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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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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은 내 쌈짓돈’ 악마도 속인 중견기업의 탈세 ‘비법?’

정책이슈

# 대기업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A사는 사주의 자녀가 설립한 회사를 기존 매입처와의 거래에 끼워 넣어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 사주 자녀는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에 공시의무가 없다. 이로 인해 내부거래 관계를 감출 수 있었다. 실제 업무는 사주 자녀의 회사가 아닌 A사가 대신 수행했으며, 사주 자녀는 수백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국세청은 해당 이익이 경영권 편법승계에 이용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 대기업 사주 B씨는 코로나19 사태의 반사 이익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주력 계열사에게서 경영 성과와 무관한 수십억원의 급여와 수백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B씨는 다른 계열사가 수백억원의 건설비를 들여 초호화 리조트를 짓게 하고 이를 자신의 전용 별장으로 사용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특권을 남용하거나 불공정한 방식을 사용해 이익을 독점하고 부를 편법 대물림하는 등 혐의가 발견된 사주 일가 3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의 탈세 유형은 ▶코로나19 반사이익 가로채기(12개사) ▶자녀 재산증식 기회 몰아주기(9개사) ▶중견기업의 대기업 탈세 모방하기(9개사) 등이다. 국세청은 조사대상 가운데 공정거래법상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등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사 중인 관계로 기업명은 지금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 입장이다. 조사대상 기업 사주 일가의 총 재산은 지난해 기준 9조3000억원으로 확인됐으며, 평균 3103억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이들의 최근 5년 사이 재산은 30.1%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사주 자녀의 재산도 39%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반사 이익을 가로챈 유형은 앞서 언급한 대기업 사주 B씨가 대표적이다. 해당 기업의 대표이사는 연 5억~6억원의 급여를 받았지만 사주인 B씨는 수십억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약품 도매 업체를 운영하는 C사는 거래처 병원장 자녀 명의로 회사를 설립하게 한 뒤 약품 거래에 끼워 넣어 변칙적으로 병원장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리베이트는 지급한 상품이나 용역의 대가 일부를 다시 그 지급자에게 되돌려주는 행위 또는 금액을 말한다. 편법을 통해 자녀에게 재산 증식 기회를 준 사례도 있었다. D사 사주는 아직 상장되지 않은 그룹 내 제약회사가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할 것을 예상하고, 자녀들에게 이 같은 내부 정보를 알렸다. 이에 사주 자녀는 상장 직전 D사 주식을 취득했고, 주가 상승에 따라 단기간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국세청은 “10대에 부모 찬스를 통해 법인 주식과 종잣돈을 증여받고, 20대에 일감 몰아주기·사업기회 제공으로 주식가치를 부풀린 후, 30~40대에는 고액급여와 배당을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양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탈세 사례를 모방한 중견기업도 적발됐다. 사주 E씨는 주력 계열사의 핵심 사업부를 사주 자녀의 지배회사에 순차적으로 무상 이전했다. 주력 계열사의 매출은 감소했지만 사주 자녀의 매출은 급증했고, 세 부담 없이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이후 사주 자녀는 지배회사로부터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타낸 뒤, 해외 고가주택 9채를 취득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코로나 경제위기에 편승한 부의 무상이전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익편취 등 공정경제에 역행하는 반사회적 탈세에 조사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 조작,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2021.11.09 19:36

