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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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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서울대 석좌교수 제55대 한국경제학회장 취임…“경제 전환 계기 될 정책 제안할 것”

정책이슈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가 제55대 한국경제학회장으로 6일 취임했다. 이날 대전 대덕구 한남대 56주년기념관 서의필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2024년도 정기 총회’ 자리에서 이근 신임 학회장은 “한국경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전환의 계기로 삼을 좋은 경제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학회는 경제학계의 목소리를 담아 이에 대한 방안을 제안하고 한국경제 및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라고도 했다. 이 신임 학회장은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1년 9월 서울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로 임명된 그는 ▲한국경제발전학회장 ▲기술경영경제학회장 ▲한국국제경제학회장 ▲국제슘페터학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을 지냈고 최근 2년간 한국경제학회 부회장을 맡았다.그는 특히 올해 한국경제와 각 산업 분야에서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신임 학회장은 “경제성장률이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한국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주요 산업 분야의 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라며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중국 기업의 두각 등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할 정책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을 통한 산업의 전환과 에너지 수요의 증가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금융 안정성과 자본시장 이슈도 한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이 신임 학회장은 “한국경제학회에서도 AI에 따른 산업 전환과 에너지 수요에 대응할 정책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관계 기관과 협의해 경제·금융 안정성과 관련한 활동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한국경제학회는 한국경제의 재건을 위한 학문의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 1952년 창립됐다. 창립 이후 경제 이론, 정책, 역사 연구와 보급을 목표로 한국경제의 연구와 발전을 위한 이론·실증 측면의 조사 및 연구 사업을 추진해 왔다. 국문학술지인 경제학연구와 영문학술지인 The Korean Economic Review를 발행하고 있다.이날 한국경제학회 정기 총회에는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최윤정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등 회장단을 비롯한 한국경제학회 정회원 및 준회원이 참석했다. 한국경제학회가 시상하는 ▲신태환학술상과 청람상 ▲한국경제학술상 등 수상자도 자리를 빛냈다.이 신임 학회장 외 신임 부회장 및 신임 사무국장도 이날 임명됐다. 한국경제학회 신임 부회장에는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성효용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임 사무국장을 맡는다. 감사는 서병선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연임한다.

2025.02.06 14:55

2분 소요
정은보 이사장, 세계거래소연맹 이사회 참석 위해 출국

증권 일반

한국거래소는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개최되는 세계거래소연맹(WFE) 이사회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고 14일 밝혔다.1961년 설립된 WFE는 세계 각국의 정규거래소가 회원으로 참여해 글로벌 거래소시장 관련 의제를 논의하는 협의체로, 정회원 73개사, 준회원 12개사로 구성됐다.한국거래소는 1979년 21번째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현재는 총 18석인 WEF 이사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이번 이사회에서는 WFE 재무제표와 올해 사업계획을 승인한다. 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및 규제환경 변화 등 글로벌 거래소 시장의 최근 동향에 대한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정 이사장은 해외 주요 거래소 대표들과 만나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와 데이터·인덱스 사업 고도화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전략 방향을 공유하고 협력을 모색한다.한국거래소는 “세계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 주요 의제에 관한 논의를 주도하고, 한국거래소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5.01.14 15:06

1분 소요
글로벌 금융산업의 리더가 되려면… 표준화 작업을 선점하라[스페셜리스트뷰]

