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7

43년 만에 한은 떠나는 이주열,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가겠다”

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총 43년간의 한국은행 근무를 마치고 퇴임한다. 그는 31일 열린 퇴임식에서 “한국은행에서 지낸 매순간이 소중했다”며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이임사에서 “임기 중 대부분은 기존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많이 다른, 매우 익숙지 않은 거시경제 환경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통화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때를 언급했다. 그는 “좀처럼 풀리지 않은 이런 수수께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 복잡하고 난해한 고차방정식이 돼 버렸다”며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면서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8년 동안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크라이나 사태 등 격랑의 소용돌이를 지나왔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경제 예측이 어긋나고 정책 일관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에 시달리는데, 이는 높은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도 최근 가속하는 디지털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취지를 전했다. 이 총재는 “경제는 사회의 구조변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진화하는 일종의 생태환경이라 생각한다”며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함께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 정책목표를 기존 물가안정·금융안정 두 가지에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여러 사회문제 해결에 경제적 처방을 동원하고자 할수록 중앙은행에 대한 기대와 의존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구조나 제반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게 되면 중앙은행 역할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라며 “중앙은행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면서 앞으로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 43년간을 함께 한, 그리하여 제 삶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한국은행에서의 매 순간순간, 그리고 총재로서 여러분들과 동고동락한 지난 8년은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이제 저는 한없는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세인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1977년 한은에 입행해 조사국장과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 부총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총재로 임명돼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연임했고, 이날로 임기를 마쳤다.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지명됐다. 이창용 후보자는 다음 달 1일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한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2022.03.31 16:14

2분 소요
[세계 은행 수난시대] 돈 빌려줄 곳은 줄고 부실은 늘고

은행

단기 급팽창했던 부채, 둔화되는 경제성장률, 줄어드는 기업 마진 탓에 중국 은행권의 앞날은 험난하다. 중국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설 연휴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유럽 은행권의 부실 공포, 일본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은 이 흐름이 전 지구적 양상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실 쌓이는 중국 은행 시스템: 중국 은행 시스템에 쌓여가는 부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라앉는 경기와 빈번해지는 기업 디폴트로 은행권의 부실 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다만, 누구도 중국 금융권의 부실 규모에 대해 정확한 실태를 알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매달, 그리고 분기마다 관련 통계를 내놓고 있지만 신뢰도는 바닥에 가깝다. 미덥지 않은 당국 통계를 통해서도 중국 은행권의 현주소를 짐작해볼 수 있다. 최근 5년 은행권의 부실 자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1년 말 4279억 위안에 불과했던 무수익여신(NPL)은 2015년 3분기 말 1조1860억 위안으로 불어났다. 이는 전분기 비로 8%, 전년 동기비로 54.7%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 대출자산에서 NPL이 차지하는 비율(NPL Ratio)은 2011년 말 1%에서 1.59%로 높아졌다.일반적으로 은행 자산건전성분류(FLC) 기준에 따라 은행의 여신은 크게 정상여신과 요주의여신(1~3개월 연체), 고정여신(3개월이상 연체), 회수의문(3개월~12개월 미만 연체), 추정손실(12개월 이상 연체)로 나뉜다. 요주의여신의 경우 작년 3분기 말 현재 2조8100억 위안이다. NPL로 분류되진 않지만 중국 은행권의 요주의여신 상당수가 사실상 NPL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따라서 이를 모두 NPL로 넣을 경우 작년 3분기 말 기준 대략 4조 위안 가까운 대출자산이 공식 통계로 추정해 볼 수 있는 은행권 부실이다.물론 본토의 전문가들조차 실제 부실이 이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난 2008년 말 62조4000억 위안이던 은행권 총자산이 7년 만에 192조7000억 위안으로 급팽창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이 상당할 것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은행의 여신심사 분류 자체를 믿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권 전반의 대출성 상품(그림자금융을 통해 공급된 크레딧 등)까지 포함할 경우 부실의 정도는 상당할 것이다.피치의 중국 담당자로 일했던 샤를렌 추는 중국 크레딧통으로 정평이 나있다. 추는 올해 말쯤 중국 은행권 대출자산과 여타 금융권의 크레딧 상품 자산이 대략 3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22%가 부실 상태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시스템 부실 규모가 올 연말까지 대략 43조 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녀는 이 가운데 상각 등을 거쳐 실제 손실로 이어질 규모를 29조 위안 정도로 봤다.물론 당국이 이러한 부실을 일시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랬다가는 은행 시스템과 실물경기가 큰 충격을 입게 된다. 그래서 현실적인 방안은 일정액만 부실이라 규정하고 이를 장부에서 순차적으로(수개 년에 걸쳐) 지워나가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시점이 올 것이다.유럽·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와 도이체방크 쇼크: 중국 은행권만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설 연휴 동안 글로벌 은행 주들은 융단폭격을 맞았다. 시발점은 도이체방크의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s, 후순위 우발 전환사채 우려로 되살아난 유럽 은행권의 부실 공포다. 코코본드는 크게 세 가지 특성이 있다. ①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다. 물론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의 매력은 사라진다. ②그리고 후순위다. 은행 부실이 커지는 경우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 ③이 채권의 쿠폰은 이자가 아닌 배당의 성격이 짙다. 배당 가능 이익이 없는 경우 쿠폰 지급은 중단된다.그래서 코코본드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자기자본으로 인정됐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규제당국이 유럽의 은행에게 이 채권 발행을 독려한 이유다. 그렇게 풀려 나간 유로존 코코본드는 950억 유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도이체방크 발행분은 17억5000만 유로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도이체방크의 코코본드 쿠폰이자 지급능력이었다. 크레딧사이츠는 ‘도이체방크가 내년에는 쿠폰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실적이 나빠져 배당가능 이익이 소진될 수 있어서다. 쿠폰 이자 지급 중단은 코코본드 투자자들에게 디폴트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주식 전환의 매력도 없다. 도이체방크 주식은 이미 올 들어 4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투자자들로선 작년 원금 손실을 본 포르투갈 누보방코의 코코본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사실 코코본드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유럽의 은행이 처한 본질적 문제는 자본 부족이다. 유럽 은행들은 왜 다시 자본 부족 위험에 시달리는 걸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ECB의 마이너스 금리제도다. ECB가 은행이 맡기는 초과지준에 보관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유럽 은행들의 수익성이 약해졌다. 더구나 ECB의 마이너스 금리가 채권 수익률 전반을 억누르면서 안정적인 금리 차익을 훼손시켰다.물론 더 과감하게 대출에 나서 예대마진을 확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은행들이 보기에 믿을 만한 대출처는 계속 줄고 있다. 수익 기반의 안정성이 약해진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저신용 기업에 대출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본질적 문제는 마땅히 돈 빌려줄 곳(이자를 갚을 여력이 되는 기업)이 없다는 것, 즉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실물경제에 있다. 정리하면 저성장과 저마진의 경제환경이 은행 시스템의 부실 자산을 늘려 놓은 상황에서 ECB의 마이너스 금리가 가세해 유럽 은행의 수익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ECB의 ‘마이너스 금리→대출 확대→실물경제 회복’이라는 정책목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부작용을 낳고 있다. 유로존 은행권이 처한 현실은 ECB를 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한 일본의 미래이기도 하다. 유럽 은행과 함께 도쿄 증시에서 금융주가 폭락한 배경이다.G20의 공조 이뤄질까: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그물망처럼 엮여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와 월가의 은행도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미국 회사채 시장에선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미국 자본시장도 위축되면서 금융환경은 긴축적으로 바뀌고 있다. 실물경기의 경우 후행지표인 고용만 견조한 흐름을 보일 뿐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는 둔화되는 양상이다.유럽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의 역효과가 은행권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고 일본에선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중앙은행(BOJ)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실물경기를 떠받치고 기업의 무질서한 디폴트를 막기 위해선 인민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지준율 인하가 절실하지만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로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은 계속 제약을 받고 있다.통화정책 수단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꼬여가는 상황은 일국의 정책당국 혼자서 풀 수 없다. 당장 2월 말 상하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무게감이 커졌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고 적기에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우선 외환시장에서 파급되는 자산시장 변동성을 줄여나가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지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처럼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통화스왑’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2016.02.14 12:17

