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리 소홀이 불법체류자 만든다
외국인 관리 소홀이 불법체류자 만든다
새까맣게 몰려 있는 사람들 뒤에서 줄섰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한 공공기관에서 일을 보기 위해 3시간 동안이나 기다린 다음 만난 담당 공무원이 “서류가 하나 빠졌으니 나중에 다시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2회 이상 된다면 누구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다.
4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인도네시아 출신 아릭 수탄토(30)는 체류 기간 연장을 위해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산하 기관인 목동의 출입국관리소에서 이같은 일을 당하자 격분해 소리를 질렀고, 결국 서류 접수도 못한 채 사무실 밖으로 쫓겨났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하루에도 몇번씩 생기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수탄토처럼 체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소를 찾은 외국인들은 복잡한 절차와 평균 3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 탓에 서류도 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나마 미국 등 선진국 출신들은 동남아나 중국 출신들보다는 나은 편이다. 서류 접수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같지만 서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빨리 처리되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은 동남아인이나 중국인의 경우 “워낙 위조 서류가 많다 보니 일일이 확인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러다 보니 서울에 거주하는 15만명의 외국인들이 체류 연장, 거주지 변경, 일상의 불편함 등을 상담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소를 찾아올 때마다 장시간 기다리는 지루함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출입국관리소에서 외국인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관리과 직원 30명이 감당하기엔 외국인 수가 너무 많다”며 “하루 2천명이 넘는 민원을 들어주다 보니 업무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년 전만 해도 일주일이면 됐던 일이 요즘엔 열흘에서 심지어 두달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가락동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목동 출입국관리소에 온 필리핀 출신 산업연수생 린다 푸노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 출입국관리소가 한곳밖에 없어 너무 불편하다”며 “한국은 잘사는 나라인데 외국인을 위한 배려가 너무 형편없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 외국인 투자자 유치, 관광산업 육성 등의 이유로 정부 내 각 부처는 적극적으로 외국인의 국내 유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맞을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출입국관리소 시설은 증가하는 외국인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낙후돼 있으며, 담당 직원들 수도 10년째 제자리다. 출입국관리소의 한 직원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이 온다”며 “외국인을 제대로 관리하는 문제는 우리 손을 벗어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에게 기본적인 공적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출입국관리소이다보니 불법 외국인 체류자 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다. 실제 지난 1992년 3만8천명이던 불법 체류자는 2002년 현재 8백36% 증가한 28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실시된 단기 불법 체류자 구제 법안 덕분에 18만명의 불법 체류자는 구제됐지만 5년 이상의 장기 불법 체류자 10만명은 지금까지도 한국을 떠돌고 있다. 이들이 불법 체류자라는 새로운 사회 빈민계층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게 각계의 진단이다. 하지만 이들을 단속할 출입국관리소의 조사과 직원들은 5년 전과 같은 1백86명뿐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입국관리국은 국내 거주 외국인이 입국 목적에 따라 체류하는지를 확인하는 등 기본적으로 담당해야 할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올 5월 감사원이 실시한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해 전국의 29개 지방자치단체가 문화행사 개최 등을 위해 초청한 외국인 3천명 중 5백명, 국내 37개 초·중·고에서 초청했던 해외 자매결연 학교의 외국인 5백명 중 1백70명, 교육인적자원부 소속 국제진흥원의 재중동포 모국어 연수과정에 입학 허가를 받아 입국한 3백45명중 1백42명이 잠적해 불법 체류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국에선 이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함은 물론 사후 실태 파악조차 못했다. 감사원은 “출입국관리국은 불법 체류 외국인을 양산하는 초청자나 단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며 “이는 출입국관리국의 시스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소재 파악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자본금 5천만원 이상을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D8비자(외국인 투자비자)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에서 정작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은 없다. 산자부 외국인 투자 유치 관련 담당자는 “외국인 기관 투자가나 기업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만 소액 개인 투자자를 관리하는 규정이나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외국인들이 이같은 감독 당국의 허점을 이용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01년 파키스탄 출신의 자키르 등 2명은 5천만원을 투자한다며 국내 입국한 뒤 유령회사 19개를 만들어 방글라데시인·파키스탄인 등을 상대로 불법 입국 브로커 노릇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2002년엔 이란 출신의 골라미 하산이 국내 입국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에게 1만∼2만달러를 나눠준 뒤 국내 입국을 주선한 뒤 돈을 회수하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불법 체류자 수용시설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 화성 외국인 보호소와 전남 여수의 외국인 보호소 등이 국내 수용시설의 전부다. 