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0

'2000조 구독경제' 시장...2.0시대 온다[스페셜리스트 뷰]

유통

요즘 신문·방송·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가장 많이 보는 경제 관련 단어가 무엇일까. 아마도 ‘위기’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일 것이다. ‘경제위기’ ‘세대 위기’ ‘세계평화의 위기’ ‘정치적리더쉽의 위기’ 등 수없이 많은 위기와 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다음으로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인공지능’(AI)일 것이다. AI는 열풍을 넘어 뉴노멀이 되고 있다. 너도나도 AI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문가라고 한다. 우리는 AI라는 큰 파도를 보고 있다. 하지만 그 파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밀물과 썰물처럼 크게 오고 가는 파도처럼 말이다. 그 파도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바람·지진·기조력(달과 태양의 중력이 지구의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힘)이다. 파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더 큰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AI의 비즈니스모델(BM)과 수익원은 무엇인가. 질문을 바꿔 지금까지 구글이나 메타(페이스북) 등 플랫폼의 가장 큰 수익원은 무엇이었나. 바로 광고였다. 그럼 생성형 AI의 수익원도 광고인가. 2030년대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구독경제뿐이다.구독경제 시장은 생성형 AI 시장의 40배S&P는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8년 363억5810만달러(약 4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구독경제 시장이 연평균 18% 성장하며 2025년에 1조5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이 되면 구독경제 시장은 2000조원이 훌쩍 넘는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생성형 AI 시장 규모의 40배 이상이다. AI의 대명사인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약 75%가 구독료다. 지난 10월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 인터뷰에서 “올해 37억 달러(5조1171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약 28억 달러(3조8724억원)가 챗GPT 소비자 구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이미 구독경제는 거의 모든 BM의 상수이자 뉴노멀이 됐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총칭한다. 미국 리서치회사 가트너는 2023년이 지나면 전체 서비스의 75%가 구독화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우유·신문·잡지의 구독을 지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식품·옷·면도기·생성형 AI·가전제품 그리고 비행기 및 인공위성도 구독서비스 중이다. 사실상 1회성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것이 다 구독화되고 있는 것이다.구독경제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여러 편익을 제공한다. 합리적인 금액으로 편리하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의 호감도가 높다. 위기가 일상인 저성장 시대에 태어나 성장해 온 MZ세대는 ‘가성비’에 관심이 많다. 적은 금액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구독경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기업들이 구독경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정적 매출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독서비스 결제가 대부분 ‘선불’로 이뤄지는 만큼 기업이 위기 상황에 부닥쳤을 때 대응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실제로 구독경제 모델을 구축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선방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S&P500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를 기록했다. 반면 구독경제 기업들의 매출액은 12%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구독경제 회사들은 오히려 성장한 것이다. 구독경제 모델을 갖춘 기업들은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있고, 매출 감소까지 일정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불황에 대비하거나 불황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수도 있다.안정적 고객 확보와 마케팅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기업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1회성으로 판매할 때와 달리 반복적으로 매출이 생긴다. 매번 새로운 소비자를 찾기 위해 마케팅 또는 다양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 판매에서 구독서비스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구독경제는 싸고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하던 구독경제 1.0에서 스마트폰과 AI의 발전으로 맞춤형 구독서비스가 가능한 구독경제 2.0으로 진화했다. 필자는 구독경제 2.0 시대의 키워드로 ▲하이브리드 구독 ▲구독멤버십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 ▲강제구독 등을 제시해 왔다.기존 구독경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각각 따로 구독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구독하는 번들링(묶음판매) 식의 하이브리드 구독 시대다. 예를 들어 월 50달러짜리 구독서비스를 신청하면 아이폰이 새로 출시될 경우 아이폰을 바꿔주고 그 안에 포함된 음악, TV 등의 기능도 함께 구독하는 것이다. 필자는 자동차 역시 자동차 자체의 구독에서 자율주행, 차 안의 커넥티드 옵션 등 소프트웨어 구독으로 하이브리드화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른 업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곧 벌어질 것이다.서비스 경쟁력만 있다면 소비자들은 구독료를 58% 인상해도 이용한다. 최근 유통업계의 최강자인 ‘쿠팡’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쿠팡의 성장과 성공의 키워드는 새벽배송·OTT·음식배달 등으로 대표되는 ‘와우멤버십’이다. 와우멤버십은 구독멤버십의 교과서와 같은 ‘아마존프라임’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2004년 아마존이 시작한 아마존프라임은 현재 세계 유통 구독서비스 및 멤버십 구독경제의 롤모델처럼 여겨진다.사실 우리나라에서 통합멤버십을 지향하는 모든 구독멤버십이 아마존프라임을 모델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 서점에 불과했던 아마존은 ‘아마존프라임’ 구독서비스를 바탕으로 시가총액 1위를 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됐다. 아마존프라임은 월 12.99달러, 연간 119달러만 내면 이틀 안에 상품을 무료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는 멤버십 구독서비스다. 무료배달 외에도 스트리밍 음악·아마존프라임비디오·도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아마존의 경우 구독료만으로 얻는 수익이 연간 약 10조원에 달한다. 제이피 모건 발표에 따르면 연간 구독료가 119달러일 때 구독자는 약 784달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프라임 구독자는 무료배송·OTT·도서 대여까지 구독료 대비 약 6~7배의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구독료 대비 몇 배의 혜택을 구독자(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아마존에는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단순히 규모의 경제 또는 플랫폼화를 위한 모객 차원일까. 아마존프라임 가입자는 비회원보다 평균 4.6배 많은 돈을 사용해 아마존의 매출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아마존프라임 가입자의 40%가 아마존 사이트에서 연간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구독자(비회원)는 8%만이 1000달러 이상을 사용한다. 구독자가 고액을 소비할 확률이 약 5배 정도 높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구독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일반 고객보다 사이트에 많이 내방하고 객단가도 훨씬 높다. 모든 기업들이 구독멤버십을 앞다퉈 도입하는 이유다. 구독서비스와 사랑에 빠진 대한민국글로벌 구독·결제 전문업체인 방고(Bango)가 최근 동아시아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소비자는 매월 평균 구독서비스 이용 금액으로 30달러(약 4만2000원)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국내 소비자는 평균적으로 3.4개의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구독서비스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는 저렴하게 하다가 어느 정도 시장을 장악하면 구독료를 올린다. 구독플레이션이 시작되는 것이다. 필자가 22년에 ‘구독플레이션’ 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할 때만 하더라도 언론 및 대중의 관심도는 낮았다. 예를 들어 쿠팡은 지난 5월 와우멤버십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렸고, 티빙·유튜브·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역시 멤버십 가격을 20~40%가량 인상했다.쿠팡은 구독료를 인상했지만 매출·이익·고객매출이 오히려 늘었다.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0조6900억원(약 78억66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1146억원)대비 29% 증가한 1481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은 이런 성과를 가능케 한 것이 와우멤버십이라고 강조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로켓배송·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와우멤버십의 다양한 혜택과 가치를 알아가는 회원이 점점 늘고 있다”고 얘기했다. 올해 3분기 쿠팡의 활성고객은 2250만명으로 작년 3분기보다 11% 증가했다. 심지어 1인당 고객 매출은 43만2160원(약 318달러)으로 1년 전보다 8% 증가했다.구독멤버십을 통해 생태계를 선점한 기업에게 경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구독멤버십의 위력은 대단하다. 구독료를 인상해 구독플레이션이 온다 해도 우리는 구독을 해지할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사실상 소비자에게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강제구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자제품 역시 구독의 시대가 성큼 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미래 비전 1탄으로 ‘UP 가전 2.0’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주된 내용은 TV·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대형 가전제품 구독서비스를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공기청정기, 비데, 정수기 등은 여러 기업들이 ‘렌탈’이라는 이름으로 구독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LG전자도 그 중 하나였다.LG전자의 지난해 가전 구독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또 LG전자는 구독 사업 확대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1분기 매출(21조95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구독 관련 누적 매출은 이미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2030년 매출 100조원 달성을 위한 동력 중 하나로 구독 사업을 꼽았다. 삼성전자도 곧 구독경제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구독경제는 구독자를 락인하는 효과가 있다. LG전자가 구독 시장을 장악하면 삼성전자는 가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구독 시장 진출은 늦은 감이 있다. 구독 관련 상품 구성과 멤버십 혜택에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물론 구독서비스 확장에 따른 우려도 있다. 한 업종의 메이저 기업이 구독으로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강제로 구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구독료를 올려도 다른 대체재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구독서비스를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이 구독서비스 회사로 진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막을 수도 없다. 다만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사전적으로 대비할 필요는 있다.구독경제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즉 ESG를 실현하면서도 소비자와 상생 할 수 있는 유일한 BM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독 후 회수된 가전을 자사가 인증해 저렴하게 중고품으로 재판매 할 수도 있다. 신제품이 아닌 중고품 구독 상품으로 출시하면 소액으로 좋은 가전제품을 이용할 수 있게 돼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자원 및 환경보호 그리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구독경제 활용법이 무수히 많다.구독경제 2.0 시대는 결국 구독플레이션과 강제구독을 수반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업만 구독경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구독경제 시대에 걸맞게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양수겸장의 정책과 입법이 절실한 시기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이에게 미래는 그저 앞으로 지나갈 불행한 과거에 불과하다. 정부와 국회 및 산업계 그리고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연구교수)은_ 대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신사업개발·BM(브랜드매니저)혁신·밸류 업(Value Up) 등의 혁신 업무를 수행했다. 저서로는 <구독경제:소유의 종말>이 있다. 경제 전문가로 KBS1 및 TBS 라디오에서 ‘전호겸 교수의 경제인사이트’, ‘역발상 경제’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2024.11.17 10:03

