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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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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여름밤 물들일 예술축제, 오는 25일 개막

여행

경북 상주에서 여름밤 무더위를 잊게 할 예술축제가 열린다. 제24회 한여름밤의 축제가 오는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북천시민공원 야외음악당에서 개최된다.올해 축제는 무더운 여름밤 문화예술을 통한 쉼과 화합의 시간으로 기획됐다.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무대로 구성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즐기는 축제 분위기를 조성한다.축제 첫날인 25일에는 ‘청소년과 함께하는 밤’이란 주제로 청소년 24개 팀이 무대에 올라 경연을 펼친다.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 상주지구위원회가 주관하며, 현장 심사를 통해 우수 참가자를 선정하고 시상도 함께 진행된다.26일에는 상주경찰서 인권위원회가 마련한 '한여름밤의 라이브 콘서트'가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이날 무대에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 그리고 신촌블루스, 건아들이 출연해 여름밤의 정취를 더할 예정이다.마지막 날인 27일은 상주 로타리클럽이 주관하는 '시민 노래자랑'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총 21개 팀이 참여해 끼와 흥을 뽐내며 시민 간 소통과 화합의 장을 이끈다. 시상식과 함께 경품 추첨도 마련돼 관객의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강영석 시장은 "한여름밤 시민과 함께 웃고 즐기는 뜻깊은 축제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7.24 17:35

1분 소요
임영웅 "애도기간 콘서트, 고심 끝에…" 전액 환불도 가능?

정책이슈

가수 임영웅이 국가 애도기간 중에 예정된 콘서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애도를 위해 관람을 원치 않는 관객들을 위해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31일 소속사 물고기뮤직에 따르면 "최근 안타까운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아울러 슬픔 속에 계신 모든 분과 함께 아픔을 진심으로 통감한다"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어 "예정된 임영웅 콘서트는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팬분들, 그리고 공연 준비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관계자분들과의 소중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심 끝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애도의 마음을 깊이 새기며, 이번 공연이 진정성 있는 위로와 희망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러면서 "애도의 마음을 표하며 본 공연의 관람을 원치 않으시는 분은 공연 전일까지 인터파크 고객센터로 연락하시면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또 "고객센터를 통한 취소가 아닌 직접 취소하시거나, 환불 접수 기간 이후에 취소할 경우 취소 수수료가 발생하오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오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된 가운데 가수들 사이 일부는 예정된 콘서트를 진행하는 한편, 또 일부는 줄줄이 취소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조용필, 김장훈, 이승환, 테이 등은 애도기간에 동참하기 위해 예정된 콘서트를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했다.한편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쯤 전남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가 활주로를 넘어 공항 외곽 담벼락을 들이받아 폭발했다. 소방청은 구조됐던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승객 179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9일 중앙재난대책회의에서 내년 1월 4일 자정까지 7일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2025.01.01 09:27

2분 소요
평양간 백지영, 예정에도 없던…北에서 기싸움도?

정책이슈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가수 백지영이 북한에서 ‘총 맞은 것처럼’을 열창한 사연을 전한다.오는 27일 방송될 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는 백지영, 김지윤, 송가인, 이사배가 함께하는 ‘언니 더 파워업’ 특집으로 꾸며진다.메가 히트곡을 수없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자타공인 발라드 퀸 백지영. 그는 지난 2018년 북한의 평양에서 공연하는 남한예술단에 포함돼 무대를 꾸몄다. 당시 그와 함께한 가수로는 ‘가왕’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YB(윤도현밴드), 정인, 알리, 피아니스트 김광민 등이었다.백지영은 당시 공연에서 ‘총 맞은 것처럼’을 열창한 사실과 북측 가수들과 함께 꾸민 무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당시 북측 가수들과 예정에 없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게 되어, 파트를 나누는 과정에서 북측 가수와의 기싸움을 한 것. 결국 이선희의 소환으로 정인, 알리와 함께 화음을 쌓게 된 사연을 공개해 궁금증을 높인다. 그는 ‘역주행의 원조’로 불리지만 히트곡은 못 찾는 ‘썩은 귀’임을 밝혀 웃음도 자아낼 예정이다. 백지영은 ‘메가 히트곡’으로 불리는 많은 곡들이 전부 자신이 거부했던 곡이었다며, 곡을 거부한 특별한 이유까지 공개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는 후문이다.또한 5년 차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는 백지영은 구독자들에게 ‘손절’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혀 호기심을 높인다. 그는 아이브 멤버인 장원영의 코스프레를 했다가 딸에게까지 외면당한 사연을 전해 폭소케 한다.그런가 하면, 부르기만 하면 히트하는 ‘발라드계의 치트키’인 그가 ‘예능계의 치트키’가 된 에피소드도 공개한다. 백지영은 지난 ‘라스’ 출연 당시 함께 출연한 다른 게스트의 에피소드에 자신도 모르게 리얼한 리액션을 보여 ‘리액션 전설’로 등극했다고 해 궁금증을 높인다.백지영의 입담과 특별한 활약은 오는 27일 수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되는 ‘라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일간스포츠 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1.26 10:29

2분 소요
조용필 “마지막 앨범 될 수도”