5분 소요
‘변동금리 vs 고정금리’ 당신의 선택은 - 금리 인하 ‘단물’ 인상 때는 ‘독약’으로

Check Report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내리면서 대출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3억원의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은 월간 이자부담이 이론적으로 6만2500원 줄어들게 된다. 작지 않은 혜택이다. 이에 반해, 고정금리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은 불만이 커졌다. 정부의 유도에 부응해 변동금리에서 갈아탄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변동금리 대출은 고정금리에 비해 낮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단기 시장금리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리인하 국면에서는 이자부담을 더 덜어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대출구조는 국가 경제 측면에서는 매우 위험하다.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그 충격이 가계부문에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가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하려는 이유다. ━ 한은이 금리 결정 고민하는 이유 우리나라 은행대출 금리구조는 구성의 모순을 안고 있다. 개인에게는 변동금리가 합리적이나, 국가경제에는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제공하는 유인 구조를 정부가 변경해야 한다. 이는 결국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에게 더 큰 경제적 혜택을 부여하는 불공정한 결과를 낳기 쉽다. 저축자나 빚이 없는 사람은 물론이고, 고정금리 대출자로부터의 비난이 불가피해진다.그렇다면 정부는 변동금리 우위의 유인구조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역전시킬 수 있을까.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정부의 유인에 따라 고정금리로 빚을 내는 게 앞으로는 더 유리할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난 1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문은 은행에서 520조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중 71.5%가 변동금리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하로 가계부문은 연간 총 9296억원의 은행이자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제2금융권에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그 혜택은 훨씬 클 것이다.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시작됐다. 이번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5%포인트 내렸다. 이러한 금리인하 폭을 변동금리 은행 가계대출 잔액에 대입할 경우 누적적인 이자 절감액은 연간 총 5조5800억원에 달한다. 순전히 은행대출 부문에서만 우리나라 전체 경제규모(명목 국내총생산)의 0.4%에 해당하는 매우 큰 지원이 제공되는 셈이다. 제2금융권 대출과 새로 유도되는 대출수요까지 감안하면 물리적인 경기 진작 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문제는, 이런 구조가 금리 상승시기에는 매우 위험하다는데 있다. 금리를 인상할 때 미치는 고통도 거의 시차 없이 가계부문에 전달된다. 만약 어떠한 불가피한 이유로 인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해야 할 상황을 맞는다면 엄청난 충격파가 가계부문을 거쳐 경제 전반에 전달될 수 있다. 지난 2003년 6월, 이성태 당시 한국은행 부총재는 국회에서 “(지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은 아주 쉽게 통과되는데 올리는 것은 도저히 안 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러한 행태는 우리나라 가계 대출의 금리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변동금리 중심의 가계대출 구조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비대칭적으로 작용한다. 금리인하에 따르는 효과가 즉각적이고 강력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큰 유인을 갖는다. 반면 긴축에 따르는 경제 충격 역시 같은 방식으로 가해지기 때문에 금리인상에는 소극적일 개연성이 크다. 그러면 통화정책의 기조는 중장기적으로도 완화적인 쪽으로 기울게 되어 거품과 인플레이션을 조장할 수 있다.사정이 이러하다면 은행대출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변동금리를 선택할 유인이 더 커진다.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매우 신속하지만, 올라가는 것은 매우 더딜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계대출의 구조는 더 악화할 것이고, 경제가 균형을 잃을 위험은 더욱 커진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내놓은 고정금리로의 가계대출 전환 계획은 큰 틀에서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계획에 따라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대폭 감소하게 되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할 때에도 보다 적극성을 띨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면 신규대출에서도 변동금리 선호현상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채무자들이 고정금리를 선택하도록 하려면 유리하다고 판단할만한 유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책목표를 위해 제공하는 경제적 유인은 적정 가격에 비해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그 차액을 대신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유인이 크면 클수록 변동금리 채무자에게 넘겨지는 ‘부당한’ 혜택과 다른 누군가의 ‘부당한’ 비용부담은 커질 것이다.그렇다면 차입자 입장에서는 그 ‘유인’의 정도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결국 미래의 시장금리 변동 경로를 어렴풋하게 예측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과 일본·유럽 등 주요국들은 제로금리, 심지어 마이너스의 정책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계속 금리를 내리는 데에는 그러한 해외 정책환경도 중요한 작용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낮은 정책금리는 매우 이례적이라서 결국에는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대출 이자율을 낮게 고정시켜 두는 것은 상당히 유리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경우 현재 0~0.25%인 정책금리를 장기적으로는 3.75% 정도로 올리는 게 ‘정상’이라고 보고 있다. ━ 시장금리는 명목 경제성장률과 비슷 하지만 이러한 예측에는 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뉴 노멀’의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정상적인 수준의 금리가 과연 얼마인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격론이 여전하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균형금리가 2%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중앙은행 내부에서도 견해차가 매우 크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중에는 “4%를 넘는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3.25%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이러한 정상적인 금리수준에 대한 추정치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낮아져 왔다. 경제구조가 과거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다.우리나라의 시장금리는 대체로 명목 경제성장률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돼 왔다. 예를 들어 지난 2013년 우리나라의 명목 성장률이 3.4%였는데,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연평균 3.19%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명목 성장률은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다. 그래서 시장금리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경기 진폭에 따라 시장금리도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역시 저성장과 저금리 구조에 이미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성장률과 금리는 보통 인구 증가율에 비례하는 걸로 보는데, 통계청이 제시한 장래 인구 추계를 보면 충분히 그런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해외의 긴축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 또는 예기치 못한 생산성 혁명으로 성장세가 대폭 확충된다면 시장 이자율은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대출금리의 구조를 선택하는 것은 그래서 본질적으로 투기적 특성이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듯이 모든 경제적 선택은 비용과 위험을 잠재하게 된다. 거액의 빚을 지는 선택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2015.03.21 08:39

5분 소요
양적완화 축소해도 당분간 제로금리

산업 일반

물가보다 고용회복에 방점 … 예상보다 공격적 통화정책 펼 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 의장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졌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 있었던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한 미국 상원의 인사청문회에 쏠린 전 세계의 관심은 자연스럽다.11월 14일(현지시간) 청문회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는 ‘경제성장의 가속도’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연준의 법적 책무인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둘 중에서 고용에 압도적인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옐런 지명자는 연준의 할 일이 남아 있음을 거듭 밝히면서 “부양적인 통화정책이 긴요하다”고 말했다.현재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인플레이션’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2%라는 연준의 장기 목표에서조차 한참 떨어져 있다. 경제성장과 고용에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만이 연준의 두 가지 법적 책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는 여겼을 것이다. 이 같은 강력한 의지 표명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경기 부양적인 통화정책 긴요하다”그러나 인사청문회의 특성상 옐런 지명자가 구상하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통화정책 수단 및 그 수단의 운용계획은 세밀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의 관심은 그의 이런 강력한 부양 의지가 당장 12월 회의를 비롯한 향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떻게 관철돼 어떤 정책변화로 이어질 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옐런이 지난해 11월 미국 UC버클리대에서 행한 연설은 다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그는 당시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의 혁명과 진화(Revolution and Evolution in Central Bank Communications)’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의 특성과 요체, 연준의 이중 책무 달성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과 구체적인 정책수단의 운용 구도를 상세하게 밝혔다. 이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향후 움직임을 미리 가늠하는데 중요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그 뒤로도 미국의 경제 및 정책환경은 거의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연준이 밝혀온, 그리고 시장이 현재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부양정책을 희망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초 폴 볼커 연준 의장의 공격적인 인플레이션 퇴치정책을 연상케 한다. 물가안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고용을 희생시킨 폴 볼커와 옐런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옐런은 완전고용을 위해 일시적으로 물가안정을 희생시키려 한다는 점뿐이다.옐런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그의 독특한 시각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연설에서 “오늘날 경제에 미치는 통화 정책의 효과는 FOMC의 현행 정책금리나 양적완화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그는 “오히려 통화정책 효과는 연준이 설정한 미래 실업률 및 물가 목표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심리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년 간 연준이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어느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끌어 내릴 계획인지에 대한 ‘기대심리’를 바꿔 경제 주체들의 소비와 투자 행태를 변경시키고 이를 통해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는 의미다.옐런은 아울러 연준의 미래 물가 및 고용 목표에 대해 대중들이 ‘이해’하고 ‘신뢰’해야만 통화정책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상이 반영된 것이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미래 정책금리의 전개 구도를 미리 공개하는 정책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부터 ‘실업률 6.5%와 물가상승률 전망 2.5%’를 제로금리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로 제시했다. 그 전에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연준이 미래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어떤 수준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 대중들의 ‘이해’와 ‘신뢰’를 도모하려는 노력이었다. 당시 옐런은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아 이 같은 정책수단을 주도적으로 설계했다. 이 작업은 ‘대중의 기대심리 변경’을 통화정책의 요체로 생각하는 그의 철학과 무관치 않았다.옐런의 통화정책은 연준의 이중 책무인 고용과 물가를 ‘균형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도 큰 특징이 있다.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은 어느 것이 더 우선시되거나 중요시되지 않는, 동등한 목표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옐런의 생각은 지난해 1월 FOMC가 발표한 ‘장기정책목표와 전략’ 성명서에 그대로 반영됐다.당시 시장이 주목한 것은 연준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장기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제시한 대목이었으나, 그 안에는 의미 심장한 내용이 따로 담겨있었다. 역시 옐런이 설계한 당시 성명서에서 FOMC는 ‘균형 잡힌 접근법(balanced approach)’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물가와 고용의 목표치 이탈 정도를 고려해야 하며, 두 가지가 같은 시기 안에 목표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부양 이후 긴축’ 경로 따를 듯예를 들어 물가가 목표치를 약간 웃도는 2%대 초반으로 높은 상황에서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을 대폭 상회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약간의 인플레이션 문제와 심각한 실업문제가 공존하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FOMC의 성명서는 이런 상황에서 ‘고용회복’에 더 큰 방점을 두고 부양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물가가 ‘수년 간’ 목표치를 더 벗어난 상승세를 탄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고용을 정상으로 회복시킨 뒤에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정책 수순 즉, ‘부양 이후 긴축’ 경로를 따라야 한다는 정책 가이드라인을 공식화한 것이다.이 같은 지침은 폴 볼커의 ‘인플레이션 파이팅’과 비슷한 접근법이다. 옐런은 지난해 연설에서 고용과 물가 중 하나를 다른 하나를 위해 일시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을 ‘균형 잡힌 접근법의 요체’라고 특히 강조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의 정책 지침이 이러할 진대, 지금처럼 디플레이션 위험이 제기되는 환경이라면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강도에 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진다.‘커뮤니케이션 TF팀장’으로서 옐런은 이처럼 이미 FOMC의 통화정책 스타일에 심대한 변화를 이끌어 냈으나, 모든 걸 그의 뜻대로 다 관철한 것은 아니었다. 첫째, 그는 연준이 물가와 마찬가지로 고용에서도 구체적인 목표수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예를 들어 물가상승률 2%와 상응하는 실업률 5% 또는 6%를 연준의 정책목표로 공식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연준 내부에 이견이 워낙 많아 뜻을 실현하지 못했다.둘째, 더욱 중요하게는 FOMC가 제시한 금리인상 검토 개시 시기(2015년 6월 말)가 옐런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옐런은 당시 연설에서 ‘최적의 통화정책(optimal policy)’이라고 이름 붙인 미래 정책금리 경로를 그래프를 그려 소개했다. 그가 제시한 최적의 금리인상 시기는 2016년 초였다. FOMC의 생각보다 반 년 가량 미뤄진 시점이었다.좀 더 주목할 대목은 최초의 금리인상 이후의 계획이었다. 그는 당시 그래프에서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딘’ 속도의 금리인상 국면을 제시했다. 이 같은 ‘지연된 금리인상’ 구상은 FOMC 성명서에도 어느 정도는 반영됐다. ‘경제회복이 강화된 뒤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고도의 통화부양책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 대목이다. 그러나 그 상당한 기간과, 고도의 부양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성명서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지난해 연설에서 옐런이 아쉬워한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물론 일정 시점 이후부터는 금리인상에 가속도를 붙여 2018년 말쯤에는 시장 예상보다 오히려 더 높은 정책금리를 운용하겠다고 옐런은 제시했다. 초과 부양을 통해 고용을 우선 회복시킨 이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는 긴축정책으로 정책을 전환한다는 구도다. 당시 옐런은 이 ‘최적 정책금리’ 전개구도를 연준 내부에서 사용하는 모델을 통해 산출했다. 시장은 연준과 다른 구형 모델(테일러 준칙)을 통해 미래의 정책금리 구도를 예상해 연준의 부양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게 옐런의 지적이었다. 2018년쯤 금리인상에 가속도 붙을 듯이를 교정하기 위해 옐런은 앞으로 시장에 연준이 생각하는 향후 수년 간의 최적 물가상승률 및 실업률 전개 구도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당연히 연준이 목표로 삼는 물가의 전개 양상은 시장의 예상 구도보다 훨씬 높으며 실업률은 훨씬 낮다.이 사실을 좀 더 분명히 알린다면 시장은 연준의 의도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시 옐런의 생각이었다.그의 연설을 통해 우리는 옐런이 양적완화보다는 제로금리 장기 유지 약속을 가장 기본적인 통화부양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옐런은 양적완화 축소를 조만간 개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연준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중시하는 옐런의 입장에서는 6월에 예고한 양적완화 축소를 마냥 미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그는 청문회에서 동시에 양적완화 프로그램 자체는 좀 더 장기간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기왕에 초과 부양수단을 확보해 놓은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해 실업률을 끌어 내리고 물가를 견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2013.11.25 17:01

