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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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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아웃도어 거물'의 새로운 도전[이코노 인터뷰]

유통

요즘 강태선 BYN블랙야크 그룹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장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유통업계는 물론 체육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체육회장 적합도에서 새 출마자들 중 강 회장은 1위를 차지할 만큼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이다. 이는 그가 서울시체육회장 및 여러 국내 체육계 관련 일을 진행해오며 다져온 여러가지 능력과 보여준 성과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강 회장은 52년 역사를 자랑하는 BYN블랙야크 그룹을 이끌어 온 국내 아웃도어업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최근 인구 감소세와 더불어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서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강 회장은 오히려 전망이 밝다고 강조한다. 아웃도어=등산복 공식? “후진성의 결과”국내 산업계는 지속된 인구 감소로 시름하고 있다. 사람이 줄면 그만큼 소비 여력도 줄기 때문이다. 내수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온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강 회장은 소비 시장 위축이 꼭 인구가 부족해서 생긴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불안에서 오는 위축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는 “물건을 1개 사던 사람이 2개 사고 3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반드시 소비 시장이 죽는 것은 아니다”면서 “소비는 수입이 있어야 하고 수입이 있으려면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다. 이 안정은 사회적, 정치적 안정이 됐을 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인구가 줄고 있지만 사회적 안정이 이뤄지면 소비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본 셈이다.또한 그는 아웃도어업계의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인들이 산를 대하는, 산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예전에 산에 간다고 하면 ‘등산’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산행’이다. 반드시 정상을 찍고 와야 한다는 것이 별로 없다. 그냥 ‘산’에서 함께 간 사람들과, 혹은 혼자 ‘재미있게 즐기다 와야지’라는 생각이 크다”라며 “이는 아웃도어 이용자가 계속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그는 아웃도어 시장 활성화와 관련해서 옷을 입는 영역이 파괴돼야 한다고 봤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복장을 고지식하게 세분화시켜 입고 있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아웃도어 선진국에서는 등산복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 그냥 기능성 브랜드 옷을 운동할 때나 등산할 때나 혹은 그냥 외출할 때도 구분 없이 입는다”며 “하지만 우리는 등산을 하러 가면 등산복을 사고 테니스를 하러 가면 테니스복을 산다. 너무 구분을 지어놨다. 이건 일종의 후진성이다”라고 꼬집었다.강 회장은 장차 전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블랙야크는 2013년 글로벌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블랙야크는 미국과 독일, 베트남, 중국 등에서 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영위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서 아웃도어 열풍이 불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다만 블랙야크는 2015년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를 인수했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 시장도 마찬가지다. 강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그는 특히 테크니컬 디자이너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웃도어 패션에 최적화된 디자이너가 국내에 없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유럽 사람들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옷을 불편하다는 이유로 입지 않는다”며 “유럽이 2년 걸려서 만드는 옷을 우리는 석달 만에 만드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그러면서 “유럽 디자이너들은 50~70대가 많지만 우리는 40대 후반만 되면 디자이너로 고용 자체를 안한다”면서 “우리도 숙련된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나와줘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체육회장 새 도전...“냉정한 판단 부탁” 강 회장은 지난 11월 대한체육회장 후보 출마를 선언하며 새 도전에 나섰다. 사실 그는 이미 체육계와 인연이 깊은 사람이다. 서울시체육회 회장,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 회장, 서울시산악연맹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생활체육 발전에 기여해 온 그다. 강 회장은 지난해 열린 2024 파리올림픽이 대한체육회 회장 후보 출마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그는 “좋은 성적을 받은 우리 선수들이 귀국 후 박수보다는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면서 “이제는 구시대적인 국내 스포츠 시스템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 회장은 특히 현재의 구조 변화가 국내 체육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체육회장 선출 방식은 민선인데 민선은 곧 봉사 정신을 뜻한다”며 “회장이 봉사 개념으로 이 직을 맡아야 하는데 그동안은 그러지 못하고 권력형으로 변질됐다.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이를 권력으로 인식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 회장은 “권력이 아니라 봉사한다는 생각에서 이제부터라도 체육계 시스템을 잘 다져놔야 한다”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면 사람이 바뀌어도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그는 본인이 서울시체육회장직을 맡은 지난 2023년 이후 관련 민원이 단 1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회장직에 임하면 체육현장의 민원은 자연스레 없어진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회장 당선 후 서울시가 원한 것은 ‘민원 좀 없애달라’였다”며 “여러 체육종목 단체에게 ‘우리가 도와줄 거 없냐’고 엄청 쫒아다녔고 목소리를 들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민원이 계속 생기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강 회장은 끝으로 국내 체육계를 바로 잡는 혁신적 개혁에 선거인단이 꼭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체육회는 1000만 체육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정이 필요하다”며 “사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공적인 차원에서 국내 체육계의 미래를 고려한 아주 냉정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2024.12.30 06:02

4분 소요
“밤새 긴장 상태였다”...한밤중 비상계엄 선포에 기업도 노심초사

산업 일반

12월 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국내 기업들도 밤새 비상사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기업들이 긴장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한 것이다. 실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2시 15분 기준 전일보다 39.7원 뛴 1441.0원까지 급등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전해진 오후 10시 30분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가 4일 새벽 1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긴급 실물경제점검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흔들리는 경제 상황에 국내 대기업 경영진도 바쁘게 움직였다. SK그룹은 4일 아침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경영진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했다. LG 역시 4일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계엄 선포와 관련한 대응책을 이야기했다. 새벽부터 모인 기업 수장들 HD현대는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사장단 회의에서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은 따로 공지나 내부적 회의가 열리진 않았지만, 3일 저녁부터 4일 새벽까지 계속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가 수장들은 새벽부터 모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참석해 계엄 선포에 불안한 모습을 보인 외환시장 및 해외한국 주식물 시장의 안정화 조치를 논의했다. 또 이들은 비상계엄 해제 조치 이후 주식시장을 포함한 모든 금융·외환시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글로벌 본사를 둔 한국지사들도 비상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지사들은 외국에 있는 본사 측에 한국 상황을 보고하는 등 긴급회의를 열었다. 실제 넷플릭스코리아도 4일 오전 국내 상황을 전달하고 오징어게임2와 같은 앞으로 공개를 앞두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홍보 행사 진행 가능 여부 등을 미국 본사와 급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밤중 비상계엄 선포에 저녁 비행 운행을 앞둔 항공 업계 상황도 난감했다. 계엄 선포가 된 3일 저녁 10시 30분경 비행 이륙시간은 수 시간 미뤄졌다. 실제 3일 비엣젯항공의 저녁 10시 30분 다낭행 비행기는 계속 운행하지 못하고 새벽 1시경에 이륙했다. 계엄이 해제된 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 모두 항공편을 정상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야간 운항 편의 안전 운항을 모니터링 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고 설명했다.계엄 해제됐지만 이미 ‘벌어진 일’ 새벽 내내 노심초사했던 기업들은 계엄 해제 발표로 한시름 놓았지만, 이미 일어난 ‘비상계엄 선포’가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거래하는 외국 투자처와 쌓아온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LG 측은 4일 오전 소집한 비상대책회의에서 해외 계약 기업의 문의에 대한 대응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해외 투자 규모가 큰 바이오업계도 걱정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상황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외국인 투자 측면에서 정치적 안정성이 중요한데 이번 계엄 선포 상황이 해외 협력 및 투자 유치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비상계엄이 단기간에 해제돼 다행이지만 이에 대한 여운이 남을 수 있기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 상황을 빗대어 경제적 악영향을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정치적으로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국가가 봉쇄되고 기업활동이 막히는 등 불안정 요소가 커, 해외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협업할 때 어려워한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역시 정치적으로 불안정 요소가 크고 사업할 때 예측하기 어려운 나라로 낙인이 찍힐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외신들이 실시간으로 계엄 상황과 시민과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을 보도할 만큼 세계가 주목했는데, 결국 한국은 위험하고 불안정한 나라라는 것을 세계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 격”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정세 분위기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국이 불안정하면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소비도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1년 중 크리스마스 시즌이 유통가에서는 대목인 만큼 내부적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계엄령 선포가 당장 건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산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2024.12.07 05:00

