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7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눈앞…“믿고 맡길 수 있나” 우려 제기

산업 일반

올해 하반기 중으로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 제도가 시범 도입되는 가운데,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엇갈렸다.고용노동부는 31일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육아 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노동부에 따르면 연말부터 서울에서 필리핀 등 외국인 근로자 100여명이 가사·육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족, 임산부 등의 집에서 최소 6개월 일하게 된다.외국인 근로자가 공식적으로 가사·육아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발급받아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 허가를 받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2004년 도입한 제도다. 현재 농업·제조업·건설업·일부 서비스업 등에 한정해 E-9 비자를 발급하고 있는데, ‘일부 서비스업’에 가사·육아 서비스를 추가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다만 가사·육아에 대한 경력과 지식이 있고, 한국어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 정신질환자, 마약류 중독자,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은 선발되지 않는다.노동부는 이번 시범사업 성과를 분석해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제도운영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향후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도입 규모를 몇 명까지 늘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 발제를 맡은 이상임 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부모가 육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사정이 있을 때 대체해줄 인력이 필요하다”며 “이때 많은 선택권을 제공해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가사서비스 매칭 플랫폼업체인 홈스토리생활의 이봉재 부대표도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데 종사자는 점점 줄고 종사자 평균 연령도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외국인력) 추가 도입이 안 되면 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공급할까의 문제에 부딪힌다”며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 도입 가부(可否)보다는 도입 방법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반면,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를 들여오기보다는 한국인 종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왔다.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누가, 얼마나, 왜 외국인력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며 “외국인력 도입이 가사·육아 서비스 전문성 확보나 직업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느냐”고 반문했다.복직을 앞둔 워킹맘 강초미씨는 “50~60대 육아도우미를 선호하는 이유는 20~30대 부부가 가지지 못한 육아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이론만으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7살, 5살 자녀 둘을 키우는 워킹대디 김진환씨도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지, 문화적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지, 육아 가치관에 대한 교육을 이뤄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외국인 가사·육아도우미를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세 살배기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고은씨는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한국 중년여성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며 “돌봄시장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저하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고 말했다.이날 공청회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등이 ‘노예제 도입 중단’, ‘돌봄을 시장의 논리로 계산하지 말라!’ 등 손팻말을 들고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23.07.31 18:25

3분 소요
넷마블, 2022 대한민국 환경대상 ‘기후변화대응∙친환경건축물’ 부문 본상 수상

IT 일반

넷마블은 지난 6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개최된 ‘2022 대한민국 환경대상’에서 기후변화대응∙친환경건축물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고 7일 밝혔다. 넷마블 사옥 ‘지타워’는 설계 단계부터 건축과정까지 친환경 건축물을 표방했다. 지난해 넷마블과 계열사 코웨이,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이 입주한 ‘지타워’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 연료 전지 시스템, 지열 시스템을 활용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7.27%를 충당하도록 설계됐다. 넷마블은 자연 생태적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신사옥 건설 시조경면적, 공개공지 및 생태면적률을 법적 요구사항 이상의 공간을 확보했다. 친환경 출퇴근 문화 조성을 위해 약 260대의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하고, 친환경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또 중수도∙우수조를 이용한 물 사용량 감축으로, 입주 후 5개월 만에 32만L 용수 사용량을 절감하고, 가시광선은 투과시키고 적외선은 반사시키는 고성능 ‘로이복층유리’를 사용해 열 에너지 소비량을 낮췄다. 이외에도, 넷마블은 2021년 12월 ‘ESG 경영위원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3월 ESG 비전과 철학을 담은 최초의 보고서를 발행한 바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향후에도 ESG 경영 실천을 위해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확립과 사회공헌활동 그리고 사람과 지구를 먼저 생각하는 친환경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민국 환경대상’은 지속가능한 친환경사회로의 구현과 활동을 장려하고자 제정된 상으로 환경부, 교육부 등 4개 정부부처에서 후원하며, 대한민국환경대상 위원회가 주관한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2022.07.07 16:18