8분 소요
쿠팡의 성공은 '구독경제의 승리'다

유통

최근 이커머스업계에서 큰 사달이 났다.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셀러)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애꿎은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큰 손해를 보는 것을 넘어 큰 위기에 빠져있다. 기업의 출혈 경쟁이 결국 실적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생존을 위협 중이다.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보면 쿠팡의 반전이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쿠팡 역시 티몬, 위메프처럼 소셜커머스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3사는 모두 가격비교로 손쉽게 플랫폼을 갈아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다만 쿠팡은 직매입을 통한 ‘로켓배송’ 및 물류 경쟁력 강화 등을 쿠팡의 미래 먹거리로 선택했고 티몬과 위메프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풀필먼트(3자 배송)와 D2C(소비자직접판매) 등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그리고 2024년 현재 각기 다른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쿠팡은 이 치열한 이커머스업계에서 어떻게 독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아마존이 이미 선보인 ‘구독경제의 마법’ 쿠팡의 성장 비결은 크게 ▲계획된 적자 ▲빠른배송 ▲멤버십으로 볼 수 있다.쿠팡은 글로벌 이커머스 아마존의 구독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을 벤치마킹해 쿠팡 ‘와우 멤버십’을 만들었다. 아마존은 전자서점에서 구독 멤버십을 통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004년 시작한 아마존 프라임은 구독서비스 및 멤버십의 롤모델처럼 여겨진다. 아마존 프라임은 구독료를 내면 무료배송, 스트리밍 음악, 아마존프라임비디오(OTT)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렇게 아마존은 상품 판매가 아닌 구독료로만 얻는 연간 이익이 약 10조원에 달한다. 제이피 모건(JPMorgan) 발표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연 구독료가 119달러(약 16만2000원)일 때 구독자는 약 784달러(107만5000원)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배송, 무료 OTT 등 구독료 대비 약 6~7배의 경제적 혜택을 받는 셈이다. 이처럼 구독료 대비 몇 배의 혜택을 구독자에게 제공하면 아마존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40%는 아마존 사이트에서 연간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회원은 8%만이 1000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구독자가 고액을 소비할 확률이 약 5배 정도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소비자는 록인(lock-in)돼 다른 플랫폼이나 회사로 이동하기 어렵게 된다. 또 아마존은 크로스셀링(cross selling) 및 업셀링(up selling) 전략도 펼치고 있다. 크로스셀링은 고객이 사려는 것과 관련된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게 만드는 교차 판매 전략이다. 업셀링은 구매를 앞둔 고객에게 보다 상위의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 판매 방법이다. 사이트 내에 유입된 고객들에게 할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물론 이 같은 구독경제 기반의 멤버십 전략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이미 여러 국내 기업들도 구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특히 여러 조사에 의하면 비구독자 대비 구독자가 물건을 살 확률이 약 2~7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쿠팡의 아성, 흔들릴 가능성 낮다8월 7일부터 쿠팡의 기존 구독자들에 대한 와우 멤버십 구독료가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2% 인상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 와우 멤버십 구독자는 약 1400만명이다. 이번 인상으로 쿠팡은 구독료로만 연간 1조3000억원을 벌어들이게 됐다. 물론 이는 구독료만 계산한 금액이다. 멤버십을 통한 크로스셀링, 업셀링 등을 계산하면 조 단위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이에 업계에서는 과연 쿠팡의 유료회원들이 다른 이커머스로 이탈할 것인지 관심이 높다. 신규 회원에 대한 구독료 인상은 이미 지난 4월에 이뤄졌다. 쿠팡이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기존 유통공룡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구독 멤버십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구독 모델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유통업체들은 구독료 인상에 따른 '탈쿠팡족'을 잡기 위해 구독 멤버십을 론칭하거나 할인해 주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쿠팡의 아성이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구독료를 올린다고 구독자가 우르르 이탈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의 구독 서비스는 더더욱 그렇다. 쿠팡이 구독료를 58% 인상했지만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 구독료를 42% 인상했다. 하지만 구독 해지 및 이탈과 관련된 이야기를 누구도 듣지 못했다. 유튜브의 대체상품이 현재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이다. 대체상품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구독료 인상 시 강제구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선택지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4월에 쿠팡은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미 구독료를 인상했지만 이용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쿠팡의 월간 이용자 수는 구독료가 오른 4월 3090만명에서 5월 3111만명, 6월 3129만명으로 늘었다. 쿠팡의 올해 2분기 월간 이용자는 전분기(9035만명) 대비 약 3.3% 증가했다. 심지어 같은 기간 쿠팡의 결제추정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와이즈앱 집계에 따르면 쿠팡과 쿠팡이츠의 지난 2분기 합산 결제추정금액은 14조65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쿠팡은 이미 쇼핑-OTT-배달 앱을 아우르는 구독경제 생태계를 만들었고 지금도 진화 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업종과 서비스가 쿠팡의 구독경제 생태계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 네이버, 컬리 등도 구독 멤버십 시장에 뒤늦게 들어왔지만 여전히 구독경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당장 쿠팡을 따라잡거나 이길 확률은 극히 낮다. 더 큰 구독 생태계를 조성하라구독 멤버십 후발 주자들에게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쿠팡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과의 오픈 콜라보를 통해 더 큰 생태계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쿠팡은 당분간 구독료를 인상하기 어렵다. 현재의 구독료에서 1~2번 더 구독료를 올리면 1만~2만원대가 된다. 이러면 구독자 이탈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다른 기업들은 그때까지 인고의 세월을 참아내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커머스 및 유통 기업들은 상호 협력 및 외부와의 오픈 콜라보를 통해 더 큰 구독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그룹사들은 내부에서 폐쇄적인 생태계를 만들려 하는 경향이 있어 오픈 콜라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쿠팡 와우멤버십은 향후 몇 년간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추격과 C-커머스의 영토 확장이라는 파고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이커머스 업계가 3년 이상의 기간을 투자해 다양한 오픈 콜라보로 매력적인 구독 멤버십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면 쿠팡 역시 왕좌에서 내려올 수 있다. 쿠팡과 국내 유통업체 그리고 C-커머스 간 경쟁의 관건은 멤버십 구독을 근간으로 하는 구독경제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연구교수)은_ 대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신사업개발, BM(브랜드매니저)혁신, 밸류 업(Value Up) 등의 혁신 업무를 수행했다. 저서로는 <구독경제:소유의 종말>이 있다. 경제 전문가로 KBS1 및 TBS 라디오에서 ‘전호겸 교수의 경제인사이트’, ‘역발상 경제’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2024.08.11 10:00

