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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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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뛰어드는 탈모 신약 시장…치료 기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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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약 개발 기업이 탈모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탈모는 ‘50대 중년 남성’의 고민으로 알려졌지만, 여성 환자는 물론 20~30대 젊은 환자도 많다. 그만큼 시장이 크고 신약 개발 시 이를 쓸 수 있는 환자도 많다. 또 탈모 치료제는 오랜 기간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사실상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다. 국내 기업이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은 적은 약물을 개발할 동력이 뚜렷한 셈이다.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 입증 중요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약물과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약물이 양분하고 있다. 여성형 탈모의 경우 바르는 약물인 미녹시딜 성분의 약물이 처방되고 있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약물 중에서는 오가논의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가 주로 쓰인다.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약물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아보다트가 대표적이다. 두 약물 모두 해외 기업이 개발한 의약품으로 국산 신약은 없다.JW중외제약과 올릭스 등이 국산 탈모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이들 기업이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 등 기존 탈모 치료제보다 우수한 탈모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다. 또한 두 약물보다 부작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프로페시아는 앞서 이 약물을 1mg을 투여한 환자에게서 우울증이 보고됐다. 일부 환자는 약물 투여 이후 성기능과 관련한 이상 반응도 나타냈다. 아보다트도 투여 환자에게서 발기부전과 성욕 감소 등을 보였다. 프로페시아보다 뒤늦게 탈모 치료제 시장에 진입한 아보다트도 프로페시아보다 좋은 효과를 입증하는 데 공을 들였다. 아보다트를 개발한 GSK가 프로페시아의 주요 성분인 피나스테리드보다 아보다트의 두타스테리드 성분이 탈모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진행한 비교 연구가 대표적이다. 당시 GSK는 0.5mg의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하는 것이 1mg의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하는 것보다 모발 수나 머리 굵기가 더 잘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JW중외제약·올릭스 등 개발 박차JW중외제약은 프로페시아, 아보다트 등과 다른 치료 기전의 탈모 신약을 개발 중이다. JW중외제약의 탈모 신약 후보물질 JW0061 이야기다. JW0061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모유두 세포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탈모를 치료한다. 모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유두 세포를 활성화해 기존 치료제보다 모낭 수를 많이 늘릴 수 있는 것이 이 후보물질의 강점이다.실제 JW중외제약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통해 만들어낸 장기유사체(오가노이드)에 기존 탈모 치료제와 JW0061을 처리한 결과 JW0061이 기존 탈모 치료제와 비교해 처리 10일째 모낭 수가 4배 수준 높았다. 이후 진행한 동물실험에서는 JW0061이 머리털의 성장 속도도 촉진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JW0061을 동물에 투여한 실험 결과 저용량과 고용량에서 기존 탈모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각각 18%, 39%의 모발 성장 개선 효과도 보였다.JW중외제약은 이런 연구 결과를 활용해 올해 임상 1·2상을 추진한다. 지난해 JW0061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려는 계획이었지만, 임상을 더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1상이 아닌 1·2상 IND를 신청하기로 했다. JW중외제약은 임상 1·2상을 추진하기 위해 독성시험 등을 실시했고 올해 하반기 1·2상 IND를 제출한다는 구상이다. 또, 기존 치료제와 JW0061의 효능을 비교하는 연구도 별도로 수행해 임상과 허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올릭스는 호주에서 진행한 탈모 신약 후보물질 OLX72021의 임상 1상을 마쳤다. 이번 임상을 통해 OLX72021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으며 향후 준비를 거쳐 임상 2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OLX72021은 리보핵산(RNA) 기반의 탈모 신약 후보물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올릭스는 RNA 기반 탈모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이 후보물질에 비대칭 RNA 구조를 화학적으로 변형해 세포의 투과율을 높인 유전자 조절 구조체를 적용했다.올릭스에 따르면 OLX72021은 탈모의 원인으로 알려진 안드로젠 수용체의 발현을 억제한다. 두피에만 국소적으로 투여하기 때문에 약물이 모낭에만 작용해 전신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적다. 이번 임상도 안드로젠성 탈모가 있는 사람의 정수리에 약물을 주사한 이후 8주간 상태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약물 투여 후 중대한 이상 반응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일부 이상 반응은 약물과의 인과관계가 낮다고 올릭스는 설명했다.에피바이오텍도 모유두 세포를 이용해 탈모 신약 후보물질 EPI-001을 개발하고 있다. 탈모 환자에게서 얻은 모유두 세포를 배양해 이를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고, 여기에서 분비한 성장인자가 약해진 모낭과 모발을 자극해 모발을 건강한 상태로 바꾸는 원리다. 안드로젠성 탈모가 있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대상이다. 에피바이오텍은 2023년 EPI-001 임상 1·2상을 승인받았고 올해 하반기 이를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에피바이오텍은 이외 모발을 가늘게 만드는 단백질인 CXCL12를 줄이는 항체인 EPI-005도 개발 중이다. 이 항체가 안드로젠 수용체의 발현을 억제해 안드로젠성 탈모를 치료하는 원리다. 에피바이오텍은 이 항체를 1년간 3~4회 투여는 주사제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노민수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의 동물실험을 통해 EPI-005를 투여했을 때 면역 활성 유전자가 크게 억제됐고 모낭을 공격하는 면역세포도 줄어든 점을 관찰했다.