3분 소요
[포브스 창간 100주년 기념] 데니 밀러의 4C로 본 경주 최부자집

산업 일반

세계적인 장수기업을 연구한 데니 밀러(Danny Miller)는 '4C'라고 부르는 연속성(continuity), 공동체 의식(community), 관계(connection), 지휘(command)가 모든 장수기업에서 공통적 특징으로 보고 있다. 데니밀러의 4C로 경주 최부자집의 장수비결을 분석해봤다. 기업의 수명을 학자에 따라서는 20년, 30년, 50년으로 규정하지만 대체적으로 50년이 넘으면 장수기업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평균수명은 점차로 짧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30대 재벌 중에서도 지금까지 30대 재벌에 속해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단명 원인을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한 급격한 산업구조 재편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동일한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중에도 어떤 기업은 수십 년을 넘기고, 어떤 기업은 수백 년 동안 생존하고 있어 외부적 요인만이 직접적 요인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기업의 수명은 어떤 차이에서 생기는 것일까? 세계적인 장수기업을 연구한 데니 밀러(Danny Miller)는 장수기업의 성공요인을 기업의 내부적 요인과 경영 철학에서 찾았다. 그는 41개의 세계적인 장수기업을 연구하여 이들 기업의 공통된 성공요소를 밝혔다. 이들 대부분이 가족경영 기업이라는 것과, ‘4C’라고 부르는 연속성(continuity), 공동체 의식(community), 관계(connection), 지휘(command)가 모든 장수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우리나라도 400년간 부를 유지해온 경주 최부자 가문이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수많은 부자가 있었지만 경주 최부자처럼 400년 넘게 한결같이 주의의 존경과 칭송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경주 최부자는 12대 만석꾼이라 일컬어져 왔는데, 이는 1570년 최신보를 시작으로 1970년대 최준에 이르는 동안 13대를 일컫는다. 최부자집은 어떻게 만석의 재산을 모을 수 있었으며, 수백년 동안 엄청난 시대의 변화 속에서 부를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었을까?데니 밀러가 연구한 세계적인 장수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최부자 가문에도 독특한 경영철학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가족문화가 있다. 이것은 가문에서 지켜온 사상과 정신으로 가훈(家訓)을 통해 후대에 전해졌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지 좋은 글이 아니라 실천에 중점을 둔 가르침이라는 것이다.경주 최부자 가문의 가훈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벼슬엔 연연하지 말되 양반 신분을 유지하여 재산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것과 권력 및 재력 모두를 가지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2.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마라 .재산을 모으되 적정한 수준으로 정당하게 모으라고 가르치고 있으며 당시 소작농의 생활을 보장해주어 불만을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다.3.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덕을 좋아하고 과객에게 후하게 베풀었지만 과객을 의복이나 행색이 아니라 문리(文理)가 트였는지에 따라 대접을 달리하였다.4. 흉년기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재산은 정당하게 모아야 참 부자이며 어려운 이웃을 이용해 내 이익을 취하지 않도록 했다.5. 며느리는 시집올 때 은비녀 이상의 패물을 갖고 오지 말며,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며느리의 정신이 가문의 흥망을 좌우한다고 여겨 항상 겸손하고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도록 교육했다. 자녀교육에 앞서 그 어머니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6.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부자의 도리는 더불어 잘 살도록 하는 것으로, 이웃을 위해서 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가르친 실천강령이다.7. 양입위출하라.재물이란 한도가 있고 쓰기에는 끝이 없으니 미리 들어올 것을 알아 거기에 맞추어 쓰라는 의미로, 한 가정의 경제도 집안을 짜임새 있게 잘 경영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8. 파장 물건은 사지도 말고, 값을 깎지 마라.물건을 구입할 때 농어민들의 수고에 대한 값을 후하게 쳐주는 것이 부자의 도리라는 것을 후손들에게 가르친 것이다.운이나 환경적인 조건이 좋아서 큰 재산을 형성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을 경영하는 관리자나 가족 또는 구성원이 잘못 관리하거나 함부로 사용하면 부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 따라서 많은 재물을 관리하는 주체가 확고한 경영이념이나 사상 또는 가치관을 확립해야 한다. 일시에 부를 축적하고, 또 단기간에 그 부를 소멸시키는 수많은 부자들과는 달리 최부자는 그들 나름의 부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최부자의 성공요인을 밀러의 4C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 1. 연속성(Continuity) | 꿈을 추구하라 장수가족기업의 공통점은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원을 조심스럽게 관리하고 장기적인 이익과 기술 전수에 힘쓴다. 마찬가지로 최부자 가문에도 먼 훗날을 깊이 생각하면서 큰 뜻을 차근차근 실천하는 원모심려(遠謀深慮)하는 자세가 있었다. ‘원모심려’란 ‘오늘의 수고를 통하여 내일을 가진다’는 의미로, 오늘날의 경영학적인 표현을 빌리면 장기적인 목표 또는 전략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훈으로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고 가르쳤던 이유는, 벼슬에 나가서 자칫 정치적 시류를 잘못 타면 당사자가 욕볼 수 도 있었고 때로는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노출되어 정쟁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가문을 유지하고 부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전략 목표였던 것이다.전략의 실천 방법 중 하나가 부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근검절약이었다. 절약정신이 몸에 배도록 하여 이후 만석의 살림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철저하게 교육시키기 위해 며느리에게 3년간 무명옷을 입으라고 하였다. 살림을 맡을 며느리를 새색시 때부터 철저하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자손들에 대해서도 귀한 도련님으로 애지중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5, 6세가 되어 철이 들면 사숙(私塾)에 보내 선생님의 회초리를 맞으며 엄격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어릴 때부터 올바른 교육이 되어야 가문도 부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신념으로 삼았던 까닭이다. 어린 후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은 장기적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적자본을 확충했던 것으로 최부자 가문의 신념이며 실천적 행동이었다.또 다른 원칙은 ‘양입위출(量入爲出) 하라’는 것이다. 이는 후손들에게 경제교육을 시키기 위해 남긴 말로 한 가정의 경제도 집안을 짜임새 있게 잘 경영하라는 의미이다. 즉, 항상 여유를 두어 질병에 사용할 약값에 대비하고, 빚을 내거나 곤란함이 없도록 하며, 쓸 일이 없거든 자손을 위하여 논밭을 장만하라며 자손들에게 강하게 훈계하였다. 이처럼 대를 이어 부를 유지하기 위한 목표를 수립하고 길게 내다보고 후손들에게 절약과 절제의 미덕을 가르친 전략이 부를 유지한 첫 번째 비결이다. ━ 2. 공동체 의식(Community) | 가족과 직원을 하나로 통합하라 성공적인 장수가족기업은 가족과 직원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특정 가치를 내세운다. 이러한 가치들을 교육시키고 충성심과 독창성,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며 직원들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 준다.최부자는 높은 벼슬아치가 되기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명예를 절제하였지만 선비의 정신을 몸으로 실천하였다. 그 일환으로 가족들에게 다음과 같은 생활수칙을 대대로 지키고 이어가도록 했다. 첫째 분수에 넘치는 행위를 하지 마라. 둘째 인격을 도야하고 고고한 인생관을 가져라. 셋째 선비의 일상생활인 깊고 넓은 학문을 닦아 자연의 이치와 인생의 도리를 터득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후손들에게는 충효교육을 시켰다. 이들이 말하는 진정한 충이란, 상위계층이 하위계층으로 하여금 한마음으로 성실을 다할 수 있도록 정신적·물질적 도움을 주어 기꺼이 충성된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언제든지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조선시대 노비는 양반가나 관가에 딸린 재산의 일부분으로서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는 하층민이었다. 노비에 대한 대우는 집안에 따라 달랐는데, 최부자는 가족들이 지켜야 할 가치를 교육함과 동시에 노비들 또한 인격을 존중하고 인간적으로 대해 주었다. 그 결과 노비들이 진심으로 주신을 섬기고 부의 형성과 유지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임진왜란 7년간 노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재산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그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한말에는 노비들에 대한 차별 철폐에 앞장섰고 남보다 앞서 100명의 노비문서를 직접 불살라 없애 버렸는데, 노비들이 평소 인심이 후한 최부자집을 굳이 떠나기를 마다해 결국 집에서 일하게 하면서 그들에게 각각 그에 합당한 품삯을 지불했다. 이와 같이 노복에 대한 깊은 배려 및 인격적 대우의 전통은 대를 이어 실천되었다. 오늘날 성공한 경영자들이 제일의 철학으로서 강조되고 있는 인간중심 경영이 이들 가문은 앞서서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 3. 연결(Connection) | 좋은 이웃이 되라 장수가족기업들은 사업파트너, 고객, 지역사회 등의 이해관계자와 영속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관계는 계약상의 잠재력을 급속히 늘리는 등 기업의 영속성에 기여한다.최부자는 자손들에게 흉년기에는 재산을 늘리지 말라고 했다. 흉년기에는 양식을 구하기 위해서 또는 자녀들의 혼사비용 조달을 위해서 싼값으로 땅을 팔기 위해 내놓는 사람이 많았다. 이때야 말로 토지구입과 재산증식의 가장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최부자는 이렇게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의 재산을 사지 말고,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고 곳간을 열어 식량을 해결해 주어 새 봄에 더욱 힘써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그리고 전체 수확량 즉, 만석을 총량으로 정해 놓고 그 이상으로 거두어 들이지 않으므로 소작농의 생활을 보장해 주었다. 그러면서 흉년이 들면 정도에 따라 소작료를 감면해 주기 때문에 소작인들로부터 인심을 얻었다. 이 때문에 소작인들은 최부자의 땅이 늘어나서 자기가 소작할 땅이 더 많아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를 고맙게 여긴 소작인들이 싼 가격에 좋은 농지를 살 수 있도록 구매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일 잘하는 좋은 소작인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또한 흉년이 들면 굶주리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죽을 쑤어 나눠 주었다. 최부자집의 재물 사용하는 모습이 본보기가 되어 경주 인근 주민들도 인심이 후했다고 한다. 도적떼들이 전국 각지에서 주로 부자나 양반집에 침입하였지만 최부자집만큼은 침입하지 않았고 그 흔한 돌팔매질이나 도둑질도 하지 않았다. 동학혁명 실패 후 활빈당이라는 무리가 양반과 부자들을 응징하면서 사방을 휩쓸고 다녔지만 경주 인근에 산재한 최부자의 창고에는 손 하나 대지 않았다. 평소 최부자가 아낌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재물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일찍이 최부자는 지역사회 전체의 안정이 곧 모두 잘 사는 길이라고 믿었다. 흉년이면 곳간을 열어 식량을 나누어 주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그 소임을 다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최근 경영학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지만 최 부자 가문은 그것을 책임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부자의 도리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 4. 지휘(Command) | 자유롭게 행동하고 개선하라 성공한 장수기업의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며, 독창적이고 빠르게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혁신을 추구한다.최부자의 가계에서는 실학파가 주장한 만민평등의 인권사상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였다. 만민평등이라 함은 곧 만인이 평안을 회복하여 모두 편하게 산다는 것으로 다른 사람 위에 부당하게 군림하거나 인격적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최부자가 노비들에게 인간적 대우를 하면서 그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하여 노력한 사실, 노비해방을 과감하게 실천한 사실 등은 신분에 얽매어 인간적 대우에 소홀했던 조선시대의 어느 양반과는 달리 인간평등사상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리고 최부자 가문에는 6가지 행동지침이 있었는데, 이 중 하나가 ‘자처초연’이다. 혼자 있을 때 처신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말로, 바른 생각을 가지고 편협하지 않는 중용의 마음으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즉, 어느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를 가다듬고 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하나는 ‘유사감연’으로 일 또는 문제가 있을 때는 과감하고 결단성 있게 임하라는 것이다. 일이 없을 때는 조용히 장래를 대비하여 계획을 세우고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고, 기회가 오면 전광석화같이 과단성 있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부자는 자손들이 외부를 의식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가다듬고 스스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준비시켰다.최부자 가문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정신들이 흔들리지 않고 수백 년 이어져올 수 있었을까? 이들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종아리를 쳐가면서 가훈을 쓰게 하고 읽게 했다고 한다. 그만큼 가족의 정신과 철학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엄하게 생활의 지침으로 삼고 지켜왔다. 최부자가 장기적으로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그 철학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가족문화가 있었고 대를 이어 이를 지키고 실천해왔기 때문이다.결국 기업의 지속경영 요인은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것 이외에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창업정신과 경영철학과 같은 정신을 바탕으로 형성된 기업문화에 있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 그리고 현재 장수기업의 공통된 추진 원동력을 분석해봄으로써 가족기업의 지속 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가업승계를 통해 장수경영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데니 밀러의 4C의 관점에서 경주 최부자의 성공비결을 거울 삼아 자신의 가족과 기업을 점검해보라.- 김선화 가족기업연구소장

