복에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임상단계 연구를 하고 있다. 박사가 32.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드론에비에이션 군·경찰용 드론을 제조하는 플로리다의 기업으로 박사가 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아르노테라퓨틱스 유방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항황체호르몬제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로 옵코헬스가 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제브라바이올로직스 높은 판매고를 기록중인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휴미라의 사례처럼 오리지널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내는 제네릭 항체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옵코헬스가 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OAO팜신서즈 동유럽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러시아업체로, 옵코헬스가 1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RXI파마수티컬스 12월 라덴버그탈만이 주식을 공개했다. 피부흉터를 방지하기 위한 RNA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으로, 옵코헬스가 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코크리스탈파마 C형간염, 독감, 노로바이러스 등에 작용하는 새로운 항 바이러스제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박사와 옵코헬스가 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세비온 테라퓨틱스 고난이도의 표적에 작용하는 항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암 및 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프로스트와 옵코헬스가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네오바스크 순환기내과에 특화된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캐나다 기업으로, 박사가 2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크로마덱스 영양보조제의 구성성분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박사의 지분률은 14.6%이다.VBI백신즈 B형간염, 지카바이러스 및 뇌종양 백신을 설계하기 위한 기술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옵코헬스가 25% 지분을 갖고 있다.맵백스테라퓨틱스 임상단계의 항암면역치료기업으로, 박사와 옵코헬스가 5%의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머슬팜 영양보충제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박사의 지분률은 5% 미만이다.