6분 소요
취임 700일 맞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다

은행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8일 취임 700일을 맞았다. 다양한 분야에서 김 총재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국제기구에 한은 인재를 파견하고 중앙은행 간 공조를 강화하는 등 한은의 대외 위상을 높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물가관리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한은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중앙은행과 한은 총재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보내는 ‘정책 시그널(신호)’ 기능이 망가졌다는 지적도 많다. 2010년 9월 9일 오전 9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뒀다. 대부분 언론도 금통위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럴만했다.8월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후, 김중수 총재는 여러 차례 시장에 금리인상 시그널(신호)를 보냈다. 김 총재는 8월 12일 금통위 직후 “물가안정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정치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시그널을 주겠다”는 말도 했다. 같은 달 17일 그는 한 강연에서 “과도한 저금리 의존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26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국내외 경제금융상황에 비춰볼 때 현 통화정책기조는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9월 1일에는 “내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 시장에서는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매파적 발언”이라며 금리인상의 시그널로 받아들였다.한은-시장 사이 소통의 벽 높아본회의가 끝나고 오전 10시 속보가 나왔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25%에서 동결했다. 인상에 베팅했던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금통위 발표에 즉각 영향을 받는 채권시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금통위 발표 직후 채권 금리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26%포인트 빠진 3.35%로 떨어졌다. 5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0.2%포인트 하락해 2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 쇼크’ 여진은 9월 내내 이어졌다.금융시장에서는 “한은 총재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기준금리 발표 당일 한 증권사는 ‘혼자서 하는 의사 소통’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내용은 격했다. “한은의 신호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당시를 회상하며 “김중수 총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날”이라고 말했다.2012년 2월 28일 김중수 총재가 취임 700일을 맞았다.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인색하다. 한은 내부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한은맨들은 김 총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월 한은 노조가 3급 이하 노조원 14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90%가 김 총재의 업무 수행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92%는 ‘한은 독립성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시장 예상 벗어나는 금리 결정 많아시장에서는 “한은 총재가 물가관리를 포기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김 총재는 취임 이후 치른 두 차례의 국회 국정감사에서 “물가관리에 실패했다” “정부 눈치 보느라 금리 인상 타이밍을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총재는 자신에 대한 이런 평가에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에 대해서는 “한은도 정부다”는 말로, 기준금리 논란에 대해선 “아직 평가 받을 단계가 아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김중수 총재가 피해갈 수 없는 아킬레스건은 따로 있다. 한은 총재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다. 익명을 원한 한은 고위 관계자는 “총재가 시장과 소통에 실패하면서 시장이 총재의 시그널을 무시하고,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한 언론이 김중수 총재 취임 1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는 김중수 총재가 시장과 소통을 못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80%는 정책예측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취임 초기부터 김중수 총재는 시장에 혼란스러운 시그널을 보냈다. 2010년 4월 1일 취임한 김 총재는 내정자 시절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그렇게 강한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기준금리는 2009년 2월 이후 2.0%를 유지하고 있었다. 앞서 ‘시그널링의 달인’으로 불리던 전임 이성태 총재는 3월 금통위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김 총재 역시 이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취임 이틀 전 김 총재는 “대외변화를 고려해 때가 되면 금리인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채권시장은 출렁거렸다. 다음날 김 총재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라며 진화에 나섰다.4월 9일 김 총재가 취임 후 첫 주재한 금통위는 금리동결을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은 그 이후였다. 4월 14일 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적절한 속도와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인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리 시그널을 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지만, 마치 내가 (인상)하고 싶은데 못하는 식으로 말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후 5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는 기존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한다’는 문구에서 ‘당분간’이 빠졌다.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당분간’은 일반적으로 3~4개월을 의미한다. 김 총재는 5월 12일 금통위 직후 “상당히 많은 경제변수가 회복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메시지나 다름없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급등했다. 6월 21일에는 한 강연에서 “현재의 금융완화(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가격 급등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시장 종사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7월 9일 금통위가 열리기 전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종사자 1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71%가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물가상승 압력은 높지 않고 해외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7월 9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때부터 김중수 총재와 시장, 특히 채권시장과의 불협화음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김 총재의 발언과 시그널이 더욱 모호해지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은 통화정책과 따로 가는 금융시장2010년 8월 12일 기준금리는 동결됐다. 금통위 직후 김 총재는 “물가안정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정치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닷새 후에는 한 강연에서 “7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현재 통화정책기조는 매우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8월 26일에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런데 다음 날 김 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이런 말을 했다. “한은이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기관이지만 성장을 무시하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물가안정도 중요하지만 균형을 유지할 생각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어떤 시그널인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시장은 금리인상을 점쳤다. “시장에 신호를 주겠다”는 김 총재의 말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9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밝힌 대로 당시 채권금리는 급락(채권값 상승)했다. 언론에는 김 총재를 ‘양치기 소년’에 빗댄 표현이 등장했다.다음 달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시장은 10월 금리 인상을 점쳤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내려가면서(원화 강세) 금리를 올리는 데 부담이 있었지만, 배추파동 영향으로 소비자 물가가 3%대에 진입하면서 한은의 물가안정 중심목표치(3.0%)를 넘어섰다. 환율이냐, 물가냐의 딜레마 속에 시장은 김 총재가 물가 안정을 더 강조할 것으로 봤다. 당시 금투협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가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결과는 동결. 김중수 총재는 10월 14일 금통위 직후 “금리는 기본적으로 물가를 본다. 그러나 그 외에 아주 중요한 변수가 생기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원론적인 말을 남겼다.나흘 후 열린 한은 국정감사에서 김 총재는 난타를 당했다. “한은이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포기하고 환율 방어에 매달리는 바람에 서민들만 물가상승의 희생양이 됐다(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낸 것과 달리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양치기 소년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10월 말 공개된 9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두 명의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유지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재는 국감장에서 “제어할 수 없는 대외여건이 생기지 않으면 기준금리 정상화(인상)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3.7%였다. 결국 11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G20 정상회의 때문에 일주일 연기된 11월 16일 열린 금통위 결정문에는 ‘금융완화 기조’라는 문구가 20개월 만에 삭제됐다.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였다. 하지만 김 총재는 다른 말을 했다. 그는 “(금융완화 기조) 문구 삭제가 계속 금리인상을 시사한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모든 것을 급하게 움직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엔 기현상이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올랐는데 채권금리는 폭락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1월 16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15% 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해외 투자자가 한국 채권을 사들인 영향이 크지만, 김중수 총재가 단기간 내에 추가 인상을 일축한 듯한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이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이후 줄곧 반복됐다.시장의 비명은 2011년 1월에도 재현됐다.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하고,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시장 관계자들은 기준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봤다. 금투협이 120개 채권시장 관계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0%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하지만 금통위는 또다시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2.5%에서 2.75%로 올렸다. 1월에 금리가 오른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었다. 금통위 결정문에는 ‘물가안정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겠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앞서 정부는 물가안정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이후에도 김총재의 모호한 발언은 계속됐다. 1월 19일 한 강연에서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성장보다 더 큰 관심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있다”고 말하고, 2월 기준금리 동결 발표 직후에는 “결코 빠르게도 느리게도 (금리정상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월 3.9%, 2월 4.1% 올랐다. 금통위는 3월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렸다. 이때도 채권시장은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금리도 따라 오르는 상식과 달리 거꾸로 움직였다. 김 총재 취임 이후 이때까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히려 2010년 3월 말 3.89%에서 2011년 3월 3.73%로 내려갔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의 통화정책에 시장이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결과”라는 말이 돌았다. 당시 한 증권사는 “한은은 채권시장의 관심사가 아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김 총재는 2011년 3월 이후 ‘인플레 파이터’로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가 안정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물가 잡기가 제1 정책목표”라고 밝힌 정부와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3월에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두 달 연속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5월 인상에 베팅했다. 금투협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4%가 인상을 점쳤다. 전망은 어긋났다. 5월 13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김 총재는 시장의 반발을 의식한 듯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 적이 없다”며 “시장에서 금통위가 기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한 증권사는 ‘다시 느낀 소통의 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시장 판단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지만, 금리결정 기준이 뭔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금융시장 관계자들은 2011년 6월도 잊지 못한다. 6월 금통위가 열리기 전 김중수 총재는 한국개발원(KDI)이 기준금리를 4%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권고한 보고서와 관련 “어떤 속도로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선진국과 신흥경제국을 다 보면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정상화 속도를 늦추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6월 10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인상 배경에 대해 김 총재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선제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때도 채권시장이 받은 충격은 약했다. 분명 ‘기습 인상’이었지만, 금통위가 열리기 직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가 여건이 어느 때보다 어려워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고,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차단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채권 시장이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 입보다는 기재부 장관이나 정부 발간물을 더 신뢰했다는 얘기다.20011년 7월 이후 올 2월까지 기준금리는 8개월 동안 동결됐다. 그 사이 김 총재가 운전대를 잡은 ‘금통위 차량’은 계속 직진했지만 수없이 우회전(금리 인상)과 좌회전(금리 동결 또는 인하) 깜빡이를 켰다. “9월 이후에는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8월 1일 기자회견)”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대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적절하게 결정할 것(8월 9일 국회 기획재정위)” “원칙적으로 금리정상화를 해야 된다는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8월 11일 금통위)”.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금리인하 주장이 여러 곳에서 제기된 9월 이후에는 더 심해졌다. “물가가 안정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의 의지의 변화가 없다. 다만, 해외가 계속 불안하다면 (기준금리가) 움직이기 어려운 것이다(9월 8일 금통위)” “무조건 국내 물가를 안정시켜려 하면 다른 부분에 굉장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물가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9월 22일)”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9월 27일 국회 국정감사)” “한은은 물가괸리청이 아니다. 장기적인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게 한은의 목표가 돼야 한다(10월 21일 한은 출입기자 워크숍)”. 지난해 12월 8일에는 금통위가 끝난 직후 “장기 추세에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 총재는 곧바로 “금리 정상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김 총재는 자신의 화법에 대해 시장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그 사람들(트레이더) 맞다 틀리다 말할 필요 없다. (총재) 임기가 정해져 있으니까, 그 비명 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금통위 회견 안 듣고) 밥 먹으러 가든 말든 나는 신경 안 쓴다”. 답답함도 토로했다. “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정보를 많이 주는 게 낫다고 봤지만, 말 많이 해서 실수하는 부담이나 모호하게 말해서 이해 못하는 부담이나 같았다”.이 점에서 김 총재는 이성태 전 총재와 비교된다. 정통 한은맨인 이성태 전 총재는 재임시절 ‘인플레 파이터’로 불렸다. 그는 2006년 4월 취임 후 다섯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2009년 2월 이후에는 기준금리를 2.0%에서 동결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일관되게 출구전략(금리 인상) 필요성을 밝혔다. 실제로 채권시장은 기준금리가 고정돼 있음에도 이 전 총재가 이끄는 방향으로 움직이곤 했다.시장에 확고한 시그널 줘야이 전 총재의 발언이나 금통위 의사록을 살피면 금리 흐름과 통화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기능이 김 총재 취임 후 약해졌다는 게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KDI의 한 연구위원은 “지금은 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없는 난국”이라며 “이럴 땐 한은 총재가 확고한 시그널로 시장을 이끌어야 하는 데 그 기능이 상당부분 훼손된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한은 총재가 아닌 기획재정부 장관 또는 거시경제학 교수처럼 생각하고 말한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물가만 생각해도 벅찬데, 성장과 고용까지 챙기다 보니 너무 많은 말을 두서없이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말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성식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총재님은 경제수석이 아닙니다. 한국은행총재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2012.03.06 11:03

