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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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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미국 진출 노리는 K-신약 ‘풍년’…국내 35호 신약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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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수의 국내 신약개발사들은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파이프라인의 ‘신약 허가’를 노리고 있다. 임인년 새해 글로벌 시장의 핵심인 미국과 국내 시장에서 허가 가능성이 큰 신약 후보물질들을 살펴봤다. ━ FDA 허가 신청한 신약만 3개 2022년 다수의 국산 신약들이 미국 시장에서 ‘신약’으로 가치를 입증할 것이란 기대가 모인다. 허가 문턱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만 3개이며, 이밖에도 임상시험 최종 단계인 3상 시험을 마친 신약들이 존재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크다. 미국 시장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자 전 세계에서 신약 허가가 가장 까다로운 곳으로 꼽힌다. ‘글로벌 의약품’이 되기 위해선 정복해야만 하는 시장이다. 수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애썼지만 2019년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승인 이후 2년 간 미국 시장의 벽을 넘은 신약은 없었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허가 가능성이 큰 국산 신약 후보물질은 5개 정도로 압축된다. 이 중 3개는 지난해 이미 신약 허가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고 FDA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품목허가 신청일 기준으로 가장 빠른 건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10%다. 혈장 분획으로부터 정제된 액상형 면역글로불린 제제로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에 사용된다. GC녹십자는 지난해 2월 IVIG-SN 10%를 일차 면역결핍증을 적응증으로 미국 FDA에 허가 신청을 했으며, 올해 2월 25일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허가가 완료되면 올해 하반기 중 출시가 가능하다. 코스닥 상장사인 메지온은 지난해 3월 자사의 신약후보물질 유데나필(제품명 쥴비고)을 세계 최초 ‘폰탄수술 환자 치료제’로 FDA에 신약 허가신청을 내 올해 3월 26일까지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폰탄 수술은 심실을 하나만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2~3살 때 받는 외과수술을 말한다. 메지온이 승인절차를 밟고 있는 쥴비고는 폰탄 수술 이후 운동능력 향상 치료제로 신약 승인을 신청했다. 지금까지 정식으로 허가받은 폰탄 치료제는 없다.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도 FDA 승인 절차에 지난해 돌입한 상태다. 한미약품의 파트너사 스펙트럼은 지난해 12월 7일 FDA에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 및 전이성 HER2 Exon 20 삽입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NSCLC)’을 적응증으로 포지오티닙의 신약 시판허가 신청을 마쳤다. 한미약품 측은 “FDA 허가 신청은 포지오티닙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한 ZENITH20 임상의 긍정적 코호트2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며 “포지오티닙은 FDA로부터 패스트트랙(FastTrack) 지정을 받았으며, HER2 Exon 20 삽입 변이를 적응증 치료제는 현재까지 FDA의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포지오티닙은 FDA로부터 ‘패스트트랙’(FastTrack) 의약품으로 지정돼 시판허가신청 검토 기간이 짧다. 한미약품의 기대대로라면 올해 중 판매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포지오티닙뿐 아니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시판허가도 기대 중이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돼 기존 약제 대비 투여 용량은 줄지만 효능은 높은 파이프라인이다.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앞서 지난 2018년 말 롤론티스의 생물학적 제제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했으나 지난해 8월 FDA는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허가심사 보완요청(CRL)을 내렸다. 스펙트럼은 이를 반영해 올해 초 생물학적 제제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할 예정이며,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연내 승인을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노리는 유한양행이 비소세포폐암 1, 2차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레이저티닙’도 올해 승인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해당 파이프라인을 라이선스-인 한 글로벌 빅파마 얀센이 병용요법 임상 3상을 하고 있고, 유한양행도 자체 단독요법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아직 허가 신청 이전으로 일반 승인 절차로는 올해 승인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혁신 치료제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될 경우 연내 승인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박병국 NH증권 연구원은 “얀센이 FDA 혁신치료제로 신청할 경우, 올해 가속 승인 절차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31~34호 신약 등장, 올해 나올 35호 신약은 미국 진출을 통한 ‘글로벌 신약’ 등극의 기대감도 크지만 국내 시장에 등장할 ‘35호 신약’ 역시 주요 관심사다. 지난해 31호 신약인 렉라자(유한양행)부터 32호 렉키로나(셀트리온), 33호 롤론티스(한미약품), 34호 펙수클루(대웅제약) 등 4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해 ‘신약 풍년’이 들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혹은 치료제가 유력한 후보군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허가 심사 기간 단축을 공언한 만큼 현재 3상 단계에 있는 모든 백신‧치료제가 일정상으론 올해 허가가 가능하다. 코로나19 백신으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반기 중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중에선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들을 제외하면 일동제약의 S-217622와 제넨셀의 ES16001 등이 있다. 두 파이프라인 모두 임상 2‧3상을 진행 중이다. 최윤신 기자