1분 소요
DS네트웍스, 인천 ‘우리집 공간 채움 프로젝트’ 나눔 실천

건설

DS네트웍스는 18일 인천광역시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우리집 공간 채움 프로젝트’에 성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기부금 전달식은 인천광역시가 주최했다. 조택상 균형발전정무부시장, 조상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이규용 DS네트웍스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우리집 공간 채움 프로젝트'는 지정기부금을 활용해 전용면적이 대부분 40㎡ 이하의 영구임대주택인 '우리집'에 냉장고, 에어컨 등 맞춤형 생활가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간활용을 효율적으로 변경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면서 입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규용 DS네트웍스 대표이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양질의 부동산 개발은 물론 취약계층을 위한 성금과 물품 기부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DS네트웍스는 지난 2018년부터 매출 1조원 이상을 꾸준히 달성하고 있는 국내 최대시행사로 2023년 말 상장을 앞두고 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2022.01.19 14:42

1분 소요
[‘각학각색(各學各色)’ | 뜨거운 난민 논란 어디로? - 경제학] 이민정책 관점에서 난민 문제 접근할 필요

정책이슈

사회·경제적 편익, 노동시장 교란 여부 따져야 … 난민신청자는 한시적 노동력 특징 지녀 한국은 그동안 난민 문제의 무풍지대였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르다. 올해 5월 말 기준 전국적으로 난민심사 대기 건수가 1만5700여 건에 이르는 등 우리나라도 난민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난민은 일반적인 국제 인구이동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대부분의 이주가 경제적인 이유로 자발적인 선택을 통해 국가 간 이동을 하는데 비해 난민은 강제 이주의 성격을 갖는다. 물론 난민도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목적을 갖는다는 점에서 일반 이주자와 차별성이 명료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수용국에게 인도주의적 접근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현행 제도에 따르면 난민신청 이후 1차 심사, 이의 신청, 행정소송 후 행정법원의 1심과 고등법원 2심, 대법원 3심까지 진행할 수 있다. 예멘 난민 신청자 중 난민인정을 받게 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이 일정 기간 동안 국내에 체류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외국인이 난민신청을 한 경우 난민인정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어 난민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 따라서 난민인정 여부를 가르기 전까지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난민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주자이며, 이들은 이민정책의 주요한 대상이다. 이민자 유입 정책의 핵심은 사회·경제적인 관점에서 수용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이민자의 자립이라는 노동시장 통합과 내국인과의 일자리 보완성 원칙은 이민자 통합정책이 지향해야 할 주요한 과제다. 이민자에 대한 내국인의 태도는 이민자와의 접근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이민자 유입에 따른 사회·경제적 편익이 클 때, 그리고 노동시장이 교란되지 않을 때 우호적인 입장을 갖기 쉽다. 이민자 유입의 영향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고 이민자라는 특성 자체 때문에 작은 부정적인 사건도 확대 해석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민자 유입 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현행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신청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신청일로부터 최장 6개월까지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지원은 한시적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취업 지원은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이런 점에서 난민신청자들은 한시적인 노동력으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국인 노동시장의 보완성 원칙을 견지함과 동시에 이들의 고용관계를 둘러싼 지원·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난민신청자는 원칙적으로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야 취업활동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의 경우 출입국 관리법 제20조(체류자격외 활동)에 의거해 취업을 허가했다. 취업 분야는 국민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농·축·수산업 및 요식업 등 제주도 내 인력이 부족하고 국민 일자리 잠식 가능성이 작은 업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로는 한계가 있으며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이런 점에서 국내 외국 인력 도입 제도인 고용허가제의 형식을 가져오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취업 지원에는 취업알선 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육, 직장생활에 대한 이해, 노동관계법 등에 대한 교육 등을 포함하고, 근로자로서의 권익보호도 필요하다. 사업주에 대해서도 이들의 활용에 따른 고충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난민취업자와 사업주 당사자 간의 고용관계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의 유관부처 및 지역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행정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규용 선임연구위원은…한국이민학회 회장, 고용영향평가센터소장 등을 맡고 있다.

