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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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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화려한 가을꽃 향연

만평

연일 30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도 폭우와 바람을 몰고 온 태풍도 물러났다. 중부 내륙지방은 낮과 밤 기온 차가 15도를 넘으며 가을 문턱을 넘어섰다. 더욱 높아지고 푸르러진 하늘 아래 황화 코스모스, 백일홍 등 가을꽃이 만발했다. 경기도 연천군 댑싸리 공원을 찾은 행락객들이 화려한 색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 신인섭 기자 shinis@edaily.co.kr

2022.10.01 14:00

1분 소요
기업과 돈 빨아들이는 ‘블랙홀’

산업 일반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정부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세운 팡위안 빌딩. 엽전 모양이 선양시 정부의 외자도입 의지를 보여준다. 중국 동북지역이 요즘 부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남고북저’(南高北低)와 ‘남자북상’(南資北上)이다. 중국 정부는 식량가격이 치솟자 이달 들어 동북지역에서 남아도는 식량을 남부지역으로 돌리는 비상 식량수송 작전을 펼치고 있다. 철도를 통해 동북지역에 비축된 쌀과 옥수수 1000만t을 내려 보내는 것이다. 두 달 동안 이뤄질 이 작전은 남부지역의 폭등한 식량가격을 안정시키고 동북지역의 과잉 비축으로 떨어진 식량가격을 받쳐주기 위한 두 마리 토끼잡기다. 남고북저의 해소책인 것이다. 중국 정부의 동북경제 진흥책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남부지역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동북지역으로 몰려드는 ‘남자북상’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 광둥성, 저장성 등 남부지역에 위치한 기업으로부터 유치한 자본 중 동북지역 랴오닝성에 몰린 자본만 지난해 969억 위안(13조5660억원가량)에 달했다. 같은 동북지역인 지린성과 헤이룽장성도 2003년부터 시작한 외자유치 바람을 타고 수십억 위안의 국내자본이 들어오고 있다. 동북 3성(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의 경제 활성화 선도 역은 랴오닝성이고 그 중심에는 선양(瀋陽)이 있다. 2005년 한국의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이 선양에 진출했다. 이를 계기로 증권선물거래소와 코스닥시장본부가 랴오닝성 중소기업청과 이 지역 소재 중소기업들의 코스닥시장 상장 유치를 위해 협력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동북 3성 경제가 확대해 가는 모습은 세 가지 방향에서 포착된다. 먼저 랴오닝성의 성도인 선양시와 지린성의 창춘시,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시를 잇는 ‘동북 3성 경제회랑’이다. 중·러, 중·북 국경무역과 자원을 바탕으로 한 내륙지방과 동북지역의 관문인 다롄을 연결하는 것이다. 기동적인 물류가 핵심이다. 둘째는 ‘랴오닝성 중부도시군(선양경제권)’ 구상이다. 선양을 중핵으로 한 반경 150km권 안의 6개 도시(안산·무순·본계·영구·요양·철령)와 사회·경제적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총 인구 2200만의 대도시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앙정부의 제11차 5개년계획(2006~2010년)에 따른 것으로 도시군의 경쟁력 향상, 도시군의 각 도시 간 분업과 보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셋째는 ‘5점1선’ 연해경제벨트 개발·개방 전략이다. 랴오닝성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랴오닝성을 기반으로 ▶동북지역을 근거지로 ▶전국 발전 서비스 중심으로 ▶동북아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등 네 가지 전략적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즉 5개 중점발전지역을 시작으로 연안지역을 순차적으로 개발해 연해경제벨트를 임항(臨港)산업의 집결지대, 개혁 및 혁신의 선행지대, 대외개방의 선도지대, 투자흥업의 우선지대, 주거환경이 편리한 신도시군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5점1선 전략은 두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제1단계는 11차 5개년계획 기간 동안 5개 중점발전지역의 기초 지구를 동시에 건설하고 다롄 동북아 국제운항센터 건설의 기본적인 규모를 갖춰 연해경제벨트를 형성하는 것이다. 제2단계는 2020년까지 다롄 동북아 국제운항센터와 국제물류센터를 대규모로 건설하고 환경 우호적이고 개방도가 높은 현대화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5점1선의 전체 구조는 한마디로 동북진흥(중국 정부는 2005년 ‘동북지역 등 노후공업지구 구조조정 가속화’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놓았다)의 해상 창구로서 다롄 동북아 국제운항센터 건설을 중심으로 연해경제벨트의 전체적인 서비스 기능을 높이는 것이다. 또 선양지역이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연해지역과 내륙지역의 비교우위를 보완해 랴오둥(遼東)반도 경제구, 랴오닝중부도시군 경제구 및 랴오시(遼西)연해경제구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한국은 선양·다롄에 70% 투자 5점1선 연해경제 벨트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전 랴오닝성 위원회 당서기)가 직접 추진한 개발·개방 전략으로 다롄 창싱다오 임강공업구(大連 長興島 臨江工區), 잉커우(營口) 연해산업기지, 랴오시진저우완(遼西錦州灣) 연해경제구(錦州 서해 공업구와 후루다오베이강 공업구 포함), 단둥(丹東) 산업단지, 다롄 화위안커우(花園口) 공업단지 등 5개 지역과 랴오닝성 해안선을 관통하는 1443km의 해변 도로로 구성돼 있다. 한국 기업의 랴오닝성 투자는 선양과 다롄이 주된 지역으로 전체 랴오닝성 투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바오쩐둥(鮑振東)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원장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대개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뿐”이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STX 같은 대기업이 다롄에 투자키로 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선양에서 일본 기업들의 주목되는 프로젝트는 3개를 꼽을 수 있다. 국가급 개발구와 선양경제기술개발구 20만㎡를 이용하는 ‘선양일본중소기업파크’가 있다. 잉커우시와 다롄으로 나가는 153km의 하이웨이 ‘출해대통로(出海大通路)’와 직결된다. 첫 단계는 일본 기업을 위한 종합오피스시설 ‘육성센터’다. 둘째 프로젝트는 ‘대일 소프트웨어 개발기지’다. 중국에서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에 필요한 비용은 일본의 약 3분의 1이라고 한다. 국가급 고신기술산업개발지구 ‘훈남신구’에 위치한다. 정식 이름은 ‘선양국제소프트웨어 파크’(SISP)로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셋째 프로젝트는 일본 백화점의 진출이다. 미쓰코시 백화점을 인수한 이세단 백화점이 올 2월 개업했다. 일본 기업들은 인구 2200만 명의 소비시장과 5점1선을 동북 진출의 생명선으로 잡고 있다. ‘그레이터(greater) 선양을 잡아라!’ 이것이 일본 기업들의 화두다. 이시자키 도시오(石崎利生) 교세라 톈진상역유한공사 사장은 “교세라의 소재·부품 수출기지인 톈진은 지금 동북지역을 내다보고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자키 사장은 한국과 베이징 등에서 생산한 교세라 제품을 톈진에 결집시켜 중국 전역에 파는 마케팅 총책을 맡고 있다. 중국 동북지역 중소기업으로부터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8.05.26 10:07

