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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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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또 친환경’…ESG 속도 내는 현대중공업그룹

산업 일반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 정유, 건설기계 등 주력 사업 전반에서 친환경 전환을 꾀하고 있다. 조선 사업에선 한국형 해상용 이산화탄소 주입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건설기계 사업에선 1~3톤급 소형 수소지게차 개발에 나섰다. 여기에 정유 사업 등을 영위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했다. ━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부터 해상용 플랫폼까지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은 한국석유공사와 공동으로 ‘한국형 해상용 이산화탄소 주입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지난달 31일에 노르웨이‧독일 선급협회인 DNV로부터 기본 승인을 획득했다. 이 플랫폼은 육상에서 포집‧고압 액화돼 운반선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해상으로 운송된 이산화탄소를 해저 지중(地中)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중공업 등 3사는 오는 2025년부터 동해가스전에 연간 4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지중 저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30년간 총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는 게 이들 회사의 구상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요구 등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인 CCU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 시설 등 이산화탄소 대량 발생원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압축해 육상이나 해저 지중에 저장하는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60년까지 매년 20개 이상의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현대중공업 등 3사는 올해 4월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US 사업에 관한 국책 과제 협약을 체결했으며, 현대중공업은 플랫폼 기본 설계를 수행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산화탄소 주입 공정과 시스템 개발을, 한국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운영 경험을 토대로 주입과 운영 기준 등을 제공했다. 여기에 포스코 등과 협력해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도 공동 개발 중이다. 2070년까지 CCUS 기술이 전 세계 총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연간 약 100억 톤에 달하는 양이다. 이산화탄소를 저장시설로 운송하기 위한 대형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조선해양과 포스코 등은 2025년까지 단계별로 2만CBM(큐빅 미터) 이상의 대형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을 개발해 국제적인 기준과 방향성 등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 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 등 수소 사업 확대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 등을 영위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월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내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쓰이는 고(高)순도 수소 정제 설비를 구축한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안에 수소연료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분리막 생산 설비 구축과 시운전 등을 마치고 내년에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공동으로 실증 테스트를 거쳐 2023년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내년부터는 전해질막까지 사업을 확대해 부품 국산화에 일조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만 연간 매출액 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분리막은 전해질막의 강도를 좌우하는 뼈대로, 연료전지 시스템의 출력 향상과 내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재로 꼽힌다. 전해질막은 수소가스에서 분리된 전자의 이동은 막고 수소이온만 선택적으로 이동시키는 소재로,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연료전지 개요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시장이 매년 30% 이상 성장해 2030년 50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지만, 전해질막 등의 부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건설장비 사업 등을 영위하는 현대건설기계는 1~3톤급의 소형 수소지게차 개발에 나섰다. 국내 최초로 중형 수소지게차를 개발한 데 이어, 소형 수소지게차도 개발해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수소 연료전지 전문기업 에스퓨얼셀과 수소 연료전지 지게차 보급 확대를 위한 공동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지게차용 수소 연료전지 파워팩(전원함)은 보다 안정화된 출력 성능을 기반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8시간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 등으로 수소지게차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수소 연료전지 활용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수소지게차가 누적 3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월마트, 아마존 등의 대형 물류창고에서도 수소지게차가 활용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국내에 수소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23년까지 소형 수소지게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한국형 해상용 이산화탄소 주입 플랫폼 개발을 비롯해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 현대오일뱅크의 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 현대건설기계 소형 수소지게차 개발 등은 지난 8월 한 달 새 발표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7월 ‘그룹 ESG(환경‧사회‧지배구조)협의체’의 첫 회의를 갖고 ESG 경영의 체계적인 추진 방향을 수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속도감 있는 추진력이라는 평가다. 물론 일각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의 중심 사업 중 하나인 조선업이 현재까지도 부진의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이라, 친환경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 안팎에선 현대중공업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많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현대중공업은 9월 안으로 상장 절차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총 공모주식수는 1800만주로,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5만2000원에서 6만원이다. 이에 따라 공모 자금은 최대 1조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1.09.01 17:07

4분 소요
현대차그룹, 넥쏘에서 꺼낸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 투입 본격화

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FCEV) 넥쏘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를 차량 밖으로 꺼내놓는 작업을 본격화 한다. FCEV 제조 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를 사업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출범하는 전기차 레이싱 경기 ‘ETCR(Electric Touring Car Racing)’에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11일 밝혔다. ETCR에 참가하는 전기자동차들이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이용해 충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ETCR에 제공할 이동형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은 총 160kW 급 발전 모듈로 65kW 배터리를 사용하는 ETCR 차량 2대를 동시에 1시간 이내에 완충할 수 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 넥쏘에 적용된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가지고 이런 발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전기차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게 될 ‘ETCR’에서 안정적인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운영해 회사의 수소연료전지 비즈니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5 전략’에서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에이치투)’의 런칭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 70만기의 수소연료전지 판매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충북 충주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전용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초 울산에 한국동서발전, 덕양과 함께 독자기술로 개발한 1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준공하고 시범 운영 중이다. 이 발전 시스템 역시 넥쏘의 차량용 연료전지 모듈을 발전용으로 활용했다. 올해 3월부터는 중국 광저우에서 첫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해외공장을 짓고 있다. 이는 중국 첫 수소연료전지 공장이자 현대차그룹의 첫 해외 수소연료전지 공장인데, 이 공장을 기반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이 차량용으로 개발된 수소연료전지를 발전용으로 본격 활용하기로 한 것은 기존의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보다 효용성이 높다고 여겨서다. 통상 연료전지는 전해질로 사용되는 물질의 종류 등에 따라 구분하는데,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자동차 회사들은 고분자막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고분자전해질형(PEMFC)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했다. 기존 발전 플랜트 등에서는 인산형(PAFC), MCFC(용융산탄산염형), SOFC(고체산화물형) 등의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적용해왔는데, 비교적 최신 기술인 PEMFC는 신뢰성과 초기 가동 속도가 높으며 저온에서도 잘 작동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물론 단점도 있다. 연료가 되는 수소에 불순물이 없어야 하고, 촉매로 백금을 활용해야 해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를 빠른 시일 내에 대규모 발전에 활용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과 그린수소 생산·사용 체계가 활성화되면 입지 조건의 유연성 등 장점이 부각될 것”이라며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수소차용 연료전지를 모듈화해 발전에 활용하는 것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일본 도요타, 독일 다임러 AG 등 글로벌 완성차들도 자동차용으로 개발된 수소연료전지를 발전 시스템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2019년 9월부터 수소차 미라이의 연료전지를 활용해 2019년 9월부터 자사 공장에서 100㎾급 발전기를 실증하고 있다. 독일 다임러 AG와 영국 롤스로이스는 다임러와 볼보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이용해 비상발전기 개발에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5월 발표한 바 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6.11 16:19

