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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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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 달린 'AI 로봇개' 중동 테스트...결국 터미네이터 세계관 열리나

국제 이슈

미 육군이 'AI 로봇개'에 대한 중동 지상 테스트를 시작했다.사우디아라비아에서 포착된 이 소총이 달린 '인공지능 로봇개'는 공중 표적을 포착해 사격한다. '대드론 사냥 목적'으로 테스트 후 전장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미 육군은 밝혔다.특히 측면에 위치한 '론 울프'(Lone Wolf) 대형 전자광학 조준 시스템은 지난 8월 1일 미 육군 '하드 킬' 작전에서 처음 등장한 바 있는 대무장 드론 장비다.현재 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로봇개는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수색 및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소총을 장착한 살상용 로봇개는 아직 전장에 투입된 사례가 없다.이 AR-15/M16 소총을 장착한 'AI 로봇개'는 고스트로보틱스 사의 '비전 60 사족보행 무인 지상 차량'(Q-UGV)으로 알려졌다. 고스트로보틱스는 한국 LIG넥스원이 7월 인수한 미국의 사족보행 로봇 전문 기업이다. 아직은 방어용 개념이지만, 이미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영국 등도 무기를 탑재한 사족보행 로봇개를 개발하고 있어, 부디 이 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살상 병기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24.10.05 16:04

1분 소요
한국 첫 지구관측용 민간위성 세종1호 25일 발사

산업 일반

한국 첫 지구관측용 민간위성인 한컴인스페이스의 ‘세종1호’(Sejong-1)가 미국에서 25일(미국 동부시간) 발사된다. 한글과컴퓨터에 따르면 세종1호는 현지시간 25일 오후 2시25분(한국시간 26일 오전 3시 25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소재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9)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앞서 지난달 영국에서 탑재체 연동 시험과 환경시험평가를 마친 세종1호는 당초 6월 1일 발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날씨 등 현지 여건으로 인해 발사 일정이 앞당겨졌다. 세종1호는 크기 100×200×300㎜, 질량 10.8㎏의 나노급 초소형 저궤도 인공위성이다. 지상으로부터 500㎞ 궤도에서 약 90분에 한 번씩, 하루 12~14회 지구를 선회한다. 위성은 발사 후 약 한 달간 시험테스트 과정을 거쳐 5m 해상도의 관측 카메라로 지구관측 영상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다. 한글과컴퓨터에 따르면 한컴인스페이스는 위성영상 데이터의 수요가 높은 농업국이나 분쟁국 등이 많이 분포한 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우선 공략하며 영상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세종1호 발사가 성공하면 한글과컴퓨터 인공위성과 드론, 완성형 초고해상도 센서를 기반으로 우주-항공-지상을 모두 커버하는 영상 데이터 서비스 벨트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한컴인스페이스는 내년 상반기 세종2호를 추가로 발사한 뒤 하반기 3·4호, 2024년 5호까지 총 5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방침이다. 5년 내 50기 이상을 발사해 군집위성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세종4호부터는 초소형 인공위성과 탑재체를 직접 제작해 발사할 계획이다. 또 2025년 초소형 저궤도 통신위성 발사를 목표로 설정하는 등 6G 시대에 대응하는 인공위성 사업영역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5.25 07:00