5분 소요
“월 1만원도 아깝다” 토종 OTT의 냉혹한 현주소[토종 OTT 생존전략②]

IT 일반

한국 OTT 산업이 성장 둔화 위기를 맞았다. 각종 시장조사기관이 내놓는 자료에선 올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OTT 서비스의 이용자 수 감소가 감지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수혜를 누린 OTT 서비스는 감염병 대응이 점차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열기가 한풀 꺾였다. 엔데믹과 함께 살아나던 소비심리가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막혀 다시 위축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가뜩이나 지갑을 닫는 고객이 늘고 있는데, 일부 OTT 업체들은 이용요금을 올렸다. 구글이 앱마켓의 외부 결제 링크를 막으면서 구글에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를 요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OTT 산업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하고 주가가 3분의 1 넘게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고육지책으로 경쟁사끼리 협업의 폭을 높이거나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미지수다. 가 구독경제 전문가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에게 국내 OTT 산업의 현주소를 물어봤다. 넷플릭스 역성장 쇼크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OTT 시장도 둔화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올해 시장 전체로 따져봤을 땐 플러스 성장을 하긴 할 거다. 파라마운트플러스가 티빙을 통해 한국 시장에 상륙했고, HBO맥스도 채비를 마쳤다. 새 플레이어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건 아직은 성장 산업이란 방증이다. 다만 중요한 변곡점을 맞긴 했다. 어떤 변곡점인가. 단기간에 ‘가입자 수 몇 배 성장’ 같은 폭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게 쉽지 않을 거다. 각각의 기업이 세워둔 가입자 중단기 목표치를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6년째다. 한국 OTT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하긴 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들어온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반응이 생각보다 잠잠하지 않았나. 시장을 뒤흔들 줄 알았는데,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다. 두 서비스는 확실히 명성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막상 가입하고 나니 볼 게 생각보다 없었던 거다. 두 서비스 모두 킬러 콘텐트가 부족했다. 한국 OTT 소비자가 냉정해졌다. 내가 지갑을 열었다면, 그만한 혜택을 충분히 누려야 한다. OTT 서비스 이용권을 하루 단위로 쪼개 파는 계정 공유 스타트업 페이센스를 둘러싼 불법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씁쓸한 일이다. 최근 국내 OTT 업체들이 페이센스를 두고 서비스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페이센스의 비즈니스는 OTT 플랫폼이 정한 이용 약관을 명백히 어긴 편법이다. 다만 왜 이 서비스가 국내에서 인기를 누렸는지는 업계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결국 고객이 월 1만원 안팎의 구독료를 투자하는 게 아깝다는 얘기다. 볼만한 소수의 콘텐트만 보면 되는데, 왜 계속 구독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페이센스 논란, 인기 누렸던 이유 살펴봐야 국내 OTT 서비스들은 현재 콘텐트에 큰돈을 베팅하고 있다. 볼 만한 콘텐트를 계속 공급하기 위해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콘텐트 투자 역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애초에 돈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좋은 콘텐트가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비결이 자본은 아니지 않나. 구독형 OTT는 가입자 수가 성장의 척도다. 이 숫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큰 위기일 텐데. 한국의 개별 업체는 위기 국면에 놓인 게 맞다. 투자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데 성장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서비스는 어떤 분야에서 특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특징도 없다. OTT를 보는 고객은 정해져 있고, 이들을 두고 뺏고 뺏기는 구독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샌 토종 OTT 업계도 적극적으로 전략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티빙은 파라마운트플러스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KT‧LG유플러스와도 공동전선을 펼친다. 왓챠는 완전히 탈바꿈한 새 플랫폼을 론칭할 계획이다. 시장을 뒤바꿀 만한 전략인지는 모르겠다. 파라마운트플러스는 티빙의 PIP(플랫폼 인 플랫폼) 방식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티빙 내 특별관을 만들었는데도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그 부담은 티빙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만 웃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처음 한국 시장을 두드릴 땐 국내 이동통신사의 PIP 방식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점점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만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위기를 타개하고자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기업도 있다. 냉정하게 판단해 보자. 전 세계에서 K콘텐트가 인기라지만, 이걸 보겠다고 지갑을 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기업이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 진출한 상황에서 한국 플랫폼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치솟는 물가도 OTT 서비스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구독경제의 특징은 한 번에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제품과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거다. 언뜻 가성비가 좋아 보이기에 인플레이션 국면이 꼭 불리한 건 아니다. 다만 물가가 올랐는데도 이용료를 올리는 게 어렵다는 점은 문제다. 이들 서비스의 가격 인상은 필수소비재 가격 인상보다 소비자 저항이 크다. 고객 입장에선 한 번 내고 마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꾸준히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 OTT 업체가 반등할 수 있을 만한 전략은 없을까. 넷플릭스의 대응을 눈 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이 회사는 넷플릭스닷숍을 오픈하고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 같은 파생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광고 없음’은 그간 넷플릭스의 정체성이었는데, 이를 버리고 광고를 단 저가 요금제 도입을 검토할 만큼 몸부림을 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가입자를 늘렸는데, 이 역시 본업인 이커머스에서도 뚜렷한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서비스도 구독료가 아깝지 않은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 당장은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다. 맞다. 이건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론 한국 기업 모두가 복잡한 이해관계를 초월한 연대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넷플릭스의 위상조차 뛰어넘는 토종 플랫폼이 나와야 소비자도 다시 OTT에 열광할 것이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2022.07.06 19:00