국제 이슈

“신곡 어땠습니까. 별로?”11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 조용필은 취재진에 처음으로 신곡을 선보인 뒤 이렇게 물었다. 55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인 ‘가왕’이지만 신곡의 감상평을 묻는 그의 표정은 여느 신인과 다를 것 없이 설렘이 가득했다.조용필이 22일 정규 20집 ‘20’으로 돌아왔다. 발매 당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난 조용필은 “이렇게 뵙게 되니 쑥스럽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하다. 벌써 70 넘어서 신곡을 또 발표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열심히 해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20’은 조용필이 2013년 발표한 정규 19집 ‘헬로’ 이후 무려 11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이달 초, 10월 첫째 주까지 녹음했다”고 길었던 공백의 이유를 음악에서 찾은 그는 “콘서트는 계속 했지만 음반은 쉽게 되는 게 아닌 것 같다”며 “그 동안에도 곡을 많이 만들었지만 내 마음에 들어야 된다. 그런데 만들어놓고 이튿날 악보를 보면 ‘에라이’ 싶더라. 그런 곡이 아마 수백 곡 될 것”이라고 녹록지 않았던 작업 과정을 떠올렸다.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이, 20집으로 마지막을 찍는다고 생각하시더라. 앨범으로서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새로운 좋은 곡을 만들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또 미쳐서 21집까지 낼지도 모르겠지만”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번 앨범엔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비롯해 ‘찰나’, ‘타이밍’, ‘세렝게티처럼’, ‘왜’, ‘필링 오브 유’, ‘라’까지 록, 일렉트로니카,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일곱 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뭉클한 응원가로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금 늦어도 좋다고 토닥여주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응원’이라는 곡의 테마는 올해 초 TV로 스포츠 경기를 보다 결정했다. 조용필은 “우승자가 결정되자 모든 카메라 플래시가 우승자에게만 쏟아지더라. 그 때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엔 졌지만 다음엔 이길거야’ 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았다. 그런 가사의 곡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순 없지 않나.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이 중에도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멸의 가왕임에도 조용필은 자신의 곡에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며 곡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금도 들어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겉치레가 아니라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주위에선 ‘이 정도면 됐을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속으로 화가 난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맛보기로 공개된 곡들은 여전히 세련되고 감각적인 사운드로 가득했다. 그 중 가장 하드한 일렉트로니카 트랙인 ‘라’에 대해선 “자꾸 어려워진다.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주위에서 계속 하라고 하는데 처음엔 주저했다. ‘내가 이걸 어떻게 하니’라며 망설였는데, 그래도 하고 싶으니까 했다. 이 곡은 콘서트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스마트폰으로도 녹음해보고 큰 스피커, 작은 스피커로 들어보고 하면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는 조용필. 그는 “가수는 계속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창법이나 음정 내는 연습 방법을 굉장히 많이 연구한다. ‘저 가수는 저렇게 했는데 나는 될까?’하고 바로 시험해본다. 그게 사실 재미있다. 그게 지금까지 하게 되는 동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노래가, 음악이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자신의 음악은 곧 대중의 음악이라고도 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중의 표현이라고 본다. 가사를 이쪽(가수)에서 써서 불렀지만 노래는 대중의 것이기 때문에, 가사를 굉장히 신경쓰게 된다. 예전엔 그걸 모르고 그냥 음악이 좋아서 했다. 그런데 나이 먹으면서 조금씩 깨닫게 돼 디테일하게 연구하게 된다.”음악 밖에 몰랐던, 앞으로도 그러할 인생을 담담하게 언급한 조용필. 그가 간담회를 마치며 취재진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인사마저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글쎄요, 다음 곡이 어떤 곡들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앨범으로서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고. 그래도 저는 계속 하고 싶습니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그 때, 그만 두겠습니다. 그때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용필 정규 20집 ‘20’은 이날 오후 6시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CD는 11월 1일 발매된다. 온라인 이코노미스트

2024.10.23 08:18

4분 소요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서원밸리 컨트리클럽[E-골프장 투어]