2분 소요
[제조업 '탈(脫)탄대로' 걸을까①] 현대차, ‘전과정 탄소중립’ 선언

산업 일반

국내 기업들이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다.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등이 잇따르면서 정책 추진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는데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탈탄소 바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탄소세 부과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이 '탈(脫) 탄소'를 위한 선제적 움직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 제조, 운영 및 폐기 등 전 과정에서도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순환경제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정 회장은 차량의 전동화를 넘어 ‘전 과정’에서의 탄소중립을 공언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미래 방향성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 과정 탄소중립의 길은 단순치 않다. 모든 자동차를 배터리 전기차로 만든다고 해서 달성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발전원의 탈탄소화는 물론 핵심 배터리 회사 등 핵심 협력업체들의 탄소중립도 이뤄져야 한다. 쉽지 않은 탄소중립을 향한 국내 자동차와 차량용 배터리 기업의 로드맵을 짚어봤다. ━ ‘생산단계’서 내연기관보다 탄소 배출 많은 전기차 인간과 물자를 실어나르는 ‘수송 분야’ 기업들은 글로벌 탄소배출량의 20%를 배출한다는 ‘오명’을 얻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배출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에서 발생한다. 전통의 자동차 산업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내연기관’을 보급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탄소배출의 주범 중 하나로 취급받았다. 자동차 업계가 내연기관을 버리고 ‘전동화’에 목매는 이유다. 문제는 정 회장이 언급한 ‘전 과정’을 살펴보면 모든 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해서 ‘탄소 중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기차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와 사용 단계에서 충전하는 전기를 만들 때 배출되는 탄소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문제다. 이와 함께 사용이 끝난 뒤 폐기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먼저, 생산단계에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은 생산에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전기차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생산단계에서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엄청난 전기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생산되는 전기차의 생산단계 탄소중립을 위해선 국내 배터리 업체의 탄소중립이 필수불가결하다. 현대‧기아차 전기차의 최대 파트너사이자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 글로벌 최고수준 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은 사업장 내 태양광 설비를 통해 이를 해결해가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발전원을 선택할 수 있는 유럽과 미국 공장에선 전지 생산에 소비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사용한다. 한국과 중국 등의 경우 소비 전력을 선택할 수 없지만 태양광 설비 도입을 통해 2025년에는 사용하는 만큼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자동차 제조사에도 납품하는 한국 배터리 회사들은 일찌감치 전 과정 측면에서 탄소 중립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했고, 이를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기업들의 경우 단순히 재생에너지 사용 뿐 아니라 기술력을 기반으로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폐배터리를 재활용 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폐기되는 배터리를 회수해 다시 생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폐쇄 반복’ 구조다. 이를 통해 배터리 폐기 과정에서의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잇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사업장에서 이미 배터리 폐쇄 반복(closed loop) 구조를 구축했으며, 한국과 폴란드에서도 올해부터 폐쇄 반복 구조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자동차 산업의 더 큰 과제는 생산과 폐기보다 ‘사용 단계’에서의 배출량 감소에 있다. 주력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단연 전동화다.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를 연료로 사용해 자동차가 직접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사용하는 ‘탱크 투 휠(TtW)’에선 전기차의 배출량이 ‘0’이 된다. 문제는 현실과의 괴리다. ‘전 과정’의 탄소중립은 전기 생산단계부터의 탄소생산을 말하는 ‘웰 투 휠(WtW)’의 개념에서 탄소중립을 포함한다. 전기차에 공급되는 전기의 생산과정에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WtW 측면에서의 탄소중립은 자동차 제조사가 달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판매 차량을 전동화하고 국가별 전력 공급이 탈탄소화될 때만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전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파리 기후협약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계획하고 있어 전기차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중간단계의 효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일부 자동차 업계에선 유럽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현재 LCA 측면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오히려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연구 방법론에 따라 실제로 이런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산업부와 환경부가 각각 이를 측정할 방법론에 대해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그 어떤 완성차회사보다 ‘다양한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가지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로의 전환에 주력하고 있지만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이 결합한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차’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유럽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곳에선 전기차 위주로 판매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낮은 중국 등 신흥국에선 ‘하이브리드’라는 중간 다리를 이용해 중간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게 최대의 장점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로 메꾸기 힘든 영역인 상용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다. 정 회장은 P4G 연설에서 “수소차량을 엑시언트 수소차량 등 상용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주요 도시의 청소차도 수소전기트럭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 e-fuel 연구도 시동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최근 탄소중립연료(e-fuel) 개발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e-fuel 연구회를 발족,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와 함께 기술개발 등을 논의하고 있다. e-fuel은 전기가 아닌 친환경연료를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독일 포르쉐가 2022년부터 e-fuel 생산을 하겠다는 포부를 내놨고, 벤츠‧BMW‧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회사와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일찍부터 e-fuel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는 발전과 저장, 운송 과정에서 열손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송연료로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며 “e-fuel이 상용화 된다면 기존의 내연기관 산업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이 가능해진다”고 기대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6.04 16:06