2017.10.25 11:34

8분 소요
[위기의 롯데家 여인들] 검찰 수사 출발점이자 의혹의 핵심

산업 일반

검찰의 대규모 수사가 시작되면서 롯데그룹은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부터 일감 몰아주기, 각종 특혜 논란 등을 들여다보면 빠지지 않는 등장 인물이 있다. 바로 ‘롯데가(家) 여인’들이다. 이번 검찰의 수사는 신격호(95)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신 이사장이 그의 딸들과 함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스앤에스인터내셔널’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또 수사 시작 직후엔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57)씨와 신 총괄회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신유미(33)씨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 신격호 총괄회장 여성 직계 가족은 총 11명 신 총괄회장에게는 2명의 부인과 2명의 딸, 며느리 2명과 손녀 2명, 외손녀 3명 등 총 11명의 여성 직계 가족이 있다.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아들이나 손자·외손자까지 포함해도 여성 가족이 두 배가량 많다. 롯데가 여성의 중심엔 신영자 이사장이 있다. 지난 6월 2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신 이사장과 장남 장재영(48)씨의 자택 등 6~7곳을 압수수색했다.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의 신호탄이었다. 검찰은 정운호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신 이사장과 장남 장씨를 출국금지하면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 추적 과정에서 신 이사장의 혐의가 드러났고 롯데 측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서둘러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정 대표로부터 15억원 안팎의 뒷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이사장 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신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등기임원이다. 신 총괄회장과 그의 첫째 부인 고(故) 노순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이사장은 오늘의 롯데백화점을 키운 주인공으로 꼽힌다. 신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이 태어나기 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48년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모태가 되는 롯데를 설립하며 일본에 자리를 잡는다. 이 사이 노순화씨는 1951년 2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아버지의 손길 없이 자라다 11세에 어머니마저 잃은 신 이사장에 대해 신 총괄회장은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1973년 롯데그룹에 입사한 신 이사장은 1970~1980년대 호텔과 쇼핑사업 실무를 총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79년 롯데백화점 설립 때도 부친과 함께했다. 여기에다 신 총괄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매년 열었던 마을잔치를 챙겨 신 총괄 회장의 신임을 얻기도 했다. 이후 롯데쇼핑을 성장시키는 데 30년 가까이 힘을 쏟았지만 정작 2006년 상장을 앞두고는 등기 이사에서 빠졌다. 그러다 2009년 4월 롯데쇼핑 사장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사장에 선임되기도 했지만 2012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후 롯데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등 사회공헌 활동만 맡고 있다.공식적으로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신 이사장은 여전히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도 적지 않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0.74%)·롯데제과(2.52%)·롯데칠성음료(2.66%)·롯데푸드(1.09%)·롯데정보통신(3.51%)·롯데건설(0.14%)·롯데알미늄(0.12%)·롯데카드(0.17%)·롯데캐피탈(0.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오너 일가로는 유일하게 대홍기획 지분 6.24%를 갖고 있다. 신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장학재단도 롯데제과(8.69%)를 비롯해 롯데칠성음료(6.28%)·롯데푸드(4.1%)·롯데정보통신(1.0%)·롯데캐피탈(0.48%)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또 신 총괄회장을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인물로도 꼽힌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은 물론 신 이사장의 딸들도 총애한다”며 “특히 신 이사장의 차녀 장선윤 상무의 조언에 귀를 많이 기울이는 편”이라고 말했다.장선윤(45) 호텔롯데 해외사업 개발담당 상무는 신 이사장의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롯데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 상무는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통합팀장, 해외명품담당 이사를 거쳐 2007년 호텔롯데 호텔사업부 마케팅부문장(상무)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백화점 명품관인 에비뉴엘 개관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며 신 총괄회장의 총애를 받았다. 남편과 함께 베이커리 업체 ‘블리스’를 설립했다가 재벌 빵집 논란이 일면서 2012년 사업을 접었다. 그러다 얼마 전 호텔롯데로 복귀한 장 상무는 호텔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신 이사장의 맏딸인 장혜선씨는 외부에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미국에서 개인 사업을 하다 지난해 경영 분쟁 당시 롯데호텔에 머무르며 신 총괄회장과 신 이사장과 함께 생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롯데 키운 주역 신영자 이사장, 불명예 장본인 되나 신 이사장의 딸들이 주목받는 것은 한 회사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3명의 딸과 함께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이란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이사장이 55%, 장혜선·선윤·정안 등 3명의 딸이 나머지 45%의 지분을 각각 15%씩 갖고 있는 회사다. 2010년 7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됐고 부동산 임대업이 주요 사업이다. 가장 큰 수입원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건물의 임대 수익이다. 이 건물엔 초고가 스파 매장인 ‘SK-II 부띠끄 스파’가 입점해 있다. 지난해 이 회사가 올린 매출 8억4000만원 전액이 스파 임대료에서 나왔다. 장재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 스파는 검찰이 주목하는 비앤에프 통상이 운영하고 있다.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과 매출 관계가 얽혀 있는 비앤에프통상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회사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직원 수가 3명인데 반해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가 8억4000여만원으로 명시돼 있어 오너 일가의 재산증식 의혹이 일고 있다.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은 신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3월 신사동 건물을 195억원에 팔았다.신 이사장은 롯데백화점과 면세점을 국내 최고로 키운 유통업계 대모다. 2012년 신동빈(61) 회장이 전면에 나서며 롯데그룹 계열 재단 이사장으로 물러났지만 그가 그룹 내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그러나 이번 면세점 로비 의혹 등으로 신 이사장은 오너 일가의 뒷돈 거래에 관여했다는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롯데그룹 수사가 시작되면서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롯데가의 또 다른 여인은 ‘미스 롯데’ 출신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씨다. 서씨는 1977년 ‘미스 롯데’로 뽑혔다. 당시 이름은 서승희였다. 1980년대 초반까지 영화배우로 활동하다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서씨가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이 됐다는 사실은 80년대 후반 신 총괄회장이 서씨의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자신의 호적에 올리면서다. 이후 신 총괄회장의 부인으로 살아온 서씨는 롯데그룹 내 공식 직함은 없다. 롯데쇼핑 지분 0.1%(3만531주)를 가지고 있을 뿐, 그룹 경영에서 영향력도 크지 않다.그런 서씨가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서씨가 소유한 기업들 때문이다. 특혜성 사업을 영위하고 그룹 비자금 조성에까지 얽힌 것으로 추정되면서다. 검찰은 서씨가 가족 회사를 설립해 롯데그룹 내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씨가 보유한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은 롯데시네마의 매점 사업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롯데시네마는 팝콘이나 음료수를 파는 영화관 매점 사업운영권을 수년 간 유원실업·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에 맡겼다. 이 가운데 유원실업은 서씨와 그의 딸 신유미 고문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 신격호 세 번째 부인 서미경, 비자금 조성 의혹 지난 2013년 서울지방국세청은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고, 600억원 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유원실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롯데쇼핑은 추징금 부과 후 1년여가 지난 2015년 2월 유원실업과 계약을 해지했다. 또 다른 회사인 유기개발은 전국 롯데백화점 10여 곳의 식당을 운영하는 업체다. 검찰은 유원실업과 함께 유기개발을 비자금 조성처로 지목했다. 서씨의 친오빠 서진석(59)씨가 지난해까지 명목상 대표를 맡아 운영해왔고, 서씨와 딸 신유미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 딸 신씨는 지난해 9월 이사로 등록됐다. 이 시기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왕자의 난’이 수면 위로 떠오르던 때다. 유기개발이 소유하고 있는 유기타워엔 롯데액셀러레이터란 창업투자사가 입주해 있다. 이 때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유기타워에 입주하면서 서씨 모녀가 신동빈 회장 편에 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입주했다면 신 회장 측에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 측이 유기타워의 공실(空室)을 막기 위해 입주했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한 판사는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서씨가 해당하는지, 어느 한쪽에 사업상 이익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위법 여부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 관련 법률은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에게 현저하게 유리한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유기개발은 롯데와 관련 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내부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서씨는 2000년대부터 유원실업·유기개발·유니플렉스 등 유통·부동산임대 업체 여러 곳을 운영해왔다. 이 회사들을 통해 각종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유원실업을 통해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의 미성빌딩을 보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과 경남 김해 등에 있는 부동산의 가치는 1000억원 안팎이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신유미씨는 롯데쇼핑 지분 0.9%,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1.4%를 가지고 있다. 유원실업은 서울 동숭동의 공연장 유니플렉스(지하 5층, 지상 6층)에도 사무실이 있다. 서씨 모녀는 2009년 동숭동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 이 건물을 세웠다.관심 인물은 이들뿐만 아니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인 부인이자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츠코(89) 여사도 있다. 그는 일본 광윤사 지분을 20% 정도 보유한 주요 주주로도 분류된다. 또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인인 조은주(52)씨와 신동빈 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미나미씨가 있다. 조씨는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차녀이며, 미나미씨는 일본 최대 건설사 중 하나인 다이세이건설 오고 요시마사 회장의 딸이다.