4분 소요
중국의 10억 시청자를  잡아라

산업 일반

One Billion Couch Potatoes 중국 장시(江西)성의 옛 공산당 게릴라 기지였던 야오리 마을의 많은 가구는 아직도 집안에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를 걸어 둔다. 그러나 오늘날 주민들은 TV에 사로잡혔다. 평범한 월요일 오후, 어린이 두 명이 깜빡거리는 TV 앞에 꼼짝도 않고 앉아 홍콩에서 제작된 복잡하게 얽힌 사랑 이야기의 드라마를 보았다. 인근의 다른 집에서는 은퇴한 부부가 방문객들에게 현지 유선방송 회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지방 TV 방송에 관해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는 “우리는 상하이와 저장(浙江)·안후이(安徽)·후난(湖南)성 방송을 다 본다. 채널이 모두 12개”라고 자랑했다. 중국 전체가 유선방송이라는 새로운 오락수단의 파도를 타며 채널을 돌리는 듯하다. 유선방송망은 매달 1~2달러의 싼 요금으로 대다수 시골 마을마저 엮어버렸다. 또 명백히 불법인 위성 안테나들은 오지 마을의 지붕을 장식한 채 멀리는 인도에서 날아오는 공짜 TV 프로그램들을 낚아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시골에서 TV를 보유한 가구는 열 가구당 하나꼴이었다. 오늘날 TV 보급률은 거의 100%이며 시대극, 도시 드라마, 경찰 드라마, 요리 강습 등 통상적인 TV 프로들에도 시청에 제한이 없다. 그런 프로그램들 사이사이에 광고업자들은 미백 크림, 1회용 기저귀, 빅맥 등을 무차별로 선전한다. 중국에 TV 시대는 늦게 도달했는지 모르나 그 열기는 대단하다. 하룻밤 사이에 정부는 한때 선전도구에 불과했던 지방 TV 방송사들을 시청자 확보를 위해 서로 경쟁하는 재벌 기업들로 변모시켰다. 기술은 세계 최대 미디어 시장이 될 중국 시장에 대한 CCTV(독점적 국영 TV)의 장악력을 잠식해간다. 가장 최근의 혁신인 디지털 TV는 CCTV의 방대한 지상 인프라를 2015년께 무용지물로 만들지도 모른다. 2015년은 중국이 아날로그 방송을 종식하겠다고 약속한 해다. 정부는 강력해진 지방 TV 방송사들이 언젠가는 CNN이나 스타 TV 같은 국제적 방송사와 경쟁하기를 희망한다. 미 일리노이대 연구원 뤄윈바이는 “중국 정부는 실제로 지방 방송 재벌들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런 상업화의 욕구와 통제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지난 50년간의 서양문화가 증명하듯이, TV의 사회경제적 영향은 광범하고 강력해서 이를 봉쇄하려는 검열관들의 어떠한 시도도 뛰어넘는다. TV 업계의 철저한 상업화는 이미 평등주의적 농민사회라는 중국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오늘날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과 광고)들은 중국을 도시와 자본주의, 그리고 상향적 사회이동성으로 상징되는 사회로 묘사한다. 중국이 도달하고자 열망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모두 대저택에서 사는 멋진 남성과 예쁜 여성들에 관한 얘기”라고 재벌기업인 상하이 미디어 그룹(SMG)의 국제관계 담당 중역 순웨이는 말했다. 다시 말해 모두 돈에 관한 얘기라는 뜻이다. 급격한 경제·사회적 변화 속에서 TV는 그런 변화의 견인차로 부상했다. TV는 성공적인 시장 개혁의 본보기이자 국가 정체성을 일신하는 도구가 됐다. 이처럼 TV는 수많은 중국인이 열망하는 더 나은 미래를 정의한다. 그 핵심에는 서방에서는 익숙하지만 중국에서는 낯선, 강력한 역동성이 놓여 있다. 광고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편성자들과 또 다른 성공작을 만들려는 제작자들은 모든 잠재 광고주들의 목표인 ‘도시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훨씬 광범한 시청자들, 아직 해안 도시에 살지 않는 나머지 8억 명의 중국인에게도 전달된다. 홍콩중문대학(香港中文大學)의 조셉 천(미디어학)교수는 “오늘날 TV는 문화적 열망의 원천이다. TV는 도시의 풍요로움에 관한 신화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마오쩌둥 시대 이후 전개된 각종 변혁 운동에서처럼 TV의 변화도 단순히 이윤 동기에서 시작됐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웃 홍콩과 대만의 예를 따라 지방과 도시 TV 방송사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전략을 만들었다. 그런 개혁 정책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방 TV는 방대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선전도구에 불과했고, 국영 TV에서 방영된 프로그램들을 재방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주요 지방의 모든 TV 채널은 지금도 CCTV의 오후 7시 뉴스를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중국 정부의 계획은 그들이 좀 더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신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며 광고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서양세계의 선례에 따라 중국의 TV 방송사들은 스스로를 공산당의 대변인이 아니라 오락의 판매자로 보게 됐다. “이런 상업 논리가 중국 TV 업계에도 스며들었다”고 천은 말했다. 