전문가 칼럼

‘꿈속에 그려보는 머나먼 고향아, 옛 모습 변치않고 지금도 잘 있느냐, 사랑하는 부모 형제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잔디야’. 가수 조영남 씨가 부른 번안곡 ‘고향의 푸른 잔디’ 도입부다. 골퍼들에게 고향 같은 쉼터인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의 이야기를 풀어갈 참이다. 슬로건은 절묘하게도 ‘고향이 느껴지는 서원밸리’다.명당에 뿌리내린 명문 골프장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18홀 회원제 골프장이다.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다. 경관이 뛰어난 산과 들을 몇 번 지나치면 금세 골프장이 나타난다. 툴툴거리는 경운기에 길을 내어주고, 채소를 한 가득 품은 ‘어머니들’과 눈인사를 하면 마치 고향에 온 기분이 든다. ‘상서롭고 복된 땅’이라는 파주 지방의 옛 이름 서원(瑞原)에서 착안했다. ‘아름다운 비단으로 병풍을 둘러친 모양’이라는 뜻의 금병산 기슭에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왕의 사냥터로 기록돼 있다. 바람을 잘 막아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자리 잡은 이 골프장은 아마도 사냥에 지친 왕에게 쉼터였을 것이다. 명당 자리는 동아그룹이 먼저 알아봤다. 1996년 골프장을 짓기 시작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손을 털어야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기업은 대보그룹이다.1999년 인수해 2000년 6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개장 당시부터 화제였던 이 골프장은 대보그룹의 진심에 내장객들의 입소문이 더해져 ‘수도권 북부 최고의 명문 골프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페어웨이와 러프에는 ‘안양중지’를 심었다. 추위와 더위는 물론 건조한 기후에도 견디는 힘이 강한 품종이다. 또한 많이 밟았을 때 되살아나는 능력이 좋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농법’으로 사시사철 윤기가 나고 건강한 빛을 발하는 잔디를 만날 수 있다. 2003년에는 ‘SBS골프닷컴 네티즌이 뽑은 한국 베스트 골프장’ 1위에 오른 후 최근까지 ‘한국 10대 골프장’에 꾸준히 들고 있다. 코스를 평가하는 일반적인 기준인 샷 밸류(Shot Value, 다양한 위험과 보상으로 기량을 시험하는 항목)와 코스 난이도 부문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홀 디자인·코스 관리·서비스·지역사회 기여도 등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골프장을 개방하고, 자선 활동의 이익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는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결단도 높게 평가된다. 최상의 코스 컨디션에 프로 선수들도 ‘엄지척’이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KPGA 투어 최종전인 ‘LG SIGNATURE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유치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은 2023년 ‘베스트 토너먼트 코스’로 선정됐다. 73.75%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선수들은 “드라이빙 레인지, 연습그린 등 경기력 향상을 위한 완벽한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2013년 문을 연 서원 드라이빙 레인지다 명물이다. 드라이버 샷을 300야드 이상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광활하고, 어프로치 샷과 퍼트, 벙커 연습까지 가능한 쇼트 게임장이 마련돼 있다. 특히 6개 레이더망의 트래킹 시스템으로 구축된 인레인지 시스템은 정밀한 타구 분석을 할 수 있다. 라운드가 예정된 골퍼라면 1시간만 서둘러보자. 이곳에서 미리 샷을 점검하면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의 긴장과 두려움이 싹 사라질 것이다. 장미의 가시 홀과 거북이의 전설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은 정교한 샷을 요구하는 서원코스 9개 홀과 호쾌한 장타와 도전이 요구되는 밸리코스 9개 홀로 나뉜다. 해발 고도 70미터에서 170미터를 오르내리며 비슷한 홀 없이 특색 가득한 18개 홀이 조화를 이룬다. 코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쉽다’이다. 하지만 스코어로 의외로 잘 나오지 않는다. 여성미가 넘치는 서원코스에서는 곳곳에 워터 해저드 등 위험지역이 도사리고 있어 정확한 샷을 요구한다. 바람을 따라 춤을 추는 능수버들 등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현혹되는 순간,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밸리코스는 전장이 길다. 그린까지 까다롭기 때문에 드라이버 샷을 최대한 멀리 보내야 숨을 고를 수 있다. 결과는 중요치 않다. 힘찬 드라이버 샷으로 스트레스를 모두 날렸다면 그걸로 대만족이다. 시그니처 홀은 서원코스 2번 홀이다. 다수의 골프 전문 잡지들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5 홀’로 선정한 홀이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모양을 따라가면 멀리 그린이 나타난다. 좌우에 소나무가 병정들 도열하듯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마음의 평온을 준다. 골퍼 중 열에 아홉은 카메라를 꺼내 든다. 홀 전경을, 단체 사진을, 그리고 자신을 넣은 셀프 촬영까지 기록을 새긴다. 이 홀은 ‘장미의 가시 홀’이라고도 불린다. 아름다운 장미꽃이지만 가시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단 티샷이 편하지 않다. 페어웨이 오른쪽에 있는 연못 안에 작은 분수가 응원하는 듯 물을 뿜어내지만 사실은 심술쟁이다. 비거리가 넉넉지 않은 골퍼라면 공을 헌납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저 연못에 들어간 공만 주워도 부자 될 거야.” 심술 섞인 농담이 자주 들린다. 페어웨이를 지켰다면 두 번째 연못을 조심해야 한다. 두 번의 샷으로 이글을 노리려다 자칫 힘이 들어가 왼쪽으로 당겨진다면 워터해저드 행을 각오해야 한다.밸리코스 8번 홀 역시 대표 홀이다. 파3 홀로 키가 높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티잉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전체를 감싸고 있다. 그린 너머에는 산봉우리가 굽이쳐 자리 잡고 있어 동양화의 한 폭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홀 역시 인생 샷을 남기는 명소다. 그린 왼쪽에는 연못이 있다. 따라서 그린을 직접 공략하는 것보다 오른쪽 능선을 보고 샷을 하는 게 큰 위험을 피하는 길이다. 이 홀에는 명물이 있다. 연못에 떠 있는 거북이 조형물이다. 이 거북이를 맞고 그린에 튀어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다. 언제, 누가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이를 아직까지 만나진 못했다.BTS도 다녀간 ‘그린콘서트’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국내 유일의 골프장에서 열리는 K팝 한류콘서트다. 지난 2000년 시작해 올해가 20회째다. 지난해에는 누적 입장객 50만 명을 넘겼다. 매년 5월 되면 골프장뿐 아니라 파주 전체가 들썩인다. 최등규 회장은 골프장 전체를 휴장하고 9개 홀을 주차장으로 개방한다. 캐디를 포함한 대보그룹 직원들이 자원봉사라로 참여한다. 최소 5억원 이상의 손실이지만 ‘나눔’을 위한 일에 주저함은 없다. 시작은 골프장의 작은 콘서트였다. 하지만 인기 아이돌 그룹이 더해지면서 남미, 유럽 등 해외에서도 경기도의 작은 도시를 찾는다. 2015년에는 BTS(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펼쳤다. 이후 세계적인 스타가 돼 ‘그린콘서트를 거치면 뜬다’라는 얘기까지 만들어졌다. 출연하는 가수들은 모두 재능 기부다.골프장이 있는 파주시와 광탄면은 특수를 누린다. 숙박업소는 예약이 불가능하고, 음식점, 관광지에도 사람이 넘쳐난다. 마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덕에 유지되는 미국의 소도시 오거스타를 연상케 한다. 올해 그린콘서트는 5월 25일 열린다. 밸리코스 1번 홀 그린 앞에 무대가 설치되고, 페어웨이 전체가 관람석이 된다. 특별한 손님도 찾는다. 바로 ‘부탄의 조용필’로 불리는 가수 우겐이다. 그는 “한국에서 자선과 나눔을 대표하는 콘서트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그린콘서트에는 가수들의 재능 기부 외에도 각계의 후원이 넘쳐난다. 자선바자회 등 행사를 통한 수익금과 기부금은 파주 보육원과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본부 등에 전달돼 귀하게 쓰인다.

