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넓어지는 구독경제] 영화·음악은 물론 커피·차량까지 ‘구독’
[영역 넓어지는 구독경제] 영화·음악은 물론 커피·차량까지 ‘구독’
공유에서 월정액 내고 구독으로… 전통산업, 정보통신기술 만나 새로운 서비스로 직장인 이수진(43·여)씨는 요즘 넷플릭스에 푹 빠져 있다. 출·퇴근 때는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이 회사는 월정액을 내면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는 다르지만, 신문을 정기구독(購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를 ‘구독’이라고 부른다. 이씨가 직장이나 일상생활에서 구독하는 상품은 넷플릭스뿐만이 아니다. 전통적 구독 상품인 신문에서부터 음악이나 인기 유튜버의 동영상은 물론 화장품까지. 모두 월정액을 내고 매일, 혹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다. 이씨는 “해당 상품을 개별로 살 때보다 월정액을 내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편리하다”고 말했다.
구독은 책이나 신문을 사서 읽는다는 의미의 단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씨처럼 월정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특정 상품(혹은 서비스)을 사용하는 행위 전체를 뜻하는 단어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독 자체는 전통적인 산업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 생활에 녹아 있었지만,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스마트 기기의 확산 등 새로운 산업이 접목하면서 구독경제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만든 기업 주오라(Zuora)에 따르면 구독기반 산업의 매출은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S&P500) 기업 매출보다 약 8배, 미국 소매업계 매출보다 약 5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기업은 구독자를 통해 지속해서 수익을 낸다.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이 주는 효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오라의 창업자 티엔 추오(TienTzuo)는 “유행처럼 번졌던 공유경제를 넘어 이제는 구독경제로 향하고 있다”며 “구독경제는 사업 모델을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전문가들은 구독경제의 사업 모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구독 방식에 따라 ▶무제한 이용 모델 ▶정기배송 모델 ▶렌털 모델이다. 대표적인 무제한 이용 모델로는 ‘넷플릭스’가 꼽힌다. 넷플릭스는 월정액을 내면 영화와 드라마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시장에서 통용되던 모델이 영화와 같은 영상 콘텐트를 내려받아 소유하는 형태였다면, 넷플릭스는 스트리밍(streaming·인터넷에서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을 통해 소유하지 않는 대신 적은 돈을 내고 더 많은 콘텐트를 볼 수 있다. 2009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 1억500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정액으로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멜론 등도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애플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3월 25일부터 월 9.99달러에 동영상 스트리밍(애플TV 플러스), 뉴스(애플뉴스 플러스), 게임(애플 아케이드)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중 애플뉴스 플러스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미국의 200여 개의 신문·잡지를 볼 수 있는데, 이용료는 다른 구독 상품과 마찬가지로 월 9.99달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출시 이후 이틀간 20만 명이 가입했다. 이 같은 무제한 이용 모델은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순간에 어디서든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기로 원하는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기배송·렌털 모델은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미국의 버커킹은 월 5달러를 내면 매일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주는 상품을 내놨는데, 일종의 정기배송과 같은 식으로 커피를 ‘구독’하는 형태다. 같은 형태로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인 데일리샷이 월 9900원에 매일 한 잔의 술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강남·신촌 등지의 술집에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월 9.99달러에 뉴욕 맨해튼의 수백 개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 잔씩 마실 수 있도록 한 스타트업 후치는 2017년에만 200만 달러(약 22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에서도 월 3000엔(3만원)에 술을 무제한 제공하는 술집이 성업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구독경제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국내 스타트업만 300여 곳에 이른다.
제약업계도 최근 정기배송형 구독 상품을 내놓고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헬스케어 기업인 사노피-아벤티스는 최근 미국 내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 치료제를 월 99달러에 정기 배송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인슐린 밸유 세이빙 프로그램’(Insulins Valyou Savings Program)으로 환자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펜·바이알류를 매월 최대 10박스까지 제공한다. 인슐린을 균일가에 공급해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 줄 전망이다. 앞서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의 자회사 아세구아테라퓨틱스는 루이지애나주와의 C형 간염 치료제 공급 계약을 구독 형태로 체결해 업계의 반향을 일으켰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뇨병이나 간염 같은 만성 질환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환자 부담이 큰 편”이라며 “이를 구독 상품화한다면 판매량도 늘리고 환자 부담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배송은 유통망이 필수인 만큼 이미 유통망을 갖춘 기존의 유통업체도 구독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원홈푸드의 온라인 반찬마켓 ‘더반찬’이 최근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매번 제품을 주문할 필요 없이 매일 다르게 구성된 식단 목록을 보고 원하는 날짜의 상품을 일괄 선택해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도 정기배송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약 3년 전부터 생필품을 중심으로 정기배송을 도입했다. 당시 육아용품인 기저귀 정기배송을 도입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주기적인 물품 배송으로 충성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작용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월마트가 어린이를 위해 계절마다 취향에 맞는 옷을 배달해주는 온라인 스타일링 서비스 키드박스(Kidbox)와 제휴해 어린이 의류 구독 상품을 선보였다.