2016.06.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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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모작 시대 - 평생현역이 해법 ‘가늘고 길게’ 사는 전략 모색

산업 일반

사회에 공헌하면서 적당한 보상 받는 ‘앙코르 커리어’ … 일상의 관계 속에서 행복 추구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지금까진 인생 2모작이면 충분했지만 앞으론 다르다. 60세 이후의 여생이 예전과 달리 30~40년은 되기 때문이다. 30~60세의 2모작 시기에 인생을 즐기고 정리할 3모작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저성장·저금리가 이어지고 대기업에서도 대규모 명예퇴직이 다반사라 인생 3모작 계획을 가급적 젊을 때부터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인생 3모작의 구체적인전략과 이를 실현할 창업, 귀농·귀촌 등의 최신 정보도 살펴봤다.‘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0세. 의학의 발전 속도를 볼 때 머지 않은 미래에 평균 수명이 90세에 달해 ‘센테네리안(centenarian, 100세인)’을 흔히 보는 시대를 맞을 확률이 높다. 선진국은 2030년이면 평균 수명이 100세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고령화의 기준이 되는 65세 이상은 1960년 유엔에서 제정한 것이다. 유엔은 2050년의 전 세계 평균 수명을 100세로 보고 앞으로는 18~50세를 청년, 51~70세를 장년, 71~100세를 노년으로 정하려고 논의 중이라고 한다.100세 시대는 그냥 오래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족관계·주거·교육·일자리·복지·금융 등 개인의 삶과 모든 사회 시스템을 100세 시대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인생을 즐기면서 정리하는 3모작 시기과거엔 60세만 돼도 환갑잔치를 벌였다. 60세 이후를 여생이라고 불렀다. 세상 살만큼 살았으니 남아 있는 생은 자투리란 의미다. 그런데 남은 생이 30~40년이나 되는 때가 오고 있다. 생의 3분의 1이상이나 되는 시간을 자투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회·경제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2모작 가지고는 안 되고 3모작의 인생설계가 필요하다.인생 제3모작을 구분해 보자면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세 등분해 제1모작 시기는 탄생으로부터 30년을 말하고, 제2모작 시기는 30~60세 시기로 노후를 준비하는 시기일 것이다. 제3모작은 한 생을 정리하는 61~100세까지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중 제3모작 시기가 중요한 것은 인생을 마무리 짓기 위해 즐기면서 정리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1, 2모작을 실패하면 3모작에서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현실적 여건은 팍팍하다. 2모작도 제대로 못해 쩔쩔매는 게 월급쟁이의 형편이다. 정년퇴직 법적 연령이 60세로 상향 조정되긴 했지만 태반이 50세 중반을 넘기지 못한다. 운 좋게 정년을 했더라도 나머지 30여년을 잘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은 사람은 많지 않다.퇴직 전후론 가정 대소사가 밀려든다. 자녀 교육이나 결혼 등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고, 늙은 부모의 의료비도 지원해야 한다. 직장을 나온 후에도 뭉텅뭉텅 들어가는 생활비에 침이 바짝 마른다. 60세 이상 노령층의 소비증가율이 2년 새 7.5%에서 5.0%대로 하락했고 50대 장년층의 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서의 소비지출)은 같은 기간 70% 아래로 떨어졌다는 통계는 퇴직 전후 세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웅변한다.부모에게 물려 받은 재산이 많거나 고위 임원이 돼 억대 연봉을 탄다면 모를까 대개 아파트 한 채와 약간의 금융자산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아파트마저도 가격이 떨어지고 팔려고 해도 잘 팔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재산증식이 용이한 것도 아니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재테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뭔가 달라지고 바뀌지 않으면 인생3모작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주위 고용환경이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변화의 주체는 주변이 아닌 내가 돼야 한다. 한숨과 불평으로 세월을 보낼 수 없다. 답은 이미 다 나와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율곡 이이는 인생의 3대 불행을 ‘초년출세’ ‘중년상처’ ‘노년빈곤’으로 정의했다. 그의 사후 500여년이 지난 지금의 3모작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금언이다. 먼저 초년출세. 젊어서 출세한 사람은 종종 독선과 아집에 빠지거나 교만해지기 쉽다. 또 인생 내내 화려했던 시절만을 추억하는 과거지향적 성향이 되기도 한다. 50대 중반쯤 인생의 절정에 서고 60~70대엔 관록으로 대우받으며. 이후엔 원로로서 후학양성과 사회환원에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이다.중년상처는 40,50대에 배우자를 잃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들이 한참 클 때 배우자와 갈라서거나 잃게 되면 삶의 전반에 충격이 밀려온다. 지금처럼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걸다 보면 부부가 서로를 소홀히 하게 되고 피폐한 인생 후반부를 살기 쉽다. 가정을 부부 중심으로 되돌려야 안정적 삶을 위한 공동전선을 펴고 해로할 수 있다. 노년무전은 가장 큰 불행이다. 노년에 돈이 없으면 추해진다. 노추(老醜)는 사회적 관계의 상실을 의미한다. 건강도 잃게 마련이다. 사회로부터 멀어지고 나 스스로 건강을 지탱하지 못하면 수명 단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연금처럼 노후에도 꼬박꼬박 타먹을 수 있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놓고 체력 단련을 통해 두 다리에 힘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사회인·가정인·유인(遊人)의 역할 확대해야이들 인생 3대 불행을 한꺼번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평생 현역’이다. 평생현역은 초년출세의 독선적 삶을 피하고 중년상처의 위험을 줄이며 노년빈곤의 퇴치를 가져다 주는 지름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평생현역을 유지할 수 있을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4~5년 전부터 ‘앙코르 커리어(Encour Career)’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앙코르 커리어는 시니어들이 사회에 공헌하면서 적당한 임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과거 은퇴해 일로부터의 해방을 꿈꿔왔다면 이제는 은퇴 후 일을 통한 자유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노인에 대한 시각이 사회적 비용을 잡아먹는 부담스런 존재에서 생산적 주체로 바뀌고 있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고령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앙코르 커리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여기서 커리어란 단순히 직업이나 경력이 아닌 개인의 인생이나 삶의 방식이라는 광의의 개념이다. 돈보다는 생활의 질이 우선이다. 그래서 시민·배우자·지역사회·친구 등의 관계가 보다 중요해진다. 인생의 행복이란 이들 관계를 어떻게 조합하고 역할을 조정하느냐에 달렸다.새로운 역할이 주어지면 그 이전의 역할에 쏟았던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현역 때엔 직무·직업 등 조직 내 역할비중이 컸다면 퇴직 후엔 직업인보다는 사회인·가정인·유인(遊人)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역할을 갑자기 늘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직장동료를 대신할 별도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즐겁게 시간을 보낼 대상을 찾아 다니고, 창조성을 발휘하며 퇴직 후에도 배움을 지속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평생현역은 직업이 같거나 연장선상에 있을 필요는 없다. 퇴직으로 일을 그만 두더라도 열정을 쏟을 테마나 대상이 있으면 그게 평생현역이다. 직위나 직책을 추구하는 전통적 직업관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평생현역은 이를 뛰어 넘어 자신이 원하는 일, 좋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뜻 깊게 마무리 짓는 개념이다. 취미라도 자신의 인생을 충실히 하거나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훌륭한 평생현역이 된다.평생현역의 출발점은 나를 개조하는 일부터다. 내 안에 숨은 능력이 뭔지를 찾아 보자. 퇴직 후 이거다 하고 내놓을 자신의 소질이 어떤 것이 있는지 꼼꼼히 분석한 다음 그 소질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 나가자.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신뢰하고 잘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다.든든한 인맥을 쌓았다면 자신을 포장해 채용기회를 넓히는 것이 한결 수월해 진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가 말한 ‘더블 커리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퇴직한 후 재취업하느라 허둥대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력 절정기에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는 식이어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인생 3모작 시대엔 은퇴하더라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 된다. 공부 많이 하고 일에 파묻혀 살다가 은퇴해서는 남아 도는 시간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짧고 굵게’ 사는 2모작 인생은 통하지 않는다. 지나친 일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 나에 대한 투자와 시간을 늘려 ‘가늘고 길게’ 사는 커리어 계획을 세워야 한다.