2025.02.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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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담도암 치료제 가속 승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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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의 협력 기업인 미국의 콤패스테라퓨틱스가 진행성 담도암 치료제 후보물질 CTX-009(ABL001)의 임상 2·3상 톱라인 결과를 올해 3월 말 공개한다. 톱라인 결과는 임상의 성패 여부를 알 수 있는 데이터를 말한다.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23일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콤파스테라퓨틱스가 이르면 올해 3월 말 CTX-009의 임상 2·3상 톱라인 결과를 공개한다”라며 “CTX-009는 2차 치료제로 사용 시 담도암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를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2026년 가속 승인을 통한 빠른 상용화와 기술료(로열티) 수령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가 CTX-009을 담도암 1차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진행한 점도 향후 CTX-009의 물질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임상을 통해 CTX-009을 1차 치료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확인되면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지침에 포함될 공산이 커서다. NCCN 지침은 암 환자를 치료할 때 쓰이는 자료다.CTX-009는 이중항체 후보물질로 VEGF-A와 DLL4를 동시에 표적한다. 암 조직 내 신생혈관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해 암세포를 죽인다. 콤패스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CTX-009과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병용하는 임상 2·3상을 진행하고 있다. DLL4가 양성인 대장암 환자로 대상을 좁혀 병용 임상 2상도 진행할 계획이다.CTX-009가 담도암 외 대장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면 약물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대장암은 미국에서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은 암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매년 15만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도 추산된다. 이 대표는 “CTX-009가 기존 치료제인 아바스틴보다 좋은 결과를 내면 CTX-009의 물질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차세대 이중항체 ADC 집중에이비엘바이오는 CTX-009 외 이중항체에 항체-약물 접합체(ADC)를 결합하는 연구개발(R&D)에도 속도를 내기 위해 미국에 에이비엘바이오USA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전문 인력을 채용해 이중항체 ADC 개발에 전력을 다한다는 구상이다. 에이비엘바이오USA는 비임상 단계의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 ABL206, ABL209, ABL210의 개발을 담당한다.에이비엘바이오는 이들 후보물질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난소암, 췌장암, 식도암, 두경부암, 위암, 방광암, 대장암 등도 적응증으로 검토 중이다. ABL206은 올해 9월, ABL209는 올해 12월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한다. 현재 임상 물질 생산과 독성시험을 진행 중이다. ABL210은 2026년 상반기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한다. 곧 독성시험도 진행한다.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 그동안 이중항체 분야에서 탄탄한 경험을 쌓은 만큼 ABL20X 시리즈로 난소암, 대장암, 방광암, 폐암 등 고형암 환자가 투여할 수 있는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겠다”이라며 “이를 잘 개발한다면 이들 물질이 2027년 이후 에이비엘바이오의 파이프라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25.01.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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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에스티 자회사 메타비아, MASH 치료제 2상서 유효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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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메타비아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DA-1241의 다국가 임상 2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이번 임상은 MASH 환자를 나눠 DA-1241를 각각 50mg, 100mg 16주간 단독 투여하고 위약(가짜약)을 투여한 환자들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DA-1241를 시타글립틴과 병용 투여했을 때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도 진행됐다.임상 결과 DA-1241을 100mg 투약한 MASH 환자는 4주차와 8주차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ALT 수치가 줄었다. 16주차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에 근접한 결과가 나왔다. DA-1241를 50mg 투약한 환자는 위약(가짜약)에 비해 16주차에서 ALT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DA-1241를 100mg 단독 투여한 환자들과 시타글립틴 100mg을 병용 투여한 환자들은 위약을 투여한 환자 대비 CAP 점수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FAST 점수는 병용 투여 환자가 위약 투여 환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동아에스티에 따르면 DA-1241를 투약한 환자 대다수는 경증 이상반응 및 중대한 이상반응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메타비아는 DA-1241과 시타글립틴 병용 요법 외 추가적인 병용 요법에 대해 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김형헌 메타비아 대표는 "이번 임상을 통해 1차 평가변수와 2차 평가변수를 모두 달성했다"라며 "DA-1241이 MASH 치료제로의 잠재력을 입증했다"고 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주요 학회에서 DA-1241의 다국가 임상 2상과 관련한 최종 결과와 지표들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4.12.