2분 소요
K-9부터 천궁-Ⅱ까지, 한국 무기체계 수출의 국제정치학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한국이 개발하고 생산하는 고가 무기체계의 수출 계약이 연일 성사되고 있다. 한국 방산업계가 바야흐로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호주에서 K-9 자주포 구매를 발표했다. 새해 들어 1월 17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천궁-2 지대공 요격미사일, 2월 1일에는 이집트에서 K-9 자주포의 도입을 각각 발표했다. ━ K-9 자주포 이어 K-2 전차, T-50 훈련기도 수출 기회 K-9 자주포는 장거리 화력 지원과 실시간 집중 화력 제공 능력이 뛰어난 무기체계로 호평을 받아왔다. 다양한 작전 환경에서 운용이 가능하며 사격 시 반동이 경쟁 자주포보다 적어 호평을 받아왔다. 2000년 전력화가 이뤄졌으며, 최대 사거리 40㎞에 분당 최대 6발을 발사할 수 있다. 급속 사격 시에는 15초 이내 3발 사격도 가능하다. 지속 사격 시에는 1시간 동안 분당 2~3발을 쏠 수 있다. 48발의 포탄을 적재할 수 있으며, 최대 시속 67㎞의 속도로 이동이 가능하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K-9 자주포는 한국산 무기체계 수출의 선봉장을 맡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7개국이 1700여 문을 운용 중이며, 호주와 이집트를 합하면 모두 9개국이 운용하게 된다. 터키에 350문(약 10억 달러), 폴란드에 120문(약 3억 2000만 달러), 핀란드에 48문(약 1억6000만 달러), 에스토니아에 12문(가격 미정), 인도에 100문(3억8000만 달러), 노르웨이에 24문(약 2억3000만 달러), 호주에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합계 최대 1조900억원), 이집트에 20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17억 달러) 등을 수출해 실적이 화려하다. K-9 자주포의 호주 수출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를 ‘파이브 아이즈’ 국가에 처음으로 수출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으로 이뤄졌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기밀정보 공유 동맹이다. 한국을 포함할 가능성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K-9 자주포의 호주 수출은 주요 무기체계를 아시아권에 처음으로 수출하는 사례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동남부 빅토리아주의 질롱에 생산시설을 세워 현지에서 K-9 생산과 납품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인 셈이다. 2월 1일 발표된 K-9 자주포의 이집트 수출은 아시아·유럽·대양주에 이어 중동·아프리카 지역 첫 진출이라는 의미가 있다.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복잡한 환경의 중동 지역에 한국산 중화기인 자주포가 처음 수출된다는 것은 한국이 이런 환경 속에서 다양한 외교와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630여 문을 공급한 K-9은 현재 영국 수출도 추진 중이다. 한국 방위산업(K방산)은 지난해 70억 달러(약 8조3496억원)를 수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앞으로 유럽·호주로 시장을 확대한다면 5년 안에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세계 9위 수준인 한국의 방산 수출 규모는 조만간 5위권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화디펜스의 보병전투차량(IFV) AS-21 레드백은 180억~270억 호주달러(약 16조~24조원) 규모인 호주 육군의 LAND 400 사업에 뛰어들었다. 독일 라인메탈 디펜스의 링스 KF41과 경쟁 중이다. 현대 로템의 K2 전차는 노르웨이에서 성능 테스트를 받고 있는데 추운 지역의 적응력이 높아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KMW의 레오파르트2 개량형인 레오파르트2A7가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 폴란드도 차기 전차로 K2에 관심이 높다. 항공 분야에서도 서광이 비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고등 훈련기 T-50이 UAE에서 새 시장을 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무기 기술·생산 원하는 UAE에 현지 테스트로 천궁-Ⅱ 수출 1월 17일에는 초대형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M-SAM2·중거리 지대공미사일)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첨단 하이테크 무기체계인 미사일, 그것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탄도탄 요격 미사일이 처음 수출되는 것은 한국 방산 수출에서 역사적인 사건이다. UAE를 방문 중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인 16일 UAE의 두바이에서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에미르(이슬람 군주)와 만나 천궁-Ⅱ의 수출을 확정 짓고 사업계약서를 교환했다는 게 당시 청와대 발표다. 천궁-Ⅱ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 등이 참여해 개발했다. 2012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개발하고, LIG넥스원이 생산을 밭았다. 천궁-Ⅱ는 최대 사거리가 40㎞로,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수 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핵심이다. 5년간 개발해 2018년 양산에 들어갔으며, 2021년 11월 군에 인도됐다. 사격통제소, 다기능레이더, 3대의 발사대 차량 등으로 1개 포대를 구성된다. 발사대 하나당 8발의 요격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명중률도 뛰어나 국방기술품질원이 2021년 7월과 8월 ADD 안흥시험장에서 각각 탄도미사일과 항공기에 대한 요격 시험을 한 결과 표적에 모두 명중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무려 35억 달러(약 4조1000억원)로 한국의 무기체계 단일계약으로는 가장 크다. 그날 문 대통령이 공동 연구개발, UAE 내 생산, 제3국 공동 진출을 언급했는데 이는 UAE의 숙원이었다. 중동 국가들은 무기 구매에 많은 예산을 지출해왔지만, 자체 기술력, 생산력이 부족해 일방적인 구매에 만족해왔다. 이에 따라 기술력과 생산능력 확보와 축적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 정부가 UAE 정부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포함한 첨단무기체계 분야에서 방산 협력 강화를 추진한 것은 2017년이었다. 당시 한국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일환으로 개발 중인 ‘미사일 요격 시스템’의 UAE 현지 테스트를 포함한 양국 국방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 당시 한국군은 북한 미사일 도발 위협과 관련해 ▶발사 전에는 킬체인(한국형 공격형 방위 체계) ▶발사 이후에는 KAMD를 통한 요격 ▶미사일 타격 피해 이후에는 KMPR(대량응징보복) 등 3축 체계의 조기 구축을 추진해왔다. 3축 체계 중 KAMD는 저층에서 요격하는 미국산 패트리엇 시스템(PAC-2·PAC-3 등)과 국산 지대공(地對空)미사일(M-SAM, 천궁 개량형), 중·고도에서 저지하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KAMD와 관련해 고도 20~40㎞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M-SAM)이 한·UAE 간 협력 분야로 꼽혔다. KAMD의 핵심 무기 체계이기 때문이다. 고도 60㎞까지 방어하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2022년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당시 한국이 추진하는 KAMD의 핵심인 요격 미사일의 현지 테스트를 UAE에서 하는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는 양국 간 방산 협력, 특히 그렇게 개발된 천궁-2의 수출로 이어졌다. 국내 미사일 시험장은 UAE의 넓은 사막지대보다 좁아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우려되지만, UAE는 입지가 좋고 미국산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의 실제 운용 경험도 풍부해 한국 측이 시험장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유럽과 소원해진 사우디·터키 문 두드리는 K-방산 천궁-Ⅱ의 UAE 수출은 사우디아라비아 수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6월 방한 당시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우리도 이렇게 무기체계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소를 세우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21년 2월 인도주의적 재앙이 벌어지는 예멘 내전 참전을 이유로 미국산 무기 수입이 금지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과 접경한 예멘에 시아파를 따르는 후티족 반군이 내전을 벌어지자 2014년 UAE 등과 수니파 연합군을 결성해 참전해 왔다. 그러자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란에서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탄도미사일을 수시로 사우디아라비아 영내로 발사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만으론 물량이 부족했던지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 물량을 확보하려고 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의 문을 두드려왔다. 그 전에도 미국산 무기를 사려면 미 의회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물량 확보에 항상 초조한 터였다. 실제로 예멘에서 후티 반군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나 항구도시인 제다 등으로 수시로 날아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데리고 모스크바까지 날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미사일 요격 미사일인 S-400을 구매하려고 시도했을 정도였다. 한국산 고가 무기체계의 수출에는 국제정세와 지역의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한국산 무기체계 수출과 기술 협력의 대표적인 파트너인 터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지만 인권문제 등으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 특히 2019년 터키가 국경을 맞댄 시리아 동북부의 쿠르드족을 잇달아 공격하자 독일과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 나토 회원국이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 당시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YPG)를 자국 내에서 독립을 주장해온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 또는 동조세력으로 간주해 공격해왔으며 당시 7만여 명의 민간인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했다. 독일은 분쟁 지역에 자국산 무기 수출을 금지한 법을 근거로 나토 동맹국인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했다. 독일에는 초청노동자(가스트아르바이터)로 이주한 터키인과 그 친지와 후손이 300만~700만 명이 거주하며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런데도 독일은 인권이라는 원칙에서 양보하지 않았다. 독일은 2018년 전체 무기 수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억4300만 유로의 무기를 터키에 수출했다. 2018년 2900만 유로의 무기를 터키에 수출했던 네덜란드도 대터키 무기수출 금지에 동참했다. 전차와 장갑차 등에 장착하는 원격 조작 화기체계(RWS)로 유명한 콩스베르그 등 고도 방산업체를 보유한 노르웨이도 터키에 대한 수출을 중단했다. 스웨덴은 이미 2018년부터 터키에 대한 공격용 무기의 수출을 불허했다. ━ 지정학 연구와 현지 외교 중요한 무기체계 수출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는 나토의 동쪽 경계를 이루고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러시아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러시아와 국가연합을 이루고 있는 벨라루스, 그리고 러시아의 위협을 받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같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체코·슬로바키아, 그리고 리투아니아와 접경한다. 유사시 러시아의 지상 공격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유럽 방어에서 핵심적인 지역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나토 회원국 가운데 가장 강한 지상 전력을 운용한다. 각각 200여대의 전차를 보유한 나토 핵심국가 영국·프랑스·독일의 전차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800대가 넘는 전차를 운용한다. 한국산 K-2 전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K-9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로 나토 회원국은 아니다. 냉전 당시 경제와 정치체제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추구했지만, 무기는 소련산을 쓰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과 겨울전쟁을 치르면서 준비가 안 된 러시아군에 궤멸적 타격을 안겨줬던 핀란드는 나중에는 나치 독일과 손잡기도 하면서 우왕좌왕했다. 당시 타격에 놀란 소련은 핀란드의 자주성을 인정했지만, 국방에서 국경을 맞댄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은 견제해왔다. 냉전 뒤 핀란드는 서구 무기체계로 갈아탔으며 네덜란드가 쓰던 중고 레오파르트-2 전차를 대거 샀으며, K-9 자주포도 구매해 화력을 강화했다. 핀란드는 나토에 가입하고 싶어 하지만 러시아와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결국 일단은 자주국방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발트국가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제국 영토였다가 러시아혁명 뒤 독립을 이뤘지만 1940년 소련에 점령된 발트삼국의 하나다. 핀란드 남쪽에 위치한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라 안보에 고민이 많으며 나토에 합류해 공동안보에 운명을 맡기고 있다. 한국산 등 무기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는 2차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된 쓰라린 경험으로 유럽연합(EU)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나토에는 창설 당시부터 회원국이다. 콩스베르그 등에서 정밀 무기체계를 생산하지만, 강력한 화력의 K-9이 필요한 나라다. 유럽에 대한 한국산 무기 수출은 결국 러시아에 대한 견제와 연결된다. 무기체계 수출은 곧 외교와 직결된다. 호주는 중국에 대한 견제 등을 위해 K-9 자주포를 대거 구매했다. 히말라야 산맥을 경계로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여온 인도는 중국에 대한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호주와 인도에 한국산 무기체계를 파는 것은 결국 중국에 대한 견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선거로 집권한 민간 정부를 쿠데타로 무너뜨린 이집트에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 측면에서는 많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무기체계 교역은 국제정치의 또 다른 얼굴이다. 무기체계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지정학 연구와 현지 외교를 강화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2022.02.05 20:00