2014.05.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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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보다 손해 복구가 더 힘들다

산업 일반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경제 한파가 매섭다. 가계부채 증가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자금을 마련하라는 조언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노후자금 마련은 시간과 장소를 가려선 안 된다. 자칫 하루살이 가계에 집착했다간 행복한 노후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 풍요로운 노후를 설계하기 위해선 어떤 투자상식을 가져야 할까?상식1 위대한 발명품 ‘복리의 마술’복리란 원금은 물론 경과이자에 대해서도 이자를 계산해 지급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단리다. 이는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를 계산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복리의 마술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는 인디언과 미국 이민자들의 거래다. 1629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인디언들에게 지급한 맨해튼 섬의 대가는 24달러 상당의 장신구와 구슬뿐이었다.하지만 미국의 유명한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이를 복리로 투자하면 엄청난 재산증식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디언들이 땅값으로 받은 장신구와 구슬을 현금으로 바꿔 연리 8%의 채권에 복리로 투자하면 360년이 흐른 1989년에 그 가치는 32조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존 템플턴도 “24달러를 받은 인디언이 매년 8%의 복리수익률을 올렸다면 지금 맨해튼을 사고, 로스앤젤레스를 두 번 사고도 돈이 남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복리 투자의 마술을 잘 설명해 주는 사례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이에 대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복리”라고 말했다.상식2 72법칙 알면 기회 잡을 수 있다72법칙이란 복리의 마술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사실 복리 계산은 어렵다. 계산기로 한참 두들겨도 옳지 않은 수치가 나올 때가 많다. 하지만 72법칙을 설명하면 복리가 쉽게 계산된다. 72법칙은 투자금액을 얼마의 기간 만에 두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인가를 계산할 때 사용한다. 가령 연간 10%의 수익률로 운영된다면 72를 10으로 나눈 값, 다시 말해 7.2년이면 투자 금액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반대로 돈의 가치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얼마나 걸릴까를 계산하는 데도 72법칙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물가상승률이 연 4%라고 가정했을 때 72를 4로 나누면 18년이 나온다. 18년은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의 구매력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는 기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상식3 100에서 나이 뺀 게 주식투자 비중투자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분산투자다. 특히 주식이나 채권에 나눠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다. 요즘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주식 또는 채권 중 어디에 투자했느냐는 손실을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때 주식과 채권에 각각 얼마씩 나눠 투자할지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숫자를 주식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가령 나이가 30세인 투자자라면, 100에서 30을 뺀 70%만큼을 주식에, 나머지 30%는 채권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대로 나이가 50세인 투자자는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을 50 대 50으로 가져가는 게 좋다. 결국 나이가 많을수록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이론이 나온다. 노인층이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0-나이’ 공식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상식4 수익보다 손해 복구 더 어렵다‘-50/+100 법칙’은 리스크 관리를 보여주는 척도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말을 한다. 수익률은 큰 것 같은데 실제 돈을 찾아보면 본전이거나 손해를 봤다는 푸념이다. 이는 -50%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선 +50%의 수익률을 올리면 된다는 식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50%의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선 +100%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다시 말해 1억원을 투자해 5000만원의 손실이 났다면 원금이 회복되기 위해선 5000만원이 두 배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익을 얻기보다 손해를 복구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손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후자금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상식5 적립식 투자는 기본이다 최근 주식형 펀드 등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적립식 투자란 마치 저축하듯 일정한 금액을 꼬박꼬박 적립해 가는 투자 방법이다. 이렇게 투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가가 쌀 때 많이 사고, 비쌀 때 적게 매수하게 된다. 시간이 흐른 후 보면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평균 매입단가가 떨어져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적립식 투자효과라고 한다. 이는 투자 시점을 분산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투자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40대 가장의 노후자금 마련 5계명 ■ 은퇴 준비의 최대 걸림돌은 자식이다 과도한 사교육비가 노후를 망가뜨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은퇴 준비의 최대 걸림돌은 사교육비다. 자녀 교육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은 학벌 위주 사회 풍토와 맞물려 온갖 부작용을 낳는 원천으로 작용한다. 사교육비에 대한 재무설계를 해야 노후자금을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 ■ 주식에서 길 찾되 공부를 일상화하라 주가가 급락했다고 흥분하지 마라.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는 생각을 가져라. 단 단기상품에 올인 했다면 이는 투자자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무조건 주식 투자를 해서도 안 된다. 주식은 복잡하다. 공부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주가가 오른다고 불나방처럼 주식을 매수하는 식의 투자도 지양해야 한다. ■ 연금상품을 절대 무시하지 마라 연금상품은 기본적으로 장기적이다. 이는 각종 위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다. 단기 상품인 펀드보다 연금상품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 부동산은 행복한 노후의 버팀목 될 수 없다 부동산은 유망한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인식이 강한 데다 정부의 미숙한 부동산 정책이 더해지면서 부동산 가치를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의 첫째 위험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부동산 경기는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위험은 유동성이다. 만약 은퇴한 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제때 제값을 받고 매각하지 못하면 노후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노후준비는 가급적 빨리, 그리고 쉽게 시작하라 30대에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과 40대에 준비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젊었을 때 노후준비를 시작하면 적은 돈으로 큰 노후자금을 만들 수 있다.