새로운 논리는 광시(廣西)성 TV의 최신 히트작 ‘에게해의 사랑’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상하이를 무대로 한 이 드라마는 부유한 사업가의 딸, 그녀의 약혼자(약혼녀 가족의 기업제국을 인수하도록 훈련받는 미남 청년), 그리고 그가 그리스 섬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우연히 만난 상하이 출신의 ‘가난한’ 여성 등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호화판 저택, 유니폼을 입은 하녀들, 세계 여행, 긴 리무진 등이 등장하는 배경 속에서 이야기는 돈에는 무관심해 보이는, 늘어진 대만식 헤어스타일의 등장인물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뤄윈바이 연구원이 자신의 권위 있는 연구서 ‘현대 중국 TV 오락물의 정치경제학’(The Political Economy of Contemporary Chinese Television Entertainment)에서 지적하듯이, 중국의 TV 프로는 1990년대 초 ‘문예’에서 ‘오락’으로 변신했다. 우연찮게도 당시는 위대한 지도자 덩사오핑(鄧小平)이 경제개혁 촉진운동을 막 벌인 시점이었다. 그는 태동 단계였던 광고산업을 강화하고, 언론매체들의 상업화를 허용했다. 몇 년 뒤 중국은 민영기업들이 국영 TV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도록 허용하고, 34개 지방 방송사들에 위성 채널 사업권을 부여했다. 그런 개혁 조치 덕분에 지방 방송사들은 위성을 통해 부유한 해안 지대 시청자들에게 접근했다. 중부 지역의 후난 TV는 그 기회를 재빨리 활용했다. 90년대 말 후난 TV에서 만든 몇몇 프로그램은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광고주들도 몰려들었다. 유명한 지방 방송사들은 CCTV보다 저렴한 광고비로 광고주들을 끌어들였다. 정규 프로그램들처럼 광고 방송 역시 도시적 취향에 영합한다. 예컨대 상하이의 리브 맥주는 여피족이 정원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광고에 담았다. 치약 제조업체 크레스트는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사무용 고층 건물 속에서 젊은 남녀가 만나는 장면을 연출한다(예상대로 그 만남은 승강기 속에서 청년의 입에서 나오는 마늘 냄새 때문에 엉망이 된다). 나이키는 길쭉한 반바지와 헐렁한 티셔츠의 10대들이 상하이 부두에서 농구공을 드리블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맥도널드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10대 힙합 족들을 내세웠다. 중국에서 인기있는 운동기구 광고에서는 한 여성이 자신의 뱃살을 꼬집으며 “임신 때부터 이런 뱃살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그러자 친구는 그 운동기구 사용을 권유하면서 “기분이 한결 좋아지고 더욱 섹시해진다”고 말한다. 10년 전만 해도 내륙지방에서는 이런 광고들이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고 그레이 글로벌 그룹 차이나의 비베카 찬 회장은 말한다. “우리는 매우 도시지향적인 현상들을 본다. 5년 전만 해도 지나치게 앞서간다 싶었을 만한 현상이다.” TV는 보다 도시적인 미래를 향해 사람들을 재교육시키는 도구가 됐다. 이는 요리 강습(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수단으로 시골의 잠재적 요리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나 최신 패션 경향을 넌지시 귀띔하는 광고 등을 통해 이뤄진다. 그녀는 “사회이동성이 높아졌다. 그런 만큼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국적으로도 관심을 끌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경향은 최신식 외제 스포츠다목적차량(SUV)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비베카 찬은 10만 달러짜리 폴크스바겐 투아레그의 중국 진출 캠페인을 도왔다. 그 TV 광고의 주인공은 중국인 모험가이자 부동산 재벌인 왕시였다. 그는 힘 좋은 투아레그가 티베트의 황야를 질주하는 동안 자신의 2003년 에베레스트 등정 경험을 소개한다. 수도승들이 염불을 외고, 기도문이 적힌 깃발이 펄럭이며, 히말라야의 강풍이 몰아치는 동안 열정적인 등산가인 왕시는 고통스러웠던 산행 경험과 관련해 이렇게 설명한다. “정열을 정의하기는 정말 어렵다. 정열은 자신의 삶에 결코 만족하지 않을 때 생길지 모른다.” 지방 방송사들은 참신한 프로그램 개발과 광고 유치에서 성공했지만 아직 CCTV에 큰 위협이 되지는 못한다. 9억 명에 달하는 CCTV 시청자는 지방 TV 시청자 수를 왜소하게 보이게 한다. 