2017.02.26 08:31

13분 소요
헤지펀드의 부활

산업 일반

금융위기 이후 투자 손실과 소송에 발목이 잡혀 사라질 것처럼 보였던 헤지펀드 매니저 리드 그리피스. 그런 그가 유럽 주식을 디스카운트에 사들일 수 있는 기회를 내밀며 힘차게 다시 컴백했다.지난 수 년간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힘든 시간을 가졌지만, 리드 그리피스(Reade Griffith, 사진 가운데)만은 예외였다. 그리피스의 회사 테트라곤 파이낸셜(Tetragon Financial) 런던 사무소 회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브렉시트 이후 급락한 유럽 주식을 살펴보는 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현장과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뉴욕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라고 말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말 신이 납니다.”유난히 들뜬 모습이 거슬릴 수 있겠지만, 실패를 딛고 일어난 그의 놀라운 이야기를 알고 나면 수긍은 간다. 금융위기 당시 그리피스가 운영하던 70억 달러 규모의 폴리곤(Polygon) 헤지펀드는 자산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리피스의 회사 테트라곤 파이낸셜 최대주주이자 억만장자인 헤지펀드 매니저 레온 쿠퍼맨(Leon Cooperman)은 그리피스가 자기거래로 폐쇄형 펀드의 자금을 약탈해갔다며 4년에 걸친 치열한 소송을 벌였다. 포브스를 비롯한 미디어도 너나 할 것 없이 몰려와서 “헤지펀드가 왜 잘못됐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그리피스라고 입을 모았다.이쯤 되면 사업을 접고 후퇴할 만도 하지만, 그리피스는 그러지 않고 더 파고들었다. 그리고 오랜 파트너 패디 디어(Paddy Dear, 사진 왼쪽)와 함께 지주 모회사 테트라곤을 중심으로 폴리곤 펀드를 재정비했다. 어떻게 했을까? 자산을 처분해 부채를 줄이는 글로벌 차원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 흐름을 적극 이용해 부동산 투자사부터 영국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사모펀드 그룹,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관리사에 이르기까지 가치가 급락한 다른 자산관리 기관을 인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용자산 가치가 2009년 30억 달러에서 현재 190억 달러로 불어나면서 그리피스는 기적적인 부활을 할 수 있었다. ━ 런던에서 가장 유명했던 금융맨 운영 방식의 급격한 변화도 유효했다. 단일펀드 복수전략을 버린 그리피스는 구체적 투자 목표와 기한이 다른 다수의 펀드를 운용하는 전략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폐쇄형 상장 투자펀드 테트라곤 파이낸셜로 고정 자본을 제공하며 이들 펀드를 후방 지원했다. 이제는 쿠퍼맨과의 요란한 다툼도 희미한 기억이 됐고, 그리피스의 펀드는 시장의 물결을 탔다. 유럽주식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는 2016년 가치가 4.7% 올랐고, 2011년을 기점으로 해서는 연평균 11.4%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테트라곤 주식은 2007년 IPO(최초주식공개) 이후 연평균 수익률 8%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평균 수익률은 19%에 달한다. 그러나 주식 가격은 펀드 순자산가치 (NAV)에서 45%나 디스카운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낯짝이 두껍지 않고는 이 일 못합니다”라고 해병대 출신의 그리피스가 말했다. “그렇게 힘들진 않았습니다. 저한테 누가 총을 쏜 것도 아닌데요.” 강철과도 같은 의지는 중서부 중산층에서 자란 성장환경과 하버드 교육 덕분이다. 하버드 로스쿨은 4년간 복무한 미 해병대 장학 프로그램으로 다녔다. 걸프전 ‘사막의 폭풍’ 작전 때 정보장교로 근무한 그는 1991년 대위로 제대해서 하버드 로스쿨로 진학했다. 로스쿨을 졸업한 후에는 골드만삭스 차익거래 사업부에서 일을 했고, 1998년에는 억만장자 켄 그리핀(Ken Griffin)의 시타델에서 투자경험을 쌓았다. 이후 런던에서 시타델의 유럽 투자를 총괄했고, 사건 추종(eventdriven) 전략을 쓰는 유럽 사무소를 시타델 최대 사업부 중 하나로 키워냈다.2002년 그리피스는 회사를 나와 헤지펀드 투자사 폴리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Polygon Investment Partners)를 세웠다. UBS 은행에서 일하던 디어와 팀을 이루었고, 디어가 사업운용을 맡았다. 그리피스는 폴리곤의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행동주의 투자자로 나섰다. 유럽 기업 이사회와 싸움을 벌이며 언론에 자주 보도됐고,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금융맨으로 유명세를 만들어갔다. 폴리곤의 파생펀드로 테트라곤도 시작했다. 10억 달러의 투자금으로 은행 대출에 집중 투자하는 폐쇄형 펀드였다. 테트라곤의 총 자산가치는 80억 달러로 불어났고, 글로벌 증시가 급등세를 이어가던 2007년에는 암스테르담 증시에 상장했다.그러나 1년 뒤 시장이 흔들리고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했다. 차입 비중이 높았던 폴리곤 또한 위기에 처했다. 펀드 가치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펀드 크기가 어느 정도 커진 후에 운영을 잘못하면 산 채로 불 속에 던져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고 그리피스는 말했다. “2008년은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당연히 욕을 먹어야죠.”폐허 속에서 그리피스와 디어는 리셋 버튼을 누르기로 결심했다. 앞으로는 펀드를 여러 개 운용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유럽 주식형 펀드에 집중하기로 한 그리피스는 2009년 새롭게 개선한 폴리곤 헤지펀드와 폴리곤 전환사채펀드 투자를 위해 1억 달러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은행 대출채권을 가진 테트라곤도 계속 운영했다. 