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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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돼지 심장’ 이식 가능할까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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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나 사고로 장기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장기 이식’은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는 매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장기 이식을 위해 대기하는 환자는 5만명을 넘겼다. 10년 전인 2013년까지만 해도 2만6036명이던 장기 이식 대기 환자의 수가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여러 장기 중에서도 신장은 대기 환자가 많은 장기다. 2022년을 기준으로 장기 이식 대기 환자 4만9993명 중 신장 이식 대기 환자는 3만2227명이다.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신장 이식 대기 환자는 2017년 2만명을 돌파했고, 2022년 3만명을 넘겼다. 신장 외 간장과 췌장, 심장, 폐 등을 이식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의 수도 상당하다.대기 환자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환자가 이식할 장기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유병 인구는 늘고 있지만, 장기 기증자는 줄고 있다. 장기 기증 희망 건수는 2022년 기준 12만4536건으로 전년 대비 23.5%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20만건을 넘기지 못했다. 장기 기능을 희망했지만, 이를 취소하거나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 환자에게 이식되는 장기의 수는 부족하다는 뜻이다.김현일 옵티팜 대표가 ‘이종장기’ 이식에 주목한 이유다. 5월 23일 충북 청주 흥덕구에 있는 옵티팜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많다보니 200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이 이종장기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최근에는 미국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이종장기를 이식한 수술도 진행됐다”고 했다.이종장기는 다른 종(種)의 장기와 기관, 조직, 세포 등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이다. 동물의 장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람의 장기보다 공급이 쉽다. 동물 중에서는 돼지가 주로 사용된다. 돼지의 장기가 사람의 장기와 크기가 비슷해서다. 침팬지와 원숭이 등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장기 이식의 위험도 낮다. 실제로 이종장기를 이식한 환자 사례도 있다.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팀과 듀크대 의대 연구팀은 사람에게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각각 진행했다. 말기 심장병을 앓는 환자들이 대상이었다. 거부 반응(면역 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환자는 모두 2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숨졌다. 종(種)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이종장기 기업은 이식 환자의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형질전환’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형질전환은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이식된 장기의 거부 반응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종장기 시장은 미국의 리비비코(Revivicor)와 이제네시스(eGenesis)가 선두에 있다. 옵티팜은 이들 기업의 형질전환 돼지와 유사하거나, 더 우수한 돼지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옵티팜은 거부 반응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3~4개 유전자를 탐색하고 있다. 대식세포의 반응을 줄이는 유전자가 후보다. 옵티팜은 내년 중 검증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선두 기업의 형질전환 돼지는 10개 유전자가 조작돼 있다. 옵티팜은 올해 3월 이미 같은 수의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의 모돈(母豚)을 확보했다. 새로운 유전자를 더하면 선두 기업보다 1~2개의 유전자를 더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할 수 있다.옵티팜은 앞서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도 개발했다. 이 돼지로 심장과 간·신장·피부·각막 등을 이종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빠르게 성과가 기대되는 장기와 기관은 췌도와 피부다. 옵티팜은 지난해 돼지의 췌도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르면 내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상 환자를 위한 의료기기로 개발 중인 돼지 피부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다.