2022.01.03 16:37

4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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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cube(T 세제곱), Top Twenty in Twenty years(20년 뒤 글로벌 20대 기업). 일동제약의 BHAG(Big Hairy Audacious Goal‧크고 대담하며 도전적인 목표)다. 얼마 전 우리의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따져봤다. 주목하는 13개 파이프라인이 성공하면 2040년 매출은 388억5000만 달러, 글로벌 탑10 규모다.” 최성구 일동제약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목표’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어조였다. 지난 4년간 만들어 온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자, 회사와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담뿍 담겼다. 2017년 말 일동제약에 합류한 최 부사장은 ‘신약 개발회사’로 변모하는 회사의 중심에 서 있다. 정신과 의사 출신으로 임상연구부터 글로벌 빅파마 존슨앤존슨 근무 경력을 가진 그는 연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신약 개발회사로의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2023년 일동제약 중요 변곡점 될 것 최 부사장은 일동제약의 R&D 계획표를 보여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이 일동제약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은 일동제약의 7개 파이프라인이 약학연구용신약(IND) 단계로 진입하며 5개 파이프라인이 임상 1상에 진입하는 시기다. 2형 당뇨 신약(IDG-16177) 임상 2상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의 3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이기도 하다. 국내 제약 기업 중 가장 적극적인 R&D 행보를 보이는 일동제약이 적어도 앞으로 3년간은 이런 행보를 유지할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최 부사장은 “비임상 단계의 연구개발 금액은 그리 크지 않지만, 실제 임상에 들어가면 1상 하나당 80억~100억, 2상 들어가면 300억~500억원이 든다”며 “2023년은 굉장한 한 해가 될 것이며, 돈도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은 최 부사장이 그간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중간 결실을 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임상에 돌입하는 약물에 대한 기술 수출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 부사장은 “우리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의 문의를 라이선스 논의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모든 파이프라인이 해당한다”며 “10개가 넘는 회사가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에 대한 즉각 업데이트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기술수출 실적이 나오는 건 임상이 본격화된 이후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각 파이프라인은 임상 1상에 진입 이후 비밀유지계약서를 맺고 딜 규모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동제약이 가진 개별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가장 앞선 것은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인 ‘베나다파립(IDX-1197)’이다. 2013년부터 개발에 돌입한 베나다파립은 임상 1상을 마치고 내년 2분기 2상 환자 모집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은 아이디언스가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9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에서 베나다파립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상에서 베나다파립은 93.8%의 DCR(Disease Control Rate‧질병통제율)을 보였다. 최 부사장은 이에 대해 “경쟁약(아스트라 제네카의 올라파립)이 없었으면 바로 규제당국에서 승인을 내줄 만한 결과”라며 “단지 최초의 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스테이지를 더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수출도 도모하고 있지만 라이선스아웃 여부와 별개로 임상단계를 즉각 진행해 물질의 가치를 계속 올리고 있다”며 “라이선스 아웃이 되지 않더라도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처럼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다른 적응증으로도 베나다파립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위암에 대해 병용요법으로 글로벌 임상 연구를 시작했고, 투여 용량을 낮춰 독성을 억제한 상황이다. 최 부사장은 “병용요법으로 가능성을 확인해 위암 분야에서 패스트트랙, 혁신신약 승인까지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형 당뇨 치료제인 IDG-16177은 최근 독일에서 임상 1상에 돌입했는데, 중간 점검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최 부사장은 “예측했던 값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인 데다, 피험자 간 차이도 거의 없는 일관성 있는 수치가 나왔다”며 “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현재까지 글로벌 상용화된 약이 없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파킨슨병 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NASH 치료제 ID9031166은 미국 1상 준비 중이다. 1상에서 효과까지 확인하기 위해 임상 프로토콜을 복잡하게 설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프리-IND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많은 파이프라인 중 최 부사장이 가장 기대하는 건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치료제 후보물질인 ‘ID119010023’이다. 내년 4분기 임상 1상 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최 부사장은 “ARDS는 많은 사람이 죽는 원인인 데다, 현재까지 관련 약품이 없기 때문에 사망률을 10%만 낮춰도 바로 혁신신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이 파이프라인을 천식, 폐동맥고혈압, 폐암 치료제 등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최 부사장은 일동제약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강조했다. 그는 “신약 전문회사를 추구하지만 포트폴리오 균형이 중요하다”며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부터 빨리 시장에 낼 수 있는 제네릭까지 밸런스 있게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내벤처 설립…구성원 동기 부여, 조직 변모 최 부사장이 취임한 지 이제 4년. 일동제약 연구소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그가 부임하기 이전에 일동제약 파이프라인은 8개에 불과했는데, 현재 스핀오프 기업을 제외하고도 20개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그가 불과 4년 만에 이같은 변화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조직에 있다.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보장하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조직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중앙연구소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사내벤처’다. 최근 스핀오프한 아이리드비엠에스(iLeadBMS)는 일동제약의 사내벤처팀인 아이리드(iLead) 팀이 설립한 회사다. 일동제약은 이 회사에 10배의 가치로 투자를 집행했다. 당시 조직 개편에서 아이리드팀 외에도 항체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CIIC팀과 히알루론 애시드(Hyaluronic Acid)를 전문으로 하는 HARD 팀이 만들어졌다. 최 부사장은 “저분자 화합물 디자인 분야의 ‘도사’들이 iLead팀을 만들었고, 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니 엄청난 생산성을 보여줬다”며 “이 회사의 스핀오프를 준비했고, 일동제약이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리드비엠에스의 스핀오프는 일동제약 연구원들의 자극제가 됐다. 이후 연구원들의 요청이 이어졌고, 지난 6월 마이크로바이옴분야 신약연구를 위한 MIOM팀도 결성됐다. 최 부사장은 “사내벤처팀은 빠른 의사결정과 높은 생산성을 보여줬고, 다른 구성원들의 경쟁심도 촉발했다”며 “최근 설립된 MIOM팀은 이미 뇌전증, 자폐증 치료제 등 파이프라인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많은 연구개발비가 지출되는 상황에서 성과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냐는 질문에 ‘Connecting the dots’라는 키워드를 내밀었다. 점만 찍혀있는 상황에서 이 점들이 뭐가 될지 모르지만 이런 점 하나하나가 모여 완성된 무언가가 된다는 의미다. 그는 “지금 가는 길이 고통스럽더라도, 하루하루 찍고 있는 점이 우리가 만드는 미래를 구성한다는 걸 끊임없이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이라는 일동제약의 모토를 다시 되짚으며 “신약을 통해 일동제약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고 필수의약품을 통해 건강과 행복에도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사람이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에서 근무하며 40~50년간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운 인재들이 회사를 이끄는 모습을 봤다”며 “끝까지 약을 개발하고 싶은 인재들이라면 언제든 연구소의 문을 두드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2021.11.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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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8%를 R&D에 투자…혁신 신약 개발 박차 [신약개발사로 변모하는 일동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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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약품 ‘아로나민’으로 잘 알려진 일동제약이 빠르게 신약개발회사로 변모 중이다. 국내 제약회사 중 가장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선 덕분이다. 일동제약그룹 내 다양한 R&D 조직을 신설, 고도화된 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를 만들어 고무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머지않아 일동제약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 신약’이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 올해 R&D 투자 1000억 넘을 듯 17.6%. 일동제약의 올해 상반기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다. 일동제약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매출대비 R&D 투자 비중은 제약‧바이오기업이 얼마나 신약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치다. 대형제약사의 경우 보통 이 비중이 두 자릿수에 달하면 자랑으로 내세운다. 올해 상반기 주요 제약사 가운데 대웅제약이 일동제약과 비슷한 17.6%를 투자했고, 한미약품(13.2%)과 종근당(12.2%), 녹십자(10.1%) 등이 두 자릿수의 매출대비 R&D투자를 단행했다. 일동제약을 주목할 점은 업계 최고치인 매출대비 R&D 투자금액 비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의 이유로 늘어난 일회성 투자가 아니란 데 있다. 2016년 이후 일동제약의 연구개발비 지출은 지속해서 확대됐다. 2016년 일동제약의 R&D 투자금액은 212억원, 매출대비 비중은 10.5% 수준이었다. 4년 후인 지난해 786억원(매출대비 비중14%)로 커졌고, 올 상반기 484억원(17.6%)로 늘어났다. 업계에선 일동제약의 올해 전체 R&D 투자금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일동제약은 올해 초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R&D에 필요한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일동제약의 R&D 투자 증가는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 진행에 따른 것이다. 신약후보물질 개발 단계에서 전임상, 비임상을 거쳐 임상단계에 진입하면 투입되는 개발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일동제약이 수년간 개발해온 혁신 신약 후보물질들이 연이어 임상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R&D 투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현재 일동제약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비 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등 간 질환 치료제 ▶고형암 치료제 ▶노인성 황반변성, 녹내장 등 안과 질환 치료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과 관련한 다수의 유망 신약 과제를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신속한 프로젝트 진행과 기술 수출에 유리한 고지를 밟기 위해 해외 현지의 전문 기관을 통해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 과제인 ‘ID11014’(후보물질명 IDG16177)은 현재 독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NASH 치료제 신약 과제인 ‘ID11903’(후보물질명 ID119031166)은 현재 글로벌 임상 진행 및 IND 진입 단계에 있다. 일동제약은 내년 초 미국 임상 1상 진입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일동제약은 올해만 신약 관련 국내·외 특허 7건을 등록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현재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 진행 상황이 순조롭고, 국내외 제약사와 투자회사 등으로부터 관련 문의 및 제안이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 원활한 R&D 위한 생태계 구축… 분업‧전문화에 방점 R&D 투자 증가만큼이나 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다. 일동제약 그룹 차원에서 원활한 R&D를 진행하기 위해 구축한 ‘생태계’다. 글로벌 임상 2상 이상 단계의 파이프라인 개발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 제약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일동제약의 파이프라인 중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PARP 저해 기전의 표적항암제 ‘베나다파립’이 그렇다. 일동제약그룹은 그룹 내 개발 전문(NRDO) 회사인 아이디언스 설립을 통해 이런 난제를 풀어냈다. 일동제약은 베나다파립의 기술을 아이디언스로 이전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베나다파립의 글로벌 임상 1b/2a상을 진행 중인 아이디언스는 투자를 유치, 베나다파립 상용화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받고 있다. 지난해 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오는 2023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일동제약은 아이디언스의 베나다파립 개발에 따른 마일스톤을 수령해 신약 개발 성과에 따른 이익을 공유받는 구조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제약사가 바이오벤처와 다른 점은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이 있어도 이를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의 투자금액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투자금 마련 문제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결국 유망한 파이프라인이 사장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며 “일동제약그룹은 아이디언스 설립을 통해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일동제약그룹의 R&D 생태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분업·전문화된 최근의 글로벌 제약산업 환경 속에서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의 한계가 분명하고,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일동제약 경영진의 생각이다. 외부 협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동제약의 전략이다. 일동제약은 2019년 임상약리 컨설팅 전문회사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고, 일동제약 내 사내벤처로 출발해 지난해 스핀오프 한 신약디스커버리 전문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에 대규모 투자하며 R&D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외부와의 파트너십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자체 수행은 물론,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 개발하는 한편, 진행 상황에 따라 라이선스 아웃,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수익 실현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윤신 기자