테트라곤을 통해서는 부실채권으로 난관에 빠진 소규모 담보부여신 관리기관을 프랑스 은행에서 인수했다. 그리고 은행 대출 채권과 기타 채권담보 투자에 더해 5개 자산관리사를 보유 및 투자하는 지주사를 테트라곤에 만들었다.이런 노력을 모두가 흡족히 여긴 건 아니다. 테트라곤 지분 10%를 보유한 오메가 어드바이저(Omega Advisors) 헤지펀드의 쿠퍼맨이 2010년 부실경영을 비난하는 분노의 이메일을 이사회에 보내기 시작했다. 2013년 맨해튼 연방법원에 소송을 건 쿠퍼맨은 전투 장소를 CNBC로 옮겨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테트라곤 경영진과 이사진은 다시는 상장사와 연관되거나 운영을 못하도록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유럽 주식형 펀드에 집중해 재기 성공 쿠퍼맨의 요란한 행보는 분명 골칫거리였지만, 하버드 로스쿨에서 단련된 그리피스는 자신의 펀드가 어떤 계약 위반도 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14년 쿠퍼맨이 제기한 소송은 증거 불충분으로 연방 법원에서 기각됐다. 테트라곤의 대주주인 쿠퍼맨은 요즘은 테트라곤 주식 매입을 추천하고 있다.그리피스의 멀티펀드 전략에서 큰 장점이 하나 있다면 그가 국제증권법과 투자 관행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전동공구 제조업체 DMG 모리 세이키(Mori Seiki)의 지분 25%를 보유한 일본 파트너사가 나머지 지분을 매입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자 폴리곤 펀드는 DMG 지분을 미리 매입하기 시작했다. DMG 모리 세이키가 유럽 시장에서 급성장을 앞두고 있다고 판단한 그리피스는 일본 파트너사의 전략에 업혀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피스는 일본 파트너사의 보유 지분이 25%에서 50%, 그리고 75%까지 높아지는 걸 지켜보며 가격이 올라가길 기다렸다. 결국 DMG 모리 세이키 이 사회에서 지배권을 얻은 일본 회사는 효율적 절세 방식으로 회사 대차대조표를 공유하게 됐다. 나머지 주식을 매입했던 그리피스와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일본 기업이 높은 가격을 부른 후에야 매도에 동의했다. 천천히 소극적으로 펼쳐지긴 했지만, 그린메일(greenmail) 전략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그리피스는 70%의 수익을 올렸다.지금 유럽 시장은 가치투자자에게 뷔페식의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고 그리피스는 주장한다. DMG 모리 세이키와 비슷한 상황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 기업들이 대차대조표를 회복하지 못한 만큼, 매도 부문에서 조사나 중소형 기업의 기관 보유지분이 크게 감소했다고 강조한다.일례로, 지난해 그리피스는 테트라곤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대형 사모펀드의 영국 자산관리 기관 투자열풍에 합류하며 리스크 차익거래 작전을 펼쳤다. 그리피스는 런던 자산관리사 애쉬코트 로완(Ashcourt Rowan)에게 접근했고, 애쉬코트의 다른 자산관리사 매입을 돕기 위해 애쉬코트의 상당 지분을 매입하는데 동의했다. 애쉬코트가 이 자산관리사를 인수할 경우 사모펀드의 투자가 늘어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모펀드 사이에서 입찰 전쟁이 시작됐고, 애쉬코트는 높은 값에 인수됐다. 그 과정에서 테트라곤은 25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그리피스와 디어가 어떤 장기전략을 가지고 있는지는 분명하다. 인수한 자산관리사를 키워서 IPO로 분사하는 것이다. 테트라곤이 2010년 인수한 CLO 관리사 LCM의 현재 운영자산은 62억 달러다. 폐기물 시설이나 병원 등 영국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에퀴틱스(Equitix)는 26억 달러를 관리한다. 다른 유망 자산관리사로는 모건스탠리에서 잘 나갔던 3명의 매니저가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사 그린오크(GreenOak)가 있다. “매력적 투자상품이 많은데 우리한테 제공한 인프라 프로젝트와 그들은 그렇게 친하지 않다”고 현재 71억 달러를 관리하는 그린오크 공동창업자 소니 칼시는 말했다. 그린오크는 최근 40년 만에 새로 들어서는 맨해튼 파크 애비뉴 사무건물에 6억 달러를 투자했다. 시타델이 평방피트당 300달러라는 기록적 가격에 펜트하우스를 임대한 건물이다. 종합하면 테트라곤은 5개 자산관리사에 2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한 상황이다. 이들 자산관리사의 가치는 현재 4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요즘 그리피스는 스페인에 한창 투자 중이다. 스페인 투자는 3년 전쯤 시작했는데, 그중 일부는 차입금으로, 주택 건설사업을 진행하는 인모빌리아리아 콜로니얼(Inmobiliaria Colonial)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리피스는 그린오크를 통해서도 4억 달러를 주고 스페인 창고건물을 매입했고, 경매에서 이들 건물을 매도하며 수익을 냈다. 앞으로 포르투갈과(아마도) 이탈리아에서 더 좋은 가치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2007년 IPO 이후, 테트라곤의 NAV는 연간 12%씩 증가했다. 펀드는 현재 4억 62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은 6%라는 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피스는 최근 헤지펀드 베테랑 스테판 프린스(Stephen Prince, 앞페이지 사진 오른쪽)를 영입해서 미국 투자사업을 맡겼고, 테트라곤은 지난 12개월 동안 자사주 매입에 1억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테트라곤 최대주주 포트리스(Fortress)의 전무이사 드류 맥나이트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그리피스와 디어는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취하면서 회사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NATHAN VARD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7.01.25 15:56