문제는 신장 등 질환이 많은 장기는 이식 대기 환자가 유독 많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2027년까지 형질전환 돼지의 고형장기(신장·심장 등)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 목표”라며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생존율이 길어지는 추세라, 이종장기의 성과를 더 빠르게 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우선 돼지 신장을 이식한 영장류 실험에서 1년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최고 기록은 221일이라, 생존 기간이 더 긴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옵티팜은 돼지 각막을 영장류에게 이식한 실험에서 최근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김 대표는 “형질전환 돼지의 각막을 영장류에 이식했는데, 200일 이상 각막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심장 연구도 순항 중이다.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이식한 영장류가 100일 이상 생존하면서다. 심장은 기능을 멈추면 환자가 사망하기 때문에, 이종 이식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다른 영장류 실험에서는 심장을 이식한 원숭이가 900일 이상 생존한 기록이 있다.이종장기 기업이 갈 길은 멀다. 기업이 사람에게 이종장기를 이식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을 제외하면 이종장기 연구가 활발한 국가는 아직 없다. 김 대표는 ‘이종장기’ 자체에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종장기에서 특정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김 대표는 “이종장기 연구가 활발했던 2000년대 초반, 해외 연구를 보고 국내에도 장기 공급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옵티팜을 매출과 연구 부문으로 나눠 경영하고 있다. 이종장기 연구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는 “이종장기 연구는 결승선이 어디인지 모르는 경주”라며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재무구조를 잘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옵티팜의 지난해 매출은 174억원이다. 2020년 130억원, 2021년 143억원, 2022년 160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내년에는 흑자를 기대 중이다. 세균 사멸 기능이 있는 박테리오파지의 해외 매출이 기대돼서다. 동물진단과 동물용 의약품 등 공급 제품도 확대할 계획이다.

2024.06.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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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올해 흑자 구조 정착할 것…세노바메이트 성장 탄탄” [JP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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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은 ‘제로’(0)부터 시작했습니다.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하고 상업화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했습니다. 해외에 제품을 출시할 때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기업은 현지 기업과 공동 판매를 진행합니다. SK바이오팜은 ‘직접판매’를 선택했습니다. 순수한 자체 역량으로 신약을 세계 시장에 출시했다는 점이 회사의 핵심 역량이자 자부심입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아시아태평양 트랙에서 제약 바이오 기업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성과와 기업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지난해 미국 시장에 출시된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치료제 분야에서 신규 환자 처방 수(NBRx) 1위를 기록했다. NBRx가 빠르게 증가한 덕에 총 처방 수(TRx)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가 출시된 지 37개월부터 42개월까지 처방 수는 13만7526건이다. 이 사장은 ”이는 경쟁 신약의 출시 시점과 비교하면 1.67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예기치 못한 발작 증상을 보이는 성인 뇌전증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다. 발작 완전 소실률은 11%부터 21%까지다. 2020년 미국, 2021년 유럽 등에 출시됐다. 이 사장은 “약물을 더 많은 사람이 처방받을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하는 임상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세노바메이트의 견고한 매출 성장세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비즈니스 확장 추이를 고려하면 2024년 이후 안정적인 흑자 구조에 정착할 것”이라고 했다. 풍부한 현금 바탕으로 신규 분야 도전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로 만들어 낼 현금을 기반으로 새로운 신약 개발 플랫폼에 투자할 계획이다. 빅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은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이 있는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인수해 분자 접착제(MG) 발굴 플랫폼인 모패드(MOPED)를 확보했다. 치료제가 없는 표적에 이 플랫폼을 적용, 새로운 분해제를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는 7개의 항암 관련 파이프라인도 개발 중이다.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분야에선 국내외 기업 기관과 협력한다. 우선 SK그룹이 투자한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을 통해 방사성동위원소(RI)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계획이다. 현재 한국원자력의학원과의 RPT 연구에서 협력 중이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CGT) 분야에서는 SK팜테코와 협력한다. SK팜테코는 CGT 분야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시설은 미국과 유럽에 있다.이 사장은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혁신신약을 직접 판매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대한민국 기업”이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을 입증해 국내 신약 개발 기업 생태계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노바메이트의 지속적인 성장과 SK그룹사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신규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 기술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항암으로도 신약 개발 영역을 확대해, 균형 잡힌 ‘빅 바이오텍’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2024.01.10 07:00