2008.12.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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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전에 투자 마인드 키워라

산업 일반

은퇴를 하면 퇴직금이라는 목돈이 손에 들어오지만 정기적인 수입은 없어진다. 언젠가는 때가 올 거라고는 생각하고도 막상 그 시기가 닥치면 막막할 수도 있다. 올해 초 50대 후반의 한 여성이 필자를 찾아와 고민을 호소했다. 이 여성은 1998년부터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과 거래를 계속해온 우수고객이었다. 최근 모 대기업 임원이었던 남편이 퇴직을 한 후 퇴직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줄곧 고민을 해왔다고 했다. 먼저 필자는 이 고객의 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구체적인 질문에 들어갔다. 이 고객은 그 동안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 등에는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주변에서 보면 부동산이다, 주식이다, 뭐다 해서 돈을 굴리려고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요. 대부분 일정치 않은 수입을 받는 사업가를 남편으로 둔 친구들이죠. 그런데 전 몇 십년 동안 매달 꼬박꼬박 적지않은 돈이 수중에 들어왔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조바심이 별로 없었어요.” 고소득 봉급생활자 중 상당 수가 풍족한 현실에 만족하며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천을 뒤로 미루고 있는데 이 고객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경우였다. 하지만 이 고객에게도 투자라는 개념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시기가 온 것이다. 남편이 임원 자리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게 되면서 그 동안 태만히 했던 재산증식이 덜컥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퇴직금이라는 목돈이 손에 들어오긴 했지만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진다는 게 생각보다 힘든 것 같아요. 언젠가는 은퇴할 때가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그 시기가 닥치니까 암담한 생각마저 드네요.” 특히 이 고객이 필자를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혼인 딸을 생각할 때 결혼자금이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필자는 딸의 경제적인 독립정도가 궁금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첫째 딸은 작년 말 근로자우대저축에 가입한 상태였고 그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목돈으로 원금이 보장되는 지수연동예금에 투자한 상태라고 했다. 나는 딸이 요즘 각 은행에서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해외채권펀드 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자 고객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저는 기본적으로 시장상황에 영향을 받는 투자상품은 좋아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주식 같은 거죠. 큰 딸이 지수연동예금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말렸지만 원금이 보장된다고 해서 허락했어요. 지금같이 세계경제가 어수선할 때 채권 같은 투자가 효과적일까요?” 이에 필자는 해외채권펀드의 수익성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지금과 같이 금리가 바닥에 가깝고 주식시장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추락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해외채권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의 우량 국공채에 투자하는 분산투자가 투자위험을 줄이는 데 더욱 효과적이죠. ” 이런 나의 추천은 해외채권펀드가 안정적인 수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큰 딸의 투자 마인드를 키워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고객의 성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중시하는 자산관리의 아주 기본적인 마인드만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객의 마인드가 자녀의 자산관리 방법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여러 고객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 고객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남편이 퇴직하기 전부터 투자 마인드가 조금 열려있었더라면 훨씬 나은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이 고객의 남편은 은퇴하기 몇 년 전부터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에 직접 나서고 싶어했지만 고객의 만류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제가 착실하게 정기예금 등으로 모아둔 돈을 남편이 투자에 쓰겠다고 했을 때는 불안한 마음에 덜컥 겁이 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그 때부터라도 관리를 했었더라면 지금쯤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될 텐데 말이에요. 누가 일찍부터 미리 조언을 해줬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고객도 나도 서로 같은 생각에 접근해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먼저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하기에 앞서 고객 자신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기 위한 기본 조사에 들어갔다. 우선 열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입력하게 했다. 이 답변으로 고객 스스로가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위험 감수도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고객은 유동성 자산에 40%, 투자자산에 60%라는 결과가 나왔다. 고객은 수치적으로 분석해 얻어진 자료를 보고 자신의 성향을 처음 알아차린 듯 놀라워 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변동을 경험하면서 짧은 기간에 매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유동성 자산보다는 투자자산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을 권고하는 포트폴리오는, 고객이 의외로 아주 보수적인 성향의 고객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제가 투자에 대한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 할 수 있는 성향은 있나봐요. 항상 안정적인 것만을 좋아해서 결과는 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네요. 제가 막상 투자를 시작하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고객은 그제서야 웃으면서 투자상품에 대한 의욕을 보여주었다. 고객은 퇴직금의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필자의 조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또 이 결과를 토대로 투자위험의 증감을 통한 수익성의 변화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수익증권의 선택 가능한 조합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었다. 결국 고객은 추천 포트폴리오인 40:60의 비율을 당장 모두 구성하지 않고 일단 혼합형 상품에 2억원을 투자한 다음 나머지 금액은 당분간 단기 자금운용에 유리한 상품에 대기하다가 국내 채권수익증권과 정기예금에 분산 예치해 향후 자금소요에 대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고객은 이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좀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가장 흡족해 했다. 퇴직금을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수익성 있게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 점에 대해서도 상당히 만족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고객은 여러 차례에 걸친 포트폴리오를 통해 퇴직금 자산 운용계획을 수립하게 됐다. 지금도 변함없이 필자의 조언에 따라 충실하게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고객의 딸도 당시의 예상대로 해외채권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 외의 여러 펀드, 투자상품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서부터 적극적인 투자 마인드를 소유한 사람이 후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데 두려움이 적고 수익성을 올릴 확률 또한 커진다. 초보적인 투자 마인드에서부터 시작해 성숙한 투자 마인드에 이르기까지는 상당기간 투자에 대한 접근과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경우에서처럼 고객의 숨겨져 있던 투자성향이 보수적이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2003.07.21 13:56

4분 소요
부동산 정책, 서울사람 손에 쥐어있는 한…

산업 일반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장·經博 올 들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강남지역의 경우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평당 2천만원이 넘는 아파트들이 수두룩하다. 강남의 집 값이 이같이 오른 것은 우리 국민들의 교육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치동 근처에 좋은 학원들이 많다 보니 자녀교육을 위해 전세로라도 대치동에서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 집 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집 값 상승요인을 교육열로 보는 사람들은 올 수능시험이 향후의 집 값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 수능이 어려우면 좋은 학원들이 있는 강남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고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집 값 상승세가 꺾인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대학입시의 난이도가 부동산 가격을 결정한단 말인가. 대치동 집 값이 오르면 당연히 인근의 도곡동 그리고 다시 인근의 서초구 집 값이 오를 것이다. 결국 그 파급효과로 온 나라의 집 값이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 것이 저금리와 재건축 장려 정책이다. 돈 빌리기가 수월하고, 금리도 낮으니 시중 자금은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신규분양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몰려들었다. 그래서 13평 아파트의 가격이 6억원을 호가(呼價)하고, 40평대 아파트는 1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그 돈으로 더 넓은 강북 아파트로 이사한 한 주부가 자신이 판 아파트의 가격이 2억원이나 상승하자 좌절감에 몸부림치다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60대 초반의 한 퇴직 임원은 80년대 중반 강남에 아파트를 산 자신의 선택에 대해 지금도 아찔해 하고 있다. 같이 강북에 살자던 친구는 1억5천만원을 들고 강북으로 향했고, 자신은 같은 돈으로 강남에 주거를 정헀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의 아파트는 지금 시가가 3억5천만원이고, 자신의 강남 아파트는 1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순간의 선택이 노후생활을 결정해 버린 셈이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개개인의 재산증식 문제에 대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첫째, 서울 특히 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귀족화할 것이다. 대전에 있는 48평짜리 아파트의 가격이 1억5천만원 정도인데, 강남의 25평 아파트 전세값이 2억원이라면 지방과 서울의 교류는 불가능하다. 지방 사람들의 서울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셈이다. 둘째, 소득 증가 속도보다 집 값 상승률이 높으면 젊은 세대들의 내 집 마련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다. 이것은 세대간 자산 격차를 낳아 부유한 노인과 가난한 젊은이라는 현상을 낳을 것이다. 셋째, 좋은 학원이 있는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과 지방학생간에 학력 격차가 벌어지고, 이것이 능력 차이와 학벌 차이로 이어져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이와 같이 강남의 부동산은 서울과 지방간·세대간·계층간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세무조사나 자금출처조사 등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정책당국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신도시를 건설하고 건설업자들의 주택건설에 인센티브를 주어 아파트의 공급을 늘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일시적 효과만 낼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선진국을 보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도쿄의 번화가인 긴자에 있는 40평 아파트 중에는 우리 돈으로 50억원짜리도 있다. 뉴욕의 맨하탄에 있는 방 3개짜리 콘도미니엄 중에는 수백만 달러짜리도 있다. 베이징에 있는 30여평 아파트 중에는 월 임대료가 1만5천 달러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서울도 머지않아 이런 현상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걸 원치 않는다면 택지·조세·국토건설 등의 측면에서 10년 앞을 내다보는 마스터 플랜을 짜야 한다. 문제는 서울 사람들이 정책을 만든다는 데 있다.