5분 소요
[배터리 기술 어디까지 왔나] 리튬이온 전지 후계자는 나요 나~

산업 일반

리튬폴리머·리튬황·리튬에어·나트륨이온 주목 … 저장 용량과 수명, 소형화가 관건 #1. 한국과학기술원(KAIST) EEWS 대학원의 강정구·김용훈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 6월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 전지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 1분이면 130mAh/g의 용량을 완전히 충전한다. 15분이면 지금 사용 중인 대부분의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 내구성도 뛰어나다. 충·방전 1만 번을 진행해도 용량 손실이 없다. 스마트폰을 하루에 두 번 충전해도 10년 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강정구 교수는 “재료의 물성을 극대화한 설계 덕에 기존 2차전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2. 리튬이온 전지의 권위자 옛밍 치앙 MIT 재료과학 교수는 24M이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이곳에선 신소재를 액체 전해질에 섞어넣은 고효율의 전극을 개발한다. 새로운 방식을 사용해 24M은 같은 크기의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15~25% 많은 용량을 가진 제품을 개발했다. 현재 리튬이온 전지의 시장 가격은 kW당 200달러~250달러 수준이다. 제조법을 단순화한 덕에 24M은 100달러에 제품을 공급한다.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차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가격이다. 치앙 교수는 2017년 완공을 목표로 MIT 인근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 리튬이온 전지가 현재 가장 효율적 제품 배터리의 아버지는 이탈리아의 과학자 알레산드로 볼타다. 1800년 구리와 아연을 이용해 세계 최초의 전기 저장 장치를 만들었다. 전기의 단위인 볼트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배터리는 전기를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자리 잡았다. 과학자와 발명가들은 새로운 소재를 활용하며 배터리를 꾸준히 개발해왔다.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리튬이온 전지는 지난 216년 간 나온 배터리 중 가장 효율적인 모형으로 꼽힌다. 작고 가벼운데다 전압도 더 높다. 리튬이온 전지의 전압은 같은 크기 일반전지의 두 배 수준이다. 재료 덕이 크다. 리튬은 다른 금속 이온에 비해 작고 가벼워 에너지 밀도가 높다. 그 덕에 일상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도구로 자리한 스마트폰과 노트북 배터리로 굳어졌다. 실제로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작고 얇아진 배경은 배터리가 니켈카드뮴 전지에서 리튬이온 전지로 바뀐 데에 있다. 지금 사용하는 리튬이온 전지의 모델은 2004년 옛밍 치앙 MIT 교수가 개발했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전극에 인산철 입자를 도핑 해 전기 전도율을 높이며 충전 가능한 2차전지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물론 단점도 있다. 사용한 지 1년이 넘으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온도 변화가 심하면 쉽게 방전된다. 충격에도 약하다. 갑작스런 압력에 전지가 변형되면 내부 온도가 상승해 폭발할 수 있다. 여기에 급격한 수요 증가로 리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시안메탈은 지난해 ㎏당 9달러였던 정제된 리튬 가격이 올해 5월 26달러로 올랐다고 집계했다. 매장량은 충분하지만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는 점도 리튬이 안고 있는 문제다. 미국지질조사소(USGS)에 따르면 세계 리튬 가운데 절반이 칠레에 있고 나머지는 중국·아르헨티나·호주 등에 있다.배터리는 정보기술(IT)산업의 핵심 수단으로 몸값이 오르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배경이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핵심은 저장 용량과 수명, 소형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리튬이온 전지를 대신할 차세대 표준은 눈에 띄지 않지만 주요 배터기 업체들은 리튬폴리머·리튬황·리튬에어·나트륨 이온 등을 두루 연구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학계에서 포스트 리튬이온 전지로 지목하고 있는 리튬에어·리튬황 전지 등 모든 형태의 혁신 전지를 연구 중”이라며 “보급형 전기차가 한 번 충전하면 갈 수 있는 거리도 기존 150~200㎞에서 이르면 2019년부터 600㎞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리튬이온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리튬황·리튬에어 전지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 차세대 전지 개발의 화두는 안전 최근 주목도가 높아진 리튬이온 전지의 대안은 전고체를 사용하는 방식의 리튬 전지다. 중국 기업 ATL이 생산·공급해온 리튬폴리머 전지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고체를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인 전해질로 사용하면 배터리에 구멍이 뚫리거나 구겨져도 화재 등의 위험 없이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하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지 않는 덕에 두께를 1mm로 줄일 수 있어 고용량 확보에도 유리하다. 리튬폴리머 전지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갤럭시 노트7 발화 문제로 몸살을 앓았지만 이미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해 미국 MIT와 손잡고 반영구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했다. 삼성SDI도 2013년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하며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삼성SDI가 이르면 오는 2018년께 리튬폴리머 전지 상용화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화학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코캄 등도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 중이다. 해외에서는 구글·애플이 전고체 배터리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이 화두로 떠오른 이상 차세대 삼성 스마트폰엔 리튬폴리머전지가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기술 개발 놓고 글로벌 컨소시엄 속속 결성 차세대 배터리 군에선 양극 소재로 황, 음극 소재로 리튬을 이용하는 리튬황 전지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다. 황은 전력 효율이 좋은 소재다. 여기에 자원이 풍부하다. 제조 방법도 간단해 생산 단가도 낮은 편이다.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이유는 낮은 내구성에 있다. 충전과 방전을 거듭할수록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황이 유기 전해액에 녹아내려 사용할수록 저장 용량이 줄어드는 문제점도 있다. 글로벌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아직 리튬황 전지를 내놓지 못한 이유다. 지난해 한국에선 리툼황 관련 의미있는 연구 결과가 하나 나왔다. 포스텍 화학과 박문정 교수 연구팀은 기존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용량은 4배, 가격은 5분의 1, 충전 시간은 10분으로 줄인 고성능 리튬황 전지 제작 기술을 발표했다. 