2018.08.05 14:38

3분 소요
[대책 없는 청년실업 대책] 재탕·짜깁기·보여주기 정책의 결정판

정책이슈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대과에 합격한 응시생들은 임금이 직접 내는 책문(策問)에 답을 해야 했다. 국가 현안의 해결을 위한 엄중한 답안, 이를 ‘대책(對策)’이라고 불렀다. 이 과정에서 나온 좋은 대책은 국가 운영에 반영됐다.지난 3월 청년(15~29세) 고용률이 1984년 이후 최저치인 38.7%로 곤두박질치자, 박근혜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7월 27일 정부 6개 부처 관료들이 모여 만든 대책이 발표됐다. 답안 제목은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이번 대책에 박 대통령은 몇 점을 줄까?본지가 대신 채점을 해봤다.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50쪽에 달하는 대책안에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다. 정부도 겸연쩍었는지, 20만개의 ‘일자리 창출’도 아닌 ‘일자리 기회 창출’을 하겠다며 내놓은 54개 추진 과제 중 48개(89%)는 각 부처에서 이미 시행 중이거나, 시행하기로 했던 정책을 긁어 모은 것이었다. 새롭게 보이기 위해 ‘강화·개편·확대·개선·재편·재정비’ 등의 표현이 동원됐다. 이 중 상당수는 효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책들이다.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인식도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과제가 허다했다. ‘잘하면 생길 수도 있다’는 식의 일자리 숫자는 과장됐고,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됐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어린이집 아동학대 여파로 만들어진 정책도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둔갑했다. 심지어 불과 얼마 전까지 각 부처가 추진하려던 정책과 상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노동전문 연구원은 “화려하지만 아무 내용이 없는 컨설팅 회사의 PT(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대책 발표 직후 보수·진보 언론 할 것 없이 ‘대증요법·급조·빈수레·면피용·눈가림·꼼수·숫자놀음·재탕·뻥튀기·부실·미흡·역부족·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 메르스 후속 대책도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둔갑 공공 부문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내놓은 교육 분야 대책을 보자. 정부는 교원 명예퇴직을 늘려 ‘2016~2017년 총 1만5000명의 신규 교원 채용 여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1만5000명의 신규 교원을 늘리겠다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올해 신규 채용된 교원은 1만3000명 정도다. 정부는 향후 2년간 명예퇴직할 교원을 지난해(5500명) 보다 연 2000명 늘려 1만3000명을 1만50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교원 전체 총원은 늘리지 않고, 윗돌(명퇴) 빼서 아랫돌(신규) 괸다는 식이다.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지난해 명퇴를 신청한 교원은 1만3376명. 이 중 실제 퇴직한 교원은 5533명이다. 각 지방교육청이 지방채까지 발행했는데도 예산이 부족해 퇴직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올 8월 말 명예퇴직을 하겠다며 신청한 교원 1212명 중 405명(33%)만 대상자로 확정했다.더욱이 교육부는 지난 5월 각 시·도 교육청에 내년 교원 정원 가배정 계획을 통보했다. 지난해보다 2300명이나 감소한 수치였다. 신규 교원을 늘리겠다는 이번 대책과 상충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잘못 알려진 수치”라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교총에서 각 시·도 교육청에 통보된 교육부 방침을 취합한 수치”라며 “청년실업 대책과 엇나가자 교육부가 말을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2017년 시간선택제 교원을 500명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 역시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시간선택제 교원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전국 교육대학 학생들이 동맹휴업을 벌인 바 있다.간병에 필요한 입원서비스를 병원(간호사+간호조무사)이 제공하는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해 향후 2년간 1만명의 간호인력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은 메르스 후속대책이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둔갑한 경우다. 이 제도는 2013년 7월 시범사업이 시작됐는데, 2년간의 계약 만료 후 간호조무사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부작용이 많아 의료계에서 반발하는 정책이다. 관련 예산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포괄간호시스템이 전면 도입되면 연간 3조~7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청년 일자리 사업에 쓰인 정부 예산은 1조4000억원 정도였다. 지난해 4월 인천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 후속 대책으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했던 보조·대체교사 확대 방안도 청년실업 대책으로 바뀌어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공공기관 임금피크제를 확대해 아낀 재원으로 2년간 8000명의 청년을 고용한다는 대책은 지난 6월 기획재정부가 이미 발표했던 내용이다. 숫자만 기존 6700명에서 8000명으로 늘렸다. 민간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정규직을 채용하면 1인당 연 540만원을 지급해 1만명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제도 역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노동계가 이 정책에 반발하고 있고, 실제 신규 채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경제·노동전문가들이 헛웃음을 짓는 대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2년간 각각 10만명에게 기회를 준다는 청년 인턴제와 직업 훈련 확대 대책은 단기 처방과 숫자 늘리기에 불과하다. 공무원 시간선택제 확대 역시 청년층에 혜택이 갈지 미지수다. 애초 이 제도가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시간선택제 공무원 합격자 10명 중 8명은 여성이었고, 합격자 평균 연령은 35.2세였다.정부가 재계와 협약을 맺고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민간 부문에서 16만명의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프로젝트 역시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렇다. ‘창조경제 혁신센터 지원기업(대기업)이 지역상의 등과 협력해 지역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한다.’ 기업을 옥죄는 것도 모자라, 대기업을 정책 추진 주체로 떠민 것 자체가 문제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당분간 기업이 쇼잉을 하겠지만, 정부가 사실상 레임덕에 들어설 내년부터는 어떨지 궁굼하다”고 비꼬았다.이밖에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노동시장 개혁과 고용시장 미스매치 해소, 대학구조 개선 등에 대한 대책도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이규용 한국노동 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은 최근 발표한 ‘청년층 일자리정책의 방향 모색’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존의 (청년 실업)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면 기존의 문제인식이나 정책처방에 대한 재접근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이번 대책을 만드느라 고생한(?) 관료들과 ‘OK’ 사인을 했을 장관들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 미국과 독일이 주는 교훈 또 한가지.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밖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주요국 청년층 고용상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독일 청년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했고,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과 독일은 경기 회복 영향도 있지만 노동시장 유연성과 임금인상, 체계적인 직업훈련시스템, 고용확대를 위한 개혁조치 등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정부 압박에 어쩔 수 없이 화답하는 태도를 보여온 대기업도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좋은 예가 있다. 최근 스타벅스와 마이크로소프트·월마트·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대기업 17곳은 ‘청년 일자리 10만개 제공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자선사업이 아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지 못하면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2015.08.01 06:46