렌털형 구독 상품으로는 차량이 대표적이다.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소유 욕구가 강해 구독 상품이 먹혀들 것 같지 않지만 이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의 슈퍼카브랜드인 포르쉐는 2017년 월 2000달러를 지불하면 8가지 차종을, 3000달러를 내면 22가지 차종을 원하는 대로 탈 수 있는 ‘포르쉐 패스포트 프로그램’을 내놔 인기를 끌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부터 구독 상품인 ‘현대 셀렉션’을 운영 중이다. 한 달에 72만원을 내면 이용 기간 주행거리 제한 없이 쏘나타·투싼·벨로스터 3개 차종을 교체해 탈 수 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구독 상품인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선보인 바 있다.
수입차 업계에서도 구독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는 최근 커넥티드카 플랫폼 서비스업체인 에피카와 함께 구독 상품인 ‘올 더 타임 미니’를 선보였다. 이 같은 차량 구독 상품은 여러 차종을 돌려가며 탄다는 점에서 기존의 리스·렌터와 구별된다. 쓴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는 ‘공유경제’와 비슷한 형태지만,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소유한다는 점에서 역시 공유경제와도 구별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가) 예상외로 반응이 뜨겁다”며 “현대 셀렉션은 구독자의 40%,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구독자의 절반에 가까운 49.7%가 30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30대는 목돈이 없지만 다양한 차를 타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에피카 측도 “구독 상품 회원은 현재 300여 명 수준으로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다”면서 “렌트카 또는 카셰어링을 통해 경험하기 힘든 여러 프리미엄 모델들을 충분히 경험하며,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차를 선택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구독경제의 확산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물론 소비 패턴 변화의 영향도 받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소비 트렌드가 ‘제품’보다는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구독경제 확산의 불을 지폈다고 분석한다. 소유보다는 경험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자동차’라는 제품이었다면, 지금은 자동차가 주는 ‘운송 서비스’인 것이다. 소유에서 공유로 경제의 축이 옮겨가면서 굳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공유하거나 구독료를 내고 자동차를 빌려 타면 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굳이 내려받아 소장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냥 인터넷에서 ‘보면’ 된다. 1인 가구의 증가나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의 성장 등도 구독경제의 판을 키우고 있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독 산업은 기업은 제품을 서비스로 만들어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소비자는 발품을 팔지 않고 제품을 사용하거나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큰 틀에서의 구독경제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내다본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도 보고서를 통해 2016년 420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5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특히 구독경제의 확장성에 주목한다. 업종을 막론하고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티엔 추오는 최근 발간한 저서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구독 모델은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업계를 관통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구독은 물론 공유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 않은 비행기·기차로까지 구독 서비스가 확장하고 있다. 미국 서프에어사는 월정액으로 비행기를 무제한 탑승하는 서비스를 내놨고, 프랑스 국영 철도회사는 16~27세를 대상으로 한 달에 79유로를 내면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공유·구독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전호겸 고려대 회사법센터 연구원은 “제품의 효용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소비 경향이 굳어지고 있고, 기업은 고객 확보를 통한 수익 창출은 물론 고객 취향 파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구독경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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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은 책이나 신문을 사서 읽는다는 의미의 단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씨처럼 월정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특정 상품(혹은 서비스)을 사용하는 행위 전체를 뜻하는 단어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독 자체는 전통적인 산업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 생활에 녹아 있었지만,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스마트 기기의 확산 등 새로운 산업이 접목하면서 구독경제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만든 기업 주오라(Zuora)에 따르면 구독기반 산업의 매출은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S&P500) 기업 매출보다 약 8배, 미국 소매업계 매출보다 약 5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기업은 구독자를 통해 지속해서 수익을 낸다.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이 주는 효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오라의 창업자 티엔 추오(TienTzuo)는 “유행처럼 번졌던 공유경제를 넘어 이제는 구독경제로 향하고 있다”며 “구독경제는 사업 모델을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
최근에는 애플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3월 25일부터 월 9.99달러에 동영상 스트리밍(애플TV 플러스), 뉴스(애플뉴스 플러스), 게임(애플 아케이드)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중 애플뉴스 플러스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미국의 200여 개의 신문·잡지를 볼 수 있는데, 이용료는 다른 구독 상품과 마찬가지로 월 9.99달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출시 이후 이틀간 20만 명이 가입했다. 이 같은 무제한 이용 모델은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순간에 어디서든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기로 원하는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기배송·렌털 모델은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미국의 버커킹은 월 5달러를 내면 매일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주는 상품을 내놨는데, 일종의 정기배송과 같은 식으로 커피를 ‘구독’하는 형태다. 같은 형태로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인 데일리샷이 월 9900원에 매일 한 잔의 술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강남·신촌 등지의 술집에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월 9.99달러에 뉴욕 맨해튼의 수백 개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 잔씩 마실 수 있도록 한 스타트업 후치는 2017년에만 200만 달러(약 22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에서도 월 3000엔(3만원)에 술을 무제한 제공하는 술집이 성업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구독경제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국내 스타트업만 300여 곳에 이른다.