7분 소요
[바이오주 열풍 어디까지] “IT 버블 닮아” vs  “패러다임 변화”

바이오

말 그대로 뜨거웠다. 지난해 주식시장에 불었던 바이오 열풍 얘기다. 열풍의 핵으로 지목되는 한미약품과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시가총액 합은 1월 21일 기준 약 17조2700억원이다. SK텔레콤(15조5800억원)이나 포스코(14조6000억원)보다 많다. 지난해 초 10만원 안팎이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현재 72만5000원, 1만원대이던 한미사이언스는 16만원대로 올랐다.한미약품 한 회사 얘기가 아니다. KRX헬스케어 지수는 지난해에만 90% 넘게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12월 28일 5983포인트에 그쳤던 코스닥시장 제약업종지수는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올 1월 20일 7706.77포인트까지 올랐다. 코스피 의약품업종지수도 같은 기간 7862.9에서 9580.57로 상승했다. 이는 국내 증시와는 다른 행보다. 새해 첫 거래일인 4일 1954.47로 장을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21일엔 1840.53으로 장을 마쳤다. 보름 사이 110포인트가 하락했다. 중국 증시와 국제유가 급락 영향이 컸다. 이런 상황에도 제약·바이오주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2일부터 1월 21일까지 3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하면서 6조 896억원 어치의 국내 주식을 팔았다. 그러나 외국인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21일 하루에만 약 46억원어치 사들였다. ━ 가치투자자 “바이오보다는 제조업” 바이오주의 몸값은 계속 오를까. 주목할 것은 바이오주를 바라보는 시선에 미세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 바이오주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셀트리온은 올 들어 1월 21일까지 1366억원어치 사들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관들은 약 1286억원의 셀트리온 주식을 팔았다. 업계에선 바이오주가 하락 전환할 때를 대비해 기관이 미리 매도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물론 아직까지 증권가에선 바이오주를 낙관적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정작 매일 주식을 사고 파는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의 의견은 갈렸다.국내 가치투자 3인방으로 불리는 이채원 한투밸류운용 부사장, 허남권 신영산운용 부사장, 최웅필 KB자산운용 본부장은 신중론을 폈다. 이들은 “(바이오주 열풍이) 2000년 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과 유사하다”며 “수많은 IT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대부분이 사라지고 살아남은 건 네이버와 카카오에 합병된 다음, NC소프트 등 소수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최웅필 본부장은 “한때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업종이 오를 땐 중국 경기가 팽창하면서 이들 업종 실적도 좋아졌다”며 “하지만 지금 바이오업종 대부분은 실적이 좋아질 거란 기대감에 근거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바이오 업종 대신 오히려 주가가 하락 중인 제조업에 주목한다. 허남권 본부장은 “한국 제조업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중국의 한계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국내 제조업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봤다. 이채원 부사장은 “3~5년 후 실제로 실적이 좋아질 바이오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 지금 실적이 좋은데 값이 싼 제조업 종목을 고르는 게 더 불확실성이 낮다”고 말했다.장기적으론 바이오주의 미래가 낙관적이란 전망도 많다. 본지 인터뷰와 설문에 응한 8명의 CIO 중 5명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박홍식 맥쿼리운용 본부장은 “생산에서 소비로 경제 중심이 바뀌고 있는 중국, 그리고 고령화라는 거대한 변화로 한국의 산업 구조도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이 변하면 기업의 평가 가치도 달라지니 시장도 변하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손동식 미래에셋운용 본부장도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거품은 있게 마련”이라며 “기술력과 브랜드를 갖춘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오 업종이라고 덮어놓고 투자할 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운용 본부장도 낙관론 쪽에 섰다. 에셋플러스운용은 가치투자로 유명한 강방천 회장이 세운 운용사다. 최 본부장은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브랜드 가치·콘텐트·인적자원·네트워크 같은 수치화되지 않은 가치의 중요성이 커진다”며 “바이오 같은 성장주가 가진 이런 무형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급등한 바이오주, 기대치 낮춰야 가치투자 3인방이 제조업 분야 대형주 비중을 늘리는 것과 달리 “제조업이 반등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홍익 트러스톤자산운용 본부장은 “중국이 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조업이 주식 시장을 이끌던 2000년대 초중반엔 중국이 연 두자릿수대 성장률을 보이면서 공급 부족 상태였지만 지금은 공급 과잉 상태라는 것이다. 안 본부장은 “중국의 한계기업이 무너진다면 그만큼 경기가 부진하다는 의미인 만큼 국내 제조업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제조업을 이을 신성장 산업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견해는 갈렸지만 양쪽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지점도 있다. 저성장·저금리가 바이오 열풍에 불을 댕겼다는 점이다. 이채원 부사장은 “사회 전체적으로 저성장이 심화하면 성장에 과도한 프리미엄이 부여된다”며 “저평가 종목 주가는 오르고 고평가 종목 주가는 내리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고평가 종목이 계속 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옥석을 가려서 종목을 골라야지 한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라고 다 오르는 것이 아니고 망할 기업은 망할 것”이란 경고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였다. 이승준 삼성 자산운용 본부장은 “지난해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미국이 순차적으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니 만큼 올해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새해 들어 불어오는 중국 증시 급락 문제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채원 부사장은 “중국발 위험이 세계 금융시스템의 마비를 불러올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내외 상황을 미뤄볼 때 종합주가지수가 어디까지 하락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바이오주’라는 테마에 얽매이지 말고 자산이 풍부해 구조조정 여력이 있는 기업, 현금흐름이 좋고 자사주 매입을 하는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에 나서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언·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지금 실적이 좋은데 값이 싼 제조업 종목을 고르는 게 낫다” - 이채원 한투밸류운용 부사장“지금 바이오업종 대부분은 실적이 좋아질 거란 기대감에 근거해 오르고 있다” - 최웅필 KB자산운용 본부장“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거품은 있게 마련” -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고령화라는 거대한 변화로 한국의 산업 구조도 바뀌고 있다” - 박홍식 맥쿼리운용 본부장