11분 소요
미 출구전략 하반기 가동 예상

산업 일반

미국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정책 변화는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공포에서 벗어나 금융시장의 회복을 불러온 것도 FRB의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정책의 시행 덕분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최근 FRB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화정책은 작년 11월 3일 발표된 2차 양적 완화정책이다. 양적 완화정책은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인위적으로 늘려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 수십 년간 선진국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은 주로 금리 조절에 있었다. 정책금리를 올리거나 내림으로써 물가안정이나 완전고용이라는 정책목표를 수행해 왔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전통적인 수단인 금리인하만으로는 경기침체나 디플레 위험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비전통적인 수단인 발권력 동원을 들고 나왔다.FRB에서 처음 양적 완화정책을 사용한 것은 2009년 3월에서 2010년 3월 사이다. 이 시기에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로 구제금융 성격의 양적 완화가 선택됐다. 모기지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모기지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해 주었다. 지방채를 일부 매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양적 완화는 경기부양 성격의 조치다. 매입대상 채권도 국채만을 대상으로 한다. 국채를 매입해 줌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지출확대와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중이다.양적 완화 긍정적 효과 내FRB에서 2차 양적 완화를 결정하기 전 단계에서는 양적 완화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대표적인 논리로는 발권력을 동원한 국채 매입이 달러화 가치를 불안정하게 해 상품 가격을 폭등시킴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 장기적으로는 하이퍼인플레이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함께 진행되는 것을 뜻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연 100% 이상의 초인플레가 발생해 금융 및 실물경제가 붕괴되는 현상을 말한다.그러나 지금까지 국제금융시장의 동향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미국 주식시장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채권금리는 FRB의 국채매입이 시작되고 나서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을 좀 더 들여다보면 미국 장기채 금리의 상승 원인이 인플레 기대의 상승 외에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 그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가 상승과 금리 상승이 동반하는 것은 경기회복기의 전형적인 현상이다.양적 완화정책의 영향은 미국 외에도 여타 선진국 주식시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미국 주식시장과 동행해 독일, 일본 등 여타 선진국 증시도 함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흥국가의 주식시장은 선진국과 달리 오히려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적 완화정책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자 상품가격 상승세가 빨라지고 이에 따라 신흥국가의 인플레이션과 긴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시장도 2월 들어 여타 신흥시장의 흐름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국인 자금의 일부 이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향후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에는 여전히 FRB정책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FRB정책의 변화 여부는 미국 경제의 회복 정도와 인플레이션 상태에 좌우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예를 들면 상반기 중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생각보다 크게 확대되고 고용이 빠르게 회복되며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점차 확산되기 시작하면 FRB는 하반기 중 금리인상까지도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를 하게 되면 금융시장에서는 채권금리의 추가 상승과 함께 달러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계속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FRB의 금리인상 결정은 양적 완화정책으로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이 본격화됨을 의미하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반면 2차 양적 완화 및 조세감면 효과가 연초에 집중되고 2분기 이후에는 재차 주택시장 및 부채부담 때문에 미국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하고 인플레 부담도 2분기를 고비로 사라지게 되면 FRB는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수분기 뒤에는 3차 양적 완화까지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는 미국 채권금리의 하락과 달러화 약세를 불러올 것이고 한국과 신흥시장에는 재차 외국인 자금의 유입과 환율 강세를 촉발하게 될 것이다.원화가치 시장에 맡겨 절상 유도해야현재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은 FRB가 금년 하반기 중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고려하면 FRB정책이 쉽게 바뀔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로는 미국 민간부문의 과도한 채무부담과 높은 실업률, 그리고 쌍둥이 적자를 들 수 있다. 쌍둥이 적자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함께 적자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미국 정부는 자신의 재정적자를 통한 내수부양이 미국의 수입수요 확대를 통해 세계 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해소는 미국 이외 지역, 특히 중국과 같은 신흥국가의 내수부양을 통해 달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바로 세계적인 수요 재편 논의다. 이 논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장기간에 걸쳐 통화팽창정책을 사용하고 신흥국가는 선진국 자본 유입에 대응해 통화강세를 용인하고 자국의 내수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FRB의 확장정책이 멈추는 시점은 어쩌면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 붐이 생기고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될 때에나 가능할지 모른다는 것이다.선진국의 저금리 자본이 국내에 유입됨으로써 국내 유동성이 과도하게 팽창될 우려에 대비해야 한다. 선진국 경제와 다르게 한국 경제는 이미 충분히 회복된 상태임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중립기조 수준까지 올려 놓아야 한다.원화 가치도 여러 교역국가와의 상대환율을 감안해 일정 수준 절상되도록 시장에 맡겨 놓아야 한다. 원화 절상은 지금처럼 인플레가 걱정일 때 국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민간 경제주체들의 경우에는 향후 나타날지 모르는 자산가격의 버블 형성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내외 인플레이션에서 오는 실질가치의 손실 위험을 방어해야 한다.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시기가 일정 기간 오고 나서 상당 기간의 디플레 시기가 도래함을 의미한다. 앞으로 2~3년 후 국내외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확실해질 것이다.