4분 소요
“연말 대목 망쳤다”…‘거리두기 강화’ 이틀째, 유통‧외식업계 절규

유통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45일 만에 중단되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유통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사적 모임은 최대 4인으로 축소되고, 식당과 카페 등은 밤 9시까지로 영업시간이 단축됐다. 사적모임 제한뿐 아니라 기존 밤 12시까지던 영업시간까지 줄어들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 특히 외식업체와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 손님 대신 취소 전화 줄잇고…배달료 ‘2만원’까지 치솟아 업계에 따르면 다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첫날인 18일, 평소 같으면 붐빌 토요일이지만 거리두기 강화에 눈까지 내리면서 수도권 전체 상권 일대가 침체된 모습이었다. 식당은 기다리는 손님 대신 연말 송년회 예약을 취소하는 전화가 줄을 이었다. 한 자영업자는 “위드코로나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 실낱같던 희망도 사라졌다”면서 “6명~10명으로 예정됐던 송년 모임, 기업 회식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연말 연초까지 잡힌 예약이 몇 개 빼고 모두 취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영업은 위축이 불가피한 만큼 자영업자들은 다시 배달로 매출을 만회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치솟은 배달료 때문에 사실상 음식을 팔아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시장이 커지면서 지난달과 이번 달 평균 배달 대행료는 전년동기 대비 7~10% 가량 올랐다. 특히 어제처럼 한파에 눈까지 내린 날엔 건당 배달료가 2배 이상 치솟아 일부 음식점들은 아예 배달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지역 배달료는 2만원까지 치솟았다는 사례도 나왔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거리두기 강화가 오르는 배달료와 맞물려 자영업자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사실상 남는 게 없으니 매출이라고 말할 게 없는 셈이라 장사를 접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예정된 시기만 해도 2주, 어쩌면 수개월이 될지도 모를 방역 방침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천문학적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연말연시를 맞이해 경영회복을 기대한 소상공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안길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연말 대목 노렸는데…마케팅 축소하고 광고 중단 다른 유통업계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큰 백화점과 대형마트 역시 방문객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가보고 있다. 실제 3차 유행이 시작됐던 지난해 12월 백화점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이번 거리두기가 대목으로 꼽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끼고 있어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대목을 노렸던 주류업계도 실망감이 크다.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 제한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말 매출 대목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업계는 비대면 주류 판매가 가능한 일부 품목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업소용 제품 판촉과 광고는 중단하기로 했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단계적 일상회복에 맞춰 마케팅 준비를 마쳤지만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상품 판매를 재개하던 홈쇼핑업계도 예정된 방송을 취소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확진자 수를 지켜보면서 연말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고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코로나가 종식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12.19 15:45

3분 소요
[증시이슈]

증권 일반

오미크론 확산 우려에 하락했던 여행, 유통 관련 종목들이 반등을 나타내고 있다. 3일 오전 11시 기준 노랑풍선과 하나투어는 각각 어제보다 5.22% 오른 1만4100원에, 3.10% 오른 6만9900원에 거래 중이다. 호텔신라는 2.72% 증가한 7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오미크론 방역 지침을 발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우려했던 바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대규모 봉쇄나 입국 금지 대신 부스터샷 접종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다고 밝혔다. 한편 신세계푸드 어제보다 6.62% 상승한 8만3700원에, 하이트진로는 3.21% 상승한 3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미크론 공포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지만, 급격한 거리두기 강화보다는 미세 조정 조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의 연말 실적 개선 가능성에 관련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새롭게 발표된 방역조치 강화방안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최대 10인인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은 6인으로, 최대 12인이 가능한 비수도권은 8명으로 줄어들었다. 영업시간에 대한 제한 조치는 따로 전해지지 않았다. 2일 10시 영업시간 제한과 2~6인 인원 제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영업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해당 방역조치로 인해 한시름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현정기자lee.hyunjung3@joongang.co.kr