2016.01.24 16:17

4분 소요
최준철·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

CEO

2002년, 서울대생 3학년 두 명이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이라는 책을 내놓아 금융계를 술렁거리게 한다. 책을 팔아 번 돈으로 이들은 ‘대학투자저널’ 신문을 창간한 뒤 매각했다. 졸업과 동시에 투자자문사도 차렸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일이다. 2002년 4월 2일 자, 중앙일보 경제주간지 는 서울대생 두 명을 인터뷰했다. 『한국형 가치투자전략』이라는 책이 출간과 동시에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 셀러에 올랐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는 대박을 노리고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일부를 사는 것이다.”고 두 대학생은 당당히 가치투자의 의미를 밝혔다. 언론 매체 첫 인터뷰였고 이후 한동안 이들은 언론과 투자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12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VIP투자자문의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최준철(39), 김민국(39) 대표의 이야기다. 동업자로 건재한 이들은 대학생같은 풋풋함을 간직한 채 이제는 투자자로서 깊어진 내공을 드러냈다. 포브스는 7월 초, 반포동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VIP투자자문은 창업 12년만에 2조 규모의 투자자문사로 성장했고, 1000여 명의 고액 자산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가치투자의 길을 한결같이 걷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한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3년부터는 수탁고 1조를 넘어서며 성장곡선을 긋고 있다. 100인의 PB가 뽑은 올해의 투자자문사로 선정되는 등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 ‘동업은 절대 하지 말라’는 통설을 깨고 변함없이 동업하고 있는 두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업의 기술은 다섯 가지였다. 도전적이고 담대한 최준철 대표와 세심한 균형감각을 갖춘 김민국 대표는 같은 듯, 각자의 다른 개성을 존중하며 한방을 쓰고 있었다. 1. 동업, 상승작용을 누려라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뭉치기 전, 각자 개인투자에 몰두했다. 고군분투하다 보니 뜻 맞는 동지가 절실했다. “성공이 보장된 길이었다면 저 혼자 갔겠죠. 하지만 저희가 가고자 하는 길은 외로웠고 미지의 세계였죠.” 둘은 만나면 신이 났다. 한다면 꼭 해내고 마는 고집이, 졸업 전까지 무언가를 해야 하겠다는 절실함이 두 사람에게 있었다. 남들이 가는 길이 꼭 정답만은 아니라는 생각 또한 비슷했다. 둘이 함께하는 상승작용, 시너지 효과는 생각보다 컸고 그들의 의기투합은 계속됐다. 2. 부모의 촘촘한 관리망이 없었다최준철 대표는 부산 출신, 김민국 대표는 광주 출신의 서울대생이었다. 둘은 모두 주식 투자로 크게 성공하기 전까지는 이를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최준철 대표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수업을 전폐하고 주식 투자에 몰두했다.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을 읽고 외롭게 주식 투자했던 최준철은 가치투자에 관해서 이야기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김민국의 글을 읽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김 대표에게 전화했다. 만나보니 둘은 여러모로 잘 맞았다. 책을 쓰고, 신문을 창간할 즈음에는 둘은 하숙집에서 나와 학교 앞 오피스텔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주식투자는 도박과도 같다고 생각할 때, 이들의 동거를 방해할 부모님은 가까이에 없었다. 3. 역발상으로 투자 수익을 거둬라두 사람은 역발상 투자로 투자 수익률을 올렸다. 2013년, 시장이 한국전력을 주목하지 않을 때, 이들은 한국전력을 바구니에 담았다. 투자 토크쇼에서 “한전”을 투자 유망주로 꼽았더니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최 대표는 되겠다는 확신을 굳혔다. 당시 한전은 원전비리로 지탄을 받고 있었고 전기요금을 올리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전에 관심을 두었다. 원전 비리가 드러났다고 해서 원전 가동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고 연료값도 조금씩 내리는 상황이었다. 정부에서도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이후 한전은 서울 삼성동 부지를 비싼 값에 팔았고, 주가도 뛰었다. 두 사람은 큰 수익을 거두었다. 최준철 대표가 요즘 주시하는 회사는 중국판 아프리카TV격인 YYTV다. 미국에 상장된 회사인데 미국 사람들은 동양인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저평가된 상태다. 태국공항과 인도네시아 병원도 눈여겨보는 역발상 주식으로 꼽았다. 일시적인 변동성으로 주가가 떨어질때 두 대표는 망설임 없이 이들 종목을 바구니에 담을 것이다. 4. 