2011.02.21 15:49

4분 소요
글로벌 파워 엘리트 - 1

산업 일반

1. Barack Obama버락 오바마 미국 제44대 대통령 당선인 그가 역사에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구렁텅이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해야 한다 위대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의 위력을 이렇게 풀이했다. “보통 사람들과 구별되며,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이거나 적어도 아주 특출 난 힘이나 자질을 타고난 사람으로 취급 받을 수 있는 개인의 특별한 자질을 말한다.” 버락 오바마의 일부 지지자는 때로는 자신들이 바로 그런 ‘특별한 사람’을 봤다고 생각하는 듯했다.그들은 오바마의 출생과 배경, 웅변력이 그에게 그런 대단한 자질을 부여한다고 믿는다. 오바마가 카리스마가 강하며, 그 카리스마가 그에게 특별한 정치적 자산이라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2009년 1월 20일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 곧바로 그의 힘이 변이되기 시작할 것이다.그 힘은 자신의 개인적 자질보다는 대통령직에서 나올 것이다. 베버의 용어로 말하자면 그의 힘은 카리스마적 권위에서 법적 권위로 바뀌게 될 것이다. 곧 오바마가 미합중국의 정부를 이끄는 권한을 위임 받는다. 그가 뉴스위크의 글로벌 엘리트 리스트에서 1번에 오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오바마가 아무리 카리스마가 넘친다고 해도 그가 케냐의 대통령이라면 1번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어쩌면 실제 케냐의 현 대통령처럼 이 리스트에 아예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미국은 결점이 많고 숱한 비난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다. 다른 어떤 나라도 할 수 없는 식으로 모든 영역, 모든 대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독일의 언론인 요제프 요페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은 언제나 “디폴트 수퍼파워(the default superpower: 경쟁 상대가 없어서 자동적으로 초강대국이 된다는 뜻)”다. 여기에다가 오바마의 특별한 자질, 그리고 여타 세계가 부시 행정부의 종언을 보면서 느끼는 안도감을 더하면 더없이 황홀한 칵테일이 된다. 그러나 누구라도 대통령이 되면 카리스마적 상징으로만 머물 수 없다. 대통령은 당면한 문제들을 처리해야 하고, 그런 도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커지거나 작아진다. 인간으로서 아무리 훌륭했다 하더라도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그처럼 대단한 명성을 얻은 것은 그들의 됨됨이가 아니라 그들이 대통령으로서 이뤄낸 업적 때문이다.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이 유권자 다수의 마음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는 시점에 이 여정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가 처음부터 무엇을 생각했든, 또 그의 선거 공약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의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는 현재 미국과 세계 전체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오바마는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려면 반드시 구렁텅이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해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가장 어려울지 모른다.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에게 신뢰를 되찾아주는 일이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사기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도 깊은 비관주의가 만연한다. 이것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소비자와 기업은 아직도 물건을 구입하거나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기를 주저한다. 그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인데도 말이다. 정치권은 이미 자동차 업계의 긴급구제와 경기부양으로 초점을 돌렸지만 금융 시스템의 신뢰도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신용 시장은 여전히 근본적으로 고장이 나 있다”고 예일대 기부금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드 스웬슨이 말했다.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말처럼 그리 쉽진 않은 일이다. 아무튼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은 상당히 일관되게 자신감을 피력한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우려한다. 부시는 이라크든, 루이지애나든, 아프가니스탄이든 간에 지상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대공황으로 망가진 경제를 떠안았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부시처럼 낙관론을 폈지만 그래도 그는 미국이 직면한 어려움의 깊이를 인식하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는 라디오 연설 ‘노변정담’ 첫 회에서 국민에게 금융의 기본을 설명하면서 금융 시스템 복구에 도움을 청했다.그는 “이것은 내 문제인 것만큼 여러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고 말하며 시행하려는 정책에 협조를 구했다. 그 다음 단계는 국민에게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스웬슨(워런 버핏 다음으로 지난 몇 십 년 동안 가장 성공한 투자가라고 말할 수 있다)은 부시 행정부의 핵심적인 실정이 바로 이것이라고 지적했다.“시장에는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조치는 오히려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만 증가시켰다. 내놓은 해결책은 임시변통적이었고, 각 기관에 대한 반응이 달랐으며, 논리가 모호했다. 이 모든 것이 혼란을 불러 자본이 이탈했다.” 스웬슨의 해법은 간단하고도 체계적이다.6개월 동안 정부가 투자신탁금 지불을 무한정 보증하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돌도록 하려면 정부가 리스크를 어느 정도 제거해줘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현재로선 정부가 민간 부문의 자금 흐름을 촉진하지 않는다. 정부가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그것으론 해결이 안 된다.” 오바마가 금융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그의 행정부는 민간 부문, 즉 은행의 국유화, 기업 부채 보증, 자동차 업계 대출 등에서 큰 부담을 지고 있는 정부를 물려받을 것이다. 시장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이런 부담에서 신중하게 벗어나는 것은 이라크에서 빠져나오는 일만큼 어렵고 복잡다단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오바마가 규제와 법률을 뜯어고쳐 미국 경제를 개혁할 수 있다면 세계 사람들은 미국의 시스템에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오바마는 긴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문제도 이 한 가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라크도, 러시아도, 파키스탄도, 중국도, 아프가니스탄도 아니다. 신뢰와 확실성, 개혁을 미국에 되찾아주는 일이다. 말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만약 오바마가 이 일에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그가 진짜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게 아닌지 궁금해할지 모른다. 2. Hu Jintao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의 지도자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새삼 떠오르는 부류의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 신중하고 특색 없는 기업가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후 주석은 자만심과 자기주장이 더 강한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가려 언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가 될 듯하다.그는 2008년의 무역흑자가 2800억 달러나 되는 경제대국의 최고경영자(CEO)다. 여타 나라들이 경기침체의 늪으로 더 깊숙이 빠져드는 상황에서, ‘겸손한’ 후 주석이 세계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사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30년간의 과감한 개혁정책 덕분에 중국은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2009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사용해 미국 정부의 최대 채권자가 됐다. 미 재무부 채권과 패니메이·프레디맥 주식 구입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했다. 만약 중국이 그 자산을 처분한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경제 회생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후 주석은 파키스탄처럼 미국 국익에 중요한 여타 나라들의 돈줄도 쥐고 있다. 파키스탄은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의 최전방 동맹국이다. 2008년 10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긴급 경제 지원을 얻기 위해 취임 후 첫 국빈 방문국으로 중국을 택했다. 그는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중국은 세계의 미래”라고 찬양했다.하지만 기대했던 수십억 달러의 차관은 얻지 못한 채 돌아갔다. 후 주석의 영향력은 ‘세계 경제의 큰손’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의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하려는 국제적 노력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또 에너지 개발 합작투자를 통해 수단·이라크·앙골라 같은 나라들에서 중국의 위상을 키웠다.이뿐만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려는 국제적 노력에서 후 주석의 협조는 필수다. 중국은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에 속한다. 또 중국은 미국 같은 선진국들이 더 오랫동안 탄산가스를 배출해 왔으므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서 더 많은 희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30년간의 고도성장으로 중국의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도 안다.외교부의 최고위급 외교관인 우지엔민은 중국 지도자들이 “더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며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새로운 발전모델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말한다. 후 주석은 절대권력자가 아니다. 그는 막강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9인)의 합의를 거쳐 통치한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상무위는 그의 탁월한 능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점에선 전 세계가 마찬가지인 듯하다.3. Nicolas Sarkozy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엘리제궁이 다시 한번 유럽의 중심이 됐다사르코지가 TV의 배터리 광고에 나오는 에너자이저 토끼보다 더 정력적인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실 그는 유럽과 국제 문제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선다. 미국이 엘리제궁에 사르코지처럼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둔 건 상당히 오랜만이다. 사르코지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도 든든한 친구가 될 듯하다.유럽연합(EU) 의장으로 6개월간 일하는 동안 사르코지는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세계적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각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도 기여했다. 2009년 그는 42년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통합 사령부에 복귀시킬 예정이다. 