2024.04.12 07:00

5분 소요
‘임영웅 현상’ 주목해야 하는 이유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예약이 지난 9월 온라인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티켓 예매 트래픽이 1분 만에 최대 370만에 달해 인터파크 역대 최대 기록이라는 후문이다. 나훈아, 방탄소년단(BTS)의 기록을 깬 것이다. 어머니의 티켓을 구하기 위해 아들딸이 동원됐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은 더 많은 국민이 볼 수 있도록 공연장이 아니라 호남평야에서 공연하라고 울먹였다.음원시장에서 올린 신기록 행진도 놀랍다. 임영웅이 지난 10월 9일 발매한 신곡 ‘두 오어 다이’(Do or Die) 이야기다. 이 음원은 시장에 공개된 뒤 1시간 만에 멜론 실시간차트 1위, 멜론 톱100 3위, 지니 4위, 벅스 2위를 기록했다. 올해 발매된 곡에서는 멜론 톱100에 가장 빠르게 1위를 차지했다. 벅스와 지니 등 다른 서비스에서도 1위를 달성해 음원차트를 ‘올킬’했다.임영웅 현상은 음원시장 밖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올해 4월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는 K리그 유료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임영웅이 시축을 했기 때문이다. 4만5000명은 유료 관중이었고, 무료 관중을 더하면 4만7000여 명이 경기장에 운집했다. 임영웅 하나로 K리그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한 브랜드의 성공도 흥미롭다.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가 2020년 경영 위기를 겪고도 기사회생했는데, 사실상 임영웅 효과 덕분이었다. 임영웅을 ‘올 뉴 렉스턴’의 모델로 선정했고, 이 차량은 전월 대비 54% 판매 대수가 증가했다. 청호나이스의 ‘에스프레카페’도 임영웅 효과에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늘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티빙은 임영웅 콘서트를 생중계해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와 신규 설치 기기가 급증했다. 역대 티빙 생중계 중 가장 높은 유료 가입자 수도 기록했다. 실시간 시청 점유율은 96%에 달했다.임영웅은 시대를 풍미한 트로트 가수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브랜딩 차원에서 살펴보면, ‘베이비부머’ 여성 시장을 잘 공략한 덕이다. 베이비부머 여성은 기존 가요 시장에서 주류가 아니었다. 이들은 이미자와 나훈아 등 원로 가수의 연말 송년 콘서트나 쎄시봉 콘서트의 소비자로 여겨졌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TV조선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이들을 중심으로 한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다.여성 ‘베이비부머’ 공략…타기팅 빛 발했다BTS의 팬클럽이 ‘아미’라면, 임영웅의 팬클럽은 ‘영웅시대’다. 50~70대 여성이 핵심 회원이며, 가입자만 20만명이다. ‘배영주’(배워서 영웅이 주자)와 같은 영웅시대 소모임은 스마트폰으로 이른바 ‘덕질’ 방법을 자발적으로 익힌다. 임영웅의 신곡이 음원차트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임영웅이 선행을 하면, 그만큼의 선행을 따라 한다. 영웅시대가 임영웅의 이름으로 기부하면, 임영웅은 영웅시대의 이름으로 다시 기부하는 식이다. 지난 7월까지 임영웅과 영웅시대가 기부한 성금도 30억원에 이른다. 이들이 영웅시대에 가입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로부터 받은 위로를 갚기 위해서다. 처한 상황과 지내온 시간은 다르지만, 임영웅의 노래를 들으면서 우울증과 불면증에서 벗어났다.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임영웅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30대인 임영웅이 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영웅이 부른 곡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받은 것은 유튜브 조회수 5500만회를 넘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다. 이 곡은 블루스 가수인 김목경이 작곡했고, 그가 1990년에 불렀다. 이후 가수 김광석이 이 곡을 다시 부르며 인기를 얻었다. 김광석을 좋아했던 4050세대 사이에서도 유명한 곡이었다. 임영웅은 이 곡을 단숨에 베이비부머 여성의 인생 노래로 만들었다.베이비부머 여성들은 산업화를 이끈 남편을 내조하며 살아온 ‘마처세대’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지만, 자녀의 부양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는 뜻이다. 젊은 시절에는 가부장적인 남편의 권위에 시달렸고, 현재는 어린 손자를 돌보는 황혼육아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이들의 마음을 위로한 노래가 바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다.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노사연이 부르고 임영웅이 리메이크한 ‘바램’도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 이유는 같다. 임영웅은 이런 곡들로 베이비부머를 위로했고, 기특한 아들, 효심 깊은 손자가 됐다. 은퇴 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베이비부머는 임영웅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덕질에도 참여한다. MZ세대와 알파세대가 주도한 K-팝 시장에 ‘베이비부머 여성’이 새로운 거대 시장이 된 것이다.스토리텔링과 부드러움의 조화임영웅의 스토리텔링(서사)도 성공 요인이다. 그는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사고로 떠나보냈다. 어머니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자연스럽게 팬인 어머니, 할머니에 대해 따뜻한 심성을 보인다. 노래를 곧잘 불러 실용음악과에 진학했지만, 오랜 무명 시절도 보냈다. 모아둔 돈은 떨어지고 월세도 밀리자 군고구마를 팔며 생계를 이어갔던 시절의 이야기, 전국노래자랑부터 거리 공연까지 여러 무대를 전전한 뒤 2020년 ‘미스터트롯’에서 1등을 거머쥔 이야기는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흙수저’ 서사가 베이비부머에게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우리 영웅이’를 만든 것이다.임영웅은 ‘부드러운 남성성’이 드러나는 상품성도 지니고 있다. 남진과 나훈아, 조용필로 이어지는 한국의 트로트는 남자의 순정과 사나이다움을 담아내는 가사가 주류였다. 가사에도 ‘사나이’나 ‘총각’, ‘남자’ 등의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이들의 전성기는 1970~1980년대로, 이런 특징은 당시의 사회·문화적 소산이기도 하다. 반면 임영웅의 노래에는 부드러운 남성성이 녹아있다.(‘트로트에 나타나는 남성성의 상투성과 전복성’ 장유정 단국대 교수 논문 발췌)가부장적 남성성에 휘둘린 베이비부머 여성을 위로하는 부드러운 외모와 창법은 팬들이 임영웅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다.