2021.12.03 11:30

1분 소요
[오리무중 e커머스 대전(大戰) 향배는] 누가 ‘30% 점유율 달성’ 깃발 먼저 꽂나

산업 일반

쿠팡 등 선점 경쟁에 롯데·신세계까지 가세… 강력한 차별화에 성공하느냐가 열쇠 될 듯 온라인 네트워크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e커머스(electronic commerce)’ 시장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e커머스 업계 3위 기업인 쿠팡은 지난해 1조원대의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냈지만 개의치 않고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계획된 적자’를 내세우며 업계 1·2위를 추격한 상황에서 승산이 있다고 봐서다. 경쟁사들도 출혈경쟁에 가세해 주도권 싸움이 한창이다. 장기전에서 이기려면 당장의 손실은 감수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과연 옳은 전술일까.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사상 최대 매출, 그리고 사상 최악의 적자. 명암이 이보다 더 극적으로 엇갈리기도 어렵다. 로켓처럼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로켓 배송’으로 시장에 숱한 화제를 낳은 e커머스 업계 3위(지난해 거래액 기준) 기업 쿠팡 얘기다. 지난 4월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4조4227억원의 매출을 달성, 국내 e커머스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2017년 매출은 2조6846억원. 1년 만에 매출이 65%나 급증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온라인 유통업계 평균 매출 신장률이 15.9%였음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로켓 성장’이다.놀라운 숫자는 또 있었다. 쿠팡은 지난해만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71.7% 늘어난 1조97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또한 영업손실로는 역대 최대치다. 쿠팡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 12개 지역에서 물류 거점을 24곳으로 늘렸고 2만4000명을 직간접 고용한 결과 적자폭이 늘어난 것”이라며 수익성 악화가 미래를 위한 고강도 선제 투자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실제 이 회사의 지난해 인건비는 9866억원으로 전년(6555억원)보다 3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운반비와 임차료에도 전년 대비 60%가량 증가한 2367억원을 썼다. 광고·선전비로도 2017년 538억원의 3배 수준인 1548억원을 투입했다. 눈앞의 대규모 적자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최근 “앞으로도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올해 시장이 또 한 번 놀랄 수 있음을 암시했다. ━ 11번가·티몬·위메프 나란히 적자 쿠팡의 이런 사례는 미래 성장성 확보를 담보로 극도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의 오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들이 ‘당장에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한 선제 투자로 승기를 잡으려는’ 전략을 취하면서 점입가경의 출혈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무료 배송과 특가 서비스 등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많은 돈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주요 e커머스 기업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거래액 기준 1위 업체인 이베이코리아 정도였다. 옥션과 지마켓 등 알짜 플랫폼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는 4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전년(623억원) 대비 22% 줄어든 수치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물류 센터와 인력 확충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했다.2위인 11번가(-678억원)나, 쿠팡을 추격 중인 티몬(-1255억원)과 위메프(-390억원)는 나란히 적자를 냈다. 티몬은 전년 대비 영업손실이 7.3% 늘면서 3년 간 누적 4000억원대의 적자가 발생했다. 돈을 많이 투입해서라도 매출이 늘면 성공이다. 티몬은 적자폭이 늘고도 지난해 매출이 4972억원으로 전년보다 39.6% 증가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티몬 측은 내년에 월 단위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위메프는 전년 대비 9.2% 감소한 4294억원의 매출로 티몬에 뒤처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다만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6%가량 감소한 수치라 손익 구조는 개선했다는 평가다. e커머스 기업들이 앞다퉈 치킨게임에 가세한 기본적인 이유는 나날이 급증하는 수요를 등에 업고 국내 e커머스 시장이 그만큼 고속성장 중이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총 거래액은 111조8939억원으로 2017년 91조3000억원 대비 22.6% 증가했다. e커머스 거래액이 연간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기성세대가 급증한 데다, 10대 등 쇼핑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소비층이 고스란히 e커머스 쪽으로 발걸음을 향한 결과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이 숫자가 2022년 189조8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로선 투자를 아끼지 않은 끝에 최대한 많은 소비자를 선점했을 때, 향후 시장에서 나눠 갖게 될 ‘황금알’ 역시 비례해서 늘어난다고 낙관할 수밖에 없다.e커머스가 소비자에게 간편하고 저렴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면서 갈수록 위세를 떨치는 사이,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시장은 매년 역성장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마트 업계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2015년 -3.2%, 2016년 -1.4%, 2017년 -0.1% 등으로 수년 간 지속적인 감소세다. 백화점 쪽도 사정이 썩 좋지 못하다. 이에 기성 유통 업체들도 오프라인 의존도를 낮추고 e커머스 사업을 키우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양대 유통 공룡으로 군림해온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대표적이다.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의 주도 하에 지난 3월부터 ‘에스에스지닷컴(SSG.COM, 이하 쓱닷컴)’을 온라인 통합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온라인 소비자 편의성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온라인 부문 매출을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한 3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그룹 내에서 e커머스 사업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쓱닷컴은 2014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7년엔 2조원을 넘어설 만큼 성장세가 뚜렷하다. 연내에 전용 물류센터를 추가로 구축해 주요 지역 배송 효율을 높여 내년까지 지난해 대비 전체 배송처리 물량을 배로 늘릴 계획이다. 맞수인 롯데그룹도 지난해 8월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 8개를 내년까지 통합, 본격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5년 간 3조원을 투입해 e커머스 사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을 20조원 규모까지 키운다는 목표다. 현대백화점그룹과 홈플러스 등도 온라인 부문 강화로 다크호스 등극을 노리고 있다.오프라인에서 수십년 간 검증된 강자들의 이 같은 e커머스 도전에, 온라인 기반의 업계 터줏대감들은 한층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껏 어렵게 쌓아올린 지위나 시장점유율이 자칫하면 사상누각(砂上樓閣)처럼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됐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e커머스 이용자들이 어느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몰리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임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기존 유통 강자들의 경우 초기 손실에도 더 과감해질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의 온라인 경쟁력이 그나마 덜 무르익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시장을 선점해 우위를 지킬 필요성이 커졌다. 업계 전반의 치킨게임이 심화한 또 다른 배경이다. ━ ‘규모의 경제’ 염두에 둔 계획된 적자?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쿠팡이나 11번가처럼 대규모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11번가는 지난해 5000억원 규모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한시름을 덜었다. 올해는 흑자 전환을 향해 달린다는 목표다. 쿠팡은 지난 2015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원) 규모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손정의 회장이 쿠팡의 성장성을 낙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과 함께 비전펀드를 구성하고 20억 달러(약 2조원)를 추가로 쿠팡에 투자했다. 