베이징 소재 미디어컴의 미디어 기획 책임자 애런 초이에 따르면 중국에서 모든 TV 광고비의 절반은 10대 도시를 겨냥한다. 지방의 위성 채널 사업자들은 CCTV 산하 12개 방송사와 높은 시청률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이론상 1개 위성 채널은 중국 전체를 감당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위성 채널은 그 정도로 비중이 크지 않다”고 애런 초이는 말했다. 그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나선 유망한 신흥기업이 바로 SMG다. SMG는 2002년 상하이 TV·라디오 방송국들의 통합으로 설립된 이래 새 기술과 산하 방송사들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SMG 산하 패션 네트워크인 ‘채널 영(Young)’은 10대와 젊은이들을 겨냥한 최신 드라마, 패션쇼, 유명인사 소식을 방영한다. 역시 SMG 산하 위성채널인 드래건 TV는 도발적인 대담, 스포츠 생방송, CNN식 뉴스 보도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소수의 유력한 지방 방송 재벌처럼 SMG도 중앙정부가 허용하는 범위 이상의 야망을 품었다. 순웨이는 “물론 국가에는 산업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과 규정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SMG의 채널들이 점차적으로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접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인쇄 매체 개혁의 선례를 따라 앞으로 지방 방송사들에도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리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사실 SMG는 이미 두 번째 위성채널 툰맥스 사업권을 획득했다. 또 미국의 비즈니스 채널 CNBC, 바이어콤의 어린이 채널 니켈로디언, 한국의 홈쇼핑 채널 CJ 등 국제적 파트너들과도 제휴했다. 덕분에 SMG는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을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으며, 이런 프로그램들은 나중에 다른 네트워크에도 판매된다. 중국 정부는 아직 전면적인 규제 완화 조치를 취할 준비가 안됐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SMG는 더 많은 자체 프로그램들을 전국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예컨대 위성채널에 대한 제한의 상향 조정, 지방방송사들의 합병 허용, CCTV의 독점권 축소 같은 조치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지방 방송사들이 좀 더 많은 시청자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도록 한다. 올해 들어 SMG는 CCTV를 누르고 중국 최초로 인터넷 TV(IPTV) 사업 허가를 받았다. SMG는 디지털 유료 TV처럼 잠재적으로 혁명적인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린다. 최근에는 전국의 유선TV방송 사업자들에게 16개 디지털 채널을 한 묶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유선방송 사업자들이 SMG의 2개 위성 방송만 이용했다. 아직 초기 단계 시장이긴 하지만 SMG는 전국의 약 100만 디지털 TV 신청 가구 가운데 약 66%와 계약을 해 CCTV와의 경쟁에서 앞섰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 업체 BDA의 뉴미디어 분석가 팡메이칭은 “디지털 TV가 소규모 방송사들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SMG의 순웨이는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거의 무료로 제공하다가 갑자기 유료로 바꾸지는 못한다”고 시인했다. 그의 해결책은 다른 상품의 판매다. “드라마와 영화 등의 콘텐츠 품질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미래에는 쌍방향 서비스도 제공된다. 시청자들이 승자를 결정하는 리얼리티 쇼도 가능하다.” 베이징의 검열당국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근 검열당국은 인기있는 경찰 드라마의 방영을 중단키로 한 결정은(경찰의 수뢰와 부패에 관한 얘기가 지나치게 정곡을 찌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TV가 아직도 통제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의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TV 산업은 계속 발전 중인 매혹적인 분야다. With JONATHAN ANSFIELD in Beijing 장병걸 cbg58@joongang.co.kr