전문가 칼럼

금융 분야에서는 다양한 업무가 있다. 돈을 보내고 받는 일, 시기에 맞춰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게 선택하는 일, 안전하게 내가 원하는 계좌로 돈을 보내는 일까지 모두 금융 분야에 해당한다. 실무적으로 이러한 금융 거래는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횟수 및 엄청나게 많은 금액이 이뤄진다. 이 모든 금액을 몇백분의 일원까지도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컴퓨터공학이 총동원된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하다. 필자처럼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한 수많은 컴퓨터 과학기술자들이 금융시장에서 활약하고 있고, 계속해서 금융산업에 더 많은 컴퓨터 과학기술자들이 고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이 금융거래의 핵심이 되었다. 금융산업에서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가 조금이라도 오작동하거나 오류가 발생한다면 금융거래 자체가 마비되고 세계의 모든 시민들은 일상에서 돈이 오고 가는 그 어떠한 시장경제의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현 시대의 금융거래는 단순히 한 나라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이 되어 물자가 오고 가고 돈이 여기저기로 흐른다. 이러한 거래 시스템에서 각 나라마다 금융결제 시스템 규격이 다르다면 금융거래가 제대로 완료가 되지 않고 미결제 상태가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전 세계의 금융결제 시스템은 반드시 표준화가 되어야 한다. 그 표준화란 금융결제에 사용되는 컴퓨터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표준화가 주요 내용이다.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금융결제원에서 근무하며 전산시스템 개발 및 금융표준화 업무를 담당했다. 세계의 금융결제 표준화를 위해 미국·일본·독일·스위스·영국 등 선진각국의 금융 컴퓨터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세계 금융결제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생체인식을 통한 금융거래표준인 biometrics 분야에서 국제 표준 개발의 리더가 되어 세계 20여개국의 대표 금융 컴퓨터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끝에 국제표준화기구(ISO) 19092라는 생체 정보에 대한 국제표준을 등록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 국제표준 개발에 있어서 리더가 되어 개발을 주도하고 완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4년 2월 기술사의 날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필자가 속한 금융결제원 역시 지난 2024년 10월의 세계표준의 날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단체 분야 포상을 수상하였다. 국제표준을 만드는 과정과 금융 거래에 대한 표준을 만들면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제표준 만드는 과정은…국제표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해당 표준을 개발하는 데 다양한 나라에서 여러 명의 전문가에게 긴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된다. 표준은 긴 시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공유해야 할 인류 공통의 자산이기 때문에, 개발하는 기간도 오래 걸린다.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서 개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인지 결정하기 위해서 각 나라의 투표를 진행한다. 새로운 국제표준을 만들겠다고 제안하는 과정을 신규 제안(NP, New work item Proposal)이라고 한다. 해당 국제표준을 만들겠다고 제안이 올라오면 이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12주간 투표를 진행한다. 국가별로 ▲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표준인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 ▲자국 기업과 이해 충돌의 소지는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한 후 해당 국가를 대표하여 표준 개발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표를 주게 된다. 새로운 국제표준의 개발은 투표에 참여한 정회원국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이와 더불어 해당 국제표준의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최소 5개의 나라에서 참여해야 승인된다. 특정한 나라의 입장만 반영하여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표준화기구의 의미에 맞게 다양한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여 개발하기 위함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투표 권한을 가진 ISO 정회원국은 39개국이며, 투표 권한은 없지만 회의 참관, 정보 공유 등의 지위를 가진 준회원국은 46개국이다. 이러한 두 개의 조건을 맞춰서 표준 개발이 승인되면 이후 단계는 표준을 만드는 작업이다. 초안(WD: Working Draft)을 만들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기술적인 사항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표준 개발 작업반에서 진행된다. 작업반에서 만든 초안은 작업반 내의 합의를 거쳐 표준 개발을 위한 위원회(Committee)에 제출하게 된다. 위원회에 제출된 안을 위원회안(CD: Committee Draft)라고 하며, 위원회안은 다시 한번 회원국에게 회람되어 기술적인 검토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위원회안에 대한 의견은 다시 한번 표준안에 반영되어, 상세한 토의를 거친다. 이후 위원회안에 대한 의견까지 반영되고 나면 해당 안은 ISO 중앙사무국에 제출한다. 이렇게 중앙사무국에 제출된 안을 국제표준안(DIS : Draft International Standard)이라고 한다. 국제표준안 단계에서도 역시 12주 동안 ISO 회원국가에게 회람을 돌리고 투표를 실시한다. 정회원국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또한 1/4 이상에 해당하는 반대표가 없는 경우 국제표준안 단계를 통과한다. 투표 결과 얻은 회원국의 의견 중 해당 국제표준안에 대한 기술적인 변경사항은 이 국제표준안 단계에서 최종 반영된다. 국제표준안 단계를 통과한 표준안은 마지막 투표 단계로서 최종국제표준안(FDIS: 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는 8주 동안의 투표를 거친다. 최종국제표준안의 투표 조건은 국제표준안과 동일하다. 최종국제표준안 투표 단계까지 마치고 나면, 편집 등의 일부 사항을 중앙사무국에서 교정한 이후에 드디어 국제표준(IS: International Standard)으로 발행된다. 국제표준은 한 번 발행되고 나면 5년 동안의 유효 기간을 갖는다. 5년 동안 세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널리 사용되며, 5년 이후에는 해당 표준의 개정 여부를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확인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행한 표준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는 개정 작업이 있으며, 그대로 사용하기로 유지하거나 폐지하기도 한다. 금융 분야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기술위원회국제표준화기구는 각 산업별 표준 개발을 담당하는 기술위원회를 두고 있다. 금융 서비스 분야는 국제표준화기구의 68번 기술 위원회인 TC 68에서 국제 표준을 개발한다. 표준 개발은 공통의 요구사항이 금융기관의 전문가와 각 나라의 상황을 맞춰서 반영되어야 한다. 기술위원회는 다시 산업별 주제에 따라서 여러 개의 분과위원회(Sub-Committee)로 구분한다. 금융 거래에 있어서는 개인 정보, 신용 정보 등 보안이 가장 중요하기에 금융 거래의 보안(security)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공통의 사항을 정하는 위원회가 있다. 이 보안과 관련된 금융 거래의 국제표준을 작성하는 위원회가 분과위원회 (Sub-Committee) 2번이다. 필자는 이 SC 2, ISO TC68/SC 2번 위원회에서 국제표준 2건을 개발하였다. 필자가 개발한 국제표준 중 하나는 생체인증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19092이다. 이 표준은 생체인증을 대금 결제·금전 송금·대출·외환거래 등 금융거래에서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필요한 요구사항과 기술을 수록한 표준이다. 