지난해 9월 11명이 탈출한데 이어 최근 23명의 불법 체류자가 또 다시 탈출한 화성 보호소는 이곳에 수용되는 평균 2백명의 외국인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인력과 시설난에 시달리고 있다. 탈출한 외국인들은 아직 대부분 검거되지 않았고 이들로 인해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또 다른 범죄의 가능성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불법 체류 외국인 인권운동을 하는 ‘중국동포의 집’의 김해성 목사는 “관리 인원과 장비 부족뿐 아니라 보호소 용역업체 직원들이 연로하고 전문성이 부족해 외국인을 수용하기에 열악한 장소”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연구위원은 “출입국관리국만으로는 외국인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불법 체류자는 행정자치부 및 경찰과 함께 조사하고, 등록 외국인의 합법 거주 관리는 노동부나 교육부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의 이필운 국장은 이 문제에 대해 “출입국관리국의 위상을 강화해 행자부·산자부·문광부 등 관련 부처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런 방안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불법 체류자 단속을 위해 경찰과 출입국관리소는 네차례 합동 단속을 펼쳤다. 출입국관리소는 합동 단속이 큰 도움이 됐다며 경찰과 더 많은 협력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경찰은 그렇지 않다. 단속 때 참여한 한 경찰은 “경찰 자체 업무만으로도 숨이 찰 지경”이라며 출입국관리소가 전담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표명했다. 국무조정실 이국장의 말과는 달리 부처간 협조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출입국관리국은 이같은 문제점을 자체 해결하기 위해 해마다 행자부에 인원과 장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행자부 조직기획과의 담당자는 “모든 부처가 인원이 부족해서 힘들다는 보고를 올린다”며 “현재로선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없다”고 전했다. 전북대 사회학과의 설동훈 교수는 “정부의 무관심으로 내년에 연수생 신분이 끝나는 10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 불법 체류자가 될 것”이라며 “조속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거주 외국인은 올 4월 60만명을 넘어섰으며 등록 외국인과 불법 체류자 수도 최근 10년 동안 매년 20∼30%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해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고 투자를 유치해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악한 행정 탓에 출입국사무소에 서류조차 접수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수탄토 같은 외국인들이 많아진다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은 갈 나라가 못 된다”는 입소문이 번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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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인도네시아 출신 아릭 수탄토(30)는 체류 기간 연장을 위해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산하 기관인 목동의 출입국관리소에서 이같은 일을 당하자 격분해 소리를 질렀고, 결국 서류 접수도 못한 채 사무실 밖으로 쫓겨났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하루에도 몇번씩 생기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수탄토처럼 체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소를 찾은 외국인들은 복잡한 절차와 평균 3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 탓에 서류도 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나마 미국 등 선진국 출신들은 동남아나 중국 출신들보다는 나은 편이다. 서류 접수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같지만 서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빨리 처리되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은 동남아인이나 중국인의 경우 “워낙 위조 서류가 많다 보니 일일이 확인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러다 보니 서울에 거주하는 15만명의 외국인들이 체류 연장, 거주지 변경, 일상의 불편함 등을 상담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소를 찾아올 때마다 장시간 기다리는 지루함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출입국관리소에서 외국인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관리과 직원 30명이 감당하기엔 외국인 수가 너무 많다”며 “하루 2천명이 넘는 민원을 들어주다 보니 업무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년 전만 해도 일주일이면 됐던 일이 요즘엔 열흘에서 심지어 두달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가락동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목동 출입국관리소에 온 필리핀 출신 산업연수생 린다 푸노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 출입국관리소가 한곳밖에 없어 너무 불편하다”며 “한국은 잘사는 나라인데 외국인을 위한 배려가 너무 형편없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 외국인 투자자 유치, 관광산업 육성 등의 이유로 정부 내 각 부처는 적극적으로 외국인의 국내 유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맞을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출입국관리소 시설은 증가하는 외국인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낙후돼 있으며, 담당 직원들 수도 10년째 제자리다. 