쿠팡이 적자 규모가 늘어날 때마다 “계획된 적자”라고 주장하면서 투자를 늘린 배경엔 지원군들의 물밑 지원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정도 지원 규모라면 산술적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문제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다.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첫 1조원은 2년 만에 소진됐다. 수년 간 더 치킨게임이 이어질 경우 쿠팡으로선 상장이나 지분 매각 등의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할 수도 있다.쿠팡의 계획된 적자는 미국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쿠팡은 아마존을 롤모델로 삼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단, 아마존과 쿠팡의 차이점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아마존은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와 ‘네트워크 효과’를 실현하는 데 성공, 미국을 장악하고 세계로 뻗은 e커머스 기업으로 우뚝 섰지만 쿠팡은 아직 국내에서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 규모를 늘릴수록 생산비 절감이 가능해지고, 그로써 수익이 향상되는 것을 가리킨다. 외신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일찌감치 그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었다고 전한다.미국 CNBC방송의 1999년 한 인터뷰 영상에서 베조스는 “이 (e커머스) 업계에선 규모가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진행자가 아마존이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다소 비판적인 뉘앙스로 묻자(아마존은 창립 이후 이 무렵까지 십수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 그는 개의치 않고 “3000명 이상의 직원, 400만 제곱피트 규모 물류 센터를 구축하고 있음”을 강점으로 확언한다. 고객들이 주문한 상품을 더 빨리 받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기에 투자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언론에서 반신반의했던 아마존의 구상은 네트워크 효과(많이 팔리는 물건이나 많이 찾는 쇼핑몰에 소비자가 몰리는 현상)로 완성되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에도 어려움이 없게 됐다.여기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같은 차별화한 서비스 제공에 나선 것도 주효했다. 일정 연회비로 이용 가능한 이 서비스엔 현재 미국 가구의 약 63%가 가입했으며, 이들은 일반 회원에 비해 아마존에서 2.3배 더 구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멤버십 서비스만의 2일 무료 배송 혜택에 열광해서다. 미국 온라인 소비재 유통 업체 CGETC의 데이비드 비언 대표는 코트라 보고서에서 “미국에선 ‘온라인 쇼핑=아마존’이라는 공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성립돼 있을 만큼 아마존을 거치지 않는 거래 품목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아마존의 미국 내 온라인 쇼핑 점유율은 48%가량으로, 2위인 이베이(약 7%)를 압도하고 있다. 한국에서 아마존처럼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로 성장해야 할까. 업계는 30% 이상의 국내 점유율을 확보해야 압도적인 업계 1위 자리를 굳히면서 둘 모두 실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쿠팡의 e커머스 점유율은 7.1% 정도로, 1위인 이베이코리아(14.2%)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111조8939억원)에서 쿠팡의 거래액(약 8조원)과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약 16조원)을 각각 나눠 환산한 수치다. 이것만 보면 현재로선 오히려 이베이코리아가 더 승산이 있어 보인다. 30% 점유율을 달성하려면 이베이코리아는 지금보다 최소 배로, 쿠팡은 4배로 거래액이 증대돼야 한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점유율은 전년(15.3%) 대비 1%포인트가량 외려 줄었다. 경쟁 격화로 경쟁사들에 점유율을 일부 뺏긴 것이다.업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e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지금까지의 e커머스 패러다임을 뒤흔들 만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나타난다거나, 상위권 e커머스 업체 간 인수·합병(M&A)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나오지 않는 한 어느 업체도 30% 점유율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여서다. 게임 체인저 전략을 구사하는 대표적 업체가 쿠팡이지만, 갈 길이 멀다. 임일 교수는 “쿠팡에선 로켓 배송이 시장 판도를 뒤집을 혁신요소로도,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도 동시 거론되는데 이 상황이 지속돼선 쿠팡도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쿠팡맨의 택배 단가는 한때 5000~6000원에 달해 지금껏 적자폭 확대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쿠팡 측은 현재 택배 단가가 문제가 되지 않는 선까지 내려왔다고 밝히고 있으나, 회사 규모와 역량에 비해 로켓 배송을 위한 인건비와 물류비가 과도하게 들고 있다는 시장의 의구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의 아마존을 노린다지만 미국과 달리 협소한 내수시장, 그에 비해 지나치게 많고 비슷한 경쟁상대, e커머스에서 부침을 겪더라도 아마존처럼 믿을 만한 ‘캐시카우(cash cow, 수익 창출원)’가 없어 아마존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은 쿠팡뿐 아니라 국내 모든 e커머스 기업들에 공통적인 고민을 안기고 있다. 아마존은 2006년 설립한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가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면서 기업 전체에 활력을 주고 있다.결국 기업들로선 얼마나 강력한 게임 체인저를 확보하느냐가 최대 과제다. 온라인 포털 업계에서 네이버가 ‘지식인(iN)’ 같은 신개념 서비스를 내세워 2000년대 초반 난립하던 경쟁상대를 누르고 독보적 1위 자리에 오른 것처럼, 강력한 차별화에 성공해야 미래를 거머쥘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차별화한 서비스 제공을 시도하는 데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이베이코리아는 2017년 국내 e커머스 기업 중 최초로 유료 멤버십 제도인 ‘스마일 클럽’을 도입, 아마존처럼 일정 연회비를 받고 다양한 할인 혜택과 차별화 콘텐트를 제공 중이다. 기존 회원 고객의 추가 구매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수익모델로 떠올랐다. 이에 경쟁사들도 각각 조금씩 다른 내용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티몬 ‘슈퍼세이브’, 위메프 ‘특가 클럽’ 등), 호응을 얻고 있다. 기업들은 이보다 신개념의 서비스도 속속 선보였다. 쿠팡은 자정까지 주문한 신선식품을 오전 7시 전까지 배송해주는 ‘로켓 프레시’와 내 집 근처 일반인으로부터 택배를 받는 ‘쿠팡 플렉스’로, 위메프는 배달 개념과 연계한 오프라인 매장 픽업 서비스 ‘위메프오’로 주목받고 있다. ━ M&A나 상장 등 빅 이벤트 가능성 제기 그렇다 해도 지금으로선 회의론이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혈경쟁이 심해 업계 전반의 적자 규모가 쉽게 개선되긴 힘들다”며 “자금 조달에 실패하거나 적자가 누적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으로 우려했다. 적자가 나도 버티면 살아남지만, 현 시점에서 그때까지 버티는 게 가능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수많은 기업이 e커머스의 황금알을 기대하며 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늘 그랬듯 치킨게임에서 누군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수년 내로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압도적인 1위 기업이 탄생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2~3년 내로 M&A나 상장과 같은 큰 변화가 일어나 (업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2019.04.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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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데이터 날릴라 아이스크림 녹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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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석유화학·철강부터 금융·식음료 업계까지 노심초사 … 태양광 발전 설비 등 대책 마련 #1. 주력 제품인 빙과류 판매 성수기를 맞았지만 빙그레 직원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8월에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면서 충남 논산, 경남 김해 등지의 생산공장에서 전기가 끊길까 걱정이다. “자체 발전기를 갖춰 대비하지만 만에 하나 블랙아웃이 길어지면 큰일이죠. 보통 빙과류는 영하 18도 이하의 냉동고에 사흘간 보관할 수 있는데 전기가 끊기면 (녹은) 제품을 다 버려야 합니다.” 조용국 빙그레 팀장의 말이다.#2. 서울 수하동의 센터원 빌딩. 미래에셋이 관리하는 이곳은 한여름 전력 관리에 부쩍 신경을 쓴다. 금융거래 정보와 고객 데이터가 중요한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증권 등이 입주해 있다. “건물 내부의 연료 주입식 자체 발전기를 수시로 점검합니다. 