다른 하나의 국제표준은 핀테크와 관련한 국제표준인 ISO/DIS 18960이다. 고객의 계좌를 보유한 은행이 아닌 기관으로서 고객의 요청에 따라 결제·송금 등을 수행하는 핀테크 기관에서 준수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과 권고를 수록한 국제표준이다. 이 표준은 현재 앞서 소개한 단계 중 국제표준안(DIS) 단계의 표결이 진행 중으로 내년 발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생체인증은 지문·음성·홍채·얼굴·손바닥(장문)·정맥 등 사람마다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종류의 생체 신호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기술을 뜻한다. 손바닥의 굴곡과 복잡한 형태의 선은 사람마다 형태가 매우 다양하여 본인임을 증명하는 인증 정확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정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신체 속에 숨겨진 형태의 생체 정보이기 때문에 지문·홍채 등의 다른 생체인증 수단에 비하여 위조가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소개한 금융 거래 시 공동으로 필요한 정보의 종류, 즉 정보를 교환할 때 필요한 데이터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9번 분과위원회 (ISO TC 68/SC 9)에서 결정한다. 이 분과위원회는 국제 금융 거래 시의 기본 규격이 되는 정보 교환 문서인 ISO 8583을 개발한 분과위원회이기도 하다. 금융 분야 국제 표준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마지막으로 소개할 중요 분과위원회는 8번 분과위원회(ISO TC68/SC 8)다. 예를 들어 사람의 이름을 만들 때 돌림자를 쓰는 집안이라면 영수, 명수 등 수 자 돌림으로 쓰겠다라는 등 일종의 규칙이 있을 것이다. 이 8번 분과위원회에서는 금융 거래에 필요한 이름을 짓는 데 있어서의 규칙을 만드는 위원회이다. 하나의 사례로, 국제적으로 은행의 이름을 구분할 때, 해당 국가의 국가 코드 (KR)이 들어가는 식으로 11자리 코드를 부여한다는 규칙을 정한다.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각 은행에서 자유롭게 정한 4자리 알파벳 이후에는 항상 국가 코드 두 자리 KR이 들어간다. 국제표준 업무를 이끌어 나갈 때 경험하는 것들 국제표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의 연속이다. 종래의 전통적인 은행, 카드회사, 금융 거래에 포함되는 소비자, 그리고 새로 생겨나는 전자 상거래에 기반한 금융업은 아니지만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기관 등 금융 거래에 있어서 다양한 이득을 대변하는 여러 기관이 있다.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 금융 거래에 있어서도 한 기관의 이득이 다른 기관의 이득과는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표준을 만들 때에는 이러한 이해 관계를 감안하여 모든 기관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의 합의가 중요하다. 한번 만들어진 표준은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폐지하기 전까지 계속 남아서 세계의 사람들에게 소개된다. 이 문서는 표준을 만들 당시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공유한 각국의 지식을 집대성하였기 때문에 한번 만들 때 주의 깊게, 서로 간의 합의를 최 우선으로 하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작업하는 국제 기구는 ISO(Internationl Standard Organization)이고, 국제표준을 만드는 기관은 ISO 외에도 국제전기기술위원회인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ttee), 국제전기통신연합인 ITU-T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가 있다. 특히 ITU-T는 우리 나라가 정보통신 산업의 강국인만큼, 세계를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이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표준을 만들 때 모든 나라가 해당 표준의 개발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자국에서 이미 해당 산업을 선도해 나가는 입장인 경우 새로운 표준이 기존의 기술과 상충될 가능성도 있어 선뜻 찬성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한 나라의 의견만 계속 주장하더라도 각 투표 단계에서 다른 나라가 선뜻 지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투표에서 표준안이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표준 개발 과정마다 거치는 각종 투표에서 각 나라의 의견을 가급적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나라의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경험필자가 작업하고 있는 작업반은 미국 국립표준협회(ANSI), 영국 표준협회(BSI), 프랑스 표준협회(AFNOR), 일본 산업표준위원회(JISC), 호주 표준원(SA), 중국 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SAC), 세계 유수의 글로벌 결제 기관 등이다. 다양한 나라, 다양한 기관에 속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필자가 개발한 2건의 표준 중 한 가지는 생체인증에 대한 표준이다. 생체인증 표준인 ISO 19092는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바이오인증을 사용하는 기관이 준수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 및 기반 구조를 제시하고, 바이오인증 서비스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조치사항을 총망라한 지침서이다. 현재 필자가 개발하고 있는 또다른 표준인 ISO/DIS 18960은 결제서비스 제공기관이 보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조직 전체 및 기능적 측면에서 구비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과 지침을 기술한 표준이다. 한국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생체인증은 휴대폰에 지문 또는 얼굴을 가지고 인식하는 인증이다. 요즈음에는 아파트에 출입할 때에도 거주민의 얼굴을 통해 출입을 허가하는 시스템이 많이 사용되며, 가장 가까운 예로는 국내 공항에서 손바닥 인증을 통해 여권 대신 신원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해외에서는 지문 정보를 금융 거래에 필요한 카드에 포함시켜 카드를 발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생체정보가 담긴 카드는 특히 보안이 중요하다. 필자가 국제표준을 개발할 때에는 글로벌 신용카드 사에 재직 중인 박사님들, 일본의 생체인증 분야를 전공한 교수님, 우리 나라의 생체인증 전공의 대가인 교수님, 프랑스의 지급결제기관 전문가, 호주의 지급결제기관 전문가와 보안 컨설턴트, 스위스의 양자 컴퓨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본인의 전문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들과 함께 표준을 개발했다. 표준 개발 시 상호 간의 합의와 조정이 중요하다. 필자가 속한 표준 개발 작업반은 앞서 보안 분야에서 30년 이상 유지되어 온 역사가 깊은 표준 작업반이다. 이 표준 개발 작업반은 1년에 3차례 직접 만나서 회의를 진행한다. 올림픽처럼 각국에서 참여하다 보니, 각 나라의 공정한 작업 기회가 중요하다. 따라서 작업반 회의도 세 개의 대륙인 북미, 아시아태평양, 유럽에서 돌아가면서 개최한다. 각 나라의 업무 시간인 09시부터 17시까지 맞춰서 진행하다 보니 시간대가 다른 나라에서는 새벽 시간에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필자가 개발했던 국제표준은 코로나가 한창 창궐했던 2021년에 기술적인 주요 사항이 주로 정해지다 보니, 월 2회 미국 시각에 맞춰서 새벽 3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일을 하는 게 매우 힘들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생업이 있지만 국제적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였다. 필자가 개발한 생체인증 국제표준 역시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투표를 거쳤다. 각 단계의 투표에서 영국·일본·미국·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해당국의 대표 전문가가 다양한 의견을 주었다. 