2021.11.04 17:06

4분 소요
판 커지고 호황기 맞은 제약·바이오 M&A 시장…최후 승자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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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시장은 그야말로 호황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투자 광풍이 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제약·바이오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에 타 업종에서도 군침을 흘리는 중이다. 성공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고, 빠른 시간에 제약·바이오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제약·바이오 M&A 중 가장 뜨거운 대상은 휴젤이다. 휴젤 인수자에 대한 윤곽이 이번 주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현재 GS컨소시엄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GS컨소시엄은 GS그룹을 비롯 국내 사모펀드, 중국 사모펀드,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등 4자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골드만삭스운용이 다국적제약사, 린드먼아시아 등과 3자 연합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 휴젤 인수전 치열…삼성·LG·신세계 등 대기업도 인수 검토 휴젤 인수전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신세계그룹, SK그룹, LG그룹에서도 휴젤 인수를 검토했으나 2조원을 상회하는 비싼 인수가에 발을 뺐다. 휴젤의 최대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휴젤 지분 44.4%를 최대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에 매각하고 싶어 한다. 베인은 2017년 휴젤 지분을 9275억원에 인수했으니 몸값이 2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베인이 배짱 있게 몸값을 제시하는 이유는 휴젤이 현재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휴젤은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매출의 절반 가까이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바이오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면서 휴젤은 더욱 매력적인 알짜 매물로 떠올랐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약개발보다 이미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보톡스 분야를 통해 바이오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꽤 괜찮은 전략이 된 것이다. 또한 휴젤과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고, 뷰티 분야 등 사업 확장에도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 쉽지 않은 신약개발…R&D 시너지·사업 확대 노려 바이오산업 진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형 기업들조차도 R&D(연구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쏟고도 실패할 수 있는 분야다. 이에 기업들은 인공지능(AI)나 플랫폼 기술 등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벤처 인수를 통해 R&D 시너지와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2018년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을 한국콜마에 넘긴 CJ제일제당이 신약 사업 재진출을 알린 것도 큰 이슈였다. CJ제일제당이 신성장동력을 위해 선택한 전략은 생명과학정보기업 ‘천랩’ 인수다. 천랩을 약 983억원에 인수하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신약 기술 개발에 나섰다. 천랩 인수로 CJ제일제당은 그린(농업·식품·자원)·화이트바이오(화학·에너지)에 이어 레드바이오(보건·의료)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 적용할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7월 신약 연구개발업체 아이리드비엠에스를 130억원에 인수했다. 최종 지분율 약 40%를 확보해 해당 회사를 일동제약의 계열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의 사내벤처 연구팀으로 출발해 작년 12월 스핀 오프한 저분자화합물 신약 디스커버리 전문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 미래 먹거리 확보…글로벌 진출 위한 M&A 활발 이렇듯 제약·바이오 기업을 M&A 하는 이유는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 확대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차세대 유망 분야를 개척할 수 있고, 현지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 확장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SK㈜는 지난 3월 SK팜테코를 통해 ‘유전자·세포 치료제’ 위탁생산(CMO) 기업 이스포케시를 인수했다. 이 분야는 높은 기술과 고숙련의 인력이 필요해 M&A를 통해 사업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SK㈜는 지난 2017년 BMS사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앰팩을 차례로 인수했다. 이후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설립하며 글로벌 CMO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SK팜테코는 지난해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글로벌 확장 전인 2016년 대비 약 7배 성장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 자산을 332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의 첫 번째 대형 M&A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태국·대만·홍콩·마카오·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상표·판매에 관한 권리를 확보했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올해 2분기에만 172억원의 매출을 올린 간장용제 ‘고덱스캡슐’을 비롯한 기존 제품과 고혈압치료제 ‘이달비’ 등 다케다제약에서 인수한 제품이 안정적 매출을 올렸다. ━ M&A 실패 가능성 염두 해야…성공 시 막대한 부가가치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로슈, 바이엘 등 해외 유명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M&A는 빠른 성장을 하는 데 좋은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화이자는 1999년 업계 14위에 불과했지만 워너램버트제약, 파마시아와 와이어스 등 잇달아 인수하며 세계 최대 제약회사로 거듭났다. M&A는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성과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거나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만큼 실패할 수도 있다.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인수하거나 산업변화나 사업적 시너지를 면밀히 분석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 등이 그 예이다. 이번 휴젤 M&A 건만 해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검토에 나섰지만 비싼 가격·사업적 시너지 등의 이유로 포기했다. 무리하게 추진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래 부가가치를 판단해 인수를 추진한 곳도 있다. 엠투엔은 7월 인수대금 600억원으로 주식 1875만주를 인수하면서 신라젠 지분 20.7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8월 1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엠투엔 출신 대표 등 신규 이사진도 선임됐다. 이달 말 400억원의 추가 자금이 수혈될 예정으로 신라젠의 거래재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엠투엔은 독성화학물질 등을 담는 철강재 용기인 스틸드럼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미국 바이오업체 그린파이어바이오를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에 발을 들인 엠투엔은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을 지원하는 한편, 신규 파이프라인 추가 도입 등을 통해 신라젠을 정상 궤도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신라젠은 지난 2019년 8월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실패 발표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이후 경영진들이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으면서 2020년 5월 4일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이런 상황의 신라젠을 인수한 엠투엔도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신라젠이 거래 재개에 성공하면 엠투엔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이에 더해 펙사벡이나 도입한 후보물질들이 향후 신약개발에 성공한다면 막대한 부가가치도 얻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기업 입장에서 신규사업에 드는 기간·투자비용을 절감하고, 숙련기술·인력확보와 점유율 상승에 따른 이익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회사의 재무 상황과 M&A 따른 시너지 등을 철저히 분석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08.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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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오프 한 사내벤처, 10배 값에 사들인 일동제약

바이오

일동제약이 지분이 없는 사내벤처를 스핀오프(분사 창업) 시킨 뒤, 액면가의 10배로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사내벤처가 스핀오프한 경우 일반적으로 기업은 스핀오프한 사내벤처의 지분을 어느 정도 보유한다. 일동제약은 이와 다른 투자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14일 일동제약 사내벤처에서 스핀오프 한 아이리드비엠에스(iLeadBMS)에 130억원을 투자해 지분 40%를 인수, 계열사로 편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스핀오프 한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주당 액면가(500원)의 10배인 5000원에 448만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일동제약은 이 유증에 참여해 260만주의 주식을 취득할 계획이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의 사내 벤처팀으로 시작해, 지난해 12월 독립한 저분자화합물 신약 디스커버리 전문 바이오테크다. 다수의 신규 후보물질을 도출해내며 1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일동제약 측은 “아이리드비엠에스가 고도의 신약 관련 플랫폼 기술과 프로세스를 보유한 점을 높이 평가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며 “일동제약 외에도 복수의 외부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아이리드비엠에스의 스핀오프 과정이다. 대개 사내벤처가 스핀오프 하는 과정에서 모회사는 스핀오프 회사의 지분을 액면가로 보유하게 된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일반적인 스핀오프 방식과 달리 일동제약이나 그룹사가 초기 지분을 일체 갖지 않은 채 설립됐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이윤석 현 대표이사 등 일동제약 연구원 출신들이 창업멤버로 참여해 자본금 6억원(주당 5000원, 12만주 발행)으로 설립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대기업 사내벤처 관련 업무 담당자 A씨는 “특별한 요건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개 스핀오프 시 창업자와 모회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출자한다”며 “모회사의 지분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스핀오프라기보단 담당자의 ‘퇴사 후 창업’ 개념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이리드비엠에스를 단순한 퇴사 후 창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동일 연구 분야에서 팀의 이름을 사명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은 2019년 연구소 조직개편을 통해 저분자화학물 중심의 신약 연구를 하는 아이리드(iLead)라는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이 팀의 구성원 일부가 설립한 회사다. 스핀오프 당시 아이리드비엠에스 지분을 하나도 갖지 않았던 일동제약은 8개월이 지난 뒤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올해 1월 말 한 차례 증자(8만2000주)를 해 자본금을 10억1000만원으로 늘렸다. 지난 11일에는 10대 1 액면분할을 실시해 발행주식 수를 202만주로 늘리고 액면가를 500원으로 낮췄다. 일동제약은 아이리드비엠에스의 액면분할 직후 액면가 10배로의 투자를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이 회사가 설립된 지 8개월 만에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10배로 평가한 셈이다. 130억원은 그간 일동제약의 유례가 없는 대규모 투자이기도 하다. 만약 이번 유증 이전에 일동제약의 최대주주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 이 회사의 지분을 가졌다면 사익편취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번 유증 이전에 아이리드비엠에스에 대한 일동제약그룹 최대주주 일가나,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 투자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아이리드비엠에스의 독특한 스핀오프 방식은 창업자의 지분을 보장하고 빠르게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유증을 통해 아이리드비엠에스가 조달하는 자금은 224억원에 달한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이라면 시리즈B 규모다. 설립 8개월 만에 이 정도의 투자 유치가 가능했던 건 일동제약이 함께 투자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씨는 “일동제약의 투자 방식은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 유리할 수 있다”며 “스톡옵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창업자들의 지분율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7.16 14:43