시대 운을 나의 운으로최 대표와 김 대표가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해는 2003년. 당시 한국은 IMF를 거치면서 주식이 저평가 된 상태였다. 주식이 정말 쌌던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터라 운이 따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진 때도 이때였다. 워런 버핏이 코카콜라 주식을 매입하면 비슷한 롯데칠성을 사기만 해도 운이 따랐다. 오리온과 아모레가 2만 원대였고 롯데칠성은 6만 원하던 시기다. 좋은 시기에 투자를 시작했고 그 운을 자신의 운으로 만드는 실행력을 가지고 있었다. 5. 미래 비전을 공유하라이제 한국 시장에서 싼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싼 기업을 찾으려고 인력을 늘렸다. 애널리스트를 14명까지 늘렸다. 또 하나, 해외투자를 병행하기로 했다. 2007년부터 홍콩, 인도네시아, 대만 등 아시아로 리서치를 다닌다. 더운 나라에서 하루에 6~7개의 기업을 돌아다니며 외국어로 소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감내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시아는 거리상으로도 가깝고 문화적인 동질성이 크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선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투자 경험을 적용하면 정보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대표를 각각 인터뷰했지만 같은 비전을 내놓았다.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13년 넘게 같은 방의 사무실을 쓰면서 시시때때로 토론을 벌인다. 그러니 같은 비전이 나올 수 밖에. ━ 도전적이고 담대한 최준철 최준철은 해외출장을 가면 나라마다 다른 맥도날드 빅맥을 꼭 먹는다. 어디서든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맥북을 연동시켜 최적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IT기기에 호기심 많은 얼리어답터다. 게임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에는 몰입하지만 싫어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해외투자에 집중하고 성장하는 기업을 발굴한다. 부산의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한 최준철은 부자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자기 아버지와 부자 친구들의 아버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의 아버지는 냉동창고나 배를 가진, 즉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장이었다. 최준철은 그래서 회사원으로 살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최준철은 어떻게 하면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중학생 시절에 삼성 창업자 이병철의 일대기인 『호암자전』을 탐독할 정도로 끈질겼다. 지금 시대는 설탕이나 자동차를 만들기보다는 주식 투자하는 것이 빠르겠다 싶었다. 주식이 곧 생산수단임을 깨달았다. 어느 날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을 읽고 무릎을 쳤다. “주식은 투기가 아니라 투자야.” 그가 깨달은 가치투자의 매력을 미치도록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낸 친구가 같은 학교 친구 김민국이었다. 최준철은 친구와 함께 투자 동아리를 결성했다. 그러다가 책을 쓰게 되었고 신문도 창간했다. 신문의 1호 유료 독자는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였다. 신문 발간 비용을 마련하고자 증권사 홍보실을 신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은 어느새 이 되었고 모 경제신문사가 사갈 정도로 성장시켰다. 그가 존경하는 사람은 미국의 가치투자자, 그렉 알렉산더다. 2000년대 초반에 그가 담은 한국 주식 포트폴리오를 보고 충격이 컸다. 외국 사람이 이런 주식을 어떻게 알고 담았지? 그들은 미국에서 가치 투자하면서 좋은 비즈니스, 경영진, 주식을 보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처럼 해외투자를 시작했다. 최준철 대표는 투자자문사를 청담동 레스토랑에 비유했다. 대중적인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자산운용사와는 다른 개성이 있다는 것이다. 패밀리레스토랑에 가면 사장을 만날 수 없지만, 청담동의 유명 음식점에 가면 대표를 만나는 재미가 있듯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지향한다. 고객의 자산 규모와 취향, 얼굴 그리고 고객이 VIP투자자문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도 확인하고 싶다. 최준철 대표는 아직 중국본토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다. 2007년부터 해외 시장을 국내 시장 들여다보듯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중국 A주식은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료가 부족하고 깊게 분석할 시간이 없었다. 괜찮은 기업이 없었고 가치 대비 비쌌기 때문이다. 