4분 소요
“가입도, 해지도 쉽다” 넷플릭스 쇼크가 흔드는 구독경제 신화

IT 일반

구독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둘러싼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시장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올해 들어 가입자가 감소했고, 향후 그 이탈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충격적인 발표는 OTT뿐만 아니라 구독 비즈니스를 향한 우려로 이어졌다. 넷플릭스가 파괴적 혁신의 아이콘이 된 건 구독경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덕분이었다. 구독경제 위기론에 힘을 싣는 사건은 또 있었다. 넷플릭스와 더불어 구독경제의 양대 아이콘으로 꼽히던 미국 홈피트니스 기업 펠로톤 역시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국 CNN의 구독형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인 CNN플러스는 최근 출시 한 달 만에 문을 닫았다. CNN플러스는 인기 언론인을 영입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 화려한 마케팅에 나섰는데도 하루 시청자 수가 1만명이 채 안 될 정도로 시장 반응이 차가웠다. 구독경제는 넷플릭스의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넷플릭스는 순식간에 빅테크 반열에 오르면서 구독이 기업과 고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구조란 걸 증명했다. ━ 흔들리는 구독경제의 아이콘 넷플릭스·펠로톤 고객 입장에선 정해진 금액만 내면 모든 콘텐트를 원하는 대로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넷플릭스는 고객 개인 취향에 맞는 상품을 꾸준하게 추천하면서 만족도를 더 끌어올렸다. 기업 입장에선 결제가 선불로 이뤄지는 만큼 정기적인 매출을 통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얼마나 팔릴지 모른 채 제품을 생산하던 기존 방식과 견주면 유통이나 재고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뚜렷했다. 넷플릭스식 구독 모델은 한국에도 전이됐다. 국내 OTT플랫폼이 유료 구독모델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건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위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신생기업은 저마다 ‘○○업계의 넷플릭스’를 자처하며 월 구독료를 받고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대기업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을 시작으로 SK텔레콤과 쿠팡 등 이커머스 서비스 강화에 나선 기업까지 일제히 구독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이들 기업이 구독서비스를 내세운 건 가입자 확대를 도모하고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였다. 연간 수조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된 넷플릭스처럼 말이다. 그런데 정작 넷플릭스가 성장 한계를 드러내자 이들의 계획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한국에선 구독을 주 수익으로 삼은 기업 중에선 흑자를 내는 기업이 많지 않다. 멜론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영업적자를 쌓고 있다. 넷플릭스와 경쟁 구도에 놓인 국내 OTT 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보자.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지난해 매출 2301억원, 영업손실 5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1802억원)보다 증가했지만, 그만큼 적자 폭(2020년 169억원)도 커졌다. 티빙 역시 매출이 2020년 154억원에서 지난해 1315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적자 규모를 키웠다(2020년 61억→2021년 762억원). 왓챠 역시 매출을 늘리면서 영업적자를 더 쌓았다. 월 구독료를 내면 다양한 종류의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288억원의 매출. 1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업 역시 매출과 적자 규모를 전년보다 늘렸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 리디셀렉트를 운영 중인 리디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거두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19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들 기업은 적자의 이유를 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한다. 당장의 적자를 개선하기보다는 사람을 끌어모아 시장을 장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면 이들 기업의 방향성은 옳지만, 내수시장이 좁고 금세 경쟁 서비스가 금방 등장한다는 점에선 언제 이 서비스가 돈줄이 될 지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구독을 통한 고객 유치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구독경제의 폐단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독경제는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구독이 쉬운 만큼 해지가 쉽다. 혁신이 없으면 언제라도 소비자는 떠난다. 단단해 보이는 락인효과는 새 플랫폼, 새 콘텐트의 등장으로 쉽게 깨진다. ━ 손실 감내하면서 가입자 확대 노리는 기업들 10년 넘게 성장만 하던 넷플릭스가 가입자 역성장을 겪게 된 것도 업체별로 뺏고 뺏기는 구독자 쟁탈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구독경제는 하나의 서비스를 선택하면, 다른 서비스의 구독 매력이 떨어지는 ‘승자독식’ 시장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콘텐트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변덕스러운 시장의 취향을 맞추려면 끊임없는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 구독자 수가 늘어나면 투자를 늘리는 게 문제가 없지만, 구독료를 계획대로 걷지 못하면 적자만 쌓인다. 구독서비스를 전개하는 국내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요즘 같은 시기엔 우리 같은 구독서비스가 가장 먼저 해지 대상에 오를 것”이라면서 “고객을 끌어 모으면서도 서비스 경험을 해치지 않는 방식의 새 수익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독경제의 혁신 아이콘 역시 지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무광고 원칙을 폐기했고, 펠로톤은 하드웨어 대여를 결합한 새로운 구독모델을 시험 중이다. 한국의 구독경제 생태계도 변화의 압박에 직면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4.30 12:00

4분 소요
OTT 시장 파티는 끝났다…넷플릭스의 역성장이 상징하는 것들

IT 일반

OTT 시장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업계 1위 넷플릭스가 심상찮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게 아니냐는 거다. 올해 1분기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20만명 감소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가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분기만 하더라도 828만명의 가입자를 추가했는데, 올해 들어 역성장을 기록했다. 수익의 근간인 가입자 수가 줄어들면서 실적도 주춤했다. 이 회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와 견줘 6.4% 감소한 15억9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전체 가입자 수가 2억명이 넘는 가운데 고작 20만명이 줄어든 건 언뜻 사소한 일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 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350달러 수준이던 이 회사의 주당 주가가 실적을 발표한 이후엔 200달러대 붕괴를 앞둔 건 이 때문이다. 주가가 700달러를 웃돌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이 회사의 미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잘 드러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엔 가입자 수가 최대 200만명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입자 감소 폭이 갈수록 더 커질 거란 얘기다. ━ 계속 성장할 줄 알았는데…충격의 가입자 감소 회사의 가입자 수 역성장이 비단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OTT 시장이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는 거다. 이런 비관론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넷플릭스는 OTT 산업의 선구자이자 스타였다. 오프라인 DVD 렌털 사업을 하던 이 회사는 2007년에 OTT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고 10년 만에 2억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그사이 신흥 5대 빅테크를 뜻하는 ‘FAANG(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일원이 됐다. 이 회사의 성장 방정식은 남달랐다. 벌어들인 돈의 상당한 비중을 콘텐트를 제작하는데 투자했다. 그리고 이 콘텐트를 넷플릭스에서만 독점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오리지널 콘텐트를 통해 ‘락인 효과’를 꾀하기 위해서다. 볼 만한 콘텐트를 늘려 더 많은 가입자를 모으고 매출을 끌어올리면, 콘텐트에 투자하는 비용도 덩달아 늘렸다. ‘콘텐트 투자→콘텐트 흥행→가입자 증가→매출 증가→콘텐트 투자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가 매년 이어졌다. 특히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작과 함께 더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까닭이다. 이 회사는 2020년에만 37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새롭게 확보했다. 상황이 바뀐 건 전 세계적으로 방역 조치 강도가 한풀 꺾인 지난해부터였다. 2021년 1분기엔 398만명이 넷플릭스에 새롭게 가입했는데, 1580만명이 순증했던 전년 1분기와 비교하면 둔화 폭이 상당했다. 2분기에 추가된 가입자 숫자도 154만명에 불과했다. 이 역시 2020년 2분기 순증 실적(1010만명)과 견줘보면 형편없이 줄어든 수치였다. 4분기의 가입자 순증도 전년과 비교해 낮았다. 이 기간 넷플릭스에서 볼 게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이 회사는 콘텐트 투자 규모를 새롭게 경신했다. 그런데도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했다. 넷플릭스는 올해에도 역대급 콘텐트 투자를 공언했는데, 되레 가입자 수가 줄었다. 콘텐트 투자를 늘리는 게 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지던 선순환 고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선순환 고리에 의지하고 있는 건 넷플릭스만 아니다. 전통의 미디어 공룡 기업과 빅테크 기업이 OTT 시장에 뛰어들었고, 넷플릭스의 전략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디즈니플러스와 HBO맥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오리지널 콘텐트를 기반으로 빠르게 세를 늘리며 넷플릭스식 성장 방식을 쫓았다. 자금을 쏟아 독점작을 확보하고, 여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콘텐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점유율 높이기에 집중했다. 이들 기업도 콘텐트에 투자하면 유료 가입자 확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 거란 선순환 고리를 믿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식 선순환 고리 붕괴의 이유는 가입자 포화 현상이 두드러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선 넷플릭스의 경쟁 서비스가 존재감을 크게 드러냈다.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모았고, 워너브러더스의 OTT인 HBO맥스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았다. OTT 시장이 각자 고유의 영역을 지켜가며 시장을 더욱 키워나가는 ‘플러스섬’일 줄 알았는데, 가입자가 모일 대로 모인 포화 시장에선 정해진 파이를 나눠 먹는 ‘제로섬’ 게임이 됐다. ━ OTT 시장의 치열한 제로섬 게임 콘텐트 투자가 항상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넷플릭스의 실적이 시사하자 경쟁 기업의 주가도 흔들렸다. 넷플릭스가 실적을 발표한 날엔 월트디즈니컴퍼니, 워너브라더스, 파라마운트, 스포티파이 등 다른 미디어 업체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기존의 수익모델과 생태계론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넷플릭스도 기존의 경영 방침을 과감히 수정할 계획을 밝혔다. 그간 광고도 없이 오로지 콘텐트로만 승부를 했던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콘퍼런스 콜에서 “광고 기반 요금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하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가족 이외의 사용자에게 계정을 공유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해왔지만, 앞으론 가족 이외 계정 공유도 제한할 계획이다. 성장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도 찾고 있다. 바로 게임이다. 플랫폼 내 게임을 출시하고, 게임회사를 줄줄이 인수했다. 콘텐트 투자를 통해 가입자 수를 끌어올려 매출을 늘리는 게 여의치 않자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경쟁 사업자가 난립하고 막대한 투자가 당연시되면서 이제 넷플릭스의 지난 10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OTT시장에서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넷플릭스가 게임, 이커머스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계정 공유를 제한하면서 수익성 제고에 힘을 쏟는 것도 시장의 무한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4.30 09:46