3분 소요
산 너머 산 일동제약, 시험대 오른 '오너 3세 윤웅섭' 리더십

바이오

제약·바이오업계 오너가 2~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7개 대표 기업의 2~3세 경영인이 갖춘 경영능력과 리더십,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 등을 살펴보았다. 일곱번째 기업은 일동제약이다. ‘오너 3세’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일동제약은 수년째 적자가 이어진 가운데, 올해 1분기에도 적자폭이 확대됐다. 일동홀딩스는 지난 3월 26일 주주총회를 통해 윤웅섭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일각에서 제약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 윤 대표가 지주사인 일동홀딩스 대표도 겸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일동홀딩스는 박대창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 윤웅섭 대표, 일동제약그룹 최상위 지배력 공고 일동제약그룹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윤 대표가 일동홀딩스 대표까지 맡아 경영을 진두지휘할 필요는 없다. 일동제약그룹은 윤 대표의 개인회사인 씨엠제이씨가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를, 또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을 지배하는 구조다. 씨엠제이씨는 2003년 2월 도·소매업을 주업종으로 하는 개인법인이다. 일동제약그룹의 지주사를 개인법인이 지배하는 기이한 지배구조로 되어 있는 셈이다. 씨엠제이씨는 윤원영 회장의 개인회사로 출발했으나 지난 2015년 자신의 지분 100% 중 90%를 장남 윤웅섭 사장에게 넘겨줬다. 일동홀딩스의 지분을 직접 증여하는 대신 그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를 물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씨엠제이씨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일동제약 주식을 일동홀딩스 주식으로 바꿨다. 현재 씨엠제이씨는 일동홀딩스 지분 17.0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지분율은 47.05%에 달한다.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 지분 40.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동제약은 1941년 고 윤용구 회장이 설립한 극동제약이 모태다. 1942년 일동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59년 국내 최초 유산균 영양제 ‘비오비타’를, 1963년에는 활성비타민 ‘아로나민’을 발매했다. 1970년대부터 2세인 윤원영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윤 대표는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이다. 1967년생인 윤 대표는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와 미국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KPMG인터내셔널 등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해 PI팀장, 기획조정실장, 전무, 부사장을 거쳤다. 윤 대표는 2016년 8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일동제약 단독대표에 오르며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했다. ━ 3세 경영 승계 위기의 연속…경영권 방어 총력 일동제약그룹의 3세 경영 승계는 순탄치 않았다. 윤 회장 일가의 취약한 지분율 때문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까지 여러 차례 경영권 위기를 겪었다. 3세 경영을 본격화하기 전인 2011년 말 일동제약 주주구성을 보면 윤원영 회장 일가가 27.89%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외에 개인주주 이호찬 12.57% ▶개인주주 안희태 9.85% ▶녹십자생명보험 8.28% ▶피델리티 9.99% ▶환인제약 6.68% 등 다수의 주요 주주가 포진했다. 개인주주 안씨는 지난 2009년 윤 대표가 사내이사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제약업계 경험이 없다는 이로 경영권 이슈를 제기했다. 안씨는 2011년과 2012년 일동제약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했다. 결국 안씨가 2013년 윤 회장의 개인회사였던 씨엠제이씨에 지분을 팔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씨엠제이씨는 당시 주당 8700원 수준이던 주식을 1만3700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씨엠제이씨는 일동제약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일동제약그룹의 경영권 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2012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확보하던 녹십자가 2014년 또 다른 개인주주인 이호찬씨의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 29.36%를 확보,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당시 일동제약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했다. 녹십자는 이를 반대해 무산시켰고,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까지 추진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막바지 위기에 몰린 일동제약은 보유하고 있던 환인제약 지분을 처분하고 자사 지분을 사들였다. 결국 2015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후 녹십자는 적대적 M&A 논란이 일자 2015년 7월 지분 전량을 일동제약에 매도하면서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일동홀딩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총 지분율은 47.37%다. 주식 현황을 보면 씨엠제이씨 17.02%, 윤원영 회장 14.83%, 윤 회장의 부인 임경자씨 6.17%, 윤웅섭 대표 1.12%, 장녀 윤혜진씨 0.15, 차녀 유영실씨 0.06% 등으로 구성됐다. 공익법인 송파재단도 7.03%를 가지고 있다. 송파재단은 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들었으며, 본인이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다. ━ 10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윤 대표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연구개발비로 2018년 465억원, 2019년 436억원, 2020년 602억원을 들여 전체 매출액의 10% 전후로 꾸준한 투자를 해오고 있다. 일동제약은 현재 ▶고형암 치료제 ID13009, ID11902 ▶제2형 당뇨병 치료제 ID11014, ID11052 ▶NASH 등 간 질환 치료제 ID11903, ID11905 ▶노인성 황반변성, 녹내장 등 안과 질환 치료제 ID13010, ID11901, ID11041 ▶파킨슨병 치료제 ID11904 등 10여 개의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R&D 투자를 확대와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을 방어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일동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이 3.9% 감소한 133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13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 폭이 970.2%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 데다 1분기에 연구개발 비용으로 230억원을 사용해서다. 또 다른 악재는 2019년 주력 품목이던 위장약 '큐란'이 라니티딘(발암 우려 물질)검출 사태로 판매가 금지됐다는 점이다. 큐란 매출액은 200억원 규모였다. 여기에 지난해 2월 비만치료제 ‘벨빅정’과 ‘벨빅엑스알정’ 2개 품목이 판매 중지 및 회수·폐기됐다. 미국에서 벨빅이 암 발병위험을 이유로 처방 중단과 허가철회 권고가 내려지자 국내시장에서도 판매가 중지된 것. 윤 대표가 풀어야 할 난제가 한 두가지가 아닌 셈이다. 윤 대표는 지난해 3월 일동제약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10% 이상 수준으로 유지하고 연구개발 조직을 확충하는 등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래 먹거리 창출 및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주요 연구과제 진행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05.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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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고객이 가장 추천하는 브랜드 대상] 고객의 신뢰가 지속가능 기업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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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전문가가 뽑은 ‘엄지 척’ 브랜드 38개… 끝없는 고객 맞춤 전략이 비결 오늘날 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지속가능성이다. 환경과 기술, 소비 기호가 빠르고 변화무쌍하게 변화하고 있어서다. 이 속에서 소비자에게 선택 받는 기업과 제품은 어떤 비결을 갖고 있는 걸까. 이들을 살펴보면 기술력이 집약된 노하우,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맞춤 전략, 혁신을 거듭하는 실험 정신,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과 서비스 등으로 압축된다. 이 덕에 이들은 세계 시장에서도 호평 받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즉 소비자에게 귀 기울인 곳이 지속가능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제품을 구매할 땐 소비자가 고려하는 요소가 다양하다. 품질과 가격은 기본, 심지어 사회적 평판까지 따진다. 비도덕적·비윤리적 문제가 불거지면 해당 제품의 판매량과 인지도가 추락할 정도다. 이렇게 점차 까다로워지는 시장 환경에서 해마다 각양각색 제품들과 서비스들이 등장하지만 살아남는 것은 극소수다. 이 때문에 기업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 참여를 늘려 고객 중심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고민한다. ━ 소비 행태 변화에 발맞춰 제품·서비스 지속 개선 제품 정보의 전달 방법을 TV·신문 외에도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다양화한 점도 그런 이유에서다. 소비자와 제품이 만날 수 있는 장을 다변화함으로써 기업은 소비자 취향에 맞춰 마케팅과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 소비자도 정보 획득, 선택 기준, 서비스 수혜의 폭을 넓힐 수 있다.이 때 소비자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다른 소비자들의 사용 경험과 후기다. 이들의 입소문은 일방적 정보 제공이 주기 어려운 신뢰를 선사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방법도 그 중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용했던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다른 소비자들의 선택이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이런 가운데 소비자가 선호하는 브랜드 선정은 기업에게 나침반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된다. 이를 위해 와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주간 경제지 는 소비자의 신뢰와 추천을 받은 기업과 브랜드를 선별해 그 성과를 널리 알리는 ‘2021 고객이 가장 추천하는 브랜드 대상’을 마련했다. 이 상은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에겐 브랜드 가치의 상승과 매출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됐다.수상 대상은 소비자 설문 조사를 통해 후보군을 선정하고 사전 조사, 서류 심사, 학계·산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압축됐다. 평가 지표는 브랜드 신뢰도, 경영 방침, 전략·비전, 독창성 등으로 세분화했다. 선정된 기업(브랜드)은 저마다 참신하고 다양했다. 하지만 이들의 지향점은 모두 같았다. 시시각각 바뀌는 소비 형태에 따라 그에 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발전시킨 것이다. ━ 깐깐한 심사 거쳐 38개 브랜드 엄선 올해 수상에서 소비자가 엄지를 치켜세운 브랜드 수는 지난해보다 7개 늘어난 총 38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7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알토엔대우 ▷미네랄 이중전기분해 한우물정수기 ▷비듬 관리 전문 TS비디샴푸 ▷청정지역 맥아로 빚은 맥주 테라 ▷합리적인 커피전문점 커피사피엔스 ▷독감 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 ▷비타민영양제 맥스케어 알파&프리미엄 정이다.올해 첫 수상의 영예를 안은 31개 브랜드 역시 세계시장에서 먼저 인정받는 잠재력을 자랑한다. ▷퍼플스 ▷렛츠고리딩 ▷아이배냇 ▷산펠레그리노 ▷영탁막걸리 ▷오디오 ODE ▷생각대로 ▷해링턴플레이스 ▷닥터지 ▷위뷰티 ▷맥캘란 ▷아임웰 ▷해동 텅스텐 논슬립 ▷삼육아기두유 ▷지큐랩 ▷포슐라 ▷디스크닥터 ▷쿠우쿠우 ▷기온쿼츠 ▷윤선생 베이직 ▷솔가 ▷쥬비덤 ▷SK렌터카 ▷BBQ ▷펫제이(PET.J) ▷베스트통증의학과 ▷라라올라 ▷카처 ▷솔랩 ▷클린다 ▷아망떼 등이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1.01.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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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난치성질환 분야 바이오신약 개발에 도전