8분 소요
미국·유럽·러시아가 서로 싸우는 사이에

국제 이슈

중국은 무역·투자·안보·관광 같은 수단 동원해 50년에 걸친 시간표에 따라 영토 확보에 나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지도에서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위협하는 연설을 들으면 섬뜩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특히 모스크바에서 그런 연설을 들으면 더욱 무시무시하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신형 미사일을 자랑스럽게 공개하며 필요하다면 그 미사일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1987년 체결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하고 유럽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을 개탄했다. 그는 그 미사일이 유럽에 배치되면 모스크바나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휴양지 소치 같은 표적까지 도달하는데 5~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보다 먼저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지만 미국이 INF 조약을 파기하고 그 이전의 핵 태세(냉전 당시 미국은 서독에 배치된 퍼싱2 미사일로 크렘린을 겨냥했다)로 돌아갈 경우 신속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게다가 러시아는 보복 수단도 확대하는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현대화된 미사일 병기고를 자랑했다. Kh-47M2 킨잘 공대지 극초음속 탄도미사일(‘대거’), 사르마트 대륙간 탄도미사일(‘SS-X-30 사탄2’), 9M730 부레베스트니크 핵추진 순항미사일(‘SSC-X-9 스카이폴’), 극초음속 활강체 핵탄두(‘아방가르드’) 등이다. 이런 무기의 성능이 러시아 당국의 선전 그대로라면 미국이나 우방국 표적을 향해 발사됐을 때 요격하기가 아주 어려울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원자력 엔진을 장착한 수중 드론 ‘포세이돈’ 테스트가 성공적이며 포세이돈으로 무장한 첫 핵잠수함을 올봄에 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포세이돈은 너비 2m, 길이 20m이며, 항속거리가 1만㎞이고, 해저 1000m에서 최대 100노트(시속 200㎞)의 속력으로 이동할 수 있다. 또 앞부분에 재래식 탄두는 물론 100메가톤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100메가톤이라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비해 폭발력이 5000배나 강하다는 뜻이다. 뉴욕 같은 미국의 해안 주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이다.푸틴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전처럼 미국을 러시아의 ‘주적’으로 부르며 맹비난했다. 또 미국의 동맹국들을 돼지처럼 꿀꿀거리는 위성국이라고 조롱하며 러시아가 공격받을 경우 원점 타격만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 결정을 내리는 센터(지휘부)가 위치한 지역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D.C.,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 폴란드 바르샤바 등 미국과 동맹국의 수도를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정학적인 적들을 두고 이렇게 반복했다. “그들은 계산을 잘할 수 있다. 합리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극초음속 무기가 미국의 영해 밖에서 발사돼 표적에 도달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잘 계산해보라. 가상적인 미국 미사일이 모스크바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짧을 것이다.”푸틴 대통령의 이런 격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INF를 파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INF는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해 이듬해 6월 발효했다. 사거리 500∼1000㎞인 단거리와 1000∼5500㎞인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테스트,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한 조약으로, 냉전 시대 미소 군비 경쟁을 종식하는 토대가 된 조약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INF에서 금지한 사거리의 신형 미사일을 배치함으로써 조약을 위반한다고 지적하며 탈퇴를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2월 중순 개최된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한 것은 명백하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탈퇴가 발효될 때까지 6개월 동안 대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실 미국의 INF 탈퇴 선언은 메르켈 총리가 지지한 몇 안 되는 미국 정책 중 하나였다. 기민당 대표직을 사임했고 2021년 총리직에서도 물러나는 메르켈 총리는 그 회의에서 미국의 INF 탈퇴 결정은 지지하면서도 미국의 다른 외교정책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고, 독일 자동차를 대상으로 고율의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갑작스럽게 발표했다고 조목조목 맹비난함으로써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회의장을 ‘트럼프 대통령 성토장’으로 만들었다.그 회의에 참석한 미국의 전직 고위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조약 5조(‘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방위권 발동 규정)를 준수하지 않거나 나토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현실이 아니라 정당 정치에서 나온 이야기였기를 바랄 뿐이다.뮌헨안보회의 직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미국 주도의 중동 평화·안보회의에서도 유럽과 미국 사이의 깊어가는 갈등이 확연히 드러났다. 미국 대표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참석했지만 프랑스·독일·이탈리아는 차관급 인사만 나왔다. 미국이 이 회의에서 이란을 고립시키려다가 스스로 고립당한 듯한 모습이었다. 한편 유럽도 공동 방위를 위한 비용은 충분히 대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관여하려고 하면서 대서양 양안 관계는 더욱 경색되고 있다. 뮌헨안보회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성토장’이 되면서 벌어진 미국과 유럽 동맹국 사이의 설전은 상당히 좋지 않은 시기에 터져나왔다. 러시아는 특정 상황이 되면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핵공격하겠다고 위협했을 뿐 아니라 내부의 반체제 세력도 미국의 ‘제5열’로 본다. 또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면서 러시아의 상황을 정탐한다고 비난한다. 러시아 하원은 월드와이드웹에서 벗어나 러시아의 독자적인 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한 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다른 한편으로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과 독일이 모두 무시하고 싶어 하는 전략적·시스템적 공동 위협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말한다. 중국은 최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을지 모른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미국을 상대할 때 북한을 내세워 공격하면서도 그럴 듯한 구실을 내세워 그런 사실을 부인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지 않으리라고 예측했다. 고통스러운 무역전쟁에 휘말린 중국이 트럼프 정부에 승리를 쉽게 넘겨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잇따른 만남과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경제력을 당근과 채찍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중국이 북한을 일종의 ‘제후국’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미중 관계의 현황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바로 이런 순진함 덕분에 중국은 미국의 충분한 견제 없이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산할 수 있다.지난 2월 초 싱가포르국립대학 중동연구소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미얀마·스리랑카부터 지부티·두바이까지 넓은 지역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확립하려는 중국의 원대한 계획을 분석했다. 중국의 대규모 항만·철도 건설 프로젝트의 표적은 파키스탄의 항구도시 과다르(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자치구와 과다르항을 철도·도로·송유관 등으로 연결할 계획이다)만이 아니라 이집트·이스라엘·그리스·체코도 포함한다. 중국 정부의 신(新)실크로드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는 우리가 아는 기존의 세계를 새롭게 뜯어고칠 태세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또한 페르시아만 지역의 최대 투자국으로서 아랍에미리트를 대체했다. 중동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에너지에 굶주린 중국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아울러 대영제국과 미국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상인’의 뒤를 ‘군인’이 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판 제국이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중국은 무역·투자·금융·안보·인프라·관광 등 국가의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다. 흔히 비유되듯이 중국은 ‘바둑을 둔다’고 말할 수 있다. 비교적 단선적이며 간단한 전술적인 사고가 필요한 체스와 달리 바둑은 인내심을 갖고 오랜 시간에 걸쳐 최대한의 영토를 확보하는 복잡한 전략 게임이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적어도 50년에 걸친 시간표에 따라 차근차근 행동하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각각 동상이몽을 가진 일본-호주-대만(어쩌면 인도도 포함)의 임시적인 연합을 구축하려는 연약한 시도로 대응한다. 기껏해야 중국을 짜증나게 만드는 산발적인 군사적 대응이 대부분이다.뮌헨안보회의의 미국-독일 로이자흐 그룹 전략 미팅에서 유럽이 미국 편에 설지 그 반대편에 설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의 동맹국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미국과 유럽은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동시에 양측 모두 중국의 도전에 적극 맞설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서방과 연합전선을 펼칠지, 독자적으로 중국에 맞설지 선택해야 한다. 중국보다 인구가 9배나 적고 국내총생산(GDP)이 10배나 적으며 4200㎞의 국경을 중국과 맞대고 있는 러시아로선 중국을 혼자서 감당하긴 벅찰지 모른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미국 혐오증에 사로잡힌 나머지 터무니없게도 자원에 굶주린 이웃나라 중국에 러시아를 기꺼이 넘겨줄 생각인 듯하다.미국과 유럽의 공동 위협 평가와 전략 조정, 정치적·군사적 협력이 없다면 중국은 21세기 하반기의 세계 최 강대국이 될 것이다. 너무나 뻔한 일이라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과 지도자들은 사후에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 발뺌할 여지가 없다.- 에어리얼 코언※ [필자는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선임연구원이며 국제조세투자센터(ITIC) 에너지·성장·안보 프로그램 국장이다.