박 교수팀이 개발한 전지는 차세대 2차전지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충·방전 때의 용량 감소 문제를 해결했다. 아직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충·방전을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성능이다. 현재 기술로는 충·방전 50회가 한계다. 김도경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리튬황 전지가 300회 충·방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해결돼 리튬황 전지가 상용화될 시기를 향후 5년 이내로 내다보고 있다. ━ 자동차 업계는 수소연료 전지에 주목 리튬에어 전지도 꾸준히 연구 중인 차세대 배터리 모델이다. 높은 출력과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양극에 대기 중의 산소를 활물질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공질(작은 구멍이 많이 있는 물질) 탄소, 금속 리튬을 각각 양극과 음극으로 사용, 리튬 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 시 산소와 반응할 때 생기는 화학반응을 전기 에너지로 환원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8배 이상 높다. 업계에서는 산소가 자연계에서 무한히 얻을 수 있는 자원인데다 리튬에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수준이 가솔린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미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 양산화를 추진 중이다.글로벌 기업 가운데엔 IBM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뉴욕 왓슨 연구소와 캘리포니아 알마덴 연구소에서 2009년부터 리튬에어 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현지 대학 가운데 MIT와 스탠퍼드대 등도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리튬에어 전지 기술 개발과 제품 상용화를 위해 글로벌 컨소시엄을 추진하고 나섰다. 한국 기업 가운데에선 포스코화학과 현대차그룹, LG화학과 삼성종합기술원, 중견기업인 일진전기와 솔브레인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IBM에서 한국 사업을 담당하는 신창호 지식재산권담당 본부장은 “차세대 전지를 놓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 중인 한국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참여할 경우 시장 선점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런 가운데 학계는 바닷물에서 거의 무한정 얻을 수 있는 나트륨(Na) 원소를 이용한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선 정윤석 울산과학기술대(UNIST) 교수의 연구가 주목받았다. 정 교수 연구팀은 고성능 나트륨이온 전지 소재를 개발해 권위 있는 응용화학 학술지인 ‘앙게반테케미’에 실리기도 했다. 궁극의 배터리로 꼽히는 수소연료 전지 연구도 한창이다. 수소연료 전지는 수소와 산소 사이에서 전기를 만드는 반응을 이용한다. 수소연료 전지는 자동차산업에서주목하는 기술이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에선 수소차 개발이 한창이다. 포드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수소연료전지차 파워트레인 개발을 진행 중이다. BMW는 자동차 부품 업체 다나(Dana)와 손잡고 수소연료 전지 개발에 나섰다. 닛산자동차는 지난 8월에 수소차의 프로토타입 ‘e-Bio FCV’를 발표했다. 닛산은 2020년을 목표로 수소전지차 신모델 출시에 나섰다. 현대차도 수소전지 차량 개발을 마친 상태다.독일·네덜란드 등은 내연기관 차량 인허가를 줄여갈 방침이고,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10개 주는 2025년까지 신차 판매의 16%를 무공해 자동차(ZEV)로 규정했다. ━ 차세대 배터리는 어떤 모양 - 휘는 배터리 세상이 온다 리튬이온 전지 모양은 반듯한 직사각형이 대부분이다. 원형이나 오각형도 가능하지만 효율이 크게 낮아진다. 안경이나 손목시계처럼 생긴 웨어러블 기기를 자주 충전해야 하는 이유다. 리툼이온 전지를 작게 만들어서 넣다 보니 전기 용량이 줄어들면서 불과 몇 시간 밖에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플렉시블 배터리 관련 개발 연구 결과물이 가 속속 나오고 있다. 다양한 모양은 물론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제품을 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플렉시블 배터리 원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전지는 보통 양극, 음극, 분리막, 액체 전해질으로 이뤄지는데 분리막과 액체 전해질을 대신해 아주 얇은 종이 같은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플렉서블 배터리 시장은 2015년 5089만 달러에서 매년 53.68%대의 성장세를 이어가 오는 2020년경에는 6억1786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배터리 시장 평균 성장률을 10배 이상 웃도는 셈이다. 시장은 LG화학, 삼성SDI 등 모바일용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플렉서블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에도 속도가 붙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연내 플렉서블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연말이면 플렉서블 배터리의 일종인 케이블형 배터리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양극을 니켈과 주석의 합금으로 코팅한 구리 선을 새끼줄처럼 꼬아서 만든 케이블형 배터리다. 이미 시제품을 완성했고 LG화학 연구개발 부서에선 제품을 검사 중이다. LG화학은 2013년 기존 사각형 형태를 벗어나 쌓고, 휘고, 감을 수 있는 스텝드 배터리(Stepped Battery)와 커브드 배터리(Curved Battery) 양산에 성공했다.삼성SDI도 수원 에너지연구소에서 차세대 플렉서블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17년 상반기 제품 개발 완료 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섬유처럼 자유자재로 휠 수 있는 스트라이프형 배터리를 비롯해 5만번 이상의 굽힘 테스트를 견디는 밴드형 배터리 등을 개발해왔다. 삼성SDI는 차기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할 플렉시블 배터리 기술도 확보했다. V-벤딩 기술을 적용해 고밀도 초소형 커브드 배터리는 이미 삼성전자 스마트밴드인 기어핏에 공급 중이다. 웨어러블 기기의 특징상 이리저리 구부려야 할 때가 있다. 여기에 적합한 플렉서블 배터리 개발이 궁극적인 목표다.글로벌 업체들도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노키아는 2014년에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 수 있는 배터리 특허를 출원했다. 애플도 2015년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배터리 특허를 출원했다. 이 밖에 ST마이크로·로켓일렉트릭·페이퍼배터리 등도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 관계자는 “플렉서블 배터리와 관련된 여러 개발 연구 성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으며, 상용화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6.10.2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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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경영으로 글로벌 1위 노려