바이오

일동제약은 자체 연구는 물론,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파킨슨병, 황반변성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한 바이오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인 셀리버리와 공동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 ‘iCP-Parkin’은 최근 비임상 돌입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일동제약은 지난 2016년 셀리버리와 iCP-Parkin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기술 수출 등에 따른 수익 발생 시 40%를 갖는 권리를 확보했다.두 회사는 체조직 세포는 물론, 뇌혈관장벽(BBB)까지 약물을 투과시킬 수 있는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 Therapeuticmolecule Systemic Delivery Technology)’을 활용해 뇌 신경 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셀리버리는 지난 2017년, iCP-Parkin과 관련해 미국의 글로벌 빅파마와 300만 달러 규모의 배타적 협상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현재 복수의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최근 셀리버리 측은 제안을 보내온 업체들과 iCP-Parkin 관련 미팅을 진행하고 기술 수출 및 라이선스 계약 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iCP-Parkin은 영국과 핀란드의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연구대행기관)을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가 진행 중이다.또, 임상용 시료 생산을 위해 미국과 유럽 등지의 CRO 및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s, 위탁생산기관)과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파킨슨병 치료제의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 원(국내 약 1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매년 성장 추세에 있다. 고령화의 가속화에 따라 치료약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시장 전망이 밝다.한편 일동제약은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용 바이오신약 ‘IDB0062’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IDB0062는 망막질환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인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를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통해 ‘신생혈관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의한 시력손상’ 등을 겨냥한 후보물질이다.기존의 유사 약물 ‘라니비주맙(제품명 루센티스)’에 비해 체조직 침투가 용이하도록 ‘조직 침투성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을 적용, 약물의 효능을 증대하는 한편, 제품 생산과 관련한 효율성 높인 것이 특징이다.IDB0062 연구는 지난 2015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지역주력육성사업과제의 일환으로 비임상시험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내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동물시험 결과, IDB0062는 라니비주맙 대비 우월한 약물유효성을 보였으며, 안구조직 내부로의 약물전달효율 역시 더 우수해 기존의 주사제형은 물론, 보다 사용이 편리한 점안액 형태로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사람의 망막세포를 대상으로 한 효능평가시험에서 라니비주맙뿐 아니라 최근 급성장 중인 경쟁 약물 ‘애플리버셉트(제품명 아일리아)’와 비교해서도 우월한 효능을 확인, 상용화 전망을 밝혔다.루센티스의 경우 2015년 기준 국내 매출액 약 245억 원, 전 세계 매출액 약 38억 달러를 기록한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이다. 최근 사용 범위가 확대되는 등 효용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관련 시장 역시 성장 추세에 있다.일동제약 측은 “IDB0062는 종양조직 침투 펩타이드(TPP) 기술을 접목해 약물의 침투력이 높기 때문에 주사제는 물론, 점안제로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삿바늘로 찔러 약물을 주입하는 것에 비하면 거부감이 적은 점안액 제형은 큰 혁신”이라고 강조했다.일동제약은 지난해, IDB0062과 관련한 국내 특허 취득을 완료하였으며,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에도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회사 측은 차후 개발 진행 상황에 따라 자체적인 신약 개발은 물론 기술 수출 등 다양한 상용화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19.11.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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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신약 개발의 현주소] R&D 투자 늘리며 성공경험 쌓는다