전시든 평시든 그는 함께 의논할 만한 지도자다. 4. 5. 6. Ben Bernanke, Jean-Claude Trichet, Masaaki Shirakawa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시라카와 마사키 일본중앙은행 총재 2009년 세계 경제의 운명은 이 3명의 손에 달려 있다이들은 대다수 사람이 따분해하는 학문을 전공한 기술관료다. 선거를 통하지 않고 정부 최고위직에 기용된 임명직 공무원들이다. 일반인은 그들의 업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2009년 세계 경제가 재앙을 피할 수 있을지는 그들의 결정에 달려있는지 모른다.이들보다 비중은 덜하지만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 같은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들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선진국들이 인플레에 시달리던 1980년대 초(어쩌면 1930년대) 이래 중앙은행 총재들의 역할이 지금처럼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 세계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면서 거의 멈춘 상태다. 도이체방크의 경제전문가들은 200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겨우 0.2%로 예상한다.1950년 이래 최악의 해가 될 것이란 얘기다. 2007년엔 성장률이 거의 5%였다. 경제가 더 강력히 성장하지 않으면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제민족주의를 촉발할지 모른다. 표면적으로 보면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경제 회복 의지는 굳건한 듯하다. 2008년 11~12월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성장을 촉진하고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기 위해 거의 동시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ECB는 기준금리를 2.5%로 내렸다. 잉글랜드은행은 2%로 내려 1694년 설립 이래 최저금리 수준과 같아졌다. 중국·인도·캐나다 등 다른 많은 나라도 금리를 내렸다. FRB의 경우 단기 기준금리가 5.25%에서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FRB는 장기 금리도 낮출 생각이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요국 중앙은행들 사이에선 합의를 본 사안이 거의 없었다.2008년 7월 ECB는 유가 급등이 전반적인 인플레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4.25%로 올렸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은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은 경제 위기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위기 때는 서로 협조하라고 역사는 가르친다. 1930년대에는 국제 협력이 없어 대공황이 일어났다.1931년 오스트리아 최대 은행이던 크레디탄슈탈트의 파산을 생각해 보라. 만약 독일과 프랑스가 구제금융을 제공했다면 이 은행의 파산은 막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협조하지 않았다. 은행 파산 도미노는 “헝가리·폴란드·독일·영국 그리고 전 세계로 번졌다”고 하버드대 정치경제학자이자 역사가인 제프리 프리덴은 말한다.오늘날 국제 공조의 한 가지 조짐으론 FRB와 14개국 중앙은행들 간에 대규모 통화 스와프 협정이 체결된 것을 들 수 있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은 상대국 중앙은행에 달러를 공급하고, 중앙은행은 그 돈을 자국 시중은행들에 빌려줄 수 있다. 그동안 유럽·아시아·중남미의 많은 기업·투자자·은행이 막대한 금액의 달러를 빌려 썼다.그런데 미국의 신용 시장이 경색되면서 새롭게 달러를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FRB의 통화 스와프(5000억 달러 규모)는 민간 신용 시장의 숨통을 터주면서 부도 사태를 최소화할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각국 중앙은행들 간의 협조가 더 광범한 합의에서 나온 듯하다는 점이다.2008년 11월 G20(미국·EU·일본·중국·인도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보호주의를 거부하고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괜찮은 듯하다. 민족주의 대신 세계주의가 강조된다. 하지만 프리덴이 지적하듯, 요즘 ‘국제 협조’의 상당 부분은 보도자료용이다.각 나라들이 광범한 원칙에선 합의하지만 실제론 개별적으로 행동한다. 모든 나라가 공식적으론 보호주의를 폐기하지만, 예컨대 막대한 무역흑자국인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 정책을 완화하거나 심지어 반전시킬지 모른다. 중국은 위안화의 가격을 더 떨어뜨려 수출을 더 늘릴 계산인 듯하다.이런 흐름은 경제 성장세를 회복하려는 중앙은행들의 노력에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한다. 국가들 간에 협조보다는 오히려 두려움이 공유되고 있다. 대공황에 대한 학문적 결론에 따르면, 공황심리 때문에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민간 금융기관이 대출을 꺼리면 정부 당국이 나서서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그럴듯한 조치를 취하기엔 왠지 불안하다. 이번의 불황이 대공황 때와는 다른 경로를 따라갈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ROBERT J. SAMUELSON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7. Gordon Brown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2007년 6월 취임 직후 그의 인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전례 없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2008년 세계적 경제 위기가 발생하자 전직 재무장관인 브라운(오른쪽)은 갑자기 ‘물 만난 고기’가 됐다. 그는 부실은행들에 즉각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날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브라운에게 아낌 없는 찬사를 보냈다.그는 브라운이 “세계적인 구제금융 노력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선진국들도 따라 하게 만들었다고 썼다. 그러나 이런 영예도 빛이 바랠 듯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에서 영국이 여느 선진국들보다 더 심하게 경제 폭풍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8. Angela Merkel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세계 4위 경제대국의 지도자인 메르켈은 이번 경제 위기와 관련해 여느 선진국 지도자들보다 많은 대응 자원을 갖고 있다. 세계적 호황기에 독일의 ‘늦어도 황소 걸음’식의 경제 성장은 답답해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 독일 경제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균형예산에다 주택과 신용 시장에 거품이 없다. 2007년 독일의 저축률은 GDP 대비 11%로 미국(거의 제로)을 부끄럽게 만든다.이런 안정된 경제는 “저리 자금”을 반대하고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무분별한 공적 자금 투입 경쟁”을 비판하는 메르켈의 경고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메르켈이 이런 독일 경제의 강점을 이용해 유럽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편 메르켈은 국내 경쟁만으로도 바쁠 것이다. 2009년 9월에 총선이 있기 때문이다. 9. Vladimir Putin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반대파와 언론 제압한 뒤 막후 실세 군림블라디미르 푸틴은 공식적으론 2008년 5월 최고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권력 실세로 남아 있다. 러시아 헌법에 따르면 그는 2012년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의 공식적 권좌 복귀는 요식절차에 불과할 것이다. 푸틴이 크렘린 권좌에 앉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3) 대통령은 실질적인 영향력이 거의 없다.모든 중요한 결정은 총리인 푸틴과 그의 옛 크렘린 측근들이 내린다. 최근 국무회의 때 메드베데프가 한 각료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푸틴이 끼어들어 “그것은 이미 결정된 문제인데 논의할 필요가 있느냐”며 그 각료의 답변을 가로막았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크렘린 소식통은 전한다. 러시아 정계에선 푸틴의 권좌 복귀 의지가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근 TV 프로그램에서 푸틴은 권좌 복귀 의향을 묻는 질문에 자신의 계획을 밝히지 않은 채 메드베데프가 대통령 임기를 완전히 채울 것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메드베데프는 푸틴 복귀의 토대를 착실히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렸다. 따라서 만약 푸틴이 2012년에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2024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하지만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 크렘린이 정성 들여 만든 재집권 계획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던 호시절에 푸틴은 80%에 가까운 인기도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유가 급락으로 러시아 경제의 구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8년 여름 이후 러시아 증시는 70%나 폭락했고, 루블화 가치는 거의 40% 떨어졌다.게다가 크렘린이 언론을 통제하고 실질적인 야당이 없는 상황이지만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인기는 하락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인기를 만회하려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모른다. 10. Abdullah bin Abdulaziz Al-Saud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사우디 국왕석유는 권력이다. 석유에 대해 사우디 국왕보다 더 많은 통제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없다. 유가에 대한 영향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우디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25%를 보유한다. 다른 산유국들이 공급을 줄여 유가 상승을 시도할 경우, 공급을 늘려 유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나라는 사우디뿐이다. 현재 압둘라 국왕의 정책은 2008년 중반 투기꾼들이 뒤흔든 석유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요즘 석유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만큼 그는 서둘러 대처해야 할 듯하다.11. Ayatollah Ali Khamenei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이란 최고 지도자서방세계 정책결정자들은 하메네이의 직함을 기억해 둬야 한다. 그는 ‘최고 지도자’다. 이슬람 공화국인 이란에서 대통령은 잠시 맡았다가 내놓는 직책이다. 이스라엘 때리기에 골몰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2009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운이 좋을 뿐이다. 하메네이는 알라의 뜻을 전하는 최고 권위자다.이란이 중동지역에서 새롭게 얻은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할지 결정하는 사람은 하메네이다. 과연 그는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할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미관계를 개선할 권한을 지닌 사람도 하메네이뿐이다. 중동 안정에 그보다 더 중요한 열쇠를 지닌 사람은 없다.12. Kim Jong Il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뇌졸중 후유증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위험하다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 독재자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부터 상태가 안 좋다. 하지만 이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는 여전히 몇 개의 핵무기, 많은 장거리 미사일, 그리고 100만 대군을 거느린다. 이 모든 게 세계적 경제대국들과 인접한 지역에 배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병약해진 김정일이 외부세계를 위협함으로써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 들지 모른다고 우려한다.