블랙아웃에도 이상 없이 작동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금융업은 고객관리가 생명인 만큼 전산데이터 보존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임명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실장은 요즘 전력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운다.국내 원자력발전소 열 기의 가동이 멈췄다. 전국의 23기 중 절반에 가깝다. 해외 출장길에 올랐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상황이 급박해지자 5월 29일 조기 귀국해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는 5월 31일 “8월 둘째 주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지 모른다. 올 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된다. 블랙아웃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박근혜 대통령은 6월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불량 부품을 납품한 관련 업체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어떤 말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전력난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8월 둘째 주가 최대 고비전력난의 직격탄을 우려하는 건 해마다 국내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산업계다. 특히 24시간 공장 가동이 불가피하거나 여름철을 맞아 가동을 늘려야하는 기업엔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정부의 절전 캠페인에 동참하는 한편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삼성전자는 6월 10일부터 9월 말까지 임직원들에게 반팔 착용 등 복장 간소화 지침을 내렸다.PC 모니터 절전모드 설정, 개인용 냉·난방기 사용 자제, 퇴근 때 주변 기기 전원 끄기는 기본이다. 생산 현장에서 5%, 사무실에서 10%, 각 가정에선 15%의 전력 소모를 줄인다는 목표다. 일반 생산라인은 하절기 전력 수요피크 시간인 오후 2~5시에 생산 외 지역 조명과 공조 제어, 비가동 설비 전원을 차단하는 등 의무 절전을 한다.우려가 큰 쪽은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특성상 연속 가동이 불가피하다. 신영준 삼성전자 차장은 “반도체 라인에선 자동전원공급장치(UPS)를 비롯한 정전 대비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전원공급장치는 일종의 배터리 개념이다. 정전이 발생해 회선이 끊어지면 약 30분 동안 생산라인에 전원을 공급한다. 이때 끊어진 전원을 복구할 수 있지만 30분 안에 해결이 어려우면 자가 발전기를 돌려 라인 가동 중단을 막아야 한다.24시간 공장 가동이 불가피하기는 석유화학 업종도 마찬가지다. 블랙아웃을 우려한 LG화학은 고심 끝에 석유화학 생산라인이 있는 전남 여수와 충남 대산의 공장에서 전력 피크 시간대에 일부 설비의 가동률과 정비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또 충북에 있는 오창·청주 공장에선 8월 3~11일 임직원 집중휴가제로 공장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우병민 LG화학 과장은 “여수 공장 전기분해로 공정의 정기 보수 일정을 전력 수요량이 가장 많은 7~8월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기분해로는 LG화학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공정이다. 회사 측은 정비 기간 전체 전력 사용량의 10% 이상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석유화학 업종에선 모든 설비를 정상 가동하면서 전체 소요 전력의 3% 이상을 절감하기는 어렵다. 냉동기·압축기 등 전력 소모가 많은 설비도 가급적 오전 10~11시, 오후 2~5시 피크 시간대엔 가동을 피할 계획이다. 여수와 오창에 있는 자가 발전기, 태양광 발전 설비로 자체 전력 공급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도 있다.전력 소모량이 많은 철강 업종에선 생산량 감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증권에 따르면 동·하절기 각각 45일 하루 3시간씩 절전으로 공장 가동이 멈출 경우 연간 3%의 생산량이 줄어든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회사들의 영업이익 대비 전기요금비율은 20~30%로 부담이 만만찮다. 전력난에 전기요금 비중이 껑충 뛰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소비전력 대비 자가발전 비율이 높은 포스코나 고려아연은 피해가 덜하겠지만 전기요금 비중이 더 큰 일부 회사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피크 시간대 공장 가동 줄여최근 실적 부진 등 대내외 악재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포스코 역시 전력난을 우려한다. 한미향 포스코 팀장은 “전기로의 일부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기로는 전기를 이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설비다. 고철을 용해하는 과정에서 전력이 많이 소요되지만 한 번 가동하면 10년 이상 멈출 수 없는 용광로와 달리 비교적 자유롭게 가동을 멈추거나 재가동할 수 있다. 포스코는 경북 포항 제철소의 연산 200만t 규모 스테인리스 공장과 전남 광양 제철소의 180만t 규모 하이밀 공장에서 전기로 가동률을 낮추기로 했다.또 하반기로 예정된 포항제철소 전기강판·후판 공장 수리 계획을 앞당겨 8월 중에 실시할 계획이다. 이 기간 2만㎾의 전기사용량을, 광양제철소 산소 공장 일부 가동을 멈춰 2만㎾를 추가로 줄인다. 아울러 제철소 부생가스 발전설비의 수리를 하반기 이후로 미루고 LNG 복합발전 설비를 최대로 가동해 16만㎾의 전기를 추가 공급한다.그동안 포스코는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등을 활용해 총전력 사용량의 70%를 자가 발전으로 끌어왔다. 가동률 하향으로 부족해지는 쇳물은 최근 준공한 광양제철소 1용광로에서 충당해 손실을 최소화할 방침이지만 고민은 깊다.민자 발전사에게는 전력난이 호재반도체·철강 못잖은 에너지 소비산업인 정유업계도 고민이 만만찮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도 다른 업계처럼 전력소비량이 많은 일부 고도화 시설의 보수작업을 여름 전력 피크 기간에 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본사에선 대형 절전장치인 ‘빙축열 냉방시스템’을 가동 중이다.심야 시간대에 전력을 활용해 얼음을 얼렸다가 낮에 얼음이 녹을 때 생기는 냉기로 에어컨을 가동한다. 이를 통해 에어컨으로 소모되는 전기요금의 30%를 줄일 계획이다.소비재 업계도 시름은 깊어졌다. 김기현 빙그레 실장은 “여름철은 주력 제품인 빙과류 성수기인데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며 “아직 생산량이 폭발적이라거나 공급에 문제가 있지는 않지만 전력난에 따른 각종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5월까지는 예년보다 춥다가 6월 들어 갑자기 무더위가 나타나는 등 변동이 잦은 날씨에다 전력난 우려까지 겹쳐 이중고다. 이마트·롯데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매장 조명의 LED를 교체하고 개·폐점 전후로 출입문을 열어 건물 실내온도를 낮추는 등 7~8월을 앞두고 전력 사용량 절감에 나섰다.제조·생산과는 거리가 멀지만 고객정보나 거래정보가 중요한 금융권도 예외일 수 없다. 외환은행은 최근 서울 을지로 본점의 옥외 환율 전광판을 껐다. 신한은행은 지점 건물 옥상의 간판 운영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국전력도 바빠졌다. 전력설비 품질 점검에 나선 한편 한전과 납품업체 사이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감찰팀을 운영할 예정이다.박희숙 한전차장은 “모든 직원이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며 “각 업체들에 비상 발전기 가동을 요청했고 각계도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협조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전력난에 대부분 울상이지만 내심 즐거운 기업도 있다. SK E&S·포스코에너지·GS파워 등 민자 발전사가 그렇다. 이들 회사는 전력 수요가 늘고 전력난이 심각해질수록 수익이 늘 수밖에 없다. SK E&S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996억원에서 지난해 6097억원으로 2년 사이 급증했다. 올해는 수익성이 더 좋아질 전망이다.민자 발전사들이 전력난에 큰 수익을 내자 여론은 곱지 않다. 정부는 올 초 민간 발전소 수익을 2년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일종의 공공성을 감안한 상한제 개념으로 원료 가격 이상의 이익을 내지 않도록 제한하려는 것이다.하지만 정부 스스로 민자 발전을 장려한 상황에서 갈팡질팡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027년까지 민자 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의 3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민자 발전사들은 정부 규제가 오히려 전력시장의 발전을 막는다고 반발한다.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전력난에 돈을 버는 건 사실이지만 최근 1~2년 실적이 반짝 좋은 걸 문제삼는 건 지나치다”며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은 2015년 이후 가동률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앞날을 점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민자 발전 시장이 개방된 2001년 이후 6~7년간 SK E&S 등의 영업이익률은 2~3%대에 머물렀다.업계는 전기요금 현실화와 공급능력 확충만이 전력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 예비율을 높이고 안정적 공급을 이루려면 정부가 규제 대신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게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여론 악화에 일희일비하면서 규제 범위를 늘리면 민간 투자가 위축되면서 전력 공급량이 계속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자 발전사가 가동하는 LNG발전기 대부분이 한전 자회사의 발전기보다 효율이 높다는 점도 업계가 강조하는 이점이다.”블랙아웃(Blac