5분 소요
볼모 잡힌 ‘코리안 드림’

산업 일반

국내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용 현황 두 해 전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에 온 외국인 이주 근로자 압둘(40)은 지난 2월 15일 싸늘한 주검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가족에게로 되돌아갔다. 압둘은 2월 5일 저녁 김해시 안동공단 내 한 공장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을 거뒀다. 일자리를 못 구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지 40여 일 만의 일이다. 그는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 말까지 부산의 한 철강회사에서 일하면서, 본국의 가족에게 꼬박꼬박 돈을 송금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위기가 한국의 실물경제를 얼어붙게 했던 지난해 10월 말 압둘의 꿈은 속절없이 부서졌다. 잘 다녔던 회사가 경영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모두 내보낸 것이다. 곧이어 그 회사도 결국 화의를 신청했다. 압둘은 목숨을 끊기 며칠 전, 한국에서 함께 일해 온 사촌동생 다브론(불법체류자인 관계로 가명을 썼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일자리 걱정을 했다. “압둘이 김해에서 일감을 구하고 있다고 했는데 끝내 이루지 못한 거 같다”고 다브론이 울먹였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는 대부분의 이주 근로자가 그렇듯 압둘도 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에 왔다. 이들의 한국 체류와 고용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등에 따른다. 입국한 날부터 3년간 취업이 허용되고 사업장 변경도 3회로 제한했다.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2개월 내에 새 일터를 구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취업이 금지되고,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가거나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남아야 한다. 압둘은 2개월 재취업 규정에 걸려 합법적 신분에서 불법 신분으로 내몰렸다. 압둘은 유서조차 남기지 않아 현재로서는 정확한 자살 동기를 알 길이 없다. 정황으로 볼 때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해 고민 끝에 극단적 결정을 한 것으로 추정해 볼 뿐이다. 본국에 남은 부인과 3명의 아이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다브론은 “고향으로 전화를 자주 하면서 힘든 내색도 하지 않아 유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온 이주 근로자들로서는 압둘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취업자 수(2286만1000명)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만3000명 줄었다. 신용카드 대란으로 경제가 휘청대던 2003년 9월 이래 한 달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난 1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1.5%로 지난해 말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1980년 9월 61.2%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다. 한국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이주 근로자들의 취업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더욱 심화됐다. 앞서 말했듯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고용허가제의 2개월 시한 규정은 커다란 구속이다. 2개월 안에 일터를 찾지 못하면 불법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직장 구하기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실직하거나 일터를 옮기려는 이주 근로자들은 노동부 산하 고용안전센터에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해 놓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 앉아서 새 일자리를 구하기가 쉬울 리 없다. 지난해 상반기에 4000명 선이던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신청건수는 하반기 들어 6000명 선으로 껑충 뛰었다. 고용허가로 체류 중인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 수는 상반기(14만 명 선)나 하반기(15만 명 선)나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다. 노동부는 올해 들어 국내 경기 침체로 임금 체불, 사업장 도산, 휴업 등의 사유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인 업체가 크게 줄어들면서 외국인들의 재취업은 말 그대로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가 됐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 3분기까지 사업장 변경신청을 하고도 2개월 동안 직장을 못 구한 비율은 2%대에 그쳤지만 지난 하반기에는 5%대(2008년 11월 5.3%)로 크게 늘었다.