홍콩 주식이나 미국에 상장된 주식 위주로 투자했다. 중국시장이 크게 폭락했을 때, 손실을 피해갔다. 앞으로 시장의 화두는 ‘거품 해소’다. 거품은 계속 갈 것인가 꺼질 것인가. 전체적으로 꺼질 것인가? 부분적으로 꺼질 것인가. 그 촉발은 그리스가 만들 것인가 금리 인상이 만들 것인가.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최준철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운 좋게 업으로 삼았으니 오래 지속하고 싶다. 답은 가치투자의 기법으로 해외투자를 개척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함없이 책을 읽고 토론할 것이다. 김민국과 함께. ━ 세심한 균형감각의 김민국 김민국은 식도락가다. 해외출장을 가면 패스트푸드점보다 그 나라의 맛집을 찾는다. 그의 휴대전화기는 갤럭시이고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한다. 한국 사회의 정치와 사회탐구가 주 관심사다. 그는 언제나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냉정한 이성의 소유자다. 최준철 대표가 회사 경영에 신경을 끌 때, 김 대표는 세심하게 챙긴다. 싫어하는 일도 할 줄 아는 헌신적인 캐릭터다. 광주가 고향인 김 대표는 대학 시절 강남 지역에서 과외 아르바이트로 큰돈을 수중에 넣는다. 예체능 지망생의 사회탐구점수를 높이는 전략이 적중했다. 그 돈으로 IMF 때 바닥을 친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김정태 동원증권 대표가 주택은행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을 듣고 주택은행에 투자했다. 경제학도였던 그는 위기 때, 부가 이전된다는 템플턴 경의 말을 현실에 적용했다. 그리고 군대에 입대했다. 비자발적으로 장기 투자하여 300%의 수익률을 올렸다. 대학생으로서 만지기 힘든 종자돈을 확보한 셈이다. 어느 날 가치보다 더 싸게 사는 것이 가치투자라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에 귀가 번뜩 틔었다. 그리고 뜻이 맞는 친구, 최준철을 만난다. 가치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가치와 가격의 괴리다. 김민국 대표는 가격을 고려한 투자를 한다. 주식 투자는 기업을 깊게 분석하는 일이다.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분별하게 되었고, 자신의 회사도 좋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다.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VIP 투자자문의 화두는 ‘교육과 혁신’이다. 4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회사치고 근사한 교육장을 마련했고, 사외 세미나나 독서 토론 등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칭찬하는 문화를 만드는 등 매년 회사는 성장하고 있다. 집합주문 시스템인 픽스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타 투자자문사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김민국 대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사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투자할 이유가 없었고 쉽지 않아서다. 삼성물산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지만, 싼값에 합병될 것이고 저평가될수록 대주주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제일모직은 고평가 되었지만 대주주가 일감을 몰아주거나 다른 자회사들의 희생 때문이었다. 저평가된 회사와 고평가된 회사가 합병할 때, 대주주의 편에 서면 유리하겠지만, 대주주의 생각을 예측할 수도 없고, 실행 시점도 알 수 없다. 가격은 나와 있었지만, 가치를 산정하기 쉽지 않았기에 사지 않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가치투자자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점진적인 양극화 해소’. 김민국 대표는 향후 시장의 화두를 이렇게 던졌다. 시장은 성장한 기업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우려하는 기업에는 가혹한 평가를 하고 있다. “섹터에 따라 이렇게 틈이 벌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극단적인 평가는 결국 해소될 것이라 분석했다. 꿈이 맞아떨어질 가능성보다 오해가 풀릴 가능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믿는다. 고평가되었다고 소리치지 않지만 저평가된 주식을 조용히 담고 있다면 언젠가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저 평가된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는 백만 가지이지만 남들과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 김민국 대표는 VIP투자자문을 어느 회사보다 위대한 회사로 키우고 싶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왔던 최준철 대표와 함께하니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 글 김성숙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7.27 22:13