2002.09.05 00:00

3분 소요
이코노미스트-PB연구회 공동기획(2) 부자치고 뚱뚱한 사람은 없다

산업 일반

60년대 서울 청진동 골목 모습 여기저기 올이 풀린 회색 털실 목도리, 남루한 바바리, 그리고 남대문 패션의 하얀 운동화. 김노인은 한겨울 이런 차림으로 모 증권사 본점에 들어선다. 그가 향하는 곳은 부자들의 재산관리를 컨설팅하는 VIP고객 상담실. 고급 카펫 위에 은은한 색깔의 오크나무 탁자를 마주하고 바로크식 의자에 앉은 모습이 영 어색하다. 그런 그가 주섬주섬 허리춤에서 꺼내놓은 돈은 1억원짜리 수표. 자신의 금융자산 중 30분의 1을 시험삼아 이 증권사에 맡겨보려는 게 김노인의 이날 방문 목적이다. 소설에나 등장할 것 같은 이 얘기는 한 증권맨이 겪은 실제 고객 얘기다. 그리고 60대 이상 자수성가형 부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올드 머니는 옛날 부자, 뉴 머니는 신흥 부자 한국의 부자들을 정형화하기는 불가능하다. 돈을 모은 과정·출신지역·나이대·자신들의 경험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상 올드 머니(Old Money)와 뉴 머니(New Money)로 나눠볼 수 있다. 올드 머니는 대대로 내려오거나 한국의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축적된 부를 말한다. 반면 뉴 머니는 벤처 창업자·전문직 종사자·최근 각광받는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의 돈이다. 한마디로 신흥 부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올드 머니는 다시 자수성가형과 상속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같은 올드 머니라도 이들 양자간에는 문화가 판이하다. 상속형은 한국의 가장 전통 깊은 부자들이다. 재벌들을 포함해 할아버지·아버지대부터 사업을 물려받아 재산을 불린 사람들이다(이들 전통적 부자들의 얘기는 다음 호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자수성가형 올드 머니를 살펴보자). 앞에서 예로 든 김노인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힘들게 돈을 모은 60대 이상의 부자들을 대변한다. 이들의 성향은 한마디로 ‘안 먹고 안 쓰고 안 입는다’. 모두가 가난하던 6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굶어가며 모은 돈이기 때문이다. 김노인은 빌딩을 몇 채씩이나 가진 수백억대 재산가다. 하지만 그는 요즘도 버스를 타고 다닌다. 버스비도 아까워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닌다. 만기가 되면 거의 전 금융기관에서 금리 견적서를 받아 0.5%포인트라도 더 높은 곳으로 간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피 마르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김노인은 뱅커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입맛에 맞는 금융 서비스로 김노인의 신임을 산 한 금융기관의 이모 차장. 어느 날 김노인이 점심을 사겠다는 말을 듣고 감격했다. 기대감에 따라 나섰지만 도착한 곳은 허름한 돈까스 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 식사값 1만원을 계산하면서 김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차장이 워낙 잘해줘서 특별 대접한 걸세. 덕분에 나도 1년만에 외식했군.” 은행에 오면 구내식당에서 1천원짜리 밥을 먹고, 증권사 영업점 객장에 갈 때는 김밥을 싸들고 다녔다는 일화를 타 금융사 동료로부터 전해듣고 이차장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고 한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수전노가 울고 갈 정도의 짠돌이”라고 말한다. 금융기관에서 이들 VIP고객들에게 식사대접을 할 때는 어김없이 호텔로 간다. 하지만 이들이 보답차 사는 점심식사는 거의 정해져 있다. 설렁탕·칼국수·된장찌게. 옛날 부자들, ‘안 먹고 안 쓰고 안 입는다’ 박모 노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임차 보증금만 2백억원에 달하는 박노인은 천억대 재산가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보면 영락없는 부랑노인이다. 그가 벤츠만 타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를 부자로 보지 않을 것이다. 그도 얼마 전까지 버스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 사건 이후 곧장 벤츠를 구입했다. 차는 안전한 걸 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왕소금이지만 자기 건강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60대 이상 자수성가형 노인들의 두 번째 특징이다. 스크루지도 울고 갈 구두쇠들이지만 이들이 돈을 아끼지 않는 곳이 3군데 있다. 자기 건강·자녀교육 그리고 재산증식을 위한 투자성 지출. 60대 이상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가족들에게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한쪽 얼굴은 남다른 가족관계다. 부자들은 대개 가족끼리 모여 사는 경향이 짙다. 사위도 집을 사 줘가면서 가까이 두고 산다. 특히 이북 출신의 부자들은 이런 성향이 더 강하다. ‘5분내 전가족 소집’이 가능한 형태로 사는 경우가 많다. 피란의 경험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돈에 관한 한 지킬 박사로 변한다. 부자들은 아무도 쉽게 믿지 않는다. 이들은 뭐든지 스스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돈에 관한 관리와 결정은 반드시 자기가 한다. 전문가들의 상담도 받지만 참고사항일 뿐이다. 가능한 네트워크를 다 동원해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 누구 한 사람 말만 믿고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 증권사나 은행에 돈을 갖고 들어올 때는 90% 이상 마음의 결정을 한 상태다. 창구에서 던지는 질문은 마지막 확인절차일 뿐이다. 가족들도 예외가 아니다. 마누라도, 아들도 안 믿는다. 대개가 가족 모르는 돈을 갖고 있다. 쓰는 데만 재주가 있고 돈버는 능력은 없는 아들을 둔 최노인이 대표적인 예다. 최노인이 금융자산의 20%를 맡겨둔 모 은행으로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왔다. “나를 좀 황색 등록자로 올려주소.” 주변에서 몰려드는 보증부탁을 피해 보겠다는 심산도 있지만, 혹시라도 아들이 몰래 아버지의 신용으로 대출을 받아갈까 봐 걱정돼서다. 금융 관계자들은 이런 예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정도의 비정한 아버지지만 유산을 물려주는 것은 결국 자식이다. 돈을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에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보존하겠다는 궁여지책인 것이다. “뚱뚱한 부자는 없다” 이런 돈에 대한 집착은 기억력에서도 나타난다. 이들은 나이 60이 넘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탁월한 기억력을 갖고 있다. 언제 어느 날 어떤 식으로 얼마의 수익을 올렸는지 10년 전 일도 훤히 읊어댈 정도다. 젊고 유능한 30대 뱅커들도 이들의 기억력 앞에서는 쩔쩔 맨다. 그만큼 돈에 대한 집중력뿐 아니라 연구도 열심히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게으른 부자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게 금융계 부자 마케터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단적인 예로 “뚱뚱한 부자 봤느냐”고 묻는다. 70세가 돼도 그냥 놀지 않는 게 부자들이다. 뭔가 늘 궁리하고 연구하고 실사를 다닌다. 여기에 그동안 돈을 모으면서 쌓은 경험이 보태져 돈에 대한 뛰어난 ‘직감’을 형성한다. 이들의 학력은 천차만별이지만 “똑똑하지 않은 부자는 없다”는 게 금융계 종사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똑똑함’ 이란 공부를 잘하는 것과 상관 없다. 명문대와 부자와는 크지 않다. 부자 IQ가 따로 있다는 얘기다. 부자 IQ의 특징은 첫째, 돈벌 기회를 찾는 직감이 뛰어나다. 순간적 판단력이 빠르다. 그래서 남보다 먼저 보고 먼저 한다. 둘째, 결단력이 있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아무 소용없다. 사실 부자들 중에서 남 모르는 정보로 돈을 번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다 알려진 투자기회를 직접 실사해 본 뒤 기회다 싶으면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이 부자와 보통사람을 가른 결정적인 차이다. 셋째, 선택과 집중에 능하다. 부자들 중 이것저것 잡다하게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기 분야를 선택하면 거기에 평생을 매달려 외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일단 선택했으면 집요하다. 투자를 해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투자도 하고, 주식도 하는 경우는 없다. 부동산 부자가 주식·채권을 하는 것은 분산투자 차원에서 재산의 일부를 간접상품에 넣어두는 정도다. 부동산으로 돈번 사람은 줄기차게 부동산에만 집중해 그 분야에 관한 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많다. 임동하 하나은행 차장이 진단하는 부자 자질론은 흥미롭다. “모든 면에서 탁월한 인재라는 생각이 드는 부자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멍청한 부자도 없습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이죠. 부지런하고 어떤 분야든 자기가 맡은 일에는 집요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은 많습니다. 부자들이 남다른 점은 1등은 아니지만 과락은 없다는 점입니다. 결정적인 단점이 없다는 얘기죠. 예를 들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직감이 있고, 결단력도 있으며 집요하고…, 모든 면에서 탁월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한데 단 한 가지, 노름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설사 일시적으로 된다고 해도 지키지 못하죠.”