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은 지난해 9월부터 눈에 띄게 뚜렷해졌다. 그들이 주로 몸담고 있는 영세 제조업체들이 대부분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들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수급조절을 위해 생산량을 줄이면 그 충격은 곧바로 하청업체들에 미친다. “이들 영세업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를 본격적으로 강타하기 이전부터 감원 등 감량경영 압박을 받았다”고 우삼렬 아산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소장은 말했다. 아산지역에서도 대표적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정규 조업시간을 단축하자 1, 2차 납품업체들의 일감이 크게 줄었다. 대기업으로부터 밀려온 감량경영 압력은 하청업체와 그곳에 몸담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겐 더욱 큰 압박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요즘엔 외국인 근로자들을 찾는 구인 업체가 거의 씨가 말랐다”고 안산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의 임동근 상담팀장이 낙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부 고용지원센터엔 구인을 의뢰하는 업체가 아예 없어 외국인 근로자들을 딴 지역으로 보내기도 한다. 더구나 고용지원센터에서 근로자들에게 건네주는 구인 업체 목록마저도 왕왕 채용인원을 채운 기업들이 끼어 있다.” 이런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취업 브로커도 기승을 부린다. 이주 근로자 지원단체의 관계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일부 외국인 노동자는 뒷돈을 내면서 취업에 매달리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외국인 이주 근로자들은 한국 경제의 밑바닥을 떠받치는 힘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이들이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는 국가 고용의 안전판”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노동시장의 빈자리를 메우지만, 일단 일자리가 줄면 멀쩡한 직장에서도 내몰린다. “이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의 일반적인 추세”라고 그가 덧붙였다.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이주 근로자들의 정착을 돕는 정책이라기보다는 산업인력 수급제도로 여긴다는 말이다. “정부는 외국인 인력을 노동력 공급 측면에서 접근하며, 안전하게 돌아가게 하는 장치도 마련한다”고 법무부 김종호 체류정책팀장이 말했다.글로벌 불황의 그늘은 쉽사리 걷힐 조짐이 안 보인다. 한국의 경제회복 시기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행은 계속된다. 스리랑카인 란짓(33세)은 지난해 10월 입국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월 일했던 가구공장이 문을 닫아 4월 초까지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할 처지다. 그는 한국으로 오기 위해 스리랑카 사채업자에게서 한화 400만원을 빌려 송출비용을 댔다고 한다. 하지만 일터를 잃어 고민에 휩싸였다. “직장을 얻지 못하더라도 불법체류자로 한국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그가 말했다. “입국한 지 1년이 채 안 된 외국인들은 회사에서 쫓겨나면 대부분 자신들의 나라에서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고 인천 소재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이상재 교육팀장이 말했다. 대부분의 외국인 이주 근로자는 한국에 오기 위해 큰돈을 지출한다. 현지 인력송출업자들에게 돈을 주고, 한국어 학습(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어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비용도 만만찮다. 지난해 11~12월 외국인 이주운동협의회와 이주인권연대 등이 국내 9개국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2008년 고용허가제 실태보고)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3520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이주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받는 급여는 야근수당 등을 포함해 한 달 114만원 수준이다(2008년 노동연구원의 조사결과). “생활비 등 지출비용 등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적어도 3년은 일해야 그 빚을 갚을 수 있다”고 이상재 팀장이 말했다.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한국에 남아 있으려고 한다.” 한국에서 일자리가 줄면 불법체류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계속 줄여 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2004년 고용허가제 실시 후 증가하던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2005년 20만4000명→2006년 21만2000명→2007년 22만3000명으로 늘다가 지난해 말엔 전년 대비 10.3% 감소해 20만 명 선 아래로 내려섰다. 