제약업계도 최근 정기배송형 구독 상품을 내놓고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헬스케어 기업인 사노피-아벤티스는 최근 미국 내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 치료제를 월 99달러에 정기 배송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인슐린 밸유 세이빙 프로그램’(Insulins Valyou Savings Program)으로 환자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펜·바이알류를 매월 최대 10박스까지 제공한다. 인슐린을 균일가에 공급해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 줄 전망이다. 앞서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의 자회사 아세구아테라퓨틱스는 루이지애나주와의 C형 간염 치료제 공급 계약을 구독 형태로 체결해 업계의 반향을 일으켰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뇨병이나 간염 같은 만성 질환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환자 부담이 큰 편”이라며 “이를 구독 상품화한다면 판매량도 늘리고 환자 부담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구독 상품도 빠르게 늘어
렌털형 구독 상품으로는 차량이 대표적이다.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소유 욕구가 강해 구독 상품이 먹혀들 것 같지 않지만 이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의 슈퍼카브랜드인 포르쉐는 2017년 월 2000달러를 지불하면 8가지 차종을, 3000달러를 내면 22가지 차종을 원하는 대로 탈 수 있는 ‘포르쉐 패스포트 프로그램’을 내놔 인기를 끌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부터 구독 상품인 ‘현대 셀렉션’을 운영 중이다. 한 달에 72만원을 내면 이용 기간 주행거리 제한 없이 쏘나타·투싼·벨로스터 3개 차종을 교체해 탈 수 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구독 상품인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선보인 바 있다.
수입차 업계에서도 구독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는 최근 커넥티드카 플랫폼 서비스업체인 에피카와 함께 구독 상품인 ‘올 더 타임 미니’를 선보였다. 이 같은 차량 구독 상품은 여러 차종을 돌려가며 탄다는 점에서 기존의 리스·렌터와 구별된다. 쓴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는 ‘공유경제’와 비슷한 형태지만,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소유한다는 점에서 역시 공유경제와도 구별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가) 예상외로 반응이 뜨겁다”며 “현대 셀렉션은 구독자의 40%,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구독자의 절반에 가까운 49.7%가 30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30대는 목돈이 없지만 다양한 차를 타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에피카 측도 “구독 상품 회원은 현재 300여 명 수준으로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다”면서 “렌트카 또는 카셰어링을 통해 경험하기 힘든 여러 프리미엄 모델들을 충분히 경험하며,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차를 선택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구독경제의 확산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물론 소비 패턴 변화의 영향도 받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소비 트렌드가 ‘제품’보다는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구독경제 확산의 불을 지폈다고 분석한다. 소유보다는 경험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자동차’라는 제품이었다면, 지금은 자동차가 주는 ‘운송 서비스’인 것이다. 소유에서 공유로 경제의 축이 옮겨가면서 굳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공유하거나 구독료를 내고 자동차를 빌려 타면 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굳이 내려받아 소장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냥 인터넷에서 ‘보면’ 된다. 1인 가구의 증가나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의 성장 등도 구독경제의 판을 키우고 있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독 산업은 기업은 제품을 서비스로 만들어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소비자는 발품을 팔지 않고 제품을 사용하거나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확장성에 주목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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