4분 소요
“초기 넷플릭스도 그랬다”…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안착하려면?

IT 일반

디즈니플러스가 ‘먹을 게 없는 소문난 잔치’로 전락했다. 한국에 상륙하자마자 이용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에이지웍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의 출시 첫날 DAU는 59만3066명이었는데 15일 49만6151명으로 줄었고, 21일엔 40만명대가 무너진 39만9426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쟁사인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정반대의 곡선을 그렸다. 디즈니플러스가 출시된 12일 300만명 초반대였던 넷플릭스의 DAU는 17일 반등해 21일 400만명대에 육박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월 9900원의 저렴한 구독료에 방대한 자체 콘텐트 라인업을 바탕으로 국내 OTT 시장을 삼킬 서비스로 평가 받았다. 그런데도 초반 흥행몰이에 실패한 원인은 여러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불편하단 불만이 숱하다. 화면 잠금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전반적인 플랫폼 완성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오역이 발견되거나 직역투의 번역이 만연한 점도 사용자 초기 이탈의 원인으로 꼽혔다. 유저가 좋아할 만한 유사한 콘텐트를 함께 드러내는 큐레이션 기능도 경쟁사 서비스와 견줘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미 극장에서 걸린 영상이 많아 생각보다 찾아볼 만한 콘텐트가 적다는 비판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즈니플러스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세지 않을 거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자리 잡긴커녕 그저 그런 OTT 플랫폼 중 하나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는 “불편한 UI나 오역 같은 이슈는 기술적인 문제로 금세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라면서 “디즈니플러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2년간의 서비스 경험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빠른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만 하더라도 한국 시장 진출 초기엔 디즈니플러스와 비슷한 이유로 홍역을 겪었다. UI가 불편하고, 오역이 많고, 생각보다 볼만한 콘텐트가 많지 않다는 뼈아픈 평가였다. 넷플릭스가 2016년 1월 한국에 처음 문을 두드리고 2년이 지났음에도 유료 구독자 수가 40만명(와이즈리테일 조사‧2018년 2월 추정치)에 머물렀던 이유다. 하지만 앱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옥자’, ‘킹덤’ 등의 한국 입맛에 맞는 독점 콘텐트를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금은 한국 OTT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됐다. 디즈니플러스도 UI를 개선하고 자막 품질을 끌어올리면 넷플릭스처럼 승승장구하게 될까. 낙관하긴 어렵다. 전호겸 교수는 “극장 문화와 OTT 시청 문화엔 여러 차이점이 있는데, 디즈니플러스가 스크린에나 걸릴 법한 콘텐트를 중심에 두면서 한국 소비자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체적으로 보유한 IP가 방대하긴 하지만 다양한 외부 스튜디오의 콘텐트 숫자가 적은 건 디즈니플러스의 약점인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디즈니플러스를 두고 ‘먹을 게 없는 소문난 잔치’로 단정 짓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한국 진출 시장 초기 넷플릭스가 그랬듯, 천천히 발톱을 세울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디즈니플러스는 여전히 고품질의 매력적인 콘텐츠가 즐비하고, 전 세계 유료 가입자 1억명을 단숨에 확보한 강력한 플랫폼이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11.30 14:40

2분 소요
“대규모 투자 능사 아니다” … 미디어 공룡 맞설 새 무기 찾아야

IT 일반

디즈니플러스 효과가 국내 OTT 시장의 지형을 완전히 바꿀 태세다. 11월 출시를 앞두고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꺼내 들었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구독료는 월 9900원, 연간 9만9000원이다. 화질, 해상도, 접속 인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경쟁 서비스와 달리 단일 요금제를 운용한다. 하나의 계정으로 7명까지 사용할 수 있고, 동시 접속자는 최대 4명까지다. 당장 한국 OTT 서비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플랫폼 구축에 사활을 건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공룡기업과 시장 파이를 나눠야 하는데, 이미 1위 자리는 넷플릭스가 석권한 상태다. 와이즈앱이 국내 OTT 서비스 사용자 수를 조사한 결과, 넷플릭스의 월 이용자 수는 910만명(7월 기준)에 달했다. 웨이브(319만명), 티빙(278만명), 왓챠(151만명), 시즌(141만명) 등을 압도하고 있다. ━ 국내 OTT 서비스 대규모 투자 예고했지만… 여러 개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 구독’이 유행이라지만, 구독하는 서비스 숫자를 무한정 늘릴 순 없다. 1만원 안팎의 월 구독료가 계속 쌓이면 큰 부담이 된다. 소비자가 OTT에만 월 구독료를 내는 것도 아니다. 음원, 전자책뿐만 아니라 각종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구독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국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트를 갖춘 몇 개의 OTT가 소비자 선택을 받을 텐데, 디즈니플러스는 이 선택지를 추릴 가장 강력한 플랫폼으로 꼽힌다. 국내 OTT 업계는 “콘텐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토종 OTT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OTT 업계도 제작 역량을 쌓아왔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 기호를 겨냥한 콘텐트를 쏟아내면 디즈니플러스에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몇몇 인기 IP에 의존하는 디즈니플러스의 확장성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유명 플레이어가 진입하는 만큼 전체 OTT 시장의 확대를 기대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미 OTT 플랫폼을 운영 중인 주요 기업들은 수천억원 규모의 콘텐트 투자를 계획했다. 독점 콘텐트를 확보해 다른 OTT를 따돌리고 경쟁상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투자를 늘렸는데 유료 고객 확보가 더디면, 실적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과점 플랫폼으로 성장할 때까지 버티는 경쟁에서도 앞서기 어렵다. 당장 내수 시장을 움켜쥔 넷플릭스만 해도 시가총액 2809억 달러(약 334조원)에 이르는 공룡 기업이다. 올해 2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디즈니플러스를 운영하는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넷플릭스보다 덩치가 크다. 시가총액만 3172억 달러(약 377조원)에 달한다. 언제든 세계 각지의 알짜 콘텐트를 포식할 실탄을 갖춘 기업들이다. 대규모 콘텐트 투자가 항상 강점이 되는 것도 아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창작자의 재능에 제작 현장을 온전히 맡기는 넷플릭스처럼 국내 토종 OTT가 자본과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콘텐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오히려 대규모 투자에 따른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다간 플랫폼의 장기적인 성장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대비 수익률 지표를 마냥 무시할 순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내 OTT 업계도 사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호겸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서울벤처대학원대학)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콘텐트가 글로벌 플랫폼에 몰려있는데도 지금처럼 비슷한 요금제로 경쟁해선 소비자가 토종 OTT에 순순히 지갑을 열리가 없다”면서 “콘텐트를 자체 제작하고 해당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게끔 소비자를 묶는 넷플릭스식 성장 전략을 모두가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 구독료 낮춰 경쟁력 갖춘 OTT 서비스도 참고해야 전 센터장은 “영상을 돈 내고 보는 데 저항감이 있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콘텐트나 요금제를 내놓거나, 글로벌 사업자가 건드리기 어려운 틈새 장르를 공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구독료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 가령 쿠팡플레이는 적은 구독료(월 2900원)로 쿠팡의 로켓배송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게 해 유료 구독의 거부감을 낮췄다. 실제로 해외에선 영상 시청 전후의 광고를 통해 수익을 버는 OTT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폭스가 운영하는 OTT 서비스 투비(Tubi)가 대표적이다. 투비 이용자는 광고를 봐야 하지만, 무료로 콘텐트를 누릴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선 유튜브 역시 광고형 OTT로 볼 수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채 서비스를 론칭한 플랫폼도 있다. 애플이 운영하는 애플TV플러스의 미국 요금제는 월 4.99달러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요금제 선택지를 넓힌 곳도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또 다른 OTT 서비스 훌루는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를 낮춘 요금제(월 5.99달러)를 선보였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2021.10.08 09:00