2019.04.01 09:48

6분 소요
플라스틱 없이 한 달 살기

산업 일반

은행카드·대중교통·컴퓨터·약 없이 살아간다면 몰라도 ‘플라스틱 프리’의 삶은 현대생활에서 거의 불가능했다 해마다 400만~1200만t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든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15~40%가 바다로 향하는 셈이다. 플라스틱이 처음 대량생산된 이후 지구 전체를 랩으로 감쌀 만큼 많은 양이 만들어졌다.이건 납득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렇게 많은 플라스틱으로 바다를 질식시키지 않고도 분명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달에도 다녀왔고 화성에 탐사선을 쏘아올리고 천연두도 박멸한 우리 인간이 분명 랩·비닐봉지, 그리고 일회용 식품 포장재 없이 생활하기가 그렇게 어렵겠는가?해양오염과 기후변화 문제를 많이 다루는 과학 담당 기자이자 준 채식주의자로서 랩에 싸인 브로콜리나 플라스틱 박스에 든 블루베리를 집어들 때마다 죄책감이 일었다.우리가 버린 맥주 캔 고리는 또 어떤가? 내가 버린 비닐이 얼마나 많은 돌고래의 머리를 덮었을까? 우리가 쓰고 버린 면봉을 얼마나 많은 해마가 오인해 끌고 다닐까? 세안 크림 속의 얼마나 많은 마이크로비드(미용제품에 넣는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가 물고기에게 소화불량이나 더 심한 이상을 유발할까? 이들 일회용 쓰레기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또 어떤 피해를 초래할까?꼬박 한 달 동안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살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무작정 달려들기보다 그전에 기본 원칙을 정해둬야 한다. 내가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경계선을 어디에 긋느냐는 것이었다. 한 달 동안 플라스틱에 일절 손을 대지 말아야 할까? 그 방법을 택할 경우 오래 가지 않아 직장을 잃게 되지 싶었다. 플라스틱 키보드 타이핑하기, 플라스틱 전화기 집어 들기, 플라스틱 전화 버튼 누르기, 플라스틱 의자에 앉기, 플라스틱 출입증 이용하기 모두 내 직업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지하철이나 버스의 플라스틱 바닥에 발을 올려놓지 않기로 하는 것도 영국 런던 시내를 이동하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해진다. PVC 소재 운동화, 모조가죽(플라스틱) 지갑, 플라스틱 운전면허증, 플라스틱 은행카드도 몸에 지녀선 안 된다. 지금은 화폐에도 합성수지 성분이 포함된다. 돈은 사용할 수 있는 걸까? (천식환자용) 플라스틱 흡입기는? 다른 약품의 플라스틱 블리스터 포장(제품 형태에 맞춘 투명한 개별 포장)은? 플라스틱 IUD(자궁 내 피임기구)는?원칙대로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일을 못하고, 천식 발작 위험을 감수하고, 오랫동안 해오던 피임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생리주기 피임법 말고는 모든 피임법을 포기해야 했다. 국민의료보험 서비스 사이트만 잠깐 훑어봐도 플라스틱 기기나 플라스틱 포장을 수반하지 않는 유일한 실질적인 피임법은 다소 극단적인 듯한 영구 불임뿐임이 드러났다. 필시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내 생활방식을 얼마나 똑같이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일이나 건강에 필수적이지 않은 플라스틱은 재활용품이든 아니든 모두 구입하지 않는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다.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생활(‘플라스틱 프리’)에 관해 어떤 리서치도 하지 않기로 했다. 몇 시간 동안 취재를 하며 생활 패턴 변화에 따른 충격을 피하려 애쓰는 대신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플라스틱 포장 제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된 느낌이 어떤지 알고 싶었다.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내린 또 다른 결정은 선반에 남아 있는 플라스틱을 어느 것도 버리지 않기로 한 일이었다. 다만 새로 구입하지는 않기로 했다. 또 다른 편법일지 모르지만 일회용 플라스틱(disposable plastic)이 아무리 해롭더라도 내 가처분 소득(disposable income)은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결과적으로 첫 ‘플라스틱 프리’ 아침은 나쁘지 않았다. 아침 식사로 (비재활용 플라스틱) 꾸러미에 반쯤 남은 피타 빵 위에, (재활용 플라스틱) 통에 반쯤 남은 버터를 발라 보기 좋게 소박하고 떳떳한 재활용 판지 상자에 담긴 건강해 보이는 플라스틱 프리 달걀과 함께 먹었다.출근 길에는 런던 거리의 플라스틱 조각들이 평소보다 더 눈에 띄었고 지하철 개찰구에서 플라스틱 비접촉식 카드를 사용했다. 그 밖에 특이 사항은 없었다. 그러나 그 뒤 오전 시간에 늘 찾아가던 커피숍에서 제동이 걸렸다. 갑자기 우울해졌다. 그래도 혹시 대신할 만한 게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커피숍으로 내려갔다. 끔찍한 일회용 커피 컵을 들고 태평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지켜봤다. 결국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빈손으로 자리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곧 내가 즐기던 카페인이 모두 규칙위반임을 깨달았다. 거의 바닥난 ‘요크셔 티’ 박스는 완벽하게 흠 잡을 데 없는 판지 상자에 담겼지만 불필요하게 재활용 안 되는 얇은 필름에 싸여 있었다. 분쇄커피는 기이한 호일·플라스틱 혼성 포장에 담겨 있었으며 어쨌든 커피메이커도 플라스틱 소재였다. 요즘 유행하는 에어로프레스(공기압으로 커피를 추출) 도구도 손이 많이 가는데다 원래부터 마음에 썩 들지 않았는데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소재였다.점심 때는 한 친구와 아래층으로 내려가 단골 슈퍼마켓에서 점심식사를 구입했다(친구는 플라스틱 프리 실험 프로젝트에 동참할까 잠시 고민하더니 곧 포기했다). 내가 즐겨 먹던 수프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탈락. 토실토실한 토마토, 신선해 보이는 샌드위치, 그리스 샐러드, 디핑 소스와 당근 스틱 등 내 주위 사방에 널려 있는 맛 좋은 음식은 모두 불행히도 투명 플라스틱으로 겹겹이 싸여 나의 손길을 차단했다.나는 판지상자에 담긴 수프를 선택했다. 표면이 미심쩍게 반짝거렸다.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판지상자인가? 분간하기 힘들었다. 재활용 로고 외에는 라벨에 포장재에 관한 어떤 정보도 없었다. 편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이미 실패한 건가?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눈 딱 감고 집어들었다. 롤빵은 어떨까? 베이커리 코너의 빵은 플라스틱 프리인 듯했다. 그러나 빵을 담는 봉지는 갈색 종이로 문제 없어 보였지만 길다란 투명 비닐창이 달려 있었다. 방금 구입한 롤빵으로 시선을 유도해 먹고 싶은 욕구가 일도록 하려는 의도인 듯했다. 롤빵 하나를 집게로 집어든 뒤 손가락으로 잡았다. 더럽고 비위생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필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어차피 먹을 때 손으로 빵을 잡아야 하니 말이다.빵을 봉지에 담지 않고 슬그머니 셀프 계산대로 가져갔다. 그러다 점원의 눈에 띄어 제지당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혼잡한 슈퍼마켓에서 나처럼 하는 사람이 또 있나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한 달 내내 점심식사 때는 거의 같은 패턴이 되풀이됐다. 나처럼 준비성이 없어 도시락을 싸지 못하는 사람이 플라스틱 없이 즉석에서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그뿐이었기 때문이다.주 단위로 하는 쇼핑은 더 힘들었다. 평소 내가 즐기던 블루베리·산딸기·브로콜리·시금치·케일·치즈·우유·피타빵·베이글·후무스(중동음식)·과카몰리(멕시코 음식), 마늘을 채워 넣은 작은 올리브 모두 플라스틱으로 포장돼 있었다. 