표준 개발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본인 업권에서 20~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분들이기에 이 분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기술적인 상세 사항을 추가하면서 각 나라의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각 나라의 의견을 반영하여 의견에 대해 프로젝트 리더로서 생각하는 처리 방안을 기술한 문서를 만들어서 의견을 준 국가 및 이 표준안을 개발하는 다른 국가까지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생체인증이 각 나라에서 널리 다양하게 쓰이고 있었기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전문가가 보낸 의견이 75개 이상 발생하기도 하였다. 전문가가 보낸 의견이 개발 중인 표준안에 반영되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가급적 상세하게 의견을 반영했다. 특히 생체인증 정보는 다른 인증수단과 달리 한 번 유출되면 변경이 어렵기에, 생체인증 정보를 금융 기관이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에 대하여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내가 사용하는 휴대폰에 얼굴 또는 지문 정보를 등록하여 사용하는 것은 관리 주체가 개인이 되지만, 금융기관에서 소비자의 정보를 관리하는 경우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일종의 해결책으로서 고객이 금융기관에 제시한 생체인증 정보를 금융기관과 신뢰받는 제3의 기관이 분할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표준에 수록하였다. 상대 국가의 의견을 그대로 표준안에 반영하기보다 수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 등 모바일 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협에 대해 수록하자는 해외 전문가의 요청이 있었다. 표준에 특정한 기업의 기술을 편향적으로 수록하지 않기 위해 모바일 기기에서 금융 서비스의 생체인증 환경을 구현할 때 검토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을 표준의 부록에 포괄적으로 기술하였다. 특정한 나라 또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각 나라의 입장을 조화롭게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이와 같이 표준안의 개발에 있어서 투표 단계마다 회원국의 수많은 의견과 반영 과정을 거쳤으며, 기술적인 의견이 최종적으로 국가간 투표를 통하여 결정되는 과정인 국제표준안(DIS), 최종국제표준안(FDIS) 단계에서 투표에 참여한 정회원국가가 모두 찬성하는 쾌거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우리 나라의 의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이해관계자, 산업별 현황이 다르다는 것을 반영하여 각 나라의 의견을 조화롭게 수용한 후 합의 일치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표준 개발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점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스포츠 정신이 중요하듯이 국제표준 개발에서는 다른 나라의 의견을 프로젝트 리더로서 조화롭게 반영하여 투표 단계에서 합의를 이루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금융 IT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국제표준은 세계 금융 시장에서 생체인증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보안 기술을 수록한 지침서로서 활용될 것으로 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하여 수행하였기에, 향후 우리나라의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우리나라가 만든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새로운 형태 금융 거래 시장에서 표준의 역할한국에서는 오픈뱅킹 업무를 시작으로 혁신적인 여러 금융 서비스들이 생겨났다. 필자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표준은 중소 기업의 상생의 시대에 맞춰, 종래의 전통적인 금융기관처럼 크고 업무에 투입할 인력과 돈이 풍부한 기업이 아닌 중소 기업 (SME: Small and Medium Enterprise)에 대하여서도, 고객의 금융 거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를 안전하게 하려면 어떠한 보안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보안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과 지침, 권고에 따라서 처리하면 되는지를 정의한 표준이다. 종래의 금융 시장은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자본이 어느 정도 이상 되는 대규모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관이 새로운 금융 시장의 플레이어로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이후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산업을 마주치고 있다. 카드 거래가 일상적이지 않던 나라, 예를 들어 화장실을 사용하더라도 1유로짜리 동전을 주어야 쓸 수 있었던 해외에서, 이제는 신용카드를 가까이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주치는 일이 최소화되고 있다. 카드 거래 망이 보급되지 않아서 카드 결제가 어려웠던 도심과 다른 시골에서도 이제는 휴대폰에 고객이 보유한 앱의 QR (Quick Response)을 통해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대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거래가 진행되는 시기에,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각 금융 기관과 산업 종사자들 간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QR 거래의 경우, 유니온페이,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활성화되고 있기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QR 거래를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이미 두 건의 국제표준을 금융 분야에서 개발하였다. 한 나라 안에서만 사용되던 기술을 세계인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국제 표준의 개발을 금융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가기술표준원이 표준 개발에 있어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금융 거래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인공지능, 첨단 양자기술 등 발전하는 분야의 국제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분과위원회 설립, 이사회의 이사 진출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출몰하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최소한 5년의 기간 동안 영속적으로 세계인에게 읽혀질 수 있는 표준을 개발하는 업무는 금융 산업에서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보람을 느끼는 업무이다. 더불어 국제 표준에 우리 나라의 발전한 국가 기술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나라가 이제는 금융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선도자로서 자리매김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방법이다. 이미 한국은 발전된 정보기술을 통해 금융과 IT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 핀테크를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활발한 표준 개발과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글로벌 금융 산업의 리더로 우리나라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윤혜영 전문연구역/기술사/국제기술사는 한성과학고를 거쳐 KAIST 전산학과 학사,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금융결제원에서 국제표준, 국가표준, 단체표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외환동시결제, 국가간 현금자동입출금기 연계 공동망 등 지급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생체인증 분야의 ISO 국제금융표준을 개발한 후, 현재 핀테크 분야의 국제금융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및 한국기술사회 소속으로 정보기술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