4분 소요
디즈니플러스 한국 상륙, 당신은 어떤 OTT를 해지하겠습니까

IT 일반

넷플릭스(1만4500원), 웨이브(1만3900원), 티빙(1만3900원), 시즌(1만3200원), 왓챠(1만2900원), 쿠팡플레이(2900원), U+모바일tv(9900원)…. 한국에서 운영 중인 주요 OTT 서비스를 최고 해상도로 볼 수 있는 요금제로 모두 구독한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에 총 8만1200원이 소요된다. 1년이면 97만4400원, 적지 않은 비용이다. 11월 출시를 앞둔 디즈니플러스(9900원)까지 추가 구독하면 연 109만3200원을 내야 한다. 이 밖에도 유튜브 프리미엄(1만450원), 부분 유료 콘텐트를 운영 중인 카카오TV 등을 더하면 지갑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 국내 이용자 평균 1.3개 OTT 서비스 구독 물론 실생활에선 이런 비용을 다 내는 이용자를 찾기 어렵다. 각각의 OTT가 서비스하는 콘텐트 분야가 방대하고 종류도 다양해 ‘멀티 구독’, ‘교차 구독’이 유행하고 있지만, 앞서 살펴봤듯 모든 OTT를 한꺼번에 구독하면 지출이 만만치 않아서다. 업계에선 통상 2~3개의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콘텐트를 누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OTT 이용자는 평균 1.3개의 서비스를 구독(2019년 11월 기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OTT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가정 역시 구독하는 OTT는 평균 2.8개로 추산됐다(스태티스타 조사). 딜로이트의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47%가 “구독 서비스의 수를 늘리는 걸 미루고 있다”고 응답했다. 더 많은 서비스의 구독이 항상 더 많은 만족도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국내 OTT 시장의 성장한계를 보여준다. 업체별로 뺏고 뺏기는 구독자 쟁탈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서비스를 선택하면, 다른 서비스의 구독 매력이 떨어지는 ‘승자독식’ 시장인 셈이다. 국내 OTT 시장의 경쟁 구도는 11월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상륙을 계기로 새롭게 짜일 전망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픽사,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인기 IP를 바탕으로 지난 2분기 1억1600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다. 넷플릭스(2억900만명)에 이어 글로벌 OTT 중 두 번째로 많은 가입자 수다. 디즈니플러스의 콘텐트는 국내에서도 충성도가 꽤 높다. 한국에선 월 이용료는 9900원, 아이디 하나로 최대 4명까지 동시접속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2~3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 소비자가 디즈니플러스를 추가로 구독하기 위해선 나머지 서비스를 해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입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선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 시장의 경쟁력은 질 높은 오리지널 콘텐트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로 갈린다. 해당 플랫폼에서만 독점적으로 볼 수 있어야 ‘락인 효과(lock-in effect)’를 노릴 수 있어서다. 국내 OTT 사업자 역시 이 효과를 절감하고 독점 콘텐트 투자에 사활을 걸었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은 2025년까지 5조원 투자를 공언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운영하는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콘텐트 제작에 쏟는다. 시즌을 운영하는 KT는 2023년까지 ‘4000억원+α’ 투자를 예고했다. 독점 콘텐트는 자체적으로 제작해야 하므로 막대한 실탄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런 투자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다. 기본적으로 구독경제 비즈니스는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 ‘전환 비용’이 없다. 혁신이 없으면 언제라도 소비자가 떠나갈 수 있다. 견고해 보이는 오리지널 콘텐트의 락인효과는 새 플랫폼, 새 콘텐트의 등장으로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결국 계속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콘텐트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OTT업계 관계자는 “업계 최강으로 꼽히는 넷플릭스도 ‘D.P’, ‘오징어게임’ 등이 흥행하기 전인 올해 상반기엔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면서 “콘텐트 투자에 잠깐이라도 소홀하면 소비자가 언제든 구독을 해지할 수 있는 게 이 시장의 냉정한 논리”라고 설명했다. ━ 국내 OTT 서비스 적자 벗어나기 어려울 듯 토종 OTT 업체들은 ‘K콘텐트 한류 열풍’을 노리고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해외에서 경쟁할 토대를 갖춘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게 현실이다. 내수 시장에서도 토종 OTT 대부분은 글로벌 업체와 견줘 콘텐트 경쟁력이 높지 않다. 이제 막 독점 콘텐트를 하나둘 선보이는 단계다. 특히 좁은 시장과 부족한 자원 등을 고려하면 토종 업체가 콘텐트 투자 실적으로 글로벌 기업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건 불가능하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로 이들 업체가 지금의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는 게 더 요원해졌다는 얘기다. 전호겸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서울벤처대학원대학)은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같은 파격적인 콘텐트에 수백억원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이미 막대한 수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징어게임이 지금 같은 흥행 가도를 밟지 못했더라도 넷플릭스엔 별 타격이 없었겠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는 토종 OTT가 이런 투자를 벌이고 실패했다면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10.06 14:19