2013.06.18 15:49

6분 소요
“부자 동네라는데 이사 때  TV도 안 사요”

산업 일반

‘강남 대체할 신도시’ ‘신부촌’. 1만8000가구가 입주하는 잠실 재건축 단지를 부르는 말이다. 재건축 특수를 잡기 위해 유통, 부동산, 인테리어, 금융, 학원 등이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분위기는 썰렁하다. 웬일인지 입주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일까, 실제 돈이 없는 것일까. ‘잠실의 굴욕’은 불황에 허덕이는 한국 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싼 아파트가 정글처럼 빽빽한 곳에 부는 황량한 바람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층 취재했다. 당신이 백화점 가전 담당 마케터라고 가정해 보자. 백화점 인근 새 아파트 단지에 2만여 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면 입이 쫙 벌어지지 않을까? 새 집으로 이사하면서 기본적으로 텔레비전, 세탁기 정도는 바꿀 테니 말이다. 계산기를 꺼내 두드려 보자. 2만 가구 중 딱 10% (2000가구)만 150만원짜리 42인치 PDP TV를 사도 기대 매출이 30억원이다. 그뿐인가? 홈 인테리어 업자나 소파 등을 파는 가구 판매상도 ‘특수’를 기대할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나 예금·대출 판매에 나선 은행, 신규 고객을 잡으려는 증권사 간 경쟁도 뜨거울 것이다. 지난 8월 1일 입주가 시작된 잠실 재건축 단지는 그런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곳이다. 대형 백화점이건, 할인점이건, 가구점이건, 우유 대리점이건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단단히 한몫 잡겠다며 군침을 흘릴 만한 곳이다. 그에 따른 마케팅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입주가 거의 완료된 잠실 3~4단지를 제외하고 8~10월에 입주가 시작되는 잠실 1~2단지, 잠실 시영 재건축 단지로 이사 오는 가구만 1만8000여 가구다. 평균 4인 가족으로 계산하면 대략 과천시만 한 인구가 몰려오는 셈이다. 신도시가 하나 생긴다고 해도 맞는 말이다. 그것도 3.3㎡(1평)당 가격이 국내 중소기업 5년차 평균 연봉인 3000만원(잡코리아 2008년 5월 조사)에 육박하는 곳이다. 지난 8월 7일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걸려 있는 이곳 매매가는 109㎡(33평)형이 8억3000만~10억원이었다. 잠실 주공 1~2단지를 재건축한 ‘엘스(1단지)’와 ‘리센츠(2단지)’를 배후로 하는 상가 가격은 3.3㎡당 최고 1억원이 넘는다. 또 이곳은 8학군이자 범강남권이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잠실 재건축 단지 입주 가구의 대략적인 구매력은 “대한민국 최상류 층으로 분류되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치동 아이파크 거주자 대비 50% 수준”이라는 게 인근 백화점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겨우 50%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만만치 않은 구매력이다. 이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인 강남의 옆 동네이자 강남을 대체할 ‘신흥 부촌’으로 일찌감치 소문나 있지 않았던가. 자! 이제 비싼 아파트로 이사 올 구매력 높은 주부들이 지갑을 열 일만 남았다. 주변 상권의 기대는 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사 특수만 200억원 정도 매출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잠실 재건축 단지 인근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연 매출은 각각 7520억원, 6210억원이었다. 백화점 전 매장 매출 합계가 월 평균 500억~600억원 정도인 셈이다. ▶잠실 재건축 단지는 강남 집값 하락의 진원지로 꼽힌다. 이를 감안할 때 하나의 백화점이 이사 특수 상품에 해당하는 가전·가구·홈 인테리어 상품으로 200억원 정도 매출을 예상했다면 잠실 재건축 단지에 대한 유통업계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스스로 예상한 대로 매출을 올려 마케터의 입은 귀에 걸렸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백화점 매니저는 “입주 초반이라고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른 백화점 고객상담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TV 욕심은 있는 편인데, 상담조차 없다”며 “홈 인테리어 상담을 하러 오는 잠실 입주자 중에 TV를 바꿀 계획이 없다는 고객이 많아 놀라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대형 백화점 관계자들은 무더운 휴가철이고, 입주 초반이라는 점을 위안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실제로 1만8000여 가구 중 가장 먼저 입주가 시작된 ‘리센츠(잠실 2단지, 5563가구)’ 입주율은 저조하다. 중도금 납부 등을 마치고 입주증을 받아 집 열쇠를 받아간 입주 가구는 대략 30% 정도다. 하지만 저조한 입주율이 백화점 판매 담당자들에게는 위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 잘 안다. 한 백화점 팀장급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이 넋두리를 하던 7일, 통계청은 7월 소비자 기대지수가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81.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입주기간 늘려 달라” 조합원들 시위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얼어 붙으면서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는 잠실 재건축 입주 특수는 점차 물거품이 되고 있다. 유통업계만 그런 건 아니다. 부동산·금융 업계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거품 붕괴설이 끊임없이 나도는 가운데, ‘잠실 신(新)단지’는 강남 집값 하락의 원흉으로 몰리는 실정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가 최근 지난 6월 기준으로 서울지역 아파트 값을 작년과 비교해 봤더니 시세가 떨어진 단지의 80%가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범강남권이었다. 이 중 잠실 재건축 단지가 속해 있는 송파구가 가장 많은 하락세를 보였다. 따지고 보면 잠실 재건축은 ‘공급이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원리를 보여준 경우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굴욕’ 그 자체다. 최근 신천역 부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잠실 재건축 1~2단지 매매·전세를 알아보기 위한 고객들로 붐볐지만 실제 거래는 거의 끊긴 상태였다. 한 달 전 1억원 가까이 내린 가격에 매매가 일부 있었지만 다시 소강상태라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초급매’ ‘급매’ 안내문이 붙은 중개업소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전세시장도 ‘강남 자존심’ 따위는 사치다. 워낙 전세 물량이 많다 보니 강북 아파트 전셋값과 비슷하게 나오는 물건도 있다. 한 중개업소 사장은 “실제로 강북 쪽에서 전세를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 중에는 내놓은 집이 나가지 않아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있는 가구도 많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1~2단지의 경우 원하는 값을 받으려면 집 팔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도 잘 안 되는 데다 대출 받기 어려워진 환경도 잠실 재건축 단지를 우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잠실 시영단지를 재건축한 ‘파크리오’ 조합원들은 8월 6일 시공사를 상대로 “입주기간을 늘려 달라”고 시위를 벌였다. 잔금 낼 돈이 없어서다. 전세를 놔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거나, 매매를 통해 내야 하는데 거래가 뚝 끊기면서 8월 29일부터 10월 12일까지로 정해진 입주기간 내에 잔금을 치를 수 없는 형편이다. 조합원들은 입주기간 내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10~15% 정도의 연체 이자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대출 받기도 만만치 않다. 대출 금리 때문이다. 현재 잠실 재건축 단지에는 금융회사들이 총 출동해 대출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수요는 그리 많지 않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을 꺼리는 입주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당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당연히 대출 금리도 올라 국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5~8.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4층의 낡고 허름했던 23~49.5㎡짜리 잠실 주공 아파트는 최고의 인기 아파트를 꿈꾸며 변신했지만 불황의 고개 앞에서 굴욕을 맛보고 있다. 특수는 없고 시름 소리만 큰 이 신도시는 한국 경제가 처한 불황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2008.08.11 11:35

5분 소요
한국 경제 어디로 갈까?