2023.1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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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떠난 시인, 자작나무 숲으로 돌아오다…이제, ‘인제’다 [E-트래블]

여행

한 때 고립을 피하지 못해 시들어 가던 인제, 이제 우리는 작별해야 한다. ‘원통해 못 살겠다’던 과거의 인제는, 방울소리 울리며 파향 끊고 달려온 목마가 이제 환향의 고개로 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는 자작나무 수풀의 탄성 어린 이야기 뒤 안에 묻혔다. 밭뙈기, 논이랑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기댈 곳은 산비탈뿐이다. 하지만 인제 사람들은 나무를 심고 박물관·문학관·도서관을 세우며 하늘의 별을 따와 동네를 별천지로 만들고 있다. 이제 인제다.힐난의 공간에 힐링의 바람이 불고, 필링의 시간이 시작됐다. 자작나무 숲이 품은 하얀 그리움…그들이 온다 자작나무 숲은 솔잎혹파리가 망쳐놓은 ‘인제의 산을 살려놓겠다’라는 동네 사람들의 노심초사가 일궈낸 역사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비탈을 올라 자그마치 70만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었다.자작나무숲에는 8개 탐방 코스와 원대임도(아랫길), 원정임도(윗길)까지 더해 총 10개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코스 선택은 안내소 곳곳에서 약도와 숲 해설사가 배치되어 있어 참고하면 된다. 최단 거리는 원정임도를 거쳐 자작나무숲까지 돌아오는 왕복 6.4㎞ 코스다. 여유롭게 걷고자 하면 원대임도(2.7㎞), 달맞이숲 코스(2.3㎞), 치유 코스(0.4㎞), 자작나무 코스(0.9㎞)를 거쳐 자작나무숲을 돌아보고 원정임도(3.2㎞)로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총 9.0㎞, 4시간가량 걸린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제대로 보려면 난코스를 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후가 되면 입산이 통제되니, 미리 확인하고 일찍 서두를 필요가 있다.다만 일행 중 산행에 문제가 있는 분이 있다면 그곳에서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오면 뿌듯할 수 있다. 자작나무 숲 안에 펜션이 있다. 그 집에서 곰취 떡갈비와 산나물 비빔밥을 한다. 차로 갈 수 있고 예약은 필수다. 이곳에 예약하면 자작나무 숲길을 차로 이동할 수 있다. 걷기에 취약한 일행이 있으면 최고의 선택이다.목마와 떠난 시인의 시대…문학이 살리고 인생이 열리고 사랑마저 시인 박인환(1926~1956)도, 목마처럼 인제를 떠났다. 그가 남긴 시 ‘목마와 숙녀’처럼 살 곳이 못 된 인제를 떠나간다. 그렇다 해도 그의 시 ‘세월이 가면’처럼 그리움마저 앗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시인은 1956년 나애심의 ‘세월이 가면’으로 하염없이 깊은 그리움에 우리를 가뒀고, 그 뒤를 이어 가수 박인희·조용필·최백호의 목소리에 그 애달픔을 아로새겼다.“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인제를 그를 잊지 않고, 기념관을 세웠다. 요절 시인 박인환은 인제에 오롯하다. 인제는 말한다.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박인환은 살아있다. 그의 눈동자 입술은 우리들 가슴에 있다. 인제는 시인 박인환이 인생을 놔버렸지만 그의 문학을 꽉 쥐었다. 그가 토해낸 시구들은 하늘에 박힌 별들처럼 생명을 넘어 영원을 향해 달린다.시가 인제의 별에 생명을 채웠듯, 고단한 인간사가 박제된 인제는 살아있는 박물관 도시로 꿈틀댄다. 인제 시내에 박인환문학관이며, 산촌민속박물관, 기적의 도서관이 서로 모여서 어깨동무하며 인제의 변화를 이끄는 삼두마차가 됐다.산촌민속박물관은 세월이 흐르며 사라지는 민속 문화를 차곡차곡 쌓았다. 계절과 세시풍속의 변화에 따른 인제 산촌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도 탔던 번지점프…세월은 가고 오는 것, 인제 왔다인제를 찾은 청춘들은 자신의 몸을 던지고, 하늘을 향해 쏘고, 자신에 달린 멍에를 끊어내며 도전을 마무리한다.인제 합정강에서는 번지점프와 슬링샷 등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의 번지점프는 63m의 아찔한 높이로 방탄소년단도 체험한 것으로 유명하다. 번지점프장 인근에는 사람이 탄 채로 하늘로 새총 쏘듯 쏴지는 슬링샷도 있다. 번지점프와 달리 공포보다는 재밌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시내에는 줄없이 뛰어내리는 번지점프장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미리 운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하늘이 내린 인제에 그나마 숨통을 트이게 만든 내린천은 여름이 다가오면서 래프팅은 물론 리버버깅(급류 이용한 1인승 수상 레포츠) 등 젊은이의 벅찬 숨소리와 환호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인제는 과거의 인제가 아니다. 별이 쏟아지고, 음악은 흐르고…인제 글램핑하늘이 내린 인제에 별도 함께 내린다. 별 바라기 글램핑 여행지로 ‘엄지척’인 이유다. 별이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인제의 오늘은 추억이 된다.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 가는 길 인근에, 깊은 자연이 품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글램핑 캠핑장 ‘햇살글램핑’이 있다. 이용요금은 성수기 20만 원, 비수기 15만 원이다.인제군에서 매입해 새롭게 조성한 곳이어서 깔끔하다. 캠핑의 백미인 바비큐 장비도 잘 갖춰져 있다. 햇살글램핑 바로 앞에는 계곡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마을과 동떨어져 있어, 친구들과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른다 해도 주변의 시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인근에는 막국수로 유명한 원대막국수도 있다. 주말엔 줄서기를 각오해야 한다.