4분 소요
[진화하는 구독경제] 24시간 건강검진에 茶도 車도… 구독 실험 확산

헬스케어

월정액 내고 정기적으로 상품·서비스 이용… 내년 세계 구독 서비스 시장 630조원 전망 구독(購讀)은 과거 책이나 신문을 사서 읽는다는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월정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특정 상품(혹은 서비스)을 사용하는 행위 전체를 뜻하는 단어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 부른다. 구독 서비스 자체는 전통적인 산업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 생활에 녹아 있었지만,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스마트 기기의 확산 등 새로운 산업이 접목하면서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기업은 구독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낸다.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이 주는 효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콘텐트와 소비자가 만나는 방식으로 떠오른 구독(購讀)이 유통에 굉장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최근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최근 확산하는 ‘구독 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구독 서비스는 유통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계에는 무엇보다 구독 서비스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가 모든 산업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송용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구독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의료 분야 등에도 속속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며 “머지 않아 산업계 전반의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구독 서비스가 자리를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구독경제지수 가파르게 상승 중 구독 서비스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구독경제지수(Subscription Economy Index)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 지수는 미국의 결제·소프트웨어 기업이자 구독경제 창시기업인 주오라가 개발한 것으로, 구독 서비스의 증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지표다. 이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매출액은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평균 18.2% 상승했다. 이 기간 구독 서비스 매출 성장률도 18.2%로, 미국의 S&P500 지수의 매출 성장률(3.6%)과 미국 소매 매출 인덱스 성장률 3.2%보다 5배가량 높다. 신규 구독 가입자 순증가율은 연평균 15.4%를 기록 중이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도 미국 소매업체의 구독 서비스 기반 매출 규모가 2011년 5700만 달러에서 2018년 3월 기준 29억 달러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는 내년 전 세계의 구독경제 시장이 5300억 달러(약 63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의 야노경제구연구소는 지난해 5627억 엔(약 6조1700억 원)이었던 일본의 구독경제 시장이 2023년에는 8624억 엔(약 9조5000억 원)으로 연평균 8.9%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세계에서 구독 서비스가 가장 잘 발달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에는 구독 서비스의 대명서가 된 ‘넷플릭스’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존재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병원 포워드는 월 149달러에 24시간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이 서비스는 노인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과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거물이 이 병원에 1억1000만 달러를 투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그런가 하면 신생 면도기 판매 업체인 달러 쉐이브 클럽은 구독 서비스를 앞세워 미국 면도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 회사는 월 1달러에 면도날 5개를 정기 배송한다. 사업은 간단해 보이지만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120년 전통의 세계적인 면도기 회사 질레트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스타트업 큐롤로지는 고객의 피부 상태를 화상통화로 진단한 뒤 매달 ‘나만의 화장품’을 보내준다.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구독경제 시장인 일본에서는 최근 먹는 것과 관련된 구독 서비스가 인기다. 도쿄의 술집체인인 유유는 월 3000엔만 내면 술을 무제한 마실 수 있다. 도쿄의 커피체인 커피 마피아도 월 3000엔에 무제한으로 커피를 마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월평균 고객 방문율이 20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주거마저 구독하고 있다. 거주지를 여기 저기 자주 옮겨다니는 일본의 ‘도레스호퍼족’을 겨냥한 하프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월 8만2000엔을 내면 나가사키에 있는 하프 숙소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이 숙소에는 카페와 사무공간도 있어 주거뿐 아니라 업무 공간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프는 나가사키뿐 아니라 도쿄·요코하마·오사카·후쿠오카에도 지점을 준비 중이다.미국·일본에 비해 아직은 시장이 크지 않지만 한국에서도 구독 서비스가 점차 확대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현재 구독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한 신생 기업만 300여 곳에 이르는 곳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상품은 주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생필품(셔츠·양말·면도날 등)이다. 매번 구입하거나 세탁하는 데 번거로움을 느끼는 이른바 ‘귀차니즘’ 아이템이다. 미술작품도 구독하고, 원작 가격의 1~3%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그림을 대여해주는 오픈갤러리도 등장했다. 작가에 대한 설명이 담긴 잡지가 함께 배달되고, 전문 큐레이터가 설명해주기 때문에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최근에는 카페 업계가 구독 서비스 실험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프리미엄 티 브랜드 오설록은 최근 차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을 선보였다. 차 문화에 입문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매월 오설록이 추천하는 차, 다구, 소품 등을 함께 큐레이션(Curation) 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다. 오설록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도 녹차, 홍차를 비롯해 발효차, 블렌디드 티 등 수많은 종류의 차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어떤 차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지 선택과 시작을 어려워하는 고객이 많다”며 “이 같은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고 차 문화 입문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 온라인에서 시작해 의료·통신 업계로 확산 앞서 2013년 온라인 커피 구독 서비스에서 시작된 ‘빈브라더스’의 성공 이래 카페 업계는 연이어 구독 서비스 실험에 나서고 있다. 스페셜티 전문 브랜드 커피리브레도 매주 로스터가 추천하는 다른 종류의 커피 원두를 배송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네스카페 또한 ‘캡슐 투 도어’라는 이름의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6월에는 GS25가 운영하는 카페25도 커피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최근에는 통신사까지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최근 디지털 콘텐트, 쇼핑, 생활 혜택을 모두 제공하는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인 올프라임(AllPRIME)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과 경험 관리를 바탕으로 구독 서비스가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속옷회사인 아도르미는 AI를 통해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한 뒤 각 고객에 알맞은 속옷을 정기 배송하고 있다. KT는 AI가 소비자의 얼굴 표정을 분석한 뒤 감정 상태에 따른 최적의 콘텐트를 추천하는 기능을 갖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도 최근 구독형 음악 서비스 바이브에 AI 기반의 ‘자동 추천 재생’ 기능을 선보였다.전 세계에서 구독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IT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시대가 활짝 열린 덕분이다.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넷플릭스는 수만 개가 넘는 동영상 콘텐트를 확보한 뒤 소비자에게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서비스 자체가 불가한 구조다. 소비 패턴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소비 트렌드가 ‘제품’보다는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구독경제 확산의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소유보다는 경험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테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과거에는 ‘자동차’라는 제품 자체였다면, 지금은 자동차가 주는 ‘운송 서비스’인 것이다. 주오라의 창업자 티엔 추오 “구독 서비스는 사업 모델을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 제품→서비스, 보유→이용으로 트렌드 변화 ‘경제적’도 한몫하고 있다. 넷플릭스만 해도 소비자가 각 영상을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달 구독료를 받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구독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전호겸 고려대 회사법센터 연구원은 “회사는 재구매율을 높여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소비자는 갈등 등 의사결정 비용을 줄여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1인 가구의 증가와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것도 구독경제의 판을 키우고 있다. 11월 미국 데이터분석 플랫폼인 페이먼트(PYMNTS)가 구독 서비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세대별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전 분야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이용률이 높았다. 동영상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82.9%로, 시니어(37.3%)나 베이이부머(53.6%) 세대를 크게 앞질렀다.산업계는 구독 서비스가 모든 산업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2023년에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트너는 “현재 70% 이상의 기업이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미래산업팀도 최근 ‘구독경제:사업 모델의 뉴트로 열풍’ 보고서를 통해 “산업별로 속도는 다르지만 구독 서비스 모델이 전 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던 단선형의 가치사슬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가치사슬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티엔 추오도 올해 발간한 저서 에서 “구독 모델은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업계를 관통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연구위원은 “제품의 효용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소비 경향이 굳어지고 있고, 기업은 고객 확보를 통한 수익 창출은 물론 고객 취향 파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구독경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19.12.15 08:59

7분 소요
[영역 넓어지는 구독경제] 영화·음악은 물론 커피·차량까지 ‘구독’