2005.06.14 11:40

8분 소요
와인도 대량 생산 시대

산업 일반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세계 최대 와인회사 갤로의 포도밭 전경.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에는 유명한 고급 와인 산지가 있는가 하면, 값싼 와인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지역도 있기 마련이다. 프랑스에서는 보르도나 부르고뉴 지방이 고급 와인 산지라면 랑그독 루시옹이나 프로방스 지방은 중저가 대량 와인 산지라고 할 수 있다.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에서도 대개의 사람들은 평범하고 대중적인 와인을 마시고 특별한 날에나 고급 와인을 고이 보관했다 마실 정도다. 캘리포니아 와인도 나파나 소노마의 것이 고급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안 된다. 나머지 대부분의 와인은 중부 내륙 지방에서 나온다. 이 지역은 캘리포니아 최대의 와인 산지로 길이 3백20㎞, 폭 80∼1백60㎞의 광활한 평야지대다. 캘리포니아 포도의 80%를 생산하며, 건포도·귤·아몬드·올리브 등 지중해성 작물을 어마어마하게 재배하는 곳이다. 그래서 대규모 와이너리(와인양조장)가 많다. 이들은 병에 든 와인을 팔기보다는 주로 탱크에 와인을 넣은 벌크 와인(Bulk wine)을 만들어 수출한다. 병에 든 와인을 만들더라도 커다란 것만 쓰는데, 일명 저그 와인(Jug wine)이라고 한다. 이들 대형 와이너리에서는 드넓은 포도밭에 활주로를 깔고 비행기로 농약을 뿌린다. 포도밭 가운데에 저수지까지 두고, 수확할 때도 기계를 이용한다. 수확할 때는 물론 포도를 손으로 하나하나 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세계 대부분의 포도밭은 수확할 때 기계를 이용해 인건비를 절약한다. 기계 수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수확하다 보면 부족한 노동력 때문에 적절한 수확시기를 놓칠 수도 있고, 잎 사이에 숨어 있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포도송이를 그대로 두고 지나치기도 한다. 반면 기계수확은 익은 것, 안 익은 것을 모두 따버리기 때문에 고급 와인을 만드는 데는 부적합하다. 발효 역시 대형 탱크에서 자동장치가 부착된 첨단장치를 이용해 조절한다. 숙성에서 블랜딩, 병에 담기까지 그야말로 ‘공장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대량생산을 하니까 값이 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런 와인이 맛없는 것은 아니다. 값에 비해 맛이 좋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좋다. 이것저것 섞어서 항상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것도 고도의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매를 목적으로 만드는 식품은 항상 맛이 일정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맛있게 변하는 것은 별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한번 맛이 없어진 것은 금방 알고 다시 찾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값싼 와인이라도 장기간 인기가 있는 것은 상당한 노하우가 쌓인 업체에서나 만든다. 어쨌든 이런 와인으로 유명한 업체가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인 ‘갤로’(Gallo)라는 곳이다. 캘리포니아 중부 내륙지방에 있다. 언뜻 보면 정유공장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대형 탱크와 파이프가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찍이 어네스트(Ernest)와 줄리오(Julio)라는 이름을 가진 갤로(Gallo) 형제가 1933년에 설립해 현재 3대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회사의 연간 생산량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연간 마시는 양의 3백배 정도 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요즘은 고급 와인에도 손을 대는데, 고급 와인 산지인 소노마에도 여러 개의 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개발 활동도 왕성해 대학에 연구비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소규모 와인업자들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갤로는 “와인은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우수한 와인을 값싸게 공급했다. 와인을 잘 모르던 미국 사람들이 쉽게 와인을 마실 수 있도록 한 갤로는 미국의 와인 저변인구를 확대한 공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003.10.31 00:00