2024.11.25 08:00

13분 소요
롯데카드, ‘충전 필요 없는 용돈카드’ 티니카드 사전예약 받는다

카드

롯데카드가 자녀 용돈관리와 후불교통 기능을 결합한 ‘티니카드’ 사전예약 이벤트를 다음 달 3일까지 실시한다고 21일 밝혔다.티니카드는 자녀가 용돈카드 및 교통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이며, ‘티니패스 카드’의 리뉴얼 상품이다. 부모의 롯데 개인 신용카드와 연결한 후 한 달 용돈을 설정하면, 설정한 용돈금액 내에서 자녀가 별도로 충전할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다.또 후불교통 기능을 탑재해 잔액 확인과 교통카드 충전의 번거로움 없이 간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입력한 자녀 생년월일에 따라 청소년·어린이 대중교통 요금이 자동으로 적용되며, 청소년 유해업종에서의 결제가 제한된다.디지로카앱을 활용하면 티니카드를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자녀가 디지로카앱에 준회원으로 가입하면 실시간으로 용돈 잔액과 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로카페이에 등록 시 온라인 신용카드 가맹점 결제를 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아진다. 부모를 위한 자녀 이용내역 조회 서비스, 실시간 승인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녀의 소비패턴을 분석해주는 ‘용돈리포트’와 용돈 절약을 돕는 ‘소원상자’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롯데카드는 사전예약 이벤트 기간 중 티니카드를 신청한 고객에게 발급비를 면제해주고, 티니카드 첫 달 이용금액의 5%를 최대 5000원까지 캐시백해준다. 사전예약은 롯데카드 디지로카앱에서 가능하며, 티니카드는 8월 중 출시 예정이다.티니카드 연회비는 없으며, 최초 발급과 재발급 시에 발급비 3000원이 청구된다. 티니카드 발급 시 스티커가 제공되며, 스티커를 활용해 카드를 원하는 대로 직접 꾸밀 수 있다.롯데카드 관계자는 “용돈 관리를 통해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소비 습관을 기르고, 건전하고 올바른 경제관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2023.07.21 12:46

2분 소요
유안타증권,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와 투자조합 수탁 MOU

증권 일반

유안타증권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와 ‘액셀러레이터 투자조합 결성 활성화를 위한 수탁사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유안타증권은 창업투자 시장의 성장과 구조적 선순환 체계 구축에 공헌하기 위해 이번 협력기관 선정에 적극 임했다. 그 결과 다수의 신청 참여자 중 신한투자증권과 함께 최종 협력기관으로 선정됐다. 협약 기간은 2024년 6월까지 1년이며, 종료 시점에 재협약을 협의한다. 2021년 6월부터 펀드 불법 운용에 대한 수탁사의 책임, 감시 의무가 강화됐다. 액셀러레이터 투자조합은 투자자를 구했음에도 수탁 기관을 찾지 못해 조합 결성에 실패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투자조합은 유안타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탁을 맡길 수 있게 됐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는 회원사의 수탁사 매칭 신청을 협력 수탁사로 연결해 주고, 수탁사는 투자조합 규모와 상관없이 0.3% 이하의 수수료로 수탁 업무를 맡는다.유안타증권은 일찍이 창업투자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및 벤처투자조합 출자, 비상장주식 직접 투자, 투자조합 업무 수탁 등의 사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의 준회원사로 등록해, 향후 협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창업투자 관련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궈밍쩡 유안타증권 대표이사는 “이번 업무협약은 금융시장 발전에 굉장히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협회와 함께 한국 창업투자 시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유안타증권 GWM사업부문 대표 또한 “조합 수탁뿐만 아니라 조합 출자, 벤처 인큐베이팅에서 IPO까지의 솔루션 제공 등 창업투자 시장 전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신진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협회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업계 숙원사업으로 꼽혔던 수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협회 회원사들과 협력 수탁사들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정책으로 창업투자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2023.06.09 10:51

2분 소요
카카오페이, 보험협회 ‘정회원’ 가능하지만 캐롯은 ‘준회원’인 이유[보험톡톡]