출입국관리소의 한 직원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이 온다”며 “외국인을 제대로 관리하는 문제는 우리 손을 벗어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에게 기본적인 공적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출입국관리소이다보니 불법 외국인 체류자 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다. 실제 지난 1992년 3만8천명이던 불법 체류자는 2002년 현재 8백36% 증가한 28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실시된 단기 불법 체류자 구제 법안 덕분에 18만명의 불법 체류자는 구제됐지만 5년 이상의 장기 불법 체류자 10만명은 지금까지도 한국을 떠돌고 있다. 이들이 불법 체류자라는 새로운 사회 빈민계층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게 각계의 진단이다. 하지만 이들을 단속할 출입국관리소의 조사과 직원들은 5년 전과 같은 1백86명뿐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입국관리국은 국내 거주 외국인이 입국 목적에 따라 체류하는지를 확인하는 등 기본적으로 담당해야 할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올 5월 감사원이 실시한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해 전국의 29개 지방자치단체가 문화행사 개최 등을 위해 초청한 외국인 3천명 중 5백명, 국내 37개 초·중·고에서 초청했던 해외 자매결연 학교의 외국인 5백명 중 1백70명, 교육인적자원부 소속 국제진흥원의 재중동포 모국어 연수과정에 입학 허가를 받아 입국한 3백45명중 1백42명이 잠적해 불법 체류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국에선 이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함은 물론 사후 실태 파악조차 못했다. 감사원은 “출입국관리국은 불법 체류 외국인을 양산하는 초청자나 단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며 “이는 출입국관리국의 시스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소재 파악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자본금 5천만원 이상을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D8비자(외국인 투자비자)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에서 정작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은 없다. 산자부 외국인 투자 유치 관련 담당자는 “외국인 기관 투자가나 기업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만 소액 개인 투자자를 관리하는 규정이나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외국인들이 이같은 감독 당국의 허점을 이용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01년 파키스탄 출신의 자키르 등 2명은 5천만원을 투자한다며 국내 입국한 뒤 유령회사 19개를 만들어 방글라데시인·파키스탄인 등을 상대로 불법 입국 브로커 노릇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2002년엔 이란 출신의 골라미 하산이 국내 입국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에게 1만∼2만달러를 나눠준 뒤 국내 입국을 주선한 뒤 돈을 회수하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불법 체류자 수용시설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 화성 외국인 보호소와 전남 여수의 외국인 보호소 등이 국내 수용시설의 전부다. 지난해 9월 11명이 탈출한데 이어 최근 23명의 불법 체류자가 또 다시 탈출한 화성 보호소는 이곳에 수용되는 평균 2백명의 외국인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인력과 시설난에 시달리고 있다. 탈출한 외국인들은 아직 대부분 검거되지 않았고 이들로 인해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또 다른 범죄의 가능성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불법 체류 외국인 인권운동을 하는 ‘중국동포의 집’의 김해성 목사는 “관리 인원과 장비 부족뿐 아니라 보호소 용역업체 직원들이 연로하고 전문성이 부족해 외국인을 수용하기에 열악한 장소”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연구위원은 “출입국관리국만으로는 외국인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불법 체류자는 행정자치부 및 경찰과 함께 조사하고, 등록 외국인의 합법 거주 관리는 노동부나 교육부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의 이필운 국장은 이 문제에 대해 “출입국관리국의 위상을 강화해 행자부·산자부·문광부 등 관련 부처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런 방안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불법 체류자 단속을 위해 경찰과 출입국관리소는 네차례 합동 단속을 펼쳤다. 출입국관리소는 합동 단속이 큰 도움이 됐다며 경찰과 더 많은 협력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경찰은 그렇지 않다. 단속 때 참여한 한 경찰은 “경찰 자체 업무만으로도 숨이 찰 지경”이라며 출입국관리소가 전담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표명했다. 국무조정실 이국장의 말과는 달리 부처간 협조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출입국관리국은 이같은 문제점을 자체 해결하기 위해 해마다 행자부에 인원과 장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행자부 조직기획과의 담당자는 “모든 부처가 인원이 부족해서 힘들다는 보고를 올린다”며 “현재로선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없다”고 전했다. 전북대 사회학과의 설동훈 교수는 “정부의 무관심으로 내년에 연수생 신분이 끝나는 10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 불법 체류자가 될 것”이라며 “조속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거주 외국인은 올 4월 60만명을 넘어섰으며 등록 외국인과 불법 체류자 수도 최근 10년 동안 매년 20∼30%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해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고 투자를 유치해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악한 행정 탓에 출입국사무소에 서류조차 접수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수탄토 같은 외국인들이 많아진다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은 갈 나라가 못 된다”는 입소문이 번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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