실제로 북한은 지난 몇 달간 한국과의 화해 노력을 중단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겨냥한 6자회담을 답보상태로 몰아갔다. 강하든 약하든 김정일은 여전히 위험한 인물이다. 지구촌에서 가장 나쁜 독재자들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국제적인 영향력은 거의 없지만 국내에선 시민들의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다. 다행히 그런 독재자들의 수는 줄어든다. 최악의 독재자 5명을 소개한다.적도 기니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1979년 쿠데타를 일으켜 삼촌을 축출한 뒤 대통령에 취임했다. 반대파들은 그가 정적들을 살해한 뒤 그들의 고환을 먹었다고 주장한다. 지지자들은 그가 반대파에게 겁을 주기 위해 그런 이디 아민 식의 소문을 퍼뜨렸을 뿐이라고 반박한다.우즈베키스탄이슬람 카리모프카리모프가 권좌에 오른 1990년에 이 나라는 아직 소련에 속한 사회주의 공화국이었다. 소련 해체 후 실시된 부정 선거를 통해 그는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지금도 수백 명의 반대파 인사를 살해하고 투옥하는 등 소련식 학정으로 통치한다.짐바브웨로버트 무가베독립운동 지도자 출신으로 1980년 집권. 그 후 아프리카의 곡창지대였던 짐바브웨를 굶주림의 땅으로 전락시켰다. 반대파 인사들은 강간·구타·살해의 위험 속에 살아간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그 나라에서의 삶이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개탄했다.미얀마탄쉐 장군2008년 5월 사이클론(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지만 탄쉐의 잔혹한 군사정권은 국제적 도움을 거부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에 따르면 2008년 10월 이래 수십 명이 최고 6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들은 2007년 승려들이 이끈 평화 시위에 가담했었다.수단오마르 알바시르2008년 7월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의 수석 검사는 알바시르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를 신청했다. 알바시르가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에서 30만 명을 집단 학살했다는 혐의다. 체포 영장 소식이 전해진 뒤 알바시르 정권의 잔혹행위는 더 늘어났다. 13. 14. Hillary & Bill Clinton힐러리 & 빌 클린턴정계에서 가장 막강한 이 커플의 재능을 놓고 보면지금이 그들을 필요로 하는 최적기일 것 같다1990년대의 한 상징이었던 빌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가 다시 미국인들의 삶 속으로 돌아온다. 이들의 복귀는 그들 자신, 미국인, 그리고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들은 훌륭한 영화 스타들처럼 주연 같은 조연에서 제2의 황금기를 맞을지 모른다. 모든 조명을 독차지했던 주연 시절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 휘하의 국무장관이라는 굴레 속에서 힐러리가 얼마나 속 편히 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빌이 오바마와 서먹한 관계를 얼마나 개선해 그가 갈망하는 주요 외교 과업을 맡게 될지도 아직 모른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른다.그러나 이번 복귀 무대는 분명 두 사람 모두에게 큰 기회를 제공한다. 오바마는 취임 첫 해엔 국내의 경제난에 정신이 팔려 외유를 자주 할 형편이 못 될 것이다. 여러모로 볼 때 세계에서 미국의 위신을 되찾는 중차대한 업무는 대신 클린턴 부부에게 돌아갈 듯하다. 이들 부부는 이미 해외에 너무 잘 알려져 외국 공항에 발을 내딛자마자 곧바로 자신들이 훤히 꿰뚫고 있는 온갖 쌍무·다자간 현안들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힐러리 클린턴은 대단히 지식이 풍부하고 성실한 국무장관이 될 것이다. 퍼스트 레이디와 상원의원 자격으로 80개국 이상을 방문했을 뿐 아니라 모든 핵심인사를 만나고 복잡한 글로벌 도전과제들을 파악했다. 빈틈 없고 공격적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서 한결 수월하게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톰 프리드먼 등의 주장과는 달리 외국 외교관들은 오바마와 힐러리 사이에서 틈새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원래부터 견해차가 크지 않았고 오바마의 ‘라이벌 팀(team of rivals)’이 링컨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팀워크를 발휘하게 된다면 그 간격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그리고 힐러리는 영역 다툼을 하더라도 ‘극적인 연출이 없는(No-Drama)’오바마의 코드에 맞추려면 지나치게 배타적인 태도는 삼가야 할 것이다. 힐러리의 가장 큰 잠재적인 약점은 원래 사람을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선거운동 중 오만한 패배자들이 그녀 주변에 우글거렸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을 정확히 읽어내는 안목의 결여는 협상 경험이 거의 없는 힐러리에게 심각한 핸디캡이 될 수 있다. 그녀가 맡게 될 미국의 이미지 회복 업무에는 별로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지금껏 원대한 전략적 사고의 낌새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오바마가 빌 클린턴을 적절히 활용하기로 한다면 그는 훌륭한 해결사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의 옛 정적 조지 H W 부시와 다시 한번 손을 잡고 2000년까지 자신이 추진했던 중동 정책을 다시 맡을 수도 있다. 이번엔 평화의 주요 걸림돌(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 다르지만 말이다.그는 아직도 예루살렘 거리를 구석구석 알고 평화협상의 급소가 어디인지를 안다. 파키스탄 민간인 정부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큰 결점은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곧잘 잊는다는 것이다. 특정 행위가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그는 오바마로부터 압력을 받은 뒤에야 자신의 도서관과 자선재단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대한 기증자 명단을 공개했다(사우디인들이 낸 1000만 달러 포함). 그러나 몇 해 전 자신이 손쉽게 돈을 긁어 모으던 시절은 끝났다고(자선 활동에만 전념해도 될 만큼 돈이 많다고) 공언하고서도 12월 초 말레이시아를 찾아가 한 차례 강연에 20만 달러를 챙겼다.그러고도 힐러리의 선거운동에 1300만 달러를 냈기 때문에 이미 넉넉한 재산을 계속 불려야 한다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펼친다. 빌 클린턴의 더 큰 문제는 감정을 쉬 떨쳐버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때는 빌이 금방 잊어버리고 힐러리가 오래 가슴에 담아두는 쪽이었지만 지금은 역할이 뒤바뀌었다.힐러리는 어느 모로 보나 오바마 호에 완전히 몸을 싣고 앞날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은 선거가 끝난 지 한참 됐는데도 오바마에 대해 내심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그가 오바마를 당혹하게 하리라고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 설령 그런다 하더라도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당장 전화를 걸어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을러댈 것이다.게다가 힐러리가 해임하기엔 너무 거물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잘 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 자리에서 밀려난다면 그녀의 정치생명이 끝나리라는 게 거의 확실하다. 더 큰 가능성은 성공이다. 클린턴 부부는 외교 정책에서 ‘개선(do over)’ 또는 아일랜드 평화협정 같은 성공의 경우 ‘재현(do again)’의 드문 기회를 갖는다.이번엔 다른 일에 한눈팔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힐러리와 빌(이번에는 순서가 뒤바뀌었다)이 자신들의 전설적인 에너지를 외교적인 돌파구 마련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오늘날 글로벌 질서의 구조가 1990년대 당시보다 클린턴주의(사회적 점진주의)에 더 유리할지 모른다는 것이다.그는 어떻게 보면 미국이 세계 정상에 홀로 우뚝 섰던 15년 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 지배)의 호기를 놓쳤다. 대통령 1기 때 보스니아 사태에 대해 보여준 그의 조심스러운 대응 자세는 초강대국이 아니라 3류 국가에나 어울리는 것이었다. 이제 일극 체제의 시대는 가고 여러 신흥 강국이 그 자리를 메웠다.클린턴 부부의 강점은 원래 미묘한 뉘앙스를 잡아내고 에너지, 테러리즘 근절, 개발 등 서로 무관한 듯한 이슈들을 통합하는 데 있었다. 조지 W 부시, 딕 체니, 도널드 럼즈펠드는 뉘앙스를 무시했다. 오바마 시대가 시작됐지만 클린턴 부부는 여전히 건재하다. 정치적 동요와 세계적 가능성의 순간에 이들은 신임 대통령 다음으로 세계 정세를 주무를 기회를 많이 갖는다. 미국의 차기 정부가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모두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야 할 때다. JONATHAN ALTER 기자 15. Timothy Geithner티머시 가이스너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로 세울 해결사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일하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재무장관으로 발탁된 티머시 가이스너가 직접 작성한 듯한 1월의 ‘할 일’ 목록을 측근 소식통을 통해 입수했다.1.워싱턴 DC에 새 집을 마련한다.2.신성하지 못한 거리, 월스트리트를 청소한다.3.증권거래위원회도 마찬가지.4.글로벌 금융체제에 대한 신뢰 회복.5.주택시장?지난 30여 년 동안 재무장관들은 대체로 G7(선진 7개국) 회의와 신흥시장 붕괴 같은 국제적인 위기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지난 수 개월 사이 재무장관의 업무 범위가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가이스너는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뿐 아니라 세계 금융체제의 잿더미에서 시스템을 재건하는 책임까지 맡게 된다.가이스너는 유명인사도 전형적인 재무장관감도 아니다. 재무부, 국제통화기금(IMF),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거친 전문 기술관료다. 게다가 퇴직자들의 일자리(최근 재무장관 8명의 취임 당시 평균연령은 59세였다)를 맡기엔 47세 나이가 너무 어려 보인다. 그는 또 어느 전임자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된다.지난 1년 사이 미국은 금융부문을 거의 국유화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시스템 전반의 붕괴를 막으려 미친 듯이 뛰어다닌 덕분에 정부는 이제 AIG, 패니메이, 프레디맥, 그리고 여러 은행의 상당 지분뿐 아니라 대출 담보물건이었던 부실 자산들을 다수 보유한다.“헨리 폴슨과 벤 버냉키가 지출하고 약속하고 융자하고 지급을 보장하거나 떠안은 채무 액수가 현재 140억 달러에 달한다”고 뉴욕의 자산 운용가이자 근간 예정인 ‘구제금융 국가(Bailout Nation)’의 저자인 배리 리톨츠가 말했다. “워싱턴의 기준에 비춰봐도 천문학적인 액수다.”그런 자금을 충당하려면 가이스너는 일면 자산운용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는 시티 같은 대형 은행의 비의결권주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한다. AIG 등 미국의 환자병동이 된 기업들의 적절한 자본 구조와 최종적인 매각 여부도 사모펀드계의 큰손처럼 결정해야 한다.또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자금 중 3500억 달러가 남아 있으므로 어떤 산업을 살려야 할지 최고 투자은행가처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상당부분 뉴딜 정책 시대에 탄생한 미국의(그리고 세계의) 금융 규제 인프라가 지난 1년 사이 와해됐다. 버나드 메이도프 사건(월스트리트 펀드 매니저의 다단계 금융사기)이 보여주듯 증권거래위원회는 속으로 곪아 있었다.금융시장 붕괴는 오랜 금융규제 방식을 파괴하거나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예컨대 헤지펀드도 규제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새로운 의문을 던졌다. 미국과 세계에는 21세기에 대비한 새로운 금융 구조가 필요하다. 페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모리스 골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은행 자본기준 확충으로부터 주택금융 개혁에 이르기까지 10개 항목으로 이뤄진 필수 변화 목록을 작성했다.이 가운데 얼마나 가이스너의 1차적인 책임이 될까? “절반가량”이라고 그가 말했다. “재무부가 앞장서서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대규모의 규제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재무부의 많은 부서를 운영하는 통상적인 업무 외의 부가적인 일이다. 