보험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손해보험협회가 새 식구를 맞이하게 됐다. 카카오페이의 목표대로 올 하반기 카카오손해보험(가칭)이 출범한다면 손보협회의 19번째 회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초 출범한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의 경우 손보협회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하지만 카카오손해보험은 출범 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기존 손보사들과 함께 정회원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 카카오손보, 협회 19번째 식구되나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보험준비법인(카카오페이 자회사)은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업 진출을 위한 본허가를 받았다. 기존 보험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본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페이보험준비법인 측은 “국내 최초 핀테크 주도 디지털 손보사로서 보험의 문턱을 낮추고 사랑받는 금융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올 하반기 카카오손해보험이 출범하게 되면 다른 손보사들과 마찬가지로 손보협회 회원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협회 가입이 의무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보험영업을 진행하는 회사의 경우 대체로 협회 가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계가 아닌 국내 손보사들은 100% 손보협회에 가입돼 있다. 손보협회 정회원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하나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악사(AXA)손해보험, AIG손해보험, MG손해보험, 코리안리재보험, 서울보증보험까지 15곳이다. 준회원사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에이스아메리칸화재해상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3곳이다. 정회원, 준회원을 합친 총 회원사는 18곳이다. 정회원의 경우 이사회 의결권이 주어지며 납부 회비 규모가 준회원보다 높다. 준회원은 총회에서 발언권만 주어진다. 카카오손해보험은 같은 디지털 손보사 형태인 캐롯손보(준회원)와 달리 정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현재 손보협회는 ▶정회원사의 자회사 ▶외국계 보험사 한국지점의 경우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으로 가입을 받고 있다. 캐롯손보는 기존 정회원사인 한화손보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준회원으로 가입한 케이스다. 카카오손해보험은 특별한 제약이 없어 기존 15곳의 손보사들과 함께 정회원으로 분류될 수 있다. 새 회원사 추가 시 기존 회원사들의 납부 회비에는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손보사들이 협회에 내는 협회비는 연간 총 납부액이 정해져 있고 수입보험료 규모에 따라 손보사들이 나눠서 내는 식이다. 카카오손해보험이 새로 합류하면 기존 회원사들의 납부 회비가 줄어들 수 있다. 물론 당장 카카오손해보험의 수입보험료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나머지 회원사들의 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외국계 손보사인 AIG손보는 정회원으로 분류돼 있다. 이는 2005년 AIG손보가 손보협회에 정회원 가입을 요청했고 회원사들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다. 정회원, 준회원 분류 규정은 있지만 원하면 정회원으로의 가입도 가능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관계없이 회사들이 관련 협회에 가입할 때 굳이 준회원으로 가려는 곳은 잘 없다”며 “카카오손해보험이 손보업계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협회 내 지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2.04.15 06:03

2분 소요
제약바이오협회, ‘한국형 바젤론치 프로젝트’ 가동… 유럽 진출 지원 본격화

산업 일반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하 협회)가 스위스 바젤 주정부와 손잡고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거점 마련에 나선다. 협회는 유럽 시장에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과 의약품 수출을 활성화를 위해 ‘스위스 바젤론치 KPBMA 맞춤형 프로그램’을 가동,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9일 밝혔다. ‘바젤론치’는 스위스 바젤 주정부가 제약사·스타트업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 네트워크 기회 및 사업 자문 등의 폭넓은 지원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바젤은 700여 개 기업과 1000여 개의 연구기관이 둥지를 틀고 있는 유럽 글로벌 빅파마의 근거지다. 산·학·연 협력 등 생명과학 생태계가 활성화돼 있다. 바젤론치에 연간 투입되는 연구개발(R&D) 자금만 약 210억 달러(약 24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와 맞먹는다. 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을 다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바젤론치 및 상위기관인 바젤투자청과 ‘스위스 바젤론치 KPBMA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바젤 소재 스타트업과 교류 외에도 글로벌 제약사 네트워킹, 제품 수출처 물색 지원 등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니즈를 반영해 유럽 시장 진출 기회를 탐색하도록 고안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내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3년 동안 운영된다. 유럽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거나, 시장 진출에 대한 타당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협회 정회원사 및 준회원사가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참가 기업은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SIP) 공유오피스 지원 ▶글로벌 제약사 네트워킹 지원 ▶원료·완제품 유럽 지역 수출 대상 물색 지원 ▶유럽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교류 지원 ▶스위스 대학·연구기관과 산·학 협력 지원 ▶현지법인·사무소·R&D 센터 설립 과정 지원 등 총 6가지 혜택을 받게 된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협회는 한국 컨소시엄의 간사 역할을 수행하고, 기업과 스위스 간 소통 창구로서 참가기업 수요를 발굴해 바젤론치에 전달할 예정이다. 바젤론치와 바젤투자청 측은 이 같은 국내 기업의 수요에 걸맞은 현지 협업 파트너를 발굴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노바티스,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의 본고장이자 유럽 대륙 중심에 위치한 스위스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유럽 시장 진출 거점에 적합하다”며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스위스 보건당국과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상호신뢰협정에 따라 GMP 실사가 면제되는 등 시장 진출에 강점이 있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빠르게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윤신 기자

2021.11.09 15:50

2분 소요
호텔신라 vs 김기병 회장…‘동화면세점’ 폭탄 돌리기의 끝은?