2분 소요
지투이, 62억원 규모 시리즈B 브릿지 투자 유치

증권 일반

당뇨병 관리 플랫폼 기업 지투이(G2e)가 62억원 규모 시리즈B 브릿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디에이-리아타 신기술투자조합1호’를 주축으로 전략적 투자자(SI)인 휴온스 및 그 관계회사 등이 함께 참여했다. 올해 4월 진행한 8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유치의 후속 투자 개념이다. 앞서 시리즈B 투자에는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던 코오롱인베스트먼트를 비롯 세마인베스트먼트, 데일리파트너스 등 전문 투자기관 3곳과 휴온스, 소리에스비 등 SI 2곳을 포함해 총 5곳이 참여했다. 지투이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스마트 인슐린 펜 제품인 ‘디아콘 P8(DIA:CONN P8)’ 의 인지도 확장을 위한 SIT(Sponsor Initiated Trial,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 및 디아콘 P8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디아콘 P8 PLUS’의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완전인공췌장(Artificial Pancreas System, APS) 관련 허가 임상도 함께 추진한다.이번 투자 유치로 지투이의 누적 투자 유치금은 약 235억원으로 늘었다. 2020년 지온재기지원펀드로부터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코오롱인베스트먼트, NH투자증권, 아이센스㈜ 등 투자기관과 기업으로부터 6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들어 시리즈B 및 브릿지 투자까지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2000년 8월 설립된 지투이는 당뇨병 관리 통합 플랫폼 기업으로, 플랫폼 기반의 인슐린 자동 주입기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회사는 2019년 자사 브랜드인 ‘DIA:CONN’을 출시하며 현재 당뇨병 헬스케어 플랫폼과 함께 이와 연계된 인슐린 자동 주입기기(펌프, 펜) 공급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정창범 지투이 대표이사는 “지투이가 가진 당뇨병 관리 통합 플랫폼의 경쟁력과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아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당뇨병 헬스케어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향후 IPO를 포함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12.06 09:35

2분 소요
SK바이오팜, 2분기 매출 770억원…전년 동기比 44%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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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1% 오른 77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189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401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당기순손실도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가량 줄어든 233억원을 기록했다.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1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7% 늘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16억원, 25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손실은 46.1%, 당기순손실은 68.1% 줄어들었다.회사 측은 “올해 1분기에는 계절적인 이유로 판관비가 적게 집행됐고 이후 2분기에 71억원을 더해 판관비를 운용했다”며 “세노바메이트가 빠르게 매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판관비 효율화도 달성해 적자 폭을 지속해서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연말에는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세노바메이트의 수익성이 높은 만큼 현금 흐름을 통해 연구개발(R&D) 기술 투자와 플랫폼 개발도 이어가겠다고 했다.세노바메이트는 지속해서 매출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미국에서 올린 매출만 634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57.5% 증가한 수치다.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를 처방받은 건수(TRx)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세노바메이트의 월간 처방 건수는 2만1841건을 기록했다. 다른 신약과 비교하면 2배가량 처방 건수가 많다는 설명이다. SK바이오팜은 현재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내 국가에 세노바메이트를 출시했다. 아시아 3개 국가에서 전신 발작을 대상으로 하거나 투약할 수 있는 연령을 낮춘 임상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2025년까지 임상을 마쳐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3.08.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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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킬러’…세계 최초 ‘먹는 치매약’ 개발한 아리바이오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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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대표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발병의 원인으로 밝혀진 요인은 아직 없고, 뇌 속에 특정 단백질이 뭉치고 쌓이면 신경세포의 작용을 방해해 인지기능을 낮춘다고 알려졌을 뿐이다.7월 31일 경기 성남 분당구에 있는 아리바이오 사옥에서 만난 정재준 대표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둘러싼 ‘카더라’가 많은 점이 다중기전을 표적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연구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다중기전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고 지목된 여러 원인을 한꺼번에 고려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식이다.