법무부는 여세를 몰아 “상·하반기 정부 합동단속을 실시하고, 불법체류 감소 특별대책반을 상시 운영해 불법체류를 줄여 나가겠다”고 지난해 12월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외국인 이주 근로자와 한국 정부 간의 대립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주 근로자들도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의 단속도 단속이거니와 더 직접적으로는 직장도 없이 한국의 높은 물가와 생활비를 당해 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주 근로자 지원단체들은 이들의 한국 생활비를 적게는 월 20만~40만원, 많게는 80만~100만원까지 예상한다. 중국교포들과 동남아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안산시의 ‘국경 없는 마을’도 요사이 활력을 잃었다. “출퇴근 시간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실어 나르던 전세버스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고 안산시 원곡동 사업체에 다니는 박월식씨가 말했다. 한국에서 일하던 해외 교포들도 불황의 쓰나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중국과 구소련의 독립국가연합(CIS) 교포들은 대부분 방문취업비자(보통 H-2비자로 불린다)로 들어와 고국에서 일한다. 하지만 고용허가제에 얽매이는(E-9 비자)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이들의 일자리 선택과 입출국은 훨씬 자유로운 편이다. 특히 중국교포들은 1월 말 현재 방문취업비자로 국내에 머물고 있는 전체 해외교포 가운데 98%를 차지한다. 지난해 하반기 일감이 크게 줄어들자 중국으로 돌아가는 교포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방문취업비자로 체류 중인 교포는 30만958명으로 가장 많았던 지난해 10월 말 30만6623명보다 6000명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2월에는 중국 교포들이 하루 열 명가량 방을 보러 왔다면 올해는 두 명이 채 안 된다”고 안산시 원곡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현철씨가 말했다. 안산시 원곡동에 사는 중국교포 김광호(46)씨는 “한국에서도 힘들지만 중국에도 일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투덜대듯 말했다. “중국으로 돌아간 친구들과 자주 전화통화를 하면서 서로 사정 이야기를 한다. 일자리만 해결되면 언제든지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솔직히 한국에서 살다 중국에 돌아가면 그쪽 생활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역류현상도 나타나지만 금세 복원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동훈 교수가 지적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줄었다가 경기가 좋아지자 다시 늘어났던 전례가 있다.” 우리 정부도 다가올 2012년 체류외국인 수가 157만 명에 이를 걸로 예측했다(지난해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115만8866명이다). 결국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 수도 경기부침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요요’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불황은 일손이 부족한 기피 분야(3D 업종)에 인력을 골고루 나눠주는 노동 이동 효과를 낳기도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박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부담스러운 생활비를 감당하자면 어쩔 수 없이 궂은 일과 부당한 대우라도 감내해야 할 처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업장 변경 건수는 4290명으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휴·폐업 사업장이 늘어나 제조업 가동률이 바닥인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작업환경이 열악해도 옮길 일터가 마땅치 않은 탓에 자발적으로 일터를 바꾸는 경우가 줄었다”고 풀이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동계나 정부 양쪽 모두 신규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축소하거나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내 주요 노동단체 30여 곳이 참여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운동 협의회’는 지난 2월 10일 외국인 근로자 생존권 보장을 강조하는 한편, 올해 외국 인력 도입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노동부도 1∼2월 고용허가서 발급을 중단한 데 이어, 3월 이후에도 신규 인력 도입에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당분간 외국인 근로자 수도 일정선에서 묶일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노동계는 사업장 이동 횟수(3회) 와 구직기간(2개월) 제한을 한시적으로라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힘겨운 삶을 마감한 이주 근로자 압둘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2009.03.31 14:53