3분 소요
'길'이 뚫리면 '돈'도 뚫린다

산업 일반

국토의 대동맥인 고속도로가 작년 말께 속속 뚫리면서 새해 들어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 대전-진주 고속도로의 무주-함양구간 개통(2001년 11월21일)을 시작으로 중앙선(2001년 12월14일)·서해안선(2001년 12월21일) 등 3개의 신설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됐다. 이에 앞서 2001년 11월23일 중부선 하남-호법 구간이 4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 개통됐고, 며칠 후인 11월28일에는 영동선 대관령 구간과 동해선 주문진-강릉 구간(15.4km)이 4차선으로 확장 개통했다. 한 달 만에 6개 고속도로가 잇따라 신설·확장 개통된 셈이다. 특히 지리산 자락을 관통하는 대전-진주선, 경북과 충북, 강원도 내륙지방을 잇는 중앙선 등은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의 개발을 촉진, 지역간 균형개발을 유도할 전망이다. 또한 서해안선은 대중국 교역에서 산업동맥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앙선(신설)=대구 금호동에서 경북 안동·영주, 충북 제천, 강원도 원주·홍천을 거쳐 춘천까지 연결하는 총연장 2백80㎞의 고속도로. 지난 1989년 10월 착공한 지 12년 2개월 만에 죽령터널이 뚫리면서 완전 개통됐다. 총 3조6천8백12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으며, 2백56개의 교량(31.88㎞)과 28개의 터널(21.64㎞) 등 구조물이 전체 노선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구조물 비중이 4~6%에 불과한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난공사가 많았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을 가로막고 있는 해발 6백89m의 죽령재를 관통하는 연장 4천5백20m의 죽령터널은 철도를 제외한 도로터널로는 국내 최장이다. 이 터널 개통으로 국도 5호선으로 한 시간 걸리던 죽령 고갯길이 4~5분으로 단축됐다. ■서해안선(신설)= 지난 90년 첫 삽을 뜬 후 총 4조7천7백57억원이 투입됐으며 2001년 말 군산-무안구간이 뚫리면서 인천-목포간 총 연장 3백53㎞ 전 구간이 개통됐다. 지난 70년 개통된 경부선(4백28㎞)에 이어 두번째로 긴 고속도로로 인천에서 출발해 안산·당진·서천·군산·김제·부안·고창·영광·함평·무안·목포를 잇는다. 서해안선은 인천에서 목포까지를 종전 8시간에서 4시간 이내의 거리로 크게 좁혀 놨으며 경부고속도로에서 10%, 호남고속도로에서 15% 정도 교통량을 분산시켜 명절 교통체증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해안선이 착공 11년 만에 완전 개통됨에 따라 그간 소외됐던 서해안 지역의 산업·관광자원 개발이 크게 활기를 띠고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맞물려 본격적인 서해안 시대의 개막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진주선(신설)=2001년 11월 무주-함양(59.4㎞) 구간 개통으로 1백61㎞ 전 구간이 완전 개통됐다. 이로 인해 서울에서 육로로 가장 먼 곳이던 진주 등 서부경남권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탈바꿈했다. 과거 진주에서 서울로 가려면 마산-대구-대전을 경유, 장장 4백16㎞를 5시간 30분씩이나 달려야 했으나 이 도로 개통으로 거리가 3백23㎞로 단축됐고, 주행시간도 3시간 반으로 줄었다. 대전에서 충남 금산, 전북 무주·장수, 경남 함양·산청·진주를 통과하며 함양분기점에서 88선, 진주분기점에서 남해선과 연결된다. 92년부터 총 2조3천여억원이 투입된 대전-진주선 개통으로 그동안 내륙 오지였던 거창·함양·진주 등은 물론 무주·장수 등 낙후지역이 발전하고 덕유산·지리산·한려해상공원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 이용객이 증가할 전망이다. ■영동선(확장)=대관령 구간(횡계-강릉) 21.9km가 구불구불한 2차선에서 4차선으로 직선화돼 운행시간이 50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됐다. 이에 따라 서울-강릉 전 구간의 소요시간도 종전 3시간대에서 2시간 30분대로 줄어들었다. 이 구간은 해발 8백65m의 대관령을 직선으로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국내 고속도로의 평균(1㎞당 2백억~2백50억원)보다 훨씬 많은 3백50억원이 들어 총 7천5백60억원이 소요됐고, 96년부터 5년간 연 인원 1백26만명이 동원됐다. 교각 높이가 70~90m나 되는 성산1·2·3교를 비롯해 아찔한 높이의 계곡을 건너 뛰는 교량만 33개(6천9백36m)나 되고, 터널도 7개(4천2백28m)나 뚫었다. 또 잦은 폭설에 대비, 터널 입·출구에 액체분사식 자동융설 시스템(눈 녹이는 장치)을 설치했다. ■제2중부선(확장)=경기 하남 천현동과 이천 호법면을 연결하는 하남-호법노선(40.7㎞)이 2001년 말 4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 개통했다. 이 도로는 기존 중부선과는 별도 분리해 확장함으로써 제2중부고속도로로 명명됐다. 조심할 점은, 제2중부선을 이용할 경우 하남에서 호법까지 진출입로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광주·곤지암·서이천IC 이용 차량이 섣불리 진입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중부 1·2·3터널에서의 상습적인 지·정체 현상 해소로 하남-호법구간의 운행시간이 기존 50분에서 30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 효과=한국도로공사는 이번 6개 고속도로 신설 확장으로 물류비 절감액이 하루 43억원, 연간 1조5천6백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명절 때마다 겪는 ‘교통대란’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물류비 부담을 줄여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충북·경북 내륙지방 등 소외지역 개발이 촉진되고 관광자원개발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서해안선 개통은 ‘서해안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부를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남동-시화-반월-아산-군장-대불 등 국가공단을 연결하는 신산업지대망을 구축하고 경인운하, 호남권 내륙화물기지 등 물류시설을 건설해 이 지역을 생산과 물류중심지역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WTO 가입으로 폭증이 예상되는 대중국 교역의 전진기지뿐만 아니라 환황해 경제권의 중심지역으로 발전이 기대된다. 도공측은 서해안선 개통으로 향후 20년 간 11조2천6백억원의 물류비가 절감되고 서산·태안 해상국립공원, 변산반도 국립공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까지를 한 축으로 연결, 관광자원 개발도 촉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앙선은 대구에서 춘천까지 주행시간을 6시간에서 3시간 30분으로 단축시켜 연간 3천3백41억여원의 물류비를 절감케할 것으로 도공측은 예상했다. 영동선 대관령구간 확장개통은 겨울철에 툭하면 두절되는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서울-강릉 간 주행시간을 3시간에서 2시간 30분대로 줄여 연간 8백17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2중부선은 하남-호법구간 남북축 고속도로를 12차로에서 26차로로 늘려 1일 교통처리 용량을 26만대에서 56만대로 늘렸다. 도공은 “작년 말 6개 노선의 신설, 확장으로 국내 고속도로 총연장이 2천5백34km가 늘어나 올해 명절 때부터 고속도로 정체가 없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2.01.12 00:00