산업 일반

비스테온 공조사업부 인수 마무리 … 현대·기아차 의존도 낮춰 국내 최대 자동차 에어컨·히터 제조기업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올 초 모기업인 미국 자동차 부품회사 비스테온 소유의 18개 글로벌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면서다. 이 회사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이름을 한라공조에서 한라비스테온 공조로 바꾸면서 곧바로 모든 공장과 업무용 건물, 사내 비품의 기업이미지(CI)를 교체했다.박용환(57) 사장의 스피드 경영을 엿볼 수 있다. 박 사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1986년 한라공조 설립 원년에 입사했다. 이후 캐나다법인장 이사와 미주담당 상무, 기획실장 전무를 거쳐 2011년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했다.스피드 경영을 강조한다. 빠른 고객 대응과 의사 결정, 효율적 조직 운영, 강한 팀워크, 우수한 기술력 등 한국 고유의 강점을 전세계 법인에 빠르게 이식한다. 동시에 글로벌 경영 시스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등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 공조기업 세계 1위 자리를 노린다. 그의 스피드 경영으로 지난해 이 회사는 매출 3조6530억원, 영업이익 3095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2%, 영업이익은 14.4% 늘었다.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스피드가 돋보였다. 관련 업계에서 1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본 4300억원 규모의 비스테온 M&A를 마무리 짓는 데 불과 4개월 걸렸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이번 흡수합병으로 세계 18개국, 33개 생산공장, 5개 연구센터, 7개의 마케팅센터를 보유하게 됐다.덕분에 현대·기아차 납품 의존도를 기존 75~85%에서 60%로 낮췄다. 대신 폴크스바겐·아우디뿐만아니라 인도 마루티스즈키, 중국 이치자동차 등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했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9%에서 13%로 뛰었다. 일본 덴소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 상하이·난징·광저우 등지에 5개 공장 시설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생산망도 확충했다.앞으로 친환경 자동차 공조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차량 운행 상태에 따라 분당 회전수(RPM)를 최적으로 제어하면서 차량의 소음과 연비를 절감하는 하이브리드·전기·연료전지 차량용 전동 압축기를 개발 중이다. 배터리 전력소모를 최소화해 전기자동차 난방 때 주행거리 감소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전기 자동차용 고전압 히터 등 친환경 기술 개발도 눈 앞에 뒀다. 현재 BMW의 하이브리드카,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에 배터리 냉각 시스템을 공급한다.이 회사는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개최된 ‘2013 페이스 어워드(PACE Awards’) 시상식에서 ‘메탈 씰 피팅(metal seal fitting)’ 기술로 제품 혁신부문 최고 기술대상을 수상했다. 페이스 어워드 상은 세계적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와 관련연구기관·학계에서 매년 자동차부품산업 분야의 혁신기술을 발굴해 시상하는 상이다. ‘메탈 씰 피팅’은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용 에어컨 냉매의 누설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박 사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고객 가치를 높이는데 부단한 노력을 한 결과”라며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 발전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2013.04.30 17:16