8분 소요
[저자와의 대화 l 3번째 중국 투자 해설서 펴낸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중국에 투자해 부자아빠 꿈 키우세요

북 리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위험이 큰 투자일수록 보상도 크게 마련이다. 반대로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면 그만큼 보상도 적다. 이런 공식을 깨는 사람이 있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수년간 이런 이상적인 바람을 현실에서 이뤘다. 풍문으로만 들어봤다는 ‘재야의 숨은 고수’가 아니다. 어엿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으로 흔히 말하는 ‘제도권 고수’ 다.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용준 전무는 지난 10년 장기 투자로 10배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 중 한 명이다.조 전무는 공식적으로 중국에만 투자한다.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연 7%대의 고성장을 이어오기 때문이다.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변동성이 큰 한국 증시나 최근 호황을 누린 미국 증시에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조 전무는 ‘한가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차이나 펀드가 손실을 볼 땐 중국이 진정 가치투자처인지 회의적인 지적도 있었다. 조 전무는 이 때도 또한 번 의심의 눈초리를 견뎌냈다. 회사의 포트폴리오뿐만 아니다. 본인은 물론, 자녀 명의 투자도 중국에 집중했다. 재빠른 판단과 치밀한 분석으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휩쓸었던 그가 10년에 한 번 살까 팔까 고민하는 우직한 자세로 투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20여년 전 외국인은 처음 한국 증시에 들어와 내수 1등주 블루칩을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10년 만에 수백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둬갔지요. 한발 늦은 한국인들은 그 모습을 넋 놓고 보고만 있었어요. 기껏해야 지수에 투자하는 정도였는데, 한국 증시 지수는 20년 동안 단 2배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투자 밑천이 부족하고 가치투자를 생각 못해 생긴 일입니다. 현재 중국 시장은 한국 투자자에게 과거 외국인이 바라보던 한국 시장과 같습니다. 한국도 이번엔 중국에 투자해 다들 (가치투자를 상징하는) ‘부자아빠’ 한 번 되어보자는 겁니다.” ━ 해외 투자 비중 더 늘려야 신간 는 조 전무의 3번째 책이다. 2013년 로 중국 내수 시장을 분석했다. 중국 투자 개론서다. 지난해 홍콩 증시가 개방될 땐 로 홍콩에 투자할 만한 기업들을 골라냈다. 올해 홍콩을 경유해 상하이거래소 상장 주식을 살 수 있는 후강통이 가능해졌다. 내년엔 선전 시장을 여는 선강퉁도 열린다. 이에 맞춰 중국 본토 주식을 골라주는 3번째 책을 낸 것이다.이런 걸 꼭 책으로 내야 했을까? “중국에 투자해라, 중국 시장이 열린다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사야 할지 대부분 모릅니다. 투자전문가들조차 잘 모르는 게 사실입니다. 해외 투자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그래서 첫번째 책으로 중국 시장, 특히 안전하고도 수익성 높은 중국 내수시장에 왜 주목해야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그 정도만 쓰고 말려고 했는데 덜컥 홍콩 증시가 개방된 거예요.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단 문의가 빗발치더군요. 그래서 구체적인 종목을 찍어줬죠. 그러고 쉬려고 했는데 덜컥 후강통이 열렸어요. 이젠 중국 본토 주식까지 살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래서 또 찍어주는 겁니다.”맛집의 비법은 며느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3300억원 넘는 잘나가는 펀드 포트폴리오라면 감추는 게 업계 상식이다. 조 전무 생각은 다르다. “자국 증시가 안정화돼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일본은 투자금의 60%, 유럽은 60~70%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주가 변동성이 크게 줄어든 한국의 해외 투자 비중은 7%에 불과합니다. 한국 투자자도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섰으면 하는 마음에서 포트폴리오를 그냥 다 공개했습니다. 한국도 이제 장기 가치투자를 투자 방향으로 삼아야 합니다. 개인투자자든 기관이든 우리 포트폴리오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우리에겐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럼 중국 투자는 안전할까? 조 전무는 상대적으로 안전할 뿐 아니라 한국에서 관리가 가능한 거리에 있어 더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부동산을 하나 사도 여러 번 찾아가서 확인하고 주변 상황도 지켜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려면 가까운 부동산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잖아요. 마찬가집니다.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운 좋게 김포국제공항에서 2시간밖에 안 걸리는 곳에 있습니다. 책에 나온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제가 직접 탐방했습니다. 여러 차례 방문한 곳도 많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해외 주식은 일본 외에 중국 기업뿐입니다.”책 마지막 장은 개인이 직접 중국 주식을 사려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화면을 따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증권사 간부가 ‘우리는 매매수수료가 필요 없으니 우리를 통하지 마시고 직접 사세요’라고 권한 셈이다. “그래도 됩니다. 증권사가 매매 수수료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대신 꾸준히 탐방하고 정보를 수집해 투자금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받으려면 우리 펀드에 드시겠지요. 증권사는 원래 중개가 아니라 관리하는 회사거든요.”후강퉁이 열릴 때 이미 많은 자산가들이 조 전무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 투자했다. 하지만 월급쟁이 가난한 아빠들은 방법을 모르고 정보도 없어 엄두조차 못 냈다. 조 전무가 책을 봤으면 하는 목표 독자는 이들, 가난한 아빠들이다.

2015.06.07 18:55

4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