산업 일반

유가 200달러 시나리오를 예측해 보는 일은 비산유국인 한국으로선 악몽이나 다름없다.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조여서 더욱 그렇다. 지난해 말까지 견실하게 성장해온 한국 경제는 올 들어 유가가 40%나 뛰어 배럴당 130달러에 달하자 물가상승, 교역조건 악화, 성장 둔화 등 갖가지 부정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수출주도형 성장엔 이미 브레이크가 걸렸다. 올 1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51억 달러에 이르면서 연간 3%대 안팎의 성장률이 점쳐진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지훈 박사는 자체 개발한 ‘거시계량 모형’을 이용해 최근 유가 200달러 시대의 경제 지표를 산출해 냈다. 그 결과 연평균 유가가 200달러에 이르면 경제성장률은 예상치보다 5%포인트 주저앉고, 물가는 3.2%포인트 오르게 된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올해 경제성장률 4.7%에 대입해 보면 연간 마이너스 0.3%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는 말이다. 물가상승률 역시 한국은행의 상한선 3.5%에다 3.2%가 더해지면 6.7%까지 치솟게 된다. 6월 현재 소비자 물가가 벌써 5%에 다가선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상승률은 7%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예상이다. 연평균 200달러 유가 체제에선 경상수지 적자액도 200억 달러가 추가로 늘게 될 것으로 이 박사는 예측했다. “거의 패닉이나 공황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보면 된다. 고소득층은 제한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중산층 이하에서 받을 충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저소득층은 벌써부터 큰 타격을 받지만 200달러 유가시대엔 중산층들도 견디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중산층이 희망을 잃게 된다면 사회 불안 심리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경제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유가 200달러 시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업종별로 진단해 봤다. 한국 경제 어떻게 버텨낼까? “속도에 달렸다. 고통스럽지만 대처 가능하다” 유가 200달러가 현실화되면… “경상수지 적자액이 200억 달러 더 늘어난다. 중산층 이하가 받을 충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박사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다면 200달러까지 간다 해도 원화를 5% 정도 절상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임지원 JP모건 체이스 이코노미스트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 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도 있다. 환율은 유가 상승의 소화기도 되고 성냥불도 된다.” 최호상 신한은행 FSB연구소 이코노미스트 “거의 모든 어업 업종이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어선 어업은 1, 2차 산업 중 연료비 비중이 가장 높다.” 황기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 “200달러 시대는 유통의 양극화를 가져온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보다 재래시장이 직격탄을 맞는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직장이 몰린 도심이 주거지로 각광 받는 대신 외곽의 베드타운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 연구소장 JP모건 체이스의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는 “150달러까진 유가가 쉽게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가격대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오일쇼크는 유가 상승 속도가 가팔라 몇 달 안에 갑절로 불어날 때 기승을 부렸던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6개월 안에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른다면 70, 80년대식 오일쇼크를 겪게 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진다면 충격이 과거만큼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단 정부가 환율과 세제 조정을 통해 유가에 효과적으로 개입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일이다. “유가가 200달러에 달한다 해도 원화를 5% 정도 절상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시각이다. 한국은 높은 외환보유액에 재정도 건실해 환율과 유류세 등을 낮춰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넓다고 본다. 오석태 한국시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오일쇼크 땐 인플레이션이 1~2년 가다 말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구조적 인플레이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경제 구조에서는 기름 값이 아무리 올라도 사용하지 않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200달러 시대에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고통스러운 조정과정을 거치겠지만 경제가 멈춰서는 일은 없다”고 그는 믿는다. “달러를 쓸어 담고 있는 산유국에다 물건을 얼마만큼 파느냐가 중요하다. 그 일은 한국이 경쟁력이 있다.” 물가가 올라 내수 위축이 예상되지만 수출이 잘된다면 전체 소득을 적정선에서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는다면 1998년 IMF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최호상 신한은행 FSB연구소 이코노미스트가 경고했다. 유가가 폭등하면 물가가 오르게 마련이고 자연스럽게 금리도 뛴다.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의 소득은 물가상승 분만큼 오르지 않는데 고소득층의 금융소득은 금리 인상으로 더 늘어나게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충분히 비축한 달러를 풀어 환율만 끌어내리면 200달러 시대에도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외환위기 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그가 말했다. “환율이 유가상승의 소화기도 될 수 있고 성냥불이 될 수 있다.” 농·수산업 손발 묶이나? “기름 값 무서워 손 놓을 수밖에 없다” 치솟는 고유가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농어촌에 암담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농약, 비료, 농기계 가동, 운송비 등 농산물 재배에서부터 수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산요소가 유가에 연동돼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와 공급의 법칙에 좌우되는 가격은 소비가 늘지 않으면 오를 리 없다. 외국의 값싼 농산물이 밀려들면 결국 증가한 생산비는 농어민이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한다. “시장이 개방되고 유가마저 200달러로 뛰어 생산비가 오르면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줄을 잇게 된다”고 농촌경제연구원의 고유가 대책 TF팀장인 김경률 박사가 말했다. 그 다음부터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농사를 그만두면 소득은 없고, 빌린 영농자금의 이자도 못 갚는다. 결국 수많은 농민이 신용불량의 늪에 빠져들어 농촌사회의 붕괴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어촌의 사정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3월 200ℓ들이 한 드럼에 13만원 하던 면세유 공급가격이 6월엔 19만8000원을 기록했다. “아직도 어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모두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기형 박사가 말했다. 유가 상승분이 일반 어민들에겐 한 달이 지나서야 반영된다는 것이다. 7월이면 23만~24만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거의 모든 어업 업종이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고 황 박사가 말했다. 이미 오른 기름 값 때문에 출어를 포기한 어부들이 줄 선다. 이런 지경에 200달러 유가시대가 현실화한다면 어업은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어민 입장에서는 어선에 투자한 금액의 이자라도 뽑자면 배를 그냥 놀릴 수도 없다. 다만 고기가 많이 잡히는 성어기에만 출어할 수 있게 된다. 기름 값이 무서워 배를 못 띄우는 세상이 온 것이다. 황 박사는 “어선 어업은 100여 종의 1, 2차 산업 중 연료비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이라며 고유가가 우리 어촌에 미칠 충격파를 우려했다. ▶운행을 멈춘 화물차들이 늘어선 양재동 화물터미널. 물류업계 깊은 시름이 시작됐다 “기름 값 더 오르면 산업의 대동맥 막힌다” 현대증권 한병화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200달러로 폭등할 경우 “물류업계에는 어떤 대책도 통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벌크선 사업부문이 호황을 누리는 해상운송이라지만 현재의 130달러가 거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한다고 한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해운업체들은 배의 운항속도를 늦추고 컨테이너선을 더 길고 크게 만드는 식으로 고유가 충격을 흡수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200달러 시대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육상운송에서도 화물연대가 유류비 폭등을 이유로 운행을 중단하는 등 이미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항공업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10∼20달러만 더 올라도 속수무책이다”고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애널리스트가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연평균 유가가 1달러 올라도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20달러가 오르면 6000억원을 앉아서 까먹는다는 얘기다. 