2023.06.17 09:00

4분 소요
‘블랙 컨슈머’ 그 빛과 그림자

산업 일반

그들에게 고객은 늘 왕(王)이어야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 호텔 등 서비스업체에서는 단정한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는다. 언제나 반가워하는 얼굴로 상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비록 자신의 기분이 좀 언짢더라도 겸손한 자세로 웃음을 지어야 고객은 기분이 좋아 다시 찾고 싶어질 것이다.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마냥 즐거운 일이지만 그들은 직업상 피치 못해 자신의 본성과 감정을 숨겨야 한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고객을 맞는 일을 되풀이하는 그들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까. 이들에게 ‘감정 노동자(Emotional labour)’라는 표현을 쓴다.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왜 한숨이 나는 걸까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그대 나의 사랑아조용필의 히트곡 ‘그 겨울의 찻집’의 가사 중 일부다.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대목에 주목한다. 물론 생리적으로 웃을 때도 눈물이 날 수가 있다. 그러나 즐거워 웃고 있을 때 눈물이란 걸맞지 않다. 역설이자 모순이다.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움이 사무친다는 뜻일까.감정노동은 육체노동이나 정신노동과 달리,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특정한 감정 상태를 연출하는 것이 업무상 요구되는 노동 유형이다. 대체로 감정 관리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1980년대 미국에서 이 용어가 처음 학문적으로 정립됐을 때에는 주로 텔레마케터, 항공기 승무원의 사례에 초점을 맞췄다.산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고객은 왕(王)이다’라는 구호 아래 서비스업체는 직원에게 고도의 감정노동을 요구한다. 때론 극기 훈련을 통해 예절교육을 하는가 하면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두거나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까지 풀어 직원을 살핀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직원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미스터리 쇼퍼는 일반 고객으로 가장하여 매장을 방문해 물건을 사면서 점원의 친절도나 판매기법, 사업장 분위기 등을 평가하여 개선점을 건의하는 일을 맡는다. 이를테면 내부 모니터 요원. 고객이 시식코너에서 음식을 무한정 먹어대거나, 여러 차례 반품을 요구할 경우 직원이 다소곳하게 응하는지 점검하고 점수를 매기는 ‘악역’이다.이는 상품의 질과 더불어 서비스 질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에 따라 기업 매출이 큰 영향을 받게 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직업 가운데 하나이다. 미스터리 쇼퍼는 기업이 직접 소비자 반응을 살피기 어려운 것을 대신해 이를 점검하고 평가한다. 이들은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해당 매장 위치, 환경, 직원 동향, 판매제품 등의 정보를 파악한다.최근 외식업체와 금융회사, 백화점 등 쇼핑몰, 병원, 관공서, 판매업체 등에서 매장 직원의 평가를 의뢰하는 회사가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스터리 쇼퍼가 할 일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감정노동자들에게 더 고약한 ‘고객’이 있다. 기업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으로 제품 구매 후 고의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이다. 이들은 구매한 상품의 하자를 문제 삼아 기업에게 과도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거나 거짓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꾸며 보상을 요구한다.이들을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부른다. 상품 구매 후 일정 기간 사용한 후 상품의 하자를 주장하며 제품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하는 단순한 유형에서부터, 상품으로 인한 근거 없는 신체·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면서 반품·환불을 넘어 보상금을 요구하는 전문적 유형까지 다양하다. 거액의 보상금을 수령할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식료품 등에 이물질을 넣어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 컨슈머도 있다.대부분의 블랙 컨슈머는 소비자보호 관련 단체나 기관을 거치지 않고 기업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품 교환보다는 과다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사회적인 파장을 강조하며 언론 또는 인터넷에 관련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최근 유명 분유회사는 자사의 분유 캔 뚜껑 부분에 녹이 슬어 있다는 한 방송사의 뉴스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를 제보한 소비자가 거액을 요구해와 민형사상 고소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회사 측은 “블랙 컨슈머에 대한 적극적이고 공정한 대응으로 소비자와 제품을 지키겠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블랙 컨슈머은 영원히 배척해야만 할 고객군(顧客群)일까.다른 한편으로 ‘블랙 컨슈머’를 고정 고객으로 많이 확보했다는 사례도 있다. 악성 고객은 사람의 감정을 교묘하게 건드리기 때문에 강경하게 대처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서비스업에서 종사하다 보면 여러 가지 유형의 블랙 컨슈머를 접하게 된다. 그 중에도 상습적으로 꼬투리를 잡는 비양심적인 고객이 있는가 하면, 힘들게 번 돈을 제대로 ‘왕처럼’ 쓰려는 보상 심리를 가진 고객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되레 고정 고객으로 확보했다니 믿기 어렵다. ━ 블랙 컨슈머를 ‘우리 편’으로 블랙 컨슈머 중에는 ‘갑’이 되고 싶어 하는 보상 심리를 가진 고객도 있다.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유난해서 무의식 중에 불편한 마음을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한 사례를 보자.어느 날 화가 잔뜩 난 50대 남자 고객이 매장에 들이닥쳤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여기 매니저가 누구요?”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큰 소리부터 먼저 내는 경우는 대체로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할까 두려워 선제적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경우다.“제가 매니저인데요. 무슨 일이신지, 일단 차 한잔하시지요”화가 난 사람은 일단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직원은 함께 차를 마시며 자초지종을 묻고 사정 얘기를 들어준다. 고객서비스(AS) 기간이 끝난 옷을 고쳐 달랬다가 거절당해 화가 났다는 사연이다. 직원은 현재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알려준 뒤 함께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자 고객은 마음을 열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고객은 그날 이후 그 직원의 고정 고객이 되었다.이렇듯 때론 작은 배려에 감동하는 것이 고객이다. 블랙 컨슈머도 언제든지 ‘화이트 컨슈머’로 변할 수 있다. 블랙 컨슈머가 충성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겨두어야 한다.- 정영수 칼럼니스트(전 중앙일보 편집부국장)

2020.01.18 09:30

4분 소요
[이필재의 ‘브라보! 세컨드 라이프’(17)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하늘은 남 돕는 자를 돕습니다”