Check Report

공유에서 월정액 내고 구독으로… 전통산업, 정보통신기술 만나 새로운 서비스로 직장인 이수진(43·여)씨는 요즘 넷플릭스에 푹 빠져 있다. 출·퇴근 때는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이 회사는 월정액을 내면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는 다르지만, 신문을 정기구독(購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를 ‘구독’이라고 부른다. 이씨가 직장이나 일상생활에서 구독하는 상품은 넷플릭스뿐만이 아니다. 전통적 구독 상품인 신문에서부터 음악이나 인기 유튜버의 동영상은 물론 화장품까지. 모두 월정액을 내고 매일, 혹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다. 이씨는 “해당 상품을 개별로 살 때보다 월정액을 내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편리하다”고 말했다.구독은 책이나 신문을 사서 읽는다는 의미의 단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씨처럼 월정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특정 상품(혹은 서비스)을 사용하는 행위 전체를 뜻하는 단어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독 자체는 전통적인 산업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 생활에 녹아 있었지만,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스마트 기기의 확산 등 새로운 산업이 접목하면서 구독경제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만든 기업 주오라(Zuora)에 따르면 구독기반 산업의 매출은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S&P500) 기업 매출보다 약 8배, 미국 소매업계 매출보다 약 5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기업은 구독자를 통해 지속해서 수익을 낸다.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이 주는 효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오라의 창업자 티엔 추오(TienTzuo)는 “유행처럼 번졌던 공유경제를 넘어 이제는 구독경제로 향하고 있다”며 “구독경제는 사업 모델을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 전문가들은 구독경제의 사업 모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구독 방식에 따라 ▶무제한 이용 모델 ▶정기배송 모델 ▶렌털 모델이다. 대표적인 무제한 이용 모델로는 ‘넷플릭스’가 꼽힌다. 넷플릭스는 월정액을 내면 영화와 드라마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시장에서 통용되던 모델이 영화와 같은 영상 콘텐트를 내려받아 소유하는 형태였다면, 넷플릭스는 스트리밍(streaming·인터넷에서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을 통해 소유하지 않는 대신 적은 돈을 내고 더 많은 콘텐트를 볼 수 있다. 2009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 1억500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정액으로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멜론 등도 대표적이다.최근에는 애플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3월 25일부터 월 9.99달러에 동영상 스트리밍(애플TV 플러스), 뉴스(애플뉴스 플러스), 게임(애플 아케이드)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중 애플뉴스 플러스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미국의 200여 개의 신문·잡지를 볼 수 있는데, 이용료는 다른 구독 상품과 마찬가지로 월 9.99달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출시 이후 이틀간 20만 명이 가입했다. 이 같은 무제한 이용 모델은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순간에 어디서든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기로 원하는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정기배송·렌털 모델은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미국의 버커킹은 월 5달러를 내면 매일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주는 상품을 내놨는데, 일종의 정기배송과 같은 식으로 커피를 ‘구독’하는 형태다. 같은 형태로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인 데일리샷이 월 9900원에 매일 한 잔의 술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강남·신촌 등지의 술집에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월 9.99달러에 뉴욕 맨해튼의 수백 개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 잔씩 마실 수 있도록 한 스타트업 후치는 2017년에만 200만 달러(약 22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에서도 월 3000엔(3만원)에 술을 무제한 제공하는 술집이 성업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구독경제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국내 스타트업만 300여 곳에 이른다.제약업계도 최근 정기배송형 구독 상품을 내놓고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헬스케어 기업인 사노피-아벤티스는 최근 미국 내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 치료제를 월 99달러에 정기 배송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인슐린 밸유 세이빙 프로그램’(Insulins Valyou Savings Program)으로 환자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펜·바이알류를 매월 최대 10박스까지 제공한다. 인슐린을 균일가에 공급해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 줄 전망이다. 앞서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의 자회사 아세구아테라퓨틱스는 루이지애나주와의 C형 간염 치료제 공급 계약을 구독 형태로 체결해 업계의 반향을 일으켰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뇨병이나 간염 같은 만성 질환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환자 부담이 큰 편”이라며 “이를 구독 상품화한다면 판매량도 늘리고 환자 부담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오프라인 구독 상품도 빠르게 늘어 정기배송은 유통망이 필수인 만큼 이미 유통망을 갖춘 기존의 유통업체도 구독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원홈푸드의 온라인 반찬마켓 ‘더반찬’이 최근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매번 제품을 주문할 필요 없이 매일 다르게 구성된 식단 목록을 보고 원하는 날짜의 상품을 일괄 선택해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도 정기배송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약 3년 전부터 생필품을 중심으로 정기배송을 도입했다. 당시 육아용품인 기저귀 정기배송을 도입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주기적인 물품 배송으로 충성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작용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월마트가 어린이를 위해 계절마다 취향에 맞는 옷을 배달해주는 온라인 스타일링 서비스 키드박스(Kidbox)와 제휴해 어린이 의류 구독 상품을 선보였다.렌털형 구독 상품으로는 차량이 대표적이다.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소유 욕구가 강해 구독 상품이 먹혀들 것 같지 않지만 이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의 슈퍼카브랜드인 포르쉐는 2017년 월 2000달러를 지불하면 8가지 차종을, 3000달러를 내면 22가지 차종을 원하는 대로 탈 수 있는 ‘포르쉐 패스포트 프로그램’을 내놔 인기를 끌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부터 구독 상품인 ‘현대 셀렉션’을 운영 중이다. 한 달에 72만원을 내면 이용 기간 주행거리 제한 없이 쏘나타·투싼·벨로스터 3개 차종을 교체해 탈 수 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구독 상품인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선보인 바 있다.수입차 업계에서도 구독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는 최근 커넥티드카 플랫폼 서비스업체인 에피카와 함께 구독 상품인 ‘올 더 타임 미니’를 선보였다. 이 같은 차량 구독 상품은 여러 차종을 돌려가며 탄다는 점에서 기존의 리스·렌터와 구별된다. 쓴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는 ‘공유경제’와 비슷한 형태지만,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소유한다는 점에서 역시 공유경제와도 구별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가) 예상외로 반응이 뜨겁다”며 “현대 셀렉션은 구독자의 40%,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구독자의 절반에 가까운 49.7%가 30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30대는 목돈이 없지만 다양한 차를 타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에피카 측도 “구독 상품 회원은 현재 300여 명 수준으로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다”면서 “렌트카 또는 카셰어링을 통해 경험하기 힘든 여러 프리미엄 모델들을 충분히 경험하며,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차를 선택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이 같은 구독경제의 확산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물론 소비 패턴 변화의 영향도 받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소비 트렌드가 ‘제품’보다는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구독경제 확산의 불을 지폈다고 분석한다. 소유보다는 경험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자동차’라는 제품이었다면, 지금은 자동차가 주는 ‘운송 서비스’인 것이다. 소유에서 공유로 경제의 축이 옮겨가면서 굳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공유하거나 구독료를 내고 자동차를 빌려 타면 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굳이 내려받아 소장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냥 인터넷에서 ‘보면’ 된다. 1인 가구의 증가나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의 성장 등도 구독경제의 판을 키우고 있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독 산업은 기업은 제품을 서비스로 만들어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소비자는 발품을 팔지 않고 제품을 사용하거나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시장은 확장성에 주목 시장에서는 큰 틀에서의 구독경제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내다본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도 보고서를 통해 2016년 420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5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특히 구독경제의 확장성에 주목한다. 업종을 막론하고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티엔 추오는 최근 발간한 저서 에서 “구독 모델은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업계를 관통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구독은 물론 공유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 않은 비행기·기차로까지 구독 서비스가 확장하고 있다. 미국 서프에어사는 월정액으로 비행기를 무제한 탑승하는 서비스를 내놨고, 프랑스 국영 철도회사는 16~27세를 대상으로 한 달에 79유로를 내면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공유·구독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전호겸 고려대 회사법센터 연구원은 “제품의 효용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소비 경향이 굳어지고 있고, 기업은 고객 확보를 통한 수익 창출은 물론 고객 취향 파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구독경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19.04.20 18:34

7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