유통

서울 광화문사거리에 있는 동화면세점. 1973년 생긴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곳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전락했다. 호텔신라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4년째 벌이는 소송전이 그 배경이다. 특이하게도 동화면세점을 서로 갖지 않겠다며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소송이다. 더 큰 문제는 동화면세점이 처한 사정이다. 시내면세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 우려와 함께 매력도가 떨어져 ‘계륵’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법원 1심과 2심 판단 역시 정반대로 엇갈리면서 상황은 더 알 수 없게 흘러가고 있다. 동화면세점 폭탄은 누구에게서 터질까. ━ 용산역 개발사업 실패…갈등의 시작 업계에 따르면 동화면세점 지분 매각과 관련 호텔신라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간 소송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호텔신라는 애물단지 동화면세점을 떠안아 ‘매각이냐 철수냐’ 기로에 서게 되고, 김 회장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면세점을 어떻게든 운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김 회장은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남편이다. 호텔신라와 김 회장의 소송전 발단은 201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관광의 용산역 개발사업이 실패를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롯데관광은 호텔신라에 김 회장의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600억원에 매각했다. 이때 3년 후 호텔신라가 해당 지분을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매도청구권) 계약을 체결했다. 김 회장이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위약책임으로 잔여 지분 30.2%를 추가로 귀속시키는 조건도 달았다. 이 조건을 제시한 것은 호텔신라다. 당시 업계에선 이를 두고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을 손에 넣기 위한 포석으로 봤다. 동화면세점은 루이비통과 샤넬, 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을 모두 유치했을 뿐 아니라 광화문 요지에 위치해 있어 경쟁력이 높았다. 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신세계란 분석이다. 김 회장이 내놓은 동화면세점 지분을 신세계그룹에서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치자 호텔신라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거액을 내놓는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그해 관세법이 개정되면서다. 면세점 운영 특허가 대기업과 중견‧중소로 구분됐고, 다수의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장벽이 낮아졌다. 호텔신라가 견제구를 날렸던 신세계그룹도 신세계 자회사로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하고 면세점 개점에 박차를 가했다. 더욱이 대기업집단에 속한 호텔신라는 중견‧중소 특허를 가진 동화면세점을 운영할 수도 없는 상황. 호텔신라 입장에선 더이상 동화면세점 지분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던 셈이다. 갈등이 본격화 된 건 2016년, 호텔신라의 풋옵션을 김 회장이 거부하면서다. 호텔신라는 지분 인수 3년 뒤인 2016년 6월이 되자 풋옵션을 행사해 김 회장 측에 주식을 재매입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채무불이행을 선언,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변제를 대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담보였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도 내놓겠다고 맞섰다. 호텔신라는 결국 법정행을 택했다. 2017년 김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대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원고(호텔신라) 일부 승소 판결이 났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매매대금을 받지 못하고 그보다 가치가 떨어진 대상 주식과 잔여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대상 주식의 매도 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잔여주식 무상 귀속 위약별 규정을 호텔신라가 만들었으므로 경영권 취득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호텔신라가 신세계를 견제하는 동시에 위치 좋고 경쟁력 있는 동화면세점이 탐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운영도 할 수 없게 되고 동화면세점 사정도 갈수록 안 좋아지자 발을 빼는 것이고, 김 회장도 이 기회에 골칫덩이 동화면세점을 어떻게든 털어버리자는 강한 의지가 담긴 싸움”이라고 말했다. ━ 무리한 지분투자?…호텔신라의 자충수 호텔신라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김 회장이 풋옵션을 받아들여 지분을 다시 사는 것이다. ‘현금으로 빌려 갔으니 현금으로 갚으라’는 게 호텔신라 측 주장이다. 김 회장이 보유한 롯데관광개발 주식 등을 볼 때 변제 여력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회장은 상장사인 롯데관광개발 최대주주로, 총 주식의 58.31%를 보유 중이다. 만약 호텔신라가 김 회장 측의 동화면세점 지분 30.2%까지 떠안으면 동화면세점 지분율이 50.1%로 오르면서 최대주주가 된다. 동화면세점이 호텔신라 자회사로 편입되는 셈. 하지만 대기업의 중소중견 면세점 경영이 금지된 만큼 곧바로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법인은 살아 있어도 운영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사업권을 포기하거나 철수해야한다”면서 “하지만 시내면세점 경쟁이 치열하고 코로나19 펜데믹까지 겹쳐있는 이 시국에 판다고 해서 시내면세점 운영권을 살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말했다. 실제 동화면세점은 5년째 적자 늪에 빠져있다. 매출은 2016년 345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줄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2203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2015년 15억원 흑자를 낸 이후 2016년부터 적자전환해 지난해엔 2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5년간 누적된 적자만 85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사실상 동화면세점 M&A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호텔신라의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동화면세점에 대한 투자 결정이 섣불렀다는 지적이다. 당시 호텔신라의 실적도 좋지 않았다. 무리한 욕심으로 나선 무리한 지분투자가 결국 독약이 돼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 수익성‧상징성도 물음표…존속자체 어려워 김 회장이 패소할 경우 ‘1호 시내면세점’이라는 명맥 유지는 가능해진다.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롯데관광개발 지분 일부를 정리해 호텔신라로부터 동화면세점 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운영한다고 해도 가시밭길이다. 동화면세점이 처한 영업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루이비통과 구찌 등 명품 매장이 잇따라 철수했고 수익성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유일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이라는 타이틀 외엔 상징성이 전무하다. 김 회장 스스로 운영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화면세점은 최근 한국면세점협회 정회원 신분에서 준회원 신분으로 변경을 요청하는 등 면세사업에서 힘을 빼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기존 엔타스와 SM면세점 등이 모두 문 닫고 사라지면서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이라면서도 “명맥은 유지할 수 있겠으나 영업력이 떨어져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이 어려워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 관계자는 “김 회장 입장에선 동화면세점을 포기하더라도 어떻게든 리조트와 카지노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목표일 것”이라며 “동화면세점은 호텔신라, 김 회장 어느 쪽이 승소하더라도 존속 자체가 어려운 계륵이 됐다”고 덧붙였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당시 계약 자체가 호텔신라 측에 훨씬 유리했고, 그만큼 절박했던 자구 노력안 중 하나였다”면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8.03 19:25

5분 소요
[R&D 분야로 번지는 브렉시트 파장] R&D 허브 자처하던 英 연구 인력 이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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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인력 중국으로 대거 이동할 수도... EU와 협력 강화하고 인재 적극 유인해야 영국은 3월 29일 유럽연합(EU)에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지난해 6월 영국 국민 절반 이상이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면서 시작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현실로 다가왔다. 브렉시트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전 세계 지식 산업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과 함께 지식 산업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R&D) 분야에도 거친 바람이 불 것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R&D 관련 정부 투자를 증가(0.6%포인트)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후폭풍은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영국은 글로벌 공용어 ‘영어’라는 무기를 앞세워 EU의 R&D 허브 역할을 맡으며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연구 역량과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젠 풍전등화 신세다. ━ R&D 대안으로 떠오르는 독일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의 조너선 포르테스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후 2020년까지 R&D 등을 담당할 인적 자본이 최소 9만1000명에서 최대 15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에도 0.6~1.8%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영국 정부는 R&D 자금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브렉시트 과정에서 실제 늘릴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영국이 EU와 경쟁을 의식해 R&D 투자를 더 늘릴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전망 수준에 불과하다. R&D 투자가 자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판단에 따라 그 지원 규모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EU의 R&D 분야 재정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Horizon) 2020’에 영국이 준회원국(터키·스위스 등)과 같은 지위를 유지할지 관건이다.브렉시트 이후 EU의 영국에 대한 R&D 관련 투자는 줄거나 심할 경우 중단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영국의 대학과 연구소는 연구비 확보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된다. 만약 브렉시트 과정에서 영국의 R&D 투자 감소가 확인되고,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매칭 펀드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국가 간 R&D 협업 투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국과 독일의 R&D 협업이 주춤할 경우 가장 큰 파장이 예상된다.영국에서 이탈하는 R&D 인력의 변화도 살펴봐야 한다. R&D 인력의 유입이 줄어든다면 영국의 R&D 위상은 약해지게 된다. 이럴 경우 영국의 연구 인력은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 협력이 이뤄지고, 향후 늘어날 독일이나 프랑스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강대국인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탈핵(탈원전-원전해체), 패시브 하우스(지열을 포함해 최소한의 난방으로 적절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주택), 의료 분야에서 R&D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로 영국뿐만 아니라 EU 연구 인력 역시 대거 다른 곳으로 떠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브렉시트 이후 R&D 블랙홀처럼 연구 인력을 빨아들일 공산이 커진다. 중국이 R&D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면 한국의 R&D 경쟁력은 중국에 뒤처질 우려가 있다.영국과 EU 현지 언론이 보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개발이나 바이오기술(BT) 분야에서 연구했던 R&D 인력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을 떠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 단체에 투항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지 않더라고 R&D 분야에서 ‘사회적 덤핑(social dumping)’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박성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브렉시트로 영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 연구 인력과 산업의 ‘사회적 덤핑’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의 유럽 단일시장도 그 여건에 따라 사회적 덤핑을 통한 시장재편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이런 우려가 커짐에 따라 한국 정부도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책연구관리시스템(프리즘)에 등록된 ‘브렉시트에 따른 과학기술분야 영향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한 보고서로 대응 방안이 잘 정리돼 있다.우선 브렉시트라는 현실을 반영한 R&D 협력을 준비해야 한다. 브렉시트 이후까지 내다보고,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영국이 오히려 EU 외 국가와 전략적 R&D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참여 지분을 높일 수 있는 기초과학연구 분야에서 협력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EU R&D 네트워크 참여 시급 인적 자원의 유동성 증가로 해외의 유능한 인재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영국에서 거주중인 EU 회원국 소속의 인적 자원은 더 이상 유럽 시민권 차원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영국의 R&D 인력이 움직일 가능성이 큰 독일과 연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등 에너지 분야가 유망하다. 패시브 하우스는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로 유럽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09년부터 패시브 하우스 형태의 건물을 설계해야만 건축 허가를 내주는 데 독일의 프랑크푸르트가 그 거점이다.중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전략적 분야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중국은 해외 우수 인력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이 R&D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면 한국의 R&D 는 중국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이에 따라 BT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할 수 있는 기초·응용 과학 분야에서 인력 교류에 중점을 둬야 한다. 특히 유전자변형식품 없음(GMO Free) 정책, 동물 복지, 농식품원산지·식품영양 표시 등 분야는 한국이 여전히 중국보다 앞설 수 있는 R&D 영역이다.영국의 산업 변화에서 R&D 기회를 찾아야 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부문이다. 여러 기업이 영국에 진출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엔진을 비롯한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EU 탈퇴로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해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다. 덕분에 한국의 자동차 제품과 기술이 EU 시장에서 영국 제조사와 동등한 대접을 받게 됐다. 김덕형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원은 “브렉시트로 인한 정치·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는 한국 기업의 R&D 투자 축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R&D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EU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프로그램(COST) 같은 연구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017.04.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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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경영의 정석(11) 해운·조선산업 몰락 어떻게 볼 것인가?