바이오

올 들어 7월까지 신약 2종 등장 ... 오픈이노베이션, 바이오 제약 기술 확보 돋보여 국산 신약 1호는 1999년 SK케미칼이 만든 항암제 선플라주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29개의 신약이 탄생했다. 아직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격차는 크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전자알약·유전자치료제 상용화도 앞두고 있다. 이들을 따라잡긴 무리지만 국내 제약산업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라이선스 만기가 지난 복제약을 만드는 단계에서 신약 물질을 연구·개발(R&D) 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연구 확대와 바이오제약 기술 개발 등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의 꿈을 키우고 있다. 7월 12일, 국내 29호 신약이 등장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다. 5월엔 일동제약의 B형 간염 치료제 베시보정이 신약 승인을 받았다. 올해가 절반이 지나지 않은 사이에 벌써 신약이 두 개나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가 신약을 소개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품질도 개선되고 있다.국산 신약은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9개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 중 2015년 이후 등장한 신약만 7종에 달한다. 업계에선 한국 제약산업이 2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라이선스 만기가 지난 복제약을 따라 만드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자체적으로 신약 물질을 연구·개발(R&D) 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은 “의약품을 접점에 둔 산업계·연구기관·학계·의료계·유관단체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생산성을 높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코오롱생명과학, 29호 신약 인보사 내놔 물론 한국 제약산업이 갈 길은 아직 멀다. 국내에서 사용 허가를 받은 완제품 4만개 가운데 국산 신약은 29개에 불과하다. 보험수가를 적용받는 국산 의약품은 약 2만개다. 그중 1만 7000개의 품목이 겹친다. 대부분 복제약이란 의미다. 국내 제약사는 아직 신약 개발에 투입할 자금력과 노하우가 부족한 편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 개발에 사용하는 비용은 수 조원에 달한다. 이제 겨우 매출 1조원을 올리는 한국의 개별 제약 기업에겐 부담스런 금액이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들의 주력 제품이 복제약과 드링크류인 배경이다.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내 제약사는 꾸준히 신약 개발에 매달려왔다. SK증권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의 연구·개발(R&D) 비용 규모는 2014년 1조1000억원 수준으로 60조원의 미국과 16조원을 기록한 일본 등 제약 선진국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매출 상위 제약사들의 R&D투자와 신약 파이프라인은 나름 의미있게 증가하고 있다. 한미약품·동아에스티·녹십자·대웅제약·종근당 등의 R&D 비용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6년 1594억원에 그쳤던 상위 6개 제약사의 총 R&D 비용은 지난해 6788억원으로 늘었다.국내 제약사 가운데 R&D 투자 1위는 한미약품이다. 2013년 R&D 투자 10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엔 1600억원을 쏟아부었다. 올해에도 비슷한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녹십자도 R&D 투자금액을 늘리고 있다. 2014년 846억원, 2015년 1019억원에 이어 올해 12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종근당도 지난해 1000억원 넘게 신약 개발 R&D에 투자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9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820억원 규모의 R&D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 R&D 투자 1위는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산업의 변화를 이끈 기업으로 꼽힌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용하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연이은 기술수출 계약을 이끌어내며 주목을 받았다. 한미약품의 성공 사례를 지켜본 다른 제약사들도 R&D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2016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컨퍼런스에 참석한 국내 제약사 사장들이 건배사로 ‘한미를 위하여!’라고 외쳤을 정도다. 한미약품 역시 적극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 노하우를 국내 제약사와 공유했다. 함께 판을 키워 나갈 시기라고 판단해서다. 다만, 호사다마라고 지난 하반기부터 주가 조작,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이프라인 취소 등의 악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한미약품의 주가는 최고가의 절반 수준인 30만원 대로 내려 앉았지만 한미약품은 R&D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3월 임원 회의에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신뢰경영의 핵심은 신약 개발”이라며 “국민과 주주의 신뢰를 얻으려면 신약 개발이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지난해 매출의 18.4%인 1626억원을 R&D에 투자한 한미약품은 올해도 투자를 늘리며 연구에 힘을 싣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 매출의 18.2%인 426억원을 R&D 비용으로 투자했다. 파이프라인은 총 23개. 바이오신약 14개와 합성신약 9개다. 전임상 단계에 있는 신규 후보물질 9개를 새로 더했다.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당뇨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계약금 4억 유료(약 5000억원), 성과보수 35억 유로(약 4조3000억원)에 기술 이전한 제품이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면역질환치료 신약 ‘BTK면역치료제(HM71224)’도 주목할 신약 후보다. 지난 2015년 3월 미국 제약기업인 일라이릴리에 기술 이전한 파이프라인이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임상 중인 핵심 파이프라인이 완료되는 2018년이 한미약품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종근당 신약 파이프라인 크게 늘어 종근당도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국내 제약사 중 두 번째로 많은 14건의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2013년 612억원에 그쳤던 R&D 비용은 지난해 연매출 8300억원 중 약 12%인 1022억원으로 늘어났다. 투자를 늘린 덕에 파이프라인도 증가했다. 2012년 탐색과제 27개, 임상단계 17개에 불과하던 파이프라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탐색과제와 임상 단계가 각각 50개, 27개로 대폭 늘었다. 올해부터 해외 임상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지난해 유럽 임상 1상에 돌입한 ‘CKD-506’이 눈길을 끈다. 면역을 조절하는 T 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면역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자가 면역질환 치료제다. 호주에서 임상 2a상을 시작한 ‘CKD-519’도 관심을 모은다.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고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약물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 신약 개발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5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국내 28호 신약 베시보는 일동제약의 첫 신약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5년 간 매출액 대비 10%를 R&D에 투자해왔다. 지난해 일동제약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56건에 달한다.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에선 지금 항암제, 치매 치료제 등 만성·난치성 질환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중 알츠하이머 신약 ‘ID1201’은 분당서울대병원·중앙대병원·건국대병원 등 14개 병원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주목할 파이프라인으로는 ‘IDF-11774’가 있다. 종양의 악성화와 전이에 관여하는 인자인 ‘HIF(Hypoxia-inducible factor)’를 통제해 암세포를 억제하는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이다.동아에스티가 개발에 성공한 국산 신약은 4개다. 제약 업체 중 지금까지 가장 많은 신약을 개발했다. 해마다 매출액 대비 10~11%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R&D 비용은 전년 대비 21.8% 증가한 72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3% 증가한 194억원을 투자했다. 이런 투자 덕분에 동아에스티는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 수퍼항생제 ‘시벡스트로정’과 동일 성분 주사제,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의 국산 신약을 개발할 수 있었다. 동아에스티는 해외 기술수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제약사 토비라와 슈가논의 주성분인 ‘에보글립틴’을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하는 6150만 달러(약 705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와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있는 면역항암제 ‘MerTK 저해제’의 기술수출 계약도 했다. 기술 수출 규모는 5억2500만 달러(약 6350억원)에 이른다. 과민성 방광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2013년 ‘DA-8010’의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고, 지난해 3분기 유럽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CJ헬스케어에서도 신약 출시가 임박했다. 테고프라잔의 임상 3상을 완료했고, 9월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테고프라잔은 CJ그룹이 제약사업에 뛰어든 지 33년 만에 시중에 출시하는 신약이다. CJ는 2003년 녹농균 백신 슈도박신을 개발했다. 국내 7번째 신약이다. 하지만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시장에 선보이지 못하고 연구소에만 남은 비운의 신약이다. CJ헬스케어에서 테고프라잔에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다.녹십자는 매출 ‘1조 클럽’ 제약사다. 기술력과 자금력 모두 국내 상위권이다. 하지만 아직 신약이 없다. 이를 만회하려는 듯 R&D를 강화해왔고 결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녹십자의 혈액제제 의약품이 올해 미국 FDA 판매 허가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매년 매출액 대비 약 10%가량의 금액을 R&D에 투자하고 있는 녹십자의 올해 R&D 비용은 약 1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녹십자는 현재 15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부문과 백신이 각각 7개, 합성신약 1개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전략품목인 1차성 면역결핍질환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IVIG SN)’과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F(GreenGene F)’가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과 해외 진출 경험이 쌓이며 한국 제약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추세를 이어간다면 한국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신약이 더욱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 매출 1000억대 국산 신약 나오나 - 보령제약 카나브, LG화학 제미글로정 유력 후보 국산 신약은 아직 판매 1000억원을 넘긴 제품이 없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국산 전문의약품은 동아에스티의 위염치료 천연물신약 스티렌이다. 스티렌은 2011년 900억원대 처방액을 올렸다. 개량신약 중에선 한미약품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이 2012년 770억원대 처방액을 기록했다. 올해 새로운 기록을 세울 후보가 나타났다. 보령제약의 혈압약 카나브와 LG화학 당뇨치료제 제미글로정이다. 각각 국산 신약 15호, 19호다.보령제약 카나브는 2010년 등장한 첫 해부터 매출 100억원을 올린 의약품이다. 글로벌 의약품에 버금가는 품질을 자랑하며 출시 당시 ‘국산 신약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시 7년 차인 지난해 4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1위 혈압약으로 발돋움했다. 수출 실적도 인상적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중남미와 동남아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51개국에 4억136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했다. 글로벌 시장 개척 덕에 매출 1000억원 식약 후보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섰다.LG화학의 당뇨치료제 제미글로정은 지난해 국산 신약 최초로 단일 브랜드 매출 500억원을 넘어 섰다. 하지만 2012년 발매 당시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제미글로정이 다시 치고 올라간 계기는 대웅제약과의 협업이다. 당시 대웅제약은 MSD의 고혈압치료제 자누비아의 판권을 중근당에게 빼앗겼다. 대체할 제품을 찾던 대웅은 제미글로정을 주목했다. LG화학도 이를 반겼다. 대웅의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두 회사의 협업 덕에 제미글로정은 2016년 처방액 557억원을 기록했다. 제미글로의 올 상반기 처방액은 351억원으로 지난해 241억원 대비 45% 증가했다. 올해 700억원은 무난히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일양약품이 2008년 개발한 항궤양제 놀텍도 주목할 국산 신약이다. 지난해 2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일양은 2012년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러시아 최대 제약사와 손잡고 수출에 나섰다. 파트너사가 주목한 약품이 놀텍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슈펙트 기술 수준에 만족한 러시아 파트너가 시장에 공급할 다른 약품을 요청하며 놀텍의 러시아 수출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국산 신약의 성공 여부는 연매출 100억원 달성에 있다. 종근당의 듀비에가 이를 넘겼고,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 일양약품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 그리고 대원제약의 펠루비가 매출 100억원에 근접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에는 국산 신약 개발 자체가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신약이 늘고 있다”며 “중남미와 러시아에서 자리잡은 다음엔 미국과 유럽에서도 통하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프라인: 송유관이라는 뜻이지만 제약 업계에서는 연구 중인 프로젝트를 말한다. 파이프라인이 많을수록 R&D가 활발하고 신약 개발 가능성이 큰 제약사로 평가받는다.※ 임상시험: 사람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효능·효과·부작용을 파악하는 시험이다. 관계 당국의 승인(우리나라는 식약처)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다. 임상 1상은 동물 상대의 실험을 거친 신약을 사람에서 평가하는 과정이다. 2상은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제한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다. 약리효과 확인, 적정 용량의 범위·용법을 평가한다. 3상은 신약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한 다음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을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적응 대상 질환에 대해 효능 자료 등을 수집하고 통계적인 검증을 한다. 임상 시험 기간은 의약품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상 종료까지 일반적으로 10년 넘게 걸린다.