사과와 아보카도에도 각각 눈에 잘 띄도록 플라스틱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바나나를 사도 될지 한참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 대체로 송이마다 플라스틱 스티커가 하나만 붙어 있었다. 스티커 붙은 것만 빼고 나머지를 먹는다면? 꼼수라는 생각이 들어 바나나는 사지 않기로 했다. 달걀이 구세주였다. 아침식사로 매일 달걀이 빠지지 않았다. 빵은 비닐봉투에 담지만 않는다면 빵집에서 플라스틱 프리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버터도 종이 같은 금속성 포장재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다만 포장재에도 플라스틱이 약간은 들어 있지 않나 의심이 들었지만 말이다. 콩 통조림은 결정하기 쉬웠다. 신선 또는 냉동 채소에 익숙했기 때문에 채소 통조림에는 거부감이 들어 그 아이디어는 곧바로 외면했다.오후만 되면 당기는 초콜릿도 참기 어려웠다. 평소 즐기던 한 입 크기의 작은 초콜릿 스낵이 비닐에 싸여 있었다. 근사한 종이·호일에 포장해 덩어리째 파는 초콜릿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필시 한꺼번에 전부 먹을 게 뻔했다. 단념하기로 했다. 채소를 묶어 플라스틱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작은 코너 상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항상 천 소재의 쇼핑백을 들고 다녔다.가재도구와 청소용품은 특히 어려웠다. 다행히 그 한 달 사이 쓰레기봉투나 변기 클리너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1회용 면봉 사용을 중단하고 대가 종이로 된 생분해성 버전을 찾았다. 사용하던 플라스틱 칫솔이 닳았을 때 대나무 소재를 구입할까도 했지만 포기했다. 화장지는 대량구매해 놓은 친구에게서 비닐 포장되지 않은 제품을 두루마리 당 약 600원에 구입했다.술집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만 진토닉에 예상 외로 빨대가 꽂혀 나올 때 정도가 예외였다. 외식도 괜찮게 느껴졌지만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져 올라가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보기 좋은 음식이라도 전체 공급망에 비닐·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 드물었다.가장 힘든 문제는 시내 외출 중 목이 마를 때였다. 날씨 따뜻한 날 퇴근 후 남친과의 데이트를 위해 후덥지근한 지하철로 달려갈 때 금속 캔에 든 탄산음료로 만족해야 했다. 페트병에 든 생수는 언감생심이었다. 한 달 내내 솔직히 말해 극도로 혜택 받은 내 삶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갈증을 느꼈다. 일종의 선진국 병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참았다가 귀가 후 수돗물로 갈증을 달래기로 했다. 그 밖에도 내가 먹는 음식이 평소보다 훨씬 제한됐다. 녹색 채소의 경우 인근에 플라스틱 프리 상점이 극소수 있었지만 언제나 만족스럽지는 않았으며 그런 곳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구하기가 아주 힘들었다. 샐러드와 대다수 소프트 과일(딸기 등 껍질이나 씨 없는 작은 과일)은 완전 금기였다. 어쩌면 더 열심히 전문점을 찾아볼 수도 있었겠지만 바쁘기도 했고 게으른 성격 탓에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때때로 제품의 내부 또는 외부에 플라스틱이 있는지 분간할 수 없는 때도 있었다. 플라스틱 소재임이 분명한 뚜껑·판·라벨이 있는 경우엔 제외됐다. 종이 같은데 약간 플라스틱의 느낌이 날 경우 살짝 찢어보는 방법으로 판단하곤 했다. 찢어지면 종이고 아니면 안에 플라스틱이 들었다고 가정했다. 내 어림짐작 테스트법은 필시 100%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그 원칙에 따랐다.친구가 내부 또는 외부에 플라스틱이 있는 뭔가를 사서 내게 권할 경우엔 거절하지 않았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 문제를 미리 고려해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원칙을 세워놓지 않은 탓이 컸다. 일단 한번 그렇게 하자 한 달 내내 그렇게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남친은 반칙이라고 했지만 그가 요리를 만들어 내놓았을 때 나는 거절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또 어느 날 아침 일회용 플라스틱 뚜껑이 달린 커피를 구입했다. 이른 아침에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한참 거리를 걸어 내려간 뒤에야 아차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것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실패였다. 나머지는 한계선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달라진다.한 달이 지났을 때 무엇이 달라졌을까? 내 상상이든 사실이든 몸이 지치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나는 영양의 균형이 깨진 탓이라고 여겼다. 반면 카페인 중독은 거의 사라졌다.플라스틱·비닐에 포장된 소프트 과일과 샐러드 채소를 다시 구입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랩에 포장된 채소를 용케 피했지만 불편함과 음식 제한에 질리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우연히 주에 한 번씩 장이 열리는 지역 농산물 장터 인근의 주택으로 이사했는데 채소를 플라스틱에 포장하지 않고 종이봉투에 담아 팔았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내가 먹는 채소는 얼마든지 이 장터에서만 구입할 의향이 있다.플라스틱과 비닐은 우리의 현대 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은행카드·대중교통 이용을 중단하고 컴퓨터와 거의 모든 피임도구를 포기하는 등 생활양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우리 삶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추방하기는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이 필수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달에 사람을 올려보낸 인류로서 생분해성 대안은 얼마든지 상상해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일상생활이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바다·해변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의 자연환경이 그 부담을 떠안고 있다.나는 도시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게 됐다. 그들 중 일부는 그에 관해 전자책을 펴내기도 했다. 플라스틱 케이스의 e북 리더기 또는 비닐에 싸여 나오는 플라스틱 케이스의 컴퓨터 없이 e북을 어떻게 읽겠는가? 병에 걸리면 (플라스틱 통이나 포장에든) 약을 복용하지 않는가?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가? 화폐를 이용하지 않는가?플라스틱·비닐과 쓰레기, 오염을 줄여 지구를 살리자? 이상은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알고 영위하는 생활 속에서 완전한 플라스틱 프리의 삶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설사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플라스틱 이전 시대로 돌아가야 할 뿐 아니라 돈을 사용하지 못하는 어려움까지 더해진다.나로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내 인생에는 약·피임·컴퓨터 그리고 불행히도 돈이 필요하다. 나는 현재 언제든 어디서든 가능할 때마다 플라스틱 프리 대안을 선택하면서 플라스틱을 적게 사용하는 방안을 지향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대안의 가짓수도 늘어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환경보호론자가 아니더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삶을 구현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마사 헨리케스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8.08.27 10:47