산업 일반

한국 해운·조선산업 몰락의 비극은 경제의 기본인 수요·공급 룰을 지키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경영의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어느 기업이나 어느 산업이나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수요와 공급은 경제 원리의 기본이다. 수요가 넘치면 대박을 터뜨리고,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가격 폭락으로 쪽박을 찬다. 이런 원리를 피해나갈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서비스 한 번, 제품 한 개의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해운과 조선 산업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들 업종은 수요를 잘못 예측하면 한 방에 훅 간다. 서비스나 제품의 가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해운·조선산업 몰락의 비극도 경영의 기본인 수요·공급 룰을 지키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경영의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어느 기업이나 어느 산업이나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39년간 아시아 해운강자로 군림해온 한진해운이 지난해 연말 불과 석 달 만에 공중분해됐다. 삼일회계법인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한진해운을 청산하는 게 존속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실사보고서를 지난해 12월12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한진해운의 청산가치는 1조8000억원이고 존속가치는 9000억원으로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6위 대형 해운사가 몰락하는 과정은 너무 허무했다. 기업의 방심과 정부의 무능이 빚어 낸 참사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기업의 방심부터 살펴보자. 잘못된 경영권 이전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경영권을 잡았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다. 그는 한진해운이 본격적으로 기울기 시작하던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조사를 받았다. 앞서 4월6일, 한진해운의 외부 컨설턴트와 통화한 뒤 14차례에 걸쳐 자신과 두 딸이 갖고 있던 주식 전량을 팔아치운 것이 조사의 발단이 됐다. ━ 한진해운, 잘못된 경영권 이전이 불행의 씨앗 검찰은 그의 사무실과 자택 등 7~8곳을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4월 초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신청 방침이 정해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았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동을 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최 전 회장과 두 딸이 보유했던 지분 처분을 통해 회피한 손실액을 10억 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자율협약 이후 폭락이 불 보듯 뻔한 주식을 미리 팔아치워 골치 아픈 기업 경영에서 발을 빼려 했다면 경영 부실로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단물만 빼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침몰 중인 세월호를 버리고 떠난 이준석 선장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내부 정보를 모르는 선량한 투자자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들어가자 주가 폭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실제 한진해운 주가는 자율협약 직후 40% 가량 폭락했다.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06년 별세하면서 물려받은 주식의 상속세를 내려고 받은 대출 상환을 위해 주식을 팔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항변이었다. 하지만 오너가 경영하던 회사가 좌초 위기에 직면하자 주식을 처분한 것을 정상이라고 볼 사람은 없다.한진해운 경영이 좌초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잘못된 수요예측에서 비롯됐다. 해운 물량이 증가하고 화물운임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한진해운은 수요 증가에 대비해 과도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용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시장은 정반대로 갔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국제 물동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엄청나게 높게 계약한 용선료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실어나를 화물은 없는데 부르는 대로 돈을 주고 계약한 용선료가 발목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경영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뒤늦게 한진해운 문제를 살피기 시작했다. 한진해운에 이어 현대상선까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대규모 자본 확충과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단계였지만 자구노력에 적극적이었던 현대상선은 회생의 기회를 잡았고, 오너조차 주식을 처분한 한진해운은 회생 불능에 빠졌다. 대마불사(大馬不死ㆍtoo big to fail)는 통하지 않았다. 공급과잉이 심각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해운·조선·철강·유화·건설 등 5대 산업이 모두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기업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한진해운은 국내 기업의 해상 수출길을 책임져왔기 때문에 설마 채권단이 지원을 끊고 법정관리의 늪으로 밀어넣고 정부가 이를 용인할까 했지만 결국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었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법정관리 신청 하루 만에 컨테이너선 41척과 벌크선 4척 등 총 45척의 선박이 세계 곳곳에서 압류되거나 항만 출입이 금지됐다.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98척의 절반이 억류되면서 하루 아침에 국적선사 1위 회사가 세계 주요 항만에서 손발이 묶이면서 국가 수출경쟁력이 휘청거리게 됐다.상황은 심각했다. 한국을 떠난 수출 한국의 선박이 전 세계 주요 항만에 꽁꽁 묶였다. 한국 상품을 실은 한진해운 선박은 중국 샤먼·상하이·닝보,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사바나·롱비치·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싱가포르, 일본 요코하마, 호주 시드니, 독일 함부르크에 이르기까지 세계 도처에서 오도 가도 못했다. 어렵게 입항해도 하역작업을 거부당해 장기간 정박 대기 상태로 있어야 했다. 당시 한진해운이 집계한 ‘선박 억류 현황’에 따르면 이들 선박에 실린 화물량은 12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였다. 금액으로는 140억 달러(약 15조원)어치의 화물이 세계 바다를 떠돌았다.설상가상으로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은 한진해운 화물을 싣지 않기로 하면서 물류 혼란을 부채질했다. 이 여파로 일시적으로 배를 구하지 못하자 운임이 50% 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운·항만 물류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수출입화물 비상운송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해상 물동량의 43~45%, LG전자는 20%를 한진해운을 통해 운송해 왔으니 한국의 수출 맥박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정부가 평소 적절한 산업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쳐 국가 기간산업이 무너진 것도 문제인데, 어설픈 대처로 물류대란을 일으켜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을 시킨 것이다. 한진해운 사태가 국제 이슈가 된 이유는 한진해운 화물의 90%가 중국·미국을 비롯한 외국 물품으로 드러나면서다. 수습책이 시도되기는 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한진해운이 ㈜한진에 매각하기로 했던 ‘아시아 8개 영업 노선’에 대해 영업권 이전 금지 명령을 내려 한진해운의 불안 확산 차단에 나섰다. 미국은 상무부 차관보급을 한국에 급파해 사태 수습에 나섰고, 미 법원은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 조치를 승인했다. 삼성전자는 하역비를 직접 낼 테니 화물이 억류되지 않게 해달라고 미국 파산법원에 요청하는 등 자구책을 폈다.치밀한 사후 대책 없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 덜컥 밀어 넣은 뒤 혼란을 수습하지 못한 대가는 컸다. 한진해운 붕괴로 한국은 2016년 연말에는 앞서 같은 해 9월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전체 컨테이너 수송능력(선복량) 59%를 상실했다. 토종 해운이 반 토막 나자 중국·유럽 선사들만 반사이익을 보며 ‘치킨게임’ 승자로 떠올랐다. 국적선사를 잃은 화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 선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외국과 거래 능력이 적은 중소기업은 짐을 수송할 선사 찾기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한진해운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셰르파’같은 존재였다. 2015년 국내 수출액 73%가 해상 운송을 통해 이뤄졌다. 이 가운데 한진해운은 전국 항만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컨테이너 화물 6.6%를 도맡아 처리했다. 전국 수출입 컨테이너 76%가 몰리는 부산항에서는 전체 물량의 9.3%를 한진해운이 날랐다. 이런 혼란을 겪으면서도 정부는 무능력을 드러냈다. 시장원리에 의해 기업이 진입하고 퇴출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한진해운은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한진해운 청산은 단순히 일개 기업 퇴출이 아니라 39년간 국내 해운 역사를 써온 산업의 몰락이라고 봐야 한다. 기업이 경영을 실패하면 시장원리에 따라 청산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수출의 짐꾼 같은 존재가 붕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해운산업은 대표적인 망(네트워크)산업이기 때문에 해외 업체와의 제휴도 불가피하다.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특수한 업종이다. 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해운동맹인데, 한국은 여기서도 배제됐다. 한진해운 청산 가능성과 현대상선의 2M 조건부 가입으로 글로벌 해운동맹에 정식 가입된 토종 해운사는 단 한 곳도 없게 됐다는 얘기다. 한 때 아시아 2위 해운강국이었던 한국 해운산업 몰락의 현주소다.한국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양대 해운동맹을 주도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종전 해운동행(CKYHE)에서 탈락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11일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머스크·MSC)과 미주·유럽 노선에서 선복매입과 선복교환을 조건으로 하는 3년 기간의 ‘2M+H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 이는 당초 현대상선이 목표로 했던 정식회원이 아니라 준회원 자격의 공동영업이다. 정회원들끼리는 선복 및 터미널 공유나 수익배분이 이뤄지지만 협력사는 이것이 제한된다.2M 회원사인 머스크와 MSC는 글로벌 1, 2위 해운사로 글로벌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데 비해 현대상선의 시장 점유율은 2%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진해운은 글로벌 순위가 6위였으나 법정관리 이후 24위로 추락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정부의 산업정책과 구조조정 정책은 100% 실패작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가 “바다를 버렸다”고 자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마치 임진왜란 와중이던 1597년 칠전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왜군에 대패한 뒤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 장군에게 선조가 “수군을 폐하고 육군으로 통합하라”고 명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이순신은 “아직 12척의 배가 남았다”며 명량해전을 준비했는데, 이는 바다를 내어주면 조선이 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적절한 산업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 정부의 실책 정부는 해운과 관련해 두 번의 실책을 했다. 첫째는 평소 해운산업을 챙겨보지 못해 구조조정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실책이다. 경쟁국 역시 해운산업의 위기를 맞았지만 대응이 달랐다. 공직기강이 확고했기 때문에 어설프게 해운업을 시장원리대로 맡겨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 경쟁국의 수습안은 명료하다. 정부가 지원해서 일단 살리고 본 뒤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글로벌 최강자 머스크는 이때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에 합의했다. 머스크가 독일 함부르크쥐드를 삼키면 세계 컨테이너시장 점유율이 18.6%로 수직상승한다. 일본 3대 해운사도 컨테이너 부문 합병을 결정했다. 자국 양대 선사 합병을 검토하던 대만 정부는 저금리 대출 등 금융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경쟁국의 이런 움직임에 견주어봐도 한국 정부의 대응은 틀렸다.명백한 근거는 조선업에 적용한 이중잣대다. 정부는 한진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의지가 약하다고 보고 추가로 유동성을 지원하지 않고 시장원리대로 방향을 잡았다. 한진해운은 자산을 팔고 사업을 매각해 2013년 제시했던 자구계획안(2조4683억원)의 109%를 달성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고 정부는 법정관리를 허용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와 대조적이다. 자구계획 이행률이 28%(1조5000억원)였던 대우조선해양에는 추가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1월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2조8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자금의 성격도 달랐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는 총 2조6868억원을 지원했지만 모두 단기 유동성이었다. 단기 유동성 지원책은 기업의 체질을 바꾸거나 근본적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실질적으로 모르핀에 불과해 구조조정을 오히려 늦추고 방해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반면 조선업 지원은 과감했다. 대우조선해양에는 폭포수처럼 4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게다가 이 중 2조원은 유상증자나 출자전환으로 투입됐다. 이같이 해운업와 조선업에 대한 잣대가 틀린 것은 구조조정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이 실패의 반면교사라면 일본은 성공의 교본이 되고 있다. 일본은 기업이 파산 상태에 이르기 전 여유가 있을 때 선제적 구조조정 체제를 가동해왔다. 노사관계도 훨씬 순조롭고 그 결과 인력 감축의 폭이 작아진다. 그 결과 일본 조선업은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세계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3위인 일본의 2016년 6월 말 기준 수주잔량은 2210만 CGT(표준화물 환산톤수)를 기록하며, 세계 2위 한국(2508만 CGT)을 바짝 추격했다. 산업 구조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김동호 - 중앙일보 논설위원. 경제와 산업에 관한 칼럼과 사설을 쓰고 매주 목요일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쓴 책으로 『소니가 삼성에 따라잡힌 이유는』, 『대통령 경제사』 등이 있다.

2017.01.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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