8분 소요
외국인 관리 소홀이 불법체류자 만든다

산업 일반

새까맣게 몰려 있는 사람들 뒤에서 줄섰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한 공공기관에서 일을 보기 위해 3시간 동안이나 기다린 다음 만난 담당 공무원이 “서류가 하나 빠졌으니 나중에 다시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2회 이상 된다면 누구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다. 4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인도네시아 출신 아릭 수탄토(30)는 체류 기간 연장을 위해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산하 기관인 목동의 출입국관리소에서 이같은 일을 당하자 격분해 소리를 질렀고, 결국 서류 접수도 못한 채 사무실 밖으로 쫓겨났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하루에도 몇번씩 생기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수탄토처럼 체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소를 찾은 외국인들은 복잡한 절차와 평균 3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 탓에 서류도 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나마 미국 등 선진국 출신들은 동남아나 중국 출신들보다는 나은 편이다. 서류 접수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같지만 서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빨리 처리되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은 동남아인이나 중국인의 경우 “워낙 위조 서류가 많다 보니 일일이 확인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러다 보니 서울에 거주하는 15만명의 외국인들이 체류 연장, 거주지 변경, 일상의 불편함 등을 상담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소를 찾아올 때마다 장시간 기다리는 지루함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출입국관리소에서 외국인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관리과 직원 30명이 감당하기엔 외국인 수가 너무 많다”며 “하루 2천명이 넘는 민원을 들어주다 보니 업무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년 전만 해도 일주일이면 됐던 일이 요즘엔 열흘에서 심지어 두달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가락동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목동 출입국관리소에 온 필리핀 출신 산업연수생 린다 푸노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 출입국관리소가 한곳밖에 없어 너무 불편하다”며 “한국은 잘사는 나라인데 외국인을 위한 배려가 너무 형편없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 외국인 투자자 유치, 관광산업 육성 등의 이유로 정부 내 각 부처는 적극적으로 외국인의 국내 유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맞을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출입국관리소 시설은 증가하는 외국인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낙후돼 있으며, 담당 직원들 수도 10년째 제자리다. 출입국관리소의 한 직원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이 온다”며 “외국인을 제대로 관리하는 문제는 우리 손을 벗어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에게 기본적인 공적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출입국관리소이다보니 불법 외국인 체류자 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다. 실제 지난 1992년 3만8천명이던 불법 체류자는 2002년 현재 8백36% 증가한 28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실시된 단기 불법 체류자 구제 법안 덕분에 18만명의 불법 체류자는 구제됐지만 5년 이상의 장기 불법 체류자 10만명은 지금까지도 한국을 떠돌고 있다. 이들이 불법 체류자라는 새로운 사회 빈민계층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게 각계의 진단이다. 하지만 이들을 단속할 출입국관리소의 조사과 직원들은 5년 전과 같은 1백86명뿐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입국관리국은 국내 거주 외국인이 입국 목적에 따라 체류하는지를 확인하는 등 기본적으로 담당해야 할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올 5월 감사원이 실시한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해 전국의 29개 지방자치단체가 문화행사 개최 등을 위해 초청한 외국인 3천명 중 5백명, 국내 37개 초·중·고에서 초청했던 해외 자매결연 학교의 외국인 5백명 중 1백70명, 교육인적자원부 소속 국제진흥원의 재중동포 모국어 연수과정에 입학 허가를 받아 입국한 3백45명중 1백42명이 잠적해 불법 체류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국에선 이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함은 물론 사후 실태 파악조차 못했다. 