9분 소요
북핵보다 치명적인 인공지능 무기

헬스케어

스스로 적을 파악하고 공격하는 ‘킬러로봇’, 더 이상 영화 속 상상력이 아니다. 인공지능 무기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기계 자체가 인명을 살상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전투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무기 개발 상황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논란도 짚어봤다. #. 1991년 개봉 영화 ‘터미네이터2’1997년 미국 정부는 인공지능(AI) ‘스카이넷’이 무인 스텔스 폭격기를 능숙하게 조종하자 미군의 모든 무기를 스카이넷이 통제하도록 국방체계를 완전히 바꾼다. 군 지휘권도 모두 넘어간다. 스카이넷은 자신을 위협하는 인간을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인류 전체 말살에 나선다. 그해 8월 29일 스카이넷은 러시아에 핵미사일을 쏘아 미·러 간 핵전쟁을 유발한다. 인류 대부분은 핵폭탄에 휘말려 숨지고 소수만 살아남아 스카이넷과 외로운 투쟁에 나선다.#. 2005년 개봉 영화 ‘스텔스’스텔스기 3대로 이뤄진 ‘테론’ 편대에 3명 파일럿이 선발된다. 이들에게 최첨단 인공지능 무인 스텔스기인 ‘에디’가 추가 투입된다. 하지만 갑자기 인공지능 회로에 문제가 생기면서 통제 불능이 된다. 에디는 피아 식별을 제대로 하지 않는데다 민간인 피해도 고려하지 않고 공격에 나선다. 또 러시아를 가상이 아닌 실제 적대국으로 인식하고 폭격을 시도한다.영화 속 인공지능 무기 얘기다. 먼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살상극은 이미 현대 전쟁에서도 한창이다. 그 현장은 시리아다. 2015년 1월 중순 러시아 관영 매체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시리아군이 러시아제 군사 무인로봇 기갑차량인 ‘플랫폼-M’을 실전 배치했다. 플랫폼-M은 기관총과 대전차 로켓 발사기를 장착한 무인 전투차량이다. 러시아군도 특수부대에 배치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실전 배치는 당시가 처음이었다.물론 러시아는 다른 속내가 있었다. 최첨단 무기를 아무 이유 없이 시리아에 내줄리 없다. 플랫폼-M을 시리아 내전 현장에 투입해 무인 무기체계 개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전술 실험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실제 러시아군은 이를 토대로 얻은 정보로 현장에서 인공지능 체계가 어느 정도 오차 범위로 공격 명령을 성공시키는지, 피아 식별의 정밀함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이뿐만이 아니다. 시리아에선 우란-6, 우란-9으로 명명된 러시아제 신형 무인 전투차량도 목격됐다. 우린-6는 폭탄·지뢰 제거를 전담하는 차량으로 시리아에서만 3000개 이상의 폭발물을 탐지해 제거한 성과를 올렸다. 우란-9은 본격적인 공격용 전투차량이다. 기관포와 대전차로켓을 장착하고 중동 극우 이슬람국가 무장단체(IS)를 공격하는 모습은 이미 유튜브를 통해서 유명해졌다. 무인기계가 인간을 공격하는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총알도 적과 아군을 구별할 날도 가까워졌다. AK-47 소총을 만드는 러시아 업체 칼라시니코프는 ‘신경 회로망’ 기술을 활용한 전자동 전투무기를 개발했다. 7.62㎜ 구경 소총에 카메라와 컴퓨터 시스템을 연결한 후 과거 전투 사례를 반복 학습시킨다. 군인이 들고 다니지만, 특정 대상만을 공격해 전투 현장에서 발생할 오인사격 확률 0%에 도전할 계획이다.그래도 여기까진 인간이 조종하거나 통제한다. 100% 인공지능 무기도 실전 배치될 날이 머지않았다. 러시아는 무인 무기체계 운용에서 얻은 정보로 각종 무기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방어체계가 있다. 자국 레이더방어망이 실시간으로 탐지한 후 데이터를 분석해 발사하는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2017년 보리스 오브노소브 러시아 전술 미사일 개발 회사 최고경영자는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스스로 방향과 고도와 속도를 조절하는 인공지능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며 “적국의 레이더망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목표물을 택한 후 파괴할 수 있다”고 했다. ━ 러시아 100% 인공지능 레이더망 “기계가 목표물 선택” 지상에서 미사일 체계를 작전·지휘할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은 더 가시화됐다. 2016년 1월 러시아 크론슈타트 그룹의 아르멘 이사키안 대표는 “무인 미사일·항공기용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라며 “곧 무인 비행체까지 상호작용하며, 지상 인공지능 체계가 가진 데이터와 연동해 자율 판단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앞서 본 무인 전투차량과는 달리 인간의 지시 없이 무기 스스로가 자체 판단해 살상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최근 미국에서는 신형 미사일이 주목 받고 있다. 기존 하푼 미사일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신형 장거리 대함미사일(LRASM)은 인공지능을 탑재했다. 적 함정을 향해 날아가다가 공격 목표가 바뀌거나 적국의 요격 미사일을 피해야 할 경우 인공지능 기술로 자체 비행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무인기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중동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IS 소탕작전을 벌일 때마다 투입될 정도다. ‘MQ-1 프레데터’나 ‘MQ-9 리퍼’와 같은 무인 공격기는 공중에서 땅을 향하는 공대지 미사일과 레이저 정밀 유도 폭탄을 장착하고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북부에 정밀 폭격으로 테러범을 암살하는 데 사용됐다. ━ 미군, 드론으로 이미 테러단체 수장 암살 실제 2015년 6월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예멘 지부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를 이끌어 온 나세르 알 우하이시가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 미 해병대는 ‘저비용 무인기 군집기술(LOCUST)’을 활용해 드론 떼를 상륙전의 선봉에 세우는 전략을 수립하겠다고까지 밝혔다.미 해군에서도 인공지능은 핫 아이템이다. 2017년 11월 미 해군은 무인 함정 ‘시 헌터(Sea Hunter)’ 배치를 공식 선언했다. 길이 40m, 최대 시속 50㎞로 최장 3개월 동안 해상에 머물며 원거리에서 적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다.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은 길이 15.54m 장거리 무인 잠수정 ‘에코 보이저(Echo Voyager)’를 개발 완료해 미 해군에서 시험 운항 중이다. 이 무인 잠수정은 최대 1개월간 자율 운항하면서 적 잠수함 정보를 수집한다.미국은 ‘인간 통제력’을 절대 놓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장 상태를 판단하는 건 인공지능에 맡기되 마지막 공격 스위치는 인간의 몫으로 남겨뒀다. 미국 국방부는 군사용 로봇을 100% 인공지능 로봇이 아닌 ‘지능 확장(IA·Intelligence Augmentation)형 로봇’ 개념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다.이 밖에 중국·영국·한국도 인공지능을 무기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2017년 7월 중국은 미 해군의 항행 자유 작전으로 투입한 항모전단에 맞서 글라이더 형태의 수중 드론 ‘하이이(海翼)’ 12대를 남중국해에 투입했다. 영국은 영화 ‘스텔스’에서 나온 인공지능 전투기 개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영국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스가 개발한 스텔스 무인기 ‘타라니스’는 정찰은 물론 공중전, 지상 공격까지 가능하다. 인간 파일럿이 탑승한 기존 전투기가 가진 거의 모든 기능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전체 길이가 12m, 날개는 10m로 기존 전투기와도 흡사해 세계에서 가장 큰 무인 전투기이기도 하다. 한국도 성과는 있다. 비무장지대(DMZ)에 사격이 가능한 ‘센트리 가드 로봇(SGR-A1)’이 배치돼 있다고 알려져있다. 한화테크윈이 개발한 이 로봇은 칠흑 같은 밤에도 최대 4㎞ 내 적을 포착해 발포할 수 있다. 물론 조종은 대기 중인 군인 몫이다.인간이 최종 판단·결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해도 비난 여론은 여전하다.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활용한 지능형 기계는 언제든지 자체 판단하는 인명 살상용 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머스크 CEO “킬러로봇 개발 금지 촉구” “인공지능의 안전성을 반드시 걱정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북한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2017년 8월 전기차 업체 테슬라 일론 머스크 회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다. 머스크 회장은 116명의 AI·로봇기업 대표와 ‘킬러로봇(살상용 로봇)’ 무기 개발 금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유엔에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치명적인 자동화 무기는 전쟁의 3차 혁명이 될 수 있다”며 “킬러로봇은 우리 생각보다 대규모 무장충돌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각계각층의 비난도 잇따랐다. AI 분야의 석학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토비 월시 교수는 “기술 개발이 가속화될수록 군에서 ‘신형 장난감’을 없애기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AI와 로봇이 급성장하면서 인간의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로봇업계 현직 종사자도 거들었다. 앤드루 낸슨 울트라 일렉트로닉스 무기 담당 책임자는 “인공지능 기술을 로봇에 활용하면 어떤 근거로 목표물을 선정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인간도 분명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찬성론도 있다. 인류사에서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로봇을 활용해 방위비 부담을 줄이고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의견이다. 남호주대학 산하 방위시스템연구소 소장인 안토니 핀 교수는 “살상 자율 무기는 ‘파이어 앤 포겟(Fire & Forget, 발사하면 자체적으로 탐색해 날아가 맞히는 방식) 무기처럼 콜래트럴 데미지(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그럼에도 인공지능 무기개발 주체들은 논란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형 국방 시스템 구현에 국방비 10%(540억 달러)를 증액했다. 이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239억 달러가 무인 로봇을 비롯한 각종 반(半) 인공지능 무기체계 개발에 투입된다. 미국 인공지능 무기체계 개발을 주도하는 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에 2017년 배정된 예산만 29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개발 성과도 상당하다. DARPA는 한번 충전으로 3000㎞ 이상 운행할 수 있고 한 달간 잠수함 추적이 가능한 ‘대잠 지속추적 무인정(ACTUV)’에 어뢰까지 탑재해 2020년까지 미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이유는 분명하다. 앞서 ‘킬러로봇’ 반대표를 던진 머스크 회장조차 “인공지능 무기가 핵무기보다 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국방기술품질원 강인원 박사는 “군사작전에서 로봇 무기 투입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2025년 정도면 무인 자율 로봇이 전쟁의 중심에 등장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8.01.29 17:00

