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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서원밸리 컨트리클럽[E-골프장 투어]

한국 10대 골프장에 꾸준히 랭크…최상의 코스 컨디션에 프로 선수들 만족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매년 5월에…골프장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 K팝 한류콘서트

경기도 파주에 있는 18홀 회원제 골프장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사진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김인오 MHN스포츠 골프전문기자] ‘꿈속에 그려보는 머나먼 고향아, 옛 모습 변치않고 지금도 잘 있느냐, 사랑하는 부모 형제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잔디야’. 가수 조영남 씨가 부른 번안곡 ‘고향의 푸른 잔디’ 도입부다. 골퍼들에게 고향 같은 쉼터인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의 이야기를 풀어갈 참이다. 슬로건은 절묘하게도 ‘고향이 느껴지는 서원밸리’다.

명당에 뿌리내린 명문 골프장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18홀 회원제 골프장이다.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다. 경관이 뛰어난 산과 들을 몇 번 지나치면 금세 골프장이 나타난다. 툴툴거리는 경운기에 길을 내어주고, 채소를 한 가득 품은 ‘어머니들’과 눈인사를 하면 마치 고향에 온 기분이 든다. 

‘상서롭고 복된 땅’이라는 파주 지방의 옛 이름 서원(瑞原)에서 착안했다. ‘아름다운 비단으로 병풍을 둘러친 모양’이라는 뜻의 금병산 기슭에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왕의 사냥터로 기록돼 있다. 바람을 잘 막아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자리 잡은 이 골프장은 아마도 사냥에 지친 왕에게 쉼터였을 것이다. 

명당 자리는 동아그룹이 먼저 알아봤다. 1996년 골프장을 짓기 시작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손을 털어야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기업은 대보그룹이다.1999년 인수해 2000년 6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개장 당시부터 화제였던 이 골프장은 대보그룹의 진심에 내장객들의 입소문이 더해져 ‘수도권 북부 최고의 명문 골프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페어웨이와 러프에는 ‘안양중지’를 심었다. 추위와 더위는 물론 건조한 기후에도 견디는 힘이 강한 품종이다. 또한 많이 밟았을 때 되살아나는 능력이 좋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농법’으로 사시사철 윤기가 나고 건강한 빛을 발하는 잔디를 만날 수 있다. 

2003년에는 ‘SBS골프닷컴 네티즌이 뽑은 한국 베스트 골프장’ 1위에 오른 후 최근까지 ‘한국 10대 골프장’에 꾸준히 들고 있다. 코스를 평가하는 일반적인 기준인 샷 밸류(Shot Value, 다양한 위험과 보상으로 기량을 시험하는 항목)와 코스 난이도 부문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홀 디자인·코스 관리·서비스·지역사회 기여도 등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골프장을 개방하고, 자선 활동의 이익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는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결단도 높게 평가된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KPGA 투어 최종전인 ‘LG SIGNATURE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유치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사진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최상의 코스 컨디션에 프로 선수들도 ‘엄지척’이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KPGA 투어 최종전인 ‘LG SIGNATURE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유치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은 2023년 ‘베스트 토너먼트 코스’로 선정됐다. 73.75%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선수들은 “드라이빙 레인지, 연습그린 등 경기력 향상을 위한 완벽한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2013년 문을 연 서원 드라이빙 레인지다 명물이다. 드라이버 샷을 300야드 이상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광활하고, 어프로치 샷과 퍼트, 벙커 연습까지 가능한 쇼트 게임장이 마련돼 있다. 특히 6개 레이더망의 트래킹 시스템으로 구축된 인레인지 시스템은 정밀한 타구 분석을 할 수 있다. 라운드가 예정된 골퍼라면 1시간만 서둘러보자. 이곳에서 미리 샷을 점검하면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의 긴장과 두려움이 싹 사라질 것이다. 

장미의 가시 홀과 거북이의 전설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의 시그니처 홀로 꼽히는 서원코스 2번홀.[사진 김인오 기자]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은 정교한 샷을 요구하는 서원코스 9개 홀과 호쾌한 장타와 도전이 요구되는 밸리코스 9개 홀로 나뉜다. 해발 고도 70미터에서 170미터를 오르내리며 비슷한 홀 없이 특색 가득한 18개 홀이 조화를 이룬다. 코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쉽다’이다. 하지만 스코어로 의외로 잘 나오지 않는다. 여성미가 넘치는 서원코스에서는 곳곳에 워터 해저드 등 위험지역이 도사리고 있어 정확한 샷을 요구한다. 바람을 따라 춤을 추는 능수버들 등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현혹되는 순간,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밸리코스는 전장이 길다. 그린까지 까다롭기 때문에 드라이버 샷을 최대한 멀리 보내야 숨을 고를 수 있다. 결과는 중요치 않다. 힘찬 드라이버 샷으로 스트레스를 모두 날렸다면 그걸로 대만족이다. 