최근 미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좋은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한 도나네맙은 모두 하나의 기전을 표적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뭉친 형태(플라크)로 뇌 속에 쌓이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레카네맙은 플라크가 쌓이지 않게 만들고 도나네맙은 뭉친 플라크를 제거한다.하지만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한때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로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염증반응이나 산화 스트레스, 뇌의 혈류, 유전자와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를 밝히려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정 대표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여러 패스웨이를 동시에 잡는 약물을 개발하면 된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기업은 환자에게 좋은 치료제를 빠르게 전달해야 하는 만큼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과 달리 다중기전 약물인 AR1001을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유럽·중국 임상 3상 준비…“연내 추진 목표”아리바이오는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이다. 영국 정부의 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 바이오연구소 등을 거친 정 대표가 2010년 설립했다. 정 대표는 아리바이오에서만 10년 이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연구했다. 최근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에 집중하고 있다. 약물을 개발한 지 10년 만에 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온 것이다.AR1001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등을 줄이는 데 집중한 레카네맙, 도나네맙과 달리 여러 효과를 내는 약물이다. 신경세포의 신호전달경로(CREB)를 활성화해 신경세포가 사멸하는 것을 막고 자가포식을 일으켜 타우 단백질을 제거한다. 뇌로 향하는 혈류의 양을 늘리고 윈트(Wnt) 신호전달체계를 활성화해 시냅스의 가소성을 높이기도 한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을 먹는 약(경구용)으로 개발해 환자의 복용 편의성도 높일 계획이다. 정맥주사(IV) 제형은 환자가 병원에 가 약물을 주사해야 하지만 AR1001은 매일 약을 먹는 것만으로 인지기능의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 또한 “AR1001은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는 최초의 약물”이라며 “케미컬 의약품으로 안전성이 높고 부작용도 적다”고 했다.아리바이오는 현재 미국의 60여 개 임상기관에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참여자는 600여 명이며 2022년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지난 6월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과 중국에도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연내 이를 허가받겠다는 계획이다.정 대표는 “한국과 중국에선 150여 명, 유럽에선 4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약물이 과학적인지, 환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지, 가격은 적당한지 등을 깐깐하게 따져본다”며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도 유럽에서 승인이 거절됐던 만큼 임상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자문 절차를 거치는 중”이라고 했다.“세계 첫 경구용 치료제 개발할 것”연구개발(R&D) 역량이 부족한 국내 기업은 임상 단계에서 다른 기업에 후보물질을 이전한다. 후기 임상으로 갈수록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만큼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리바이오는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주도하고 있다. 다른 기업과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으나 특정 지역에서의 권리를 이전하거나 판매 협력 정도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하면 이들의 임상, 허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5~6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며 “환자에게 치료제를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AR1001은 임상을 직접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또한 “AR1001의 임상 3상을 마친 뒤 중등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진행할 것”이라며 “내년 중 임상 2·3상 형태의 추가 임상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없애는) 항체 의약품과 AR1001을 병용 투여하는 임상도 논의하고 있다”며 “여러 기전을 표적하는 기본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고, 혈관성 치매와 우울증을 동반한 치매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아리바이오가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첫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게 된다. 회사는 임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들을 포섭했다.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 기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에 참여한 데이비드 그릴리 박사가 대표적이다. 미국 지사에는 에자이에서 9년 동안 일하며 레카네맙의 개발과 허가를 경험한 모니카 킴 박사가 메디컬 디렉터로 있다.