감사원은 “출입국관리국은 불법 체류 외국인을 양산하는 초청자나 단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며 “이는 출입국관리국의 시스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소재 파악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자본금 5천만원 이상을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D8비자(외국인 투자비자)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에서 정작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은 없다. 산자부 외국인 투자 유치 관련 담당자는 “외국인 기관 투자가나 기업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만 소액 개인 투자자를 관리하는 규정이나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외국인들이 이같은 감독 당국의 허점을 이용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01년 파키스탄 출신의 자키르 등 2명은 5천만원을 투자한다며 국내 입국한 뒤 유령회사 19개를 만들어 방글라데시인·파키스탄인 등을 상대로 불법 입국 브로커 노릇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2002년엔 이란 출신의 골라미 하산이 국내 입국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에게 1만∼2만달러를 나눠준 뒤 국내 입국을 주선한 뒤 돈을 회수하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불법 체류자 수용시설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 화성 외국인 보호소와 전남 여수의 외국인 보호소 등이 국내 수용시설의 전부다. 지난해 9월 11명이 탈출한데 이어 최근 23명의 불법 체류자가 또 다시 탈출한 화성 보호소는 이곳에 수용되는 평균 2백명의 외국인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인력과 시설난에 시달리고 있다. 탈출한 외국인들은 아직 대부분 검거되지 않았고 이들로 인해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또 다른 범죄의 가능성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불법 체류 외국인 인권운동을 하는 ‘중국동포의 집’의 김해성 목사는 “관리 인원과 장비 부족뿐 아니라 보호소 용역업체 직원들이 연로하고 전문성이 부족해 외국인을 수용하기에 열악한 장소”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연구위원은 “출입국관리국만으로는 외국인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불법 체류자는 행정자치부 및 경찰과 함께 조사하고, 등록 외국인의 합법 거주 관리는 노동부나 교육부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의 이필운 국장은 이 문제에 대해 “출입국관리국의 위상을 강화해 행자부·산자부·문광부 등 관련 부처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런 방안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불법 체류자 단속을 위해 경찰과 출입국관리소는 네차례 합동 단속을 펼쳤다. 출입국관리소는 합동 단속이 큰 도움이 됐다며 경찰과 더 많은 협력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경찰은 그렇지 않다. 단속 때 참여한 한 경찰은 “경찰 자체 업무만으로도 숨이 찰 지경”이라며 출입국관리소가 전담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표명했다. 국무조정실 이국장의 말과는 달리 부처간 협조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출입국관리국은 이같은 문제점을 자체 해결하기 위해 해마다 행자부에 인원과 장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행자부 조직기획과의 담당자는 “모든 부처가 인원이 부족해서 힘들다는 보고를 올린다”며 “현재로선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없다”고 전했다. 전북대 사회학과의 설동훈 교수는 “정부의 무관심으로 내년에 연수생 신분이 끝나는 10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 불법 체류자가 될 것”이라며 “조속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거주 외국인은 올 4월 60만명을 넘어섰으며 등록 외국인과 불법 체류자 수도 최근 10년 동안 매년 20∼30%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해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고 투자를 유치해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악한 행정 탓에 출입국사무소에 서류조차 접수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수탄토 같은 외국인들이 많아진다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은 갈 나라가 못 된다”는 입소문이 번지게 될 것이다.

2004.05.27 14:19

6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