4분 소요
도로개통의 최대 수혜지 원주 주목하라

산업 일반

부동산 투자의 최고 난코스는 ‘땅’투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토지투자는 일반인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많다. 미래의 투자가치를 내다볼 줄 아는 안목과 수익을 실현해줄 수 있는 개발계획, 까다로운 인허가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구석 만만한 데가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투자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 투자의 맥을 찾아서 적재적소의 땅을 구입한다면 예상밖의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이나 토지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에서 밝힌 올해 토지 시장 전망은 일단 장밋빛이다. 예년 수준의 두 배를 웃도는 2%대의 상승률을 예상하는가 하면 실물 경기 회복으로 신규 투자가 확대되면서 토지 수요도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장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도 긍정론이 지배적이다. 대정하우징 박철민 사장은 “양도세 탈루 관리나 투기조사 등으로 아파트 투자가 위축되면서 대체 투자처인 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주 5일 근무제에 따라 전원주택이나 레저시설을 짓기 위한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높은 토지 투자 수익률을 담보해주는 근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2001년 말부터 봇물을 이룬 고속도로 개통이 인근 지가 상승에 기폭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도로 개통으로 개발 기대감이 팽배해지고 이에 따라 투자 수요가 증가할 경우 어제의 땅값은 의미가 없게 된다. 문제는 어느 지역의 어떤 땅을 고르느냐에 달려 있다. 영동·중앙선 교차점, 원주 주목해야 중부 내륙지방에서 도로 개통의 호재가 가장 돋보이는 곳은 작년 11월 뚫린 중앙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분기점 주변을 꼽을 만하다. 역세권 아파트도 2개 이상 노선이 통과하는 환승역 주변이 인기가 높듯이, 고속도로 인근 토지도 분기점 주변이 알짜배기다. 작년 말 개통된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가 만나는 만종 분기점도 이런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돋보인다. 여기서 출발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과 경북권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강점이다. 만종 분기점을 중심으로 한 유망 투자지역은 문막I.C 인근 동화리가 대표적이다. 지역 경제의 중심인 농공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는데다 이 지역으로 공장 이전 등을 원하는 기업체들도 상당하다. 최근 원주시가 동화리 일대에 오는 2005년까지 18만평 규모의 지방산업단지와 물류유통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분명한 호재다. 현재 문막 일대 준농림지는 필지별로 차이가 있지만 A급지는 평당 40만∼50만원, B급지는 20만∼30만원대. 그런데 매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작년 말부터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택지지구 내 용지도 유망 투자처다. 원주I.C 인근 구곡지구와 단관지구의 근린생활시설 용지와 단독주택 용지가 현재 분양 중이다. 중앙고속도로 개통의 직접적인 수혜지역으로는 충북 제천시 일대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산악 지역이어서 그동안 개발에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제천이 충북권의 경제 중심지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제천I.C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제천시 왕암동 일대에 제천산업단지가 조성 중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현재 한국토지공사에서 부지 공사를 하고 있는데 총 37만평 규모로 산업단지와 배후 주거단지가 들어선다. 분양시기는 아직 미정으로 올 하반기 중 분양할 계획이다. 제천 일대는 각종 관광레저개발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 준농림지 투자도 유망하다. 청풍관광지구 골프리조트와 능강관광지구 스키리조트, 월악산 온천지역, 감악산 공원 등 유명 관광지 인근이 주 공략 대상이다. 당장 개발 가능한 A급 준농림지가 평당 15∼20만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 단양·영주·횡성 관광시설용 토지투자 유망 단양군(단양I.C)과 영주시(영주I.C) 일대도 다양한 관광명소와 수려한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라서 관광단지 개발 지역의 토지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단양군의 경우 충주호 일대의 10대 관광지구 개발계획에 따라 각종 근린시설과 위락시설용 토지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영주시 일대도 마찬가지. 경북관광개발공사에서 소수서원과 부석사·금성단 등 주요 관광지역을 연계한 역사 문화 관광지를 조성할 예정이어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지역은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수도권과 강원권·경북권 관광인구가 대폭 늘어나면서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주말농장이나 전원카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이 투자 제격인데 준농림지 시세는 A급지의 경우 평당 20만∼30만원이다. 영동고속도로 횡계-강릉 구간의 확장 개통으로 인기를 누릴 지역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 지역은 용평스키장과 보광 휘닉스파크 등 대규모 스키 리조트가 밀집해 있는 곳. 고속도로 개통의 후광을 등에 업고 추가 개발이 예상된다. 스키장이 없는 영남권 관광객들의 경우 편리해진 교통 때문에 더 자주 찾아올 전망이다.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등 편익시설을 위한 토지 수요가 더욱 늘어날 예상이다. 투자 유망 지역으로는 둔내I.C와 면온I.C를 인접하고 있는 횡성군 일대를 들 수 있는데 현천리와 장평리가 유망하다. 또 인근 평창군 횡계면·봉평면 일대와 용평군도 인터체인지 이용이 편리해 투자 적격 지역으로 꼽힌다. 개발이 용이한 준농림지 시세는 10만∼15만원이다. 횡성I.C에서 5분 거리인 횡성 읍마 택지지구도 근린생활시설 용지나 단독주택 용지를 중심으로 최근 눈에 띄게 토지 매입이 늘고 있다. 신설 개통 도로는 아니지만 확장 개통으로 인해 상습정체구역 오명에서 벗어나는 지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기존 4선로에서 8차로로 확장된 중부고속도로 하남-호법 구간 인근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 구간과 인접한 지역 중 확장 특혜를 누릴 만한 곳으로는 경기도 광주시 일대가 1순위다. 광주시는 용인·화성과 함께 수도권 남부의 3대 주거지역으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이다. 더욱이 배후 거주자 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 근린생활시설은 물론 각종 레저시설 개발을 위한 토지 구매도 급증할 전망이다. 한결 빨라진 서울까지의 접근성으로 말미암아 전원주택이나 펜션·전원카페 부지가 인기가 높다. 그런데 문제는, 광주시가 상수도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카페 등 근린생활시설은 신규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이 지역에 카페나 숙박시설을 짓고자 할 경우 이미 허가를 받은 토지를 구입해야 한다. 전원주택이나 펜션은 상대적으로 인허가가 용이하다. 경안I.C 주변 중부면 일대와 곤지암I.C와 인접한 실촌면과 오포면 일대를 주목할 만하다. 카페나 음식점으로 개발 가능한 A급지 시세는 평당 1백만∼1백20만원, B급지는 30만∼50만원 선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밖에 이천시와 여주군도 주목거리다.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부고속도로 확장 개통에 따른 지가 상승의 영향권에 속한다는 것도 한 이유다.