2017.07.29 11:53

8분 소요
[人terview] “창업자는 끝까지 사력 다해야”

산업 일반

보령그룹 창업자 김승호 회장은 올해 경사가 겹쳤다. 10월 1일은 보령제약 창업 50주년이 되는 날이고, 12월 31일(음력 기준)은 77세, 희수(喜壽)를 맞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기업으로도 장수(長壽)를 기념하는 해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창업 50주년을 기점으로 100년 기업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김 회장을 이코노미스트가 만났다. 우담바라’는 3000년에 한 번 핀다는 상서로운 꽃이다. 이 우담바라로 추정되는 꽃이 지난 6월 종로구 원남동 보령제약 건물에 피어 한동안 화제가 됐다. 사옥 18층에 위치한 보령제약 창업자 김승호(76) 회장의 집무실에는 이 꽃을 찍어 놓은 액자가 걸려 있다.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찍어 김 회장에게 전달한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회장 접견실 원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김 회장께 우담바라 얘기부터 꺼냈다. -보령제약 터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우담바라까지 피었으니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허허. 어쨌든 좋은 일이죠. 길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보령제약이 종로에 터전을 잡은 것부터가 저에게는 행운의 시작이었어요. 당시 종로는 국내 최대 시장이던 동대문시장을 근처에 두고 있어 유통의 중심지였지요.” 보령제약은 종로 5가의 ‘보령약국’이 모체다. 김 회장은 25세의 나이에 종로 5가 124번지에 5평짜리 점포를 얻어 ‘보령약국’ 간판을 걸었다. 약국 이름인 ‘보령’은 그의 고향인 충남 보령의 지명을 딴 것. 군대를 제대한 직후 집안 형이 종로 5가에서 운영하던 홍성약국의 일을 도와줬던 게 인연이 됐다. “개업 당시엔 반 전문가가 돼 있었죠. 약대를 나오진 않았어도 매일 약을 들여다보고 어깨너머로 약을 팔고 하면서 저절로 익힌 거죠. 종로 5가에서 약을 배웠으니 터전도 그리로 잡은 거고요.” 1957년 10월 1일. 약국 문을 처음 연 날이다. 김 회장 부부는 이날 막걸리 한 주전자에 돼지머리를 놓고 개업 고사를 지냈다. 그는 “어설프지만 가슴이 떨리고 진지한 제주(祭主)였다”고 회상했다. “너무 떨렸는지 약국 문을 밀고 들어오는 첫 손님이 어떤 얼굴이었는지, 무슨 약을 사갔는지 정확히 기억을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그 손님을 배웅하고 난 후 갓난아기처럼 눈물을 흘렸던 건 기억이 납니다. 그날 첫 문을 열었을 때의 그 마음을 한시도 잊지 않고 살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보령약국 개업 당시 의약품 시장은 질서가 없었다.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 완제품이나 부정한 경로로 흘러나온 군수품, 원조 의약품 등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형편이었던 것. 약값은 일정하지 않았고 자금 면에서 강점을 지닌 도매상들은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도매상으로부터 약을 받아 판매하는 소매상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들었다. 보령약국의 양 옆으로도 이런 대형 도매약국들이 버티고 있었다. 그로서는 살아나갈 방도를 찾아야 했다. “대부분의 약국이 구색을 못 갖추고 있었고 불친절했습니다. 이 약점만 보충해도 손님을 끌 수 있겠구나 싶었죠. 없는 약을 찾으러 오는 손님들에겐 약속을 했어요. 내일 몇 시까지 꼭 구해 놓을 테니 오시라고요. 그래 놓고 자전거를 타고 온 시내를 누비는 겁니다. 결국 약을 찾아내 손님과의 약속을 어김없이 지켰죠. 또 손님이 오면 무조건 친절하게 했습니다. 50년대에 이미 서비스 정신을 실천하고 있었던 겁니다.(웃음) 약값도 적정 마진만 남기고 싸게 팔았어요. 어음보다는 현금 결제를 우선했고요.”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종로 5가 보령약국’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울 변두리나 경기도에서까지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보령약국 성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요인은 ‘자전거 부대’로 불리는 중간도매상들이었다. “짐자전거 뒷자리에다 대나무로 엮은 상자나 빈 약품 박스를 싣고 힘차게 페달을 밟던 자전거 부대를 잊을 수 없습니다. 조금 과장해 매일 아침 200~300대의 자전거가 약국 앞에 와서 북새통을 이뤘죠. 그들에겐 제약회사에서 약을 사다 변두리 약국에 파는 것보다 언제나 현금으로 약을 구입해주는 보령약국과의 거래가 더 많은 이윤을 보장하는 일이었어요.” 약국 개업 5년 만인 1962년. 보령약국은 이미 국내 최대의 소매약국으로 성장했다. ‘종로 5가를 지나는 행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보령약국에 가는 손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보령약국의 초기 영업 전략은 ‘고객 만족’이라는 아이템으로 후일 서울대에서 스터디 주제로 논의되기도 했다. 한국경영사학회는 사람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윤을 냈던 보령약국 초기 사업수완을 개성상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보령약국은 지금도 종로 5가에서 50년 명성을 지키고 있다. 현재 약국 경영은 그의 동생인 김경호 회장이 맡고 있다. ▶보령그룹 성장의 발판이 된 보령약국 전경. 용각산· 겔포스 신화 창조 1963년 11월 11일. 약국 성공에 용기를 얻은 그는 자본금 50만원을 투자해 도산위기에 빠져 있던 동영제약을 인수했다. “약국 경영 7년을 하다 보니 유통 판매업보다 생산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생산업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국가에 더 보탬이 되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당시 유한양행이 가장 큰 제약회사였죠. 동아제약도 있었고요. 그들에 비하면 후발업체였던 셈인데…. 시작부터 힘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번듯한 공장을 세울 자금도, 훌륭한 설비를 들여올 여유도 없었다. 꿈은 장대하고 가진 건 없는 가난한 제약업계 사장일 뿐이었다. “동영제약은 설립 몇 년 만에 도산위기에 빠진 회사였어요. 사실 그 회사로부터 인수한 건 ‘동영제약’이라는 상호와 제약업 허가뿐이었죠. 사무실은 대충 만들었어도 공장이 문제였어요. 우리 집 마당이라도 써야겠더라고요. 종로구 연지동 193의 7번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주소입니다. 50여 평 정도의 집 안에다 블록으로 어설프게 공장을 짓고 정제기와 다의기, 분쇄기를 들여와 설치했어요.”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한때 크게 유행했던 보령제약 ‘용각산’의 TV 광고 문구다. 이 히트상품은 자기 집 마당에서 약을 짓던 그의 열정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용각산은 해방 전에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제품이었는데 일본에서 공급받을 길이 없어지자 20여 년간 국내에서 잊혀져 왔던 제품이었습니다. 기술제휴를 통해 국내 생산에 성공한다면 암거래를 없애는 동시에 국내의 잠재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67년 6월 26일. 일본인 기술자들이 입국해 기술 자문을 한 지 20여 일 만에 보령제약이 만든 용각산이 탄생했다. 첫 생산량은 5만 갑이었다. “20여 명 정도였던 당시 영업사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바쁘게 뛰어다녔죠. 신바람 났었는데…. 1년이 채 안 돼 15만 갑 판매라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으니까요. 주문 폭주로 공장을 풀 가동시켜야 했죠.” 용각산이 태어난 해인 67년 10월. 