전문가 칼럼

기능이 다른 사람끼리 협업해야… 자신의 인생사용 설명서는 ‘어시스트의 달인’ “소통을 하려면 옳은 말이라도 상대가 기분 상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아내의 바가지와 부모님 잔소리를 사람들이 잘 안 듣는 건 말이야 맞는 말인데 기분이 나빠서예요.”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은 “나이가 들면 배우자와 자녀에게, 맞는 말을 기분 상하지 않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게 바로 꼰대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스펙 좋은 사람들이 대체로 이렇게 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진실이 거짓을 이기더라도 한참 끌려 다니다 이기는 것도 진실을 외치는 사람들의 이런 태도와 무관치 않아요. 도덕적 우월감 같은 거죠.”윤 회장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공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후 종합무역상사였던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급여가 높았고 삼성전자보다 인기가 있었다. 1983년 입사 5년차 때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쓴 을 접했다. 그는 한국에 새 문명의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로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나중에 삼성물산 사장을 지낸 당시 부장은 “토플러는 미래학자이니 10년만 더 다니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정보전략연구소를 차린 그는 직원 10명을 두고 정보와 지식을 파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그로부터 2년 후 토플러가 을 냈다. 밤을 새워 독파한 끝에 디지털 혁명 시대엔 스피드가 지배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그는 ‘시테크’를 창안했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타임 베이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시간 창조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아 같은 이름의 책도 냈다. 는 우리 사회에 시테크 바람을 일으켰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 명강사 거쳐 대학 총장, 차관급 공직에 윤 회장은 등 지금까지 총 23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강의와 방송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2007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지냈고 그 후 차관급인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맡았다. 임기를 마치자 여러 기업에서 상근 부회장, 고문 자리를 제안했지만 고사했다. 정치판은 한참 잘나갈 때도 기웃거리지 않았다. 현재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비롯해 10여 곳의 이사와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2014년엔 사단법인 한국협업진흥협회를 만들어 협업 전도사로 변신했다. 협업진흥협회는 협업에 관한 교육, 진단, 연구 및 컨설팅을 담당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기능이 같은 사람끼리 서로 돕는 게 협동(cooperation)이라면, 협업(collaboration)은 기능이 서로 다른 사람끼리 돕는 겁니다. 농부들이 하는 품앗이는 협동이고, 전공이 다른 의사끼리 진단과 치료를 같이 하는 협진은 협업이죠.”‘미스터 콜라보’로 통하는 그는 행정개혁은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부수는 게 아니라 칸막이에 구멍을 내 파이프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연결할 때 거대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고 융복합이 창조적으로 일어나죠. 반면 칸막이를 아예 제거하려 들면 당사자들이 반발합니다. 정도전의 개혁도 그래서 실패했어요. 부처 간에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필요한 때 협업을 해야 합니다.”협업은 목표는 같지만 기능은 서로 다른 파트너끼리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따로 또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 4대강 수습 등 우리 사회의 갈등 현안 해결에도 협업이 필요합니다.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도, 영·호남 간 지역 갈등도 협업으로 풀어야 돼요. 이른바 협치도 협업 정치의 준말이에요. 상대 당이 잘한 건 박수쳐 주고 서로 협업해 공동으로 입법을 해야죠. 내로남불의 정치 문화에서 우리가 벗어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하기 어렵습니다.”그는 30여 년 경력의 자타가 공인하는 명강사이다. 그의 강의 노하우는 독보적 콘텐트로 승부하는 것이다. 이렇다 할 기교도 없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잘 정리해 담담하게 전달합니다. 이미자·조용필처럼 좋은 노래를 잘 부르면 굳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되는 것과 같은 이치죠.”그는 50대 초중반에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 중 다수가 강사 시장에 들어오지만 안착하는 케이스가 흔치 않다고 말했다. “강의 스킬보다 강의의 테마, 즉 나름의 콘텐트가 무엇이냐가 더 중요합니다. 리더십이나 소통을 강의하는 사람은 쌔고 쌨어요. 어떤 리더십인지 스스로 차별화해야죠. 내가 할 수 있는 강의가 아니라 남에게 도움 되는 강의, 세상이 필요로 하는 콘텐트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렇게 세상의 필요를 찾아내려면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2009년 그는 란 책을 냈다. 매력이라고 할 때 매(魅)는 도깨비라는 뜻이다. “매력은 도깨비처럼 사람을 홀리는 힘이죠. 중앙공무원교육원장 할 때 신임 사무관들에게 실력, 담력과 더불어 매력을 가꾸라고 당부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3력이죠. 정신적 매력과 외모를 가꿔 호감을 사라는 겁니다. 담력은 도덕적으로 당당할 때 생깁니다. 떳떳하게 살았어야 결정적인 기회나 위기에 담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 평생 ‘어시스트의 달인’으로 살아 그가 그랬다. 그는 한 번도 어떤 자리에 지원해 본 일이 없지만 생방송 프로그램을 10여 년 진행했고, 대학 총장과 민간 출신 첫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지냈다. 공무원교육원장으로 갈 때 200여 가지 인사 검증을 거쳤고, 재직 중엔 판공비를 쓰지 않았다. “법대로 살았지만, 무고하는 사람이 없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MBA를 했지만, 대인관계에서 50 대 50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5를 더 할애, 늘 55 대 45의 관계를 맺었습니다. 제가 총장을 지낸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의 영문 약칭이 assist인데 평생 남이 골을 넣도록 어시스트했어요.”그에게 윤은기의 ‘인생사용 설명서’에 뭐라고 적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도 ‘어시스트의 달인’이었다. “박지성 선수도 아시아 출신으로 유럽에 진출해 쓴 전략이죠. 젊은 날엔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만 날이 갈수록 남을 돕는 자를 돕습니다. 최후의 승자는 남을 돕는 사람이에요. 끝이 창대해야 하는데, 스스로를 도와 시작은 창대하고 남을 돕지 않아 끝이 미약하면 인생에 그런 비극이 없죠.”2015년 그는 ‘공군을 빛낸 인물’(공군 주관)이자 ‘자랑스러운 공군인’(공군전우회 주관)으로 뽑혔다. 공군 장교 출신으로 공군 정책발전자문위원장을 오래 지내기는 했지만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난 5월 초엔 공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공군참모총장의 권유로 국산 초음속전투기 FA-50에 올랐다. 전투기 조종사의 근무 상황을 직접 체감해 보고 근무 환경도 파악해 보라는 취지였다.그의 멘토는 그가 부관으로 공군에 복무하던 시절 모신 김동호 전 공군 작전참모부장(소장)이다. 지덕체를 겸비한 군인이었던 김 장군은 1979년 12·12사태를 일으킨 전두환 신군부가 쿠데타에 대한 지지를 요구했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 그 바람에 공군의 엘리트였지만 옷을 벗어야 했다. 훗날 그는 “중장, 대장 진급하고 전역 후 국회의원이 되는 것보다 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철학과 인생관에 따라 군을 떠난 게 더 떳떳하다”고 털어 놓았다고 한다.윤 회장은 인생은 마치 4막의 오페라처럼 춘하추동 사계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아도 생각의 방향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향해야 합니다. 자연의 가을은 짧아졌지만 인생의 가을은 만만치 않게 길어요. ‘이렇게 길 줄 알았다면 그때 시작할 걸’ 하고 후회하지 말고 새로운 지식을 접하든 젊어서 못한 악기 연주를 배우든 자꾸 배워야 합니다. 매력을 가꿔 멋진 시니어가 되는 겁니다. 100세 시대 매력적인 시니어가 많은 나라가 바로 선진국입니다.”그는 사업을 하다 실패해 야반도주하는 사람을 나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 자신 정보전략연구소 창업 후 2년 간 그런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친구 등 지인들은 그와 마주치면 돈을 꿔 달랄까 봐 피했다고 한다. 봉급날 전날 밤이면 악몽을 꿨고, 빚이 쌓여 자살 충동을 느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빚에 짓눌려 죽지 말고 야반도주한 후 여봐란 듯이 재기해 갚으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저도 토플러가 첫 방한한 후 사람들이 강의, 자문 등으로 찾기 시작해 살아났습니다.”그는 신자유주의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과거 기업의 경쟁력, 스피드 경영, 고객 만족 등을 외친 것에 대해 요즘 반성적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본다고 말했다. “양극화, 분노 사회 등 승자독식 경쟁의 부작용으로 우리 사회가 막대한 갈등 비용을 치르고 있고, 생산성까지 저하되고 있습니다. 인본주의를 외면한 탓이죠. 기술 문명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사람을 자원이 아니라 인간 자체로 바라보는 신인본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소설가 그의 버킷 리스트는 소설가가 되는 것이다. 소설을 잘 쓰고 싶어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말했다. 고려대에 입학했을 때 왜 심리학과에 진학했느냐는 교수의 질문을 받고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는 그의 가방엔 늘 전공 책과 함께 소설책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톨스토이의 소설은 감동을 줍니다. 언젠가 소설을 통해 제가 꿈꾸는 이상향을 그려볼 거예요. 습작도 합니다.”여전히 현역인 그의 인생 3막 설계이다. 만년에 소설가로 데뷔한 이강숙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한은 총재를 지낸 고 김준성씨가 모델이다. “이강숙 총장이 고희에 쓴 첫 소설 을 대전에 강의하러 가는 차 안에서 읽으면서 기쁨과 좌절을 동시에 맛봤습니다. 그 연세에 내가 꿈꾸는 소설가로 데뷔하신 것이 기뻤고, 그분의 타고난 재능에 좌절했죠. 그날따라 무심한 비가 줄줄 내렸습니다.”그는 나이가 들면 친구를 새로 사귀기보다 검증된 친구와 깊이 사귀는 게 좋다고 말했다. “60대 중반이 되면 마치 방사성 원소의 반감기처럼 도리어 친구 수를 계속 절반으로 줄여나가야 합니다. 형식적인 모임에 끼기보다 마음 맞는 친구와 어울리고, 베풀기도 하면서 사는 게 좋다고 봐요.”그는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그는 성년이 된 자녀의 경우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면 부모가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아이들이 자랄 때도 거의 방목을 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정보도 더 빠르고 더 똑똑해요. 배우자 선택도 스스로 알아서 하게 하려고요. 자식의 결혼에 반대해 그 자식이 더 잘된다는 보장 없습니다. 사실 결혼은 집안도 재력도 서로 다른 사람끼리 하는 게 좋아요. 다른 사람끼리 만나야 우주가 넓어지죠. 무엇보다 자식 인생의 봄날은 우리가 겪은 춘궁기와는 다릅니다. 인생 2막엔 배우자에게도 자유를 줘야 합니다. 더 이상 돈은 못 갖다 줘도 가을날의 자유는 줄 수 있어요. ‘알아서 해’ ‘그렇게 해’ 이 두 마디면 됩니다.”