운항편수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고, 항공기 한 대를 여러 항공사가 함께 사용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는 “운항 기피 노선이 늘어나고, 운임도 크게 올라 지구촌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유가 200달러 시대가 온다면 자체적인 비용절감 말고도 유류할증료 도입 등 정부의 정책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유류 할증이란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기 운항비용 증가분을 운임에 반영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을 막는 일이기도 하다. 유류할증료가 늘어난다면 당장 수출업체들이 운임 증가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다고 국내 철도운송이 고유가 시대 육상운송의 대안으로 나서기엔 처리 용량에 한계가 있다. 한국철도공사 물류사업단에 따르면 올 들어 철도 화물수송 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1∼4월) 평균 4.4% 늘었다. 지난해 철도 화물수송 실적은 총 4453만t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연간 최대 수송 능력을 5100만t으로 잡고 있다. 여유 수송량이 15%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차량, 인력 등 인프라가 100% 갖춰졌을 때 얘기다. 지금도 몰려드는 화물을 미처 소화하지 못해 돌려보내거나 운송이 지연되기도 한다고 박복규 한국철도공사 물류계획팀장이 전했다. “철도 인프라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는다”고 박 팀장은 덧붙였다. 부동산·건축경기 얼어붙을까? “도심 아파트 뜨고 베드타운은 지고…” 200달러 시대엔 유가가 물가를 끌어올린다.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국내 건설의 60%를 차지하는 주택 부문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리가 뛰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잠재적 주택 구매자들은 청약을 미루고 분양도 어려워진다”고 한화증권 전현식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이는 건설업체의 자금난으로 이어져 후속 주택 건설사업도 꺼린다. 결과적으로 주택 공급도 위축되고 건설업체의 매출과 이익도 함께 줄어드는 불황에 빠지게 된다고 전 애널리스트는 예상했다. 메리츠증권의 전용기 애널리스트도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고자 금리를 올리면 분양이 회복불능 단계에 접어든다”고 말했다. 유가가 끝없이 오른다면 민간 주택은 물론이고 정부 발주 공사마저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 토목공사는 최저가 입찰제여서 계약체결 후 원가 상승분을 건설사가 떠안게 돼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정부 발주 공사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건설경기가 실종된다는 말이다. 아파트에는 변화의 바람이 분다. 유가가 200달러를 향해 치닫게 될수록 도심에 가까운 아파트나 주거공간이 인기를 끈다. 사람들이 교통비를 아끼고자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는 쪽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사무실들이 몰려있고 주요 도시기능이 직접된 도심이 주거 입지로 각광을 받는 대신 외곽의 베드타운 기능을 하는 신도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 연구소장이 말했다. 신도시도 도심 진입에 가능한 전철 노선의 유무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 또 대부분의 아파트나 주택들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지붕에 이고 사는 때가 온다고 박 소장은 예측했다. 유통업계의 재편 이뤄질까? “최대 피해자는 서민층이 찾는 재래시장” ▶유가인상으로 가동을 중단한 정유 공장 생산라인. 유가가 오를수록 차량 연료비를 아끼려는 고객들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 등 기업형 유통업체들보다 동네 수퍼마켓이나 재래 시장을 선호하게 될까? 대답은 정반대다. 유가 200달러 고유가 시대에 물가가 오르면 소비시장 위축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재래시장이 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따라서 상권 개편과 같은 변화는커녕 유통업계의 양극화가 더 촉진될 거라고 예상한다. 유가 폭등으로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은 성장률이 둔화될지언정 마이너스 매출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다고 신영증권 서정연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양쪽의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형 유통업체는 중산층 이상이 주로 활용하는 반면, 재래시장은 서민층이 주요 고객이다. 기름 값이 오르면 차량 장거리 이동을 꺼린다는 말은 옳지만 가는 횟수를 줄이고 구매액은 두 배로 늘리는 식으로 소비 활동 양식을 바꾸게 된다는 게 서 애널리스트의 시각이다. 어떤 불황에서도 부자들은 고급 소비활동을 꾸준히 한다. 대형할인점들은 PB(프라이빗 브랜드)와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자들에게 가격 인하 압력을 넣어 재래식 시장이나 동네 수퍼보다 더 싼 가격에 물품을 공급할 수 있다. 물가상승에 더욱 민감한 저소득층은 소득이 뒷걸음질 치면 식생활 소비도 줄여야 하는 처지다. 우리투자증권 박진 애널리스트도 “200달러 시대는 소비 침체와 함께 소비의 양극화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자동차·전자업종은 굳건한가? “연비 등 기술 혁신, 대체에너지 개발 힘 얻는다” 유가 130달러 시대 자동차와 전자업계는 상대적으로 고유가 타격이 덜한 편이다. 두 업종 모두 전통적으로 수출 비중이 크지만 운송비 부담이 생각만큼 무겁지 않다. “운송비가 많이 소요되는 품목들은 이미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는 품목은 휴대전화나 반도체처럼 (운송비의) 비중이 낮다”고 굿모닝 신한증권의 이승호 수석연구원은 말했다. 물론 산업 전반에 미치는 소비심리 위축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으면 “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업계 전반에서 분명히 눈에 보이는 변화가 올 것”이라고 대신증권 김병국 과장이 말했다. 전자업계도 유가가 높아질수록 기술집적도가 높은 IT 분야보다 생활가전이나 홈시어터 등 가전 분야가 유가 상승의 충격에 더 많이 노출된다. 업계는 기술혁신으로 고유가 시대를 겨냥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선다. 전자업계는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LG화학과 전자로 이원화됐던 태양광 사업을 전자 쪽으로 통합해 추진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도 태양광 사업을 가시화하고 있다”고 교보증권의 김갑호 책임연구원이 말했다. 유가가 적당히 오르면 미국 시장이 대형차에서 소형차 중심으로 소비가 돌아서면서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출 전망은 밝아진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200달러 선까지 가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자동차업계도 혁신적인 연비기술 개발 등 생존경쟁에 내몰리게 된다”고 대신증권 김병국 과장은 내다봤다. 생활 속 변화는? “버스, 지하철 출퇴근 전쟁 겪을 수도” 유가가 200달러로 가면 자가용 이용자들이 대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져 버스, 지하철에서는 출퇴근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부장은 설명했다. 대중교통 요금도 치솟는다. 교통비가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때보다 커진다. 자전거 출퇴근 문화가 확산되고, 부피가 작은 오토바이가 도로를 질주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통행 차량과 함께 매연도 주는 도심은 쾌적한 환경이 조성돼 좋은 공기를 찾아 외곽으로 향하는 행렬도 줄어들지 모른다. 또 농산물 가격에 오른 수송비와 생산비가 반영되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은 집에서 텃밭을 가꿔 간단한 채소를 직급 조달해 먹는 풍속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안 부장은 예상한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생기는 전기로 모터를 움직이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보급도 한층 앞당겨질 수 있다. 거리에 수소 충전소가 등장하고, 전력과 열을 동시에 발생시켜 에너지 이용률을 높이는 열병합발전소를 두는 주택이 늘게 된다고 에너지경제연구원 부경진 박사는 말한다. 에너지 절감 노력도 다각화된다. 겨울철 난방 온도 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에너지관리공단 김인수 실장이 말했다. 이 제도는 얼마 전 지식경제부가 제안했다가 과도한 규제란 비판에 철회했다. 또 가정 내 에너지 사용량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스마트 계량기 보급과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건물 에너지 등급제 도입도 한층 탄력을 받는다.

2008.06.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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