2002.01.12 00:00

5분 소요
정치논리·지역이기주의의 야합

산업 일반

일본 중부 내륙지방에 자리잡고 있는 도카이도(東海道) 신칸센(新幹線) 기후하시마역. 도쿄와 新오사카를 잇는 이 고속철도의 16개 역 중 기후하시마의 이용률은 1964년 개통 이래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후현 출신으로 전후 일본 정계를 쥐락펴락한 오노 반보쿠가 이렇다 할 산업시설도 없고 인구 밀집지역도 아닌 이곳에 역을 만들도록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이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이런 노선 조정을 크게 반겼지만 이 역은 대표적인 ‘정치역’이라는 오명을 얻었고, 도카이도 신칸센은 지금도 그의 이름을 따 ‘오노선(線)’이라 불리고 있다. 충청권의 ‘맹주’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지난달 충남·북간의 호남고속철도 분기점 유치 경쟁을 겨냥해 “정부가 추진 중인 호남고속철도 논의는 이 정부의 충남·충북 이간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호남고속철 자체가 호남 정권이 호남을 푸대접한다는 소리를 입막음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꼬집었다. 호남선이 아니라 ‘민주선’이란 지적이다. 호남고속철 기점역 유치 경쟁엔 이 지역 시민단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87년 한나라당의 모태인 민정당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대선 공약에서 비롯된 경부고속철도는 개통을 2년여 앞두고 있지만 계획의 상당 부분이 미결 상태다. 천안역은 이 역이 위치한 아산시와 지명도가 높은 천안시의 줄다리기로 역 이름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역시 지역에 영합하는 선심성 공약의 전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럴수록 경계해야 할 것이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이다. 혐오시설을 짓더라도 ‘내 뒷마당엔 안 된다’는 ‘님비(Not In My Back Yard)’와 마찬가지로 선호시설을 ‘제발 내 앞마당에’ 지으라는 핌피도 지역이기주의의 발로이다.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정치논리와 지역이기주의가 만나면 필연적으로 비효율과 낭비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논리에 휩쓸려 국제공항을 목표로 지어진 청주공항은 계획 축소와 변형이 거듭된 끝에 국내선들도 외면하는 ‘동네 공항’으로 전락했다. 83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입지가 정해진 청주공항은 개항한 지 2년 만인 지난 9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가장 성공적이지 못한 국책사업’ 설문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 아웅산 테러 사건 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신경 쓰던 전대통령은 청주가 북한의 장거리포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말에 솔깃했고, 이 지역 국회의원이 청주공항 건설을 건의하자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그 후 흐지부지됐던 이 계획은 87년 대선 때 대선 공약으로 부활했다. 충청권의 ‘표심’을 노린 선심성 공약이었음은 물론이다. 2003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전주신공항은 96년 총선과 97년 대선 때 각 후보들의 공약으로 떠올랐다. 전라북도와 더불어 전주신공항 사업을 추진 중인 건설교통부는 지난 7월 함께하는 시민운동이 주는 ‘7월의 밑 빠진 독상’ 수상자로 뽑혔다. 달마다 최악의 정부 예산낭비사례를 골라 발표하는 시민행동측은 1천2백19억원을 들여 지을 예정인 이 전주신공항은 27㎞ 떨어진 곳에 군산공항이 자리잡고 있고 호남고속철이 완공되면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군기지가 자리잡고 있는 군산공항은 당초 2010년까지 민간과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돼 있었다. 시민행동측은 또 “전주신공항 사업은 중장기적인 국토개발이란 관점에서라기보다 정치논리로 사업이 결정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공항이 들어서기로 돼 있는 김제 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전주신공항건설반대투쟁위원회도 2003년 말 호남선 전철이 완공되면 이 지역이 서울에서 2시간 거리가 된다며 전주신공항은 중복투자라고 밝혔다. 지역의 80%가 농업진흥지역이라 유일하게 지역개발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이 공항 건설 예정지라는 점도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 반대투쟁위측은 “도가 주민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사업설명회나 공청회도 열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다시 선거철이다. 건설 경기부양과 고용 창출의 공감대도 있다. 정치논리와 지역이기주의의 야합이 나라와 국토를 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지혜를 모을 때다.

2001.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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