2분 소요
‘戰場’ 겹친 대기업 ‘진검승부’ 시작

산업 일반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SK와이번스(프로야구)와 삼성화재 블루팡스(프로배구), 현대모비스 피버스(프로농구)가 맞붙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국내 재계도 그랬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그동안 각자 확고한 영역을 지키며 성장했다. 산업별로 감히 넘볼 수 없는 진입 장벽 속에서 독주 또는 양강, 많아야 3~4강 구도였다.하지만 상황이 급속히 달라졌다. 국내 대기업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전장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각 그룹사가 신성장동력 투자로 점찍은 분야가 겹치기 때문이다. 라이벌 한두 곳만 신경 쓰면 됐던 대기업은 이제 수많은 경쟁자와 맞서게 됐다. 편한 날은 가고 ‘진검승부의 날’이 왔다.대기업 영역이 무너진다그동안 국내 대기업 간 영역은 성역에 가까웠다. 특히 외환위기 때 정부의 빅딜 정책과 대기업의 사업 구조조정에 따라 대기업 간 영역은 더욱 확실히 갈렸다. 당시 정부가 빅딜을 추진했던 반도체, 자동차, 전자, 조선, 석유화학 등 8개 분야에서 각 기업은 핵심 역량을 집중하며 외국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면 됐다.국내 대기업 간에 부딪칠 일은 없었다. 거의 모든 산업이 그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확실한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다른 기업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통신은 SK, KT, LG가 정부의 보호정책 아래서 오랜 기간 3강 체제를 유지했다.자동차는 현대·기아자동차가 독주하고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자동차가 경쟁했다. 조선산업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이, 해운산업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대한해운, SK해운이 ‘빅5’를 유지했다. 철강은 포스코의 압도적인 선두 속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현대하이스코가 뒤를 이었다.정유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나눠 먹었다. 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과점, 주류는 진로와 롯데주류BG의 과점이었다. 기계·플랜트 산업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GS건설 등이 경쟁했다. 백화점은 롯데·신세계·현대의, 할인마트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3강 구도였다.거의 모든 그룹에 계열사가 있는 건설산업 분야만 다강체제였다. 이런 구도는 녹색성장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흔들렸다. 우선 국내 주요 그룹이 밝힌 미래 신성장동력 분야가 얼마나 겹치는지 살펴보자. 최근 삼성그룹은 사상 최대의 투자 발표를 하면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분야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지정했다.LG그룹은 태양전지, 차세대전지, OLED, 차세대 조명, 토털 공조를 내세웠다. 신성장 투자 분야가 상당히 겹칠 뿐 아니라 LG가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생명과학 분야에 삼성이 대거 투자에 나섬으로써 양사의 쟁패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양사가 투자 발표를 하면서 밝힌 목표 시한도 2020년으로 같다.투자액은 삼성이 23조원, LG가 20조원으로 비슷하다. 다른 대기업도 삼성, LG가 바라보는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SK는 올해 초 미래 성장동력 분야로 무공해 석탄에너지,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등을 꼽았다.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와 그린카, 그리고 연료전지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GS그룹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원전과 신소재,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원전사업을 꼽았다. 현대중공업 역시 원전사업에 진출할 뜻을 밝혔고 태양광, 풍력발전, 친환경수처리 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두산과 한화, LG그룹과도 겹친다. 두산그룹은 풍력과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설비를 미래 먹을거리로 정했다.한화그룹 역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우주항공부품이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밝혔다. LS그룹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 밖에 대우조선해양과 STX, 동부그룹 등이 친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시장 투자에 나섰다.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승패 갈려 범위를 좁혀보면 더 분명해진다. LG화학이 가장 먼저 치고 나갔던 2차전지 분야에는 SK에너지가 도전장을 냈고 제일모직과 삼성SDI도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태양광발전은 현대중공업, SK케미칼, 삼성정밀화학, LG화학, KCC, STX, OCI(옛 동양제철화학), 한화석유화학, 대한전선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시장에 진출했다.풍력발전에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효성, STX엔진 등이 경합에 돌입했다. 그린카 분야에는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LG화학, SK에너지, 삼성SDI, LS산전 등이 투자에 나섰다.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3월 국내 R&D(연구개발) 투자 상위 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개 기업 중 7곳이 중점 R&D 투자 분야로 신재생에너지를 꼽았다.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 반도체 소자 등 신소재·나노융합, 2차전지와 그린카 등에 투자하겠다는 기업도 많이 겹쳤다. 두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먼저 ‘그린 버블’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많은 대기업이 신재생에너지와 그린 비즈니스 분야로 몰리면서 각 기업의 내공이 드러날 것이라는 점이다.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아직까지 절대 강자가 없는 미래 시장에 각 기업이 얼마나 과감한 투자를 하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 추진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는 항상 기업 간 격차가 역전되거나 더 벌어진다”며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삼성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초격차’를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 사이타마 대학의 다이토 에이스케 교수는 대기업의 형성과 발전, 쇠퇴를 다룬 『국제경영사』를 통해 “대기업이 왜 강력한 경쟁력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떤 대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우리나라 역시 녹색산업을 둘러싼 대기업 간 치열한 격전 속에서 경쟁 우열이 확인될 것이다. 또 하나. 국내 대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은 총수들이 직접 챙기는 사안이다. 시점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올해 국내 주요 기업이 신수종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액수만 80조원이 넘는다.그동안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현금을 쌓아놨던 대기업이 현실 가능한 ‘액션 플랜’을 속속 발표하고 곳간을 열면서 관련 중소기업으로도 돈이 흘러갈 전망이다. 일단은 대기업 협력사와 증시 수혜주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투자자라면 유심히 살펴야 할 포인트가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국내 대기업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변화가 있다.그동안 국내 대기업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사내에 부서를 만들거나 계열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소형 M&A(인수합병)나 직접 지분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보인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 기술력 있는 중소벤처를 찾으면 대기업 투자 봇물 속에 ‘금맥’을 캘 수도 있다.