2023.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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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에 따라 치료효과 달라”…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넥스트 스텝은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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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이 출시된다고 해도 결국 시장이 이들 약물을 판별할 겁니다. 환자들이 수천만원을 내고도 치료 효과를 느끼지 못하면 더 좋은 약물이 시장을 차지할 것이고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이제야 시작점에 섰습니다. 비용은 낮고, 치료 효과는 높은 약물이 지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세계 첫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다. 하지만 이 약물은 현재 쓰이지 않는다.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장에서 퇴출됐다.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만난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치매융합연구센터 센터장)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약물들도 시장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약물이라도 환자가 쓰지 못한다면 쓸모가 없는 만큼, 해당 약물이 시장에 안착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시장에 자리를 잡는 것 외에도 이들 치료제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수천만원에 달하는 높은 치료 비용이 장애다.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선 어떤 과제를 넘어서야 할까. 묵 교수는 “어떤 약물이든 결국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제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비용이 낮고 투약하기 쉬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현재 많은 기업이 개발에 착수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도나네맙을 개발한 일라이 릴리도 정맥주사(IV) 제형의 약물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묵 교수는 “IV 제형의 치료제는 노인 환자가 매번 병원에 와야 해 번거롭고, 비용 자체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화합물 방식의 의약품이 방법이 될 것”이라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약이나, 코에 투입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고, (당장은 개발이 어렵지만) 유전자 치료제나 DNA, RNA 유사체인 안티센스 올리고머(ASO)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는 기술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 적용하는 것도 숙제다. 뇌혈관장벽은 외부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장치다. 뇌세포를 보호하지만, 뇌질환 치료제를 비롯한 약물이 뇌로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묵 교수는 “뇌혈관장벽을 잘 통과하는 것은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난제”라며 “이를 통과하지 못해 치료제가 되지 못한 약물이 많다”고 했다. 이어 “실험실에선 치료 효능이 좋게 나왔어도, 정작 뇌로 들어가지 못한 약물이 여럿”이라며 “뇌혈관장벽의 문제가 해결되면 기존에 실패한 약물을 실어 치료제로 다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진단 기준 다양해져…임상도 세분될 것”묵 교수는 현재 많은 기업이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연구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약물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진단 기준과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가 발표됐다.이번 콘퍼런스에서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제시한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바이오마커는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40과 42, 타우 단백(tTau), tTau의 인산화 형태인 pTau, 미세신경섬유 경쇄(nfL), 교총섬유산성단백질(GFAP) 등이다. 묵 교수는 “올해 AAIC에서는 도나네맙의 임상 결과가 주인공이었지만,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발표한 새로운 진단 지침도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은 발표 중 하나”라며 “뇌에 나타나는 염증과 신경세포, 혈관의 상태가 진단 기준에 추가됐고, 지침이 구체화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서브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맞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물 개발이 세분(specify)화되면 맞춤형 치료제도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라며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쌓인 정도와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 등 환자에 따른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인종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인에게 더 잘 맞는 기전이 있을 것이란 뜻이다. 묵 교수는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모두 인종에 따라 값이 다르게 나왔다”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많이 진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국내 기업이나 기관이 국제 컨소시엄에서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하는 등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며 “한국만 동떨어져 있지 않고, 여러 연구 자료를 비교 분석하며 깊숙이 들여다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도 했다.“조기 진단 권장…빠른 치매 관리 가능”묵 교수는 조기 진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알츠하이머병은 65세 이상인 노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산발성 알츠하이머병이 대부분인데, 최근 40, 50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묵 교수는 “기존에는 유전성 알츠하이머병만 젊은 나이에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EOAD)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연구단에서도 컨소시엄이 구성되거나, 이 질환에 맞는 임상이 진행되는 등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는 중”이라고 했다.그만큼 조기 진단의 필요성도 커졌다. 묵 교수는 “나이가 젊은 환자는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을 앓는다기보다 건망증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며 “조기 진단이 활성화되면 혈액 검사 등 간단한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한 뒤, 뇌척수액이나 단층촬영 등으로 정밀진단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특히 “nfL과 GFAP가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준에 포함돼 혈액 진단의 중요성도 높아졌다”며 “기존에는 항체 기반의 엘라이자 방식이 쓰였다면, 현재는 질량분석법(매스 스펙트로메트리)이나 압타머, DNA 증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2023.08.