시그니처 홀은 서원코스 2번 홀이다. 다수의 골프 전문 잡지들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5 홀’로 선정한 홀이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모양을 따라가면 멀리 그린이 나타난다. 좌우에 소나무가 병정들 도열하듯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마음의 평온을 준다. 골퍼 중 열에 아홉은 카메라를 꺼내 든다. 홀 전경을, 단체 사진을, 그리고 자신을 넣은 셀프 촬영까지 기록을 새긴다. 

이 홀은 ‘장미의 가시 홀’이라고도 불린다. 아름다운 장미꽃이지만 가시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단 티샷이 편하지 않다. 페어웨이 오른쪽에 있는 연못 안에 작은 분수가 응원하는 듯 물을 뿜어내지만 사실은 심술쟁이다. 비거리가 넉넉지 않은 골퍼라면 공을 헌납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저 연못에 들어간 공만 주워도 부자 될 거야.” 심술 섞인 농담이 자주 들린다. 페어웨이를 지켰다면 두 번째 연못을 조심해야 한다. 두 번의 샷으로 이글을 노리려다 자칫 힘이 들어가 왼쪽으로 당겨진다면 워터해저드 행을 각오해야 한다.

밸리코스 8번 홀 역시 대표 홀이다. 파3 홀로 키가 높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티잉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전체를 감싸고 있다. 그린 너머에는 산봉우리가 굽이쳐 자리 잡고 있어 동양화의 한 폭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홀 역시 인생 샷을 남기는 명소다. 그린 왼쪽에는 연못이 있다. 따라서 그린을 직접 공략하는 것보다 오른쪽 능선을 보고 샷을 하는 게 큰 위험을 피하는 길이다. 이 홀에는 명물이 있다. 연못에 떠 있는 거북이 조형물이다. 이 거북이를 맞고 그린에 튀어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다. 언제, 누가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이를 아직까지 만나진 못했다.

BTS도 다녀간 ‘그린콘서트’

올해 20회째를 맞이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골프장에서 열리는 K팝 한류콘서트다. [사진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국내 유일의 골프장에서 열리는 K팝 한류콘서트다. 지난 2000년 시작해 올해가 20회째다. 지난해에는 누적 입장객 50만 명을 넘겼다. 매년 5월 되면 골프장뿐 아니라 파주 전체가 들썩인다. 최등규 회장은 골프장 전체를 휴장하고 9개 홀을 주차장으로 개방한다. 캐디를 포함한 대보그룹 직원들이 자원봉사라로 참여한다. 최소 5억원 이상의 손실이지만 ‘나눔’을 위한 일에 주저함은 없다. 

시작은 골프장의 작은 콘서트였다. 하지만 인기 아이돌 그룹이 더해지면서 남미, 유럽 등 해외에서도 경기도의 작은 도시를 찾는다. 2015년에는 BTS(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펼쳤다. 이후 세계적인 스타가 돼 ‘그린콘서트를 거치면 뜬다’라는 얘기까지 만들어졌다. 출연하는 가수들은 모두 재능 기부다.

골프장이 있는 파주시와 광탄면은 특수를 누린다. 숙박업소는 예약이 불가능하고, 음식점, 관광지에도 사람이 넘쳐난다. 마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덕에 유지되는 미국의 소도시 오거스타를 연상케 한다. 

올해 그린콘서트는 5월 25일 열린다. 밸리코스 1번 홀 그린 앞에 무대가 설치되고, 페어웨이 전체가 관람석이 된다. 특별한 손님도 찾는다. 바로 ‘부탄의 조용필’로 불리는 가수 우겐이다. 그는 “한국에서 자선과 나눔을 대표하는 콘서트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그린콘서트에는 가수들의 재능 기부 외에도 각계의 후원이 넘쳐난다. 자선바자회 등 행사를 통한 수익금과 기부금은 파주 보육원과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본부 등에 전달돼 귀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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