재무부에는 주류·담배세무역관리국, 내국세입국 등이 있으며 또 조폐국은 FRB가 돈을 찍어내는 속도로 볼 때 앞으로 직원을 많이 채용해야 할 듯하다.그러나 가이스너가 직면할 가장 큰 변화는 특정 업무보다 마음가짐에 있을지 모른다. “가이스너는 금융시장의 진화작업뿐 아니라 효과적인 화재 예방법에 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세계는 굽었다(The World Is Curved)’의 저자 데이비드 스믹이 말했다. 다시 말해 거품 이후의 청소보다 거품을 예방하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1990년대 가이스너는 세계구제위원회의 애송이 멤버였다. 2000년대엔 세계자폭방지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다. DANIEL GROSS 기자 16. Gen. David Petraeus데이비드 페트라우스 미 중부군 사령관아랍 세계에 대한 새 대응책 내놓을 4성 장군10월의 어느 맑은 날 아침,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대장이 미국 중부군 사령관으로 취임 선서를 했다. “그는 같은 세대 중 가장 출중한 군인이자 학자이며 정치가”라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소개했다. 취임식 뒤 다수의 3성·4성 장군이 장교 클럽으로 몰려들어 페트라우스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그 자리에서 4성 장군 중 한 명이 페트라우스의 역사적인 역할에 대해 더 절박하고 불길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가 아프가니스탄을 구할 수 없다면 아무도 그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 페트라우스는 가능하다면 아프가니스탄을 더 큰 문제들이 엉킨 실타래의 일부로 살펴보려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은 아랍과 무슬림 세계에 대처하는 일관된 전략이 없다.그런 전략을 수립하는 책임이 미국 정부 내 누구보다 페트라우스에게 많이 주어질 것이다. 탬파에서 그의 첫 번째 조치는 관할지역 전반에 걸친 미국 전략의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이었다(미국 중부군의 관할지역은 이집트에서 중앙아시아와 파키스탄까지 20개국에 이르지만 핵심은 아랍 세계다). 그것은 방대한 과업이다.미국의 가장 명석한 장교들과 국무부 전문가 200여 명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도 대거 참여한다. 목표는 오는 2월 새 대통령 앞에 완성된 평가서를 내놓는 것이다. 이 평가서의 결론은 군사적인 차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이슬람 테러리즘은 군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힘의 역학’만으론 물리칠 수 없다.하지만 군대는 국무부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을 관할한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군인들이 국무부나 국제개발청의 업무(정치적 중재로부터 재건 사업의 기획에 이르기까지)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소프트 파워’수단들은 여러 해 동안의 방치와 남용으로 그 효과가 무뎌졌다. 페트라우스가 정말로 아프가니스탄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과업엔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주목 받는다.17. Sonia Gandhi소냐 간디 인도 국민의회당 당수인도 정계는 파당주의로 분열돼 있지만 그래도 국민의회당이 이 나라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이탈리아 태생 미망인인 소냐 간디가 이 정당의 확고부동한 지배자다. 그녀는 세계 최대 민주체제의 여왕인 셈이다. 18. Luiz Inacio Lula da Silva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파멸의 문턱에 섰던 브라질은 지금 2070억 달러의 자금을 비축했으며 개도국 중 인플레이션이 가장 낮다. 룰라의 탁월한 재정 정책 덕분에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신흥 국가로 손꼽힌다. 19. Warren Buffett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불황 국면에서도‘오마하의 현인’은 꿋꿋했다 올가을 미국 금융계의 거물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동안 워런 버핏(78)은 흔들리지 않고 민간부문의 질서를 유지했던 극소수 세력 중 하나다. 그는 미국의 두 상징적 기업에 80억 달러를 수혈했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와 제너럴 일렉트릭(GE)이다. 그는 GE를 “세계에 미국 기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묘사했다. 버핏이 단순히 금융 시스템을 살리려 자금을 투입한 건 아니다. 이번 투자로 그는 무려 1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면 버핏과 그의 ‘가치투자(장기적인 안목으로 탄탄한 기업을 싸게 사는 투자기법)’가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20. Gen. Ashfaq Parvez Kayani 아쉬파크 파르베즈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카야니 장군은 이론상으로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카야니와 그의 군대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라고 할 만한 파키스탄의 지배 세력이다. 파키스탄의 핵무기, 아프간 국경지대에서 알카에다를 비롯한 동맹부족들과의 싸움, 이웃나라 인도와의 대치 국면 관리를 책임진다. 지금까지는 그의 군대가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성전 전사들과의 싸움에 주력하는 듯하다. 지난 11월 뭄바이 테러 공격이 발생한 뒤 카야니는 파키스탄의 주권 침해를 방관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한편 테러의 배후 용의자들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카야니는 철저한 민주주의자라고 주장하지만 파키스탄의 안정 유지를 위해 때로는 군사개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쿠데타를 민주주의 고속도로에 연결된 다리가 무너질 때 세우는 임시 우회로에 비유한다. 다리가 복구되면 우회로의 필요성도 없어진다고 그는 말한다. 21. Nuri al-Maliki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그는 2006년 봄 권좌에 올랐다. 절충안으로 선택되는 후보들이 종종 그렇듯 힘이 없었던 덕택이다. 말리키의 다와당엔 망명과 전쟁으로 단련된 전사들이 없다. 이들은 도시 이슬람주의자로 이뤄진 지식인 정당이다. 게다가 말리키는 당 지도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머지 경쟁자들은 다른 파벌들(또는 미국 대사관)이 너무 위협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모두 밀려났다. 하지만 요즘 일부 관측통은 말리키를 새로운 독재자라고 부른다. 그는 자기 마음에 드는 장교들을 군대에 심고 특수부대(최정예 부대)를 자신의 휘하에 뒀다. 전국 각지에 자신에게 충성하는 부족 협의회를 만들어 놨다. 2009년으로 예정된 두 차례의 선거에서 다와당의 선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그를 축출하려는 위협을 저지하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미국의 위상이 아직도 부분적으로 이라크 전쟁 결과에 달려 있으며 그 전쟁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말리키라는 점이다. 22. 23. Bill Gates Melinda Gates빌 & 멜린다 게이츠 자선사업가 큰돈이 움직이면 스포트라이트도 따라간다. 특히 세계 최대 자선단체인 게이츠 재단 규모의 자금이라면 더욱 그렇다. 겨우 설립 11년째인 이 단체는 글로벌 보건사업 전체를 좌우하는 가장 막강한 세력이 됐다. 게이츠 부부는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말라리아·결핵·에이즈·아동질환 퇴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 요즘엔 교육개혁 분야에서도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0년 이후 게이츠 부부는 40억 달러를 투자해 고등학교를 개혁하고, 도시지역에 교육효과가 뛰어난 학교를 세우고, 유치원 교육을 보급하고, 대학 장학금을 확대했다. 12월엔 앞으로 4년간 최대 5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저소득 학생들의 대학 중퇴율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6세까지 대학 학위를 취득하는 저소득 학생들의 수를 배로 늘리는 것이다. 24. Nancy Pelosi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하원의장새 대통령 오바마의 어젠다를 의회에서 주무르게 될 조타수외유내강형의 이 하원의장은 조지 W 부시를 저지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는 여당 지도자로 변신해야 한다. 말로야 쉬운 일이다. 대통령과 의회가 모두 민주당이니 문제가 없다. 다만 민주당이 그 과반수를 유지하려면 버락 오바마의 장밋빛 약속을 실천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펠로시의 동료들은 제멋대로이고 늘 말다툼이 많은 집단이다. 그들이 자존심보다 오바마의 정책목표를 우선시하도록 하려면 그녀로선 대단한 정치수완(구슬리고 으르고 간청하면서)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25. Khalifa bin Zayed Al nahyan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2004년부터 석유가 풍부한 토후국 아부다비를 다스려온 알 나하얀에겐 세계가 지금 간절히 필요로 하는 무엇이 있다. 엄청난 현금이다. 그는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통해 그 돈을 관리한다. 이 기관은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로 자산 규모가 약 8500억 달러다. 1970년대에 설립돼 세계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인 이 ADIA는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한다.경영 컨설턴트인 모니터그룹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ADIA는 지난 8년간 단 16건의 공개 거래를 했을 뿐이다. 그 거래에 투입된 돈 160억 달러 가운데 95억 달러가 금융서비스 분야였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펀드 관리인들의 투자 판단력에 의문을 품었다. 그래도 모니터그룹의 드로스텐 피셔가 지적하듯이 “이런 유형의 펀드는 다른 펀드들과 사뭇 다른 투자 지평(time horizon)을 갖고 있다.게다가 비OECD 시장에 한 대규모 투자가 단순히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잘 알려진 몇 건의 거래를 제외하면 이 펀드가 어디에 얼마만큼 투자하는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런 투명성 부족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ADIA는 이미 톨 브러더스 같은 미국 기업들의 상당한 지분을 소유했다.글로벌 경기침체는 새로운 매입 기회를 부채질한다. 그런 거래의 일부가 두바이 같은 곳에서 일어나겠지만 이 펀드는 서구의 블루칩 자산도 물색할 것이다. 그것이 물론 재무당국과 국내 정치여론의 인내력을 시험하겠지만 결국엔 현금이 이기게 마련이다.26. Mike Duke마이크 듀크 월마트 CEO 지명자겁에 질린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지갑 깊숙이 감추지만 적어도 한 회사는 재미를 보고 있다. 월마트다. 11월 매출이 7.6% 늘었다. 이 회사 주식은 보기 드물게 2008년을 오름세로 마감할 전망이다. 2월 1일이면 장기간 재직한 CEO 리 스콧이 물러난다. 그의 후임자로 내정된 마이크 듀크는 백화점 간부를 지낸 물류 전문가로 월마트에 몸담은 지 13년째며 최근엔 해외사업을 담당했었다.듀크는 중대 고비에 세계 최대 소매점의 지휘봉을 물려받는다. 월마트는 저임금, 열악한 복지혜택, 반노조 정책을 토대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비난과 싸우며 2000년대 초반을 보냈다. 회사는 적극적인 홍보 캠페인, 마케팅의 개선(월마트의 광고는 이제 저렴한 가격이 가정의 예산 절약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강조한다), 혁신으로 여기에 대응했다.처방약을 4달러에 파는 프로그램을 개시하고 환경·에너지 프로그램도 만들어 국제자연보호협회 같은 단체의 칭찬을 들었다. “월마트는 미국이 떠안은 문제들의 해결사가 되는 방식으로 비난을 극복했다”고 길포드 증권의 분석가 버너드 소스닉이 말했다. “듀크는 그 여세를 이어가야 한다.”영업부문의 탄력은 주로 해외에서 받은 것이다. 미국 내 점포가 4249개여서 국내에선 이제 정복할 곳이 거의 없다. 미래의 성장은 중국 같은 시장을 어떻게 뚫느냐에 달렸다. 중국의 월마트 매장은 현재 215개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듀크의 국제 경험을 토대로 신임 CEO가 ‘매일매일 최저가’를 세계적으로 통하는 구호로 바꿀 것이라고 기대한다.

2008.12.23 13:35

25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