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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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 치료길 열릴까…차세대 항암제 ‘항암 바이러스’ 개척자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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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3년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7억명. 5억명의 감염자를 낳아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불리는 스페인 독감보다 감염자 수가 많다. 하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 99%의 바이러스는 면역 체계에 가로막혀 우리 몸에 침투하지 못한다. 1%의 바이러스는 어떻게 사람을 감염시킬까. 열쇠는 ‘수용체’다.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가려면 잘 맞는 수용체가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앤지오텐신전환효소2’ 수용체가 스파이크 단백질과 정확하게 결합할 때 우리 몸에 침투한다.항암 바이러스 전문 기업 진메디신은 바이러스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항암 바이러스를 비롯한 유전자 치료제는 세포 깊숙이 치료 물질을 넣어야 하는데, 세포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가 세포의 핵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암을 치료하는 바이러스인 ‘항암 바이러스’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퓨전테크센터에서 만난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는 “우리 몸은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어 외부 물질이 침투하기 어렵다”면서도 “바이러스는 이를 피해 세포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용 유전자를 실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감염되듯’ 들어오면, 특정 세포를 찾아 증식하게 된다”며 “진메디신은 이 바이러스가 암세포에서만 발현되게 만들어 항암 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진메디신은 항암 바이러스가 암세포에 잘 침투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를 변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수용체에 상관없이 암세포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바이러스의 표면을 다른 물질로 감싸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치료 항체만 바꾸면 유방암과 폐암 등 다양한 암종에 맞는 항암 바이러스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도 내놨다. 셀트리온을 비롯한 여러 기업에 이 플랫폼을 기술 이전했다.‘세포외기질’을 녹이는 기술도 진메디신의 핵심 역량이다. 세포외기질은 콜라겐 성분의 물질로, 세포와 세포를 접착제처럼 연결한다. 암세포에서 종종 나타나는데, 항암제가 암세포에 도달하는 경로를 방해하거나, 항암 바이러스가 다른 암세포로 퍼지는 것을 막는다. 윤 대표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T세포나 자연 살해(NK) T세포 기반의 치료제는 딱딱한 세포외기질을 통과하지 못해 임상에서 기대보다 못한 치료 효과를 보일 때가 있다”며 “미국유전자치료학회 등에서 진메디신의 기술이 세포외기질을 없애 이런 치료제들의 항암 효과를 높인다는 점을 발표했고 현재 이스라엘의 연구팀과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파이프라인 개발 속도…“빠른 상업화 목표”윤 대표는 올해부터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 6월 주요 파이프라인의 하나인 GM103의 임상 1·2상을 승인받았다. GM103은 신생 혈관을 막아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 바이러스 후보물질이다. 진메디신은 이 물질을 폐암과 간암 등 고형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에선 이 물질을 환자들에게 단독으로 투여하거나, 면역관문 억제제인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할 계획이다. 올해 안으로 환자 투여를 시작해 빠르게 임상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 GM101은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암종인 만큼, 임상 2상을 마친 뒤 빠르게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임상 2상은 면역관문 억제제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이 물질은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이기도 하다. 일찍이 임상 1상을 마쳤지만, 임상 2상에 필요한 시료를 진메디신이 요구하는 순도(purity)로 제공할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를 찾지 못해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윤 대표는 고순도의 항암 바이러스 시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직접 구축하기로 했고, 현재 완공된 공장에서 시료를 생산하고 있다. 경기 하남에 있는 이 공장은 4300㎡ 규모로, 공정개발과 품질시험, 생산을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윤 대표는 “하남공장에서 생산한 시료로 미국과 한국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고, 국내에서는 최근 승인을 받았다”며 “아데노바이러스는 물론 렌티바이러스와 백시니아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등 모든 바이러스를 제작할 수 있으며, 낮은 가격과 높은 순도가 강점”이라고 말했다.항암 바이러스 30여 년 외길…“세계적인 기업 될 것”진메디신은 여러 바이러스 중에서도 ‘아데노바이러스’로 항암 바이러스를 개발하고 있다. 안전성과 활용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항암 바이러스로 개발하기 좋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데노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중간 정도 크기라 치료용 유전자를 넣기에 적당하다. 감염 능력도 뛰어나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람에게 가장 많이 투여된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다.바이러스 증식 능력도 뛰어나다. 윤 대표는 “아데노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한 뒤 1만개에서 10만개 정도의 바이러스를 만든다”며 “이 바이러스들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주변으로 퍼지며 암세포를 도미노처럼 없앤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연구된 바이러스인 만큼 특허 장벽은 높다. 윤 대표는 30여년 동안 항암 바이러스를 연구한 개척자로 전 세계에 등록한 특허만 160여 개다. 모더나를 공동 창업한 로버트 랭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진메디신의 과학자문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진메디신은 시리즈B 플러스(+)를 통해 200억원 규모의 펀딩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앞서 이 회사는 2019년 시리즈A 펀딩을 통해 165억원을 유치했다. 2021년에는 341억원 규모의 시리즈B 펀딩도 완료했다. 윤 대표는 “세계 최고의 항암 바이러스 전문 기업 되겠다는 목표는 변함없다”며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임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미국 임상도 연내 허가를 받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2023.07.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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