보령제약은 1980여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제약업계의 기틀과 규모를 제법 갖춘 셈이다. 이후 심장약 ‘구심’, 아이들의 필수약품이었던 ‘기응환’이 나란히 성공을 거두면서 보령제약은 생약 전문제제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1972년 3월. 회사는 또 하나의 전기를 맞게 된다. 프랑스의 비오테락스와 기술제휴로 세계적인 위장약이었던 ‘겔포스’ 생산에 돌입한 것. 당시 위장약으로는 한독약품의 훼스탈과 동아약품의 베스타제, 일동제약의 암포젤엠 등이 있었다. 겔포스는 위장약 후발주자였던 것. 하지만 고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생산 첫해에 6000여만원에 그쳤던 겔포스 매출은 불과 4년 후인 79년엔 무려 10억원에 이르렀고 이듬해인 80년에는 16억원을 넘어섰다. 발매 5년 만에 소화기관용 약품 분야에서 국내 생산실적 랭킹 2위로 올라선 것. 그는 메모광이었다. 전 세계가 다 회사의 새로운 시장이고 아이디어 창고라는 생각을 했다. 국내든 해외 출장이든 보고 들은 것을 메모지에 빼곡히 쓰는 습관 덕택에 출장 한 번 다녀오면 메모지 정보가 쌓였다. 그가 겔포스를 발견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였다. 여기에 영업사원들의 적극적 노력과 탁월한 광고, 담뱃갑 형태의 박스 등이 겔포스 신화창조에 힘을 보탰다. 겔포스는 지금까지 보령제약의 스테디 상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50년 기업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무엇일까. 그는 77년 안양공장 수해 사태를 들었다. 보령그룹은… 김승호 회장이 1957년 종로 5가에 설립한 ‘보령약국’이 모체다. 1963년엔 보령제약을 세우면서 40여 년간 용각산, 겔포스엠, 구심 등 국민적 스테디셀러 치료제를 생산해 왔다. 1979년 자회사로 보령장업(현 보령메디앙스)을 설립해 누크 등 유아용품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종합 커뮤니케이션회사 킴즈컴, 종합 유통회사 ㈜보령, 첨단 생명공학 산업을 주도하는 보령바이오파마, 정보통신전문업체 BR네트콤, 건강기능식품 생산업체인 ㈜보령수앤수 등을 차례로 설립, 제약에서 정보통신 분야까지 7개 계열사를 둔 종합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보령제약 매출액만 1800억원에 달한다. 그룹 총 매출은 3700억원으로 2009년까지 1조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보령그룹 50년 1957년 보령약국 개업 1963년 보령약품㈜ 창립(동영제약 인수) 1966년 보령제약㈜으로 사명 변경 1967년 성수동 공장 신축 ‘용각산’ 생산 발매 1969년 심장약 ‘구심’ 생산 발매 1974년 안양공장 신축 1975년 위장 장애 개선제 ‘겔포스’ 생산 발매 1979년 보령장업㈜ 창립 1982년 보령중앙연구소 설립 1983년 보령제약,매출액 200억원 돌파 (제약업계 10대 메이커 진입) 1986년 보령장업 반월공장 신축, 킴즈컴 창립 1988년 보령제약, 증권거래소에 주식 상장 1990년 ㈜보령 창립 보령바이오파마 창립 보령제약 반월 KGMP 신축공장 준공(안양공장 생산시설 이전) 1994년 보령빌딩 준공(종로구 원남동 66-21) 1996년 비알네트콤 창립 1997년 보령장업, 보령메디앙스㈜로 사명 변경 2000년 보령제약 국내 최대 항암제 발효 공장 신축 2005년 보령수앤수 창립 2006년 보령제약그룹 역사관 ‘중보보령관’ 개관(충남대학교 국제교류관) “3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왔던 해였어요. 밤새 내린 비가 안양천 지류인 호계천을 범람시켰고 거센 물줄기는 하천 변에 위치한 보령제약 공장으로 쏟아져 들어왔죠. 비가 그친 다음날 아침 공장으로 달려갔는데…. 참담했습니다. 이제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죠.” 안양공장 피해액은 12억원으로 집계됐다. 수해를 당하기 직전인 76년 보령제약 매출이 14억원 규모. 아무도 보령제약의 재기를 장담하지 못했던 그 상황에서 200여 명의 직원은 묵묵히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모두들 장화로 갈아 신고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제품들을 주워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던 것. 그 역시 직원들과 함께 장화를 신었다. 용각산과 겔포스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의 성금 답지도 이어졌다. 1년이 걸릴 것이라는 복구 작업은 불과 3~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그 일을 겪고 나니 사람이 노력해서 못할 일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히려 그해 매출은 전년보다 높았어요. 직원들이 재기를 위해 배로 뛰었기 때문이죠. 제 개인적으로도 큰 깨달음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복지재단 사업에 혼신 다할 것” ‘또박또박 하다.’ 주변에서 그는 이런 평을 자주 듣는다. 반세기 기업을 굳건히 지켜온 것도 그의 이 또박또박한 성격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지름길 없이 정도를 걷자’ ‘사람 된 도리를 하고 살자’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그의 인생 철학도 이를 대변한다. 골프를 칠 때도 그는 잔재주보다는 정석대로 치는 방식을 택한다. 평생에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홀인원을 세 번이나 기록한 것도 운보다는 차곡차곡 쌓은 실력이 빛을 발한 경우였다. “구력이 35년쯤 되죠. 80년 3월 일본 니혼CC(컨트리클럽)에서 처음 하고 83년 5월 안양CC, 89년 9월 여주CC에서 한 번씩 했어요. 그때가 제 골프의 전성기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글도 세 차례 했지요.”(웃음)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대웅제약 윤영환 회장, 중외제약 이종호 회장 등 제약사 창업자들이 그의 주 라운딩 상대였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필드에 나가는 횟수가 좀 준 편이란다. 그는 슬하에 딸만 넷을 두었다. 장녀 김은선(49)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넷째 은정(38)씨는 보령메디앙스 부사장으로 있다. 집 마당 놀이터를 약 만드는 장소로 내주었던 어린 딸아이가 성장해 지금 아버지를 돕고 있는 것.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겠지만 김은선 부회장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하다. “경영자라는 게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한 자리죠. 가업을 잇게 한 부회장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부회장은 잘하고 있어요. 가끔 저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기본을 걷자는 주의인데 그 애는 변신과 혁신을 과감하게 꾀하는 스타일이죠. 2세대 경영은 어쩌면 부회장 같은 스타일이 더 먹힐지 모르죠.” 김은선 부회장은 2005년 보령제약이 발표한 5개년 중장기 경영혁신 비전인 ‘inno-BR’(혁신 보령)을 주도하고 있다. ‘inno-BR’은 한동안 정체기를 겪었던 보령이 구조조정과 R&D 강화를 통해 재기를 모색하는 혁신 프로그램으로 김 부회장은 맨 앞에서 뛰고 있는 것이다. 보령그룹은 올해 안에 사회복지재단 설립을 계획 중이다. 건강·영유아·노인복지 등 3개 분야가 재단의 핵심사업이다. 토털헬스케어 기업을 추구하는 그룹의 장기 비전과도 맞물려 있다. 그는 내년부터 이 재단 사업에 혼신을 다할 생각이다. “기업이 존재하는 한 창업자는 그 기업을 위해 끝까지 사력을 다할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겁니다. 제가 싫다고 안 할 수 없습니다. 족쇄가 채워져 있는 거죠.”(웃음) 희수를 앞둔 그에게 정년은 없어 보였다. 10월 1일 50주년 창립 행사에 선보일 그의 경영에세이 제목은 ‘끝은 생각하지도 마’다.

2007.10.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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