7분 소요
[재계 3.0시대 (11) 식품업계] 경영 일선에 나선 식품업계 2·3세들

산업 일반

어느 업계보다 시장에 민감한 곳이 식품산업이다. 맛과 가격, 영양 등 상품으로서 경쟁력뿐 아니라 위생과 안전의 역풍에 늘 노심초사해야 한다. 최근 경영 일선에 나선 오너 2·3세들은 사업 다각화와 시장 다변화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M&A와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발한 이유다. 국내 시장에선 크게 늘어난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으로 경쟁하고 있다. 그야말로 쿡방(cook+방송) 전성시대다. 지상파3사를 비롯해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등 TV만 틀면 ‘음식’이라는 코드가 황금시간대를 완전히 점령했다. 단순히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나와 삶거나 볶거나 지지며 진짜로 요리를 한다. 특히 방송에 소개되는 레시피를 집에서 적용하는 열풍이 일면서 식품업계엔 호재가 되고 있다.1인 가구 증가는 간편 요리 시장을 키우고 있다. 최근엔 파우치 양념장(원터치 양념장)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전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다양한 원터치 양념장이 나오면서 ‘집밥’이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투상품(따라하기 상품)도 파이를 키운다. 올해 초 시작된 허니버터칩 열풍은 수많은 아류작에도 불구하고 원조와 미투상품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제과업계의 매출을 껑충 올려놓았다. 최근엔 짜장라면과 짬뽕라면에서 미투상품 경쟁이 치열하다.그러나 식품업계는 부침이 강한 곳이다. 식품 안전이나 위생 문제로 시장이 싸늘하게 냉각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10월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 연구소가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 제품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국내 햄·소시지 매출이 20%까지 급락했다. 소비자들이 육가공품을 외면하자 CJ와 롯데, 대상, 목우촌, 사조, 진주햄 등 식품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육가공제품 매출은 한해 2조원 규모다. 상반기엔 ‘가짜 백수오 사태’로 천호식품, 국순당 등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고, 건강식품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졌다. 지난해엔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에서 생산한 일부 스낵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이 때문에 식품업계 오너들은 사업 다각화와 시장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M&A를 통해 다품종을 출시하거나 이종 사업에 진출하고, K푸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핵심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일선에 나선 식품업계 2·3세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외식사업은 식품업체의 오랜 ‘사이드 잡’이다.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어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2009년 커피 사업 브랜드 ‘폴바셋’을 론칭하고 커피시장에 진출한 매일유업은 2013년 이를 독립법인으로 만들어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폴바셋의 법인 엠즈씨드의 지난해 매출은 285억원으로 전년보다 141.8%나 성장했다. 올해 매장 수를 7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정완 회장은 지난 9월 ‘신 가치관 선포식’을 열고 매일유업을 유제품회사에 머물지 않고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김 회장이 공격 경영에 나선 것은 국내외 유가공 업계의 불황 탓이다. 매일유업의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탓이다. 달, 부첼라, 크리스탈 제이드 등 그동안 펼쳐온 외식사업의 성과가 변변치 못하자 커피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남양유업도 아이스크림 카페 백미당으로 틈새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입점한 매장의 경우 하루 1000~1200개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가업을 물려받은 장남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최근 3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장남 진석씨는 남양유업 경영기획 본부 상무로, 차남 범석씨는 생산전략부문장으로 실무를 익히고 있다.삼양식품도 라면 외식브랜드 ‘라멘에스(LAMEN;S)’의 가맹사업에 나섰다. 지금까지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해왔지만 외식 프랜차이즈는 처음이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직영하고 있는 호면당, 간접 투자한 크라제버거의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업 부진으로 좀처럼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2세 경영자 전인장 회장이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부활’을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신사업·M&A 나선 중견기업 2·3세 ‘천하장사’ 소시지로 유명한 육가공업체 진주햄도 외식사업 진출을 위해 내년 1월 테스트 매장 성격의 안테나숍을 열 계획이다. 지난 2월 인수한 수제맥주 제조업체 카브루의 수제맥주와 진주햄의 프리미엄 육가공제품을 한데 즐길 수 있는 다이닝 펍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재복 회장이 2010년 10월 작고하면서 회사를 물려받은 형제 박정진 사장과 박경진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외식사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와 함께 올드한 기업 이미지를 벗겠다는 목표다.‘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위기의식은 이종산업과 결합으로 이어진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이후 최근까지 한진피앤씨 등 포장재 기업, 온라인 축산물 유통전문기업 금천 등 6개 회사를 사들였다. 인수 금액만 5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포장재 관련 회사가 5곳으로, M&A를 통해 글로벌 종합 포장재회사로 본격 나선 셈이다. 주력으로 삼아온 수산식품 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서다. 잇단 M&A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있다. 2013년 부회장에 오른 그는 확실하게 2세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동원그룹에서 금융부문이 떨어져 나오며 그룹과 이미 결별한 상황이다.한국야쿠루트 창업주 윤덕병 회장의 외아들인 윤호중 전무도 그룹의 외연 확대를 이끌고 있다. 윤 전무는 2000년대 후반 한국야쿠르트가 추진했던 교육, 건강기능 식품, 의료기기 등 사업 다각화에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2009년 능률교육 인수에 이어 한솔교육의 주니어랩스쿨, 베네세코리아를 차례로 인수하며 교육사업 시너지 효과를 꾀했다. 교육사업은 경영사정이 호전됐지만 커피전문점 ‘코코브루니, 의료기기 ‘큐렉소’ 사업은 수년째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엔 모바일게임 및 콘텐츠 개발업체인 투빗에 40억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인수하기도 했다.‘미원’ ‘청정원’ ‘종가집’ ‘순창’ 브랜드로 유명한 대상은 올해 백광산업으로부터 라이신(사료용 필수아미노산)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17년 만에 라이신 사업 부활을 선언했다. 임창욱 명예회장은 두 딸을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했다. 장녀 임세령 상무는 대상 사업전략담당중역을, 차녀 임상민 상무는 대상 기획관리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은 동생 임상민 상무(36.71%)가 임세령 상무(20.41%)보다 많다. 임세령 상무도 지난해 초록마을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오는 12월 금융전문가와 결혼하는 임상민 상무는 미국 뉴욕 지사에서 근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지난 3분기 음식료업종은 지속적인 약세를 뚫고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쿡방 열풍과 더불어 K푸드의 해외시장 진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매출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성이 높은 할랄식품, 최근 쌀 김치 삼계탕 수입이 허용된 중국시장 등이 향후 식품산업의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다. ━ K푸드 수출로 내수 부진 뚫는다 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인 ‘비비고’는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식품계열사인 CJ푸드빌은 최근 ‘2020년 매출 8조원, 해외 매출 비중 44% 이상의 글로벌 외식 탑 10’이라는 비전을 정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CJ그룹은 4세인 장남 선호씨와 장녀 경후씨가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2013년 CJ제일제당의 한 영업지점에 사원으로 입사한 선호씨는 지난해 말 출범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요주주(지분 11.3%)로 올랐다. 장녀인 경후씨는 CJ에듀케이션즈에서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로 자리를 옮겨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두 남매가 20대 인만큼 본격적인 경영 참여는 아직 이르지만 이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세계 1만2000개 매장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선포한 SPC그룹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미국·베트남·싱가포르·프랑스에서 파리바게뜨 19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20여 개국으로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2000개 이상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SPC의 모태인 삼립식품은 지난 3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와 차남인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를 비상근 등기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이번 등기이사 선임으로 두 형제는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됐다. <116쪽 기사 참조>새로운 성장동력을 해외 시장 개척으로 삼은 오뚜기도 함영준 회장이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함 회장은 “해외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함 회장은 부친인 창업자 함태호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00년 오뚜기 사장에 올랐고 2010년부터는 회장으로 일했다. 지난해 라면시장에서 삼양을 제쳤고, 가정 간편식 시장에서도 주력제품의 실적이 크게 성장했다.식품산업은 업력이 긴 까닭에 오너가 2·3세 경영인이 혼재되어 있다. 역사가 긴 기업에선 이미 3세 경영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인스턴트커피와 시리얼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은 3세인 김종희 동서 사장의 지분을 늘리면서 3세 승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동서의 지분은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헌 동서 회장이 20.61%, 차남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20.08%, 김상헌 회장의 아들인 김종희 동서 사장이 10.28%를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경영지원 상무로 일하다 퇴사한 지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8월 복귀하면서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크라운해태제과 역시 3세 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창업자 고(故) 윤태현 회장의 손자이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제과 상무를 지난 2010년 대표이사로 승진 발령했다. 스낵 허니버터칩의 단맛 감자칩 아이디어부터 브랜드 네이밍까지 개발을 주도한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는 윤 회장의 사위다. 그는 만년 꼴찌 해태제과를 일약 최강자로 변모시켰다.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도 3세 경영을 시작했다. 정성수 회장의 장남 정연호씨가 지난해 4월 오쎄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 오쎄는 화장품제조, 온라인쇼핑몰, 광고대행을 하는 업체로, 최근 매출이 부진하다. 그의 위기극복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3남2녀를 둔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형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달리 일찌감치 후계 구도 틀을 마련했다. 현재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의 지분을 36.88% 보유해 최대주주다. 쌍둥이 동생인 신동윤 부회장의 지분은 19.69%로 절반 수준이다.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지분이 없다. 계열사는 농심을 신동원 부회장이, 율촌화학은 신동윤 부회장, 메가마트는 신동익 부회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 R&D 투자로 독창적인 상품 개발 사조그룹은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사조대림 등 4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2006년 사조 인터내셔날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해 사조해표 기획실장, 사조해표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한 그가 상장계열사 등기이사 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경영 승계 밑작업이 시작됐다고 평가한다.재계에서는 한국 식품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니와 왕교자, 짜장, 과일믹스에 이어 최근 짬뽕까지 식품업계의 인기 제품 베끼기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함께 발표한 ‘식품산업 연구개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식품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69%(2012년)로, 전체 제조업(3.09%)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식품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최근 3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미투, 짝퉁 제품이 쏟아지는 것은 기업들이 위험 부담이 큰 신제품 개발보다는 성공 사례를 보고 따라 하는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나 IT 등에 비해 식품산업은 제품 개발에 엄청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제품을 대부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다수 업체들이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새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시장 파이를 키우고 해외 수출 등에 힘써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안정적으로 쉽게 돈 벌려는 버릇에 젖어 있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경영학)의 말이 식품업계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 노익장 발휘하는 식품업계 창업자들 대부분의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고령임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뛰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식품업계 창업자 중 최고령은 1917년도에 태어난 정재원 정식품 명예 회장이다. 우리 나이로 99세. 이를 기념해 올 1월 ‘백수연’을 치렀다. 그는 현재 ‘콩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 경북 영주 ‘콩세계과학관’에 2억원을 후원하고, 올 4월에는 직접 개관식에 참석했다. 반신욕과 산책으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한다.1922년생인 박승복(93) 샘표식품 명예회장은 대외활동이 활발하다. 2004년 9월부터 ‘바른 사회, 바른 기업을 위한 경영인 포럼’을 이끌고 있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으로 재임 중이고, 국무총리실 출신 친목모임인 ‘국총회’ 회장을 1993년 출범 당시부터 맡고 있다. 요즘에도 서울 충무로 사옥에 종종 들러 회의를 주재하고 제품 개발에 대한 의견을 낸다.1927년생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은 올해로 미수(88세)를 맞았다. 윤 회장은 매일 오전 10시 서울 잠원동 본사로 출근한 뒤 오후 4시 퇴근한다. 소식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 덕분에 그 흔한 성인병 하나 없다고 한다. 매월 한두 차례 본사 강당이나 계단 등을 순회하며 안전 여부까지 꼼꼼히 점검하는 남다른 열정도 과시하고 있다.1930년생인 함태호(85) 오뚜기 명예회장도 서울 대치동 본사뿐 아니라 안양, 음성 등 생산공장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갑내기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 역시 매일 회사로 출근한다. 구 회장은 일찌감치 막내딸을 후계자로 선택했지만 회사 안팎에서 잡음이 나오자 최근 본부장직에서 경질시켰다.1932년생 신춘호(83) 농심 회장은 요즘도 주 3회 이상 서울 신대방동 본사로 나온다. 신 회장은 주요 임원 인사나 신사업, 신제품 개발, 해외사업 등 주요 현안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2015.11.25 16:03

9분 소요
[파워중견기업] “MS의 명성 뛰어넘겠다”