2002.08.01 00:00

6분 소요
[재테크케이스]저축의 출발은 대출상환에서 시작해야

산업 일반

A씨의 재테크 목표는 ‘중산층 진입’이다. 중산층이 어느 정도의 생활 수준을 가진 계층인가에 대해서는 개개인이 느끼는 생각이 다를 것이다. 때문에 보유 자산이나 소득 수입을 기준으로 얼마 이상이 중산층이냐에 대하여 단정짓기는 어렵다. A씨가 생각하는 중산층은 월 수입 3백만원 이상, 중형차 이상 소유,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조건은 중산층에 대한 객관적인 조건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A씨가 내린 중산층에 대한 정의를 일부 수정하여 중형차 이상 소유 대신에 여유 운용 자금 2억원 이상으로 바꿔 생각하는 것이 조금 더 타당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중산층을 월 소득 3백만원 이상, 30평 이상의 아파트 소유, 운용자금 2억원 이상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해 보자. 수입 지출 분석 A씨가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검토해 보기 전에 우선 A씨의 지출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월 소득은 이미 3백만원을 넘어 섰으나 만약 소득 중에 소비하는 금액이 커 저축률이 낮다면 월 소득 3백만원 이상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A씨의 소득 수준은 월 3백50만원으로 동일 연령대의 도시근로자의 평균적인 소득 2백10만원보다 66% 정도 높은 편이다. 생활비와 같은 소비성 지출 수준은 1백40만원으로 동일 연령대의 도시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A씨의 소득 대비 생활비의 사용액은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평균 월 저축액은 1백50만원으로 월 소득의 40%가 넘는다. 동일 연령대의 도시근로자의 수준이 24% 정도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수입 지출 구조는 평균적인 도시근로자의 수준에 비해 좋으며, 현재와 같은 수입 지출 구조를 유지한다면 향후 재산증식이 꾸준히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산 부채 분석 A씨의 현재 보유자산은 생활자산으로 18평 아파트 시세 9천8백만원, 금융자산으로 현재 적금불입액이 3천만원, 현금보유 5백만원, 청약저축 3백만원으로 이자 포함한 금융자산 총액은 4천만원 정도다. 금융자산의 구성은 비과세인 근로자우대저축, 세금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기적금, 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청약통장에 가입되어 있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총자산 중 30% 정도가 금융자산으로 주택을 마련한 상태에서 총자산 대비 금융자산의 보유 비율이 높아 자산의 구성도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부채로는 현재 은행 대출이 1천만원이 있는데, 매월 이자만 9만원 정도 상환하고 있다. 그런데 A씨의 경우 현금으로 5백만원을 보유하고 있어 이 자금으로 대출을 먼저 상환하는 것이 좋다. 저축의 출발은 대출 상환에서 시작해야 한다. 주택 마련 A씨의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택과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1억3천만원 정도가 된다. A씨가 마련하고자 하는 주택은 30평형대의 아파트로서 아파트 시세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 주택마련을 위한 필요자금 금액을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A씨가 거주하고 있는 일산 지역의 30평 초반대의 아파트 시세가 대략 2억원 정도라고 할 때 지금 당장 주택을 마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택을 구입할 때 보통 대출을 끼고 산다고 하더라도 자기자본과 타인자본(대출)의 비율이 7대 3을 넘어 가면 대출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므로 우선 어느 정도까지는 목돈을 모을 필요가 있다. 부채를 제외한 보유 금융자산이 3천만원이고, 매월 저축 가능한 금액이 1백50만원 수준일 때, 금리 7%를 가정하면, 4년 정도 3천만원을 운영할 때 이자 6백만원과 적금의 원금과 이자 8천2백만원으로 8천8백만원 만들 수 있다. 그러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 1억3천만원과 합하여 2억2천만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주택 가격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하기 마련이므로 평균 2∼3%의 상승을 보일 것을 감안하면, 현재 2억원 정도의 주택 시세는 2억2천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저축상태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4년 정도 뒤에는 원하는 규모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유자금 마련 이제 중산층이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서 여유자금 2억원을 마련하는 것을 상정해 보자. 4년 뒤에는 주택마련을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을 모두 소진한 상태로 매월 저축을 통해 추가적인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저축성향을 계속 유지한다고 볼 때 8년이 지나야 여유자금 2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부터 4년 뒤 주택을 마련하고, 다시 8년 뒤에 여유자금 2억원을 마련하게 되므로, 모두 12년이나 지나야 원하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중산층이 되기 위해 저축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저축률을 유지하기 어려운 요인을 따져야 한다.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출의 확대 또는 자녀 결혼자금 등 자녀 독립을 위한 자금의 수요가 생겨 원하는 시기에 목표를 달성하기에 어려운 난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산층이 되기 위한 포인트 결과적으로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현재의 저축률을 최고조로 올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A씨의 경우 현재 월 저축금액이 1백50만원이다. 그런데 수입과 지출을 통해서 살펴보면 수입은 3백50만원이고, 생활비와 대출 상환용으로 나가는 자금인 1백50만원을 제외하면 2백만원의 저축 가능금액이 생긴다. 또한 필요한 물건을 적절한 시기에 구입하는 구매의 효율성을 살린다면 월 생활비 사용 금액 중 일부분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A씨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총자금은 주택구입 추가자금 9천만원과 여유 운용자금 2억원을 합한 2억9천만원으로 이 자금을 모으는데 12년이 걸린다. 그런데 만약 A씨가 월 저축 가능 금액을 2백만원으로 상향 조절할 수 있다면 8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효율적인 소비를 통하여 생활비를 줄일 수 있어 매월 2백30만원을 저축할 수 있다면 여기서 다시 1년 정도를 앞당겨 7년 6개월 내에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A씨의 경우 중산층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첫째, 먼저 대출을 상환하고, 다음으로 현재의 저축성향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저축 성향을 최대한 올리기 위해서는 현재의 지출 내역을 잘 살펴보고 효율적인 소비생활을 통해 지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A씨는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시간을 12년에서 7∼8년 정도로 줄여 40세에 여유자금 2억원을 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문의:www.wealthia.com

200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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