2019.05.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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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이모저모] 한국 | 서울의 ‘대량매력무기’, 북한 폭격한다

국제 이슈

북한이 이달 말 남측 가수 160명을 맞이한다. 남북 양측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중 북측 관현악단 방문에 대한 화답 형식의 남측 예술단 방문에 일차적으로 합의했다. 남측 예술단에는 조용필(2005년 북한에서 공연한 마지막 남측 가수) 같은 중견 가수뿐 아니라 걸그룹 레드벨벳과 소녀시대 출신 서현 같은 젊은 K팝 가수까지 포함된다. 2015년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될 때 대표적인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가 대북 확성기를 통해 군사분계선 넘어 북측에 울려 퍼졌다.남측 가수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윤상과 현송월이 회담을 이끌었다. 현송월은 지난 2월 남측을 방문한 북 예술단에 포함됐던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 악단의 리드싱어다. 윤씨는 “북에 계신 동포 여러분께 한국에서 보여 드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감동을 전해 드리는 게 첫 번째 숙제”라고 말했다(연합뉴스 보도).남측 예술단은 오는 3월 31일 북한을 방문해 4월 3일까지 머물며 두 차례 공연을 가진다. 첫 공연은 2005년 뉴욕팔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공연했던 1500석의 동평양 대극장에서 열린다. 두 번째는 약 1만20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류경정주영 체육관에서 개최된다.남측은 또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간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북측 태권도팀의 방문에 대한 답방을 계획 중이다. 정상회담은 4월 말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다. 북한 비핵화 요구가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되겠지만 예술단은 공연에만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소피아 로토 퍼시오 뉴스위크 기자

2018.04.0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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