산업 일반

▶1997년 인프라웨어 설립 1999년 벤처기업 등록, 미국 현지법인 설립 2001년 임바이더(Embider™) WAP브라우저 개발 완료 2002년 SK텔레콤·LG텔레콤과 차세대 브라우저 개발 계약 2003년 팬택·LG전자·어필텔레콤 등과 라이선스 및 기술지원 계약 2004년 SK텔레콤 WAP브라우저 단독 공급업체 선정 2005년 삼성전자·LG전자 지상파 DMB 브라우저 공급 계약, 중국지사 설립, 코스닥 상장 휴대전화 업계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아세요?” 인터넷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면 휴대전화에서 인터넷을 가능하게 해 주는 브라우저는 어떤 회사가 만드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휴대전화에 브라우저가 탑재돼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지만 우리가 휴대전화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휴대전화용 익스플로러’가 꼭 필요하다. 지난 1997년 설립된 인프라웨어는 휴대전화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해 주는 브라우저를 만든다. PC 한 대당 익스플로러가 하나씩 깔려 있는 것처럼 휴대전화 한대당 브라우저가 하나씩 탑재된다. 휴대전화 시장 규모가 바로 휴대전화용 브라우저 시장인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프라웨어는 곧잘 무선인터넷 업계의 마이크로소프트로 불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강관희(55) 인프라웨어 대표는 휴대전화용 브라우저를 만드는 원천기술을 가졌다는 데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용 브라우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는 저희 회사를 포함해 다섯 곳뿐입니다. 대부분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들이 외국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원천기술을 가졌다는 것은 아주 큰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죠.” 인프라웨어가 만드는 브라우저는 ‘임베디드(Embedded) 브라우저’라고 부른다. 임베디드 브라우저는 우리말로 하면 ‘내장형 브라우저’로 풀이된다. 기존 PC에서 인터넷이 가능하게 해 주는 브라우저는 CD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깔 수 있고 문제가 생기거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면 그때 그때 다시 프로그램을 배포하면 된다. 하지만 임베디드 브라우저는 휴대전화 등에 아예 내장돼 출시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인프라웨어가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브라우저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설립 초기에는 웹 화면을 용지에 맞게 출력할 수 있는 프린트 프로그램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그렇지만 프린트 프로그램 사업이 시장 규모가 큰 것도 아니었고 미래 전망도 불투명했다. 그때부터 인프라웨어 임원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다윗처럼 이겼다 “당시 딱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비즈니스(프린트 프로그램)는 미래가 없다. 앞으로 분명히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이 열릴 것이다. 이 두 가지 명제가 명확해지자 모바일용 브라우저를 개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절실해졌죠.”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인프라웨어 역시 불투명한 사업 전망이라는 위기를 맞아 모바일용 브라우저 개발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찾은 셈이다. 브라우저 개발이라는 목표가 분명해지자 남은 건 기술개발뿐이었다. 하지만 말이 기술개발이지 노하우나 기초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원천기술을 개발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당시 기술개발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수없이 많았고, 정말 될까 하는 불안감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고 한다. 인프라웨어는… 자본금 : 38억원 종업원 수 : 180명 본사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상장일 : 2005년 10월(액면가 500원, 12월 결산) 산고 끝에 2001년 SK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의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무선응용규약) 2.0 서비스에 맞춰 WAP브라우저인 ‘임바이더’를 출시했다. 그렇지만 제품을 출시했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이동통신사들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넘기 힘든 관문이 남아 있었다. 더군다나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했다. 특히 모바일용 브라우저의 경우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 문제가 있어 쉽게 프로그램을 바꾸지 않는다는 난관도 넘어야 했다. “2002년 말 SK텔레콤이 이미지나 그래픽을 지원하는 WAP2.0 서비스를 오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지만 이름도 없는 국내 업체의 프로그램을 선뜻 채택할 이동통신사를 찾기는 쉽지 않았죠. 더군다나 기존 외국 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벽을 깨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술력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했죠.”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처럼 인프라웨어는 결국 외국산 제품을 물리치고 2003년 LG텔레콤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SK텔레콤까지 장악했다. 두 통신 회사의 단독 브라우저로 채택되면서 휴대전화용 브라우저의 100%를 공급하게 된 것. 여기에다 최근에는 KTF도 표준 규격 브라우저 채택을 검토 중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 장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해외 공룡기업들과의 싸움에서 골리앗을 이긴 다윗처럼 승리한 셈이다. 국내 유수 이동통신사의 단독 브라우저로 채택되면서 휴대전화 제조사와의 공급 계약도 급증했다. 현재 인프라웨어는 세계 5대 휴대전화 제조업체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롤라와 글로벌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회사의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은 넘쳐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인프라웨어의 ‘임바이더’를 수출 모델에도 탑재키로 하면서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국산 하드웨어(단말기)와 소프트웨어가 나란히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세계 WAP브라우저 시장은 미국의 오픈웨이브가 5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절대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노키아(39.90%), 스웨덴의 텔레카(6.30%), 일본의 엑세스(3.20%), 인프라웨어(1.10%)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인프라웨어는 기술력만큼은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오픈웨이브보다 앞서고 있다고 자신한다. 국내 진출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만큼 시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영업이익률 40% 넘어 여기에다 지금은 휴대전화용 브라우저를 중심으로 매출이 일어나고 있지만 앞으로는 PDA, MP3 등 소형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냉장고나 DMB 단말기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브라우저 개발에도 중점을 둘 방침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확대될수록 인프라웨어로서는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다. 회사 외형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3년 36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9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매출액이 160억원에 달할 것이다. 매출액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바로 영업이익률이다. 인프라웨어는 4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각 증권사들의 조사에 따르면 인프라웨어는 올 4분기에도 42.77%의 영업이익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덩치만 커지는 게 아니라 실속까지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휴대전화 브라우저 시장 규모가 1200억원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앞으로 활성화될 DMB폰이나 디지털 카메라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까지 인터넷 환경이 제공되기 시작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늘어날 겁니다. 앞으로 펼쳐질 시장이 더 밝다는 얘기죠.” 인프라웨어가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이 시장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업은 쉽게 넘볼 수 없는 틈새시장이라는 점이다. 휴대전화용 브라우저는 프로그램의 속성상 이동통신사나 휴대전화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거의 붙어살다시피 해야 한다. 그때 그때 제품의 변화에 맞게 프로그램을 새로 짜줘야 하기 때문이다. 반응 속도가 느린 해외 업체나 대기업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부분이다. 심지어 새벽에도 이동통신사 관계자의 전화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한번은 밤 12시가 넘어 모 이동통신사 관계자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부 오래된 중계기에서 브라우저를 탑재하면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 겁니다. 새벽 1시에 회사로 개발자 등 전원을 집합시켜 일부는 오래된 중계기가 있는 양평 지역으로 보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회사에서 오류 수정 작업을 하기도 했죠. 발 빠른 벤처가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물론 고민도 있다. 휴대전화의 제품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계속해 진화된 서비스를 매번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프로그램 한 개로 평생을 먹고 사는 ‘대박 아이템’은 아닌 셈이다. 표준화를 미리 선도하지 않으면 다른 회사에 뒤처진다는 과제도 있다. 시장에 서비스되지 않는 기술이라도 앞서 기술 개발을 해서 준비해둬야 한다. 사람만이 살길이다 시장의 이런 특성 때문에 인프라웨어는 인재를 가장 중요시한다. 기술개발만이 살길이기 때문에 뛰어난 기술을 가진 개발자를 발굴하고 이탈을 막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사훈도 ‘즐겁게 일하자’로 정했다. 연봉 역시 벤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수준을 내걸고 있다. 신입사원 초봉을 국내 100대 기업 평균 연봉의 상위권에 해당하는 30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한 것. 11월에는 우수 인재를 먼저 가려 뽑기 위해 고려대·부산대·경북대 등 전국 7개 대학을 돌면서 채용설명회도 했다. 신규 채용 인원수도 30명이 넘는다. 현재 직원수가 180명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연구개발(R&D) 관련 인력이 전체 직원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회사의 흥망성쇠가 사람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죠. 외형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국내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한 인프라웨어는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에 법인을 열고 성공적으로 현지 시장에 진입했다. 여기에다 미국의 버라이즌 및 스프린트의 인증시험에 통과해 미주 지역은 물론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토대도 마련했다. 또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GSM 시장 공략을 위해 LG노텔과 협력해 GSM단말기에 사용할 수 있는 브라우저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제조사인 교세라와이어리스(교세라) 미국 법인의 공식 브라우저 공급업체로 지정돼 해외 독자진출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인프라웨어의 브라우저를 탑재한 교세라 단말기는 북미와 인도, 중동 등지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무선인터넷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웹과 디지털방송, DMB 등과 연계된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도 떳떳하게 로열티를 벌어들일 생각입니다. PC용 브라우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를 떠올리듯 내장형 브라우저 하면 인프라웨어를 떠올리게 될 겁니다.”

2006.11.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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