2010.05.24 14:03

4분 소요
시설투자 관련 업체 몸값 오른다

산업 일반

올해 2월 기업설명회 자료를 토대로 한 주요 상장사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2조823억원이었다.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전년 같은 시기보다 46.7%가 늘어난 수치다.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수출 중심의 대기업 실적은 매출, 영업이익, 시장점유율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사상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여기에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업의 신규 투자가 줄어들면서 현금이 크게 늘어난 것. 이에 따라 올 초 대기업은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삼성과 LG, 현대·기아차그룹 모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가운데 정작 분주해진 것은 여의도 증권가다. 이른바 수혜주 찍기가 한창이다.삼성전자의 한 소식통은 “대기업 투자가 발표되면 수혜주 이름이 나오지만 모든 협력업체나 관계사가 관련된 것은 아니다”며 “무분별한 수혜주 선정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수혜주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은 대기업 시설 투자와 관련된 곳이 대부분이었다.여기에 대기업이 지분 투자를 했거나 공동으로 신규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곳의 이름도 올랐다. 올 초 현대·기아차그룹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 업체의 주가를 보면 대기업 투자 수혜주는 상당한 매력을 지녔다. 이름을 올린 3개 업체 모두 1월 5일 현대·기아차그룹의 10조5000억원 투자 계획 발표 직후 꾸준히 올라 5월 14일 최고점을 찍었다.최근 투자계획을 밝힌 삼성과 LG의 수혜주로 거론되는 곳들도 기초체력이 튼튼해 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5월 17일 삼성전자는 반도체·LCD 시설과 R&D 투자에 26조원의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단독 투자로만 49조원을 집행하겠다는 것.17일 삼성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화성사업장 메모리 16라인 기공식에는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회장이 참석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 여건의 변화도 심할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이런 시기에 투자를 더 늘리고 인력도 더 많이 뽑아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그룹에도 성장의 기회가 오고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감한 투자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같은 달 12일 발표한 신사업 투자는 10일 승지원에서 이건희 회장 주재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결정됐다. 투자 대상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5개 분야다. 삼성그룹은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5개 신사업에서 50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신규 고용창출 인원은 4만5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전지사업 분야에 총 6조원을 투자하고, 자동차용 전지 사업에는 5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LED 사업은 조명 엔진과 전장부품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8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 사업에도 각각 2조1000억원과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삼성·LG 두 달 새 70조원 투자계획 발표 삼성전자가 17일 발표한 반도체와 LCD 투자 계획을 보면 반도체에 11조원, LCD에 5조원의 시설투자를 하고 R&D에 8조원을 투자한다.반도체 부문은 차세대 메모리 제품 생산을 위해 신규라인인 16라인을 건설하고, 30나노 D램 양산을 위한 15라인 CAPA 증설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 투자도 기존 5조5000억원에서 9조원대로 확대할 계획이다.시스템LSI도 45나노 이하 공정을 적용하는 모바일과 디지털 TV,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조원대 투자를 추진한다. LCD 부문은 월 7만 장 규모의 8세대 LCD 신규라인을 중국 탕정사업장에 건설해 2011년 이후 있을 대형 LCD TV용 수요 증가에 대비할 계획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총 4개의 8세대 LCD 라인을 확보하게 된다.모바일디스플레이 부문은 탕정사업장에 2012년까지 2조5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AM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 라인을 건설하게 된다. 이를 통해 5.5세대 AMOLED 기판 기준으로 월 7만 장의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이는 TV용으로 AMOLED가 쓰이게 되는 데 대응하는 차원의 결정이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1차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은 시설투자와 관계된 협력업체다. 에버테크노, 로체시스템즈, 아토, 아이피에스, 참앤씨, 엘오티베큠, 한미반도체, 프롬써어티 이름이 거론된다.에버테크노와 로체시스템즈는 반도체 부문에서 웨이퍼를 분류해 옮기는 공정자동화 장비를 만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플라스마 화학증착장비와 원자층증착장비인 ALD를 만드는 아토, 아이피에스도 수혜주로 분류된다.반도체 원판 주변에 남아있는 물질을 제거하는 베벨에처를 만드는 참앤씨도 대량 수주가 예상된다. 드라이펌프를 만드는 엘오티베큠과 이송·절단장비인 스윙 플레이스먼트 제조업체인 한미반도체와 반도체 검사장비인 메인테스터를 만드는 프롬써어티도 삼성전자에 제품 납부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하나대투증권의 이정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LCD나 AMOLED 핵심 재료·부품업체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에이스디지텍, 한솔LCD, 제일모직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점쳤다. 이와 함께 그룹 신사업 수혜주로는 함께 사업을 진행 중인 에스에너지, 이수앱지스 등이 가장 먼저 꼽힌다.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삼성그룹과 협력 관계가 있으면서 장비나 재료, 공정상의 국산화 비율이 높아질 수 있는 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태양광, LED, 전지 분야의 경우 수입재료나 장비 관련 기업으로 자금 투자, 기술개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반도체·LCD 장비업체 수혜 헬스케어 관련기업인 인성정보, 유비케어, 나노엔텍, 인포피아 주가는 발표 당일 평균 10%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바이오와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인 이수앱지스가 두드러진다.LCD 투자와 관련해서는 루멘스, 필코전자, 네패스신소재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삼성물산과 태양전지 사업을 함께하고 있는 에스에너지는 당일 주가가 5% 이상 급등했다. 2차전지 수혜 기업으로는 에코프로, 넥스콘테크가 꼽힌다.LIG투자증권의 김영준 연구원은 “반도체, LCD, 태양전지 장비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해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화증권 서도원 연구원도 “피에스케이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라인 증설 계획이 공격적으로 전환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우리투자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부문 투자 수혜주로 아토, 피에스케이, 프롬써어티와 같은 후공정 장비업체, 소재 기업인 테크노세미켐, 소디프신소재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꼽았다. 또 디스플레이와 관련해서는 “TV 관련 부품과 전자소재의 수요 증가가 점쳐진다”며 “신화인터텍, 네패스신소재, 에스에프에이 등 업체가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LG그룹은 올해 1월 그룹 차원에서 중점육성 부문에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월 11일에는 신성장사업 부문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총 투자액수는 35조원에 달한다. LG그룹은 1월 시설투자 11조3000억원, R&D 투자 3조7000억원을 합쳐 모두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이는 지난해 LG그룹의 총 투자액 11조7000억원보다 28% 늘어난 규모다. LG 시설투자의 절반 이상은 LCD라인 증설, LED 칩, 태양전지, 이동통신 등에 집중 투입된다. R&D 투자도 2차전지·스마트TV·3D TV·스마트폰·바이오시밀러 등에 집중된다.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미 신년사에서 “5년,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사업판도를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반 기술을 육성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해 강력한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LG의 신사업 투자를 살펴보면, 2020년까지 20조원을 그린경영에 투자하겠다는 ‘그린2020’이 중심에 있다.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참석한 4월 사장단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신규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그린2020은 그린 사업장 조성, 그린 신제품 확대, 그린 신사업 강화 3대 사업으로 나뉜다.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R&D로 10조원, 녹색 제조공정 구축 등 관련 설비투자에 10조원이 투입된다.구본무 회장은 사장단회의에서 “경영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은 환경분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며 “외부 규제나 법규에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LG가 주도하는 그린경영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LG그룹이 1월 발표한 투자계획은 크게 스마트폰과 4세대(G) 휴대전화 등 차세대 휴대전화, 태양전지, LED, 3D, 바이오시밀러, 2차전지다. LG그룹 투자의 수혜주로는 스마트폰과 관련해 에이스안테나, 엠텍비젼, 신성델타테크, 이엘케이 등이 꼽힌다.LED 부문은 우리이티아이, 서울반도체, 바른전자 등이 꼽히고 있고, 태양전지 부문은 주성엔지니어링이 증권사 보고서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에이스안테나는 중계기나 휴대전화에 장착되는 안테나를 만드는 전문업체로 매출의 30% 이상이 LG전자 공급 물량에서 나온다. 신성델타테크는 휴대전화 커버, LED 모듈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LG전자·LG디스플레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현대차그룹의 1월 수혜주 여전히 올라 3D 기술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티엘아이, 아바코도 거론된다. 티엘아이는 LG디스플레이가 투자한 TV용 타임컨트롤러 개발기업으로 3D 디스플레이용 제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차전지 부문에서는 파워로직스, 넥스콘테크, 에코프로가 꼽힌다. 넥스콘테크는 하이브리드 버스용 배터리팩 개발에 들어간 업체다.현대·기아차그룹이 R&D와 시설 부문에 그룹 출범 사상 최대인 10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은 올해 1월 5일. 시설투자에 5조9000억원, 친환경차 개발 등 R&D에 4조6000억원을 책정했다. R&D는 하이브리드 차종 확대와 전기자동차, 연료전지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에 집중돼 있다.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역량을 제대로 갖추면서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 후광효과를 입는 기업 이름이 재거론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 초 보고서를 통해 현대·기아차그룹 투자의 수혜주로 한라공조, 성우하이텍, 평화정공을 꼽았다. 대기업 투자 수혜주의 현재 성적은 어떨까? 한라공조는 라디에이터, 히터, 에어컨 등 자동차 공조장치 업체다.이 회사는 현대차그룹이 투자계획을 발표한 1월 5일 1만2950원으로 장을 마쳤다. 현대차 투자 발표 직후부터 2월 초까지 주춤하던 주가는 5월 14일 1만755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할 때까지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5월 20일 현재 한라공조 주가는 1만5600원이다.노무라증권은 5월 20일 “현대 및 기아차의 해외 생산과 글로벌 OEM으로부터의 신규 계약 모멘텀에서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며 “지분 수입과 로열티에서 견조한 성장이 예상되며, 유럽 지역 OEM에서 주문도 곧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우하이텍은 1월 5일 종가 1만2200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도 5월 14일 2만6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할 때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5월 20일 종가는 1만7400원이다. 성우하이텍은 제네시스, 쏘울 후드 등 차체 부품을 만드는 업체다.대우증권은 5월 20일 매수 추천 의견을 내며 “현대차그룹과 이머징 마켓 성장을 대표적으로 공유하는 장기적 수혜가 예상된다”며 “해외법인으로 직수출하는 등 중소형 부품 업종에서 이익 규모와 수익성이 돋보이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철판, 특수강류 등을 공급하는 평화정공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1월 5일 7790원에서 5월 14일 1만36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20일 현재 1만700원이다. 재계 한 인사는 “대기업 투자의 수혜주가 테마주 형식으로 뜨고는 있지만 기본 실력이 있던 기업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오를 만한 곳이 오르는 것이지 대기업 투자를 직접 유치한 것도 아닌데 협력업체나 동종 업계가 모두 술렁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다.

2010.05.24 13:58

7분 소요
12시간 통화할 수 있는 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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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주 이튼타운 소재 밀레니엄 셀(Millennium Cell)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탕(Stephen Tang ·唐雄千)은 아무리 놀라운 무선 기술이 개발된다 해도 지금처럼 짧은 배터리 수명에 의존해야 한다면 별 소용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흔히들 책상 앞에 묶여 있는 것은 인터넷 접속 때문이 아니라 전력 때문이다. 탕은 “전선을 잘라내는 것이 밀레니엄 셀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술 개발 경쟁에서 배터리는 거북이 같은 존재였다. 최고 성능을 지녔다는 리튬 이온 배터리도 충전용량이 연간 평균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첨단 다기능 무선 기기가 필요로 하는 용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단위당 배터리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용량에는 물리적 한계가 뒤따른다. 하지만 탕의 해법은 간단하다. 현재의 배터리를 소형 수소연료전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수소연료전지로 전환할 경우 휴대전화 배터리 수명을 최대 4배까지 연장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종이성냥만한 수소연료전지로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이 큰 차세대 기기 개발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수소전지에 대한 열기는 매우 뜨겁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12억 달러를 수소전지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심은 주로 자동차용 연료전지에 집중돼 왔다. 탕이 애초 목표로 삼았던 것도 자동차용 연료전지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리하이 대학에서 화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까지 이수한 탕은 연료전지가 무선 기기의 동력원으로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관건은 크기와 무관하게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필요한 양만큼 배출하는 것이다. 밀레니엄 셀의 엔지니어들은 완벽한 저장매체가 될 수 있는 물질을 찾기 시작했다. 자동차 무게를 늘리지 않으면서 충돌시 대규모 폭발위험도 없는데다 차에 충분한 에너지도 공급할 수 있는 물질이어야 했다. 마침내 탄소의 가까운 친척뻘인 붕소에 주목했다. 수소화붕소나트륨(NaBH4)과 물을 1대 2로 섞은 1ℓ용액은 가솔린 1ℓ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탕이 개발한 소형 연료전지를 이용할 경우 휴대전화로 12시간 통화할 수 있다. 같은 크기의 리튬 배터리는 4시간에 불과하다. 일반 노트북의 경우 최장 8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 배터리로는 3시간을 넘기기가 힘들다. 탕이 개발 중인 연료전지는 기존 알칼리 건전지처럼 쓰고 난 뒤 버릴 수 있다. 화학반응으로 약간의 물과 불연성 물질인 붕사만 남는다. 탕에 따르면 휴대전화용의 가격은 1.5달러 정도가 될 것이다. 그는 붕소·수소 연료전지를 오는 2005년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과 한국 기업들도 고성능 소형 연료전지 개발에 한창이다. 지난 7월 일본의 NEC는 5시간 지속되는 배터리를 내년 안에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탕은 2005년에 수명이 2배에 달하면서도 더 안전하며 저렴한 배터리를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서두르는 게 좋을 듯싶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랭하기 직전인 2000년에 상장한 밀레니엄 셀은 현재 매출이라고는 거의 없는데다 분기마다 300만 달러를 소모하고 있다. 그러나 탕이 약속한대로 2005년까지 연료전지 상품화에 성공한다면 돈벼락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상 앞에 묶여 있어야 했던 수많은 화이트칼라들을 해방시킨 인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2003.10.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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